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69일 / 맑음
만저로크
만저로크 카툰강에서 캠핑, 자전거를 정비하고 자료들을 정리하며 시간을 보낸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11,440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828시간

 
정비
 
뒹굴뒹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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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저로크
 
만저로크
 
만저로크
 
 
534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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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모스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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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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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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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증9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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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95)783-2727

 
아침에 일어나니 타이어가 주저앉아 있다.

며칠 전 펑크 패치를 재활용하며 정비했던 곳에서 조금씩 바람이 빠지는 것은 알았지만 하룻밤 새 타이어가 주저앉을 정도는 아니었는데 이상하다.

카툰강으로 내려가 강물에 튜브를 담그니 몽골에서 정비했던 부분이 공기압을 이기지 못하고 펑크 패치가 부풀어 올라 바람이 새고 있는 것이다.

"너마저 문제가 생기면 정말 큰일이다."

2장이 남은 펑크 패치 중 하나를 마저 사용하여 정비를 한다.

"고르노 알타이스크에 가면 첫 번째로 자전거 샵을 찾아야겠군."

점심을 먹기 위해 정비된 자전거를 타고 슈퍼로 갔다. 여전히 사람들이 붐비고 세로 구조의 계산대에는 길게 줄이 서있다.

"아니 계산대를 왜 세로로 만든 거야?"

치킨이 먹고 싶었은데 조리가 되어있질 않고, 작은 만두와 요거트, 물과 어제 먹었던 쇠고기 통조림을 산다.

"오늘 점심은 만두라면!"

간만에 매콤한 라면을 먹는다.

텐트에 누워 여행 자료를 정리하고.

강가에 나가 물에 발을 담그고 시원한 맥주도 한 캔.

쓸데없는 낙서를 해봐도 시간이 너무나 느리다.

"에쒸, 철자도 틀렸네."

핸드폰의 배터리가 모두 떨어져 간다. 믿었던 대용량 보조 배터리는 자밍우드에서 충전을 한 후 사용을 하지 않은 탓에 방전이 됐는지 이틀 전 샤오미 배터리를 완충시킨 후 꺼져버린다.

"비상시에 쓸려고 그 무게를 감내하며 가지고 다녔는데 버려버릴까 보다."

"저녁은 뭘로 할까?"

어제와 같은 쇠고기 통조림에 마지막 누룽지를 털어 넣고 저녁을 해결한다.

"유나 선생님, 누룽지 잘 먹었습니다."

노트북의 배터리로 핸드폰을 충전한다. 느리지만 아침이면 고르노 알타이스크까지 사용할 배터리는 충전될 것 같다.

몇 대의 캠핑카들이 들어왔다 나가는 동안 천천히 비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빗소리는 좋은데..."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67일 / 맑음
쉐발리노-만져로크
비에 젖은 들꽃들의 꽃내임이 싱그럽다. 고르노 알타이스크로 향하는 길, 가툰강변에서 캠핑을 하며 시간을 보낸 후 시내로 들어갈 생각이다.


이동거리
79Km
누적거리
11,440Km
이동시간
5시간 52분
누적시간
828시간

 
P256도로
 
P256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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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발리노
 
세마
 
만져로크
 
 
534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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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 풀냄새. 비안개가 자욱하게 내려앉은 싱그러운 아침이다.

비와 이슬 그리고 안개로 인해 텐트가 젖어있지만 큰 문제는 아니다.

"좋은 아침이야!"

싱그러운 풀과 들꽃들에게 시원한 굿모닝을 알리고.

커피 한 잔으로 아침을 대신한다. 고르노 알타이스크까지 120km 정도 남았지만 오늘은 시내로 들어가지 않고 카툰강 근처에서 캠핑을 할 것이다.

구글과 부킹닷컴으로 검색되는 고르노 알타이스크의 숙박료가 평균 40,000 정도라 부담스럽고, 그동안의 여행기를 정리하려면 2~3일은 필요할 것 같다.

고르노 알타이스크에서 30km 정도 떨어진 곳에 적당한 캠핑 장소가 있었으면 좋겠다.

더 이상 오르막의 길은 없을 것 같다. 아니, 없었으면 좋겠다.

여전히 소박하고 예쁜 나무집들을 지나며 경쾌하게 페달을 밟아간다.

