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612일 / 맑음 ・ 36도
감포-경주-울산
동해안 여행을 마치고 울산으로 향한다. "바다가 그리워질 거야."


이동거리
45Km
누적거리
27,335Km
이동시간
4시간 11분
누적시간
2,081시간

 
동해안길
 
무룡산길
 
 
 
 
 
 
 
25Km / 2시간 15분
 
20Km / 1시간 56분
 
감포
 
관성
 
울산
 
 
966Km
 

 

급작스레 더워지는 텐트, 뜨거운 아침 기온에 화들짝 놀라 잠에서 깨어난다.

"뭐야? 겨우 8시인데."

뜨거운 태양을 피해 그늘이 있는 곳으로 자리를 옮기고, 지난 자료를 정리하며 여유가 생긴 아침을 즐긴다.

울산까지 40km 정도의 거리, 넉넉한 시간의 여유다.

"맘껏 게을러져야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클래식 음악, 이런 아침이라면 피곤하게 깨어나도 좋을 것 같다.

나정 해변의 조약돌들은 유난히 둥글고 예쁘다. 하지만 신발을 벗고 발을 디디면 이상하게 아프다.

속초에서부터 많은 해변의 시간을 보냈지만 여전히 뭔가가 아쉽다.

"바다.. 시간.."

12시가 되어 천천히 짐들을 정리하고 울산으로 출발한다. 나정 해변의 근처, 어제 검색을 해두었던 뷔페식당으로 찾아간다.

넉넉하게 그릇을 채우고, 두 접시를 비운다.

"너무 비정상적인 식사인가?"

품위있는 식사까지는 아니더라도 가끔은 일차원적으로 배를 채우는 모습이 스스로 이상하다 생각이 든다.

배가 부르다 못해 터질 것 같은 포만감으로 고개를 넘고 마주한 첫 번째 해변에서 잠시 쉬어간다.

"배가 너무 부르다. 미련한 것 같아!"

작은 고개들이 이어지고, 더운 날씨는 메마른 갈증을 불러일으킨다.

"시원한 음료수가 필요해."

한적한 조약돌 해변을 지나고.

울산으로 들어서기 전 마지막 해수욕장에서 시원한 환타 한 병을 사든다.

"선화야, 여기 관성 솔밭 해변인데 어디로 가는 것이 편해? 중간에 산이 있는데!"

"산 없는데요."

울산시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450미터의 무룡산을 넘어가야 한다.

"산 있는데!"

"아, 그냥 언덕이죠! 별거 아닙니다."

무룡산 고개를 피할 수 있는 길은 해안을 따라 멀리 돌아가는 길뿐이가 보다.

일단 마지막 동해안 바다인 해변에 발을 담근다. 뜨거운 한낮의 기온과 달리 어느새 무릎에 와 닿는 바닷물이 차갑게 느껴진다.

살결을 간지럽히는 부드러운 거품처럼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의 움직임이 좋다.

밀려가고.

부서진다.

"잘 있어라. 바다!"

해안을 따라 천천히 울산시 외곽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높은 고층 아파트들이 들어선 울산 북구를 지나고, 자동차 전용도로로 바뀐 31번 국도를 벗어나 무룡산을 넘어가는 옛길로 들어선다.

로드바이크와 엠티비를 타는 사람들의 경쾌한 질주를 부러워하며 무룡산 고개를 오른다. 높지 않은 경사로 길게 이어지는 고개 그리고 30도를 훌쩍 넘어간 한낮의 무더위가 페달링을 무겁게 만든다.

느려진 페달링으로 1시간 정도의 업힐을 끝내자 고개의 정상에 작은 쉼터가 보인다.

"선화, 이놈의 촤식!"

땀으로 범벅이 된 몸에서는 온몸에 물을 끼얹은 것처럼 땀이 흘러내린다.

"밀크커피, 세상 맛있는 맛이다."

쉼터의 노점에서 파는 밀크커피의 맛이 꽤나 매력적이다. 밀크커피를 만드는 비율이 궁금해진다.

정자에 앉아 땀을 식히고, 긴 내리막을 달려 울산 시내로 접어든다. 태화강의 잘 생긴 자전거 도로를 따라 바이크하우스 매장이 있는 삼산동으로 향한다.

태화강을 건너고.

"덥다. 더워."

선화가 운영하는 바이크하우스에 도착한다.

"형님, 오셨어요!"

"죽겠다. 시원한 것 아무거나 줘."

반갑게 맞이하는 선화와 시원한 매장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땀과 피로를 식힌다.

손님을 응대하는 동안 한가롭게 매장을 어슬렁거린다.

"멋진가?"

자전거 샵을 오픈한 지 10년,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자리를 잡고 샵을 운영해온 선화가 대견하다.

최근에 스페셜라이즈드 취급점이 된 바이크하우스, 2년 사이 새롭게 변화된 자전거들을 시스템을 구경한다. 전동 시스템으로 바뀐 쉬프터와 변속기 그리고 싱글 크랭크와 함께 장착된 쟁반만 한 크기의 52T의 체인링들이 새롭다.

"자전거는 클래식한 맛이 있어야지. 너무 편해진다."

 

8시, 선화와 함께 저녁을 먹고.

"경상도의 소주도 먹어봐야지."

꽤나 입맛에 맞는 고깃집, 물론 고기라면 입맛에 안 맞는 것이 없다.

더위는 그 열기가 식지 않는 열대야로 이어진다.

선화는 작은 호텔의 프런트에 무조건 좋은 방을 달라며 핸드폰으로 결제를 한다.

"이런 좋은 숙소는 필요 없는데."

"푹 쉬세요. 형님."

시원한 샤워를 하고, 넓고 쾌적한 침대에 쓰러진다. 아침 일찍 깨어난 날의 피곤함에도 쉽게 잠들지 못하는 불면이 찾아든다.

"쾌적한 방, 시원한 에어컨, 편안함 침대, 뽀송해진 몸인데, 뭐가 문제냐?"

새벽 6시가 가까워지며 겨우 기절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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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원 : KEB 하나은행/변차섭/415-910665-18507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611일 / 맑음 ・ 32도
포항-구룡포-감포
울산으로 가는 길, 습도 가득한 더위가 시작된다. 천천히 바다를 바라보며 울산으로 간다.


이동거리
46Km
누적거리
27,290Km
이동시간
4시간 0분
누적시간
2,077시간

 
동해안길
 
동해안길
 
 
 
 
 
 
 
29Km / 2시간 30분
 
17Km / 1시간 30분
 
포항
 
신창
 
감포
 
 
921Km
 

 

꿈속의 시간, 자꾸 뭔가를 잃어버리는 불안정한 꿈을 꾼다.

"무엇을 잃어버린 거야 아니면 아직 무언가를 찾지 못한 거야?"

불쾌감에 놀라 깨어난 시각 11시, 체크아웃 시간을 1시간 남기고 깨어난다. 어지러운 꿈과 달리 며칠간 계속되던 피곤함은 사라졌다.

