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32일 / 흐림
카잔
이틀 전부터 날씨가 심상치 않다. 이글의 아들이 아파트로 방문하기로 한 날이다. 오랜만에 만난 이글 부자에게 시간을 내어준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15,540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1,122시간

 
이글아들
 
황금붕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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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잔
 
카잔
 
카잔
 
 
2,558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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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모스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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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계절 날씨는 기본적으로 흐리고 비가 오는 날씨인가 보다.

오래된 아파트의 가스렌지는 수동이다.

점심 무렵 이글의 아들이 찾아왔다. 2년간 통화만을 하고 오랜만에 얼굴을 본다고 한다.

오랫동안 두 남자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친구 같은 부자의 관계처럼 보인다.

두 남자가 이야기를 하는 동안 자료를 정리하며 휴식을 취한다. 카잔 크렘린을 구경하기로 했지만 하루 정도 푹 쉬고 싶은 생각이다.

이글이 선물한 손뜨개질로 만든 양말, 따듯한 것이 수면 양말로 사용한다.

오후까지 부자의 대화가 계속된다. 가족끼리 많은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부럽게 느껴진다.

시골의 늦둥이로 태어난 나는 부모님과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낸 기억이 없다.

어린 시절 서울로 유학을 떠난 후 혼자 떨어져 살았고, 성인인 된 이후에는 연로한 부모님과의 대화는 불가능했다.

사춘기의 어린 시절과 혼란스러웠던 20대의 시간, 한때는 친구와 같은 젊은 부모를 둔 친구들이 부럽기도 했다.

카잔 크렘린은 내일 둘러보기로 하고, 이글과 함께 저녁을 먹은 후 맥주를 마시며 일찍 쉬기로 한다.

이글은 무언가 생각이 난 듯 길 건너편 슈퍼로 가자고 하더니 간편하게 먹을 수 있은 오트밀 팩을 여러 개 집어 든다.

"이게 오트밀이구나."

"이건 아침에 요거트에 넣어먹던 건데."

시리얼로 생각하고 사서 먹었던 것은 오트밀이었나 보다.

"어쩐지 조금 딱딱하더라."

누나와 통화를 한 후 기분이 가라앉는다. 매일처럼 힘들어하는 그녀의 모습이 안쓰럽다.

"사비, 푸시킨의 황금 붕어 이야기를 알아?"

"아니."

푸시킨의 동화 어부와 황금물고기 이야기를 해주려던 이글, 재빠르게 검색을 하고 짧은 동화를 읽는다.

번역기로 이글의 설명을 들으려면 어쩌면 저녁 시간을 모두 사용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글, 나 황금 붕어 읽었어."

이글과 많은 대화를 나눈다. 호기심이 많은 이글은 궁금한 것이 많다. 종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이글이 묻는다.

"신이 있다고 생각해?"

"나는 유물론자이고 실존주의자야. 그래서 신을 믿지는 않지만 인간의 절대자를 향한 믿음의 행위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하고, 때로는 그 모습이 숭고하다고 생각해."

"사비, 살면서 어려움이 생겼을 때 어떻게 이겨내야 하지?"

어려운 질문이다.

"나는 아프면 아픈 만큼 아파하고, 슬프면 슬픈 만큼 슬퍼하라고 한다. 그것을 감추려 하거나 부정하려 하면 자신에 대해 아무것도 알 수 없고, 결국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게 된다. 아프고 힘들지라도 숨김없이 자신에 대해 스스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신 앞에서 모든 것을 드러내듯 진심을 다해 자신을 들여다보면 자신만의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네."

"응."

"사비, 넌 나에게 황금붕어와 같아."

이글과 긴 이야기를 나누고 초저녁 일찍 쓰러진다.


"진흙 수렁에 빠진 코끼리가 스스로를 끌어내듯 너 자신을 구하라."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31일 / 흐림
나베레츠니 첼니-카잔
안드레, 보바, 이글과 함께 정신없이 보낸 나베레츠니 첼니의 시간을 뒤로하고 다시 여행을 떠난다. 러시아의 오래된 도시들을 지나 모스크바로 향하는 여정이다. 카잔까지 함께 가자는 이글의 제안으로 이글의 차를 타고 카잔으로 향한다.


이동거리
263Km
누적거리
15,540Km
이동시간
7시간 11분
누적시간
1,122시간

 
M7도로
 
M7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첼니
 
카트미쉬
 
카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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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린 후 맑은 아침의 바람이 좋다.

첼니에서의 일주일을 보내고 카잔으로 떠나는 날, 이글과 함께 카잔으로 가기로 한다.

안드레는 언제나처럼 인도차를 끓여 아침을 해결하고, 안드레의 차는 향과 맛이 좋다.

"사비, 가끔씩 연락해야 해."

안드레와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지만 참 편안한 친구다. 짐들을 정리하며 안드레에게 중국과 몽골, 러시아, 카자흐스탄의 여행 동안 사용했던 버프를 선물한다.

"안드레, 산에 갈 때나 강에 갈 때 이것을 써."

좀 더 좋은 선물이 있다면 좋겠지만 안드레라면 기꺼이 기분 좋게 받아줄 것 같다.

땅이 넓어서 인지, 전쟁이나 재해를 대비한 것인지 러시아의 지하 주차장의 지상은 아무런 용도 없이 비어있다. 우리라면 지상의 주차장으로 빼곡하게 이용을 할 텐데 말이다.

이글이 안드레의 집으로 찾아오고 짐들을 들고 밖으로 나온다.

"안드레, 이제 가야 해."

이글의 승용차에 자전거의 바퀴들을 분리하고 짐들을 싣는다.

월터의 말처럼 헤어짐의 감정은 그다지 좋아하거나 익숙해지는 감정이 아닌 것 같다.

"안드레, 잘 있어."

아쉬움의 인사를 여러 차례 반복하고 안드레와 헤어진다.

"다시 만날 시간이 우리에게 주어지기를 바란다. 내 친구, 안드레."

이글은 성능이 떨어진 USB 케이블을 사주기 위해 전자기기 가게에 들르고.

튼튼해 보이는 USB 케이블을 사준다.

"아프리카까지 잘 써 볼게."

러시아의 물가는 우리보다 20~30프로 정도 저렴하다.

이글은 보바에게 가서 작별 인사를 하자고 한다. 이글이 말하지 않았더라도 그렇게 하자고 부탁했을 것이다.

보바의 직장으로 이동해서.

보바와 작별 인사를 한다.

언제나 다정다감한 따듯한 친구 보바, 소치에서 꼭 다시 만나자.

보바와 헤어지고 이글은 이발을 하자며 이동을 한다. 꼼꼼한 이글은 오늘의 동선을 메모리에 적어왔는지 뭔가를 계속 확인하며 시간을 사용한다.

며칠 전부터 이발을 하고 싶다고 말했지만 그동안 시간이 없어 머리카락을 자르지 못하고 있었다.

미장원에 앞선 손님이 있어 잠시 대기한다.

"얼마 만이야. 오늘 날씨 참 좋다."

미장원 앞에 있던 작은 고양이가 살갑게 다가와 자리를 잡는다.

"네가 사랑받는 법을 아는구나."

"잠깐 비포 사진을 찍고."

눈 내리던 몽골에서 머리를 자르고 러시아까지 왔다.

"기분 전환이 필요한 요즘이야."

짧게 머리를 자르고 인증샷, 시원하게 잘린 머리가 마음에 든다.

러시아의 모든 곳에는 할머니들의 노점이 있다. 거리에 나와 시간을 보내며 작은 용돈을 버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날씨가 쌀쌀하여 춥지는 않을까 생각되지만 이렇게 거리에 나와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도 괜찮겠다 싶다.

이글과 카잔으로 향한다. 200km 정도의 거리, 3시간 정도 이동하면 될 것이다.

이글은 이동하는 동안 지나치는 곳들의 설명을 하느라 바쁘다.

한 시간 반을 달려 중간 지잠에서 차를 세우는 이글, 도로변의 휴게소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자고 한다.

여기저기서 손짓을 하는 중년의 여성들, 간단한 음식과 함께 기념품과 말린 생선 등을 판매하고 있다.

러시아의 말린 생선은 정말 별미다.

이글은 한 가게에서 만두처럼 생긴 손바닥만한 큰 빵을 주문한다. 이름을 알려주었지만 어려워서 모르겠고 감자 반죽의 피에 다진 고기와 야채가 들어있어 쫀득하고 맛이 좋았다.

이글의 성화에 가게 주인과 사진도 찍고.

유료 화장실에서 급한 용무도 해결하고.

출발하려는 사이 다른 가게의 여자가 발걸음을 붙잡는다.

이글과 무슨 대화를 하는지는 모르겠고, 테이블 밑에 숨겨두었던 말린 생선을 보여주는데 뭔가 은밀하게 행동하는 것이 판매가 금지된 어종인 것 같다.

점심을 먹고 도로를 달리던 이글은 뭔가 생각이 난 듯 차량을 유턴하며,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좋은 장소가 있다고 한다.

차를 몰고 도착한 곳은 도로변의 오래된 카페인데, 오래된 오토바이와 차량들이 카페 주변에 전시되어 있다.

