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52일 / 맑음 ・ 16도
위안스현-스자좡시-신러시-딩저우시
편안하고 좋은 아침이다. 핸드폰으로 여행기를 정리하는 것이 힘들지만 이것도 곧 해결될 터.


이동거리
111Km
누적거리
6,816Km
이동시간
6시간 34분
누적시간
473시간

 
G107도로
 
G107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위안스현
 
스자좡시
 
딩저우시
 
 
4,031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86-1173-0089

 
두 번의 알람을 거르고 조식을 먹기 위해 의지의 하루를 시작한다.

"조식 중독이야!"

식당 정도는 알아서 찾아가고.

조금은 실망스러운 분위기와 메뉴들이지만.

김치 같은 것이 있어 일단 하나만 담는다. 모양은 잘 익은 배추김치인데 맛은 어떨지 모르니.

빵은 패쓰.

감자 패쓰.

이렇게 저렇게 패쓰하다 보니 접시가 휑하다. 김치는 중국식인지 더는 못 먹을 맛이다.

"계란국이 있어서 봐준다."

본격적으로 계란 후라이를 추가하여 세 접시를 비워낸다. 돼지고기 편육에 오이를 곁들여 볶은 반찬이 마음에 든다.

"입맛이 떨어진 건가."

수박으로 디저트를 하며 느긋하게 먹다 보니 식당에 나만 남아 있다.

방으로 돌아와 출발 준비를 하는데 뒷바퀴가 주저앉아 있다.

"간만에 펑크네."

새로 펑크가 난 것은 아니고 이전에 정비했던 패치에서 바람이 새고 있다. 돼지표 펑크패치로 다시 붙여 정비를 하고 타이어를 탈착한 김에 가이드 풀리도 교체한다.

자이언트 매장에서 얻어온 중고 풀리로 교체, 닌자 표창처럼 별모양이 돼버린 가이드 풀리.

변속선의 장력이 느슨해졌고 뒷바퀴 허브의 유격이 생겨 약간 흔들거리지만 급한 문제가 아니라 그냥 알고만 있는 것으로 패쓰.

"지금은 귀찮다."

자전거를 정비하고 녹차 한 잔을 마시고 나니 10시가 되어간다.

'편하게 잘 쉬었다'며 프런트 직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길을 나선다.

밝은 햇살과 달리 쌀쌀함이 느껴지는 아침, 여전히 바람이 계속된다.

자전거를 밀어냈던 어제의 맞바람 정도는 아니라 조금은 다행이다. 바람이 잦아드니 하늘은 중국 특유의 뿌연 느낌이다.

아침부터 여기저기 물을 뿌리느라 바쁘다.

바람으로 속도가 제대로 나지 않아 12시가 되어 스자좡시에 접어든다.

낮 시간의 중국 시내는 아침, 저녁에 비하면 한적할 정도로 조용하고 복잡하지 않다.

고층 빌딩들과 복잡한 구조의 시내를 다이렉트로 관통하여 지나고.

중국의 공원에는 자전거를 끌고 들어갈 수가 없어 아쉽지만 그것이 허용된다면 아마도 끔찍할 것 같다.

스자좡시를 직선으로 관통하고 중국의 복잡한 고가 밑의 길들을 지나다 보니 한 시간이 훌쩍 지나버린다.

1시간 동안 겨우 10km 이동하고.

고가도로 밑으로 많은 노점들이 이어지고.

"병아리한테 왜 이러는 거야?"

빵집이 있어 쉴 겸 자전거를 멈춰 세운다. 1근에 8위안 하는 빵들의 냄새가 좋다.

2개씩 담아 10위안어치 사들고 하나를 꺼내어 먹어본다. 단팥을 고명으로 넣고 튀긴 빵이다.

시내를 벗어나 넓은 후투어강(滹沱河)을 넘는데, 이렇게 넓은 강도 말라가는가 싶다.

"어깨에 힘만 조금 빼면 참 좋을 텐데."

가끔 주유소에 엄청 큰 로봇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미국을 그렇게 싫어하면서도 햄버거와 로봇은 또 그렇게 좋은가 보다.

따사로운 햇볕이 드는 담벼락에서 장기를 두는 할아버지 두 분과 훈수꾼 할아버지.

잠시 쉬며 장기를 구경한다.

검은 옷의 할아버지는 행마가 시원시원하며 여유가 있고.

대머리 할아버지는 소심하고 장고파다. 장기를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며 쉽게 행마를 못하고 혼잣말을 자주 중얼거린다.

한 수를 두기 위해 오랫동안 장고를 하는데도 검은 옷의 할아버지는 크게 재촉을 하지 않는다.

백중세의 형세인데, 대머리 할아버지가 이길 확률이 낮으니 비기기 전략으로 가야 할듯싶다.

전기 오토바이를 충전하기 위해 콘센트를 밖으로 만들어 놓았다.

여전히 좋은 길 위로 맞바람이 불어오고.

미래의 크락션 빵빵이들이 운전 연습을 한다.

경사, S자, T자 주행 및 주차 연습은 우리와 같지만 아마도 실내 수업으로 크락션 신호 소통법 과목이 따로 있을 것이다.

바람은 불지만 유난히 따듯한 햇볕이 내리는 날, 분무 차량이 물을 뿌리며 지나가니 도로 위로 예쁜 무지개가 나타났다 사라진다.

중국의 남부지역을 지날 때는 시골들이라 스쿨버스가 바쁘게 다니며 학생들을 하교 시켰는데, 북부 도시에 오니 하교 시간에 맞춰 학교 앞이 북적북적 혼잡하다.

아이들을 태워가기 위해 오토바이와 승용차들이 교문 앞을 가득 채우고 있다.

"자전거를 한 대씩 사주면 편할 것 같은데."

완전히 말라버린 강, 북동부를 지나며 중국의 사막화 실태에 대한 리포트를 쓰는 것 같다. 지리적 위치를 생각하면 우리와 밀접하게 관련된 문제이기도 하다.

"한쪽 편은 사막화의 황사와 미세먼지, 반대편은 자연재해로 인한 방사능 오염."

오후 들어 조금씩 잦아들던 바람이 고요해지기 시작한다. 바람막이의 지퍼를 열고 속도를 내어 달려본다.

천천히 저물기 시작하는 햇살이 등 뒤로 떨어지며 따듯하니 좋다.

흥겨운 라이딩도 잠시, 바람을 이기며 달려온 오전 라이딩의 피로로 이내 자전거를 멈춘다.

"햇볕 너무 좋다. 쉬었다 가자."

도로변 버려진 폐가의 담벼락에 기대어 앉아 하늘과 햇살을 보며 시간을 보낸다.

"한가롭네. 좋다!"

30여 분, 아무것도 하질 않고 앉아있다 다시 출발한다. 딩저우까지 20km 정도 남아있다.

대책 없이 길을 막아버리는 중국 사람들의 운전 방식은 정말 어이가 없다.

베이징에 가까워지니 제법 멋들어진 이정표까지 볼 수 있다.

G107 국도를 벗어나 딩저우시로 들어가는 시 외곽의 도로로 접어든다.

도로가 좁아지고 노면이 평탄하지 않다. 이상한 일이지만 중국은 시내로 들어가기 전 도로들의 상태가 가장 나쁜 것 같다.

딩저우시로 들어가는 도로, 언제나 선을 그은 듯 좋은 도로가 시작된다.

길가에서 자전거를 수리하는 노점, 자전거가 줄어들다 보니 점차 자전거 정비업도 프랜차이즈 매장을 제외하고 사라지는 것 같다.

그래도 노년층에게는 중요한 이동 수단이다.

딩저우시는 작은 도시처럼 느껴진다. 하늘 높이 치솟는 거대한 빌딩들이 보이질 않고 거리 가득 봄날의 햇볕이 가득하다.

"아저씨, 신기하면 먼저 니하오 해봐요."

시내의 학교도 하교 시간이 다가오는지 교문 앞으로 오토바이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한 명 또는 두 명씩 오토바이에 태워 집으로 돌아가고.

시내 중심에 맥도날드, 버거킹, KFC 간판들이 우뚝 솟아있다.

세로 입간판이 없는 중국에서 미국 햄버거 브랜드 간판만이 높이 세워진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오토바이에도 경보 장치가 있는지 요란한 경보음이 돌아가며 울려댄다.

사거리에 앉아 고덕지도로 숙소를 검색하고 근처에 있는 평점이 좋은 빈관을 선택하고 이동한다.

"제발, 한 번에 끝내자."

숙소 앞 따오코우에 신호등과 건널목 표시가 되어있다. 사거리가 아닌 일반 도로에 신호등이 있는 것을 중국에서는 보기가 힘들다.

"얼마나 좋냐! 안전하고 서로 편하잖아."

한 번에 체크인을 할 수 있기만을 바라며 빈관으로 들어가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아주머니에게 숙박이 가능 한지를 묻고 또 묻는다.

"워 쓰 한궈렌, 커이 시아지앙? 커이?"

애가 왜 이러나 싶은 얼굴로 숙박 가능하다고 말하며 웃는다.

숙박비가 얼마인지 묻자 방의 종류가 많은지 보고 결정하라며 따라오라 손짓을 한다.

"방에 자신이 있는 거야?"

2층 계단을 올라 첫 번째 방은 창문이 있고 깨끗한 편, 두 번째 방은 창문이 없이 작은방이다. 각각 108위안과 80위안.

"아줌마, 장사할 줄 아네. 깨끗한 방으로 할게."

그제서야 밖에 세워둔 자전거를 프런트 앞에 놓아두고 체크인을 끝내고, 샤워를 한 후 저녁을 먹기 위해 사천 음식을 하는 듯한 식당에 들어간다.

주방 앞 테이블에 앉아 말을 하니 유쾌하게 수다스러운 아주머니가 메뉴판을 들고 와 주문을 받는다.

오빠라는 단어를 하는 아주머니와 장난치듯 대화를 하고 있으니 식당 안의 직원들과 식구들이 내 테이블로 모여든다.

식사를 할 적당한 메뉴를 찾지 못하고 매운 음식이라며 추천을 한 닭고기 요리를 주문한다.

"이건 밥반찬이 아니잖아!"

매콤하게 튀겨진 닭요리를 흰밥과 함께 먹고 있으니 카운터 뒤편으로 진열된 술병들 사이에서 그녀가 나를 부른다.

"술은 얼마야?"

아주머니를 불러 술의 가격을 묻고 도수를 확인하고 있으니 다른 것들도 보여주며 맛이 좋다고 추천을 한다.

"됐어. 난 그녀를 따라갈 거야."

종이 포장지를 벗기니 낯선 놈이 그려져 있다.

"에이, 속았어!"

향기가 좋지만 독한 중국 술은 반 병을 채 못 마시고 나머지는 패니어에 집어넣었다.

바람 속 라이딩의 피곤함과 약간의 반주로 열이 살짝 올라오며 노곤해졌다.

숙소에 돌아와 프런트를 지나치려는데 아주머니가 뭔가를 말하며 나를 붙잡는다.

"딩저우 타워 가봤어? 야경이 이쁘다."

"딩저우 타워, 여기서 가까워?"

어제 딩저우시의 관광명소를 검색하며 딩저우탑의 사진을 보았지만 별 매력을 느끼지 못하여 둘러볼 생각이 없었다.

"가까워. 저쪽에 바로 있다."

"그래, 이쁘다면 가봐야지."

고덕지도를 확인하니 숙소와 1km 정도의 거리에 딩저우탑이 있다. 쉬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너무 가까운 거리가 유혹을 한다.

방으로 돌아와 겉옷만을 걸치고 밖으로 나가 10여 분 정도 어두운 골목을 걸어 환하게 빛나는 탑을 향해 걸어간다.

카이위안사탑(開元寺塔), 높이 솟은 탑에서 적의 동태를 살핀다 하여 일명 요적탑(料敵塔).

문이 닫혀있는 개원사에는 들어갈 수 없지만 우뚝 솟아있은 딩저우탑을 구경하는 데에는 별 어려움이 없다.

환한 조명을 받아 더 밝게 반사되는 딩저우탑의 아름다움.

개원사의 건너편으로 넓고 붉은색의 광장이 펼쳐지고 많은 사람들이 공원을 산책한다.

그중에 일렬로 서서 허리를 세운 채 사각형을 그리며 돌고 있는 여자들의 무리가 관심을 끈다.

"뭐 하는 거야?"

부드러운 음악이 흐르고 사람들은 줄을 지어 걷기만 한다.

"정말 알 수가 없다."

공원에서 랩을 하며 버스킹을 하는 힙합 브로들도 보이고, 공원을 런닝하는 사람들도 보이고 아주 다양하다.

공원을 지나 넓은 대로의 건너편으로 넘어가기 위해 지하도를 건너간다.

오래된 성문의 모습과 함께 수많은 붉은 등을 단 옛 건물들의 상가에 현대의 유명 브랜드 샵들이 밀집되어 있다.

사람들이 모여있는 흥겨운 음악이 들려오는 곳으로 걸어간다.

작은 사당 같은 곳도 보이고.

안쪽에 두 명의 신이 모셔져있는데 중국 시골의 집 앞 여러 곳에서도 곡갱이 같은 것을 들고 있는 신의 모습이 볼 수 있었다. 아마도 풍년을 기원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딩저우의 옛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거리의 전개도도 보이고.

조명을 받아 한층 우아한 성문이 나온다. 고중산국(古中山国).

"이쯤 되면 딩저우가 궁금해지는데."

징저우처럼 과거 중국의 주요 중심지가 아니었을까 싶다.

시의 전체가 과거와 잘 어우러져 이색적이고 흥미롭다 생각할 때쯤 성문과 오래된 성터의 주변으로 화려한 사람들의 움직임이 보인다.

큰 스피커를 삼륜 오토바이에 올려놓고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뮤지컬 캣츠의 한 장면처럼 사람들이 단체 군무를 하고 있다.

"이 삼륜 오토바이로 못하는 것은 무엇일까?"

파트너로 춤을 추는 조합이 재미있다. 남자 한 명이 여자 두 명을 리드하며 춤을 춘다.

다른 편에서는 왈츠 음악에 맞춰 고전틱한 사교댄스를 추고, 앞에서는 두 젊은이가 비트에 맞춰 배틀을 벌이듯이 스트릿댄스를 추고 있다.

"밤거리 문화의 폭발이네. 흥미로운 도시야."

거리에 앉아 흥겹게 춤을 추는 사람들을 구경하다 다시 개원사가 있는 방향으로 건너간다.

붉은빛으로 물든 딩저우 고성의 건물들은 화려하고 아름답게 재현되어 있다.

골목의 안쪽으로 로봇의 놀이 기구와 간단한 놀이 기구들이 조명을 달고 움직이고.

옛 건물들을 재현한 건물에는 현대의 상점들이 영업을 하고 있다.

화려한 붉은빛의 딩저우시.

큰 도시는 아니지만 이색적인 풍경과 사람들의 여유가 느껴지는 매력적인 도시다.

과거와 현재가 너무나 잘 어우러진 중국의 작은 소도시.

"피아오량!"

숙소에 돌아와 나를 바라보며 대답을 기다리는 아주머니에게 엄지를 세우며 방으로 들어간다.

11시가 되어 출출해진 배를 사과로 달래보고 잠이 든다.

"좀 따듯하게 입고 나갈 걸 그랬나."



경비내역
식비:65위안 / 식료품:24위안 / 숙박:108위안 / 합계:197위안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51일 / 맑음 ・ 21도
싱타이시-가오이현-위안스현
느긋하게 아침을 시작한다. 베이징까지 400km의 남은 거리가 여유를 갖게 만든다.


이동거리
90Km
누적거리
6,705Km
이동시간
6시간 17분
누적시간
466시간

 
G107도로
 
G107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싱타이시
 
가오이현
 
위안스현
 
 
3,920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86-1173-0089

 
"조식을 먹어야 해!"

어쩌면 지독한 불면증보다 더 심각한 병이 생겨난듯싶다.

알림을 들으며 잠에 취해 있으면서도 깨어남의 의지를 불태우는 것은 직장을 다니던 때에도 안 해본 짓이다.

어제 빨아놓은 옷들은 뽀송하게 말랐지만 흙먼지의 얼룩들은 여전하다.

내일도 비가 올 테니 그만, 내일도 먼지 밭에 뒹굴 테니 그만했던 것들이 얼룩이 되어 귀티 나는 한국인의 컨셉을 방해하고 있다.

17층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의 느낌이 좋은 아침이다.

양치만을 하고 식당으로 내려간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식당의 층수를 찾고 있으니 함께 탄 중국인이 6층이라고 알려준다.

넓은 식당과 깔끔한 인테리어.

"오, 좋아."

약간의 흥분감도 잠시, 기대와 달리 음식의 종류가 다양하지 않다. 빵, 밑반찬, 죽, 밥, 음료, 과일이 구성된 메뉴의 전부다.

"가장 비싼 숙소인데, 완전 실망. 그래도 2만원어치 먹는다."

다른 메뉴가 있나 생각하며 담다 보니 애피타이저가 조금 부실하다.

볶음밥을 쉽게 리필하려고 밥들이 놓인 테이블 바로 옆에 자리를 잡는다.

