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04일 / 맑음 ・ 4도
호르고-아브갈대
즐거웠고, 한가로웠고 그리고 불편하기도 했던 호르고를 떠나 울란곰을 향해서 출발한다.

이동거리
62Km
누적거리
9,592Km
이동시간
6시간 51분
누적시간
674시간

A0603
A0603
42Km / 2시간 40분
50Km / 4시간 25분
호르고
타리안트
아브갈대
 
 
1,410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일찍 잠든 탓에 아침 일찍 깨어났다. 여전히 쌀쌀한 날씨이고 바람이 불어오지만 오늘은 호르고를 떠나고 싶다.

뒷마당에 있는 화장실에서 혹시나 핸드폰이 떨어질까 불안해하며 꼭 쥔 두 손에 힘을 주고, 1층에 있는 간이 세면대에서 양치만을 한다. 체체를렉을 떠나 제대로 씻어본 적이 없다. 양말 속 두 발바닥이 화석처럼 굳어가는 느낌이다.

"어디서 쉰 냄새가 나는 거지?"

자민우드에서 충전했던 데이터의 사용 기한 오늘 밤 자정으로 끝나기 때문에 데이터를 충전하고 비상식을 조금 사서 서동고의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다.

8시에 문을 연다는 슈퍼는 30분이 지나도 열리지 않고, 9시가 다 되어서야 문이 열린다.

"특별히 기대도 하지 않았다."

"아줌마! 데이터 충전해야 하는데."

몽골에서는 데이터를 '다타'라고 인간적인 발음으로 읽는 것 같다. 핸드폰을 보여주며 '다타'를 연신 외쳐대니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G모바일의 충전기를 보여준다.

"유니텔. 유니텔이야!"

슈퍼 아주머니는 무뚝뚝한 슈퍼 아저씨를 불러오고 유니텔 통신의 태블릿을 꺼내어 보여준다.

"여기 봐. 15기가 30일 32,000투그릭!"

자민우드에서 50기가를 충전하고 사진 업로드 등은 체체를렉의 페어필드 와이파이를 이용한 터라 데이터가 37기가나 남아있다. 한 달 정도의 몽골 일정 동안 15기가 정도면 충분할 것 같아 32,000투그릭의 상품을 충전해 달라고 요청한다.

테블릿을 아무리 눌러봐도 32,000투그릭의 요금제가 없다. 2G 폰을 주로 사용하는 몽골의 시골에서 데이터를 사용하는 요금제를 사용할 일이 없으니 슈퍼 아저씨도 모르는 듯 은근슬쩍 아주머니에게 태블릿을 넘겨버리고.

이리저리 메뉴들을 눌러보던 아주머니는 나에게 태블릿을 넘겨버린다.

"뭐야? 몰라? 모르는 거야?"

10,000투그릭의 상품이 맞다며 안내를 해주지만 그것이 데이터를 포함한 요금인지는 모르는 모양이다. 게르에서 이용하는 데이터 요금제를 자꾸만 눌러대는 아주머니를 보며 이러다 생돈을 날려버리지는 않을지 걱정이 된다.

아주머니는 한참을 태블릿을 눌러보며 고민을 하더니 어딘가에 전화를 건다.

"그래, 유니텔에 물어보면 되지."

뭔가 통화를 하던 아주머니는 갑자기 전화기를 나에게 건네주며 받아보라고 한다.

"몽골 유니텔에 한국어 상담 서비스가 있는 거야?"

전화의 상대는 어눌한 한국어 발음으로 슈퍼의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부모라고 소개하는 슈퍼집의 딸이다. 감바보다 한국어를 잘 하지 못했지만 천천히 설명을 하면 그런대로 이해하는 한국어 수준이다.

하지만 문제는 한국어를 하는 슈퍼집 딸도 데이터를 충전하는 데에는 별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한참을 통화를 하며 데이터 요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설명만을 전달하고, 무언가 결정을 한듯한 아주머니는 확신에 찬 표정으로 50,000투그릭의 상품을 데이터 상품이라고 한다.

"뭐지? 근거 없는 자신감은!"

핸드폰 번호를 알려주고 50기가 데이터를 충전한다. 그리고 1423번에 'See' 메시지를 보내봤지만 데이터 충전 내역이 갱신되지 않는다.

"거 봐! 안 됐잖아."

잠시 멘붕이 오려던 찰나 몽골 사람들이 슈퍼에서 데이터를 충전하고 핸드폰으로 세팅을 하던 모습이 생각난다.

"잠시만!"

1423번에 메시지를 Help, 50, On의 순서대로 보내어 데이터 충전 세팅을 해본다. 그리고 다시 'See' 메시지를 보내니 데이터가 충전된 것이 확인된다.

"됐네. 됐어! 이것 봐. 이렇게 하는 거야!"

중국에서는 주숙등록을 하는 것을 가르치며 다녔는데, 몽골에서는 데이터 충전하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근데. 데이터 용량이 그대로 남아있네? 설마 미사용 데이터가 이월되는 거야?"

자정이 되어서 미사용 데이터가 사라지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지만 미사용 데이터와 신규로 신청한 데이터가 합산해서 표시되어 있다.

"졸지에 데이터 만수르가 된 거야? 초원에서 터지지도 않는 데이터로 뭘 할 수 있을까?"

1,500투그릭의 데이터만 충전했어도 되는 데이터를 50기가나 더 쓰게 생겼다.


무려 한 시간 동안 핸드폰 데이터를 충전하기 위해 아주머니와 난리 법석을 피운 탓에 아침을 먹을 시간을 뺏겨버렸다. 서동고에게 줄 과자와 마뜨가가 피우는 담배를 두 갑 사서 사동고의 집으로 돌아간다.

서동고의 집으로 걸어가는 동안 마뜨가의 아내인지 아니면 뱀바의 가족인지 모를 사람들로부터 전화를 받았지만 알아들을 수 없으니 아무런 의미가 없다. '서동고 게르'만을 외치고 끊어버린다.

어제 술이 취한 마뜨가 부부와 함께 오지 않았던 서동고가 강아지처럼 웃으면서 뛰어다니고, 마뜨가는 술병이 났는지 힘이 없이 침대에 파묻혀 있다.

"서동고, 이리 와. 이제 아저씨 가야 해!"

마침 자주색 니트를 들고 있던 서동고의 옷을 입혀주고, 어제 식당에서 산 모자를 씌어주니 완벽한 깔맞춤이 된다.

침대에 누워있는 마뜨가에게 담배를 건네주며 건강하라는 메시지와 함께 술을 조금만 마시라 제스처를 하고, 과일주스를 한 컵 따라서 건네준다.

마뜨가는 핸드폰의 번역기를 달라고 하더니 '행운을 빈다'다는 메시지와 '다음에 오면 언제든지 오라'는 메시지를 남긴다. 악수와 함께 짧은 포옹을 하고 서동고의 집을 나온다.

