D+277일 / 흐림
비보르크-트로패노브카
러시아 여행의 마지막 여정 핀란드의 국경으로 간다. 80여 일간의 러시아의 여행은 너무나 큰 즐거움이었다. "굿바이, 러시아!"


이동거리
57Km
누적거리
18,390Km
이동시간
4시간 23분
누적시간
1,390시간

 
E18도로
 
E18도로
 
 
 
 
 
 
 
34Km / 2시간 20분
 
24Km / 2시간 03분
 
비보르크
 
팔티예츠
 
트로패노
 
 
4,515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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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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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40기가,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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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치로 몸을 얻어맞은 것처럼 쑤신다.

"어따 피곤하다."

8시에 잠이 깨어났지만 산책을 하기엔 피곤함의 무게가 만만치 않다.

다시 침대로 돌아가 여분의 잠을 청한다. 11시가 넘어 다시 잠에서 깨고, 출발을 위해 짐들을 정리한다.

바삭바삭 소리가 나는 침낭과 텐트를 접고.

"벌써 12시 반인데, 시내를 둘러보고 갈까?"

"배고프다. 밥이나 먹자."

저렴한 러시아 카페를 검색하고, 카페로 가는 길에 있는 몇몇 건물들을 구경할 생각이다.

비보르크의 구시가지는 전체가 중세 시대의 유물처럼 느껴진다.

"느낌이 약간 색다르네."

검색했던 카페에 도착했지만 카드 결제가 안 된다고 하여 은행을 찾아간다.

근처에 있는 우체국으로 가서.

"내부도 독특하네."

우체국의 ATM 기기는 영어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는다.

"난감하네."

구글 번역기로 카메라 번역을 해서 500루블을 겨우 찾는데 성공했다.

다시 카페로 되돌아가서 주문을 하고, 동양인 여행자가 신기한지 친절하게 응대를 해준다.

"역시 저렴하고 맛있어."

점심을 먹고 비보르크 캐슬을 구경하고 국경으로 이동하려고 한다.

비보르크 캐슬은 작은 섬에 세워져 있고, 주변에 관광객들이 많다.

비보르크는 오래전 핀란드인들에 의해 세워진 도시인지 핀란드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

"색다른 느낌인데, 저 작은 섬에 성을 쌓아서 어쩐다는 말이지?"

성의 많은 부분은 복원을 하느라 바쁘다.

비보르크는 호기심이 생기는 도시고, 산책을 하며 걷기에 좋은 도시인 것 같다.

비보르크를 벗어나고 메인 도로에 접어든다.

"가자. 핀란드로."

"3일이면 도착하겠다."

비보르크를 벗어나자 아니나 다를까 오늘도 비가 내린다.

"오늘도 젖어버렸네."

"제발 저녁에만 오지 말아 줘."

오전까지 푹 쉰 덕에 컨디션과 몸의 상태가 되돌아와 편하다. 오랜 휴식 후 이틀이 지나면 라이딩의 힘든 기간이 끝나는 것 같다.

"그래도 비 내리는 날은 참 어렵다."

4시가 넘으며 비는 그쳤지만 어둠이 내려앉는다. 흐린 날씨 때문인지 일몰 시간이 너무나 빠르게 느껴진다.

국경을 5km 남기고 검문소가 나온다. 여권을 확인하고 국경 부근에 있는 카페 겸 슈퍼마켓으로 이동한다.

가로등과 불빛들이 환한 국경 검문소가 눈에 들어오고.

"왔다!"

도로변에 있는 카페로 들어간다. 핀란드로 넘어가기 전 필요한 것들을 저렴한 러시아에서 구매할 생각이다.

카페에는 단체 손님들이 앉아 저녁 식사를 하고 있고, 카페의 메뉴를 확인하고 슈퍼로 먼저 들어간다.

빵과 사탕, 초콜릿 등을 사고, 저울을 사용할 줄 모르니 계산대의 직원이 도와준다.

물건들을 패니어에 담는 동안 중년의 여성이 담배를 태우며 영어를 할 수 있는지 묻고는 짧은 질문들을 한다.

여행에 대한 질문들을 동행들에게 알려주니 모두들 호기심을 드러내며 관심을 갖는다.

카페로 들어가 주문을 하니 15분을 기다려 달라고 하고, 중년의 여성과 남자들이 자신들은 생일파티를 한다며 초대를 한다.

"나에게 사양이란 없지!"

핀란드인과 러시아인이 섞여있는 생일파티 저녁식사 자리다.

영어를 하던 중년의 여성 안네는 핀란드인이라며 먹을 것들을 챙겨준다. 모두들 약간의 음주로 분위기가 밝고 좋다.

앞자리에 앉은 러시아 세르게이 부부와 대화를 하며 음식을 먹는다. 비보르크에 사는 세르게이 부부는 비보르크의 집으로 가자며 아쉬운 표정을 짓지만 아쉽기는 나도 마찬가지다.

"내일 핀란드로 가야 해."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친절하고 매너가 좋다. 자리에서 일어나려니 러시아 아저씨는 보드카 한 잔을 마시라며 권해주고, 핀란드 아저씨는 핀란드 스타일이라며 보드카에 사이다를 따라준다.

"오호, 사이다 보드카!"

사이다로 희석은 됐지만 40도의 보드카는 강하다.

"크아!"

안네가 담아 준 음식을 받아들고 사람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밖으로 나온다. 러시아 마지막 날, 생각지 못했던 좋은 시간이었다.

"너무 어두워졌다."

길 건너편 화물차 주차장 근처 가로등 아래 풀밭에 대놓고 텐트를 친다.

밤이 되자 다시 비가 내린다. 늘 90%가 넘는 습도의 날씨다.

"2월 중국의 100%보다는 낫잖아! 멋진 눈이 내리면 더 좋았을 텐데."

90일간의 러시아 여행이 끝났다. 아쉬움도 많고, 어려움도 많았지만 모든 것이 좋았다.

"소치에서 다시 보자. 굿바이 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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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75일 / 흐림
상트 페테르부르크-상트 아라쿨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시간을 뒤로하고 핀란드의 국경을 향해서 출발한다. "유럽으로 가자!"


이동거리
56Km
누적거리
18,241Km
이동시간
3시간 53분
누적시간
1,314시간

 
E18도로
 
E18도로
 
 
 
 
 
 
 
38Km / 2시간 40분
 
18Km / 1시간 13분
 
페테르
 
세스트로
 
아라쿨
 
 
4,366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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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는 어김없이 불면증 증세가 나타난다. 불안하고 불편한 것도 없는데 이상한 일이다.

어렵게 잠든 새벽, 더 어렵게 깨어난 아침이다.

"가야지!"

"왜 진작에 계란을 삶을 생각을 못 했을까?"

예쁘게 삶아진 계란을 보니 괜스레 든든해진다.

샤워를 하고 짐정리를 하니 12시가 되어간다. 타이어에 오랜만에 펌프질도 하고 점심을 먹고 출발하기 위해 길 건너 엄마네로 간다.

"든든하게 밥을 먹고 가자!"

김치찌개에 밥 두 공기로 배를 채우고 상트 페테르부르크를 떠난다.

잔뜩 흐린 날씨가 곧 눈이 쏟아질 것 같다.

"정말이지 햇볕이 귀한 동네다."

네바강을 따라 메인 도로로 진입하는 가장 심플한 코스를 선택하고 시내를 빠져나간다.

차량 통행이 정말 많고 복잡한 도시다. 두 배가 넘는 인구가 사는 서울이 신기할 정도다.

1시 40분, 차량의 통행이 줄어들고 네바강을 따라 이어지는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시 외곽을 지난다.

높은 고층빌딩이 올라가고 있는 공사현장을 지나며 잠시 쉬어간다.

"몇 층이지? 꽤 높네."

60층은 훌쩍 넘을 것 같은 빌딩의 상층 부분이 비구름에 가려져있다.

눈이 내린 숲길이 이어지고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경계를 넘어간다.

핀란드 국경 근처의 마지막 소도시 비보르크의 거리를 알리는 이정표가 나온다.

"비보르크 90, 헬싱키 340km."

