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61일 / 맑은 ・ 18도
베이징 왕푸징-베이징 창핑구
베이징을 출발하여 몽골로 향한다. 길었던 중국 여행의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다.

이동거리
44Km
누적거리
7,229Km
이동시간
3시간 59분
누적시간
518시간

S216
S216
4Km / 25분
40Km / 3시간 39분
왕푸징
북해공원
창핑구
 
 
4,550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피곤하게 쓰러졌던 이틀 전의 많은 수면 탓인지 새벽까지 잠 못 이룬 밤의 피곤함이 조금은 덜하다. 8시가 조금 넘어 식당으로 내려간다.

삼 일째 같은 메뉴지만 소시지와 베이컨 그리고 계란 후라이는 언제나 진리다.

5일 동안 라이딩을 하지 않은 탓인지, 헛헛한 마음탓인지 좋은 아침 메뉴임에도 입맛이 별로 없다. 한 접시를 먹는 둥 마는 둥 비워내고 방으로 돌아온다.

아직 결정을 하지 않은 오늘의 목적지를 선택하기 위해 고민에 빠진다. 이화원 근처에 숙소를 정하고 이화원과 원명원 그리고 베이징대학의 컴퍼스를 구경할지, 만리장성이 있는 창핑구까지 이동하여 팔달령장성을 관광할지, 처음의 일정대로 옌칭현까지 이동하여 몽골로 향하는 길을 이어갈지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

왕푸징에서 20km 거리에 있는 이화원 근처의 숙소들을 검색하다 비싼 숙박비에 비해 오래되고 낡은 시설들을 보고 이화원 관람을 포기한다. 숙소를 옮겨 베이징에서 하루 정도 더 머무를까 싶지만 여전히 관광지로써 베이징에 대해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자전거를 타자. 몸도 풀 겸 창핑구까지 40km 정도만 이동하지 뭐."

3일 동안 머물렀던 숙소의 짐들을 정리하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더 무거워지고 빵빵해진 패니어들을 메고 낑낑대며 프런트로 내려와 체크아웃을 하고 패니어들을 장착하고 바람이 빠진 타이어에 열심히 펌프질을 한다.

묵직함이 느껴지는 자전거가 어색하다.

11시 늦어진 출발, 왕푸징을 출발하여 중국미술관, 징산공원, 북해공원을 지나 베이징시를 빠져나갈 것이다. 40km의 시내 라이딩이라 급할 것 없이 느긋하게 이동한다.

북해공원을 지나자 관광객들과 차량들로 복잡했던 도로는 조금은 한적하게 바뀐다. 쌀쌀한 바람 사이로 어느 가을날처럼 푸르고 뭉실거리며 떠다니는 구름의 하늘이 예쁘다.

"복잡한 전기레일을 따라 어떻게 버스가 움직이지? 안 꼬이나?"

"하늘을 봐. 널 닮은 하늘이 참 좋다."

창핑구로 향하는 시외길의 하늘에는 회색빛의 웅장한 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다. 지면 가까이 이내 내려앉을 것 같은 구름에 짧은 감탄이 새어 나온다.

지루하게 이어지는 도로길의 라이딩, 힘이 없는 페달링을 달래주는 베이징의 하늘이다.

"너무하네. 바로 밑의 지방은 매일처럼 흙먼지가 날려 뿌연 먼지가 하늘을 뒤덮고 있는데."

평속 10km의 느린 라이딩에도 짧은 거리 탓에 일찍 창핑구에 도착한다. 다른 도시에 비해 유독 한가롭고 조용한 도시의 느낌이다.

"손만 뻗으면 닿을 것 같은데. 꼭 이만큼의 거리일까? 참 얄궂다."

트립닷컴으로 숙소를 예약하고 문제없이 체크인을 한다. 자전거의 보관을 묻는 질문에 흔쾌하게 방으로 가지고 들어가라며 안내해 준다.

호기심 가득 지켜보던 중년의 직원은 엄지를 세우며 인사를 건넨다.

기역자 모양의 4층 건물. 양쪽으로 길게 뻗은 숙소의 복도가 끝이 어딘지 궁금해진다. 간단히 샤워를 하고 그냥 침대에 널브러진다.

저녁도 먹어야 하고, 새로 받은 노트북도 세팅하고 필요한 프로그램도 설치해야 하고, 패니어의 짐들도 다시 분배를 해야 하고, 몽골까지의 경로도 잡아야 하는데 아무것도 하기가 싫다. 게으름병이 걸렸나 보다.

"수염을 잘라서 그런가? 밋밋하고 허전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네."

내일 이동할 경로를 검색하는데 고덕지도가 팔달령에 있는 만리장성을 관통하는 경로를 안내한다.

"어? 이 길로 갈 수 있는 건가? 만리장성을 자전거로 넘을 수 있다고?"

팔달령장성을 관통하는 S216 도로가 늘어져있던 호기심의 말초신경을 톡톡 건드리며 정신 차리라며 밑밥을 던진다.

"일단 밥부터 먹고 생각하자."

반바지에 쪼리를 신고 프런트로 내려오자 프런트의 직원들이 내 모습이 재미있는 듯 나를 보며 웃는다.

숙소 주변의 빵집에 들러 간단히 먹을 중국의 제과빵들을 사고, 슈퍼에 들러 환타와 초콜릿 비스켓을 사든다. 중국의 편의점은 대부분 넓은데 휑하니 물건들이 없다.

저녁으로 먹을 밥을 숙소 1층에 있는 식당에 들러 포장을 한다. 중국의 식당은 물도 없고 특별한 밑반찬도 없기 때문에 포장을 해서 먹나 식당에서 먹나 별반 차이가 없다.

19위안 물고기 향이 나는 돼지고기 덮밥인데 콜라 한 캔을 함께 준다.

"밥을 먹는데 콜라는 주는 신선한 조합은 뭐지. 마음에 드는데."

숙소로 돌아와 프런트 직원에게 S216 도로의 경로를 보여주며 자전거로 갈 수 있는지를 물었지만 모른다고 대답한다.

포장해온 덮밥은 맛이 좋다. 우리의 김밥천국 같은 곳의 웬만한 메뉴들보다 훨씬 괜찮은 맛이다.

"이 퀄리티로 편의점에서 팔면 완전 대박 나겠는데."

S216 도로의 경로를 구글지도와 고덕지도를 번갈아 가며 자전거로 오를 수 있는지를 계속 확인한다. 팔달령을 향하는 길은 기찻길과 고속도로 그리고 S216 도로가 있다.

S216도로는 두 갈래로 나누어져 하나는 터널을 통해 팔달령을 지나고, 하나는 팔달령 관광지를 관통하여 지상으로 지나간다.

"뭐 고도는 7~800미터쯤 될 것 같고, 이대로라면 만리장성을 지나 팔달령을 넘어갈 수 있겠는데."

팔달령의 고도를 알아보기 위해 구글지도로 경로탐색을 하는데 구글지도는 팔달령을 넘는 도로가 아닌 터널을 통과하는 경로만을 안내한다. 700미터가 약간 넘는 팔달령의 높이는 그리 부담스럽지 않고, 위성지도로 전환하여 도로를 꼼꼼하게 확인한다.

"만리장성을 도로가 어떻게 통과하는 거야?"

만리장성 부근을 확대하니 일반 중국의 성들처럼 장성의 문을 통과하여 도로가 지나간다.

"일단 도로는 이어지는데, 중국의 5A급 관광지인데 자전거나 오토바이가 들어갈 수 있나?"

구글지도를 끝까지 확대를 하고 S216 도로를 따라 길들을 살펴본다. 주차장을 가득 매운 버스들과 도로를 따라 점선으로 길게 이어진 버스의 행렬 그리고 주차장에서 만리장성까지 이어진 도로 위에 찍혀있는 수많은 검은 점들이 눈에 들어온다.

"어. 이거 사람이잖아."

만리장성의 위와 주변의 지역에 빼곡하고 불규칙하게 찍혀있는 점들은 만리장성을 관람하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아마도 주차장 이후로 차량통행은 불과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럼 그렇지. 이러면 나가린데!"

4시간 넘도록 고민하고 검색했던 노력이 헛되이 사라져 버린다.

"국내라면 미친 척 가보고 싶다만 중국이라 그럴 수도 없네."

새 노트북의 기본적인 세팅을 하고 포토샵, 일러스트, 프리미어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해 놓은 후 3시 되어 겨우 잠이 든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54일 / 맑음 ・ 23도
바오딩시-가오베이뎬시-줘저우시-베이징 팡산구
150km가 남은 베이징, 어디까지 갈까 고민하다 85km 거리의 줘저우시까지 가기로 결정했다. "천천히 가지 뭐."


이동거리
117Km
누적거리
7000,Km
이동시간
6시간 0분
누적시간
483시간

 
G107도로
 
G107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바오딩시
 
줘저우시
 
팡산구
 
 
4,215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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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4G, 22,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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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비자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86-1173-0089

 
새벽까지 잠을 못 이루고 뒤척이다 5시가 넘어 잠이 들었다.

"조식이 7시 반인데, 잠자다 놓치는 거 아냐."

세 개의 알람을 거르고 7시 반의 알람에 겨우 잠에서 깨어난다. 샤워를 하고 날씨를 확인한다.

"24도까지 올라가네. 찬바람이 물러갔나 보다."

기온만을 확인하고 어플을 닫으려는 순간 어색한 글자가 눈에 들어온다.

"남동풍 바람 8m/s. 남동풍? 남동풍이면 뒷바람인데."

바오딩시에서 베이징까지 북쪽으로 사선을 그으며 올라가는데 남동풍이면 뒷바람이 확실하다.

"몰라, 밥이나 먹자."