간단하게 식욕을 돋우고.

메인 식사를 한다. 메인 식사를 담아오니 원형 테이블에 중국 여자들이 서너 명 자리 잡고 있다.

세 번째 밥을 리필해서 먹는 동안 그녀들이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가 조용한 아침 식사를 방해한다.

수박을 추가로 가져와 부족한 과일 섭취를 아쉬운 대로 채우고.

룸으로 올라와 트립닷컴 채팅 상담으로 복잡하게 꼬인 예약 취소들을 확인하고, 오늘 도착할 스자좡시의 숙소를 골라 외국인 투숙이 가능한지 문의를 한다.

호텔측의 사유 발생으로 예약이 취소되면 그곳 요금의 30%를 보상금으로 보내주지만, 한두 번도 아니고 불편해서 이번에는 미리 투숙 가능 여부를 확인한 것이다.

시내 중심에 위치한 숙소의 숙박 가능을 확인받고 그곳을 목적지로 설정하고 체크아웃을 한다.

보증금 300위안을 돌려받고 자전거를 놓아둔 지하 2층 직원 오토바이 주차장으로 내려가서 짐들을 정리하고 있으니 어제의 남자 직원이 어디서 나타났는지 체크아웃에 대해 묻더니 길을 안내하겠다고 한다.

"다음에도 방문하시면 환영합니다."

어제부터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듯 주저하더니 자신의 핸드폰으로 번역기를 돌려 보여준다.

"너, 형한테 관심 있었구나."

1층까지 안내를 하더니 큰 덩치 때문에 작게만 느껴지는 핸드폰을 한참 동안 조물딱거린다.

"오늘 밖이 춥습니다. 옷을 더 챙기세요."

날씨가 쌀쌀한지 겉옷을 더 입으라 알려주어 바람막이를 꺼내어 입는다.

덩치가 큰 남자 직원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나오니 쌀쌀한 바람이 세차게 불어 춥게 느껴진다.

"다시 이너웨어를 꺼내 입어야 하는가. 그나저나 이 바람은 맞바람일까, 뒷바람일까? 운에 맡겨보자."

어렵사리 패니어에 넣어둔 장갑만을 착용하고 스자좡시까지 110km 여정을 출발한다.

가끔씩 자전거를 휘청이게 만드는 바람이 불어온다.

하천을 따라 시내를 벗어날 때쯤 하천을 넘는 다리에 색색의 천들이 걸려있고 요란한 악기 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움직임이 보인다.

三官庙(삼관뇨, 싼관먀오), 사당 같은 곳처럼 보인다.

아무도 없는 다리의 건너편에서 빠르게 핸드폰을 준비하고 기다리니 붉은 전통 복장을 갖춘 사람들이 악기를 연주하며 다리를 건너온다.

중국 무협영화에서나 들을법한 노래를 부르며 제를 올리는듯한 행위를 한다.

제단에 절을 하고 향을 피우고 사방을 향해 부드러운 몸짓으로 무언가를 알린다.

계속되던 노래와 춤사위 같은 움직임을 잠시 멈추고 제단을 향해 무언가를 읊조린다.

그리고 노래와 춤사위가 반복된다.

제를 올리는 그들을 따라 마음속으로 간절한 기도를 올린다.

"오늘 뒤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갖게 해주세요. 제발!"

찬 바람이 세차게 불어오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30분이 넘도록 제를 올리는 행사는 계속된다.

중간중간 사람들과 자전거가 지나쳐도 아무렇지 않은 듯 신경도 쓰지 않고 끊김 없이 할 일들을 계속 이어간다.

마무리가 궁금했지만 40분 정도 구경을 하다 출발을 한다.

맑은 날이지만 어제의 지독했던 미세먼지 기운이 조금은 남아있는 것 같은 하늘이다.

숙소에서의 여유 있는 출발과 삼관묘의 행사 구경으로 시간을 보내어 오늘도 부지런히 달려야 한다.

G107 국도로 이어지는 사거리에서 좌회전을 하자마자 바람이 자전거를 밀어낸다.

"젠장, 똥 됐다. 뒷바람을 달라 했더니 품에 안겨주네."

시내를 벗어나자 강물이 완전히 말라버리고 흙밭으로 변해버린 다리를 건너고.

G107 국도를 따라 스자좡시를 향한다.

단 1도의 비껴남도 없이 정면에서 거센 바람이 불어온다. 30분 동안 겨우 5km 이동한다.

뒷기어를 5단까지 낮추었는데도 페달이 무겁고 자전거는 움직이질 않는다.

"죽겠어. 펑크가 났나? 누가 패니어에 돌덩이를 넣어놨나?"

페달링이 지루하고 땀이 나질 않으니 졸음까지 밀려온다.

중국의 일반 도로에는 신호등이나 건널목이 없고, 道口(도구, 따오커우)라는 통로만 뚫려있다.

저곳을 통해 이동하는 차량, 오토바이, 사람들이 좌우를 살피고 차량이 없을 때 이동해야 하는데 중국 사람들은 막무가내로 따오커우를 통과해 버린다.

작은 마을의 입구에서 남은 콜라를 마시며 나른해진 몸을 깨워보려하지만 도움이 안된다.

12시 93km, 오전 3시간 동안 20km 밖에 이동하지 못하고.

"아이고, 오늘 스자좡시까지 못 가겠는데."

평상시 날씨라면 여유가 남은 거리지만 바람을 이길 수는 라이더는 없다.

꾸역꾸역 소처럼 페달링을 반복하고.

오늘 두 번째로 넘는 다리 역시 강들이 말라가며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겹겹으로 나무들을 심어놓은 중국의 눈물겨운 노력보다 흙바닥의 먼지마저 깨끗하게 날려버린 바람이 더 인상적이다.

"모두 어디로 날아간 거니?"

조금씩 바람의 방향이 바뀌는듯하지만 힘들기는 마찬가지.

그런 사이 천천히 하늘이 밝아지며 제모습을 찾아간다.

14시 66km, 속도는 조금 빨라지지만 멈출 것 같지 않은 바람에 목적지를 스자좡시에서 20km 줄여 위안현으로 변경한다.

독특한 마을 입구에 앉아 쉬어간다. 든든하게 먹은 아침에도 불구하고 배가 출출해진다.

하늘은 한껏 브링브링한 자태를 뽐내고, 어제 싱타이시 초입 노점에서 사두었던 빵으로 허기를 채운다.

팥앙금이 살짝 들어간 빵은 고소한 기름맛과 어우러져 달콤하니 정말 맛이 좋다.

"이 집, 맛집인데! 몇 개 더 살 걸 아쉽다."

오후 들어 구름들이 조금씩 모이더니 하늘 위로 예쁘장하게 펼쳐진다.

"하늘만 좋네. 바람아 그만 멈추어 다오. 제발!"

3시 넘어 가오이현에 이르렀을 때 하루 종일 정면으로 불어오던 바람은 방향이 살짝 바뀌면서 그 기세가 조금 줄어든다.

가오현의 외곽을 지나는 동안 일정의 거리를 두고 대형 분무기가 계속 놓여있다.

하지만 오늘은 영업 중단이고.

바람이 강하게 흙먼지를 날려버리니 물을 뿜어내던 분무 차량도 할 일이 없고.

청소 아주머니도 할 일이 없는데.

나만 바람 덕을 못 보고 죽어라 달린다.

위한현으로 들어가는 오늘의 세 번째 다리, 마치 처음부터 흙 밭 위의 쓸데없이 다리를 놓은 것처럼 강의 형체마저 찾기가 힘들다.

"지도에는 파란선의 강물이 지나가는데."

위안현에 가까워지자 살수차들은 도로에 물을 뿌리느라 오늘도 바쁘고.

늘 젖어 있어야 하는 중국의 도로들이 안타깝지만.

이런 문화는 좀 바꾸면 안 될까 싶다. 

"어려운 것도 아닐 텐데."

스자좡시까지 가지 못했지만 오늘 아침부터 이곳에서 쉬고 싶었다. 복잡한 스자좡시보다는 한적할 소도시 위안현이 좋겠다 생각했다.

넓은 광장의 중앙 무대에서 팽이를 치는 할아버지들이 보인다.

쇠로 만든 커다란 팽이를 채찍 같은 것으로 치는데 그 소리가 날카롭고 엄청나게 크다.

채찍을 치는 것이 보기만 해도 힘들어 보인다. 아니나 다를까 채찍을 몇 번씩 휘두르고 할아버지들이 팽이보다 더 휘청인다.

한 사람이 지치면 다른 사람이 나와 팽이가 넘어지지 않도록 팽이를 친다.

"릴레이 팀워크 놀이네."

긴 지팡이에 손잡이 줄을 달고 끝부분에 전선 같은 것을 붙여놨다.

대리석 위에서 윙윙거리며 빠르게 돌아가는 팽이.

마작이나 카드게임을 하는 것보다 얼굴들이 밝고 즐거워 보인다.

광장이 넓은 것인지, 사람이 없는 것인지. 어쨌든 싱타이시의 고성 앞 풍경보다 밝고 좋아 보인다.

시내에서는 분무 차량도 열일을 하고.

아침부터 봐두었던 3만원짜리 4성급 주점에 들어간다. 문제없이 친절하게 체크인이 되고 자전거는 방안으로 가지고 들어갈 수 있다는 안내해 준다.

가벼운 농담과 대화가 오가고.

밖에 두었던 자전거를 끌고 들어와 조식이 제공되는 식당의 위치를 확인하고 있으니 40대쯤 돼 보이는 여자가 난데없이 자전거를 보고서 시끄럽게 소란을 피운다.

"이번에는 아줌마야?"

반색을 하며 떠들어 대니 프런트에 여직원이 '한궈렌'하며 뭔가를 말하자 쑥스러운 웃음을 보이더니 뻘쭘하게 되돌아간다.

"사과라도 하던지, 눈 웃음이라도 맞추고 고개라도 끄덕이고 가라. 못난이 참견쟁이들아."

방을 안내해 주고 과일까지 서비스해 준다.

중국에서 보는 두 번째 노을인데, 이번에는 제대로다.

"곧 노을을 즐기며 라이딩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

숙수가 외곽에 위치한 신규로 세워지는 단지들 사이에 있어서 식당이 보이질 않는다.

길 건너편, 훠궈 식당 같은 곳에 들어가 식사를 물어보려고 하니 젊은 여자가 외면을 한다.

외국인을 보면서 쌀쌀맞게 외면을 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서로 부끄러울 것도, 감출 것도 없는 관계이고 공포나 두려움을 느낄 분위기도 아닌데 말이다.

"그냥 성격이 못돼 먹은 거지 뭐."

내일 아침 조식을 위해 슈퍼에서 빵과 과자를 사서 대신한다.

"내일은 15,000원어치 먹어야지."

"정말 쓸데없이 넓네."

저녁 늦게 노크 소리가 들린다. 룸의 노크 소리만 들려도 이번엔 뭔가 싶다.

부랴부랴 옷을 챙겨 입고 방문을 여니 접시에 우유 같은 것을 담아 받쳐 들고 있다.

"한국에서도 모텔이나 펜션 말고는 가보질 않아서, 원래 이러는 건가?"

"3만원 고객에게 정성이네. 조금 전에 구멍가게 같은 식당에서 문전박대 당했는데."

중국은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르겠다. 재미있고 흥미로운 나라다.





경비내역
식료품:11위안 / 숙박:30,727원 / 합계:11위안, 30,727원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50일 / 미세먼지 ・ 23도
안양시-한단시-사허시-싱타이시
새벽 5시에 잠이 들었다. 9시가 되기 전 일어나 베이징을 향해 달린다.


이동거리
113Km
누적거리
6,615Km
이동시간
7시간 16분
누적시간
460시간

 
G107도로
 
G107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안양시
 
한단시
 
싱타이시
 
 
3,830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86-1173-0089

 
아침 하늘이 안개가 내려앉은 것처럼 뿌옇다. 미세먼지다.

북쪽으로 많이 올라와서 그런지 아침나절 쌀쌀함이 느껴지지만 곧 기온이 올라갈 것이다. 

복잡하지 않게 시내를 벗어나 도로의 식당에서 아침을 해결한다. 싱타이시까지 110km를 가야 하니 배를 든든하게 채워야 한다.

간단한 면 메뉴일 거라 생각했는데 손님들이 먹고 있는 음식은 갈색의 죽 같은 것이다.

그 비주얼이 심상치 않아 순간 당황스럽지만 그냥 먹어 보기로 한다.

죽과 요우티아오(油条)를 주문하고 조리하는 것을 구경한다.

얇게 썰어놓은 두부를 기름에 튀긴다.

모양은 안 이쁘지만 기름맛이 퍼지는 ​요우티아오.

미리 끓여 놓은 큰 냄비에서 죽을 담고 조미료 같은 것을 살짝 뿌린 뒤 진한 갈색의 죽이 나오고.

못생긴 요우티아오도 바로 나온다.

"아, 비주얼 정말."

궁금함과 걱정 반반으로 한 숟가락을 먹어본다.

"오, 낫 베드!"

두부 알갱이와 지단, 약간의 당면, 땅콩 그리고 정체 모를 내용물이 들러간 죽은 보기와 달리 향이나 맛이 진하지 않고 부드러운 식감이 좋다.

요우티아오와 궁합이 아주 잘 맞는다.

"이것도 해장용으로 그만인데, 속을 편하게 해주겠어."

음식을 다 먹고 죽의 이름을 물어보니 5위안이라고 한다. 5위안을 주며 다시 물어본다.

"아니, 쩌거 조우 밍?"

식당 여주인은 죽이 3위안이고 빵이 2위안이라 5위라이라고만 대답한다.

"알아, 5위안 줬잖아. 조우 밍, 밍즈?"

계속 3, 2, 5만을 반복적으로 알려주는 여주인은 포기하고, 마침 죽을 먹기 시작한 남자에게 물어본다.

"쩌스 썬머? 밍?"

살짝 당황해하더니 번역기에 죽의 이름을 적어준다.

"湖拉汤, 후라탕"

식당 여주인을 향해 '후라탕' 하니 '뚜이' 웃으면서 답한다.

아침을 먹는 사이 10시가 되고 이제부터 107km를 가야 한다.

11시 87km, 흐린 하늘처럼 뿌연 도로를 달리다 길가에 피어오른 들꽃에 자전거를 세우고 잠시 쉬어간다.

달릴 땐 제비꽃처럼 보였는데 꽃대가 길고 꽃망울이 여러 개다.

"마른 흙바닥에서 이쁘게도 폈네."

조금씩 맞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한다. 수양버들이 가로수로 심어진 길을 달리지만 미세먼지 가득한 날씨 때문에 라이딩에 흥이 나질 않는다.

체인비를 낮추고 어기적어기적 치현을 벗어나고.

"항아리 굴뚝이 네 개나 서 있네."

13시 53km, 땀도 차고 핸드폰 조작도 어려워 장갑을 벗고 지냈더니 손등이 새까맣게 타버렸다.

"이쁘게 좀 타지. 지저분하게 그을렸네."

큰 규모의 한단시에 진입했지만 시의 외곽을 돌아가는 길이라 낡은 변두리의 풍경들만이 이어진다.

예전의 청계천이나 을지로의 풍경들처럼 미싱 공장들과 부품 가게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멀리 보이는 도시의 실루엣은 마치 회색 분가루를 하늘에 뿌려놓은 듯하다.

중국의 서북지역은 사막이 있거나 사막화가 진행되는 지역이고, 사막화의 영향권에 들어있는 지역은 허난, 허베이와 같은 산업화가 이루어진 지역이다.

사막화의 흙먼지와 산업화의 미세먼지가 환상의 콜라보를 이루는 지역인 것이다.

후난성을 지나 후베이와 허난으로 올라오는 동안 가장 큰 변화는 황사와 흙먼지 그리고 미세먼지가 짙어지고 많아진다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우리와 위도가 비슷해질수록 더욱 심해진다.

"동남부는 비 때문에 하늘 보기가 힘들더니 여기는 먼지들 때문에 하늘 보기가 힘들구나."

"중국에서 맑음의 의미는 어떤 것일까?"

중국여행 50일 중 맑은 하늘을 본 것은 비가 내린 뒤 반짝 해가 떴던 단 하루, 아니 정확하게 반나절이 전부였다.

한단시를 둘러싸고 거대한 원을 그리는 외곽도로를 벗어날 때쯤 서로 엉키고 설켜 흙먼지만을 날리고 있는 도로가 펼쳐진다.

환상적인 바람과 함께 마치 70년대 미국의 서부 영화의 한 장면같다.

"이건 뭐 답이 없다."

사거리 교차로에 신호등이 없어 서로 뒤엉켜 있는 차들과 틈바구니를 찾아 어떻게든 빠져나가려는 오토바이, 사람들이 난장판을 이루고 있다.

잠시 그들을 피해 사거리 우측에 자전거를 세우니 어색한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광고판이야? 뭐야?"

끝이 보이지 않는 거리에 광고판처럼 안내판들이 걸려있다. 건물 외벽의 세로 간판조차 없는 중국에서 도로 표지판을 제외하고 처음 보는 관경이다.

