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87일 / 맑음 ・ 34도
세메이-세미온노브카
하루 휴식을 마치고 파블로다르로 향해 간다. 한여름의 무더위, 힘든 라이딩이 될 것 같다.


이동거리
118Km
누적거리
12,485Km
이동시간
6시간 56분
누적시간
898시간

M38
M38
80Km / 4시간 16분
38Km / 2시간 40분
세미이
베스카라
세미온
 
 
309Km

・국가정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러시아어, 텡게(1텡게=3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무제한, 9,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3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705-757-9922

 

9시가 되어서야 잠에서 깨었다. 편한 잠자리인데 마음이 뒤숭숭하다.

바람이 불어오는 것 같은데, 오늘의 기온도 34도를 예보하고 있고 벌써 29도를 찍고 있다.

짐들을 정리하는 동안 어제 숙소에 들어왔던 바이크 여행자가 인사를 한다. 일본인 바이커와 인사를 하고 명함을 주려는데 패니어가 방안에 있다.

핸들 패니어와 헬멧을 챙기고 내려오니 일본 친구는 사라지고 나탈리나가 배웅을 나온다.

나탈리나는 자신의 핸드폰을 들고 사진을 찍자고 한다.

"같이 찍자!"

나탈리나는 환하게 웃으며 묶고 있던 머리를 풀어헤친다.

"뭐, 여성성 강조 같은 거야?"

"파블로다르로 가 볼까!"

10시 45분, 늦은 출발이지만 아침을 먹기 위해 어제의 식당으로 갔지만 영업 전이고, 슈퍼를 찾아 도로에서 벗어나 시내의 골목으로 들어간다.

슈퍼에서 물과 요거트, 빵을 사서 패니어에 넣고, 사람들에게 식당을 물으니 조금 멀리 있다.

"시내 외곽에 식당 하나쯤 있겠지. 출발!"

10분 정도 파블로다르로 향하는 도로를 따라가는 사이 세메이의 시내가 끝나버린다. 

"힝, 이게 아닌데."

아침을 포기하고 길을 따라가는 동안 지나가는 차량들에서 반가운 인사들을 건넨다.

조금 전에 지나간 빨간 소형차가 멀리서 정차를 하고, 할아버지가 차에서 내려 자전거를 세운다.

가볍게 악수를 청하더니 무어라 말하며 1,000텡게를 건네준다.

"스바시바!"

별말씀도, 질문도 하지 않고 웃으면서 인사를 하고 쿨하게 떠나신다.

"카자흐스탄 사람들은 정말!"

할아버지와 만났던 곳에서 멀지 않게 작은 식당이 도로변에 있다.

생각할 것도 없이 카페로 들어가.

현수막에 그려진 메뉴를 주문하고 빵과 차를 묻는 질문에 차가운 것을 달라고 하니 러시아의 카바스 같은 음료를 냉장고에서 꺼내어 따라준다.

호텔을 출발하여 40분 정도밖에 안 움직였지만 시원한 음료 한 잔에 밀려든 갈증이 내려앉는다.

잠시 후 면에 소고기가 올라간 음식이 나오고, 800텡게 요리인데 카자흐스탄은 음식값이 싸지만 대신 양이 조금 적은 편이다.

식사를 끝내고 계산을 할 때까지 약간 무표정했던 주인 여자가 나를 따라나와 자전거를 보더니 유리문을 두드리고 방긋 웃으며 엄지를 치켜세운다.

"오, 츤데레!"

파블로다르로 향하는 길은 소나무 숲을 가로지르고.

앞서가던 자동차가 서더니 밝게 웃는 아저씨가 손을 흔든다.

"코리안?"

차에서 중년의 남자와 젊은 여자가 내리며 환하게 웃으며 사진을 찍자고 한다. 젊은 여자는 한국의 아이돌이라도 만난 것처럼 좋아한다.

여자에게 명함을 주니 작은 환호성까지 지른다.

"이러다 오늘 내 목적지를 갈 수 있을까?"

여전히 도로의 상태가 아쉬운 세메이 외곽의 소나무 숲을 따라가고, 숙소에서 만났던 일본인 오토바이가 지나가며 손을 흔들며 지나친다.

잠시 후 주유소에서 기다리는 일본인 일행에게 인사를 하며 자전거를 세운다.

일본인 둘과 인도인, 일본 친구들은 유럽으로 그리고 인도 친구는 인도로 가기 위해 오늘 파블로다르로 이동한다고 한다.

각자의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고, 행운을 빌며 인사를 한다.

주유소를 지나고, 지금까지 못내 아쉬웠던 도로가 매끈한 아스팔트로 변한다.

