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5일 / 흐림, 비 ・ 8도

쿤산시-쑤저우시

비안개가 자욱하게 내려앉은 아침, 차가운 바람이 불며 체감 온도를 떨어뜨린다. 비 예보가 있어지만 1미리 이하의 강우량이라 일정대로 쑤저우로 출발하였다. 중국 여행을 준비하며 상하이의 주변에 제주도 넓이만큼의 커다란 호수가 호기심을 자극하였다. "타이호, 타이호를 보러 가는 거야!" 

이동거리

82Km

누적거리

2,987Km

이동시간

6시간 32분

누적시간

189시간


센트럴파크
우장구
47Km / 3시간 37분
35Km / 2시간 55분
쿤탄시
쑤저우시
완핑진
 
 
211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오전 비 예보가 있었지만 빗방울을 떨어지지 않고 뿌연 비안개가 자욱하게 온 도시를 뒤덮고 있다. 어제의 심상치 않던 바람과 오늘의 안개비가 싸늘하게 느껴진다. 


"호수의 도시 쑤저우로 가는 거야."

 

 

 

길가의 슈퍼에 들러 어제 비상식량으로 초코바와 빵을 산다. 중국의 상점들 내부가 어둡고 조금 쌀쌀할 정도로 춥게 느껴진다. 불을 켜지 않고 난방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데 대부분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다. 


  

 

춘절을 앞두고 많은 가게들의 셔터가 내려져 있다. 11시가 조금 넘어 아침 겸 점심을 먹기 위해 아파트 단지 앞 상가의 허름한 식당이 눈에 보여 그곳으로 자전거를 끌고 들어간다.



가격을 떠나 맛있고 좋은 음식을 먹는 것도 즐거움이지만 되도록이면 일반 현지인들이 평상시에 먹는 그런 음식을 먹고 싶고 궁금하다. 난감하게 글자만 있는 메뉴판 앞에서 눈에 보이는 우육면을 시킨다. 



앞서 가게에 들어와 얘기를 나누던 아파트의 경비원 아저씨가 만두를 시켜 간장과 소스를 듬뿍 넣은 후 들이마시 듯 맛있게 먹는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맛있다며 고개를 끄덕이며 만두를 추천 해준다.


  

주인아주머니를 불러 아저씨가 먹는 만두를 가리키며 달라고 한다. 


 

조금 후에 나온 우육면과 만두. 우육면의 비주얼이 약간 이상하지만 예쁘게 빚은 만두가 식욕을 당긴다.



우육면의 면발을 크게 몇 입을 먹은 후 더는 먹기가 힘들다. 면을 걷어내고 고수 향이 느껴지는 국물만을 전날의 숙취를 해장하는 사람처럼 떠먹고 간장을 넣어 살살 비빈 만두는 정말 맛이 좋다. 


 

 

식사 후 시내의 길로 안내하던 맵스미는 갑자기 폐가들이 모여있는 골목으로 길을 안내한다. 의아해하며 길을 확인하는 동안 오토바이를 탄 할아버지가 다가와 내 앞에서 멈춘다. 


무슨 말을 하려고 하나 생각하던 찰나 오토바이의 가림막에서 꼬마 아이가 불쑥 튀어나온다. 할아버지들이 아이들을 태우고 오토바이를 타는 모습은 중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관경이다. 그 모습을 보면 아이들을 애지중지 무척이나 아끼는 마음이 전해진다.


 

맵스미의 지도를 확인하니 이 골목을 지나 다리를 넘어 로우지앙 강를 건너는 것으로 나온다. 털털거리는 자전거로 골목을 따라 이동하니 대부분의 집들이 허물어져 있고 페인트로 여기저기 무언가 표시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재개발을 하는 마을인듯싶다.


아직 마을에 사람들이 남아 있는지 생필품과 과일 등을 파는 가게들이 열려 있다. 


 

건물들이 모두 허물어진 동네길을 따라 강변에 닿았지만 강을 건너는 다리는 시멘트 콘크리트가 쳐져 막혀있다. 중랑천보다 좁은 이 강을 건너야 하는데 주변에 이 다리 말고는 없다.


어쩔 수 없이 길을 다시 돌아가 맵스미를 통해 다른 길을 검색하지만 맵스미는 고집이 센 것인지 계속적으로 그 다리만을 건너라 안내한다.


"야! 다리가 막혔다고."


맴스미의 안내를 무시하고 쑤저우시 방향의 큰 도로를 따라 이동한다. 맞바람을 힘들게 길을 따라가다 보니 도로가 너무나 넓고 차량이 고속으로 주행하는 것이 아무래도 고속도로로 이어지는 길인 것 같다. 


"아, 다시 돌아가야 겠다."


 

조금씩 거세지는 바람을 맞으며 다시 처음의 시내길로 되돌아가니 맵스미는 새로운 경로를 안내한다. 


"맵스양, 이제 포기한 거야?"


맵스미의 새로운 경로를 따라 이동하지만 우회전을 해야 하는 곳의 도로가 공사로 인해 완전히 막혀있다. 다시 한번 지도를 확인하고 막혀있던 우회전 대신 직진을 하여 다음 도로로 이어갈 생각에 힘들게 이동을 하였으나 그곳도 공사 중인지 도로가 끊겨있다. 공사장의 펜스 너머로 가려고 했던 길이 보인다. 


"아, 한 10m만 가면 될 것 같은데."


할 수 없이 다시 처음의 시내길로 되돌아오는 길, 역주행을 하는 나를 향해 오토바이를 탄 남자가 길을 막고 배시시 웃는다. 


"나 지금 장난칠 기분이 아니다!" 


자전거를 세우고 가만히 서있으니 곱게 지나가 버린다.     


 

공원 앞에 자전거를 세우고 가야 할 쑤저우시의 방향을 정확하게 확인하고 이어지는 길들을 하나하나씩 자세히 들여다본다. 아직은 중국의 길들이 복잡하고 어렵다.


방향을 잡고 시내의 큰 도로를 따라 이동한다. 자꾸만 돌아가라는 맴스미의 안내를 무시하고 쑤저우시의 방향만을 생각하며 길을 이어간다. 


"유턴하십시오. 유턴하십시오"


"맵스양! 조용히 해! 새로운 경로나 잡을 것이지."


맵스미를 사용해 보니 국도나 지방도로 같은 큰 길보다는 이면의 작은 길들을 따라 안내하는 경우가 많다. 가끔씩 우회전과 좌회전을 바꿔서 말하고 이상한 길들도 안내를 하지만 유일하게 한국말을 해주는 맴스미를 사용하는데 불만은 없었다. 그런데 길이 복잡한 도시에 들어오니 정신을 못 차리고 헤맨다.


 

맴스미의 안내를 무시하고 도로를 따라 한적한 시내길을 달린다. 거센 바람과 함께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고 맴스미는 그제서야 새로운 길을 안내한다.


쑤저우에 가까워질수록 작은 수로길을 넘는 횟수가 많아진다. 


"수로라고 해야 하나 강이라고 해야 하나 모르겠다."


 

공원도 아닌데 도심 가운데 넓디넓은 공터가 있다. 


"이렇게 땅이 넓은데 한 평짜리 텐트를 못 치다니, 중국은 참 아이러니다!" 


 

이 작은 로우지앙강을 넘기 위해 2시간 30분이나 걸린다. 


