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587~595일 / 맑음 그리고 계속된 비 ・ 24도

삼척
일주일간 장맛비가 예보된 시간, 삼척에서 비를 피하며 시간을 보낸다.


이동거리
6Km
누적거리
27,012Km
이동시간
0시간 55분
누적시간
2,050시간

 
삼척항
 
삼척시장
 
 
 
 
 
 
 
0Km / 0시간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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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
 
바다
 
삼척
 
 
643Km
 

 

폭 잠들었다. 예보된 비는 내리지 않고 선선한 바람이 계속되는 하루다.

 

한동안 비어있었던 것 같은 아파트를 청소하고, 집안의 수건들과 그동안 세탁하지 못한 옷들을 세탁기에 넣고 돌린다.

 

어제 먹었던 회와 술, 숙취가 밀려와 주변을 검색하니 아파트 단지 건너편 선지 해장국집이 검색된다.

 

"딱이군!"

 

큰 기대 없이 찾아간 송림 해장국집의 국물 맛과 양, 기본 반찬의 맛들은 꽤 만족스럽다.

 

"맛집이네."

 

 

온몸이 뻐근하다. 아랫입술에 생긴 수포가 터지고 딱쟁이가 앉았다. 양구를 지나 속초로 넘어오는 경로가 꽤나 피곤했던 모양이다. 언제나 여행을 시작하면 일주일 안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노트북을 들고 아파트 단지의 입구에 있는 교회의 카페에서 시간을 보낸다.

 

여행의 자료들을 어떻게 정리할지를 고민한다. 어떻게든 잘 정리해놓고 싶은 마음이지만 어지간한 게으름이 동시에 발동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모양이다.

 

바람이 심상치가 않다. 항구에 나가 바람을 쐬어볼까 생각이 든다.

 

삼척항의 허름한 식당을 지나치며 10여 년 전 처음 전국일주를 했을 때 삼척을 지나치면 곰치국을 먹었던 곳이었음이 떠오른다. 기억이란 참 쓸데없이 놀라울 때가 있다.

 

이후로 곰치국을 먹어본 적은 없다. 시원한 국물이 간단히 밥 한 그릇으로 배를 채우기에 좋았고, 해장용으로 최고겠다 싶었지만 내게는 그저 김칫국 같은 느낌이라 딱히 입맛을 당기는 그런 음식은 아닌 것 같다.

 

삼척시의 지형은 참 오묘하다.

 

선선한 바람이 강하게 불어오는 날, 항구의 등대에는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있다.

 

딱히 큰 물고기가 잡히는 것 같지는 않고, 연분홍색의 작은 물고기가 계속해서 올라온다.

 

"바람도 좋고, 시간도 좋다."

 

"아저씨도 아무거나 한 마리 잡아보세요."

 

다음에 여행을 하게되면 꼭 낚싯대를 하나 들고 다녀야겠다.

 

 

 

계속해서 비는 내리지 않고 바람이 불어오는 날이다.

 

KT알뜰폰을 개통해 보기로 한다. 배후령을 넘기 전 편의점에서 구매한 유심카드를 꺼내 들고 와이파이를 이용하기 위해서 카페로 나간다.

 

본인인증 절차가 범용공인인증서와 신용카드로만 가능한 탓에 속초에서 개통하려다 미루어둔 것이다. 국민카드 앱을 설치하고 카드사의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개인정보의 핸드폰 번호를 변경한다.

 

"아, 복잡해. 귀찮어!"

 

신규 개통을 할까 생각하다 금융기관과 핸드폰의 수많은 어플과 연결된 번호를 다시 재설정하려니 지옥 같다. 번호이동으로 개통을 하고, SKT의 해지 신청 ARS 확인이 끝나자 바로 개통이 된다.

 

"이제 데이터 부자!"

 

알뜰폰이라 가격도 저렴하고 좋다. 최신 핸드폰들의 카메라 기능이 몹시 탐이 나지만 당분간 최신 핸드폰을 약정 계약으로 구매할 생각이 없으니 알뜰폰의 상품 패키지들의 옵션이 정말 마음에 든다.