조식권을 들고 2층 식당으로 내려간다.

간밤에 튀김 빵을 네 개나 먹은 터라 허기짐이 없어서 인지 큰 기대 없이 놓인 메뉴들을 둘러본다.

돼지고기와 버섯.

이것도 버섯.

"소시지다!"

커피 자판기가 있지만 3.3.3 법칙의 우리네 커피가 아니라 관심이 없다.

간단하게 시작, 소시지는 겉이 질기고 중국향이 나서 맛이 없다. 반 조각만 먹고 그대로 방치.

입맛이 별로 없어서 눈치 안 보고 크게 두 접시만 비워내고 과일 약간으로 디저트를 한다.

방으로 돌아와 홍차를 마시며 리즈훼이와 잠시 메시지를 교환한다.

"리, 너는 3년 후에 무엇을 할 거야?"

"我现在都不知道要做什么. 很迷茫."

"Don't worry. Something good's gonna happenings!"

"一起加油!"

지금은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막막하다는 23살의 여자아이.

알 수 없는 삶의 막연함이 두렵고, 어떤 해답도 찾지 못한 채 방치된 시간처럼 마냥 소모되어 가는 시절이 있다.

고민의 무게와 깊이, 아픔이나 슬픔 따위의 감정을 켜켜이 쌓아가는 동안 삶은 아무런 의미도 없이 싱거운 농담처럼 지나쳐 가버린다는 것을 그녀도 머지않아 알게 될 것이다.

"그때는 누구나 그렇지만, 그렇다고 누구나처럼 그럴 필요도 없다. 그냥 하고 싶은 것을 해봐!"

체크인을 하기 전 핸드폰을 재시작 했더니 네트워크가 끊겨버린다.

"뭐지? 데이터 충전한지 얼마 안 됐는데."

2기가 충전 후, 숙소의 와이파이만으로 사진을 업로드하고 데이터는 인터넷 검색만 사용했기 때문에 데이터가 모두 소진될 일은 없다.

숙소의 와이파이로 심박스에 카톡 문의를 남겼지만 하필 일요일이다.

"난감하지만 다음 숙소까지는 어쩔 수 없다."

일단 고덕지도의 내비게이션을 실행시키고 줘저우시를 목적지로 설정한다. 네트워크가 끊겨도 실행된 내비게이션은 정상작동된다는 것을 지난번에 확인한 터라 걱정은 없다.

"일단 목적지에 가서 숙소는 비번이 걸리지 않은 와이파이나 식당에서 검색하면 되겠지."

이미 한차례 겪은 일이라 조금 답답할 뿐 걱정 같은 것은 없다.

어제 일찍 쉬고 아침까지 든든히 먹었는데, 날씨도 좋고 바람까지 뒤에서 불어 등을 밀어준다.

"좋아, 신나게 달려 주겠어!"

경쾌한 페달링으로 깨끗하게 잘 뻗어있는 도로를 즐겁게 달려간다.

중국 사람들의 못된 운전습관에 욕이 착착 달라붙는 것이 컨디션도 너무나 좋은 것 같다.

대나무를 싣고 가는 것인지, 바닥을 청소하고 있는 것인지.

생각해보니 중국에서 포터 같은 1톤 화물차를 못 본 것 같다. 대개 개인들은 승용차나 승합차 그리고 픽업트럭을 타고 다니고, 화물은 특대형이나 대형 화물차 그리고 3륜차와 경운기 엔진이나 육공트럭 같은 것을 타고 다닌다.

이곳도 강바닥이 완전히 말라있어 흉흉하기 그지없다.

완벽하게 뒷바람이 불어온다. 주유소의 풍선이 거북인 줄 알았는데 가까이 오니 코끼리다.

신나게 라이딩을 즐기고 있는데 자전거 도로에 승합차가 한 대 정차하여 길을 막고 있다. 살짝 피해서 돌아가는데 운전자가 돈을 흔들며 나를 부른다.

"워?"

차량을 지나쳐 멈춘 나에게 차를 몰고 다가와 선뜻 10위안을 건네준다.

"어디서 왔어요?"

한국인이라 말하고 감사의 말을 전하니 뭐라 중국어로 말을 한다. 습관적으로 핸드폰을 꺼내 들었지만 음성 인식을 사용할 수 없다.

"하필, 이런 날!"

내비게이션을 끄고 여행을 설명할 수도 없어 연신 감사의 말을 전하고 즐겁게 사진만을 찍는다.

정저우시부터 가끔씩 라이딩을 하는 사람들이나 운전자들에게 엄지척을 받기는 했지만 적극적인 관심과 응원은 처음이다.

"이것은 베이징 입성 때 마실 축하의 콜라를 사야겠다."

피로연인지 모르겠지만 집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문화는 이웃들과 함께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

마을 입구에 홍등과 붉은 리본을 가득 매달고, 사회자의 진행으로 치러지는 결혼식의 분위기는 우리와 비슷하다.

무대의 옆 간의 천막에서 손님들이 음식을 먹으며 식의 진행을 지켜본다.

"너희들 이렇게 하는구나."

여전히 잘 생긴 도로는 밀밭을 풍경으로 이어지고.

큰 강들조차 건조하게 말라가고.

삶은 고단하다.

13시, 베이징까지 80km 정도가 남아있다. 그냥 내달리면 6시 전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

"줘저우시는 그냥 지나쳐 줘저!"

곰돌이 푸우가 생각나는 뒷모습이다.

1시 20분, 처음 목적지인 줘저우시의 초입에 도착하여 도로변의 공원에서 잠시 쉬어가며 어렵지 않게 주변의 와이파이를 연결해서 베이징시의 경계에 위치한 팡산구를 목적지로 재설정하고 출발한다.


사람이 많고 가게가 많으니 떠돌아다니는 와이파이도 많고, 비밀번호 88888888이나 12345678을 누르다 보면 하나쯤 네트워크가 잡힌다.

"미안, 좀만 빌려 쓰자."

세 명의 장수의 동상이 서있으니 자연스레 유비, 관우, 장비가 떠오른다.

줘저우시는 유비의 고향이고, 도원결의가 맺어진 장소이다.

삼국지를 보던 어린 시절에는 유비를 좋아했지만 성인이 된 이후로 조조가 더 매력적인 사람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은 관우가 왜 공자 정도로 신격화되어 모셔지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관우(關羽)
도교에서는 관우를 신격화하여 전쟁의 신인 관성제군(關聖帝君)이라 부른다. 공자의 사당을 문묘(文廟)라고 하듯이, 관우의 사당을 무묘(武廟)라 하여 관우는 무의 화신으로 추앙받는다. 관우가 황제(관성대제)를 넘어서 신으로 추대된 이후에 중국 후대 왕조의 황제들은 자신들의 이름이 관우와 겹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스스로 피휘(避諱)를 하였다. 중국인들이 관우를 차라리 운장이라고 부르거나 굳이 굳이 관공(關公)이라고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위키백과)

작은 소도시처럼 느껴지는 줘저우시를 스치듯 지나치고.

베이징의 시계에 가까워지기 시작한다. 도로변의 슈퍼에서 콜라와 빵 하나를 사들고 출발한다.

중국의 수도답게 검문소의 모습도 남다르게 좋다.

2시 30분, 베이징의 시계에 도착한다. 뒷바람이 불어 생각보다 훨씬 빠르고 편하게 도착할 수 있었다.

콜라로 축하주를 대신하고.

빵과 콜라로 늦은 점심을 먹는다.

원형의 외곽 도로들로 겹겹이 둘러싸인 베이징시, 사각형에 가까운 정중앙의 위치에 천안문이 있다.

도시의 크기만 다를 뿐 중국의 모든 도시들은 원형의 외곽도로로 둘러싸여 있고, 동서남북으로 도시를 관통하는 길들이 이어진다.

마치 과거의 성곽의 형태로 길들이 이어지고 성문으로 연결되는 길의 모습과 유사하다.

현재위치, 베이징시 남동쪽 끝자락 여기. 이곳에서 천안문까지 50km 정도이니 대략 베이징시의 지름이 100km가 훨씬 넘을 것 같다.

고양시에서 한강을 타고 송파 가락시장까지 가면 대략 40km 정도이니 서울시 면적의 열 배쯤 되는가 보다.

(중국 베이징시 면적은 약 1만 6,410 제곱km로 서울 면적의 약 27배이며, 수도권 면적(약 1만 1,750제곱km)의 1.5배 정도.)

사진을 찍으며 쉬고 있으니 다혼 미니벨로를 타고 있는 아저씨가 말을 건다.

번역기를 쓸 수 없어 내비게이션을 보여주며 베이징에 간다고 하니 'Go together' 하며 같이 가자는 듯 웃는다.

"아저씨 동네니, 아저씨가 앞장을 서야지."

팔자로 페달링을 하며 의욕적으로 힘차게 달려가던 아저씨.

영어를 하는지 물어보고 어디에 사는지 물어보니 베이징 어디라고 말하는데 어딘지는 알 수가 없다.

"베이징이 서울 종로구도 아니고."

아마도 근처에 있는 외곽 지역에 사는듯싶다.

아저씨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재미있게 도로를 달려간다.

얼마를 못 가고 조금씩 속도가 느려지는 아저씨를 끌어주려고 앞으로 나가 적당한 속도로 달린다.

아저씨 앞으로 10분쯤 달려다 삼거리의 신호등에 걸려서 뒤를 돌아보니 아저씨가 따라오질 않는다.

"너무 달렸나? 그래도 인사는 하고 가시지."

4시쯤 팡산구 시내에 도착, 천안문까지 30km의 거리와 시간을 고려하면 6시 정도면 넉넉하게 도착할 것 같다.

