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70일 / 흐림
만저로크-고르노 알타이스크
만저로크 카툰강변에서이 캠핑을 끝내고 러시아의 첫 번째 도시 고르노 알타이스코로 들어간다. 러시아 도시의 풍경이 궁금하다.


이동거리
43Km
누적거리
11,483Km
이동시간
3시간 21분
누적시간
832시간

 
도로
 
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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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로크
 
소우즈가
 
고르노
 
 
577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0기가, 7,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495)783-2727

 
어젯밤부터 시작된 비는 밤새 내리고 그치기를 반복한다.

첫 번째, 튜브와 펑크 패치를 사야 한다.
두 번째, 씻어야 한다.
세 번째, 고기가 먹고 싶다.

잠시 비가 멈춘사이 고르노 알타이스크로 떠나기 위해 이틀 동안 널브러져 있던 짐들을 정리한다.

예브게니 아저씨가 준 러시아 군대의 비상식량 박스를 뜯고 내용물들을 나눠 담는다.

무엇인지 알 수 없는 많은 비상식량들이 한가득 쏟아진다.

"우리랑은 차원이 다른데!"

천천히 짐들을 정리하고 마지막으로 텐트에 묻은 물기들을 닦아낼 때쯤 예브게니 아저씨와 그의 손자가 와서 사진을 찍고 인사를 건넨다.

"안전하게 즐거운 여행을 해라. 응원한다!"

잠시 후 예브게니 아저씨의 옆에서 캠핑을 하던 유리 아저씨와 아이들이 다가와 사진을 찍고, 무언가 말을 하면서 영상까지 부지런히 담아 간다.

"유리 아저씨, 유튜버인가?"

그 모습을 보던 예브게니 아저씨는 아쉬운 듯 다시 사진을 찍자며 다가온다.

"정신이 하나도 없네. 하하하."

이틀 전, 예브게니의 손자에게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하는지 물었을 때 러시아의 SNS라며 주황색 아이콘의 앱을 보여줬다.

"예브게니, 러시아 SNS 보여줘 봐요."

앱을 다운로드해 설치할 시간은 없고 SNS 앱의 이름을 찍어둔다.

"읒? 우리나라 몹쓸 저축은행을 가장한 사채금융 아냐!"

OK는 러시아에서 사용하는 SNS 어플이다.

그리고 예브게니의 아이디를 찍어두고.

"예브게이, 프로그램을 설치하면 연락을 할게요."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과 소통하려면 중국의 위챗, 몽골의 페이스북 그리고 러시아의 OK까지 세계의 SNS를 모두 섭렵해야 하는 모양이다.

"이럴 땐 과거의 엽서나 편지가 훨씬 좋았겠어."

핸드폰 배터리는 46%, 40km를 이동하는데 충분한 용량이지만 숙소를 찾을 때까지 최대한 아껴 써야 한다.

길은 평탄한 도로이지만 고르노 알타이스크에 가까워질수록 차량의 통행이 많아지고 있다.

알타이 지역에서는 벌꿀을 판매하는 노점상이 많다.

한 시간을 달려 도착한 리발카부터 도로는 이차선의 갓길을 갖춘 도로로 바뀐다.

"얼마 만에 만난 갓길이냐!"

충분한 넓이의 갓길은 편안했지만 지금까지의 아름다운 풍경들이 사라져 아쉽다.

한두 차례 긴 오르막을 오르고.

고르노 알타이스트와 노보시비르스크로 나뉘는 인터체인지가 나온다.

노보시비르스크는 이 근처에서 가장 큰 도시라고 한다. 450km 정도의 거리니 4~5일이면 갈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첫 번째 러시아 여행의 정확한 경로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노보시비르스크와 옴스크를 거쳐 길게 러시아를 둘러볼지 아니면 바르나올에서 카자흐스탄으로 바로 들어갈지 결정을 못한 상태다.

고르노 알타이스크로 가는 마지막 오르막을 오르고, 버스 정류장에서 쉬며 자전거 샵을 검색한다.

Sportmaster, 종합 스포츠 용품을 파는 괜찮은 쇼핑몰이 검색된다.

"일단, 이곳으로 가자."