신이 나서 강아지처럼 뛰어다니는 서동고와 마뜨가의 아내의 배웅을 받으며 길을 나선다.

"바이시떼! 서동고!"

핸드폰 데이터를 충전하느라 빵과 음료수를 사두는 것을 깜박하여 호르고에 도착하여 처음 들렀던 슈퍼로 들어간다.

들어선 가게에는 초도트쏨에서 '소주'를 외치며 장난을 치던 남자가 돈을 세며 나를 보며 웃는다.

"엉? 네가 여기에 왜 있어?"

능글맞은 웃음을 보이며 가게가 자신의 집이라는 제스처를 하는 남자 지그다.

"지그, 이리 와. 이번에는 사진을 찍자!"

사진 찍는 것을 한사코 거부하던 지그가 이번에는 순순히 사진을 찍는다. 담배 한 개비를 건네며 피우라고 제스처를 하는 지그와 인사를 하고 호르고를 들어왔던 흙길을 따라 도로로 빠져나온다.

"정말 다사다난했던 날들이었다. 호르고 안녕!"

사간느 호수와 이어지는 하천을 지나 넓은 용암지대의 숲이 보이고 사간느 호수가 오른 편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눈이 내리며 더욱 차가워진 맞바람이 충분한 휴식을 취했던 체력을 금세 원상태로 되돌려 놓는다.

세기와 함께 왔던 호수의 반대편을 달리는 동안 호수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강도는 더욱 거세져만 가고.

호수의 풍경을 구경하기는커녕 도로에 시선을 떨어뜨리고 소처럼 페달만을 밟는다.

쉴 새 없이 불어오는 강풍의 속도에 구름의 모양은 빠르게 빠르게 변화하며 마음을 사로잡고, 사간느 호수가 끝나는 지점까지 20km를 달려 잠시 자리에 앉아 쉬어간다.

엄청 달달한 맛의 몽골의 카스테라 빵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지겨운 바람을 맞는 동안 타리안트가 모습을 드러낸다. 생각했던 것보다 아주 작은 마을이다.

"작은 음식점 같은 것이 있으면 좋겠는데."

타리안트를 지나는 동안 음식점처럼 보이는 곳은 없고, 도로변에서 휘청거리며 취해있는 몽골인들만이 나를 향해 소리를 치며 불러 세운다. 호르고에서 너무나 많이 바라본 모습이라 이젠 놀랍지도 않다.

끝없이 이어지는 이제는 징그럽기까지 한 초원의 도로는 자꾸만 산을 향해서 올라가고, 하늘의 구름은 끊임없이 변화하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아브갈대를 20km 정도 남겨두고 도로변의 몇 채의 집과 게르가 들어선 마을이 나타난다. 끊겨있던 통신도 불안정하지만 간간이 연결이 되고.

슈퍼로 보이는 집으로 무작정 들어간다. 슈퍼의 아주머니에게 맥주를 한 캔 사들고 밥을 먹는 제스처를 하니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한국분이세요?"

갑자기 어눌한 발음으로 존댓말을 하는 아주머니는 빙긋이 웃으며 뒤편에 있는 집을 가리키며 밥 먹는 제스처를 한다. 몽골에는 뜬금없이 한국말을 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손주를 보고 있는 할머니가 운영하는 음식점에 들어가 음식을 달라고 요청하니 냉장고에서 고기 한 덩이와 당근 그리고 감자를 꺼내어서 보여준다.

"초이완?"

고개를 끄덕이는 할머니에게 '음메에', '음머', '히히잉' 세 가지 소리를 내어 무슨 고기인지 물어보니 소고기라고 한다.

"아니 이런 레어 아이템은 어디에서 난 거예요?"

할머니의 다용도 충전 케이블에 핸드폰을 충전하며 앉아있으니 사발과 함께 커피를 내어준다.

"할머니 센스쟁이!"

스탠레스 접시에 모양 좋게 내어준 6,000투그릭의 초이완은 양도 많고 정결하고 맛도 좋다. 슈퍼에서 사 온 맥주와 함께 오랜만에 맛있는 식사를 한다.

"숨은 맛집이네. 할매 음식 솜씨 짱!"

아브갈대를 지나 이흐울까지의 거리를 줄여놓을 생각이지만 바람으로 인해 속도가 떨어지며 목적지를 아브갈대로 정한다.

계속되는 산길의 오르막길에 변화무쌍한 구름의 움직임들이 탄성을 자아내게 만들고.

순간순간 변화는 하늘의 풍경에 마음을 빼앗겨 버린다.

믿을 수 없는 아름다움.

바람과 사람들로 인해 피곤해진 몽골 여행의 모든 것들이 눈이 녹듯 사라져버린다.

지면을 타고 하늘로 모아지는 구름들의 모습은 경이롭고.

몽골의 아름다움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다.

시간을 멈추고 보이는 모든 것들을 눈에 담아보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보여주고 싶어! 무언가 욕심을 내야 한다면 지금의 이 모든 것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다!"

가슴 뛰게 만드는 풍경들을 뒤로하고 작은 산의 언덕을 오르니 고개 너머로 아브갈대의 모습이 나타난다.

"오긴 왔는데, 어디서부터 시작을 해볼까?"

도로의 왼편으로 아브갈대의 마을들이 옹기종기 들어서 있고, 도로변으로 주유소와 작은 음식점들이 줄지어 있다.

천천히 도로를 따라가며 적당한 음식점을 찾던 중 초입의 작은 식당에서 창문을 열고 한 남자가 나를 부르며 손짓을 한다.

"부르는데 가 봐야지!"

남자의 식당으로 들어가 인사를 하니 마당 안쪽으로 자전거를 놓아두라며 안내를 한다.

"미니 싸비, 타니 네르?"

"다코라."

인상이 썩 좋지 않은 남자 다코라와 악수를 하고 허름한 식당 안으로 들어간다. 그의 아내와 어린 아들 그리고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그의 딸이 어린 젖먹이 동생을 돌보며 나를 쳐다본다.

"샌 베노!"

스마트폰에 익숙할 큰 딸에게 가족들의 이름을 물어보고 대화를 이어가려 했지만 어딘가로 떠나는지 큰 캐리어 가방을 들고 창밖을 응시하며 바쁘다. 아마도 도시로 공부를 하거나 일을 하기 위해 떠나는 것 같다.

무난하게 대화를 할 수 있는 큰 딸이 떠나버리고 다코라와 마주 앉아 대화를 시작한다. 저녁을 먹으라는 다코라에게 메뉴와 가격을 물으니 초이완을 설명하며 6,000투그릭이라고 알려준다.

강한 인상을 갖은 다코라는 얼굴에 주먹다짐의 상흔으로 보이는 상처가 나있어 더 불량하게 느껴진다. 오늘 도중 할머니의 식당에서 맛있는 초이완을 먹고 온 터라 초이완 대신 밥을 달라고 요청하고 8시 30분쯤에 밥을 먹겠다고 시계를 보여준다.