도로변에서 와이파이를 잡아 내비게이션의 목적지를 천안문으로 설정을 하고, 숙소들을 검색하는데 베이징의 숙박비가 제법 비싸다.

마땅한 숙소를 찾지 못하고 시간만 흘려보낸다.

"그냥 여기까지만 타고, 내일 점심때 여유 있게 베이징 도심으로 들어가자."

팡산구의 숙소를 검색하고 조식이 포함된 평점이 좋은 곳을 골라 트립닷컴에 주숙등록 여부를 문의한다.

트립닷컴의 친절한 Bebe 상담원이 외국인 투숙 가능을 확인해 주어 바로 예약을 한다.

"Bebe 닉네임을 사용하는 상담원만 친절하다."

베이징으로 들어오니 외곽 지역의 숙박비도 40,000원이 넘어간다.

결제를 하고 바우처를 확인하는데 조식이 불포함이다.

"엉, 뭐지?"

조식이 포함된 룸과 불포함된 룸이 있는데 무심결에 불포함된 방을 예약한 것이다.

"겨우 1,500원 차이였는데."

바로 트립닷컴에 예약변경을 문의했지만 취소나 변경이 불가능한 상품이라고 안내한다.

"몹쓸 손가락, 어쩔 수 없지."

성급한 손가락을 째려보고 숙소의 위치를 확인하니 앉은 자리의 머리 위에 있다.

바로 들어가 체크인을 하고 조식을 물어보니 20위안이라고 한다.

조식 시간과 장소를 안내받고, 20위안을 꺼내어 조식권을 사려고 하는데 프런트 직원과 의사소통이 엇갈린다.

온라인으로 숙박비와 함께 지불하라는 안내를 받고 모든 것이 귀찮아진다.

조식권을 현금으로 사던지, 체크아웃 시 추가요금을 내든지 하면 되겠지만 빨리 쉬고 싶다.

샤워를 하고 간단히 저녁을 먹으러 밖으로 나간다. 이곳저곳에서 장기판들이 벌어지고 훈수꾼들이 몰려있다.

작은 식당에 들어가 덩치가 큰 사내가 맛있게 먹고 있는 메뉴를 가리키며 같은 것을 주문하고, 계란국도 추가한다.

볶음밥인 줄 알았는데 볶음면이다. 쫄깃하고 고소한 것이 제법 맛이 좋고 양이 많다.

"셜!"

밥값을 물었는데 못 알아듣겠다. 어리둥절 머뭇거리니 빌지 같은 곳에 12를 적어서 보여준다.

"아, 스얼콰이! 하하하."

발음을 짧고 빠르게 말하니 '셜'로 들린다.

"이 능력자 열매를 먹어봐야 하는데."

프런트에 들러 방에 있는 물과 콜라가 무료인지 묻고 능력자 열매의 이름을 물어본다.

"훠롱궈, 火龙果. 화룡과, 그럴싸하네."

누런 흙물이 배어 나오는 옷들을 샴푸로 주물럭거려 빨고.

콜라와 생수가 공짜니 조식의 아쉬움을 그런대로 달래보고.

"드디어 베이징에 들어왔구나. 열심히 달렸네."

베이징에서 둘러볼 곳과 숙소들을 검색하다 잠이 든다. 가볍고 즐겁게 달렸는데 기분과는 상관없이 피곤이 밀려온다.





경비내역
식비:12위안 / 식료품:6위안 / 숙박:36,548원 / 합계:18위안, 36,548원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53일 / 맑음 ・ 12도
딩저우시-왕두현-바오딩시
베이징까지 남은거리 200km, 3일에 나누어 천천히 라이딩할 생각이다.


이동거리
67Km
누적거리
6,883Km
이동시간
4시간 08분
누적시간
477시간

 
G107도로
 
G107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딩저우시
 
왕두현
 
바오딩시
 
 
4,098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86-1173-0089

 
3일 동안 맞바람 속 라이딩 탓인지 몸이 무겁게 느껴진다.

"아침엔 사과!"

언젠가부터 사과를 먹게 되면 주문처럼 이 말을 중얼거린다.

어제 호텔에서 담아온 사과로 아침을 대신하고, 어디까지 갈지 결정하지 못한 채 출발한다.

"일단 바오딩시까지 가보고 결정하자."

엄지를 세워주며 응원해 주는 숙소 여주인과 인사를 하고 숙소를 나오니 이내 다시 들어가고 싶다.

쌀쌀하게 느껴지는 아침의 차가운 바람이 옷깃 사이로 파고든다.

"어휴, 추워!"

사거리의 신호등을 건너고 서둘러 겨울 자켓을 꺼내어 입는다.

계절을 거슬러 달려온 것처럼, 지금껏 따듯한 남쪽 지방에 있었다는 것이 실감 난다.

우리의 최북단 위도보다 높은 곳에 와있으니, 태어나서 가장 위쪽의 위도에 올라와 있는 것이다.

앞으로 가게 될 러시아나 핀란드, 알래스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이너웨어를 다시 꺼내야겠네."

쉽게 몸의 열기가 올라오지 않고 얇은 겨울용 장갑을 낀 손등으로 차가운 냉기가 스며든다.

4월 초에는 도착할 수 있을까 싶던 베이징이 200km 밖에 남질 않았다.

"시안(西安) 정도는 돌아왔어도 충분했었는데, 아쉽다."

30분 만에 딩저우시를 벗어나 계속되는 맞바람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용무를 해결하기 위해 주유소에 들어간다.

측소(厕所, 처쑤오), 선수간(洗手间, 씨쏘우지엔)으로 표현하는 중국의 화장실.

기대는 없었지만 들어선 순간 '허걱' 소리가 절로 새어 나온다.

편의점까지 갖춘 멀쩡한 주유소의 화장실이 일명 푸세식이다. 소변을 보는 곳이 이렇다면 대변을 장소는 보나 마나.

"예비군 훈련 때 보고 처음인가? 정겹기는 하네."

중국은 항상 겉모습은 멀쩡한데 한 발짝만 들어가 보면 황당한 곳이 여전히 많다.

스자좡시를 지나며 사놓았던 빵으로 아침을 대신한다. 팥이 가득 들어찬 빵을 3개쯤 먹으니 금방 배가 차오른다.

"어디까지 갈까. 바오딩시에서 일찍 쉴까. 몸도 무겁고."

빵을 먹고 출발한지 몇 분이 안돼 속이 불편해진다.

아침의 모닝 의식이 시원치 않았는데, 뱃속이 부글부글 거리는 것이 아무래도 큰일을 치러야 할 것 같다.

"중국의 평야에서 시원하게 엉덩이를 까야 하나."

아무것도 없는 국도의 도로변, 괄약근을 조이며 마땅한 장소를 찾아서 갓 시집온 새색시처럼 조심스레 페달링을 이어가던 중 1km 주유소 이정표가 보인다.

패니어의 안쪽에 넣어둔 휴지를 급하게 꺼내들고 들어간 화장실은 다행히 푸세식은 아니고, 칸막이가 없는 쪼그려 쏴.

한방으로 시원하게 해결을 하고 보니 양쪽 변기 앞에 물이 담긴 양동이가 놓여있다. 주위를 둘러봐도 물을 내리는 버튼이나 장치는 없고.

"이 정도는 익숙하다."

몸이 한결 가벼워진 듯, 아침부터 무거웠던 컨디션이 그 님 탓인가 싶기도 하고.

오랜만에 시야가 확 트인 곳에서 밀밭의 평야가 한눈에 들어온다.

"가만, 나 지금 다리를 건너고 있는데."

강물이 마르고 흙바닥이 되니 마른 수초들을 태우고 농경지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래, 흙먼지가 날리는 것보다 밀이라도 심어서 방지하는 것이 좋겠네."

바오딩시를 15km 남기고 잠시 쉬어간다. 콧물이 조금씩 나오는 게 수상하다.

어제 저녁 딩저우 야경을 구경하느라 찬바람을 맞아서 그런지 컨디션도 좋지 않고.

"이럴 땐 일찍 발 닦고 자는 것이 최고지."

천천히 바오딩시가 나타나고.

허베이의 성도 스자좡시와 베이징시의 사이에 있는 제법 큰 도시인데 타 도시에 비해 세련되거나 화려하지가 않다.

낮 시간이라 조금은 한적한 사거리에서 숙소를 검색하고 외국인 투숙이 되는지 확인하고, 자연스럽게 '조식포함'의 검색 옵션을 넣어 숙소를 검색한다.

"조식 중독자가 돼버렸어!"

시내 중심에서 4km 떨어진 숙소를 찾아가던 중 숙소 근처에서 노점 골목으로 들어간다.

"입맛도 없고, 여기 나와서 아무거나 먹어야겠다."

숙소에 들어가 체크인을 하고 자전거를 보관을 물으니 직원들의 오토바이가 주차되어 있는 건물 외부를 알려준다.

"노, 노!"

"귀중품을 갖고 있나요?"

"자전거 세계여행 중, 자전거를 잃어버리면 안 돼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직원을 불러 지하 1층에 보관할 수 있게 해드릴게요."

체크인을 할 때부터 센스 있게 응대를 하던 프런트 직원은 바로 관리 직원을 데려와 지하 1층 비품실에 자전거를 보관해 준다.

나는 이런 부류의 사람들을 특히나 좋다. 업무의 경중과 권한의 유무를 떠나 부지런히 일만 하는 사람보다 센스가 있고 사고의 폭이 넓은 사람이 좋다.

여행사 사무실 같은 프런트에 3명의 직원이 앉아있고 숙소의 프런트가 맞는지 의아해하며 다가서 호텔인지를 묻자 두 명의 직원은 당황해하며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었다.