역시나 오랜 휴식 탓에 페달링이 어색하고 뻣뻣하다.

"쉬었다 가자."

상트 페테르부르크주를 벗어나기 전의 마지막 타운인 세스트로레츠크에 들어서고 도로변의 맥도날드로 들어간다. 출출함보다는 시원한 콜라가 먹고 싶다.

햄버거와 함께 리필 콜라로 배를 채운다.

"아, 좋다."

이글과 잠시 통화를 하고 비상식을 사기 위해 마트를 찾으며 길을 따라간다.

마을 안쪽에 있는 대형 슈퍼마켓에 들어가.

빵과 물을 사고, 맥커피를 찾았지만 20개가 든 상품이 보이질 않는다. 낱개로 2개를 사들고 나오니 4시가 넘어간다.

하루 종일 어두운 하늘, 5시가 가까워오자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한다.

"해가 정말 짧아지네."

몇 개의 인터체인지를 지나며 길을 잃지 않기 위해 지도를 확인하며 길을 이어가고.

"야, 이정표! 너 왜 숫자가 네 맘대로야!"

5시, 상트 페테르부르크 주의 경계를 벗어난다.

도로에는 가로등이 켜지고, 하늘에서는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왜 또 비야. 차라리 눈을 내려라."

몇 개 남은 인터체인지를 지나 야영을 할 생각인데, 내리는 빗줄기가 심상치 않다. 도로변 숲은 철조망으로 가로막혀 들어갈 수도 없다.

"난감 모드네."

지도를 확인하고 몇 킬로미터 후에 주차장 휴게소가 보인다.

"주차장 주변에서 텐트를 치자."

"내가 비를 몰고 다니는 거니?"

소나기처럼 빗줄기가 강하게 뿌려댄다.

"젠장. 다 젖어버렸네."

주차장에는 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

주차장 측면에 공간에 부랴부랴 텐트를 치고.

비와 눈이 섞여 떨어진다.

비에 젖은 몸에서 모락모락 김들이 올라오고, 한기가 시작된다. 커피를 끓여 따듯하게 몸을 녹여도 그때뿐이다.

"차라리 눈을 내려라."

겨울비는 정말 난감하고, 라이딩을 너무 어렵게 만든다. 흐린 하늘도, 축축한 느낌도, 비와 함께 불어대는 바람도 모두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상하게 휴식 후에 라이딩은 여러 가지로 힘들단 말이야."

하루 또는 이틀이면 길었던 러시아의 여행이 모두 끝나고, 본격적인 유럽의 여행이 시작된다. 아직도 유럽의 경로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일단 핀란드로 가서.. 휘바! 그런데 러시아 미녀는 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귀여운 러시아 할머니들은 많이 봤는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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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74일 / 맑음 ・ -4도
상트 페테르부르크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보내는 마지막 하루, 휴식을 취하며 시간을 보낸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15,436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1,142시간 11분

우체국
출발준비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숙소
카잔성당
숙소
 
 
4,310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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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40기가, 7,000원
・전력전압
◦2구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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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까지 늦잠을 자고 겨우 잠에서 깨었다.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보내는 마지막 하루, 보바, 알렉산드르와 보낸 시간 이외에 특별히 한 것이 없는데 순식간에 일주일이 지나간 느낌이다.

"오늘도 추워, 방한 준비를 잘 해야겠다."

무엇을 하며 보낼까 생각하다 역시나 게으름이 최고다. 복잡해진 패니어들을 정리하고.

엽서를 쓴다. 중국의 리즈훼이는 어제서야 첫 번째 엽서를 받았다고 한다. 니즈니노브도로드에서 보낸 엽서가 이제서야 도착한 모양이다.

"내가 한자를 못 쓴 건지, 중국의 우편 시스템이 이상한 건지."

시끄러운 가족 일행이 점심시간이 되자 숙소로 몰려 들어온다.

"시끄러운 것은 정말 질색이야."

일주일 동안 방학을 해서 핸드폰을 받았다는 이사벨은 가족들과 볼링을 치러 간다며 메세지를 보낸다. 정말 귀여운 꼬마 아가씨다.

"이사벨, 스트라이크를 치면 메세지를 보내줘."

구글맵으로 우체국을 검색하고 거리로 나온다.

성 이사악 성당을 지나.

"왠지 겨울과 어울리는 도시야."

성 이사악 성당 주변의 우체국은 찾을 수가 없다. 구글의 후기를 확인하니 존재하지 않는 우체국이라고 한다.

카잔 성당 방향으로 강을 따라 걷고 찾아간 두 번째 우체국은 나를 보더니 무언가 러시아어로 안내를 한다.

"이곳은 우편을 취급 안 하는가?"

구글맵을 보여주며 세 번째 우체국을 확실하게 확인하고.

카잔 성당 옆에 있는 우체국으로 찾아간다.

"여기서는 보낼 수 있겠다."

아무것이나 눌러 번호표를 받아 기다리고 있으니 창구의 여직원이 손짓을 한다. 엽서를 가리키며 계산기에 150을 찍어서 보여준다.

우표를 붙이고 우체통에 엽서를 넣고.

"이번에도 잘 도착해줘!"

바로 옆에 있는 카잔성당으로 간다. 보바와 함께 왔지만 내부 구경을 못해 아쉬웠는데.

"잘 됐다."

성당에는 기도를 하기 위해 사람들이 끊임없이 들어오지만 너무나 조용하다.

내부의 의자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 여행 일기도 작성한다.

두 시간이 지나고 성당의 내부를 구경하고 돌아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선다.

"초도 하나 켜 볼까."

동전 지갑의 애물단지인 동전들을 모아 작은 초 하나를 사고.

사람들이 정성스레 촛불을 켜는 곳으로 간다.

초 하나를 켠다.

"나를 아는 모든 이들이 그리고 그녀가 행복한 하루를 보내기를."

몽골의 티벳사원, 러시아 정교회, 카자흐스탄의 모스크는 너무나 좋다. 각기 다른 느낌이지만 너무나 편안하다.

교회의 중앙 제단 왼쪽으로 길게 줄이 서 있다. 액자에 입을 맞추고 머리를 기대어 기도를 하는 모습의 교회 내의 모든 곳에서 이루어지지만 유독 저곳에만 대기하는 줄이 길게 이어져 있다.

"성 니콜라스?"

러시아 카페로 가서 밥을 먹고.

숙소로 돌아간다.

어제처럼 달콤한 낮잠을 자고 깨어나, 사두고 먹지 못했던 계란을 처리한다.

"쿠킹 오일 있어요?"

숙소에서 식용유를 빌리고.

여섯 개는 삶아서 내일 가져갈 생각이고.

네 개는 후라이를 해서 허기를 채운다.

"하루에 한 알은 먹어야 하는데, 참 힘드네."

창고에 넣어둔 패니어들을 정리하며 떠날 준비를 한다.

보바에게 전화를 걸어 러시아를 떠난다는 소식을 알리고, 내년 소치에서 만나기를 약속한다.

"굿 바이, 마이 프렌드."


날씨가 춥다. 가슴까지 시원한 북유럽의 추위를 맛보고 싶다.

 

경비내역

・식비
349루블
・식료품
358루블
・우편료
150루블
・비용합계
857루블
・누적경비

 

 

 

 

 

 

하늘밥도둑 후원 : KEB 하나은행 / 변차섭 / 415-910665-18507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박시,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D+273일 / 맑음 ・ -4도
상트 페테르부르크
차워가워진 날씨, 겨울궁전의 예르미타시 미술관를 구경할 생각이다. 처음 보는 궁전의 모습이 궁금히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18,185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1,310시간

에르미타쥐 미술관
예르미타시 미술관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숙소
겨울궁전
숙소
 
 
4,310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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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40기가, 7,000원
・전력전압
◦2구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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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증60일/180일내 최대 9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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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내리던 비에 눈송이가 하나둘 섞여있더니, 간밤에 눈이 내렸나 보다.

"정말 겨울이네."

파박님과 잠시 통화를 하고 쉬고 있으니 숙소의 여직원이 찾아와 방을 바꿀 것인지 묻는다.

4인실이 없어 방을 옮기고, 8인실 방 이층 침대가 불편했는데 벌써 29일이 되었나 보다.

