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4일:2018.11.11 / 흐림, 비・18도

여수신항-거북선대교-진목리-안굴전-무슬목-죽포항-작금항-돌산항-무슬목-돌산대교-엑스포항

제주도 배편의 결항으로 생긴 여수에서의 하루. 여러 고민끝에 돌산도를 일주하기로 결정했다. 낭만거리에서 만났던 어르신께서는 화양면쪽을 일주하라 추천해주었는 조금 짧은 거리를 라이딩 하고 제주로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해양도시 여수가 아닌 섬의 여수를 만나러 간다.

이동거리

68.26Km

누적거리

1,655.13Km

이동시간

6시간 35분

누적시간

99시간 13분


거북선대교
돌산대교
42Km/4시간 24분
26Km/2시간 11분
여수신항
돌산항
엑스포항
 
 
1,655Km

 

6시 30분, 7시의 알람을 미루고 여분의 잠을 청하였다. 뭔가 꿈을 꾸듯 피곤하게 깨인 아침 8시 10분. 텐트안이 환하게 밝아지기 시작했고, 천장을 바라보는 시선에 작은 물방울들이 맺혀이는 것이 보였다. 밤이슬에 축축하게 젖어있는 텐트, 안과 밖의 온도차에 의해 방울져있는 물방울들.


침낭의 외피가 눅눅하게 느껴졌다. "언제 딱지.." 생각하며 따듯한 침낭안을 벗어난다.

 

 

이제는 제법 익숙하고 아무렇지 않은 일처럼 패니어에 물건들을 정리하고, 갈수록 부피가 줄어들고 있는 침낭을 돌돌말아 정리한다. 하루일정의 여유가 있어 물기를 잔뜩 먹은 텐트를 수건으로 닦아내고 떠오르는 태양빛과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말리며 한가로운 아침을 시작하였다.


 

거북선대교를 넘어 돌산도를 일주할까, 여수시청을 지나 화양면을 일주할까 고민하다 제주도 일주를 위해 조금 편안한 라이딩을 하고싶었다. 이순신대로로 이동하여 어제 넘지못한 거북선대교를 넘었다.


 

거북선대교 옆, 돌산공원과 연결되어 있는 케이블카. 내가 케이블카를 타본적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딱히 흥미는 없다.


 

거북선 대교를 넘어, 어제의 건너편 모습이 궁금하여 77번 국도를 벗어나 해안길로 접어들었다. 키조개 양식업을 하는 듯 버려진 패각들. 


 

대형화물선을 정비하는 곳인지 건조하는 곳인지 알수없는 여수해양. 가까이서 보니 위압감이 느껴지는 커다란 크기였다. 조금더 지나니 이번에 어선을 정비하는 허름한 작업장이 나왔다. 길건너 아주 오래된 목선같은 배들이 판자촌처럼 올려져있었다.


뭔가를 두들기는 망치소리가 쿵쿵 울려나왔다. 순간 원피스의 메리호를 고치기 위해 쿵쿵거리며 망치질을 하던 메리호의 영혼 장면이 생각났다. 약간은 을씨년스러운 풍광이였고, 해안길이라는 좋은 자산을 방치하고 있는 느낌이 들어 아쉽다는 짧은 생각이 들었다.


길을 따라 조금 내려가니 방파제가 나오고 길이 끊겨있었다. "길을 잘못 들어섰나" 생각하며 방파제에 올라 잠시 쉬며 길을 찾았다. 동네의 작은 마을길을 따라 이동하면 다시 77번 국도와 만나게 된다.


마을길을 업힐을 하기에 엄두가 안나는 경사로였다. 자전거를 끌며 여러번 멈추어 숨을 쉬었다. "섬에서 길을 잘못들면 혹독한 시련이 찾아와" 생각하였다.


 

오동도 팬션 앞, 힘들게 끌바를 이어가는 나를향해 길을 지나던 어머님이 "머를 그리 많이 실으셨오?" 하며 웃으셨다.


