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50일 / 미세먼지 ・ 23도
안양시-한단시-사허시-싱타이시
새벽 5시에 잠이 들었다. 9시가 되기 전 일어나 베이징을 향해 달린다.


이동거리
113Km
누적거리
6,615Km
이동시간
7시간 16분
누적시간
460시간

 
G107도로
 
G107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안양시
 
한단시
 
싱타이시
 
 
3,830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86-1173-0089

 
아침 하늘이 안개가 내려앉은 것처럼 뿌옇다. 미세먼지다.

북쪽으로 많이 올라와서 그런지 아침나절 쌀쌀함이 느껴지지만 곧 기온이 올라갈 것이다. 

복잡하지 않게 시내를 벗어나 도로의 식당에서 아침을 해결한다. 싱타이시까지 110km를 가야 하니 배를 든든하게 채워야 한다.

간단한 면 메뉴일 거라 생각했는데 손님들이 먹고 있는 음식은 갈색의 죽 같은 것이다.

그 비주얼이 심상치 않아 순간 당황스럽지만 그냥 먹어 보기로 한다.

죽과 요우티아오(油条)를 주문하고 조리하는 것을 구경한다.

얇게 썰어놓은 두부를 기름에 튀긴다.

모양은 안 이쁘지만 기름맛이 퍼지는 ​요우티아오.

미리 끓여 놓은 큰 냄비에서 죽을 담고 조미료 같은 것을 살짝 뿌린 뒤 진한 갈색의 죽이 나오고.

못생긴 요우티아오도 바로 나온다.

"아, 비주얼 정말."

궁금함과 걱정 반반으로 한 숟가락을 먹어본다.

"오, 낫 베드!"

두부 알갱이와 지단, 약간의 당면, 땅콩 그리고 정체 모를 내용물이 들러간 죽은 보기와 달리 향이나 맛이 진하지 않고 부드러운 식감이 좋다.

요우티아오와 궁합이 아주 잘 맞는다.

"이것도 해장용으로 그만인데, 속을 편하게 해주겠어."

음식을 다 먹고 죽의 이름을 물어보니 5위안이라고 한다. 5위안을 주며 다시 물어본다.

"아니, 쩌거 조우 밍?"

식당 여주인은 죽이 3위안이고 빵이 2위안이라 5위라이라고만 대답한다.

"알아, 5위안 줬잖아. 조우 밍, 밍즈?"

계속 3, 2, 5만을 반복적으로 알려주는 여주인은 포기하고, 마침 죽을 먹기 시작한 남자에게 물어본다.

"쩌스 썬머? 밍?"

살짝 당황해하더니 번역기에 죽의 이름을 적어준다.

"湖拉汤, 후라탕"

식당 여주인을 향해 '후라탕' 하니 '뚜이' 웃으면서 답한다.

아침을 먹는 사이 10시가 되고 이제부터 107km를 가야 한다.

11시 87km, 흐린 하늘처럼 뿌연 도로를 달리다 길가에 피어오른 들꽃에 자전거를 세우고 잠시 쉬어간다.

달릴 땐 제비꽃처럼 보였는데 꽃대가 길고 꽃망울이 여러 개다.

"마른 흙바닥에서 이쁘게도 폈네."

조금씩 맞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한다. 수양버들이 가로수로 심어진 길을 달리지만 미세먼지 가득한 날씨 때문에 라이딩에 흥이 나질 않는다.

체인비를 낮추고 어기적어기적 치현을 벗어나고.

"항아리 굴뚝이 네 개나 서 있네."

13시 53km, 땀도 차고 핸드폰 조작도 어려워 장갑을 벗고 지냈더니 손등이 새까맣게 타버렸다.

"이쁘게 좀 타지. 지저분하게 그을렸네."

큰 규모의 한단시에 진입했지만 시의 외곽을 돌아가는 길이라 낡은 변두리의 풍경들만이 이어진다.

예전의 청계천이나 을지로의 풍경들처럼 미싱 공장들과 부품 가게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멀리 보이는 도시의 실루엣은 마치 회색 분가루를 하늘에 뿌려놓은 듯하다.