스마트폰을 주고 번역기의 자판을 몽골자판으로 바꿔주어도 도무지 글자를 쓸 생각을 하지 않는 다코라. 그에 비해 그녀의 아내는 서글서글한 인상을 갖은 마음씨 좋은 웃음을 가졌다.

다코라와 그의 아내는 테이블에 앉아 자꾸만 몽골어로 무언가를 말하며 떠든다. 다시 한번 시계를 보여주며 조금 후에 저녁을 먹겠다는 의사를 전달하고 낡은 간이침대를 가리키며 잠을 자고 가겠다고 알려준다.

"밥 먹고 잠자는데 얼마야?"

다코라는 그제서야 11,000을 적더니 밥 먹는 제스처를 하며 6,000 그리고 잠자는 제스처를 하며 5,000을 적어 보여준다. 식사와 숙박비에 대해 알았다는 제스처를 했지만 다코라와 그의 아내는 무언가를 계속 물어보는 듯한 말들을 이어간다.

도저히 어떤 내용인지 알 수가 없어 툴가에게 전화를 했지만 수업 중이라 통화가 어렵고, 선교사님은 통화가 되질 않는다. 마지못해 감바에게 전화를 걸어 어떤 내용인지를 알려달라 부탁을 한다.

한참 동안 감바와 통화를 하던 여자는 통화가 끝나지 않는 전화기를 나에게 건네준다. 아마도 감바가 또 잔소리와 같은 연설을 여자에게 한 모양이다. 생각대로 감바는 여자를 붙잡고 '여행하는 한국 사람이니까 잘 도와줘야 한다'는 내용의 일장 연설을 한 것이다.

"우리 감바형은 정말 캐릭터가 확실해!"

식사와 숙박료에 대한 합의가 끝난 것으로 생각하고 낡은 침대가 놓인 어두운 방에 누워 잠시 쉰다. 그동안 술에 취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밥을 먹으며 시끄러운 소리로 대화를 이어가고 그중에 술에 취한듯한 한 사내가 방으로 들어와 침대에 벌러덩 드러눕는다.

술에 취한 사람들과 대면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애써 그들을 외면하고, 다코라의 어린 아들에게 핸드폰의 사진을 보여주며 시간을 보낸다.

"야! 너 이름은 너무 어려워서 도저히 발음이 안 된다."

대형 화물 트럭을 운전하는 기사들이 식당으로 들어와 반주와 함께 술을 마시고, 울란곰으로 간다는 화물차 운전사는 약간 취기가 올랐는지 나에게 자전거를 싣고 가자며 두어 차례 말을 걸어온다.

웃으며 손사래를 쳤지만 정말 술에 취한 몽골인들을 대하는 것이 힘들게 느껴진다. 몽골을 여행하며 좋지 않은 도로의 환경과 100km 단위로 나타나는 작은 마을들, 고산지대의 산길과 계속되어 이어지는 거센 바람들, 의사소통이 안되는 언어 장벽 그리고 너무나 빈약한 몽골의 음식들보다 힘든 것이 밤낮으로 술에 취해있는 몽골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다.

얼굴에 주먹다짐의 상처를 하나씩 달고 다니는 몽골의 남자들. 그것 또한 그들의 생활 방식이고 문화이겠지만 타국의 이방인의 눈에는 그런 모습의 사람을 바라보는 것조차 고통스러울 때가 있다.

"툴가야, 몽골 사람들을 왜 이렇게 술을 많이 마시는 거니? 전통적으로 술을 좋아하는 민족이니?"

"아니요. 술을 많이 마시지만 술과 어울리지 않아요."

"몽골 남자들이 손가락에 끼고 다니는 반지는 무슨 의미가 있는 거야? 그것 때문에 싸울 때마다 사람들 얼굴에 상처가 나잖아!"

"아니요. 그냥 건강 반지 같은 거예요."

"..."

툴가와 메시지를 주고받는 사이 다코라의 아내가 저녁 식사를 준비해 주고, 화물트럭 기사들이 빠져나간 식당에는 점잖은 노부부가 들어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한다..

커피를 마시기 위해 물을 찾던 중 '한국 커피'를 외치는 노신사에게도 한 대접을 타서 건네준다.

잠깐 동안 노부부와 여행에 대해 얘기를 하고 낡고 균형이 맞지 않은 간이침대에 눕는다.

승용차를 몰고 장거리 이동을 하는 것인지 허름한 식당의 숙소에 들어와 자연스럽게 잠을 자는 점잖은 노부부를 보며 몽골인들의 일상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술에 취해있지 않는 몽골인들은 너무나 사람을 좋아하고, 손님을 대하는 유목민의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친족 또는 부족에 대한 강한 결속력은 때로 타인에 대한 배타적인 이면의 모습도 동시에 내포하고 있겠지만 인구수가 많지 않은 넓은 초원에서 사람에 대한 그리움과 갈망을 안고 사는 사람들처럼 보인다.

"단지 몽골 사람들의 문화일까 아니면 상실감에 의한 욕구의 불만일까? 정말 알 수가 없다!"

경사가 진 낡은 침대에서 패니어들을 묶은 와이어를 팔에 감고 잠이 든다.

"가난한 나라의 알 수 없는 사람들 틈에서 가난한 여행자가 가난한 마음을 품고 불안해하며 잠이 든다. 이런 불편한 마음을 품은 내가 구역질 나게 싫지만 이 여행을 멈추고 싶지 않아. 미안해 몽골!"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01일, 102일 / 흐림
호르고
호르고에 도착하여 뱀바의 도움으로 서동고의 집에서 휴식을 취한다. 5월인데 눈이 내려 수북하게 쌓인 날,  호르고에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9,530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667시간

나혼로집에
난로켜기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호르고
호르고
호르고
 
 
1,348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즐거웠던 지난밤이 지나고 호르고의 아침이 하얀 눈과 함께 시작된다.

"어제 날씨가 그렇게 짓궂더니 눈이 내리려고 그랬나 보네."

8시가 조금 넘어 슈퍼에 들렀지만 문이 닫혀있다. 중국에서는 수도꼭지를 떼서 가지고 다니는데 몽골에서는 문의 손잡이를 떼서 다니나 보다.

조금씩 굵어지던 눈은 이내 함박눈으로 변하여 펑펑 쏟아져 내린다.

등교를 하는 아이들만이 바쁘게 움직이는 호르고.

서동고의 집으로 돌아와 침대로 다시 기어들어 간다.

"어제 몇 시까지 마신 거예요?"

시계를 보여주며 침대와 소파에 널브러져 있는 사람들을 가리키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새벽 6시의 시간을 가리킨다.

"으으."

어제 남은 음식으로 아침을 챙겨주어 아침을 먹고 있으니 소파에서 구겨져 잠자고 있던 사이흐른아(сайхнаа)가 일어나 어디선가 술병을 찾아들고 자리에 앉는다.

"아침부터 또 마셔?"