이정표는 파블로다르까지 357km를 알려주고.

"이틀 반나절이면 되려나."

왜 이곳에 소나무 군락지가 생겨났는지 모르겠지만 울창한 소나무 숲은 꽤 매력적이다. 소나무 외 다른 종류의 나무는 전혀 보이질 않고 빼곡하게 자란 소나무 숲에선 솔내음이 은은하게 퍼진다.

차즘 소나무가 사라지며 평지의 초원으로 변하는가 싶더니.

다시 소나무 숲이 이어진다.

소나무 그늘에서 햇볕을 피하며 잠시 쉬고.

길을 이어가지만 더위에 쉽게 지쳐가고, 갈증에 목이 탄다. 아침에 산 물은 뜨거워져 마실 수도 없다.

그늘조차 없는 길이 계속 이어지고, 머릿속에는 온통 시원한 냉수 한 모금뿐이다.

페달링이 느려지고 목이 따끔거리며 갈증이 올라올 때쯤 마을의 초입을 알리는 구조물이 나온다.

구조물에 새겨진 조각상이 특이하다. 유목 농경민을 상징하듯 남과 여 그리고 밀의 모양이 조각되어 있다.

도로를 따라 작은 마을이 이어지고.

도로변에는 꿀과 반야에 사용하는 나뭇가지들을 파는 노점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손님을 기다린다.

도로변의 슈퍼를 찾았지만 문이 닫혀있고.

길을 가는 아이들에게 슈퍼의 위치를 물어 다음 슈퍼를 찾아간다. 요염한 사자상이 세워진 슈퍼다.

에어컨이 나오는 슈퍼에서 콜라를 집어 들고, 냉장고를 가리키며 '녯가즈'를 외치니 주인 여자가 웃으며 뭔가를 말한다.

카자흐스탄에서는 녯가즈가 아니고 다른 말로 부르는지, 어쨌든 말을 알아들은 아주머니가 물을 골라 준다.

"작은 슈퍼에서도 유심카드를 다 파네."

요염한 사자상 옆에서 콜라와 물을 없애는 동안 지나가는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고, 차량 한 대가 정차한 후 인사를 하고 물을 가리키며 뭔가 제스처를 하더니 슈퍼로 들어간다.

잠시 후 슈퍼에서 나온 남자들은 큰 생수와 해바라기씨 봉지를 건네준다.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으니 와츠앱으로 사진을 보내달라며 친구를 맺자고 한다.

"뭐가 이렇게 유쾌해."

해바라기씨와 물들을 정리하는 동안 자신들의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고, 아이를 자전거에 앉혀 사진을 찍고는 깔깔거리며 웃는다.

여기저기에서 친절과 환대, 밝은 웃음을 무차별 폭격 당하고 있다.

"다름 마을이 25km 정도에 있으니 거기에서 요기를 해야겠다."

마을을 벗어날 때쯤 하늘이 흐려지며 따가운 햇볕이 구름 뒤로 숨는다.

작은 바람이 불어와 자전거의 속도를 줄여놓았지만 더위와 갈증이 사라진다.

"비라도 내렸으면 좋겠네."

길쭉하게 하늘로 솟은 소나무 숲을 지나고.

작은 마을을 지나.

다시 소나무 숲이 이어진다.

"거의 온 것 같은데, 당 떨어진다."

넓은 갓길에 자전거를 세우고 비상식으로 허기를 채운다.

"어라. 요거트가 아니고 우유네. 망했어!"

우유에 시리얼을 넣고, 빵과 함께 먹는다.

"다시 고고싱!"

소나무 숲을 지나 멀지 않은 거리에 마을이 나온다.

"어떻게 읽는 거야. 베스카라가이?"

하늘색 창문의 나무집들과 흙길의 골목과 나무 전봇대들이 어지럽게 들어선 시골 마을이다.

집 안에 있는 텃밭을 제외하면 80년대 초반의 우리네 시골과 비슷한 느낌이 난다. 카자흐스탄 마을의 특이한 점은 마을 가까운 곳에 공동 묘지가 조성되어 있다.

이곳은 마을의 도로 건너편에 공동 묘지의 모습이 보인다.

마을이 끝나는 곳에 파블로다르와 누르술탄의 거리를 알려주는 이정표가 있다. 누르술탄은 카자흐스탄의 수도 아스타나의 또 다른 지명이다.

"아스타나까지 685km! 일주일 만에 가겠어!"

5시, 오늘의 목적지 세미온노브카까지 30km 정도가 남았다. 늦게 출발했지만 생각보다 일찍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름도 어려운 마을을 벗어나자 난데없이 강풍이 불어오고 하늘빛이 수상해진다.

"뭐야? 불안하게."