 

지난밤 메시지를 보낸 카시아는 리턴 메시지가 없다며 실망하는 눈치다. 7시간의 시차, 이른 새벽시간인 폴란드의 시간이라 나중에 답장을 하려고 미뤄둔 것인데 핸드폰을 개통하느라 답장을 보내는 것을 깜박 잊고 있었다.

 

"그나저나 매일처럼 메시지를 보내는 카시아에게 답장을 보내는 것도 일이네."

 

내가 게으른 탓도 있지만 다른 사람들과 메시지를 주고받는 한국의 스타일을 설명하는 것도 쉽지 않다.

 

"쓸데없이 신경이 쓰이네."

 

바람을 쐬러 항구로 나간다.

 

삼척항 주변 해안가에 세워진 정자에 앉아 시간을 보낸다.

 

짠내음, 속초나 강릉의 시원한 해변의 모습도 좋지만 동해와 삼척에서 시작되는 항구의 짠내음도 싫지만은 않다.

 

 

어제보다 더 강하고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날이다. 정말 비가 내리려는 모양이다.

 

"시간은 좋은데 뭔가 허전하다."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 가슴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헛헛한 감정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어젯밤부터 시작된 천둥 번개 그리고 싸늘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느낌 좋은데 춥다!"

 

 

 

계속해서 많은 양의 비가 내린다. 한화 이글스는 정말 야구를 못하는 것 같다. 이상한 일이지만 언제부터인지 한화 이글스가 어떻게 게임을 지는지 보기 위해 그들의 경기를 관심 있게 시청하고 있다.

 

"뭐랄까, 아주 창조적이야!"

 

잠시 빗줄기가 멈춘 흐린 하늘이다. 늦은 아침을 먹기 위해 찾아간 송림 해장국집은 계속해서 영업이 끝났다며 헛걸음질을 하게 만든다. 2시 반까지의 영업시간인데 2시 정도가 되면 영업이 끝나는 모양이다.

 

회냉면이 당기는 날이다. 삼척시를 검색하고 냉면집을 찾았다. 자전거를 끌고 시내에 있는 죽서루와 중앙시장을 구경할 생각으로 밖으로 나간다.

 

"나오니까 이슬비가 흩날리네."

 

찾아간 냉면집도 꽤나 마음에 든다. 삼척에 은근히 맛있는 집들이 많은가 보다. 명태회의 양이 조금 아쉽지만 부드러운 식감과 소스의 맛이 좋다.

 

 

회냉면으로 늦은 점심을 해결하고 죽서루로 가기 위해 삼청 중앙시장으로 간다. 삼척시의 중심가는 중앙시장의 주변인가 보다.

 

여느 재래시장과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시장에 들어서자 내리는 비는 강해진다. 죽서루를 구경하려던 계획을 포기하고.

 

"비 오는 날에는 머리 고기에 막걸리인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리는 비에 흠뻑 젖어버리고 말았다.

 

"아, 머릿고기 편육은 완전 실패다! 이럴 수는 없는데."

 

메이저리그가 시작되었고, 새벽부터 시작되는 야구 시청으로 하루가 흘러간다. 비는 계속 내리고 한화 이글스도 계속 패하고 있다.

 

비가 그치면 서울로 빠르게 돌아가야겠다. 하고 싶은 일이 생긴 것 같고, 담배도 끊고 싶어 졌다.

 
이내 끝날 것 같던 비내림이 계속된다.

카페에 나가 자료들을 정리하며 시간을 보내고.

"내일은 떠날 수 있으려나?"

비가 멈춘다는 일기예보처럼 조금 하늘이 열리는 느낌이다.

"정말 끝난 거야?"

밤새 요란한 빗줄기는 다시 시작되고, 흐린 날이다.

"느낌이 다른데."

비가 멈춘 하늘과 바람의 느낌이 다르다.

"끝났나 보다."

내일의 일기예보도, 저녁 하늘의 기운도 맑다.

"내일은 떠나자."

장마의 폭우로 발이 묶인 삼척의 시간, 지루했지만 나쁘지 않은 날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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