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571일 / 맑음 ・ 28도
고양-서울-구리-양평
코로나로 인해 예상치 못하게 중단된 여행, 귀국과 자가격리 그리고 허전한 마음 한구석을 파고들던 알 수 없는 힘겨움이었다. 다시 떠나야 한다.


이동거리
66Km
누적거리
26,465Km
이동시간
5시간 13분
누적시간
1,982시간

 
한강자전거길
 
한강자전거길
 
 
 
 
 
 
 
45Km / 3시간 30분
 
21Km / 1시간 43분
 
고양
 
구리
 
양평
 
 
66Km
 

 

게으른 아침이다. 어디론가 떠나야 하지만 마음의 즐거움이 느껴지지 않는다. 귀국 후 조금씩 쌓여가던 무력감과 텅 비어있는 공허한 감정들을 덜어내고 싶다.

 

"가야 해! 무언가를 채워야 해!"

 

점심으로 능곡시장의 장터국밥을 먹고.

시장에 들러 에릭스형이 추천한 고무 신발을 산다.

버너의 휘발유를 사기 위해 능곡 SK 주유소에 찾아간다.

"휘발유 주세요."

"통이 작아서 못 넣어요."

"전에도 여기서 넣었는데, 저예요!"

1년 반 만에 만난 아저씨는 자세히 얼굴을 살핀 후에야 나를 알아본다.

"어, 잘 다녀오셨어요?"

"네, 그러니까 휘발유 주세요."

"대충 준비가 끝난 거지!"

늦은 출발이지만 딱히 목적지가 있는 것이 아니라 편하기도 하고, 목적지가 없다는 것이 뭔가 기운 빠지는 느낌도 든다.

"가자, 어디든 가다 보면 괜찮아질 거야."

넉넉하게 발이 편했던 고무신발은 페달링이 계속되자 땀이 차서 미끌거린다.

"아놔, 이거 하자네."

고무신발을 사고 그동안 신던 낡은 운동화를 버린 뒤라 다른 대안이 없다. 당분간 적응해 보고 아니다 싶으면 여름용 아쿠아 신발을 사야겠다.

"근데 정말 덥다."

"멀리 가기도 귀찮고 양평까지만 가자."

경쾌함이 없는 페달링이 이어진다.

"어디로 가지?"

뭔가 답답하고 지루한 여행의 시작이다.

구리의 쉼터에서 잠시 쉬어간다.

"일단, 현기님을 만나러 춘천으로 가자."

함께 동행을 할 기회는 없었지만 같은 시기에 자전거 여행을 하며 메시지를 주고받던 현기님을 만나러 간다.

비슷한 경험을 한 여행자와 서로 이해할 수 있는 대화들을 하다 보면 이유모를 답답함도 조금은 사라지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다.

팔당에 들어서며 허기가 밀려온다.

현기님에게 메시를 보내며 춘천을 향하는 것을 알린다.

"저 서울에 있는데 내일 춘천으로 가요. 그런데 동생이 주말에 집으로 와서 다음 주 초에 오시면 집에서 쉬실 수 있어요."

"그럼 오늘은 양평까지만."

"벌써 출발하신 거예요?"

미리 연락을 한 것도 아니고, 다른 일정이 있는 것도 아니라 상관없다.

"알아서 잘 갈게요."

팔당면에 도착하고 첫 번째로 보이는 초계 국수집으로 들어간다. 여행하는 동안 현지에서 유명한 음식들을 많이 먹어볼 생각이다.

차가운 얼음 육수가 더위에 지친 몸을 시원하게 만들어 준다.

"뭐, 소문대로 꽤 괜찮네!"

국수집의 주차관리를 하는 남자에게 자전거 도로변에 캠핑을 할만한 곳이 있는지 물으니 시골이라 딱히 마땅한 장소가 없다고 한다.

"그냥 가게 옆에 텐트를 치세요."

국수집의 측면에 있는 휴식 공간에 텐트를 치라며 흥쾌한 제안을 한다.

"화장실도 있고, 아침 8시에 영업을 시작하니까 그때까지는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가다가 야영장소를 못 찾으면 돌아올게요."

"네, 그러세요."

마땅한 야영지를 찾으며 자전거 도로를 따라가고, 남한강길과 북한강길이 나뉘는 양평의 갈림길에 야영지가 있을까 싶었지만 별다른 장소를 찾지 못하고 북한강길로 들어선다.

계속 이어지는 자전거 도로변에는 마음에 드는 장소가 없다.

"이대로 계속 도로만 이어지는 거냐?"

계속 길을 이어가는 것도 마땅치 않고, 자전거 도로변에는 특별하게 좋은 곳도 없을 것 같다.

천천히 해가 저물기 시작하는 시각, 자전거 도로변에 있는 넓은 쉼터의 공간에 자전거를 세운다.

"됐다. 여기까지만."

빗방울이 떨어지는 느낌이라 정자 밑에 텐트를 펼치고.

"한국까지 와서 비를 맞기는 싫다."

지긋지긋하게 겨울비를 맞으며 여행한 탓에 비를 맞으며 라이딩하는 것은 되도록 피하고 싶다.

한두 방울 떨어지던 빗방울은 저녁 무렵 끝이 나고, 주말을 앞두고 밤늦게까지 야간 라이딩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다시 조용한 밤이다.

"나오니 좋기는 하네."

지금은 어디로 가는지, 무엇을 할 것인지, 어떤 것을 원하는지 아무것도 모르겠다.

"어쨌든 다시 떠나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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