"대륙아! 웬만하면 강에 인도교들 좀 많이 만들어놔"


 

로우지앙강을 넘어서자 쑤저우시의 고층 건물들이 들어오고 중국 시내의 깔끔한 자전거 도로가 이어진다. 측면에서 바라볼 때는 롯데타워처럼 생겼는데 돌아와 정면을 보니 가운데 부분이 반타원으로 뚫려있는 빌딩이다. 


"뭔가 독특하고 참신한 사람들이야." 


 

 

도로변에 있는 쑤저우시의 공공 화장실에 용무도 볼 겸 들어가 본다. 입구를 들어선 순간 이 황량한 느낌, 조금 전의 거대한 빌딩 숲에서 고작 1Km 정도 떨어진 곳의 공공시설인데 말이다. 


상하이에서도 느꼈지만 중국의 거시적은 모습은 크게 발전을 했고 웅장하며 화려하게 보이지만 사람들의 의식이나 내부 환경을 들여다보면 초라하거나 미흡한 부분들이 많다. 거대한 자본의 규모의 가졌으나 그것이 중국인들의 일상적인 삶까지는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시내 길가에서 발견한 한국 식당 서울정, 출출하던 참이었는데 문이 닫혀있다. 중국의 도로는 참 예쁘고 재잘거리는 새소리도 참 좋다. 치자향 같은 은은한 향이 퍼지는 저 가로수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중국의 가로수에는 밑둥 부분이 하얗게 페인트칠이 되어 있다. 병충해를 막기 위해 그렇다는 사람도 있고 혹자는 가로등이 부족하여 반사판 역할로 사용한다는 사람도 있지만 어쨌든 도시 곳곳에 이런 숲길처럼 나무가 우거진 길이 있다는 것이 부럽다.


 

  

연이어지는 수로와 수로들. 수로와 맞닿은 면에 건물이 바로 들어서 있는 경우가 많아 수로변에 산책로나 공원을 보기가 힘들다. 


"어찌 이리 수로조차도 일직선으로 쭉 뻗었는지. 직선 성애자들!"


 

"아이고 할매들, 추운데 들어가시지 않고서." 


사진을 찍고 가려고 하니 두 분이서 나를 향해 신나게 수다를 떠신다. 아마도 비 오는 날 날궂이 한다 아니면 쳐다만 보고 안 사고 간다 정도 아닐까 싶다. 


 

잠시 쉬었다 거대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는 신작로를 따라 이동한다. 끝이 보이지 않는 직선의 도로를 따라 이동하던 중 우회전을 안내하는 맵스미.


새로 길을 만들어 놓은 듯 차량들이 다니지 않는 길을 지독한 맞바람을 맞으며 달려간다. 멀리서 끝에 보이는 무언가가 느낌이 좋지 않았는데 역시나 공사 중. 가야 할 길은 펜스 너머 20m도 안되는 거리를 앞두고 있다.


 

넓디 넓은 아파트 공사장의 도로를 혼자 독차지하고서 왔던 길을 되돌아간다. 


"얼마나 더 헤매야 하는 거지. 맵스양!"


 

시내길을 다시 한 바퀴 빙 돌아 공사장으로 막혀있던 작은 도로에 들어섰고 어디선가 공사장의 굴착 소리처럼 쿵쿵거리는 커다란 소리가 반복적으로 울려 퍼진다. 


 

강이라 해야 할지 수로라 해야 할지 모르겠으나 하천 멀리 움직이는 사람의 실루엣이 보여 깜짝 놀란다. 카메라의 줌을 당겨 보니 아주머니가 하천에서 빨래 같은 것을 하는 중이다.


 

마을의 집집마다 그 앞으로 빨래터 같은 곳의 계단이 놓여있고 여전히 사용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2019년, 달의 뒷면에 우주선을 보내고 무인 탐사선으로 식물을 시험 재배하는 중국의 또 다른 현재의 이면이다. 


 

일몰의 시간이 다가와 더는 진행이 어렵다. 트립닷컴을 켜고 주변의 숙소를 검색하니 6km 정도에 빈관 두 곳이 검색된다. 그마저 한 곳은 이미 예약 마감이 걸려있다. 나머지 한 곳에 예약을 걸어놓고 결제를 한 후 완핑진(菀坪镇)으로 출발한다.


 

완핑진으로 가는 작은 시골길을 달리는 동안 쿵쿵거리는 소리는 계속되었고 조금씩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해가 떨어지기 전 완핑진에 도착하여 건설은행 앞에 쪼그려 앉아 예약해 놓았던 빈관을 확인했지만 예약 확정으로 넘어가지 않고 그대로다.


불길한 예감이 들어 빈관의 위치와 예약 진행 사항을 재차 확인을 하는 사이 후드득 굵은 빗줄기가 소나기처럼 쏟아내린다. 해가 떨어지고 굵은 빗줄기가 시작되자 마음이 다급해진다.


예약을 했던 빈관을 취소시키고 이전에 예약 마감이 되었던 빈관을 찾아간다. 


"다른 방이라도 있겠지?" 


찾아가 숙박 여부를 물으니 그곳에선 주숙등록이 안 된다고 한다. 알고 보니 숙박 1일 전에 예약을 해야 숙박을 할 수 있는 모양이다. 빈관의 젊은 남자는 고맙게도 다른 곳을 가야 한다며 안내하고 고덕지도에 나온 다른 빈관의 위치를 알려준다.


 

"죽순인가? 사탕수수인가?" 


중국을 다니다 보면 저것을 들고 메고, 자전거나 오토바이에 싣고 다니는 사람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알려준 빈관은 코너를 돌자 바로 있다. 프런트가 있는 넓은 빈관 내부로 들어가니 60대쯤으로 보이는 인상 좋은 아저씨가 앉아있다.


숙박 여부를 묻고 가격을 물어보니 왼편의 벽에 붙어 있는 LED 안내판을 가리키며 120위안이라고 한다. 그 밑에 130위안의 방이 있어 그것을 달라고 하자 혼자인지를 묻고는 120위안의 방을 추천한다.


결제를 하려고 하니 합계 220위안을 달라고 한다. 


"앵? 120위안!" 


LED 안내판을 가리키며 120위안이라고 말하자 아저씨는 답답한지 자꾸만 중국어를 써서 보여준다.


음성 번역기를 돌려도 스마트폰에 익숙지 않은 아저씨의 발음이 이상한 것인지 오번역이 계속된다. 서로 답답하여 웃고만 있던 불통의 시간이 잠시 흐르고 아저씨가 묻는다. 


"영어 할 줄 알아?"


잠시 후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내려온다. 아저씨와 남자아이가 잠시 얘기를 하더니 남자아이가 자신의 번역기로 보증금까지 220위안이 필요하다라고 알려준다.


상하이 예원의 Ibis 호텔에서 있었던 보증금을 익숙지 않으니 깜박 잊고 있었다. 남자아이는 18살로 아저씨의 아들이었고 영어는 잘 하지 못했지만 스마트폰은 잘 활용한다.


"유창하게 영어를 하는 사람이 나올까 봐 조금 쫄았다야."   


결제를 하고 프런트 주변에 놓아둔 자전거를 잠그려고 하니 아저씨는 방으로 가지고 올라가라 하며 아들에게 방을 안내해 줄 것을 지시까지 해준다.


뿌듯한 눈빛으로 아들과 나의 원활한 대화를 지켜보던 아저씨에게 아들이 정말 똑똑하다 하며 엄지를 치켜세우니 입이 찢어진다. 


이렇게 트립닷컴 없이 처음으로 숙소를 잡아본다. 


