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일 : 2018.10.30 / 맑음・8도

용문-홍천-신남-인제-용대리-미시령-속초-속초해변

뚝떨어진 기온, 영하로 내려간 아침 기온의 전국일주 이틀째. 국도를 따라 속초로 향하였다. 미시령 고개를 넘을 수 있을지 걱정하였다.

이동거리

145.87Km

누적거리

245.17Km

이동시간

10시간 05분

누적시간

16시간 40분


홍천
미시령
70Km/5시간 01분
75.9Km/5시간 04분
용문
인제
속초
 
 
245Km

 

5시 잠이 깨였다. 이틀간 충분한 잠을 취하지 못했고 어제 비속의 라이딩으로 지쳐있을텐데 그것조차 불면증의 어려움을 이기기는 힘든가보다.


오늘 라이딩할 경로를 정하였다. 용문에서 인제 용대리까지 100Km 거리를 잡고 내일 아침 미시령을 넘을 것이다. 챙겨온 여행용품 중 불필요한 것들을 골라 비워내기로 했다.


파라형이 준 텐트 천막을 비롯하여 캠핑용 간의 의자와 여분의 겨울 옷가지들을 덜어내어 주변 CU편의점에 들려 택배로 발송하였다. 제법 묵직하게 느껴졌던 것들의 무게는 택배기의 저울에 올려놓으니 5Kg정도 나왔다.


택배를 보내고 김밥 한 줄로 아침을 해결하고 속초로 향하였다. 용문 읍내를 벗어나 44번 국도에 들어섰을 때 하얗게 서리가 내린 초겨울의 들녘에서는 아침 햇살을 받은 지열로 인해 모락모락 하얀 김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지난 2년, 불면증과 우울증에 힘들어 했었다. 어찌해도 이길수 없는 그 마음의 병으로 인해 제대로 된 아침을 맞이해본 것이 언제인지 모르겠다. 이른 아침 붉게 떠오르는 따스한 태양을 마주하며 그 시간들의 깊이를 가늠하였다. "좋다. 이렇게 살아가보는거야." 


 

44번 국도를 달려 신당고개, 며느리재, 거니고개를 넘어 홍천에 이르렀다. 2개의 지옥같은 터널길과 힘들게 하는 고갯길들의 홍천길. 하루 250Km를 내달리던 미시령 라이딩에서도 힘든줄 몰랐는데.. 그때에 힘들어하던 이들의 심정이 조금은 이해가 갔다.


"언젠가 이 길도 국도가 아닌 자전거길로 이어졌으면 좋겠다."


 

홍천 화양강, 산과 물 그리고 소박한 시골의 풍경이 어우러져 있는 풍경에 잠시 자전거를 멈추었다. 지루한 44번 국도 라이딩에 휴식이 되어준 첫번째 풍경이였다.


 

 

화양강 휴게소의 비빔밥. 딱히 배를 채울만한 메뉴가 없어 양이 많을 것 같은 산채 비빔밥을 주문했다. 시장이 반찬이듯 맛있고 충분히 좋았다.


 

인제를 향하던 중 국도 멀리 낯익은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자타고의 미시령 라이딩에서 점심을 먹었던 식당 같았다. "저 곳에서 가을친구 형이 드론을 날리다. 바람에 휩쓸려 군부대로 드론이 떨어져 버렸지."


 

"나는 지금 내 지난 기억들을 쫒아 길을 따르고 있다. 마음속 어딘가 각인되어 기억되는 빛바랜 피상이 아닌 언제나 바라보던 너의 뒷모습이 그 길위에 그려진다. 나와 너는 이 길위에 함께 있다."


 

인제 초입의 조각공원 휴게소. 조각공원이라기 보다는 성기공원이랄까. 온갖 형태의 거시기 모양의 조각들만 잔뜩 세워져 있었다.


 

단풍의 계절이 지난듯 달리는내 보였던 산들의 풍경은 빛이 바랜 오래된 액자같았지만 소양강호의 단풍은 푸른 호수와 어우러져 그저 아름다웠다.



인제 북면에 이르렀을때 설악산의 정상은 눈이 쌓여 하얗게 변해있었다. 초코바 하나를 꺼내물고 "오늘내 넘으리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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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면의 민예관광단지 삼거리. 한계령을 넘는 우측의 44번 도로와 미시령을 넘는 좌측의 46번 도로로 나뉘어진다.


 

46호 옛길을 따라 용대리에 도착하였다. "이 길은 언제나 비밀스럽고 좋아. 시간을 벗어나 공간속에 들어서 담겨지는 기분이야." 


일몰시간이 다가오는데 미처 용대리의 바람을 간과하였다. 무심히도 역풍이 불어대는 용대리의 바람길, 페달링의 무거움과 시간의 압박이 찾아들었다. 용대리를 지나며 생각했던 시간보다 30여분이 넘게 늦춰지고 말았다. "5시전에는 미시령 입구에 도착해야 하는데."


 

미시령을 향하기전 황태촌에서 마지막 허기를 보충하였다. 어제 구리 코스모스 정원에서 사두었던 크라미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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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촌 휴게소를 사이에 두고 좌측의 44번 국도는 진부령으로, 직진의 56번 국도는 미시령으로 향한다.