계속되는 내리막길이 이어지고.

도로변 마을 간의 간격도 많이 줄어든다.

시속 20km 정도의 라이딩 속도, 한 시간을 달려 첫 번째 마을 체르가에 도착한다.

마을에 들어서며 네트워크가 연결되고.

몽골의 오초르에게 페이스북 영상 통화가 온다. 옆집에 사는 오드바야르의 아내가 통화를 연결해 준 것이다.

"오초르, 러시아. 러시아라고."

항상 말은 통하지 않지만 웃는 얼굴을 보면 기분이 좋다.

"끊어, 오초르. 러시아라니까!"

잠시 그늘에 앉아 휴식을 취한 후 다시 길을 떠난다.

두 번째 마을 캄라크에 이르러 더워지는 날씨에 조금씩 지쳐간다.

작은 슈퍼에서 음료수를 사 먹을까 생각하다 멀지 않은 곳에 오늘의 야영지로 생각했던 우스츠 세마가 있어 그대로 지나친다.

잠시 짧은 오르막이 나오고.

우스츠 세마로 들어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카툰강의 본류가 지나가는 길목의 우스츠 세마, 다시 만난 카툰강은 협곡의 모습에서 넓고 웅장한 강으로 변해있다.

작고 좁은 다리를 건너.

우스츠 세마에 도착한다.

식당을 찾으며 숨을 돌히는 동안 기념품을 팔고 있던 아저씨와 호기심이 많은듯한 아저씨가 말을 건넨다.

"레스토랑?"

인상이 좋은 아저씨에게 명함을 주며 주변의 음식점을 물어보니 바로 옆의 카페를 가리킨다.

4개의 테이블이 놓인 한산한 음식점에 들어가 친절한 아주머니와 점심 메뉴에 대해 상담하듯 질문을 하며 주문을 한다.

글자 메뉴는 무시하고 메뉴판 하단에 조그맣게 그려진 만두와 볶음밥 같은 것을 주문하고 탄산수를 달라고 한다.

"수프! 수프는 어떤 거?"

수프를 반복적으로 말하자 메뉴판에서 첫 번째의 메뉴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245루블? 왜 이렇게 싸지?"

100루블씩 하는 볶음밥과 만두, 탄산수, 수프를 주문했는데 가격이 저렴하다.

러시아에서 탄산수를 처음 마셨는데 의외로 괜찮은 것 같다. 그래도 난 냉수가 좋다.

보기에도 깔끔한 음식이 나온다.

"어, 수프는?"

주문했던 수프는 러시아 사람들이 마시는 홍차 같은 것이다.

"어쩐지 싸더라. 뭐 상관없고."

러시아 식당의 주문은 대략 메뉴를 고르면 빵과 음료를 추가할 것인지 묻고, 가끔은 샐러드 같은 것을 먹을 것인지 묻는 것 같다.

순식간에 비워진 접시, 아주머니에게 200루블을 건네며 같은 것을 달라고 하자 방긋 웃는다.

그리고 나온 음식은 이전보다 양이 많이 담겨 나온다.

"오, 센스쟁이."

식당을 알려준 아저씨는 카페의 주인처럼 보인다. 밥을 먹고 나오자 나를 뒤따라 나오며 웃으며 말을 건넨다.

블라디미르, 웃음이 많고 쾌활한 아저씨다. 번역기로 몇 가지 질문에 대답들을 하는 사이 기분이 좋으면 악수를 청하는 아저씨는 맥주를 마실 건지를 물어본다.

"예! 예!"

아저씨가 사다 준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즐거운 대화를 주고받는다. 옆에서 기념품을 파는 앞니 전체를 반짝이는 금니로 씌운 멋쟁이 할아버지는 가끔씩 농담을 던지고, 수염을 기르고 헤어밴드를 한 아저씨도 이리저리 오가며 대화에 관심을 갖는다.

"한국에 가서 블라디미르랑 사진을 찍었다고 알려줘라!"

"쟤랑도 한 번 찍어!"

우스츠 세마의 아저씨들과 즐겁게 놀고 든든해진 배를 튕기며 야영지를 찾기 위해 떠난다.