”Is this here? right?"

호텔 바우처를 보여주며 재차 숙소를 확인하니 한 여직원만이 오케이 하며 핸드폰 번역기를 사용해 여권과 보증금을 요구하고 체크인을 도왔다.

"Can i get.."

자전거를 가지고 들어가도 되는지 물으려 하자 자전거를 보며 어떻게 할지 밖으로 나와 자전거를 살피고 안내를 한 것이다.

깔끔하고 군더더기가 하나 없는 일처리였다.

자신의 업무 범위와 권한의 매뉴얼이 확실한 사람만이 갖은 자연스러움, 이런 사람들은 대개 책임을 회피하지 않으며 업무의 확장성이 다양하다.

"프로페셔널, 그들은 섹시하다."

'우리 만년 과장님은 능력은 떨어지지만 사람이 좋아서 그런지 직원들의 일에 관심이 많고 특히 누구보다 부지런해서 가장 먼저 출근하고 가장 늦게 퇴근해.'라는 말을 듣고 있을 김과장은 여전히 그러한지 궁금해진다.

샤워를 마치고 바로 노점이 있는 곳으로 나간다.

한 개에 1, 2, 3위안 정도 하는 해산물 꼬치. 문어 꼬치는 15위안으로 꽤 비싸다.

유독 해물 꼬치집에 젊은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다.

문어 꼬치 한 개와 오징어 꼬치 두 개를 사고.

중국의 핸드폰 결제는 봐도 봐도 심플하고 좋다. 나만 현금으로 돈을 낸다.

다음은 한 개에 3위안, 두 개에 5위안 하는 돼지고기 꼬치.

내륙이라 돼지고기보다 오징어가 더 비싼가 보다.

돼지고기 꼬치를 두 개 사고.

엄지 보다 더 굵은 대추는 정말 크다.

따펀렁미엔(大份冷面), 넓은 면에 양념을 넣고 철판에 볶은 요리. 2장에 5위안, 버섯 추가 2위안.

어디서 왔는지 물어 한국이라고 하니 친절하게 웃으면서 요리를 해준다.

내 것이라며 알려주며 라지오(매운고추, 辣椒)를 추가로 넣어주는 센스.

젓가락도 아니고 요지도 아닌 이것으로 찍어서 먹으면 된다.

꼬치와 면 요리를 사고 숙소로 돌아와 프런트로 다가가니 세 명의 여직원이 동시에 일어선다.

체크인을 하며 조식권을 받지 않아 조식을 어떻게 하는 것인지 물어보려 했는데 말똥말똥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동시에 쳐다보고 있으니 절로 웃음만 나온다.

서로를 쳐다보며 잠시 웃기만 하다

"How to have.. 아니다. 짜오찬?"

이번에도 센스 있는 여직원이 핸드폰으로 조식 시간과 위치를 알려주며 조식권을 건네준다.

노점에서 팔던 핫도그처럼 생겨 칼집이 나있는 것을 가리키며 뭐냐고 묻자 세 명이 동시에 까르르 웃는다.

그것을 사고 싶냐고 물어 고개를 가로저으니 핸드폰으로 이름을 알려준다.

烤面筋(카오미엔진), 밀가루를 구워서 먹는 것 같은데 직원의 중국 핸드폰 번역기에는 고무줄로 나온다.

"고무줄? 하하하."

숙소로 걸어오는 동안 조금 식었지만 음식은 나름 괜찮다.

특별하게 맛있는 것은 아닌데 중국 젊은이들은 이런 것을 좋아하나 보다.

간단하게 밥을 먹고 5시가 되기 전에 바로 잠들어 버린다.

며칠째 맞바람을 맞으며 달렸던 것이 피곤하고, 기온이 낮아지며 컨디션이 떨어졌나 보다.

5시간 넘게 푹 자고 일어나니 피곤함도, 약간의 감기 기운도 조금은 사라진 기분이다.

"역시, 피곤할 땐 발 닦고 자는 게 최고야."






경비내역
식비:33위안 / 식료품:10위안 / 숙박:30,795원 / 합계:43위안, 30,795원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52일 / 맑음 ・ 16도
위안스현-스자좡시-신러시-딩저우시
편안하고 좋은 아침이다. 핸드폰으로 여행기를 정리하는 것이 힘들지만 이것도 곧 해결될 터.


이동거리
111Km
누적거리
6,816Km
이동시간
6시간 34분
누적시간
473시간

 
G107도로
 
G107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위안스현
 
스자좡시
 
딩저우시
 
 
4,031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86-1173-0089

 
두 번의 알람을 거르고 조식을 먹기 위해 의지의 하루를 시작한다.

"조식 중독이야!"

식당 정도는 알아서 찾아가고.

조금은 실망스러운 분위기와 메뉴들이지만.

김치 같은 것이 있어 일단 하나만 담는다. 모양은 잘 익은 배추김치인데 맛은 어떨지 모르니.

빵은 패쓰.

감자 패쓰.

이렇게 저렇게 패쓰하다 보니 접시가 휑하다. 김치는 중국식인지 더는 못 먹을 맛이다.

"계란국이 있어서 봐준다."

본격적으로 계란 후라이를 추가하여 세 접시를 비워낸다. 돼지고기 편육에 오이를 곁들여 볶은 반찬이 마음에 든다.

"입맛이 떨어진 건가."

수박으로 디저트를 하며 느긋하게 먹다 보니 식당에 나만 남아 있다.

방으로 돌아와 출발 준비를 하는데 뒷바퀴가 주저앉아 있다.

"간만에 펑크네."

새로 펑크가 난 것은 아니고 이전에 정비했던 패치에서 바람이 새고 있다. 돼지표 펑크패치로 다시 붙여 정비를 하고 타이어를 탈착한 김에 가이드 풀리도 교체한다.

자이언트 매장에서 얻어온 중고 풀리로 교체, 닌자 표창처럼 별모양이 돼버린 가이드 풀리.

변속선의 장력이 느슨해졌고 뒷바퀴 허브의 유격이 생겨 약간 흔들거리지만 급한 문제가 아니라 그냥 알고만 있는 것으로 패쓰.

"지금은 귀찮다."

자전거를 정비하고 녹차 한 잔을 마시고 나니 10시가 되어간다.

'편하게 잘 쉬었다'며 프런트 직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길을 나선다.

밝은 햇살과 달리 쌀쌀함이 느껴지는 아침, 여전히 바람이 계속된다.

자전거를 밀어냈던 어제의 맞바람 정도는 아니라 조금은 다행이다. 바람이 잦아드니 하늘은 중국 특유의 뿌연 느낌이다.

아침부터 여기저기 물을 뿌리느라 바쁘다.

바람으로 속도가 제대로 나지 않아 12시가 되어 스자좡시에 접어든다.

낮 시간의 중국 시내는 아침, 저녁에 비하면 한적할 정도로 조용하고 복잡하지 않다.

고층 빌딩들과 복잡한 구조의 시내를 다이렉트로 관통하여 지나고.

중국의 공원에는 자전거를 끌고 들어갈 수가 없어 아쉽지만 그것이 허용된다면 아마도 끔찍할 것 같다.

스자좡시를 직선으로 관통하고 중국의 복잡한 고가 밑의 길들을 지나다 보니 한 시간이 훌쩍 지나버린다.

1시간 동안 겨우 10km 이동하고.

고가도로 밑으로 많은 노점들이 이어지고.

"병아리한테 왜 이러는 거야?"

빵집이 있어 쉴 겸 자전거를 멈춰 세운다. 1근에 8위안 하는 빵들의 냄새가 좋다.

2개씩 담아 10위안어치 사들고 하나를 꺼내어 먹어본다. 단팥을 고명으로 넣고 튀긴 빵이다.

시내를 벗어나 넓은 후투어강(滹沱河)을 넘는데, 이렇게 넓은 강도 말라가는가 싶다.

"어깨에 힘만 조금 빼면 참 좋을 텐데."

가끔 주유소에 엄청 큰 로봇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미국을 그렇게 싫어하면서도 햄버거와 로봇은 또 그렇게 좋은가 보다.

따사로운 햇볕이 드는 담벼락에서 장기를 두는 할아버지 두 분과 훈수꾼 할아버지.

잠시 쉬며 장기를 구경한다.

검은 옷의 할아버지는 행마가 시원시원하며 여유가 있고.

대머리 할아버지는 소심하고 장고파다. 장기를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며 쉽게 행마를 못하고 혼잣말을 자주 중얼거린다.

한 수를 두기 위해 오랫동안 장고를 하는데도 검은 옷의 할아버지는 크게 재촉을 하지 않는다.

백중세의 형세인데, 대머리 할아버지가 이길 확률이 낮으니 비기기 전략으로 가야 할듯싶다.

전기 오토바이를 충전하기 위해 콘센트를 밖으로 만들어 놓았다.

여전히 좋은 길 위로 맞바람이 불어오고.

미래의 크락션 빵빵이들이 운전 연습을 한다.

경사, S자, T자 주행 및 주차 연습은 우리와 같지만 아마도 실내 수업으로 크락션 신호 소통법 과목이 따로 있을 것이다.

바람은 불지만 유난히 따듯한 햇볕이 내리는 날, 분무 차량이 물을 뿌리며 지나가니 도로 위로 예쁜 무지개가 나타났다 사라진다.

중국의 남부지역을 지날 때는 시골들이라 스쿨버스가 바쁘게 다니며 학생들을 하교 시켰는데, 북부 도시에 오니 하교 시간에 맞춰 학교 앞이 북적북적 혼잡하다.

아이들을 태워가기 위해 오토바이와 승용차들이 교문 앞을 가득 채우고 있다.

"자전거를 한 대씩 사주면 편할 것 같은데."

