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6일 / 오랜만에 구름 ・ 10도

위간현-포양호-난창시-난창현

밤새 강하게 내리던 비는 하루의 양을 다 쏟아낸듯 아침이 되어서야 멈춘다. 오랜만에 만난 비가 없는 하루의 시작이다. 타이호와 비슷한 크기의 장강과 마주하는 포양호를 넘어 난창시로 향한다. 

이동거리

107Km

누적거리

3,777Km

이동시간

7시간 37분

누적시간

252시간


S102국도
S101국도
46Km / 2시간 50분
61Km / 4시간 47분
위간현
푸양호
난창현
 
 
1,028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쌀쌀함이 느껴진 새벽 침낭을 꺼내어 덮어야만 했다.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주점이다.



다행히 어렵게 구식 난방기 주변에 걸쳐놓은 옷가지들은 다시 입기에 문제없이 말라있다. 문제의 신발 역시 조금 눅눅한 기운이 남아있지만 이 정도면 나이스한 것이다.



"매일처럼 이게 뭐니?"



9시, 비가 멈춘 아침 평소보다 조금 서둘러 짐들을 정리하고 출발한다. 1시간의 첫 번째 라이딩을 마치고 사람들이 모여있는 도로변에서 잠시 쉬어간다.


"어딜 가나 길거리 음식이 제일 맛이 있지."



작은 슈퍼마켓이 사람들로 북적이고 소란스럽다. 무엇을 하는지 다가가 보니 역시나 카드놀이를 하고 있고 주변의 구경꾼들이 훈수와 잡답으로 왁자지껄한 분위기다.



슈퍼에 들어가 간식거리들을 집어 들고, 젊은 슈퍼의 여자는 낯선 한국인 손님에게 친절하게 웃음을 보인다.



계산을 마치니 작은 귤 세 개를 먹어보라며 선물한다. 간간이 도로변의 노점에서 팔고 있는 한 번쯤 먹어보고 싶었던 작고 주황빛이 선명한 귤이다.


"씨에 씨에."



"넌 왜 울고 있어?"



카드놀이를 하는 주변에서 울고 있는 아이에게 한 남자가 장난스럽게 타박을 한다. 중국 특유의 음률이 있는 말이 재미있다.



도로변에서 돼지고기를 팔고 있는 아저씨에게 커다란 덩어리의 돼지고기가 얼마인지 물어보니 웃으며 200위안이라고 한다.


"200위안. 돼지고기가 싸구나."



옆 골목의 집에서도 사람들이 카드놀이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


"얘네는 이걸 참 좋아하네."


우리 명절의 화투판도 그렇지만 별거 아닌 놀이에 즐겁고 미묘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결혼식이 치뤄진듯한 집도 지나고, 이번에도 시간이 맞지 않아 식을 올리는 모습을 보지 못해 아쉽다.



한국의 농촌 풍경과 별반 다를 것 없는 풍경을 지나치고.



늦은 오르막이 이어지는 마을의 정자에서 잠시 쉬어간다.



"중국의 빵들이 맛이 좋네."


슈퍼에서 골라 담는 작은 빵들인데 제법 맛이 좋고 종류가 다양해서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오랜만에 하늘이 열리려나?"


뭔가 찌뿌둥한 하늘이지만 비가 내리지 않으니 라이딩도 수월하고 무엇보다 옷이 젖지 않아서 좋다.



포양호를 지나 대도시인 난창시와 난창시의 외곽에 있는 난창현의 경로를 보며 어디로 향할지 고민하는 사이 두 명의 어르신이 자전거에 대해 관심을 보인다.



할아버지들에게 잡히기 전에 서둘러 길을 출발한다. 이곳 도로변에는 처음 보는 가로수가 심어져 있다. 가정집의 마당에도 심어져 있는 나무인데 주먹보다 큰 노란색 열매가 열려있다.



"자몽인가?"



길바닥에 떨어진 열매를 살펴봐도 어떤 과일인지 알 수가 없다.



12시, 답답했던 시야가 열리고 넓은 포양호가 모습을 드러낸다.



도로변의 바로 옆에 오래된 고택이 있어 잠시 둘러보기 위해 내려갔지만 문이 잠겨있어 내부를 살펴볼 수가 없다.


아쉬운 대로 고택의 앞에 있는 오래된 나루터를 구경한다. TV 다큐멘터리 프로에서 보았을법한 오래된 나무배들이 정박해 있다.



멀리 포양호의 주변 모습들이 펼쳐진다. 동그란 모양의 타이호와 달리 불꽃처럼 사방으로 흩어지는 포양호의 물줄기 때문인지 넓은 퇴적층의 습지대가 대부분이다.




