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23일 / 맑음 ・ 20도
터그럭
도로변 한 채의 식당, 첸드아유쉬의 식당에서 하루 더 머물기로 한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10,502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748시간

뒹굴뒹굴
광합성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터그럭
식당
터그럭
 
 
2,320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몸이 무거운 아침, 날씨는 화창하지만 바람이 불어온다.

"쉴까, 갈까."

첸드아유쉬는 식당 주변에 나무를 심어놨다.

"잘 자랐으면 좋겠네."

세수와 양치를 하라며 첸드아유쉬가 식당으로 부르고.

"헙드!"

헙드부터는 울란바토르보다 한 시간이 빨라진다. 시계를 가리키며 헙드의 시간이라 알려주는 첸드아유쉬.

방금 삶은 계란을 하나 건네준다.

어제 저녁으로 먹었던 볶음밥을 주문하고, 하루를 쉬고 싶은데 현금이 모두 떨어졌다.

"은행이 있어?"

터그럭 마을에 ATM 기기가 있는지 물어보니 고개를 끄덕이더니 벽에 붙어있는 은행 큐알코드를 가리키며 계좌번호 같은 것을 적어준다.

"계좌이체?"

은행이 없는 마을에서 첸드아유쉬의 계좌에 입금을 하면 현금으로 바꿔주는 모양이다.

"이건 의미 없어!"

슈퍼의 계산대에 카드 단말기가 보여 VISA 카드 결제가 되는지 물어보니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밥값하고 숙박비 결제해 줘. 10,000!"

밥 먹는 시늉과 잠자는 제스처를 하며 계산기에 10,000을 찍어서 보여주고 카드를 건네주니 다행히 결제가 이뤄진다.

"오, 하루 쉬었다 가자."

저렴한 식당에 잠자리가 있고, 통신탑이 바로 앞에 있어 네트워크도 아주 좋아 하루 정도 쉬어가기에 적당하다.

첸드아유쉬는 종이에 자신의 핸드폰 번호를 적어오더니 내 번호를 적어간다.

첸드아유쉬의 식당과 슈퍼는 사람들이 제법 찾아든다.

며칠 동안의 자료들을 정리하면서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을 어슬렁거리며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먹나 살펴본다.

"고기를 먹고 싶다."

다른 사람이 먹는 음식을 가리켜 주문하고, 계란이 올려진 쇠고기가 작은 공기밥과 함께 나온다. 6,500투그릭.

밥 한 그릇을 더 비우고 7,000투그릭을 결제한다.

하루 종일 날씨가 좋다. 6월에 접어들며 몽골의 계절도 바뀌는 것 같다. 20도 정도의 기온인데 바람이 없으면 꽤나 덥게 느껴진다.

맥주나 아이스크림 같은 것들을 사 먹으며 시간을 보내고, 10시가 다 되어 점심과 다른 고기 메뉴를 주문한다.

"이건 뭐야? 양?"

첸드아유쉬는 두 손으로 뿔모양을 만들더니 염소의 울음소리를 내며 웃는다. 그 모습에 식당 안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내게 모아지고.

2,500투그릭의 작은 보드카를 사서 고기와 함께 저녁을 먹는다.

반주와 함께 식사를 하고 편하게 잠든다.

"내일도 날씨가 좋았으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22일 / 맑음 ・ 16도
지르크-터그럭
헙드까지 130km 정도가 남았다. 좋은 날씨의 아침, 터그럭까지의 여정을 떠난다.


이동거리
68Km
누적거리
10,502Km
이동시간
6시간 56분
누적시간
748시간

AH4
AH4
45Km / 3시간 35분
23Km / 3시간 21분
지르크
모래폭풍
터그럭
 
 
2,320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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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6-9911-4119

 

잠시 떠날지를 고민하다 패니어들을 정리했다. 터그럭까지 60km 남짓의 짧은 이동 거리가 게으른 여유를 준다.

"날씨도 좋은데 천천히 가 보자."

1층에서 오트사항을 만나 인사를 하고, 숙박비를 결제했다. 어제 먹었던 양고기 만두 5개는 4,000투그릭을 추가로 받는다.

사막과 같은 황량한 지르크에서 오트사항은 이른바 동네의 유지처럼 보인다. 흙벽 집들의 마을, 오래된 단층 건물들의 마을 거리에 세워진 한 동의 현대식 빌라를 개조해 운영하는 호텔 그리고 호텔 앞에 조성된 공원은 어색하고 뭔가 부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사막 한가운데 멋진 궁전을 세웠지만 찾아올 사람이 없는 공허한 공간처럼 보이고, 오트사항의 모습도 그저 무료하게 느껴진다.

마을의 중심에 있는 유일한 식당에 들어간다.

하나의 긴 테이블만이 덩그러니 놓인 식당은 김밥과 함께 튀긴 양고기 만두를 팔고 있다.

1,000투그릭의 김밥 두 줄과 500투그릭의 삶은 계란을 달하고 한다.

"한국에서 꼬마 김밥을 먹고 왔나. 가늘다 가늘어!"

김밥은 묘하게 비슷한 느낌의 다른 맛이다. 얇게 썬 당근과 소시지 그리고 있는 듯 없는 듯 단무지가 들어있는 것 같다.

찰기가 없는 몽골의 밥을 말기 위해 양고기 기름을 이용하는지 양고기의 냄새와 맛도 약간 난다.

중국의 한국 음식을 먹으면 황당한 느낌이지만 몽골의 한국 음식은 웃음이 나오면서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나무나 가축의 똥이 연료인 화로를 사용하는 몽골에서 삶는 음식이 아닌 기름에 튀기는 모습은 처음 본다.

손바닥만 한 양고기 만두를 튀기는 것인데, 손님이 주문하여 한 입 베어 문 뒤 양고기가 익지 않아 다시 튀기는 중이다.

"화로의 화력으로 기름 온도가 올라가나?"

중국이라면 한두 개 정도 사 먹었을 것 같은데, 왠지 눅눅한 기름맛일 것 같아 포기한다.

김밥 네 줄과 삶은 계란 세 개를 비상식으로 담고 지르크를 출발한다.

"60km 정도니, 하나씩 까먹으면서 가면 충분하겠지."

넓은 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어 바람이 불어오지만 몽골에서 이 정도의 바람은 봄날의 산들바람이다.

큰 돌들이 많은 황무지에서 돌담을 쌓아 바람을 막는 게르의 모습이 색다르다.

마을을 벗어나 계란 하나를 까먹고.

지르크를 20km 정도 벗어나자 난데없이 강한 바람이 시작되며 자전거의 속도를 줄여 놓는다.

"정말 난데없다!"

바람을 피하며 빠르게 구름이 이동하기를 기다리며 쉬고, 다시 출발을 하려는 순간 뒷바퀴가 푸석거린다.

"오, 오랜만인데."

편하게 자리를 잡고 느긋하게 펑크 수리를 한다. 오래전에 펑크 패치를 붙여 논 곳에서 바람이 새고 있다.

새 튜브를 꺼내려다 귀찮아져서 펑크 패치로 정비를 하고, 바람이 빠지는지 기다리며 확인을 하고 다시 길을 출발한다.

"펑크가 나서 힘들었었나?"

펑크와 상관없이 강한 바람은 시속 10km가 안되는 속도로 페달링을 무겁게 만든다.

어렵게 두 시간여를 달려 15km 정도를 이동하고 순간순간 변해가는 하늘의 구름과 주변의 풍경을 바라본다.

"멋지네!"

화창한 왼쪽의 하늘과 달리 산으로 가로막힌 오른쪽의 하늘은 어두운 먹구름이 산의 정상을 가리고 있고.

뒤편의 초원에서는 두꺼운 검은 구름위에서 빗줄기가 흩날리고 있다.

강한 바람과 함께 매 순간 쉴 새 없이 변하는 하늘은 너무나 신비롭다.

"한 20km 정도 남았나?"

"좀 더 놀다 갈까!"

"그런데 저게 뭐지?"

멀리 정면의 방향에서 지면을 휩쓸며 검은 무언가가 다가온다.


"뭐야? 에이쒸!"


처이르를 가던 중 조르노크에서 보았던 모래폭풍이 밀려오고 있다.

빠른 속도로 거대하게 밀려드는 모래폭풍, 멀리 게르 한 채가 보이지만 자전거를 끌고 가기엔 너무나 멀고,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다.

"가축의 이동 통로도 없는데."

일단 자전거를 폭풍의 반대 방향으로 눕혀놓고.


옷들의 지퍼를 잠그며 폭풍을 맞을 준비를 한다.

거친 바람 소리와 함께 모래 먼지를 날리며 거대한 모래 폭풍이 밀려온다.

작은 돌들과 모래가 정신없이 날아들며, 신비롭던 하늘은 황색과 회색빛으로 뒤덮인다.



리어 패니아와 렉팩의 뒤로 머리를 숙이고 바닥에 누워 버프를 감싸고 몸을 웅크린다.

이리저리 흩날리는 모래들이 어깨와 등을 따갑게 때리고, 버프와 옷 속으로 모래먼지들이 파고든다.

폭풍과 함께 네트워크도 끊기고, 핸드폰의 녹음된 라디오를 반복 재생하며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헤어지고 나 홀로 걷던 길은 인어의 걸음처럼 아렸지만. 삶은 여행이니까 언젠가 끝나니까. 소중한 너를 잃는 게 나는 두려웠지. 하지만 이젠 알아. 우리는 자유로이 살아가기 위해서 태어난걸." -이상은 "삶은 여행"중에서

30여 분의 시간이 지나며 조금씩 주변이 밝아지고 바람의 강도도 조금 약해진다.


"대충 지나간 겨?"

회색빛 하늘에 여전히 강한 바람이 불어오지만 위험한 순간은 지나간 것 같다.

모래폭풍이 시작된 지 한 시간이 지나간다.



모래 먼지로 자전거는 엉망이 돼버렸지만 손상이 된 부분은 없어 보인다.

다시 하늘은 맑아지기 시작하고.

핸들 가방은 새어들어 온 모래로 엉망이다. 물건들을 꺼내어 물티슈로 닦아내며 정리를 하고.

자전거를 세우고 생수로 세수를 하고, 옷과 패니어에 묻은 먼지들을 털어내 보지만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온몸에서 흙먼지의 비린 냄새가 느껴진다.

폭풍이 지나간 후 바람이 잦아들기를 기다렸지만 회색빛의 작은 후폭풍이 다시 밀려든다.

그렇게 도로변에서 자전거에 기대어 한 시간여를 더 바람을 맞았지만 도저히 멈출 것 같지 않은 바람이다.

"가자! 호르고에서 30km도 끌고 걸어갔는데, 이때 바람에 비하면 양반이네."

기어가듯 페달을 밟으며 앞으로 나간다. 하늘은 천천히 제 모습을 찾아가고.

폭풍이 불어왔던 자리는 여전히 회색빛의 바람이 지나가는 것처럼 보이고.

폭풍이 지나간 황량한 모래밭의 초원은 빗자루질을 해놓은 것처럼 깨끗하다.

겨우 7km를 이동하고 자리에 퍼질러 앉는다.

"네가 필요하다!"

김밥과 계란만을 먹은 식사의 허기짐과 흙먼지를 잔뜩 먹은 입안의 텁텁함이 맥주 한 캔의 시원함으로 가라앉는다.

"뭔가 너덜해진 하루 같은데, 이 맛은 왜 이렇게 좋냐!"

순간순간 구름을 변화시키는 바람은 여전하다.

길은 지겹도록 길게 오르막이 계속되고.

6km.

5km만을 이동하며 쉬어간다.

그리고.

강물이 흘러가는 터그럭의 초입에 도착한다.

"하하하. 정말!"

알타이에서부터 이어지던 산맥의 끝자락이다.

도로의 좌측으로 마을이 있음을 알리는 이정표가 있지만.

"어디? 100미터 어디?"

"마을이 어디에 있다는 거냐?"

도로변에는 길 건너편의 주유소와 함께 한 채의 집만이 들어서 있다.

음식점으로 보이는 집으로 자전거를 끌고 들어간다.

"밥 먹을 수 있어?"

가게의 여자에게 밥 먹는 제스처를 하니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인상 좋은 아저씨가 나오며 들어오라고 손짓을 한다.

"아이고."

식당 앞에서 주저앉아 쉬고 있으니 아저씨가 나와서 자전거를 끌고 오라며 제스처를 하고, 식당 옆에 있는 방문을 연다.

간의 침대들이 놓인 공간에 자전거를 넣고, 자물쇠를 나에게 건네준다.

"뭐가 이렇게 깔끔해!"

들어간 식당은 의외로 깔끔하고.

슈퍼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오, 좋은데!"

한국의 믹스커피를 꺼내어 타주면서 식사를 주문하라며 메뉴판을 보여주고.

식당에 도착했을 때부터 관심을 보이던 남자는 몽골의 음식이라며 볶음밥 같은 것을 먹으라고 추천해 준다.

큰 그릇에 양고기 볶음밥이 나오고.

"중국에서는 젓가락을 주더니, 몽골에서는 포크야?"

든든하게 허기를 채우고 가게를 둘러본다.

화초를 기르는 몽골 집은 처음이다. 가게 곳곳이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져 있다.

가게 주인 첸드아유쉬는 넉넉한 아저씨 웃음으로 이것저것을 설명해 준다.

앙증맞은 열쇠고리들을 가져와 모양들의 용도를 설명하고.

"이건 안장에 달아볼까?"

말의 가죽을 말리고 있는 것을 보여주고.

양의 똥들도 보여주며 알아듣지 못하는 몽골어로 설명을 한다.

그러는 사이 천천히 해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아무 일도 없었던 평화로운 날처럼.

식당으로 커다란 화물차가 한 대 들어오고.

엄청나게 큰 차량을 구경한다.

"차이나!"

커다란 화물차에 올라간 사람들의 기념 사진을 찍어주고.

방으로 들어온다. 볼품없는 방이지만 자전거도 보이고 혼자 쓰고 있으니 여느 호텔보다 편하고 좋다.

11시가 넘었지만 석양의 빛이 남아있다.

4시간 정도면 될 것 같았던 터그럭까지의 여정이 무려 11시간 동안의 어드벤처 한 경험을 선사했다.

바람, 눈보라, 우박, 추위 그리고 모래폭풍까지 몽골 자연의 모든 것들을 짧은 여행 동안 다 보여주고 있다.

"굳이 이러지 않아도 돼. 몽골아!"

하루 종일 난리를 피우던 바람이 사라지고 하늘에 별들이 빼곡하게 빛나는 밤이다. 몽골의 여행을 뭐라 표현을 해야 할지.

"힘들고 어렵다 아니면 아름답고 경이롭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92일 / 맑음 ・ 16도
차민바즈-룽-카라콜룸
에르딘의 게르 옆에서 편한하게 보낸 야영이였다. 홉스굴까지의 1,000km의 여정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이동거리
326Km
누적거리
9,251Km
이동시간
7시간 29분
누적시간
640시간

A0301
엘슨타사르하이
85Km / 4시간 00분
241Km / 3시간 29분
차민바즈
카라콜룸
 
 
1,069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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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6-9911-4119

 

새들의 지저귐을 들으며 기분 좋게 깨인 아침이다. 따듯하게 온도가 올라가는 텐트의 침낭 속에서 게으름을 피우는 여유까지 즐겨본다.

텐트를 정리하는 나에게 에르딘이 양치와 세수를 하라며 게르를 가리킨다.

패니어 정리를 마치고 게르로 들어가니 머리를 감는 에르딘에게 그의 어머니가 따듯한 물을 부어준다.

간의 세면대에서 세안을 끝내자 에르딘의 어머니가 테이블에 놓인 빵을 가리킨다.

몽골 사람들은 빵과 우유차로 아침을 간단히 먹는 모양이다.

몸을 따듯하게 해주는 우유차를 에르딘 가족에게 한 잔씩 받다 보니 세 잔이나 마시게 된다.

식사를 마치고 에르딘과 짧은 인사를 하고 홉스굴로 향하는 길을 출발한다.

주유소에 트럭이 들어와 크락션을 여러 차례 울리는데도 에르딘의 아버지는 뛰어나오지 않고 천천히 주유소로 나와 사무실로 들어간다.

몽골 사람들이 느긋한 것인지, 서비스 마인드가 없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사무실에서 나오는 에르딘의 아버지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하니 젊은 여자가 조수석에 타고 있는 트럭의 운전자가 '헤이'하며 소리를 지른다.

"오해하지 마! 네 부인한테 손 흔든 거 아냐."

고개를 올라가자 도로변의 어붜를 돌며 무언가를 뿌리고 있는 사람이 보인다.

몽골의 언덕이나 산의 정상에 쌓여있는 어붜.

몽골 사람들은 어붜를 돌며 소원을 빈다고 한다.

말의 머리와 술병, 돈 등 여러 가지 물건들이 돌과 함께 쌓여있다.

언덕을 넘자 작은 마을 나타난다. 지도상에 나타나지 않는 몽골의 마을들.

구글맵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면 이곳에서 쉬었을 텐데. 하지만 에르딘의 주유소도 좋았으니 가볍게 패쓰.

조금씩 바람이 일기 시작하는 도로를 따라 달리고 있는데 승용차 한 대가 도로 한가운데 정차를 하고 나를 기다리는 모양새다.