볼트와 너트 같은 산업용 부품을 생산하는 단지처럼 보인다. 흙먼지가 날리는 도로변에 음식을 파는 노점 식당들이 즐비하고 도시 전체에 공장의 기름 냄새가 배어있다.

지옥 같은 거리를 지나 사허시에 들어선다. 연속되는 도시들의 도로를 지나가느라 진행 속도가 더디다.

"재미없는 라이딩이야."

그렇게 찾아도 보이지 않던 자전거 샵이 다섯 개가 한 건물에 몰려있다. 정말 중국은 극단적이다.

뭔가 있다 싶으면 너무 많고, 없으면 아무것도 없다.

필요한 부품이 있나 생각해 보니 본드는 묘족 자치구에서 샀고, 풀리는 자이언트 매장에서 임시로 사용할 것을 주었다. 그리고 울산 바이크하우스 선화에게 풀리와 습식 오일을 강제 협찬받을 것이다.

"필요할 땐 안 보이더니, 필요한 게 없네."

시내에 들어서며서 가로수와 큰 건물들에 가려 시야가 막혀있으니 미세먼지의 정도가 가늠이 안된다.

"저 예쁜 가로수들은 하늘을 가리려는 위장술 아냐?"

도로를 오가며 쉴 새 없이 하늘에, 바닥에 물을 뿌리지만 의미가 없어 보이고.

서울시의 인공강우 실험이 차라리 낫겠다 싶다.

"베이징이 고작 400km 남았구나."

사허시와 싱타이시를 잇는 다리를 지난다.

지나가는 차량들이 흩날리는 먼지로 숨이 막힐 지경이다.

강물은 흔적조차 사라지고 메말라 흙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모래와 흙들이 쌓여 산을 이루고 있다.

도로변에 쌓인 흙모래를 퍼내느라 바쁘지만 이쪽 모래를 저쪽으로 옮기는 의미밖에는 없다.

마른 흙들로 변해버린 도로변에 가로수의 묘목들을 심어놓고.

여러 겹으로 가로수들을 심어 놓았지만 이미 많이 늦은 것은 아닌가 싶다.

"그래도 많이 심어. 무조건 심고 또 심어."

여기저기 물을 뿌리느라 바쁘다.

바닥은 쓸고 닦고 치우느라 바쁘고.

가로수에 물을 주기도 바쁘다.

관리가 이루어지는 도심이나 지방에서는 이렇게 살수차와 청소차량으로 물을 뿌려 흙먼지를 제거하고, 많은 청소 인력들이 흙들을 청소하느라 바쁘다.

중국도 문제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자구책을 마련해 가는 것 같지만, 앞으로 어마한 댓가의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할 것이다.

"대륙아, 문제를 하루라도 빨리 인정하고 주변국들에게 협력을 구해봐. 세계의 중심이 되기 전에 민폐의 중심이 되고 말 거야."

춘절을 전후해서 도로를 다니며 이 요물이 폭죽을 터트리는 바람에 심장이 떨어질 뻔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잘 정비된 싱타이시의 초입 도로변으로 어정쩡하게 노점 시장이 들어서 있다.

지금껏 노점 시장은 현(县)이나 시(市)의 시작 직전에 펼쳐지고 도시로 이어졌는데, 도시와 도시가 연결되다 보니 시내 안쪽의 초입에 어정쩡하게 들어선 모양이다.

저녁 후식으로 먹기 위해 1위안짜리 빵을 골고루 다섯 개 사들고 시가지로 들어간다.

뒷통수 한 대 때렸으면 싶다. 자동으로 움직이니 전기 오토바이들을 참 희한하게 타고 다닌다.

황사와 미세먼지의 콜라보 못지않게 전기 오토바이와 핸드폰의 콜라보 역시 최악의 조합이다.

상하이에서 오토바이 부대를 처음 봤을 때는 모두들 헬멧을 착용하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헬멧들이 사라졌다.

속도감이 떨어지는 전기 오토바이의 병폐가 아닌가 싶다.

어딘지 모르게 낡고 오래된 도시의 느낌이다. 시간의 여유도 있고 숙소도 검색할 겸 자전거를 세울 적당한 장소를 찾는다.

고덕지도를 보니 주변에 청풍루(清风楼)가 있어 구경도 할 겸 이동한다.

오래된 상가 골목 사이로 청풍루가 나온다. 노인들이 청풍루의 광장을 가득 메우고 있고 양옆으로 단체로 모여 춤을 추는 할머니들이 있다.

"탑골 공원인가."

청풍루의 정면으로 등소평의 초상화가 걸려있고 다른 성들과는 달리 문이 굳게 닫혀있다.

어디선가 인민복을 입은 할아버지 두 분이 나타나더니.

등소평의 초상화를 보며 반듯하게 서서 무언가를 읊조린다.

엄숙한 할아버지들과는 달리 옆에서는 할머니들이 춤을 추기 바쁘고.

청풍루의 길 건너편으로 오래된 상가들이 이어진다. 옛날 성을 중심으로 자리를 잡은 거리의 모습일 듯싶다.

상가들의 앞에서 제기를 차며 노는 사람들. 시계방향으로 제기를 차서 넘겨주며 자리를 바꿔 빙빙 돈다.

안축, 바깥축으로 능숙하게 제기도 잘 차지만 그보다도 너무나 즐겁고 재미나게 노는 것이 인상적이다.

도시가 너무 크다 보니 개발이 안되어 그럴 수도 있지만 이런 고전적 거리가 넓게 유지되는 것은 참 부럽다.

목조나 석조의 2층 구조라 유지가 가능한지 모르겠지만.

3성급 숙소를 잡고 찾아갔지만 외국인 투숙이 불가능하다며 친절하게 안내를 해준다. 괜찮다 말하고 근처의 투숙 가능한 숙소를 트립닷컴에 문의하고 바로 이동한다.

"아, 높다. 45,000원, 가장 비싼 주점이네."

호텔 입구에 자전거를 세워두는데 중년의 남자 직원이 무어라 제재를 한다. 자전거를 다른 곳에 놓으라는 것 같은데 모른 척 무시하고 주점으로 들어간다.

무리 없이 체크인을 하고 보증금으로 300위안을 주불한다.

"뭐 대단한 것이 있길래, 숙박비보다 보증금이 더 많은지."

체크인을 하는데 중년의 남자가 와서 자꾸 밖에 세워둔 자전거로 시비를 거는 것을 계속 무시한다. 프런트 직원들은 방으로 가져가도 된다고 말을 했는데 말이다.

"내 자전거가 호텔의 격에 안 맞으면 격에 맞게 정중히 안내해. 네 눈에 내 자전거가 더럽고 허접해 보이면 내 눈에도 너희 호텔이 서울의 싸구려 모텔 정도로 밖에 안 보인다고."

체크인을 마치고 자전거를 가지러 가는 내게 바싹 붙어 시끄럽게 떠들길래 웃으며 욕을 해줬다.

"알았다. 피곤한 꼰대야!"

덩치가 큰 부하직원에게 어딘가를 안내하라 지시하더니 그동안 자신을 무시한 것에 대한 분이 남아 있는지 씩씩거린다.

덩치가 큰 남자는 지하 2층 주차장에 있는 직원들의 오토바이 주차장으로 안내한다. 덩치와 달리 뭔가 조심스럽고 소극적인 남자다.

자전거를 묶어두고 샤워를 한 후, 같은 건물에 있는 할배네 치킨으로 가서 햄버거 세트를 사들고 나온다.

앞에 서서 주문하던 결정 장애가 심각해 보이는 남자, 200위안의 주문을 하는 남자 때문에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중국은 맥도널드보다 할배네가 싸고 맛이 있는 것 같다.

일 년에 한두 번 먹을까 싶은 햄버거를 자주 먹게 되다니. 맥도날드, KFC 간판만 봐도 백반집 간판처럼 반갑고 군침이 돈다.

햄버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시원한 콜라가 한몫한다. 냉수를 좋아하는데 중국에는 냉장고를 안 쓰니 미지근한 물 아니면 뜨거운 차뿐이다.

고급진 주점이라 무료 생수도 생색이다.

"한국 싸구려 모텔에도 냉장고에 생수 2병, 음료 2캔은 기본으로 들어있다. 배워라!"

대단한 황사와 미세먼지 속을 달렸다. 중국의 고민들도 엿볼 수 있었고 아쉬운 노력들이 안타깝기도 하다.

"이곳의 아이들은 청명한 하늘의 느낌을 알까?"

우리가 소나기 소설을 읽으며 더욱 아련해질 수 있는 것은 여름날의 소나기와 비가 갠 후의 청명한 하늘, 산산하게 불어오는 바람결 같은 것을 경험에 비춰 그려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의 다음 세대들은 어떤 하늘을 그려낼는지 모르겠다. 하늘색 크레파스일지, 회색 크레파스일지.

알고 보면 우리는 좋은 것들을 많이 갖고 누렸음에도 더 좋은 것들을 찾아 물려주고 싶어서, 그 좋았던 것들을 없애 버렸다.

"얘들에게 좋은 집은 줬는데 하늘을 뺏어 버린 거지!"

어쩌면 '그땐 먹고사는 게 바빠서 그랬다'라는 이전 세대들처럼 '더 좋은 집을 주려고 그랬다'라며 궁색한 변명을 해야 될지 모를 일이다.

중국은 쓸데없는 허세로 겉모습에만 신경 쓰지 말고, 실질적인 해결책을 하루빨리 찾아내길 바란다.

"물만 주야장천 뿌려대지 말고, 쫌!"

그리고 고등어구이는 죄가 없다!


경비내역
식비:44위안 / 식료품:18위안 / 숙박:45,340원 / 합계:62위안, 45,340원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49일 / 맑음 ・ 25도
신샹시-허비시-안양시
편하게 보낸 저녁이었다. 핸드폰으로 자료들을 정리하는 것이 생각보다 꽤 힘들다.


이동거리
113Km
누적거리
6,502Km
이동시간
5시간 53분
누적시간
453시간

 
G107도로
 
G107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신샹시
 
허비시
 
안양시
 
 
3,717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86-1173-0089

 

새벽 3시가 넘어 잠들었는데, 아침의 피곤함은 조식을 먹겠다는 집념을 이기지 못한다.

7시, 두 번째 알람에 잠에서 깨어 간단하게 세안만 하고 식당으로 내려간다.

환하게 밝은 식당에는 적당히 부지런한 몇몇의 사람들만이 조식을 하고 있다.

"딱 좋아!"

일단 찬들을 훑어보고 조금씩 접시에 담고, 깔끔하게 진열된 모양이 제대로 된 조식 차림이다.

다음으로 군만두와 빵류를 담고.

달콤하게 맛있었던 검은 밥과 작은 찐만두 스리고 하트모양의 계란 후라이를 담는다.

"흰죽은 어디에 있나?"

흰죽을 찾다가 빛깔 좋은 볶음밥을 발견한다.

"유레카!"

"오, 커피, 환타, 콜라까지."

"이 정도는 에피타이저지."

"환타! 너 오랜만이다."

면 요리는 주문을 받아 바로 조리해 준다.

간단히 에피타이저로 식욕을 돋우고 메인 식사와 디저트를 담아온다.

"원피스의 능력 열매 같은 저걸 먹어봐야 하는데."

"역시 밥을 먹어야 해!"

대화 상대가 있었다면 소화를 시키며 한 번 정도 더 먹을 수 있었지만 참는다.

아쉽지만 든든하게 아침을 먹고 샤워를 한 후 체크아웃을 하고 출발한다.

청명하지는 않지만 지독한 황사 먼지는 조금 사라진 것 같다. 어제 숙소를 변경하며 중심가에서 4km 정도 벗어난 탓인지 거리는 복잡하지 않다.

시내를 벗어날 때쯤 허난사범대학(河南师范大学)를 지나치고.

작은 수로와 도로를 사이에 두고 캠퍼스가 나누어졌는지 엄청난 수의 학생들이 줄을 이어 이동하고 있다.

지나쳐온 사거리까지 2곳의 이동로가 똑같이 학생들로 가득 차있다.

"중국 대학은 등록금이 따로 있는가?"

"외국 여행자에게 말도 좀 걸고 하지. 애네는 참 일관적이야."

중국 대학의 캠퍼스 구경도 해보고 싶지만 이런 인파라면 무리지 싶다.

1시간 만에 시내를 완전히 벗어나 한적해진 국도를 따라 오늘의 목적지 안양시로 향한다. 110km의 거리.

도로변 마을로 들어가는 골목마다 샹청성에서 보았던 것과 비슷한 조각 기둥들이 세워져있다.

조각상들의 표정이 인상적이다.

마을 건너편에 항아리처럼 생긴 거대한 굴뚝도 보이고.

도시와 도시가 연결되는 도로라 그런지 오토바이나 3륜 오토바이의 통행이 드물다.

앞을 가로막던 것들이 없으니 편하기는 한데, 없으니 조금 허전하기도 하고 그렇다.

11시, 도로변에 있는 아주 작은 여객터미널에서 잠시 쉬어간다. 85km가 남아있다.

어디로 향하는지는 모르겠지만 7, 9위안의 요금은 정말 저렴한 것 같다.

어려서부터 방학이 되면 혼자서 서울로 올라왔던 생각이 난다. 광주나 나주, 영산포 같은 낡은 버스 터미널을 통해 버스를 갈아타며 오르내리던 길들이었다.

이런 작고 허름한 터미널들을 보면 그때의 감정들이 고스란히 살아나 아련하다. 설렘과 두려움 그리고 막연한 쓸쓸함 같은 것들이다.

며칠째 조금의 변화도 없는 밀밭의 풍경은 계속되고.

12시, 64km가 남아있다. 과적을 단속하는 검문소에서 휴식취하고.

"중국 전력 공급의 문제가 만만치 않겠다."

울산의 바이크하우스 선화에게 풀리와 습식 오일을 보내달라 부탁을 하고 다시 출발을 한다.

"속도가 빠르니 조금 일찍 도착할 수 있겠다."

시(市) 단위의 도시가 이어지니 현(县) 같은 소도시들이 작게 느껴진다. 중국의 서남부를 지나며 숙소와 거리를 잡기 위해 힘들게 찾아내야 했던 현(县)들인데.

한적하고 잘생긴 도로들이 계속되고 조금씩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살랑이던 바람이 가끔씩 강풍처럼 불규칙하게 불어온다.

"오, 뒷바람. 달려볼까! 너네 감당이 되겠어?"

약간 각도가 빗겨나서 불어오지만 시원한 바람이 밀어주니 페달링이 한결 가볍다.

빗속 라이딩으로 프런트 기어의 3단이 올라가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귀찮아서 변속 세팅을 하지 않고 그대로 놔두고 있다.

"귀찮은 게 병이다. 뭐 2단으로도 충분해."

속도를 조금 붙이려니 이내 허비시가 나타난다. 독특한 모양의 제방 위에서 낚시를 하는 사람들, 다른 곳들과 달리 물이 맑다.

허비 시내로 접어들어 뒷바람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많은 신호등을 지나느라 속도가 느려진다.

13시, 남은 거리 45km. 3시 정도면 안양시에 도착할 것 같다.

도로의 방향이 조금씩 바뀌더니 바람은 측면에서 불어온다. 간간이 자전거를 휘청이게 만드는 바람에 조심스럽게 속도를 늦추고.

한적한 탕인현의 외곽 도로를 타고 안양시로 향한다.

안양시로 들어가는 외곽의 검문소를 지나 깔끔하게 정비된 자전거 도로가 시작된다.

조금씩 도심의 모습이 나타나고.

중국의 가로수는 종류도 참 다양하다.

"그러고 보니 계화수가 언젠가부터 안 보이네."

오토바이로도 충분히 복잡한 사거리에서 사람들이 모여 합창단의 노래를 구경하고 있다. 바람에 홍등들이 날아갈 듯 휘날린다.

"내일 비가 오는 것은 아니겠지?"

가끔씩 불어오는 강풍에 하늘거리는 복장을 한 합창단을 지휘자가 날아갈 것 같다. 어떤 행사인지는 모르겠지만 화음이나 합창소리가 좋지가 않다.

"조금 민망한 수준인데."

안양시에 위치항 천녕사(天宁寺)에 들러 숙소를 검색한다.

다행히 ibis 호텔이 있어 큰 고민 없이 선택을 한다. 상하이 예원에서 하루를 보냈던 중국의 호텔 체인점이다.

천녕사을 잠시 둘러볼까 하다 충분히 잠을 자지 못한 탓인지 피곤이 밀려온다.

입장료도 따로 있고, 자전거 보관도 힘들어 고민 없이 패쓰.

근처의 ibis 숙소로 이동하여깔끔하게 체크인을 끝내고.

근처 관광지의 관람권과 차량 이용권을 숙소에서 구매할 수 있나 보다.

"괜찮은 서비스네. 고민할 것도 없고."

免费(면비, 미엔페이), 무료제공이란 뜻이다. 점심에는 커피와 약간의 음식, 저녁에는 칵테일 서비스가 있나 보다.

ibis 호텔은 우리의 일반적인 모텔 정도의 수준은 된다. 체인이다 보니 직원들도 친절하고 그렇다.