완전히 말라버린 강, 북동부를 지나며 중국의 사막화 실태에 대한 리포트를 쓰는 것 같다. 지리적 위치를 생각하면 우리와 밀접하게 관련된 문제이기도 하다.

"한쪽 편은 사막화의 황사와 미세먼지, 반대편은 자연재해로 인한 방사능 오염."

오후 들어 조금씩 잦아들던 바람이 고요해지기 시작한다. 바람막이의 지퍼를 열고 속도를 내어 달려본다.

천천히 저물기 시작하는 햇살이 등 뒤로 떨어지며 따듯하니 좋다.

흥겨운 라이딩도 잠시, 바람을 이기며 달려온 오전 라이딩의 피로로 이내 자전거를 멈춘다.

"햇볕 너무 좋다. 쉬었다 가자."

도로변 버려진 폐가의 담벼락에 기대어 앉아 하늘과 햇살을 보며 시간을 보낸다.

"한가롭네. 좋다!"

30여 분, 아무것도 하질 않고 앉아있다 다시 출발한다. 딩저우까지 20km 정도 남아있다.

대책 없이 길을 막아버리는 중국 사람들의 운전 방식은 정말 어이가 없다.

베이징에 가까워지니 제법 멋들어진 이정표까지 볼 수 있다.

G107 국도를 벗어나 딩저우시로 들어가는 시 외곽의 도로로 접어든다.

도로가 좁아지고 노면이 평탄하지 않다. 이상한 일이지만 중국은 시내로 들어가기 전 도로들의 상태가 가장 나쁜 것 같다.

딩저우시로 들어가는 도로, 언제나 선을 그은 듯 좋은 도로가 시작된다.

길가에서 자전거를 수리하는 노점, 자전거가 줄어들다 보니 점차 자전거 정비업도 프랜차이즈 매장을 제외하고 사라지는 것 같다.

그래도 노년층에게는 중요한 이동 수단이다.

딩저우시는 작은 도시처럼 느껴진다. 하늘 높이 치솟는 거대한 빌딩들이 보이질 않고 거리 가득 봄날의 햇볕이 가득하다.

"아저씨, 신기하면 먼저 니하오 해봐요."

시내의 학교도 하교 시간이 다가오는지 교문 앞으로 오토바이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한 명 또는 두 명씩 오토바이에 태워 집으로 돌아가고.

시내 중심에 맥도날드, 버거킹, KFC 간판들이 우뚝 솟아있다.

세로 입간판이 없는 중국에서 미국 햄버거 브랜드 간판만이 높이 세워진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오토바이에도 경보 장치가 있는지 요란한 경보음이 돌아가며 울려댄다.

사거리에 앉아 고덕지도로 숙소를 검색하고 근처에 있는 평점이 좋은 빈관을 선택하고 이동한다.

"제발, 한 번에 끝내자."

숙소 앞 따오코우에 신호등과 건널목 표시가 되어있다. 사거리가 아닌 일반 도로에 신호등이 있는 것을 중국에서는 보기가 힘들다.

"얼마나 좋냐! 안전하고 서로 편하잖아."

한 번에 체크인을 할 수 있기만을 바라며 빈관으로 들어가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아주머니에게 숙박이 가능 한지를 묻고 또 묻는다.

"워 쓰 한궈렌, 커이 시아지앙? 커이?"

애가 왜 이러나 싶은 얼굴로 숙박 가능하다고 말하며 웃는다.

숙박비가 얼마인지 묻자 방의 종류가 많은지 보고 결정하라며 따라오라 손짓을 한다.

"방에 자신이 있는 거야?"

2층 계단을 올라 첫 번째 방은 창문이 있고 깨끗한 편, 두 번째 방은 창문이 없이 작은방이다. 각각 108위안과 80위안.

"아줌마, 장사할 줄 아네. 깨끗한 방으로 할게."

그제서야 밖에 세워둔 자전거를 프런트 앞에 놓아두고 체크인을 끝내고, 샤워를 한 후 저녁을 먹기 위해 사천 음식을 하는 듯한 식당에 들어간다.

주방 앞 테이블에 앉아 말을 하니 유쾌하게 수다스러운 아주머니가 메뉴판을 들고 와 주문을 받는다.

오빠라는 단어를 하는 아주머니와 장난치듯 대화를 하고 있으니 식당 안의 직원들과 식구들이 내 테이블로 모여든다.

식사를 할 적당한 메뉴를 찾지 못하고 매운 음식이라며 추천을 한 닭고기 요리를 주문한다.

"이건 밥반찬이 아니잖아!"

매콤하게 튀겨진 닭요리를 흰밥과 함께 먹고 있으니 카운터 뒤편으로 진열된 술병들 사이에서 그녀가 나를 부른다.

"술은 얼마야?"

아주머니를 불러 술의 가격을 묻고 도수를 확인하고 있으니 다른 것들도 보여주며 맛이 좋다고 추천을 한다.

"됐어. 난 그녀를 따라갈 거야."

종이 포장지를 벗기니 낯선 놈이 그려져 있다.

"에이, 속았어!"

향기가 좋지만 독한 중국 술은 반 병을 채 못 마시고 나머지는 패니어에 집어넣었다.

바람 속 라이딩의 피곤함과 약간의 반주로 열이 살짝 올라오며 노곤해졌다.

숙소에 돌아와 프런트를 지나치려는데 아주머니가 뭔가를 말하며 나를 붙잡는다.

"딩저우 타워 가봤어? 야경이 이쁘다."

"딩저우 타워, 여기서 가까워?"

어제 딩저우시의 관광명소를 검색하며 딩저우탑의 사진을 보았지만 별 매력을 느끼지 못하여 둘러볼 생각이 없었다.

"가까워. 저쪽에 바로 있다."

"그래, 이쁘다면 가봐야지."

고덕지도를 확인하니 숙소와 1km 정도의 거리에 딩저우탑이 있다. 쉬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너무 가까운 거리가 유혹을 한다.

방으로 돌아와 겉옷만을 걸치고 밖으로 나가 10여 분 정도 어두운 골목을 걸어 환하게 빛나는 탑을 향해 걸어간다.

카이위안사탑(開元寺塔), 높이 솟은 탑에서 적의 동태를 살핀다 하여 일명 요적탑(料敵塔).

문이 닫혀있는 개원사에는 들어갈 수 없지만 우뚝 솟아있은 딩저우탑을 구경하는 데에는 별 어려움이 없다.

환한 조명을 받아 더 밝게 반사되는 딩저우탑의 아름다움.

개원사의 건너편으로 넓고 붉은색의 광장이 펼쳐지고 많은 사람들이 공원을 산책한다.

그중에 일렬로 서서 허리를 세운 채 사각형을 그리며 돌고 있는 여자들의 무리가 관심을 끈다.

"뭐 하는 거야?"

부드러운 음악이 흐르고 사람들은 줄을 지어 걷기만 한다.

"정말 알 수가 없다."

공원에서 랩을 하며 버스킹을 하는 힙합 브로들도 보이고, 공원을 런닝하는 사람들도 보이고 아주 다양하다.

공원을 지나 넓은 대로의 건너편으로 넘어가기 위해 지하도를 건너간다.

오래된 성문의 모습과 함께 수많은 붉은 등을 단 옛 건물들의 상가에 현대의 유명 브랜드 샵들이 밀집되어 있다.

사람들이 모여있는 흥겨운 음악이 들려오는 곳으로 걸어간다.

작은 사당 같은 곳도 보이고.

안쪽에 두 명의 신이 모셔져있는데 중국 시골의 집 앞 여러 곳에서도 곡갱이 같은 것을 들고 있는 신의 모습이 볼 수 있었다. 아마도 풍년을 기원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딩저우의 옛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거리의 전개도도 보이고.

조명을 받아 한층 우아한 성문이 나온다. 고중산국(古中山国).

"이쯤 되면 딩저우가 궁금해지는데."

징저우처럼 과거 중국의 주요 중심지가 아니었을까 싶다.

시의 전체가 과거와 잘 어우러져 이색적이고 흥미롭다 생각할 때쯤 성문과 오래된 성터의 주변으로 화려한 사람들의 움직임이 보인다.

큰 스피커를 삼륜 오토바이에 올려놓고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뮤지컬 캣츠의 한 장면처럼 사람들이 단체 군무를 하고 있다.

"이 삼륜 오토바이로 못하는 것은 무엇일까?"

파트너로 춤을 추는 조합이 재미있다. 남자 한 명이 여자 두 명을 리드하며 춤을 춘다.

다른 편에서는 왈츠 음악에 맞춰 고전틱한 사교댄스를 추고, 앞에서는 두 젊은이가 비트에 맞춰 배틀을 벌이듯이 스트릿댄스를 추고 있다.

"밤거리 문화의 폭발이네. 흥미로운 도시야."

거리에 앉아 흥겹게 춤을 추는 사람들을 구경하다 다시 개원사가 있는 방향으로 건너간다.

붉은빛으로 물든 딩저우 고성의 건물들은 화려하고 아름답게 재현되어 있다.

골목의 안쪽으로 로봇의 놀이 기구와 간단한 놀이 기구들이 조명을 달고 움직이고.

옛 건물들을 재현한 건물에는 현대의 상점들이 영업을 하고 있다.

화려한 붉은빛의 딩저우시.

큰 도시는 아니지만 이색적인 풍경과 사람들의 여유가 느껴지는 매력적인 도시다.

과거와 현재가 너무나 잘 어우러진 중국의 작은 소도시.

"피아오량!"

숙소에 돌아와 나를 바라보며 대답을 기다리는 아주머니에게 엄지를 세우며 방으로 들어간다.

