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629일 / 맑음 ・ 32도
음성-안성-이천-용인
여행이 끝나간다. 용인을 지나 서울로 향한다.


이동거리
57Km
누적거리
27,884Km
이동시간
4시간 32분
누적시간
2,135시간

 
318번도로
 
17번국도
 
 
 
 
 
 
 
32Km / 2시간 30분
 
24Km / 2시간 02분
 
음성
 
이천
 
용인
 
 
1,515Km
 

 

새벽 5시, 발과 다리를 살살 간지럽히던 배가 뚱뚱해진 모기 세 마리를 잡는다.

"흉악한 놈들!"

이내 잠이 들고, 10시가 넘어서야 잠에서 깬다. 산림욕장의 주차장에는 몇 대의 승용차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어쨌든 오랜만에 푹 잘 잤네."

조용한 새소리만이 울려 퍼지는 봉학골, 상큼한 아침의 굿모닝을 알리고 산책로를 따라 걷는다.

정비된 계곡의 인위적인 모습이 조금 아쉽지만.

너무나 깔끔하게 정돈된 산림욕장이다.

산책로와 많은 휴식공간들이 마음에 든다.

"이제 서울로 돌아가야겠지?"

여행의 아쉬움, 조용한 봉학골에서 하루를 더 머물까 고민하는 순간 공원의 안내 방송이 들려온다.

"코로나로 인해 공원에 텐트는 당분간 칠 수 없습니다. 주차장 주변의 텐트는 정리 바랍니다."

"아, 네에!"

고맙게도 일정의 고민을 공원 관리인이 해결해준다. 비에 적었던 텐트를 말리고 천천히 출발을 준비한다.

텐트를 펼쳤던 은행나무 아래 떨어진 씨앗에서 조그만 싹이 자라고 있다.

"나를 뭉개지 않아 다행이네."

"님도, 이제 떠나시지요."

용인으로 넘어가는 지산 고개를 목적지로 정하고 출발한다. 집으로 가는 길 유림을 만나고 갈 생각이다.

봉학골을 내려와 저수지의 건너편으로 이어지는 작은 고개를 넘어간다.

"충주, 유혹하지 마!"

국도로 안내하는 지도앱의 경로를 무시하고 작은 지방도로를 따라간다.

생극면까지 이어지는 도로변의 풍경이 마음에 든다.

생극면, 점심을 먹기 위해 검색을 하니 양평 칼국수집이 유명한 모양이다. 고민 끝에 결정한 칼국수와 김치만두 메뉴는 언제나 그렇듯 정기휴일이다.

"그래, 늘 그래서 이제는 그냥 그렇다."

생극면의 두 번째 맛집으로 찾아가 소머리국밥으로 점심을 한다.

칠순이 넘었다는 할아버지가 백발의 할머니에게 '엄마, 엄마'하며 대화를 하는 모습이 부럽고 인상적이다.

지금의 내 나이 때쯤 나를 낳았던 부모님과 살가운 대화를 나눠본 기억이 없다. 늦둥이로 애교라고는 전혀 없는 내 성격의 문제도 있겠지만 어찌 그리도 무심하게 키우셨나 싶다.

"함께 세월만큼 늙어가면 얼마나 좋을까."

폴란드의 수잔나는 18번째 생일을 맞았나 보다.

가족이 모두 모여 수잔나의 성년식을 축하했나 보다. 꽤나 멋진 문화이다.

생극면의 하천은 공원이 잘 조성되어 있다. 하천의 오래된 벚꽃나무를 따라 체육시설들과 넓은 나무 평상들이 잘 갖춰져 있다.

"캠핑하기에 최고네."

작은 면소재지의 잘 조성된 생활 편의시설에 면장이 누구일까 궁금할 정도다.

작은 고개들을 넘고.

경기도에 들어선다.

이천으로 들어서며 길은 평탄하게 변한다.

"김해, 김제, 나주 그리고 이천 평야, 김포도 있나?"

"너도 덥지?"

"이렇게 끝나는구나."


한가롭던 지방도로가 끝나고 신경질적인 국도를 따라 용인의 백암면으로 향한다.

거친 자동차들의 지나침에 따라 아무런 생각 없는 페달링의 속도도 빨라진다.