"뭔가 귀찮고 쉬고 싶네."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40km 정도 떨어진 페테르고프의 여름궁전을 구경 갈 생각이었지만 귀찮아졌다.

"겨울에 무슨 여름궁전이냐."

오가며 소요될 시간과 비싼 입장료, 추운 날씨 등등의 핑계로 게으름이 시작된다.

"밥이나 먹으러 가자."

엄마네에서 점심특가 메뉴를 먹을까 생각하다 버거킹으로 간다. 시원한 콜라도 먹고 싶고, 점심특가의 양도 많을 것 같지 않다.

햄버거를 먹고 나니 조금 움직이고 싶은 마음이 든다.

"배가 고팠던 거야?"

겨울궁전과 예르미타시 미술관을 둘러볼 생각이다.

"겨울에는 겨울궁전이지!"

겨울궁전의 티켓 구매 대기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하여, 건너편 에르미타쥐 박물관의 신관으로 들어간다.

검문대를 지나 현대식으로 넓고 쾌적하게 만들어진 신관의 매표소로 이동하고.

"오, 한적하다."

신관과 겨울궁전의 구관을 모두 관람할 수 있는 통합권을 700루블에 구매한다.

한국어 오디오북도 렌트를 하고.

오디오 가이드는 350루블, 그리고 여권이나 2,000루블을 맡겨야 한다.

"오늘 제대로 지적 허기를 채워줄게."

지하에 있는 보관소에서 겉옷을 벗고, 보관소에 맡겨둔다. 딱히 덥지는 않았지만 경험상 한 번 해본다.

"4층이 좋다던데."

바로 4층으로 이동해서 관람을 시작한다.

신관은 한산하고 쾌적해서 편하게 그림을 불러볼 수 있었다.

"역시, 중국 단체 관광객들은 이런 취향이 아니야."

많은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지만 마음을 끄는 작품은 없고, 좋아하는 고흐의 작품도 부족하다.

딱히 쓸 일이 없어진 오디오 가이드는 애물단지가 되어간다.

"에, 내 햄버거 값!"

각 방마다 배치되어 있는 할머니와 할아버지 안내원들의 나른한 겨울 정오의 단잠이 맛있게 느껴진다.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는 실루엣이다.

넓은 미술관을 둘러보고 있으니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다.

대략 100년 전의 수많은 작품들.

"금손들, 어떻게 이렇게 그릴 수 있는 거야?"

2층에 있는 러시아 미술의 초상화와 그림들을 보면 그 시대의 사치스러운 귀족들의 문화를 엿볼 수 있다.

"어쨌든 지금은 모두 사라진 사람들이네."

2시간이 넘도록 신관의 작품들을 구경하고.

겨울 궁전이 있는 구관으로 이동한다.

예르미타시 미술관의 작품보다 궁전의 내부 모습이 궁금하다.

궁전의 안쪽 마당으로 들어가니 길게 대기줄이 서 있다.

"와, 길다."

대기줄에 서서 입장 순서를 기다리니 춥다.

10분 정도가 지나고.

"뭔가 이상한데, 앞으로 가볼까."

생각대로 대기줄은 티켓을 구매하는 이상한 대기줄이다.

"저기 뒤에 자동 티켓 구매기도 있는데?"

통합 입장권을 들고 겨울궁전의 내부로 들어간다.

한국어판 안내도를 챙겨 궁전 내부도를 보니 수많은 방들이 그저 아득하다.

"어디로 가야 하니?"

"일단 2층으로."

"오, 궁전!"

"화려하네."

"자, 들어가 볼까."

수많은 작품들 그리고 각기 다른 느낌의 궁전의 방과 복도들, 화려한 조각들과 장식품들을 걷는다.

지나쳐 간 방들을 체크하며 산책하듯 2층을 둘러보는 동안 2시간이 훌쩍 지나버린다. 작품을 설명하는 오디오 가이드보다 궁전 내부를 안내하는 네비게이션이 더 필요할 것 같다.

"다른 층도 궁금한데, 너무 힘들다."

한적하고 편안했던 신관에서 시간이 좋기는 했지만 겨울궁전 내부를 구경할 수 있는 구관의 관람이 좀 더 흥미롭다.

"그만 가자. 아쉬운 것은 다음 기회로."

겨울철 비수기라 성수기에 비해 사람이 적은 편이고, 중국 단체 관광객들을 피하는 동선을 터득한 터라 괜찮은 관람이었다.

"배고프다."

"이렇게 큰 궁전을 짓고 무엇을 바라며 산 거야?"

궁전이라는 생소한 공간에 대한 호기심은 충족되었지만 그저 호화스럽던 귀족들의 사치스러움을 느낄 수 있었을 뿐, 큰 감흥은 얻지는 못했다.

저녁 무렵의 푸른 하늘은 정말 매력적이다.

어제 보아두었던 저렴한 러시아 카페로 들어간다.

"왠지 이글이 생각나네."

플롭과 샤슬릭을 주문하고 배부르게 저녁을 한다.

"저렴해서 너무 좋아!"

숙소로 돌아와 저녁 단잠에 빠져들고, 아이들의 소란스러운 소리에 잠이 깨었다.

어제부터 들어온 대가족의 사람들과 많은 아이들, 어디를 가든 시끄러운 가족들이 있나 보다.


계속해서 추워지려는 모양이다.

"핀란드의 경로를 어떻게 잡지?"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69일 / 맑음 ・ 10도
상트 페테르부르크
보바와 함께 상트 페테르부르크를 둘러보기로 했다.

이동거리
19Km
누적거리
18,089Km
이동시간
3시간 50분
누적시간
1,303시간

성 이사악 성당
카잔 성당
5Km / 1시간 15분
14Km / 2시간 35분
숙소
중앙구
숙소
 
 
4,214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0기가, 7,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60일/180일내 최대 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495)783-2727

 

좋은 아침이다. 보바를 만나기 위해 기다리며 숙소를 연장한다. 사용하던 룸은 스케줄이 예약되어 8인실 2층 침대로 이동해야 한다.

31일 상트 페테르부르크를 떠날 것이다. 조금 쉬고 싶다.

짐들은 보관창고로 옮기자 보바가 도착한다.

해군본부 앞의 공원길을 걸어 성 이사악 성강으로 간다.

보바 역시 상트 페테르부르크는 처음이라 두 사람 모두 초행길이다.

성 이사악 성당, 어젯밤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도착했을 때 처음 시선을 사로잡은 건물이다.

"사비, 안에 들어가고 싶어?"

"응."

도로변의 출구를 돌아 입구로 이동하고.

자동화 기기에서 표를 예매한다. 첨탑의 전망대와 성당의 내부를 둘러보는 입장료가 별도다.

"550루블, 되게 비싸네."

오른쪽 입구로 들어가 첨탑 전망대로 올라간다.

계단에 숫자가 적혀있지만 쓸데없는 것에 별 관심이 없다.

첨탑으로 오르는 철계단을 다시 오르면 전망대가 나온다.

야경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넓은 시내 풍경은 그다지 특별하지는 않다.

"바람이 시원하네."

"도시가 참 평평하다."

출구의 계단으로 내려가 성당 내부로 이동한다.

첨탑의 계단은 성당의 출구로 연결된다.

"성당 안쪽은 어떻게 들어가?"

보바가 직원에게 길을 묻고, 정문의 왼쪽 게이트로 다시 들어간다.

성당의 내부에 들어오자 발이 아프다며 보바는 주저앉는다. 신발의 볼이 좁아 불편한 모양이다.

"그래, 넌 좀 앉아있어."

화려하기 그지없는 성 이사악 대성당의 내부 모습이다.

"사치스럽도록 화려하구나."

금빛 조각들과 화려한 벽화들이 모두 작품이다.

하루 종일 관람을 할 수도 있지만 보바는 신발이 너무 불편한 모양이다.

처음 만났을 때 숙소 주변을 구경하고 신발을 사러 가고 싶다며 말했는데, 아무래도 신발부터 사야 할 모양이다.

"보, 신발을 사러 가자."

"다시 보고 싶어지면 나중에 혼자 올게."

