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611일 / 맑음 ・ 32도
포항-구룡포-감포
울산으로 가는 길, 습도 가득한 더위가 시작된다. 천천히 바다를 바라보며 울산으로 간다.


이동거리
46Km
누적거리
27,290Km
이동시간
4시간 0분
누적시간
2,077시간

 
동해안길
 
동해안길
 
 
 
 
 
 
 
29Km / 2시간 30분
 
17Km / 1시간 30분
 
포항
 
신창
 
감포
 
 
921Km
 

 

꿈속의 시간, 자꾸 뭔가를 잃어버리는 불안정한 꿈을 꾼다.

"무엇을 잃어버린 거야 아니면 아직 무언가를 찾지 못한 거야?"

불쾌감에 놀라 깨어난 시각 11시, 체크아웃 시간을 1시간 남기고 깨어난다. 어지러운 꿈과 달리 며칠간 계속되던 피곤함은 사라졌다.

짐들을 정리하는 사이 모텔의 주인이 다가와 인사를 한다. 같은 성씨를 쓰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작은 호의와 호감을 보여주는 남자다.

얼려놓은 얼음물을 선물로 건네준 남자는 좋은 여행을 하라며 웃는 얼굴로 인사를 한다.

"감포까지만 가자."

울산까지 하루면 갈 수 있는 거리지만 해안가에서 캠핑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싶다. 부산으로 가지 않는 이상 울산을 지나면 더는 동해 바다를 볼 수 없다.

포스코를 지나 지루한 포항 시내를 벗어난다.

호미곶으로 가려던 경로를 변경하고 동해면을 가로질러 모포항으로 간다.

31번 국도를 따라 동해면에서 모포항에 이르는 작은 고개들을 넘고 신창리의 간이해변에 도착한다.

작은 조약돌이 깔려있는 한적한 어촌의 해변이다.

 

"여기 좋다. 너무 조용하고."

조약돌의 해변으로 시원한 파도가 밀려든다.

"쉬었다 가자. 이런 곳에서는 시간이 느려!"

해변에 앉아 시간을 보내다 출출함이 느껴져 점심을 먹으러 간다. 변변한 편의시설이나 편의점도 없는 마을, 민박을 하는 작은집에 콩국수를 한다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편안하고 여유가 느껴지는 중년의 부부, 큰 기대 없이 들어간 민박집의 간의 식당의 저렴한 콩국수와 김치는 꽤나 맛이 좋다.

든든하게 허기를 채우고, 여주인이 내어준 믹스커피를 들고 해변으로 돌아온다.

"여기서 캠핑을 할까?"

야영을 하고 싶은 편안한 느낌의 공간이지만 울산까지 가야 할 내일의 일정이 있어 아쉽다.

작은 조약돌의 해변에 앉아 돌들을 골라본다.

한 움큼 집어 든 작은 돌들 중 모가 나거나 뒤틀린 돌들을 골라내면 파도와 바람에 서로 부딪혀 둥글둥글 다듬어진 작은 돌들만이 남는다.

"다른 이들처럼 둥글둥글하게 살았으면 지금 행복하다 생각하고 있었을까?"

"모르겠다. 알 필요도 없고."

"그저 다른 이에게 예쁘다는 소리 정도는 들었겠지."

"내가 지금 모난 것들을 골라내는 것처럼."

"나는 그때로부터 얼마나 둥글어졌을까? 아니면 그럼에도 버려진 것일까?"

3시간 가까이 해변에 앉아 시간을 보내는 사이 5시가 되어간다.

 

아쉬움을 털어내며 자리에서 일아나 감포로 향한다.

15km, 한 시간 정도의 라이딩으로 고개를 넘고 작은 시골 읍내 감포항에 도착한다.

산으로 둘러싸인 작은 항구다.

"마음에 드는 동네네."

저녁 낚시를 즐기기 위해 항구의 방파제로 나오는 사람들, 조용하고 편안한 분위기에 항구의 주차장에 텐트를 펼치고 싶은 충동이 일었지만 참는다.

오랜만에 메시지가 온 리즈훼이와 문자를 하고 감포항을 떠난다.

"파도 소리가 듣고 싶다."

감포항을 떠나 작은 고개를 넘자 나정 해변이 나온다. 나정고운모래 해변은 이름과 달리 조약돌이 깔려있는 해변이다.

홀로 해변에 앉아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는 여자의 실루엣이 왠지 허전하다.

"어깨 톡톡, 머리 쓰담쓰담."

그저 말없이 곁에 앉아 머리를 기대어도 스스럼없이 마음과 시간을 필요한 만큼 내어줄 것만 같다.

"내가, 네가 아니면 누군가."

차박 캠핑족이 길게 들어선 해변을 따라가다 적당한 장소에 자전거를 세운다.

"오늘은 여기네."

식수대와 화장실이 근처에 있는 해안가 솔밭에 텐트를 펼친다.

선선한 바람이 시작되는 해변의 저녁이다.

"왜 하필 내 앞에서 염장을 지르시는지요?"

식수대에서 물을 받아 간단히 몸을 씻고, 해변의 식당에서 저녁으로 물회를 포장해 온다.

오늘도 여지없이 밤이 되니 해변에는 폭죽이 터진다.

이곳저곳의 폭죽으로 해변은 순식간에 매캐한 화약 냄새와 연기로 가득하다.

"거대한 모기향이군."

 

맥주를 마시며 파도 소리에 시간을 흘려보낸다.

 "여전히 둥글지 못한 모난 나는 그러해서..."


 

 

GPS 정보

 

 후원 : KEB 하나은행/변차섭/415-910665-18507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609~610일 / 비, 흐림 ・ 28도
포항
태풍 장미가 지나가고 긴 장마가 끝나가는 느낌이다. 다시 자전거를 타고 떠난다.