빠르고 쉽지만 지루하고 위험한 국도에서 벗어나 백암면에 들어선다.

하나로마켓에 들러 무려 500원밖에 안 하는 폴라포 두 개를 사든다.

"뭐든 서울이 싸!"

사각거리며 사라져 가는 폴라포의 시원함으로 갈증을 달래는 동안 하늘의 빛이 수상하다.

"오늘도 쏟아지려나?"

용인시까지 이어지는 17번 국도, 어느새 가을의 느낌이 나는 하늘이다.

오늘의 목적지였던 지산 스키장 부근의 고갯길에 도착한다. 어둑해지던 하늘에서 여지없이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마음만 먹으면 용인을 지나 평촌까지도 갈 수 있지만 비를 맞기도 싫고, 힘들게 가야 할 이유도 없다.

불어오는 바람에 땀을 식히고.

정자 위에 텐트를 펼친다.

소나기가 내린다. 이틀 동안 퍼붓던 폭우에 비하면 잔잔한 이슬비 정도다.

공원에 수도시설이 없어 땀으로 끈적거리는 몸이 불편했는데 마침 빗줄기가 강해진다. 모든 옷을 벗고 내리는 빗물에 몸을 씻는다.

"개운함이란."

내일이면 여행이 끝난다.

"집으로 가자. 아, 나는 집이 없지!"




 

 

GPS 정보

 

 후원 : KEB 하나은행/변차섭/415-910665-18507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628일 / 비 ・ 28도
괴산-음성
지난 밤 폭우를 맞은 몸은 몸은 힘이 없다.


이동거리
27Km
누적거리
27,827Km
이동시간
3시간 45분
누적시간
2,131시간

 
516번도로
 
가마치통닭
 
 
 
 
 
 
 
21Km / 2시간 35분
 
6Km / 1시간 10분
 
목도면
 
음성
 
봉학골
 
 
1,458Km
 

 

자정 가까이 내리던 빗줄기는 처음 폭우가 시작될 때처럼 순식간에 멈춘다.

"정말 요망한 날씨다."

배추밭의 주인이 폭우로 유실된 배추들을 찾아 밭고랑을 살피는 움직임 소리에 잠에서 깨어난다.

"잠은 잘 잤는데, 나른하네."

푹 잠든 편안한 잠자리였는데 몸에 힘이 없다.

"배가 고픈가?"

비에 젖은 것들을 말리고.

목도면으로 출발한다.

"탐스럽게 열렸네."

작은 고개를 넘고 목도면에 들어선다.

목도 강수욕장은 지난 폭우로 인해 출입통제 상태이다.

"어제 왔어도 야영은 못했겠네."

출입통제 중이지만 강수욕장의 강변과 나무테크로 만든 휴식공간은 꽤나 좋은 시설로 들어서 있다.

조용한 목도시장으로 들어간다. 작은 면소재지에 제법 큰 재래시장이 있다는 것이 의아하다.

깔끔하게 정비가 된 재래시장, 제비 소리가 청아하게 울리는 한산한 시장 골목을 둘러보고.

이덕화와 찍은 사진이 크게 걸려있는 보신탕집에서 염소탕을 주문한다.

"몸이 허해진 거야. 보신을 해야지."

든든하게 허기를 채우고 나니 졸음이 밀려온다. 주민센터가 있는 공원의 정자에 드러눕는다.

빠르게 흘러가는 구름의 움직임과 가끔씩 불어오는 바람의 시원함이 좋다.

"이 동네는 뭔데, 이렇게 좋지?"

시골의 작은 면소재지지만 잘 정비된 재래시장, 강변의 캠핑장과 자전거 도로 그리고 번듯한 주민센터와 깔끔한 공원까지 들어선 마을이 궁금하다.

"아주 오래 전부터 교통과 상권의 중심지였을까?"

한 시간 넘게 단잠에 빠져들고 깨어나니 맑았던 하늘빛이 수상하다.

"왜 이래?"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다 이내 멈추고 다시 떨어지기를 반복한다.

강변 옆의 정자에서 비를 피하며 바닥에 떨어진 5천 원을 발견한다.

"오, 대박!"

비에 젖은 지폐의 흙을 털어내고 슈퍼마켓에 들어가 밀키스와 얼음 생수를 산 후 음성으로 향한다.