많은 정교회와 모스크에서 시간을 보냈지만, 관광지의 화려한 성당들은 뭔가 소비되는 느낌이다.

기도를 하는 사람들 속에서 조용히 앉아 시간을 보내는 작은 교회나 모스크의 시간이 더 좋다.

"자꾸 보니까 뭔가 불량식품 같네."

천장을 촬영하느라 서너 바퀴 회전을 하니 머리가 빙빙 돈다.

지하철을 타고 신발을 사러 가자니 보바는 팰리스 광장을 둘러보고 가자고 한다.

"보바, 이글은 자꾸만 번역기를 달라며 말을 해서 구경을 못 하게 했는데, 너는 발이 아프다고 하면서 구경을 못 하게 하니?"

겨울궁전이 있는 팰리스 광장에는 예르미타시 미술관이 있다.

광장의 중앙에는 알렉산드르의 원주가 세워져 있고.

세계 3대 미술관, 지적 호기심도 많지만 사람에게 치이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싫다.

"비 오는 날 심심할 때나 와야지."

"보바, 브이!"

건너편은 예르미타시 미술관의 신관이 있는 건물이다.

"사비, 파노라마 촬영 어때?"

"오, 좋은데. 나도 해볼까."

보바와 지하철을 타기 위해 지하철역을 찾아간다. 러시아의 지하철을 처음 타 본다.

공항의 체온 검사대 같은 것이 있고.

보바가 지하철 표를 구매해준다.

"뭐야? 이거."

개찰구에 코인을 넣으면 들어갈 수 있는데, 리턴이 안 되는 것을 보니 지하철의 출구는 별도의 체크 과정 없이 그냥 통과하면 되는가 보다.

"러시아의 지하철은 깊다."

꽤나 깊게 들어가는 지하철이다 대략 서울의 가장 깊은 지하철과 비슷한 느낌이다.

"사비, 지하철이 들어오는 사진을 찍어."

"싫어, 서울에도 지하철은 많아."

보바는 5개 정도 노선이 있는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지하철에서 여러 차례 노선을 확인한다.

"넌 서울에 가면 복잡해서 못 살겠다."

보바가 찾고 있는 운동화를 파는 상점이 있는 쇼핑몰에 도착했지만 보바는 쉽게 건물을 찾지 못한다. 사람들에게 가게의 위치를 묻는 동안 구글맵을 확인하니 바로 옆의 건물이다.

"보바, 이리 와."

아무래도 이글처럼 보바도 아날로그형 인간인 듯싶다. 이글처럼 도시의 삶에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사림들에게 길을 물어 4층의 매장을 찾고, 보바가 사고 싶어 하던 운동화를 산다.

생각해보니 조선일보의 구독 거절을 시작했던 대학교 1학년 때부터 농심, 남양, 삼성, 조중동, 종편 등등의 안티 브랜드들이 늘어나는 동안 어떤 제품이나 브랜드를 꼭 사고 싶다는 마음 같은 것도 함께 사라졌나 보다.

"운동화 하나, 바르간 하나를 사기 위해 이렇게 정성이라니. 귀여운 녀석들!"

신발을 사서 기분이 좋아진 보바와 주변 한식당으로 간다.

"보바, 한식당에서 밤을 먹고 옆에 빅토르 초이 벽화를 보러 가자."

첼니를 떠나 니즈니노브도로드에서 비빔밥을 먹으며 보바나 이글, 안드레에게 한 번쯤 한국 음식을 사주고 싶었는데 다행이다.

근처의 한국 식당은 러시아 스타일로 현지화가 된 느낌이라 보바가 먹기에 부담이 없을 것 같다.

조금 빈약해 보이는 구성이지만 그런대로 괜찮다.

식당 근처에 있는 초이의 벽화를 보고, 벽화에 낙서 흔적들이 남아있는 모습을 보고 보바가 더 화를 낸다.

"멍청이들!"

"그러게, 러시아 젊은이들이 싫어할 이유가 없을 뮤지션인데."

"사비, 데니스에게 사진을 보내서 보정을 하자. 데니스는 사진을 깨끗하게 만들 수 있어."

"어, 그런 것은 나도 할 수 있어."

러시아에 대해, 초이에 대해 좋은 기억을 갖고 가기를 바라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모든 것은 있는 그대로 보고 느끼면 된다.

"사비, 이제 어디를 가?"

지도를 보니 근처에 카잔 성당이 있다. 보바의 신발을 샀던 곳은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중앙구 지역인데 유동 인구가 많은 상권처람 느껴진다.

"보, 버스 타고 가자."

짧은 거리를 이동하는데 두 번의 환승을 하던 지하철보다 버스가 편할 것 같은데, 보바는 지하철이 좋다고 한다.

"버스, 타!"

버스 요금을 받는 승무원은 여전히 신기하고 재미있다.

카잔 상당이 있는 곳에서 하차하고.

성당의 외부를 구경한다.

타원 형태로 넓게 돌아가는 성당의 모습이다.

"파노라마."

사진을 찍는 동안 보바는 신발을 샀던 곳 근처의 은행에 가야 한다고 한다.

"아들에게 돈을 보내줘야 해."

"그래."

다시 버스를 타고 중앙구로 되돌아간다. 구글맵으로 은행을 찾아 보바를 안내하고, 타타르스탄의 지방은행에서 보바는 필요한 일을 본다.

"핸드폰 앱으로 몇 초면 가능한 은행 업무인데."

은행에서 송금을 끝내고 보바는 아이폰의 부품들을 사러 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건 어디에 있는데?"

보바가 보여준 지도는 카잔성당 근처다.

"야!"

부품 가게가 7시에 영업을 끝내는지 서둘러 가야 한다며 미안해하는 보바, 두 개의 버스 정류장 거리를 걸어 가게를 찾아가고 핸드폰과 잡화들을 파는 커다란 상가 골목에서 보바는 서둘러 뛰어간다.

"그래, 먼저 가."

조금씩 피곤함이 물려와 천천히 걷다 보니 상가들이 이어지는 곳에서 보바는 보이질 않는다.

한참 후 전화를 한 보바는 어디에 있는지 계속 물어본다.

"어디인지 내가 알겠니? 너의 현재 위치 지도를 보내줘."

내가 보바를 찾는 것이 쉬울 것 같아 현재 위치를 보내달라고 하니, 위도와 경도를 나타내는 좌표를 보내준다.

"고맙다. 모스부호가 아닌 게 어디냐!"

보바가 알러준 좌표는 엉뚱한 곳이다. 재래 시장의 한가운데로 길을 안내하고, 영업이 끝난 재래시장에는 쥐들이 돌아다니는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다.

복잡한 시장 골목을 따라 좌표에 도착했지만 아무것도 없다. 보바에게 계속 전화가 오고, 보바는 어디인지를 계속 묻는다. 네트워크가 좋지 않아 끊기는 통화음에 말을 알아들을 수도 없다.

"끊어줘. 내가 찾아갈게."

골목들을 되돌아와 상가의 도로변에 도착하자 보바는 그제서야 지도의 화면을 캡처해서 보내준다.

"아, 이 올드맨들!"

저녁이 되고, 8시가 가까워지니 피로와 졸음이 밀려온다.

"보바, 지도로 위치를 알려줘야지."

연신 미안하다는 보바, 보바에게 짜증이나 화가 나지는 않았다. 단지 피곤함 때문에 지쳐간다.

저렴한 맥주집에서 맥주를 마시자는 보바는 중앙구에 있는 곳으로 돌아가자고 하지만 20분 정도를 더 걸을 수는 없다.

"거기는 너무 멀어."

주변의 카페를 몇 군데 찾아보다 숙소 근처로 돌아가자고 보바에게 말한다.

"보바, 버스 타고 가자."
 
이상하게 러시아 친구를 데리고, 러시아 시내를 돌아다니는 기분이다.

숙소 근처에 내린 보바는 친구 알렉산드르가 곧 도착한다며, 저렴한 카페를 찾는다.

"그래, 난 맥주가 먹고 싶네. 자전거를 100km 타는 것보다 더 힘든 하루야."

카페에서 나는 맥주를 마시고, 보바는 새로 사온 부품으로 핸드폰을 수리한다.