11시가 되어 출출해진 배를 사과로 달래보고 잠이 든다.

"좀 따듯하게 입고 나갈 걸 그랬나."



경비내역
식비:65위안 / 식료품:24위안 / 숙박:108위안 / 합계:197위안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51일 / 맑음 ・ 21도
싱타이시-가오이현-위안스현
느긋하게 아침을 시작한다. 베이징까지 400km의 남은 거리가 여유를 갖게 만든다.


이동거리
90Km
누적거리
6,705Km
이동시간
6시간 17분
누적시간
466시간

 
G107도로
 
G107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싱타이시
 
가오이현
 
위안스현
 
 
3,920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86-1173-0089

 
"조식을 먹어야 해!"

어쩌면 지독한 불면증보다 더 심각한 병이 생겨난듯싶다.

알림을 들으며 잠에 취해 있으면서도 깨어남의 의지를 불태우는 것은 직장을 다니던 때에도 안 해본 짓이다.

어제 빨아놓은 옷들은 뽀송하게 말랐지만 흙먼지의 얼룩들은 여전하다.

내일도 비가 올 테니 그만, 내일도 먼지 밭에 뒹굴 테니 그만했던 것들이 얼룩이 되어 귀티 나는 한국인의 컨셉을 방해하고 있다.

17층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의 느낌이 좋은 아침이다.

양치만을 하고 식당으로 내려간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식당의 층수를 찾고 있으니 함께 탄 중국인이 6층이라고 알려준다.

넓은 식당과 깔끔한 인테리어.

"오, 좋아."

약간의 흥분감도 잠시, 기대와 달리 음식의 종류가 다양하지 않다. 빵, 밑반찬, 죽, 밥, 음료, 과일이 구성된 메뉴의 전부다.

"가장 비싼 숙소인데, 완전 실망. 그래도 2만원어치 먹는다."

다른 메뉴가 있나 생각하며 담다 보니 애피타이저가 조금 부실하다.

볶음밥을 쉽게 리필하려고 밥들이 놓인 테이블 바로 옆에 자리를 잡는다.

간단하게 식욕을 돋우고.

메인 식사를 한다. 메인 식사를 담아오니 원형 테이블에 중국 여자들이 서너 명 자리 잡고 있다.

세 번째 밥을 리필해서 먹는 동안 그녀들이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가 조용한 아침 식사를 방해한다.

수박을 추가로 가져와 부족한 과일 섭취를 아쉬운 대로 채우고.

룸으로 올라와 트립닷컴 채팅 상담으로 복잡하게 꼬인 예약 취소들을 확인하고, 오늘 도착할 스자좡시의 숙소를 골라 외국인 투숙이 가능한지 문의를 한다.

호텔측의 사유 발생으로 예약이 취소되면 그곳 요금의 30%를 보상금으로 보내주지만, 한두 번도 아니고 불편해서 이번에는 미리 투숙 가능 여부를 확인한 것이다.

시내 중심에 위치한 숙소의 숙박 가능을 확인받고 그곳을 목적지로 설정하고 체크아웃을 한다.

보증금 300위안을 돌려받고 자전거를 놓아둔 지하 2층 직원 오토바이 주차장으로 내려가서 짐들을 정리하고 있으니 어제의 남자 직원이 어디서 나타났는지 체크아웃에 대해 묻더니 길을 안내하겠다고 한다.

"다음에도 방문하시면 환영합니다."

어제부터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듯 주저하더니 자신의 핸드폰으로 번역기를 돌려 보여준다.

"너, 형한테 관심 있었구나."

1층까지 안내를 하더니 큰 덩치 때문에 작게만 느껴지는 핸드폰을 한참 동안 조물딱거린다.

"오늘 밖이 춥습니다. 옷을 더 챙기세요."

날씨가 쌀쌀한지 겉옷을 더 입으라 알려주어 바람막이를 꺼내어 입는다.

덩치가 큰 남자 직원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나오니 쌀쌀한 바람이 세차게 불어 춥게 느껴진다.

"다시 이너웨어를 꺼내 입어야 하는가. 그나저나 이 바람은 맞바람일까, 뒷바람일까? 운에 맡겨보자."

어렵사리 패니어에 넣어둔 장갑만을 착용하고 스자좡시까지 110km 여정을 출발한다.

가끔씩 자전거를 휘청이게 만드는 바람이 불어온다.

하천을 따라 시내를 벗어날 때쯤 하천을 넘는 다리에 색색의 천들이 걸려있고 요란한 악기 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움직임이 보인다.

三官庙(삼관뇨, 싼관먀오), 사당 같은 곳처럼 보인다.

아무도 없는 다리의 건너편에서 빠르게 핸드폰을 준비하고 기다리니 붉은 전통 복장을 갖춘 사람들이 악기를 연주하며 다리를 건너온다.

중국 무협영화에서나 들을법한 노래를 부르며 제를 올리는듯한 행위를 한다.

제단에 절을 하고 향을 피우고 사방을 향해 부드러운 몸짓으로 무언가를 알린다.

계속되던 노래와 춤사위 같은 움직임을 잠시 멈추고 제단을 향해 무언가를 읊조린다.

그리고 노래와 춤사위가 반복된다.

제를 올리는 그들을 따라 마음속으로 간절한 기도를 올린다.

"오늘 뒤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갖게 해주세요. 제발!"

찬 바람이 세차게 불어오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30분이 넘도록 제를 올리는 행사는 계속된다.

중간중간 사람들과 자전거가 지나쳐도 아무렇지 않은 듯 신경도 쓰지 않고 끊김 없이 할 일들을 계속 이어간다.

마무리가 궁금했지만 40분 정도 구경을 하다 출발을 한다.

맑은 날이지만 어제의 지독했던 미세먼지 기운이 조금은 남아있는 것 같은 하늘이다.

숙소에서의 여유 있는 출발과 삼관묘의 행사 구경으로 시간을 보내어 오늘도 부지런히 달려야 한다.

G107 국도로 이어지는 사거리에서 좌회전을 하자마자 바람이 자전거를 밀어낸다.

"젠장, 똥 됐다. 뒷바람을 달라 했더니 품에 안겨주네."

시내를 벗어나자 강물이 완전히 말라버리고 흙밭으로 변해버린 다리를 건너고.

G107 국도를 따라 스자좡시를 향한다.

단 1도의 비껴남도 없이 정면에서 거센 바람이 불어온다. 30분 동안 겨우 5km 이동한다.

뒷기어를 5단까지 낮추었는데도 페달이 무겁고 자전거는 움직이질 않는다.

"죽겠어. 펑크가 났나? 누가 패니어에 돌덩이를 넣어놨나?"

페달링이 지루하고 땀이 나질 않으니 졸음까지 밀려온다.

중국의 일반 도로에는 신호등이나 건널목이 없고, 道口(도구, 따오커우)라는 통로만 뚫려있다.

저곳을 통해 이동하는 차량, 오토바이, 사람들이 좌우를 살피고 차량이 없을 때 이동해야 하는데 중국 사람들은 막무가내로 따오커우를 통과해 버린다.

작은 마을의 입구에서 남은 콜라를 마시며 나른해진 몸을 깨워보려하지만 도움이 안된다.

12시 93km, 오전 3시간 동안 20km 밖에 이동하지 못하고.

"아이고, 오늘 스자좡시까지 못 가겠는데."

평상시 날씨라면 여유가 남은 거리지만 바람을 이길 수는 라이더는 없다.

꾸역꾸역 소처럼 페달링을 반복하고.

오늘 두 번째로 넘는 다리 역시 강들이 말라가며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겹겹으로 나무들을 심어놓은 중국의 눈물겨운 노력보다 흙바닥의 먼지마저 깨끗하게 날려버린 바람이 더 인상적이다.

"모두 어디로 날아간 거니?"

조금씩 바람의 방향이 바뀌는듯하지만 힘들기는 마찬가지.

그런 사이 천천히 하늘이 밝아지며 제모습을 찾아간다.

14시 66km, 속도는 조금 빨라지지만 멈출 것 같지 않은 바람에 목적지를 스자좡시에서 20km 줄여 위안현으로 변경한다.

독특한 마을 입구에 앉아 쉬어간다. 든든하게 먹은 아침에도 불구하고 배가 출출해진다.

하늘은 한껏 브링브링한 자태를 뽐내고, 어제 싱타이시 초입 노점에서 사두었던 빵으로 허기를 채운다.

팥앙금이 살짝 들어간 빵은 고소한 기름맛과 어우러져 달콤하니 정말 맛이 좋다.

"이 집, 맛집인데! 몇 개 더 살 걸 아쉽다."

오후 들어 구름들이 조금씩 모이더니 하늘 위로 예쁘장하게 펼쳐진다.

"하늘만 좋네. 바람아 그만 멈추어 다오. 제발!"

3시 넘어 가오이현에 이르렀을 때 하루 종일 정면으로 불어오던 바람은 방향이 살짝 바뀌면서 그 기세가 조금 줄어든다.

가오현의 외곽을 지나는 동안 일정의 거리를 두고 대형 분무기가 계속 놓여있다.

하지만 오늘은 영업 중단이고.

바람이 강하게 흙먼지를 날려버리니 물을 뿜어내던 분무 차량도 할 일이 없고.

청소 아주머니도 할 일이 없는데.

나만 바람 덕을 못 보고 죽어라 달린다.

위한현으로 들어가는 오늘의 세 번째 다리, 마치 처음부터 흙 밭 위의 쓸데없이 다리를 놓은 것처럼 강의 형체마저 찾기가 힘들다.

"지도에는 파란선의 강물이 지나가는데."

위안현에 가까워지자 살수차들은 도로에 물을 뿌리느라 오늘도 바쁘고.

