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8일 : 2018.11.15 / 맑음・16도

목포 평화광장-영산강 자전거도로-무안-영산포-나주역

지난 5일간의 와일드캠핑으로 노곤해진 몸을 달래는 따듯한 샤워기의 물과 전기판을 밑댄 침대에 누워 오랜만에 게으름을 피웠다. 아침 7시, 이제는 버릇같은 착각을 일으키는 시간에 눈을 뜨고 멍하니 의미도 없는 TV를 켜놓은채 청량한 새소리와 상쾌한 바람에 산들거리는 커튼의 움직임만을 응시하였다. "오늘은 게을러지고 말테야"

이동거리

72.89Km

누적거리

2,339.56Km

이동시간

7시간 17분

누적시간

136시간 01분


무안
죽산보
36Km/4시간 20분
37Km/2시간 57분
목포
몽탄대교
나주역
 
 
2,340Km

 

 

 

 

 

 

 

 

 

 

 

 

 

 

 

 

 

 

 

 

 

 

 

 

 

 

 

 

 

 

 

 

 

 

 

 

 

 

 

 

 

 

 

 

 

 

 

 

 

 

 

 

 

 

 

 

 

 

 

 

 

 

 

 

 

 

 

 

 

 

 

 

 

 

 

 

 

 

 

 

 

 

 

 

 

 

 

 

 

 

 

 

 

 

 

 

 


 

 

 

 

 

 

 

 

 

 

 

 

 

 

 

 

 

 

 

 

 

 

 

 

 

 

 

 

 

 

 

 

 

 

 

 

 

 

 

 

 

 

 

 

 

 

 

 

 

 

 

 

 

 

 

 

 

 

 

 

 

 

 

 

 

 

 

 

 

 

 

 

 

 

 

 

 

 

 

 

 

 

 

 

 

 

 

 

 

 

 

 

 

 

 

 

 

 

 

 

 

 

 

 

 

 

 

 

 

 

 

 

 


 

GPS 정보

 


D+17일 : 2018.11.14 / 날이 좋은 제주・18도

표선해변-섭지코지-성산일출봉-세화해변-월정해변-김녕해변-함덕해변-삼양해변-제주7부두-목포항-평화광장

푸른바다 제주도의 3일차, 표선해변의 넉넉한 캠핑장에서 여전히 차가운 바람의 제주 아침을 맞았다. 성산일출봉을 지나 제주항에 이르는 코스만이 남았는 제주일주 여행. 전형적인 제주의 날씨, 따듯한 가을볕과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제주에서 특별한 가을의 하루를 보낸다.

이동거리

268.74Km

누적거리

2,266.67Km

이동시간

11시간 13분

누적시간

128시간 44분


해안자전거길
퀸메리호
83Km/5시간 29분
185Km/4시간 45분
표선해변
제주항
목포항
 
 
2,267Km

 

 

 

 

 

 

 

 

 

 

 

 

 

 

 

 

 

 

 

 

 

 

 

 

 

 

 

 

 

 

 

 

 

 

 


 

 

 

 

 

 

 

 

 

 

 

 

 

 

 

 

 

 

 

 

 

 

 

 

 

 

 

 

 

 

 

 

 

 

 

 

 

 


 

 

 

 

 

 

 

 

 

 

 

 

 

 

 

 

 

 

 

 

 

 

 

 

 

 

 

 

 

 

 

 

 

 

 

 

 

 

 

 

 

 

 

 

 

 

 

 

 

 

 

 

 

 

 

 

 

 

 

 

 

 

 

 

 

 

 

 

 

 

 

 

 

 

 

 

 

 

 

 

 

 

 

 

 

 

 

 

 

 

 

 

 

 

 

 

 

 

 

 

 

 

 

 

 

 

 

 

 

 

 

 

 

 

 

 

 


 

GPS 정보

 


D+16일:2018.11.13 / 맑음・18도

하모해변-산방산-중문-강정마을-외돌개-서귀포항-정방폭포-쇠소깍-위미항-표선항

찬바람이 세차게 불던 제주의 밤, 이른 저녁부터 피곤에 잠들어 꼬박 12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잠이 깨였다. 찬기운이 무겁게 몸을 주저앉히는 아침을 이른 새벽의 밝은 해오름으로 기분전환 하였다. 오늘도 아름다운 제주를 달려보자.

이동거리

80.96Km

누적거리

1,997.93Km

이동시간

7시간 06분

누적시간

117시간 31분


한강자전거길
남한강자전거길
44Km/4시간 34분
37Km/2시간 32분
모슬포
서귀포항
표선항
 
 
1,997.93Km

 

 

 

 

 

 

 

 

 

 

 

 

 

 

 

 

 

 

 

 

 

 

 

 

 

 

 

 

 

 

 

 

 

 

 

 

 

 

 

 

 

 

 

 

 

 

 

 

 

 

 

 

 

 

 

 

 

 

 

 

 

 

 

 

 

 

 

 

 

 

 

 

 

 

 

 

 

 

 

 

 

 

 

 

 

 

 

 

 

 

 

 

 

 

 

 

 

 

 

 

 

 

 

 

 

 

 

 

 

 

 

 

 

 

 

 

 

 

 

GPS 정보

 


D+15일:2018.11.15 / 구름, 맑음・16도

여수항-제주항-용두암-이호태우해수욕장-곽지해수욕장-한림항-협재해수욕장-해거름공원-신창리풍차마을-차귀도-모슬포항-하모해변

여수항을 떠난 배는 아침 7시 맞춰 제주도항에 도착하였다. 비가내린 후의 흐리고 바람이 세차게 불어오는 제주.

이동거리

261.84Km

누적거리

1,916.97Km

이동시간

11시간 12분

누적시간

110시간 25분


여수항-제주항
차귀도
183Km/5시간 12분
79Km/6시간 00분
여수항
제주항
모슬포
 
 
1,917Km

 

1시 40분에 출항하는 제주도행 골드스텔라호를 승선하기 위해 엑스포 여객선 터미널에서 대기하였다. 추적 추적 내리던 빗줄기는 제법 겨울비처럼 내리기 시작하였다.


패니어와 짐들을 다시 정리하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갈아 입었다. 콘센트가 있는 대기실의 좌석에서 전자기기의 충전과 함께 여행의 기록들을 정리하며 시간을 보내었다.


11시가 다가오자 조금씩 여객선 터미널은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하였다. 매표가 시작되어 제주행 골드스텔라호의 3등 객실 승선권을 구매하였다.


 

12시 40분. 승객들의 승선 전 화물차량의 선적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자전거를 끌고 차량들이 여객선 후미쪽 화물칸의 입구로 이동하였다.


 

 

화물칸의 입구쪽에 자전거를 기대어 움직이지 않도록 세워두었다. 제주도 여행을 가는 어르신들의 자전거가 함께 실어져 있었다.


 

 

 

자전거를 화물칸에 넣어두고 다시 여객터미널의 대기실로 들어왔다. 20여 분이 지나자 승선을 알리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승선권과 신분증을 확인하고 여객선의 승선이 시작되었다. 


 

 

 

 

 

2층의 화물칸을 지나 객실로 오르는 계단 통로로 사람들을 따라 계단을 오르니 3층 일반객실들과 4층의 우등객실이 나왔다.


 

울릉도의 고속 여객선과 달리 일반 객실은 넓은 방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아무 객실이나 편한 곳에 자리하면 된다. 콘세트가 있는 자리를 찾아 자리를 잡았다.


 

자리를 잡고 노트북과 핸드폰을 충전하기 위해 콘센트를 보는 순간 "이건 뭐지?" 하였다. 3구짜리 콘센트였다.


 

자리잡은 곳에 무릎 담요와 여행 안내 책자를 놓아두고 여객선의 내부 구경을 하기 위해 일어섰다.


 

 

 

 

3층은 매점과 식당이 들어서 있다. 메뉴들을 보니 가격들이 만만치 않다.


 

 

객실 중앙의 원형 계단으로  우등 객실이 있는 4층으로 올라갔다. 티비가 설치되어 있는 휴게실은 어르신들의 개인 침대로 변하였다.


 

오락실과 안마의자가 놓인 휴게실. 역시나 안마의자들을 어르신들의 차지가 되었다.


 

 

 

 

 

 

 

노래방과 보드 게임장 같은 곳도 있었다. "별개 다 있네."



 

3층으로 내려와 매점에서 맥주와 오징어구이를 사서 심심한 입을 달래었다. 시원한 맥주맛이 좋았지만 조금씩 피곤이 밀려 들었다.


 

객실 자리로 돌아가 잠깐 잠이 들었다. 커다란 골드스텔라호의 규모에 비하면 승객의 수가 많은 편이 아니여서 편안하게 쉴 수가 있었다.


  

 

 

 

7시가 조금 넘어 여객선은 제주항에 도착하였다. 3시간 남짓 잠들었던 탓인지 몸이 무거웠고 피곤하였다. 새벽에 출발하여 아침에 도착하는 여객선의 운행시간은 제주 여행을 하는 시간에 있어서 좋을 것 같지만 바로 잠들지 못한다면 피곤하여 오히려 제주도 여행을 하는데 장애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선 전, 미리 자전거를 놓아둔 화물칸으로 이동하여 화물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문이 열리자 나를 비롯하여 자전거를 먼저 안전하게 내리게 한 후 차량들이 움직였다.


 

 

 

 

 

 

 

 

 

 

 

 

 

 

 

 

 

 

 

 

 

 

 

 

 

 

 

 

 

 

 

 

 

 

 

 

 

 

 

 

 

 

 

 

 

 

 

 

 

 

 

 

 

 

 

 

 

 

 

 

 

 

 

 

 

 

 

 

 

 

 

 

 

 

 

 

 

 

 

 

 

 

 

 

 

 

 

 

 

 

 

 

 

 

 

 

 

 

 

 

 

 


 

GPS 정보

 


D+14일:2018.11.11 / 흐림, 비・18도

여수신항-거북선대교-진목리-안굴전-무슬목-죽포항-작금항-돌산항-무슬목-돌산대교-엑스포항

제주도 배편의 결항으로 생긴 여수에서의 하루. 여러 고민끝에 돌산도를 일주하기로 결정했다. 낭만거리에서 만났던 어르신께서는 화양면쪽을 일주하라 추천해주었는 조금 짧은 거리를 라이딩 하고 제주로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해양도시 여수가 아닌 섬의 여수를 만나러 간다.

이동거리

68.26Km

누적거리

1,655.13Km

이동시간

6시간 35분

누적시간

99시간 13분


거북선대교
돌산대교
42Km/4시간 24분
26Km/2시간 11분
여수신항
돌산항
엑스포항
 
 
1,655Km

 

6시 30분, 7시의 알람을 미루고 여분의 잠을 청하였다. 뭔가 꿈을 꾸듯 피곤하게 깨인 아침 8시 10분. 텐트안이 환하게 밝아지기 시작했고, 천장을 바라보는 시선에 작은 물방울들이 맺혀이는 것이 보였다. 밤이슬에 축축하게 젖어있는 텐트, 안과 밖의 온도차에 의해 방울져있는 물방울들.


침낭의 외피가 눅눅하게 느껴졌다. "언제 딱지.." 생각하며 따듯한 침낭안을 벗어난다.

 

 

이제는 제법 익숙하고 아무렇지 않은 일처럼 패니어에 물건들을 정리하고, 갈수록 부피가 줄어들고 있는 침낭을 돌돌말아 정리한다. 하루일정의 여유가 있어 물기를 잔뜩 먹은 텐트를 수건으로 닦아내고 떠오르는 태양빛과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말리며 한가로운 아침을 시작하였다.


 

거북선대교를 넘어 돌산도를 일주할까, 여수시청을 지나 화양면을 일주할까 고민하다 제주도 일주를 위해 조금 편안한 라이딩을 하고싶었다. 이순신대로로 이동하여 어제 넘지못한 거북선대교를 넘었다.


 

거북선대교 옆, 돌산공원과 연결되어 있는 케이블카. 내가 케이블카를 타본적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딱히 흥미는 없다.


 

거북선 대교를 넘어, 어제의 건너편 모습이 궁금하여 77번 국도를 벗어나 해안길로 접어들었다. 키조개 양식업을 하는 듯 버려진 패각들. 


 

대형화물선을 정비하는 곳인지 건조하는 곳인지 알수없는 여수해양. 가까이서 보니 위압감이 느껴지는 커다란 크기였다. 조금더 지나니 이번에 어선을 정비하는 허름한 작업장이 나왔다. 길건너 아주 오래된 목선같은 배들이 판자촌처럼 올려져있었다.


뭔가를 두들기는 망치소리가 쿵쿵 울려나왔다. 순간 원피스의 메리호를 고치기 위해 쿵쿵거리며 망치질을 하던 메리호의 영혼 장면이 생각났다. 약간은 을씨년스러운 풍광이였고, 해안길이라는 좋은 자산을 방치하고 있는 느낌이 들어 아쉽다는 짧은 생각이 들었다.