가까워진 차량을 지나치고 무거워지는 페달링을 이어가는데 정차되어 있던 승용차가 천천히 내 곁으로 다가온다.

"한국분이시네요?"

창문을 내리고 반갑게 인사를 하는 사람은 울란바토르에서 선교 활동을 하고 있는 김병남 선교사이다.

자전거를 세워 눕히고 선교사와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홉스굴에 가고 있어요."

"아, 이쪽 방향에 칭기스칸이 군대를 모았던 하라쿨룸이라는 옛 수도가 있어요. 그곳을 가보는 것도 좋은데."

70km 정도 떨어진 룽에서 약속이 있다는 김병남 선교사는 카라콜룸과 체체를렉의 경로를 추천하며 룽에서 하룻밤 보낼 수 있는 게르를 소개해 주겠다고 한다.

"카라콜룸과 체체를렉이 첫 번째 여행 경로였는데, 사람들이 홉스굴이 좋다고 해서요."

"홉스굴도 좋긴 한데 호불호가 있더라고요. 여기 사람들은 바다라고 부르는데 우리 동해안에 비하면 그냥 큰 호수에 불과하죠."

홉스굴과 카라콜룸은 자전거로 동시에 지나가기 어려운 동선이다. 몽골 중부의 카라콜룸과 북부의 홉스굴을 잇는 도로가 비포장이거나 엄청난 거리를 돌아가야만 한다.

김병남 선교사가 말하는 룽은 홉스굴로 가는 도로를 30km 정도 지나쳐 가야 한다.

"일단 룽으로 가서 결정을 하자."

4시 정도에 룽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라 말하니 그곳에서 미팅을 하고 기다리겠다며 김병남 선교사는 먼저 출발을 한다.

"부지런히 가야겠네. 원근감 놀이는 제대로 해야겠네. 포커스가 안 맞잖아. 실패!"

조금씩 강해지던 바람이 서풍으로 바뀌며 페달링을 무겁게 만들고, 몽골 산악 지대의 초원은 산을 넘는 오르막길로 이어진다.

지겹도록 긴 업힐을 끝내고 어붜가 쌓인 곳에서 잠시 쉬어간다.

어제 먹다 남겨놓은 할배네 치킨 세트의 감자 튀김과 치킨 조각으로 점심을 한다.

"가격도 싼데 두 세트를 사 올걸."

치킨을 먹는 동안 승용차 한 대가 정차하고 건장한 남성 두 명이 내리며 '안녕하세요' 인사를 건넨다.

발음이 너무나 정확해서 한국 사람인가 생각하는데 영어로 다음 대화들을 이어간다.

여행을 한다며 알려주고 명함을 주니 대단하다며 엄지를 치켜세운다. 그리고 차에서 내려 어붜를 돌던 젊은 남녀에게 뭔가를 설명해 준다.

이내 밝게 웃으며 악수를 청하는 일본인 친구들이다.

명함을 주고 짧은 영어로 유쾌한 대화를 나눈다. 성격이 굉장히 낙천적이고 쾌활한 친구들이다.

두 일본인 친구들이 초원을 향해 프리덤을 외치듯 뛰어가고, 덩치가 좋은 두 남자가 맥주를 한 캔 건네준다.

"재팬, 몽골, 코리아!"

몽골 사람으로 보이는 남자가 이곳에서 세 국가의 사람이 만났다며 호쾌하게 웃는다.

초원으로 뛰어갔던 두 친구가 돌아오고 차례차례 인사를 하며 헤어진다.

"Be careful. I'll see your Instagram."

많은 여행을 하고 사람들과 어울려본 사람의 친근한 대화법이다. 상큼한 기운을 갖은 일본의 두 친구가 부럽게 느껴진다.

"오렌지 같은 친구들이네."

아무리 지지고 볶으며 싸워도 가장 가깝고 이해하기 쉬운 나라가 일본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것 같다.

세계일주의 경로에 일본은 빠져있다. 딱히 일본에 대한 흥미가 없다기보다 만약, 여행이 끝나고 함께 자전거 여행을 할 수 있다면 일본이 좋겠다 싶어 남겨둔 것이다.

멀지 않고, 위험하지 않고, 불편하지 않고, 어렵지 않은 일본이라면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다.

너무나 좋은 하늘을 보고, 점심을 먹고, 일본인 친구들과 얘기하는 사이 한 시간이 지나버린다.

만만치 않은 룽까지의 거리와 불어오는 바람에 대한 부담으로 서둘러 자전거를 출발시키는데 이상한 잡음 소리가 들린다.

"아, 밧줄."

할배네 치킨을 꺼내며 다시 묶어두지 않았던 고무 밧줄을 생각하던 찰나 툭하고 밧줄이 끊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스포크에 밧줄의 갈고리가 걸리며 허브에 감긴 줄이 끊어져 버린다.

다행히 스포크에 무리가 가지 않은 것 같다. 여분의 밧줄이 있어 큰 문제는 아니지만 어째 폼이 떨어진다.

바람이 거세지는 도로를 달려 어제 도착하려 했던 주유소를 지나치며 자전거를 세운다.

"아놔, 더럽게 힘드네."

시원하게 오줌을 싸고 시멘트 바닥에 철퍼덕 앉아 있으니 주유소에서 제복을 입은 아저씨가 천천히 다가온다.

똑같이 자리에 앉더니 입담배를 꺼내어 돌돌 마는 아저씨에게 라이터를 빌려주고 알아듣지도 못할 푸념을 해댄다.

"몽골 바람, 쒸 쒸. 아이고, 아이고."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 아저씨에게 중국 여행의 영상들도 보여주고 앉아서 쉰다.

몇 개의 고개를 넘으며 주변의 풍경은 더욱 황량하게 변하고 돌풍의 회오리바람이 흙먼지를 날리며 도로와 초원을 휩쓸고 다닌다.

크기도 제각각인 회오리 바람들이 이곳저곳에서 순서도 없이 불규칙적으로 하늘을 향해 올라가는 풍경이 장관이다.

"카메라에 잡힐까? 힘든데 멋지기는 하네."

돌풍과 회오리바람을 이기며 룽까지의 거리를 가늠하던 중 김병남 선교사의 승용차가 유턴을 해서 다가온다.

"아이고, 변차섭씨."

룽에서 미팅을 마치고 기다리던 중 여행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하여 나에게 돌아온 것이다.

"제가 하라콜룸까지 차로 데려다 드리면 어떨까요. 거기에서 함께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요."

여행하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한다는 김병남 선교사는 하루의 시간이 있어 나와 함께 이야기를 하며 캠핑을 하고 싶다고 한다.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며 나에게 차를 몰고 달려왔을지 그 마음이 헤아려진다.

"그럴까요.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더 좋으니까."

체체를렉을 포기하고 홉스굴로 향하던 일정인데, 양쪽을 모두 여행할 수도 있을 것 같아 나쁘지 않다 생각한다.

패니아들을 떼어내고 앞뒤 바퀴를 분리하여 뒷좌석에 자전거를 구겨 넣고 카라콜룸으로 출발한다.

순식간에 룽을 지나치고, 오랜만에 빠른 승용차의 앞자리에 앉으니 현기증이 밀려온다.

에르딘산트를 지나며 산악 초원의 풍경은 남부 사막 초원의 풍경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파릇파릇 풀들이 자라나고 뾰족하고 기묘한 산봉우리들이 주변을 감싸고 있는 생기 있는 초원의 모습으로 변한다.

자전거로 힘들게 넘어야 하는 굴곡이 심한 오르막과 내리막을 달리는 동안 선교사님과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잠깐 쉬었다 갈까요?"

알록달록 색들이 칠해진 집들이 모여있는 마을에서 물과 몽골 아이스크림을 먹고.


자전거로 푸른 초원을 달려보고 싶은 마음에 빠른 속도로 지나치는 길들이 너무나 아깝게 느껴진다.

"바람이 불어 죽을 듯 힘든 길인데, 그냥 지나 치려니 너무나 아쉽네."

많이 보고 눈에 담아 가라는 선교사님의 말이 이해가 되지만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을 혼자서 보기가 아깝다.

"몽골의 풍경은 카메라에 잘 잡히질 않아요. 내가 보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어서 너무나 아쉬워요."

"이 근처에 사막이 있는데 한 번 가볼래요?"

중국 내몽골의 사막은 둥근 능선 형태의 딱딱한 지반이었는데 몽골의 사막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진다.

뾰족한 산봉우리의 산들을 지나고 푸른 초원이 잠깐 끊겨있는 곳에 황금빛의 언덕이 정면으로 나타난다.

"남쪽 고비들처럼 넓지는 않지만 울란바토르에서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막이라 관광철에 사람들이 많이 다녀가요."

사막 언덕의 밑까지 차를 몰고 갈 수 있어 쉽게 사막의 언덕을 오를 수 있다.

높은 산과 초원의 언덕 사이에 만들어진 작은 사막이지만 그 모양이 제대로 된 사막의 풍경이다.

밀가루처럼 부드러운 사막의 모래가 바람에 흩날리며 이동을 하고.

부드러운 모래밭으로 깊숙하게 신발이 들어간다. 엘슨 타사르하이(Элсэн тасархай, Elsen Tasarkhai)

초원을 따라 사막화가 진행되는 것은 안타깝지만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 속에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사막의 아름다운 능선 너머로 병풍처럼 솟아오른 높은 산과 푸른 초원의 부드러운 곡선들 그리고 하늘과 구름.

"저기 보이는 언덕에 조금 있으면 라벤더가 산을 덮고 피어나요. 그 안에 들어가면 라벤더의 향기에 취할 정도야."

"얼마나 아름다울까? 보라색 라벤더의 물결이라니."

사막을 둘러보고 카라콜룸으로 향하는 초원은 거대한 밀밭이 경작되는 평평한 초원이다.

끝이 없는 초원의 밀밭 평야. 20센티가 넘게 자란 중국의 밀밭과는 달리 몽골의 밀밭은 이제 밭을 고르고 파종을 하려는 시기인 것 같다.

"전체를 다 경작을 못하고 일 년씩 번갈아 가며 밀을 심어."

한쪽 편의 평야만이 파종을 위해 준비되어 있고, 한쪽 편의 평야는 초원처럼 방치되어 있는 모양새다.

"아깝게 이 좋은 땅을 놀려요. 너무 넓어서 경작 능력이 없나?"

"러시아가 있을 때는 전체를 경작했는데 지금은 못하는 거지. 아마 씨앗 값이 없어서라도 못할 거야."

"그렇겠네요. 이 넓은 곳에 뿌리려면 씨앗 값도 어마어마하겠다."

끝이 없는 초원의 평야, 칭기스칸의 군대가 집결했다는 카라콜룸의 모습을 그려본다. 웅장하고 두려웠을 야만족으로 불리던 용맹한 군대.

해가 저물기 시작할 무렵 카라콜룸의 시내에 들어선다.

한국 음식 비슷하게 맛이 난다는 식당에 들어가 김치찌개와 소고기 메뉴를 주문하는 선교사님.

선교사님의 말 그대로 비슷한 맛만 나는 묘한 김치찌개다.

한국의 음식을 현지인들의 입맛에 맞게 변형시킨 음식들이다. 제법 그럴듯하게 고개가 끄덕여지는 그런 맛이랄까.

"해가 지기 전에 서둘러 갑시다."

"맥주 한잔해야죠!"

텐트를 치고 맥주를 한잔하며 이야기를 하고 싶어 슈퍼에 들러 큰 페트병의 맥주와 안주를 사가지고 간다.

뭔가 서두르는 선교사님은 텐트를 치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여러 번 물어본다. 아들과 텐트를 치며 고생한 기억이 있어 해가 지기 전에 서둘러 야영을 하려고 하는 것이다.

"금방 쳐요. 한 5분 정도."

체체를렉 방향의 도로를 따라가며 적당한 장소를 찾는다.

"저기가 겨울집 같은데, 한 번 가봅시다."

유목민들이 사용하는 집, 가축들을 집어넣는 축사가 겨울용과 여름용이 따로 있다고 한다.

계절에 따라 이동하는 유목민의 특성으로 겨울 축사는 비어있는 시기인 것이다.

몽골을 여행하며 게르가 설치되었던 흔적의 빈터들은 모두 겨울용 집이었던 것이다.

바람을 막을 수 있는 축사의 뒤편으로 텐트를 설치하고 맥주를 마시며 밤늦도록 이야기를 나눈다.

"선교사님이 침낭을 덮으시고, 제가 여름 침낭을 쓸게요."

겨울 바지와 자켓을 껴입고 얇은 여름용 내피를 덮으면 나름 괜찮겠다 생각한다.

"근데 별이 있나?"

담배를 피우기 위해 텐트를 열고 밤하늘을 쳐다보니 하늘 가득 촘촘하게 별들이 박혀있다.

"아... 늘 저렇게 떠있는데 못 보고 산다는 게 억울하네."

한참 동안 남자 둘이서 하늘을 쳐다보며 감상에 빠져든다.

새벽으로 넘어가며 움직임이 없는 몸에서 열기가 빠져나가고 한기가 밀려온다.

깊은 잠에 들지 못하고 뒤척거리다 겉옷을 한 겹 더 입고, 침낭을 펼쳐 함께 덮자는 선교사님에게 괜찮다 말하고 잠이 든다.

"몽골이 춥긴 춥네."

고생스러운 잠자리지만 이것 또한 추억이겠지 싶고, 함께 해준 선교사님 덕에 초원에서의 캠핑을 맘편히 할 수 있으니 그럼 됐다 싶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87일 / 맑음 ・ 16도
볼러-울란바토르
초원의 캠핑은 아니지만 오랜만에 야영을 해서 기분이 좋다. 아침 일찍 일어나 울란바트로로 향하는 마지막 여정을 떠난다.


이동거리
126Km
누적거리
8,877Km
이동시간
9시간 23분
누적시간
626시간

AH3
AH3
77Km / 5시간 13분
49Km / 4시간 10분
볼러
시계
울란바토
 
 
695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야영을 하면 좋은 것 중에 하나가 일찍 아침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며칠째 아침이 기온이 떨어져 제법 쌀쌀한 날씨이지만 따듯한 침낭 속에서 세상모르게 푹 자고 일어난다.

해발이 높은 몽골의 아침은 지면에 닿아있는 구름 탓에 떠오르는 태양을 볼 수가 없다.

하루의 굿모닝을 알리고.

몽골의 화장실에는 문이 없는 재래식 화장실이 많다. 처이르에서 길을 가다 가끔 사람이 들어앉아있는 화장실을 지나칠 때면 괜스레 내가 더 미안해진다.

텐트를 정리하고 언 몸을 녹이기 위해 식당으로 들어가 아침을 주문한다. 어제와 같은 메뉴를 주문하니 이번에는 카운터 옆에 있는 보온병을 가리키며 무언가를 말한다.

"아, 차를 마실 거냐고 묻는 거구나."

식사와 함께 따듯한 우유차를 500투그릭에 추가로 판매하고 있다. 중국의 차가 입안을 정결하게 해주는 느낌이라면 몽골의 우유차는 몸을 따듯하게 만들어주는 느낌이다.

밥을 먹고 출발 준비를 하고 있으니 어젯밤 내 손을 끌며 집으로 가자고 했던 아저씨가 찾아와 인사를 한다. 아마도 추운 날씨에 별 탈 없이 잘 보냈는지 궁금했던 모양이다.

잘 잤다는 인사의 제스처를 하니 자신의 집으로 가서 밥을 먹고 잠을 잤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듯 아쉬운 표정을 짓는다. 따듯하게 관심을 가져준 아저씨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초원의 작은 식당을 떠난다.

울란바토르까지는 이제 120km 정도가 남아있다. 조금 일찍 라이딩을 시작했고, 어제와 비슷한 느낌의 바람이 불어오니 오후가 조금 넘은 시각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처이르까지의 초원에서는 도마뱀이 자주 보였는데, 이곳에서는 작은 햄스터처럼 생긴 귀여운 설치류가 이리저리 빠르게 움직인다. 아주 귀엽게 생긴 녀석인데 가까이 가면 작은 굴속으로 재빠르게 몸을 숨겨버려 사진을 찍을 수가 없다.

"이 녀석아, 나와봐!"

안타까운 것은 달리는 내내 도로 위로 로드킬 된 녀석들의 사체가 많다는 것이다.

천천히 이어지는 오르막의 길이지만 바람이 적어 크게 힘이 들지는 않는다.

작은 언덕들을 넘으며 20km 정도를 달리니 작은 마을이 나타난다.

도로변을 따라 좌우로 들어선 작은 마을이다.

울란바토르가 가까워지며 그동안 보지 못했던 버스 정류장이 도로변에 설치되어 있다. 이곳에서 울란바토르까지는 버스가 운행되는 모양이다.

많은 수의 양떼들을 게르가 있는 곳으로 몰고 가느라 도로가 막히고.

오토바이를 타고 양떼를 모는 목동과도 손인사를 한다.

출발한지 2시간 35km 정도 지나 어제 도착하려 했던 바가항가이의 교차로 나온다.

바가항가이에 접어들며 갑작스레 바람의 거칠어지기는 했지만 다행히도 자전거를 밀어주는 뒷바람이다.