"보바, 러시아에는 맥주도 있고, 신발도 있고, 아이폰도 있는데 예쁜 여자는 어디에 있니?"

조금 후 알렉산드르가 오고, 맥주 두 잔과 알렉산드르의 휴대용 술을 몇 모금 마시니 취기가 올라온다.

내일 알렉산드르가 푸시킨의 공원들을 안내해 준다며 함께 자전거를 타자고 한다. 내일 근무를 해야 하는 보바는 아침 8시에 만나자고 하고, 너무 피곤하여 나는 10시쯤 보자고 하니 알렉산드르가 오후에는 아이를 돌봐야 해서 시간이 없다고 한다.

"그래, 8시에 봐."

"아, 이 녀석들을 만나면 좋기는 한데, 왜 이렇게 피곤해지는 거야."

나의 슬픔을 대신 짊어지고 가는 것이 친구라고 하던가.

"보바, 넌 참 복도 없다. 나와 같은 친구를 만났으니 말이다."

피곤함과 함께 텅 빈 공허감이 밀려온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68일 / 맑음 ・ 12도
코르차니-상트 페테르부르크
러시아의 마지막 도시, 상트 페테르부르크를 향해서 달려간다. 러시아의 도시 중 가장 보고 싶었던 도시다.


이동거리
97Km
누적거리
18,070Km
이동시간
5시간 38분
누적시간
1,299시간

E20
E20
61Km / 2시간 53분
36Km / 2시간 45분
코르차니
시경계
상트페테
 
 
4,195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0기가, 7,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60일/180일내 최대 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495)783-2727

 

조금씩 내리던 이슬비는 아침이 되어 멈추었다. 이제 밤이 되면 비가 내리는 날씨도 그러려니 포기한지 오래다.

새벽 2시에 잠에서 깨어 자료들을 정리하다 한국의 불합리한 상황에 버럭 화가 치민다.

"미친 세상 같지만.. 언제나 이런 상황들을 견디며 한 걸음씩 걸어왔잖아. 힘내라!"

텐트가 마르기를 기다리며 오랜만에 도시락 라면으로 아침을 한다. 이글이 사주었던 오트밀은 아쉽게도 슈퍼마켓에서 찾질 못했다.

10시 40분, 늦은 출발이지만 바람도 없고 괜찮은 날씨다. 90km의 상트 페테르부르크까지 부지런히 달려볼 생각이다.

"네 번의 라이딩으로 끝내자. 4시 정도!"

천천히 워밍업을 하고 속도를 내어 달려간다.

러시아에서 어느 도시가 가장 궁금했는지 물어본다면 나는 상트 페테르부르크라고 답할 것이다. 유럽의 문화권에 가까운, 바다를 품은 도시의 모습이 정말 궁금하다.

첫 번째 라이딩으로 30km를 달리고 잠시 쉬어 간다. 하늘이 맑게 변하기 시작한다.

"오늘 맑음을 주는 거야?"

작은 나무집의 도로변 마을들이 짧은 간격으로 나타나고.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가까워지며 도로 공사 중인 구간도 나타난다.

차량의 통행이 생각보다 많지 않아 불편한 것은 없다. 그리고 이제는 러시아의 도로에 너무나 익숙하다.

마을들과 작은 언덕들을 지나고.

두 번째 라이딩이 끝나기 전, 60km의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경계를 지나친다.

"생각보다 일찍 도착할 수 있겠다."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중심까지 30km가 남았다.

"외곽부터 느낌 좋아!"

이상한 모양의 도시 구조 그리고 무질서한 낙서처럼 이어진 도로들, 비좁은 도로는 위협적이지 않지만 엄청나게 혼잡하고 어렵다.

많은 도시들과 대도시를 지나쳐왔지만 상트 페테르부르크로 들어가는 외곽 도시의 도로는 그중 최악인 것 같다.

여러 번의 지도 확인을 거치며 도로를 따라왔지만 구글맵은 고속도로로 길을 안내한다.

"방심했군."

되돌아갈 수도 없는 고속도로를 따라가면 빨리 인터체인지로 벗어나기를 바란다.

"갓길이 넓어서 편하기는 한데, 단속에 걸리는 건 아니겠지?"

고속도로를 빠져나가는 교차로를 앞두고 길을 확인하는 동안 차량 한 대가 정차하며 뭔가를 제재한다.

"느낌이 안 좋더라."

도로 순찰대로 보이는 남자는 제복을 입었지만 경찰이나 군인의 복장은 아니다.

어딘가 전화를 하며 나와 여권을 사진촬영한다. 위압적이지도 않았고, 그 나라의 도로 상황을 모를 수도 있기에 크게 신경이 쓰이지는 않는다.

한참 후 다른 차량이 오고, 영어가 되는 남자에게 내비게이션을 따라오다 길을 잘못 들어섰다고 알려주었다.

"이해한다. 하지만 이곳은 유료도로이다. 일반 도로로 가야 한다."

"알고 있다. 저기 보이는 도로로 벗어나려고 했다."

"맞다. 우리를 따라와라."

인터체인지를 조금 지나 차에서 내린 두 남자는 자전거를 들어 가드레일 건너편으로 옮겨주고 떠나버린다.

"땡큐, 스바시바."

고속도로의 고가도로 밑을 지나 일반 도로로 가려니 작은 하천이 가로막고 있다.

"에쉬, 너네들 일부러 이런 건 아니지?"

앞은 하천, 뒤편은 도로의 가드레일로 막혀 진퇴양난이다.

패니어들을 떼어내고 미끄러운 하천의 언덕 너머로 하나둘씩 옮겨놓는다.

"아고, 힘 빠져!"

한 시간의 방황으로 4시가 넘어간다.

"젠장, 이제 배까지 고프네."

11km 정도가 남았던 거리를 일반 도로를 따라 이동한다.

석조건물들과 오래된 건물들이 나타나고.

수로와 같은 작은 강들을 지나친다.

"상트 페테르부르크다!"

모스크바의 수로보다 훨씬 운치가 있고 낭만적이다.

"멋지다. 멋져!"

일차 목적지인 겨울 궁전을 찾아간다.

첨탑 위에 사람들이 올라가 있는 멋진 건물이 나온다. 성 이사악 성당이다.

공립 도서관의 웅장하고 화려한 모습을 감상하고.

맞은편에 들어선 브론즈 호스맨의 동상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하늘로 날아가겠네."

여기저기 시선을 사로잡는 건물들이 연이어 들어서 있다.

"이게 겨울 궁전인가? 시시한데!"

강변에 앉아 보바와 연락을 하고, 근처의 호스텔을 예약한다. 역시 대도시에 들어오니 호스텔 비용이 저렴하다.

"춥고 배고프다. 일단 숙소로 가자."

공원을 가로질러 숙소로 가는 길, 성 이사악 성단에 조명이 켜진다.

발길이 제자리에 멈춰진다.

"원더풀!"

숙소 건너편에 노란색 조명의 건물이 예쁘다.

"네가 겨울 궁전이냐?"

지도를 확인하니 겨울 궁전은 한 블럭 측면에 있고, 분수 주변의 벤치에 사람들이 시간을 즐기고 있는 건물은 해군본부 건물이다.

"아니 왜? 이렇게 예쁘게."

"저기 맞은편에 겨울 궁전이 있다는 말이지?"


"일단 숙소로."

해군본부의 정면에 숙소가 바로 있다.

철문 안쪽으로 들어가.

숙소 발견.

체크인을 하고 샤워를 한 후 저녁을 먹기 위해 밖으로 나간다.

길 건너편에 한식당이 있다.

"엄마네."

숙소의 바로 맞은편에 태극기가 보인다.

"가까워서 좋네."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 실내 인테리어가 마음에 든다.

삼겹살을 주문하고 조금 있으니 찬물을 담은 물병을 가져다준다.

"역시, 냉수부터 나와야지. 제대로네."

마늘, 고추와 함께 상추쌈을 하고, 삼겹살의 양에 실망했지만 밑반찬 등의 맛이 한국에서의 음식과 똑같아 만족스럽다.