이동거리
6Km
누적거리
27,244Km
이동시간
1시간 25분
누적시간
2,073시간

 
휴식
 
시내구경
 
 
 
 
 
 
 
0Km / 0시간 00분
 
6Km / 1시간 25분
 
포항
 
계류장
 
송정
 
 
875Km
 

 

태풍 장미가 북상하여 태풍의 영향권으로 들어간다는 예보다.

후덥지근한 폭염으로 시작된 하루는.

짙은 먹구름의 하늘로 바뀌고 빗방울을 떨어뜨린다.

어제의 피곤함으로 긴 낮잠에 빠져들고.

저녁으로 고등어를 굽기 위해 죽도 시장으로 간다.

다섯 마리에 5만원이던 고등가 이틀 사이에 6만원으로 올랐다.

뭔가 불친절한 시장의 할머니들과 흥정을 하고 고등어를 사서 돌아온다.

신선하고 두툼한 고등어를 구워 막걸리와 함께 저녁을 한다.

요란스럽게 태풍을 걱정하던 방송 뉴스와 달리 태풍은 적은 빗줄기만을 뿌리고 소멸한다.

"왜 이렇게 피곤하고 힘이 없지?"



여전히 폭우가 쏟아지는 중부지방과 달리 포항을 비롯한 남부지방은 태풍과 함께 장마가 끝났는지 폭염이 시작된다.

"아, 숨 막힌다. 비가 내리는 것이 차라리 좋겠어."

아침을 먹고 천천히 짐과 패니어를 정리한다.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막혀오는 날씨다.

영선 형님은 부산으로 가는 친구와 만나고, 형님과 헤어진다.

더위를 피하기 위해 근처의 편의점 카페에서 시간을 보낸다.

"오늘 쉬어야겠어! 몹시."

한국에 돌아와 편하게 쉬어본 기억이 없다. 편안한 침대와 쾌적한 공간 그리고 자고 싶다.

한참을 고민을 하다 주변의 저렴하고 평가가 좋은 모텔을 예약한다.

4시의 체크인 시간을 맞추기 위해 송도해변에서 시간을 보내고.

"시간은 편하네. 그저 흘려보낸다."

3시가 조금 넘어 모텔로 향하고, 다이소에 들러 세면 용품과 수건을 구매한다.

"이제 잃어버리지 말자."

에어컨을 틀고, 샤워를 한 후 침대에 누워 기절을 한다.

"이 정도면 그럭저럭 편안하고 쾌적하다."

경주를 경유할까 생각하다 더운 날씨라 호미곶을 지나 해안을 따라 울산으로 가야겠다.

 

 

GPS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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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608일 / 맑음 ・ 32도
포항 영일만
비가 멈춘 하늘, 요트를 타고 영일만을 둘러보기로 한다. 처음 타보는 요트의 항해가 궁금하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27,238Km
이동시간
0시간 0분
누적시간
2,072시간

 
요트
 
영일만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포항
 
영일만
 
포항
 
 
869Km
 

 

어젯밤부터 비는 멈추고, 바람의 방향도 바뀌었다. 오랜만에 보는 깨끗한 날씨다.

하지만 밤새도록 모기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며 편하게 잠들지 못한 피곤함이 묵직하다.

"너무 피곤하다. 잠이 떨어지지가 않아."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고 11시에 출항을 하기로 한다.

세일을 장착하고 요트 내부에 있던 불필요한 짐들을 꺼내어 정리를 하는 사이 영선 형님의 친구분 커플이 도착한다.

형님은 해경에 전화를 걸어 출항 정보를 보고하고, 구명조끼를 입고 드디어 출항.

모터의 동력을 이용해 천천히 항구의 계류장을 빠져나간다.

항구의 등대를 빠져나가 모터를 정지한 후 요트의 세일을 올리자 바람을 맞는 세일이 힘차게 펴진다.

영일만으로 진입한 요트는 천천히 속도가 오르고.

요트가 파도를 가르며 출렁거리기 시작한다.

집세일을 올리고.

 

본격적으로 바람을 타고 가는 요트.

메인 시트를 잡은 영선 형님의 손길이 바람에 따라 바빠진다.

좌우로 기울어진 채 바람에 밀려 나가는 요트.

바다 위의 내려앉은 백조와 같은 우화함은 없다.

"뭔가 분주하고 터프하다."

조용한 영일만의 앞바다, 해변 가까이 다가간 후.

크게 회전을 하여 포항 신항이 있는 곳까지 가보기로 한다.

순조로운 바람을 따라 요트는 순항을 하고, 요트에 앉아 간식으로 김밥을 나눠 먹는다.

어느새 멀어지는 영일대 해변.

서핑보드를 타는 사람들의 움직임과 속도가 꽤나 빠르다.

"우리 잘 가고 있는 거죠?"

닻을 내리고 정박해 있는 대형 화물선 사이를 유유히 빠져나가는 요트.

포항 신항의 근처에서 방향을 틀어 되돌아 간다.

요트가 역풍을 맞으며 되돌아 가는 방법은 45도의 각도를 유지하며 좌우로 지그재그로 운항을 하는 것이다.

역풍을 속에서 각도를 유지하며 영일대를 향해 가는 요트, 요트 뱃머리 부근에 앉아 기울어진 채 솟아오르는 요트의 중심을 몸으로 눌러주며 순조롭게 나가던 요트를 해경선이 다가와 멈추라며 확성기로 안내를 한다.

"왜?"

세일들을 내려 바람의 저항을 없애고, 모터를 이용해 해경선으로 다가간다.

"이 수역은 레저활동 지역이 아닙니다. 돌아가세요."

뭔가 부자연스러운 해경의 안내가 이어지고.

"위험하게 해상에서 요트를 세우면 어떻게 합니까?"