샤워 후 근처 식당에서 이른 저녁을 해결하고.

우리의 김치볶음밥처럼 간단히 먹을 수 있는 덮밥. 15위안.

가운데가 움푹 들어간 넓은 접시에 충분히 넉넉한 양의 음식과 순한 국물.

아침에 가져온 커피로 마무리.

핸드폰 자판을 두드리다 채 10분도 안되어 기절을 한다. 자정쯤 다시 잠이 깨어 자료를 정리하고 마저 잠을 청한다.

내일은 그동안 숙소로 골치를 썩힌 허난성을 벗어나 허베이성으로 넘어간다. 베이징까지 515km 정도가 남아있다.



경비내역
식비:15위안 / 식료품:3위안 / 숙박:151위안 / 합계:169위안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48일 / 맑음 ・ 24도
정저우시-신샹현
황하강을 넘어 베이징를 향해 출발한다. 750km의 거리, 라이딩과 관광을 조율하며 천천히 달려보자.


이동거리
81Km
누적거리
6,389Km
이동시간
5시간 25분
누적시간
447시간

 
G107도로
 
G107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정저우시
 
황하강
 
신샹시
 
 
3,604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86-1173-0089

 
주숙등록을 하지 않은 숙소에서 아무런 문제 없이 하룻밤을 보내고 아침 일찍 숙소를 나온다.

오토바이에 둘러싸인 자전거는 먹다 남은 짝퉁 콜라까지 그대로 놓여있다.

황하를 넘어 75km 거리에 있는 신샹현까지 갈 생각이다.

"일찍 쉬면서 밀린 자료를 정리하고 빨래를 해야지."

언제나 중국의 도심 가로수는 너무나 마음에 들고, 엄청나게 몰려다니는 오토바이는 징그럽다.

정저우시부터 도심의 건널목에 오토바이 교통을 통제하는 사람들이 신호등마다 배치되어 있다.

정저우 이칠광장 기념관(二七广场-郑州二七纪念馆)에서 9시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린다.

이칠광장을 지나 시내를 벗어나기 위해 길을 이어간다. 큰 플라타너스 길이 너무나 아름답다.

"이런 길을 메뚜기떼 같은 오토바이들과 신경전을 하며 뒤통수만 쳐다보고 가야 하다니."

허난성의 중심지답게 정저우 시내를 빠져나오는데 1시간이 넘게 소요된다.

인도와 주차장에 늘어서 있는 오토바이를 보면 징그럽다 싶으면서도 만약 중국의 교통수단으로 오토바이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생각하니 끔찍하다.

"그래도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앞만 보고 달리는 모습은 바보스럽고 웃기다. 그리고 양보들 좀 해!"

한적해진 국도를 달리다 배가 출출해질 즘 황하강을 넘는 징저우황하공로대교(郑州黄河公路大桥)에 도착한다.

하늘을 찌를 듯 높게 세워진 대교탑을 보며 황하에 대한 기대감에 마음이 두근거린다.

강을 더 자세히 바라보기 위해 높은 경계턱 위로 자전거를 올려 인도를 따라갈 준비를 하고.

"자, 보여줘! 마음의 준비가 됐어."

턱이 높은 좁은 인도를 조심스럽게 따라가는데 황하 강변 모습이 황량하다.

"뭐, 이런 모습이야?"

사기당한 기분으로 도로로 다시 내려와 강물이 흐르는 곳까지 이동한다.

넓고 두꺼운 황토 퇴적층을 뚫고 천천히 흘러가는 누런 흙탕물의 황하.

"넓기는 한데, 가뭄인가? 유수량이 웅장하지가 않네."

잠시 서서 황하를 바라본다.

"근데, 이거 황사야? 미세먼지야?"

황하의 풍경보다 지독하게 희뿌연 하늘이 더 놀랍다.

무려 5.5km에 이르는 황하대교를 넘는 동안 황하의 강줄기는 1/5도 되지 않고, 마른 흙바닥만을 드러내고 있다.

"어쨌든 강물이 모두 차면 어마어마하겠다."

깊은 계곡의 상류나 넓은 하류가 아니라서 그런지 아주 싱겁고 싱겁게 황하를 넘어선다.

황하대교를 넘어 길 건너로 보이는 노점시장을 둘러보기 위해 들어간다. 중국은 도시의 초입에 언제나 노점 시장이 열려있다.

"딱 10분만 구경하고 가자, 길거리 식당이 있으면 좋은데."

시장의 끝까지 들어갔지만 특별한 볼거리는 없고, 조금 낡고 오래된 느낌의 분위기다.

우선 밀빵을 2위안 두 개 사고.

"오, 저번 것보다 두툼한데."

빵을 사고 있는데 뒤에서 중학생 또래의 남자애가 머리가 산발이 된 채 태극기를 만지며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웃고 있다.

호기심 가득한 웃는 얼굴을 난 너무 좋아한다.

"어디 출신이냐?"

한국인이라 말하니 마치 연예인을 만난 듯 환한 미소를 보인다.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는 녀석에게 시크하게 안녕의 인사를 하고 떠난다.

"브로, 남자는 쿨해야 해!"

오는 길에 봐둔 튀김집으로 가서 손바닥만 한 만두를 두 개 산다.

밀빵과 만두, 4위안의 점심 쇼핑을 마치고 비닐봉지 두 개를 핸들바에 매달고 시장의 초입으로 되돌아 나온다.

"디져트?"

망고와 수박, 오렌지 등을 파는 과일 가게에서 잠시 망설이다 포기한다.

흙먼지가 흩날리는 도로변에서 밥을 먹을 수는 없고, 조금 이동하여 주유소에 적당한 자리를 잡는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중국은 흔하게 그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사진이 걸려있다. 아침, 저녁으로 가게 앞이나 공터에 모여 구호 같은 것을 외치기도 하고, 광고물을 들고 거리를 단체로 걷기도 한다.

"구호만 외치지 말고, 환하게 웃어봐!"

손바닥만 한 만두를 크게 한 입, 바삭하게 구워지지 않았지만 제법 먹을만하다. 두 개를 먹고 나니 밀빵에 대한 식욕이 사라진다.

"170원 이라.."

베이징을 안내하는 이정표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수로를 따라 이어지는 멋진 도로를 달린다.

조금씩 신샹현의 모습이 나타나고.

도심으로 들어갈수록 하나, 둘 늘어나는 오토바이 부대들.

2시가 되기 전에 신샹시에 도착한다. 어제 150km 가까이 달리다 보니 75km는 그냥 휙 지나온 느낌이다.

신샹시 공원에서 트립닷컴으로 숙소를 검색한다.

"오늘은 편하게 가자. 3성급!"

조식을 제공하는 숙소를 선택하고 예약은 하지 않고 숙소로 이동한다.

숙소 근처에서 조그마한 전기차를 주차하느라 길을 막고 요리조리 애만 쓰는 차량을 한참 서서 기다리고.

"가로로 넣어도 되겠는데."

첫 번째 도착한 3성급 주점은 방이 없다고 한다.

"중국은 건물은 엄청 큰데, 왜 방 한 칸이 없는 거야?"

두 번째 숙소를 검색하고 이번에는 예약 결제를 마친 후 숙소로 찾아간다. 오늘도 느낌이 이상한 날이다.

바깥쪽의 오토바이를 한 번쯤 건드려 넘어뜨리면 재미있을 것 같은 오토바이 주차장을 지나.

멋들어진 신들의 석상이 세워진 광장을 지난다.

"정말 석상 하나는 예술로 만든다!"

두 번째로 도착한 숙소의 앞이 도로 공사 중이고 계단이 무려 다섯 개나 된다.

계단 앞에서 잠시 한숨을 쉬고 있으니 옆에 있던 할아버지가 무언가 자꾸 말을 한다.

"틴부동, 한궈렌. 부훠이쑤어 중웬."

아무리 말해도 계속 참견이다. 핸드폰으로 번역기를 줘도 발음이 안 좋아 오번역만 계속된다.

무시하고 건물로 들어가니 숙소가 2층에 있다.

"젠장, 오늘도 만만치 않겠다."

그럴싸한 숙소에 들어가 체크인을 하고, 밖에 두었던 자전거를 끌고 들어와 복잡하게 구성된 내부 계단들을 어렵게 오르내리고 방 안에 자전거를 넣어둔다.

"내일 아침에 나갈 때는 또 어떻게 하나. 일단 씻자. 쫓겨날지도 모르니."

일단 샤워만을 하고 간단히 밥을 먹으러 나가며 프런트에 와이파이 사용법을 문의하기 위해 들린다.

가끔씩 중국 숙소의 와이파이는 핸드폰 번호를 요구하고 인증을 받은 후 사용하는 것들이 있다.

"혹시, 온라인 업체에서 전화가 왔나요?"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부커이 수이지아오?"

오늘도 여지없이 험난한 숙소 찾기가 시작된 느낌이다. 트립닷컴의 채팅상담으로 문제를 알린 후 다음으로 예약할 숙소를 알려주고 숙박이 되는지 먼저 확인한다.

일찍 도착하여 시간이 여유롭고, 며칠째 반복되는 일이라 짜증을 내는 것조차 아깝다.

"여긴 취소됐다."

숙박 취소를 확인하고 세 번째 숙소를 예약하고 있으니 지금껏 친절했던 여직원이 무전기 연락을 받은 후 보증금에서 청소비를 청구하겠다고 한다..

"샤워로 수건을 사용했고 방이 더러워졌다. 30위안의 청소비를 내야 한다."

"노!"

단호하게 여직원에게 말했더니 불만스러운 얼굴로 비용을 받지 않겠다고 한다.

확실하게 하기 위해 트립닷컴에 총소비용의 요구를 알려주니 프런트의 여직원과 전화 통화를 한다.

"따로 샤워 요금을 받지 않겠다는 답변 받았습니다."

국내에서 여행할 때도 가능하면 최대한 깨끗하게 숙소를 이용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불결한 느낌으로 사용을 기피하는 것이 아니라 쓸데없이 타인에게 피해 주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 탓이다.

중국의 형편없는 숙소를 다니면서도 한국 사람이나 자전거 여행자에 대한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웬만한 것에 대해서는 웃고 넘어가려고 노력한다.

중국을 여행하며 자전거를 씻어낸 흙들로 샤워실이 더럽혀지면 깨끗하게 청소까지 해가며 다녔기에 80~150위안 숙소들의 청소 상태까지 낱낱이 잘 알고 있는 터이다.

짐도 풀지 않고 낡은 샤워타월 한 장과 허접한 칫솔세트를 사용한 것이 전부인데 방을 더럽혔다는 안내에 열이 살짝 올라온다.

"똥도 안 싸고 침대에 엉덩이도 못 붙였다."

자전거와 짐들을 챙겨 낑낑거리며 계단을 오르고 보증금을 되돌려 받으려고 하니 고객센터와 통화를 했는지 다시 내게 묻는다.

"노!"

"방이 더러워져서 청소 언니가 10위안이라도 받아야 한다고 한다."

"처음부터 10위안을 달라고 하지 그랬어. 노!"

무난하게 숙박은 못하게 됐지만 감사의 인사를 하고 떠나려던 마음마저 한순간 사라져 버리고 평상시의 화난 표정으로 변해버린다.

프런트의 여직원은 무전을 한 번 더 하더니 재차 10위안을 요구한다.

"욕하기 전에 그만해라. 노!"

트립닷컴에 다시 연락을 취하고 나지막하게 짧은 대답은 하니 여직원은 청소 비용을 포기하고 여권과 100위안 보증금을 돌려준다.

찬바람을 일으키며 숙소를 나와 숙소의 입구 계단에 서서 잠시 화를 다스리고 있으니 조금 전의 할아버지가 다시 참견을 한다.

"쫌, 그만해!"

약간 소리를 높여 말했더니 함께 있던 할머니가 할아버지에게 뭔가를 말하고 노부부는 아무런 말 없이 뒤돌아간다.

'한궈렌, 틴부동' 같은 말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보아 할머니가 할아버지에게 못 알아들으니 그만하라는 말을 하는 것 같다.

엿 같은 기분으로 4km나 떨어진 세 번째 숙소로 이동하는데 트립닷컴에서 연락이 온다.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호텔에 연락하여 확인하니 샤워비용을 요청하는 것이 아니고 고객님께서 방금 호텔방을 지저분하게 만들어서 청소비용을 요청하는 겁니다. 지금 고객님께 아무 비용을 청구하지 않고 고객님께서 가셨다고 합니다."

"숙소도 근본이 없지만, 트립닷컴 너도 틀렸어!"

결제가 이루어지고 체크인이 된 상태에서 숙소의 업무 착오로 발생된 사항이라면 먼저 '불편을 드려서 죄송하다' 양해의 안내가 먼저이고, 설령 형편없는 중국의 시스템은 이해하며 넘어간다 하더라도 한국의 트립닷컴은 주숙등록 불가에 의한 투숙거부의 클레임에 대해 안내를 하고 보완을 해야 하는 것이다.

설령 방이 더럽혀졌다 하더라도 트립닷컴 불완전한 시스템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를 사용자에게 돌리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근본적인 문제의 원인은 외국인 숙박에 한해 주숙등록이라는 불편함을 갖은 중국의 숙박업체와 그런 중국의 숙박업체들과 제휴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트립닷컴의 불완전한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것이지 소비자가 한국인이고 서비스 제공지가 중국이라는 것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그만하자. 트립닷컴에 취직할 것도 아니고."

아무리 가난한 여행자이고 긴 여정이 남아있지만 중국의 남은 일정 동안 이런 것을 더 경험하고 싶지 않다. 숙소를 찾는 시간이 아깝고 형편없는 중국의 서비스 마인드를 더는 대면하고 싶지가 않다.

"시간과 마음이 돈보다 더 중요해. 그것이 가치야!"

살랑이는 바람과 따스한 햇살에 기분을 식히며 세 번째 숙소에 도착한다.

30,000원 숙박료의 주점, 친절하게 미소로 시작되는 응대와 안내 그리고 파트별 분장된 업무들이 진행된다.

조식 시간과 무료 제공되는 것들까지 능숙하게 안내를 한다. 역시 서비스는 돈으로 사야 하는 것인가 싶기도 하고 한편으로 씁쓸한 기분도 든다.

자전거를 방안으로 가져가라는 안내를 받고 자전거 앞에서 씁쓸하게 서있으니 여직원이 다가와 방까지 안내를 하겠다며 기다린다.

편하게 쉬라는 인사를 받고 들어선 방을 둘러보고 중국을 여행하며 가장 비싼 숙소에 왔다는 것이 느껴진다.

공기 청정기까지 놓여있고.

"그래, 중국에선 무조건 있어야 해."

깨끗한 침대에.

중국에서 본 가장 큰 TV, 심지어 TV가 켜진다.

샤워실과 화장실이 분리되어 있는데, 샤워실과 화장실을 닫을 수 있는 문이 밀창 방식으로 하나뿐이다.

"두 명이 샤워실과 화장실을 동시에 사용하면 어디를 닫아야 하는 거야?"

한국의 최저가 모텔의 비용 정도인데, 시설은 조금 부족할지 몰라도 전통적 호텔 서비스처럼 응대를 해주니 돈이 뭔지 싶기도 하다.

간단히 요기를 하고 싶은데 주변에 식당이 안 보여서 슈퍼에 들러 콜라와 초콜릿 과자만을 사 온다.

어제 사놓은 맥도널드 햄버거로 저녁을 대신하고.

무료라고 알려준 커피도 오랜만에 마셔본다.

프런트와 룸 사이에 위치한 식당을 둘러보니 그 모양이 제대로다.

"내일 2만원어치 먹어 주겠어!"

중국은 힘들지만 재미있는 나라가 틀림없다. 사는 것이 부족하고 먹는 것이 좋지 않더라도 하물며 먼지 구덩이에서 매일을 살아간다 하더라도 현재의 중국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은 흥미롭고 즐거운 경험이다.

"돈, 돈, 돈."

값싼 자본의 천박함은 한국에도 넘치도록 흔하다. 굳이 중국까지 여행을 와서 대면할 필요가 없는 경험이다.

"지금까지 경험으로도 충분해."



경비내역
식비:4위안 / 식료품:19위안 / 숙박: 30,350원 / 합계:23위안, 30,350원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47일 / 맑음 ・ 20도
셰현-샹청현-위저우시-신정시-정저우시
황하강을 품은 정저우로 향하는 마지막 여정이다. "가자, 황하로!"


이동거리
143Km
누적거리
6,312Km
이동시간
8시간 32분
누적시간
442시간

 
S103도로
 
S103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예현
 
신정시
 
정저우시
 
 
3,527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86-1173-0089

 

장가계에서 시작되어 정저우로 향하던 길이 140km만이 남아있다.

"정저우까지 하루에 달려버릴까."

정저우에 가기 전, 소림사를 구경할까 싶다가 이틀을 보내기엔 별 매력을 못 느낀다.

숙소 조식을 먹기 위해 8시에 식당으로 내려간다. 

"만원어치은 먹어야 한다."

전날 왕푸주점에 비해 빈약하게 느껴지는 메뉴들과 식당의 시설들이다.