오랜만에 매운 음식이 들어가니 입술이 따갑고, 몸에서 열이 나지만 너무나 좋다.

"아, 좋다! 이틀은 굶어야지."

저녁 늦게 보바가 숙소로 찾아왔다. 너무 반가운 친구, 저녁을 먹지 않은 보바와 맥도날드에 가서 나는 맥주를 마시고 보바는 햄버거로 저녁을 대신한다.

보바와 이야기를 나누고.

보바와 내일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 헤어졌다. 이곳에 살고 있는 보바의 친구 알렉산드르와 함께 상트 페테르부르크를 둘러볼 생각이다.

"일주일 정도 이곳에 머물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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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52일 / 흐림
노보소콜니키-이드리사
라트비아의 국경이 얼마남지 않았다. 궂은 날씨 속에서의 라이딩으로 따듯한 침대와 샤워가 그리워진다. "가자, 라트비아로!"


이동거리
90Km
누적거리
16,992Km
이동시간
6시간 11분
누적시간
1,223시간

 
M9도로
 
M9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노보소콜
 
푸스토시
 
이드리사
 
 
4,010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
・언어/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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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쯤 맑아도 괜찮을 것 같은데."

마치 중국의 2월처럼 매일같이 흐리고 비가 내린다. 춥고 눅눅한, 침낭 밖으로 빠져나가기가 싫다.

아침에 일어나니 핸드폰의 네트워크가 다시 끊겨있다. 네트워크 활성화를 알리는 4G의 아이콘이 떠있지만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는다.

"정말 모르겠다. 러시아의 인터넷 시스템은."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고 출발을 준비한다. 라트비아의 국경까지 140km 정도가 남았다.

러시아와 라트비아 국경도 24시간 오픈되어 있지만 국경 근처에서 하루를 보낼 생각이다.

"100km만 가자."

10시 40분, 피곤함에 늦잠을 자고 게으름을 피우다 보니 출발이 늦다.

찬 바람 때문에 손과 발이 시리지만 10분쯤 달리다 보면 몸에 열기가 올라 괜찮아진다.

다시 빗줄기가 추적추적 떨어진다.

버스 정류장에서 비를 피하며 잠시 쉬어간다.

"오늘은 정말 비를 맞기가 싫다."

빗줄기가 사그라들기를 기다리고.

다시 길을 따라간다.

비가 내릴 때마다 가까운 버스 정류장을 찾아 비를 피한다.

"오늘도 카페는 없는 건가?

푸스토시카로 들어가는 교차로 주변의 유일한 작은 슈퍼에 많은 화물차들이 정차되어 있다.

몇몇의 주유소가 있어 카페나 슈퍼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작은 슈퍼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작고 오래된 슈퍼는 매장 가득 상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화물차 운전자들이 이것저것 필요한 것들을 고르는 사이 작은 슈퍼의 내부를 둘러본다.

기름에 튀긴 빵 두 개와 훈제된 닭고기 같은 것을 두 개 사 들었다. 여기서부터 국경까지는 아무것도 없다.

"오늘 점심은 먹을 복이 없나 보다."

국경까지 남은 거리 80km, 도로를 따라 배고픈 페달링을 이어가단 중 갑자기 쏟아지는 빗줄기를 만난다.

버스 정류장이 없는 구간을 15분 정도 달리는 동안 옷과 장갑이 모두 젖어버린다.

"에쉬, 오늘은 비 맞기 싫었는데."

도로 건너편 버스 정류장으로 들어가.

물기들을 털어내고, 슈퍼에서 사온 튀김빵으로 점심을 대신한다. 달콤한 기름맛이 입안에 감돌며 식욕을 자극한다.

"오호, 맛있네."

역시, 기름에 튀기는 것은 신발을 튀겨도 맛있나 보다. 한두 개쯤 더 사 올 것을 생각이 든다.

비가 쉽게 그칠 것 같지 않고, 레인자켓, 레인팬츠, 고무장갑을 착용하고.

빗속으로 들어간다.

한참 후 하늘은 조금씩 맑아진다.

땀이 찬 레인팬츠와 고무장갑을 벗고.

비슷비슷한 풍경 속을 달려 국경을 향해간다.

느려져 가는 페달링의 속도와 함께.

조금씩 지쳐간다.

이드리사로 빠지는 교차로를 지나며 차량의 통행마저 많이 줄어든다.

6시, 전방으로 보이는 경사로를 보고 힘이 빠진다.

"아, 그만 가자. 힘들다."

시간 변경선을 넘어서 한 시간이 느려진 것인지 아니면 일몰 시간이 느려진 것인지 모르겠지만 아직 날이 밝지만, 오르막을 오르고 싶지 않아 도로변의 소나무 숲으로 들어간다.

푹신푹신한 이끼들과 가지런히 정비가 된 소나무 숲이다.

"오랜만에 만난 좋은 야영지네."

평평한 숲에 텐트를 설치하고.

"나무 냄새가 좋네."

국경까지 40km 정도가 남았다.

"라트비아로, 유럽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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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51일 / 흐림
세메노브스코예-노보소콜니키
라트비아로 가는 여정, 계속해서 흐린 날씨와 비가 계속된다. "춥다. 추워!"


이동거리
109Km
누적거리
16,902Km
이동시간
8시간 03분
누적시간
1,217시간

 
M9도로
 
M9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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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영하로 떨어지고, 비가 내리는 추운 날씨다. 텐트, 침낭 그리고 어제 저녁 물에 빠진 신발과 양말, 모든 것이 눅눅하고 축축하다.

가지고 있던 비상식도, 식수도, 휘발유도, 핸드폰의 데이터도 모두 떨어졌다.

"어떤 것부터 보충해야 하나?"

커피를 끓이고, 오트밀의 물을 끓이다 휘발유가 떨어지며 버너의 불이 꺼져버린다. 미지근한 물에 오트밀을 불린 후 아침을 해결한다.

"일단 식량과 휘발유가 필요해."

"무섭게 곰의 사진을 쓰냐."

습지와 같은 음침한 숲의 분위기, 곰이 나와도 이상할 것 같지 않다.

뿌연 회색빛 하늘, 눈이 내릴 것 같다.

계속되는 오르막길, 바람마저 강하게 불어와 페달링의 속도가 느리다.

한 시간 반, 첫 번째 라이딩을 끝내고 잠시 쉬어간다.

이글과 보바에게서 동시에 메시지가 오고, 이글에게 영상 통화가 걸려오지만 데이터가 소진되어 통화가 안 된다.

다행히 수신된 메시지는 확인을 할 수가 있다. 보바는 상트 페테르부르크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고 한다.

흐리던 하늘이 갑자기 화창하게 변하더니.

그것도 잠시뿐, 무거운 회색빛 구름이 심상치가 않다.

두 번째 휴식을 하며 삐거덕 거리던 체인에 오일을 바르고, 불쾌한 잡음이 계속되던 크랭크를 확인하니 비비가 이상한 것인지 크랭크 축이 흔들거린다.

"육각 비비도 아닌데, 이게 흔들거리네."

큰 도시에 가면 수리를 해야겠다.

휴식을 끝내고 출발을 하자 이내 눈보라가 휘몰아친다.

싸릿눈이 따갑게 얼굴을 때리고, 전방의 시야가 완전히 흐려진다.

"손도, 발도 시리네."

싸릿눈, 함박눈, 빗방울이 번갈아가며 휘날리는 길을 달려간다.

1시, 도로변의 작은 마을을 지나치며 주유소로 들어간다. 주유를 하는 차량도, 사람의 인기척도 없는 한산한 주유소다.

"설마, 닫힌 건 아니겠지."

입구에 놓인 핸드폰 요금 결제를 할 수 있는 자동화 기기가 눈에 들어온다.

"이건 되는 건가? 일단, 밥부터 먹자."

카페에 들어가 메뉴판의 첫 번째 메뉴들을 주문하고, 카페의 와이파이를 연결했다.

보바에게 짧은 답장을 하고, 방송 파일들을 다운로드한다.

번역기를 사용해서 여직원에게 핸드폰 데이터를 충전할 수 있는지 묻자 의사소통의 답답함을 표정 짓던 여직원은 긍정의 제스처를 한다.