"86km 정도면 3시 전에 도착할 수 있겠는데."

높은 언덕의 좌측으로 들어서 있는 바가항가이. 고개를 넘는 동안 뒤쪽에서 불어오던 바람이 아무런 이유 없이 맞바람으로 돌변하며 미친 듯이 불어댄다.

어렵게 어렵게 언덕을 오르고 길게 이어지는 내리막길에서 자전거가 굴러가지를 않는다.

"뭐야 갑자기!"

두 시간 동안의 평화롭던 라이딩이 순식간에 지옥으로 변해버린다. 바가항가이의 검문소에서 버스에 내려 담배를 피우고 있는 사람에게 다가가 자전거를 눕혀놓으니 남자가 한국말로 인사를 건넨다.

"어디를 가는 거예요?

자민우드에서부터 짧게 한국말을 하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만나고 있다. 울란바토르까지 80km가 남았다며 알려주는 남자에게 명함을 건네주니 고맙다며 인사를 하고 버스에 올라탔다.

순식간에 돌변해 버린 초원의 날씨이다. 5시간 정도면 충분할 것 같았던 울란바토르의 도착 시간을 짐작할 수 없다.

"아, 80km나 남았는데. 이건 너무 하잖아."

검문소를 지나 거세게 불어오는 바람을 향해 페달링을 시작한다. 휘청휘청 거리는 자전거를 억지스레 전진시키는데 멀리 주유소의 담벼락에서 누워있던 검은 개가 나를 향해 짖으며 맹렬하게 뛰어온다.

"아! 이 개*********. 오지 마! 오지 말라고!""

50미터가 넘어 보이는 거리를 빠르게 달려온 크고 검은 개는 누런 이빨을 드러내며 자전거를 쫓아온다. 바람 때문에 느릿느릿 기어가기도 힘든 상황에 더러운 개가 쫓아오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차량이 지나가 개를 도망하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생각하며 죽을힘을 다해 페달을 밟는다. 한참 동안을 따라오며 짖어대던 개가 떨어지자 다리의 힘이 모두 풀려버린다.

"아! 개*******************************."

휘몰아치는 모래바람 속에 모든 것들이 뿌옇게 변해버린다. 점점 가시거리가 짧아지고 나를 지나치는 차량들은 모랫바람 속으로 사라지고, 저 멀리 모랫바람 속에서 헤드라이트를 켠 차량들이 갑작스레 나타나기를 반복한다.

이리저리 요동을 치며 불어대는 초원의 모래바람에 페달링을 멈추고 만다.

눕혀놓은 자전거의 바퀴는 모래바람에 의해 바쁘게 회전을 하며 돌아가고 있다.

"이런 바람은 뒤에서 불어주면 안 되는 거니?"

갑자기 시작된 모래바람이 잦아들기를, 아니면 도로의 방향이 바뀌기를 바라며 꾸역꾸역 길을 이어간다.

계속 이어지는 언덕과 고개의 오르막길들, 한가롭게 시작되었던 울란바토르의 여정이 아수라장이 되어버린다. 잠시 바람을 피할 곳조차 없는 초원의 한가운데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그냥 가던 길을 이어가는 것뿐이다.

"저 파란 하늘은 또 뭐야?"

지옥 같은 바람이 불어오는 지상과는 달리 머리 위의 하늘은 미친 듯이 파랗다.

바람으로 인해 아무런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사이, 길은 오르막의 산길이 계속 이어진다.

"나를 죽여라. 이놈들아!"

거친 바람과 지나가는 차량들의 돌풍, 갓길조차 없는 좁은 도로. 균형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할 뿐 아무것도 보이질 않고,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는다.

높은 산등성이가 눈높이에 맞춰질 때쯤 자전거를 멈춰 세운다.

"에이 **! 해도 해도 너무 하잖아!"

어제 아침 간져가 싸준 양고기만두를 꺼내어 바람을 등지고 길바닥에 퍼질러 앉는다.

"죽어도 밥은 먹고 죽어야겠다."

식어있는 만두지만 간져가 센스 있게 넣어둔 오이 피클과 함께 먹으니 그런대로 제법 맛이 좋다. 누렇게 변해버린 풍경 위로 솜뭉치를 문질러 놓은 듯 떠있는 구름들을 보며 만두를 먹는다.

시원한 오이 피클을 먹는 사이 세 개 정도 남은 양고기의 반찬통이 돌풍으로 엎어져 데구루루 초원을 향해 굴러가 버린다.

"#$%#^#$#%$%#^#$%#."

바람 때문에 생각할 겨를이 없었지만 꽤나 높이 올라온 느낌에 산들샘 GPS를 켜보니 1,650미터까지 올라왔다. 울란바토르에서부터 시작되는 몽골 중부의 산악지형을 예상했지만 초원이 시작되던 중국 내몽골의 장베이을 넘던 환경과 너무나 비슷한 모양이다.

"죽겠네. 저기 좀 더 올라가야 할 것 같은데."

휘청거리며 기어가는 자전거를 향해 지나가는 차량들은 스카프를 흔들거나 연이어 손인사를 하며 응원을 보낸다. 애써 답례를 하기 위해 잠깐 핸들바에서 손을 떼면 미친 듯이 휘청거리는 자전거.

"힘들어. 응원하지 마!"

"제발 저것이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

마지막 고개를 넘으며 이유 없이, 갑자기, 불현듯 바람이 사라지기만을 바랐지만.

그럴 일은 없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쭉 내려가 주기를 바랐지만.

그럴 일은 여전히 없다.

소들마저 자리에 앉아 바람을 피하는데, 할 일 없는 여행자만이 쓸데없이 페달질을 하며 바람을 이기고 있다.

도무지 내려갈 생각을 하지 않는 산등성이의 도로에 질리듯 자전거를 멈춰 세운다.

"언제 끝낼 거야?"

알 수도 없고, 보이지도 않는 길을 확인하기 위해 어붜가 쌓아진 언덕 위로 올라가 본다.

거센 바람에 몸이 휘청이게 만드는 언덕의 위에서 주변을 둘러본다. 뿌옇게 사라지는 도로는 분명 내리막길이고, 저 멀리 풍력 발전기의 실루엣이 보인다.

주변을 둘러보는 동안 도로를 지나던 차량에서 한 남자가 내리더니 어붜가 쌓인 언덕으로 뛰어 올라온다.

"그렇게 급한 거야?"

산등성이 쪽에 세워진 어붜를 향해 급하게 달려가던 남자는 어붜를 몇 바퀴 돌더니, 내 쪽으로 달려와 이쪽의 어붜를 정신이 뛰어다닌다.

돌풍과 바람소리, 모래와 흙먼지, 양떼와 말떼들 그리고 어붜 주변을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사람까지 정말 혼을 쏙 빼놓는 느낌이다.

경사가 제법 가파르게 떨어지는 도로를 브레이킹을 하며 조심스럽게 내려온다. 지나가는 차량이 만드는 돌풍에 자전거가 휩쓸리는 것이 무엇보다 걱정이 된다.

"내리막조차 브레이킹을 하며 가야 하다니."

말들의 한가로움과는 달리 변속기마저 트러블을 일으키며 변속이 원활하지 않고.

급경사의 구간이 지나고 나지막이 떨어지는 내리막이 이어진다. 상태가 좋지 않은 도로를 살펴 가며 브레이크를 풀고 속도를 내어본다.

"프리덤!"

산을 돌며 좌측으로 크게 휘어지던 내리막은 그것으로 끝이 나고, 정면의 맞바람이 소떼와 함께 가던 길을 멈춰 세운다.

"저기 저 언덕은 또 뭐야?"

소들의 사체들과 쓰레기들의 뒹구는 언덕을 다시 넘고, 토브를 지나 울란바토르의 경계에 도착한다.

준모드와 울란바토르의 갈림길, 직진을 하여 울란바토르로 가야 하지만 발길이 떨어지질 않는다.

2시 30분. 여유롭던 아침 시간에 생각했던 울란바토르의 도착 시간인데 아직도 45km가 남았고, 끔찍한 바람은 계속 불어오고 있다.

"힝, 앞으로 4시간은 족히 걸릴 거야."

발걸음이 떨이지지 않는 누런 풍경을 향해 기어 들어간다. 울란바토르의 톨게이트가 나오고 톨게이트의 직원이 나를 보며 인사를 하고 차단기를 올려준다.

저 멀리 다시 보이는 산의 실루엣이 어질어질하다. 엄청난 수의 묘지들이 들어선 산등성이를 돌아 오르락내리락 짧은 언덕들이 이어지더니.

울란바트로의 위성도시 날라흐(Nalaikh)가 뿌연 먼지 사이로 흐릿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울란바트로와 날라흐의 갈림길의 회전교차로에서 길을 확인하고.

맞바람이 불어오는 울란바트로의 방향의 서쪽을 향해 언덕을 오른다.

"울란바트로는 내일 갈까? 쉬고 싶다."

언덕을 지나 울란바트로에 가까워지니 하늘의 색이 조금은 맑아지는 듯하고.

"어, 한국 식당!"

몸이 지치고 힘드니 자전거가 알아서 식당으로 끌려들어 가는 기분이다.

"화장실이 어디예요?"

3시 40분, 울란바토르까지 30km가 남아있는 거리가 부담스럽지만 갑자기 배가 고파진다.

무작정 메뉴판을 집어 들고.

"모르겠다. 김치찌개 한 그릇 먹고 가자!"

"90일 만에 너를 본다!"

한국 일반 음식점의 맛과 똑같은 김치찌개의 맛이다.

든든하게 두 그릇을 비워놓고.

한국말을 잘 하지만 한국인은 아닌 식당의 매니저에게 울란바토르에 코리안 타운이 있는지 물어보니 별도로 모여있는 곳은 없고 시내 여러 곳에 한국인이 산다고 말해준다.

밥을 먹느라 한 시간이 지나버렸지만 오랜만에 김치찌개를 먹었으니 그것으로 만족.

주유소가 있는 삼거리로 나오니 도로를 공사하는지 길이 막혀있다. 할 수 없이 공사장 옆으로 차들이 다니는 비포장길을 따라가다 보니 임시 도로라기보다는 그냥 초원의 흙길이다.

쉴 새 없이 오가며 먼지를 날리는 차량들의 틈에 끼어 털털거리는 비포장길을 자카르타 랠리를 하듯 요란스럽게 따라간다. 대책이 없는 먼지 구덩이의 흙길을 정신없이 가다 보니 나로 인해 차량의 흐름이 둔해지니 마주 오던 화물트럭의 운전자가 아직 공사를 하고 있지 않은 좌측의 도로를 가리키며 빠져나가라는 듯이 안내를 해준다.

도로와 가장 근접해 있는 구간에서 자전거를 끌고 도로로 빠져나온다.

"하루 종일 먼지를 뒤집어쓰는구나."

흙먼지를 날리는 복잡한 비포장길을 빠져나와 혼자 도로를 독차지했지만 한가로움은 오래가지 않는다. 다시 흙먼지 속으로 들어가 이리저리 요동을 치는 비포장길을 정신없이 따라간다.

무려 한 시간 동안을 흙구덩이 속에서 허우적거리다 공사가 시작되는 지점에 이르러 도로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모든 것이 너덜너덜해진 느낌이다.

그 사이 미친 듯이 불어오던 모래바람은 사라지고 거짓말처럼 하늘이 고요하다.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는 울란바토르의 외곽을 반쯤 넋이 나간 상태로 지나친다.

멀리 북쪽의 산등성이를 가득 메우고 있는 게르와 판자집들이 이색적이다.

낡고 허름한 외곽의 시내를 지나자 포장도로의 상태가 좋아지며 아름다운 툴강의 모습이 나타난다. 강을 따라 촘촘하게 들어선 수변의 나무들이 어색할 만큼 아름답다.

"세상에 몽골에서 처음으로 나무를 보는 거야."

울란바트로의 시내에 접어들며 좁은 2차선 도로는 차량들로 혼잡하다.

복잡한 차들 사이로 두 군데의 원형 교차로를 통과하고.

칭기스칸 광장으로 향하는 도심의 도로는 완전히 정체되어 자전거가 지나갈 수조차 없다.

"아니 무슨 차들이 이렇게 많지!"

인도로 올라가 자전거를 끌고 칭기스칸 광장으로 걸어간다.

"마르코 폴로 형님은 이곳에 왜 서 있는 거지?"

7시, 11시간의 험난한 라이딩 끝에 목적지인 칭기스칸 광장에 도착한다.

넓고 한적한 광장에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 산책을 하는 칭기스칸 광장. 중국의 광장과는 전혀 다른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풍긴다.

"형, 나 왔어!"

광장의 정면에 웅장하게 놓여있는 칭기스칸의 석상.

계단 위로 더 가까이 다가갈 수는 없었지만 중국의 베이징처럼 부자연스러운 제재는 하지 않는다.

한적한 광장을 둘러보고 툴가에게 전화를 걸어 울란바토르의 도착을 알려준다.

"툴가야, 형 왔다! 같이 저녁 먹자."

수업을 듣는다는 툴가는 9시에 수업을 마치고 호텔이 있는 곳으로 오겠다고 한다.

"아이고, 칭기스칸이고 나발이고 완전히 너덜너덜해졌어!"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것인가. 이곳의 하늘은 왜 이렇게 좋은 거야?"

광장에 누워 오랜만에 트립닷컴을 켜고 숙소를 검색한다. 많은 호텔들이 검색되는데 의외로 숙박비들이 비싸다. 5~6만원 정도의 숙박료들인데 일반 몽골의 작은 호텔에 가려니 자민우드에서부터 시작된 거친 바람의 시달림에 편하게 쉬고 싶은 생각이 먼저 앞선다.

"씻고 싶고, 먹고 싶고 편하게 자고 싶다!"

100미터조차 움직이기가 싫어진다. 가격을 포기하고 가장 가까운 울란바토르 호텔을 찾아 들어간다. 클래식한 분위기의 호텔에 들어가 호텔 바우처를 보여주며 체크인을 하고 자전거를 보관할 장소를 물으니 프런트의 직원은 걱정하지 말라며 안내를 한다.

호텔 직원을 불러 자전거를 짐 보관 창고에 넣어주고 방까지 짐들을 올려다 놓는다. 클래식한 호텔에서 볼 수 있는 당연한 서비스지만 왠지 이런 서비스들은 불편하다.

"그냥 내가 들고 가도 되는데."

호텔의 가장 작은방에 들어가 아무리 둘러봐도 칫솔 세트도 없고 물도 없다.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워 툴가를 기다린다.

9시가 넘어 호텔로 찾아온 툴가를 만나고 주변에 한국 식당이 있는지 물었다. 오는 도중 김치찌개를 먹어서인지 허기짐보다는 쓴 소주 한 잔이 생각난다.

"연아라는 한국 식당이 있데요."

주변에 한국 식당이 있는지 친구에게 통화를 해 물어본 툴가는 연아라는 한국 식당으로 가자고 한다. 2km 정도 떨어진 식당까지 그동안의 소식들을 이야기하며 길을 걸어간다.

10시, 서울의 거리를 지나 찾아들어간 연아(Yuna) 식당은 영업이 끝났다며 안내한다. 몽골의 대부분의 식당들은 10시를 전후로 영업을 마치는 모양이다.

하는 수없이 길 건너편에 있는 술집으로 들어간다.

"툴가, 너 먹고 싶은 것을 시켜. 나는 밥보다는 술이 조금 마시고 싶다. 사람들이 칭기스를 먹으래."

면 요리와 치킨을 시키고 보드카를 달라며 주문을 하던 툴가가 오랫동안 직원과 대화를 한다.

"왜? 칭기스 없데?"

"아니요. 오늘은 술을 팔 수가 없데요. 12시가 지나서 술을 마실 수 있다는데요."

"아니, 왜? 왜?"

"모르겠어요. 금요일이라 술을 안 판다고 하는데요."

평상시 손님들이 많다던 술집은 무슨 이유인지 술을 팔 수 없다고 하고 손님들도 없다.

"힝!"

맛있는 한국 음식도, 간절한 술 한 잔도 마시지 못했지만 몽골의 여행 동안 여러 가지로 도와준 툴가와 대화를 할 수 있어서 좋다.

조르노크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해주며 간볼트에게 전화를 해달라고 부탁을 하니 흔쾌히 전화를 걸어 통화를 하는 툴가.

한국에서 일을 하고 싶다던 사람들은 내가 느꼈던 간절함과는 달리 툴가와의 통화에는 적극적이지 않다.

"혹시라도 전화가 오면 잘 설명해 주면 좋겠고, 자신들이 적극적이지 않으면 어떻게 도와줄 방법은 없지 뭐."

하고 싶은 바람이나 직면해 있는 문제들을 앞에 두고 고민에만 몰두하며 투정하는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고 싶으면 하면 되고, 하고 싶지 않으면 안 하면 된다.

삶을 살며 수많은 선택과 결정들을 해야만 하고, 선택으로 인한 과정들을 받아들여야 하며, 그 결과에 의한 또 다른 선택과 결정들 끊임없이 해야만 한다. 세상에 잘 된, 잘못된 선택이란 없다. 단지 선택에 의한 과정에 얼마나 충실했는지의 문제일 뿐.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86일 / 맑음 ・ 16도
처이르-볼러
아침에 양고기 만두를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한 간져와 아침식사를 하고 12시가 되어 처이르를 떠난다.