"4천원의 차이인가. 왕푸가 이상했던 거야."

"요거 핫 아이템인가?"

약밥처럼 달콤한 맛이 나는 쫀득한 밥.

우선 입가심으로 간단히 일차를 끝내고.

죽순의 식감이 아삭하니 참 좋다.

그리고 본격적인 2차전 돌입. 달콤한 검은 밥은 중국인들이 잘 안 먹나 보다. 유독 그것만 많이 남아있어 전부 가져오고 싶은 마음을 겨우 참는다.

든든하게 아침을 먹고 9시가 넘어 길을 출발한다. 150km를 달려야하지만 날이 좋고 하니 괜스레 여유가 생긴다.

역시나 대도시로 향하는 도로라 길들이 잘생김의 연속이다.

별난 오토바이 사용법들을 보지만 늘 새롭고 기예적이다.

"저게 중심이 잡히나?"

"이것은 자전거 도로입니다."

좋은 도로를 생각 없이 달리다 순간 방심했다. 갑자기 좁은 노점들이 들어선 길로 안내하는 고덕지도다.

넓은 국도를 건너온 뒤라 다시 도로를 건너 가기도 귀찮고 해서 억지 춘향격으로 고덕지도의 안내를 따라간다.

"방심한 놈이 잘못한 놈이지."

역시나 좁고 이상한 골목이 이어지고.

그런데 집들의 대문 위에 붉은 춘련으로 복(福)이나 희(喜), 길(吉) 같은 문구들이 붙어있을 곳에 이상한 문자들이 쓰여있다.

"이건 아랍어 같은데."

어제부터 간간이 보이던 모습 중에 하나가, 연한 핑크색의 보자기를 머리와 얼굴에 둘러쓰고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여자들이 보였다.

흙먼지가 워낙 많이 날리니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혹시 히잡 같은 것이 아닌가 싶다.

"징저우, 무역, 실크로드, 아랍상인..."

연상 단어들이 쭉 머릿속을 스쳐지나 간다. 생각해보니 이곳 사람들 중에 생김새가 조금 이국적인 사람들이 많다.

허름한 골목 사이로 낡은 가게들과 아랍어들이 계속 눈에 보이고.

갑자기 나타난 흥미로운 분위기의 거리에 중국의 관광객들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보이고.

120km를 더 달려야 하는 갈 길 바쁜 자전거를 붙잡는다.

옛 방식의 2층 건물 구조들이 늘어선 거리가 나타난다.

골목길을 오면서 이슬람 모자를 쓴 남자들을 몇 명 지나쳤는데, 초입에 모자를 쓰고 빵을 만드는 남자가 보인다.

싱글싱글 웃으며 이방인 여행객을 친절하게 대해준 남자.

밀가루 반죽에 내용물을 넣고 화덕에 굽는다.

7위안의 빵을 하나 사드니 묻지도 않았는데 빵의 이름을 알려준다.

"里边的, 리비엔더"

남자에게 아랍어를 가리키며 궁금한 것에 대해 물어본다.

"저쓰 썬머?"

처음에는 가게 이름을 말하더니 이내 무엇을 묻는 것인지 이해한 듯 이슬람이라 한다.

"여기가 예전에 무슬림이 살던 곳이야?"

남자가 주방으로 들어간 사이 그의 아내가 머리를 가로저으며 내가 왔던 골목 쪽을 가리킨다.

"중국의 한복판 징저우에 무슬림의 후손들이 사는구나."

세대를 넘어 이어지는 삶의 연속성이 경이롭다 느껴진다.

"하찮고 가볍게만 보이는 삶이란 것이 점점으로 이어져 다시 삶을 만들어 가는구나."

골목을 따라 십이간지로 보이는 조각 기둥들이 세워져 있고.

마치 옛 인사동 골목을 걷는 것처럼 다양한 것들이 판매되고 있다.

거리의 끝에 웅장한 성문이 나온다.

"이쪽이 안쪽이면, 성문으로 들어서면 이어지는 상점거리였나 보네."

襄城(상성, 샹청),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성문을 드나들며 각자의 삶을 지나쳐 갔을까 생각한다.

평지로 들어선 중국의 동북지역을 지나다 보니 도시들의 공통점이 있다.

도시 진입 전 큰 사거리의 회전 교차로를 지나게 되고, 시 중심을 가운데 두고 우리의 외곽 순환도로처럼 동그란 도로가 겹으로 둘러싸고 있다. 아마도 예전의 성을 중심으로 형성된 도로의 형태가 지금까지 이어진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생각지도 않은 샹청성을 구경하느라 12시가 다가오는데 110km가 넘게 남아있다.

"너무 여유 부렸나?"

복사와 붙이기를 해 놓은 것 같은 똑같은 풍경의 연속이다.

"이 너른 평지를 차지하기 위해 징그럽게 싸울만 하네!"

샹청성을 구경하느라 보내버린 1시간을 만회하기 위해 부지런히 앞만 보고 달린다.

13시, 위저우시의 초입까지 땀이 나도록 달려 81km가 남아있다.

"제법 줄었네. 좀 더 달리면 샹청성의 시간은 만회되겠다."

오는 동안 핸들 패니어에서 맛있는 냄새를 풍기던 리비엔더를 꺼내어 점심으로 먹는다.

썩 괜찮은 맛이 나는 리비엔더 반쪽을 먹고 잠시 고민을 하다 나머지 반쪽도 해치운다. 제법 많은 양이라 배가 든든해진다.

바쁘게 오느라 콜라를 사 오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게 느껴진다. 

"콜라랑 조합이 딱인데. 아쉽다!"

위저우시로 들어가는 멋진 회전 교차로를 지나 시의 외곽을 따라 이동한다.

오전의 경쾌했던 라이딩과 달리, 아침과 리비엔더로 배를 채운 탓인지 식후 졸음처럼 나른해지고 페달링이 느려진다.

"톡 쏘는 콜라가 필요해."

14시, 간절하게 콜라를 생각하며 달리는 동안 마땅한 슈퍼를 찾지 못하고 겨우 10km 남짓 이동을 한다.

"아, 졸려! 콜라가 필요하다고!"

작은 마을을 지나며 첫 번째로 보이는 슈퍼에 들어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콜라와 물을 집어든다.

무언가를 말하는 슈퍼 할머니와 눈웃음을 주고받으며 콜라를 따서 시원하게 한 모금 마셨지만 맛이 이상하고 요상하다.

"뭐야? 짝퉁이잖아! 아놔."

톡 쏘는 상쾌함은 전혀 없고 뭔가 비릿하고 거북한 향이 나는 요물이다.

"흐엉, 내 3위안."

탄산의 시원함으로 소화도 시키코, 지루한 나른함도 깨고 싶었던 바람은 짝퉁 콜라의 비린 역겨움으로 비슷한 결과를 가져온다.

어쨌든 나른함이 사라지고 컨디션이 돌아와 경쾌하게 시원한 도로를 내달린다.

30여 분을 달리던 중, 전방이 차량들로 정체되어 뒤엉켜 있다.

공사 중인가 생각하며 가까이 다가서니 도로변으로 어수선한 분위기의 사람들이 모여있고, 도로는 오토바이와 경차로 막아 놓았다.

"중국에서 님비(NIMBY)로 지역민들이 시위를 할 일은 없을 테고, 뭐야?"

반대편 차로는 화물차들이 막고 서있고 그 틈을 빠져나가려는 차량들로 복잡하고, 도로변은 많은 사람들이 모여 굉장히 어수선하다.

지금까지와 사뭇 다른 무겁고 어두운 분위가 심상치 않다. 오토바이와 차량으로 막아놓은 곳을 지나가니 도로 앞쪽에 관처럼 보이는 것이 놓여있고 도로에 부서진 파편들이 여기저기 널려져 있다.

"오 마이 갓, 사고가 난 거잖아."

인명사고다. 사고가 발생한지 제법 시간이 지난 것 같은데 앰뷸런스나 구급차, 공안 같은 구조나 수습을 담당하는 기관의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아무리 땅덩어리가 넓다 해도 사람들이 이렇게 모여있고, 관을 갖다 놓을 정도의 시간이 지났는데 이게 뭐야."

중국에 흔한 것이 장례용품을 파는 곳이라 앰뷸런스보다 관이 먼저 왔나 생각되어 헛웃음이 나온다.

안타깝다. 중국의 오토바이는 동승자가 많아 어린아이가 아니길 바라며 빠르게 길을 지나쳐간다.

체감상으로 중국의 도로는 우리의 도로보다 위험하지는 않다. 도로의 폭이 넓고 자전거나 오토바이가 다니는 공간까지 확보되어 있어 좋은 길들이다.

문제는 무조건 들이밀고 자기 마음대로 하는 이상한 중국 사람들의 경향 때문이다.

전방에 차량이 뻔히 달려오는데도 자기가 먼저 회전을 하면 그만이고 그것을 보며 달려오는 차량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크락션만 울리면서 피해 간다.

중국의 일반도로에는 신호등이나 건널목이 따로 없다 보니 차로를 건널 때는 유턴을 해야 하는데 그것이 귀찮으니 그냥 역주행을 하거나 무작정 가로질러 버린다.

그것도 차량들의 흐름을 살피고 하면 양반인데, 그냥 자기 마음대로 한다. 양보도 안 하고 눈치도 안 보니 사고가 안나는 것이 신기한 것이다.

사고 현장을 벗어나 길을 따라가는데 3륜 오토바이 2대가 길을 막고 떠들어 댄다.

사람이든, 자동차든, 오토바이든 항상 이렇게 아무데나 서면 그만이다. 뒤에서 한참 동안 서서 기다려도 눈치도 안 보고 자기들 말만 한다.

"할배들, 할 이야기가 있으면 저쪽 구석에 달구지를 세우고."

20여 분쯤 달리니 화물 차량을 검문하는 곳에 교통 공안들이 제복 같은 딱딱한 표정으로 화물 운전자들과 실랑이를 하고 있다.

차량으로 가면 사고 현장까지 몇 분이면 갈 거리다.

"니들이 있어야 할 곳이 여기가 아닌 것 같은데. 한심한 중국!"

15시, 50km가 남아있다. 기분도 전환할 겸 간만에 보이는 정자에 자리를 잡고 쉬어간다.

내가 오는 것을 빤히 쳐다보고 웃으며 인사를 하니 고개를 돌리는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모습이 귀엽게 느껴진다.

핸드폰을 하고 있으니 또 빤히 쳐다보고, 내가 얼굴을 쳐다보면 시선을 피한다.

너무 귀여워 두어 번 장난을 치다 사진을 찍으려니 또 먼 산을 쳐다본다. 주변에 산도 없는데.

"호호, 할매. 궁금하면 어디서 오셨소하고 물어보면 되지."

쉼 없이 1시간 반을 달려 정저우시의 외곽에 들어선다.

복잡하게 이어지는 교량의 하부 도로를 자전거를 타고 가는 남녀의 뒤를 따라 손쉽게 빠져나간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남녀가 아니었다면 미로처럼 느껴지는 복잡한 도로의 구조 속에서 한참을 헤매었을 것 같다.

"난감하네."

자동차 전용도로처럼 보이는 진입로 앞에서 길을 잃고 망설인다.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아파트 공사장의 측면 도로는 가로막혀 있다. 지도를 보며 우회하는 경로를 찾고 있으니 오토바이 몇 대가 지나가며 아무렇지 않게 도로로 진입하여 올라간다.

"이럴 땐 그냥 따라가야 해!"

어느 도시를 가나 어마어마한 빌딩들이 올라가고 있다.

5시 40분, 조금씩 혼잡해지는 도로를 따라 정저우시에 들어선다.

베이징에 가까워질수록 도시의 규모가 엄청나게 커지고 있다.

사람들로 가득한 버스터미널을 지나고.

정저우시의 기차역에 도착한다. 주숙등록의 문제로 며칠 동안 고생을 한 탓에 빈관들이 많이 모여있는 기차역 주변으로 온 것이다.

"너무 배고프다."

맥도널드에 들어가 140km를 달려온 허기를 채워보지만 역시나 부족하다.

바로 도로변의 식당으로 찾아가 메뉴를 고르고.

"왠지 실패한 느낌은 뭐지? 이 푸르뎅뎅한 것들은 뭔가 뒤바뀐 느낌이잖아."

"뭐지?"

아삭아삭거리는 피망과 돼지고기의 기름맛이 예상외로 맛이 좋다.

밥을 먹으며 주변의 빈관들을 여러 군데 검색해 둔다. 기차역의 주변이라 작은 빈관들이 많아서 오늘은 크게 어려울 것 같지 않지만 모르는 일이다.

도로변에 있는 깨끗한 빈관으로 들어간다. 프런트에 앉아있는 젊은 여자는 상냥하게 웃으며 응대를 한다.

"워 쓰 한궈렌, 워 커이 수이지아오마?"

빈관의 여자는 뭔가를 살펴보더니 주숙등록을 할 수 없다고 하며 안타까운 미소를 보인다.

"자이 중궈 수이지아오 헌난! 헌난!"

리셉션의 의자에 앉아 푸념을 하듯 여자를 바라보며 웃으니 빈관의 여자도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헌난!"

다른 빈관을 검색하며 구시렁거리며 웃고 있으니 빈관의 여자가 멋진 아이디어라도 생각이 난 듯 웃으며 체크인을 하라고 한다.

"커이?"

여자는 웃으며 핸드폰의 번역기에 중국어를 적어 보여준다.

"혹시 공안이 오면 쫓겨날 수도 있다. 하지만 큰 문제가 없으면 공안들이 오지는 않는다. 괜찮을 것이다."

"시에 시에!"

숙소를 찾지 못하고 있는 여행자가 애처로웠는지 주숙등록을 하지 않고 투숙을 하라며 배려를 해준다. 가격도 저렴한 100위안의 깨끗한 빈관이다.

자전거를 넣어둘 수 있는 공간이 없는 빈관이라 도로변에 자전거를 묶어두고 패니어들을 옮긴다.

"편하게 숙소를 해결했는데. 이 정도쯤이야!"

샤워를 마치고 바로 침대에 쓰러진다.



경비내역
식비:50위안 / 식료품:27위안 / 숙박:100위안 / 합계:177위안



하늘밥도둑 후원 : KEB 하나은행 / 변차섭 / 415-910665-18507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D+46일 / 맑음 ・ 20도
난양시-팡청현-예현
정저우시를 향해 가는 길, 매일 120km가 넘는 거리를 달리고 있다. "중국, 너 쫌 넓다!"


이동거리
114Km
누적거리
6,169Km
이동시간
6시간 48분
누적시간
433시간

 
G234도로
 
G234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난양시
 
팡청현
 
예현
 
 
3,384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86-1173-0089

 
어제 먹은 술에 때문에 뒷골이 무직한 것이 숙취가 있나 보다.

"괜히 술은 마셔가지고."

침대 시트를 부둥켜 안은 채 게으름을 피우다 숙소의 조식 제공 서비스가 생각난다.

"조식이 있었지!"

8시 58분, 조식 마감 타임을 2분 남기고 부랴부랴 식당을 찾아 내려간다.

한, 두 사람을 제외하고 모두 식사를 마친 것인지 식당 안이 썰렁하다. 중국 사람들은 밥을 먹으면서 왜 사람을 힐끔힐끔 쳐다보는지 모르겠다.

"젓가락 자동 세척기인가?"

음식들은 거의 떨어져 딱히 먹을 것이 없다. 흰죽도 보이질 않고 빵과 계란 그리고 수박, 오렌지를 겨우 접시에 담는다.

"아깝네. 만원어치는 먹어야 하는데."

흰죽이 없어서 아쉬웠지만 수박과 오렌지를 간만에 먹을 수 있어서 만족.

방으로 돌아와 어제의 사진들을 업로드하고 편하게 뒹굴거린다.

"천천히 출발하자, 날도 길고 날씨도 좋은데 뭐."

차를 한 잔 마시며 오랜만에 시간의 여유를 부린다. 오늘 가야 할 곳은 110km 거리에 있는 예현이다.

10시쯤 출발해서 부지런히 가면 6시 전에는 도착할 것 같다. 길이 나쁘지 않거나 펑크만 나지 않는다면.

이틀 연속 주숙등록과 트립닷컴 그리고 숙소들의 황당한 응대에 너무나 피곤하고 짜증스럽다. 아침부터 오늘은 숙소를 찾아 얼마나 헤맬지 답답함이 밀려온다.

체크아웃을 하려고 룸키를 프런트에 반납하니 여직원이 중국어로 뭐라고 하는데 못 알아들으니 답답해한다.

"是要退房吗?"

'투이팡' 퇴방이 체크아웃인가 보다.

"웬만하면 체크아웃 같은 기본 영어 단어는 좀 해라."

어제 술을 샀던 슈퍼에서 콜라와 물 그리고 숙취를 달래줄 요구르트 한 병을 산다.

"콜라가 3위안인데 양도 적은 요구르트가 6원이라니."

누렁이가 곧 검둥이로 변할지도 모르겠다.

좀 늦은 아침 시간인데도 오토바이 부대들이 거리에 가득하다. 차와 사람, 오토바이가 한 번이라도 뒤엉키면 정말 답이 없는 곳이 중국이다.