"예수님, 님아 제발 님의 백성들 좀 어떻게 해봐요!"

수상한 하늘빛과 구름의 움직임.

"아, 멋지긴 한데."

두껍게 내려앉은 구름이 이제는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음성군에 들어서고.

좋은 은행나무길을 달리고.

나무그늘에서 화투를 치는 할아버지들을 구경하고.

검은 구름이 내려앉은 음성읍을 향해 달려간다.

"오늘도 망했어!"

"쏴아."

만화에서나 봤을법한 빗소리의 지문이 음향으로 살아나 들리는 것 같다.

주춤해진 빗줄기를 틈타 페달을 밟으면 다시 쏟아지고.

쏟아지고.

쏟아진다.

"에이, 정말!"

편의점 외부 의자에 앉아 비가 멈추기를 기다리며 읍내에 있는 모텔을 검색한다.

"치사해서 숙소에 들어간다."

폭우가 시작된지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가고, 모텔이 있는 방향으로 빗속을 달려가다.

읍내의 중심이 끝나갈 때쯤 옛날통닭의 우아한 자태에 정신을 잃고 만다.

"아, 너가 여기서 왜 나와?"

밖에서 빗물을 닦아내며 서 있으니 주인이 나와 전화주문을 했냐며 물어본다.

"아니요. 두 마리 주세요!"

숙박비는 치킨값으로 나가버렸고, 다행히 치킨이 튀겨져 나올 때쯤 멈출 것 같지 않던 비가 천천히 잦아든다.

"역시 치느님의 은혜를 입어야 해."

편의점에 들러 소주 한 병을 챙겨들고.

어제 검색했던 봉학골 산림욕장으로 향한다.

산 위로 넘어갔던 비구름이 다시 내려앉기 시작하지만 패니어에 담긴 치킨이 있으므로 오늘 밤 폭풍이 불어와도 괜찮다.

산림욕장으로 가는 저수지의 언덕을 오르고.

봉학골 산림욕장에 도착한다. 주말이지만 날씨가 좋지 않아 공원에는 캠핑을 하는 사람도, 계곡을 관리하는 사람도 없다.

깔끔하게 정비된 계곡과 깨끗한 산림욕장의 공원, 주차장을 지나 캠핑 자리를 살피며 입구에 도착하자 낯익은 경고문의 안내판이 보인다.

"그렇지. 자전거는 안 돼."

잘 정돈된 조각공원의 잔디밭도.

시원한 계곡물이 흐르는 휴식공간도.

안락해 보이는 숲 속의 넓은 정자들도 모두 좋지만.

"그림 속 떡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지 않다면 굳이 하지 말라는 것은 하고 싶지 않다.

수도시설과 화장실의 위치를 확인하고, 주차장으로 내려와 텐트 자리를 찾는다. 차박 캠핑을 하는 두 대의 차량이 보인다.

"그럼 내 자리는 여기."

비를 막아줄 타프가 없는 상태라 은행나무 우거진 곳에 텐트를 펼친다. 다음 국내 여행을 할 때는 가벼운 타프도 하나 들고 다녀야겠다.

텐트를 설치하고 공원의 수돗가에서 비에 젖은 몸을 씻어낸다.

치킨과 소주로 달콤한 저녁을 한다. 소주 대신 맥주를 샀어야 했나 보다.

"역시 치맥인가? 아니지 쏘맥에 치킨이어야 했어!"

텐트에 달라붙은 모기떼들, 밖에 놓아둔 생수를 마시고 싶지만 난감하다.

밤이 깊아지며 다시 빗줄기가 강해지고 모기들이 사라진다. 시원하게 흘러내리는 계곡물소리와 함께 찢어지는 고음의 노랫소리가 섞여서 들려온다.

주자창 건너편에서 차박을 하고 있는 젊은 커플이 술을 마신 후 말도 안 되는 화음을 넣어가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다행이다. 계곡물소리가 훨씬 우렁차서."

여행이 끝나간다. 충주로 방향을 틀거나 서해안을 돌아 남쪽으로 내려갈 수고 있지만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다.

"용인으로 가서 유림을 만나고, 아버지에게 들리면 끝인가."



 

 

GPS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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