역풍 속에서 목적지로 돌아가는 요트의 항해법, 해경은 먼바다나 위험지역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착각을 한 것인지 아니면 과잉반응을 보이는 것인지 지시와 같은 안내를 하는 모양새가 어정쩡하다.

해경선이 떠나고, 다시 세일을 올려 바람을 맞으려 하니 메인 세일의 하단 부위가 찢어져 있다.

영선 형님은 능숙하게 세일의 찢어지지 않은 부위까지만 메인 세일을 올리고 운항을 한다.

우측의 영일대를 향해 운항을 하고, 다시 방향을 바꿔 포스코를 향해 길게 나아가기를 반복하며 지그재그 운항이 이어진다.

"오늘 안에 돌아갈 수 있는 거예요?"

각도를 잡으며 좌우 왕복을 하던 요트는 항구의 입구에 도착한다.

"참 신기하네."

 

항구에 들어서 세일을 내리고.

작은 모터를 이용해 천천히 계류장으로 돌아간다.

첫 번째 요트 항해, 정적으로 보이던 요트 항해는 생각과 달리 꽤나 거칠고 익스트림하다.

"나랑은 안 맞아요."

요트에서 좌우로 움직이며 무게를 맞추는 일만 했는데도 온몸이 뻐근한 것 같다.

식당에서 시원한 콩국수로 허기를 달래고, 짧은 요트의 항해였지만 허벅지와 팔 그리고 얼굴이 매우 따갑게 느껴진다.

"팬더 같아요."

따가운 바다 위의 햇볕에 벌겋게 익어버렸다.

"어쨌든 재미있는 경험이었어!"

여기저기 물폭탄을 쏟아부은 폭우가 끝나기도 전에 태풍 장미가 북상하고 있다고 한다.

"요트 여행은 어렵겠어요."

끝을 알 수 없는 장마와 난데없는 태풍 그리고 이어질 폭염으로 남해안 섬들의 요트 여행은 어려울 것 같다.

영선 형님은 제천으로 돌아간 뒤 가을에 다시 요트 여행을 할 생각인가 보다.

"어디로 갈까? 경주, 울산, 통영?"

일단 울산에 내려가 선화를 만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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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607일 / 비 ・ 24도
포항
폭우와 계속되는 비, 하루 종일 내린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27,238Km
이동시간
0시간 0분
누적시간
2,072시간

 
요트
 
요트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포항
 
포항
 
포항
 
 
869Km
 

 

비가 내리는 아침, 12시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잠을 자기로 한다.

요트에서 자료들을 정리하며 하루를 보낸다.

비예보가 없는 내일은 영일만 일대에서 첫 번째 항해를 하기로 한다.

"내일 11시에 항해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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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605일 / 비 ・ 23도
포항
요트 여행을 떠나기 위해 오랫동안 계류해 놓은 요트를 점검하고 정리하기로 한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27,234Km
이동시간
0시간 0분
누적시간
2,070시간

 
요트점검
 
삼겹살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계류장
 
계류장
 
계류장
 
 
865Km
 

 

물결을 따라 흔들리는 작은 요트는 편안한 요람처럼 아늑하다.

푹 잠든 것과는 관계없는 묵직한 피곤함, 온몸이 나른하고 힘이 없다.

12시, 근처 기사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요트 내부에 들어있는 장비들을 꺼내어 정리를 하고, 사용할 세일(돛)을 점검한 후 불필요한 짐들은 승용차에 넣어둔다.

자전거와 패니어 그리고 온갖 짐들이 끊임없이 영선 형님의 차박용 승용차에 들어간다.

잠시 낮잠에 빠져든다.

2시, 비가 그쳤다며 잠을 깨운다. 눈꺼플이 무거워 눈을 뜨기가 쉽지 않다.

"어, 맥이 완전히 풀려버린 것 같은 이 느낌은 뭐지?"

오랫동안 계류를 해놓은 요트의 하단에는 작은 따개비들이 잔뜩 붙어있다.

"양식장이네."

스쿠버 장비를 꺼내어 착용을 하고.

따개비를 뜯어내기 위해 풍덩, 요트나 바닷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스쿠버는 필수적으로 할 수 있어야겠다 싶다.

하지만 스쿠버를 배우고 싶은 마음이 여러 가지 장비를 착용하는 번잡함에 사라져 버린다.

"역시 성격과 맞지 않는 레포츠야. 낚시가 딱이네."

형님은 물속에 들어가 요트에 붙은 따개비들을 떼어내고.

"정말 힘이 없네."

사용하지 않던 모터를 점검하고 오늘의 일과, 항해 준비가 끝난다.

"내일 영일만으로 시험 운항을 해 보자."

작업을 마친 후 저녁으로 삼겹살을 구워 먹는다.

남은 피데기도 굽고, 삼겹살 기름에 구으니 훨씬 맛이 좋다.

가까운 영일만에서 시험 운항을 하려던 계획은 내일의 흐린 날씨와 약한 풍속으로 어려울 것 같다.

 "비가 오면 죽도시장 구경이나.."

이런저런 얘기 끝에 자정이 넘어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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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604일 / 맑음 ・ 28도
후포-울진-포항
조용했던 후포해변의 아침이 시끄럽다. 포항까지 가기 위해 여러 많은 고개들을 넘어가야 한다.


이동거리
93Km
누적거리
27,234Km
이동시간
7시간 42분
누적시간
2,070시간

 
동해안길
 
동해안길
 
 
 
 
 
 
 
44Km / 3시간 42분
 
49Km / 4시간 00분
 
후포항
 
강구항
 
포항
 
 
865Km
 

 

할머니들이 말다툼을 하는 소리에 잠에서 깬다. 억양이 강하고 빠른 속도의 경상도 사투리가 너무나 시끄럽다.

"그만, 제발요!"