이동거리
103Km
누적거리
8,751Km
이동시간
6시간 07분
누적시간
616시간

AH3
AH3
63Km / 3시간 14분
40Km / 2시간 53분
처이르
토브
볼러
 
 
569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8시가 되기 전에 잠에서 깨어 감바를 기다렸지만 어젯밤 가져간 맥주를 다 마시고 잤는지 약속했던 8시까지 탁구장에 오지를 않는다.

바깥쪽에서 문이 잠겨 나갈 수도 없는 상황이다.

8시 30분이 되어서야 탁구장 문을 열며 감바가 들어오고, 부스스한 모습으로 서두르는 모습이 출근 시간에 쫓기는 모양이다.

간져와 통화를 하던 감바는 서둘러 간져의 집으로 안내하고 짧은 인사만을 건네고 바람처럼 사라진다.

"감바, 술 조금씩 마셔."

반갑게 인사를 하며 맞이해주는 간져, 웃는 얼굴이 꽤나 귀엽고 호감 가는 인상이다. 감바의 집과 형태가 똑같은 집이지만 젊은 사람이 사는 집이라 그런지 깨끗하게 정리가 되어있다.

세 명의 자녀를 두고 있는 간져의 막내딸은 어린이집에 갔는지 보이질 않고, 키가 180Cm는 될 것 같은 14살의 큰 아들과 둘째가 등교 준비를 하고 있다.

현관문을 열면 바로 거실이 이어지는 처이르의 아파트 구조.

"신발을 벗어야 하는 거야? 신어야 하는 거야?"

침대가 놓인 안방과 거실 그리고 부엌으로 나누어진 아파트.

안방에서 간져가 건네준 사진첩을 보고 있는 사이 간져는 만두를 만들기 위해 준비를 한다.

간져의 아내는 어릴 때 배구를 했고, 간져는 몽골 씨름을 하던 집안이다.

20살 시절의 간져와 그의 할아버지, 그의 할아버지는 몽골 씨름 챔피언이었나 보다.

"간져, 너 역변한 거니?"

냉장고에서 양고기의 살코기와 기름 부위를 꺼내어.

두꺼운 손으로 제법 능숙하게 칼질을 한다.

180Cm에 가까운 아들에게 심부름을 시켜 필요한 재료들을 사 오게 하고.

살코기를 잘게 썬 후 적당량의 기름 부위를 썰어 놓는다.

우유를 냄비에 붓고 소금을 약간 넣어 끓이고.

가스 시설이 없는 몽골에서는 전기 렌지를 사용한다.

양파와 다진 마늘을 넣고.

몽골에서 쓰는 향신료와 후추를 뿌리고.

약간의 물을 넣어 잘 버무려 놓는다.

큰 물통을 들고나갔던 큰아들이 물을 가져오고, 몽골에서는 큰 물통을 들고 동네를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간져, 네 아들은 농구나 배구를 해야 할 것 같아."

"농구를 하고 있어."

또래들에 비해 키가 큰 간져의 아들은 농구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만두 피를 만들기 위해 밀가루를 붓고.

적당히 물을 부어가며 밀가루 반죽을 만든다.

우유가 끓어오르자 국자로 수차례 떠서 붓기를 반복한 후 불을 끈다.

보온병에 우유차를 담아놓고.

밀가루 반죽을 떼어내고.

납작한 만두피를 하나 만들어 놓더니.

반죽의 상태가 좋은지 본격적으로 만두피를 만들어 놓는다.

따듯한 우유차를 한 잔 내어주고.

만두피에 다진 양고기를 넣고 오물오물 만두를 빚는다.

"간져, 너 많이 해봤구나."

처음 떼어낸 밀가루 반죽으로 커다랗게 만두를 빚더니.

두 번째 반죽으로는 조금 작은 만두를 빚어놓는다.

찜통에 빚은 만두들을 올려놓고.

맛있는 냄새가 나도록 만두를 삶는다.

맛있는 냄새가 날 때쯤 찜통의 뚜껑으로 연신 부채질을 하고는.

하나씩 예쁘게 접시에 올려놓는다.

몽골에서 파는 김치와 오이 피클, 케찹과 마요네즈를 꺼내놓고.

한 시간 반 만에 맛있는 양고기만두 식탁이 차려진다.

추르릅, 양고기의 육즙이 흘러내리는 맛있는 양고기만두로 아침 식사를 한다.

양고기만두를 먹는 동안 자리에서 일어나 무언가를 찾던 간져가 반찬통을 꺼내어 만두를 넣고, 오이 피클을 담는다.

"가면서 먹으라고? 아, 이 센스 있는 남자를 어떻게 한다니."

맛있는 아침 식사를 차려준 간져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울란바토르를 향해서 출발한다.

12시, 처이르의 입구까지 배웅을 해주는 간져와 포옹을 하고 동남풍이 불어 오늘은 괜찮다는 제스처를 하며 페달을 밟는다.

"야! 바람. 맞바람이 불듯이 강풍으로 밀어야지."

몽골 남부의 바람은 북서풍이 불때 강한 바람이 불어오고, 남동풍이 부는 날에는 살랑살랑거리듯 바람이 잠잠하게 느껴진다.

처이르에 이르며 갓길이 사라며 도로의 상태는 나빠지고, 밑도 끝도 없는 초원의 평지 길은 여전히 계속 이어진다.

"겨우 두 시간이 지났는데 왜 배가 고프지."

이틀 전 감바를 만나며 사두었던 빵을 꺼내어 먹었다. 별 기대 없이 상하기 전에 먹어야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의외로 맛이 좋다.

"도대체 이놈의 땅은 어떻게 생겨먹은 것일까?"

빵을 먹고 천천히 출발하려는데 뒷바퀴가 주저앉아있다. 잠시 쉬기 위해 갓길로 들어서며 철심 같은 것이 박혔나 보다.

"아놔 몰라. 천천히 쉬어갈 테다."

그동안 너무나 힘들게 했던 맞바람이 불지 않으니 왠지 모를 여유가 생겨난다.

펑크를 정비하고 천천히 길을 따라 이어간다.

아무것도 없는 초원의 길은 계속 이어지고.

평평했던 초원의 길은 이전과는 다른 산의 모양들이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것도 맛이 괜찮으려나?"

고비숨베르에서 토브로 넘어가는 경계가 높은 언덕 위로 나타난다.

지도에도 잡히지 않는 작은 식당이 초원 한가운데 덩그러니 자리 잡고 있고, 간져와의 아침식사로 출발이 늦어져 오늘의 목적지인 바가항가이까지는 도착할 수 없을 것 같다.

조금씩 해가 저물어가는 시간, 작은 다리의 난간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잠시 쉬어간다.

"여기에 텐트를 쳐볼까? 장소도 넓고 괜찮은데."

다리 밑으로 나있는 가축들의 이동 통로에 텐트를 칠까 생각하다 포기하고 바가항가이에 이르기 전 도로변에 있는 식당으로 가기 위해 길을 이어간다.

"20km만 더 가볼까. 100km는 채워야지."

일몰이 시작되고 조금씩 체력이 지쳐갈 때쯤 철도변의 작은 마을과 구글맵으로 검색이 되었던 식당이 나타난다.

"지도상에는 저기가 식당인데."

몇몇의 화물 차들이 정차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도로변의 식당이 맞는 것 같다.

건초더미와 소를 싣고 있는 한국에서 사용되던 중고 포터 트럭이 식당 앞에 정차되어 있다. 몽골의 승용차는 일본의 도요타를 많이 타는 것 같은데 트럭과 미니 승합차 같은 것은 한국의 중고차량들이 많은 것 같다.

식당 앞에 자전거를 묶어두고 동안 화물차 기사들과 사람들이 나에게 인사를 하며 반갑게 말을 건넨다. 한국말을 하는 사람도 있고, 영어를 하는 사람도 있다.

"몽골 사람들이 회화에 소질이 있나?"

저녁 시간이 되어 식당 안은 조금씩 사람들로 붐비고, 군인으로 보이는 단체 손님들이 메뉴를 고르기를 기다린다.

메뉴 사진들이 있으니 음식을 주문하기가 너무 편하다.

"고기, 고기가 필요해."

면과 밥, 고기, 만두 등의 메뉴들 중에서 선택의 여지없이 계속 먹어왔던 양고기볶음을 주문한다. 무언가를 추가로 할 것인지 물어보려던 여직원은 이내 고개를 가로젓더니 포기한다.

"이 근처에 호텔이 있나요?"

단체 손님들의 주문이 끝나고 조금 한가해진 틈을 타 카운터의 여직원에게 번역기를 보여주니 고개를 끄덕이며 주방 쪽의 계단을 가리킨다.

"아, 여기도 식당과 숙박을 같이 하는구나."

일단 배고픔을 달랜 후 체크인을 할 생각으로 숙박비와 방을 정하지 않고 자리로 돌아온다.

언제나 밥보다 고기의 양이 많은 몽골의 메뉴.

"밥은 왜 이렇게 주는 거야? 최신 트렌드인 거야!"

밥을 모두 먹고 카운터의 여직원에게 다가가 숙박비를 물어보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계산기에 30,000~40,000을 적어서 보여준다.

"방이 여러 개 있는 건가? 요금이 다르네."

객실마다 요금이 다른 것으로 이해하고 방을 볼 수 있는지 제스처로 물어보니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X를 그린다.

"방을 보고 결정을 해야지? 방을 보여줘!"

어렵게 번역기를 돌려 방을 보고 싶다는 의사를 보여주니 이번에는 진지한 표정을 한 채 알아듣지 못하는 몽골어로 계속 설명을 한다.

"나 몽골어 못 해!"

여직원의 말이 끝나고 번역기를 보여주는 순간 나와 여직원은 한참 동안 함께 깔깔거리며 웃는다.

"알아듣지도 못하는 말을 그렇게 설명하면 어떻게 하니? 하하하하하."

여직원과 눈을 마주치며 한참을 웃고 툴가에게 전화를 걸어 무슨 내용인지를 알아봐 달라고 부탁을 한다.

"툴가야, 여기 작은 식당의 호텔인데 방을 보자고 하니까 안 보여줘."

여직원과 오랫동안 통화를 한 툴가가 여직원의 말을 전해준다.

"형, 거기는 호텔이 아니고 울란바토르 방향으로 30km 정도 가면 호텔이 있다고 해요."

"헐!"

한참 동안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 여직원은 식당에서 난데없이 방을 보자고 하니 재미있어 웃었고, 나는 몽골어를 못 알아듣는데 진지하게 설명하는 것이 귀여워서 웃었던 것이다.

어쨌든 한바탕 웃고 나니 기분이 좋아진다. 툴가에게 식당 마당에 텐트를 치고 잘 수 있는지 부탁을 해달라 말한다.

"근처에 아무데나 마음에 드는 곳에 텐트를 치라고 하네요."

"아무데나? 아무데나는 어느 정도의 범위야?"

식당의 앞마당에 짐을 풀고 있으니 식사를 마친 사람들이 다가와 인사를 하고 짧은 대화들을 건넨다. 명함을 주며 여행 경로들을 설명도 해주니 악수를 청하기도 하고, 엄지를 치켜세워 주기도 한다.

텐트를 설치하고 식당에서 조금 떨어진 공용 화장실에서 하루의 마무리를 편하게 정리한 후.

텐트로 돌아오니, 식당에 들어설 때부터 관심을 보이던 인상 좋은 아저씨가 그의 와이프와 함께 텐트를 요리조리 살펴보고 있다. 살짝 텐트의 내부를 보여주니 텐트와 안쪽 바닥 등을 만져보더니 고개를 가로저으며 웃는다.

제법 쌀쌀하고 추운 저녁의 날씨, 텐트에 들어가 자료들을 정리하는데 조금 전의 아저씨가 밖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난다. 텐트를 열고 빼꼼히 얼굴을 내미니 자기네 집으로 가서 자자는 제스처를 한다.

"여기 따듯해요."

그의 와이프까지 와서 뭐라고 몽골어를 말하며 텐트가 춥다는 뜻의 표현을 하는 것 같다. 손을 가로저으며 텐트가 따듯해서 괜찮다는 제스처를 계속하고 있으니 아저씨는 나의 손을 만져보고 안 된다는 듯이 집으로 가자는 제스처를 계속한다.

핸드폰으로 자료를 정리하느라 손이 조금 차가워졌을 뿐인데.

"바엘샤, 감사합니다."

마음을 써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연신하면서 괜찮다는 제스처로 웃고 있으니 아저씨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돌아간다.

아저씨를 따라 몽골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다시 짐들을 챙겨야 하는 번거로움과 함께 오랜만에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는 즐거움을 놓칠 수 없다.

"새로운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오늘은 편하게 텐트에서 자고 싶어."

"하루 종일 네가 그리워서 꾹꾹 참았다."

추운 날씨에 자동 냉장이 된 레츠비를 마시니 너무나 좋고 행복하다.

"힝, 몇 개 더 사둘 걸 그랬나."

간져와의 아침 식사, 거친 바람이 없던 한가한 라이딩, 시원하게 깔깔거리며 웃었던 여직원과의 대화 그리고 푸근한 인심을 느끼게 해준 아저씨까지 오늘도 제법 근사한 날이다.


"몽골에서 근처는 도대체 몇 Km의 거리일까?"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83일 / 맑음 ・ 18도
조르노크-아라크-달랑자르갈랑
조르노크의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아쉬움 가득 작별을 한다. 여행에서 만남 사람들과 보낸 시간의 즐거움만큼 작별의 아쉬움이 언제나 비례하는 것 같다.


이동거리
56Km
누적거리
8,570Km
이동시간
6시간 42분
누적시간
604시간

AH3
AH3
28Km / 2시간 50분
28Km / 3시간 52분
조르노크
아라크
달랑자르
 
 
388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조르노크에서 보낸 이틀의 시간이 너무나 좋았다. 많은 것이 열악하고 부족하지만 함께 하는 좋은 사람들이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6시 30분의 알람에 잠이 깨어 모든 알람들을 해제시키고 다시 잠이 든다.

"이런 시간은 조금 더디게 지나가도 좋을 텐데."

내가 일어나기를 기다린 것처럼 침낭을 벗어나는 인기척에 오초르가 얼굴을 내밀고 인사를 한다.

홍차와 웨하스 과자를 내놓아 그와 함께 아침을 먹는다. 다른 집들과 달리 아내와 떨어져 사는 오초르의 식탁은 전형적인 홀아비들의 식사이다.

침낭과 패니어들을 정리하고 있는 동안 정체불명의 화장품을 맡겨두었던 오드바야르의 아내가 찾아온다.

"이거 아침에 바른 다음 화장을 해 그리고 저녁에 깨끗이 씻어."

화장품의 사용법을 번역기와 제스처로 설명을 해주고 알아들었는지 물으니 알았다며 웃으며 돌아간다.

"에르덴오초르, 나 이제 가야 해! 사진 찍자."

핸드폰 삼각대를 설치하고 오초르의 집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다.

"둘이 찍고."

"셋이서 찍고."

짐을 싸는 동안 인사를 하기 위해 나온 간볼트의 젊은 아내와도 함께 사진을 찍고 울란바토르에 가면 간볼트에게 전화를 하겠다고 말해둔다.

이틀 동안 점심과 저녁을 대접해 준 고마운 간볼트의 식구들이다.

자전거 앞에서 태극기를 들고 사진을 찍어달라는 오초르.

"사진 찍는 거 은근히 좋아하네."

오초르와 마지막 인사를 하고, 다른 사람들이 있는지 둘러보았지만 모두들 작업을 나갔는지 보이질 않는다.

"조르노크, 안녕!"

오늘 가야 할 처이르는 자민우드, 사인샨드, 처이르, 울란바토르로 이어지는 AH3 도로에 있는 도시 중 하나다. 아직 울란바토르의 모습을 보지 못하여 몽골 도시의 모습이 어떠한지 잘 모르겠지만 사인샨드의 모습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조르노크에서 130km 떨어진 처이르. 바람의 방향에 따라 오늘 내 도착할 수도 있고 이틀의 라이딩으로 가야 할지도 모른다.

"어디, 바람이 어떻게 불어오나?"

북서풍. 조르노크의 북서쪽에 위치한 울란바토르.

"피해 갈 틈 없는 정면 바람이군! 오늘도 완전히 틀렸다."

조르노크에서 보낸 이틀 동안 불지 않던 바람이 라이딩의 시작과 함께 맞바람으로 맞이해준다. 초속 15미터가 넘는 바람들을 맞으며 달려온 탓에 초속 6~7미터의 바람은 산들바람처럼 느껴지지만 정면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영향은 어쩔 수가 없다.

1시간을 달려 속도를 확인해 보니 겨우 10km를 이동할 수 있는 라이딩이다.

"오늘 처이르까지는 절대로 못 가겠네. 80? 70km 정도 이동할 수 있으려나?"

처이르까지 가는 동안 작은 마을 두 곳을 지나쳐야 한다. 이틀 전 오초르와 마트를 가기 위해 들렀던 아라크와 달랑자르갈랑이다. 도시라기보다는 작은 면소재지의 시골 마을에 가깝지만 몽골의 초원에서는 제법 규모가 큰 마을이다.