중국의 서북지역은 사막이 있거나 사막화가 진행되는 지역이고, 사막화의 영향권에 들어있는 지역은 허난, 허베이와 같은 산업화가 이루어진 지역이다.

사막화의 흙먼지와 산업화의 미세먼지가 환상의 콜라보를 이루는 지역인 것이다.

후난성을 지나 후베이와 허난으로 올라오는 동안 가장 큰 변화는 황사와 흙먼지 그리고 미세먼지가 짙어지고 많아진다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우리와 위도가 비슷해질수록 더욱 심해진다.

"동남부는 비 때문에 하늘 보기가 힘들더니 여기는 먼지들 때문에 하늘 보기가 힘들구나."

"중국에서 맑음의 의미는 어떤 것일까?"

중국여행 50일 중 맑은 하늘을 본 것은 비가 내린 뒤 반짝 해가 떴던 단 하루, 아니 정확하게 반나절이 전부였다.

한단시를 둘러싸고 거대한 원을 그리는 외곽도로를 벗어날 때쯤 서로 엉키고 설켜 흙먼지만을 날리고 있는 도로가 펼쳐진다.

환상적인 바람과 함께 마치 70년대 미국의 서부 영화의 한 장면같다.

"이건 뭐 답이 없다."

사거리 교차로에 신호등이 없어 서로 뒤엉켜 있는 차들과 틈바구니를 찾아 어떻게든 빠져나가려는 오토바이, 사람들이 난장판을 이루고 있다.

잠시 그들을 피해 사거리 우측에 자전거를 세우니 어색한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광고판이야? 뭐야?"

끝이 보이지 않는 거리에 광고판처럼 안내판들이 걸려있다. 건물 외벽의 세로 간판조차 없는 중국에서 도로 표지판을 제외하고 처음 보는 관경이다.

볼트와 너트 같은 산업용 부품을 생산하는 단지처럼 보인다. 흙먼지가 날리는 도로변에 음식을 파는 노점 식당들이 즐비하고 도시 전체에 공장의 기름 냄새가 배어있다.

지옥 같은 거리를 지나 사허시에 들어선다. 연속되는 도시들의 도로를 지나가느라 진행 속도가 더디다.

"재미없는 라이딩이야."

그렇게 찾아도 보이지 않던 자전거 샵이 다섯 개가 한 건물에 몰려있다. 정말 중국은 극단적이다.

뭔가 있다 싶으면 너무 많고, 없으면 아무것도 없다.

필요한 부품이 있나 생각해 보니 본드는 묘족 자치구에서 샀고, 풀리는 자이언트 매장에서 임시로 사용할 것을 주었다. 그리고 울산 바이크하우스 선화에게 풀리와 습식 오일을 강제 협찬받을 것이다.

"필요할 땐 안 보이더니, 필요한 게 없네."

시내에 들어서며서 가로수와 큰 건물들에 가려 시야가 막혀있으니 미세먼지의 정도가 가늠이 안된다.

"저 예쁜 가로수들은 하늘을 가리려는 위장술 아냐?"

도로를 오가며 쉴 새 없이 하늘에, 바닥에 물을 뿌리지만 의미가 없어 보이고.

서울시의 인공강우 실험이 차라리 낫겠다 싶다.

"베이징이 고작 400km 남았구나."

사허시와 싱타이시를 잇는 다리를 지난다.

지나가는 차량들이 흩날리는 먼지로 숨이 막힐 지경이다.

강물은 흔적조차 사라지고 메말라 흙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모래와 흙들이 쌓여 산을 이루고 있다.

도로변에 쌓인 흙모래를 퍼내느라 바쁘지만 이쪽 모래를 저쪽으로 옮기는 의미밖에는 없다.

마른 흙들로 변해버린 도로변에 가로수의 묘목들을 심어놓고.

여러 겹으로 가로수들을 심어 놓았지만 이미 많이 늦은 것은 아닌가 싶다.

"그래도 많이 심어. 무조건 심고 또 심어."