피곤함에 다시 잠을 청하고 10시가 되어 일어난다. 새벽까지 잠들지 못하는 며칠간의 피로가 뭉쳐 있는 기분이다.

"꽤나 후덥지근 하겠다."

짐들을 정리하고 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동안 길 건너편의 슈퍼마켓이 소란스럽다. 어르신 한 분이 중년의 남자에게 계속해서 소리를 치고 있고, 중년의 여자는 소리를 지르는 할아버지를 말리느라 정신이 없다.

"화가 많은 동네인가?"

10시 40분, 포항을 향해 출발한다. 영일대까지 90km 정도의 거리지만 해돋이 공원들이 있는 고개들을 넘어가는 코스가 쉽지만은 않다.

"저녁때쯤 도착하겠네."

지난 여행 때 들려 아침을 해결했던 칠보산 휴게소의 한식 뷔페까지 7번 국도를 타고 다이렉트로 도착한다.

발열체크, 방문 기록지, 테이블마다 설치된 투명 아크릴 칸막이 그리고 마스크가 없는 사람들에게 마스크까지 나눠주는 식당의 운영 마인드가 좋다.

비빔밥으로 크게 한 그릇을 담고, 불고기와 밑반찬들을 접시에 별도로 담아 든든하게 배를 채운다.

"부산까지도 가겠다."

식사 후 고래불 해변으로 이어지는 자전거길을 따라간다.

지난 여행 때의 지루하고 힘들었던 기억들이 남아있지만 오늘은 그런대로 수월한 느낌이다.

솔밭으로 넓은 캠핑장이 잘 조성된 고래불 해변의 남쪽 해안을 지나고.

작은 고개와 해안도로를 달리고, 피데기를 판매하는 마지막 고개에서 반건조 오징어를 사 든다.

"한 번쯤 먹어보고 싶었다."

축산항에 도착한다.

편의점의 시원한 얼음 커피로 갈증을 달래고.

"작은 건물에 있을 건 다 있네."

이유는 모르겠지만 축산항은 여행을 할 때마다 잠시 쉬어가게 되는 장소이다. 관광지 항구들의 번잡스러움이나 작은 항구들의 적막감과는 다른 묘한 매력이 있는 곳, 항구의 다방에 들어가 달달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싶은 곳이다.

넓은 농기계 전용도로를 따라가다 경정항으로 들어가는 고개를 넘는다.

"이제부터 시작이구나."

축산항에서 포항시의 경계까지 해안의 고개들을 넘으면서 가야 한다.

"BTS 뮤직비디오 촬영지도 관광지가 되는가?"

붉은빛이 감도는 넓은 갯바위의 풍경이 제법 괜찮은 장소다.

경정항을 지나 다시 고개들은 시작되고.

 

언제나 바다와 항구 그리고 언덕 위 마을의 풍경이 좋은 노물리 고개에 앉아 시간을 보낸다.

"저기 언덕 위에 집을 짓고 살면 좋을까?"

노물리 고개의 휴식의 달콤함도 잠시 뿐. 영덕 해맞이공원으로 이어지는 고갯길이 시작된다.

"너 오랜만이다."

등을 돌리고 서 있는 해맞이공원의 풍력발전기는 언제 봐도 얄미운 느낌이다.

해맞이공원에서 잠시 숨을 돌리고.

강구항을 향해서 달려간다.

지난 여행, 갈매기들이 마을 사람들을 알아본다던 대부리의 해안가를 지나고.

어촌 마을들의 정겨운 민박집들과 작은 어촌 집들의 풍경은 조금씩 요란한 펜션들과 대게식당이 연이어지며 번잡함으로 변해간다.

요란스러운 강구항 대게거리, 지나가는 차량들을 향해 배꼽인사를 하며 호객을 하는 사람들과 정신없이 붙어있는 광고 현수막들은 언제나 볼썽사납다.

친절한 미소의 인사와 '잘해주겠다'는 흥정의 인사말은 어린 시절 불편하게 지나쳐 가야만 했던 홍등가 골목길, 욕망의 유혹보다 천박하다.

무례하고 불쾌한 시선이 투영된 후 들려오는 흥정의 가격은 어쩌면 그들이 매기는 나의 몸값일런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오늘은 얼마야?"

정말 변화가 없는 동네다. 한정된 손님에 대한 쟁탈전이 아니라 찾아오는 사람들의 수를 확장하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제발, 건강한 콘텐츠를 만들어 보라고!"

강구항을 지나 길은 해안도로와 7번 국도를 번갈아 가며 이어진다. 고개들을 넘느라 지친 여행자에게 꽤나 지루한 코스다.

국도변을 따라 이어지던 자전거 길은 작은 어촌 마을을 짧게 통과하고 다시 국도로 이어지기를 계속 반복한다.

"뭔가 놀림당하는 기분이야."

"포항이다."

포항의 경계를 지났지만 영일대가 있는 시내까지는 30km 정도를 더 가야 한다.

지난 여행, 마치 제주도의 어느 해변처럼 이국적인 풍경이 펼쳐졌던 화진리 해안가는 폭우가 지나간 후 황량함만이 남아있다.

"아쉽다!"

헛헛한 실망감에 괜한 시골집들의 모습을 담장 너머로 들여다 보고.

"진짜 오래된 집이네."

이제는 헛간이나 창고로 사용되고 있는 옛집의 모습이 쓸쓸하게 느껴진다.

고갯길은 더 이상 나오지 않지만 이미 지쳐있는 페달링은 무겁기만 하다.

갈증을 달래려 멈춰 선 월포 해변의 모습은 마치 시간이 멈춰버린 30년 전의 풍경처럼 느껴진다.

마을 번영회에 의해 운영되는 것 같은 해변의 음식점들과 해변의 노점들, 평상과 파라솔 자리를 대여하는 난잡한 해변의 모습에 짧은 탄식이 흘러나온다.