"달랑자르갈랑이 60km 정도니까, 거기를 지나서 캠핑을 하면 되겠군."

아라크로 향하는 길은 간간이 오르막의 언덕들이 이어지고 12시가 되었을 때 아라크의 검문소를 통과한다.

이틀 전 오초르와 왔을 때 통행료 같은 것을 받지 않은 것으로 보아 톨게이트는 아닌데 정확히 무엇을 검문하는지 모르겠다. 차단기가 내려져있고 차량들이 무언가를 확인받은 후 통과를 한다.

검문소를 통과하면 도로의 좌측으로 아라크의 모습이 보인다.

"점심도 해결할 겸 아라크로 들어가자."

이틀 전 오초르와 왔을 때 그에게 담배라도 몇 갑 사줄 것을 하는 후회가 들어 오초르의 담배를 사고 간단한 점심과 캠핑 음식을 마련하기 위해 마을로 들어간다.

모래밭길의 마을길에 자전거의 바퀴가 빠져 제대로 타고 갈 수가 없다. 자전거를 끌고 오초르와 첫 번째 들렸던 작은 슈퍼를 찾았지만 보이질 않는다.

"어디였지? 시야가 확 트인 곳에서 오줌을 쌌는데."

마을을 한 바퀴 돌고서 초입에 있는 작은 슈퍼를 찾았다.

가게 앞에 RV 차량이 한 대 정차해 있어 가게문이 열려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문이 열쇠로 잠겨있다.

"아, 나는 왜 이런 일에는 꼭 머피가 될까?"

아쉬운 마음에 애꿎은 가게문을 만져보고 나와 초코파이 두 개를 꺼내어 점심을 대신한다.

"오초르에게 담배 한 갑이라도 사주고 싶은데."

초코파이를 먹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출발을 하려고 하는데 모자와 검은 마스크를 한 여자가 가게 앞에서 나를 쳐다본다.

"어. 저기 저번에 오초르.."

버프를 내려 얼굴을 보여주니 금세 알아보며 가게로 들어가자고 한다.

"샌배노!"

대량 포장된 비스킷처럼 딱딱한 빵들을 만지며 배가 고프다는 제스처를 하니 가게 모퉁이의 냉장고에서 소시지들을 보여준다.

"이거 하나도 팔아요?"

냉장고 위의 저울을 가리키더니 소시지 하나를 올려놓고 저울에 적힌 금액을 계산기로 쳐서 다시 보여주는 아주머니.

"중국하고 똑같네. 소시지도 저울에 달아서 파네."

소시지, 콜라 그리고 컵라면을 사들고 오초르에게 줄 담배를 달라고 제스처를 한다. 이틀 전처럼 테이블 밑에서 담배들이 든 가방을 꺼내어 보여준다. 오초르가 좋아하는 몽골 담배 3갑을 달라고 하니 가방을 뒤적이더니 2갑밖에 없다며 웃는다.

담배 가방을 뒤집어 담배들을 테이블에 모두 펼쳐놓고 보아도 오초르가 피던 몽골 담배는 2갑밖에 없다.

오초르가 '몽골'을 외치며 엄지를 세웠던 2,500투그릭의 담배 두 갑까지 합하여 계산을 하고 봉지가 필요한지 묻는 아주머니에게 핸드폰에 있는 오초르의 사진을 보여준다.

"에르덴 오초르, 오초르 알죠?"

오초르의 사진을 보며 생글생글 웃는 아주머니. 아무래도 커피를 들고 있는 오초르의 컨셉 사진이 재미있는 모양이다.

담배 두 갑을 들고 오초르의 사진을 가리키며 오초르에게 전해달라는 제스처를 두어 번 연속으로 하자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방긋 웃는다.

"응. 오초르가 여기 오면 이거 오초르한테 주세요!"

가게 아주머니와 담배, 오초르의 사진을 가리키며 의사를 전달하는 사이 아주머니는 전화기를 꺼내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건다. 전화기에서 오초르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아주머니는 스피커폰으로 전환하여 전화기를 건네준다.

"오초르, 나 싸비야!"

"오호, 싸비!"

알아듣지 못하는 몽골어로 여전히 많은 말을 하는 오초르에게 아주머니가 상황을 설명해 주는 것 같다.

"오초르 빠이! 담배 맡겨놨어. 찾아서 피워!"

나도 오초르처럼 그가 알아듣지 못하는 한국어로 떠들며 말해준다. 그 광경이 재미있는지 계속 웃기만 하던 아주머니는 자기가 잠을 자고 오초르에게 가져다주겠다는 제스처를 한다.

"어. 내일 오초르한테 전해 준다고."

자신이 오초르에게 갖다 준다는 것인지, 오초르가 내일 와서 찾아간다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담배는 오초르에게 전해질 것이다. 아마도 담배를 보며 '싸비, 몽골'하며 담배를 피우지 않을까 싶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하고 싶었던 것을 해결하면 마음이 참 좋고, 왜 그런 것들은 항상 뒤늦게 생각이 나는지 도통 모르겠다.

마을을 빠져나와 다시 AH3 도로에 들어서니 도로변의 초원에서 풀을 뜯던 낙타들이 멀뚱하게 나를 쳐다보고 있다. 소, 말, 양, 사슴 이번에는 낙타의 등장이다.

낙타를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그 생김새가 참 신기하면서도 못돼먹은 얼굴을 하고 있는 것 같아 재미있는 동물이다.

"야 몽골 낙타! 나 한국 사람이야."

아라크에서 처이르와 울란바토르까지의 거리를 알리는 이정표가 보이고.

아라크의 초입에는 크지는 않지만 물이 고여있는 곳이 있어 마을이 생겨난 이유를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듯하다.

아라크를 들렸다 나오느라 40분 정도의 시간을 소비했지만 오초르에게 담배 한 갑이라도 선물해 주고 올 수 있어서 다행이다 싶다.

오후 들어 바람의 방향이 우측으로 살짝 바뀌더니 바람의 세기가 더해간다. 시속 10km 정도를 이동했던 오전과 달리 8km, 5km의 속도로 진행이 느려지고 아라크를 벗어난 도로는 낮은 산들을 여러 차례 넘어가는 길로 바뀐다.

"힘들어. 쉬자."

초원의 풀밭에는 돌아다니는 작은 도마뱀은 보호색에 대한 자신감인지 잘 도망을 가지 않는다. 요리조리 재빠르게 움직이지만 도망치는 거리가 거기서 거기다.

"형 배고프다. 잡아먹기 전에 도망가라."

따듯한 바람이 불어오는 초원에 앉아있으면 눕고 싶은 생각이 들어 쉬는 것이 더 힘들다. 핸드폰을 켜봐도 네트워크는 E자를 보이며 끊겨있고.

20여 분을 쉬고 다시 출발해 보지만 계속 거세지는 바람과 오르막의 산길들이 페달링을 무겁게 한다. 바람을 이기며 조향을 하느라 어깨는 다시 쑤셔오고.

캠핑을 해도 괜찮을 듯한 언덕들과 바위들이 놓인 공간들을 지나자 풍경들은 다시 완전 평면의 평평함을 보여준다.

도로변에서 빠져나와 자전거를 눕히고 패니어를 등지고 눕는다.

"오초르와 차로 달릴 때 보니까 도로 외에는 아무것도 안 보이던데. 저기 멀리에 텐트를 쳐도 괜찮겠어."

바람만 거세게 불지 않는다면 도로변에서 조금 멀리 떨어져 텐트를 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마른 건초들 사이로 새싹들이 자라고 있다.

"아무래도 오늘은 달랑자르갈랑을 조금 지나서 캠핑을 해야겠다."

17km가 남아있는 달랑자르갈랑을 지나 적당한 위치에 캠핑을 하고 내일 바람의 방향을 봐가며 처이르에 머무를 것인지, 지나칠 것인지 결정할 생각이다.

조금씩 거세지던 바람은 돌풍에 가까운 바람으로 급변하고, 구름이 떠있던 하늘은 희뿌연 모래바람이 지면에서 일어나 온 사방을 뒤덮기 시작한다.

시속 5km가 나오지 않는 무거운 페달링과 휘청거리며 요동치는 핸들바를 지탱하며 얼마 남지 않은 달랑자르갈랑의 거리를 줄이기 위해 꾸역꾸역 길을 이어간다.

어쩌면 급작스레 밀려오던 조르노크의 모래폭풍. 그 바람의 시작점에 들어와 있는지도 모르겠다.

5km, 3km. 거리가 줄어들지 않는 애꿎은 구글맵만을 반복해서 쳐다보지만 달랑자르갈랑의 모습은 보이질 않는다.

뿌연 모래 먼지 사이로 흐릿하게 달랑자르갈랑의 모습이 보이고 도로변에 커라란 물 웅덩이가 있다. 물웅덩이 주변으로 동물들의 발자국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고.

재미있는 사진 놀이도 거칠게 불어오는 바람 탓에 그다지 재미가 없고.

골재 공장 같은 건물을 중심으로 들어선 마을로 들어가기가 힘들어 보인다.

"여기가 달랑자르갈랑인가?"

진입할 수 없는 흙길을 포기하고 도로를 따라 조금 이동하니 도로변으로 달랑자르갈랑의 모습이 나타난다.

"에휴, 다행이다."

"처이르는 멀었네. 언제 가나."

여전히 적응이 잘 안되는 몽골의 작은 마을의 초입에서 자전거를 세우고 잠시 숨을 고른다.

"어디부터 가서 숙소나 잠잘 곳을 찾아야 하지?"

길 건너편에 위치한 주유소에 들러 숙소가 있는지 물어보고, 숙소가 없다면 주유소 주변에 텐트를 칠 수 있도록 양해를 구해볼 생각이다.

자전거를 끌고 주유소로 향하던 중 거친 바람을 등지고 소변을 보던 남자가 나를 부른다. 이번에도 술을 마신 것 같은 취객의 느낌이 난다.

"부르지 마라. 힘들다!"

몇 차례 나를 향해 소리를 치더니 모르는 척 지나가니 별 반응이 없다.

문이 닫힌 주유소의 문을 열고 들어가 번역기로 주변에 호텔이 있는지 물으니 바로 길 건너편을 향해 손가락을 가리킨다.

"아, 저게 호텔이었어?"

화물 차들이 정차를 하거나 떠나는 건물을 음식점으로 생각했는데 숙박도 가능한 모양이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프런트와 같은 데스크는 없고 바로 식당의 카운터가 보인다. 식당 안을 두리번거리며 호텔이 맞는지 묻자 카운터의 여직원이 자기에게 말하면 된다는 듯 제스처를 한다.

계산기에 40,000을 찍어서 보여주며 여권을 달라고 한다. 자민우드의 호텔에서도 그랬는데 몽골에서는 여권을 프런트에 보관을 한다.

여권을 받아들고 살펴보더니 새침한 여직원이 놀라는 듯한 이상한 표정과 제스처를 한다.

"왜? 오빠가 아니라서 섭섭해?"

자전거를 실내에 두기 위해 설명을 해야 하는데 난감하다. 호기심이나 적극성이 별로 없어 보이는 여직원과 어렵게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옆에서 갑자기 한국어가 들린다.

"한국인이세요?"

식당에서 서빙을 하는 다른 여직원이 다가와 한국말을 한다.

"한국말을 할 줄 알아?"

"네, 조금 할 줄 알아요."

프런트의 여직원과 달리 친절하고 상냥하다. 한국어를 하는 여직원에게 자전거를 안으로 들여놓고 싶다고 말하니 고개를 끄덕이며 한국어를 잘 못한다고 다시 한번 말한다.

"아니야. 이 정도면 정말 잘하는 거야."

자전거를 식당의 입구에 세워두고 청소를 하는 아주머니를 따라 2층으로 올라간다. 열쇠 뭉치를 주머니에서 꺼내더니 방의 문을 열고 안내를 해준다.

침대가 두 개 놓은 방은 제법 청소가 잘 되어 있어 괜찮다 싶었는데 방의 느낌이 왠지 낯설다.

"욕실, 욕실이 없잖아."

조르노크에서 생활하며 제대로 씻지 못하고 양치만을 하며 생활한 터라 따듯한 물에 샤워가 하고 싶다.

머리를 감는 제스처를 하며 욕실이 없는지 물으니 아주머니가 웃으며 손을 가로젓고 자신을 따라오라고 한다.

"공용 욕실이라도 있는 거야?"

방 건너편의 화장실 문을 열어 주었지만 화장실과 세면대만이 놓여있다. 아주머니가 부지런한 것인지 방과 복도처럼 화장실도 깨끗하게 청소가 되어있다.

"없네. 샤워 못하는 거야! 샤워!"

아주머니는 웃으면서 방의 열쇠를 건네주고 계단을 내려가 버린다.

식당으로 내려가니 저녁 시간이라 사람들이 제법 모여든다.

"고기, 고기를 먹어야 해."

고기가 들어간 그림을 가리키며 어느 것이 맛있는지 한국말을 하는 여직원에게 물어본다.

갈비찜 같은 음식과 함께 추가로 주문한 조그만 공깃밥이 나오고.

큼지막한 덩어리의 갈비찜을 크게 썰어 부지런히 먹는다. 조금 질긴 느낌이지만 입속을 가득 채우는 고기의 양이 마음에 든다.

"근데 몽골 사람들이 왜 한국말을 조금씩 하는 거지?"

식사를 하고 식당의 문 앞에 놓아두었던 자전거를 2층으로 오르는 계단의 난간에 묶어두고 방으로 올라왔다. 세면도구를 챙겨 간단히 얼굴과 발을 씻는 것으로 만족하고.

와이파이도 없는 숙소에서 하루를 정리하는데 오초르의 아내가 페이스북 메신저로 영상통화를 걸어온다.

"헤이, 싸비. 처이르?"

아내가 있는 집으로 간 것인지 오초르는 방에 누워서 통화를 하고, 그의 아내는 마스크 팩을 하고 인사를 한다.

"오초르, 집에 간 거야? 나 달랑자르갈랑이야!"

달랑자르갈랑의 발음을 계속 반복하니 오초르가 알아듣는 눈치고, 내가 처이르까지 잘 갔는지 궁금했던 모양이다.

"어. 이제 자야지. 빨리 끊어! 빠이 빠이!"

말도 안 통하는데 오초르와 그의 아내는 계속 웃으며 몽골말로 무어라 말을 한다.

"알았어! 빨리 자. 하하하"


바람이 계속된다면 80km 정도 남은 처이르까지의 여정도 꽤나 힘이 들 것 같다.

"아무리 이 계절에 북서풍이 어쩔 수 없다 해도 이건 너무 하잖아."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82일 / 맑음 ・ 18도
조르노크
우연히 만나게 된 조르노크의 사람들과 보낸 시간은 너무나 편안하고 즐겁다. 바쁘지 않은 몽골의 여행 일정이 하루를 더 머물며 그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라 한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8,514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597시간

페인트칠
카드놀이
0Km / 00분
0Km / 00분
조르노크
조르노크
조르노크
 
 
332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

아침에 일어나 오초르에게 하루 더 머무를 것이라 말하니 좋다며 웃는다. 일을 나가는 오초르를 배웅해 주고 집으로 들어와 자료들을 정리하며 휴식한다.

오늘도 여자들은 페인트칠을 하느라 바쁘다.

도로변의 초원에 나가 따듯한 햇볕을 받으며 앉아 시간을 보낸다. 작은 도마뱀 같은 것이 마른 수풀 사이로 빠르게 움직이며 돌아다니고.

"헤이, 싸비!"

멀리 철도변의 창고 지붕에서 도색을 하던 여자들이 손을 흔들며 나를 부른다.

창고 지붕의 처마를 진한 파스텔톤의 붉은색으로 칠하느라 요란하다.

지붕으로 올라가 바닥에 누워 깔깔거리며 수다를 떠는 여자들과 시간을 보내고.

색깔들도 다양하게 이쁘게도 칠한다.

남자들은 무엇을 하는지 어제부터 창고에서 떠나질 않고.

다시 집으로 들어와 쉬고 있으니 오드바야르의 아내 서열러가 들어와 밖으로 나오라고 한다.

"너 이제부터 오빠라고 해. 싸비오빠."

페이스북에 1981년생으로 소개되어 있는 그녀의 프로필을 보여주며 1974를 적어 보여준다.

"싸비 오빠!"

고개를 끄덕이더며 호칭을 따라 하더니 뭐라고 궁시렁거리며 웃는다.

밖으로 나가니 사우나장의 지붕에 사다리를 걸쳐놓고 나보고 페인트칠을 해달라고 한다.

"야, 너는 싸비 오빠라고 하랬지."

싸비 오빠를 부르며 다시 궁시렁거리고, 옆에서 지켜보던 오드바야르의 동생은 웃느라 바쁘다.

"저 위를 칠해달라고?"

고개를 끄덕이며 빨리 올라가라며 사다리를 붙잡는다.

"그래, 너네 둘이 울라 가면 사다리가 휘어지겠다."

사다리에 올라가니 초록색 페인트 통과 장갑을 건네주고 여기저기를 칠하라며 잔소리들을 해대며 웃는다.

"알았어. 사다리 꼭 잡고 있어. 오빠 다치면 안 된다."