여기저기 물을 뿌리느라 바쁘다.

바닥은 쓸고 닦고 치우느라 바쁘고.

가로수에 물을 주기도 바쁘다.

관리가 이루어지는 도심이나 지방에서는 이렇게 살수차와 청소차량으로 물을 뿌려 흙먼지를 제거하고, 많은 청소 인력들이 흙들을 청소하느라 바쁘다.

중국도 문제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자구책을 마련해 가는 것 같지만, 앞으로 어마한 댓가의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할 것이다.

"대륙아, 문제를 하루라도 빨리 인정하고 주변국들에게 협력을 구해봐. 세계의 중심이 되기 전에 민폐의 중심이 되고 말 거야."

춘절을 전후해서 도로를 다니며 이 요물이 폭죽을 터트리는 바람에 심장이 떨어질 뻔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잘 정비된 싱타이시의 초입 도로변으로 어정쩡하게 노점 시장이 들어서 있다.

지금껏 노점 시장은 현(县)이나 시(市)의 시작 직전에 펼쳐지고 도시로 이어졌는데, 도시와 도시가 연결되다 보니 시내 안쪽의 초입에 어정쩡하게 들어선 모양이다.

저녁 후식으로 먹기 위해 1위안짜리 빵을 골고루 다섯 개 사들고 시가지로 들어간다.

뒷통수 한 대 때렸으면 싶다. 자동으로 움직이니 전기 오토바이들을 참 희한하게 타고 다닌다.

황사와 미세먼지의 콜라보 못지않게 전기 오토바이와 핸드폰의 콜라보 역시 최악의 조합이다.

상하이에서 오토바이 부대를 처음 봤을 때는 모두들 헬멧을 착용하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헬멧들이 사라졌다.

속도감이 떨어지는 전기 오토바이의 병폐가 아닌가 싶다.

어딘지 모르게 낡고 오래된 도시의 느낌이다. 시간의 여유도 있고 숙소도 검색할 겸 자전거를 세울 적당한 장소를 찾는다.

고덕지도를 보니 주변에 청풍루(清风楼)가 있어 구경도 할 겸 이동한다.

오래된 상가 골목 사이로 청풍루가 나온다. 노인들이 청풍루의 광장을 가득 메우고 있고 양옆으로 단체로 모여 춤을 추는 할머니들이 있다.

"탑골 공원인가."

청풍루의 정면으로 등소평의 초상화가 걸려있고 다른 성들과는 달리 문이 굳게 닫혀있다.

어디선가 인민복을 입은 할아버지 두 분이 나타나더니.

등소평의 초상화를 보며 반듯하게 서서 무언가를 읊조린다.

엄숙한 할아버지들과는 달리 옆에서는 할머니들이 춤을 추기 바쁘고.

청풍루의 길 건너편으로 오래된 상가들이 이어진다. 옛날 성을 중심으로 자리를 잡은 거리의 모습일 듯싶다.

상가들의 앞에서 제기를 차며 노는 사람들. 시계방향으로 제기를 차서 넘겨주며 자리를 바꿔 빙빙 돈다.

안축, 바깥축으로 능숙하게 제기도 잘 차지만 그보다도 너무나 즐겁고 재미나게 노는 것이 인상적이다.

도시가 너무 크다 보니 개발이 안되어 그럴 수도 있지만 이런 고전적 거리가 넓게 유지되는 것은 참 부럽다.

목조나 석조의 2층 구조라 유지가 가능한지 모르겠지만.

3성급 숙소를 잡고 찾아갔지만 외국인 투숙이 불가능하다며 친절하게 안내를 해준다. 괜찮다 말하고 근처의 투숙 가능한 숙소를 트립닷컴에 문의하고 바로 이동한다.

"아, 높다. 45,000원, 가장 비싼 주점이네."

호텔 입구에 자전거를 세워두는데 중년의 남자 직원이 무어라 제재를 한다. 자전거를 다른 곳에 놓으라는 것 같은데 모른 척 무시하고 주점으로 들어간다.

무리 없이 체크인을 하고 보증금으로 300위안을 주불한다.