빙긋이 웃으며 건네는 술잔을 손사래를 치며 거부한다.

유치원에 가는 서동고를 데려다주기 위해 두 부부가 집을 나가며 담배를 사다 주겠다며 2,000투그릭을 달라고 한다.

그 사이 사이흐른아는 자신의 큰 등치를 다시 소파에 구겨 넣고.

눈은 하염없이 내리고 있다.

점심이 가까워지자 이번에는 오도덕이 큰 술병을 들고 문으로 들어온다.

"도대체 너희들의 정체는 무엇이냐?"

아무런 안주도 없이 술을 따라 주변에 있는 사람에게 건네고, 술잔을 받아 아무런 거부감도 없이 그냥 마신다.

"뭐라도 먹으면서 마셔라."

언제나 엄지손가락만을 치켜세우며 웃는 오도덕을 피해 가며 작은방을 돌아다니는 동안 한 무리의 여자들이 집으로 들어온다.

병원에서 일을 한다는 여자들 중 사이흐른아의 아내는 몇 차례 타박을 주고 그를 데려간다.

서동고의 엄마가 점심을 준비하기 위해 고기를 녹이는 동안 깡술을 마시는 사람들을 위해 안주거리라도 사다 주려 슈퍼에 나간다.

과자와 과일주스 그리고 컵라면을 사 오는 동안 오도덕은 작은 테이블에 뒤집어져 누워있다.

"아이고, 이 대책 없는 사람들!"

점심으로 양고기 국밥을 먹고 허리를 꺾어 누워있는 오도덕을 바닥에 눕혀놓는다.

그리고 사람들과 함께 낮잠을 잔다.

푸르스름 해가 진 저녁까지 뱀바는 보이질 않고 두 차례 전화가 왔지만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으니 답답하다.

"이 정도면 화산에 올라가기 힘들겠다."

눈은 하루 종일 내리고 멈추기를 반복한다.





다시 새벽에 눈이 내려 세상이 하얗다. 오늘도 화산 구경은 틀린 것 같고 날씨마저 너무나 추워진다.

어제 사다 놓은 컵라면은 귀여운 서동고가 아침으로 맛있게 먹었고, 양고기 죽으로 아침을 먹는다.

"고기가 심하게 당기는데."

눈이 쌓인 마당에 빗자루질도 해보고.

슈퍼에 나가 서동고가 먹을 수 있는 초코파이와 과일주스를 사다 주었다.

패니어에 넣어두었던 조끼와 방풍자켓 그리고 겨울용 버프를 꺼내어 방한 준비를 하고.

서동고의 가족은 무슨 행사가 있는지 새 옷을 꺼내 입고 바쁘게 준비를 한다.

잠을 자라며 제스처를 하는 서동고의 부부, 번역기를 줘도 오초르처럼 이상한 말들만 적어놓으니 아무 소용이 없다.

집의 열쇠를 받고 동네를 둘러보기 위해 걸어 다닌다.

"감바가 자랑하던 열쇠보다 더 독특하네."

구글 지도와 달리 몇몇 호텔들이 거리에 있지만 모양새가 어떤 기대를 하기 어렵다.

"양고기 볶음을 파는 음식점이 없나?"

하나뿐인 도로를 따라 걸어도 음식점은 보이질 않고, 호텔에 있는 작은 식당에 들어갔지만 역시나 생각했던 그런 모습이다.

"meat, potato, soup"

소고기와 감자튀김 그리고 수프를 생각했던 요리는 양고기에 감자를 넣은 국물에 식빵을 곁들인 음식이다.

"이건 서동고네 집의 식사와 별 차이가 없잖아."

세상 천지에 할 일이 아무것도 없다.

심심한 입을 달래러 슈퍼에 나가 아이들과 장난을 치고.

눈이 그치고 맑게 변한 하늘과 주변의 풍경을 구경하고.

"내일은 떠날 수 있을까?"

그럭저럭 편하게 보내고 있지만 사람들과 소통을 할 수 없으니 너무나 지루하다.

"몽골 여행은 정말 어렵구나."

차가워지는 방안을 덥히기 위해 화로에 불을 붙여 본다.

"고무에 불을 붙여서 태우던데."

일차 시도 실패.

이차 시도 실패.

대문을 비집고 들어와 풀을 뜯는 말들을 쫓아내고.

이번에는 창고에 있는 장작을 도끼로 패서 잘게 조각낸다.

작게 조각난 나무들을 제대로 쌓고, 고무도 큼직하게 잘라 불을 붙인다.

이번엔 성공!

저녁으로 패니어에 들어있는 컵라면을 먹기 위해 물도 끓여보고.

찌그러지고 구겨진 컵라면으로 저녁을 해결.

"어째 한국에서 있을 때보다 컵라면을 더 먹는 거지?"

몽골 사람들은 컵라면을 좋아하는 것 같다. 조리 기구나 주방을 보면 간단히 먹을 수 있는 라면을 좋아하는 것도 이해가 되지만 한편 게을러 보이는 성향 때문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하루가 십 년처럼 느껴진다. 12시쯤에 돌아온다는 서동고의 가족은 정말로 12시가 넘어서 돌아올 것 같다.

난데없는 이런 상황은 뭘까? 몽골 사람들의 성향은 참으로 오묘하고 독특하다.

"내일은 떠날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00일 / 지독한 바람 ・ 8도
초도트쏨-호르고
30km가 남아있는 휴화산의 호르고로 간다. 처음 보게 될 화산의 모습이 궁금하다.


이동거리
33Km
누적거리
9,930Km
이동시간
5시간 56분
누적시간
667시간

A0603
A0603
21Km / 3시간 31분
12Km / 2시간 25분
초도트쏨
울고싶다
호르고
 
 
1,348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밤새 사람들이 오가며 부릉거리는 오토바이와 승용차 소리에 잠을 여러 번 깨었다. 이곳 사람들은 밤을 즐긴다는 것보다 할 일이 없어 싸돌아다닌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체체를렉에서도 느꼈지만 몽골 사람들은 밤과 낮의 모습이 너무나 다르게 느껴진다. 평온해 보이는 낮과 달리 밤의 모습은 왠지 불완전하고 위험해 보인다. 어쩌면 밤에 노느라 낮에는 힘이 없는지도 모르겠다.

편하게 깊은 잠을 자지 못하고 피곤한 아침이다. 초원을 바라보며 시원하게 굿모닝을 알릴 수 있는 것이 몽골 여행의 색다른 즐거움일지 모른다.

제법 강한 바람이 불어와 텐트를 정리하는데 꽤 애를 먹었다.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서둘러 길을 나선다.

30km 정도 떨어져 있는 호르고에 되도록 일찍 도착해서 쉬고 싶은 마음이다.

가볍게 라이딩하여 12시 전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던 생각은 출발과 함께 멀리 사라진다.

귀를 시끄럽게 울려대는 바람 소리와 함께 엄청난 맞바람이 0도의 비껴남도 없이 좌우 정면에서 정신없이 불어온다.

