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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푸동-상하이 예원

본격적으로 자전거 여행이 시작된다. 푸동 공항에서 좌절된 중국의 도로 라이딩의 난감함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것도 예상하지 못하게 만들어 버렸다. "한 번의 경험이면 충분하겠지. 달려보자!"

이동거리

37Km

누적거리

2,822Km

이동시간

3시간 40분

누적시간

176시간


세기공원
황푸강페리
31Km / 3시간 10분
6Km / 30분
푸동
황푸강
예원
 
 
37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두 개의 알람을 흘려보내고 SKT의 핸드폰 해지 전화에 잠이 깬다. 피곤하고 잠이 덜 깨어 상담원이 말하는 것을 정확히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메일로 해지 서류를 보낼 테니 출력하여 서명을 한 후 주민등록증 사본과 함께 첨부하여 리턴을 해달라는 것이다.


출력이라는 단어가 귀에 거슬린다.


"출력해서 서명한 후에 스캔을 해서 메일로 첨부하라는 건가요?"


서류에 자필 서명이 들어가야 한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언제나 가입은 쉽게 해지는 어렵게라고 했던가. 시대가 변하는데 굳이 대리점에 직접 가야 하는지, 자필 서명을 한 종이 쪼가리를 받아야 하는지 의문이다. 그것을 대체할 수단들이 차고 넘치는 시대에 말이다.


문서를 작성한 후 서명란은 그림판을 열어 PNG 파일로 붙여넣기 하고 주민등록증과 함께 첨부하여 리턴한다. 잠시 후 문서가 작성되지 않았다는 메일을 다시 받고, 이번에는 JPG 파일로 첨부하고 5시 이후에 해지 해달라 메시지를 남긴다.


20년간 사용하던 핸드폰의 번호가 사라지는 순간이고 더는 금융기관이나 온라인 서비스를 받기 위한 핸드폰 인증은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나를 상징했던 무언가가 사라진다는 것이 묘한 느낌을 준다.

마저 자리를 털고 일어나 상하이로 가기 위한 준비를 한다. 자전거에 패니어를 걸고 이틀간 친절하게 응대해 준 직원에게 감사의 인사를 한 후 생수 하나를 달라고 했더니 2개를 가져와 건네준다.


상하이의 예원으로 가야 한다. 상하이를 가고 싶은 것은 와이탄이나 예원, 디즈니랜드 같은 곳을 보기 위한 것보다 대한민국의 임시정부 기념관을 찾아가고 싶어서고, 예원은 와이탄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가운데 위치한 곳으로 모든 것을 다 찾아보기 쉬운 장소다.


예원으로 가기 위해 맵스미를 켜고 출발한다. 푸동공항에서 고덕지도에 크게 당한 후 맵스미를 믿고 라이딩을 할 것이다.


"나 뒤끝 있다. 고덕양!"


맵스미 어플은 오프라인 지도다. 필요한 곳의 지도를 다운로드해 쓰기 때문에 온라인이 끊기더라도 사용할 수 있는 지도앱이다. 여행 전 가야 할 나라들의 지도를 모두 다운로드해 두었다. 구글 오프라인 지도에 비하면 용량이 작고 나라별로 맵을 다운로드하기가 쉬운 것이 장점이지만 가끔 없는 길을 안내한다고 한다.


예원까지 대략 35Km 정도의 거리, 3시간이면 넉넉하게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부터 바라보게 될 세상은 그 모든 것들이 처음이다.


"그럼 출발이다!"


조금은 긴장되고 설레는 여행의 첫 번째 라이딩이 시작된다. 아직은 흔들거리는 핸들바의 조향이 어색하지만 하루 이틀이면 이 또한 적응을 할 것이다. 지난 10월 24일간의 전국 일주를 마치고 돌아와 다시 산악자전거를 탔을 때 가벼워진 핸들바의 조향이 어색하고 어려웠던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얼마 가지 않아 눈에 들어온 한국 식당.


"저녁이었다면 숯불갈비에 소주 한잔했으면 좋겠다."


차도와 완전히 분리된 중국의 자전거 도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에게는 이것보다 좋은 환경이 있을까 싶다. 의외로 잘 정비되고 깨끗한 중국의 길이다.