카페에서 운영하는 작은 박물관인데 우리나라의 자동차 박물관에나 있을법한 올드카들이 주차장에 방치되듯 전시되어 있다.

"아깝다. 좀 더 제대로 보관하면 좋을 텐데."

장애인을 위한 차라고 하는데, 구조가 조금 다르게 생긴 것 같다.

오래전 러시아의 나무집도 재현되어 만들어져 있고.

상점의 모습도 재현되어 있다. 냉장고와 계산기, 카운터 포스 등을 제외하면 현재 러시아 시골의 모습과 크게 다를 것은 없다.

"아, 그런데 인형이 너무 무섭다."

이글의 말레에 따르면 많은 사람들이 카페에 들리며 구경을 하고 사진 촬영을 하는 장소라고 한다.

졸음이 쏟아져 잠시 눈을 붙인다.

카잔으로 들어가는 교차로에 들어섰을 때 잠에서 깬다.

"사비, 저기 봐. 비가 내리고 있어."

"어, 몽골, 카자흐스탄, 러시아에서 많이 봤어."

이글은 이것저것 많은 것들을 알려주느라 간단한 것도 여러 번 설명을 하며 '언더 스탠드'를 외친다.

카잔의 날씨는 흐리고 비가 흩날리고 있다.

알 수 없는 거대한 구름들의 움직임이 계속된다.

카잔의 외곽에 들러서 이글의 친구를 만나고, 잠시 은행에 들린다.

은행 안의 풍경이 색다르다. 상담을 하고 있는 고객들이 모두 측면을 향해 앉아있는 구조다.

이틀 동안 머무를 집을 구했다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이글과 친구, 아마도 호텔이나 게스트 하우스가 아닌 아파트를 빌려 머무를 생각인가 보다.

러시아의 거리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어느 곳을 가나 울창한 나무의 골목길, 산책로, 인도가 있다는 것이다.

인위적인 관리를 하지 않아 모기가 많기는 하지만 도시 한가운데 이런 길들이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다.

오래된 건물에는 뭔가 특별한 멋이 있다.

인도의 길바닥에 뭔지 모를 글자와 숫자들이 많이 쓰여 있는데 의미를 모르겠다.

침대가 두 개 놓인 오래된 아파트를 렌트한다. 러시아의 숙소, 렌트의 시스템은 잘 모르겠다.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여행 중 아파트 숙소에서 머문 적도 있지만 시스템을 안다면 값비싼 호텔보다 좋을 것 같다.

잠시 휴식을 취하는 동안 이글은 어제 촬영을 했던 인터뷰가 방송이 된다고 알려준다. 첼니의 지역 방송이라 카잔에서 시청할 수 없는 것이 아쉽다.

이글은 카잔 크렘린 주변의 야경을 보러 가자고 한다.

완전히 어두워진 8시, 저녁을 먹기 위해 카페로 이동하며 핸들 패니어를 들고 가는 나에게 이글은 중요한 것이 없으면 핸드폰만 들고 가라고 한다.

"안 돼. 여행의 습관을 만드는 거야. 귀찮아도 항상 들고 다녀야 잃어버리지 않아."

구글을 검색하면 수프전문 식당으로 검색되는 카페인데, 저렴하게 여러 가지 메뉴를 먹을 수 있어 몇 차례 이용을 했던 곳이다.

카잔에 대학교가 있어서 그런지 다른 지역에 비해 젊은층의 세대가 많이 보인다.

메뉴가 다양한 카페에 들어서니 여지없이 이글의 자세한 설명들이 이어진다.

"사비, 이건 뭐고 저건 뭐고..."

"어, 이글."

"사비 샐러드 안 먹어?"

"어, 풀은 안 먹어."

이글의 모든 설명을 듣고, 번역기로 확인하다 보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이거, 이거."

재빠르게 메뉴들을 골라 주문을 하지만 이글은 내가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고 배식을 하는 여직원에게 묻고 닭고기인지 생선인지를 설명한다.

"하하하. 내가 졌다. 이글."

플롭이 없어서 마카로니를 고르고 고기로 보이는 두 가지 토핑을 선택한다.

생선과 닭고기라며 꼼꼼하게 설명을 하는 이글과 달리 나에게는 모두 고기일 뿐이다. 고기 메뉴는 연어꼬치와 잘게 다진 돼지고기 같다.

이글은 재미있게 생긴 빵을 두 개 챙겨 나에게 하나를 건네준다. 안 쪽에 다진 고기가 들러간 빵이다.

이글의 메뉴는 샐러드와 감자다.

김치와 나물을 기본 반찬으로 하는 우리의 식탁에선 특별히 샐러드를 추가로 먹을 필요가 없지만 러시아의 식탁에서 샐러드와 메인 메뉴 그리고 빵과 차를 기본적으로 먹는 것 같다.

러시아를 여행하며 식당에서 주문을 받는 절차는 수프나 메인 메뉴를 고르면 빵이 몇 개 필요한지를 묻고, 차와 커피를 마실 것인지를 묻는다.

밥과 고기 그리고 밑반찬을 많이 먹는 나로서는 으깬 감자나 감자 등을 주메뉴로 먹는 것을 보면 가끔 신기하다.

"간단한 식사로 좋긴 할 것 같은데, 저게 배가 부른가?"

확실히 내 취향은 오리지널 한국의 촌놈 입맛이다.

식사를 하고 택시를 불러 카잔 크렘린으로 이동한다. 러시아의 도시에는 우버 택시가 많이 보이고, 정식 택시의 모습도 많이 보이지만 몽골처럼 개인이 택시를 하는 경우도 있는지 잘 모르겠다.

도로변에서 아무 차나 붙잡고 타는 몽골과 같은 시스템이 남아 있는지도 모르겠다.

처음 보는 사람도 게르에 앉아 함께 차를 마시고 음식을 먹는 몽골, 누구든 악수를 하고 나면 형제가 되는 카자흐스탄의 브로맨스처럼 러시아의 커뮤니케이션도 타인에 대해 배타적이지 않은 듯싶다.

한국 사람들이 정이 많다고 하지만 몽골과 카자흐스탄, 러시아를 여행하며 이들이 처음 보는 타인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한국인의 모습이 각박해 보일 정도이다.

잠시 첼니 방송국의 카메라맨과 메시지를 주고받는 사이 택시는 목적지에 도착한다.

택시에서 내리자 펼쳐진 풍경은 실로 이색적이다.

"와, 러시아의 크렘린이 이런 것이군."

높지 않은 언덕을 따라 이어지는 성벽과 언덕 위로 모습을 드러낸 성 내부의 건물들이 조명을 받아 아름답게 반사된다.

약간의 흥분감으로 사진을 찍고 있으니 이글은 내일 구경을 하자며 강변으로 가자고 한다.

"내일은 내일이고, 야경은 다르지."

리카 카잔카의 강변으로 내려간다.

차가운 강바람과 함께 화려한 조명의 야경이 펼쳐진다.

강변의 카페들과 레스토랑들이 들어서 있고.

"이글 웃어봐."

건너편의 야경도 화려하다.

이글과 함께 강변을 걷고.

이글은 강 건너편에 세워진 항아리 모양의 구조물에 대해 설명한다. 카잔의 명칭과 관련된 유래이고, 그것을 상징하는 구조물이라는 설명이다.

"이글, 이제 돌아가자."

작은 조명들이 수놓아진 길을 걸으며, 이글은 타악기를 두드리는 남자에게 다가가 무언가 대화를 하더니 바르간을 물고 남자와 함께 즉흥 연주를 한다.

"너무 꼼꼼해서 잔소리가 많지만 정말 사랑스러운 남자다."

"이글, 이곳에 오면 없던 사랑도 생기겠다."

보바와 영상 통화를 하고, 늘 함께 있다 떨어져 있으니 어색하다.

분위기 좋은 리카 카잔카의 강변이지만 바람이 너무 차갑다.

이글이 택시를 부르고, 택시를 기다리는 동안 크렘린 주변의 야경을 카메라에 담는다.

"사비, 저기 건물 입구에 나무가 자라고 있어."

커다란 석조 건물의 현관에 오래된 고목의 실루엣이 보인다.

"오, 신기하다."

택시를 타고 돌라오는 동안 크렘린 주변의 석조 건물들이 아름다운 자태를 빛내고 있다.

"이글, 여기는 사람이 없어? 저녁에 무서워서 혼자는 못 오겠다."

쌀쌀한 날씨 탓인지 거리에 사람의 인적이 드물다.

바쁘게 움직인 날들로 인해 이글도, 나도 피곤하다.

"이글, 들어가서 시원하게 맥주를 마시고 푹 자자."

숙소의 주변 슈퍼에 들러 필요한 식료품은 샀지만 10시가 넘어 맥주는 살 수 없다.

오트밀을 좋아한다고 보바가 말했는지 이글은 오트밀과 함께 착착을 산다.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오트밀을 조리해 주고.

보바는 유튜브에 올려진 인터뷰의 영상을 캡처해서 보내준다.

"아, 정말 꾀죄죄하다."

"이글, 왜 보바를 째려보고 있는 거야."