"뭐 대단한 것이 있길래, 숙박비보다 보증금이 더 많은지."

체크인을 하는데 중년의 남자가 와서 자꾸 밖에 세워둔 자전거로 시비를 거는 것을 계속 무시한다. 프런트 직원들은 방으로 가져가도 된다고 말을 했는데 말이다.

"내 자전거가 호텔의 격에 안 맞으면 격에 맞게 정중히 안내해. 네 눈에 내 자전거가 더럽고 허접해 보이면 내 눈에도 너희 호텔이 서울의 싸구려 모텔 정도로 밖에 안 보인다고."

체크인을 마치고 자전거를 가지러 가는 내게 바싹 붙어 시끄럽게 떠들길래 웃으며 욕을 해줬다.

"알았다. 피곤한 꼰대야!"

덩치가 큰 부하직원에게 어딘가를 안내하라 지시하더니 그동안 자신을 무시한 것에 대한 분이 남아 있는지 씩씩거린다.

덩치가 큰 남자는 지하 2층 주차장에 있는 직원들의 오토바이 주차장으로 안내한다. 덩치와 달리 뭔가 조심스럽고 소극적인 남자다.

자전거를 묶어두고 샤워를 한 후, 같은 건물에 있는 할배네 치킨으로 가서 햄버거 세트를 사들고 나온다.

앞에 서서 주문하던 결정 장애가 심각해 보이는 남자, 200위안의 주문을 하는 남자 때문에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중국은 맥도널드보다 할배네가 싸고 맛이 있는 것 같다.

일 년에 한두 번 먹을까 싶은 햄버거를 자주 먹게 되다니. 맥도날드, KFC 간판만 봐도 백반집 간판처럼 반갑고 군침이 돈다.

햄버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시원한 콜라가 한몫한다. 냉수를 좋아하는데 중국에는 냉장고를 안 쓰니 미지근한 물 아니면 뜨거운 차뿐이다.

고급진 주점이라 무료 생수도 생색이다.

"한국 싸구려 모텔에도 냉장고에 생수 2병, 음료 2캔은 기본으로 들어있다. 배워라!"

대단한 황사와 미세먼지 속을 달렸다. 중국의 고민들도 엿볼 수 있었고 아쉬운 노력들이 안타깝기도 하다.

"이곳의 아이들은 청명한 하늘의 느낌을 알까?"

우리가 소나기 소설을 읽으며 더욱 아련해질 수 있는 것은 여름날의 소나기와 비가 갠 후의 청명한 하늘, 산산하게 불어오는 바람결 같은 것을 경험에 비춰 그려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의 다음 세대들은 어떤 하늘을 그려낼는지 모르겠다. 하늘색 크레파스일지, 회색 크레파스일지.

알고 보면 우리는 좋은 것들을 많이 갖고 누렸음에도 더 좋은 것들을 찾아 물려주고 싶어서, 그 좋았던 것들을 없애 버렸다.

"얘들에게 좋은 집은 줬는데 하늘을 뺏어 버린 거지!"

어쩌면 '그땐 먹고사는 게 바빠서 그랬다'라는 이전 세대들처럼 '더 좋은 집을 주려고 그랬다'라며 궁색한 변명을 해야 될지 모를 일이다.

중국은 쓸데없는 허세로 겉모습에만 신경 쓰지 말고, 실질적인 해결책을 하루빨리 찾아내길 바란다.

"물만 주야장천 뿌려대지 말고, 쫌!"

그리고 고등어구이는 죄가 없다!


경비내역
식비:44위안 / 식료품:18위안 / 숙박:45,340원 / 합계:62위안, 45,340원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49일 / 맑음 ・ 25도
신샹시-허비시-안양시
편하게 보낸 저녁이었다. 핸드폰으로 자료들을 정리하는 것이 생각보다 꽤 힘들다.


이동거리
113Km
누적거리
6,502Km
이동시간
5시간 53분
누적시간
453시간

 
G107도로
 
G107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신샹시
 
허비시
 
안양시
 
 
3,717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86-1173-0089

 

새벽 3시가 넘어 잠들었는데, 아침의 피곤함은 조식을 먹겠다는 집념을 이기지 못한다.