길을 따라 조금 내려가니 방파제가 나오고 길이 끊겨있었다. "길을 잘못 들어섰나" 생각하며 방파제에 올라 잠시 쉬며 길을 찾았다. 동네의 작은 마을길을 따라 이동하면 다시 77번 국도와 만나게 된다.


마을길을 업힐을 하기에 엄두가 안나는 경사로였다. 자전거를 끌며 여러번 멈추어 숨을 쉬었다. "섬에서 길을 잘못들면 혹독한 시련이 찾아와" 생각하였다.


 

오동도 팬션 앞, 힘들게 끌바를 이어가는 나를향해 길을 지나던 어머님이 "머를 그리 많이 실으셨오?" 하며 웃으셨다.


 

길가 주변 피어오른 소국, 나는 이 꽃을 가장 좋아한다. 각양각색의 색깔들과 소박한 향기 그리고 풀냄새 진한 가을의 꽃을 참으로 좋아한다. 끌바의 와중 한손에 카메라를 들고 휘청이는 자전거를 지탱하고서 "너만은 놓칠수 없지"



포장조차 제대로 되지않은 길을 오르고 마주한 커다란 소나무 두그루. 오래된 소나무보다 시골 작은 마을의 사거리까지 신호없는 로터리길로 만들었다는 것이 재미있었다.


 

소나무 사이 작은 평상이 2개 넣여있어 잠시 쉬려고 하다 소나무 밑둥에 소주와 막걸리가 뚜껑만 따진체로 놓여있는 것이 보였다. 마을의 수호신에게 제주라도 올린 것일까.


 

 

 

 

어렵사리 다시 들어선 77번 국도를 조금 달리다 다시 해안으로 빠지는 길. 다시 길을 헤매일 것 같은 마음에 조금 망설이다 "고니"라는 단어에 혹하여 굴전리로 향하였다. 물론 고니는 볼 수 없었다.


 

 

마침 굴을 수확하는 어선을 만났다. 통영에서 보았던 가리비를 엮은 무더기가 어떻게 쓰이는지 궁금하였는데, 가리비 패각에 굴들이 붙어있다.


 

역시나 안굴전방파제를 끝으로 길을 없었다. 피로가 급하게 밀려들었다. 길을 돌아 몇몇개의 펜션을 끼고 이어지는 업힐길 그리고 긴 끌바의 길 끝에 핀란드의 아침 펜션앞 멀리 무슬목해변이 펼쳐졌다. 


 

무슬목해변 앞, 해양수산과학관이 보였다. "시간도 많은데 구경해볼까"


자동티켓 발매기 앞에서 숨을 돌리던 중 한 여성분이 말을 걸어왔다. "자전거를 타는 멋진분이 누군가했더니, 선생님이셨네요" 하였다.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네고 과학관 안으로 들어서니 천장까지 이어진 커다란 수족관이 세워져있었다.


 

 

 

 

쥐치. 후포에서 사장님이 주셨던 단맛이 매력적이였던 세꼬치회중 하나. "그 맛나던 놈이 너구나"


 

 

알록달록 니모들도 보이고, 자세이 보려고 가까이 가면 돋보기를 눈앞에 댄 것처럼 눈이 되게 아프다.


 

 

 

동굴처럼 인테리어 된 내부에 각각의 어종별로 설명과 함께 수족관에 담겨있다.


 

 

 

 

해마,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움직이질 않는 놈. 그래도 참 신비한 생물이다.


 

 

 

 

순간 눈을 의심했다. 참돔만한 크기의 원색의 커라란 물고기의 눈과 몸에서 빛이 발하고 있었다. 신기하여 가까이 바라보니 로봇물고기였다. "어라, 명박이가 갖고놀던 로봇물고기하곤 차원이 틀리네. 대박"


 

 

 

 

 

 

 

 

 

 

2층 전시관엔 생물들의 도감과 표본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아이들에게는 좋은 교육공간이 될 것 같았다. "아이는 없다마는"


 

 

 

 

 

 

 

 

 

 

 

실외의 별관. 체험수족관, 보고 만지고 느끼는 컨셉과 달리 "눈으로만 보고 만지지는 마세요!" 안내문은 뭐라니.


 

 

 

 

 

 

 

 

방죽포항에 들려 잠시 휴식을 취했다. 조금씩 밀려드는 허기에 페달링이 무거워지고 있었다. 남은 쵸코바 하나를 마저 깨물었다.


 

나지막하게 이어지는 업힐과 다운이 반복되고 대율항을 지날때쯤 항일암의 이정표가 보이는 삼거리가 나왔다. 돌산도의 지도를 보면 항일암쪽은 막다른 길이고 작금항으로 가는 지도에 큰 S자모양 도로 모양이 나온다. 그 모양이 심상치가 않았는데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가 않는다. 


성두치를 넘는 고개, 20여분동안 경사도가 있는 고갯길을 올랐다. 정상에 올라 원망스런 풍력발전 바람개비를 바라보며 덥혀진 몸을 잠시 식혔다.


 

 

 

길게 이어지는 다운길, 더운 땀이 날아가며 차가운 기운이 느껴졌다. 흐려진 날씨의 바다풍경을 두고 오래된 고목이 눈에 들어왔고, 한편으로 다시 시작되는 업힐의 고갯길이 보였다. 


 

 

 

이 곳에도 고목의 밑에 막걸리가 놓여있었다. "바다에 나가기 전에 올리는 것인가?" 궁금하였다.


 

 

 

흐린 날씨탓에 주변 도서의 풍광이 아쉬웠다. 날이 맑았다면 아름다운 풍경이였을 것 같다.


 

 

여수의 도로는 특별히 신호등으로 관리해야할 곳이 아니면 모두가 로타리길로 되어있다. 여수에 도착하여 신호등이 있는 사거리는 세곳정도밖에 보지못한 것 같다. 자전거를 끌고 신호등을 건널때 도로가 몇없어 차량통행이 굉장히 많은 이 곳에서 조금 난감했다.


 

 

멀리 보이는 화태대교. 돌산도와 화태도를 잇는 다리이다.


 

 

 

 

 

 

 

 

 

 

 

 

 

 

 

 

 

 

 

 

 



 

 

 

 

 

 

밴댕이 젖갈의 고추장 고추절임. 밴댕이와 함께 먹는 맛이 매콤하니 맛있었다. 


 

3시 30분. 식사를 마치고 나오자 하늘에서 툭하니 뭔가가 떨어졌다. 고글을 쓰고 있어 날의 흐림에 약간 둔감해져 있었지만 예보에 없던 비가 내릴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밥을 먹으며 남은 20여Km는 천천히 두시간 정도면 넉넉하겠지 생각했는데.


하늘의 색으로 보아 두여시간후면 제법 내릴 기세이다. 갑작스런 날씨 변화에 마음이 급해졌다. "비를 맞고 싶진않다구"


돌산읍을 빠져나와 드롭바의 언더를 잡고 내달리기 시작했다. 빠르면 1시간 반, 늦어도 2시간이면 충분할테니 그때까지만 하는 마음이였다. 돌산대교를 향하는 쪽으로 이동할수록 빗방울은 굵어지고 있었다. 


몸이 젖을 정도는 아니였지만 가랑비에 옷이 젖듯 고글의 앞면이 빗방울로 흐릿해져 갔다. 송사마을부터 시작되는 자전거도로를 따라 해안가길을 택하였으나 여수의 자전거길은 일반도로의 30~40센티 가량을 안쪽으로 내어 선을 그어놓은 것에 불과하다. 


50센티에서 1미터 사이의 자전거도로, 그냥 형식상의 자전거도로일뿐 일반도로의 갓길보다 못했고 잔돌들이 많아 더 위험해보였다. 차량의 통행은 많았지만 그런데로 조심스레 지나치는 차량들로 인해 안전하게 달릴 수 있었다.


4시 40분, 한시간 십여분만에 목적지인 돌산대교에 도착하였다. 여행자에게 비는 이렇게나 무섭다. 없던 다리의 힘에도 무서운 페달링을 가능케하니 말이다.


 

점심을 먹은지 얼마되지 않아 배가 고프진 않았다. 제주도행 배가 출발하는 엑스포항으로 바로 이동하였다. 오늘 보려던 불꽃쇼는 비로인해 취소되었고, 어제보았던 스카이타워 전망대에서 오르간 연주소리가 우렁차게 울려퍼지고 있었다.


세계 최대의 오르간 파이프라는 설명구를 본것 같았는데, 건물밖의 기둥이 오르간 파이프인줄 다시 보고 알았다. 연주가 몇곡 계속되는 동안 연주실력이 나쁜건지 저 거대한 파이프의 음향이 나쁜건지 그리 좋은 소리가 아니였다.



 

GPS 정보

 



D+13일 : 2018.11.10 / 맑음・18도

광양여객터미널-이순신대교-묘도대교-여수-여수엑스포역-오동도-낭만거리-돌산대교

새벽 4시 30분, 간밤에 울린 카톡알림으로 잠이 깨고 말았다. 여수에서 제주로 향하는 여객선은 새벽 1시 40분에 출발한다. 광양에서 여수까지 광양만을 돌아 70Km의 거리를 이동하여 여수 일주를 하기에는 너무나 부담스러운 거리. 그렇다고 여수를 그냥 지나쳐 가기엔 여수가 무척 궁금하였다. 시간을 줄이기 위해 일출과 함께 출발하여 광양에서 여수로의 다이렉트 이동경로 이순신대교를 넘어 묘도를 넘기로 결정하였다. 

이동거리

48.01Km

누적거리

1,586.87Km

이동시간

5시간 45분

누적시간

92시간 38분


이순신대교
오동도
27Km/2시간 15분
21Km/3시간 30분
광양
신덕해변
여수
 
 
1,587Km

 

서리가 내려앉은 아침, 텐트의 주변에 커다란 가족용 텐트가 설치되어 있었다. 어제밤 잔디밭을 뛰어놀던 아이 가족의 캠핑용 텐트 같았다.


여수로 넘어가는 이순신대교를 넘기위해 멀리 보이는 대교의 교통량을 확인해보고 서둘러 짐들을 정리하였다. 제주로 넘어가기전 여수에서의 시간을 조금더 보내기 위해 광양과 여수를 잇는 이순신대교를 다이렉트로 넘을 생각이다.


광양만을 돌아 내륙으로 이동하는 경로보다 40Km 정도의 거리가 줄어들어 여수에서의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광양제철소의 뒷편으로 떠오르는 태양빛이 여느 해안 일출의 붉은 빛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쉴새없이 뿜어져 나오는 공단의 하얀 증기들 사이로 붉게 피어오르는 도시의 아침은 낯설고 차갑게 느껴졌다.


 

차량의 통행이 많아지기 전 이순신대교를 넘기위해 서둘어 이동하였다. 바다위 80미터 높이로 광양에서 묘도까지 이어진 2.3Km의 이순신대교는 위압감이 느껴질만큼 웅장하였다. 


 

"이순신대교 주탑은 높이가 270m로 서울 남산(262m)과 여의도 63빌딩(240m)보다 높고, 세계 최고인 덴마크의 ‘그레이트 벨트교(254m)’보다도 16m 높다. 또 2개의 주탑 사이인 주경간장의 길이는 1,545m로 국내 최장이자 세계에서 일본의 아카시대교(1,990m), 중국의 시호우먼교(1,650m), 덴마크의 그레이트 벨트교(1,624m)에 이어 네 번째다. 1,545m는 이순신 장군의 탄신년을 뜻한다."


 

이른 아침 많지않은 차량의 통행과 넉넉한 갓길로 인해 큰 무리없이 이순신대교를 넘어설 수 있있다. 사진을 찍기위해 잠시 자전거를 멈춰 세우니 오싹한 상하의 출렁거림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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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과 여수를 잇는 이순신대교


우리 나라에서 가장 높고 긴 이순신대교는 경찰고시에 의해 이륜차의 통행이 금지되어 있어 자전거를 이용해 넘지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순신대교를 넘어 묘도에 들어서자 여수의 경계를 알리는 안내와 묘도휴게소가 눈에 들어왔다.


휴게소에 들려 잠시 아침을 해결하려다 바로 이동하였다. 


 

 

묘도와 여수를 잇는 묘도대교를 넘어서자 동그란 이글루들처럼 모여있는 여수의 석유화학단지들이 눈에 들어왔다.


 

 

 

 

살풍경스러운 석유화학단지를 지나 선덕해수욕장에서 잠시 쉬었다. 해수욕장이라기 보다는 검은 갯바위들이 들어차 있는 해변에 가까웠다. 캠핑과 낚시를 하는 사람들 사이로 갯바위에 올라 남해에서의 남은 치킨 몇조각을 마저 해치웠다. 


 

내가 본 해수욕장 중 가장 작은 모레해변이 아닐까 생각한다. 앙증맞기까지한 해수욕장의 갯바위에 앉아 바다건너 남해의 해안면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었다.


