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617일 / 맑음 ・ 34도
밀양-김해-창원-창녕
밀양으로 갈지 아니면 김해로 갈지를 고민하다 대통령님을 만나러 김해 봉하로 간다.


이동거리
54Km
누적거리
27,489Km
이동시간
4시간 39분
누적시간
2,096시간

 
낙동강길
 
낙동강길
 
 
 
 
 
 
 
13Km / 1시간 10분
 
41Km / 3시간 39분
 
밀양
 
봉하
 
창녕
 
 
1,090Km
 

 

아침 햇볕을 막을 그늘을 예상한 텐트 자리는 적중했다. 교각이 만든 그늘로 다른 날에 비해 조금은 아침 더위가 덜하지만 이른 아침부터 공원의 주차장에 차들이 몰려들어 어수선하다.

"오늘은 이렇게 잠을 깨우는구나."

요즘 들어 평균적으로 4~5시간 정도 잠들기가 힘들다. 내 안 어딘가 차곡차곡 쌓여가는 피로의 저금통이 있지 않을까 싶다

이른 8시부터 주차장으로 모여든 사람들은 침수로 인해 망가진 공원을 청소하기 위해 모인 자원봉사자들이다. 더운 날씨에 고생들이 많다.

수돗가로 가서 세수를 하고.

어디로 향할지 고민을 한다.

"속리산, 속리산으로 갈까?"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밀양이 궁금하지만 봉하마을의 김해로 결정한다.

"밀양에 전도현은 없잖아."

텐트를 말린다. 아침 이슬과 바닥의 물기, 머지않아 이 계절도 바뀌려나 보다.

자원봉사자들의 밥차인 줄 알았는데 푸드트럭이다.

패니어에 무게를 더하던 동전들을 꺼내어 밀크커피를 사고.

"비율이 어떻게 되는 거지? 맛있단 말이야."

뽀송하게 텐트가 마르는 동안 봉화마을을 지나 어디로 향할지 결정한다.

"일단 창녕까지."

짐들을 챙겨 아침을 먹기 위해 삼랑진읍으로 돌아간다.

"이 집은 휴가인가?"

시장 근처에 돼지국밥집으로 들어간다.

"경상도에 왔는데, 한 끼 정도는 괜찮지 뭐."

"대통령님을 만나러 가 볼까!"

레일바이크가 운영되는 철로를 지나고.

김해로 넘어가는 철교를 건너간다. 지난 여행에서 멋진 저녁노을을 만들어줬던 철교이다.

철교를 넘으면 바로 김해시.

짧은 거리지만 곧 넘어가야 할 고개를 생각하니 숨이 답답하다.

그 고개를 앞두고 잠시 큰 한숨을 내쉰 후 페달을 밟는다. 짧은 고개지만 올 때마다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고개를 넘은 후 자전거 도로를 벗어나 한림면으로 향한다. 자전거 도로를 따라가다 봉화를 빠져나가는 길은 농공단지 같은 공장들이 즐비하고, 큰 화물트럭들의 통행이 잦아 꽤 힘든 코스였다.

한림역을 지나 봉화마을로 향하는 천변길을 따라간다. 국궁장으로 잘못 들어선 길에서 잠시 헤매고.

"설마 차량 도로가 끝이라는 거겠지?"

산책로는 봉화의 습지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폭우의 침수로 조금 황량해진 풍경이 주인을 잃은 아버지의 헛간처럼 쓸쓸한 느낌이다.

습지공원의 끝에 봉화로 가는 갈림길이 나오고, 알 수 없는 헛헛함이 찾아든다.

한적할 것으로 생각했던 봉화마을은 습지공원의 모습과 달리 활기가 느껴져서 좋다.

생가터 건너편으로 체험센터가 새로 지어지고.

마을을 찾은 몇몇 사람들과 마을을 둘러본다.

많은 사람들은 아니지만 아이들과 함께 찾아와 헌화를 하는 사람들이 조용하게 마을을 둘러본다.

"잘 다녀왔습니다."

지난번 둘러보지 못한 공간들을 거닐며 시간을 보내고.

"마을이 더 아담하고 예뻐졌네."

"계셨으면 마을을 가꾸며 즐거워하셨을 텐데."

두어 시간을 보내고 마지막으로 묘역을 둘러보는 순간 노란 바람개비들이 돌아간다.

"그래요. 바람이 불면 당신인 줄 알겠습니다."

낙동강 자전거 도로로 진입하기 위해 김해의 농로길을 따라 달린다.

한여름의 뜨거운 햇볕이지만 들녘의 풍요로움은 여유롭다.

가끔씩 보이는 연꽃밭에서 자전거를 세운다.

개화 시기가 지난 것인지 아니면 이른 꽃들이 피어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분홍빛 은은한 꽃들이 만발하면 예쁠 것 같다.

샤워기의 꼭지처럼 생긴 꽃이 진 봉오리들이 귀엽다.

계절이 지나가고 있음이 느껴지는 농촌의 풍경들이 좋다.

농로와 마을길을 따라가던 길은 낙동강 자전거 길로 이어진다.