짐들을 정리하는 사이 모텔의 주인이 다가와 인사를 한다. 같은 성씨를 쓰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작은 호의와 호감을 보여주는 남자다.

얼려놓은 얼음물을 선물로 건네준 남자는 좋은 여행을 하라며 웃는 얼굴로 인사를 한다.

"감포까지만 가자."

울산까지 하루면 갈 수 있는 거리지만 해안가에서 캠핑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싶다. 부산으로 가지 않는 이상 울산을 지나면 더는 동해 바다를 볼 수 없다.

포스코를 지나 지루한 포항 시내를 벗어난다.

호미곶으로 가려던 경로를 변경하고 동해면을 가로질러 모포항으로 간다.

31번 국도를 따라 동해면에서 모포항에 이르는 작은 고개들을 넘고 신창리의 간이해변에 도착한다.

작은 조약돌이 깔려있는 한적한 어촌의 해변이다.

 

"여기 좋다. 너무 조용하고."

조약돌의 해변으로 시원한 파도가 밀려든다.

"쉬었다 가자. 이런 곳에서는 시간이 느려!"

해변에 앉아 시간을 보내다 출출함이 느껴져 점심을 먹으러 간다. 변변한 편의시설이나 편의점도 없는 마을, 민박을 하는 작은집에 콩국수를 한다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편안하고 여유가 느껴지는 중년의 부부, 큰 기대 없이 들어간 민박집의 간의 식당의 저렴한 콩국수와 김치는 꽤나 맛이 좋다.

든든하게 허기를 채우고, 여주인이 내어준 믹스커피를 들고 해변으로 돌아온다.

"여기서 캠핑을 할까?"

야영을 하고 싶은 편안한 느낌의 공간이지만 울산까지 가야 할 내일의 일정이 있어 아쉽다.

작은 조약돌의 해변에 앉아 돌들을 골라본다.

한 움큼 집어 든 작은 돌들 중 모가 나거나 뒤틀린 돌들을 골라내면 파도와 바람에 서로 부딪혀 둥글둥글 다듬어진 작은 돌들만이 남는다.

"다른 이들처럼 둥글둥글하게 살았으면 지금 행복하다 생각하고 있었을까?"

"모르겠다. 알 필요도 없고."

"그저 다른 이에게 예쁘다는 소리 정도는 들었겠지."

"내가 지금 모난 것들을 골라내는 것처럼."

"나는 그때로부터 얼마나 둥글어졌을까? 아니면 그럼에도 버려진 것일까?"

3시간 가까이 해변에 앉아 시간을 보내는 사이 5시가 되어간다.

 

아쉬움을 털어내며 자리에서 일아나 감포로 향한다.

15km, 한 시간 정도의 라이딩으로 고개를 넘고 작은 시골 읍내 감포항에 도착한다.

산으로 둘러싸인 작은 항구다.

"마음에 드는 동네네."

저녁 낚시를 즐기기 위해 항구의 방파제로 나오는 사람들, 조용하고 편안한 분위기에 항구의 주차장에 텐트를 펼치고 싶은 충동이 일었지만 참는다.

오랜만에 메시지가 온 리즈훼이와 문자를 하고 감포항을 떠난다.

"파도 소리가 듣고 싶다."

감포항을 떠나 작은 고개를 넘자 나정 해변이 나온다. 나정고운모래 해변은 이름과 달리 조약돌이 깔려있는 해변이다.

홀로 해변에 앉아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는 여자의 실루엣이 왠지 허전하다.

"어깨 톡톡, 머리 쓰담쓰담."

그저 말없이 곁에 앉아 머리를 기대어도 스스럼없이 마음과 시간을 필요한 만큼 내어줄 것만 같다.

"내가, 네가 아니면 누군가."

차박 캠핑족이 길게 들어선 해변을 따라가다 적당한 장소에 자전거를 세운다.

"오늘은 여기네."

식수대와 화장실이 근처에 있는 해안가 솔밭에 텐트를 펼친다.

선선한 바람이 시작되는 해변의 저녁이다.

"왜 하필 내 앞에서 염장을 지르시는지요?"

식수대에서 물을 받아 간단히 몸을 씻고, 해변의 식당에서 저녁으로 물회를 포장해 온다.

오늘도 여지없이 밤이 되니 해변에는 폭죽이 터진다.

이곳저곳의 폭죽으로 해변은 순식간에 매캐한 화약 냄새와 연기로 가득하다.

"거대한 모기향이군."

 

맥주를 마시며 파도 소리에 시간을 흘려보낸다.

 "여전히 둥글지 못한 모난 나는 그러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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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609~610일 / 비, 흐림 ・ 28도
포항
태풍 장미가 지나가고 긴 장마가 끝나가는 느낌이다. 다시 자전거를 타고 떠난다.


이동거리
6Km
누적거리
27,244Km
이동시간
1시간 25분
누적시간
2,073시간

 
휴식
 
시내구경
 
 
 
 
 
 
 
0Km / 0시간 00분
 
6Km / 1시간 25분
 
포항
 
계류장
 
송정
 
 
875Km
 

 

태풍 장미가 북상하여 태풍의 영향권으로 들어간다는 예보다.

후덥지근한 폭염으로 시작된 하루는.

짙은 먹구름의 하늘로 바뀌고 빗방울을 떨어뜨린다.

어제의 피곤함으로 긴 낮잠에 빠져들고.

저녁으로 고등어를 굽기 위해 죽도 시장으로 간다.

다섯 마리에 5만원이던 고등가 이틀 사이에 6만원으로 올랐다.

뭔가 불친절한 시장의 할머니들과 흥정을 하고 고등어를 사서 돌아온다.

신선하고 두툼한 고등어를 구워 막걸리와 함께 저녁을 한다.

요란스럽게 태풍을 걱정하던 방송 뉴스와 달리 태풍은 적은 빗줄기만을 뿌리고 소멸한다.

"왜 이렇게 피곤하고 힘이 없지?"



여전히 폭우가 쏟아지는 중부지방과 달리 포항을 비롯한 남부지방은 태풍과 함께 장마가 끝났는지 폭염이 시작된다.

"아, 숨 막힌다. 비가 내리는 것이 차라리 좋겠어."

아침을 먹고 천천히 짐과 패니어를 정리한다.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막혀오는 날씨다.

영선 형님은 부산으로 가는 친구와 만나고, 형님과 헤어진다.

더위를 피하기 위해 근처의 편의점 카페에서 시간을 보낸다.

"오늘 쉬어야겠어! 몹시."

한국에 돌아와 편하게 쉬어본 기억이 없다. 편안한 침대와 쾌적한 공간 그리고 자고 싶다.

한참을 고민을 하다 주변의 저렴하고 평가가 좋은 모텔을 예약한다.

4시의 체크인 시간을 맞추기 위해 송도해변에서 시간을 보내고.

"시간은 편하네. 그저 흘려보낸다."

3시가 조금 넘어 모텔로 향하고, 다이소에 들러 세면 용품과 수건을 구매한다.

"이제 잃어버리지 말자."