 

여수항으로 향하는 잿몰랑고개와 두여개의 고갯길을 넘어 만성리 검은모레 해수욕장을 지났다. 통영일주에서 섬해안의 고갯길들에 익숙해진터라 웬만한 고갯길들은 그저 무심하게 넘어간다.


 

검은모레 해수욕장을 지나 오르던 고갯길의 나무테크 밑으로 깔깔거리는 웃음소리들이 들렸다. 자전거를 세우고 소리가 들리는 아래쪽을 내려다보니 레일바이크를 타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사람들이 보였다. 


 

나무테크가 끝나는 지점, 울릉도에서 보았던 신호등이 달린 미래터널이 나타났다. 


 

 

 

꽤 길어보이는 터널에는 잠시 정차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마주오는 차량을 피할 수 있게 되어있었다. 갱도를 뚫은 그대로의 투박한 암석면을 드러낸 터널은 밝은 조명과 간접조명을 이용하여 멋을 내었다.


 

 

미래터널을 지나 내리막길을 내려오자 좌측으로 여수 엑스포 광장이 바로 보였다. 관광객들로 붐비는 엑스포역은 밝고 경쾌하여 약간의 흥분감을 주었다. 


 

 

엑스포역의 관광안내소에서 여수관광지도를 집어들고 여수 엑스포 여객선 터미널로 이동하였다. 이순신대교를 넘어 이른 시간 여수에 도착할 수 있어 여수를 여행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다.


 

새벽 1:40분 제주도로 향하는 한일고속 골드스텔라호. 예상했던대로 터미널은 텅텅 비어있었다. 출항시간과 배편의 요금등을 확인하는 사이 안내데스크에 놓인 정기휴무의 안내판이 눈에 들어왔다.


"설마, 그러니까 내일이 휴무면 오늘 배가 없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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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행 여객선이 출항하는 여수 엑스포 여객선 터미널


 

오후부터 늦은 저녁까지 여수를 둘러보고 제주로 향하려던 일정이 틀어지고 말았다. 우선 터미널의 2층에 위치한 한일고속의 사무실에 들려 다음날 출항하는 배편의 잔여표와 일정 등을 문의하였다.


"모레 새벽에 출항하는 배편을 예약하고 싶은데요?"


3등객실을 예약하고 싶다하니 2, 3등 객실이면 여유가 많아 당일에 현장구매 하셔도 된다는 안내를 받았다. 2등과 3등 객실의 차이를 물으니 수용인원수와 객실의 카펫같은 것이 조금 다르다고 웃으면서 안내해주었다.  


 

1등, 특등 객실의 요금이 생각보다 비쌌다. "어떤 특별함이 있길래 저리 높은 요금일까?" 궁금해하였다.


 

조금 생뚱맞은 새벽시간의 출항은 이른 아침 제주에 도착할 수 있도록 야간운행을 하는 것 같았다. 저가항공과의 경쟁을 위해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어야할터 자기차량으로 제주도를 여행할 수 있는 것도 좋은 장점이 되겠지만 저렴하고 편리한 렌트카 등의 서비스가 있어 그것이 경쟁요소가 될지는 의문이였다. 


"새벽에 떠나 무박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어 좋기는 하겠는데, 배를 타고 왕복 12시간이 넘는 시간이 비효율적이네."  


 

넉넉한 이틀의 시간이 주어졌다는 생각에 어디로 갈 것인지 결정의 판단도, 무엇을 할 것인지 행동의 움직임도 느려졌다. 따듯한 날씨, 밝은 도시의 분위기와 유쾌한 사람들의 표정이 여유롭게 느껴졌다. 


"오늘은 여수 시내를 둘러보고, 내일 느긋하게 여수를 일주해보자."


 

오동도의 관광 안내판을 바라보며 "오동도, 오동도~"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오동도에나 가볼까?"


오동도를 가르키는 안내판을 따라 도로를 이동하던 중 사람들로 북적이는 식당거리 낙원식당에 들어갔다. 갈치조림정식을 시키니 2인 상차림이라 게장정식만 된다고 하였다.


"네. 게장정식으로 주세요." 


 

 

풍성한 밑반찬과 함께 꽃게장과 간장게장 그리고 된장국물의 꽃게탕이 이내 테이블로 내어졌다. 무언가 잘못 주문한 것인지 한번더 메뉴판을 확인하고서 "뭐 가격을 떠나 전라도에 들어왔구나!" 하였다. 


 

 

점심을 먹으며 저녁으로 무엇을 먹을건지 고민할 정도의 넉넉하고 맛깔나는 상차림이었다.


 

 

 

 

한 공기, 두 공기, 세 공기째를 비우고서야 식사를 마쳤다. 싱싱한 꽃게의 맛도 즐거웠지만 손이가는 모든 반찬들이 하나같이 입맛에 맞아 좋았다.


"통영에서 나는 무엇을 먹은 것인가?" 


 

 

한 공기의 값은 빼주는 사장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건너편 공원에 드러누워 봄날의 따듯함처럼 느껴지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늘어지게 한 숨 자고 싶어지는 날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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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짐한 게장백반 여수 남원식당


 

원초적인 배부름의 만족과 시간의 여유 그리고 너무나 좋은 날씨, 모든 것이 좋았다. 길게 이어지는 관광버스의 줄을 따라 오동도로 향하였다. 오동도를 잇는 오동도 방파제 길에는 사람들로 가득하였다. 차량들은 들어오지 못하는 길을 자전거를 타고 이동할 수 있어서 좋았다. 


 

첫 번째 마주한 거북선. 통영, 남해, 여수까지 이어지는 거북선의 모형들이다. "제법 그럴듯 하네."


 

그리고 음악분수대. 편안한 선율에 맞춰 분수쇼가 펼쳐지고 있었다. 


 

1Km 정도의 오동도 방파제 길을 오가는 동백열차. 


 

 

특별한 무엇가가 있거나 자극적인 아이템들이 즐비한 관광지처럼 느껴지기보다 동네 주변의 큰 광장이나 공원처럼 편안하고 친숙하게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돌산대교를 구경하기 위해 자산공원을 돌아 해안길을 따라 이동하였다. 통영과 남해에서 보았던 케이블카가 자산공원과 돌산공원을 이어 거북선대교의 옆으로 운행되고 있었다.


 

거북선대교의 아래 하멜전시관과 빨간색 하멜등대를 확인하고 이동하였다. 


 

 

 

 

 

 

 

 

14년 동안 억류되어 노역 등으로 갖은 고초를 겪고 가까스로 탈출에 성공한 하멜의 자취를 기념한다는 것이 아이러니 했다. 동인도 회사에 대해 14년간의 임금을 지급받기 위해 기록했다는 하멜 표류기는 읽어보지 못하였으나 서양에 조선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는 사료적 중요성보다 그가 느꼈을 인간적 고통과 두려움에 대해 더 궁금해졌다.


 

 

 

 

 

 

 

 

돌산대교를 가기위해 여수해양공원과 종포해양공원으로 이어지는 낭만거리를 지나게 되었다.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낭만거리에는 공원내 테이블에 앉아 대화를 하거나 커피를 마시거나 노트북으로 무언가를 하는 사람들의 여유로운 시간들이 느껴졌다.


공원의 산책로를 걷고 사진을 찍고 밝은 표정으로 시간을 즐기는 이들에게서 알 수 없는 행복감이 전해지는듯 하였다.   


 

 

 

 

여수 연안여객선 터미널과 수산시장을 지나 작은 언덕을 올라 도착한 돌산대교의 팔각정은 장군도와 돌산도 그리고 여수의 앞바다를 한눈에 둘러볼 수 있었다.


돌산공원에 올라 주변을 더 둘러보고 싶은 마음이 생겨 돌산대교를 넘어 돌산공원으로 향하였다. 자전거 도로가 있어 편안하게 돌산대교를 넘었지만 끊임없이 이어지는 차량들로 신호등을 건너기 위해 15분 정도를 기다려야 했다.


잠시 교통흐림의 꼬여버린 삼거리의 교차로에서 주저하며 주춤하는 사이 신호등을 건너라며 손짓을 해주는 운전자에게 고마움의 인사를 전하고서야 겨우 건널 수 있었다. "아니, 왜 건널목에 신호등이 없는거야?" 


 

 

 

돌산공원길을 따라 이어진 나무테크, 전망이 좋은 곳이란 안내처럼 넓게트인 여수의 풍광이 살랑이는 바람처럼 너무나 좋았다. 멀리 이글루처럼 바다위에 떠있는 것을 가르키며 양식장이라 알려주는 다른 여객들의 대화에 "양식장이 참 독특하게 생겼다" 생각하였으나 나중에 알고보니 해상낚시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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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돌산공원내 전망이 좋은 곳



 

공원내 높이 세워진 기념탑이 있어 궁금하여 다가서니 돌산대교 준공기념탑이었다. "외국 관광객들이 보면 대단한 기념탑인줄 알겠다."


 

 

 

지나왔던 길을 다시 돌아와 낭만거리 도착하였다. 이순신광장에서는 문화공연 같은 행사가 진행중이였고, 낭만거리의 측면으로 빨간지붕의 포장마차들이 분주하게 영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도로변의 카페에 들려 노트북 자료들을 정리하는 사이 천천히 어둠이 내려앉았다. 지금까지 지나온 도시들과는 달리 저녁이 가까워질수록 거리는 사람들로 채워져 북적이는 생동감을 느낄 수 있었다.


"오, 여수 밤바다!"


서둘러 노트북을 덮고 카페를 나와 여수의 밤거리를 구경하였다. 즐거운 궁금증이 불러일으키는 흥분감이 느껴졌다.   



돌산대교를 오가며 느꼈던 도로위의 어색한 교통흐름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도로를 지나거나 건널목 건널때 신호등의 신호를 받은 적이 없었던 것이다. "길에 신호등이 없구나!"


황색 신호등만이 깜빡이는 도로를 차와 사람들이 무리없이 움직이는게 신기하였다. "사람들이 느긋한건가 아니면 익숙해진 편안함인가?" 도심의 도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신경질적인 크락션 소리와 다툼의 고성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길게 이어진 낭만포차들에는 빼곡히 사람들이 들어차 있었다. 해물삼합의 메인 메뉴와 함께 45개의 포장마차의 메뉴들은 엇비슷하였고, 가게마다 특별한 메뉴들이 하나씩 구성되어 있었다. 




천천히 돌산대교와 장군도를 중심으로 밤바다의 불빛들이 켜지기 시작하였다. 자연스레 여수 밤바다의 노랫말을 흥얼거리며 그 야경이 궁금해졌다.




어둠이 짙어질수록 은은한 간접조명의 불빛들은 화려하게 빛을 발하였다. 많은 사람들 틈 사이로 호객의 외침이나 시끄러운 앰프소리 하나 없이 즐거운 웃음들과 호기심의 유쾌한 대화들이 오가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여유롭고 러블리한 동네네. 여수. 마음에 들어."




손님으로 가득찬 낭만포차의 주변을 돌며 머뭇거렸다. 해물삼합이 먹고 싶었지만 많은 사람들 틈바구니에 혼로 앉아 자리를 차지하는 것도 문제였지만 제법 양이 많은 음식을 다 먹지도 못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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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의 낭만포차가 들어서는 종포해양공원



해양공원을 도는 유람선이 공원 가까이 근접하여 공원내의 사람들과 서로간의 즐거운 환호 소리로 인사를 건내었다. 즐거운 사람들과 시간들이다.



30여 분, 포장마차 앞에서 군침만을 흘리며 거리의 사람들을 구경하였다. 사진을 찍어달라 요청하는 사람들과 자전거에 호기심을 보이며 말을 건내는 사람들과 짧은 대화를 나누고 저녁을 먹기 위해 오동도 방향으로 이동하였다.




낮부터 대기줄이 길게 이어지던 돌문어 상회, 무엇을 파는 곳인지 모르겠지만 주로 젊어 보이는 사람들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었다. "유명한 맛집인가 보다."



서울 시내의 화려한 불빛에 비하면 특별할 것 없는 야경이지만 지나치는 대부분이 사람들이 짝을 이뤄 손을 잡고 가는 도시의 느낌은 따듯하고 사랑스러웠다. "여기서라면 누구라도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네."



오동도 주변으로 돌아와 점심을 먹었던 게장백반의 길에 잠시 쉬며 저녁을 무엇으로 해결할 것인지 즐거운 고민에 빠졌다. 점심으로 먹은 게장백반을 제외하고 1인 상차림은 회덮밥이 전부였다.


2인 상차림으로 갈치조림이나 서대회무침 같은 것을 먹고 싶었지만 전라도 밥상의 양이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20여 분을 고민하던 중 멀리서 폭죽이 터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민생고의 고민을 뒤로하고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빠르게 달려갔다. 엠블호텔의 뒤편, 여수 신항 방향에서 화려한 불꽃들이 밤하늘을 수놓고 있었다. 시원한 폭죽소리에 맞춰 즐겁게 환호하는 사람들.