"중국 빈관, 별거 없는데!"


 

자전거를 방에 넣어놓으니 마음이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간단히 샤워를 하고 저녁을 먹기 위해 주변 식당을 검색하고 갔지만 춘절의 기간이라 문이 닫혀있다.


할 수 없이 문이 열려있는 프랜차이즈점 같은 햄버거 가게를 들어가 햄버거를 포장해 온다.



중국 프랜차이즈 햄버거는 중국의 향신료 맛이 강하게 나는 군대리아 버거다. 마치 온라인에 올라오는 빈약한 급식 사진처럼 하염없이 얇은 패티와 있는 듯 없는 듯 올려진 양상추, 그리고 소스로 보이는 무언가가 번개처럼 스치고 지난 간 듯 흔적만이 남아있는 그런 햄버거. 다시 보면 슬플 것 같아 사진조차 찍지 않는다.


"아니 이걸 10분이나 걸려 만든 거야?"  


무엇보다 춘절의 기간 동안 식사의 어려움이 조금은 걱정스럽다.


 

숙소에서 쉬는 사이 마을 곳곳에서 폭죽이 터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진다. 생각해 보니 시내에서부터 들려오던 쿵쿵거리는 커다란 소리는 공사장 굴착소리가 아니라 폭죽이 터지는 소리였던 것 같다.


폭죽이 터지는 관경이 궁금했지만 피곤하다. 


"밤새 터트리지는 않겠지?"


두 번의 길 헤맴과 비 내리는 날씨로 인해 목적지까지는 가지 못했지만 만족스러운 하루다. 


"드디어 내일은 타이호를 보러 가는 거야."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4일 / 구름 ・ 8도

상하이 예원-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쿤산시

여전히 피곤함이 있는 아침이다. 조금씩 여행의 일정에 맞춰 몸이 적응할 것이라 걱정은 없다. 예원의 관람은 포기하기로 했다. 어제 본 그 많은 사람들이 예원에 들어가 있다면 그저 사람들의 기차놀이에 불과할 것 같았다.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들리고 쑤저우시로 향하는 경로를 선택하였다. "이제부터 대륙을 달린다!" 

이동거리

83Km

누적거리

2,905Km

이동시간

6시간 06분

누적시간

182시간


상하이시
자딩구
2.7Km / 20분
79.8Km / 5시간 46분
예원
임시정부
쿤산시
 
 
120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비가 내릴 듯 흐릿한 날씨, 한국 10월의 날씨처럼 조금 쌀쌀한 정도의 기온이지만 차가운 바람과 흐린 날씨의 습한 기운이 체감온도를 떨어뜨려 기온에 비해 춥게 느껴지는 상하이의 날씨다. 


아침나절 예원 근처의 모습은 축제가 끝난 뒤의 황량함처럼 텅 빈 느낌이 든다. 


어제의 보증금 110위안을 돌려받은 후 체크아웃을 하고 자전거는 어제의 모습으로 그대로 놓여있다. 일단은 안심이다 싶지만 생각해보면 지금의 중국인들은 자전거에 별 관심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상하이 시내를 달리면서 인도에 방치되어 있는 공공 자전거들은 많이 보았지만 실제로 자전거 도로를 달리는 자전거의 수는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 전기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고 가끔씩 짐을 실은 오래된 자전거나 공공 자전거가 한두 대씩 지나갈 뿐이다.   

 

 

"어찌 됐든 잘 있어줘서 고맙다!"


다음 목적지인 쑤저우시를 가기 전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들리기 위해 맵스미를 켜고 출발한다. 심상치 않은 바람이 불어온다. 


 

예원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까지는 예원에서 15분 정도 걸리는 멀지 않은 거리에 있다. 길은 맵스미 덕분에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작은 2차선 도로 옆에 위치하고 있어 바로 앞에 두고서 여러 차례 두리번 거려야만 할 정도로 쉽게 보이지 않는다. 한글로 된 안내판이 없었다면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건물 입구의 오른 편에 위치한 사무실에 들어가 입장료가 얼마인지 묻자 한국말을 못 알아듣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여기가 아닌가 싶어 미안하다 말하고 나와 서너 명의 한국인으로 보이는 관람객이 나오는 입구로 자전거를 끌고 들어간다. 임시정부 건물의 입구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중국인 남자 안내원에게 티켓이 필요한지 물으니 조금 전의 그 사무실을 가리킨다.


"뭐야. 그 사무실이 맞잖아! 중국에 있어도 우리나라 기념관인데 한국말 정도는 하는 사람을 채용해야 하는 거 아닌가." 


 

자전거를 자물쇠로 잠그고 소지품들을 챙기는 사이, 한 중국 남자가 다가와 한국 사람인지를 묻는다. 


"한국 사람이냐! 대단하다. 멋지다. 이쁘다" 


남자는쉴 새 없이 중국어를 하면서 엄지를 치켜세운다. 


임시정부 안내자와 친숙하게 대화를 하는 것으로 보아 이 근처에 사는 사람인 것 같다.



"뚸 샤오 치엔?"


다시 사무실로 들어가 조금 전의 여성에게 이번에는 임시정부 방향을 가리키며 입장료의 가격을 물어본다.


"한 분이세요? 20위안입니다!"


처음 한국어로 했을 때 못 알아듣는 듯하여 이번엔 중국어로 물어봤더니 한국어로 대답한다. 완전히 바보가 된 기분이다. 


"허허허, 한국말 하시네요. 잘.." 


 

입장권을 들고 임시정부의 현관으로 들어서니 사진을 촬영하지 말라는 듯 제스처를 취하고 비닐로 된 덧신을 신으라고 안내한다. 

 

 

 

임시 정부의 건물은 3층으로 이루어진 작은 가정집과 같다. 1층은 부엌과 거실, 2층은 김구 선생의 집무실과 회의실, 3층은 침대가 놓인 숙소가 있다. 좁고 삐걱거리는 계단을 오르며 좌우로 한눈에 들어오는 좁은 건물 내부를 관람하며 안내 화살표를 따라 나오니 이번에는 덧신을 벗으라는 안내를 한다.


 

 

그곳은 임시정부와 관련된 사진들과 문서 자료들이 전시되고 있어 핸드폰으로 사진을 몇 장 찍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방명록에 감사의 글을 남기고 20위안을 후원하고 나온다. 


"가난한 여행자라 죄송합니다!"


 

 

20여 분 정도 임시정부 기념관을 관람, 저 시대를 지나쳐왔다면 나는 어떤 삶의 선택을 했을지, 그들과 같은 삶을 선택할 수 있을지 자문해 본다.


올해가 임시정부 수립, 건국 100주년이 되는 해다. 수많은 좌절과 역경을 감내하며 투쟁했던 그들의 바람과 달리 아직까지 하나의 조국으로 살아가지 못하고 있지만 그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게 올해는 더 좋은 일들이 남과 북 사이에 일어났으면 좋겠다 싶다.


"이번 여행의 마지막은 북한을 내달려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어쩌면 5년 후 정도면 가능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지 않더라도 내 다음의 여행자들은 언제든 북한을 통해 대륙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싶다. 


단절. 섬나라가 아닌 섬나라로 살고 있는 우리의 현재는 단절과 왜곡이다. 정치, 경제, 문화, 이데올로기 등 우리를 가로막고 있는 단절의 역사는 그 모든 복잡한 것들을 차치하고, 무엇보다 시대의 상상이나 바람 같은 생각의 넓이를 가로막고 있고, 왜곡되고 변질된 가치관으로 여전히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 아쉽다.