강릉의 감성 돋는 해변의 파라솔 공간, 여수 낭만 포차 거리 등 많은 투자나 특별한 기획 없이도 충분하게 매력적인 공간으로 변화시킨 곳들이 많다.

"다른 지역들의 성공 모델들을 조금만 벤치마킹해도 좋으련만."

강릉에서부터 많은 해변을 지나쳐왔지만 월포해변의 모습은 유난스럽게 난잡하다.

강구항과 월포해변. 치이로의 행방불명, 돼지로 변해가는 게걸스러운 부모들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현대식 펜션들이 들어서는 해안가를 달리고.

주차된 차량 사이로 유아들이 마구 뛰쳐나오는 정신 사나운 해변을 지난다.

"유독 이 동네가 그런가 보다."

"정서적으로 안 맞는 동네야."

포항 시내로 들어서는 길, 석양이 저물어 간다.

라이딩을 하는 어린 친구들과 함께 포항 시내로 향하고.

영일만 산업단지의 지루한 도로변을 지나 영일대에 들어선다.

멀리 포스코 공단의 실루엣이 보이고.

"왔다."

"너덜너덜하다."

영선 형님에게 도착 전화를 하고, 시원한 아메리카노 한 잔으로 하루의 피곤함을 가라앉힌다.

포항의 요트 계류장을 찾아간다.

계류장 앞에서 영선 형님이 기다리고 있다.

자전거와 패니어들은 승용차에 넣어두고, 작은 요트 시그너스에 승선한다.

아담한 사이즈의 요트, 내부로 들어가니 두 사람이 생활하기에 충분한 공간이다.

저녁을 하기 위해 식당으로 갔지만 영업이 끝난 상황, 다시 요트로 돌아와 스파게티로 저녁을 하고 울진에서 사 온 반건조 오징어를 구워 반주를 한다.

온몸이 뻐근하고 피곤하다. 작은 요트에 누워 잠이 든다. 피곤하고 힘든 하루다.


 

 

GPS 정보

 

 후원 : KEB 하나은행/변차섭/415-910665-18507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6일 : 2018.11.03 / 맑음・18도

후포해변-축산항-강구항-월포해변-칠포해변-영일만-영일대해수욕장

너무나 화창한 날씨, 후포항을 떠나 포항으로 향한다. 동해안 자전거 도로와 7번국도를 번갈이 이동하며 동해안의 풍경속에 한가로운 한때를 보내였다.

이동거리

88.14Km

누적거리

1,042.72Km

이동시간

7시간 27분

누적시간

48시간 37분


축산항
월포해변
45Km/4시간 23분
43Km/3시간 04분
후포
강구항
포항
 
 
1,043Km

 

이른 아침, 후포해수욕장의 운동기구를 사용하는 아주머니들의 움직임 소리에 잠이 깨었다. 조금은 차갑고 거센 바람이 부는 아침 멀리 수평선을 따라 아침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오늘도 좋은 아침이네."


왼쪽 발목쪽이 신경이 쓰일정도로 시큰거렸다. 라이딩을 하는동안 몸의 이상현상은 왼쪽 세끼손가락이 저린 것과 왼쪽 발목 접히는 부분이 시큰거리는 것이였다. 


 

여행 출발전, 패니어의 무게가 부담스러워 조향을 위해 안장의 높이를 낮추고, 전후위치를 앞으로 당겨놓았다. 좀더 편하게 무거운 자전거를 다루기위해 세팅을 바꾸어 놓았는데 그것이 문제인 것 같다.


왼쪽 발목만이 시큰거리고 부은느낌이 드는 것은 아마도 내리막길에서 윗쪽으로 위치하는 왼쪽페달이 낮아 발목이 많이 꺾이여서 그런 것 같았다. "어둠속에 미시령을 내려오며 어쩔 수 없이 몸에 힘이 많이 들어갔나?" 생각했다.


패니어를 장착한 무거운 자전거는 내리막의 길에서도 안장에 앉아 조향을 해야했다. 안장에서 일어서면 앞의 핸들과 뒤의 움직임이 심한 철렁임일 일으켰다. 


또한 자전거의 출발시 오른쪽 페달을 밟고 힘이 들어가는 첫번째 페달링이 높은 위치에서의 왼쪽페달이므로 똑같은 발목의 꺾임에 무리가 온 것으로 생각되었다.   


안장을 높이고 뒤로 밀어둬야지 생각하면서도 조금지나면 나아지겠지 하며 게으름을 피우고 있는 것이다.


 

후포를 지나 영덕으로 가는 자전거도로는 짧게 끝이났다. 해볕을 받는 해안면이라 기온이 올라가며 덥다는 생각을 하였다.


 

 

 

 

해안 이면의 구도로를 따라 이어지던 조금은 지루했던 도로는 칠보산휴게소를 앞두고 잠깐 7번국로 이어진다.


 

아침을 해결하기 위해 한마음 대게수산의 사장이 추천해 주었던 칠보산 휴게소에 들렸다. 이른시간임에도 관광버스가 즐비하게 정차되어 있었다.


휴게소 편의점에서 한식뷔페의 식사권을 구매하고(대인 9,000원) 안쪽에 위치한 뷔페식당에 들어섰다. 넉넉한 크기의 테이블에는 아침식사를 하는 관광객들로 가득차 있었다.


 

식사를 하는 테이블과 음식의 배식장은 분리되어 깔끔하였고 조리된 음식도 정갈하게 보였다. 기본의 밑반찬 몇가지와 불고기를 잔뜩담아 첫번째 접시를 비우고 두번째 접시마저 깨끗히 비운후 든든해진 윗배를 두드렸다.