오는 길에 어떤 중년의 여자가 오토바이를 타고 택시와 마주 서서 대치하고 있는 것을 본다. 복잡한 1차선 도로에서 자전거 도로가 아닌 일반도로를 자신이 역주행했으면서 택시를 막고 불만 가득 심술궂은 표정으로 택시를 째려보고 있다.

"민폐도 저런 민폐가 없다."

시내를 벗어날 때쯤 차량들이 줄지어 정체되어, 무슨 일인가 궁금해하며 지나가는데 중간에 접촉 사고가 난 차량들이 길을 막고 있다.

각도상 자전거 도로를 가던 승용차를 SV차량이 받은 것 같다. 아무리 봐도 중국인들에게 사이드 미러는 필요 없는 장치이다.

사고 때문에 차들이 정체되었나 싶었는데 우회전하는 곳에서부터 도로공사가 있어 차들이 지나가지 못하는 것이다.

차량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공사 구간을 인도에 올라 자전거를 끌고 이동한다.

공사구간이 끝나는 지점에서 3륜 오토바이를 탄 할아버지가 줄줄이 이어 나오는 차량들을 난감하게 지켜보고 있다.

"할배, 거기로는 절대 못 가. 완전히 막혔다고요."

할아버지가 어떻게 할까 흥미진진하게 지켜보는데, 한참을 기다리며 망설이더니 끝내 역주행을 시작한다.

그리고 한 대씩 빠져나오기도 버겁던 좁은 길을 완전히 막아버린다.

"하하하, 완전 용자 할배."

시원하게 펼쳐진 도로를 내달리다 더는 견딜 수 없는 크락션 소음에 이어폰을 꺼내든다.

"내가 진짜 웬만해서는 자전거 탈 때 이어폰 안 쓰는데. 화병으로 누군가 한 명 죽이는 것보다 이게 차라리 낫겠어."

이어폰을 써도 크락션 소리들이 어찌나 우렁찬지 큰 문제는 없고, 고막을 찢어 놓을 듯한 소리가 좀 작아지니 천국이 따로 없다.

잘나가던 도로가 작은 마을을 지나며 나빠지기 시작한다.

폭죽과 결혼용품을 파는 가게. 결혼식 폭죽은 따로 있나 싶기도 하고.

길가에서 1위안짜리 빵을 두 개 산다.

마을을 지나치며 잠시 쉴 곳을 못 찾고 울퉁불퉁 곰보바닥으로 변해버린 도로를 달리다 시골 마을로 들어가는 초입에서 잠시 쉬어간다.

12시 20분, 80km가 남아있다.

3일째 연속되고 있는 동일한 풍경, 정확하게 무엇인지 확인해 본다.

"보리는 아니고, 생강도 아니고, 파도 아니고."

생김새가 보리와 비슷한 것이 밀이 맞나 보다. 어릴 때 시골에서 가끔 밀밭을 보기는 했지만 그 기억이 흐릿하다.

"저 안에 텐트 치고 한나절 누워있고 싶네."

빵은 밀가루 빵이다. 내용물이 있을 줄 알았는데 아무것도 없이 단백하고 짭조름한 게 매력 있다. 앞으로 자주 먹을 것 같다.

곰보바닥의 길은 한 시간이 넘도록 계속된다. 허리가 아파오고 덜컹거리는 자전거의 승차감이 피곤하기 그지없다.

중국에서 무서운 것들 중 하나는 뭐든 시작되면 한참 동안 이어진다는 것이다. 빨리 도시가 나와 도로 환경이 바뀌었으면 좋겠다 생각한다.

한 시간이 조금 넘어 드디어 팡청현에 들어선다. 도시의 초입 광장에 커다란 석상이 세워져 있다.

張騫(장건, 장치엔)
한나라 때의 여행가로 중국에서 서역으로의 교통로를 공식개통하는데 영향을 주었다. 그의 여행으로 서역의 지리·민족·산물 등에 관한 지식이 중국으로 유입되어 동서 간의 교역과 문화가 발전하게 되었다. (두산백과)

"어머, 선배님! 반갑습니다."

할머니가 쓰레기 같은 것을 엄청 큰 포대에 담아 자전거로 옮기고 있다.

"아이고 할매, 기어도 없는 자전거로 어떻게 가시려고."

팡청현을 지나 좋아질 것 같던 도로는 이내 지나쳐왔던 도로와 같은 모양으로 이어지고.

오후 3시, 엉망인 도로를 타고 오느라 쉽게 피곤해져 버리고 문이 닫힌 담벼락에 기대어 잠시 쉬었다.

"40km 남았는데, 끝까지 이러려나?"

높은 담에 날카로운 유리조각까지 촘촘하게 박아 놓은 집. 중국에서 담벼락을 보기도 힘들지만 뭐 대단한 것이 집에 있을까 싶기도 하고.

잠시 쉬고 마지막 스퍼트를 하려고 하니 화물 차량들이 길게 줄지어 길을 막고 있다.

다양한 종류의 화물 차량들의 정체되어 줄이 끊이지 않는다.

그 와중에 직각으로 끼어드는 차량이 한 차선을 마저 막아버리고 만다.

다행히 자전거가 다니기에 충분한 공간이 있어 늘어선 화물차의 끝이 어디일까 궁금해하며 조심스럽게 지나친다.

길은 작은 마을을 관통하고 차량들의 줄은 끝이 안 보인다.

3km 가까이 차량들이 밀려있고, 역시나 그 끝에는 무시무시한 공사구간이다.

"다 나오려면 밤새야겠네. 쌤통인데!"

공사가 시작되는 지점에서부터 잘생기고 쾌적한 도로가 이어진다.

조심스레 화물차량들과 파헤쳐진 도로를 지나느라 30분 동안 4km 밖에 이동하지 못했지만 지금부터 시원하게 달려볼 것이다.

멀리 밀밭 너머로 풍력 발전기의 바람개비가 보이고, 날개가 나를 향해 돌아간다.

"굿! 이럴 때 뒷바람인가."

신나게 페달을 밟아 라이딩을 즐기다 보니 서서히 오늘의 목적지인 예현이 보이기 시작한다.

"네가 여기서 왜 나와?"

5시에 예현에 도착한다. 오토바이가 주차장을 가득 들어찬 최신식 쇼핑몰과 옛 시장 골목이 함께 있는 소도시 예현.

뭔가 포스가 느껴지는 거리가 눈에 들어온다. 이층의 근대 가옥 구조로 보이는 건물들이 길게 이어지고.

예전의 상가들, 무역이나 교역들의 물품들이 거래되던 곳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곳을 중심으로 좌우, 길 건너에 재래시장들이 자리 잡고 있고, 재래시장 옆으로 최신식 쇼핑몰들이 들어서 있다.

작은 소도시에 인구가 얼마나 많으면 이렇게 거대한 시장들이 이어질까 싶다.

맞은편 작은 공원에 앉아 숙소들을 검색한다. 트립닷컴에는 이 지역 숙소가 안 보이고, 고덕지도을 검색해 적당한 곳을 선택한다.

"오늘은 제발 쉽게 가자."

공원 옆, 구두를 수선하는 할아버지를 구경하는데 두 남자가 다가와서 말을 건다.

여행에 대해 묻고, 자전거에 관심을 보이더니 자전거를 들어본다.

힘을 주어 드는데 꿈쩍도 하지 않는 자전거. 약간 당황해하더니 있는 힘껏 뒤쪽을 겨우 들어 올린 후 엄지를 척하고 세운다.

"대단하다!"

시끄럽게 두 남자가 떠들어 대니 주변의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나를 주시한다.

"오늘도 멋짐 폭발. 근데 너무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쳐다보니 조금 부끄럽네."

검색해 두었던 빈관은 낡아 보이는 2층 건물인데 80위안이나 달라고 한다.

"그냥 조금 비싸더라도 숙소 같은 곳에서 자자."

근거리에 있는 규모가 있는 주점으로 들어갔다. 119위안 숙박비에 야진까지 300위안을 결제하고 무난하게 체크인을 한다.

자전거 보관을 문의하니 한 아저씨가 오더니 숙소 밖의 주차장에 놓으라 알려준다.

"안돼, 자전거 잃어버리면 절대 안 돼!"

프런트 직원이 방으로 가지고 올라가라 안내해 준다.

갑자기 의욕에 찬 아저씨가 내 얼굴에 침을 튀기며 뭔가를 설명하고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으로 가 보았지만 엘리베이터가 너무 작다.

"노노노노!"

억지로 엘리베이터에 자전거를 넣으려는 아저씨와 웃으며 실랑이를 하는 사이 숙소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나를 신기하게 쳐다본다.

"아, 이 몹쓸 놈의 인기란."

아저씨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관우상이 모셔져이는 곳에 자전거를 놓으라고 한다.

다섯 번을 넘게 관우상을 가리키며 여기에 놓아도 되는지 물어도 아저씨는 괜찮다고 한다.

자전거를 놓고 아저씨와 농담을 하며 손으로 웃으라고 제스처를 하니 이해를 못 하고 어리둥절 쳐다본다.

"笑!"

번역기를 보여주니 돋보기를 꺼내어 들여다보고 알았다며 웃는다.

아저씨는 굳이 방까지 직접 안내를 해주고 필요하면 연락하라며 핸드폰 번호까지 알려주고 내려간다.

의욕이 넘치는 친절한 할배다.

샤워를 하고 저녁을 먹으러 간다. 방에 놓인 커피가 유혹의 손짓을 날린다.

"이건 무료야? 유료야?"

이너웨어 등쪽에 소금꽃이 폈다.

"이제 이것을 벗을 때가 됐나."

숙소를 나와 주차장에 앉아있는 할배에게 '츠판' 했더니 자기를 따라오라며 앞장을 선다.

첫 번째 들어간 집은 면만 파는 집.

바로 옆에 있는 두 번째 집에 들어가 뭔가를 설명하더니 여기서 먹으라고 알려준 뒤 씩씩하게 돌아간다.

"아, 완소 캐릭터 할배."

모형이 아니고 실제로 돌아갈 것 같은 인테리어.

"중국 식당치고 너무 밝은데."

돼지고기 메뉴를 골랐는데 빌지까지 가져와 무언가를 계속 추천하는 사장님.

몇 개를 거절하다 마지못해 15위안 두부요리를 추가한다.

"그래, 오늘까지만 시발 비용이다."

먼저 두부요리가 나오고 소스가 나온다. 중국 식당에서 음식을 받으며 감사하다고 하면 대부분 어색해 한다.

언제나 식당에서 음식을 받을 때 '감사합니다' 인사를 한다.

녹색 소스는 차 맛이 나고, 주황색 소스는 약간 매콤한 느낌의 소스다.

젓가락으로 두부를 꺼내어 소스에 찍어 먹고 있으니 주인이 와서 먹는 법을 알려준다.

그릇에 두부를 넣고 두 가지 소스를 조금씩 넣어 으깬 후 먹는 것이다.

순한 두부와 소스가 맛이다. 특히 차 맛이 나는 소스가 일품이다.

조금 후 돼지고기 요리가 나오고.

"오, 비주얼 터지네."

중국에서 먹은 돼지고기 중 가장 부드럽고, 우리의 중국요리와 비슷하니 맛이 좋다.

두 공기 클리어하고.

손가락 하트를 날리는 여자는 사장의 부인인 듯한데, 식사 중에 갑자기 나타나서 '안녕하세요. 오빠!'를 하는 바람에 식당의 모든 사람들이 내가 밥 먹는 것을 구경하게 만들어 버렸다.

식사 후, 위챗의 SNS를 하는지 음식 품평을 해달라고 하며 질문 공세를 펼친다.

"맛이 아주 좋다. 중국에서 먹은 저녁 중에 최고다."

그리고 셀카봉을 들고.

"다 모여! 이 얼 싼!"

계속되는 질문 공세를 피해 바이바이.

숙소에 돌아와 커피에 대해 물으니 한 개에 5위안이라고 한다. 커피 엄청 비싸다.

숙소 할배에게 밥을 잘 먹었다고 인사를 하니 자전거를 관우상이 있던 곳에서 프런트 맞은편 책들이 꽂혀있는 곳으로 옮겨놓았다고 알려준다.

그리고 밀밭의 사진을 보여주며 무엇인지 물었는데 할배의 발음이 안 좋아 계속 오번역이 난다.

번역기에 '밀'을 써서 보여주니 어떻게 알았냐며 놀라워한다.

"小麦, 샤오마이"

주변에 슈퍼를 찾았지만 없다. 중국은 길거리 가로수에 반짝이는 조명을 많이 달아 놓는다.

"반짝거리는 거 무진장 좋아한다. 골목에 가로등이나 설치하지."

숙소에 들어오며 보니 사람들이 유치한 가운을 입고 1층을 돌아다닌다. 숙소에 온천이라며 목욕탕 같은 시설이 있나 보다.

"이건 한국 동네마다 있는 목욕탕인데."

이너웨어와 져지를 샴푸로 손빨래를 하니 누런 흙물들이 빠져나온다.

장가계부터 매일처럼 100km 이상을 달려왔다. 베이징까지 850km 정도가 남아 8일 정도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다.

정저우에 도착하면 베이징까지 조금 속도를 늦춰 여유 있게 가려고 한다. 

"시발 비용도 이제 그만하고, 빼먹은 일기도 채워 넣고."




경비내역
식비:55위안 / 식료품:33위안 / 숙박:119위안 / 합계:201위안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45일 / 맑음 ・ 20도
상양시-난양시
일찍 쉬지 못한 탓인지 피곤함이 씻기지 않은 아침이다. "그래도 비가 안오니 좋네."


이동거리
130Km
누적거리
6,055Km
이동시간
8시간 45분
누적시간
426시간

 
S217도로
 
S103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샹양시
 
신예현
 
난양시
 
 
3,270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86-1173-0089

 

주숙등록으로 밤거리를 헤맨 저녁, 허름한 버스터미널 근처의 숙소에서 보낸 밤은 새우잠을 잔 것처럼 피곤하고 몸이 무겁다.

8시, 서둘러 짐들을 정리하고 빈관 옆에 있는 식당으로 들어간다. 버스터미널의 뒷골목에는 작은 식당과 빈관들이 줄지어 들어서 있다.

한자 메뉴판을 번역기로 스캔하고 치킨이 들어간 밥 메뉴를 주문하니 나온 음식은 심플하다.

"뭐랄까 중국식 조식 느낌인가?"

확실히 면요리보다 밥을 먹으면 속이 든든한 느낌이 든다. 오늘의 목적지는 130km 정도 떨어진 난양시, 계속해서 100km가 넘는 라이딩이 이어진다.

"일단 아침밥은 먹었으니 오늘 하루 제발 뿌연 먼지도 사라지고 그리고 숙소도 쉽게 찾기를."

샹양시를 빠져나오는 시내의 도로는 그동안 중국에서 보지 못한 정도로 혼잡하고 요란하다. 차량들이 길게 정체된 도로에서 자전거 도로는 물론이고 인도까지 진입해서 새치기를 하는 운전자들이 보인다.

많은 차량과 오토바이들 넓은 도로를 가득 채우고 있지만 서로의 규칙이 있는 것처럼 물 흐르듯 움직이는 중국 도시들의 모습은 혼잡하지만 무질서하지는 않다. 하지만 어떤 규칙이 무너지면 차량과 오토바이 그리고 사람들이 뒤섞이며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어 버린다.

"야! 아무리 바빠도 인도까지 차를 몰고 들어오면 어떻게 하니?"

유난히 복잡하고 무질서한 샹양시의 모습이다. 여기저기에서 끼어들기를 하는 차량들과 절대 양보를 하지 않는 중국의 운전자들이다.

더 재미있는 것은 무조건 차량의 머리를 집어놓고 보는 운전자들이 언제나 이기는 것 같다.

자전거나 오토바이에 대해 위협적으로 운전을 하지는 않지만 절대 양보를 하지 않는 중국의 운전자들은 자전거나 오토바이가 전용도를 달려오든 말든 우선 도로로 진입하려고 한다.

후진이나 직진을 하여 도로로 진입하는 차량의 운전자들이 다가서는 자전거를 확인하고 차량을 세워 자전거가 지나가기를 기다려줄 것이라 생각하면 사고가 나기 쉽다. 중국의 운전자들은 대부분 눈이 마주쳤다고 해서 차량을 세워주지 않는 것 같다. 무조건 먼저 도로에 진입하여 들어간다.

어수선했던 샹양시를 벗어나고 한적한 S217 국도에 들어선다.

"아휴. 살 것 같네. 아침이 어수선하면 하루가 꼬이던데."

여기저기 나무를 싶으며 조경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많이 보인다. 공공 근로와 같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여자들의 모습이 더 많이 보인다.

"그래 나무를 많이 심어. 부지런히 심어 봐."

한적한 밀밭의 풍경이 이어지고.

"중국의 평야가 대단하구나."

"이 기름진 중원을 차지하기 위해 그렇게도 싸웠다는 거지?"

한가로운 밀밭의 풍경 속을 달려가는 사이 멀리 검문소와 같은 건물이 보인다.

다리를 건너거나 아니면 지역의 경계에 들어서면 가끔씩 보이는 교통 공안의 검문소다.