고르노 알타이스크로 들어가는 좁은 도로를 따라.

마주한 삼거리에서 우회전의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간다.

"어떤 도시일까?"

알타이 공화국의 수도인 고르노 알타이스크의 초입은 초라한 느낌이다.

울퉁불퉁한 도시의 도로를 따라 작은 소도시 고르노 알타이스크를 지나친다.

도로변의 낡은 건물들, 낡은 버스와 혼잡하고 좁은 도로 그리고 푸른 산과 산 위로 들어선 예쁜 나무 집들이 극명하게 대비되어 조화롭게 들어선 소도시의 풍경이다.

러시아의 석조 건물이나 웅장한 규모의 오래된 건축물은 전혀 보이질 않고, 복잡한 차량들의 움직임만이 어지럽다.

도시의 첫 번째 사거리에서 작은 공원을 발견했다. 중앙에 놓인 기념탑을 배경으로 1941, 1945의 숫자가 눈에 들어온다.

아마도 2차 세계대전 당시 이 지역의 참전 군인들을 추모하기 위한 공간인 듯싶다.

공원의 산책로에는 대리석의 흉상들과 사진 그리고 군인에 대한 설명 안내판이 곳곳에 놓여있다.

중국의 추모 공원처럼 도심의 한가운데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것은 정말 좋게 느껴진다.

복잡한 도로를 따라 스포츠마스터 건물을 찾으며 천천히 도시를 구경한다.

기역자 모양으로 길쭉하게 생긴 고르노 알타이스크의 중심부처럼 보이는 곳에서 스포츠마스터의 건물을 찾는다.

인도로 올라가 건물의 코너를 돌자 넓은 광장이 나오고 광장의 중앙에 레닌의 동상이 멋들어지게 세워져있다.

"형, 나 왔어!"

빗방울이 떨어지기도 하고 맑았다 개었다를 반복하는 날씨다.

"자전거 매장은 찾았고, 숙소를 찾아볼까?"

레닌의 동상에 앉아 숙소를 검색하는 동안 핸드폰의 배터리가 20% 이하로 떨어진다.

핸드폰의 밝기를 낮추며 빠르게 검색을 해보지만 고르노 알타이의 숙박료는 터무니가 없다.

아파트형 숙소, 일반 호텔, 펜션형 등 다양한 호텔이 있지만 모두가 40,000원 언저리의 가격들이다.

"미쳤다! 일단 튜브부터 해결하자."

아이스크림을 파는 노점의 옆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보관을 부탁한 후 스포츠마스터 건물에 들어갔지만 매장이 보이질 않는다.

커피를 파는 어린 여자에게 질문을 하니 무조건 모른다며 고개를 흔들고, 1~3층까지 올라갔지만 찾을 수가 없다.

다시 1층으로 내려와 작은 소품을 파는 아주머니에게 물으니 지하에 있다는 제스처를 한다.

지하 1층의 스포츠 매장의 자전거 코너는 아주 작다. 엠티비 사이즈의 튜브만 전시되어 있고 로드용 튜브는 없다.

휴대용 튜브 패치만을 사들고 스포츠마스터를 빠져나온다.

"일단, 이것으로 그럭저럭 해결하자."

다시 빗방울이 떨어지고, 숙소를 검색하는 동안 핸드폰의 배터리는 15% 이하로 떨어진다.

"식당에 가서 핸드폰 충전부터 할까?"

지나왔던 고르노 알타이스크의 초입에 500루블짜리 게스트하우스가 두 군데 검색이 되지만 4km를 되돌아가야 한다.

초입의 주변에는 식당이나 슈퍼가 보이질 않아 이동이 망설여졌지만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

첫 번째 도착한 게스트 하우스는 트립닷컴에 서 검색을 한 숙소다. 도로를 벗어나 골목길 안쪽에 위치한 숙소는 조용하다.

어두운 실내를 들어가 한 아주머니에게 잠을 잘 수 있는지 묻자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고개를 흔들며 안된다고 한다.

"젠장!"

다시 도로로 나와 부킹닷컴에서 검색된 건너편의 게스트 하우스를 찾아가 보지만 찾을 수가 없다.