자전거를 멈춰 세워버리는 바람 앞에 20분도 지나지 않아 모든 것이 너덜너덜 해진다.

"정말 징그럽게도 불어온다."

끝이 없는 직선 도로와 페달을 밟을 수 없는 지독한 맞바람을 맞으며 한 시간 동안 겨우 5km 남짓을 이동한다.

선택의 여지가 아무것도 없다. 호르고까지 어떻게든 가야만 한다.

평지를 지나 길게 이어지는 오르막길이 나오고 채 몇 미터를 오르지 못하고 자전거에서 내리고 만다.

"씨** 몽골 너무하네. 끌고 간다. 끌고 가!"

불어오는 바람을 서서 견디며 끌며 오르막을 오른다.

가다 서기를 반복하고, 신발을 질질 끌며 걷기도 힘든 상황의 연속. 갑자기 승용차 한 대가 뒤쪽으로 붙으며 정차를 한다.

창문을 내리는 사람은 식당의 여자이다. 식당을 출발하며 인사를 못하고 떠난 마음에 반가운 인사를 하니 약간 주저하는 듯 멈칫거리더니 뭔가를 반복해서 떠들어 댄다.

느낌상 돈의 단위를 말하는 숫자처럼 들려 핸드폰으로 적어달라 하니 식당의 남자가 2G폰을 조작하며 16,000을 적어 보여준다.

어제 저녁으로 먹었던 츠이완의 값을 달라는 것 같은데 터무니없는 금액이다.

"그래, 먹고 떨어져라. 다툴 정신도 없다."

어제 먹은 달달한 한국 소주 값이다 생각하며 돈을 주고, 차를 타라는 제스처를 하는 남자에게 주먹 감자를 먹여주고 싶었지만 참는다.

조금씩 몽골 사람들에게 적응이 되고 친숙해지려던 참이데 아직 멀었나 보다.

"몽골인들은 사람을 잘 속인다. 많은 물건값을 요구하니 최대한 깎아라."

수니터우기에서 지아오강강이 해주었던 조언이 생각난다.

바람 탓에 기진맥진 해지고, 무엇보다 식당 여자의 마지막 모습 때문에 기분이 순식간에 나빠진다.

"에잇 **! 똥 밟았네."

기운이 빠진 탓에 움직이기도, 쉬기도 귀찮아지고 여행의 피로만이 밀려온다.

마치 중국 여행에서 방이 더러워졌다며 청소비를 달라던 호텔을 빠져나올 때의 기분과 비슷하다.

힘든 여정의 피로와 환경들 보다 사람들에게 지치는 것이 훨씬 더 힘든 것 같다. 공통된 것은 모두가 잔돈푼의 욕심을 얼굴에 붙이고 사는 사람들이다. 그런 얼굴들을 마주하면 구역질이 난다.

평지에서조차 자전거를 끌며 1미터, 2미터를 이동하고 쉬기를 반복한다.

1시, 호르고까지 12km가 남았다. 평속 5km 정도의 속도이니 2시간은 더 가야만 한다.

바람으로 인해 눈은 충혈되고 조금씩 시야가 흐려진다.

"아까 욕해서 죄송해요. 몽골 너무 좋아요."

지독한 바람이 불어오는데 하늘은 왜 이리도 멋지고 좋은지 모르겠다.

정말 가혹하리만큼 힘든 몽골의 여행 환경인데 몽골이 품고 있는 자연은 너무나 매력적이다.

좋은 하늘을 감상할 여유조차 주질 않는 바람이지만 흙바닥에 주저앉아 하늘을 올려다본다.

"뭐, 어쨌든 두 시간이면 충분하잖아."

지나가는 트럭이라도 있으면 잡고 싶은 심정으로 1미터씩, 1미터씩 끌며 걸어간다.

12, 11, 10, 9, 8. 호르고를 앞두고 강을 건너는 작은 다리의 밑으로 족히 1미터가 넘을 것 같은 두께의 얼음이 얼어있다.

자전거를 세우고 사진을 찍으려는 순간 바람에 밀려 무거운 자전거가 넘어지려 한다.

퍼드득 거리며 날아갈 듯한 태극기에서 이상한 쇠의 마찰음이 나는 것 같다.

흔들리는 자전거를 잡고 사진을 찍기도 힘들어지고, 끝없이 올라가는 언덕의 끝으로 호르고 초입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아무리 걸어도 가까워지지 않는 마을을 향해 무겁고 더디게 걸음을 옮겨간다.

드문드문 이어지는 도로변의 집들을 지나며 마을의 중심이 나오기를 바랐지만 아무것도 나오질 않는다.

자전거를 세우고 지도를 확인해도 근처에 있어야 할 진입 도로가 보이질 않고.

마지못해 도로변의 호텔과 식당을 순서대로 들어가 봐도 너무나 허름하고 구색조차 갖춰지질 않았다.

"그래도 몽골의 관광 랜드마크는 될 텐데, 너무 없잖아?"

마을 초입에 있었던 게스트하우스 겸 레스토랑으로 길을 돌아갔지만 폐업을 했는지 출입구마다 합판이 덧대어져 막혀있다.

"없다. 없어도 너무 없어! 배고파! 쉬고 싶다고!"

다시 길을 돌아가 들어가 보았던 호텔과 식당을 다시 찾아가 보았지만 휴식을 취하거나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

이제는 제대로 앞이도 보이질 않을 만큼 시야가 흐려지고 구글맵이 가리키는 안내를 따라 흙길을 따라간다.

"이게 마을의 중심으로 들어가는 길이야?"

멀리 마을의 나무판자 담들이 보이고, 넓은 공터에서는 사람들이 가축의 똥을 모아 담고 있다.

좌우로 나눠진 골목들을 따라 집들이 이어져 있고, 슈퍼처럼 보이는 곳의 문을 열고 무작정 들어간다.

이제 무엇을 하는 곳인지 알 수 없는 문이 닫힌 몽골의 가게는 무작정 열어보고 확인한다. 생각대로 작은 슈퍼다.

"일단, 맥주 하나 주세요."

맥주를 마시며 빤히 내 얼굴을 쳐다보고 있는 여자와 어디서부터 대화를 시작할까 고민을 한다.

"잠! 식당!"

잠 자는 시늉과 음식을 먹는 제스처를 해도 그저 빤히 쳐다보기만 하는 여자는 핸드폰으로 주변에 호텔이 있는지 물어도 대답을 하지 않는다. 가게에서 놀고 있는 초등학생 정도의 아이들에게 구글 지도를 보여주며 호텔과 레스토랑이 있는지 물어보니 손가락을 가리키며 호텔이 있는 장소를 알려준다.

"역시 어린애들이 영특하군."

일단 호텔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아이들과 장난을 치다 가게로 들어오는 젊은 남자와 눈이 마주친다.

"샌 베노!"