우리 전혀 다른 색다른 풍경들 속에서 페달링의 즐거움이 찾아든다. 장대만 한 길이의 빨래 건조대, 기다란 건조대에 어떻게 빨래를 널고 거두는지 궁금하고 그다지 날씨가 좋지 않은 환경에서 굳이 저렇게 건조를 시키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상하이 시내에 가까워지면서 마주하게 되는 거대한, 거대하다는 표현밖에는 어찌 설명할 수 없는 건물들이다. 묘한 감각의 소유자들이다.


시내에 접어들며 익숙한 로고가 눈에 들어온다. 무게 추가 달리 저울로 무게를 재고 물건을 옮겨주는 자전거, 자전거만큼이나 오래됐을법한 이 서비스가 여전히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그 이유가 알고 싶어진다.


상하이 시내에서 볼 수 있는 자전거들. 우리의 공공 자전거처럼 보이는데 도로 곳곳의 인도에 세워져있는 자전거보다 버려지듯 쓰러져있는 자전거를 흔하게 볼 수 있다. 우리와 달리 인도에 자전거 거치대가 없고 자전거 모양의 주차공간이 프린트되어 있다. 비교적 좁게 느껴지는 인도에 쓰러져 있는 자전거들을 치울 법도 한데라고 생각하던 찰나 대형 트럭에 자전거들을 집어던지 듯 싣고 있는 작업자들을 발견한다.


자전거에서 오토바이, 오토바이에서 자동차로 변화하고, 급속하게 발전하고 거대해지는 환경과 달리 문화 지체 현상 같은 의식의 부족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물론 우리나라의 생활 자전거 문화도 만만치 않으니 이것을 흠잡을 것은 없지만 명동 한복판에 이런 흉물스러운 풍경이 널브러져 있다면 우리는 어떻게 했을까. 이해하기가 힘들고 상하이라는 제법 알려진 세계적인 도시의 모습이 조금은 아쉽다.


흉물스러운 자전거 더미 건너편에 위치한 대형 백화점과 수많은 사람들의 거리. 거대한 현대 건물과 시스템 그리고 낡은 주택과 정체된 의식이 뒤섞여 존재하는 중국이 흥미롭다.


백화점을 지나며 잠시 자전거 도로가 사라진다.


"누나가 거기서 왜 나와? 결혼했을 때부터 미워했던 거 미안해. 여기서 보니 좋네."


백화점을 지나 조금 이동하니 문제의 그곳 황푸강 페리 선착장이 나온다. 황푸강을 건너는 지도앱들은 하나같이 배를 타고 건너는 방법을 안내해 준다.



"아니 넓지도 않은 강에 멀쩡한 다리들이 있는데 왜 배를 타라는 거야?"


모든 지도앱을 뒤적이며 여러 경로를 검색해 봐도 곳곳에 있는 선착장을 통해 배로 이동하는 경로만을 안내한다.


"유람선에 자전거를 싣고 간다는 거야?" 정말 그 시스템이 궁금하고 한편 걱정이다.


황푸강을 건너는 방법은 대략 세 가지가 있는 것 같다. 차량을 통해 다리나 해저터널을 지나는 방법, 황푸강 페리를 타고 건너는 방법 그리고 중국인답게 해저터널을 마주잡이로 걸어가는 방법.


"안 되는 것이 없는 중국인데, 또 다른 방법으로 강을 건너는 사람이 있을지 누가 알아. 가령 세숫대야 같은 것으로 넘는다든지."


하여튼 황푸강 페리 선착장 중 양찌아두(杨家渡渡口) 페리 선착장에 도착한다. 생각보다 아주 작은 선착장이다. 이곳에서 예원 방향의 푸씽동루(复兴东路渡口)로 넘어가면 된다.


매표소를 중심으로 오른쪽이 입구, 왼쪽이 출구이다. 마침 배가 도착하여 출구가 열리고 오토바이와 자전거를 탄 사람들이 줄을 이어 몰려나온다.



매표소에 들려 지도앱을 보여주며 푸씽동루를 가리키자 그렇다고 한다. 가격을 물으니 안내판의 2위안을 가리키고 2위안을 내자 주황색 동전을 주며 입구를 알려준다.