러시아는 핸드폰 데이터라고 부르지 않고 밸런스라고 부르는 것 같다.

"폰 데이터, 밸런스! 인터넷!"

순식간에 음식들이 사라지고, 여직원에게 다가가 데이터 충전을 어떻게 하는지 물어본다.

여직원이 잠시 안절부절하는 사이, 카페로 들어서건 남자가 영어로 말을 걸어온다.

"오호. I want to recharge my phone data. Possible?"

"Yes. No problem."

"I need a data for 2 to 3 days. How much is..?"

"I think... Maybe 200 rubles."

"Is not enough for 100 rubles?"

"I don't know. Maybe 200 rubles."

남자의 도움으로 핸드폰 데이터를 충전하고, 남자와 인사를 나눈다. 남자는 영화 프로듀서라며 자신을 소개한다.

주유소의 사무실 겸 마트로 들어간다. 버너의 연료통을 들고 연료를 살 수 있는지 물어본다.

의아하게 쳐다보던 여직원은 물을 달라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 같다.

"퓨얼, 가솔린, 개솔린!"

여전히 빨간색 연료통에만 관심을 보이는 여직원에게 '95'의 숫자를 적어 보여주니 이해를 했다는 듯 싱긋 웃는다.

여직원은 종이에 1리터 46루블이라며 적어준다. 여직원의 종이에 0.5리터를 적으며 연료통의 눈금을 가리키니 난감한 웃음을 짓는다.

밖으로 나갔던 영화 프로듀서가 다시 들어와 나에 대해 소개하더니 여직원과 짧은 대화를 한다.

"1리터 단위로 사야 해."

"그래, 1리터 줘."

연료통에 바로 담아주어도 되는데, 1리터 플라스틱 음료수 병을 잘라 휘발유를 담아준다.

연료통에 다시 휘발유를 담고, 반 정도 남은 휘발유를 어딘가 담아야 한다. 주유소 사무실로 들어 작은 음료수 병이 있는지 묻자 없다고 한다.

냉장고에서 0.5리터 생수를 사서 빈 병에 남은 휘발유를 담는다.

"휘발유보다 물이 더 비싸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휘발유 1리터 46루블, 탄산수 0.5리터 48루블. 주유소에서 파는 물이라 휘발유보다 훨씬 비싸다.

"됐다. 한동안 연료 걱정은 없겠네."

주유소의 여직원이 사진을 찍으며 커피를 마실 건지 물어봐서 고개를 끄덕였더니 나중에 계산을 한다.

"난 또 따듯한 커피 한 잔 그냥 주는 줄 알았네. 괜히 비싼 커피를 마셨어. 낚었어!"

밥을 먹고, 물과 휘발유를 사고, 핸드폰 데이터도 충전을 했다.

"비상식하고 저녁만 해결하면 완벽하겠네."

필요한 것들을 해결하는 사이 3시가 다가오고, 다행히 계속해서 흩날리던 눈발은 사라졌다.

"날씨가 좋아지려고 하는가?"

요란스럽던 날씨의 변화가 잠잠해진다.

계속해서 언덕과 고개를 넘어가는 사이.

천천히 해가 떨어진다.

"저녁을 해결해야 하는데."

도로변에 카페는 나타나질 않고, 다음 주유소까지의 거리도 20km 정도 떨어져 있다.

인터체인지 교차로의 주유소까지 가야 한다. 하얗게 눈꽃이 핀 숲길을 따라 달려간다.

"몽골도 아닌데."

"이렇게 배고프게 달려야 하는가."

배는 고프고, 해는 떨어져 간다.

6시를 전후로 두꺼운 구름 사이로 붉은 석양빛이 물든다.

석양빛을 감상하며 부지런히 달렸지만 고개를 오르는 동안 붉고 붉은 태양은 구름 아래로 사라져 간다.

"아쉽다. 멋졌는데."

구글맵으로 확인했던 교차로 주유소에 도착했다. 지도에서 본 것처럼 주유소 하나만 달랑 놓여있다.

다행히 식료품과 핫도그를 팔지만, 큰 규모의 주유소가 아니라 상품이 다양하지는 않다.

비싸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 도시락 라면과 과자들을 골라들고.

핫도그 두 개를 포장한다.

교차로를 벗어나.

주변의 숲으로 들어간다.

다행히 습지는 아니고, 어둠이 내려앉기 전에 서둘러 텐트를 설치한다.

이글에게 여러 개의 메시지가 들어와 있다. 네트워크가 끊기고, 데이터가 없어서 그동안 답변을 못했더니 자신에게 화가 났는지 묻는다.

"이글, 그럴 일이 있겠니?"

답장을 하자 이글에게 바로 영상 통화가 온다. 너무나 반가운 얼굴, 컴컴한 텐트 안에서 오랜만에 통화를 한다.

포장해온 핫도그로 저녁을 해결하고, 그동안 업로드하지 못한 자료들을 올린 후 잠이 든다.

"아, 왜 이렇게 배고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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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50일 / 흐림
조리노-세메노브스코예
영하로 떨어진 기온과 쌀쌀한 날씨, 라트비아로 가는 여정이 너무나 길게 느껴진다. "왜 끝이 없어!"


이동거리
96Km
누적거리
16,793Km
이동시간
6시간 24분
누적시간
1,209시간

 
M9도로
 
M9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조리노
 
넬리도보
 
세매노브
 
 
3,811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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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도, 다시 쌀쌀하게 변한 날씨다. 어젯밤 약간의 눈이 내렸는지 텐트 위로 좁쌀만 한 싸릿눈이 쌓여있다.

"아, 춥다. 아무것도 하기 싫다."

휘발유도 떨어져 가고, 슈퍼에 가지 못해 비상식도 모두 떨어져 간다.

문자 메시지로 무언가 안내문이 들어온다. 한 달 동안 사용했던 데이터가 모두 소진된 것 같다.

"충전하기가 애매하네."

11시, 늦잠을 자고 추워진 날씨에 게으름을 피운 탓으로 출발이 늦어진다.

노란 자작 나뭇잎이 도로를 뒤덮고.

불어오는 바람결에 '후드득' 춤을 추며 나뭇잎이 휘날린다.

"아고, 오늘 80km 정도 갈 수 있으려나."

12시 반, 첫 번째 라이딩을 마치고 도로변 카페로 들어간다.

생각보다 카페가 없어, 카페가 보일 때 밥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멋지긴 한데, 밤에 보면 무섭겠다."

난감한 글자 메뉴판에서 플롭의 단어를 발견하고, 플롭을 주문한다.

"수프 라그만, 빵 세 개 그리고 커피."

이제는 카페에서 대충 주문을 할 수 있다.

오랜만에 먹는 플롭의 맛은 그저 그랬지만 역시 밥이 든든하다.

카페의 와이파이를 이용해서 자료를 업로드하고, 메인도로 주변의 MTC 매장을 검색했지만 도로변 안쪽으로 들어가야 하는 마을을 제외하고 찾을 수가 없다.

"3일 정도 인터넷 없이 지낼까."

두 번의 라이딩으로 50km 정도를 이동하고, 늦은 출발이었지만 부지런히 달린 덕에 넉넉히 80km는 이동할 수 있을 것 같다.

쌀쌀한 날씨, 손과 발이 시려온다.

잠시 휴식하는 동안 빠르게 땀이 식으며 한기가 느껴져 출발을 서둘러야 한다.

도로 라이딩의 심심함을 달래주던 라디오 음악도 없고.

차량들의 소음 속에서 노란 단풍들만이 지루한 라이딩의 작은 즐거움을 준다.

4시 반, 추운 날씨 속에서 거리를 줄이기 위해 페달을 밟던 중 나를 지나치며 엄지를 치켜세우던 오토바이 한 대가 천천히 갓길로 정차를 한다.

기다리던 오토바이로 다가가니 한국 번호판의 오토바이다.

송달성, 오토바이를 타고 유라시아를 횡단하고 있는 청년과 인사를 하고 짧은 대화를 나눈다.

"한국 사람 두 번째로 보네."

"누구요?"

"포항 번호판인데, 은호?"

"원희 아니에요?"

"아, 원희!"