 

길가 주변 피어오른 소국, 나는 이 꽃을 가장 좋아한다. 각양각색의 색깔들과 소박한 향기 그리고 풀냄새 진한 가을의 꽃을 참으로 좋아한다. 끌바의 와중 한손에 카메라를 들고 휘청이는 자전거를 지탱하고서 "너만은 놓칠수 없지"



포장조차 제대로 되지않은 길을 오르고 마주한 커다란 소나무 두그루. 오래된 소나무보다 시골 작은 마을의 사거리까지 신호없는 로터리길로 만들었다는 것이 재미있었다.


 

소나무 사이 작은 평상이 2개 넣여있어 잠시 쉬려고 하다 소나무 밑둥에 소주와 막걸리가 뚜껑만 따진체로 놓여있는 것이 보였다. 마을의 수호신에게 제주라도 올린 것일까.


 

 

 

 

어렵사리 다시 들어선 77번 국도를 조금 달리다 다시 해안으로 빠지는 길. 다시 길을 헤매일 것 같은 마음에 조금 망설이다 "고니"라는 단어에 혹하여 굴전리로 향하였다. 물론 고니는 볼 수 없었다.


 

 

마침 굴을 수확하는 어선을 만났다. 통영에서 보았던 가리비를 엮은 무더기가 어떻게 쓰이는지 궁금하였는데, 가리비 패각에 굴들이 붙어있다.


 

역시나 안굴전방파제를 끝으로 길을 없었다. 피로가 급하게 밀려들었다. 길을 돌아 몇몇개의 펜션을 끼고 이어지는 업힐길 그리고 긴 끌바의 길 끝에 핀란드의 아침 펜션앞 멀리 무슬목해변이 펼쳐졌다. 


 

무슬목해변 앞, 해양수산과학관이 보였다. "시간도 많은데 구경해볼까"


자동티켓 발매기 앞에서 숨을 돌리던 중 한 여성분이 말을 걸어왔다. "자전거를 타는 멋진분이 누군가했더니, 선생님이셨네요" 하였다.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네고 과학관 안으로 들어서니 천장까지 이어진 커다란 수족관이 세워져있었다.


 

 

 

 

쥐치. 후포에서 사장님이 주셨던 단맛이 매력적이였던 세꼬치회중 하나. "그 맛나던 놈이 너구나"


 

 

알록달록 니모들도 보이고, 자세이 보려고 가까이 가면 돋보기를 눈앞에 댄 것처럼 눈이 되게 아프다.


 

 

 

동굴처럼 인테리어 된 내부에 각각의 어종별로 설명과 함께 수족관에 담겨있다.


 

 

 

 

해마,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움직이질 않는 놈. 그래도 참 신비한 생물이다.


 

 

 

 

순간 눈을 의심했다. 참돔만한 크기의 원색의 커라란 물고기의 눈과 몸에서 빛이 발하고 있었다. 신기하여 가까이 바라보니 로봇물고기였다. "어라, 명박이가 갖고놀던 로봇물고기하곤 차원이 틀리네. 대박"


 

 

 

 

 

 

 

 

 

 

2층 전시관엔 생물들의 도감과 표본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아이들에게는 좋은 교육공간이 될 것 같았다. "아이는 없다마는"


 

 

 

 

 

 

 

 

 

 

 

실외의 별관. 체험수족관, 보고 만지고 느끼는 컨셉과 달리 "눈으로만 보고 만지지는 마세요!" 안내문은 뭐라니.


 

 

 

 

 

 

 

 

방죽포항에 들려 잠시 휴식을 취했다. 조금씩 밀려드는 허기에 페달링이 무거워지고 있었다. 남은 쵸코바 하나를 마저 깨물었다.


 

나지막하게 이어지는 업힐과 다운이 반복되고 대율항을 지날때쯤 항일암의 이정표가 보이는 삼거리가 나왔다. 돌산도의 지도를 보면 항일암쪽은 막다른 길이고 작금항으로 가는 지도에 큰 S자모양 도로 모양이 나온다. 그 모양이 심상치가 않았는데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가 않는다. 