불꽃이 피어오르는 방향으로 이동하던 중 한 무리의 사람들이 밝은 조명탑의 공연장에서 쏟아져 나왔다. 무엇인지 궁금하여 자전거를 끌고 공연장 안으로 들어갔다.




이제 막 끝난 엑스포 공원내의 BIG-O 쇼 공연장이였다. 음악과 분수, 조명과 불꽃이 어울어진 공연처럼 보여졌고 공연을 관람한 사람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즐거워 보였다.



공연의 안내자에게 내일의 공연시간을 묻자 저녁 6:30분 공연이 시작되고 6시에 입장을 한다고 알려주었다. "내일 여수를 일주하고 저녁에 관람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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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불, 빛, 소리의 향연 빅오쇼




저녁을 회덮밥으로 해결하였다. 먹을 것이 너무 많아도 양이 많아도 고민 아닌 고민이다 생각하였다. "내일은 꼭 갈치조림을 먹어봐야지."





저녁을 해결하고 엠블호텔 주변 공원에 텐트를 설치했다. 간혹 공원을 워킹하는 사람들이 지나다녔지만 나름 조용하고 근처에 화장실도 있어 괜찮은 장소였다.



통영에서 보낸 시간의 실망스러움으로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여수였다. 뜻하지 않은 즐거움을 안겨준 여수가 조금 더 궁금해졌고 넉넉한 하루의 시간이 더 남아있음이 즐거웠다.


여수의 화양면과 돌산도, 어느곳을 일주할까 고민하며 하루를 정리하였다.  




 

GPS 정보

 


D+11일 : 2018.11.09 / 바람, 맑음・18도

남해-해안도로-남해대교-하동-섬진대교-광양-광양제철-광양여객선터미널

어제의 우중 라이딩으로 인해 조금의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 바다가 보이는 숙소에서의 나른한 게으름을 뒤로하고 남해의 해안도로를 따라 여수를 향해서 출발하였다. 강한 바닷바람이 나를 밀어내었어지만 계획된 여정이 없는 여행자에게 그것또한 땀을 식히는 시원한 여유로 다가왔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시간을 즐겼다. 조금더 천천히 갈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었다.

이동거리

86.73Km

누적거리

1,538.86Km

이동시간

7시간 27분

누적시간

86시간 53분


죽방해안길
하동
55Km/4시간 51분
31Km/2시간 36분
남해
남해대교
광양
 
 
1,539Km

 

편안하고 좋은 아침이였다. 비가 지나간뒤 바람결에 남은 풋풋한 비냄새와 혼자만의 시간, 되돌아가 처리해야할 정해진 일들이 없다면 며칠쯤 머물고 싶은 편하고 느긋한 시간의 유혹이였다.


"꿈같은 시간이 흘러가고 있어."


 


따듯한 속소의 온기에 비에 젖었던 옷가지와 신발이 뽀송하게 말라있었다. 침대에 누워 게으름을 피우다 몸을 일으켜 여수를 향해 출발하였다.


남해대교를 넘어 남해의 남동방향을 돌아 사천으로 이동했던 지난 여행과 달리 이번 여행에서는 삼천포대교를 넘어 북동방향을 돌아 남해대교로 이동할 것이다. 목적지는 여수로 넘어가는 광양시.


 

나폴리 모텔을 나와 얼마지나지 않은 곳에 멸치쌈밥 남해밥상이 보였다. 통영에서부터 변변한 식사를 못한터이라 아침부터 출출함이 밀려와 자전거를 멈추고 가게안을 살피었다.


이내 여자 주인이 나를 보고 "아직 식사준비가 안되었어요." 하였다. 숙소 주인이 건낸 컵라면과 지난 저녁은 먹다남은 치킨을 패니어에 넣어두었다는 심리적 든든함이 있어서인지 괜찮다 싶었다. 


오히려 24시간 다를것 없는 도시생활의 편리함에 익숙해진 습관이 불편하다 생각되었다.  


 

 

 

길가의 왕후박나무, 지나온 길들에서 마주했던 고목들과는 다르게 짙푸르게 풍성한 나뭇잎을 넓게 펼쳐놓았다. 받침목이 없다면 지면까지 닿을 것 같은 가지의 풍성함이 마치 동굴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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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대벽리 단항왕후박나무


 

 

 


 

 

남해의 안쪽 바다를 품은 창선도의 1024번 지방도로는 큰 오르막 없이 잔잔하게 이어졌다.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도로의 풍경이 낯설다 생각되었다. 해안면에 인접되어 있는 논과 밭 그리고 바다로 이어지는 풍경이 다른 섬들의 해안들과는 색다르게 느껴졌다.


 

 

딱히 개울이나 수로시설이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농업용수를 마련하는지 궁금하였다. "자연 강수만으로 농사를 지으시는가?" 


 

 

 

 

사포항의 방파제에 앉아 잠시 쉬었다. 발을 내리면 바다물에 담길 것 같은 낮은 방파제에 부딪치며 찰랑거리는 파도소리가 좋았다.


 

 

 

남해 본섬으로 넘어가는 창선교 부근에 이르자 대나무와 말뚝을 부채꼴 모양으로 박아 만들어 놓은 죽방렴들이 보였다.


 

 

 


창선도 주변에서 볼 수 없었던 빠른 유속의 바다 가운데 놓인 죽방렴들. 창선교를 넘어 가장 먼저 멸치쌈밥집을 찾았다. 


 

 

남해 해안도로로 들어선 코너의 첫번째 식당 손도죽방장어. 0.1초의 망설임도 없이 자전거를 세우고 문을 열고 들어섰다. "식사되죠?" 


 

메뉴를 둘러보고 멸치정식을 주문하였으나 1인상은 주문이 안된다며 쌈밥을 추천하였다. "1인상을 먹겠다고 하지않았는데.."


여행중 대부분의 먹거리들은 그러했다. "2인이상 주문"


도심을 벗어난 곳에서 홀로 밥을 먹는 사람이 흔치않겠지만 같은 상차림의 비효율성 때문이라면 가격을 조금 높이더라도 1인과 2인의 구별을 하여 메뉴를 구성하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을텐데 생각하였다.


 

멸치쌈밥을 주문하였다. 이전에 한번쯤 먹어보았는지 기억이 가물하였지만 야채와 곁들여 쌈장과 마늘의 향을 느끼는 쌈밥이라는 것이 어지간하여 맛이 없을 수 없는 음식이지 않은가. 


 

가끔 집에서 직접 조리를 하여 먹던 음식처럼 어설픈 느낌의 비주얼이였다. "조림도 아니구 국도 아니구, 이건 뭘까?"


 

미꾸라지만한 크기의 멸치를 넣어 야무지게 한쌈을 하고서 맛있다 감탄하였다. 특별하지는 않았지만 든든하게 한끼를 먹을 수 있는 맛이였다.  


 

맛있다는 두어번의 감탄에 "정식을 먹으면 더 좋은데"하며 추천을 하였다. 혼자라 안된다 하지않았느냐 반문하니 "지금의 찬에 멸치회와 장어구이만 추가하면 되는데요" 하였다.


"그럼 주세요." 


 

 


뒤늦게 올라온 멸치회, 장어구이, 멸치쌈밥으로 오랜만에 든든한 점심을 하였다. 아마도 저녁식사 였더라면 달달한 소주 한잔을 반주로 곁들였을 것이 틀림없다.


 

 

 

음식에 대해, 여행에 대해 친절하게 몇마디가 오가는 식사였고 썩 만족스러운 배부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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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방멸치과 장어구이를 먹을 수 있는 손도죽방장어


 

 

든든한 점심 식사 후 남해읍의 해안도로를 따라 남해대교로 향한다. 조금 거센 바람이 맞바람으로 자전거를 밀어내었다.


 

 

 

 

 

해안과 맞닿아 있는 해안도로는 오르내림 없이 평탄하였다. 비가 내린 다음날의 바람이 없었다면 즐거운 질주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바람이 불면 부는대로 천천히 바람을 느끼며 달리는 느긋함이였다. 


 

 

 

멀리 쇠섬 가까이 낚시를 하는 사람의 모습이 보여 안쪽으로 들어가 보았다. "속았네.."


 

 

쇠섬의 방파제, 이번에는 정말 낚시를 즐기는 사람이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 인사를 나누고 잠시 곁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았다. 루어 낚시를 하다 잘 안되어 미끼 낚시를 한다고 하였다. 딱히 무엇을 잡겠다는 것보다 시간을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


 

 

 

 

남해읍 해안도로를 달리는 동안 만나지 못했던 오르막길은 고작 2분정도면 끝이나는 언덕 하나가 전부였다. 내륙과 고갯길을 넘는 남해의 남쪽해안과는 달리 누구나 편하게 바다를 보며 달릴 수 있는 편한 자전거길이라 생각하였다. 


 

 

 

남해대교에 이르기전 양옆의 벗꽃나무들이 가로수되어 있는 도로를 지나 남해충열사에 도착하였다. 언덕에 위치한 작은규모 사당처럼 보였다.

주위를 둘러싼 벗꽃들이 꽃을 피우면 소박한 정취가 좋을 것 같다 생각하였다.


 

 

 

 

 

 

 

 

 

사당으로 보이는 곳은 공사중이였고 사당 뒷편에 가묘가 놓여져 있었다.


 

 

충열사를 내려오는 길에 멋진 패션을 갖추신 한 노신사분이 말을 걸어왔다. 자신도 자전거를 탄다며 신기한듯 자전거와 패니어에 대해 물으셨다.


"구루마를 끄는 사람도 보고 많이 봤는데, 내가 본 사람중에 짐이 제일 많네 그려. 멋있구만."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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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대교에 위치한 남해충렬사

 

통영 강구항의 거북선은 조금 장난스러워 보였는데 이 곳의 거북선은 제법 멋이 났다. 실제의 크기인지 축소된 모형인지는 모르겠으나 몇척정도 더 놓아두었으면 좋을텐데 생각하였다.


 

 


노량대교가 새로 만들어져 남해대교는 차량의 통행이 줄어들어 다리는 건너는 동안 한대의 차량만이 자전거를 지나쳤다. 


시골의 사진첩을 보면 남해대교를 배경으로 찍은 부모님의 오래된 여행사진이 있다. 한때 우리나라의 가장 아름다운 다리로 불리웠던 남해대교, 수많은 사랃들의 추억속 배경이 되어주었던 랜드마크도 시간의 흐름앞에 놓인 것이다.   


 

한적해진 남해대교의 한 차선을 차지하고 느긋하게 양편의 풍경들을 즐기며 건널 수 있었다. 아쉬운 것이 있으면 또한 좋은 것도 있기 마련이다. 그리 길지않은 다리이니 공원화하여 거닐수 있는 다리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았다. 


 

 

남해대교를 넘어 노량해안길을 따라 광양으로 이동하였다. 멀리 보이는 공업단지의 실루엣이 숨막히게 을씨년스럽다 생각하였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속 죽어가는 도시들의 모습들이 오버랩되었다.


 

 

하동군의 노량해안도로를 벗어나 처음 마주한 생활폐기물 처리장을 시작으로 긴 고갯길이 시작되었고, 하얀증기를 뿜어대던 거대한 기둥들이 무엇인지 궁금하였다.


 

고개를 넘는 내리막길 사이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아주 낡은 제철소나 공업단지를 생각했는데 네모반듯 깔끔하게 들어선 거대한 건물이 나타났다. 하동 화력발전소, 단일건물로 본 가장 크고 넓은 규모의 건물이였다.  


 

공룡처럼 느껴졌다. 신기하여 유심히 건물을 바라보고 사진을 찍으며 생각하였다. "예전에 이러고 있었으면 딱 간첩이네."


거대한 기둥들과 냉각수 파이프로 구성되어 있는 발전소를 보며 인간에 대한 경외심이 들었다. "인간이란 참 대단하면서도 참 무섭다."


 

거대한 파이프를 따라 길이 이어지고 넓은 갈사만 간척지의 방파제를 따라 억새의 출렁임이 계속 되었다. 인위적인 인간의 간섭에도 불구하고 자연은 그것마저 품에 안고 아름다움을 연출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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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 갈사만사업단지 방파제의 끝 연막마을 입구


 

연막마을과 나팔마을의 해안길을 따라 이동하는 사이 광양의 공업단지로 떨어지는 일몰이 시작되었다.


 


구름사이로 붉은 석양의 빛들이 산란하며 흩어졌다. 아름다운 석양빛과 공업단지의 검은 실루엣이 부조화의 조화처럼 모순적이였다. 일상의 바람들을 짓누르는 현실 인식의 만능 치트키처럼 내뱉고 마는 "현실이 그렇잖아?"의 투정처럼 느껴졌다.