우파에서 인스타그램으로 러시아 음식을 추천해 달라고 부탁했을 때 인스타그램 친구들이 추천해 준 착착, 달콤한 꿀로 버무린 우리의 강정과 같은 맛이 난다.

간단하게 간식을 먹고 잠들었다. 카잔 크렘린의 모습이 궁금하다.

"오늘도 고마워.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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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30일 / 흐림
나베레츠니 첼니
카잔에서의 마지막 하루, 나베레츠니 첼니의 지역 방송국에서 인터뷰를 하기로 한다. "보바, 나 서점에서 사전을 사야겠어!"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15,277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1,115시간

 
이사벨
 
인터뷰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첼니
 
첼니
 
첼니
 
 
2,295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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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비가 내리며 기온이 뚝 떨어졌다. 첼니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의 아침이다.

계속되는 비와 강한 바람 그리고 친구들과 시간을 더 보내기 위해 카잔까지 이글과 함께 이동하기로 한다.

"춥다."

어제 이글과 보바가 신중하게 골랐던 수박은 선택 실패인 모양이다. 이것저것 수박을 들고 두드리고 매만지던 친구들의 모습이 떠올라 피식 웃음이 나온다.

이글은 가지를 잘라 토마토와 소시지를 넣어 멋진 아침을 만든다.

"간단한데, 맛있게 잘 만드네."

다른 수박으로 후식을 하고 나머지는 닭들에게 먹인다는 이글.

아침을 먹고 잠시 침대에 누워 잠이 든다. 첼니에 와서 생긴 두 시간의 시차와 휴식 없이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 보니 피로가 많이 쌓였다.

"보바, 오늘 한국어 사전을 사야 해."

"시내 서점에서 사자."

"이사벨이 왜 한국에 가고 싶어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녀에게 사전을 사주고 싶어. 내가 여행을 하며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듯이 나 역시도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누군가를 도와주고 싶다."

보바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중 보바는 감정이 북받친다.

보바는 유머스럽고 감성적인 친구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많고 아주 편안하게 만들어 준다. 음악을 무척 좋아하고, 엔지니어라서 프리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많다.

첼니에 도착해서 첫 번째 들린 작은 서점에는 마음에 드는 사전이 없다. 간단한 단어들이 요약된 작은 사전을 사고 다른 서점에 가기로 한다.

시내 중심으로 이동하는 동안 보바는 어떤 상점에서 마유와 말린 말고기를 사 온다. 처음 먹어 본 마유는 조금 비린 듯 우유와는 다른 맛이 난다.

"사비, 이건 오랫동안 신선할 거야. 여행을 하며 조금씩 먹어."

길쭉한 말린 말고기, 몽골과 카자흐스탄 사람들이 겨울철 보양식을 말고기를 먹듯이 보바는 긴 여행을 하는 나를 위해 스테미너 식품을 선물한 것이다.

대형 쇼핑몰에 있는 서점을 찾는다. 미용실을 지나치던 보바는 머리카락을 자를 것인지 묻는다.

언제나 나의 말에 관심을 두고 잊지 않는 보바.

서점에서 정식 한국어 사전을 사고, 간단히 들고 다닐 수 있는 작은 사전과 자음과 모음을 배울 수 있는 기초 학습서를 고른다.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듯하여 서두르는 나에게 천천히 보라며 기다리는 보바.

쇼핑몰의 미용실은 손님들이 많아서 내일 이발을 하기로 하고 이사벨에게 간다.

"사전에 편지를 못 적었네."

이사벨의 집 근처로 이동해서 루이자와 이사벨을 만난다.

이사벨은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며 작은 종이봉투에 태극기를 그린 메시지와 여우 뱃지, 5루블과 하트 모양을 넣어 준다.

"생각도 못 했는데, 너무 고맙네."

이사벨에게 사전들과 책을 선물하고, 사전에 메시지를 적지 못해 인스타그램으로 편지를 전하겠다 말하고.

"이사벨, 너의 꿈이 이루어지길 바라.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 어느 시간이든 메시지를 보내."

책을 선물하고 출발하려는 순간 루이자는 사진을 찍자고 한다. 이사벨과 사진을 찍는 동안 이글은 무언가 바삐 서두른다.

첼니의 지역 방송국과 인터뷰를 하기로 했는데 이사벨에게 사전을 선물하느라 시간이 소요되어 약속 시간이 빠듯해진 모양이다.

첼니의 방송국으로 이동을 하고, 이글은 화장실에서 머리를 다듬으라고 한다.

"이렇게 꾀죄죄한데."

이글이 지역 방송과 인터뷰를 하자고 해서, 신문이나 잡지의 지면 인터뷰인 줄 알았는데 방송 뉴스를 위한 인터뷰다.

"아니, 인터뷰 설명도 없이."

짧게 한국어로 여행을 하게 된 이유를 말하고 나의 인터뷰는 끝나고, 이글과 보바가 인터뷰를 한다.

짧은 인터뷰가 끝나고 타타르스탄의 전통 모자와 첼니의 안내 책자를 선물로 건네준다.

방송국을 나와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사비, 카잔에 세계일주를 한 사람이 있어. 카잔에 가서 그를 만나자."

"그래."

특별히 자전거 여행을 했던 사람들의 스토리에 대해 관심은 없지만 친구들의 마음이니 흔쾌하게 받아들인다.

안드레의 집으로 돌아왔다. 내일 출근을 하기 때문에 마중을 나올 수 없는 보바와 작별의 인사를 한다.

"우리 소치에서 다시 만나자."

보바와 이글이 돌아가고, 안드레와 시간을 갖는다. 피곤함이 무겁게 내려앉았지만 첼니에 머무는 동안 안드레와 함께 한 시간이 적어 아쉽다.

그동안 받은 선물들 꺼내어 정리를 하며 안드레에게 에피소드를 설명해 주며 웃는다.

보바의 말린 말고기.

보바의 스푼과 나이프 툴.

이글 어머니의 카마즈 냉장고 자석.

유리 아저씨의 헬스 챔피온 어깨띠.

이글 친구가 준 작업복.

이사벨의 선물까지.

안드레와 차를 마시며 대화를 하고.

이사벨의 여우 뱃지는 핸들 패니어에 달고.

소파 침대에 누워 있는 동안 안드레는 텔레비전을 본다.

몽골 여행 중인 파박님과 통화를 하고, 날씨가 급격하게 추워져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양이다.

"사비, 여행을 하다 가끔씩 메시지를 줄 거지?"

텔레비전을 보다가 안드레는 조용하게 질문을 한다.

"응, 너에게는 엽서를 보낼게."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하지 않는 안드레에게는 엽서라는 아날로그 방식이 딱 맞다.

안드레는 항상 이렇다. 함께 있으면 언제나 편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준다. 많은 질문과 대화가 없어도 같은 공간에 있는 것으로도 교감할 수 있는 친구다.

안드레, 이글, 보바는 각기 다른 성격과 생활 패턴이지만 좋은 친구들이고, 제각각의 모습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피곤한 날들이지만 정말 멋진 날들이었다.

"안드레, 이글, 보바. 나의 러시안 친구들!."




이자벨.

사람들은 누구나 꿈이 있지만, 대부분은 그것을 포기하거나 잊고 살아간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살아가지만 누구나처럼 그렇게 살 필요는 없다.

자신의 꿈을 이루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그것을 포기하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것이다. 꿈이란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다.

성공한 삶이란 타인에 의해 만들어진 자신에 대한 평가에 불과하지만, 꿈을 이루는 삶이란 오롯이 자신을 위한 삶, 자신의 진실된 삶이다.

간절하게 무언가를 바라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다면, 네가 원하는 것은 언젠가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지치고 힘이 들 때는 항상 자신에게 물어봐.

"나의 꿈은 뭐지?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자신의 바람에 대해 끊임없이 묻다 보면 스스로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은 스스로 자유로운 선택과 결단의 행동을 통하여 자기 자신을 만들어 나간다."

나는 언제나 너의 선택과 바람들 존중하고, 진심으로 응원할 것이다. 항상 밝게 웃어라. 이사벨.

한국의 자전거 여행자, 사비.


Isabel.

Everyone has a dream, but most give up or forget it and live. Many people live that way, but you don't have to live like everyone else.

It's hard to achieve one's dream, but it's really stupid to give it up. A dream is well worth trying to achieve it.

A successful life is nothing but an evaluation of you made by others, but a life that fulfills a dream is a life for oneself and one's true life.

If you earnestly want something and do your best to achieve it, I believe that what you want will happen someday.

Always ask yourself when you are tired and hard. "What is my dream? What do I want to do?" If you constantly ask about your wishes, you will find answers.

"Human makes himself through the actions of free choice and determination."

I will always respect and cherish your choices and wishes. Always smile brightly. Isabel.

Korean Bicycle Traveler, Xavi.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29일 / 맑음
나베레츠니 첼니
첼니에서 많은 것들을 경험할 수 있게 해주려는 이글의 이유 있는 욕심으로 나는 몹시 피곤하다. "이글, 땡큐!"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15,277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1,115시간

 
이사벨
 
반야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첼니
 
첼니
 
첼니
 
 
2,295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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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구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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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증9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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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연락처 
+7(495)783-2727

 
비가 내리는 아침, 꽤 쌀쌀하다.