오토바이를 탄 중국 사람들을 지하철을 타듯이 개찰구에 스마트폰을 대고 자연스럽게 지나간다.


그들을 따라 입구로 가니 개찰구 옆으로 동전을 넣는 통이 보여 여기에 넣는지를 묻는 제스처를 하자 개찰구를 지키는 관리자가 맞다고 한다. 주황색 동전을 통에 집어넣고 개찰구를 통과하자 관리자가 무어라 중국말을 빠르게 해대며 손에 들고 있던 금속 탐지기 같은 것으로 자전거의 패니어들을 쭉 훑어내린다.


"뭐야. 왜 나만 특별 관리하는 거야. 그거 작동은 하는 거야?"


선착장으로 나가니 조그마한 배 한 척이 승선을 기다리고 있다.


"페리라? 그냥 조그마한 낚싯배네."


앞서 승선을 했던 오토바이들이 반대편 방향을 보고 대기하고 있다.


"저쪽으로 내리나 보다."


적당한 자리에 자리를 잡고 신기하고 재미있는 시스템이다. 오토바이를 많이 타는 중국 사람들인데 출퇴근 시간에는 어떤 풍경일까 궁금해진다.


출항을 하고 10분이 안되어 반대편에 있는 푸씽동루에 도착. 많은 기대, 걱정과 달리 굉장히 싱겁게 끝나버린 황푸강 페리 넘기 미션이다.


반대편의 푸씽동루의 선착장을 양찌아두 선착장보다 크고 세련돼 보인다.


푸씽동루 선착장 앞의 사거리. 보행 건널목이 없고 동그랗게 육교로 이어져 있는 참신한 시스템이다. 하지만 가끔 저 넓은 사거리의 대로를 아무렇지 않게 도보로 건너가는 중국인을 볼 수 있다는 것이 함정이다.


보통 서울 시내나 지방의 중소 도시를 가더라도 도변의 풍경은 큰 대형 건물 뒤편에 옛 골목이나 허름한 건물들이 숨어있는데 중국은 반대의 경우가 많다.


3시가 되어서야 예원에 도착한다. 맵스미가 알려주는 많은 길을 따라 많은 수로들과 작은 마을들을 지나오느라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늦어졌다. 짧은 거리지만 여행의 첫 번째 라이딩으로 만족스럽다.


예원의 입구에서 길을 따라 이동하여 만난 막다른 삼거리, 관광지만의 특별한 흥분감 같은 것이 느껴진다.


우선 도착 인증샷을 찍고, 주변을 돌아보기 전 숙소를 예약하려고 핸드폰을 검색을 하는 순간 전화번호가 해지되어 로밍이 끊겨있다.


"5시 이후에 해지해 달라고 부탁했는데."


핸드폰의 유심칩 박스를 열어 미리 구매해 둔 차이나 유니콤의 유심칩으로 교체한다.


"안되면 절대 안 된다."


여행을 오기 전 샤오미 홍미노트5를 구매했다. 3년 넘게 사용하던 갤럭시 S6의 성능과 배터리가 약정 기간이 지난 이후 귀신처럼 그때에 맞춰 나빠졌다. 홍미노트5는 주로 내비게이션이나 어플 같은 온라인용으로 사용하고, 갤럭시 S5는 나들이(산들샘)의 GPS 저장과 MP3 그리고 이동 중 카메라 용도로 사용한다.


샤오미 홍미노트5를 선택한 이유는 가격이 저렴하고 배터리 성능이 좋다. 그리고 듀얼 유심칩을 사용할 수 있고 나처럼 메모리 카드+유심칩을 사용할 수 있다. 오프라인 지도들과 구글 번역기에 사용되는 언어들을 다운로드해 놓기 위해 64G 메모리칩을 넣어 사용하고 있다.