"동의해 달라는 듯 나에게 묻지마. 적절한 현실 인식처럼 보이지만 그냥 자기부정의 체념에 불과해 보여."


 

 

 

석양의 섬진대교를 넘어 전라도에 들어섰다. "경기도-서울-강원도-경북-경남-전남까지 왔구나" 


 

포스코 광양제철소를 따라 직선으로 이어진 제철로를 따라 광영 여객터미널 방향으로 이동하였다. 도로를 이동하는 거대한 화물차량의 위압감과 퇴근시간에 맞물려 쏟아지는 차량의 행렬로 인해 도로 이동은 생각할 수도 없었다.


 

끊길듯 끊길듯 이어지는 자전거 도로를 찾아 따라가며 길호대교를 넘어 광양향에 도착하였다. "길이 수줍어 보이기는 처음이네. 숨바꼭질도 아니구."


 

 

여객터미널 근처 편의점에 들러 간단한 도시락과 음료를 사들었다. 든든하게 먹은 남해의 멸치쌈밥으로 배고픔은 느껴지지 않았다.


 

 

광양 여객터미널 옆 공원의 잔디밭에 텐트를 치고 하루를 정리하였다. 바스락거리는 푹신함이 좋았다.


 

편의점의 도시락과 나폴리 모텔에서 먹다남은 치킨으로 저녁을 해결하고 여수로의 이동경로를 살피었다. 제주도로 넘어가기전 여수를 충분히 여행하고 싶었다.


광양에서 여수까지 내륙의 도로를 타고 60~70Km의 거리, 여수항을 출발하는 제주도 배편은 새벽 1시 40분에 출항하기 때문에 시간은 넉넉하였다. 하지만 여수를 지나치듯 그렇게 떠나고 싶지 않았다. 


광양만을 돌아 내륙으로 이동하는 70Km의 경로와 이순신대교를 넘어 다이렉트로 이동하는 경로를 알아보고 내일 결정하고자 하였다.


"이순신대교 저거 자전거로 넘어도 괜찮은가?"



가족이 공원에 놀러나온 것인지 이리저리 뛰어나니며 까르르 웃어대는 어린아이의 웃음소리와 함께 잠이 들었다.




 

GPS 정보

 


D+11일:2018.11.08 / 비・20도

통영-고성-사천-삼천포항-삼천포대교-남해

비가 내리는 날씨, 하루종일 비예보가 있어 통영에서 스테이하며 하루를 보낼까 생각하다 오전내 강수량이 미미하여 그냥 달려보기로 했다. 예상에 없던 통영에서의 시간으로 인해 제주도로 넘어가는 일정과 여수에서 보낼 시간들이 빡빡하게 느껴졌다. 일단, 사천(삼천포)까지만 가보자.

이동거리

62.35Km

누적거리

1,452.13Km

이동시간

4시간 59분

누적시간

79시간 26분


고성
삼천포대교
45Km/3시간 30분
17Km/1시간 29분
통영
사천
남해
 
 
1,452Km

 

새벽 6시부터 시작된다는 비예보는 저녁 9시가 조금넘어 투두둑 투두둑 텐트의 지붕을 때려댔다. 급히 짐들을 정리하고 숙소를 잡기위해 통영항 방향으로 이동하였다.


어둠이 내리면 그만큼 더 어두워지는 통영의 거리, 여전히 마음에 들지않는 도시의 침울함이다. 서호시장 건너편 통영여객선 터미널의 주차장을 살펴보고 비를막고 텐트를 칠 수 있는 공간을 찾았다.


5mm가 안되는 빗줄기에 숙소를 찾는다면 더 긴여행에서 수많은 날씨의 변화에 어떻게 적응할까 생각하였다. 주차장의 쉼터와 터미널 입구의 공간이 마음에 들었다. 터미널 입구의 공간은 턱이 있어 비가 흘러내리지 않고 주위가 막혀있어 비바람도 막을 줄 수 있어 좋았지만 새벽녘 주변 섬으로 출발하는 여객선이 있다면 사람들의 간섭을 받을 것 같았다.


터미널 건너편 소문난 3대 할매김밥집의 불빛이 켜져있는 것을 확인하고 충무김밥 2개를 주문하였다. 점심에 먹은 부실한 충무김밥이 아무래도 이상하여 한번더 먹어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새벽에 몇시쯤 여객선이 다녀요?" 통영여객선터미널의 첫배는 4시 30분에 출발하였다. 터미널 입구의 공간에 텐트를 치기에는 사람들의 출입이 있을 것 같아 아쉬웠다. 


터미널 주차장의 지붕이 있는 쉼터에 텐트를 치고 내리는 비는 막았지만, 지면을 타고 빗물이 흘러내리지 않을까 걱정하였다. 아침까지 시간당1mm 내외의 강수량을 확인하고 그정도면 지면에 젖어들어 흘러내리지는 않을 것 같다 안심하였다.


다시 먹어본 충무김밥에는 오징어무침이 들어있었지만 꼴뚜기 같은 것이 함께들어 있어 쓴맛이 느껴졌다. "이것도 아닌데.. 아니야"

 

 

이른 아침,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지만 주차장 지면을 적셔놓았을 뿐 다행이 흘러내리지는 않았다. 여객터미널에 들려 간단히 세면을 하는사이 내리던 빗줄기는 잠시 멈추었다.


안개에 싸인듯 뿌옇게 흐린 하늘을 올려다보고 일기예보를 다시한번 확인하였다. 12시까지 비는 내리지 않고 1~3시부터 5~10mm의 강수예보였다. 어찌됐든 몇시간동안은 비가 내릴 것 같지 않았다.


통영에 머물며 하루를 보낼까 고민하였지만 이틀간 통영에서의 시간이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았다. 여수로 향하는 길, 비가 내리기전 사천까지 이동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았다. "비가오면 고성읍까지 가서 일찍 쉬자"


 

흐린날의 출근시간, 고성으로 가기위해 원문고개로 향하는 복잡한 도로길. 한두개의 언덕길을 지나야했고, 신경질적인 크락션 소리를 들으며 어수선한 도로를 달려야했다. "여유가 없는 동네인가? 불편한 동네네!"


원문고개를 넘어 고성으로 향하는 14번 국도를 따라 이동하였다. 고성에 들어서며 차츰 줄어들던 차량던 통행량들과 충분한 국도의 갓길은 통영도로의 스트레스를 잊게해주었다.


 

흐리지만 비는 내리지않던 날씨는 고성읍의 경계면을 들어서자 가는 빗방울를 떨어뜨렸다. 아마도 비구름이 고성에서 통영방향으로 이동하는 것 같았다. 조금씩 거세지는 빗속을 20여분 달리고 고성읍내를 얼마 남기지 않고 자전거를 세웠다.


 

신월IC의 고가도로 밑에서 비를 피하며 이내 멈출 것 같지않은 날씨, 길건너편으로 보이던 국밥집에 들려 점심을 해결하며 시간을 기다려 보기로 했다.


신호등을 건너 들어선 황소국밥집은 불이 껴진 채 임대문의의 안내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빗속 라이딩에 젖어있던 몸은 자연스레 긴 탄식을 뱉어내었다. "아.."



다행히 옆건물에 간단한 식료품을 함께 파는 낚시마트가 있었다. 따듯한 난로가 놓인 마트안의 온기에 나도 모르게 손을 부벼대었다. "아.. 춥다!"


흐린날씨에 뜻하지 않은 방문객, 비에 젖은 라이딩복장의 낯선 손님에 대한 약간의 놀람과 경계의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낚시 용품들이 어수선하게 놓인 매장의 안으로 라면같은 간단한 식료품을 팔고있었다.


컵라면과 구은계란 1줄을 손에들고 컵라면에 부을 뜨거운 물을 찾았다. 생뚱맞은 표정의 여자는 먹고갈 것인지를 묻더니 "물은 따로 안주는데, 저기서 받으세요" 하였다.


난로위에 놓인 커다란 주전자를 가르키자 벽쪽에 놓인 정수기에서 받으라 안내하였다. "뭐가 저리도 불만일까?" 생각하였다.


 

통영에 도착하여 곰장어를 굽던 사내와 한적한 식당안에서 무신경하게 티비와 핸드폰을 하던 성게비빔밥집 종업원 그리고 울쌍을 짓는듯한 표정의 여자까지. "뭔가 퉁명스럽고 신경질적이며 불쾌한 느낌이야."


웃음기없이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있는 감정을 누르며 타인을 불편하게 했던 지난 나의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한조각, 꼭 한조각만큼의 여유가 왜그리도 없었을까?" 생각하였다. 


"웃는 사람이 되고싶다."


 

빗줄기가 잦아들기를 기다리며 고성읍까지의 거리, 주변의 숙소 등을 검색하였다. 이동을 할 수 없이 비가 계속된다면 폐업을 한 황소국밥집의 계단위나 신월IC의 고가밑에 텐트를 치고 하루를 보낼 생각이였다.


다행히 한시간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빗줄기는 가는 이슬비처럼 주춤하여 가까이 고성읍내까지 이동하기 위해 출발하였다. 고성읍에 도착하여 길을 헤매는 사이 굵은 빗줄기가 다시 시작되었다.


편의점에 들어가 따듯한 커피 한잔으로 젖은 몸을 녹이며 고성에서 머무를 것인지 빗속 라이딩으로 사천까지 갈 것인지 고민하였다. 30여분이 지나도 빗줄기는 잦아들 것 같지 않았다. "몸에 냉기가 오를정도 추위는 없으니 사천까지 가보자."


패니어에 들어있던 우비를 꺼내입고 사천까지 가장 짧은 거리의 33번 국도를 타고 이동하였다. 여행전 천냥마켓에서 구매해둔 고급 땡땡이 우비.

 

 

비를 맞으며 달리는 라이딩이였지만 춥지는 않았다. 오르막과 간간히 이어지는 맞바람속에서 땀을 배출해내지 못하는 비닐 우비탓에 등과 가슴으로 굵은 땀방울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헬멧을 때리는 빗줄기와 얼굴을 타고 흘러내리는 빗물, 등줄기를 따라 흘러내리는 더운 땀방울 그리고 천천히 젖어드는 신발의 축축함을 동시에 느끼며 페달링을 이어갔다.  


 

빗속에 침낭과 텐트가 젖어버리지 않을까 싶어 짐받이의 하단에 비닐봉지를 깔고, 위쪽을 바람막이로 덮어두었다. 여행전 주문해 놓은 렉용 패니어 가방이 늦게 도착하여 사용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상리면 삼거리에서 사천으로 향하는 1016번 지방도로 빠져나왔다. 33번국도의 이동은 차량이 통행이 많지않고 넓은 갓길이 이어져 나름 편안한 이동이였지만 간간히 지나치는 화물차량이나 대형차량으로 자전거가 빨려들어가는 듯 휘청거림의 불편함이 있던터였다. 


 

 

한적한 도로변에 연꽃공원이 있어 잠시 쉬어가라며 자리를 내주었다. 마을앞 논들의 한가운데 펼쳐진 너른 연꽃밭 상리연꽃공원.


 

 

 

연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오르는 계절이면 그 향과 색깔이 얼마나 고울까 생각하며 연꽃공원의 사이사이 산책로와 연꽃밭 한가운데 올려놓은 정자들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을 그려보았다. 


"어둠이 찾아든 초여름의 밤, 그윽하게 퍼져오는 연꽃의 향과 짙어져가는 여름의 정취속에서 한없는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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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상리연꽃공원


 

상리면을 지나 1016번 지방도는 비구름이 산을 타고 넘어가는 깊은 산속으로 길을 안내하였다. 비가 멈추고 차량의 통행이 사라진 산길의 고요함과 한껏 깊어진 늦가을의 파스텔빛 얼룩들을 타고넘는 하얀 비구름의 움직임이 시간의 흐름을 멈추어 놓았다. 


 

얼음골공원에서 잠시 휴식하였다. 커다란 저수지와 계곡을 두고 캠핑을 할 수 있는 팬션처럼 보였다.


 

"이렇게 넓은 저수지가 사유지라니. 어쨌든 운치있네."

 

 

 

시간의 멈춤, 적막하고 고요한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산길에서 뜻하지않은 여행의 작은 행복감을 느꼈다.  



사천으로 향하는 낮게 이어지는 1016번 지방도를 따라 사천시에 들어섰다.  


 

 

 

농촌마을의 작은 읍내처럼 낡은 시간의 흔적들이 남아있는 사천시 변두리의 작은 마을들을 지나 사천시로 향하는 길이 경쾌하였다.


 

 

궂은 날씨속, 원했던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안도감과 하이면의 산길에서 느껴던 마음속 작은 여유가 하루의 뿌듯함을 안겨주었다. "삼천포에 왔어."


 

 

 

도착의 기쁨과 함께 허기가 밀려와 삼천포항 주변의 음식특화거리로 이동하였다. 숙박시설과 음식점이 밀집되어 있어 이른 저녁을 해결하고 숙소를 잡기에 편하겠다 생각하였다.