 

황태촌에서 바로 미시령 입구에 다다를줄 알았던 기억이 틀렸다. 다시 한참을 달려야 미시령 옛길의 입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용대리의 바람속에서 지쳐버린 체력은 미시령 입구까지 겨우 힘겹게 페달을 밟았다. 


"60킬로 가까운 자전거를 끌고 미시령을 오를 수 있을까?" 고민하였다.


5시가 넘어 미시령 입구의 민박 슈퍼(미시령계곡캠핑장)에 도착하였다. 10여분간 다리근육을 풀며 미시령을 넘을 것인지 여기서 야영을 할 것인지 생각하였다. 30분 정도면 해가 떨어질 것이고 3키로가 넘는 미시령 고개를 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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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령계곡 캠핑장을 지나 미시령 옛길을 오른다.



1시간정도면 정상에 오를 것 같았고, 해가지면 미시령 정상의 어둠속에서 속초를 향해 긴 내리막길을 야간 다운을 해야한다.


"넘자. 그래, 넘어버리자. 까짓것.."


 

천천히 페달을 밟으며 미시령을 올라 정상기점 1Km를 알리는 이정표를 바라보며 자전거를 내렸다. 도저히 소진된 체력으로 페달을 밟기가 힘들었다. 



40여분의 시간. 6시에 이르렀을 때 미시령 정상에 도착하였다. 해는 저물어 옅은 석양만 남아있었다. 언제나 그렇듯 무서운 바람의 미시령 정상을 휘몰아 쳤고 싸늘한 찬기운이 느껴졌다.


"어쨌든, 올라왔잖아!"


 

서둘러 인증사진만을 찍고, 고글벗어 안경으로 바꿔쓰고, 헬멧에 헤드 랜턴만을 장착한 체 미시령 다운을 시작하였다. 해가 떨어진 미시령은 빠르고 무섭게 어둠이 찾아들었다.


 

무거운 짐과 자전거, 헤드랜턴의 약한 불빛, 구비져 가파른 미시령의 다운길, 간간히 몸을 휘청이게 만드는 강풍과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바람소리들. 속초로 향하는 길게 늘어진 미시령길을 드롭바의 언더를 잡고 브레이킹하며 조심스레 다운하였다.


저멀리 눈에 들어오는 속초의 야경만으로 모든 것이 충분하였다.


산 속의 차가운 기운이 더해져 온몸이 떨리듯 춥게 느껴졌지만 다운의 긴장감으로 모든 것이 백지상태. 안전하게 내려가 휴게소에서 따듯한 커피로 언몸을 녹이고 싶은 마음만이 간절하였다.


"휴게소가 없잖아?" 겨우 미시령을 내려왔을 때, 생각했던 휴게소가 폐쇄되었는지 불빛이 보이지 않았다. 조금씩 떨려오는 온몸의 냉기. 마저 속초 시내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속초시내에 가까워질수록 도로의 차량의 통행은 빈번해졌다. 속도를 줄이고 천천히 갓길을 따라 이동하였다.


 

덜덜거리는 추위를 느끼며 일단 허기부터 채워야 했다. 주변 맛집을 물어 명품해장국 집을 추천 받았으나 도착하였을 때는 이미 영업이 종료되어 그 맛을 볼 수가 없었다. 


더는 거리를 이동할 수 없어 아쉬운데로 한눈에 들어오는 아비이순대국 집으로 들어갔다.


 

따듯한 온돌방에 앉아 절로 새어나오는 "아이구.." 소리와 함께 순대국에 소주 한 잔으로 지친 추위를 달래였다.


든든히 배를 채운 나른해진 피곤한 몸은 야영을 하여야 하는 다음 행위를 지워버렸다. "사람의 깃털처럼 가벼운 간사한 마음이야. 이미 따듯함을 느껴버렸다구. 싫다."


아침부터 추위와 싸웠고, 예상에 없던 오바된 거리 145키로를 달렸고, 미시령을 넘었고, 콧물까지 훌쩍였다. 


편의점에 들려 판피린을 사들고 나올 때, "사장님, 25평, 50인치 티비, 와이파이, 침대... 25,000원"하는 소리가 너무나 선명하게 또박또박 귀속의 달팽이관을 때리고 되돌림표를 받은 울림처럼 반복되었다.


어제의 허름하기 짝이없던 군부대앞 모란장에 비하면 7성급 호텔정도로 느껴지는 곳이 무려 5천원이나 저렴하다니. 넓은 콘도식 모텔에 자전거까지 들어놓고 편하게 쉬었다.


양쪽 허벅지의 근육들이 미세하게 경련을 일으키듯 떨리고 있는 뻑뻑함을 느끼며.. "거봐, 기어이 오고 말았잖아. 좋다."


숙소내 보이는 콘센트에 온갖 전자기기의 충전기 연결해 놓은 채 온돌의 따듯함에 더해 전기장판의 온도까지 높여놓고 침대속에 몸을 집어넣었다. "이거면 돼. 충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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