이글은 누군가 나를 만나기를 원하고, 그녀가 집으로 올 것이라고 말한다. 함께 있는 동안 많은 것들을 보여주고, 경험하게 해주려는 이글은 마음과 몸이 몹시 바빠 보인다.

편히 휴식하며 피로를 풀고, 여행의 자료들을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지만 그들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도 무한하지 않으므로 소중하다.

이글의 집으로 금발의 여성이 찾아오고, 루이자는 나를 보며 몹시 기뻐한다.

루이자는 그녀의 딸이 한국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고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한다고 한다.

루이자의 딸 이사벨을 만나기 위해 밖으로 이동한다.

12살의 예쁜 소녀 이사벨을 만난다. 방탄소년단을 좋아하는 이사벨은 한국어를 공부한다며 한국어의 자음과 모음을 적어놓은 작은 노트를 보여준다.

"나는 한국에 갈 거예요."

"이사벨, 너의 이름을 한국어로 쓸 수 있니?"

이사벨의 노트에 이사벨의 이름을 적어주니, 이글은 노트에 사인을 해주라고 한다.

"이사벨, 항상 웃고 한국에 꼭 갈 수 있기를 바라."

한국에 대한 궁금증이 있을 때 언제든지 연락하라며 인스타그램을 알려주고 이사벨 가족과 헤어진다.

이사벨과의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이글의 친구를 만나기 위해 다시 이동한다.

정말 정신이 없다.

이글과 복싱을 함께 운동한 친구를 만나고.

식사를 하는 동안 하나둘씩 친구들이 늘어난다.

이글은 시내 외곽에서 말을 기르는 친구와 함께 농장으로 가서 말을 타자고 한다.

하루 종일 비는 오락가락하며 내린다.

이곳에 날씨는 알 수가 없다. 하루에도 수차례씩 흐리고 맑고 비가 내린다.

방열 발전소 근처의 작은 마을에 도착하고.

새 집을 짓고 있는 중이라 러시아 시골의 주택 구조를 확인할 수 있다. 벽돌과 원목으로 지어지는 집의 중심에는 커다란 베치카가 놓여있다.

암수 한 쌍의 말이 있는 공터로 이동한다.

말의 갈기와 털들을 쓰다듬듯 정리를 하며 안장과 고삐를 달고.

수컷의 머리와 몸에는 이빨에 물린 상처들이 아주 많다. 종마를 중심으로 무리 생활을 하는 말들의 습성상, 다 자란 수컷 말이 자신의 자마일지라도 서열을 정하거나 경쟁을 하는 모양이다.

부마의 괴롭힘 때문에 이곳에 서로 떼어놓고 관리를 하는 것 같다.

이글의 친구가 우리를 돌며 천천히 말을 다스리려 길을 들이고.

"사비, 말을 타."

몽골 게르에서 말을 타고, 두 번째 타보는 말이다. 몽골의 말보다 훨씬 크고 높다.

이글의 친구가 고삐를 잡아주어 우리 둘레를 두세 바퀴 돌고 말에서 내린다.

"왠지 말을 타면 미안하단 말이야."

긴 장검을 들고 사진도 찍고.

모델이 나빠서 그렇겠지만 이글은 사진을 참 못 찍는다.

"이글, 사진은 이렇게 찍어야지."

농장의 남자는 장검을 들고 현란한 검술을 보여준다.

제법 무게가 있는 장검을 능수능란하게 돌리는 것이 신기하기도 멋진 춤사위처럼 보이지만, 확실히 총이 편하겠다 싶다.

"전통 복장을 갖추고 검술을 하면 정말 멋지겠네."

수고한 말들은 감자로 보답을 받고, 감자를 먹으며 서로 교감한다.

"젠장, 말까지 염장이야. 말도 짝이 있는데."

"개야, 그렇지?"

"넌 내 마음 알지? 싱글끼리 놀자."

말들이 모여있는 농장으로 이동하고.

카잔으로 들어올 때 낮은 산등성이를 따라 들어선 집들이 인상적이다.

산을 따라 들어선 작은 집들과 말 목장의 풍경이 너무나 마음에 든다.

이글의 친구가 작은 휘파람을 불자 말들이 울타리 쪽으로 다가온다.

큰 소리가 아님에도 휘파람에 반응하는 말들의 모습이 신기하다.

이글의 친구는 말 하나하나를 정성스레 쓰다듬으며 교감을 나눈다.

"멋진 모습이다."

하루 종일 수없이 하늘이 변화한다.

말 농장을 떠나 다시 첼니의 시내로 돌아간다.

처음 첼니에 도착했을 때, 이 도시의 모든 것을 알려주었던 상징적인 방열 발전소의 풍경이다.

이글은 카마즈의 공장을 보여주기 위해 방향을 잡고.

심상치 않은 하늘의 모습, 그저 신기할 뿐이다.

몽골과 카자흐스탄 그리고 러시아, 초원과 평야, 대륙의 하늘은 언제 봐도 신비롭다.

이글은 카마즈 공장의 주변을 돈다.

"사비, 카마즈 공장이야."

이글의 성격은 조금 성급해 보이지만 꼼꼼한 편이다. 모든 것들을 챙기려다 보니 늘 바빠 보이고 많은 신경을 쓰다 보니 보바는 이글에게 엄마 같다는 농담을 한다.

"네, 마미."

퇴근을 한 보바와 다시 만나 이글의 시골집으로 향한다.

킹크랩 요리를 해주려고 식재료를 찾았지만 대형 슈퍼에는 킹크랩이 없었나 보다.

요란한 구름과 빗방울이 흩날리더니 어느새 무지개가 하늘 높이 색색의 아치를 그리고 있다.

이글의 시골집에 가기 위해 시 외곽으로 빠져나오고.

다른 대형 마트에 들러 바베큐 소시지와 음식 재료들을 산다.

수박을 고르는 친구들, 이글의 신중하고 꼼꼼한 모습이 재미있다.

러시아의 수산물은 정말 풍부하고 다양하다.

냉동 새우를 담고 직접 저울에 무게를 잰다.

정육 코너의 돼지고기, 우리와 달리 스테이크나 바베큐를 주로 먹는 곳이라 고기를 해체해놓은 모양이 다르다.

맥주도 사고.

"오늘 맥주, 저녁을 먹고 반야를 하자."

피곤함 때문에 맥주를 마시고 쓰러지고 싶은데, 러시아인들은 반야를 정말 좋아한다.

물과 사우나를 좋아하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반야를 즐기며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중요한 커뮤니케이션의 한 방법이 아닐까 싶다.

저녁 길을 달려 이글의 시골집에 도착하고.

보바는 불을 피워 바베큐를 준비하고.

마당의 창고에서 바베큐를 먹는 사이.

보바는 버섯 요리도 만들어 온다.

음악과 이야기 그리고 친구들, 좋은 밤이다.

보바는 북두칠성의 첫 번째 별을 가리키며 자신의 별이라고 한다.

"나의 별은 가장 작은 메그레즈야."

북두칠성의 일곱개 별 중에서 가장 작은 별 메그레즈, 가장 작고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지만 언제나 그 자리에서 밝게 빛나는 별이다.

"나는 언제나 변함없이 이 자리에 있을 것이다. 삶이 지치고 힘들 때, 아무도 너의 곁에 없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면 언제든 나에게로 와. 나는 지금의 자리에, 지금의 모습으로, 지금처럼 있을 테니까."

m2grez, 하는밥도둑은 25년 넘게 사용하는 나의 또 다른 이름이고, 지금은 Xavi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이글과 보바의 요청에 못 이기는 척 함께 반야를 즐기고 나니 피로가 조금 풀린다.

저녁 간식으로 새우를 먹고.

먼저 잠이 든다.

이사벨에게 짧은 메시지가 와있다.

"i believe that in the future i will go south korea."

"An earnest hope will come true someday. Always remember what you dream about. Always smile. Isabel! I will support your dreams."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28일 / 맑음
나베레츠니 첼니
나베레츠니 첼니에서의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이 계속된다. "얘들아, 이상하게 피곤하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15,277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1,115시간

 
돌고래수영
 
데니스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첼니
 
첼니
 
첼니
 
 
2,295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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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모스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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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출근을 하는 보바의 출근시간에 맞춰 일어나고, 이글과 함께 이글의 어머니 집으로 돌아온다.

"사비, 닭고기와 생선 중 무엇을 먹을래?"

"아무거나."

"아하, 전부!"

이글은 아침으로 닭고기 수프와 연어를 내어주었다. 닭고기 수프의 닭은 이글이 직접 기른 닭으로 만든 것이고, 러시아인들이 많이 먹는 으깬 감자 프레(картофельное пюре)와 함께 연어를 먹는다.

후식으로 직접 만든 호박죽을 내어준다.

식사 후 이글은 돌고래 아쿠아룸을 가기 위해 정보를 검색한다.

"사비, 수영복이 있어?"

돌고래와 수영을 할 수 있다며 수영복이 있는지 묻던 이글은 무언가를 계속 검색하고, 나는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한다.