지붕의 한 면을 다 칠할 때쯤 점심을 먹기 위해 돌아온 오초르가 나를 부르며 무엇을 하고 있냐는 듯 외치며 빨리 내려오라고 소리친다.

"오초르, 얘네들이 일을 시켜! 혼내줘."

페인트를 칠하고 내려오니 두 명이 지붕을 쳐다보며 '모~, 모~' 거린다.

"모~ 모~"

'아니야'라는 부정적인 뜻 같은데 오드바야르가 쉴 새 없이 쓰는 표현이다.

"모~? 에이 Ok 해줘. 오케이!"

여전히 '모모' 하면서 손가락을 흔들더니 마지못해 Ok를 해주며 웃는다.

점심을 먹자며 오초르는 간볼트의 집으로 들어간다.

페이스북의 친구 등록이 된 오초르의 아내가 함께 있는 사진을 보내달라고 하여 사진을 찍는데 역시나 오초르는 개구진 장난을 친다.

"오초르, 이게 뭐야! 하하하."

간볼트의 아내는 몽골의 우유차에 만두와 밥을 넣은 음식을 내어준다. 약간 짠듯하지만 부드럽고 편안하게 먹을 수 있는 한 끼다.

자전거를 타지 않아 배고픔이 없는데 한 그릇을 더 먹으라며 권하여 두 그릇을 맛있게 먹는다.

라면을 더 먹겠느냐는 간볼트의 질문에 시간을 확인하고 4시에 와서 라면을 끓여주겠다고 대답하고 오초르의 집으로 돌아온다.

자료들을 정리하며 쉬는 동안 4시가 되어 패니어에 들어있던 짜장라면을 하나 들고 간볼트의 집으로 간다.

특별한 취사도구가 없이 전기를 이용해 음식을 하는 조르노크의 집들이다.

필요한 것이 없는지 묻는 간볼트의 아내에게 김치라면 하나만을 달라고 요청한다. 양파와 당근 같은 재료들이 있었지만 괜히 일이 커질 것 같아 그냥 라면만 끓여 먹는 것이 낫겠다 싶다.

물을 끓이는 동안 간볼트의 아내는 고기와 야채들을 썰며 무언가를 준비하느라 바쁘고, 간볼트는 물을 길어오느라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라면 끓이는 법을 배워야지!"

딱히 라면을 끓이는 법에 대해 관심이 없어 보여 물을 끓이고 스프와 라면을 넣으라고만 알려주었다. 스프를 넣은 라면이 끓는 동안 여기저기서 재채기를 하느라 바쁘다.

세 달 가까이 매운 음식을 먹지 않은 탓인지 라면의 냄새가 아주 맵게 느껴진다.

라면을 끓여 간볼트와 아이들에게 조금씩 덜어주니 아이들은 제법 잘 먹는데 간볼트는 별 흥미가 없어 보인다.

"간볼트, 혼자 한국에서 생활하려면 라면을 많이 먹어야 해."

바로 이어 짜장라면을 끓여주며 스프의 용도를 알려주려는데 짜장라면은 생소한지 이번에도 별 관심이 없다.

짜장 라면을 끓여 다시 두 그릇에 담아 주고 먹어보라고 하니 검은색의 짜장라면이 이상한지 냄새부터 맡아보고 면발을 조금 먹어보는 간볼트.

달콤한 짜장라면의 맛이 괜찮았는지 아내에게 먹어보라고 권해주지만 그의 아내는 낯설어 한다. 이번에도 짜장라면의 대부분은 아이들이 맛있게 먹어 치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라면이다!"

라면을 끓이는 동안 무언가를 준비하던 간볼트의 아내는 밥과 함께 카레 같은 음식을 내놓는다.

"라면이 아니고 즉석 카레가 있었으면 더 좋았었겠네."

오초르의 집으로 돌아와 이야기를 하는 사이 어디를 나가는지 서열러와 오드바야르의 동생이 옷을 갖춰 입고 놀러 왔다. 오드바야르의 셋째가 아들인 줄 알았는데 치마를 입고 있어서 잠깐 놀랜다.

페이스북을 보며 서열러에게 장난을 치고 있는데 오초르가 한국 로션 팩을 하나 주면서 사용하라고 한다.

"이게 뭐야? 핸드크림? 오초르 나 핸드크림 많아!"

오초르에게 다시 로션 팩을 건네주니 정중하게 선물을 하는 듯 허리를 숙여가며 받아달라고 장난을 친다.

"알았어! 고맙게 쓸게. 근데 이거 핸드크림이 아니고 발에 바르는 로션인데!"

사용 중이던 같은 모양의 로션 팩을 보니 핸드크림이고, 나에게 준 미사용 제품은 발에 바르는 로션이다. 아마도 두 개가 세트인 모양인데 사용하지 않은 것을 선물하려다 보니 발에 바르는 로션을 건네준 것이다.

얼굴이 아니고 발이라며 핀잔을 주며 장난을 치고, 오초르는 그냥 얼굴에 바르라며 개구진 표정을 지어가며 웃고 떠든다.

잠시 후 오드바야르의 아내 서열러가 이상한 크림을 들고 와서 오드바야르와 함께 제품에 대해 물어본다.

"충국?"

"아니 한국 제품인데. 이게 뭐야? 여성용 제품인데."

종이 포장 안에는 A와 C가 적힌 작은 크림로션이 들어있다. 남성용 로션이나 향수도 잘 쓰지 않는 나에게 여성용 화장품을 가져와 사용법을 물어보니 난감할 수밖에 없다.

"보습용인지, 클렌징인지는 모르겠는데 색깔이 원래 이런가?"

브랜드를 검색해도 회사나 제품이 나오질 않고, 사용 설명서는 번역기를 돌린 것인지 사용법을 이해할 수가 없다.

어디서 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는 오드바야르와 그의 아내에게 알 수 없는 제품이니 사용하지 말라고 말해주기도 미안한 분위기다.

"내가 알아보고 나중에 알려줄게."

한국의 화장품 회사에 납품하기 위해 연구하고 제조했다는 정체 모를 화장품은 아무리 검색을 해도 사용법을 찾을 수 없다. 이해할 수 없게 쓰여있는 제품 설명서를 성분들까지 살펴보며 안티에이징 제품이 아닌가 생각된다.

"정말 난감하네. 쓰라고 할 수도 없고 쓰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A, B, C 그리고 클렌징이 세트로 되어있는 제품인데 오드바야르는 A와 C만 들어있는 제품을 구했나 보다. 의심스러운 분홍색의 로션을 살짝 찍어 손등에 발라 문지르고 피부 트러블이 일어나는지 확인한다.

오드바야르 부부가 외출을 하는지 크림을 맡겨두고 나가자 오초르가 커피를 마시자고 한다.

"한국 커피? 오초르가 믹스커피 맛을 알아버렸네!"

물을 끓이고 커피를 타 놓으니 커피는 마시지 않고 갑자기 핸드폰을 가리키며 사진을 찍어 달라는 제스처를 한다.

"사진을 찍어 달라고?"

번역기와 함께 이리저리 온몸을 써가며 오초르의 의사를 확인한다. 이유는 어제 만들어준 인스타그램의 프로필 사진이 마음에 안 든다며 멋있게 찍어서 바꿔 달라는 것이다.

"하하하. 알았어. 커피잔 들고 멋있게 마셔봐."

이렇게 찍어보고, 저렇게 찍어보고.

컨셉으로 커피를 마시는 척만 하고 자세를 잡아야 하는데 진짜로 커피를 마시면서 찍는 오초르.

"오초르, 이번에는 저기 창문 쪽에 서서 찍자."

"커피를 마시지 말라고!"

프로필 사진을 찍으며 오초르와 놀고 있으니 간볼트의 아내가 와서 카드게임을 하자고 한다.

간볼트의 아내도 붙잡아서 한 컷을 찍고.

간볼트의 집으로 건너가니 오드바야르의 처남과 처음 보는 이웃 남자가 함께 있다. 방에 앉아 룰도 모르는 몽골의 카드게임을 하는데 카드게임을 하는 모습을 찍고 구경하려던 나까지 게임에 참여시킨다.

"뭐. 어떻게 하는 건데?"

다섯 장씩 나눠들고 시작하는 게임인데 도무지 게임의 줄거리를 알 수가 없다. 다음 사람에게 한 장 또는 여러 장의 카드를 내놓으며 공격과 방어를 하는 것 같은데 족보 같은 것이 있는지 일정한 규칙을 찾기가 힘들다.

툴가에게 문자를 넣어 카드게임의 룰을 물어보니 어떤 게임이냐고 물어본다.

"다섯 장을 주고 시작하는데 알 수가 없다. 바보가 된 기분이야."

"다섯 장으로 하는 카드게임이 많아요. 모식이나 후주르 아니에요?"

간볼트에게 후주르냐고 물어보니 맞다고 한다. 툴가에게 후주르라고 알려주니 간단한 게임의 설명을 해주다 룰이 복잡해서 한 번에 배울 수 없다고 한다.

"아, 그럼 포기!"

한 시간 정도 게임을 하더니 두 남자가 집으로 돌아가고 오초르와 간볼트 부부만이 남는다.

"포커, 포커게임할 줄 알아?"

네 명이 세븐 포커 게임을 하는 동안 오초르는 후주르의 룰처럼 한꺼번에 자신의 패를 바닥에 펼쳐 보이며 뭔가를 외치는 바람에 연신 웃음바다를 만들어 내고.

30분 정도 레이스도 없는 포커 게임을 하다 오초르에게 그만 집으로 가자고 한다. 내일 조르노크를 떠나기 전에 오초르와 맥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고 싶다.

오초르의 집으로 돌아와 어제 사놓은 맥주를 마시며 항상 몽골 철자를 틀리게 적어서 이상한 번역을 전달하는 오초르와 떠들며 웃는다.

"이거 봐. 또 틀리게 적었잖아!"

"오호! 허허허허."

오초르에게 아내의 페이스북 메신저로 연락을 하라며 메시지를 보내는 방법을 설명하고, 그의 아내에게 간단한 메시지와 음성 메시지를 보낸다.

"샌 배노!"

메시지를 받은 오초르의 아내가 갑자기 영상통화를 걸어와 당황하며 전화를 받자 전화는 꺼져버린다. 오초르가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물으니 옷을 갖춰 입어야 한다며 전화를 끊었다고 한다.

"아놔, 옷을 왜 입어? 하하하."

오초르는 종이와 볼펜을 꺼내어 자신의 아내가 1973년생이라고 알려준다.

오초르 아내와 영상통화로 인사를 하고, 그녀는 오초르에게 내가 어디서 잤는지, 무엇을 덮고 잤는지, 어떤 것을 먹었는지 등을 묻는 것 같다. 느낌상으로 오초르에게 손님 대접을 못했다고 잔소리를 하는 것이다.

오랫동안 영상 통화와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셋이서 웃으며 시간을 보낸다.

"오초르, 와이프가 같이 있는 사진을 찍어서 보내달래."

"오홍!"

"이번에는 이상한 표정 하지 마!"

술을 많이 마시지 않는 오초르와 약간의 맥주만을 마시고 남은 맥주는 냉장고에 넣어둔다.

"이제 자자. 오초르!"


삼일 동안 오초르, 조르노크의 사람들과 보낸 즐겁고 소중한 시간이다.

"또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선물해 주는구나. 여행이란 참 좋다!"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81일 / 맑음 ・ 18도
노르조크
거대한 모래폭풍으로 만나게 된 노르조크의 사람들과 함께 한가롭고 즐거운 하루를 보낸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8,514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597시간

페친등록
맥주타임
42Km / 2시간 40분
50Km / 4시간 25분
조르노크
아라크
조르노크
 
 
332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쌀쌀한 기운이 들어 새벽녘에 침낭을 꺼내어 덮는다.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크고, 하루하루의 기온이 매일처럼 다르게 느껴지는 몽골이다.

어제의 모래폭풍은 온데간데없고 맑은 하늘에 바람마저 거의 없다.

"정말 알 수가 없는 날씨다."

부스스 깨어있는 나에게 에르덴 오초르가 아침 인사를 하며 아침을 먹으라며 빵을 잘라 놓는다.

어젯밤 불을 끄지 않고 잤다는 제스처에 사방을 둘러봐도 스위치가 없었다며 떠들어대니 방문 앞에 걸려있는 작은 빨래 건조대를 가리킨다.

"그걸 왜 거기에 숨겨놔!"

'아야~'하며 웃고 떠드는 에르덴 오초르.

"오초르, 나 응가!"

애플힙 자세를 취하며 오초르에게 웃어 보이자 '오호~'하며 두루마리 화장지를 건네준다.

집 밖으로 조금 떨어진 재래식 화장실에서 깔끔한 하루의 시작을 알리고.

오초르는 일을 하기 위해 오토바이를 타고 나간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바트보르드처럼 철로를 관리하는 일을 하는 것 같다.

가끔씩 긴 화물칸을 단 기차가 느리게 지나가고.

집 주변을 둘러본다. 네 가구가 함께 사는 집이 창고처럼 보이는 목재 건물들을 하나씩 두고 세 개의 집이 있다.

작은 철탑이 있는 네모난 간물과 농구 코트, 놀이터 그리고 작은 건물 몇 개가 전부다.

오른쪽이 에르덴 오초르의 집, 왼쪽이 오드바야르의 집.

진청색 문이 오초르의 집이고, 하늘색이 오드바야르의 여동생 집이다.

이렇게 한 집에 네 가구가 함께 사는 형태이다.

현관의 나무 문에 숫자들이 적혀있고.

현관 문을 열면 창고처럼 쓰는 작은 공간이 있다.

안쪽 문을 열면 주방이 나오고.

가장 안쪽에 침대가 놓인 방이 있다.

주방에는 세면대와 작은 식탁.

그리고 화로가 하나씩 놓여있다.

"대우 제품이네. 그런데 한글 철자가 이상하다."

오초르가 아침으로 잘라놓고 나간 빵으로 아침을 먹고.

고개를 돌려 한 번 돌아보면 끝나는 집 주변을 구경한다.

기찻길 옆에 창고 같은 작은 사무실이 있고.

러시아와 중국으로 이어지는 몽골의 철도.

사무실에서 무엇을 하는지 그곳에 모두들 모여있다.

기찻길 사고를 예방하는 재미있는 포스터가 눈에 들어온다.

남자들은 창고를 정비하는지 바쁘고, 여자들은 페인트 통을 들고 도색 작업을 하려나 보다.

오초르의 집으로 들어와 그의 컴퓨터를 사용하려는데 자판이 이상하다.

영자 자판에 몽골 자판을 표시해서 사용한다. 영어 알파벳 보다 몽골 알파벳의 숫자가 많은지 숫자키까지 빼곡하게 사용한다.

어제 전화 통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툴가와 통화를 하고 한국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오드바야르에게 한국의 생활에 대해 설명해 줄 것을 부탁하니 성의껏 설명하겠다며 대답을 해준다.

"한국 생활의 어려움이나 필요한 사항들을 잘 설명해 주면 좋겠다."

12시쯤 돌아온 오초르는 점심을 먹자며 꽁치 통조림 같은 것을 꺼내어 빵과 함께 먹으라고 한다.

"이렇게 먹으라고? 정말?"

생선 통조림은 비리지 않고 단맛이 조금 나는 게 괜찮다.

생선 세 덩어리를 한꺼번에 올려놓고 먹으라는 오초르.

점심을 먹고 오초르는 여기저기 건물들의 설명을 해준다.

작은 송전탑이 있은 건물은 철도의 통제실 같은 곳이었다. 제복을 입은 직원 세 명이 계기판에 앉아 철도의 상황판 같은 것을 주시하고 있다.

오초르의 집 앞에 있는 작은 건물에서는 오드바야르의 아내와 여동생이 페인트칠을 하느라 바쁘다.

안쪽으로 들어가 보라고 하여 가보니 사우나 시설이 되어있는 샤워장이다.

이곳에서 유일하게 샤워를 할 수 있는 공용 샤워장, 아직 개장을 안 해서 이용을 못하는 것이 아쉽다.

기찻길 옆 아주 작은 건물은 이곳의 식수와 생활용수를 길러오는 곳이다.

큰 통에 물을 받아 집에 있는 수통에 담아놓는다.

철도를 향해 긴 나무통이 나와있어 비를 받아 사용하나 생각했지만 년 강수량이 미미한 이곳에서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

가까이 가보니 수도관 같은 것이 있은 것으로 보아 기차에서 물을 수급하는 것 같기도 하고.

이곳에 이외의 건물은 없다. 오초르의 집으로 돌아와 구글 번역과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을 연결해 주기 위해 오초르의 컴퓨터에 한글 자판을 설정한다.

"어디 보자. 대충 설정에 들어가서 언어 설정을 누르고."

"키보드의 언어 설정에서."

"한글을 추가해 주면 되겠지."

다행히 오초르의 컴퓨터는 인터내셔널 버전의 윈도우가 설치되어 있어 별 어려움이 없다.

가끔씩 방에서 자료를 정리하는 나에게 들려 무엇을 하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모여든다.

핸드폰의 번역기에 몽골어를 잘 쓰지 못하는 오초르와 사람들에게 구글 번역 사이트의 사용법을 알려주고 자리를 내어준다.

"오초르, 이렇게 해봐."