7시, 두 번째 알람에 잠에서 깨어 간단하게 세안만 하고 식당으로 내려간다.

환하게 밝은 식당에는 적당히 부지런한 몇몇의 사람들만이 조식을 하고 있다.

"딱 좋아!"

일단 찬들을 훑어보고 조금씩 접시에 담고, 깔끔하게 진열된 모양이 제대로 된 조식 차림이다.

다음으로 군만두와 빵류를 담고.

달콤하게 맛있었던 검은 밥과 작은 찐만두 스리고 하트모양의 계란 후라이를 담는다.

"흰죽은 어디에 있나?"

흰죽을 찾다가 빛깔 좋은 볶음밥을 발견한다.

"유레카!"

"오, 커피, 환타, 콜라까지."

"이 정도는 에피타이저지."

"환타! 너 오랜만이다."

면 요리는 주문을 받아 바로 조리해 준다.

간단히 에피타이저로 식욕을 돋우고 메인 식사와 디저트를 담아온다.

"원피스의 능력 열매 같은 저걸 먹어봐야 하는데."

"역시 밥을 먹어야 해!"

대화 상대가 있었다면 소화를 시키며 한 번 정도 더 먹을 수 있었지만 참는다.

아쉽지만 든든하게 아침을 먹고 샤워를 한 후 체크아웃을 하고 출발한다.

청명하지는 않지만 지독한 황사 먼지는 조금 사라진 것 같다. 어제 숙소를 변경하며 중심가에서 4km 정도 벗어난 탓인지 거리는 복잡하지 않다.

시내를 벗어날 때쯤 허난사범대학(河南师范大学)를 지나치고.

작은 수로와 도로를 사이에 두고 캠퍼스가 나누어졌는지 엄청난 수의 학생들이 줄을 이어 이동하고 있다.

지나쳐온 사거리까지 2곳의 이동로가 똑같이 학생들로 가득 차있다.

"중국 대학은 등록금이 따로 있는가?"

"외국 여행자에게 말도 좀 걸고 하지. 애네는 참 일관적이야."

중국 대학의 캠퍼스 구경도 해보고 싶지만 이런 인파라면 무리지 싶다.

1시간 만에 시내를 완전히 벗어나 한적해진 국도를 따라 오늘의 목적지 안양시로 향한다. 110km의 거리.

도로변 마을로 들어가는 골목마다 샹청성에서 보았던 것과 비슷한 조각 기둥들이 세워져있다.

조각상들의 표정이 인상적이다.

마을 건너편에 항아리처럼 생긴 거대한 굴뚝도 보이고.

도시와 도시가 연결되는 도로라 그런지 오토바이나 3륜 오토바이의 통행이 드물다.

앞을 가로막던 것들이 없으니 편하기는 한데, 없으니 조금 허전하기도 하고 그렇다.

11시, 도로변에 있는 아주 작은 여객터미널에서 잠시 쉬어간다. 85km가 남아있다.

어디로 향하는지는 모르겠지만 7, 9위안의 요금은 정말 저렴한 것 같다.

어려서부터 방학이 되면 혼자서 서울로 올라왔던 생각이 난다. 광주나 나주, 영산포 같은 낡은 버스 터미널을 통해 버스를 갈아타며 오르내리던 길들이었다.

이런 작고 허름한 터미널들을 보면 그때의 감정들이 고스란히 살아나 아련하다. 설렘과 두려움 그리고 막연한 쓸쓸함 같은 것들이다.

며칠째 조금의 변화도 없는 밀밭의 풍경은 계속되고.

12시, 64km가 남아있다. 과적을 단속하는 검문소에서 휴식취하고.

"중국 전력 공급의 문제가 만만치 않겠다."

울산의 바이크하우스 선화에게 풀리와 습식 오일을 보내달라 부탁을 하고 다시 출발을 한다.

"속도가 빠르니 조금 일찍 도착할 수 있겠다."