"돌고래와 수영을 하지 않아도 괜찮아, 사람들이 하는 모습만 구경해도 좋아."

안드레에게 들러 수영복과 타월 등을 빌리고, 점심을 먹기 위해 보바가 일하는 자동차 대리점으로 이동한다.

보바의 회사는 여러 브랜드를 모두 취급하는 종합 대리점인 것 같다. 신차와 중고차의 판매 그리고 정비센터를 갖추고 있다.

사내 식당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아주 오래된 리무진도 구경한다.

러시아의 오래된 자동차들은 클래식한 멋이 있다. 자동차 산업이 오래되지 않은 우리에게는 클래식 자동차를 수집하거나 운행할 수 있는 취미가 없다는 것이 아쉽다.

돌고래 공연을 하는 공연장에 도착한다.

공연이 시작되었는지 이글은 무언가 급히 서두르고.

들어선 공연장은 생각보다 크진 않았지만 가까이서 돌고래의 모습을 볼 수 있어 괜찮다 생각이 든다.

대부분 아이들을 데리고 온 관람객들이다.

1층의 관람객들은 모두 비닐 가림막을 착용하고 있다.

흥겨운 음악과 해설자의 안내 멘트 그리고 관람객들의 박수 소리가 작은 공연장에 울려 퍼진다.

앙증맞은 물개들의 공연도 이루어지고.

돌고래들의 점프가 시작된다.

한 시간 가량의 공연이 끝나고 일부 관람객들은 기념촬영을 위해 조용히 수영장 주변으로 모여든다.

모여있던 사람들이 사진촬영을 끝내고 공연장을 빠져나가고.

공연장에는 직원들과 우리만 남았다.

이글이 직원들에게 무언가를 설명한 후, 샤워실에서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돌고래를 잡고 수영장을 함께 돌았다. 양팔을 내밀고 있으면 돌고래가 잠수를 한 후 앞 지느러미를 내밀어 잡게 해준다. 참 신기하고 똑똑한 동물이다.

"고맙다!"

수영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핸드폰 유심카드를 교체하는 이글을 따라간다.

트램이 지나다니는 대로변의 지하보도, 아주 오래된 상점들이 들어서 있다. 대부분 꽃을 파는 꽃집이다.

러시아의 거리나 골목에는 주로 할머니들이 자판을 깔고 야채나 수제 식품들을 팔고 있다.

"이제 날씨도 추운데."

핸드폰 가게에 전시된 갤럭시 제품들, 저렴한 가격에서부터 우리와 비슷한 가격대까지 진열되어 있다.

"정말 쓸데없이 비싼 제품들이다."

러시아를 여행하며 도로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차량 스티커인데,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겨울철 스노우 타이어를 장착하거나 갖고 있다는 표시라고 한다.

한자의 묏산자와 비슷하여 산불조심 스티커인가 궁금했는데.

"Baby on board의 의미도 모른 채 '까칠한 아이가 타고 있어요'라는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는 한국의 차량들보다는 생산적이네."

안드레에게 수영복을 돌려주고, 안드레는 다시 일을 하러 가야 한다고 한다.

"대체 넌 언제 쉬니."

이글은 카잔에 있는 아들을 보러 간다며 자신의 차에 자전거를 싣고 가자고 제안을 한다.

"안돼. 너무 편하면 여행이 힘들어져. 내가 먼저 갈 테니 이틀 후에 네가 출발해."

"사비, 겨우 200km라구."

안드레까지 이글의 말을 거들며 자전거를 싣고 가라고 한다.

"오랫동안 자전거를 타지 않으면, 몸이 힘들어져서 그래."

여러 번의 설명 끝에 내 말의 뜻을 이해했는지 이글은 새로운 아이디어라며 짐은 자동차에 싣고 나는 자전거를 타고 카잔으로 가라고 한다.

"하하하. 그게 새 아이디어야?"

짧지만 조금이라도 함께 하고픈 마음을 알기에 이글의 제안을 수락한다.

다시 이글의 어머니 집으로 돌아와 이글의 동네 친구들과 사진도 찍고, 이글은 활달한 성격으로 많은 친구들이 있다.

"이러다 푸틴도 만나겠어."

보바의 퇴근에 맞춰, 보바의 친구인 데니스의 집으로 놀러 가기로 한다.

러시아를 여행하며 벽과 담, 커다란 암석과 돌 등에 쓰인 많은 낙서들과 그래피티를 볼 수 있었다.

"이글, 러시아인들은 정말 낙서를 좋아하는구나."

"아니, 그냥 꼬마들이 하는 거야."

"무슨 뜻이야?"

"글쎄, 아무 의미가 없어."

데니스의 아파트 내부 벽에도 낙서들이 많다.

데니스의 아파트도 처음 보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아파트의 현관문을 비롯해 여러 문들을 통과하는 구조이다.

겨울철 난방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인지, 외부의 침입을 차단하기 위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꽤 복잡하고 문들이 많다.

러시아의 오래된 아파트들은 6~10층 정도의 높이로 커다란 넓이의 규모로 지어져 있다.

중국 건물들이 높이와 규모가 거대하다면 러시아의 건물들은 높지는 않지만 거대한 느낌이 든다.

데니스의 사진을 보면 감각이 좋은 포토 그래퍼처럼 보인다. 어쩌면 데니스의 와이프가 예뻐서 사진이 좋은 지도 모르겠지만, 데니스는 위트가 넘치는 유쾌하고 매력적인 남자다.

"어쨌든 데니스는 럭키가이."

간단한 음식과 차를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이글의 어머니 집으로 돌아와 바로 잠이 든다.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27일 / 맑음
나베레츠니 첼니
이글의 시골집, 친구들과 러시아 반야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시원하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15,277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1,115시간

 
반야
 
카마강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첼니
 
첼니
 
첼니
 
 
2,295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0기가, 7,000원
・전력전압 
◦2구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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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증9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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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 잠들었지만 갑자기 변한 2시간의 시차 때문인지 피곤함이 느껴진다.

잠시 시골의 길을 둘러보는 동안.

보바는 아침으로 먹을 바베큐와 음식을 준비하고.

안드레는 따듯한 차를 내린다.

러시아 사람들이 차나 커피에 넣어먹는 연유인데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이 좋다.

"러시아 할머니들은 귀여워. 파파할머니."

보바가 소시지를 굽고.

버섯으로 특별 메뉴를 만드는 동안.

이글은 반야에 불을 넣고 있다.

이글의 안내로 뒷뜰에 있는 각종 채소와 과일들을 키우는 텃밭을 구경한다.

보바의 소시지 바베큐와 버섯요리가 준비되고.

이글의 반야를 구경한다.

반야는 불을 넣는 입구의 공간, 사우나 후 휴식을 하는 공간, 샤워를 하는 공간과 사우나를 하는 공간으로 되어있다.

돌을 쌓아올린 화덕과 원목으로 만든 자리들이 만들어져 있는 반야의 내부는 우리의 사우나 시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사우나를 할 때 몸을 두드리는 건조시킨 자작나무의 가지들도 마련되어 있다.

새로 지은 반야의 옆에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오래된 반야가 하나 더 있다.

화덕과 공간의 구조는 조금 다르지만 큰 차이는 없는 것 같다.

보바의 바비큐와 버섯요리로 함께 아침을 먹는다.

바베큐를 찍어 먹는 석류소스는 달콤하다.

소시지를 싸먹는 얇은 밀빵, 안드레는 인도에서는 자빠띠라 부른다며 알려준다. 그냥 먹어도 괜찮고 살짝 구워 먹으면 바삭하니 좋다.

이글이 야채를 찍어 먹으라며 검은 소금을 가져왔다. 단맛이 살짝 감도는 맛이 좋다.

보바는 소시지를 새로 굽고, 이번에는 가지를 가져와 함께 굽는다.

"캠핑할 때 한 번 시도해 봐야겠어."

아침을 먹은 후 이글은 동네에 사는 사람의 집을 구경 가자고 한다.

이글의 집 맞은 편에 있는 유리 아저씨의 집에는 오래된 자동차가 10대 가까이 놓여있고, 작업 창고에는 수리 중인 차들이 들어있다.

아주 오래된 차들을 정비하고 튜닝하는 취미를 갖은 유리 아저씨의 집을 구경하고.

마을의 슈퍼에 들러 닭들에게 줄 사료들을 사들고 돌아온다.

이글의 오래된 나무 창고에는 닭을 키우는 공간과 감자나 수확한 농산물을 저장하는 공간으로 나눠져 있다.

우리 시골의 옛날 집처럼 지하에 저장 창고가 갖춰져 있어, 겨울철 보관 장소로 이용한다.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는 사이.

유리 아저씨는 직접 담근 포도 위스키 '차차'를 가져와서 잔을 채워준다.

"나 다로비아."

러시아에서 술잔을 들고 상대방의 행운을 빌며 말하는 건배사다. 은은한 포도향의 차차는 높은 도수지만 꽤 괜찮은 술이다.

70살 정도의 유리 아저씨는 기관에서 일을 한 후 은퇴를 했고, 헬쓰 챔피언이었다는 말답게 작지만 탄탄한 몸을 갖고 있다.