남자에게 인사를 하고 악수를 청하니 웃으면서 인사를 한다.

"난 싸비. 넌 이름이 뭐야? 타니 네르?"

이름을 알려주는 남자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자 남자는 자신의 신분증을 보여준다.

뱀바(Бямбаа), 1975년생의 생글생글 잘 웃는 남자이다.

뱀바와 웃으면서 얘기를 나누는 동안 호텔이 아닌 그의 집에서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선교사님과 툴가에게 전화를 했지만 통화가 되지 않고 할 수 없이 감바에게 전화를 걸어 내용을 설명했지만 그동안 한국어 실력이 다시 줄어버렸는지 잘 이해를 하지 못한다.

남자에게 전화를 주고 감바와 통화를 하게 해주었더니 한참 동안 심각하게 통화를 한다.

"감바, 뭐라고 했어?"

텐트를 치고 자는 것을 잘 모르는 감바는 뱀바에게 게르에서 잘 수 있게 도와주고 식사도 제공해 주라고 얘기를 한 모양이다. 말이 많은 감바의 성향으로 뱀바에게 여러 가지 설교를 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뱀바와 슈퍼를 나와 그의 오토바이를 따라 골목으로 들어간다. 그의 집은 마당에 한 채의 게르가 설치되어 있는 집이다.

게르 안에는 중학생 정도의 애들과 여러 명의 사람들이 있다. 각자에게 인사를 하고 컵라면을 먹는 동안 뱀바를 보드카 술병을 들고 신이 난 듯 웃으며 돌아다니고.

여러 명의 사람들이 차례대로 뱀바의 게르에 찾아 들어와 정신이 하나도 없다. 뱀바의 친구들과 예쁘장한 꼬마를 데리고 온 노부부 그리고 잘 생긴 고등학생 정도의 아이들까지 뱀바의 게르가 북적이며 정신이 없다.

"아이고, 정신이야. 너희들 관계가 어떻게 되는 거야?"

예쁜 여자아이를 데리고 온 노부부는 50세와 46세의 부부고, 손녀로 보았던 아이는 그들의 딸이다.

"헉, 46세라고?"

"뱀바, 저 여자 정말 46세야? 그럼 친구잖아!"

"응, 군복을 입은 애는 44살, 여자의 엄마는 46살. 내 친구들이야!"

오토바이를 타다 넘어져서 다리가 부러졌다는 남자는 목발을 짚으며 술병을 가지고 다니며 술을 마신다. 뱀바의 친구인데 손가락을 까닥거리며 자꾸만 귀찮게 불러대는 남자.

"형 힘들다. 부르지 말어! 너 술 먹으면 뼈 안 붙어!"

조금 후에 목발을 한 남자의 형이자 여자아이 아빠의 친구인 오도덕(49)이 37세의 부인과 게르 안으로 들어와 다시 난장 법석이 되고.

어렵게 어렵게 그들의 관계도를 파악할 수 있었다.

마뜨가(50)와 그의 아내(46) 그리고 예쁜 여자이이, 오도덕(49)과 그의 아내(37) 그리고 동생(44), 그리고 뱀바의 친구들.

술에 취한 듯 힘이 없는 마뜨가는 핸드폰의 번역기에 이상한 글자들만을 적어주며 보여주고, 안쪽 주머니에서 술병을 꺼내어 사람들에게 술잔을 따라주는 오도덕은 나를 향해 연신 OK만을 외쳐댄다.

마뜨가는 나를 보며 자꾸만 자신의 집으로 가자고 제스처를 하고, 뱀바는 어딘가 정신없이 사라졌다 새 술병을 들고 생글생글 웃으며 나타난다. 이유를 알 수 없어 김병남 선교사님께 전화를 걸어 고마움을 전하고 이유를 설명 받는다.

뱀바가 아이를 낳아서 와이프가 있는 병원으로 내일 가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마뜨가의 집에서 잠을 재워 달라며 나를 부탁했던 것이고, 그 소식을 들은 마뜨가의 친구인 오도덕의 가족들이 구경을 하러 온 것이다.

예쁜 여자아이와 친구라고 생각하기엔 존댓말이 절로 나오는 마뜨가의 아내, 힘없이 느릿느릿 말을 하고 행동하는 마뜨가와 그의 친구 오도덕, 오도덕의 젊은 아내와 뱀바가 마뜨가의 집으로 이동을 한다.

마뜨가의 집은 단층의 벽돌집이다. 집의 현관인 창고에 넣어두고 작은 침대를 나에게 내어준다.

그리고 마뜨가와 오도덕, 뱀바는 또 어디서 사 왔는지 새 보드카를 꺼내어 술을 마시고 있다. 느릿느릿 술잔을 따라 상대방에게 건네주고 무언가 대화를 하며 술잔을 받아 아무런 안주도 없이 술을 마신다.

그 사이 마뜨가의 아내는 장작불을 피우고 밀가루 반죽으로 저녁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침대에 앉아 꼬마 아이와 놀고 있는 사이 술잔을 주고받으며 이야기를 하던 곳에서 소란이 일어난다.

오도덕의 아내에게 술을 권하는 뱀바와 술잔을 거부하며 피해 다니는 오도덕의 아내가 이리저리 방안을 돌아다니느라 시끄럽다. 마지못해 술잔을 받아들고 약간을 마신 후 술잔을 내려놓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오도덕의 아내.

그런데 갑자기 그 모습을 본 오도덕이 화를 내며 술병을 집어던져 깨뜨리고 뱀바에게 주먹을 날린다. 그리고 그의 아내에게 주먹질을 하는 것이다.

"헉, 너네들 뭐 하는 거야?"

한순간 집안이 아수라장이 되고, 주먹으로 얼굴을 맞았던 뱀바가 천천히 일어나며 오도덕에게 주먹을 날리며 무언가를 떠들어 댄다. 마뜨가의 아내와 오도덕의 아내가 어렵게 두 사람을 뜯어말리고, 두 사람의 몸싸움에 얼굴을 맞았는지 마뜨가의 코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다.

오도덕과 뱀바 그리고 오도덕의 아내가 집 밖으로 나가고 마뜨가의 코피를 지혈하며 깨진 술병의 유리조각을 치우는 동안 오도덕과 뱀바는 밖에서 서로 멱살을 잡고 주먹을 교환하고 있다.

"야, 이 사람들 답이 없는 사람들이네!"

한참 후에 오도덕과 뱀바는 어깨동무를 하고 집으로 들어온다. 얼굴에 상처가 난 뱀바와 주먹에 상처가 난 오도덕은 서로 뭔가를 말하며 화해를 한 모양이다. 그리고 이유 없이 맞아 코피가 난 마뜨가는 휴지로 코를 막고 소파에 앉아 있다.

"너희들, 너희들 정체가 무엇이냐?"

마뜨가와 오도덕 그리고 뱀바는 자리를 잡고 술을 따라 나긋하게 대화들을 하며 다시 술을 마신다. 계속 술을 권하는 오도덕을 피해 다니다 분위기를 바꿔주기 위해 그들과 자리를 함께 한다.

