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574일 / 맑음 ・ 28도
춘천
같은 시기 자전거 세계여행을 했던 현기님을 만난다. 생각해 보니 춘천을 처음 여행하는 것 같다.


이동거리
24Km
누적거리
26,560Km
이동시간
2시간 47분
누적시간
1,992시간

 
의암물레길
 
춘천순환로
 
 
 
 
 
 
 
16Km / 1시간 45분
 
8Km / 1시간 02분
 
의암호
 
고릴라
 
거두리
 
 
161Km
 

 

평온한 의암호의 아침, 잔잔한 의암호에 나가 아직 떨어지지 않은 잠을 떨쳐낸다.

 

"여기에 곧 헬리콥터가 옵니다. 바람이 강하니까 텐트가 날아가지 않게 해 주세요."

 

"헬리콥터요? 언제 오는데요?"

 

공사장의 관리자가 다가와 9시에 헬리콥터가 공터에 착륙한다고 안내를 한다. 많은 작업자들이 공터에 물을 뿌리며 헬리콥터 창륙을 준비하느라 바쁘다.

 

"아니, 이른 시간에 누가 오는 거야?"

 

9시까지 30여 분이 남은 시간, 한가롭던 아침의 여유는 난데없는 헬리콥터의 착륙으로 어수선하니 바빠진다. 서둘러 텐트를 정리하고 춘천 시내 방향으로 이동한다.

 

강변의 나무테크 자전거길에서 잠시 정신을 가다듬는 동안 멀리서 헬리콥터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온다.

"현기님은 왜 답이 없지?"

아직 일어나지 않았는지 집의 주소를 물어보는 메시지에 답이 없다.

춘천시의 초입에 들어서자 강변에 시원한 공원이 있다. 아마도 어제저녁 만났던 아저씨가 말한 좋은 캠핑자리가 있다는 공원이 아닐까 싶다.

공원의 편의점으로 가서 얼음 커피를 사 마시고, 낡아서 찢어진 은박매트를 버린다.

"고무 밧줄을 샀으면 좋겠는데."

주변의 삼천리 매장을 검색하다 양평 해장국집이 있어 늦은 아침을 먹으러 간다.

수변에 그늘이 없는 공지천의 자전거 도로가 뜨겁다.

든든하게 점심을 먹었는데 현기님은 아직 메시지가 없다.

"캠핑 의자나 사러 가자."

점심을 먹는 동안 캠핑 매장을 검색하니 춘천시 외곽에 고릴라 캠핑 용품점이 있다.

의암호 주변으로 이어지는 자전거 도로를 따라 소양교가 있는 곳으로 이동한다.

"소양강 처녀?"

자전거를 타고 춘천은 처음 방문하는 곳인데 이상하게 의암호 가운데 세워진 소양강 처녀상이 눈에 익는다.

"버스를 타고 지나쳤나? 예전 전국일주 중에 지나쳤나?"

카시아에게 사진을 보내니 동상의 주인공이 누구인지를 묻는다. 뭔가 답변이 난감하다.

"그냥 노래에 나오는 소녀야. 별 의미는 없어."

카시아에게 답장을 하고 나니 별 의미 없는 처녀상을 저리도 크게 세워놓았는지 의문이다.

시의 외곽에 있는 골릴라 캠핑 용품점에 도착한다. 시원한 매장으로 들어가니 땀을 식혀주는 에어컨의 냉기보다 각종 캠핑 장비들을 보는 행복감이 더 하다.

이것저것 욕심나는 아이템들이 많지만 모두를 자전거에 싣고 다닐 수는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외부에 전시된 캠핑 의자 중 가장 가볍고 저렴한 의자를 선택한다. 보랏빛 밋밋한 색상이 조금 마음에 들지 않지만 가벼운 무게와 저렴한 가격이 꽤 마음에 든다.

의자를 사서 조립을 하며 테스트를 하고 있으니 현기님에게 메시지가 온다. 현기님의 집은 점심을 먹었던 식당에서 가까운 거두리, 춘천의 정반대 편이다.

춘천 외곽도로를 따라가다 빙돌아가는 길을 벗어나 시내를 가로지르는 길을 선택했지만 어찌 된 일인지 시내 가운데 언덕들이 페달링을 괴롭힌다.

"쪼매한 시내에 뭔 고개들이 이렇게 높아?"

더운 날씨 때문인지 쉽게 지쳐가는 기분이다. 현기님이 알려준 주소의 아파트 단지에 도착하고 마중 나온 현기님을 만난다.

곱게 기른 머리를 묶은 모습이 낯설지 않다. 처음 만나는 사이지만 여행 동안 메시지를 주고받았고, 월터와 알렉스라는 여행자 친구들을 각기 만나고 함께 공유한 인연이 친숙한 느낌을 갖게 한다.

시원한 샤워를 하고, 현기님의 사진을 카시아에게 보내준다. 10년 전 유럽을 자전거 여행하며 카시아의 집에서 웜샤워를 했던 현기의 모습을 몰라본다.

"친구의 집에 갔어? 함께 여행하는 사람이야?"

"..."

현기님은 컴퓨터에서 아주 오래된 사진을 찾아 메시지를 보내주고, 카시아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보내주니 카시아 그제야 현기님의 모습을 알아본다.

"역변한 것도 아닌데, 몰라보네."

"아 춘천에 춘자가 있지!"

함께 자전거 이야기를 하던 중 현기님의 지인들 중 춘자에서 활동하는 화원이 있다고 하여 함께 저녁을 먹기로 한다.

집 근처의 닭갈비 집으로 간다. 이제는 워낙 유명한 전국구 음식이라 특별히 서울의 닭갈비와 다르지 않지만 현지의 맛이니 그냥 기분이다.

춘자에서 활동한다는 두 명의 지인들이 차례로 도착하고 인사를 한다.

"춘자가 아니고 자전거 춘천이야."

닭갈비 집으로 자전거를 타고 온 재희님과 선우는 생활자전거 타기 캠페인 같은 것을 하는 자전거 춘천의 회원이다.

현기의 착각으로 만나게 된 사람들이지만 편안하고 기분 좋은 사람들이다.

닭갈비로 저녁을 먹고, 맥주집에서 자전거 이야기를 나눈 후 현기의 집에서 맥주와 소주 칵테일과 함께 대화를 이어간다.

크리티컬 매스, 사회적 협동조합 등등의 춘천에서 진행되고 있는 자전거 관련 일들에 대해 긴 대화가 이어진다.

즐거운 술자리가 끝나고, 카시아는 알렉스의 집에 찾아온 게스트의 소식을 전해준다.

"아, 어지러워."

즐거운 만남과 대화의 술자리에 취기가 몰려온다.

뭔가 즐거운 일들이 일어날 것 같은 춘천이다.

 

 

GPS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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