너무 일찍 우스츠 세마에 도착한 탓에 고르노 알타이스크 방향으로 좀 더 가까이 가서 야영을 할 생각이다.

카툰강을 따라 달리며 캠핑을 하기에 적당한 장소를 눈여겨 살펴보지만 넓은 강줄기로 변하고 급류가 흐르는 강가에 야영지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강변의 좋은 곳에는 유료 캠핑장이나 펜션 같은 것들이 들어서 있고.

도로변에 차들이 빼곡하게 정차되어 있는 장소가 나타난다. 역시나 기념품 가게들이 길게 들어서 있고.

"유원지인가?"

도로의 건너편으로 철교처럼 생긴 오래된 다리가 놓여 있다.

"사람들이 붐비는 곳은 싫고."

구글맵에 제법 규모가 큰 만저로크까지 가보기로 한다.

강을 따라 왼쪽으로 크게 회전을 하며 나타난 만저로크의 도로변에는 큰 마트와 함께 여러 가지 음식점들이 들어서 있고 사람들로 붐빈다.

우선 마트에 들러 물과 음료수만을 사들고, 카쉬아가츠에서 사 먹었던 치킨이 강하게 마음을 흔들며 유혹했지만 참아야 한다.

시원하게 환타 한 병을 들이마시며 주변의 숙소나 캠핑장을 검색해 봤지만 딱히 마음에 드는 곳이 없다.

"이러다 고르노 알타이스크까지 가야 하는 거 아냐?"

40km 정도 거리의 고르노 알타이스크까지 가기에 넉넉한 시간이다.

"일단 가 보자. 뭐라도 나오겠지."

만조로크를 500미터쯤 벗어났을 때 도로 건너편으로 캠핑을 하는 차와 텐트들이 보인다.

"오, 좋은데! 유료 캠핑장인가?"

입구에 캠핑장의 관리 사무실이 없는 것으로 보아 유료 캠핑장은 아닌듯하고.

천천히 주변을 살피며 차량들 사이 적당한 곳에 자전거를 세운다.

"여기서 캠핑을 하려면 돈을 내야 하나요?"

텐트를 치고 있는 가족에게 다가가 번역기를 보여주니 고개를 흔들며 아니라고 대답한다.

"유레카!"

러시아 오니 자꾸 동전들이 쌓여 주머니가 무거워진다.

"아니 왜 같은 돈을 동전과 지폐로 다 만드는 거야."

섹시하게 텐트를 설치하고.

강가에 내려가 가볍게 얼굴과 팔 등을 씻어낸다.

편안한 옷으로 환복을 하니 상의에 소금꽃이 하얗게 피어있다.

"강에서 빨까, 고르노 알타이스크에서 빨까."

"일단 저녁부터 먹자."

마트에서 치킨을 사지 않은 것이 조금 아쉬웠지만 그런대로 해결할 수 있는 저녁거리는 가지고 있다.

"컵라면에 누룽지를 넣고 끓이자."

헙드를 떠날 때 유나 선생님이 챙겨준 누룽지로 든든한 한 끼를 해결하고.

소나무 숲을 산책한다.

가늘고 길게 자란 소나무들이 멋지고, 주변의 숲도 풀과 나무가 울창한 건강한 숲이다.

"공기 좋고, 시간도 좋고."

오늘 하루도 지나간다.

산책에서 돌아오니 옆에서 캠핑을 하던 아저씨가 말을 건네며 관심을 보인다.

명함을 건네주고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캠핑 의자를 내어주며 샐러드와 차를 대접한다.

케메로보에서 왔다는 아저씨와 여행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샐러드와 차를 먹는 사이 아저씨는 옆 텐트의 아저씨까지 불러와 대화를 하자고 한다.

톰스크에서 왔다는 60세의 아저씨는 자신의 손자라며 초등학생의 남자아이를 소개한 후 여행에 대해 여러 가지를 묻는다.

"러시아에서 살고 싶어요?"

구글 번역기를 설치하더니 남자아이가 수줍게 핸드폰을 보여준다.

"러시아 여자들이 이쁘더라."

아이의 질문에 대답한 번역기를 보며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고, 즐거운 대화가 오간 후 사진을 찍자며 각자의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는다.

"언제 고르노 알타이스크로 갈 거냐?"