여행 중 가장 골치가 아픈 것이 전자기기들의 배터리 충전이다. 핸드폰, 카메라, 노트북, 라이트, 보조배터리 그리고 블루투스 기기들까지. 지금 중국에서는 캠핑을 할 수 없고 가급적이면 저렴한 숙소를 찾아 숙박을 하기 때문에 배터리의 충전에 큰 문제는 없지만 3~4일 정도 연이어 캠핑을 한다면 배터리들의 충전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여행 전 비상용으로 털보네에서 YOLK의 솔라페이퍼 2장을 구매하여 준비했지만 핸드폰 정도 충전할 수 있는 정도이다. YOLK에 협찬을 문의했지만 거절당했다. 우리나라 회사들의 후원 문화는 참 아쉬운 것이 많다.


유심칩을 교체하고 별다른 작업 없이 재부팅이 이루어진 후 데이터 연결이 된다. 별도의 네트워크 설정이 있었다면 조금은 번거로웠을 텐데 말이다.


예약과 취소를 두 번이나 했던 Ibis 상하이점으로 이동하여 입구에 앉아 트립닷컴으로 예약을 한다. 예약을 하는 동안 체크인 시간이 되어 많은 외국인들이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다.


바로 온라인 예약 확정이 이루어져 프런트로 가서 체크인을 한다. 호텔 바우처와 여권을 제시하고 결제를 하는데 110위안을 더 달라고 한다.


"뭐? 190위안이잖아!"


외국인을 많이 상대하는 곳이라 영어로 안내를 해주지만 기본적으로 중국인들의 말이 빠르고 발음이 이상하다.


'결코 내가 잉글리시 막귀라서 그러는 게 아니야. 니 발음이 겁나 이상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Why is it 300?"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순진무구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뭐라고 말하며 다시 300위안이라고 답변하길래 이번에는 '나 바보 아니다!'라는 듯 째려보니 자신의 핸드폰으로 번역기를 돌려 보여준다.


"너는 보증금으로 100위안이 필요해."


"오호. 알았어. 지도 중국말을 한국어로 번역했네."


체크아웃을 할 때 보증금을 반환하는지 한 번 더 확인을 하니 그렇다고 한다.


"꼭 갚어. 짜샤!"


한국 숙박업체를 다니면서 보증금이라는 것을 내본 적이 없어서 보증금이라는 것이 생소하다.


체크인을 끝내고 호텔 앞 자전거 거치대에 자전거를 묶어 둔다. 여행을 하며 정말 하고 싶지 않은 것이 자전거와 분리되어 생활하는 것이다. 다른 것은 없어져도 상관없지만 자전거 자체가 도난당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여행의 끝을 알리는 것이다.


U자형 락까지 4개를 묶어 놓고도 왜 이리 안심이 안되는지.


"여기 중국인데. 이거 불안해서 잠이나 잘 수 있으려나."


자물쇠를 잠그는데 자꾸만 한 녀석이 자전거와 나를 번갈아 보며 관심을 갖는다.


"훠이~ 저리 가라. 쫌!"


한참을 구경하던 녀석은 바로 옆에 놓여있던 화려하게 튜닝된 하이브리드 자전거의 사슬 자물쇠를 풀고 떠날 준비를 한다. 이 때다 싶어 그에게 말을 건넨다.


"Your bike? Wow! Your bike is very good! It's fantastic!"


너의 자전거가 훨씬 좋으니까 내 것에는 관심을 꺼달라는 칭찬에 별것 아니라는 듯 크게 웃으며 으쓱해하던 녀석은 기분 좋게 자리를 떠난다.


"Good. So Goooooooooooooooood!!"


나중에 알고 보니 녀석은 예원 근처의 주차단속을 하거나 주차비를 받는 업무를 하는 사람 같다.


"오해해서 미안하다. 그래도 네 자전거가 멋져!"


간단히 샤워를 마치고 예원을 둘러보기 위해 나선다. 예원 입구에 가기 전 첫 번째로 시선을 사로잡은 도교사원 성황묘(城隍廟).


그냥 지나치려다 시간도 넉넉하고 해서 들어가 보기로 한다. 입장료 10위안.


입구에서 표를 확인하고 긴 향초 3개를 건네준다.


입구를 지나 마당으로 들어서자 정중앙과 좌우로 신들을 모시는 공간들이 보인다. 불교와 달리 민간 신들을 모시기 때문에 이색적인 느낌이다. 위압적이거나 절대적인 느낌보다는 친근한 느낌 같은 것이다.