처마가 있는 그늘에서 잠시 앉아 쉬어간다.

"어라. 수도!"

검문소로 들어가 교통 공안에게 수도에서 세차를 해도 되는지 물어본다.

"커이 시쳐! 쒸~~~~~!"

자전거에 물을 뿌리는 제스처를 하니 어디에서 왔는지를 물어보더니 세차를 하라고 허락해 준다.

며칠 동안 흙구덩이 길을 달려오며 엉망으로 더러워진 자전거를 세차한다.

"아, 속이 다 시원하다."

다시 도로를 따라가다 작은 마을에 있는 식당으로 들어간다.

점심시간이라 허름한 식당 안에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로봇 모양의 반죽기가 있는 식당에서 주문을 하고.

작은 외부 테이블에 앉아 점심을 먹는다.

"역시 시골 밥이 푸짐하고 저렴하고 맛있어!"

1시 반, 샹양시에서 60km 떨어진 신예현의 초입에 들어선다.

"안녕!"

조금은 지루한 라이딩이지만 중국의 소도시에 들어서면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즐겁고 재미있다.

신호의 길이가 조금 긴 중국이 신호등 때문에 라이딩의 속도가 조금 느려지고.

신예현을 벗어나자 멋진 플라타너스 가로수의 길이 이어진다.

다양한 가로수가 이어지는 중국의 도로는 중국 여행의 또 다른 재미다.

"아고, 할매요. 어디를 가세요?"

1시간의 라이딩과 휴식을 반복하는 사이 멀었던 난양시 외곽의 모습이 천천히 시작되고.

체육복을 입은 학생들과 각종 바퀴 달린 것들이 도로변을 가로막고 있다.

"뭐지?"

하교길의 아이들을 데려가기 위해 학부모들이 자동차와 오토바이 등을 가지고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너무나 생경한 모습이라 이유 같은 것을 생각해봐도 잘 모르겠다.

"대중교통이 안 좋거나 남다른 자식 사랑인가?"

저마다 자동차에 오토바이에 중학생 정도 돼 보이는 아이들을 태우고 집으로 간다.

새로 들어서는 아파트 단지를 지나고.

음식을 파는 노점들이 모여있는 거리를 지나.

난양시를 가로지르는 바이허강에 도착한다.

수초섬이 떠있는 바이허 강변의 풍경이 평화롭고 아름답다.

강변과 대교 위에서 낚시를 하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뭐가 잡히기는 해요?"

"오호."

종징대교의 난간에 자전거를 세우고 바닥에 주저앉는다.

"오늘도 부지런히 달렸어!"

트립닷컴으로 숙소를 검색하다 종징대교를 건너기 전 강변에 높이 세워진 주점으로 찾아간다.

자전거를 세워두고 넓은 리셉션으로 들어가 주숙등록이 되는지를 물으니 숙박을 할 수 없다고 한다.

"오늘도 시작인가?"

트립닷컴으로 두 번째 숙소를 예약하고 바이허강을 건너 5km 정도 떨어진 빈관을 찾아간다.

종징대교 건너자 넓은 해방광장이 나오고 사람들이 모여 이른 저녁의 한가로운 시간을 즐기고 있다.

퇴근 시간에 맞물리며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오토바이 행렬 속에서 이리저리 부딪히며 두 번째 빈관에 도착한다.

예약 승인이 난 두 번째 숙소에 도착했지만 주숙등록을 할 수 없다고 한다. 장난을 치듯 중국의 숙박시스템을 이해할 수 없다는 제스처를 하니 리셉션의 여자 직원들도 동의를 하며 웃는다.

조금 피곤하지만 어젯밤처럼 팬티 바람으로 쫓겨나 길거리를 방황한 탓에 조금은 해탈하거나 체념한 상태의 기분이다. 약간의 피곤함에 트립닷컴으로 조금 비싼 주점을 선택하여 결제를 마친다.

"그냥 비싸더라도 쉽게 가자. 쉽게!"

자전거를 끌고 대리석이 깔려있는 리셉션으로 들어가자 중년의 남자 매니저가 다가와 말을 걸어온다. 바우처를 보여주며 예약을 확인하니 매너 있는 태도를 유지하던 중년의 매니저는 조금 당황하는 기색이다.

"왜? 내가 더러워서 그래 아니면 더러운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여기에 오면 안 돼?"

호텔의 예약 시스템이 어떻게 운영되는지는 모르겠지만 호텔의 매니저는 방이 없다며 다른 주점을 소개해 주겠다며 안내한다. 매너 있게 응대를 하는 매니저의 모습에 기분이 상하지는 않지만 조금씩 짜증이 시작된다.

매니저를 따라 맞은편 주점으로 이동하고 남자는 주점의 리셉션에 상황을 설명하는 모습이지만 안된다는 뉘앙스의 제스처다. 매너 있는 남자는 정중하게 사과를 하며 예약 취소와 함께 숙박 불가의 안내를 한다.

"정말 어이가 없다."

네 번째의 주점까지 숙박을 거절당하고 트립닷컴의 채팅상담으로 예약한 주점에 전화를 걸어 주숙등록 가능 여부를 먼저 확인해 달라고 요청한다.

난양시 주점들이 모여있는 거리를 빙빙 돌아 다섯 번째 주점에 도착한다. 건물 안쪽으로 주차장과 마당이 있는 전형적인 예전 주점의 모습이다. 친절한 리셉션의 안내에 따라 무난하게 체크인이 이루어진다.

"숙소를 잡는 데 무려 3시간이 걸렸군."

샤워를 하고 기진맥진 침대에 쓰러지니 씁쓸한 감정이 찾아든다.

"중국여행, 주숙등록, 중국의 서비스 마인드, 가난한 여행자의 주머니 그리고 빌어먹을 트립닷컴."

저녁을 먹기 위해 밖으로 나가니 시장처럼 보이는 도로변의 골목이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오늘은 좀 취해야겠다."

양꼬치와 오징어를 구이를 주문하고.

슈퍼에 가서 작은 병의 싸구려 백주를 사서 함께 저녁을 한다.

커다란 민물고기를 추가로 주문하고.

오랜만에 마시는 술과 피곤함에 빠르게 취기가 올라온다.

"양꼬치 헌 하오 취! 중궈 한 하오!"

"오늘은 좀 취했다."

"아무것도 아니다. 여행길에서 좋은 날도 나쁜 날도 있겠지 뭐."

쓸데없이 지치고 힘든 하루가 지나간다.




경비내역
식비:77위안 / 식료품:18위안 / 숙박:24,031 / 합계:95위안, 24,031원



하늘밥도둑 후원 : KEB 하나은행 / 변차섭 / 415-910665-18507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44일 / 맑음 ・ 18도
징먼시-샹양시
8층 숙소의 창문으로 밝은 햇살이 들어온다. 기분좋게 시작된 하루다. "오늘은 제발 상큼하게!"


이동거리
128Km
누적거리
5,925Km
이동시간
8시간 17분
누적시간
418시간

 
G207도로
 
G207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징먼시
 
이청시
 
샹양시
 
 
3,140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86-1173-0089

 

날이 맑아 기분이 좋아지는 아침이다. 빌딩 너머로 희뿌연 하늘은 마치 서울 어느 곳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날씨가 좋은 날의 아침에는 뭔가 마음이 바빠진다.

"중국의 날씨에 길들여졌나 봐."

짐들을 정리하고 출발을 서두른다. 오늘의 목적지는 130km 떨어진 샹양시다.

숙소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아침을 해결한다.

"호떡같이 생겼네."

인상이 좋은 식당의 부부에게 면국수를 주문하고, 이제는 물도 없고, 반찬도 없는 중국의 음식에 익숙해져 편안하다.

"한국에 가면 설마 생각나는 거 아냐?"

길들여진 것은 날씨만이 아닌가 보다.

희뿌연 도시의 하늘과 흙먼지가 가라앉은 도로를 따라 시내를 벗어난다.

단지 비가 내리지 않는 날씨 외에 어제의 도로 환경과 딱히 달라진 것은 없어 보인다.

시의 외곽으로 멀어질수록 하늘은 조금씩 파랗게 변해가지만 그만큼씩 흙먼지가 내려앉은 도로와 주변의 모습들은 회색빛으로 변해간다.

"그냥 지옥 같던 어제의 맑은 날 버전이네."

그저 무난하지 않더라도 너무 힘든 상황이 없었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뿐이다.

"짙푸르던 싱그러운 가로수들은 다 어디로 사라진 거지?"

두껍게 내려앉은 흙먼지들이 노란 유채꽃의 색감과 대비되어 더욱 황량하게 느껴진다.

잠시 도로변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도로의 이정표에 낙서를 한다.

"하늘밥도둑 왔다 감!"

길게 뻗어있는 회색빛 도로를 따라 샹양시로 향한다.

대형 트럭이 통행이 빈번해서 그런지 도로의 상태가 갈수록 나빠지나 싶더니.

거북껍질처럼 변해간다. 덜덜거리는 자전거의 승차감이 형편없다.

속도를 맞춰 옆에서 따라오던 아저씨와 사진을 찍고.

고장이 난 버스를 지나치고.

여전히 알 수 없는 병원의 광고판을 지나.

50km 정도 상태가 좋지 않은 흙먼지 도로와 하늘을 바라보며 무감각하게 지나치고.

12시 반, 후지전(胡集镇)에 도착한다.

출출함이 찾아드는 시간이지만 샹양시까지 가야 할 길이 멀고.

별다른 특색도 업이 희뿌연 회색빛의 도시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지도앱을 켜고 도로와 거리를 확인하는 사이 도로변의 가게에서 젊은 남녀가 반갑게 다가와 말을 건넨다. 대부분 무신경하게 살펴보는 중국인들이지만 젊은 친구들은 확실히 호기심이 많고, 특히나 젊은 여자들은 한국에 대한 인식이 좋은 것 같다.

"그나저나 이곳의 공기는 왜 이런 거야?"

후지전을 벗어나자 도로는 다시 엉망으로 패어있고.

중국의 소도로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대형트럭들이지만 지나치는 트럭들이 유난히 많게 느껴지는 이유는 뿌옇게 흩날리며 다가오는 흙먼지 때문이다.

역풍이 불어오는 날씨에 화물차들이 지나칠 때마다 숨쉬기조차 힘든 먼지들이 날아든다.

버프를 하고 고개를 숙이며 지나치지만 숨을 쉬기가 힘들 정도다.

자전거를 세우고 차량들이 지나치고 흙먼지가 줄어들면 다시 출발하기를 반복한다.

"공사구간이 있는 것도 아닌데 대체 뭘까?"

흙먼지와 진흙탕의 갓길 사이에서 크락션을 울려대며 지나치는 대형트럭들과 함께 길을 이어간다.

"어제의 다른 버전이다. 정말 중국 왜 이래?"

노란 유채꽃이 만발한 주변은 풍경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엉망이 된 도로와 도로를 벗어나기 위해 길을 따라갈 뿐이다.

어렵게 15km 정도를 겨우 이동하고 도로변에 있는 주유소에 흙먼지를 뒤집어쓴 얼굴을 씻어내고 있으니 중년의 남자가 다가온다.

"시쳐?"

자전거와 수돗가를 번갈아 가리키며 자전거를 씻을 수 있는지 물어보니 남자는 매정하게 안된다고 한다.

주유소의 한편에 앉아 허기를 채우고, 미지근한 콜라 한 모금이 칼칼한 목을 타고 시원하게 넘어간다.

마을을 지나며 뒤편에서 윙윙거리며 다가오는 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도로에 물을 뿌리는 차량이 다가온다.

"야! 안 돼!"

어떻게 피할 시간도 없이 물을 뿌리고 지나쳐간다.

"세차를 해주려던 거지? 그런 거지?"

"좀 씻어냈으면 좋겠는데."

이청시로 향하는 도는 이전의 도로 상태와 180도 달라진다. 간간이 도로에 물을 뿌리며 지나가는 차량들이 있어서 흩날리는 흙먼지의 양도 많이 줄어든다.

"하늘빛이 왜 이래?"

이청시 외곽의 도로 곳곳에는 세차를 하는 집들이 계속 나타난다. 마지막으로 보이는 집에 들어가 할아버지에게 세차를 할 수 있는지 물으며 자전거에 물을 뿌리는 제스처를 하니 안된다고 한다.

"뚸 샤오첸?"

가격을 물어 요금을 지불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해도 손을 가로저으며 심드렁하게 안된다는 제스처를 한다.

"산골에는 사는 남부 사람들에 비해 인심들이 야박하네."

3시 이청시를 가로지른다. 아직도 샹양시까지는 50km가 넘게 남아있다.

자전거 도로에 차량들이 들어오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는데 징저우시와 이청시에서 얌체족들을 간간이 보게 된다.

"비가 내리려는 하늘은 아닌데. 정말 하늘 색이 더럽네."

매일 비가 내리던 남부에서 맑은 하늘을 보기가 힘들더니 중부로 올라오니 흙먼지 때문에 맑은 하늘을 보기가 힘들다.

이청시를 벗어나고 도로변에서 파인애플을 팔고 있는 트럭을 발견한고 출출함이 찾아들어 자전거를 세운다.

"예쁘게도 깎았네."

장수시로 가는 길에 만났던 나선형으로 파인애플을 깎던 아저씨와 달리 벌집처럼 파인애플을 다듬는다.

파인애플을 사서 갈증과 출출함을 달래본다.

시원한 파인애플을 먹으며 부부의 트럭을 살펴본다.

"넌 사탕수수!"

"넌 아직도 모르겠다."

3시 반, 파인애플 부부의 곁에 앉아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여전히 40km가 남아있는 샹양시를 향해 출발한다.

흙먼지가 내려앉은 도로를 벗어나려는 듯 거칠게 페달을 밟아가며 거리를 삭제한다.

"벗어날 거야!"

한 시간 반을 쉼 없이 달리고 샹양시의 초입에 들어선다. 혼잡하게 막혀있는 공사구간을 지나고.

한쑤이강을 건너 짙푸른 도시의 가로수길을 마주한다.

갑자기 변하는 중국의 도시들은 언제나 생경하고 재미있다.

사람들이 산책을 하고 있는 공원으로 자전거를 끌고 들어간다.

수로의 건너편으로 샹양성의 모습이 보인다.

"아고, 좋네!"

평화로운 공원에 앉아 있으니 하루의 노곤함이 내려앉는 기분이다.

자전거를 끌고 공원을 걸으며 산책을 하고.

"완전 봄이네."

샹양성공원에서 빈관을 예약하고 숙소로 간다.

"정말 반짝이는 거 좋아해!"

숙소에 들어가 체크인을 하고 빈관 근처의 식당으로 들어가 저녁을 한다.

"이거 똥집 요리인데."

식당의 발랄한 꼬마 아가씨는 발목에 동그란 야광 고리를 걸고 돌아다닌다. 한국이나 중국이나 손주들을 대하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애틋함은 비슷한 것 같다.

저녁을 하고 숙소에 들어가 쉬고 있으니 친절했던 숙소의 여자가 올라와 주숙등록이 안돼서 숙박을 할 수 없다고 한다.

"..."

친절하게 응대를 하던 숙소의 여자에게 괜찮다며 인사를 하고, 트립닷컴으로 주변의 빈관을 다시 예약한다.

예약 승인이 나고 두 번째 빈관으로 찾아가니 리셉션의 젊은 여자는 주숙등록이 안된다며 다른 빈관으로 가라고 한다.

"..."

결제가 승인된 예약의 취소가 이루어지는지조차 확인할 수가 없다. 트립닷컴의 고객센터에 문의를 해보려고 해도 전혀 연결이 되지를 않는다. 주숙등록의 문제로 여러 차례 채팅 상담을 통해 숙박거부에 대한 클레임 상담을 했지만 로봇과 다를 바 없는 상담원의 기계적인 답변에 짜증이 올라온다. 언제나 무성의한 답변만을 반복하는 담당자의 평가에 마이너스 별점을 줄 수 없는 것이 억울할 지경이다.

"트립닷컴! 이 (*&(^&%&^^%$^%&*&^^."

어렵게 한국의 고객센터와 연결을 하고 숙박거부에 대한 자료들을 이메일로 보내주면 추가 보상을 해주겠다는 답변을 받는다.

"그 잘 난 어플에 클레임에 대한 서비스 메뉴는 없는 거야?"

빈관의 여자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주숙등록이 되는 주점을 소개해 주겠다며 빈관 주변에 있는 커다란 주점으로 데려간다.

"뚸 샤오첸?"

"600위안!"

주점으로 안내한 후 후련한 듯이 떠나는 빈관 여자의 뒷모습이 너무나 얄밉게 느껴진다.

"아휴. 저 공감 능력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지지배!"

털레털레 자전거를 끌고 화려한 주점을 나선다. 여행경비를 아껴야 하는 가난한 여행자의 씁쓸함이 느껴진다.

"여기가 버스터미널인가?"

우연히 지나간 터미널 근처의 어두운 골목에는 허름한 빈관들이 들어서 있다.

"참나. 숙소가 이렇게 많은데 들어갈 곳이 없다."