포양호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 소도로를 따라 멀리 돌아가면 되겠지만 바다가 아닌 호수에는 큰 관심이 없거니와 캠핑을 즐길 수 있는 중국의 환경도 아니기에 그냥 도로를 따라가며 바라보는 풍경만으로 만족한다.



호수와 호수를 잇는 도로를 따라 시원하게 펼쳐진 도로를 달려간다.



도로의 주변에는 가끔씩 민물게를 판매하거나 민물게 요리를 하는 음식점들이 들어서 있다.





"넓긴 넓다."



포양호의 작은 일부분이지만 워낙 커다란 호수라 각각의 이름들이 따로 있다. 포양호의 가장 남쪽에 위치한 준산호, 포양호의 1/10도 안되는 호수인데 호수의 수평선이 보이질 않는다.



짧았지만 포양호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을 만큼의 풍경을 바라본 것으로 만족하고 평탄한 도로를 따라 길을 이어간다.



간만에 만난 의자가 놓인 버스 정류장인데 계단의 턱이 있다.



자전거를 잘 세워놓고.



"이번에는 어떤 것으로 먹어볼까."



슈퍼의 여자가 선물한 작은 귤은 제법 맛이 좋다. 우리의 밀감보다는 당도가 떨어지지만 탱탱한 식감과 과즙이 풍부해서 시원하다.


"나중에 많이 사 먹어 봐야지."



"그나저나 비가 안 오니까 좋네."



가끔씩 중국의 집들을 보면 기괴한 느낌이 든다. 텅 빈 1층을 거실로 사용하는 것도 생경하지만 대부분 불이 켜져 있지 않은 음침한 분위기가 낯설고, 빨래나 장작, 건조하고 음식들 등 사람들이 살고 있는 생활 흔적들은 보면 의아스럽기도 하다.



쌍둥이 집처럼 지어진 요상한 집의 마당으로 들어가 잠시 쉬어간다. 마치 다른 그림 찾기를 하라는 것처럼 조금씩 대비되는 재미있는 집이다.



풀이 난 집의 마당 한편에 노란색 배추꽃이 피어있다.


"유채꽃인가? 근데 벌써 꽃이 피나?"



두 집을 가로지르는 낮은 담벼락에 앉아 중국의 미니 소시지를 먹어본다.



혹시나 중국의 이상한 향신료 맛이 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무난하게 맛이 좋다.



흐린 날씨의 축축한 느낌 없이 한가롭게 페달을 밟다 보니 난창시의 경계에 들어선다.



"일단 난창시에 왔는데. 결정을 해야지."


난창시로 들어가 중국의 지방 도시를 구경할지 아니면 조금은 조용한 난창현으로 가서 편하게 쉴지를 결정해야 한다.


"편하게 조용하게 난창현으로 가자."


번잡스러울 것 같은 도시보다는 외곽에 있는 난창현으로 가서 조금 쉬고 싶은 생각이 앞선다.



난창시의 외곽을 돌아가는 길을 따라가다 주택의 바로 옆에 쌓아올린 이상한 흙무덤을 지나친다. 계속해서 도로를 따라 여러 개의 흙무덤들이 보이고 고깔 모양의 흙무덤에는 하나같이 종이꽃 같은 것들이 알록달록 세워져있다.



"무덤인데!"



도로의 우측으로 난창시의 흉물스러운 실루엣이 펼쳐지고.



새로 만든 넓은 도로의 더 넓은 자전거 길을 혼자서 독차지하고 난창현으로 향한다.


"자전거 도로야? 차도인가?"



차량이 다니지 않는 새도로를 경쾌하게 달리던 중 '공사 중'이라는 안내판을 보고 길을 바꿔 작은 마을길로 들어선다.



마을 초입에서 만난 불교사원이 자전거를 세운다.














그리고 낡은 삼륜 오토바이를 정비하고 있는 사람들도 자전거를 세운다.



내비게이션을 계속 확인하며 낡은 마을길을 구불구불 돌아 도착한 곳은 '공사 중'이라던 도로의 끝부분이다.


"에쉬, 그냥 왔으면 편했는데."



마을길을 따라 난창현으로 달려간다.



도로변의 가까이 계속해서 나타나는 무덤이 끝내 호기심을 자극한다. 자전거를 끌고 가까이 다가가 무덤을 살펴본다.



"확실히 무덤이네. 근데 무덤을 집 주변에 쌓아놓지?"