에어컨을 틀고, 샤워를 한 후 침대에 누워 기절을 한다.

"이 정도면 그럭저럭 편안하고 쾌적하다."

경주를 경유할까 생각하다 더운 날씨라 호미곶을 지나 해안을 따라 울산으로 가야겠다.

 

 

GPS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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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608일 / 맑음 ・ 32도
포항 영일만
비가 멈춘 하늘, 요트를 타고 영일만을 둘러보기로 한다. 처음 타보는 요트의 항해가 궁금하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27,238Km
이동시간
0시간 0분
누적시간
2,072시간

 
요트
 
영일만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포항
 
영일만
 
포항
 
 
869Km
 

 

어젯밤부터 비는 멈추고, 바람의 방향도 바뀌었다. 오랜만에 보는 깨끗한 날씨다.

하지만 밤새도록 모기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며 편하게 잠들지 못한 피곤함이 묵직하다.

"너무 피곤하다. 잠이 떨어지지가 않아."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고 11시에 출항을 하기로 한다.

세일을 장착하고 요트 내부에 있던 불필요한 짐들을 꺼내어 정리를 하는 사이 영선 형님의 친구분 커플이 도착한다.

형님은 해경에 전화를 걸어 출항 정보를 보고하고, 구명조끼를 입고 드디어 출항.

모터의 동력을 이용해 천천히 항구의 계류장을 빠져나간다.

항구의 등대를 빠져나가 모터를 정지한 후 요트의 세일을 올리자 바람을 맞는 세일이 힘차게 펴진다.

영일만으로 진입한 요트는 천천히 속도가 오르고.

요트가 파도를 가르며 출렁거리기 시작한다.

집세일을 올리고.

 

본격적으로 바람을 타고 가는 요트.

메인 시트를 잡은 영선 형님의 손길이 바람에 따라 바빠진다.

좌우로 기울어진 채 바람에 밀려 나가는 요트.

바다 위의 내려앉은 백조와 같은 우화함은 없다.

"뭔가 분주하고 터프하다."

조용한 영일만의 앞바다, 해변 가까이 다가간 후.

크게 회전을 하여 포항 신항이 있는 곳까지 가보기로 한다.

순조로운 바람을 따라 요트는 순항을 하고, 요트에 앉아 간식으로 김밥을 나눠 먹는다.

어느새 멀어지는 영일대 해변.

서핑보드를 타는 사람들의 움직임과 속도가 꽤나 빠르다.

"우리 잘 가고 있는 거죠?"

닻을 내리고 정박해 있는 대형 화물선 사이를 유유히 빠져나가는 요트.

포항 신항의 근처에서 방향을 틀어 되돌아 간다.

요트가 역풍을 맞으며 되돌아 가는 방법은 45도의 각도를 유지하며 좌우로 지그재그로 운항을 하는 것이다.

역풍을 속에서 각도를 유지하며 영일대를 향해 가는 요트, 요트 뱃머리 부근에 앉아 기울어진 채 솟아오르는 요트의 중심을 몸으로 눌러주며 순조롭게 나가던 요트를 해경선이 다가와 멈추라며 확성기로 안내를 한다.

"왜?"

세일들을 내려 바람의 저항을 없애고, 모터를 이용해 해경선으로 다가간다.

"이 수역은 레저활동 지역이 아닙니다. 돌아가세요."

뭔가 부자연스러운 해경의 안내가 이어지고.

"위험하게 해상에서 요트를 세우면 어떻게 합니까?"

역풍 속에서 목적지로 돌아가는 요트의 항해법, 해경은 먼바다나 위험지역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착각을 한 것인지 아니면 과잉반응을 보이는 것인지 지시와 같은 안내를 하는 모양새가 어정쩡하다.

해경선이 떠나고, 다시 세일을 올려 바람을 맞으려 하니 메인 세일의 하단 부위가 찢어져 있다.

영선 형님은 능숙하게 세일의 찢어지지 않은 부위까지만 메인 세일을 올리고 운항을 한다.

우측의 영일대를 향해 운항을 하고, 다시 방향을 바꿔 포스코를 향해 길게 나아가기를 반복하며 지그재그 운항이 이어진다.

"오늘 안에 돌아갈 수 있는 거예요?"

각도를 잡으며 좌우 왕복을 하던 요트는 항구의 입구에 도착한다.

"참 신기하네."

 

항구에 들어서 세일을 내리고.

작은 모터를 이용해 천천히 계류장으로 돌아간다.

첫 번째 요트 항해, 정적으로 보이던 요트 항해는 생각과 달리 꽤나 거칠고 익스트림하다.

"나랑은 안 맞아요."

요트에서 좌우로 움직이며 무게를 맞추는 일만 했는데도 온몸이 뻐근한 것 같다.

식당에서 시원한 콩국수로 허기를 달래고, 짧은 요트의 항해였지만 허벅지와 팔 그리고 얼굴이 매우 따갑게 느껴진다.

"팬더 같아요."

따가운 바다 위의 햇볕에 벌겋게 익어버렸다.

"어쨌든 재미있는 경험이었어!"

여기저기 물폭탄을 쏟아부은 폭우가 끝나기도 전에 태풍 장미가 북상하고 있다고 한다.

"요트 여행은 어렵겠어요."

끝을 알 수 없는 장마와 난데없는 태풍 그리고 이어질 폭염으로 남해안 섬들의 요트 여행은 어려울 것 같다.

영선 형님은 제천으로 돌아간 뒤 가을에 다시 요트 여행을 할 생각인가 보다.

"어디로 갈까? 경주, 울산, 통영?"

일단 울산에 내려가 선화를 만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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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607일 / 비 ・ 24도
포항
폭우와 계속되는 비, 하루 종일 내린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27,238Km
이동시간
0시간 0분
누적시간
2,072시간

 
요트
 
요트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포항
 
포항
 
포항
 
 
869Km
 

 

비가 내리는 아침, 12시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잠을 자기로 한다.

요트에서 자료들을 정리하며 하루를 보낸다.

비예보가 없는 내일은 영일만 일대에서 첫 번째 항해를 하기로 한다.

"내일 11시에 항해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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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602일 / 비 ・ 28도
죽변 봉평해변
봉평해변에서 하루를 쉬어간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27,084Km
이동시간
0시간 0분
누적시간
2,057시간

 
샤워
 
갯바위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죽변
 
죽변
 
죽변
 
 
715Km
 

 

몇 차례의 뒤척임, 억지스레 잠을 떨쳐내려 애를 쓴다.

폭우로 인해 잠들지 못했던 어제의 피로가 대단했나 보다.

한산한 아침의 바닷가, 부모의 손을 이끌고 나온듯한 꼬마는 수영을 하고, 모래 장난을 하느라 바쁘다. 밥을 먹으러 가자는 부모의 제안은 그저 공허한 울림처럼 사라져 버린다.

아침을 먹을 생각으로 어제 만난 여행작가가 알려준 굿모닝 뷔페에 들렸지만 11시 반에 오픈을 한다고 한다.