 

 

 

 

먼저 주변 노산공원에 들려 시간의 여유를 부리며 비가 그친 삼천포의 해안을 구경하였다.

 

 

 

 

 

오래된 옛노래가 레코드판의 잡음과 함께 나즈막히 울려퍼지는 노산공원의 해안 테크길.


 

 

 

 

 

 

 

8년전 전국일주를 하며 하룻밤 머물렀던 숙소를 찾았지만 조금 변해버린 거리탓에 그때의 숙소를 찾을 수 없었다. 남해를 힘들게 돌아 해가 떨어진 삼천포대교를 넘어왔을 때 친절하게 맞아주던 좋은 기억이 있던 곳이였는데 아쉬웠다.


몇몇의 회집들이 도로면에 있을 뿐, 음식특화거리는 별다른 것이 없었다. 한시간정도 주변을 헤매며 숙소와 음식점을 찾았지만 마땅한 곳이 없었다. 천천히 저녁이 다가오는 시간, 숙소를 잡기위해 어플을 켜고 저렴한 모텔과 후기등을 살펴보고 두곳에 전화를 걸었다.


체크인 가능시간까지 한시간이 넘게 남아있는 곳은 패쓰. 바로 체크인이 가능한지 묻고 위치를 물으니 삼천포대교 근처라고 안내하며 바로 체크인이 가능하다고 하여 예약을 하고 통화를 마쳤다.  


 

지도앱을 켜고 숙소의 위치를 확인였다. 삼천포대교 근처의 숙소라 생각했던 숙소는 삼천포대교를 넘어 남해에 위치한 곳이였다. "헉.. 사천이 아니구 남해잖아."


예약을 취소하기 위해 전화를 다시 걸어 위치를 묻다 어차피 내일 넘어갈 곳이니 그냥 가자싶어졌다. "근데, 식사를 못해서요. 주변에 음식점이나 식당은 있지요?"


"네, 바로 가까이 회집이며 저녁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이 있습니다." 너무나 경쾌하게 답하시는 여사장님의 목소리에 싱거운 질문을 한 것처럼 머쓱해졌다. 언제 올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거리가 멀어져 1시간 정도는 걸릴 것이다 답해주었다.


 

남해와 사천을 잇는 다리는 삼천포대교, 초양대교, 늑도대교, 창선대교 4개이다. 지난 전국일주때 해가 떨어진 어두운 초행길에 계속 이어지는 대교들을 넘으며 무척 당황했던 기억이 생각났다.


 

  

  

 

 

 

 

자전거 한대가 겨우 지날 수 있는 자전거길. 패니어에 다리의 난간들이 걸리지 않을까 조심조심 조향을 하며 대교들을 넘었다. "조금만 더 인심을 쓰지."


 

 

  

 

 

 

 

 

 

 

일관성있게 좁은 자전거길. 날이 좋고 무거운 패니어가 없다면 차도로 이동하는 것이 더 편할 것 같았다. 창선대교를 마지막으로 남해군으로 들어섰다.


 

 

창선대교의 주변 바다를 향해 들어선 숙소에 도착하였다. 패니어와 짐들을 숙소의 입구에 내려놓고 안내데스크에서 호출을 하였으나 아무도 없었다. 조금전 전화를 받았던 여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물으니 잠이 일이있어 외부에 나왔다 하였다.


안내데스크에 놓아둔 열쇠를 집어들고 정해준 룸으로 들어갔다. 깨끗하게 잘 정돈되어는 방과 바다를 향해 넓게 트인 전망을 갖춘 아주 좋은 룸이였다. 간단하게 샤워를 마치고 비에 젖은 옷들과 신발, 모레와 흙이 묻은 패니어들을 순서대로 세척하고 온기가 들어온 방안에 말려두었다.


눅눅해진 침낭과 텐트를 펼쳐놓고 전자기기들을 모두 꺼내어 콘센트에 꽂아두고나니 "꼬르륵" 간절한 배고픔의 울림이 느껴졌다. 아무리 보아도 바다를 향해 서있는 외진 언덕의 숙소 주변에 음식점은 없을 것 같았다.     


 

잠시 멈추었던 비는 기상예보대로 굵은 빗방울로 바뀌어 다시 내리기 시작하였다. 다시 여사장에게 전화를 하였다.


"제가 배가 고파서요. 주변에 식당이 어디에 있어요?"


주변에 식당과 당항 주변의 횟집거리 숙소에서 차로 5분정도의 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당연히 차로 올것이라 생각한 주인의 경쾌한 안내는 나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는 것이였다. 


"대략 난감이네. 비가내리는 멋진 풍경의 바다와 따듯하고 좋은 잠자리, 더할나위없이 모든것이 좋은데 굶게 생겼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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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향한 전망이 아름다운 남해 창선도 나폴리모텔


여사장이 오면 횟집까지 태워달라거나 콜택시를 부를 생각으로 룸으로 돌아왔지만, 머리속을 떠나지 않는 배고픔은 몇분이 지나지 않아 인내심의 바닥을 드러냈다.


"사장님, 들어오실 때 치킨같은 거라도 사도 주시면 안될까요?"


치킨 배달이 된며 비비큐 치킨을 주문하라 전화번호를 알려주었다. "비비큐 치킨이 맛있어요!" 알려준 번호를 전화를 하여 프라이드 치킨을 주문하였다.


"거긴 7Km 거리가 있어서 추가로 배달료가 3,000원입니다." 어디서 배달이 되는지 궁금해졌다.


 

얼마지나지 않아 여사장이 도착하였다며 전화를 주었다. 몇차례의 인간적인(?) 통화로 친숙해진 여사장과 가볍게 눈인사를 하고 숙박비를 결제하자 어떻게 하냐며 "컵라면이 있는데 그거라도 드릴까요" 하였다.


"아니요. 알려주신 치킨을 시켰어요." 말하고 이내 "네, 컵라면 하나 주시면 좋겠어요." 하였다. 


방그시 웃던 여사장은 현관옆에 세워둔 자전거를 안쪽으로 들어놓으라 말하며 공실로 비어있는 룸앞을 가르켰다.  


 

너무 허기진 탓인지 배달이 된 치킨은 반을 먹지 못하고 남기였다. 하지만 모든게 편하고 좋았다.

 

사진과 여행자료를 정리하며 영화채널에서 방송되는 인터스텔라를 보았다. 티비를 통해 3~4번 방송되는 영화를 본적이 있지만 중간에 잠을 자거나 중간부터 보거나 했었다.


"지금의 모든게 그저 좋다. 정말 좋은 하루였어. 기막힌 반전의 하루.." 


수면용 영화가 아닐텐데 이번에도 역시나 잠들어 버렸다. "미안하다. 머피!" 



 

GPS 정보

 


D+10일:2018.11.07 / 구름・19도

통영항-동피랑-충무교-도남관광지-달아항-연명예술촌-당포항-모상항-명지항-해란항-따신몰-벌포항-통영대교-해양과학대

한국의 나폴리라고 했던가? 이동을 멈추고 오늘 하루 천천히 통영을 일주해보기로 하였다. 

이동거리

51.43Km

누적거리

1,390.13Km

이동시간

5시간 12분

누적시간

74시간 27분


도남관광지
동섬
45Km/2시간 36분
94Km/3시간 58분
통영항
달아항
해양대
 
 
1,390Km

 

통영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 같은 것은 무엇일까? 아름다운 항구, 푸른 바다, 가고보고 싶은 섬 같은 것.


8년전 전국일주 때 거제도에 가기위해 통영을 잠시 지나쳤었다. 충열사에 들려 이순신 장군의 큰 칼을 보고 "저것을 어떻게 칼집에서 뽑았을까?" 하였고 고갯길을 넘어 급히 거제도로 넘어갔던 기억이 있다. 


그때의 아쉬움이였을까, 통영은 다시 한번 가보고 싶은 그런 도시였다.  


초미세먼지가 하늘을 뿌옇게 만들어 놓은 하루, 통영의 하늘도 흐린날의 불투명함 같았다. 동피 벽화마을을 구경하고 해안도로를 따라 통영을 일주해 보기로 했다.    

 

 

숙소가 있던 통영항을 출발하여 중앙시장 방향으로 이동하였다. 중앙시장에 이르기전 강구안거북선과 조형물들이 놓인 문화마당이 나타났다.


 

 

 

통영 중앙시장은 지난 저녁의 모습과 달리 상인들의 분주함을 엿볼수 있었다. 역동적이거나 활기차 보이지는 않았지만 평범한 하루를 이어가는 일상의 모습같은 소소함이 있었다.  


 

중앙시장 옆에 위치한 동피랑 벽화마을은 정상에 동포루를 중심으로 작지만 뾰족하게 솟아오른 산동네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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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중앙시장 뒤편에 위치한 동쪽벼랑 동피랑마을



 

언덕을 오르기전 초입의 태권브이. "하필 태권브이야?"


나와 비슷한 세대들은 어린시절 대부분 TV를 통해 방송되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며 자라왔다. 체육대회 같은 것을 하면 늘상 은하철도 999 라든지 들장미 소녀나 꼬마자동차 붕붕붕 같은 애니메이션의 주제가을 연이어 부르며 응원을 했었다. 


모든 애니메이션이 일본 원작이라는 사실을 알게된 것은 서울로 전학을 온 중학교 2학년 무렵이였다. 그때는 약간의 허탈감 같은 것을 느꼈던 것 같다.


 

대학생이 되서 태권브이나 똘이장군 같은 국내 애니메이션에 대해서 배신감을 넘어 분개하였다. 이후 김청기 감독은 그저 뻔뻔한 표절감독, 시대의 기회주의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 생각한다.


그런 그의 작품들이 우리의 애니메이션 사업을 넘어 문화 컨텐츠의 대표적 상징이라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다 생각한다. 동피랑 마을의 핵심 키워드중 하나가 "추억"이라는 컨텐츠일테지만 추억보정의 감성적 부분을 감안하더라도 태권브이는 부끄럽다. 


"차라리 둘리를 그려놓지. 태권브이는 요즘 일본 대부업체 광고하느라 바쁘더라. 근데, 서태지는 요즘 뭐하나?"  


 

 

 

 

 

 

언덕을 오르자 좁은 골목길 사이로 시멘트 계단길이 나와 더는 자전거를 끌고 오를 수 없어 자전거를 묶어두고 동피랑 마을을 올랐다.


 

 

좁은 골목길을 돌면 무엇이 나올지에 대한 궁금한 호기심과 아기자기한 옛골목을 걷는 재미가 느껴졌다.


 

 

 

 

 


동피랑 마을의 정상에 있는 동포루에서 통영항과 강구항 주변의 경관을 한눈에 볼 수 있었지만 조금 실망하였다. "나폴리에 꼭 가봐야지"


 

 

 

동포루 바로 밑에 동피랑 생활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기념품샵과 카페가 있어 따듯한 커피 한잔을 주문하였다. 


도시재생에 관심을 두고 길과 사람, 자연, 공간, 건축, 스토리, 컨텐츠 그리고 공동체 등에 대한 공부를 하고 싶다. 앞으로 무언가를 해야한다면 숨겨진 가치를 살릴 수 있고, 유지할 수 있으며 생산해 낼 수 있는 일이였으면 한다.  


 

 

 

 

 

 

 

 

동포루를 중심으로 작인 일부분만 남아있는 동포랑마을의 둘레길에는 형형색색의 벽화들과 함께 작은 샵들이 아기자기하게 들어서있다.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마을의 모습에서 공간을 지켜나가려는 사람들의 정성이 묻어나 있었다.


 

 

통영시내와 미륵도를 잇는 다리는 충무교와 통영대교가 있다. 미륵도를 넘어 시계방향으로 미륵도를 일주하고 통영대교를 넘어 돌아오는 40Km정도의 경로를 선택하였다. 충무교를 넘어 미륵도에 들어가 전 아침 영업중인 음식점에 들려 충무김밥 1인분을 비상식으로 넣어두고 충무교로 향하였다.


 

지난 밤 침침한 어둠속에 묻혀있던 충무교와 통영대교 사이의 바닷길이 도시의 뒷골목정도로 활용되는 것 같아 아쉽다 생각하였다. 충무교를 넘어 도남광관단지에서 시작되는 해안길을 찾았다.


 

작은 요트들이 정박되어 있는 마리나리조트의 측면으로 시작되는 통영의 해안누리길에 들어서며 지난 국도이동의 피로를 잊게해줄 것이라 기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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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미륵도 관광특구에 위치한 해안누리길


 

4Km가 조금 넘는 해안누리길은 한산도 등의 주변 도서에 가로막혀 멀리 수평선이 보이는 동해의 해안과 같은 시원함은 없었지만 잔잔한 물결과 바다 위에 떠있는 하얀 부표들 그리고 바다위를 지나치는 어선들과 여객선의 모습들에서 한가로운 시간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었다.  