성두치를 넘는 고개, 20여분동안 경사도가 있는 고갯길을 올랐다. 정상에 올라 원망스런 풍력발전 바람개비를 바라보며 덥혀진 몸을 잠시 식혔다.


 

 

 

길게 이어지는 다운길, 더운 땀이 날아가며 차가운 기운이 느껴졌다. 흐려진 날씨의 바다풍경을 두고 오래된 고목이 눈에 들어왔고, 한편으로 다시 시작되는 업힐의 고갯길이 보였다. 


 

 

 

이 곳에도 고목의 밑에 막걸리가 놓여있었다. "바다에 나가기 전에 올리는 것인가?" 궁금하였다.


 

 

 

흐린 날씨탓에 주변 도서의 풍광이 아쉬웠다. 날이 맑았다면 아름다운 풍경이였을 것 같다.


 

 

여수의 도로는 특별히 신호등으로 관리해야할 곳이 아니면 모두가 로타리길로 되어있다. 여수에 도착하여 신호등이 있는 사거리는 세곳정도밖에 보지못한 것 같다. 자전거를 끌고 신호등을 건널때 도로가 몇없어 차량통행이 굉장히 많은 이 곳에서 조금 난감했다.


 

 

멀리 보이는 화태대교. 돌산도와 화태도를 잇는 다리이다.


 

 

 

 

 

 

 

 

 

 

 

 

 

 

 

 

 

 

 

 

 



 

 

 

 

 

 

밴댕이 젖갈의 고추장 고추절임. 밴댕이와 함께 먹는 맛이 매콤하니 맛있었다. 


 

3시 30분. 식사를 마치고 나오자 하늘에서 툭하니 뭔가가 떨어졌다. 고글을 쓰고 있어 날의 흐림에 약간 둔감해져 있었지만 예보에 없던 비가 내릴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밥을 먹으며 남은 20여Km는 천천히 두시간 정도면 넉넉하겠지 생각했는데.


하늘의 색으로 보아 두여시간후면 제법 내릴 기세이다. 갑작스런 날씨 변화에 마음이 급해졌다. "비를 맞고 싶진않다구"


돌산읍을 빠져나와 드롭바의 언더를 잡고 내달리기 시작했다. 빠르면 1시간 반, 늦어도 2시간이면 충분할테니 그때까지만 하는 마음이였다. 돌산대교를 향하는 쪽으로 이동할수록 빗방울은 굵어지고 있었다. 


몸이 젖을 정도는 아니였지만 가랑비에 옷이 젖듯 고글의 앞면이 빗방울로 흐릿해져 갔다. 송사마을부터 시작되는 자전거도로를 따라 해안가길을 택하였으나 여수의 자전거길은 일반도로의 30~40센티 가량을 안쪽으로 내어 선을 그어놓은 것에 불과하다. 


50센티에서 1미터 사이의 자전거도로, 그냥 형식상의 자전거도로일뿐 일반도로의 갓길보다 못했고 잔돌들이 많아 더 위험해보였다. 차량의 통행은 많았지만 그런데로 조심스레 지나치는 차량들로 인해 안전하게 달릴 수 있었다.


4시 40분, 한시간 십여분만에 목적지인 돌산대교에 도착하였다. 여행자에게 비는 이렇게나 무섭다. 없던 다리의 힘에도 무서운 페달링을 가능케하니 말이다.


 

점심을 먹은지 얼마되지 않아 배가 고프진 않았다. 제주도행 배가 출발하는 엑스포항으로 바로 이동하였다. 오늘 보려던 불꽃쇼는 비로인해 취소되었고, 어제보았던 스카이타워 전망대에서 오르간 연주소리가 우렁차게 울려퍼지고 있었다.


세계 최대의 오르간 파이프라는 설명구를 본것 같았는데, 건물밖의 기둥이 오르간 파이프인줄 다시 보고 알았다. 연주가 몇곡 계속되는 동안 연주실력이 나쁜건지 저 거대한 파이프의 음향이 나쁜건지 그리 좋은 소리가 아니였다.



 

GPS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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