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6일 : 2018.11.03 / 맑음・18도

후포해변-축산항-강구항-월포해변-칠포해변-영일만-영일대해수욕장

너무나 화창한 날씨, 후포항을 떠나 포항으로 향한다. 동해안 자전거 도로와 7번국도를 번갈이 이동하며 동해안의 풍경속에 한가로운 한때를 보내였다.

이동거리

88.14Km

누적거리

1,042.72Km

이동시간

7시간 27분

누적시간

48시간 37분


축산항
월포해변
45Km/4시간 23분
43Km/3시간 04분
후포
강구항
포항
 
 
1,043Km

 

이른 아침, 후포해수욕장의 운동기구를 사용하는 아주머니들의 움직임 소리에 잠이 깨었다. 조금은 차갑고 거센 바람이 부는 아침 멀리 수평선을 따라 아침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오늘도 좋은 아침이네."


왼쪽 발목쪽이 신경이 쓰일정도로 시큰거렸다. 라이딩을 하는동안 몸의 이상현상은 왼쪽 세끼손가락이 저린 것과 왼쪽 발목 접히는 부분이 시큰거리는 것이였다. 


 

여행 출발전, 패니어의 무게가 부담스러워 조향을 위해 안장의 높이를 낮추고, 전후위치를 앞으로 당겨놓았다. 좀더 편하게 무거운 자전거를 다루기위해 세팅을 바꾸어 놓았는데 그것이 문제인 것 같다.


왼쪽 발목만이 시큰거리고 부은느낌이 드는 것은 아마도 내리막길에서 윗쪽으로 위치하는 왼쪽페달이 낮아 발목이 많이 꺾이여서 그런 것 같았다. "어둠속에 미시령을 내려오며 어쩔 수 없이 몸에 힘이 많이 들어갔나?" 생각했다.


패니어를 장착한 무거운 자전거는 내리막의 길에서도 안장에 앉아 조향을 해야했다. 안장에서 일어서면 앞의 핸들과 뒤의 움직임이 심한 철렁임일 일으켰다. 


또한 자전거의 출발시 오른쪽 페달을 밟고 힘이 들어가는 첫번째 페달링이 높은 위치에서의 왼쪽페달이므로 똑같은 발목의 꺾임에 무리가 온 것으로 생각되었다.   


안장을 높이고 뒤로 밀어둬야지 생각하면서도 조금지나면 나아지겠지 하며 게으름을 피우고 있는 것이다.


 

후포를 지나 영덕으로 가는 자전거도로는 짧게 끝이났다. 해볕을 받는 해안면이라 기온이 올라가며 덥다는 생각을 하였다.


 

 

 

 

해안 이면의 구도로를 따라 이어지던 조금은 지루했던 도로는 칠보산휴게소를 앞두고 잠깐 7번국로 이어진다.


 

아침을 해결하기 위해 한마음 대게수산의 사장이 추천해 주었던 칠보산 휴게소에 들렸다. 이른시간임에도 관광버스가 즐비하게 정차되어 있었다.


휴게소 편의점에서 한식뷔페의 식사권을 구매하고(대인 9,000원) 안쪽에 위치한 뷔페식당에 들어섰다. 넉넉한 크기의 테이블에는 아침식사를 하는 관광객들로 가득차 있었다.


 

식사를 하는 테이블과 음식의 배식장은 분리되어 깔끔하였고 조리된 음식도 정갈하게 보였다. 기본의 밑반찬 몇가지와 불고기를 잔뜩담아 첫번째 접시를 비우고 두번째 접시마저 깨끗히 비운후 든든해진 윗배를 두드렸다.


 

첫번째 접시를 비울때쯤 한무리의 관광객들이 빠져나간 식당안은 조금은 여유러워졌다. 한마음 대게수산의 사장님 말처럼 깔끔하고 제법 맛있는 음식맛이였다.


하지만 나와달리 가벼운 아침식사를 하는 관광객들에게 9,000원의 식사권이 저렴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생각했다. "단체객에게는 별도의 디스카운트가 있나?"


 

 

 

 

 

 

 

 


두번째 접시를 비운 후, 계산대에 다가가 추가요금을 지불하고 음식을 조금 담아갈 수 있는지를 물었다.