시(市) 단위의 도시가 이어지니 현(县) 같은 소도시들이 작게 느껴진다. 중국의 서남부를 지나며 숙소와 거리를 잡기 위해 힘들게 찾아내야 했던 현(县)들인데.

한적하고 잘생긴 도로들이 계속되고 조금씩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살랑이던 바람이 가끔씩 강풍처럼 불규칙하게 불어온다.

"오, 뒷바람. 달려볼까! 너네 감당이 되겠어?"

약간 각도가 빗겨나서 불어오지만 시원한 바람이 밀어주니 페달링이 한결 가볍다.

빗속 라이딩으로 프런트 기어의 3단이 올라가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귀찮아서 변속 세팅을 하지 않고 그대로 놔두고 있다.

"귀찮은 게 병이다. 뭐 2단으로도 충분해."

속도를 조금 붙이려니 이내 허비시가 나타난다. 독특한 모양의 제방 위에서 낚시를 하는 사람들, 다른 곳들과 달리 물이 맑다.

허비 시내로 접어들어 뒷바람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많은 신호등을 지나느라 속도가 느려진다.

13시, 남은 거리 45km. 3시 정도면 안양시에 도착할 것 같다.

도로의 방향이 조금씩 바뀌더니 바람은 측면에서 불어온다. 간간이 자전거를 휘청이게 만드는 바람에 조심스럽게 속도를 늦추고.

한적한 탕인현의 외곽 도로를 타고 안양시로 향한다.

안양시로 들어가는 외곽의 검문소를 지나 깔끔하게 정비된 자전거 도로가 시작된다.

조금씩 도심의 모습이 나타나고.

중국의 가로수는 종류도 참 다양하다.

"그러고 보니 계화수가 언젠가부터 안 보이네."

오토바이로도 충분히 복잡한 사거리에서 사람들이 모여 합창단의 노래를 구경하고 있다. 바람에 홍등들이 날아갈 듯 휘날린다.

"내일 비가 오는 것은 아니겠지?"

가끔씩 불어오는 강풍에 하늘거리는 복장을 한 합창단을 지휘자가 날아갈 것 같다. 어떤 행사인지는 모르겠지만 화음이나 합창소리가 좋지가 않다.

"조금 민망한 수준인데."

안양시에 위치항 천녕사(天宁寺)에 들러 숙소를 검색한다.

다행히 ibis 호텔이 있어 큰 고민 없이 선택을 한다. 상하이 예원에서 하루를 보냈던 중국의 호텔 체인점이다.

천녕사을 잠시 둘러볼까 하다 충분히 잠을 자지 못한 탓인지 피곤이 밀려온다.

입장료도 따로 있고, 자전거 보관도 힘들어 고민 없이 패쓰.

근처의 ibis 숙소로 이동하여깔끔하게 체크인을 끝내고.

근처 관광지의 관람권과 차량 이용권을 숙소에서 구매할 수 있나 보다.

"괜찮은 서비스네. 고민할 것도 없고."

免费(면비, 미엔페이), 무료제공이란 뜻이다. 점심에는 커피와 약간의 음식, 저녁에는 칵테일 서비스가 있나 보다.

ibis 호텔은 우리의 일반적인 모텔 정도의 수준은 된다. 체인이다 보니 직원들도 친절하고 그렇다.

샤워 후 근처 식당에서 이른 저녁을 해결하고.

우리의 김치볶음밥처럼 간단히 먹을 수 있는 덮밥. 15위안.

가운데가 움푹 들어간 넓은 접시에 충분히 넉넉한 양의 음식과 순한 국물.

아침에 가져온 커피로 마무리.

핸드폰 자판을 두드리다 채 10분도 안되어 기절을 한다. 자정쯤 다시 잠이 깨어 자료를 정리하고 마저 잠을 청한다.

내일은 그동안 숙소로 골치를 썩힌 허난성을 벗어나 허베이성으로 넘어간다. 베이징까지 515km 정도가 남아있다.



경비내역
식비:15위안 / 식료품:3위안 / 숙박:151위안 / 합계:169위안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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