알아들을 수 없는 러시아 말로 끊임없이 자신의 이야기와 운동 방법을 설명해 주어 난감했지만, 보바와 이글, 안드레가 유리 아저씨의 말을 간단하게 통역해 주어 대략적인 이해를 할 수 있다.

그 사이 보바는 가지를 잘라 계란을 얹은 요리를 만들어 온다.

"아하, 이렇게 먹으라고."

"사비, 이제 사우나를 하자."

반야로 들어가 옷을 벗고 무명천을 두르고 두피를 보호하기 위해 귀여운 모자를 둘러쓴다.

반야에 들어가 사우나를 하고, 이글은 간간이 아로마 오일을 물에 희석시켜 화덕에 뿌린다.

증기와 함께 반야의 내부 온도가 급격하게 올라가고, 열까지 카운트를 외치고 밖으로 나와 찬물로 몸을 씻어낸다.

두어 차례 사우나와 휴식을 반복하는 사이 다시 유리 아저씨가 찾아와 자신이 받은 헬스 챔피언 어깨 띠를 선물로 건네준다.

마지막으로 자작나무 마사지를 하자며 반야로 들어가고, 이글은 반야에 누운 안드레의 등과 허벅지를 오가며 자작나무 줄기로 가볍게 두드린다.

"사비, 너 차례."

온몸을 자작나무로 두드리고 난 후 샤워를 하고 러시아의 반야는 끝이 난다.

사우나로 땀을 빼고 나니 피곤함이 가시고 개운하다. 살살 불어오는 바람, 열이 오른 피부에 닿는 부드러움이 좋다.

여전히 무언가를 알려주려 노력하는 유리 아저씨와 사진도 찍고.

잠시 휴식을 취하고 출근을 해야 하는 보바와 안드레를 위해 첼니로 돌아간다.

마을 입구의 아주 오래된 러시아의 집을 지나고.

트램이 오가는 첼니로 돌아와 안드레와 보바는 출근을 한다.

이글과 함께 이글의 어머니 집으로 돌아와 잠시 쉬고 이글의 친구들을 만나러 밖으로 나간다.

"사비, 이곳에 돌고래 아쿠아룸이 있어. 내일 가 보자."

첫 번째 이글의 친구를 만난다. 어린 시절 범죄 조직에서 활동을 하며 수감 생활을 했다는 이글의 친구는 아주 오래된 아파트에서 혼자 살며, 도로를 정비하는 일을 하고 있다.

들어간 아파트의 구조는 몽골과 카자흐스탄, 러시아를 여행하며 처음 보는 구조였다. 긴 복도를 두고 집들의 들어서 있고, 간혹 문이 없거나 열려있는 집들이 있다.

러시아의 저소득층이 사는 커다란 아파트의 생경한 풍경은 60년대 지어졌다는 몽골의 허름한 아파트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이글과 친구는 잠시 대화를 나누고, 그는 나에게 러시아 작업복을 선물한다.

이글의 어머니 집이 있는 곳은 구시가지이고, 안드레가 사는 곳은 신시가지이다. 이글은 구시가지의 카마강변을 구경시켜 준다.

노을이 지는 카마강변은 젊은 학생들이 주로 찾는 공간이라고 한다.

붉게 떨어지는 강변의 석양이 아름답다.

강변의 노을을 감상하고 이글은 자전거를 타고 강변을 산책하자고 한다.

"이걸로 타자."

이글과 함께 커플 자전거로 산책을 하고.

"사비, 붉은 달이야."

"응, 한국은 오늘이 추석이야."

이글의 친구와 함께 있던 여자에게 이글은 짓궂은 부탁을 한다.

설정샷이지만 어쨌든 러시아 여성에게 볼키스를 받아보고.

이글의 두 번째 친구를 만나기 위해 이동한다.

"사비, 이번 친구는 아주 부자야."

단독 주택들이 모여있는 동네, 2층 구조의 집은 원목으로 전체가 꾸며져 있다.

낮은 중저음이 매력적인 이글의 친구와 커피를 마시고.

현대식으로 갖춰진 반야를 구경하고.

돌아갈 때, 이글의 친구는 네모난 소시지를 선물해 준다. 이글의 친구는 돼지 농장을 운영하며 소시지를 가공하는 사업을 하는 모양이다.

보바가 퇴근하는 시간에 맞춰 보바의 집으로 이동하고.

집에 들어서자 보바는 자신이 사용하던 펑크패치와 스푼과 나이프가 있는 휴대용 툴을 선물해 준다.

보바의 사진과 가족들의 사진을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잠시 이야기를 나눈 후 먼저 잠이 든다.

이곳저곳을 정신없이 다니느라 피곤함이 쌓이지만 즐거운 시간들이다.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26일 / 맑음
나베레츠니 첼니
첼니에 도착해 안드레와 친구들을 만나고 휴식없이 시간을 보내다 보니 피곤함이 느껴진다. "피곤한데 즐거운 이 느낌은 뭐지?"


이동거리
8Km
누적거리
15,277Km
이동시간
2시간 53분
누적시간
1,115시간

 
산책
 
시골집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첼니
 
첼니
 
첼니
 
 
2,295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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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아침이다. 피곤함에 깊은 잠을 잘 수 있었고, 안드레의 소파 침대는 편안하다. 

"안드레, 시간이 이상해."

타타르스탄으로 들어서며 시간에 대한 느낌이 가끔씩 이상했는데 시간이 두 시간이나 차이가 난다.

"안드레, 타타르스탄은 모스크바 타임을 사용해?"

시간 변경선을 확인하니 타타르스탄은 모스크바 표준시간을 사용한다. 거리에 따라 일정하게 한 1시간씩 바뀔 것이라 생각했는데, 러시아의 공화국이나 주정부에 따라 사용하는 표준시가 정해지는 것 같다.

어젯밤 9시에 오겠다던 안드레가 12시에 온 것도 두 시간의 시차 때문이었다.

"두 시간이 생겨서 좋긴 한데, 피곤하네."

"사비, 내가 일하는 스포츠 클럽에 가서 샤워를 해."

일시적으로 따듯한 물이 나오지 않는 안드레의 아파트, 안드레는 스포츠 클럽의 사우나에서 샤워를 하라고 한다.

안드레 스타일의 차와 빵으로 아침을 먹고.

간단한 세안과 빨래를 한 후.

요가를 가르치는 안드레의 스포츠 클럽으로 가기 위해 밖으로 나간다.

"안드레, 타타르스탄의 엽서를 사고 싶은데."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는 안드레를 따라 첼니의 시내를 지나치고.

안드레를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자전거로 출퇴근을 한다고 했다. 한국에서 자전거로 출퇴근을 했던 나는 그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생활 패턴이다 생각했지만 승용차의 사용이 많은 러시아인들의 생활 패턴을 생각하면 자출을 하는 안드레는 안드레다운 것이다 생각이 든다.

작은 우체국에 들러.

우편엽서를 확인했지만.

안드레의 마음에 쏙 들지 않는 모양이다.

작은 골목과 산책로를 돌아.

안드레가 일하는 폭스 헬스클럽에 도착한다.

헬스클럽에 들어가기 위해 비닐봉지를 신고.

"재밌네."

헬스클럽은 우리와 비슷하다. 유/무산소 운동 기계들과 요가나 에어로빅 등을 배우는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고, 사우나를 할 수 있는 샤워 시설이 갖춰져 있다.

안드레가 수업을 하는 동안 사우나가 갖춰진 샤워장에서 샤워를 하고.

폭스 헬스클럽의 사장과 이야기를 하며, 그가 준 꼬냑을 두 잔 마신다. 향이 좋은 위스키는 40도의 도수라 뜨거운 열기가 몸으로 올라온다.

안드레의 집으로 돌아와 보바, 이글과 함께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간다.

크고 조용한 레스토랑에 들어가 안드레와 친구들이 주문을 하고.

치즈 같은 러시아의 유제품인데 역시나 맛이 좋다.

안드레가 주로 먹는 풀들.

그리고 나를 위해 주문해 준 아제르바이잔의 수프인데, 우리의 보신탕과 거의 비슷한 맛이 난다.

삐티수프(Суп Пити), 양고기로 끓인 국물인데 고기의 질감과 진한 육수의 국물이 아주 좋다.

Шербет(쉐르벳), 후식으로 차와 함께 먹는 메뉴인데 달콤한 맛과 견과류가 씹히는 맛이 우리 다과류의 맛과 비슷하고 맛이 좋다.

식당의 입구에 마련된 정통 의상을 입고 사진도 찍어보고.

"팔 없는 목각인형 같네."

통가죽으로 만든 것 같은 외투는 꽤 무겁지만 러시아의 혹독한 겨울을 이기기에 충분할 것 같다.

안드레와 친구들은 첼니의 시내를 보여주겠다며 카마강변으로 간다.

인위적인 하천정비를 하지 않은 카마강변은 자연스럽고, 강변의 작은 모래사장에 물놀이를 할 수 있는 시설들이 갖춰져 있다.

다른 편의 강변에서는 서핑을 할 수 있는 시설들이 있고, 사람들은 낚시나 산책, 바베큐를 먹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가롭고 여유로운 시간의 풍경이다.