 

첫번째 접시를 비울때쯤 한무리의 관광객들이 빠져나간 식당안은 조금은 여유러워졌다. 한마음 대게수산의 사장님 말처럼 깔끔하고 제법 맛있는 음식맛이였다.


하지만 나와달리 가벼운 아침식사를 하는 관광객들에게 9,000원의 식사권이 저렴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생각했다. "단체객에게는 별도의 디스카운트가 있나?"


 

 

 

 

 

 

 

 


두번째 접시를 비운 후, 계산대에 다가가 추가요금을 지불하고 음식을 조금 담아갈 수 있는지를 물었다.


"자전거 여행중인데요. 죄송하지만 추가요금을 내고 조그마한 찬통에 음식을 싸갈수 있을까요?"


식권을 구매할 때 젊은 남자분이 아닌 식당의 주인장쯤으로 보이는 어르신께서는 바쁜듯 음식의 외부반출은 안된다며 단호하게 거절하였다. 


 

한식 찬들이 기본인 음식에 특별한 레시피가 있을 것 같지는 않았지만 식당의 규정이라니 어쩔 수 없었다. "인심이 조금 박하네." 생각하고 말았다.


 

서운한 마음에 한 접시 더 먹고 나갈까 생각하다 충분히 든든해진 배를 두드리며 식혜음료 한잔을 마시는 것으로 대신하였다. "어쨌든 잘 먹었다."


 

 

다시 평탄한 해안의 구도를 따라 이동하였다. 더워진 날씨에 져지와 바람막이를 벗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라이딩을 이어갔지만 동해의 햇볕을 바라보며 달리는 라이딩은 든든한 식후 나른함과 함께 게으른 페달링을 만들어냈다. 


 

 

고래불해변을 지나 쭉뻗어있는 도로를 달리다 잠시 쉬기로 했다. 잠시 쉬며 한마음 대게수산에 전화를 걸었다. 대게를 주문해 놓으면서 생물로 보내달라는 메세지를 남기지 않은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다.


한두차례 전화 대기음이 울리고 "어머, ***님의 남편 사장님. 안녕하세요?"하며 여사장님께서 전화를 받으셨다. 야, 너, 이것, 저것 아무렇게나 불려왔지만 누구의 남편이라는 칭호는 처음이였다. 어색하고 낯선,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불리움에 잠시 먹먹함 같은 것이 느껴졌다. 


"누군가의 남편이라니."


 

여전히 친절한 목소리로 어제 만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과 안부등을 전하고 나서야 대게 주문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사장님과 통화를 하면 웃는 사람의 모습이 떠올라 기분을 좋게 만들어준다.


"이틀후에 배가 들어올 것 같아요. 그때 좋은 물건이 들어오면 택배로 보내드리는게 좋을 것 같아요."


급한건 아니니 알아서 해달라 전하고 한번더 만나뵙지 못한 아쉬움을 전하였다.


 

고래불대교를 넘어 이어지는 해안도로는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며 이어지며 라이딩의 속도를 줄여놓았다. 항구와 마을을 지나치며 볼수있는 대게와 홍게를 판매하는 광고물들은 어느새 오징어와 피데기를 판매하는 광고들고 바뀌어 있었다.


 

도로변을 따라 2미터정도의 봉들을 줄로 이어 세워놓거나 비슷한 구조의 신식 건조대 같은 것들이 이어졌다. 무엇을 하는 것인지 궁금해 하던중 오징어를 말리는 것을 보고서야 그 용도를 알게되었다. "오징어가 이렇게 많이 잡히나?" 생각하였다.


 

반건조 오징어 6마리 만원으로 시작된 길가의 직판장은 대게를 파는 영덕에 가까워졌을 때 4마리에 만원으로 바뀌었다. 한봉지 사서 맥주 한캔을 하고 싶었지만 잇몸과 치아가 좋지않아 씹는 음식에 대한 불편함이 있는 나는 그저 마음뿐이다.


"부드러울 것 같았는데 한마리만 사서 먹어볼 것을."  


 

포항까지 이동하는 100Km가 안되는 거리에 조금 마음을 놓고 여유를 부린 것인지, 지루하게 이어지는 오르막과 내리막의 길에 지친 것인지 좀처럼 라이딩 속도가 나지않았다.


축산항에서 잠시 쉬며 남은 거리를 보았다. "아, 겨우 1/3 온거야?"


 

축산항을 지나 마주한 20번 지방도로 역시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었다. 오르막의 끝에 잠시 낚시를하는 사람들의 한가로움을 구경하였다. 


무언가 취미가 있어야 한다면 낚시를 배워보고 싶었다. MTB를 타며 낚시에 대해 조금 잊고 살지만 언젠가는 꼭 저들처럼 바다낚시를 하며 하루쯤 시간을 보내보고 싶다.  


물고기를 잡는 손맛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별관심은 없다. 잡거나 못잡거나 그만인 일일뿐이지만 바다와 하늘 그리고 바람과 파도소리에 묻혀 시간의 망중한을 사치해보고 싶은 바람이다.


 

영덕의 해맞이 공원을 앞두고 예상했던 긴 오르막이 시작되었다. 오르막의 힘겨움보다 페달링에 힘이 가해지며 신경을 건드리는 것 같은 왼쪽 발목의 통증이 전기자극처럼 반복적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상부근의 풍력발전기의 날개위치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앞으로 가야할 방향의 반대편을 향해 날개가 향하고 있다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맞바람을 예고하는 것이다.


"꼭 힘든 곳에는 저 바람개비가 하나씩 있더라. 인제 용대리, 울릉도 현포령 이번엔 여기라니?"


 

시야를 방해하는 아무런 것이 없는 확트인 공간이였다. "저 멀리 수평선에서 해가뜨는 것을 보면 장관이긴 하겠다."