 

임시정부의 관람을 마치고 호수의 도시 쑤저우로 향한다. 상하이 시내의 자전거길은 아주 잘 되어 있어 라이딩을 하기에 편하지만 신호등을 만나면 정신이 없을 정도로 복잡하다. 


좌회전 신호가 별도로 없는 곳이 않아 직진 차량과 좌우회전 차량, 신호를 건너는 사람들과 자전거와 오토바이가 뒤섞여 자동차의 크락션 소리가 요란하게 올려댄다.


길을 잠시 잃고 전기 레일로 움직이는 버스를 따라 자전거 도로가 없는 길을 이동하여 신호등 앞에 멈춘다. 복잡한 사거리를 통제하던 경찰이 나를 보더니 다가와 다그치듯 중국어를 내뱉는다. 자전거가 다닐 수 없는 도로인가 보다. 


손가락으로 큰 길을 가리키며 그곳으로 가라고 알려준다. 시내 한 바퀴를 크게 빙 돌아 겨우 쑤저우 방향의 길에 들어선다.


"아, 중국 도로 어렵다."


 

 

큰 기암괴석이 붙어있는 아파트, 암석에 아파트를 올린 것인지 아니면 아파트에 암석을 붙인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기괴하다. 


도로를 달리다 자전거 통행금지 안내판과 자전거도로 안내판이 동시에 보인다. 


"어쩌라는 거야?" 


속도를 늦추고 가까이 가서 확인을 하니 다행히 출퇴근 시간만 자전거 통행이 금지되는가 보다. 


 

 

 

중국의 도로는 자전거길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거나 간이 펜스나 분리선 같은 것으로 구분되어 있다. 오토바이와 자전거가 다니는 도로이고 일단 차량이 없어 라이딩 하기가 편하지만 주로 오토바이가 함께 주행하기 때문에 전방 주의를 잘 해야 한다.


중국의 오토바이는 대부분 소리가 나지 않는다. 옆을 지나치는 오토바이에 몇 차례 놀란 후 오토바이를 자세히 보니 배기통이 없고 소리가 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전기 오토바이를 타는 것 같다.



대부분 아이나 사람 그리고 짐 같은 것을 싣고 달리다 보니 빠른 속도로 다니지는 않지만 뒤에서 다가오는 소리가 느껴지지 않으니 주의해야 한다. 그리고 도로가 넓다 보니 역주행해서 다가오는 오토바이나 자전거들이 많아 절대 한눈을 팔면 안 된다.   


 

중국의 신호등은 큰 사거리가 아니면 녹색등과 적색등 두 개만 있고 가운데 숫자가 카운트되며 신호이 시간을 알려준다. 좌회전 신호가 따로 없다 보니 신호의 길이가 제법 길고, 길게는 한 신호가 70~90초까지 이어진다. 


3초가 남으면 카운트는 붉은색으로 변하는데 이때부터 자동차를 제외한 사람들과 자전거, 오토바이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중국인들도 몹시 급하다.


 

큰 사거리에는 좌회전 신호가 별도로 있는데 각각의 신호 시간이 길다 보니 사람들이 그것을 기다리지 못하는 것 같다. 자전거든 오토바이든 사람이든 눈치를 보지 않고 자기 갈 길을 가기 때문에 내 눈에는 무질서해 보인다.


 

시내를 벗어나 잠시 폐촌 같은 곳으로 맵스미는 길을 안내한다. 큰 도로와 도로를 잇기 위해 가끔씩 외진 도로나 마을길로 맴스미는 길을 안내한다.


 

길을 건너 전 만난 딸기 아저씨, 그냥 지나치려다 계속 이어지는 외진 길에 식당이 있을까 싶어 딸기로 우선 허기를 채운다. 얼마인지를 묻자 처음에는 18위안이라며 노트에 적어 보여준다.


딸기 바구니를 가리키며 달라고 하고 패니어에서 돈을 꺼내어 주려고 하자 52위안을 달라고 한다.


"응? 52위안? 18위안이라며!"


나는 한국말, 아저씨는 중국 말로 서로 손사래를 치며 알아듣지 못하는 흥정을 하다 20위안을 주고 딸기를 달라고 하니 그제서야 서로의 의견이 통한다.


"타이~~ 헌 타이! 워 헌 어!" 


바구니에서 딸기를 덜어내어 저울에 올려놓고 무언가 계속 말하는 아저씨에게 배고프다고 하니 크게 웃으며 몇 개를 더 담아 준다.


 

딸기는 무르지 않고 단단하니 신선하지만 우리나라의 것보다 당도가 조금 떨어지는 것 같다. 딸기 아저씨의 의자를 차지하고 딸기를 먹는다. 


"중국은 딸기가 비싼 과일인가?"


 

 

겨울철이라 모두들 오토바이 앞에 형형색색의 저런 가림막을 하고 다닌다. 겨울철 핫 아이템인가 보다. 가끔 무표정한 얼굴로 소리 없이 역주행을 해오는 오토바이를 보면 불쑥불쑥 다가오는 것이 꼭 예전 홍콩 영화의 강시처럼 느껴진다.


 

중국 거리의 건물들은 연이어 붙어있고 2층에 상가가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리고 저 긴 건조대에 갖가지 것들이 어지럽게 걸려있다. 



중국 도시의 도로길은 참 예쁘다. 도로와 자전거길의 경계면과 자전거길과 인도의 경계면에 가로수가 우거져 있어 아늑한 느낌이 들고 잘 정비된 포장도로는 언제나 깨끗하다. 가로수의 은은한 향기가 바람 사이로 전해지고 새들의 지저귐이 귀를 간지럽힌다.


도로마다 차량의 통행이 많음에도 차량들이 길게 정체되어 있는 것을 보기가 어렵고, 갓길은 자전거 도로로 주정차된 차량이 없어 혼잡하지 않고, 우거진 가로수들로 인해 도로의 전체가 쾌적한 느낌을 준다.  


 

사원 같은 곳의 입구에 버젓이 자전거와 차량의 통행금지 안내판이 있음에도 사람들을 자전거를 타고 거리낌 없이 지나쳐 간다. 초입에 관리 사무소처럼 보이는 곳에 관리자가 있음에도 어떤 제재도 하지 않는다.


"중국은 참 할 수 없는 것도, 못 할 것도 없는 나라구나."


 

 

길을 이어가던 중 시장으로 보이는 상가가 즐비하던 도로에서 파란색 자켓의 아주머니와 노란색 가림막의 여자가 접촉 사고가 났는지 어수선하다. 라면머리 뽀글 파마를 한 아주머니가 넘어져서 엄청나게 빠른 말로 떠들고 있었고 노란색 가림막 여자는 내 잘 못 아니라는 듯이 대응하는 것 같다.


노란색 가림막 여자의 오토바이를 보면 역주행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잠깐 중국 도로를 달려본 바로는 중국인들은 양보를 전혀 안 하는 것 같다. 차량이나 오토바이를 보면 상호 간의 수신호도 없고 감사나 미안함을 전하는 신호들도 없이 그저 크락션만 울려댄다.


 

 

자전거 도로가 이차선으로 만들어져 끝없이 직선으로 뻗어있다. 


"아, 이 직선 성애자들!"