오전에 보이지 않았던 오드바야르에게 전화기를 달라고 하여 툴가와 통화 연결을 해준다.

"툴가야, 네가 한국에 대해 잘 설명을 해줘."

오초르와 사람들은 핸드폰의 작은 UI만이 불편했던 것이 아니다.

"뭐야. 이 독수리도 아닌 병아리 타법들은?"

몽골 철자의 자판을 찾느라 버벅거리는 것이 나와 별반 다르지 않고 몽골어도 제멋대로 적어 해석이 안된다.

조르노크 사람들은 2G폰도 사용하고 스마트폰도 사용하는데 페이스북의 계정들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와이프의 페이스북 계정만 있는 2G폰의 오초르에게 내 소식을 보라며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어 주고 북마크를 해준다.

"오초르, 계정 프로필에 사진 넣자."

오초르의 사진을 찍어 계정에 넣어주니 방안이 한바탕 웃음바다로 변해버린다.

언제나 유쾌한 에르덴 오초르 계정의 유일한 팔로우가 되었다.

계정을 연결하는 것을 보더니 모두들 자신의 핸드폰을 건네며 페이스북을 연결해 달라고 한다.

"인스타그램 없어?"

온통 이상한 사람들의 친구 등록과 신청으로 만신창이가 된 페이스북보다는 인스타그램의 계정이 연락을 주고받기에 편한데 모두들 페이스북 계정만을 갖고 있다.

인스타그램을 설치해 주려 해도 데이터 속도가 너무 느려 다운을 받을 수도 없다.

네트워크가 잡히는 와이파이의 비번을 물어봐도 자신의 와이파이를 쓰질 않고 데이터 연결을 해서 사용한다.

"아니 멀쩡한 와이파이 놔두고 왜 데이터를 써?"

사람들은 다시 작업을 하러 나가고, 책상에 놓인 핸드폰에 페이스북 계정들을 연결해 준다.


작업 중인 사람들에게 핸드폰을 건네주고 방으로 돌아와 잠시 쉬려고 자리에 누웠다.

잠시 후 방문으로 빼꼼히 얼굴을 내밀던 꼬마 녀석들이 모두 방으로 들어와 쉴 새 없이 질문들을 해댄다.

"아이고, 너희들까지."

어수선하게 방을 헤집어 놓던 꼬마들이 물러가고 여행 자료를 정리하며 잠시 쉰다.

퇴근을 알리며 방에 들어온 오드바야르와 짧은 대화를 하고 밖으로 나오니 그의 처남이 큰 딸의 자전거를 고쳐주고 있다.

"오호, 이것은 나의 전공이지!"

자전거의 앞뒤 브레이크를 정비하고 타이어에 공기를 넣어주고 보조바퀴를 알맞게 높이 조정을 해준다.

자전거를 정비하고 있는 모습을 본 오드바야르는 창고에서 바람이 모두 빠진 자전거 두 대를 꺼내온다.

"뭐야? 어디서 나온 것들이야?"

타이어에 공기를 주입하고 체인에 윤활과 함께 변속이 잘 되는지 점검해 준다.

"오드바야르, 이제 네가 펌프질해. 힘들어!"

자전거를 정비하고 여기저기 흙먼지를 날리며 돌아다니는 아이들과 오드바야르.

처음 자전거를 타는 것인지,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흙바닥에서 자전거를 배우는데도 재미있어 한다.

일을 마치고 돌아온 오초르에게 라면을 먹자고 하니 좋다고 한다.

"오초르, 이거 정말 매워!"

오초르에게 라면이 맵다는 제스처를 하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재미있는 표정을 짓는다. 패니어에서 참치캔을 꺼내어 라면에 넣고 조금 남은 참치캔을 오초르에게 주며 먹어보라고 하니 요리조리 살펴보고 조금 먹어본다.

맛있다는 하는 오초르에게 참치 사진을 보여주며 큰 물고기라고 설명해 주었는데 알아 들었는지는 모르겠다.

라면을 끓여 오초르와 오드바야르에게 담아주니 매운 국물을 마시고 고개를 저으며 아우성이다. 여행을 하며 매운 음식을 먹지 않은 나에게도 입술이 얼얼한 느낌이 오는데 그들에게 얼마나 매울지 짐작이 간다.

라면을 먹으며 사람들과 한바탕 웃고 떠들어댄 후 오초르는 옷을 갖춰 입더니 차를 타고 어딘가를 가자는 제스처를 한다.

"차 타고 어디를 가자는 거야?"

와이프가 있는 집으로 가자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곳을 가자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조금 서둘러 움직이는 오초르를 따라 집을 나선다.

버릇처럼 승용차의 오른 편의 문을 열고 타려 운전대가 있다. 멈칫하는 나를 보며 깔깔거리며 웃는 오초르.

몽골의 도로에서 일본 도요타와 현대 소나타 차량을 가장 많이 본 것 같다. 거의 70% 이상이 운전대가 왼쪽에 있는 도요타를 타는 것처럼 보인다.

승용차에 올라 안전벨트가 없는지 물으니 웃으며 없다고 하더니 좌석의 뒤쪽으로 길게 늘어진 안전벨트를 가리킨다. 안전벨트를 맨다는 표현보다는 몸에 두른다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헐거워진 안전벨트를 두르고 있으니 처음 보는 젊은 여자가 아이를 데리고 뒷좌석에 앉는다.

"어디를 가는 거지?"

낡은 오초르의 도요타 승용차, 라디오를 듣기 위해 Mp3 같은 조그만 기기를 자동차에 꽂아놓는다.

몽골의 가요처럼 들리는 노래를 틀어놓고 처이르 방향으로 차를 몰고 간다. 30km 떨어져 있는 아라크에 간다고 알려주는 오초르는 신이 난 듯 엑셀레이터를 밟는다.

고작 80km가 나오는 속도계를 가리키며 빨리 간다며 보라는 오초르.

"알았어. 천천히 가!"

평평한 몽골 초원의 지면과 맞닿아 있는 구름 사이로 천천히 해가지는 풍경들을 바라보며 아라크까지 드라이브를 한다.

작은 검문소를 지나며 오초르는 매고 있지 않던 안전밸트를 몸에 두른다. 오초르가 검문소를 향해 얼굴을 빼꼼히 내밀어 눈인사를 하니 내려져있던 차단기가 올라가고.

도로의 왼편으로 보이는 아라크를 향해 도로를 벗어나 아무렇게나 흙길로 들어간다.

"역시, 몽골은 내가 가면 그것이 길인 거야!"

사인샨드와 마찬가지로 흙길의 골목을 두고 나무판자의 담들이 줄지어 이어지는 아라크.

마을 초입의 간판조차 없는 집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작은 슈퍼가 있다.

슈퍼의 입구에 마른 말똥이나 소똥 같은 것이 모아져 있고.

슈퍼의 안쪽에 놓인 화로를 가리키자 소똥으로 연료를 쓴다며 화로를 열어 보여준다.

"한국이나 몽골이나 맛의 비밀은 따로 있구나."

음식을 하는데 다시다를 많이 사용하는지 오초르가 다시다의 발음을 제법 그럴듯하게 하면서 코리아를 외친다.

오초르의 차를 타고 함께 나온 젊은 여자는 작은 슈퍼에서 여러 가지 물건들을 사며 장을 본다. 아마도 젊은 여자를 태워다 주려고 오초르는 아라크에 온 것 같다.

작은 슈퍼에서 장을 보고 아라크의 안쪽으로 들어가니 제대로 된 마트가 나온다. 젊은 여자가 필요한 물건을 사는 동안 슈퍼를 둘러보며 오초르에게 저녁에 술을 마시자고 제스처를 한다.

조르노크를 떠나기 전 오초르와 간단히 술 한 잔을 하려고 보드카를 가리키니 X자를 크게 그리며 안된다고 한다.

"그럼 맥주?"

큰 페트병에 든 맥주 한 통과 카스, 하이트 한 캔씩을 사들고 슈퍼를 나온다.

어둠이 내려앉은 AH3 초원의 도로에는 아무것도 보이질 않고 앞서가는 차량의 브레이크 등만이 빨갛게 흔들거린다. 마주 오는 차량들을 상향등을 켜고 운전을 하는지 왼쪽 조수석에 앉은 나는 눈이 부셔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이다.

마주 오는 차량들을 보며 상향등을 껐다 켰다를 반복하며 오초르는 아무렇지 않은 듯 어두운 도로를 안전하게 운전을 한다.

조르노크로 돌아온 오초르는 젊은 여자의 집으로 들어가자고 한다. 젊은 여자는 오드바야르의 옆집, 그러니까 오초르의 대각선의 집이다.

오초르가 사는 집에는 오초르, 오드바야르, 오드바야르의 여동생 그리고 젊은 여자가 함께 사는 것이다.

들어선 집은 화로를 피워 조금 덥게 느껴지고 남편으로 보이는 젊은 남자가 방 안에서 컴퓨터 게임을 하고 있다.

"아이고 이 집도 얘기들이 많네."

6살 정도의 개구져 보이는 남자아이, 4살 정도의 여자아이 그리고 바닥을 기어 다니는 2살 정도의 갓난 아이가 있다.

차와 양고기 그리고 몽골 김치를 내놓는다. 오초르가 칼로 양고기를 뜯어 먹으라며 방법을 알려주고.

육포를 먹는 것처럼 잡내가 없이 괜찮은 맛이 나는 양고기 그리고 몽골식 김치처럼 보이는 김치는 우리의 것과 비슷하면서도 뭔가가 이상한 그런 맛이 난다.

방에서 나온 젊은 남자와 인사를 하고 한국어 공부를 한다는 부부와 함께 맥주를 마신다.

간볼트, 26세의 남자와 그의 아내이다.

한글의 자음과 모음이 적힌 종이를 가져와 보여주는 그들에게 구글 번역기를 설치해 주고 발음들을 하나씩 읽어 준다.

"어떻게 하면 한국말을 빨리 배울 수 있느냐?"

"나도 몰라. 나도 한국말을 잘 못하는데."

방안의 TV에는 한국 드라마와 오락 프로가 이어지는 채널이 고정되어 있고.

수입이 적어 한국에서 일을 하고 싶다는 간볼트와 오랫동안 어렵게 대화를 이어갔다.

"울란바토르에 친구가 있는데, 가서 만나면 너를 도와줄 수 있는지 확인하고 전화해 줄게."

오드바야르처럼 툴가와 통화를 시켜주는 것이 편하겠지만 툴가에게 너무 많은 부탁을 하는 것 같아 먼저 얘기를 하고 부탁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간볼트의 아내가 먹기 좋게 발라놓은 양고기를 안주 삼아 큰 페트병의 맥주를 마시며 밤늦도록 이야기가 이어지고, 그의 아내는 라면을 끓여 준다며 몽골 슈퍼에서 흔하게 보이는 김치라면을 끓여준다.

전기포트에 물을 끓이더니 뜨거운 물을 냄비에 붓고 라면과 스프를 넣고 뚜껑을 덮어 놓는 것이다.

"이건 컵라면 먹을 때 이렇게 하는 거지! 내가 내일 라면 끓이는 법을 알려줄게."

제대로 익지 않은 라면을 먹고 12시가 되어서야 오초르의 집으로 돌아온다.

중간에 사라진 오초르는 하이트 맥주를 한 캔 따서 반 정도 마신 후에 코를 골며 자고 있다.

TV와 전등을 꺼주고 자리에 누웠지만 바트보르드, 오드바야르 그리고 간볼트까지 한국에서 일을 하고 싶다며 도와달라는 그들의 바람이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

툴가의 얘기에 따르면 몽골인들이 여행 비자를 받아 90일 동안 할 수 있는 일은 건설 현장의 막노동과 이삿짐센터 같은 곳이라고 했다. 열악하고 힘든 노동 환경일 것은 당연할 테고, 여행 비자로 취업을 하는 것이 불법인지라 그것을 악용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인데 하는 생각이 먼저 앞선다.

많은 나라들과 사증면제 협약이 되어있는 한국, 하지만 몽골과는 사전 비자를 받아야 하는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어느 국가의 필요에 의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카자흐스탄을 비롯하여 환경이 비슷할 것으로 생각되는 나라들은 모두 사증면제 협약이 되어있는데 유독 몽골만은 사전 비자를 발급받아야 한다.

필요한 제도이겠지만 제도가 사람들을 불법의 현장으로 내모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편하고 안전하게 그리고 합당한 대우를 받으며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몽골인들에게 지금의 한국은 어떤 나라일까? 단지,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나라?"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80일 / 맑음 ・ 16도
사인샨드-조르노크
190km를 달려온 피곤함이 남아있지만 남풍의 바람이 예보되어 있어 계속 길을 가야한다. 다음의 도시 처이르까지 230km 정도의 거리가 남아있다.


이동거리
100Km
누적거리
8,514Km
이동시간
7시간 24분
누적시간
597시간

AH3
AH3
17Km / 58분
83Km / 6시간 26분
사인샨드
시계
조르노크
 
 
332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묵직한 피곤함, 창문으로 새어들어오는 햇살과 달리 어제의 장거리 라이딩의 피곤함이 남아있다.

하루를 쉴까 고민하다 숙소의 생활보다 초원에서의 캠핑이 하고 싶어진다.

"천천히 라이딩하다 초원에서 텐트를 치고 쉬자. 그게 낫겠어."

숙소를 나와 사인샨드의 마을들을 구경하고 캠핑 음식을 사기 위해 밖으로 나온다.

나무판자의 담과 나무집, 벽돌집 그리고 게르가 뒤섞여 지어진 사인샨드의 주택들.

흙길의 골목들과 마을의 풍경이 너무나 생경하다.

슈퍼에 들어가 간단한 식료품을 구매하고 숙소 근처에 있는 작은 사원을 구경한다.

탑 위로 부처가 모셔져있는 것으로 보아 불교 사원인듯싶다.

몽골은 티벳불교, 라마교를 믿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중국의 사찰 양식이 섞여있는 것이 이색적인 모습이다.

숙소에 돌아와 다른 몽골 사람들이 먹고 있는 아침 메뉴를 주문한다. 바트가 해주었던 음식과 비슷한 볶음면인데 양이 굉장히 많다.

남은 음식을 포장해 달라고 하니 일회용 용기를 가져다주었다. 용기 비용은 별도로 500투그릭을 받는다.

"저녁으로 먹으면 되겠다."

10시 40분, 짐들을 정리하고 남풍이 불어오는 도로를 따라 처이르로 향한다.

AH3 도로를 타기 위해 사인샨드의 높은 언덕길을 자전거를 끌고 오른다.

"넓은 초원을 두고 산언덕에 도시가 자리했을까?"

어제 사인샨드로 들어왔던 길로 돌아가라는 구글맵의 안내를 무시하고 길들을 따라 이동한다. 끈질기게 남쪽으로 돌아가라는 구글맵.

"고덕양보다 더 융통성이 없는 아이구나."

뒤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AH3가 이어지는 곳, 사인샨드의 외곽까지 빠져나온다.

경찰의 검문소와 함께 처이르로 향하는 도로가 나타나고, 도로변에서 무언가를 단속하는 멋진 경찰에게 처이르로 가는 길이 맞는지 손가락을 가리켜 물어본다.

남풍의 예보와 달리 약간 측면에서 불어오는 남서풍에 가까운 바람이다.

"바람이 자전거를 잡아당길 수는 없으니 그나마 다행이네."

해가 떠있는 몽골의 초원은 빠르게 기온이 올라가고 따듯한 봄날의 바람이 불어온다.

한 시간 정도를 달려 언덕에 위치한 사인샨드의 시계에 도착하여 겉옷과 장갑을 벗고 잠시 쉬어간다.

"80km. 천천히 그 정도만 이동하고 초원에서 하룻밤을 보내야지."

가족 모두가 어딘가로 떠나는 사람들과 인사를 하고 사진을 함께 찍는다. 사인샨드의 경계를 알리는 게이트에서 가족사진을 찍어달라 부탁하는 것으로 보아 그들도 이곳이 처음인가 싶다.

"5도 정도만 바람의 방향이 바뀌면 좋을 것 같은데."

어제보다 조금 더 강해진 바람이 조금씩 측면으로 흐름이 바뀌어 가는 것 같다.

1시, 40km 정도를 이동하고 도로변의 초원으로 내려가 자전거를 눕힌다.

따듯한 바람이 불어오는 초원에 앉아 있으니 시간이 더디게 느껴진다.

괜한 사진들도 찍으며 놀아보고.

통신도 끊겨있는 초원에서 30분이 넘도록 자전거에 기대어 시간을 보낸다.

"좋네."

잠시 언덕을 오르자 러시아까지 이어지는 새로운 포장도로가 나오고 30cm 정도의 갓길이 이어진다.

"한 30cm만 더 쓰지."

오후 들어 조금씩 거세지는 바람. 시계 방향으로 바람의 방향이 바뀌고 있다.

"내일은 그 끔찍했던 서풍이 다시 불어오는 건가?"

울란바토르까지 이어지는 도로에는 순찰을 도는 경찰의 모습은 전혀 보이질 않고 가끔씩 모형 간판이 세워져있다.

차량 모양의 간판이나 폐차를 두었던 중국과 달리 납작한 모양의 경찰차 모형이 재미있다.