텐트로 돌아오면 다른 식당에 들어갔지만 물회와 매운탕만이 가능하다 하여 그냥 돌아온다.

산산하게 불어오던 바람이 멈추고 갑작스레 기온이 올라가는 느낌이다.

"그늘로 이동할까."

귀찮은 일이지만 소나무가 있는 그늘로 텐트를 옮기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몇 차례 왕복을 하며 텐트와 짐들을 옮기고 나니 하늘에서 굵은 빗방울이 떨어진다.

"기다렸어?"

텐트로 들어가 누워 있으니 한 남자가 말을 걸어온다. 어제 만났던 여행작가다.

"왜 전화가 안 돼요?"

어젯밤 비가 와서 걱정을 했다는 강작가님은 샤워를 했는지 물어본다. 폭우 속에서 비를 맞고, 더위에 땀을 흘리고서 마땅히 씻지를 못해 끕끕했던 차인데 샤워를 하러 가자고 한다.

작가님은 투숙하고 있는 펜션으로 앞장을 서고.

오전에 투숙객이 빠져나간 방의 샤워실을 안내해준다.

"아, 살 것 같다."

샤워를 끝내고 작가님을 찾았지만 보이질 않고, 아침을 먹으러 다시 굿모닝 뷔페로 간다.

한산한 뷔페식당, 6천원의 식대를 지불하고.

보리밥과 반찬들을 담는다. 고추장에 비벼먹어도 최고일 것 같은 나물 반찬들의 구성이지만 귀찮아서 그냥 배불리 두 그릇을 해치운다.

"집밥 같은 것이 먹고 싶었나?"

한국에 돌아와 많은 맛있는 음식들을 먹었지만 특별한 만족스러움을 느끼지 못했다. 화정산의 쌈밥집과 여행 중 먹었던 백반집에서 '정말 잘 먹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을 보면 회나 고기, 족발 같은 즐겨 먹던 음식이 아니라 나물 반찬들과 함께 먹는 집밥 같은 음식이 먹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부풀어 오른 배를 통통 튕기며 텐트로 돌아간다.

계속해서 비가 내리는 날씨지만 샤워를 한 상쾌함과 배부른 포만감이 그저 만족스러울 뿐이다.

텐트로 돌아가는 중 부재중 전화를 확인하고, 모르는 번호로 전화를 하니 도로의 반대편에서 강작가님이 손을 흔들고 있다.

"어디 갔다 와요?"

"굿모닝요!"

"아, 맛있게 먹었어요? 내가 텐트에 탕수육이랑 만두를 놓고 왔어요. 먹어요."

"감사합니다."

작가님이 놓아둔 탕수육은 저녁으로 먹어야겠다.

텐트에 누워있으니 나른한 졸음이 밀려온다. 어느새 비는 멈추고 바닷가에는 아이들과 사람들이 하나둘 찾아든다.

졸음도 털어낼 겸 바닷가로 나가서.

이리저리 걸어다닌다.

사람들과 아이들이 무언가를 잡느라 바쁘다.

"너냐?"

보말과 작은 조개가 많다며 신이 난 아이들.

갯바위 틈 사이로 게의 모습도 보이고.

'야, 다 보이거든!"

"심심한데 잡아볼까."

갯바위를 걸어가며 보말들을 채집하고.

"삶아서 먹으려면 다섯 신발은 잡아야겠네."

한 신발을 채우고 갯바위에 보말과 갯고둥을 풀어놓으니 움직임이 수상하다.

"이 건 보말인데."

"넌?"

빠르게 움직이는 보말 껍데기들, 잡은 보말의 1/3은 작은 소라게들이다.

녀석들과 한참 동안 장난을 치고, 모두 갯바위에 풀어준다.

라면에 넣고 끓여 먹을까 생각했지만 굳이.

"오, 왕 쪼리!"

텐트로 돌아와 멍하니 시간을 보낸다.

바다와 하늘을 바라보며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먼바다에 비가 내리는지 구름의 움직임이 경이롭다.

"그럼, 발!"

"오늘 하늘은 수묵화네."

몽골의 구름에 비하면 뭔가 소박하지만.

"저기 비 내리네."

"제가... 깨진 컵 같아요. 남에게 상처를 주고, 이제 아무것도 담지 못하는 그런 존재 같아요."

"금이 가고 깨지더라도 나는 나대로 오롯이 살아가려 해."

-어른을 위한 동화 '컵 이야기' 중에서

 

 "뭐 하세요?"

해 질 무렵 하늘을 보며 시간을 보내는 사이 작가님이 낚싯대를 들고 텐트를 지나쳐간다.

"낚시 가세요? 구경할게요."

루어 낚시를 하러 가는 작가님을 따라 방파제로 간다.

함께 가는 어르신에게 루어 낚시를 가르쳐 주는 작가님이다.

"이렇게요!"

루어 낚시 초보인 어르신도.

작가님도 한 마리씩 고기를 낚아낸다.

핑크색 물고기.

"성대."

포항에 도착한 영선 형님은 어서 포항으로 내려오라고 메시지를 보내온다.

낚시에 대한 호기심은 하늘과 바다의 풍경 속에서 사라진다.

"나도 깨진 유리병 같다."

"물리적 시간을 이탈할 수 있다면."

"나는 너에게로 가게 될까."

 "아니면..."

문득, 현재의 내가 시간 속의 나를 궁금해한다.

 

 

 

 후원 : KEB 하나은행/변차섭/415-910665-18507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601일 / 맑음 ・ 28도
삼척-울진
새벽까지 이어진 폭우로 인해 전쟁 같은 밤을 보내고, 편히 휴식할 곳을 찾아 죽변항으로 간다.


이동거리
21Km
누적거리
27,084Km
이동시간
2시간 35분
누적시간
2,057시간

 
동해안길
 
동해안길
 
 
 
 
 
 
 
7Km / 50분
 
14Km / 1시간 45분
 
고포항
 
북면
 
죽변항
 
 
685Km
 

 

밤부터 조금씩 내리던 비는 일기예보와 달리 그 기세를 더해간다.

"무슨 일기예보가 실시간을 바뀌냐!"

10시에 비가 멈춘다는 날씨 예보는 아침까지 비 모양으로 바뀌어 가고, 최대 10미리의 시간당 강수량은 40으로 증가한다.

"너희를 믿은 내가 바보다."

새벽 3시, 더욱 거세지는 빗줄기는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하고, 끝내 텐트를 옮기기로 결정한다.

저녁에 봐 두었던 도로변 정자로 가기 위해 패니어와 짐들을 하나씩 꺼내어 도로변으로 옮기고, 자전거를 끌고 정자로 가니 정자에는 이미 작은 텐트 하나가 중앙에 자리 잡고 있다.

"늦었네. 살짝만 가장자리에 쳤으면 두 개도 들어가겠는데."

쏟아지는 빗속에서 어쩔 수 없이 정자 옆에 있는 버스 정류장으로 들어간다. 마지막으로 비에 젖은 텐트를 거의 끌다시피 들고 와 정류장 안쪽으로 집어넣는다.

"투둑."