자전거를 세우고 잠시 쉬며 셀카 놀이에 빠진다. 여행 전 사놓은 샤오미 삼각대 블루투스 셀카봉의 사용법도 알아볼 겸 요리조리 위치를 바꿔가며 연습 삼아 가지고 논다. 동행자가 있으면 좋은 여행 사진을 많이 찍을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쑤저우에 가까워질수록 작은 수로길을 넘는 횟수가 많아진다. 우리와 달리 천변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지 않은 것이 조금 아쉽게 느껴진다.


 

 

이번에는 차량과 오토바이가 충돌했나 보다. 절대로 양보 같은 건 하지 않는 사람들이니 작은 접촉 사고들이 얼마나 흔하게 발생할지 어림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사고 난 위치를 보면 어떻게 저기에서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추돌을 할 수 있을까 궁금하다.


 

오후가 넘어가며 약간의 허기짐으로 지쳐가던 중 콜라의 단맛이 당기어 길가의 슈퍼에 들어간다. 냉장고를 열어 콜라를 집어 들었으나 손에 잡힌 콜라의 온도가 시원하지 않다.


이상하여 냉장고를 확인하니 냉장고는 코드가 뽑혀있는지 꺼져있다. 칼칼하게 목을 타고 넘어가는 콜라의 단맛을 원했는데 미지근한 콜라를 마시게 된 것이다. 중국은 참으로 이상한 동네이다.


 

자리에 앉아 미지근한 콜라를 마시는 동안 작은 새들의 울림이 들려온다. 혹시 주변에 새를 키우는 곳이 있나 둘러보았으나 그런 곳은 없다. 가로수가 울창한 중국의 도로에서 만끽할 수 있는 좋은 느낌이다.


 

중국에 와 처음으로 햇볕이 든다. 일몰을 앞두고 잠깐 얼굴을 보인 태양빛이 따사롭게 느껴진다.


 

쑤저우로 가는 길에 깨끗하게 조성돼 맑은 새소리가 끊이지 않는 썬린공원(森林公园)을 지나친다. 녹푸른 공원과 청아한 새들의 지저귐이 눈과 귀를 간지럽다. 한국이라면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하거나 산책을 즐길 텐데 좋은 공원에 인적감은 그리 많지 않다.


 

일몰이 시작되기 전, 썬린공원(森林公园)을 지나 잠시 쉬며 트립닷컴으로 주점을 검색한다. 


"근처에 저렴한 데가 어딘가?"


검색을 하다 보니 숙소의 위차가 지나왔던 길로 6Km 정도를 되돌아가는 길이다. 어쩔 수 없이 썬린공원을 다시 지나쳐 쿤탄시에 위치한 주점으로 이동한다. 

 

 

중국의 도시들은 온통 공사장과 다름없다. 높고 웅장한 건물들이 하늘 높이 올라가느라 바쁘다. 


 

 

주점에 가기 위해 조금은 외져 보이는 길을 따라가던 중 차오후아 씨티 프라자 앞에서 주차장을 가득 채우고 있는 오토바이들을 본다. 


지상의 넓은 주차장은 오로지 오토바이뿐이고 차들은 지하 주차장으로 이동하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조금은 오래된 중국의 주점에 도착한다. 체크인을 한 후 자전거를 주점의 입구에 묶어 두어도 되는지 묻자 쿨하게 안으로 가져와 넣으라고 위치를 알려준다. 주점의 규모가 크다 보니 장소에 대해 연연하는 것이 없어 보인다.


 

샤워를 하고 저녁을 먹기 위해 많은 수의 오토바이들이 주차장을 가득 채운 차오후아 씨티 프라자에 들어간다. 고덕지도의 맛집을 검색하니 프라자 내부에 여러 가게가 있다.


  

 

1층 정면 에스컬레이터의 사이에 놓인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시설을 보며 있을 법 하다 생각하는 사이 내 뒤편으로 느닷없이 기차 같은 것이 지나가 깜짝 놀란다.   


 

먼저 식당들을 찾아본다. 검색을 통해 알아보았던 식당 한 곳은 면 종류를 파는 곳이라 패쓰, 그리고 가고 싶었던 음식점을 찾아 들어가려는 순간 식당은 뷔페식처럼 여러 가지 메뉴들이 길게 놓여 있다. 여러 가지 메뉴들을 선택하고 주문하는 그런 곳 같다.


"저것들을 어떻게 주문하고 먹는지 하나씩 물어보다가는 하룻밤이 걸려도 모자를 거야."



다행히 입구 초입에 KFC가 있어 그곳으로 갔다.


"아, 다 중국어다!" 


 

KFC 매장에 들어가 잠시 중국어로 된 메뉴판을 보고, 그림판을 본다는 것이 맞는 표현이다. 잠시 걱정이 앞선다. 한국에서도 맥도날드나 롯데리아에 가면 이것저것 추가 메뉴들을 알려주는 점원의 말이 안 들리고 귀찮아서 힘들었는데 여기라고 다를까 싶다.


주문대 앞에서 잠시 주춤하며 메뉴를 고른다. 버거와 치킨 조각, 파이, 콜라가 든 세트 3번을 선택하고 젊은 중국인 남자가 주문 하는 것을 지켜본다.


중국 남자도 처음엔 3번 세트를 주문하였으나 역시나 점원이 무언가 추가 메뉴들을 설명하자 55위안 세트로 변경하여 주문을 한다. 그리고 카드나 현금으로 결제를 하지 않고 핸드폰을 꺼내어 계산대 앞에 놓은 바코드에 핸드폰을 갖다 댄다.


중국에서의 첫날, 호텔 앞 부침개 케밥을 팔던 허름한 노점상에서도 중국 남자는 핸드폰으로 바코드에 갖다 댄 후 그냥 가버렸다. 아마도 중국의 젊은이들은 스마트폰 결제가 보편화되어 있는 것 같다.


 

"세트 넘버 3!"


약간 놀란 점원은 습관적으로 추가 메뉴들을 설명하려다 포기하고 39위안이라고 알려주며 웃는다. 잠시 후 나온 버거세트는 특별히 다른 것은 없고 단지 콜라가 약간 작은 사이즈다.


 

약간 중국 향신료 맛이 나는 것 같기도 하지만 허기진 탓에 지금껏 먹어본 햄버거 중 가장 맛있는 것처럼 만족스러움을 준다. 


가끔씩 스타벅스들이 보이기도 하지만 중국 시내에서 맥도날드와 KFC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식사를 하고 공항에서 빼앗긴 본드와 필요한 것들 몇 가지를 사기 위해 2층으로 올라간다. 대형마트 같은 곳으로 들어간 순간 넓고 끝없는 마트 내부에 사람들로 인산인해다. 


"이곳은 뭐지?" 


엄청나게 넓은 규모의 매장은 가전, 의류, 생활용품, 식료품 등으로 쭉 이어지고, 모든 카테고리가 한 층에 있으니 어마하게 넓을 수밖에 없다.  


 

 

 

한구석의 자이언트 자전거 코너. 매장 내 유일하게 사람이 없는 코너에는 펑크 패치용 본드는 아쉽게도 없다.


 

 

50위안 운동화, 9,000원이 안되는 운동화를 들어보니 값비싼 런닝화에 비해 조금 무거웠지만 괜찮은 품질로 보인다.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다기보다 깔려있다 아니 쌓여있다.


 

 

사람들 틈 사이로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매장. 그만 돌아갈까 하다 내친김에 다 둘러보기로 한다.


 

매장의 끝부분에 위치한 생선 코너까지 돌아보려니 다리가 아프다.


 

 

 

 

"뜨악!"


