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54일 / 맑음 ・ 23도
바오딩시-가오베이뎬시-줘저우시-베이징 팡산구
150km가 남은 베이징, 어디까지 갈까 고민하다 85km 거리의 줘저우시까지 가기로 결정했다. "천천히 가지 뭐."


이동거리
117Km
누적거리
7000,Km
이동시간
6시간 0분
누적시간
483시간

 
G107도로
 
G107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바오딩시
 
줘저우시
 
팡산구
 
 
4,215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86-1173-0089

 
새벽까지 잠을 못 이루고 뒤척이다 5시가 넘어 잠이 들었다.

"조식이 7시 반인데, 잠자다 놓치는 거 아냐."

세 개의 알람을 거르고 7시 반의 알람에 겨우 잠에서 깨어난다. 샤워를 하고 날씨를 확인한다.

"24도까지 올라가네. 찬바람이 물러갔나 보다."

기온만을 확인하고 어플을 닫으려는 순간 어색한 글자가 눈에 들어온다.

"남동풍 바람 8m/s. 남동풍? 남동풍이면 뒷바람인데."

바오딩시에서 베이징까지 북쪽으로 사선을 그으며 올라가는데 남동풍이면 뒷바람이 확실하다.

"몰라, 밥이나 먹자."

조식권을 들고 2층 식당으로 내려간다.

간밤에 튀김 빵을 네 개나 먹은 터라 허기짐이 없어서 인지 큰 기대 없이 놓인 메뉴들을 둘러본다.

돼지고기와 버섯.

이것도 버섯.

"소시지다!"

커피 자판기가 있지만 3.3.3 법칙의 우리네 커피가 아니라 관심이 없다.

간단하게 시작, 소시지는 겉이 질기고 중국향이 나서 맛이 없다. 반 조각만 먹고 그대로 방치.

입맛이 별로 없어서 눈치 안 보고 크게 두 접시만 비워내고 과일 약간으로 디저트를 한다.

방으로 돌아와 홍차를 마시며 리즈훼이와 잠시 메시지를 교환한다.

"리, 너는 3년 후에 무엇을 할 거야?"

"我现在都不知道要做什么. 很迷茫."

"Don't worry. Something good's gonna happenings!"

"一起加油!"

지금은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막막하다는 23살의 여자아이.

알 수 없는 삶의 막연함이 두렵고, 어떤 해답도 찾지 못한 채 방치된 시간처럼 마냥 소모되어 가는 시절이 있다.

고민의 무게와 깊이, 아픔이나 슬픔 따위의 감정을 켜켜이 쌓아가는 동안 삶은 아무런 의미도 없이 싱거운 농담처럼 지나쳐 가버린다는 것을 그녀도 머지않아 알게 될 것이다.

"그때는 누구나 그렇지만, 그렇다고 누구나처럼 그럴 필요도 없다. 그냥 하고 싶은 것을 해봐!"

체크인을 하기 전 핸드폰을 재시작 했더니 네트워크가 끊겨버린다.

"뭐지? 데이터 충전한지 얼마 안 됐는데."

2기가 충전 후, 숙소의 와이파이만으로 사진을 업로드하고 데이터는 인터넷 검색만 사용했기 때문에 데이터가 모두 소진될 일은 없다.

숙소의 와이파이로 심박스에 카톡 문의를 남겼지만 하필 일요일이다.

"난감하지만 다음 숙소까지는 어쩔 수 없다."

일단 고덕지도의 내비게이션을 실행시키고 줘저우시를 목적지로 설정한다. 네트워크가 끊겨도 실행된 내비게이션은 정상작동된다는 것을 지난번에 확인한 터라 걱정은 없다.

"일단 목적지에 가서 숙소는 비번이 걸리지 않은 와이파이나 식당에서 검색하면 되겠지."

이미 한차례 겪은 일이라 조금 답답할 뿐 걱정 같은 것은 없다.

어제 일찍 쉬고 아침까지 든든히 먹었는데, 날씨도 좋고 바람까지 뒤에서 불어 등을 밀어준다.

"좋아, 신나게 달려 주겠어!"

경쾌한 페달링으로 깨끗하게 잘 뻗어있는 도로를 즐겁게 달려간다.

중국 사람들의 못된 운전습관에 욕이 착착 달라붙는 것이 컨디션도 너무나 좋은 것 같다.

대나무를 싣고 가는 것인지, 바닥을 청소하고 있는 것인지.

생각해보니 중국에서 포터 같은 1톤 화물차를 못 본 것 같다. 대개 개인들은 승용차나 승합차 그리고 픽업트럭을 타고 다니고, 화물은 특대형이나 대형 화물차 그리고 3륜차와 경운기 엔진이나 육공트럭 같은 것을 타고 다닌다.

이곳도 강바닥이 완전히 말라있어 흉흉하기 그지없다.