부실한 폴대 두 개가 부러져 나간다.

새벽 4시 반, 텐트의 내부는 이미 빗물이 가득 차있다. 손으로 빗물을 쓸어내고 망연스레 앉아 시간을 보낸다.

"괜히 옮겼나? 처음부터 정자에 텐트를 쳤어야 했나? 정자에서 비박을 하는 게 좋을까?"

5시가 넘어가고 날이 밝아온다. 에어매트에 바람을 넣고, 비에 젖은 옷들을 벗고 부드러운 속침낭 속으로 들어간다.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이 아늑함은 뭐지?"

정류장의 지붕을 때리는 빗소리가 잦아들고, 피곤함에 바로 잠이 든다.

10시 반, 조금씩 더워지는 텐트의 온도에 잠에서 깬다. 느낌상 날밤을 뜬 눈으로 샌 기분이다.

엉망으로 젖은 텐트를 꺼내어 햇볕에 말려두고.

출출한 허기를 달래기 위해 마을을 둘러보지만 작은 슈퍼마켓은 없고, 마을 내부에 넓은 정자가 두 개가 더 있다는 것만 확인한다.

어제 해변에 텐트를 치기 전 마을을 조금이라도 둘러봤어야 했는데, 게으름에 캠핑의 기본을 잠시 잊어버렸다.

"어서 말라라."

피곤함에 이동을 하고 싶지 않지만 딱히 음식을 구할 곳이 없어 움직여야 한다.

하룻밤 사이 녹이 슨 체인에 윤활을 하고 마을을 빠져나간다.

"너 참 얄궂다."

마을의 초입에 울진군의 경계를 알리는 이정표가 있고.

길은 긴 오르막으로 이어진다.

"시작부터 이게 뭐야? 나한테 왜 이래!"

천근만근 무겁게 느껴지는 자전거를 끌고 고개를 오른다.

몇 개의 작은 마을들을 지나치는 동안 작은 슈퍼마켓도 찾기가 힘들고.

쉽게 지쳐버린 페달링으로 겨우 죽변항에 도착한다.

"힘든 20km다."

10년 만에 다시 온 죽변항, 배 고프다.

죽변항 입구의 식당가로 들어가.

생선구이 집으로 들어간다.

심각하게 제육볶음 같은 고기가 당기지만 오는 동안 두 군데의 식당에서 퇴짜를 맞았다.

"왜 제육볶음은 2인분부터야!"

인상이 좋고 여자가 상냥하게 응대를 해준다. 공깃밥 두 그릇을 해치우고.

죽변항을 잠시 구경한다.

항구 주변은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다.

대게를 파는 가게들만이 바쁘게 움직이고.

야영지로 생각한 봉평 해변으로 간다.

도착한 봉평 해변의 캠핑장은 텐트들로 가득하고, 캠핑장도 유료로 운영되고 있다.

피곤함에 유료 캠핑장이라도 들어가고 싶지만 다닥다닥 텐트들이 붙어있는 캠핑장은 끔찍하다.

편의점에 앉아 잠시 주변을 검색하고, 해안가 끝에 있는 방파제 주변의 해변에 캠핑 공간이 있을 것 같다.

봉평 해변의 끝자락, 방파제를 가운데에 두고 작은 모래사장이 있다.

언덕 위에 작은 민박집과 펜션이 있고.

해변에는 몇 개의 그늘막과 텐트들이 자리 잡고 있다.

"오케이. 빙고!"

다른 텐트들과 멀리 떨어진 방파제 가까이에 텐트를 펼친다.

"자전거 여행을 하시나 봐요."

낚싯대를 든 중년의 남자가 말을 걸어온다. 자신도 전국일주를 여러 차례 했다는 남자는 여행작가라며 자신을 소개한다.

60세라는 남자는 어릴 때부터 세계 50여 개 나라를 여행했다고 한다. 남자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고, 들고 있는 낚싯대에 대해 물어본다.

여행을 하며 낚시를 해봤으면 하는 생각이 있어 낚시에 대해 관심이 많다.

루어 낚싯대에 대한 궁금증들에 대해 묻고, 남자의 여행담을 듣는다.

꽤나 유쾌하고 즐거운 남자다.

방파제에 올라 바다를 구경하고.

텐트로 돌아와.

바닷물에 들어가 발을 담근다.

"아, 정말 긴 하루다."

의자에 앉아 시간을 보낸다.

"실루엣 좋네. 부럽다!"

저녁을 간단히 해결하고 텐트에 들어가 누우니 후드득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이러지 마라!"

날씨를 확인하니 비예보가 전혀 없다.

"믿어본다. 피곤하고 귀찮다."

자정이 가까워지자 폭죽들이 계속 터진다.

멀리 안쪽으로 들어온 것이 다행이다 싶다.

"대체 저녁에는 뭘 하다가 이 시간에 나와서 볼품도 없는 폭죽을 쏴 대냐!"

 
피곤할수록 잠들기가 어려울 때가 있다. 불행히도 오늘이 그렇다.

"젠장!"

 

 

 

GPS 정보

 

 후원 : KEB 하나은행/변차섭/415-910665-18507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600일 / 맑음 ・ 30도
삼척
비로 인해 멈추었던 삼척에서의 시간을 끝내고 다시 여행을 떠난다.


이동거리
51Km
누적거리
27,063Km
이동시간
4시간 39분
누적시간
2,055시간

 
동해안길
 
동해안길
 
 
 
 
 
 
 
29Km / 2시간 30분
 
22Km / 2시간 09분
 
삼척항
 
장호항
 
고포항
 
 
664Km
 

 

11시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난다.

낯이 익은 어린 남자가 집으로 들어서고 잠이 덜 깬 멍한 시선이 남자와 눈과 마주친다.

"어, 누구?"

"그러는 분은 누구?"

남자는 집안에 널부러져 있는 어젯밤 저녁 식사의 쓰레기들에 놀란 눈치다. 자세히 보니 캐논 하우스에서 본 것 같은 참게형의 아들이다.

8월의 첫날, 10일간의 폭우가 그치고 화창해진 휴가 시즌에 맞춰 삼척으로 여행을 온 것 같다.

"조금 후에 나갈 건데, 오후에는 집에 없을 거야."

잠시 씻으러 왔다는 아이는 밖으로 나간다. 맑게 개인 하늘을 올려다 보고 샤워를 한 후 어지럽던 집 안을 깨끗하게 청소를 하고 출발을 준비한다.

"조금은 민망하네."

12시 반, 해장국집에서 점심을 먹고 목적지 없이 남쪽 방향으로 내려간다.

"가다가 괜찮은 해안가에서 멈추자."

삼척 시내를 벗어나기 위해 해안가의 고개를 오른다. 습한 날씨에 옷과 몸은 순식간에 땀으로 젖어든다.

연이은 고갯길의 해안도로를 이어가느라 페달링은 무거워지고, 기다렸던 맑은 날씨의 화창함과 달리 왠지 모르게 여행의 마음은 흐릿하다.

"뭔가 방향성을 잃어버린 기분이네."