"자전거 여행중인데요. 죄송하지만 추가요금을 내고 조그마한 찬통에 음식을 싸갈수 있을까요?"


식권을 구매할 때 젊은 남자분이 아닌 식당의 주인장쯤으로 보이는 어르신께서는 바쁜듯 음식의 외부반출은 안된다며 단호하게 거절하였다. 


 

한식 찬들이 기본인 음식에 특별한 레시피가 있을 것 같지는 않았지만 식당의 규정이라니 어쩔 수 없었다. "인심이 조금 박하네." 생각하고 말았다.


 

서운한 마음에 한 접시 더 먹고 나갈까 생각하다 충분히 든든해진 배를 두드리며 식혜음료 한잔을 마시는 것으로 대신하였다. "어쨌든 잘 먹었다."


 

 

다시 평탄한 해안의 구도를 따라 이동하였다. 더워진 날씨에 져지와 바람막이를 벗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라이딩을 이어갔지만 동해의 햇볕을 바라보며 달리는 라이딩은 든든한 식후 나른함과 함께 게으른 페달링을 만들어냈다. 


 

 

고래불해변을 지나 쭉뻗어있는 도로를 달리다 잠시 쉬기로 했다. 잠시 쉬며 한마음 대게수산에 전화를 걸었다. 대게를 주문해 놓으면서 생물로 보내달라는 메세지를 남기지 않은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다.


한두차례 전화 대기음이 울리고 "어머, ***님의 남편 사장님. 안녕하세요?"하며 여사장님께서 전화를 받으셨다. 야, 너, 이것, 저것 아무렇게나 불려왔지만 누구의 남편이라는 칭호는 처음이였다. 어색하고 낯선,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불리움에 잠시 먹먹함 같은 것이 느껴졌다. 


"누군가의 남편이라니."


 

여전히 친절한 목소리로 어제 만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과 안부등을 전하고 나서야 대게 주문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사장님과 통화를 하면 웃는 사람의 모습이 떠올라 기분을 좋게 만들어준다.


"이틀후에 배가 들어올 것 같아요. 그때 좋은 물건이 들어오면 택배로 보내드리는게 좋을 것 같아요."


급한건 아니니 알아서 해달라 전하고 한번더 만나뵙지 못한 아쉬움을 전하였다.


 

고래불대교를 넘어 이어지는 해안도로는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며 이어지며 라이딩의 속도를 줄여놓았다. 항구와 마을을 지나치며 볼수있는 대게와 홍게를 판매하는 광고물들은 어느새 오징어와 피데기를 판매하는 광고들고 바뀌어 있었다.


 

도로변을 따라 2미터정도의 봉들을 줄로 이어 세워놓거나 비슷한 구조의 신식 건조대 같은 것들이 이어졌다. 무엇을 하는 것인지 궁금해 하던중 오징어를 말리는 것을 보고서야 그 용도를 알게되었다. "오징어가 이렇게 많이 잡히나?" 생각하였다.


 

반건조 오징어 6마리 만원으로 시작된 길가의 직판장은 대게를 파는 영덕에 가까워졌을 때 4마리에 만원으로 바뀌었다. 한봉지 사서 맥주 한캔을 하고 싶었지만 잇몸과 치아가 좋지않아 씹는 음식에 대한 불편함이 있는 나는 그저 마음뿐이다.


"부드러울 것 같았는데 한마리만 사서 먹어볼 것을."  


 

포항까지 이동하는 100Km가 안되는 거리에 조금 마음을 놓고 여유를 부린 것인지, 지루하게 이어지는 오르막과 내리막의 길에 지친 것인지 좀처럼 라이딩 속도가 나지않았다.


축산항에서 잠시 쉬며 남은 거리를 보았다. "아, 겨우 1/3 온거야?"


 

축산항을 지나 마주한 20번 지방도로 역시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었다. 오르막의 끝에 잠시 낚시를하는 사람들의 한가로움을 구경하였다. 


무언가 취미가 있어야 한다면 낚시를 배워보고 싶었다. MTB를 타며 낚시에 대해 조금 잊고 살지만 언젠가는 꼭 저들처럼 바다낚시를 하며 하루쯤 시간을 보내보고 싶다.  