완벽하게 뒷바람이 불어온다. 주유소의 풍선이 거북인 줄 알았는데 가까이 오니 코끼리다.

신나게 라이딩을 즐기고 있는데 자전거 도로에 승합차가 한 대 정차하여 길을 막고 있다. 살짝 피해서 돌아가는데 운전자가 돈을 흔들며 나를 부른다.

"워?"

차량을 지나쳐 멈춘 나에게 차를 몰고 다가와 선뜻 10위안을 건네준다.

"어디서 왔어요?"

한국인이라 말하고 감사의 말을 전하니 뭐라 중국어로 말을 한다. 습관적으로 핸드폰을 꺼내 들었지만 음성 인식을 사용할 수 없다.

"하필, 이런 날!"

내비게이션을 끄고 여행을 설명할 수도 없어 연신 감사의 말을 전하고 즐겁게 사진만을 찍는다.

정저우시부터 가끔씩 라이딩을 하는 사람들이나 운전자들에게 엄지척을 받기는 했지만 적극적인 관심과 응원은 처음이다.

"이것은 베이징 입성 때 마실 축하의 콜라를 사야겠다."

피로연인지 모르겠지만 집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문화는 이웃들과 함께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

마을 입구에 홍등과 붉은 리본을 가득 매달고, 사회자의 진행으로 치러지는 결혼식의 분위기는 우리와 비슷하다.

무대의 옆 간의 천막에서 손님들이 음식을 먹으며 식의 진행을 지켜본다.

"너희들 이렇게 하는구나."

여전히 잘 생긴 도로는 밀밭을 풍경으로 이어지고.

큰 강들조차 건조하게 말라가고.

삶은 고단하다.

13시, 베이징까지 80km 정도가 남아있다. 그냥 내달리면 6시 전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

"줘저우시는 그냥 지나쳐 줘저!"

곰돌이 푸우가 생각나는 뒷모습이다.

1시 20분, 처음 목적지인 줘저우시의 초입에 도착하여 도로변의 공원에서 잠시 쉬어가며 어렵지 않게 주변의 와이파이를 연결해서 베이징시의 경계에 위치한 팡산구를 목적지로 재설정하고 출발한다.


사람이 많고 가게가 많으니 떠돌아다니는 와이파이도 많고, 비밀번호 88888888이나 12345678을 누르다 보면 하나쯤 네트워크가 잡힌다.

"미안, 좀만 빌려 쓰자."

세 명의 장수의 동상이 서있으니 자연스레 유비, 관우, 장비가 떠오른다.

줘저우시는 유비의 고향이고, 도원결의가 맺어진 장소이다.

삼국지를 보던 어린 시절에는 유비를 좋아했지만 성인이 된 이후로 조조가 더 매력적인 사람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은 관우가 왜 공자 정도로 신격화되어 모셔지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관우(關羽)
도교에서는 관우를 신격화하여 전쟁의 신인 관성제군(關聖帝君)이라 부른다. 공자의 사당을 문묘(文廟)라고 하듯이, 관우의 사당을 무묘(武廟)라 하여 관우는 무의 화신으로 추앙받는다. 관우가 황제(관성대제)를 넘어서 신으로 추대된 이후에 중국 후대 왕조의 황제들은 자신들의 이름이 관우와 겹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스스로 피휘(避諱)를 하였다. 중국인들이 관우를 차라리 운장이라고 부르거나 굳이 굳이 관공(關公)이라고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위키백과)

작은 소도시처럼 느껴지는 줘저우시를 스치듯 지나치고.

베이징의 시계에 가까워지기 시작한다. 도로변의 슈퍼에서 콜라와 빵 하나를 사들고 출발한다.

중국의 수도답게 검문소의 모습도 남다르게 좋다.

2시 30분, 베이징의 시계에 도착한다. 뒷바람이 불어 생각보다 훨씬 빠르고 편하게 도착할 수 있었다.

콜라로 축하주를 대신하고.

빵과 콜라로 늦은 점심을 먹는다.

원형의 외곽 도로들로 겹겹이 둘러싸인 베이징시, 사각형에 가까운 정중앙의 위치에 천안문이 있다.

도시의 크기만 다를 뿐 중국의 모든 도시들은 원형의 외곽도로로 둘러싸여 있고, 동서남북으로 도시를 관통하는 길들이 이어진다.

마치 과거의 성곽의 형태로 길들이 이어지고 성문으로 연결되는 길의 모습과 유사하다.

현재위치, 베이징시 남동쪽 끝자락 여기. 이곳에서 천안문까지 50km 정도이니 대략 베이징시의 지름이 100km가 훨씬 넘을 것 같다.

고양시에서 한강을 타고 송파 가락시장까지 가면 대략 40km 정도이니 서울시 면적의 열 배쯤 되는가 보다.