10% 이하로 떨어진 핸드폰으로 지도를 봐가며 느낌대로 찾아간 골목 안쪽에서 한 남자가 아파트를 가리킨다.

"여기?"

"게스트 하우스 느낌 난다."

지하로 내려가는 입구의 문이 닫혀있어 영업을 하지 않을까 의심했지만 자전거를 세우는 동안 두 명의 여자가 문을 열고 나오며 '와우!'라며 웃는다.

"와우! 즈드랏스 부이졔."

밝게 인사를 하고 게스트 하우스 안으로 들어간다. 컬러풀한 벽면에 작은 소품들이 인테리어 된 깨끗한 숙소다.

중년의 아주머니와 어렵게 대화를 하는 사이 백발의 마른 남자가 다가와 영어를 하는지 묻는다.

남자의 도움으로 체크인을 쉽게하고 500루블의 4인실 도미토리 방을 잡는다.

짐들을 떼어내고 옮기려 하자 남자는 자신이 도와주겠다며 패니어를 들고 방까지 안내한다.

남자의 이름은 안드레, 4인실 방에는 안드레가 사용하고 있고 맞은편 1층 침대를 선택한다.

그리고 안드레는 식당, 화장실, 샤워장 등등 숙소 곳곳을 안내해 준다.

"게스트 하우스 직원인가? 그냥 여행자인가?"

코쉬아가츠를 떠나 일주일 만에 샤워를 했다. 안드레의 말처럼 따듯한 물이 아주 잘 나온다.

"배 안 고파?"

"어, 죽을 거 같아."

"내가 좋은 식당을 알려줄게. 비싸지 않고 좋아. 같이 가자."

"그래? 좋아."

여행에 대해 몇 가지 질문을 하고 답변을 하며 식당을 향해 걸어간다.

"안드레 몇 살이야?"

"48."

"어, 나는 46."

"뭐, 46나 48 비슷하네."

"뭐, 그렇네."

48의 안드레 71년생이고, 나는 만으로 44이니 사실은 세 살 차이가 나는 것이다.

"위아래 열 살은 친구다!"

공원을 다시 지나 도착한 음식점은 배식형태의 식당이다. 아마도 혼자 이곳에 왔다면 꽤나 난감했을 듯하다.

"뭘 먹고 싶어?"

"고기! 고기를 줘!"

고기에 한없이 집착을 하는 나를, 실없는 사람을 쳐다보듯 안드레는 웃으며 쳐다본다.

"수프, 수프에 고기 많이 들어있어!"

"어, 그건 그거고. 비프, 램, 포크, 치킨 앤..."

안드레와 메뉴에 대해 말하는 동안 커다란 닭다리를 들고 가는 사람이 보인다. 순간 이성 마비, 머릿속에 종이 울리고 파블로프의 개처럼 침샘이 터져버린다.

"안드레, 저것을 주문해!"

러시아 수프와 커다란 치킨을 주문해서 정신없이 흡입을 시작한다.

"천천히 먹어! 나는 밖에서 기다릴게."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음식들.

"뭔가 많이 아쉽지만 참자!"

조금씩 빗방울이 떨어지는 공원의 산책로를 안드레와 함께 걸는다.

러시아의 화장실에는 남자는 М, 여자는 Ж가 적혀있다.

저녁으로 먹을 간식거리를 찾아 근처의 슈퍼마켓에 들러 빵과 음료수 등을 사들고.

숙소로 돌아온다.

비와 땀으로 젖어있는 옷들을 세탁하고.

보일러실에 있는 빨래걸이에 말려두고.

오랜만에 편하게 휴식을 취한다.

"안드레 여기 봐"

안드레는 엘지의 2G폰을 사용한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정신건강에 해롭다나.

슈퍼에서 사랑하는 레츠비를 발견한다. 몽골의 레츠비와는 다르게 한국에서 생산된 제품이 아닌 러시아의 글자들이 적혀있다.

시원한 하이네켄 병맥주로 사치도 부려보고.

저녁이 되면서 게스트 하우스에 사람들이 북적인다.

요란스러웠지만 안드레를 만나 즐거웠던 또 하루가 지나간다.

"안드레, 내일 함께 초르토브 팔레츠에 올라가 볼래?"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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