삼척에 위치한 항구 중 스 풍경이 가장 수려하다는 장호항은 기대와 달리 큰 매력은 없다.

장호항을 지나 다시 고개를 넘고, 해안가에 작은 두개의 섬을 두고 서 있는 붉은 등대가 눈에 들어온다.

"좋네."

장호항의 뒷편 갈남항의 월미도와 해안가 갯바위들의 풍경이 마음에 든다.

고갯길에 설치된 쉼터에서 항구의 풍경을 내려다보며 시간을 보낸다.

"어디로 갈까? 여행을 끝내고 서울로 돌아갈까."

조금은 무기력한 시간, 갈피를 잡지못하는 마음이 무겁게 느껴진다.

고갯길과 항구, 해변을 의미 없이 지나치는 동안 원덕읍 호산항에 도착한다.

읍내의 시장을 둘러보다 옛날 통닭을 한 마리 사서 패니어에 넣어둔다.

"대충 근처에서 야영을 하자."

주변을 살펴하니 월천유원지가 검색된다. 그늘막들이 설치되어 있는 월천 유원지는 유료로 이용하는 시설이라 포기하고, 해안도로를 따라가며 적당한 장소를 물색한다.

공사 중인 것 같은 월천해변은 캠핑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전혀 없고, 해변의 건너편으로 들어서 있는 산업단지의 모습이 살풍경스럽다.

계속해서 해안도로를 따라가지만 이곳의 해안은 모두 철책경계로 차단되어 있다. 철책 안쪽으로 몇몇 사람들이 그늘막을 설치하고 물놀이를 하는 모습이 보이고, 일정한 간격으로 출입문이 있지만 철책의 안내판에는 22시까지 가능하다는 이용시간이 적혀있다.

"밤에는 문을 닫아 버리는가?"

지나치는 도로변의 공터들을 눈여겨 봐두고 철책선이 끝나기를 바라며 천천히 길을 따라가니 작은 해안가 마을이 나온다.

도로변에 설치된 커다란 정자에 텐트를 펼칠까 생각하다 아주 작은 해변의 가장자리에서 고기를 굽고 있는 사람들을 확인하고 해변으로 내려간다.

"밤에 여기에서 야영을 해도 되나요?"

고기를 굽고있던 사람들도 외지에서 온 피서객들이라 모르겠다는 답변을 한다.

"그럼 여기서 캠핑."

잠시 물가에서 더위를 식히고.

해변에 텐트를 펼친다.

오늘 하루 이유없이 답답했던 마음의 무게가 사라져 간다.

"조금만 더 시간을 줘."

해변에 앉아 시간을 보내는 동안 영선 형님의 메시지를 확인하고 전화를 걸어 통화를 한다.

안부를 묻던 형님은 포항에서 요트를 타고 여행을 하자며 제안을 한다.

"좋은 생각입니다. 빙고!"

형님과 포항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통화를 마친다.

해가 떨어지고 빗방울들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일기예보를 확인하니 10시까지 10미리의 비가 내린 후 그치는 것으로 나온다.

"뭐, 10미리 정도야."

저녁을 먹고 시간이 지날수록 텐트를 때리는 빗소리가 강해진다. 다시 일기예보를 확인하니 10시쯤 소강상태로 접어든다던 날씨예보는 자정을 넘겨 1시까지 비모양으로 바뀌어 있고, 강수량도 40미리로 늘어나 있다.

아무래도 편히 잠들기는 틀린 모양이다. 비가 내리는 것을 지켜보다 여의치 않으면 도로변의 정자로 이동을 해야겠다 싶다.

비는 강약의 기세를 바꿔가며 내림과 멈춤을 반복한다.

"어쨌든, 다시 여행을 이어간다!"

 

 

GPS 정보

 

 후원 : KEB 하나은행/변차섭/415-910665-18507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587~595일 / 맑음 그리고 계속된 비 ・ 24도

삼척
일주일간 장맛비가 예보된 시간, 삼척에서 비를 피하며 시간을 보낸다.


이동거리
6Km
누적거리
27,012Km
이동시간
0시간 55분
누적시간
2,050시간

 
삼척항
 
삼척시장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삼척
 
바다
 
삼척
 
 
643Km
 

 

폭 잠들었다. 예보된 비는 내리지 않고 선선한 바람이 계속되는 하루다.

 

한동안 비어있었던 것 같은 아파트를 청소하고, 집안의 수건들과 그동안 세탁하지 못한 옷들을 세탁기에 넣고 돌린다.

 

어제 먹었던 회와 술, 숙취가 밀려와 주변을 검색하니 아파트 단지 건너편 선지 해장국집이 검색된다.

 

"딱이군!"

 

큰 기대 없이 찾아간 송림 해장국집의 국물 맛과 양, 기본 반찬의 맛들은 꽤 만족스럽다.

 

"맛집이네."

 

 

온몸이 뻐근하다. 아랫입술에 생긴 수포가 터지고 딱쟁이가 앉았다. 양구를 지나 속초로 넘어오는 경로가 꽤나 피곤했던 모양이다. 언제나 여행을 시작하면 일주일 안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노트북을 들고 아파트 단지의 입구에 있는 교회의 카페에서 시간을 보낸다.

 

여행의 자료들을 어떻게 정리할지를 고민한다. 어떻게든 잘 정리해놓고 싶은 마음이지만 어지간한 게으름이 동시에 발동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모양이다.

 

바람이 심상치가 않다. 항구에 나가 바람을 쐬어볼까 생각이 든다.

 

삼척항의 허름한 식당을 지나치며 10여 년 전 처음 전국일주를 했을 때 삼척을 지나치면 곰치국을 먹었던 곳이었음이 떠오른다. 기억이란 참 쓸데없이 놀라울 때가 있다.

 

이후로 곰치국을 먹어본 적은 없다. 시원한 국물이 간단히 밥 한 그릇으로 배를 채우기에 좋았고, 해장용으로 최고겠다 싶었지만 내게는 그저 김칫국 같은 느낌이라 딱히 입맛을 당기는 그런 음식은 아닌 것 같다.

 

삼척시의 지형은 참 오묘하다.

 

선선한 바람이 강하게 불어오는 날, 항구의 등대에는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있다.

 

딱히 큰 물고기가 잡히는 것 같지는 않고, 연분홍색의 작은 물고기가 계속해서 올라온다.

 

"바람도 좋고, 시간도 좋다."

 

"아저씨도 아무거나 한 마리 잡아보세요."

 

다음에 여행을 하게되면 꼭 낚싯대를 하나 들고 다녀야겠다.

 

 

 

계속해서 비는 내리지 않고 바람이 불어오는 날이다.

 

KT알뜰폰을 개통해 보기로 한다. 배후령을 넘기 전 편의점에서 구매한 유심카드를 꺼내 들고 와이파이를 이용하기 위해서 카페로 나간다.

 

본인인증 절차가 범용공인인증서와 신용카드로만 가능한 탓에 속초에서 개통하려다 미루어둔 것이다. 국민카드 앱을 설치하고 카드사의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개인정보의 핸드폰 번호를 변경한다.