그 사이 저녁을 준비하던 마뜨가의 아내가 양고기 국수를 내어주고.

"깡술을 마시면 안 돼! 아니 이렇게 좋은 안주가 있는데 같이 먹어야지!"

자리를 잡고 그들과 앉아 대화를 하는 사이 분위기는 좋아지고, 농담을 하며 제스처와 스킨쉽으로 웃고 떠든다.

"툴가야, 몽골 사람들은 대체 이해할 수가 없다."

툴가에게 문자를 보내고, 다시 술을 사러 나가는 뱀바를 잡아 계속 깡술을 먹는 사람들에게 무언가 안주가 될만한 것을 사주려고 뱀바를 따라간다.

오토바이를 타고 꿀렁꿀렁 흙길을 달려 문이 열린 슈퍼를 찾아 마을의 이곳저곳을 들렸지만 열려있는 슈퍼가 없다.

"무슨 동네에 슈퍼가 이렇게 많아!"

슈퍼를 찾아온 동네를 돌아다니던 뱀바는 도로변의 식당으로 들어가고, 술을 사려는 뱀바 대신해 술과 몽골식 만두를 주문하고 돈을 낸다.

"내가 살게. 근데 술 마실 거면 만두랑 같이 먹어라."

양만두가 나오는 동안 한 잔씩의 술잔을 비우자 그곳에 있는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마뜨가와 오도덕이 포터 트럭을 몰고 식당으로 들어온다.

"정말 너희들의 정체가 무엇이냐?"

마침 주문한 만두가 나와서 마뜨가의 집으로 다시 돌아온다.

꿀렁꿀렁거리는 오토바이를 타고 돌아오며 바람에 모자가 날아가 버리고, 마뜨가의 집으로 돌아와 몇 잔의 술을 마시며 떠들며 웃는다.

"뱀바! 내 모자가 날아가 버렸어. 내일 찾아와! 노란 모자야."

피곤함 때문에 침대에 누워 먼저 잠이 들고, 잠든 지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지만 뱀바는 잠자는 나를 깨워 모자를 씌워준다. 잠결에 뱀바를 안고 고맙다고 중얼거리며 다시 잠이 든다.

생각해 보니 조명도 없는 그 어두운 곳에서 바람에 날아간 모자를 어떻게 찾아왔는지 궁금하다.


술을 마시며 느닷없이 주먹질을 하고, 이내 화끈하게 화해를 하는 이상한 몽골의 사람들 그리고 바람에 날아간 이방인의 모자를 찾아주려 어두운 동네를 뒤적이며 돌아다녔을 친철한 몽골의 사람들.


"야! 너네들 정체가 뭐야?"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99일 / 맑음 ・ 6도
동궈이-소도트쏨
호르고를 향해 가는 길, 동궈이 바른자야의 게르에서 야영을 하고 호르고로 떠난다. 90km 정도의 거리가 남았다.


이동거리
57Km
누적거리
9,497Km
이동시간
5시간 56분
누적시간
661시간

A0603
A0603
42Km / 2시간 40분
50Km / 4시간 25분
동궈이
바수이전
협곡
 
 
1,315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저녁 늦게까지 오토바이와 승용차들이 바른자야의 집을 드나들었지만 피곤함 탓인지 이내 잠이 들었다. 차갑게 불어오는 바람 때문이겠지만 날씨가 계속 추어지는 것 같다.

패니어를 정리하고 야영자리를 흔쾌하게 제공해 준 바른자야의 식구들에게 바른자야의 과자와 아빠의 맥주를 사주기 위해 언덕 위의 슈퍼로 간다.

8시가 조금 넘은 시각, 슈퍼의 문이 닫혀 있어 그냥 돌아와야 온다.

언제나 시크한 바른자야의 아빠와 짧게 인사를 하고 동궈이를 출발한다.

어제와 달리 맞바람이 조금씩 강해지고 동궈이를 벗어나자마자 시작되는 오르막길에 페달링이 느려져간다.

"왜 계속 올라가는 거지?"

몽골에 와서 태극기가 잠잠한 날이 없다.

한 시간 동안 느리게 오르막을 오르고 도로변에 앉아 작은 빵으로 아침을 대신한다.

"호르고에서는 제대로 된 식사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북향의 산에만 나무가 자르는 몽골의 산악지대는 볼 때마다 신기하다.

"여행자의 삶이란 어떤 것일까? 모험가, 수도승 아니면 그저 그런 방랑자?"

오르막길과 맞바람은 계속 이어지고.

오르막의 반복 끝에 멀리 비포장도로처럼 보이는 길이 산을 향해 굽어지며 올라간다.

"어떻게 타고 갈 수가 없는 길이네."

자전거를 끌며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사이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가던 남자가 나를 보며 오토바이의 뒤쪽에 묶여있는 밧줄을 가리키며 웃는다.

"바에르사!"

손을 가로저으며 도움을 주려는 남자에게 방긋 웃어준다.

흙길의 산을 넘어 조심스럽게 다운을 하니 길은 다시 포장도로가 나타난다.

"왜 산을 넘는 길들은 포장도로가 끊기지? 여기도 돈을 빼먹는 놈이 있나?"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던 오르막길의 끝이 보인다. 멀리 눈이 쌓인 높은 산들의 실루엣과 길게 이어진 하천의 강물들이 두꺼운 얼음으로 덮여 햇빛에 반사된다.

"어쨌든 풍경은 참 좋네!"

멀리 얼어붙은 하천을 바라보며 빵과 음료수로 점심을 한다. 이틀 동안 끊겨있었던 통신이 근처의 작은 마을 틸(Teel, Тээл)에 가까워지며 작은 안테나를 반짝이며 연결되어 있다.

"벌써 1시인데, 아직도 50km가 더 남았네."

도로변의 작은 마을을 지나며 제대로 된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처럼 생긴 곳에 들어갔지만 문이 닫혀 있다.

평탄한 길이 이어지지만 바람 때문에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한 시간을 달려 다시 작은 마을의 모습이 나타난다.

"밥을 먹어야 해. 식당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화물차들이 정차되어 있는 곳으로 들어가는데 작은 집 앞에 있던 노인이 나를 향해 손짓을 하며 부른다.

"코리아? 문재인!"

할아버지의 집에 자전거를 세우고 쳐다보고 있으니 할아버지가 문재인 대통령의 이름을 또박또박 발음한다.

"오! 할배 문파야?"

할아버지를 보고 밥을 먹는 제스처를 하며 화물차들이 정차되어 있는 곳을 가리키니 자신의 집으로 들어가자고 한다.

할아버지의 집에는 할머니와 손녀로 보이는 아이가 있다.

자리에 앉아 숨을 돌리고 있으니 할아버지가 뜨거운 물과 함께 커피와 설탕을 내어준다.