알록달록한 조화들을 꽂아놓은 것도, 고깔 모양의 봉분도 신기하지만 주택가의 바로 옆에 무덤이 줄지어 있다는 것이 더 신기하다.



천천히 난창현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고, 내일 길을 따라가야 할 G105 도로의 모습도 보인다.


"다 왔다. 오늘은 좀 편하게 푹 쉬자!"



난창시의 외곽 난창현의 모습도 새로운 빌딩들이 하늘 높이 올라가느라 바쁘다.




예약을 해두었던 첫 번째 주점으로 찾아가 여권과 예약 바우처를 보여주며 체크인을 하려니 숙소의 여직원은 한참 후에 '방이 없다'는 대답만을 하며 응대를 끝낸다.


"어이가 없네."


다시 예약 승인이 난 바우처를 보여주며 확인을 해도 똑같은 답변과 제스처만 보여준다.


"방이 없으면 너네가 방을 만들어서라도 줘야지."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만을 가로젓는 주점의 직원을 보고 있으니 헛웃음만 나온다. 예약 승인이 난 호텔에 방이 없다는 것도 이해가 가질 않지만 혹여 예약 업무를 착각하여 다른 사람에게 방을 이미 제공했다면 다른 방이라도 마련해 주어야 하는 것이 상식적인 것인 것이고 하다못해 죄송하다는 표현 정도는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 여기는 중국이다."


피곤하고 더러워진 기분으로 다른 주점을 검색하고 밖으로 나온다.


두 번째 도착한 숙소는 중국의 프랜차이즈 주점이다. 첫 번째 들렸던 숙소와 달리 깨끗하고 밝은 조명 그리고 친절하게 응대하는 직원들이 웃으며 안내를 한다.


"한국인인데 잠을 잘 수 있지요?"


"커이!"


한국인 그리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여행자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한 직원들은 무엇이 재미있는지 싱글벙글 안내를 한다. 중년의 남자 매니저까지 리셉션으로 나와 자전거를 싣고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을 도와주고 방까지 정성스레 안내를 한다.


"더러워진 기분이 싹 가셨네."


따듯한 물에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워 저녁을 먹을 식당을 검색하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리셉션에 있던 여자의 목소리인데 무엇을 안내하는지 중국어로 계속 말을 한다.


"나 중국말 못 해. 내가 내려갈게요."


옷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가려는 찰나 벨이 울리고, 방을 안내했던 남자 매니저가 난감한 얼굴로 무언가를 안내한다.


"중국말 못 한다니까!"


번역기를 남자에게 건네주니 무언가를 열심히 적어서 보여준다.


"숙박 등록을 할 수가 없어서 다른 주점으로 가야 한다."


"헐.. 주수 등록 가능하다며!"


남자는 연신 미안하다는 사과를 하며 난처한 얼굴을 하고 있다. 리셉션의 여직원들과 남자 매니저의 친절한 웃음을 잘 알고 있기에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다 생각한다.


"괜찮아요. 짐을 챙겨서 내려갈게요."


남자는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비싸지는 않지만 중국의 프랜차이즈 주점인데 주수 등록이 안된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지만 중국의 이상한 숙박 시스템을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뭐. 내국인만 받는 호텔도 따로 있는 중국인데."


자전거를 끌고 어둠이 내려앉은 밤거리로 나온다. 편하게 쉬고 싶어 일부러 난창시를 거르고 조용한 난창현으로 들어온 것인데 숙박문제로 하루가 꼬이고 있다.



조숙 등록이 가능한 숙소를 찾아 이리저리 알록달록 조명들이 반짝이는 길거리를 돌아다니고 주수 등록이 안된다는 답변만을 들으며 1시간이 지나간다.


거의 포기 상태로 들어간 다섯 번째 주점, 주수 등록이 되는지를 묻자 중년의 여자는 당연하다는 느긋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워 쓰 한궈렌. 워 커이 수이지아오 마?"


한 번 더 확인은 하니 인상 좋은 얼굴을 하며 웃는다.


"커이!"


체크인을 하고 저녁을 먹기 위해 밖으로 나와 근처에 불이 켜진 식당으로 들어간다.


"글자 메뉴판 싫은데. 물고기 빼고, 두부 빼고.."


한자를 보며 메뉴를 고르다 포기하고 번역기를 들고 스캔을 한 후 돼지고기 메뉴를 선택한다.



"이게 무슨 차지?"


"유자차인가? 달달하니 맛있네."



든든하게 저녁을 먹으며 주수 등록으로 받은 스트레스를 날려버린다.



숙소로 돌아가 자료를 정리하며 시간을 보낸다.


"뭐 어쨌든 좋은 하루였잖아!"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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