늘 젖어 있어야 하는 중국의 도로들이 안타깝지만.

이런 문화는 좀 바꾸면 안 될까 싶다. 

"어려운 것도 아닐 텐데."

스자좡시까지 가지 못했지만 오늘 아침부터 이곳에서 쉬고 싶었다. 복잡한 스자좡시보다는 한적할 소도시 위안현이 좋겠다 생각했다.

넓은 광장의 중앙 무대에서 팽이를 치는 할아버지들이 보인다.

쇠로 만든 커다란 팽이를 채찍 같은 것으로 치는데 그 소리가 날카롭고 엄청나게 크다.

채찍을 치는 것이 보기만 해도 힘들어 보인다. 아니나 다를까 채찍을 몇 번씩 휘두르고 할아버지들이 팽이보다 더 휘청인다.

한 사람이 지치면 다른 사람이 나와 팽이가 넘어지지 않도록 팽이를 친다.

"릴레이 팀워크 놀이네."

긴 지팡이에 손잡이 줄을 달고 끝부분에 전선 같은 것을 붙여놨다.

대리석 위에서 윙윙거리며 빠르게 돌아가는 팽이.

마작이나 카드게임을 하는 것보다 얼굴들이 밝고 즐거워 보인다.

광장이 넓은 것인지, 사람이 없는 것인지. 어쨌든 싱타이시의 고성 앞 풍경보다 밝고 좋아 보인다.

시내에서는 분무 차량도 열일을 하고.

아침부터 봐두었던 3만원짜리 4성급 주점에 들어간다. 문제없이 친절하게 체크인이 되고 자전거는 방안으로 가지고 들어갈 수 있다는 안내해 준다.

가벼운 농담과 대화가 오가고.

밖에 두었던 자전거를 끌고 들어와 조식이 제공되는 식당의 위치를 확인하고 있으니 40대쯤 돼 보이는 여자가 난데없이 자전거를 보고서 시끄럽게 소란을 피운다.

"이번에는 아줌마야?"

반색을 하며 떠들어 대니 프런트에 여직원이 '한궈렌'하며 뭔가를 말하자 쑥스러운 웃음을 보이더니 뻘쭘하게 되돌아간다.

"사과라도 하던지, 눈 웃음이라도 맞추고 고개라도 끄덕이고 가라. 못난이 참견쟁이들아."

방을 안내해 주고 과일까지 서비스해 준다.

중국에서 보는 두 번째 노을인데, 이번에는 제대로다.

"곧 노을을 즐기며 라이딩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

숙수가 외곽에 위치한 신규로 세워지는 단지들 사이에 있어서 식당이 보이질 않는다.

길 건너편, 훠궈 식당 같은 곳에 들어가 식사를 물어보려고 하니 젊은 여자가 외면을 한다.

외국인을 보면서 쌀쌀맞게 외면을 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서로 부끄러울 것도, 감출 것도 없는 관계이고 공포나 두려움을 느낄 분위기도 아닌데 말이다.

"그냥 성격이 못돼 먹은 거지 뭐."

내일 아침 조식을 위해 슈퍼에서 빵과 과자를 사서 대신한다.

"내일은 15,000원어치 먹어야지."

"정말 쓸데없이 넓네."

저녁 늦게 노크 소리가 들린다. 룸의 노크 소리만 들려도 이번엔 뭔가 싶다.

부랴부랴 옷을 챙겨 입고 방문을 여니 접시에 우유 같은 것을 담아 받쳐 들고 있다.

"한국에서도 모텔이나 펜션 말고는 가보질 않아서, 원래 이러는 건가?"

"3만원 고객에게 정성이네. 조금 전에 구멍가게 같은 식당에서 문전박대 당했는데."

중국은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르겠다. 재미있고 흥미로운 나라다.





경비내역
식료품:11위안 / 숙박:30,727원 / 합계:11위안, 30,727원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50일 / 미세먼지 ・ 23도
안양시-한단시-사허시-싱타이시
새벽 5시에 잠이 들었다. 9시가 되기 전 일어나 베이징을 향해 달린다.


이동거리
113Km
누적거리
6,615Km
이동시간
7시간 16분
누적시간
460시간

 
G107도로
 
G107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안양시
 
한단시
 
싱타이시
 
 
3,830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86-1173-0089

 
아침 하늘이 안개가 내려앉은 것처럼 뿌옇다. 미세먼지다.

북쪽으로 많이 올라와서 그런지 아침나절 쌀쌀함이 느껴지지만 곧 기온이 올라갈 것이다. 

복잡하지 않게 시내를 벗어나 도로의 식당에서 아침을 해결한다. 싱타이시까지 110km를 가야 하니 배를 든든하게 채워야 한다.

간단한 면 메뉴일 거라 생각했는데 손님들이 먹고 있는 음식은 갈색의 죽 같은 것이다.

그 비주얼이 심상치 않아 순간 당황스럽지만 그냥 먹어 보기로 한다.

죽과 요우티아오(油条)를 주문하고 조리하는 것을 구경한다.

얇게 썰어놓은 두부를 기름에 튀긴다.

모양은 안 이쁘지만 기름맛이 퍼지는 ​요우티아오.

미리 끓여 놓은 큰 냄비에서 죽을 담고 조미료 같은 것을 살짝 뿌린 뒤 진한 갈색의 죽이 나오고.

못생긴 요우티아오도 바로 나온다.

"아, 비주얼 정말."

궁금함과 걱정 반반으로 한 숟가락을 먹어본다.

"오, 낫 베드!"

두부 알갱이와 지단, 약간의 당면, 땅콩 그리고 정체 모를 내용물이 들러간 죽은 보기와 달리 향이나 맛이 진하지 않고 부드러운 식감이 좋다.

요우티아오와 궁합이 아주 잘 맞는다.

"이것도 해장용으로 그만인데, 속을 편하게 해주겠어."

음식을 다 먹고 죽의 이름을 물어보니 5위안이라고 한다. 5위안을 주며 다시 물어본다.

"아니, 쩌거 조우 밍?"

식당 여주인은 죽이 3위안이고 빵이 2위안이라 5위라이라고만 대답한다.

"알아, 5위안 줬잖아. 조우 밍, 밍즈?"

계속 3, 2, 5만을 반복적으로 알려주는 여주인은 포기하고, 마침 죽을 먹기 시작한 남자에게 물어본다.

"쩌스 썬머? 밍?"

살짝 당황해하더니 번역기에 죽의 이름을 적어준다.

"湖拉汤, 후라탕"

식당 여주인을 향해 '후라탕' 하니 '뚜이' 웃으면서 답한다.

아침을 먹는 사이 10시가 되고 이제부터 107km를 가야 한다.

11시 87km, 흐린 하늘처럼 뿌연 도로를 달리다 길가에 피어오른 들꽃에 자전거를 세우고 잠시 쉬어간다.

달릴 땐 제비꽃처럼 보였는데 꽃대가 길고 꽃망울이 여러 개다.

"마른 흙바닥에서 이쁘게도 폈네."

조금씩 맞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한다. 수양버들이 가로수로 심어진 길을 달리지만 미세먼지 가득한 날씨 때문에 라이딩에 흥이 나질 않는다.

체인비를 낮추고 어기적어기적 치현을 벗어나고.

"항아리 굴뚝이 네 개나 서 있네."

13시 53km, 땀도 차고 핸드폰 조작도 어려워 장갑을 벗고 지냈더니 손등이 새까맣게 타버렸다.

"이쁘게 좀 타지. 지저분하게 그을렸네."

큰 규모의 한단시에 진입했지만 시의 외곽을 돌아가는 길이라 낡은 변두리의 풍경들만이 이어진다.

예전의 청계천이나 을지로의 풍경들처럼 미싱 공장들과 부품 가게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멀리 보이는 도시의 실루엣은 마치 회색 분가루를 하늘에 뿌려놓은 듯하다.

중국의 서북지역은 사막이 있거나 사막화가 진행되는 지역이고, 사막화의 영향권에 들어있는 지역은 허난, 허베이와 같은 산업화가 이루어진 지역이다.

사막화의 흙먼지와 산업화의 미세먼지가 환상의 콜라보를 이루는 지역인 것이다.

후난성을 지나 후베이와 허난으로 올라오는 동안 가장 큰 변화는 황사와 흙먼지 그리고 미세먼지가 짙어지고 많아진다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우리와 위도가 비슷해질수록 더욱 심해진다.

"동남부는 비 때문에 하늘 보기가 힘들더니 여기는 먼지들 때문에 하늘 보기가 힘들구나."

"중국에서 맑음의 의미는 어떤 것일까?"

중국여행 50일 중 맑은 하늘을 본 것은 비가 내린 뒤 반짝 해가 떴던 단 하루, 아니 정확하게 반나절이 전부였다.

한단시를 둘러싸고 거대한 원을 그리는 외곽도로를 벗어날 때쯤 서로 엉키고 설켜 흙먼지만을 날리고 있는 도로가 펼쳐진다.

환상적인 바람과 함께 마치 70년대 미국의 서부 영화의 한 장면같다.

"이건 뭐 답이 없다."

사거리 교차로에 신호등이 없어 서로 뒤엉켜 있는 차들과 틈바구니를 찾아 어떻게든 빠져나가려는 오토바이, 사람들이 난장판을 이루고 있다.

잠시 그들을 피해 사거리 우측에 자전거를 세우니 어색한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광고판이야? 뭐야?"

끝이 보이지 않는 거리에 광고판처럼 안내판들이 걸려있다. 건물 외벽의 세로 간판조차 없는 중국에서 도로 표지판을 제외하고 처음 보는 관경이다.