 

 

휠체어를 타고 산책을 나온 20여명의 사람들과 동행하며 그들의 속도에 맞추어 해안도로를 따라 이동하였다. 그들의 웃음소리와 밝은 표정들 속에서 삶의 공허함에 갇혀있던 나의 시간들이 부끄럽다 생각하였다.


 

 

 

해안누리길의 끝에 위치한 마리나리조트는 갈대같은 것을 지붕으로 올려놓은 단층의 객실들이 주변의 환경과 이질감없이 어우러져 이국적이고 아늑한 느낌을 주었다.  


 

 

 

마리나리조트 건너편 고갯길이 시작되는 이운항에서 잠시 쉬며 아침나절 시내에서 포장해온 충무김밥으로 점심을 대신하였다. 충무김밥을 감싸고 있는 하얀 종이포장을 벗기는 기대감과 달리 뭔가 허전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비닐봉지 속을 두어번 더 확인하여도 나오지 않는 오징어무침과 빈약한 내용물에 실망하였다. "충무김밥을 얼마나 좋아하는데 이건 아니지!" 아무래도 충무깁밥의 원조는 명동인가보다.


 

 

이원마을에서부터 시작되는 미륵도의 업다운 고갯길이 시작되었다. 고개를 넘으면 작은 항구의 마을이 나오고 다시 고갯길이 연이어 이어진다.


 

3Km 정도의 긴 새받이고개를 넘어 낚시배들이 정박해있는 달아마을을 지나치기도전에 무섭게 꺾여 올라가는 달아고개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힘겹게 오른 달아고개의 전망대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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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아공원내 달아전망대


 

 

달아전망대의 쉼도 잠시, 다시 이어진 연명마을의 고갯길 그리고 다시 이어지는 고갯길. 이운마을에서 시작된 다섯개의 고개를 넘으며 무거워진 페달링의 속도는 더뎌져 갔다. 도로변의 멋진 카페명에 반하여 페달링을 멈추었다.


 

당포항의 언덕길에 위치한 "달이 떴다고 전화을 주시다니요".  


 

 

카페앞 바다가 보이는 풍경을 두고 한참을 멍하니 앉아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를 되뇌였다.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 밤 너무 신나고 근사해요. 

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 

환한 달이 떠오르고 

산 아래 작은 마을이 그려집니다.

간절한 이 그리움들을 

사무쳐 오는 이 연정들을 

달빛에 실어 

당신께 보냅니다. 


세상에 

강변에 달빛이 곱다고 

전화를 다 주시다니요. 

흐르는 물 어디쯤 눈부시게 부서지는 소리 

문득 들려옵니다.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 김용택


 

"김용택 선생님의 시구나." 대학시절의 한때가 생각이 났다. "콩이, 콩이.."



콩타작을 하였다.

콩들이 마당으로 콩콩 뛰어나와

또르르 또르르 굴러간다.                                          


콩 잡아라 콩 잡아라

굴러가는 저 콩잡아라

콩잡으러 가는데                                                           

어,어,저 콩 좀 봐라

쥐 구멍으로 쏙 들어가네.


콩, 너는 죽었다.


콩, 너는 죽었다 / 김용택



1997년 10월. 그녀는 두꺼운 전공책의 한가운데 까만 소금을 뿌려놓고 장난기 가득한 수줍은 웃음을 보였다. "심심하면 소금드세요!" 


 

지나는 길, 길가의 카페에서 가슴속 깊히 박힌 채 잊고있던 가시 하나를 꺼내어 시간의 아픔을 건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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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전망에 잠시 자리를 내어준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카페


 

미륵도의 서쪽으로 코끼리 코처럼 길쭉하게 풍화리가 이어진다. 풍화리로 통하는 풍화일주로의 입출입로는 500여미터 거리를 두고있어 풍화리로 들어가지 않고 지나치면 500미터뿐이지만 풍화리를 일주하면 15km 정도의 거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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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0미터 거리의 풍화리 입출입로


풍화리를 들어가는 첫번째 삼거리를 지나쳤다. 잠시 지도를 확인하며 풍화리를 일주할 것인지를 고민하다 500여미터를 되돌아가 풍화일주도로를 이어갔다. "설마 계속 고갯길이 이어지겠어?"


생각을 비웃듯 풍화일주로는 고갯길과 작은 어촌마을 다시 고갯길이 반복되었다. 굴양식을 하는 어촌마을의 풍경 또한 비슷하여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였다. 


 

 

 

 

 

 

연이어지는 고갯길을 넘느라 지쳐있을때쯤, 물이빠진 동네앞 바닷가에서 굴을 따는 어르신들이 보였다. "안녕하세요. 무엇들을 하시는거에요?" 


 

 

 

 

멀리서 왔다며, 도시에는 볼 수 없으니 실컷 구경하시라 말씀하신다.


 

 

 

 

깨끗한 것으로 하나 먹어보라며 굴하나를 따서 건내주셨다. 바로 딴 굴은, 짠맛이 느껴지다 굴 특유의 향과 맛이 그리고 마지막으로 단맛이 입안에 남는 싱싱함 그 자체였다.


 

맛있다 하였더니 많이 먹으라 권하셨다. "어머니, 이거 따서 뭐하시게요?" 물으니 업자들이 와서 수거를 해간다고 하였다. "이렇게 고생하시는데 얼마씩에 파시는데요?" 물으니 1Kg에 8,000원씩 갖어간다고 하였다.


"고생하시는데 많이 좀 쳐주지. 우리가 사먹을때는 되게 비싼데요"


 

패니어에서 찬통 하나를 꺼내어 담아달라 하였다. "어머니, 제가 굴 좀 살게요. 혼자라 많이는 못먹구 여기에 담아주세요."


 

 

만원 한장을 어르신의 몸빼 주머니에 집어 넣어주며 다시 한번 조금만 달라고 청하였다.


 

 

"이래도 돼나?" 여러번 반복하시며 바닷물에 씻어내고 찬통 가득 담아주셨다. "어머니, 그만요. 그만 담으세요!"


 

 

깨끗히 씻어내지 못한 굴을 조금 담아주려니 미안하셨던 모양이다. "어머니, 잘 먹으께요. 오늘 굴로 포식하겠네요. 여기 마을이름이 뭐에요?"


"따신몰! 따신몰!" 두어번을 더 묻고서야 알아들을 수 있었다. 물이 따듯해서 그렇게 부르는 것인지 여러번 설명을 해주셨는데 사투리라 잘 알아듣지 못하였다.


 

 

 

따신몰을 출발하여 다시 5개정도의 고갯길을 넘어서야 풍화리로 들어갔던 삼거리에 도착하였다. 고갯길 라이딩에 피곤하다 생각하면서 싱싱한 굴 한찬통을 얻은 것에 대한 뿌듯함이 있었다. 하지만 통영대교를 넘기위해서는 풍화리의 삼거리에서 시작되는 점심이고개를 다시 넘어야 했다.


차량 통행이 많이 지던 점심이고개를 넘어 겨우 통영대교에 도착하였다.


 

 

 

아침에 건넜던 충무교가 보인다. 통영항으로 이어지는 바닷길의 도로가 또한번 아쉽게 느껴졌다.


 

도로의 폭을 줄이고 사람들이 거닐 수 있는 곳으로 만들면 통영항, 서호시장, 중앙시장, 동피랑마을까지 이어지는 멋진 거리가 될 것 같았다. 


 

통영대교를 넘어 통영시의 서쪽을 더 돌아보고 싶었지만 지도상에 보이는 고갯길들이 걸음을 멈추게 만들었다. "충분하다. 여기까지가 통영인 것으로"


 

 

해양과학대 앞, 식당에서 간단히 저녁을 해결하고 축구장의 주변 공터에 텐트를 설치하였다.


 

다음날 새벽부터 시작하여 하루종일 비가 올것이라 예보되었다. 비가 내리면 숙소를 잡고 하루 더 머물며 영화 한편과 시장이나 충열사 같은 곳을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구경할 생각이다. 


 

통영에 대한 기대감때문인지 조금 실망스러운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통영아, 너의 청량함을 보여줘.."


 

GPS 정보

 



D+9일 : 2018.11.06 / 여전히 맑음・19도

봉화-진영읍-창원-마산-고성 동해면-거류면-통영 광도면-통영-통영항

이른아침 자욱히 피어오른 봉화의 아침을 맞이하고 노대통령님의 묘역을 참배하였다. 뭉클한 무언가가 아래로부터 울렁거렸다. 소박한 김해의 작은 마을. "감사합니다!" 

이동거리

101.56Km

누적거리

1,338.70Km

이동시간

6시간 44분

누적시간

69시간 15분


창원
고성
27Km/1시간 42분
74Km/5시간 02분
봉화
마산
통영
 
 
1,339Km

 

안개가 내려앉은 봉화마을은 여느 시골의 아침처럼 고요했다. 서리가 내려서인지 결로현상처럼 텐트과 이너텐트 사이에 이슬이 맺혀있었다. 


무심하게 툭툭 텐트를 몇번 쳐보고 텐트를 정리하지 않은 채 마을을 한바퀴 둘러보았다. 봉화마을은 마을의 입구에서 대통령님의 묘역까지는 300미터가 안되는 정말 작은 동네였다. 마을의 초입에 주차장과 안내소가 있고, 중간쯤 둥지휴게소와 봉화장터 그리고 마을의 우측에 생가터와 뒷편의 사저, 묘역으로 이어졌다.


 

 

떠오르는 아침해를 바라보며 큰 기지개를 펴보았다. 시골의 아침은 언제나 하루에 대한 설레임을 불러일으킨다.


 

새벽 잠결에 뭔가 뽀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는데 텐트를 나오니 이쁜 냥이 두녀석이 앉아있었다. 마치 싱거운 다툼을 벌일 후의 연인처럼 보였다. "너희들이였구나!"


 

길을 따라 세곳정도에 헌화를 위한 국화가 무인 판매대위에 놓여져 있다. 


 

 

 

길옆으로 작은 초가집으로 복원된 생가가 보인다.


 

 

 

부엌과 방 2칸짜리 본체와 화장실과 헛간의 별체. 시골에서 자라 익숙한 집모양과 분위기였다.


 

 

 

대통령님 나오세요! 생가터 옆 돌담위 공간. 퇴임 후 이 곳에 나와 방문객들과 짧은 대화들을 나누는던 장소이다. 지금은 대나무가 심어져 있어 사저를 감싸고 있었다. 가끔 유튜브로 보았던 장면들이 머리속에 생각이 났다. 


 

돌담 앞으로 여러개의 의자와 대통령님의 영상이 돌아가는 스크린이 놓여져있었다. 길건너 추모의 집이 보수중이라 이곳에 임시로 마련해 놓았다.


 

사저가 공개되어 관람할 수 있다는 것을 인터넷을 통해 알았다. 아무도 없는 봉화마을에서 현장접수 1번은 할 수 있는데 월, 화요일은 휴관이였다. "어, 오늘이 몇요일이지?"


울산에서도 그렇듯 여행을 하는동안 날짜나 요일개념이 없어졌다. 할 일 없이 핸드폰을 만지는 일도 없고, 뉴스나 최신 정보들을 서핑하지도 않고, 저녁시간의 헛헛함을 채울 누군가를 찾을일도 없어졌다. 그저 오늘은 어디를 갈지, 날씨는 어떤지, 무엇을 먹을건지 하는 단순함밖에 없다.


 

핸드폰의 날짜를 확인하고 오늘이 정기휴일인 화요일임에 아쉬워했다. "아쉽다. 쉽게 할 수 없는 1번인데."


 

 

 

대통령님의 묘역. 방명록을 남기는 곳에 따듯한 아침햇살을 즐기는 잘생긴 냥이 한녀석이 앉아있었다. 


 

 

 

 

 

 

 

 

 

몇걸음 옮기면 모두 볼 수 있는 작은 마을. 마을회관으로 돌아와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세면을 한 후 물기가 남아있는 텐트를 닦아내고 정리하였다. 


 

국화 두송이를 집어들고 헌화를 하기위해 다시 묘역으로 향하였다. 방명록에 짧은 감사의 글을 적고 국화 두송이를 헌화하며 긴 감사의 묵념을 하였다.


 

 

 

 

 

 

 

여전히 잘생김을 뽑내며 앉아있던 녀석, 결국엔 근무를 시작하던 경호원에게 쫓겨났다.


 

 

 

추모의 집앞 익숙한 대통령님의 모습으로 포토존이 있었다. "대통령님, 제 자전거랑 한장 찍으세요!"


 

 

 

 

생가터 옆에 위치한 기념품 가게에 들렸다. 작은 내부에 아기자기한 여러가지 기념품들이 전시되고 판매되었다. 


 

 

여행중 사용할 간편한 티셔츠, 캡모자, 작은 수건, 손노트 그리고 카메라에 달아줄 노무현재단의 로고줄을 구매했다. "여행중이신데 무게가 더 늘었네요. 택배로 보내줄 수 있어요. 그럴까요?" 기념샵을 관리하던 여성분이 방긋 웃으며 말하였다.