"저, 그 형 만나러 가고 있어요."

세상은 참 넓지만, 한편 이런 우연들을 생각하면 좁다는 생각도 든다.

비와 눈을 맞고 달려온 달성은 한기로 인해 추위에 떨고 있었다.

"어여 빨리 가서 쉬어. 건강하고!"

젊은 청춘들이 각자의 방법으로 여행을 떠나고 있다는 것이 좋고, 좀 더 많은 청춘들이 세상을 향해 떠나기를 바란다.

그저 잘 먹고살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가치 있는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행동하는 청춘들이 부럽다.

기성세대들의 헌신과 노력으로 빠른 경제 발전을 이루고 민주화를 이루웠듯이, 우리의 청춘들은 새로운 삶의 패러다임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믿는다.

5시, 도로변 주유소의 카페로 들어간다.

저녁을 포장해서 가져갈 생각이다.

"오, 핸드폰 데이터 충전?"

핸드폰 데이터를 충전할 수 있는 자동화 기기가 있지만 고장이 났는지 작동이 안 된다.

카페로 들어가 샤슬릭이 있는지 묻자 비슷한 메뉴가 있다는 제스처를 한다.

"뭔지는 모르지만 고기면 돼."

고기가 들어간 빵을 사고,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앉아있으니 달궈진 소모양의 팬 위에 지글거리는 고기를 테이블로 서빙을 한다.

"포장, 포장!"

옆 사람과 수다를 떨던 여직원은 깜박했다는 제스처를 하더니 종이에 15를 적어 보인다.

동전 지갑을 탈탈 터니 14루블이 나온다. 동전이 든 손바닥을 펼쳐 보이니 여자는 14루블을 집으며 괜찮다며 싱긋 웃는다.

"스바시바."

일반 카페가 없다 보니 비싼 주유소 카페를 계속 이용해야 한다.

고기를 싸 들고 캠핑을 할 장소를 찾으며 달린다. 날은 어두워지지만 도로변의 지형은 산길로 변하며 경사가 지거나 숲의 주변은 습지와 같은 형태로 바뀐다.

물이 고여있는 도로변의 숲이 계속 이어진다.

"뭐야? 이 습지는."

5km 정도 가려던 길을 10km가 넘도록 달리고, 비포장길로 들어서는 갈림길의 안쪽으로 들어간다.

물이 고여있는 곳을 모르고 지나가다 신발이 빠진다. 어두워지고 수풀이 자라나 있어 고여있는 물이 보이질 않는다.

"젠장, 양말까지 다 젖었네."

서둘러 텐트를 치고, 주변을 보니 나무숲 주변이 넓은 습지처럼 보인다.

"에쉬, 곰이 나오는 건 아니겠지?"

이곳을 오는 동안 도로 주변의 노점은 과일이나 말린 고기 등을 팔던 다른 곳과 달리 모피나 곰과 같은 동물의 박제들을 많이 팔고 있었다.

"몰라. 곰이 오면 잡아먹지 뭐."

밤의 기온도 영하로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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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49일 / 흐림
쿠즈민카-조리노
자정이 조금 넘어 깨어버린 잠으로 밤을 지새우고 만다. "너는 정말 지독하게도 찾아든다."


이동거리
123Km
누적거리
16,697Km
이동시간
7시간 26분
누적시간
1,202시간

 
M9도로
 
M9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쿠즈민카
 
르제프
 
조리노
 
 
3,715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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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1시쯤 잠이 깨어 아침까지 잠들지 못한다.

"나의 전부를 벗고
알몸뚱이로 모두를 대하고 싶다.
그것조차
가면이라고 말할지라도
변명하지 않으며 살고 싶다.
말로써 행동을 만들지 않고
행동으로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나는 혼자가 되리라.
그 끝없는 고독과의 투쟁을
혼자의 힘으로 견디어야 한다.
부리에,
발톱에 피가 맺혀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숱한 불면의 밤을 새우며
홀로 서기를 익혀야 한다."

-칼릴 지브란

7시, 출발을 준비하며 아침을 준비하고.

햄버거와 짜장라면, 오트밀까지 아침을 든든하게 해결한다.

"오늘은 멀리까지 달려볼까."

시원하게 굿모닝을 알리고.

9시, 오늘도 달려간다.

비가 내린 후, 날씨는 다시 쌀쌀해졌다.

비는 내리지 않지만 하늘빛은 심상치 않고.

20km를 달리고 잠시 쉬어간다.

오르내리는 언덕과 고개들은 계속 이어지고, 멀리 보이는 하늘은 검은 구름이 비를 뿌리며 빠르게 흘러간다.

"빠르다. 빠르다. 그러게 벌써 9개월을 달렸구나."

순식간에 시작된 빗줄기에 모두 젖어버린다.

10분 동안 빗속을 달리며 작은 마을을 지나쳐 간다.

하늘은 다시 밝아지고, 간간이 따듯한 햇살이 내비친다. 아마도 오늘 하루는 이런 날씨가 계속될 것 같다.

"리가, 706km."

두 번의 라이딩으로 50km를 이동하고, 도로변의 카페로 들어간다.

"카페, 오랜만이네."

플롭이 없다. 수프와 계란 후라이를 주문한다.

"계란 후라이가 사진하고 다르잖아."

러시아의 수프는 자극적이지 않고 편안한, 정말 괜찮은 음식이다.

1시, 카페에서 빵 두 개를 포장하고 오후의 라이딩을 시작한다.

잠시 도로 공사구간을 지나치고.

이슬비 같은 빗방울이 흩날리다 다시 맑은 하늘이 열리고를 반복한다.

다채로운 구름빛의 하늘이 시시각각 변화하며 마음을 사로잡는다.

하늘, 구름빛의 유혹이다.

"나의 삶은 어떻게 변화 중일까?"

하늘의 구름만을 바라보며 페달을 밟는다.

아무런 잡념도.

생각도.

그리움도.

외로움도 없다.

혼자서 외롭지 않겠냐고 물었다.

늘 외로워서 외롭다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고 대답했다.

살아오는 동안 내가 느낀 감정이 외로움이라는 것이라면 외롭다는 감정은 너무나 잔인한 것이다.

나는 그것을 외로움이라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단지, 그것은 알 수 없는 슬픔.

나조차도 알 수 없는 그 감정의 깊이는 누구에게 말해줄 수도, 드러낼 수도, 나눌 수도 없는 마음의 병이다.

"외로움이 무엇인지 알아?"

혼자라서 외롭지는 않다.

외로움이 두려웠다면.

널 떠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네가 없어 외롭다.

나에게 외로움이란 그것뿐이다.

늘 외로워서 나는 외로움을 모른다.

나는 외로움을 모른다.

해가 저물어 간다.

"카페를 찾아야 하는데."

구글맵으로 도로변 카페를 검색하고.

7km 정도를 더 이동하고서야.

도로변에 작은 카페가 있다. 라트비아가 가까워질수록 카페를 찾는 것이 힘들어진다.

"러시아 미녀는 액자 속에 존재하는군."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샤슬릭이 있는지 묻자 샤슬릭이 있다고 한다.

"앗싸!"

샤슬릭 한 꼬치와 작은 만두를 포장하고, 시원한 맥주를 두 병 산다. 슈퍼도 없고, 다른 카페도 없어 선택의 여지가 없지만 조금 비싸다.

"됐다. 맛있게 먹으면 그만이지."

카페를 나와 조금 이동을 한 후, 근처의 나무숲에 바로 텐트를 칠 생각이다.

"노을이 좋네."

잠시 저물어가는 석양빛을 바라보고.

도로변 숲으로 들어간다.

뭔가 눅눅한 숲의 기운이다.

적당한 자리를 여기저기 살펴보고.

딱히 좋은 자리가 없어 그냥 텐트를 펼쳤다.

도로변에서 약하게 잡히던 네트워크는 바로 끊어져 버린다.

적은 양의 샤슬릭과 작은 만두들, 슈퍼 가격의 두 배나 되는 값비싼 맥주로 맛있는 저녁을 하고 침낭 속에 파묻힌다.

"날씨 탓에 라트비아로 가는 길이 꽤 고단하고 멀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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