 

 

해맞이 공원으 내리막길 끝에 위치한 영덕 해양환경 체험관의 조형물이 갈길이 바쁜 자전거를 세웠다. 


"강남 코엑스 센터의 강남스타일 조형물과 비슷한 느낌이네. 대게집 인테리어라면 이해라도 하겠다만.."


 

해맞이 공원을 끝으로 오르막길은 이어지지 않았다. 약간의 허기가 느껴져 지나치려던 길을 멈춰세우고 작은 슈퍼에 들렸다. 창포리 대부슈퍼.


낚시를 하는 사람들의 민박과 함께 식료품을 파는 곳이였다. 맥주 한캔을 하고 싶다며 안주거리가 뭐가 있을지 물었다. 아무래도 지나온길의 반건조 오징어를 사먹어보지 못한 아쉬움이 남아있었던 모양이다.


변변하게 선택한 물건이 갖추어지지 않은 슈퍼의 아주머니께서는 딱히 추천해 줄것이 없어서인지 초코바 같은 것이 어떠냐며 물으셨다. 커다란 양파과자를 고르고 "양이 너무 많지 않을까요?" 하니 맥주를 두개를 마시면 어떠냐고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두개를 먹어도 남을 것 같다고 하니 그래도 남으면 갈매기들을 주라고 하셨다. 


"여기 갈매기들은 동네 사람을 알아봐요. 먹을 것을 주면 알아서 날아온다니까요."


 

맥주를 사들고 근처의 방파제로 향하였다. 조그만 항구앞 정자에서 먹을까 생각하다 햇볕이 잘 들어오는 방파제에 앉아 먹는 것이 좋겠다 느껴졌다.


그물을 정리하는 어머니들을 구경하는 사이 마을주민이 놓아준 먹이를 먹기위해 몰려드는 갈매기떼를 보았다. "갑자기 어디서 날아온거지?"


 


 

낚시를 하는 몇몇 사람들을 구경하며 방파제에 앉아 시원한 맥주 한모금을 마셨다. 멀리 해맞이공원 방향으로 풍력발전기의 날개들이 보였고 조금전 갑자기 몰려든 갈매기들은 방파제 건너편 테트라포드에 무리지어 앉아 있었다.


 

봄날의 어느날 한가롭기 그지없는 더딘 시간처럼 느리고 따듯함이 느껴지는 풍경이였다. 제법 오랜시간을 따듯한 햇볕이 달구는 방파제에 앉아 시간을 보내였다. 


오징어와 피데기를 판매하는 광고는 다시 대게를 판매하는 광고들로 바뀌었다. 오전의 느린 이동과 창포리에서 보낸 시간들로 포항으로 향하는 페달링이 바빠질 때쯤 강구항에 이르렀다.


항구의 사장거리 정도로 생각하며 차량들과 사람들로 복잡해진 오른쪽 코너를 돌았을 때 뭔가 비현실적인 거리모습이 갑작스레 나타났다.


거대한 증기로 가득한 거리에 사람들과 차량들이 가득하였다. 


 

갑작스레 나타난 많은 사람들과 차량들이 뒤섞이는 복잡함이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자전거를 세우고 거리의 상황을 살핀후에야 여기가 영덕의 대게거리임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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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구항 주변 대게로를 따라 길게 이어진 영덕대게마을


후포의 소박한 대게시장의 정겨움과는 달리 거대한 방직공장의 증기기관처럼 하얀 연기를 뿜어내는 거리는 살풍경스럽다 생각들었다. 대게를 삶은 냄새가 진동하였고 가게마다 한명씩 사람이 나와 지나가는 차량들을 향해 주차와 식사권유의 호객을 외치고 있었다.


 

지루하리만큼 조용했던 라이딩중에 느닷없이 마주한 풍경이라 그런 것인지 거부감이 먼저 밀려들었다. 시장의 모습에 놀란면도 있지만 지역내 시장 수요만으로 마켓이 유지가 되는지 궁금하였고 생경한 관경속에 아쉬운 것들이 느껴졌다. 


"차량들과 호객의 복잡함이 아니라 저 거리를 사람들에게 돌려주면 좋을텐데. 판매 경쟁의 거리가 아닌 컨텐츠를 담은 길을 만들어 놓으면 편하게 거닐며 구경하고, 마음 편히 좋은 서비스 찾아갈 수 있으면 더 좋을텐데" 


강구대교를 건너 조금전 지나쳤던 대게거리의 반대편은 사뭇 다른 느낌의 거리풍경이 이어졌다. 구도시로 보이는 거리는 건너편의 모습과는 다르게 생기마저 잃어버린 거리였다. 


뭔가 슬프다는 느낌이였다. 항구를 두고 마주하며 상권을 잃어버린 늙은 거리와 상권을 두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생존의 거리. 이미 낡아버린 과거와 머지않아 과거가 되어버릴 현재를 보는 것 같았다.


죽어가는 도시처럼 느껴졌다. 활기차 보이는 건너편 대게시장의 모습도 머지않아 여기처럼 생기를 잃어버리지 않을까 생각하였다. 아무리 보아도 젊거나 어린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컨텐츠는 아무것도 없어보였다.


 

강구항을 지나 23번 지방도로는 7번국도로 이어져 장사리의 부흥교를 건너 포항에 들어섰다. 심플한 텍스트의 CI가 모던한 느낌을 주었다. 


7번 국도의 갓길은 자전거로 이동하기에 넉넉하였지만 되도록이면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한참을 내달려 오션힐스CC가 있는 화진사거리에서 국도를 빠져나왔다.


 

소박한 시골길과 구불하고 복잡한 마을길을 돌아나오자 답답했던 국도의 라이딩을 잊게해주는 시원한 풍경이 나타났다. 후포에서 포항으로 향하는 영덕의 언덕길길과 구도로 그리고 국도 라이딩이 지루함이 해갈되는 것 같았다.