사람들은 향을 들고 세 방향을 향해 허리를 숙여 세 번씩 절을 하며 소원을 빈다. 그들의 진지한 모습에서 이곳의 의미가 어떤 것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마도 언제든 찾아와 자신들의 소박한 바람들을 진심으로 담고 소원하는 곳이라 여겨진다.


각 사당에는 무릎 아래 높이의 의자 같은 것이 있는데 그곳에 무릎을 꿇고 손을 모아 기도를 한 후 허리를 숙여 절을 세 번 하는 것이다. 아마도 각각의 신마다 관장하는 분야가 따로 있는 듯하다.


향을 들고 중앙의 사당으로 들어가려다 관리자에게 제재당한다. 향을 들고 사당에 못 들어 간다는 제스처다.


"그럼, 소원을 빌어볼까?"


향불을 붙이기 위해 두리번거리다 모기향처럼 생긴 항아리에 향초를 갖다 대는 사람들을 보고 따라한다. 그리고 마당의 가운데에 서서 세 방향을 향해 세 번씩 절을 한다.


"여행을 건강하게 다닐 수 있게 해주세요. 그리고..."


그리고 들어간 중앙 사당, 가운데에 있는 분이 옥황상제이고 그 옆이 관우라고 한다.


"도교라.. 노자, 장자, 옥황상제, 염라대왕, 무위자연, 불로장생 이런 건가? 불로장생은 아닌가!"



중앙 사당을 지나면 신들 앞에 붉은 리본을 달아 자신들의 소원을 비는 곳이 있다.

각각의 신들마다 모양이 다르고 표정이 다르고 흥미로워 한자를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 싶다.


가장 안쪽에 위치한 사당, 포스가 느껴지는 분이 모셔져 있다.


"노자?"


사람들을 따라 절을 하며 기도를 올리고 2위안을 기도함에 넣고 나온다.


그냥 지나쳤으면 후회했을 것이다. 성황묘는 관광지라기보다 이곳 사람들의 삶이 녹아있는 그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좋은 곳이다. 그리고 예원은 원래 성황묘의 정원 중 일부분이었다고 한다.


성황묘를 나와 예원의 입구를 찾기 위해 예원의 담길을 따라 한 바퀴를 돌고 만다. 입구가 보이질 않는다.



담길을 돌아 나오자 2019년의 새해를 화려하게 장식한 건물의 입구가 보인다.


"철 지난 크리스마스트리도 아니고. 2월인데 아직도 해피 뉴 이어야."


무심코 생각하던 찰나 곧 음력 설날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춘절이구나!"


사람들이 몰려들어가는 것을 보고 멋모르고 따라 들어간 곳은 예원의 예원상청(豫园商城)이다. 열빈루(悅賓樓), 백령루(百靈樓), 화풍루(和豊樓), 천유루(天裕樓), 화보루(華寶樓), 경용루(景容樓) 그리고 경유루(景裕樓) 등 7개의 옛 형태를 갖춘 상점들의 거대한 집합체.


길에서 보지 못한 사람들이 이 안에 모두 들어와 있는 듯 걸어가기 힘들 정도로 북적인다.


역시나 사람들의 기차놀이에 어쩔 수 없이 이끌려 간 곳은 구곡교와 호심정. 사람들의 뒤통수만 보느라 무엇이 좋은지 알 수가 없다.


구곡교와 호심정을 돌아 나오면 보이는 예원의 입구. 하지만 문이 굳게 닫혀있다. 동절기에는 폐관 시간이 16:00시라는 말도 안 되는 관람시간이다.


"예원의 야경이 그렇게 좋다며.."


내일 오전에 다시 와야겠다 생각하고 숙소로 돌아가려는데 공간감이 떨어지는 것인지 수많은 인파 속에 멍해진 것인지 길을 찾기가 힘들다.


어찌하다 보니 나온 붉은 홍등들이 길게 이어진 상하이의 옛 거리로 나온다.


"밤이 되면 참 예쁠 것 같네. 잠시 쉬었다 나와봐야겠어."