강풍은 거세지고 모래가 날리며 종아리를 따갑게 때려댄다. 휘청거리는 자전거, 마주 오는 화물차의 역풍은 좌우로 자전거를 휘청거리게 만들고, 지나치는 화물차는 자전거를 빨고 들어간다.

"뭔가 익숙한, 너무나 잘 아는 이 느낌."

바람이라면 몽골에서 졸업을 한 것 같은데, 카자흐스탄의 초원에서 불어오는 돌풍의 상황도 몽골과 똑같은 모양새다.

이곳저곳에서 모래 먼지가 날리며 돌풍이 불어온다.

잠시 도로변의 카페에 자전거를 세우고 바람을 피한다.

"어이가 없네."

앞쪽으로 버스 정류장이 보여 자전거를 끌고 이동한다.

바람이 잦아들기를 기다리고.

6시, 조금씩 하늘이 밝아진다.

여전히 바람이 불어 8km 정도의 이동 속도를 만들어 놓지만 앞쪽의 하늘은 맑아지기 시작한다.

약간의 오르막을 오르고.

전방으로 펼쳐진 풍경은 깨끗한 평면의 초원이고, 하늘에서 빗방울이 하나둘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몽골이냐!"

비가 내리려고 요란스럽게 바람이 불었나 싶다.

하늘빛은 한두 방울 떨어지다 말 것 같고, 비가 내린다 해도 괜찮을 것 같다.

밝게 변하는 하늘을 보며 열심히 페달링을 하던 중 앞쪽에 SV 차량이 정차하고 세 명의 남자가 인사를 한다.

손 인사를 하며 지나치니 잠시 후 나를 지나치며 음료수 병을 들고 흔들어 댄다.

다시 앞쪽에 정차를 한 남자들과 인사를 하고 정중하게 음료수를 받아든다. 냉기가 완벽한 시원한 음료는 천국의 선물이다.

남자들과 사진을 찍고 악수를 나눈 후 헤어진다.

"웰 컴 투, 카자흐스탄!"

손을 흔들며 떠나는 멋진 남자들.

시원한 음료수를 정신없이 들이마시고 도로변의 해바라기와 잠시 대화를 나눈다.

"야, 카자흐스탄 사람들이 널 닮았다!"

마치 몽골처럼 카자흐스탄의 초원에서도 구름과 빛의 조화가 시선을 빼앗는다.

하늘이 열리며 빛이 쏟아져 내리고.

여느날처럼 맑은 하늘이 열린다.

도로변 좌측으로 높은 통신탑이 세워져있고 마을의 실루엣이 나무숲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다.

7시 40분, 갑작스러운 바람으로 속도가 줄어 늦게 세미온노브카에 도착할 것 같다.

도로에서 멀리 떨어진 마을을 지나며 버스 정류장에서 잠시 쉬어간다.

"야, 이놈이 마음에 드는데. 카자흐스탄 음료는 너로 결정했다."

천천히 해가 떨어지고, 목적지까지 남은 거리를 확인하기 위해 구글맵을 켜니 도로 멀리 들어가 있던 곳이 세미온노브카다.

"잉? 지나온 겨?"

마을의 초입에 적혀있는 지명이 달라 세미온노브카로 가는 중의 작은 마을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미 길을 지나친 후다.

"8시, 아직 날이 밝은데 더 갈까?"

적당한 캠핑 장소를 찾으며 길을 따라가고.

해바라기 밭 주변의 나무들이 눈에 들어온다.

"네트워크도 약하지만 잡히고, 나무들 사이가 좋은데. 오늘은 그만 가자."

도로에서 조금 떨어져 있고, 나무에 가려 안성맞춤이다.

"이러다 수납의 달인이 되겠어."

텐트를 치고.

해가 지기 전에 저녁부터.

월터에게 배운 대로.

그리고 예브게니 아저씨의 전투식량 중 쇠고기를 선택.

물을 끓여 라면에 붓고, 전투식량은 고체연료를 태워 데운다.

"오호, 굿!"

쇠고기 육수를 라면에 넣으니 웬만한 육개장 국물보다 진하고 좋다.

"배도 부르고."

"노을도 이쁘고."

"다 좋은데."

"연락은 닿지를 않고."

"..."

카자흐스탄의 여행 전 카자흐스탄에 대해 알고 있던 것은 G.G.G와 넓은 땅 그리고 하늘색의 국기가 전부였다.

오랜 세월 러시아의 지배로 유목 농경을 하던 민족의 독특한 문화유산은 사라졌을지 몰라도, 어쩌면 카자흐스탄의 위대한 유산은 카자흐스탄의 사람들일지도 모르겠다 싶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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