강변의 자전거 도로로 들어가지 않고 시골길을 따라가다.

국도와 만나는 지점에서 어쩔 수 없이 자전거 도로로 들어선다.

강을 따라 길게 뻗은 지루한 자전거 도로다.

"이 길을 따라가다 정신이상이 생길 것 같다."

아무런 특색도 없이 강을 따라 이어지는 낙동강 자전거 도로, 이 길을 따라 국토종주를 하는 사람들의 기분이 궁금해진다.

낙동강 자전거 도로를 따라 부산으로 가는 사람들에게 '자전거 타고 강 보러 가냐'던 카일라스 형님의 말이 십분 이해가 된다.

"이런 의미 없는 길을 계속 갈 수는 없어!"

"겹겹이 쌓여있는 우리나라의 산들과 풍경들도 참 곱다."

 

지루했던 창원시의 구간보다 창녕군의 자전거 도로는 그늘이 있고.

 

오르내리막의 도로가 있고.

 

반대편으로 펼쳐진 풍경이 있어 조금은 지루함이 덜하지만 라이딩의 즐거움을 찾기에는 부족하다.

 

강을 따라 이어지는 자전거 도로를 벗어나 길게 뻗는 도로를 타고 빠르게 페달을 밟아간다. 속도를 내어 달려가다 보니 

 

"이런 것에 적응하는 거 아닌데."

 

목적지에 다다랐을 때 창녕의 함안보가 나온다. 낙동강 자전거길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함안보를 건너야 하지만 자전거 도로를 따라 라이딩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지 오래다.

 

"아, 잊을 뻔했네. @%@#%$^%$%$%$&^, 쥐새끼!"

 

함안보를 지나 오늘의 목적지였던 송진 삼거리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야영을 한 후 낙동강 자전거길이 아닌 도로를 따라 창녕읍으로 향할 생각이다.

 

고민의 여지없이 곧장 시원한 편의점에 들어간다.

 

"저기 나무 밑에서 야영을 할까?"

 

"몰라, 일단 폴라포!"

 

비싼 편의점의 폴라포로 행복감을 느끼고 있을 때 편의점의 마케팅 안내문이 눈에 들어온다.

 

"뭐야? 아이스크림을 킵해주는 거야?"

 

폴라포 3개를 한꺼번에 먹을 수 없어 비싼 1,200원의 가격으로 하나씩 사 먹었는데, 증정품이나 남은 상품 등을 모바일 앱에 보관할 수 있나 보다. 

 

"이러는 거 아니다. 왜 이제서야 보이는 거냐!"

 

만만한 데미소다 1+1을 사 들고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 편의점을 나온다.

 

삼거리에는 편의점 옆에 있는 짬뽕집, 그리고 길 건너편의 돼지국밥집이 있다. 

 

"하루에 투 국밥을 할 수는 없잖아."

 

매콤한 짬뽕국물이 생각나 중국집의 아저씨에게 영업시간을 물으니 8시라며 시큰둥하게 대답을 한다.

 

"투 국밥을 할지언정 친절한 집으로 갈 테다!"

 

돼지국밥집으로 들어서자 중년의 부부가 친절하게 인사를 하고 영업시간을 묻자 8시까지 영업을 한다며 안내를 한다. 1시간의 여유가 있지만 텐트를 펼치고 오기에는 빠듯한 시간이다.

 

"일단 먹자."

 

돼지국밥과 소주 한 병을 주문하고, 보조 배터리를 충전하며 남자 주인에게 밖에 있는 수돗가에서 씻을 수 있는지 물어본다.

 

"그럼요. 거기 비누랑 샴푸도 있으니 사용하세요."

 

아침에 삼랑진에서 먹은 돼지국밥과는 국물 맛부터 다르다. 진하고 부드러운 육수와 넉넉한 내용물들이 제대로다.

 

평상시 같으면 두 공기 정도 거뜬하게 비웠을 저녁 식사인데 지루한 낙동강길에서 더위를 먹었는지 식욕도, 술맛도 그저 그렇다.

 

"저희가 내일 아침 8시에 문을 열거든요. 필요한 것들을 충전하고 아침에 찾아가세요."

 

텐트를 설치하는 동안 보조 배터리의 충전을 부탁하니 식당의 부부는 부족한 배터리들을 충전하고 내일 찾아가도 된다고 말한다. 참 친절하고 웃는 얼굴이 부드러운 부부이다.

 

오래된 나무 근처에 텐트를 설치하고, 충전해놓은 배터리를 찾으러 오니 테이블에 시원한 음료수와 빵이 놓여있다. 밝게 웃는 부부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대용량 배터리의 충전을 부탁하고 나온다.

 

식당 옆 수돗가에서 깨끗하게 샤워를 하고 텐트에 누웠지만 열대야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다. 

 

"부채가 필요한가?"

 

편의점으로 들어가 얼음 커피를 마시며 열대야의 열기가 사그라들기를 기다린다.

 

새벽 1시가 넘어가며 조금씩 더위가 사그라든다. 

 

"그나저나 내일부터 어디로 가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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