"그럴까요!" 하며 바로 사용할 물건을 빼보니 티셔츠 한장이 남았다. "하하, 보낼게 없네요."   


 

패니어에 기념품들을 집어넣는 사이 조금전의 관리인분이 말을 걸어왔다. "일산 어디에서 오셨어요?" 고양에서 왔다 대답하니 "그러니까 고양 어디에서.. 일산도 고양이잖아요?" 하였다.


"아, 행신동에서 왔어요." 자신은 가라뫼에서 살다 남편을 따라 내렸왔다며 반가워했다. 믹스커피 밖에 없다며 따듯한 커피 한잔을 내어주었다. 


"믹스커피가 정말 먹고싶었어요. 감사합니다." 


여행에 대해 짧은 대화를 나누고 봉화마을을 떠나 통영으로 향하였다. 아침을 먹고싶었지만 모두가 영업을 하기전이였다.


 

이번 여행중에 꼭 들려보고 싶은 곳은 울릉도, 경주, 통영, 여수, 목포, 군산이였다. 울릉도에서 시간을 아껴 일찍 빠져나온 이유중에 하나는 통영을 일주하는데 시간이 필요해서였다.


봉화마을에서 통영으로 가기위해서는 내륙의 국도를 타고 이동하여야 했다. 꽤 지루한 라이딩이 될 것 같았다.


읍단위의 도시라기에는 제법 크고 복잡한 진영읍에서 첫번째 길헤매임으로 30분이 넘는 시간을 허비하고 말았다. 봉화마을에서 여유있는 시간을 충분히 보낸터이라 통영까지의 이동시간이 촉박하게 느껴졌다.



단감을 파는 직판장들이 줄이어있던 진영읍을 벗어나 창원으로 향하는 14번 국도를 타고 라이딩 하였다. 창원과 마산지역은 처음와본 도시이다. 차량 통행이 많아 복잡한 도로는 버스와 택시, 신호등과 교차로 등을 신경쓰느라 힘들었다. 


도로변의 인도는 좁게 느껴지고 변변한 자전거길조차 없었다. 큰 도시들의 시내를 관통하는 라이딩은 정말 피곤하고 피하고싶다 생각하였다. 


 

창원역과 멀지않은 마산역을 지나 도로변의 다이소를 보고 자전거를 세웠다. 여행중 에어매트를 대신할 저렴한 매트가 필요했다. 좀더 날씨가 추워지면 바닥의 냉기가 그대로 전해질 것 같았다.


일반적인 매트는 부피가 너무컸고, 등산용 매트는 겨우 엉덩이만 깔고 앉을 수 있는 크기였다. 셀카봉과 카메라 삼각다리를 사들고 쵸코바를 먹으며 30여분을 쉬었다. 


생각해보니 언양시장에서 점심이후 변변한 식사를 못한 것이다. "이래저래 지칠만 하네.."


 

혼잡한 마산시내를 벗어나자 바로 밤밭고갯길과 동전고갯길이 연이어 힘들게 하였다.  동전고개의 큰커브를 돌자 멀리 터널같은 것이 보였다. 설마라는 짧은 탄식과 함께 자전거를 세우고 말았다.


세워둔 자전거의 기울기가 이상하였다. "어, 원래 이렇게 기울어져 있었나." 킥스탠드를 안쪽으로 밀어넣고 자전거을 다시 세우자 툭하고 킥스탠드가 부러져 버렸다. 


 

"튼튼하다고 했는데.. 이게뭐야." 그 자리에 앉아 공구로 킥스탠드를 제거하고 공구를 꺼낸김에 안장의 높이도 조금더 올려 놓았다. 그리고 지난번 안장조절 후 계속 삐걱소리를 내던 안장의 볼트들도 마저 조여놓았다.


"참 게으르다. 공구 하나 꺼내기가 그렇게 싫어서.."


 

동전터널을 지나 2번국도와 합쳐진 도로는 진북터널을 앞두고 자동차전용도로로 변하였다. 10여미터를 거꾸러 끌고와 국도옆으로 난 구도로로 이동하였다. 진영읍의 길헤매임부터 시작되어 뭔가가 자꾸 꼬이는 날이였다.


잔잔한 내리막길이니 다행이다 생각하며 임곡삼거리를 지나 한적한 도로변의 해물칼국수 간판의 식당에서 멈추었다. 오후 2시가 넘은시간 허기졌고 조금 지쳐있었다.

    

 

작은 식당안에서 된장찌개로 보이는 식사를 맛있는 하는 사람을 보고 "저도, 저걸루 주세요." 하였다. 괜찮은 식사였다.


점심을 해결한 후 통영으로 이동하기위해 지도앱을 켜고 지도를 확인했을 때 77번 국도의 교차로를 2Km정도 지나쳐 왔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식후의 든든함탓에 덜하였지만 조금 기운이 빠졌다.


"오늘은 정말 운이 없는 날이네. 어쨌든 밥은 먹었으니 그것으로 됐다."


 

암아교차로로 되돌아와 77번 국도를 조금 이동하자 진해만의 바다가 펼쳐졌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이라는 이정표를 보며 내심 포항에서부터 시작된 내륙의 이동과 오늘하루 계속되었던 국도라이딩의 지루함음 달래줄 것이라 기대하였다.


 

잔잔한 진해만의 바다위에 양식장의 부표들이 줄을맞춰 가지런히 떠있었다. 감탄을 불러일으킬만한 특별함은 없었지만 오랜만에 마주한 해안의 고즈넉한 풍경이 좋았다.  


 

창포리의 짧은 해안길이 끝나고 고갯길을 마주하였다. 이제 고갯길을 앞두면 자연스레 자전거를 세우게 된다.


 

창포리의 고개를 넘어 바로 이어진 동진교를 넘어 고성으로 들어섰다. 


 


창포리의 해안면을 복사, 붙여넣기 한듯이 짧은 해안면과 고갯길이 이어졌다. 고갯길 끝에 동해면의 해맞이공원에서 남해의 풍경을 잠시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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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군 동해면의 해맞이공원


 

해맞이공원을 지나자 다시 시작된 고갯길을 넘었다. 연이어 고갯길을 넘는사이 피곤해져갈 때 길가의 오래된 고목들이 잠시 쉬어가라는 듯이 자신들의 품을 내주었다.


 


오래된 고목들이 무리지어 서있는 공간, 지난 오랜세월 마을사람들의 희노애락이 묻여있는 듯 하였다. 고목에 기대어 귀를 기울이면 마치 지난일들의 이야기들을 소곤소곤 들려줄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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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줏대감 고목들이 서있는 전도마을회관


 

큰 호수와 같은 느낌의 동해면의 안쪽 해안을 돌아, 넓은 평야지대를 가로지르는 거류로를 따라 이동하였다. 4:30분, 통영과는 거리는 아직 20Km가 남았다. 


고성군청과 통영으로 향하는 길이 나뉘어지는 거류면의 당동삼거리에서 편의점에들려 쉬며 일몰까지의 한시간정도 남아있는 시간동안 부지런히 달리면 어둠이 내려앉기전 통영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였다. 


두개의 큰 고갯길을 더 넘으며 통영으로 향하는 77번 국도는 조금씩 차량이 늘어나기 시작하였고, 50여분을 달려 노산삼거리에서 14번 국도와 합쳐졌다. 조금 더 넉넉해진 14번 국도의 갓길을 달리는 동안 천천히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했다.


 

속도를 내어 달리던 자전거는 통영관광 안내소에서부터 시작되는 원문고개를 만났다. 통영과 거제로 향하는 차량들이 정체되어 붉은 브레이크등이 어지럽게 이어지는 원문고개 1Km 거리를 10여분만에 힘겹게 올랐다.


원문고개를 오르며 약간 풀린듯한 다리는 눈앞에 펼쳐진 통영의 바다와 야경의 감상은 뒤로하고 어여 내려가서 쉬자며 재촉하였다.     


 

다른 도시의 중심지에 비해 협소한 통영시의 무전사거리와 북신사거리를 지나며 크락션을 울려대는 차량들의 틈사이에서 불쾌감이 들었다. 통영항으로 향하는 작은 언덕길을 앞두고 지쳐있던 몸은 자전거를 세우고 신호등 건널목의 한켠에 털석 주저앉았다. 


"일단, 더는 오르고 싶지않다. 시청부근에서 저녁을 해결하고 생각해보자."


에릭스형에게 통영의 맛집을 추천해 달라하였다. 시청방향의 바다장어집과 중앙시장의 쫄복매운탕을 추천하여 가까운 시청부근의 바다 장어집으로 결정하고 시청을 돌아 무전사거리로 향하였다. 


"왜, 외진 언덕빼기에 시청이 있는거야?" 


 

통영항으로 가는 작은 언덕길을 피하려다 더 높은 고갯길의 시청을 찍은 것이다. 불빛조차 희미한 언덕마을을 내려가 제2청사 주변의 곰장어집 유람선을 찾았다. 


몇몇의 곰장어집을 지나쳤지만 유람선의 간판은 보이지 않아 위치를 묻기위해 전화를 걸었다. 손님이 많아 바쁘다는 여자주인은 몇명인지를 묻고, 어디에 있는지를 묻고, 위치를 알려주며 언제 올건지를 물었다.


길가의 좌측코너를 돌자 바로 유람선이 보였다. 산곰장어를 파는 실내 포장마차처럼 보였고 식당 테이블에 몇몇의 손님들이 들어차 있었다. 가게앞에서 불을피워 살아 움직이는 산곰장어를 굽는 남자에게 자전거를 두어도 되는지를 물었다.


모른다며 알아서 하라는 퉁명스런 대답이 돌아왔고, 식사를 할 수 있는냐는 질문에 못알아 들을 사투리 억양으로 안된다는 대답을 다시 퉁명스럽게 하였다.


그런사이 조금전 통화를 했던 여자 사장님이 나오며 자신과 통화를 한 사람이 맞는지를 묻고 가게안으로 안내를 하려하자 남자의 투덜거림이 거세졌다. 계속 불을피워 곰장어를 굽고있다는 불만같은 것을 토해내며 퉁명스런 말투를 이어갔다.


잠시 두 사람이 다투는 것을 보고 순간 민망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제가 조금전에 전화한 사람이 맞아요. 됐습니다. 다음에 올게요." 하였다.   


자신의 불만을 토해내는 남자에게서 나는 나의 모습을 보았다.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아닌 작은 감정의 불만이나 고민들을 가볍게 웃어넘기지 못하고 볼쌍스런 표정으로 이기적인 감정의 불필요함들을 배설하였던가. 


"그런 모습으로는 아무것도 해소되지 않아. 오히려 내 자신을 어지럽히고 타인에게 상처만을 남길 뿐." 


 

곰장어구이가 먹고 싶어졌다. 유람선의 남자사내가 붉게 피어로은 숯불에 굽고 있던 살아있는 곰장어가 머리속을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한편 외면당한 무안함이 반감의 고집처럼 생겨난 것인지도 모르겠다.


몇몇 바다장어집을 어플을 통해 검색을 하고 통영항의 맛집 두군데를 선택하였다. "결국 통영항을 가야하는구나." 


작은 언덕길을 넘어 중앙시장과 서호시장를 지나는 사이 거리의 분위기는 어둡고 음산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통영항 주변의 첫번째 식당은 2층에 위치하고 있어 패쓰하고 윤이상공원의 두번째 식당으로 이동하였다.


먼저 야영을 할 수 있는지 공원을 둘러보고 길 건너편 장어구이집으로 가자 영업이 끝난 것인지 문이 닫혀있었다. 어두운 항구길을 따라 이동하며 항구 건너편 불을 밝힌 몇몇의 간판들외 딱히 아무것도 없었다. 


 

보이는 식당에서 간단하게 성게비빔밥으로 저녁을 해결하였다. 쌉싸름한 성게비빔밥 한그릇은 매력적이였지만 친절함은 느낄 수 없었다. 


 

통영대교의 예쁜 야경과 달리 인적이 없는 어둡고 침침한 도시였다. 통영의 첫느낌은 뭔가 불편하고 불쾌하고 신경질적이며 우울한 느낌이였다. "동양의 나폴리라던데.."


 

야영을 하려다 낯선 도시의 음산한 기운에 눌려 숙소를 잡고 하룻밤 지내기로 했다. 내일 통영일주전 동피랑 벽화마을을 먼저 둘러보기 위해 통영항 부근의 숙소를 선택했다.


"통영. 밝은 하늘색 같은 청량함, 이온음료 포카리스웨트 광고에 나오는 라라라라라라~라라 CM송이 생각나는 도시였는데. 완전 회색빛의 다크한 고담시같잖아."  

 

아침나절 진영읍에서부터 꼬이던 일들이 아주 많았던 고된 하루였다. "내일을 기대할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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