생선코너의 끝자락 부분에 놓인 황소개구리를 보고 놀란다. 


 

 

"허걱!"


그리고 자라. 그런데 가격이 두 배쯤 차이가 난다.


 

미꾸라지 같은데 크기가 장어만큼 큰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갖가지 밑반찬 중 우리의 김치도 한 접시 놓여있다.



 

 

 

우리는 치킨, 중국은 오리. 


"한 팩 사가서 소주 한잔했으면 좋겠네."


 

 

우리 대형 마트처럼 셀프 계산대도 있다.



프라자를 나오며 중국의 건물들이 비현실적으로 거대하고 모양 없이 지어놓는지 알 것 같다. 수없이 많은 가게들과 시설들이 있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은 그런 사이즈가 아니고서는 사람들을 감당하기가 힘들 것 같다. 


 

숙소로 돌아와 로비에 있는 커피 자판기, 믹스커피 한 잔이 먹고 싶어 가보니 메뉴가 중국어다. 모르면 눈치껏 찍으면 된다. 아마도 첫 번째 咖啡라고 적힌 것이 커피가 아닐까 싶다. 


"맞다에 500원!"


버튼을 눌러보았지만 나오지 않는다.


"됐다. 방에 가서 김태희 커피 먹을 거다."


 

숙소에 돌아와 내일의 경로 등을 확인하고 잠이 든다. 커다란 타이호와 주변의 크고 작은 많은 호수들이 궁금하다.




Tip1. 중국 시내에는 자전거가 다닐 수 없는 길이 있다. (오토바이가 다니는 길을 따라가라.)

Tip2. 중국에는 좌회전 신호가 별도로 없는 곳이 많다. 차들을 조심하라.  

Tip3. 중국인은 길에서 절대 양보하지 않는다. 멈출 것이라 생각지 말고 피해 가라.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6일 / 구름 ・ 12도

쑤저우 완핑전-타이호-후저우

비 예보와 달리 날이 좋다. 춘절을 앞두고 활기찬 거리의 풍경들과 중국 사람들의 밝은 표정에서 그들에게 춘절이 얼마나 중요한 명절인지 알 수가 있다. 오늘은 드디어 타이호를 마주하게 된다. 어떤 풍경일까 궁금하다. "제주도만 한 크기의 호수라니." 

이동거리

63Km

누적거리

265Km

이동시간

5시간 03분

누적시간

21시간 21분


S230성도
항왕공원
15Km / 1시간 05분
48Km / 3시간 58분
완핑진
타이호
후저우
 
 
274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춘절을 앞두고 아침부터 요란한 폭죽 소리들이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온다. 자전거를 방안에 들여놓으니 패니어를 장착하는 시간과 노력이 훨씬 수월하다.


짐들을 정리하고 요란한 중국의 아침을 맞이하며 타이호로 향한다. 

 

 

보증금을 돌려받고 숙소 밖을 나오니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사람들의 표정이 한결 밝아 보이고 흥분되어 있는 것처럼 즐거워 보인다. 


 

숙소 앞 춘련을 파는 노점상에서 작은 홍등을 3위안을 주고 사서 자전거의 패니어에 걸어본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아저씨는 무어라 중얼거린다. 번역기를 들이대니 '집에 가라'라고 번역이 된다.


위압적이거나 부정적인 말투가 아니었기에 '명절이니 집에 가라'는 뜻이거나 '집에 가는 것이냐'라는 질문으로 이해한다. 


"하오! 하오!"


그냥 웃으며 대답하고 고덕지도를 켜고 출발한다. 이틀간의 맵스미로 길을 헤매는 난감함을 겪은 터라 다시 한 번 고덕지도의 안내를 믿어보기로 한다.


"맵스양의 목소리가 그립겠지만 더는 이상한 길로 가고 싶지 않아."


 

마을을 벗어나는데 나이 지긋하신 할아버지께서 짐 자전거를 끌고 다리를 건넌다. 자전거를 끄는 것인지 자전거에 끌려가는 것인지 알 수는 없다.


 

작은 수로를 따라 마을을 벗어나는 동안 곳곳에서 폭죽들이 터진다. 생각했던 것보다 굉장히 요란하고 큰 소리가 난다. 마을을 벗어나 고덕지도는 넓은 길의 S230 성도로 안내한다. 중국의 도로명에 G나 S가 붙어있는데 그 뜻은 아직 모르겠다.


 

넓게 자전거 도로가 확보되어 있는 성도는 라이딩 하기에 편안하고, 명절을 앞두고 있어서 인지 차량이나 오토바이의 통행이 많지 않다.


 

 

타이호를 앞두고 공원 앞에서 잠시 쉬어간다. 홍등을 렉팩에 매달기 위해 만지작거리니 밑부분이 쏙 빠져버린다.


"아, 중국제 정말!"


 

밑부분을 돌돌 말아서 다시 걸고


 

도로변에 가끔씩 노정상들이 보인다. 귤 같은데 사이즈가 작고 주황색 빛이 진한 과일을 딸기와 함께 많이 팔고 있다. 먹어보고 싶은데 사서 들고 다니기에는 양이 너무 많아 그냥 지나친다. 


 

타이호 변을 달리기 위해 S230 성도를 벗어나 작고 오래된 마을로 들어선다. 조금은 을씨년스러운 느낌이 드는 마을이다.


 

 

 

마을 곳곳에 폭죽을 터트린 흔적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어느 집은 마당 전체가 붉은 화약의 잔해들로 가득 펼쳐져 있는 집도 있다.


 

마을을 빠져나와 첫 번째 보이는 한적한 주유소에서 콜라와 식료품을 보충하고 휘발유를 사보기 위해 들어간다.


 

우선 편리점에서 콜라와 쵸코바를 사고 밖으로 나와 주유소 아저씨에게 버너의 휘발유 통을 보여주며 말한다.


"치유! 치유!"


생뚱맞게 쳐다보는 아저씨는 안된다며 손사래를 치고 주유소 기둥에 붙어있는 포스터를 가리킨다.


 

"용기에 휘발유를 담을 수 없다고?"


그제서야 첫 날 숙소에서 여자 직원이 말해주었던 '밖으로 가져갈 수 없다'라는 뜻을 이해할 수 있다. 


"뭐야. 중국은 집에서 휘발유를 안 쓰는 거야? 아니면 휘발유를 파는 곳이 따로 있나?" 


 

어쨌든 92와 95, 숫자들의 의미를 묻기도 전에 휘발유 사는 것은 실패다. 달리는 동안 왜 휘발유를 안 파는지 고민해 보았지만 정말 알 수가 없다. 중국은 이상한 나라다.


"화염병을 만들어서 시위를 할까 봐 그런가? 집에 기름보일러 같은 거 안 써?"


 

타이호에 근접한 도로를 달리고 있지만 수로와 나무들에 가려져 넓은 타이호는 보이지 않는다. 남해나 제주도의 해안 도로를 생각했던 바람과 달리 풍경이 막힌 도로를 달리려니 답답하다.


달리다 보니 도로와 타이호의 가운데 있는 작은 수로를 넘는 다리들이 간간이 보인다. 멈춰 서서 들어가도 될까 여러 번 고민을 하다 쫓겨나도 한 번 봐보고 쫓겨나자는 심정으로 자전거를 끌고 들어간다. 