(중국 베이징시 면적은 약 1만 6,410 제곱km로 서울 면적의 약 27배이며, 수도권 면적(약 1만 1,750제곱km)의 1.5배 정도.)

사진을 찍으며 쉬고 있으니 다혼 미니벨로를 타고 있는 아저씨가 말을 건다.

번역기를 쓸 수 없어 내비게이션을 보여주며 베이징에 간다고 하니 'Go together' 하며 같이 가자는 듯 웃는다.

"아저씨 동네니, 아저씨가 앞장을 서야지."

팔자로 페달링을 하며 의욕적으로 힘차게 달려가던 아저씨.

영어를 하는지 물어보고 어디에 사는지 물어보니 베이징 어디라고 말하는데 어딘지는 알 수가 없다.

"베이징이 서울 종로구도 아니고."

아마도 근처에 있는 외곽 지역에 사는듯싶다.

아저씨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재미있게 도로를 달려간다.

얼마를 못 가고 조금씩 속도가 느려지는 아저씨를 끌어주려고 앞으로 나가 적당한 속도로 달린다.

아저씨 앞으로 10분쯤 달려다 삼거리의 신호등에 걸려서 뒤를 돌아보니 아저씨가 따라오질 않는다.

"너무 달렸나? 그래도 인사는 하고 가시지."

4시쯤 팡산구 시내에 도착, 천안문까지 30km의 거리와 시간을 고려하면 6시 정도면 넉넉하게 도착할 것 같다.

도로변에서 와이파이를 잡아 내비게이션의 목적지를 천안문으로 설정을 하고, 숙소들을 검색하는데 베이징의 숙박비가 제법 비싸다.

마땅한 숙소를 찾지 못하고 시간만 흘려보낸다.

"그냥 여기까지만 타고, 내일 점심때 여유 있게 베이징 도심으로 들어가자."

팡산구의 숙소를 검색하고 조식이 포함된 평점이 좋은 곳을 골라 트립닷컴에 주숙등록 여부를 문의한다.

트립닷컴의 친절한 Bebe 상담원이 외국인 투숙 가능을 확인해 주어 바로 예약을 한다.

"Bebe 닉네임을 사용하는 상담원만 친절하다."

베이징으로 들어오니 외곽 지역의 숙박비도 40,000원이 넘어간다.

결제를 하고 바우처를 확인하는데 조식이 불포함이다.

"엉, 뭐지?"

조식이 포함된 룸과 불포함된 룸이 있는데 무심결에 불포함된 방을 예약한 것이다.

"겨우 1,500원 차이였는데."

바로 트립닷컴에 예약변경을 문의했지만 취소나 변경이 불가능한 상품이라고 안내한다.

"몹쓸 손가락, 어쩔 수 없지."

성급한 손가락을 째려보고 숙소의 위치를 확인하니 앉은 자리의 머리 위에 있다.

바로 들어가 체크인을 하고 조식을 물어보니 20위안이라고 한다.

조식 시간과 장소를 안내받고, 20위안을 꺼내어 조식권을 사려고 하는데 프런트 직원과 의사소통이 엇갈린다.

온라인으로 숙박비와 함께 지불하라는 안내를 받고 모든 것이 귀찮아진다.

조식권을 현금으로 사던지, 체크아웃 시 추가요금을 내든지 하면 되겠지만 빨리 쉬고 싶다.

샤워를 하고 간단히 저녁을 먹으러 밖으로 나간다. 이곳저곳에서 장기판들이 벌어지고 훈수꾼들이 몰려있다.

작은 식당에 들어가 덩치가 큰 사내가 맛있게 먹고 있는 메뉴를 가리키며 같은 것을 주문하고, 계란국도 추가한다.

볶음밥인 줄 알았는데 볶음면이다. 쫄깃하고 고소한 것이 제법 맛이 좋고 양이 많다.

"셜!"

밥값을 물었는데 못 알아듣겠다. 어리둥절 머뭇거리니 빌지 같은 곳에 12를 적어서 보여준다.

"아, 스얼콰이! 하하하."

발음을 짧고 빠르게 말하니 '셜'로 들린다.

"이 능력자 열매를 먹어봐야 하는데."

프런트에 들러 방에 있는 물과 콜라가 무료인지 묻고 능력자 열매의 이름을 물어본다.

"훠롱궈, 火龙果. 화룡과, 그럴싸하네."

누런 흙물이 배어 나오는 옷들을 샴푸로 주물럭거려 빨고.

콜라와 생수가 공짜니 조식의 아쉬움을 그런대로 달래보고.

"드디어 베이징에 들어왔구나. 열심히 달렸네."

베이징에서 둘러볼 곳과 숙소들을 검색하다 잠이 든다. 가볍고 즐겁게 달렸는데 기분과는 상관없이 피곤이 밀려온다.





경비내역
식비:12위안 / 식료품:6위안 / 숙박:36,548원 / 합계:18위안, 36,548원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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