천천히 도로를 따라 느린 페달링을 하던 중 화물차 한 대가 낮은 크락션을 울리더니 멀리 앞쪽으로 정차를 한다.

차량에서 내려 나를 기다리던 젊은 운전자는 차량에 타라는 손짓을 하며 밝게 웃어준다.

"땡큐!"

그에게 손을 흔들며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지나쳤다. 응원의 크락션을 작게 울려주며 천천히 지나쳐가는 화물트럭.

"오늘은 초원에서 캠핑을 하고 싶어."

넓은 초원으로 가끔씩 긴 꼬리를 단 기차가 지나가고 바람은 여전하다.

바람막이를 벗고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속도를 내어 달려본다.

몽골의 사람들, 운전자들을 보면 매너가 좋아 보인다. 자전거를 향해 손 인사를 하고, 라이트를 깜박이며 응원을 보내준다. 뒤편에서 크락션을 잘 울리지 않으며, 짧고 작게 울리며 자전거를 피해 멀리 돌아간다.

오른쪽 어깨가 좋질 않다. 쇄골이 부러졌던 곳이 바람을 버티는 핸들링으로 쉬 피로해지고 아파온다.

"쉬었다 가자."

아침 식사 후, 아무것도 먹질 않았다. 힘들지 않은 라이딩 탓에 허기짐도 그다지 느끼지 못하고 달리다 보니 4시가 가까워온다.

다시 도로변 초원으로 내려가 자전거를 눕히고 패니어에 들어있던 카스테라 빵을 꺼내 먹는다. 달달한 빵 안에 시럽이 들어있어 엄청 단 카스테라.

"몽골 사람들은 단 걸 좋아하나?"

자민우드에서 사 먹었던 아이스크림과 마찬가지로 달아도 너무 달다.

하늘을 보고 잠깐 누워있으니 누군가가 다가와 인사를 하는데, 유목민으로 보이는 앳된 얼굴의 젊은 남자가 웃으면서 다가온다.

"폼 난다. 이름?"

이름을 물어도 수줍게 웃기만 하며 내 발음을 따라 하는 남자는 이러이르, 높은 쇼바의 오토바이를 몰고 짙은 파스텔톤의 유목민 복장을 한 어린 남자다.

"이러이르, 텐트 칠만한 좋은 곳이 어디야?

네트워크가 끊겨 번역기가 되지 않는 곳에서 텐트의 사진을 보여주며 온갖 몸짓을 해도 그저 말을 따라 하며 웃기만 하는 이러이르.

"아니, 텐트를... 내가 잘못했어. 이 넓은데 아무 데나 치면 되는데."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이러이르는 지나가는 차량들을 향해 손을 들며 히치하이킹을 하는 듯 차량들을 세우려고 한다.

"뭘 하려는 거지?"

간간이 지나치는 몇 대의 차량들이 지나가고.

몇 대의 차량은 정차를 한 후 이르이러와 몇 마디를 나눈 뒤 그냥 떠나간다.

한참 후 5~6명의 남자들이 탄 RV 차량이 정차하고 이러이르와 잠시 대화와 악수를 나누더니 이러이르가 싣고 왔던 무언가를 오토바이에서 내려 차량에 실어준다.

"뭘 파는 건가?"

차량에 탄 사람들과 짧게 인사를 나누며 그들의 행동을 지켜봤지만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이러이르가 사람들과의 거래가 끝나면 그가 사는 게르를 묻고 따라갈 요량으로 기다리는 사이 이러이르는 밝게 웃으며 오토바이를 몰고 순식간에 떠나버린다.

"이러이르, 얌 마! 게르가 어디..."

높은 쇼바를 꿀렁이며 초원을 향해 이리저리 곡선을 그으며 점으로 사라져 버리는 이러이르.

"와, 신나게 달려가는구나."

그가 사는 게르를 안다 해도 초원길을 자전거를 끌고 따라갈 수는 없을 것 같다.

40여 분 앉아있던 자리를 털고 일어나 텐트를 칠 마땅한 곳을 찾으며 도로를 달린다.

고르도비에서 사인샨드로 오는 길들은 초원의 산악지대였나 싶다. 오르막과 내리막에 바람을 막을 수 있는 장소들과 게르 있었던 자리들, 큰 바위들의 주변처럼 텐트를 치기에 적합한 장소들이 있었는데, 사인샨드를 지나 평평한 초원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다.

"어떻게 이렇게 납작 눌러놓은 것처럼 평평할까?"

양들이 도로를 건널 수 있게 도로 밑으로 뚫어놓은 통로만 있을 뿐, 사람의 시야를 벗어날 수 있는 곳은커녕 바람을 막을 곳조차 없다.

도로의 주변을 샅샅이 둘러보며 몇 개의 언덕을 넘는 동안 이어지는 모든 풍경들이 똑같다.

수십 분 전 나를 지나쳐간 느린 화물 차량의 실루엣이 멀리서 사라지지 않는 평평한 초원의 풍경.

짐승들이 다니는 시멘트 통로에 텐트를 치고 싶지는 않고, 하염없이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갈 수도 없다.

자전거를 멈추고 약간의 긴 수풀과 낮은 둔턱들이 있는 곳으로 들어간다.

초원의 모래바닥에 자전거의 바퀴가 파묻히고, 여기저기 온통 양과 말들의 발자국과 똥들뿐이다.

낮은 수풀의 둔턱이 바람을 막아주기에 충분했지만 내가 생각한 초원의 캠핑은 이런 똥밭이 아니다.

"여행의 첫 번째 캠핑인데 똥밭은 너무 아니잖아."

한참 고민을 하고 다시 자전거를 끌고 모래밭을 나온다.

동물들이 이동하는 통로의 주변에는 동물의 마른 사체들이 보이고, 도로에서 바라보이던 황금빛 초원은 온통 마른 똥들과 술병 쓰레기가 뒹구는 흙밭이다.

'바람결에 흔들리는 황금빛 초원에서 별을 바라보며 보드카 한 잔을 마시고 싶다.'라는 들뜬 바람은 그저 그림속에나 존재하나 보다.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어!"

초원의 도로변을 보면 차량들이 초원으로 진입한 흔적들이 많아 도로변 가까이 텐트를 치는 것은 위험해 보인다.

그리고 초원에도 수많은 차량의 통행 흔적과 오토바이의 바퀴자국이 어지럽게 남아있어 아무 곳에나 텐트를 치기도 힘들다.

"중국은 좋은 장소가 그리 많아도 캠핑을 못 하게 하여 쓸모가 없더니, 몽골은 이리도 넓은데 캠핑할 곳이 없구나."

조금씩 거세지는 바람과 사람의 시야에서 벗어나야 하지만 숨을 곳이 없다.

좀 더 도로를 따라가던 중 소형 승용차가 크락션을 울리며 뭔가 소리를 치더니 천천히 정차를 한다.

"서지 말고 그냥 가주라."

자전거가 다가가자 2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네 명의 젊은 남자들이 차에서 내려 주변을 감싼다. 인사를 하고 얼굴들을 마주쳐 보지만 느낌이 좋질 않다.

자전거의 바퀴와 패니어들을 만져보며 이리저리 훑어보는 눈빛들에 호기심이 묻어있지 않고 흔들리는 초점에 불온함이 담겨있다.

울란바토르, 사인샨드 등 몇몇 단어들을 내뱉으며 나와 지나가는 차량들을 번갈아가며 살피는 아이들.

나의 시선을 피하며 눈을 마주치지 않는 남자들을 보며 자전거에서 완전히 내려 만일의 상황을 대비한다.

네 명의 모습을 천천히 살펴보고 차량의 번호도 유심히 머릿속에 넣어둔다.

뚱뚱하고 거들먹거리는 남자, 마르고 가벼워 보이는 남자, 그저 보통의 남자 그리고 작지만 다부져 보이는 남자.

"어, 한국어네. 신민지! 네 이름이야?"

시선을 피하며 담배를 피우는 남자아이들 중 다부진 눈빛을 갖은 남자의 후드티에 한국어가 새겨져있다.

"한국에서 일했어? 한국말 할 줄 알아?"

상대에게 너를 정확히 알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그 남자애에게 집중한다.

"저는 한국말을 하는 몽골 사람입니다."

엉거주춤 말을 피하더니 짧은 한국말을 서툴지만 정확하게 구사한다.

"어디 살아? 어떻게 한국말을 배웠어? 만나서 반갑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남자에게 악수를 청하며 시선을 고정시킨다. 그 사이 나머지 남자들이 주변을 돌고, 지나가는 차량들을 향해 짓궂은 장난을 치며 히덕거리며 웃는다.

"너 하나만 보면 된다. 이거지."

무언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담배를 피우던 남자애는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고 친구들과 차를 타며 손을 흔들고 사라진다.

어제와 오늘, 연이어 겪은 불쾌하고 찝찝한 만남이다.

언어의 소통이 어려워 생길 수 있는 오해일 수도 있고, 몽골인들의 대인을 마주하는 습관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어느 쪽이든 유쾌하지가 않다.

서둘러 짐승들의 이동 통로에라도 텐트를 쳐야겠다 싶어 적당한 곳을 찾던 중 멀리 철도길 주변으로 서너 채 들어선 집들의 실루엣이 눈에 들어온다.

"저기가 좋겠다."

멀리 보이던 집들이 가까워지고 진입로가 나올 때쯤 전방으로 보이는 구름의 모양이 기이하다.

고글을 벗고, 해일 장벽처럼 앞을 가로막고 밀려오는 거대한 구름의 움직임을 살펴본다.

"뭐야 저게? 화재 연기도 아니고."

맑은 하늘 아래 시커먼 회색의 무언가가 하늘 가득 밀려온다.

"심상치가 않다."

"몰라. 집으로 들어가자."

4채의 집이 철로변에 들어선 곳으로 들어간다.

승용차와 오토바이 그리고 아이들의 모습이 보이고.

자동차 타이어를 수리하고 있는 두 명의 남자에게 인사를 하고 잠자는 제스처를 하니 선뜻 고개를 끄덕이며 맞이해준다.

잠시 후 거센 바람이 마을을 덮쳐오고 온몸이 휘청거린다.

타이어를 수리하던 남자들은 서둘러 장비들을 챙기고 집 안으로 들어가자며 손짓을 하고.

세워둔 자전거를 가리키자 집으로 가지고 들어가라는 제스처를 한다.

다급해지니 어디서 힘이 나는지 무거운 자전거를 들어 작은 집 안으로 넣어두고, 따듯한 차를 내어주는데도 정신이 없다.

"대단한 모래폭풍이다."

부자지간으로 보이는 남자들은 펑크 난 타이어의 튜브를 탈착하고 작은 펌프로 바람을 넣으며 무엇이 재미있는지 웃고 떠든다.

힘들게 공기를 주입했던 튜브에서는 다시 바람이 새어 나오고 두 남자는 다시 웃으며 장난을 친다.

타이어에서 다시 튜브를 꺼내고 공기를 주입하며 장난을 치며 웃기를 반복하는 두 남자.

그들을 도와 타이어 탈착하는 것을 돕고 펑크가 난 부분을 찾아준다.

손으로 바람이 새는 곳을 찾고 침을 발라 펑크가 난 곳을 찾아 확인하니 두 곳에서 펑크가 나있다.

"여기하고 여기!"

집안은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고 나이가 들어 보이는 남자가 튜브에 붙은 펑크 패치를 가리키며 내게 있는지 묻는 제스처를 한다.

자전거용 튜브 패치를 보여주니 손사래를 치며 다시 웃음바다가 되고, 파스처럼 큰 자동차용 펑크 패치를 보여준다.

자전거 펑크 패치의 작은 본드를 보더니 손가락을 까딱이며 자신의 본드를 보여주며 본드 튜브를 짜내는데 본드가 안 나온다.

"하하하, 그게 뭐야!"

중국에서 산 본드를 건네주니 놀라는 척 장난을 치는 남자는 튜브에 본드를 바르고 이상한 곳에 펑크 패치를 붙인다.

"여기잖아. 여기!"

내가 볼펜으로 표시해둔 펑크가 난 곳을 가리키며 핀잔을 주자 다시 웃음바다가 되고, 자동차 타이어의 펑크 수리는 끝난다.

나이 든 남자는 다시 나에게 무언가를 묻더니 알아듣지 못하자 천장의 전구를 가리킨다.

"라이트 있냐고?"

패니어에 들어있는 헤드라이트를 보여주니 이번에도 손가락을 까딱이며 자신의 손전등을 보여준다.

커다란 건전지를 넣고 손전등을 켜보는데 불이 들어오지 않는 손전등.

"하하하, 그게 뭐야!"

"차이나! 에에에."

고장이 난 손전등을 가리키며 중국 제품이라며 너스레를 떨며 웃는다.

자전거 라이트를 꺼내어 타이어를 장착하는 것을 도와주고 집으로 들어온다.

집으로 들어와 작은 세면대에서 손을 씻는 남자. 손을 씻겠다고 하니 옆에 놓인 물통에서 물을 길어 세면대 위에 있는 물통에 물을 채워준다.

"아, 이렇게 쓰는구나. 수동이네."

"커피? 한국 커피 알아?"

차를 내어주는 남자와 담배를 나눠피며 커피를 마시자고 제안한다.

"이름? 네르?"

에르덴 오초르(эрдэнэ очир), 몸짓과 표정이 다양하고 유머가 있는 유쾌한 남자이다.

에르덴 오초르와 커피를 마시며 쉬려는데 집으로 한 남자와 여자가 들어와 정신없게 말을 건네며 질문들을 한다.

"술을 마셨나?"

발음이 약간 꼬이는 듯한 남자는 자신의 이름을 알려주고 여자는 자신의 와이프라며 소개를 한다.

오드바야르, 40살이라며 소개를 하던 남자는 에르덴 오초르와 장난을 치며 말을 한다.

"에르덴 오초르, 49살! 모, 모!"

"에르덴 오초르 49살이라고?"

농담인가 싶었는데 앞니가 빠져있는 검게 탄 얼굴의 에르덴 오초르는 49살이 맞는 것 같다.

번역기를 줘가며 한참 동안 어려운 대화를 이어가고 자신들의 집으로 가서 저녁을 먹자고 하여 그들을 따라간다.

오드바야르의 집은 에르덴 오초르의 집과 한 건물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건너 방이라고 말하는 것이 맞다.

20평 남짓의 방이 네 개가 있는 작은 단층 집은 각자의 출입문을 달고 나누어져 있는 구조다.

철도변에 4개의 집이 있어 다른 집으로 들어갈 것이라 생각했는데 같은 집의 반대편 문으로 들어가니 조금 낯설고 신기했다.

집안의 구조는 모두 똑같다. 현관처럼 작은 공간이 있고 안쪽 문을 열면 작은 부엌 그리고 안쪽에 넓은 방이 하나 있다.

오드바야르는 세 명의 아이들이 있고, 큰 딸은 9살인데 우리의 12살 정도로 보인다.

한국 드라마 채널이 켜진 방에서 아이들은 컴퓨터 게임을 하고 오드바야르와 저녁을 먹으며 대화를 한다.

"나는 한국에 가서 일을 하고 싶다."

"한국은 좋은 나라이지만 복잡한 곳이다. 한국에 가면 똑똑하게 살아야 한다."

한국에 가서 일을 하고 싶다는 오드바야르. 도르고비에서 바트보르드도 같은 말을 한다.

툴가에게 몽골인들이 한국에 돈을 벌기 위해 많이 간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마음 한켠에 걱정스러움이 생겨난다.

만만치 않은 외국 노동자들의 한국 생활을 생각하면 애써 말려보고 싶기도 하지만 선택은 그들의 몫이다.

단지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막연한 한국 생활의 기대보다 좀 더 현실적인 정보들을 알려주고 그들의 선택에 있어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것뿐.

"준비를 많이 해서 가라. 그리고 한국에 가게 되면 나에게 연락해."

몽골인들의 한국 생활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한국에서 유학하며 아르바이트를 하는 툴가가 구체적인 것들을 잘 설명해 줄 것이라 생각이 든다.

"내일 나의 몽골 친구와 통화하자. 그가 많은 것을 알려줄 거야."

툴가라면 그들에게 필요한 사항들과 한국에서의 경험들을 잘 설명해 줄 것이다.

대단한 것을 얻은 사람처럼 상기되어 감사의 말을 전하는 오드바야르.

페이스북과 메신저를 등록하고 11시가 다 되어 에르덴 오초르의 집으로 돌아온다.

컴퓨터로 캔디크러쉬 사가를 하고 있던 에르덴 오초르, 얼굴이 익숙해지니 동네의 착한 형처럼 그 나이로 보인다.

방에 자리를 깔고 누워 핸드폰을 드려다보는 사이 에르덴 오초르는 코를 골며 잠들어 버린다.

나를 위해 켜두었던 TV를 꺼주고 방의 전등 스위치를 찾는데 보이질 않는다.

부엌과 방의 내부를 훑어보아도 스위치가 보이질 않아 그대로 두고 잠을 잔다.

초원의 캠핑을 생각하며 한가롭게 달리던 라이딩이 기분 좋지 않은 만남을 시작으로 모래폭풍과 함께 정신없이 흘러간 하루다.

여행의 피로와 어려움으로 마음이 내려앉을 때 또다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즐거움을 쌓아간다.

"여행이란 참 알 수가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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