물고기를 잡는 손맛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별관심은 없다. 잡거나 못잡거나 그만인 일일뿐이지만 바다와 하늘 그리고 바람과 파도소리에 묻혀 시간의 망중한을 사치해보고 싶은 바람이다.


 

영덕의 해맞이 공원을 앞두고 예상했던 긴 오르막이 시작되었다. 오르막의 힘겨움보다 페달링에 힘이 가해지며 신경을 건드리는 것 같은 왼쪽 발목의 통증이 전기자극처럼 반복적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상부근의 풍력발전기의 날개위치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앞으로 가야할 방향의 반대편을 향해 날개가 향하고 있다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맞바람을 예고하는 것이다.


"꼭 힘든 곳에는 저 바람개비가 하나씩 있더라. 인제 용대리, 울릉도 현포령 이번엔 여기라니?"


 

시야를 방해하는 아무런 것이 없는 확트인 공간이였다. "저 멀리 수평선에서 해가뜨는 것을 보면 장관이긴 하겠다."


 

 

해맞이 공원으 내리막길 끝에 위치한 영덕 해양환경 체험관의 조형물이 갈길이 바쁜 자전거를 세웠다. 


"강남 코엑스 센터의 강남스타일 조형물과 비슷한 느낌이네. 대게집 인테리어라면 이해라도 하겠다만.."


 

해맞이 공원을 끝으로 오르막길은 이어지지 않았다. 약간의 허기가 느껴져 지나치려던 길을 멈춰세우고 작은 슈퍼에 들렸다. 창포리 대부슈퍼.


낚시를 하는 사람들의 민박과 함께 식료품을 파는 곳이였다. 맥주 한캔을 하고 싶다며 안주거리가 뭐가 있을지 물었다. 아무래도 지나온길의 반건조 오징어를 사먹어보지 못한 아쉬움이 남아있었던 모양이다.


변변하게 선택한 물건이 갖추어지지 않은 슈퍼의 아주머니께서는 딱히 추천해 줄것이 없어서인지 초코바 같은 것이 어떠냐며 물으셨다. 커다란 양파과자를 고르고 "양이 너무 많지 않을까요?" 하니 맥주를 두개를 마시면 어떠냐고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두개를 먹어도 남을 것 같다고 하니 그래도 남으면 갈매기들을 주라고 하셨다. 


"여기 갈매기들은 동네 사람을 알아봐요. 먹을 것을 주면 알아서 날아온다니까요."


 

맥주를 사들고 근처의 방파제로 향하였다. 조그만 항구앞 정자에서 먹을까 생각하다 햇볕이 잘 들어오는 방파제에 앉아 먹는 것이 좋겠다 느껴졌다.


그물을 정리하는 어머니들을 구경하는 사이 마을주민이 놓아준 먹이를 먹기위해 몰려드는 갈매기떼를 보았다. "갑자기 어디서 날아온거지?"


 


 

낚시를 하는 몇몇 사람들을 구경하며 방파제에 앉아 시원한 맥주 한모금을 마셨다. 멀리 해맞이공원 방향으로 풍력발전기의 날개들이 보였고 조금전 갑자기 몰려든 갈매기들은 방파제 건너편 테트라포드에 무리지어 앉아 있었다.


 

봄날의 어느날 한가롭기 그지없는 더딘 시간처럼 느리고 따듯함이 느껴지는 풍경이였다. 제법 오랜시간을 따듯한 햇볕이 달구는 방파제에 앉아 시간을 보내였다. 


오징어와 피데기를 판매하는 광고는 다시 대게를 판매하는 광고들로 바뀌었다. 오전의 느린 이동과 창포리에서 보낸 시간들로 포항으로 향하는 페달링이 바빠질 때쯤 강구항에 이르렀다.


항구의 사장거리 정도로 생각하며 차량들과 사람들로 복잡해진 오른쪽 코너를 돌았을 때 뭔가 비현실적인 거리모습이 갑작스레 나타났다.


거대한 증기로 가득한 거리에 사람들과 차량들이 가득하였다. 