 

"아, 복잡해. 귀찮어!"

 

신규 개통을 할까 생각하다 금융기관과 핸드폰의 수많은 어플과 연결된 번호를 다시 재설정하려니 지옥 같다. 번호이동으로 개통을 하고, SKT의 해지 신청 ARS 확인이 끝나자 바로 개통이 된다.

 

"이제 데이터 부자!"

 

알뜰폰이라 가격도 저렴하고 좋다. 최신 핸드폰들의 카메라 기능이 몹시 탐이 나지만 당분간 최신 핸드폰을 약정 계약으로 구매할 생각이 없으니 알뜰폰의 상품 패키지들의 옵션이 정말 마음에 든다.

 

지난밤 메시지를 보낸 카시아는 리턴 메시지가 없다며 실망하는 눈치다. 7시간의 시차, 이른 새벽시간인 폴란드의 시간이라 나중에 답장을 하려고 미뤄둔 것인데 핸드폰을 개통하느라 답장을 보내는 것을 깜박 잊고 있었다.

 

"그나저나 매일처럼 메시지를 보내는 카시아에게 답장을 보내는 것도 일이네."

 

내가 게으른 탓도 있지만 다른 사람들과 메시지를 주고받는 한국의 스타일을 설명하는 것도 쉽지 않다.

 

"쓸데없이 신경이 쓰이네."

 

바람을 쐬러 항구로 나간다.

 

삼척항 주변 해안가에 세워진 정자에 앉아 시간을 보낸다.

 

짠내음, 속초나 강릉의 시원한 해변의 모습도 좋지만 동해와 삼척에서 시작되는 항구의 짠내음도 싫지만은 않다.

 

 

어제보다 더 강하고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날이다. 정말 비가 내리려는 모양이다.

 

"시간은 좋은데 뭔가 허전하다."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 가슴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헛헛한 감정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어젯밤부터 시작된 천둥 번개 그리고 싸늘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느낌 좋은데 춥다!"

 

 

 

계속해서 많은 양의 비가 내린다. 한화 이글스는 정말 야구를 못하는 것 같다. 이상한 일이지만 언제부터인지 한화 이글스가 어떻게 게임을 지는지 보기 위해 그들의 경기를 관심 있게 시청하고 있다.

 

"뭐랄까, 아주 창조적이야!"

 

잠시 빗줄기가 멈춘 흐린 하늘이다. 늦은 아침을 먹기 위해 찾아간 송림 해장국집은 계속해서 영업이 끝났다며 헛걸음질을 하게 만든다. 2시 반까지의 영업시간인데 2시 정도가 되면 영업이 끝나는 모양이다.

 

회냉면이 당기는 날이다. 삼척시를 검색하고 냉면집을 찾았다. 자전거를 끌고 시내에 있는 죽서루와 중앙시장을 구경할 생각으로 밖으로 나간다.

 

"나오니까 이슬비가 흩날리네."

 

찾아간 냉면집도 꽤나 마음에 든다. 삼척에 은근히 맛있는 집들이 많은가 보다. 명태회의 양이 조금 아쉽지만 부드러운 식감과 소스의 맛이 좋다.

 

 

회냉면으로 늦은 점심을 해결하고 죽서루로 가기 위해 삼청 중앙시장으로 간다. 삼척시의 중심가는 중앙시장의 주변인가 보다.

 

여느 재래시장과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시장에 들어서자 내리는 비는 강해진다. 죽서루를 구경하려던 계획을 포기하고.

 

"비 오는 날에는 머리 고기에 막걸리인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리는 비에 흠뻑 젖어버리고 말았다.

 

"아, 머릿고기 편육은 완전 실패다! 이럴 수는 없는데."

 

메이저리그가 시작되었고, 새벽부터 시작되는 야구 시청으로 하루가 흘러간다. 비는 계속 내리고 한화 이글스도 계속 패하고 있다.

 

비가 그치면 서울로 빠르게 돌아가야겠다. 하고 싶은 일이 생긴 것 같고, 담배도 끊고 싶어 졌다.

 
이내 끝날 것 같던 비내림이 계속된다.

카페에 나가 자료들을 정리하며 시간을 보내고.

"내일은 떠날 수 있으려나?"

비가 멈춘다는 일기예보처럼 조금 하늘이 열리는 느낌이다.

"정말 끝난 거야?"

밤새 요란한 빗줄기는 다시 시작되고, 흐린 날이다.

"느낌이 다른데."

비가 멈춘 하늘과 바람의 느낌이 다르다.

"끝났나 보다."

내일의 일기예보도, 저녁 하늘의 기운도 맑다.

"내일은 떠나자."

장마의 폭우로 발이 묶인 삼척의 시간, 지루했지만 나쁘지 않은 날들이었다.

 

 

 

 

GPS 정보

 

 

 

 

 

 후원 : KEB 하나은행/변차섭/415-910665-18507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586일 / 맑음 ・ 26도
강릉-동해-삼척
어디까지 갈까 고민한다. 동해, 삼척.. 정동진까지만 갈까?


이동거리
66Km
누적거리
27,006Km
이동시간
7시간 12분
누적시간
2,049시간

 
동해안길
 
동해안길
 
 
 
 
 
 
 
22Km / 2시간 00분
 
44Km / 5시간 12분
 
강릉
 
정동진
 
삼척
 
 
643Km
 

 

5시, 환하게 밝아오는 새벽의 기운에 잠에서 깨어난다.

"일출에 관심 없는데. 이러면 곤란해!"

 

한 번 깨어버린 잠은 해안가 일출의 그럴듯한 풍경 속에서 달아나 버리고 만다.

 

심드렁하게 양치를 하며 동쪽 하늘의 해오름을 쳐다본다.

 

"뭐 멋지네."

 

해변가에 앉아 일출을 기다리던 사람들의 모습이 하나둘 사라지고.

 

 

"그나저나 이것들을 이제 해결해야겠어. 여긴 한국이잖아!"

 

여행 기간 동안 엉망이 돼버린 텐트를 정비하기 위해 백컨트리의 게시판에 AS 문의를 남긴다.

 

부러진 폴대들, 끊어져 버린 지퍼 손잡이와 불어진 지퍼. 총체적으로 난감 모드다.

 

"AS가 가능한가?"

 

여행을 떠나며 도도한 텐트와 침낭의 몸값에 놀라며 일명 가성비의 제품 중에서 나름 상급 제품들을 선택했고, 그런대로 제품들의 성능에 만족했다. 매일 계속된 캠핑과 좋지 못했던 날씨 탓에 하나둘 고장이 나고 성능들이 떨어져 갔다.

 

"만족스러웠으니까 수리해주세요."

 

커피와 함께 게으른 아침 시간을 보내고 어디로 향할지를 고민한다.

 

"동해, 삼척.. 정동진에서 쉴까?"

 

이틀 후부터 비가 내린다는 기상예보가 있고, 참게형의 도움으로 삼척에 있는 빈 아파트에서 쉴 수 있게 되었다.