"하루 정도 있다가 모레 정도 가려고 한다."

"그래, 그럼 오늘은 가서 쉬어라."

내일 정도 갈 것으로 생각했던 사람들은 다음날 가겠다고 하니 잘 됐다는 듯이 악수를 청하며 쉬라고 한다.

재미있고 친절한 사람들이다.

타티아나, 블라디미르 그리고 캠핑장의 아저씨들까지 즐거운 만남이 계속되고 있다.

"좋은 하루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66일 / 맑음 
옹구데이-쉐발리노
갑작스럽게 더워진 날씨, 러시아의 첫 번째 도시 고르노 알타이스크를 향해 달려간다. 알타이 지역의 자연이 너무나 마음에 든다.


이동거리
93Km
누적거리
11,361Km
이동시간
7시간 57분
누적시간
822시간

 
P256도로
 
P256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옹구데이
 
토푸차야
 
쉐발리노
 
 
455Km
 
 

・국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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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깨어나 옹구데이에서 하루를 더 머물지를 고민한다. 네트워크도 괜찮고, 무엇보다 조용하고 좋은 곳이다.

텐트 옆에 놓인 테이블에서 여행 자료를 정리하는 동안 젊은 부부의 남자가 차와 간식거리를 건네주고 간다.

어제와 오늘까지 너무나 많은 것을 챙겨주는 부부이다.

잠시 후 젊은 부부의 옆집에서 캠핑을 하던 아주머니가 보라색 그릇을 들고 찾아와 물고기가 들어있은 수프를 건네주고 돌아간다.

감자를 넣고 맑게 끓인 국물인데 제법 시원하다.

"이건 이렇게 먹는 거구나."

식사를 끝낸 후 젊은 여자가 다가와 인사를 하며 사진을 찍자고 한다.

"응, 너의 인스타그램을 봤어. 고마워."

사진을 찍고 그녀의 이름을 물어본다.

"다나. 러시아 풀 네임은 어려워."

"다나, 고마워. 음식은 너무 잘 먹었어."

그녀의 본명은 코소바 타티아나(Kosova Tatiana)인 것 같다. 5~6세 정도의 귀여운 딸을 갖은 젊은 부부이다.

여행을 잘 하라는 당부와 함께 그녀의 가족은 캠핑장을 떠나고, 캠핑장의 입구에서 그들을 배웅하며 손인사를 건넸다.

물고기 수프를 챙겨준 아주머니의 가족도 캠핑장을 떠나고, 나도 짐들을 챙겨 캠핑장을 빠져나온다.

자전거를 끌고 도로변으로 빠져나오자 옹구데이의 경계를 알리는 구조물이 있다.

"오늘은 어디까지 가 볼까?"

90km 거리에 쉐발리노라는 마을이 검색된다.

길게 이어지는 어제와 같은 도로와.

비슷한 느낌의 마을들을 지난다.

알타이 공화국의 나무집들은 매력적이다.

자연과 어우러진 오래된 나무집, 파스텔톤의 창문과 하얀 커튼 그리고 풀들이 자란 크고 작은 마당에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놓여있어 소박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타티아나의 가족과 물고기 수프를 챙겨준 아주머니 덕분에 오전의 라이딩이 가볍다.

조금씩 기온이 오르고 출출함이 찾아들 때쯤.

도로변에 작은 음식점이 나온다.

"밥 먹고 가자."

식당은 깨끗하고 가족단위의 여행객들이 점심을 먹고 있다.

카운터에 글자로만 적혀있는 메뉴판이 난감하지만 이젠 이런 문제에 익숙하다.

몽골의 보츠처럼 보이는 넓적한 튀김 만두를 두 개 주문하고 커피와 수프를 달라고 한다.

메뉴를 모를 땐 메뉴판의 가장 첫 번째 메뉴를 선택하거나 적당한 가격의 첫 번째 메뉴를 선택한다.

뜨거운 물을 따라준 커피잔에 믹스커피를 타고, 수프가 나오는 동안 튀김 만두를 먹는다.

곧바로 나온 수프는 고기와 감자, 토마토 소스에 면이 들어있는 음식이었다. 토마토 향이 듬뿍 나는 달콤한 맛의 수프.