 

갑작스레 나타난 많은 사람들과 차량들이 뒤섞이는 복잡함이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자전거를 세우고 거리의 상황을 살핀후에야 여기가 영덕의 대게거리임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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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구항 주변 대게로를 따라 길게 이어진 영덕대게마을


후포의 소박한 대게시장의 정겨움과는 달리 거대한 방직공장의 증기기관처럼 하얀 연기를 뿜어내는 거리는 살풍경스럽다 생각들었다. 대게를 삶은 냄새가 진동하였고 가게마다 한명씩 사람이 나와 지나가는 차량들을 향해 주차와 식사권유의 호객을 외치고 있었다.


 

지루하리만큼 조용했던 라이딩중에 느닷없이 마주한 풍경이라 그런 것인지 거부감이 먼저 밀려들었다. 시장의 모습에 놀란면도 있지만 지역내 시장 수요만으로 마켓이 유지가 되는지 궁금하였고 생경한 관경속에 아쉬운 것들이 느껴졌다. 


"차량들과 호객의 복잡함이 아니라 저 거리를 사람들에게 돌려주면 좋을텐데. 판매 경쟁의 거리가 아닌 컨텐츠를 담은 길을 만들어 놓으면 편하게 거닐며 구경하고, 마음 편히 좋은 서비스 찾아갈 수 있으면 더 좋을텐데" 


강구대교를 건너 조금전 지나쳤던 대게거리의 반대편은 사뭇 다른 느낌의 거리풍경이 이어졌다. 구도시로 보이는 거리는 건너편의 모습과는 다르게 생기마저 잃어버린 거리였다. 


뭔가 슬프다는 느낌이였다. 항구를 두고 마주하며 상권을 잃어버린 늙은 거리와 상권을 두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생존의 거리. 이미 낡아버린 과거와 머지않아 과거가 되어버릴 현재를 보는 것 같았다.


죽어가는 도시처럼 느껴졌다. 활기차 보이는 건너편 대게시장의 모습도 머지않아 여기처럼 생기를 잃어버리지 않을까 생각하였다. 아무리 보아도 젊거나 어린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컨텐츠는 아무것도 없어보였다.


 

강구항을 지나 23번 지방도로는 7번국도로 이어져 장사리의 부흥교를 건너 포항에 들어섰다. 심플한 텍스트의 CI가 모던한 느낌을 주었다. 


7번 국도의 갓길은 자전거로 이동하기에 넉넉하였지만 되도록이면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한참을 내달려 오션힐스CC가 있는 화진사거리에서 국도를 빠져나왔다.


 

소박한 시골길과 구불하고 복잡한 마을길을 돌아나오자 답답했던 국도의 라이딩을 잊게해주는 시원한 풍경이 나타났다. 후포에서 포항으로 향하는 영덕의 언덕길길과 구도로 그리고 국도 라이딩이 지루함이 해갈되는 것 같았다.


 

방파제 사이 계단을 통해 파도가 밀려오는 너른 갯바위로 내려갈 수 있었다. 강원도 해안의 모레사변과 다른 느낌의 풍경이였지만 마음의 무게를 덜거나 위로받기에 또는 즐거운 바람들을 그리거나 이어가기에 충분한 곳이라 생각하였다.


"아무런 말없이 이 곳에 앉아 밀려오는 파도의 수평선을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힐링이 되겠어. 마음을 안아해주는 넉넉함으로 때로는 어깨를 토닥이며 응원해주는 청량함으로 말이지."



 

짙푸른 남색의 바다색이 아니였다면 마치 제주도의 어느 해변에 있는 듯 착각을 불러일으킬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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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른 갯바위와 짙푸른 바다의 풍경-포항 북구 화진리의 해안길


 

 

 

평탄하게 이어지는 해안도로는 월포해수욕장까지 이어졌다. 토사가 쌓인 경계를 사이에 두고 청하천의 민물, 월포해변의 바다 그리고 가을 하늘의 각기다른 색과 움직임들이 대비되어 인상적이였다.


 

월포해수욕장을 끝으로 해안도로는 20번 지방도로와 간간히 이어지는 해안도로를 따라 이어졌다. 포항까지 20여Km의 거리를 알리는 이정표는 해안도로를 거쳐 다시 20번 지방도로 돌아오면 그 거리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칠포교를 넘으며 변화된 풍경은 포항시내에 들어섰음을 알 수 있었다. 좀처럼 줄지않던 20Km는 한시간정도의 라이딩 거리를 남겨두었다.