카마강변을 산책하고 시내에 있는 놀이공원으로 이동한다.

첼니의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대형 관람차를 타고.

멀리 방열 발전소와 첼니의 대표 명물인 카마즈의 생산 공장들이 보인다.

안드레도 고르노 알타이스크에서 첼니의 트럭 카마즈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지만, 이글과 보바도 카마즈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카마즈는 다카르 랠리에서 매년 우승을 한다."

"다카르 랠리?"

유별나게 차에 대한 욕심이나 관심이 별로 없는 터라, 다카르 랠리에 트럭의 경쟁부문이 있는지 몰랐다.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검색을 하니 카마즈는 다카르 랠리에서 수년 동안 우승을 하고 있었다.

모스크바에 가까워지며 도시의 풍경이나 경제적인 환경이 좋아지고 있지만, 첼니는 카마즈를 비롯하여 대형 트럭의 생산의 공업 도시로 좀 더 부유하고 발전이 빠르지 않았을까 싶다.

60만명 정도가 사는 작은 도시 첼니는 지금까지 지나쳐 왔던 러시아의 다른 도시와 다른 느낌이다.

"다 모여!"

안드레는 일을 하기 위해 스포츠 클럽으로 가고.

이글과 함께 할머니와 어머니가 살고 있는 집으로 이동한다.

잠시 휴식을 취하는 동안 이글의 어머니가 들어오시고, 그녀는 나에게 첼니의 냉장고 자석 4개를 선물로 주었다. 모두 카마즈의 사진이 담긴 냉장고 자석이다.

다시 첼니의 시내로 들어간다.

첼니에서 60km 정도 떨어져 있는 이글의 시골집에서 반야를 하며 시간을 보내기 위해 바베큐 거리와 재료들을 사고.

안드레를 기다리는 동안 보바의 아들이 찾아왔다. 금발의 미소년인 보바의 아들은 웃는 얼굴과 미소가 꽤 예쁘다.

"반하겠네. 예쁘게 생겼다."

이글의 시골집으로 이동하는 동안 잠시 잠이 들고, 스타리 토크마크 근처의 이글의 집에 도착한다.

집과 텃밭, 반야와 창고가 있는 러시아 시골의 집은 한 번쯤 들러보고 싶었던 곳이다.

"이건 어릴 적 산과 들에서 많이 따먹던 열매인데. 이름이 뭐였더라?"

제법 씨알이 굵은 열매의 새콤하고 달콤한 맛이 추억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이글은 바르간(Варган)이라는 악기를 연주하는데 딩딩딩 거리는 소리가 흥을 돋우는 악기이다.

음악이 흐르면 바르간을 물고 즉흥 연주를 하는 이글, 보바처럼 음악을 좋아하는 남자이다.

"사비, 오늘은 쉬고 내일 반야와 바베큐를 할 거야."

술을 하지 않는 친구들, 맥주를 마시며 많은 대화와 농담들이 오가고 끊임없는 남자들의 수다가 이어진다.

피곤에 못 이기고 먼저 잠이 들고 만다.


Trak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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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25일 / 맑음
멘젤린스크-나베레츠니 첼니
연락이 닿지 않는 안드레, 일단 나베레츠니 첼니로 향한다. 그를 만나지 못한다면 길을 지나쳐 카잔으로 향할 것이다.


이동거리
58Km
누적거리
15,269Km
이동시간
4시간 07분
누적시간
1,112시간

 
M7도로
 
M7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멘젤린스
 
쿠젬벳
 
첼니
 
 
2,287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0기가, 7,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495)783-2727

 
뭔가 이상하게 피곤한 아침이지만 오랜만에 보는 맑고 상쾌한 날씨다.

날이 어두워져 서둘러 텐트를 쳤는데, 괜찮은 잠자리였다.

아침으로 라면에 햄과 마카로니를 넣고 끓인다. 값싼 마카로니라 맛은 덜하지만 배를 채우기에 충분한 양이다.

안드레가 사는 나베레츠니 첼니까지 60km 정도의 거리, 여전히 안드레는 연락이 닿지 않는다. 280km 정도가 남은 카잔까지의 거리, 나베레츠니 첼니를 그냥 지나쳐야 되는지 고민한다.

"일단 나베레츠니 첼니까지."

첫 번째 휴식, 월터에게 메시지가 온다. 두바이에서 네덜란드로 가는 항공권과 함께 크리스마스와 신년 기간에 암스테르담에서 보낼 생각인가 보다.

"1월 초에 네덜란드까지 갈 수 있을까."

안드레와 연락이 되질 않는다는 소식을 전하고 길을 출발한다.

도로 공사 구간을 지나.

나베레츠니 첼니의 경계에 들어섰다. 도로변의 카페에서 점심을 먹을까 생각하다 첼니에 도착해 늦은 점심을 하기로 결정한다.

20km 정도 남은 나베레츠니 첼니, 다시 한번 안드레에게 전화를 건다. 통화 연결이 되지 않아 전화를 끊고 잠시 앉아있자 안드레에게서 전화가 온다.

"안드레! 나 첼니에 왔어."

짧은 통화가 끝나고 두 차례의 통화를 했지만 정확한 의사전달이 어렵다.

"사비, 주변에 러시아 사람을 바꿔줘."

안드레는 자신의 주소를 알려주겠다며 러시아 사람과 통화를 하고 싶다고 한다. 메인도로 한복판에 사람이 있을 리 만무하다.

"없어. 첼니에 도착하면 전화할게."

자전거를 출발하자 안드레에게 다시 전화가 온다.

"사비, 어디야? 러시아 사람을 바꿔줘."

"Nothing, i'm on the road. When i get to Chelny, i'll call you!"

"사비, 내 말을 이해하니? 러시아 사람을 바꿔줘."

"내 말을 네가 이해 못 하는 것 같은데."

정신이 하나도 없다. 마침 도로변의 집으로 들어가는 승용차가 있어 자전거를 타고 가까이 다가간다.

"헤이, 헬프미."

다짜고짜 남자에게 전화기를 건네주고, 한동안 영어로 말하던 안드레가 그와 통화를 한다.

패니어에서 펜과 종이를 꺼내주니 남자는 통화를 하며 러시아의 꼬부랑 글자를 쓴다.

"이걸 어떻게 읽는 거지. 신기해."

통화가 끝나고 남자에게 핸드폰에 주소를 써달라 부탁하자 남자는 손사래를 치며 차 안에서 지도를 가져온다.

"아날로그다!"

"핸드폰에 주소를 입력해 주면 구글맵으로 쉽게 찾을 수 있는데."

한참 동안 남자는 주소와 구글맵 그리고 나베레츠니 첼니의 지도를 보며 안드레의 집을 찾느라 애를 쓴다.

핸드폰 메시지로 주소를 보내지 않는 안드레와 종이 지도로 주소를 찾는 남자 중 누가 더 아날로그일까.

3초면 끝나는 현대의 위치정보 프로세스가 편리하지만 수수께끼를 풀고 있는 것 같은 오래된 방식이 싫지만은 않다.

20분 정도 지도를 보며 주소를 찾은 남자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첼니의 시내로 향한다.

나베레츠니 첼니의 중심까지 15km 정도의 거리, 러시아로 돌아와 여행하는 동안 연락이 닿지 않던 안드레를 다시 만날 수 있게 되어 좋다.

나베레츠니 첼니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거대한 굴뚝의 발전소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드디어 왔네."

시내로 들러가는 길목에서 잠시 쉬며 안드레의 집으로 가기 전에 시내를 둘러보기로 한다.

구글맵으로 검색되는 나베레츠니 첼니의 관광지들은 특별함이 보이질 않는다.

자신의 도시에서 트럭과 군용 트럭을 만든다며 여러 차례 설명을 한 안드레의 말처럼 나베레츠니 첼니는 우리나라의 울산처럼 공업도시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정확하게 직선으로 꺾이는 도로를 따라가는 동안 넓은 공장 지대와 여러 가지 브랜드의 화물트럭 대리점, 정비센터 등을 지나간다.

"거대한 화물 트럭의 도시다."

나베레츠니 첼니의 시내로 들어간다.

체육시설이 공원과 작은 공원들을 둘러보지만.

다른 도시에 비해 특별함은 없다.

"배고프다. KFC나 갈까?"

시내 중심에 있는 할배네 치킨, 한 남자가 다가와 호기심 있게 말을 건네고 인사를 한다. 짧은 대화를 하고 매장으로 들어가 햄버거와 치킨 그리고 콜라를 주문한다.

식사를 하려는 순간 남자는 통조림캔을 건네주며 밝게 웃는다.

자전거를 좋아한다는 남자 립킨(Павел Рыбкин)은 미술을 하는 아티스트이다. 립킨은 물고기를 뜻하는 단어인지 그는 피쉬라는 아이디를 사용한다.

그의 작품은 매우 흥미롭다.

립킨과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여행과 그의 그림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헤어졌다. 안드레의 집으로 가지 않았다면 그와 많은 시간을 보냈을 것 같다. 유쾌하고 친절한 남자이다.

안드레의 집은 카마강변에 위치해 있다. 구글맵이 알려주는 아파트로 찾아가 안드레에게 전화를 한다.