저녁을 먹기 위해 화보루(华宝楼) 앞 상가의 식당으로 들어간다. 메뉴 그림판이 없으니 난감하여 눈에 들어오는 우육면을 골라 주문을 하니 이상한 번호판을 건네준다.


손님이 많아서인지 한참을 기다려도 음식이 나오질 않는다.


"주문을 위해 무언가 액션이 더 필요한가?"


정말 이상하고 쓸데없는 고민하다 좀 더 기다려 보기로 한다.


"설마 자동으로 주문이 들어갔겠지!"


조금 있으니 주방에서 우육면이 나온다. 처음 대만에 갔을 때 우육면조차 먹기가 힘들었는데 왜 이리 국물이 시원하고 고수 향이 좋은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식사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와 잠시 쉬기로 한다. 호텔 엘리베이터, 처음 체크인을 하고 패니어들을 온몸에 들쳐매고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5층의 버튼을 아무리 눌러도 불이 안 켜지는 것이다.


누군가 6층에서 엘리베이터를 눌렀는지 6층까지 강제 소환된 후 엘리베이터가 고장 난 것으로 알고 다른 엘리베이터를 탔지만 그곳에서도 버튼은 눌러지지 않고 다시 1층까지 내려왔야 했다.


1층에서 5층 버튼을 째려보고 있는데 마침 호텔 직원이 엘리베이터에 탔다. 온몸과 양손에 패니어를 든 나를 보더니 "엇!" 하며 서비스 정신을 발휘, 늦게 봐서 미안하다는 듯 룸의 층수를 묻는 것이다.


단지 양손에 짐이 있어 버튼을 누르지 못하고 있었다는 듯이 태연하게 층수를 말하니 층들의 버튼 위 단말기에 룸키를 갖다 댄 후 층의 버튼을 누르는 것이었다.


"크게 좀 써놓지! 대륙아!"


숙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다 게으름이 찾아든다.


"뻔한 도시의 야경 같은 거 볼 필요가 있을까."


그래도 사진으로 보아왔던 못생긴 동방 타워의 야경 그리고 상하이의 밤거리가 궁금하여 게으른 몸을 일으킨다.


예원상청과 상하이 옛 거리는 붉은등의 조명으로 이색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야경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거리를 가득 채우고 있다.


예원상청을 지나 와이탄과 동방 타워의 야경을 보기 위해 도보로 이동한다. 날이 흐리고 쌀쌀해서인지 와이탄으로 향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는 않다.


도로를 따라 어두운 길을 조금 걷자 황푸강 건너편 고층 건물들의 화려한 불빛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동방 타워와 함께 황푸강 건너 고층 건물들의 화려한 조명과 광고들 그리고 뒤편 와이탄 지역의 석조 건물들에 반사되는 빛들이 화려하고 인상적이다.


"못생긴 동방 타워를 보러 왔다. 실제로 봐도 못생겼다!"


상하이의 밤거리는 예상외로 어둡고 날씨 탓인지 길들은 음산하게 느껴질 정도다. 그 어둠 때문에 더 화려하게 빛나 보이는지도 모르겠다 생각한다. 와이탄의 야경은 화려하고 매우 유혹적이었지만 마음을 사로잡거나 감명을 주지는 않는다. 그저 상하이의 야경을 봤다는 소회 정도다.


고층 건물들의 화려한 불빛들이 쏟아지는 어두운 상하이의 거리를 걷는다.


"누구나 손을 맞잡고 이야기하며 걷는 여수의 밤바다가 훨씬 매력적이야. 그곳엔 사람이 있고, 길과 공간이 있고, 삶의 이야기가 있었어."


숙소 근처로 돌아와 출출해진 배를 달래기 위해 볶음밥을 주문한다. 넓은 접시에 성의 없이 담긴 듯한 모양과 젓가락 한 벌에 당황스럽다. 짜장이 없는 볶음밥은 아직은 정말 어색하다.


"그래도 숟가락 정도는 줘야지!"


유명한 관광지임에도 식당들의 서비스가 그리 좋지만은 않다. 우선 중국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젓가락질부터 다시 배워야겠다.


숙소로 돌아와 사진들을 정리하고 내일의 일정들을 계획한다. 그런데 중국의 주점(호텔)들은 방이 참 좁고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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