 

 

 

현대중공업 공장의 거대한 작업장과 직선으로 쭉뻗은 영일만의 대로변에 앉아 잠시 쉬었다. 눈에 보이는 모든것들이 크고 넓직하였다. 


 

80Km 정도의 여유롭게 생각했던 라이딩은 90Km 넘어 영일대 해수욕장에 도착하였다. 해안길을 따라 이동하는 거리가 10Km정도 돌아오는 길이였나보다.


 

일몰이 막시작되는 시점에 도착하게 되었음을 안도하였다. 영일대해변은 푹신한 모레가 가득한 동해의 여느해변들과는 달리 딱딱한 흙바닥과 같았다. 호수처럼 잔잔한 파도가 일정하게 밀려오는 해안가는 아늑하면서도 이색적인 느낌이 들었다. 


바다건너 멀리보이는 거대한 크레인과 포항제철 공업단지의 실루엣이 수평선을 대신하고 있었다. 


 

도심의 뒷편으로 떨어지는 멋진 일몰을 바라보며 낯선 도심의 밤의 풍경이 궁금하였다. 야영을 할 곳을 찾아 해수욕장을 따라 이어지는 산책로을 걸었다.


포항 외곽의 조용한 해변일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산책과 운동을 하는 사람들고 제법 붐비는 거리였다. 산책로 한가운데 크게 음악을 틀어놓고 리드미컬한 그루브를 타며 즐기던 7명정도의 어린 여학생들을 보며 포항이라는 도시가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시끄럽거나 요란스럽지 않은 여유와 생동감이 동시에 느껴지는 도시였다. 동해안의 너른 백사장을 품은 해변에 비하면 볼품없이 내추럴해보이는 영일대 해변은 관광지가 아닌 공업도시의 평범한 자연공간으로서 사랑받는 장소임을 알 수 있었다.


"그 어떤 욕망의 찌꺼기들이 배설되고 모여지는 도심의 핫플레이스가 아니라 마치 평범한 일상의 추억들이 하나, 둘 쌓이고 만들어지는 동네의 앞마당같아." 


 


 

"일상적인 소소함들이 자연스럽고 편안하다 해야할지, 이렇게라도 익숙해진 것들이 서글프다 해야할지 모르겠다. 저 거대한 포항제철의 삭막한 실루엣탓일까." 


 

저녁식사로 치킨이 먹고싶어 졌다. 영일대 해변의 건너편으로 길게 들어선 가게들중 치킨집을 찾아 들어갔다. 인기있는 메뉴를 묻고 매콤한 양념치킨과 갈릭소스의 치킨을 반반 주문하였다.


 

칠보산 휴게소의 한식뷔페이후 아무것도 먹지않아 허기졌음에도 불구하고 치킨맛은 별로였다. 과한 소스들 탓인지 전체적으로 눅눅하게 느껴졌고, 특히 갈릭치킨은 마늘맛이 너무 강하게 느껴져 토핑되어있는 마늘을 걷어내고 먹어야하는 수고스러움이 있었다.


"내가 마늘을 얼마나 좋아하는데.. 이건 아니지. 평범하게 프라이드를 먹을걸 그랬나?" 


 

치킨을 먹는동안 바다건너 포항제철의 화려한 조명이 불을 밝히며 공업도시의 삭막해보이던 실루엣이 화려한 밤의 풍경을 연출하였다.


형편없는 저녁식사를 하는사이 날카로운 칼에 베이듯 아픔이 찾아든다. "아무것도 하기싫다."


반이상이 남은 치킨을 포장하여 급하게 가게를 빠져나와 눈에보이는 해안가의 구조물 앞편에 아무렇게나 텐트를 쳐댔다.  



조금씩 가까워지는 것처럼 속삭이듯 출렁이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멍하니 누워 아무것도 하지않았다.


"하나 둘 철썩. 하나 둘 철썩. 하나 둘 버리지말자. 하나 둘 지나가는거야. 하나, 둘."


간간히 해변을 걷는 연인들의 산책소리와 요란하지않게 줄이어 터지는 폭죽소리, 웃음소리들이 나즈막히 밀려드는 파도소리와 함께 마음을 가라앉혀 주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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