"안드레, 나 왔어."

아파트의 베란다에서 안드레는 반가움의 외침으로 손을 흔든다.

"왔다."

아파트의 현관을 열고 안드레가 특유의 환한 웃음과 함께 다가온다.

"사비, 마이 프렌드. 굿 맨!"

"안드레, 널 만나려고 3,000km를 달려왔어."

월터에게 안드레를 만났다는 소식을 전하자 여자친구와의 사진을 보낸다.

"야, 이게 염장질이야."

안드레는 자신들의 친구들이 온다며 기다리고, 잠시 후 두 남자가 찾아온다.

안드레의 친구, 보바와 이글이다.

친구들과 인사를 하고 짐과 자전거를 안드레의 집으로 옮긴 후 안드레는 일을 하러 가야 한다며 퇴근 때까지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라고 한다.

"9시에 일이 끝나면 다시 올게."

보바와 이글, 그들과 함께 보바의 집으로 걸어간다.

슈퍼에 들러 맥주와 함께 저녁으로 먹을 치킨을 사고.

보바의 집에 도착한다.

음악을 좋아하는 보바는 엔지니어로 집 안에는 각종 음악 기기들이 분해되고 조립되어 있다.

"전기공학을 전공했나?"

"아, 회로도. 보기만 해도 머리 어지럽다."

술과 담배를 하지 않는 보바, 약간의 술과 담배를 하는 이글은 안드레의 친구답게 독특하고 유쾌하다.

맥주를 마시며 그들의 이야기와 음악 등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안 야영 생활로 지쳐있던 피곤함이 밀려온다.

시계는 이미 9시를 가리키지만 안드레는 돌아오지를 않고.

잠시 소파에 누워 단잠에 빠져든다.

12시쯤이 되어 안드레가 돌아오고, 산책을 하며 안드레의 집으로 돌아간다. 보바와 이글이 돌아가고 바로 쓰러진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24일 / 맑음
스타로콕토보-멘젤린스크
안드레가 살고있는 나베체르니 첼니가 가까워지지만 안드레와 연락이 닳지 않는다. "못 먹어도 고!"


이동거리
92Km
누적거리
15,211Km
이동시간
6시간 06분
누적시간
1,108시간

 
M7도로
 
M7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스타로콕
 
포이세보
 
멘렐린스
 
 
2,137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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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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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40기가,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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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비가 자욱하게 내려앉았다. 잠깐 잠에서 깨고 다시 침낭을 끌어당긴다.

9시 반, 나뭇가지에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를 들으며 멀뚱히 텐트의 천장만을 응시하다 몸을 일으켜 세운다.

"아침으로 뭘 먹을까?"

도시락 컵라면에 햄을 썰어 넣고, 빵과 함께 아침을 해결했다.

안개비가 사라지기를 기다리며 다시 침낭 속으로 기어들어 간다.

"그냥 하루를 쉴까?"

12시가 넘으며 하늘이 조금씩 밝아지고, 텐트가 마르기를 기다리며 짐들을 정리한다.

1시, 안개비와 게으름으로 늦어진 출발. 여행 자료를 정리할 수 있는 여건이라면 계속 캠핑을 했을 것이다.

"가는 만큼만 가자."

한 시간 정도를 달려 작은 마을을 지나치지만 카페가 보이질 않는다.

8km 정도 거리에 카페를 확인하고 길을 따라간다.

바쉬코르토스탄 공화국과.

타타르스탄 공화국의 경계가 나타난다.

"타타르스탄?"

경계에 위치한 주유소에 작은 카페가 운영되고 있다.

플롭과 닭고기 조림 하나를 주문, 매우 비싸다.

지루한 라이딩이 계속된다.

나를 지나쳤던 러시안 바이커가 도로변에서 손짓을 한다. 영어를 하지 못해 의사소통이 안되었지만 바이크에서 사과 두 개를 꺼내어 건네주고 헤어진다.

아침과 달리 좋은 날씨다. 불어오는 바람결이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가을날의 오후.

못생겼지만 러시아의 사과는 맛이 좋고, 먹기가 편하다.

"어디까지 갈까."

카마강 근처의 멘젤리스크에서 캠핑을 할 생각이다.

"하트네."

7시, 카마강변의 멘젤리스크에 도착했지만 카마강변의 모습은 생각과 달리 늪지대와 비슷하다.

구글맵을 확대하니 독특한 모양의 강변 모습이 나타난다.

"강변에서 캠핑을 하기는 틀렸어."

마을 초입의 카페에 들어갔지만 딱히 먹을 음식과 식료품이 없다. 식료품을 구매하기 위해 2km 정도 떨어진 마을의 중심으로 들어간다.

8시면 해가 떨어진다. 한 시간 정도 짧아졌다.

어렵게 첫 번째 슈퍼를 찾았지만.

살만한 것이 없다. 다시 두 번째 슈퍼를 찾고,

세 번째 슈퍼에 들어가 필요한 것들을 사 든다.

"라면에 넣아볼까."

마카로니를 조금 담아 계산원에게 흔들어 보이니 재미난 듯 쳐다보며 웃는다. 3루블, 60원어치의 마카로니를 산다.

세 곳의 슈퍼를 돌아다니는 사이 어둠이 내려앉는다.

석양빛의 색이 너무나 좋다.

마을 초입으로 돌아와 멀지 않은 곳에 텐트를 설치한다.

오랜만에 네트워크가 연결되었지만 모든 것이 귀찮다.

"60km 정도면 나베레츠니 첼니인데, 안드레를 어떻게 찾지?"



Trak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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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23일 / 맑음
스타로쿠르마세보-스타로콕토보
카잔으로 향하는 여정, 고로드 알타이스크에서 만난 안드레를 만나기 위해 나베레츠니 첼니로 향한다.


이동거리
107Km
누적거리
15,119Km
이동시간
7시간 42분
누적시간
1,102시간

 
M7도로
 
M7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스타로쿠
 
타이모에
 
스타로콕
 
 
2,137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0기가, 7,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495)783-2727

 
"지쳤을까?"

요거트와 빵을 아침을 해결하고 출발을 준비한다.

기분처럼 흐리고 찌뿌둥한 날씨다.

"참 멀다."

도로변의 자작나무들이 붉고 노랗게 물들어 간다.

첫 번째로 나타난 카페에서 자전거를 세우고 휴식을 취한다.

플롭과 라그만을 주문하고, 라그만은 러시아의 일반적인 수프로 면과 고기, 감자 등이 들어있고 토마토소스가 베이스인 것 같다.

밥과 국, 플롭과 라그만을 함께 먹으니 한국의 밥상과 비슷한 느낌이 난다.

모든 들녘의 밀들이 익어가고 추수를 서두르는 트랙터들의 움직임도 바쁘다.

짙고 무거운 구름과.

순백의 가벼운 구름이 계속해서 반복된다.

맑은 하늘에서 이슬비처럼 작은 빗방울이 흩날리다 멈추기를 반복한다.

"묘한 날씨다. 지금의 기분처럼 말이야."

들녘 곳곳에 농업용수를 퍼올리는 기계 같은 것이 한 기 또는 여러 기가 설치되어 있다. 마치 작은 유전의 모습 같다.

카페에서 포장해온 호쇼르 같은 커다란 만두로 허기를 달래고.

계속해서 오락가락하는 날씨가 계속된다.

갑자기 작은 마을을 지나는 사거리가 나온다.

"마을이 왜 나오지?"

구글맵을 확인하니 메인도로에서 벗어나 엉뚱한 곳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돌아가기도 귀찮고."

메인도로의 방향으로 이어지는 낡은 도로를 따라간다.

조금씩 굵어지는 빗줄기.

그리고 다른 편의 하늘은 밝고 화창하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는 구도로를 달리는 동안.

작은 마을들과.

하천을 지나고.

끝없는 들판을 가로지른다.

차량의 통행도 끊겨버린 옛길.

들녘의 풀내음과 비를 머금은 바람의 냄새.

그리고.

순간순간 변해가는 하늘의 빛과 실루엣.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의 흐름이다.

"지금은 혼자인 것이 다행일지도 몰라."

한 시간 반, 잘못 들어선 길을 달리는 동안 어지럽던 마음은 날씨의 변화처럼 차츰 가라앉는다.

"자연의 색은 참 예쁘다."

다시 메인도로를 만나 천천히 페달을 밟는다.

정확한 목적지 없이 출발한 하루의 여정, 예쁜 석양빛을 바라보며 캠핑을 준비한다.

언덕 밑으로 마을의 모습이 넓게 펼쳐져 있다.

"오늘은 여기까지."

슈퍼와 카페의 위치를 확인하고.

마을 입구의 슈퍼에서 물과 함께 간단한 비상식을 보충하고.

카페에서 샤슬릭을 포장한다.

마을을 벗어나 수확이 끝난 밀밭의 자작나무 숲에 자리를 잡고.

텐트를 설치한다.

"그저 그런 하루였어."

알타이에서 만난 안드레의 집이 가까워지는데 여전히 연락이 닿질 않는다.

"이대로 지나치기엔 너무 좋은 친구, 안드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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