"모두 해서 203루블이면 훌륭한데."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물놀이를 하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길을 따라간다. 점심 식사 후의 도로는 계곡이 사라지고 산을 향해 오르는 기분이다.

"아..."

도로변의 언덕들에는 파스텔톤의 꽃들이 알록달록한 각자의 색으로 산 전체를 뒤덮고 있다.

자극적이지 않고 매력적이지 않지만, 흔한 들꽃들의 군락과 은은한 풀냄새가 온 마음을 사로잡는다.

"저기 한가운데 눕고 싶네."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과 색감이다.

길을 따라 펼쳐지는 들꽃들을 모습에 반해 페달링의 힘겨움을 잊는다.

"근데 왜 자꾸 올라가는 거지?"

이유 없이 하늘을 향해 올라가는 길이다.

구름이 가까워지고 주변의 산등성이가 눈높이에 맞춰지기 시작한다.

점심을 먹은 후 4시간 동안 부지런히 페달을 밟으며 오르막길을 올랐지만 쉐발리노까지의 거리가 줄어들지를 않는다.

"뭐지? 얼마나 올라온 거야? 1,600미터!!"

5시가 가까워져 오는데 쉐발리노까지 아직도 50km가 남아있다.

주변의 산등성이와 구름의 위치로 보아 정상에 다다른듯하고, 페달링이 무거워지며 골반과 허리가 당겨온다.

"저기가 끝인 것 같은데."

산의 정상처럼 보이는 하늘길을 확인하고 출발하려는 순간 뒷바퀴가 이상하다.

"아, 왜 또!"

뒷바퀴의 바람이 반쯤 남아 물컹거린다. 좁은 갓길에 최대한 안쪽으로 자전거를 눕히고 튜브를 탈착한다.

차량 통행의 소음과 바람 소리 탓에 펑크가 난 자리를 찾기가 힘들다. 작은 실구멍이라면 펌프질을 해가며 갈 수 있을까 싶어 튜브를 넣고 공기를 채워놓으니 이내 바람이 빠져버린다.

"에쒸."

다시 튜브를 탈착하고 바람이 빠지는 속도보다 빠르게 공기를 넣어 겨우 펑크가 난 자리를 찾는다.

"찾았다. 요놈아!"

펑크 수리를 하는 동안 건장한 남자가 다가와 도와줄 일이 없는지 묻는다. 자신도 자전거를 탄다는 남자에게 명함을 건네주니 혼자서 여행을 하냐며 웃는다.

"유 아 크레이지!"

"그래, 안 그래도 지금부터 미칠 것 같아."

예비 튜브도 없고 튜브패치도 떨어져간다. 지난번 사용한 튜브패치를 재활용해서 정비를 했지만 1차 시도 실패, 다시 로드용 패치를 재활용해서 겨우 정비를 마친다.

타이어를 4번이나 탈착하는 동안 한 시간 반이 지나버린다.

마지막 남은 담배 한 개비를 달콤하고 태우고 마지막 업힐을 끝낸다.

"산 정상에 마을이 있는 거야? 변태스럽게."

산의 정상에는 마을이 아닌 기념품 가게들이 길게 들어서 있다.

"러시아는 이런 느낌이군."

몽골의 산 정상에는 어김없이 어붜가 쌓여져 있고, 러시아의 산 정상에는 기념품 가게들이 들어선 모양새다.

기념탑 같은 곳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바람막이를 걸쳐 입은 후 바로 출발을 한다. 7시가 가까워지고 있었고 쉐발리노까지 여전히 40km 가까이 남아있다.

산의 정상에서 시작되는 내리막의 경사로, 브레이크를 풀고 시원하게 내달렸다. 적당히 맞바람이 불며 속도를 제어해 주었고, 하루 종일 힘겹게 오른 업힐에 대한 보상이다.

그리고 이틀 전 우중 라이딩 이후 브레이크의 제동력은 거의 느슨해져 있었던 터이다.

"달릴 거야!"

순식간에 10km의 거리가 삭제되고 급경사는 끝이 난다.

"조금 아쉬운데."

나지막하게 떨어지는 내리막길을 오랜만에 언더바를 잡고 신나게 질주한다.

나에게 있어 자전거 여행의 즐거움은 새로운 것들을 보고 경험하는 것과 세계의 도로를 마음껏 달려보는 것이다.