 

안목해변을 벗어난 자전거 도로는 잠시 해안가을 벗어나고 작은 안인항을 시작으로 다시 해안가로 이어진다. 

 

작은 해변을 갖은 어촌 마을에도 피서객들의 움직임이 바쁘다. 대부분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고, 작은 가족단위의 여행객들이다.

 

편의시설이나 불필요한 유흥시설이 없는 작은 마을의 해안가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더 한가롭고 즐겁지 않을까 싶다.

 

약간의 고개들을 넘는 동안 출출함이 밀려오고 정동진에 도착한다. 그 시절 누구나처럼 20대의 추억으로 남겨진 장소인데 기억 속 어느 것도 찾아볼 수 없이 낯설기만 하다.

 

"푸른 거북이는 꿈이었던가?"

 

상실이나 망각이 아닌 다른, 유통기한이 다한 통조림 깡통의 숫자를 보고 있는 듯 이제는 무심하게 버려도 더는 아깝거나 아쉽지 않을 것 같은 그저 그런 무언가. 더는 나와 상관없는 공간의 낯설음이다. 

 

"해 뜨는 아침에는 나도 맑은 사람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보고 싶은 마음 때문에 밤새 퍼부어대던 눈발이 그치고
오늘은 하늘도 맨 처음인 듯 열리는 날
나도 금방 헹구어낸 햇살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창가에 오랜만에 볕이 들거든 긴 밤 어둠 속에서 캄캄하게 띄워 보낸 내 그리움으로 여겨다오.
사랑에 빠진 사람보다 더 행복한 사람은 그리움 하나로 무장무장
가슴이 타는 사람 아니냐."

안도현 - 그대에게 가고 싶다 중에서

 

"배고프다."

 

주변을 검색하니 송혜교와 송중기가 먹었다는 순두부 짬뽕집이 있다. 맛집이어서 그들이 먹었다는 것인지, 그들이 먹었기 때문에 맛집이라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칼칼한 순두부의 붉은 국물이 당긴다.

 

이른 점심시간이지만 식당은 제법 손님들로 가득하고, 그리 나쁘지 않은 음식이다. 든든하게 두 공기를 비우고 가게를 나선다.

 

 

정동진 해돋이 공원을 넘어가는 고개를 오른다. 

 

"힘들다. 힘들어."

 

해맞이 공원을 넘어 들어선 심곡항, 낚시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 무심히 지나가는 해안도로에서 뜻하지 않게 멋진 풍경을 마주한다.

 

"어, 여기 예쁘다."

 

해안의 기암괴석들 사이 옥빛 바다 위로 심곡항의 붉은 등대가 페달을 멈추게 만든다.

 

"구름도 예쁘고."

 

 

중국의 리즈훼이에게 사진을 보내준다.

 

"예쁘지?"

 

장강이라는 큰 강이 있는 징저우시지만 바다를 보기 힘든 리즈훼이라 좋은 바다의 풍경을 보게 되면 생각이 난다.

 

동해가 가까워질수록 해안가의 풍경은 모래사장의 해변보다는 갯바위의 해안가로 변해간다. 갯바위에서 낚시를 하는 사람들, 갯바위의 너른 틈새에서 물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내는 가족들이 많다.

 

굳이 따지자면 좋은 모습들은 아니지만 나 또한 경우에 따라 그들의 모습과 다를 바 없을 테니 지나치지 않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조금은 무료한 해안도로의 라이딩, 금진해변에서 잠시 쉬어간다.

 

모양 좋은 수영 슈트를 입고 서핑 교육을 받은 사람들 사이로 6명의 젊은 사내아이들이 촌스러운 사각 트렁크를 차려입고 제자리 멀리뛰기를 하다 뒤로 멀리뛰기를 하면서 박장대소를 한다.

 

"역시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놀이는 브로맨스지!"

 

차박 캠핑족이 많은 망상해변과 작은 해변들을 지나고 동해로 들어선다.

 

"딱히 부산으로 가는 것은 아닌데."

 

동해안의 여행코스 중 동해에서 삼척으로 이어지는 코스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다. 동해시를 지나쳐가는 코스의 지루함이 있다.

 

개인적으로 강릉 안목항에서 배를 타고 울릉도에 입도한 후 울릉도를 둘러보고 후포항으로 넘어가는 코스가 더 좋은 것 같다.

 

묵호항에 들어서고.

 

항구로 들어가 잠시 시간을 보낸다.

 

 

묵호항의 수산시장을 구경하지만 항상 뭔가 미안하고 부담스러운 분위기 때문에 한국 시장을 구경하는 것이 힘들고 어색하다.

 

역시나 동해시를 지나가는 코스는 지루하고 힘들다.

 

"다시는 동해에 안 올 거야."

 

동해에 들어서면서 해안도로의 자전거 도로는 주차된 차량으로 점령된 상태가 된다.

 

추암해수욕장을 지나며 지나고 급경사가 나타난다.

 

"굳이 이렇게 까지 안내할 필요는 없는데."

 

속초와 강릉의 큰 해변에 비해 조금 자유스러워 보이는 해변이라 해안가에서 캠핑을 해도 괜찮을 것 같다.

 

추암해수욕장과 증산해수욕장을 사이에 두고 동해와 삼척의 경계선을 지난다.

 

삼척시로 가기 위해 큰 언덕을 하나 더 오르고.

 

비치 조각공원을 넘어선다.

 

"바다, 언제나 그 바다. 상실의 기억은 오롯이 나의 몫이다. 나를 위로해줘."

 

짠내가 물씬 풍겨오는 삼척항에 들어선다.

 

"한 마리도 팔까?"

 

반건조 오징어에 맥주 한 캔 마시고 싶다.

 

"오늘은 왠지 회가 먹고 싶다."

 

미시령을 넘은 후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라이딩을 했는데도 피곤이 몰려온다.

 

"이상하게 힘드네."

 

시장으로 들어가.

 

"오징어 한 마리 만원, 세 마리 2만원.. 광어 35,000원!"

 

 

작은 삼척 회센터를 끝까지 구경하고 13호 집을 선택한다. 생각해 보니 13이라는 숫자를 정말 좋아하는 것 같다.

 

광어회를 포장하고, 양념과 야채를 파는 가게로 가니 가격들이 너무 비싸다. 초고추장, 쌈장, 고추와 마늘, 쌈야채를 모두 사려면 횟값 정도가 나올 것 같은 느낌의 가격과 양이다.

 

"이거 하자인데."

 

초고추장과 소박한 깻잎만을 사 들고, 아파트로 가는 길에 하나로마트가 하나쯤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참게형의 아파트로 향한다.

 

삼척항과 삼척시 중심의 중간쯤에 위치한 참게형의 아파트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다.

 

"망했어!"

 

오랜 기간 비어있던 집의 환기를 시키고 간단하게 청소한 후 샤워를 한다.

 

양이 많은 회를 초장만으로 먹으려니 뭔가 허전하다. 반쯤 남은 회는 라면에 넣어 끓여먹고 피곤함에 바로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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