 

방파제 사이 계단을 통해 파도가 밀려오는 너른 갯바위로 내려갈 수 있었다. 강원도 해안의 모레사변과 다른 느낌의 풍경이였지만 마음의 무게를 덜거나 위로받기에 또는 즐거운 바람들을 그리거나 이어가기에 충분한 곳이라 생각하였다.


"아무런 말없이 이 곳에 앉아 밀려오는 파도의 수평선을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힐링이 되겠어. 마음을 안아해주는 넉넉함으로 때로는 어깨를 토닥이며 응원해주는 청량함으로 말이지."



 

짙푸른 남색의 바다색이 아니였다면 마치 제주도의 어느 해변에 있는 듯 착각을 불러일으킬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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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른 갯바위와 짙푸른 바다의 풍경-포항 북구 화진리의 해안길


 

 

 

평탄하게 이어지는 해안도로는 월포해수욕장까지 이어졌다. 토사가 쌓인 경계를 사이에 두고 청하천의 민물, 월포해변의 바다 그리고 가을 하늘의 각기다른 색과 움직임들이 대비되어 인상적이였다.


 

월포해수욕장을 끝으로 해안도로는 20번 지방도로와 간간히 이어지는 해안도로를 따라 이어졌다. 포항까지 20여Km의 거리를 알리는 이정표는 해안도로를 거쳐 다시 20번 지방도로 돌아오면 그 거리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칠포교를 넘으며 변화된 풍경은 포항시내에 들어섰음을 알 수 있었다. 좀처럼 줄지않던 20Km는 한시간정도의 라이딩 거리를 남겨두었다.


 

 

 

현대중공업 공장의 거대한 작업장과 직선으로 쭉뻗은 영일만의 대로변에 앉아 잠시 쉬었다. 눈에 보이는 모든것들이 크고 넓직하였다. 


 

80Km 정도의 여유롭게 생각했던 라이딩은 90Km 넘어 영일대 해수욕장에 도착하였다. 해안길을 따라 이동하는 거리가 10Km정도 돌아오는 길이였나보다.


 

일몰이 막시작되는 시점에 도착하게 되었음을 안도하였다. 영일대해변은 푹신한 모레가 가득한 동해의 여느해변들과는 달리 딱딱한 흙바닥과 같았다. 호수처럼 잔잔한 파도가 일정하게 밀려오는 해안가는 아늑하면서도 이색적인 느낌이 들었다. 


바다건너 멀리보이는 거대한 크레인과 포항제철 공업단지의 실루엣이 수평선을 대신하고 있었다. 


 

도심의 뒷편으로 떨어지는 멋진 일몰을 바라보며 낯선 도심의 밤의 풍경이 궁금하였다. 야영을 할 곳을 찾아 해수욕장을 따라 이어지는 산책로을 걸었다.


포항 외곽의 조용한 해변일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산책과 운동을 하는 사람들고 제법 붐비는 거리였다. 산책로 한가운데 크게 음악을 틀어놓고 리드미컬한 그루브를 타며 즐기던 7명정도의 어린 여학생들을 보며 포항이라는 도시가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시끄럽거나 요란스럽지 않은 여유와 생동감이 동시에 느껴지는 도시였다. 동해안의 너른 백사장을 품은 해변에 비하면 볼품없이 내추럴해보이는 영일대 해변은 관광지가 아닌 공업도시의 평범한 자연공간으로서 사랑받는 장소임을 알 수 있었다.


"그 어떤 욕망의 찌꺼기들이 배설되고 모여지는 도심의 핫플레이스가 아니라 마치 평범한 일상의 추억들이 하나, 둘 쌓이고 만들어지는 동네의 앞마당같아." 


 


 

"일상적인 소소함들이 자연스럽고 편안하다 해야할지, 이렇게라도 익숙해진 것들이 서글프다 해야할지 모르겠다. 저 거대한 포항제철의 삭막한 실루엣탓일까." 


 

저녁식사로 치킨이 먹고싶어 졌다. 영일대 해변의 건너편으로 길게 들어선 가게들중 치킨집을 찾아 들어갔다. 인기있는 메뉴를 묻고 매콤한 양념치킨과 갈릭소스의 치킨을 반반 주문하였다.


 

칠보산 휴게소의 한식뷔페이후 아무것도 먹지않아 허기졌음에도 불구하고 치킨맛은 별로였다. 과한 소스들 탓인지 전체적으로 눅눅하게 느껴졌고, 특히 갈릭치킨은 마늘맛이 너무 강하게 느껴져 토핑되어있는 마늘을 걷어내고 먹어야하는 수고스러움이 있었다.


"내가 마늘을 얼마나 좋아하는데.. 이건 아니지. 평범하게 프라이드를 먹을걸 그랬나?" 


 

치킨을 먹는동안 바다건너 포항제철의 화려한 조명이 불을 밝히며 공업도시의 삭막해보이던 실루엣이 화려한 밤의 풍경을 연출하였다.


형편없는 저녁식사를 하는사이 날카로운 칼에 베이듯 아픔이 찾아든다. "아무것도 하기싫다."


반이상이 남은 치킨을 포장하여 급하게 가게를 빠져나와 눈에보이는 해안가의 구조물 앞편에 아무렇게나 텐트를 쳐댔다.  



조금씩 가까워지는 것처럼 속삭이듯 출렁이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멍하니 누워 아무것도 하지않았다.


"하나 둘 철썩. 하나 둘 철썩. 하나 둘 버리지말자. 하나 둘 지나가는거야. 하나, 둘."


간간히 해변을 걷는 연인들의 산책소리와 요란하지않게 줄이어 터지는 폭죽소리, 웃음소리들이 나즈막히 밀려드는 파도소리와 함께 마음을 가라앉혀 주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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