볼트와 너트 같은 산업용 부품을 생산하는 단지처럼 보인다. 흙먼지가 날리는 도로변에 음식을 파는 노점 식당들이 즐비하고 도시 전체에 공장의 기름 냄새가 배어있다.

지옥 같은 거리를 지나 사허시에 들어선다. 연속되는 도시들의 도로를 지나가느라 진행 속도가 더디다.

"재미없는 라이딩이야."

그렇게 찾아도 보이지 않던 자전거 샵이 다섯 개가 한 건물에 몰려있다. 정말 중국은 극단적이다.

뭔가 있다 싶으면 너무 많고, 없으면 아무것도 없다.

필요한 부품이 있나 생각해 보니 본드는 묘족 자치구에서 샀고, 풀리는 자이언트 매장에서 임시로 사용할 것을 주었다. 그리고 울산 바이크하우스 선화에게 풀리와 습식 오일을 강제 협찬받을 것이다.

"필요할 땐 안 보이더니, 필요한 게 없네."

시내에 들어서며서 가로수와 큰 건물들에 가려 시야가 막혀있으니 미세먼지의 정도가 가늠이 안된다.

"저 예쁜 가로수들은 하늘을 가리려는 위장술 아냐?"

도로를 오가며 쉴 새 없이 하늘에, 바닥에 물을 뿌리지만 의미가 없어 보이고.

서울시의 인공강우 실험이 차라리 낫겠다 싶다.

"베이징이 고작 400km 남았구나."

사허시와 싱타이시를 잇는 다리를 지난다.

지나가는 차량들이 흩날리는 먼지로 숨이 막힐 지경이다.

강물은 흔적조차 사라지고 메말라 흙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모래와 흙들이 쌓여 산을 이루고 있다.

도로변에 쌓인 흙모래를 퍼내느라 바쁘지만 이쪽 모래를 저쪽으로 옮기는 의미밖에는 없다.

마른 흙들로 변해버린 도로변에 가로수의 묘목들을 심어놓고.

여러 겹으로 가로수들을 심어 놓았지만 이미 많이 늦은 것은 아닌가 싶다.

"그래도 많이 심어. 무조건 심고 또 심어."

여기저기 물을 뿌리느라 바쁘다.

바닥은 쓸고 닦고 치우느라 바쁘고.

가로수에 물을 주기도 바쁘다.

관리가 이루어지는 도심이나 지방에서는 이렇게 살수차와 청소차량으로 물을 뿌려 흙먼지를 제거하고, 많은 청소 인력들이 흙들을 청소하느라 바쁘다.

중국도 문제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자구책을 마련해 가는 것 같지만, 앞으로 어마한 댓가의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할 것이다.

"대륙아, 문제를 하루라도 빨리 인정하고 주변국들에게 협력을 구해봐. 세계의 중심이 되기 전에 민폐의 중심이 되고 말 거야."

춘절을 전후해서 도로를 다니며 이 요물이 폭죽을 터트리는 바람에 심장이 떨어질 뻔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잘 정비된 싱타이시의 초입 도로변으로 어정쩡하게 노점 시장이 들어서 있다.

지금껏 노점 시장은 현(县)이나 시(市)의 시작 직전에 펼쳐지고 도시로 이어졌는데, 도시와 도시가 연결되다 보니 시내 안쪽의 초입에 어정쩡하게 들어선 모양이다.

저녁 후식으로 먹기 위해 1위안짜리 빵을 골고루 다섯 개 사들고 시가지로 들어간다.

뒷통수 한 대 때렸으면 싶다. 자동으로 움직이니 전기 오토바이들을 참 희한하게 타고 다닌다.

황사와 미세먼지의 콜라보 못지않게 전기 오토바이와 핸드폰의 콜라보 역시 최악의 조합이다.

상하이에서 오토바이 부대를 처음 봤을 때는 모두들 헬멧을 착용하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헬멧들이 사라졌다.

속도감이 떨어지는 전기 오토바이의 병폐가 아닌가 싶다.

어딘지 모르게 낡고 오래된 도시의 느낌이다. 시간의 여유도 있고 숙소도 검색할 겸 자전거를 세울 적당한 장소를 찾는다.

고덕지도를 보니 주변에 청풍루(清风楼)가 있어 구경도 할 겸 이동한다.

오래된 상가 골목 사이로 청풍루가 나온다. 노인들이 청풍루의 광장을 가득 메우고 있고 양옆으로 단체로 모여 춤을 추는 할머니들이 있다.

"탑골 공원인가."

청풍루의 정면으로 등소평의 초상화가 걸려있고 다른 성들과는 달리 문이 굳게 닫혀있다.

어디선가 인민복을 입은 할아버지 두 분이 나타나더니.

등소평의 초상화를 보며 반듯하게 서서 무언가를 읊조린다.

엄숙한 할아버지들과는 달리 옆에서는 할머니들이 춤을 추기 바쁘고.

청풍루의 길 건너편으로 오래된 상가들이 이어진다. 옛날 성을 중심으로 자리를 잡은 거리의 모습일 듯싶다.

상가들의 앞에서 제기를 차며 노는 사람들. 시계방향으로 제기를 차서 넘겨주며 자리를 바꿔 빙빙 돈다.

안축, 바깥축으로 능숙하게 제기도 잘 차지만 그보다도 너무나 즐겁고 재미나게 노는 것이 인상적이다.

도시가 너무 크다 보니 개발이 안되어 그럴 수도 있지만 이런 고전적 거리가 넓게 유지되는 것은 참 부럽다.

목조나 석조의 2층 구조라 유지가 가능한지 모르겠지만.

3성급 숙소를 잡고 찾아갔지만 외국인 투숙이 불가능하다며 친절하게 안내를 해준다. 괜찮다 말하고 근처의 투숙 가능한 숙소를 트립닷컴에 문의하고 바로 이동한다.

"아, 높다. 45,000원, 가장 비싼 주점이네."

호텔 입구에 자전거를 세워두는데 중년의 남자 직원이 무어라 제재를 한다. 자전거를 다른 곳에 놓으라는 것 같은데 모른 척 무시하고 주점으로 들어간다.

무리 없이 체크인을 하고 보증금으로 300위안을 주불한다.

"뭐 대단한 것이 있길래, 숙박비보다 보증금이 더 많은지."

체크인을 하는데 중년의 남자가 와서 자꾸 밖에 세워둔 자전거로 시비를 거는 것을 계속 무시한다. 프런트 직원들은 방으로 가져가도 된다고 말을 했는데 말이다.

"내 자전거가 호텔의 격에 안 맞으면 격에 맞게 정중히 안내해. 네 눈에 내 자전거가 더럽고 허접해 보이면 내 눈에도 너희 호텔이 서울의 싸구려 모텔 정도로 밖에 안 보인다고."

체크인을 마치고 자전거를 가지러 가는 내게 바싹 붙어 시끄럽게 떠들길래 웃으며 욕을 해줬다.

"알았다. 피곤한 꼰대야!"

덩치가 큰 부하직원에게 어딘가를 안내하라 지시하더니 그동안 자신을 무시한 것에 대한 분이 남아 있는지 씩씩거린다.

덩치가 큰 남자는 지하 2층 주차장에 있는 직원들의 오토바이 주차장으로 안내한다. 덩치와 달리 뭔가 조심스럽고 소극적인 남자다.

자전거를 묶어두고 샤워를 한 후, 같은 건물에 있는 할배네 치킨으로 가서 햄버거 세트를 사들고 나온다.

앞에 서서 주문하던 결정 장애가 심각해 보이는 남자, 200위안의 주문을 하는 남자 때문에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중국은 맥도널드보다 할배네가 싸고 맛이 있는 것 같다.

일 년에 한두 번 먹을까 싶은 햄버거를 자주 먹게 되다니. 맥도날드, KFC 간판만 봐도 백반집 간판처럼 반갑고 군침이 돈다.

햄버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시원한 콜라가 한몫한다. 냉수를 좋아하는데 중국에는 냉장고를 안 쓰니 미지근한 물 아니면 뜨거운 차뿐이다.

고급진 주점이라 무료 생수도 생색이다.

"한국 싸구려 모텔에도 냉장고에 생수 2병, 음료 2캔은 기본으로 들어있다. 배워라!"

대단한 황사와 미세먼지 속을 달렸다. 중국의 고민들도 엿볼 수 있었고 아쉬운 노력들이 안타깝기도 하다.

"이곳의 아이들은 청명한 하늘의 느낌을 알까?"

우리가 소나기 소설을 읽으며 더욱 아련해질 수 있는 것은 여름날의 소나기와 비가 갠 후의 청명한 하늘, 산산하게 불어오는 바람결 같은 것을 경험에 비춰 그려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의 다음 세대들은 어떤 하늘을 그려낼는지 모르겠다. 하늘색 크레파스일지, 회색 크레파스일지.

알고 보면 우리는 좋은 것들을 많이 갖고 누렸음에도 더 좋은 것들을 찾아 물려주고 싶어서, 그 좋았던 것들을 없애 버렸다.

"얘들에게 좋은 집은 줬는데 하늘을 뺏어 버린 거지!"

어쩌면 '그땐 먹고사는 게 바빠서 그랬다'라는 이전 세대들처럼 '더 좋은 집을 주려고 그랬다'라며 궁색한 변명을 해야 될지 모를 일이다.

중국은 쓸데없는 허세로 겉모습에만 신경 쓰지 말고, 실질적인 해결책을 하루빨리 찾아내길 바란다.

"물만 주야장천 뿌려대지 말고, 쫌!"

그리고 고등어구이는 죄가 없다!


경비내역
식비:44위안 / 식료품:18위안 / 숙박:45,340원 / 합계:62위안, 45,340원


Trak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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