 

들어간 곳은 타이호 주변 어부들의 민물 배가 놓여있는 선착장 같은 곳이다. 종기 종기 붙어있는 어선들의 모양이 너무나 낡고 허름하여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호수 길을 따라 라이딩 하고 싶었지만 이곳저곳에 붙어있는 금지 안내판들에 마음이 쪼그라들어 도로로 다시 나온다.


 

도로를 이어가다 도저히 답답해서 다시 호수의 산책로를 라이딩하기 위해 작은 다리를 통해 들어간다.


 

사람들이 어떤 용도에 사용되는지 모를 오래된 대나무를 잔뜩 수거하느라 바쁘다. 


 

 

호숫가를 달리다 보니 한 무더기의 대나무들이 호숫가로 밀려 들어 쌓여있다. 사람들은 그 대나무를 수거하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호수변의 산책로 역시 나무들로 가려져 타이호를 제대로 볼 수 없다. 뭔가 싱겁고 아쉽다.


 

 

출출한 느낌에 빵과 콜라로 아침 겸 점심을 대신한다. 도로 건너편 마을에서 폭죽이 순서 없이 뻥뻥 터지는 소리가 연이어진다. 중국의 빵은 맛이 좋고 가장 좋은 것은 콜라가 3위안 밖에 안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콜라가 1,500~2,000 정도 하는데 500원 정도이니 정말 싸다. 


 

 

타이호를 옆에 두고 그 풍경을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내심 걱정하며 달리다 보니 도로변으로 조금은 큰 마을들이 연이어진다.  


 

생경한 수상 식당과 수상 가옥들이 보이는데 그 모습들이 너무나 허름하다.


 

 

뒤이어 나타난 작은 수산시장, 자전거를 끌고 도로보다 한층 아래에 있는 시장으로 들어간다.


 

역시나 민물 게 같은 것을 주로 팔고 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약간의 호객행위가 있지만 귀찮거나 집요하지는 않다.


 

가장 눈에 띠인 물고기와 오리를 건조 시키는 모습.


"오리 맞겠지? 설마 청둥오리 같은 철새들은 아니겠지?"


 

시장을 벗어나 조금 이동하니 고급 음식점처럼 보이는 곳을 시작으로 호숫가에 나무테크가 이어지고 타이호가 모습을 드러낸다.


 

구름이 많은 희뿌연 날이라 그 모습이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수평선이 그 크기를 알 수 없다. 생각했던 것과 달리 파도 같은 것은 없고 어떤 일렁임도 없이 잔잔하다.


 

 

조심스레 자전거를 끌고 나무테크가 놓인 타이호의 전망대로 들어간다. 


"잡지 마. 잡아도 들어갈 거야!"


자전거를 타고 들어온 남자아이에게 사진을 찍어달라 요청을 하고 왠지 양팔을 들어 올려야 할 것 같은 느낌. 


 

"니하오, 중궈!"


 

사진을 찍어준 잘 생긴 중국 청년과도 한 컷.


 

 

전망대 옆에 솟아있는 쌍둥이 건축물을 찍기 위해 바닥에 누워 한 컷.


 

그리고 다시 길을 이어간다.


 

타이호를 바라보며 달리고 싶었던 나의 바람을 들어주듯 시야를 방해하는 아무런 것도 없이 도로가 이어진다.  


 

시원한 바람과 함께 한참을 달리다 보니 직전 도로의 끝이 보이질 않는다. 


 

타이호를 보지 못하고 끝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이전의 걱정과 달리 이번에는 이 도로는 끝이 있을까 싶은 걱정이 밀려든다. 


직선과 곡선이 이어지며 여러 가지 풍경과 소리의 변화가 이벤트처럼 느껴지는 제주도의 해안 도로와 달리 아무런 변화 없이 직선으로만 쭉 뻗어있는 타이호의 호수 도로. 


 

"넓어, 넓어도 너무 넓고 길어도 너무 길어!"


 

오후 2시 황산으로 가는 갈림길, 타이호를 타고 창싱현으로 향하려던 길을 후저우시로 변경한다. 잠시 도로변에 앉아 후저우시의 숙소들을 검색하며 고민하는 사이 땀들이 식어 싸늘한 기운이 느껴진다.


"늦기 전에 후저우시로 들어가자!"


 

15km 거리의 후저우시로 목적지를 변경하고 길을 출발한다.


작은 소도로를 따라 이동하던 중 붉은 깃발들이 근대식 주택 위로 수없이 휘날리고, 강렬한 벽화들이 그려져있는 작은 마을을 지나친다. 중국 혁명 당시의 느낌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이색적인 마을이다.


"자부심이 대단한 마을이네!"


 

이색적인 거리의 모습이 흥미롭기도 하고 한편으로 붉은 깃발들이 휘날리는 강렬함이 낯설기도 하다.


 

타이호에서 이어지는 작은 하천을 따라 이동하며 공사 중으로 막혀있는 길을 안내하는 고덕지도. 


"오늘도 편히 갈 수는 없는 것인가?"


지도를 확대하여 하천의 건너편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빠르게 찾아 길을 이어간다.


 

후저우시도 쑤저우시와 마찬가지로 여기저기 거대한 공사들이 벌어지고 있다.


 

털털거리는 시멘트 포장의 소로를 따라 후저우시로 들어선다. 시내의 진입과 함께 도로는 고즈넉한 하천을 따라 쾌적하게 이어지고. 


 

수양버들이 길게 가지를 늘어뜨린 천변에서 트립닷컴으로 숙소를 결정하며 잠시 쉬어간다. 화려하고 거대했던 상하이와 쑤저우시를 지나와서 그런지 후저우시의 조용한 도시처럼 느껴진다.


 

 

가까운 곳에 숙소를 결정하고 이동하던 중 도로변에 3층으로 지어진 목조 건물이 보이고.


 

 

 

 

작은 성터를 중심으로 천변의 공원이 나온다. 항왕공원(项王公园).


 

성터의 성문만이 남아있는 봉승(奉胜)의 측면으로 멋진 조각들이 새겨져있다.

 

 

 

 

 

봉승문을 지나면 하천을 건너는 누각이 올려진 다리가 공원으로 이어져 있고.


 

 

봉승문의 정면에 장수의 석상이 세워져있다.


 

 

항우(項羽 , Xiang Yu)

중국 진(秦)나라 말기에 유방(劉邦)과 진나라를 멸망시키고 중국을 차지하기 위해 다툰 무장. 진나라가 혼란에 빠지자 봉기하여 진군을 도처에서 무찌르고 관중으로 들어갔다. 진을 멸망시킨 뒤 서초 패왕이라 칭했으나 해하에서 한왕 유방에게 패배하자 자살했다. (두산백과)


 

항우장사, 패왕, 항우와 유방, 초나라, 사면초가, 패왕별희 등등으로 널리 알려진 항우의 동상이다. 초나라의 수도가 쑤저우시 부근에 있어 그의 유적들이 많이 있는가 보다.


 

패왕별희, 황우가 사랑하는 연인 우희와 이별주를 나누며 부른 노래가 해하가다.


힘은 산을 뽑고 기개는 세상을 덮고도 남건만(力拔山氣蓋世)

때가 불리하고 추 또한 달리려 하지 않는구나!(時不利兮騶不逝)

추가 달리려 하지 않으니 어찌할까나(騶不逝兮可奈何)

우여, 우여! 그대는 또 어찌할까나!(虞兮憂兮奈若何)

-해하가(垓下歌)


 

 

 

 

도심의 높은 빌딩들과 하천이 어우러져 좋은 느낌을 주는 후저우시의 풍경이다.