몽골 여행이 답답하고 힘들었던 이유 중 하나는 바람과 도로의 환경으로 경쾌한 라이딩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험한 오지를 자전거로 탐험하며 경이로운 자연을 마주하는 것보다 다양한 길과 풍경을 지나치며 페달을 밟아가는 라이딩이 더 즐겁다. 지금의 여행은 그렇다.

빠르게 알타이의 풍경들을 지나치며, 마을의 사람들과 바이커 그리고 손인사를 하는 운전자들과 인사를 하며 달려간다.

산과 들에 피어오른 이름 모를 들꽃들을 바라보며 내달리는 라이딩의 즐거움이 너무나 좋다.

비구름이 내려앉은 쉐발리노를 향해 달려간다.

도로변의 산에는 눈꽃이 내려앉은 듯 하얀 들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4시간 동안 올라갔던 30km의 오르막 그리고 쉐발리노까지 30km의 내리막을 한 시간 만에 도착한다.

도로의 아래로 쉐발리노의 풍경이 펼쳐진다.

마을 뒤편의 산을 배경으로 강을 따라 이어지는 쉐발리노, 예쁘고 평화롭다.

하루 종일 길을 안내한 다양한 들꽃들.

길을 따라 작은 언덕을 넘어가니.

더 큰 마을이 펼쳐진다. 쉐발리노는 지금까지 지나쳤던 마을들에 비해 굉장히 넓고 큰 느낌이다.

"일단은 슈퍼를 찾아 캠핑 음식을 마련하자."

구글맵을 검색하여 도로변에 있는 슈퍼를 확인했지만 찾을 수가 없다. 마을을 벗어나기 전, 슈퍼를 찾기 위해 마을의 중심으로 들어간다.

첫 번째 도착한 슈퍼, 문을 열고 들어가려 하자 젊은 여자가 황급하게 문을 닫으며 영업이 끝났다는 제스처를 한다.

"아니, 뭘 이리 야박하게."

다시 길을 따라 마을 안쪽으로 이동한다. 아직 해가 남아있는 시간임에도 거리는 너무나 한산하고 적막하다.

관공서처럼 보이는 건물 주변에서 슈퍼를 발견하고 들어간다.

동양인의 방문에 어리둥절한 주인 여자에게 아침부터 연습한 러시아 인사를 건네본다.

"즈드랏스 뿌이쩨."

여전히 어색한 행동의 여주인 웃음이 없다. 빵과 요거트, 음료 등을 사들고 계산을 하니 가게 안에 있던 사람에게 무언가를 묻고는 그제서야 '땡큐'라 말하며 엷은 미소를 짓는다.

비가 내릴 듯 흐려지는 날씨에 해가 떨어지고, 서둘러 마을을 벗어나 야영을 할 장소를 찾아야 한다.

오래된 고목의 가로수 길을 끝으로 쉐발리노를 벗어난다.

"어디가 좋을까? 이왕이면 강가의 들꽃들 속이면 좋겠는데."

야영지를 찾으며 도로를 따라가는 순간 통신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아, 네트워크!"

핸드폰을 열어보니 데이터의 안테나가 하나가 남아있다. 온라인을 열어 통신이 되는지 확인하고 주변을 둘러본다.

"저기가 좋겠다."

하천 방면 언덕의 수풀 속을 헤집고 들어가 적당한 자리를 잡고,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져 서둘러 텐트를 치고 저녁 준비를 한다.

"좋네. 들꽃들 한가운데."

타티아나 가족이 챙겨준 음식으로 어제 먹지 못했던 닭고기 통조림을 꺼낸다.

"일단은."

"끓이자."

슈퍼에서 사온 빵을.

요거트와 함께.

닭고기 수프에 찍어서 저녁을 해결한다.

우리나라의 닭고기 제품보다는 못하지만 그럭저럭 괜찮은 저녁이다.

"엊그제가 초복이던데, 러시아 닭을 먹어보네."

조용하게 텐트를 두드리던 빗방울이 멈추고, 꽃과 풀내음은 더욱 짙어진다.

"산을 오르는 것이 힘들었지만 괜찮은 하루였어."

계곡의 물소리, 들꽃들의 풀내음.. 그리고 깊이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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