거리에 서서 호객을 하는 할머니들과 농담을 하며 60위안을 외치는 빈관으로 들어간다.

"할매. 이쁘네. 근데 나 한국사람인데!"

할머니들에게 한국사람인데 잠을 잘 수 있냐고 물어보니 그제서야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를 묻더니 웃으면서 안된다고 한다.

"하하하하. 거 봐. 안되잖아! 사진이나 찍어요."

자전거를 끌고 몇 걸음 더 옮기고 다시 호객을 하는 아저씨에게 붙잡힌다.

"워 쓰 한궈렌. 워 커이 수이지아마?"

호탕하게 웃으며 대답을 하는 남자에게는 숱한 경험에서 축적된 능글능글함이 전해진다.

"커이. 커이!"

주숙등록이 되어도 그만, 안되어도 그만이다. 4~5만원 정도의 금액이면 주숙등록이 되는 주점이나 빈관들은 너무나 많다.

숙소의 여자가 내어준 따듯한 차를 마시고 있으니 제복을 입은 공안이 빈관으로 들어온다.

"뭥미?"

공안들은 한국사람인지를 묻고는 숙소의 남자와 설왕설래 언쟁을 하듯 목소리를 높여간다.

아마도 터미널 근처의 허름한 빈관들은 주숙등록을 하는 시스템이 없는 것 같다. 뭔가 부정적인 제스처를 하는 공안에게 푸념을 하듯 거세게 말하는 남자의 모습이 중국영화에서 많이 들어본 것 같은 억양이다.

잠시 후 공안은 아무런 말 없이 빈관을 나가고, 숙소의 남자는 괜찮다며 방으로 들어가라고 한다. 숙소의 가격을 물으니 90위안이라고 한다.

"오홍, 비싸네."

피곤한 하루다. 자전거를 끌고 밤거리를 더 돌아다니고 싶지 않아 허름한 터미널의 빈관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한다.

시골의 40위안 빈관보다 더 허름한 방이다. 첫 번째 빈관에서 샤워를 한 터라 낡은 침대에 누워 잠이 들기를 기다린다.

이상한 일이지만 베이징이 가까워질수록 뭔가 각박해지고 숙소를 찾는 것이 오히려 더 어려워지는 중국이다.

"주숙등록. 아 빌어먹을 주숙등록!"






경비내역
식비:28위안 / 식료품:8위안 / 숙박:90위안 / 합계:126위안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43일 / 비 ・ 10도
징저우시-징먼시
비가 올 것 같은 하늘이다. 좋은 날이 하루를 못 간다.


이동거리
89Km
누적거리
5,797Km
이동시간
6시간 50분
누적시간
409시간

 
도로
 
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징저우시
 
쓰리푸전
 
징먼시
 
 
3,012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86-1173-0089

 
피곤함이 조금 남아있는 아침이다. 징저우시에서 하루를 더 머물고 싶지만 베이징으로 가는 일정이 불확실하여 아쉽지만 떠나기로 한다.

프런트로 내려가 자전거와 짐들을 정리하는데 리즈훼이는 아직 출근 전인지 보이질 않는다.

감사의 인사를 하고 싶은 마음에 조금 더 기다렸지만 오지 않아서 프런트 동료에게 네임카드를 건네주며 리즈훼이에게 전해달라 부탁을 한다.

하늘을 뒤덮은 먹구름은 금방이라도 빗방울을 떨어뜨릴 것 같고, 찬 바람이 불어 조금 쌀쌀하게 느껴지는 날씨다.

어제 리즈훼이가 장강변에서 알려준 징저우 고성을 둘러보고 징먼시로 향할 생각이다. 징먼시까지는 89km 정도의 거리다.

"한 시간 정도 고성을 둘러보고 떠나도 충분하겠어."

고성으로 가는 사거리, 출근길 복잡한 도로에서 자전거 도로를 막고 끼어들기를 하는 차량이 있다.

"어딜 가나 존재하는 그런 부류들."

고성입구 사거리까지 오는 동안 맥도날드와 할배치킨을 보며 어렵게 지나쳐 왔는데, 이번에는 못 참겠다.

"햄버거가 당기네. 과소비 한 번 정도는 괜찮지 뭐."

"어라, 메뉴가 왜 이래? 햄버거 세트 어디로 갔어. 다른 컨셉트 매장인가?

햄버거 메뉴가 없고 브런치 메뉴 같은 것들만 보인다. 할 수 없이 세트들을 살펴보니 테이크아웃 커피가 보인다.

도로의 먼지들 때문인지 이틀 전부터 아메리카노 한 잔이 먹고 싶었다.

"오, 아메리카노!"

세트 1번을 주문하며 아메리카노인지를 두 번이나 확인한다. 포스기에 18위안만 찍혀 있어서 이상하다 생각하고 있으니 종업원도 왜 저러나 싶게 쳐다본다.

"18, 16. 34위안 아닌가?"

잠깐 눈이 마주친 종업원이 무언가를 추가할 것인지를 물어보는데 잘 모르겠다.

"뭐?"

종업원이 큰 그림의 두유 같은 것을 보여준다.

"No. I wanna have some coffee!"

알았다는 듯 직원은 18위안이 적힌 포스를 가리킨다. 빵과 커피가 세트고 두유 같은 것이 16위안인가 보다.

뭔가 아쉬워 4위안 텐더 같은 것을 추가로 주문한다.

"이런 걸 먹어서는 간에 기별도 안 가."

순식간에 빵과 텐더는 사라져 버리고, 43일 만에 마시는 아메리카노는 꿀맛이다.

빵을 해치우고 매장을 둘러보니 메뉴판이 달라진다.

"뭐냐? 아침 메뉴였어!"

아침 해장국집에는 샐 수 없이 다녀봤지만 아침 햄버거를 먹어본 적이 없으니 오전의 시스템을 알 리가 없다.

"됐다. 아메리카노에 만족한다."

커피를 마시며 리즈훼이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니 중국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라며 건네받은 명함 사진과 한국어로 음성 메시지를 보내준다.

"감사합니다."

제대로 된 조카 한 명 있으면 소개해 주고 싶은데 정말 아쉽다.

"내 조카들은 분명히 리즈훼이가 싫어할 거야."

반쯤 남은 커피를 물통 케이지에 꽂아 넣고 사거리를 건너 징저우 고성으로 간다.

우선 눈에 보이는 용들이 꼬리를 물고 올라가는 원기둥 조각탑이 보이고.

"커다란 인감도장 같네."

조금 길을 따라가면 성문 사이로 차들이 지나다닌다.

중국에는 거대한 성들이 많아서 그러는지 일반적인 성문들은 차나 사람들이 다니는 길로 사용되는 것 같다.

과거의 길을 그 용도에 맞게 그대로 사용한다는 것이 꽤 괜찮아 보인다. 말이나 수레가 다니던 길을 차량과 오토바이가 지나다닌다.

성문의 도로를 지나 오른 편으로 들어가면 고성의 정문이 나온다. 우리의 성문들과 비슷한 느낌이다.

성문 건너편 매표소가 있어 입장료를 받는지 확인하러 간다. 자세히 살펴봐도 고성에 대한 사항은 없고 주변 관광지들의 관람권을 판매하고 있다.

성문을 살펴봐도 딱히 입장권을 확인하는 곳도 없고, 사람들도 자유롭게 드나드는 것으로 보인다.

"일단 가보지 뭐. 잡으면 그때 표를 사고."

성 안쪽으로 작은 호수가 성벽을 따라 이어지고 산책로에는 목련나무가, 호수변에는 오래된 수양버들 나무가 길게 들어서 있다.

꽃잎이 떨어지기 시작한 목련의 진한 꽃내음이 가득 퍼져 향기롭게 느껴진다.

성벽을 따라가다 커다란 인물상이 세워진 건너편 공원으로 건너간다.


屈原(굴원).
중국 전국시대의 정치가이자 비극시인. 학식이 뛰어나 초나라 회왕(懷王)의 좌도(左徒:左相)의 중책을 맡아, 내정·외교에서 활약하기도 했다. 작품은 한부(漢賦)에 영향을 주었고, 문학사에서 뿐만 아니라 오늘날에도 높이 평가된다. 주요 작품에는 《어부사(漁父辭)》등이 있다. (두산백과)

"어부사? 들어본 것 같은데."

"어쨌든 선생님 반갑습니다."

이곳을 추천해 준 리즈훼이에게 인증샷을 보낸다. 손가락으로 굴원의 조각상을 가리키고 있으니 누구인지 물어보는 줄 알았나 보다.

"屈原, 중국의 단오절은 그를 기념하는 날이에요."

굴원이 멱라수에 투신하여 죽은 날이 음력 5월 5일 단오날인데 중국에서는 이날을 문학의 날로 기린다. 특히 단오날에 댓잎에 싸서 먹는 쫑쯔(粽子)는 굴원을 기리기 위한 음식으로 유래되었는데 쫑쯔를 강물에 던져 물고기들이 굴원의 시신을 뜯어먹지 못하게 했다는 풍속이 전해진다. (두산백과)

그냥 여기 왔다 것을 알린 것인데 역사 공부를 시켜준다.

"시에 시에."

공원의 산책로를 천천히 따라가며 고덕지도의 목적지를 징먼시로 설정하고 공원을 빠져나기는 길을 찾는다.

일반적으로 중국의 공원에는 자전거를 못 가지고 들어가는 것 같고, 대부분 출입구에 기둥들을 촘촘하게 세워두어 들어가기도 힘들다.

공원을 나가려고 보니 출구로 향하는 다리들이 5개가 넘는 계단을 올라서 이어진다. 마침 '한국인이냐'며 관심을 보인 아저씨가 계단을 오르는 것을 도와준다.

그런데 문제는 다리를 건너니 출구 쪽에 기역자 모양의 통제 기둥이 빼곡하게 박혀있어 지나갈 수가 없다는 것이다.

"야, 이건 도저히 못 넘어가겠다."

다리 위에서 망설이고 있으니 조금 전의 아저씨가 뒤따라와 무거운 자전거를 함께 들어 올려 간신히 통제 기둥을 넘어온다.

"역시 중국에서는 못하는 것은 있어도 안 되는 것은 없어!"

아침부터 이리저리 어수선한 것이 심상치가 않다.

공원을 나와 아파트 공사가 한창인 엉망인 도로를 지나간다. 조금씩 빗방울이 떨어지고, 힘겹게 파헤쳐진 도로를 지나 비단길 같은 도로로 겨우 접어든다.

"아휴, 이제 살았네."

새로 지어진 아파트의 신작로는 얼마 가지 못하고 막다른 길로 이어지고 흙길의 외진길로 들어선다.

"고덕양, 네가 그렇지 뭐."

빗방울이 굵어지며 옷들이 젖어든다. 우의를 챙겨 입고 길을 재차 확인하고 출발한다.

갈림길, 다시 한번 지도를 확대해가며 확인하고. 오늘도 고덕지도의 안내를 무시하며 달린다.

G207 국도는 내리는 빗줄기에 조금씩 노면이 젖어들더니 진흙밭으로 변해가고, 도로를 타고 올라오는 비린 흙냄새가 진동을 한다.

"이런 환경이라면 비가 오는 게 나을까? 앞이 보이지 않는 흙먼지가 날리는 것이 나을까?"

"정말 얘들은 만리장성을 수십 개도 쌓을 수 있을 민족 같다."

어떻게 이런 적재 기술을 습득했을까 싶다.

도로의 상태가 너무 안 좋다. 움푹 패거나 바닥을 드러낸 도로가 거침없는 중국의 운전자들마저 온순하게 만들어 버린다.

좋은 곳을 골라 운행을 하느라 느릿느릿한 거북이 운행들을 한다. 문제는 역주행을 서슴지 않고 하기 때문에 나에게 달려들지 않을까 온 신경이 곤두세워야 하는 것이다.

"그냥 천천히 가라. 그 길이 그 길이다."

후베이성에는 무덤에 꽂아두는 조화들을 슈퍼에서 흔하게 판매한다. 가계들마다 종류가 다르지만 색들이 화려하고 길쭉하다.

도로는 비로 인해 내려앉은 흙먼지와 도로에 엉겨 붙어 있던 흙들로 세라믹 코팅이 된 듯 반질반질한 진흙밭이다.

끊임없이 지나치는 다양한 종류의 화물차들과 진흙밭으로 파헤쳐진 도로가 이어지는 끔찍한 라이딩이다.

빗방울은 멈췄지만 비바람처럼 차갑고 거친 바람이 나를 향해 불어온다. 화물 차량들이 흩날리는 진흙 먼지들이 온전히 나에게 날아든다.

"지옥이 따로 없구나. 이런 곳에서 매일처럼 어떻게 살까?"

회색분을 뿌려놓은 듯 보이는 모든 것들이 흙먼지투성이다. 돌아가고 싶을 만큼 모든 것이 끔찍하다.

며칠 전에 사놓은 빵과 아침의 커피로 잠시 쉬어간다.

태극기는 이내 찢어질 듯 휘날리고.

"이건 거의 머드팩 수준인데!"

2시, 찬바람에 못 이겨 뒤늦게 버프를 꺼내 뒤집어쓰고 다시 진흙밭으로 들어간다.

속도가 나질 않아 아직도 가야 할 거리가 60km가 넘게 남아있다.

지옥길을 달리는 나와는 상관없이 들녘의 풍경은 너무나 예쁘다.

조금씩 바람이 잦아드나 싶더니 후드득 빗줄기기 쏟아져 내린다.

아스팔트 길을 달리고 있지만 진흙밭에서 뒹구는 기분이다. 흙먼지로 코팅이 되어 반들반들 윤기가 나며 질척거리는 도로를 달려간다.

고통스러운 길도 언젠가는 끝이 난다. 어쩌면 더 힘들 길과 상황이 나타날 수도 있지만 그 길 또한 언젠가는 끝이 날 것이다. 그러니 할 수 있는 것은 알 수 없는 그 마지막을 향해 무던히도 꿋꿋하게 걸어가는 것뿐이다.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 괜찮질 것이니 모두 잊으라 말하지만 단지 시간이 지나서 괜찮아지는 것은 세상에 없다.

"매일 아침 눈을 뜨는 것이 두렵다. 남들과 다르지 않는 삶을 살아가며 포기하는 삶에 익숙해져가는 것이 매일매일이 두렵고 슬프다."

징먼시의 외곽에 들어서며 흙먼지의 도로는 깨끗하게 바뀌어가고, 내리는 비의 양도 여름날의 소나기처럼 늘어간다. 징저우시를 벗어나며 시작된 힘들었던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듯 징먼시의 중심을 향해 힘차게 달려간다.

유난히 한적한 징먼시의 도로는 중심에 가까워질수록 조금씩 혼잡스러워진다.

남은 20km의 거리를 1시간에 삭제를 하고.

징먼시내에 들어서 자전거의 속도를 줄인다.

여름날의 소나기처럼 내리는 빗줄기 속에서도 열기가 오른 몸에서는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난다. 사거리의 네모난 육교 아래에 자전거를 세우고 가까이 위치한 숙소를 트립닷컴으로 검색을 하고 예약한다.

5시, 지옥 같은 도로와 궂은 날씨 속에서 힘들었던 하루의 라이딩에 비하면 생각보다 이른 시간에 도착한 것 같다.

"정말 엉망이네!"

"잘 도착했으니 됐다."

반질반질 빛이 나는 대리석 바닥의 주점으로 들어가 여권과 바우처를 제시하니 아주 쉽게 체크인이 된다.

흙탕물이 떨어지는 자전거를 끌고 들어오기가 조금은 미안한 주점에 자전거를 방으로 가져갈 수 있는지를 묻자 리셉션 측면의 넓은 공간에 자전거를 세워두라며 안내를 한다.

엘리베이터가 있어 패니어들을 옮기는데 수월하고, 리셉션 측면의 넓은 공간이라 분실의 위험도 전혀 없어 괜찮지만 깨끗한 주점의 한편에 더러운 자전거를 놓아두려니 조금은 미안한 생각도 든다.

샤워만을 하고 저녁을 먹기 위해 밖으로 나온다. 퇴근시간이 되었는지 도로 위는 차량들로 가득하다.

속소 맞은편 심플하고 모던해 보이는 작은 음식점으로 들어간다. 융신현에서 젊은 남자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모던하게 만들어진 중국음식의 만족스러운 저녁이 생각나 젊은 남자가 운영하는 식당을 선택한 것이다.

"뭔가 모양이 이상하네."

왠지 허전하고 이상한 음식에 메뉴판을 보고 닭다리 하나를 더 주문한다. 개방된 주방에서 젊은 남자는 비닐팩을 뜯고 닭다리 하나를 냄비에 담아 열을 가한다.

"조리 식품이냐? 너에게는 백선생이 필요하겠다."

허기를 채운 것만으로 만족하고 숙소로 돌아와 젖은 옷들을 세탁한다. 입구 천장에 설치되어 있는 붙박이 난방기에 요령껏 세탁물들을 걸어놓고.

하루를 마무리 한다.

"정말 힘든 하루였어."





경비내역
식비:45위안 / 식료품:17.5위안 / 숙박:15,364원 / 합계:62.5위안, 15,364원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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