 

숙소를 가기 위해 후저우시의 자전거 도로를 따라 달린다. 큰 도로 면에는 가로수로 플라타너스 길게 이어지고.


 

작은 이면 도로에는 울창한 숲처럼 푸른 가로수가 길을 감싸고 있다.


 

"정말 너무나 예쁜 길들이다!"


 

고덕지도가 알려는 주는 길을 벗어나 작은 이면 도로의 풍경에 빠져 길을 따라가니 페잉공원의 비영탑(飞英塔)이 눈에 들어온다.


 

 

중국의 목조 건물들은 기와지붕과 어우러져 참 예쁘다.


 

 

 

그에 비해 현대의 빌딩들은 너무나 거대하고 비현실적인 느낌이다.


 

시내 중심에 있는 숙소를 어렵지 않게 찾아들어가 체크인을 하고.


 

 

자전거는 숙소에 정문을 오르는 계단 위에 잘 묶어둔다.

 

 

이곳도 숙소의 방마다 호수 앞에 8자가 붙어있다. 


 

 

경로를 바꿔 조금 일찍 숙소에 도착한 덕분에 시내를 둘러볼 시간의 여유가 있다. 샤워를 마치고 저녁을 먹기 위해 숙소를 나온다.


"일단 맥도날드가 있으니 최악의 상황은 면했고, 중국 음식점을 찾아볼까."


 

아주 오래된 중국 식당을 돌아 숙소의 뒤편 붉은 홍등이 걸려있는 옛 건물들의 거리로 들어간다. 큰 빌딩들의 뒤편으로 2층 구조의 작은 상가들이 원을 그리며 이어진다. 


 

춘절이 다가와 많은 가게들이 문을 닫고 있었지만 작은 골목으로 붉은 홍등이 걸려있는 예쁜 골목길이다.


 

 

 

립스틱 같은 화장품 자판기도 있고.


 

 

 

오리 고기를 파는 가게도 열려있다.


"기다란 목뼈와 머리, 그리고 물갈퀴가 있는 오리발을 어떻게 먹는 거지?"


 

오리 고깃집 건너편에 젊은 직원들이 분주하게 요리를 하는 식당으로 들어간다. 연휴 기간이라 영업을 하는 가게를 찾는 것이 어려워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


 

 

 

조개나 새우 같은 해산물을 요리하는 가게 같은데 무엇인지는 알 수가 없고, 메뉴들을 살펴보고 있으니 한국인이라는 것을 알고 친절하게 인사를 한다.


"모르면 무조건 첫 번째 메뉴지!"


조개가 있는 메뉴를 고르고 달라고 하니 남자 직원이 무언가를 말하려 한다. 알아듣지 못하니 핸드폰을 꺼내어 중국어로 글자를 적어 보여준다.


순간 가게 안에 있던 남녀 직원들과 함께 실소의 웃음이 동시에 터지고, 여직원이 핸드폰에 글자를 적은 남자 직원에게 한국인이라며 말한다.


매운맛이라는 것을 알려주려 했던 것인데 한국인이라 당황하여 중국어를 적어 보여준 것이다. 여직원이 웃으며 남자 직원에게 가벼운 핀잔을 건넨다.


 

조리를 하는 사이 식당밖에 놓여있던 소세지를 하나 집어 들고 먹어본다.


 

 

쫀득하니 부드럽고 무엇보다 중국 향신료 맛이 전혀 없어 좋다.


 

잠시 후 나온 메뉴는 조개를 소스에 넣어 끓인 음식인데, 다른 것은 아무것도 없고 단지 조개만 담긴 음식이 조금 당황스럽다.


"아니 이걸 맨입에 무슨 맛으로 먹을까?"


조개의 양은 많은데 크기가 작아 젓가락으로 하나씩 먹는데 애를 먹는다.


매콤하면서 달달한 느낌이 나는 소스인데 썩 괜찮은 맛이 난다. 주방 앞에 놓인 야채나 떡, 라면 같은 사리들을 넣어 먹으면 좋을 것 같고 밥을 넣어 비벼 먹으면 정말 그만일듯싶다.


"아쉽네. 밥 한 공기만 있으면 완전 대박인데."


 

친절하게 웃는 여직원에게 한국인들이 좋아할 만한 맛이라고 알려주고 계산을 하고 나온다. 홍등이 걸려있는 길은 더 어두워진 밤의 깊이만큼 더욱 예쁘다.


산책을 하듯이 길을 따라 걷다 식당의 여직원이 소세지 값을 받지 않은 것 같아 식당으로 돌아가 소세지 값 4위안을 더 내고 숙소로 돌아온다.


잠시 문을 닫았던 숙소 앞의 꼬치집에는 젊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양손 가득 한 움큼씩의 꼬치를 들고 걸어 다니며 먹는 중국 사람들, 그 맛이 궁금했지만 붐비는 사람들 사이를 파고들어 가격조차 모르는 많은 종류의 꼬치를 선택할 자신이 없어 그냥 지나친다.


 

숙소로 들어가 전 맥도날드에서 햄버거 세트에 감자 튀김을 추가하여 사들고. 설이나 추석 연휴 기간 김밥천국에 들어가 밥을 먹는 느낌이다.


파이와 치킨 그리고 감자 튀김으로 부족했던 저녁을 보충하고 음식점을 찾기 어려운 연휴 기간이라 내일의 아침이나 점심의 비상식으로 햄버거를 먹을 생각이다.


숙소로 돌아와 프런트 여직원에게 자전거를 방에 넣어도 되는지 묻자 그렇게 하라며 안내를 한다. 방으로 자전거를 넣어두고 와이파이를 연결하려는데 핸드폰 번호를 입력하라는 안내창이 뜬다.


"어, 이건 또 뭐야?"


노트북을 들고 프런트로 내려가 여직원에게 와이파이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묻자 여직원도 핸드폰 번호가 있는지 묻는다.


"메이요!"


난감해하던 직원이 이것저것 설정을 해보더니 조금 기다려 달라고 요청을 하길래 노트북을 맡기고 시내의 야경을 둘러보러 밖으로 나온다.


 

 

여기저기 알록달록 반짝반짝.


도시 전체가 어둡다 보니 가로수와 건물들에 설치되어 있는 조명들이 더욱 밝게 빛난다.


 

가로수의 하단에서 색색의 조명을 켜주면 정말 멋진 모습이 연출된다. 전국 일주를 하며 영산포의 천변에 조성되어 있던 가로수길을 잊을 수 없다. 형형색색의 조명들이 순차적으로 변하며 가로수를 밝히던 멋진 산책로였다.


"홍어집을 찾아 30km가 넘게 남았던 어두운 영산강변을 귀신이 쫓아올까 봐 엄청나게 빨리 달려갔던 기억이 나네. 둥이 너!"  


 

 

요란한 폭죽이 이어지던 작은 마을과 달리 도시 전체가 조용하다. 우리처럼 춘절의 기간이라 가족들을 보기 위해 모두들 시골에 내려간 것이 아닌가 싶다.


 

시내 야경을 둘러 보고 돌아오니 프런트의 여직원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보이며 노트북을 건네준다.


"됐어요!"


자신의 핸드폰으로 인증번호를 받고 와이파이를 연결해 준 것이다. 


멋진 타이호를 달리고 아직은 어색한 중국의 도로지만 조금씩 익숙해져 간다. 




"내일부터 조금씩 거리를 늘려볼까. 이제 황산으로 가자!"




Trak 정보


GPS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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