오래된 몽골 지도를 가져와 지명들을 읽어주며 현재의 위치를 확인시켜 주는 할아버지.

"할아버지, 이름이 뭐예요? 네르?"

느린 걸음으로 볼펜과 종이를 가져온 뒤 자신의 이름을 또박또박 적어준다.

"할배, 어려워서 나는 못 읽겠네."

빵을 가져오고 쌀을 가져와 보여주는 할아버지에게 손사래로 거절을 하고 사진을 찍는다.

"할배, 건강하게 오래 사세요!"

"할배, 웃어야지. 웃어봐요!"

할아버지의 집에서 따듯한 커피를 마시고 다시 길을 출발한다.

"아이고 언제 가나!"

마을의 끝을 벗어나자 맑은 물소리와 함께 김병남 선교사님이 말했던 협곡 같은 곳이 나타난다.

마치 제주도의 어느 마을 앞을 흐르는 하천처럼 검은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이색적인 협곡의 모양이다.

"가다 보면 그랜드캐니언 같은 협곡이 나와요. 나는 그곳이 정말 좋더라고요."

김병남 선교사가 그랜드캐니언과 비교하며 말했던 곳인가 싶다.

"선교사님도 참! 뭐 어쨌든 해발 2,000미터의 초원에서 보는 멋진 풍경이네."

도로를 따라 협곡의 모습은 계속 이어지고 도로와 멀어지기 전에 안쪽으로 들어가 풍경을 구경하고 싶어진다.

"내가 또 궁금하면 못 참는 성격이다. 들어가자!"

도로를 벗어나 50미터 정도 자전거를 끌고 협곡 쪽으로 들어간다.

생각보다 꽤 깊은 높이로 파여진 자연 협곡이다.

거의 변함이 없는 초원의 풍경 속에서 갑작스레 나타난 협곡의 모습은 신기하고 낯선 풍경이다.

협곡을 따라 천천히 걸어가며 풍경을 감상하다 이곳에서 야영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여기 어디서 텐트를 쳐도 괜찮겠는데."

도로와 떨어져 있고, 도로를 이동하는 차량도 별로 없고, 바위와 언덕으로 가려져 있는 장소라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해도 좋을 것 같다.

"아 좋은데, 통신도 느리지만 연결이 되고."

1시간 가까이 협곡의 주변에 앉아 풍경을 감상하며 야영에 대한 고민을 하다 너무 이른 시각이라 조금만 더 이동하기로 결정한다.

"그래도 60km는 채워야겠지!"

천천히 길을 따라 이동하는 사이 주변의 풍경은 현무암 지반의 독특한 지형으로 변하고, 나무가 자란 숲길로 이어진다.

"몽골의 숲길은 이런 느낌이구나."

오래된 침엽수들 사이로 풀들을 뜯는 말들이 지나다니고, 제법 울창하게 들어선 숲을 보니 늑대도 살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숲길의 끝에 타리안트의 경계를 알리는 구조물이 나오고.

멋진 협곡이 구부러진 언덕 위로 리조트처럼 보이는 작은 건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몽골 하나로 투어 여행사? 한국 여행사 리조트인가?"

"일단 가보자!"

한국인 여행객들이 있을지 모를 리조트를 향해 무작정 자전거를 끌고 들어간다. 협곡의 끝에 조성된 리조트는 작은 나무 펜션과 게르들이 들어서 있다.

"코리아?"

나를 보고 밖으로 나온 여자들에게 리조트가 한국 여행사의 리조트인지를 물으니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여자는 인적감이 없는 펜션과 게르를 가리키며 잠을 자는 제스처를 한다.

"나 여기서 잠을 자도 돼?"

여자는 손을 가로저으며 리조트의 위쪽 도로변에 있는 몇 채의 게르를 가리키며 밥을 먹는 시늉과 잠을 자는 제스처를 한다. 아마도 여행 시즌이 아니라 리조트가 운영되고 있지 않는 모양이다.

리조트의 여자가 가리킨 도로변의 게르로 올라가니 한 여자가 나를 보며 반갑게 손짓을 하며 반겨주고, 게르의 옆 공간을 가리키며 텐트를 치라는 듯 안내를 한다.

도로변의 작은 식당으로 보이는 곳에 자전거를 세우고, 여자는 식당 내부를 페인트칠을 하는 중이라며 알려준다.

"식당 내부 인테리어를 하나 보네."

여자를 따라 들어간 게르에는 식당을 공사하는 인부처럼 보이는 사내들이 4명 정도가 침대에서 쉬고 있다.

"소주!"

게르의 테이블에 앉아 반갑게 인사를 하던 남자는 '소주'를 반복적으로 말하며 참이슬 병을 보여주며 나에게 술을 따라준다.

"뭐야? 참이슬이네. 한국 제품이잖아!"

남자가 안주도 없이 큰 사발에 마시고 있는 참이슬은 한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가정용 소주다.

"소주! 소주 좋아? 보드카를 마셔야지! 몽골 보드카!"

"몽골 보드카 모! 모!"

남자는 연신 소주를 외치며 엄지를 치켜세우고, 몽골의 보드카는 나쁘다며 새끼손가락을 아래로 향하며 모모를 외친다.

그 사이 여자는 소금을 뿌린 냄비에 감자를 넣고 볶는다.

약간의 물과 함께 고기를 넣고.

몽골의 조미료 같은 것을 뿌리고.

밀가루 국수를 푸짐하게 집어넣고.

끓인다. 몽골 사람들이 주식으로 먹는 초이완을 만드는 것이다.

바구니에 가득 담겨있는 작은 빵을 먹으라고 권하며 소주를 따라주는 남자의 잔에 손사래를 치며 밖으로 나온다.

"안 돼! 빈속에 소주를 마시면 속 쓰려. 초이완하고 같이 먹어야지."

공사 중인 가게의 주변에는 어디서 가져왔는지 참이슬 박스가 여러 개 놓여있다.

잠시 후 음식이 나오고 남자가 건네준 소주와 함께 맛있게 저녁을 먹는다.

텐트를 치는 것을 구경하는 남자에게 패니어에 들어있던 관절염 진통제를 몇 개 건네준다. 소주를 마시며 팔목과 어깨에 소염제 같은 로션을 바르며 아프다는 제스처를 했던 남자다.

"여기 아플 때 한 알씩 먹어!"

남자에게 진통제를 주는 것을 본 여자가 다가와 '에취! 에취!'하며 감기약이 있는지 물어보며 산만한 덩치로 아양을 떤다.

"없어! 그냥 이거나 써!"

먹지 않는 진통제는 몇 알 준다 해서 큰 문제는 없지만, 감기약은 누구에게 나눠줄 만큼 넉넉하지 않다. 뭔가를 바라는 여자에게 오초르가 주었던 쓰다 남은 핸드크림을 건네준다.

우리나라 개그맨을 닮은듯한 인상의 남자와 장난을 치며 시간을 보내고.

나를 향해 짖지도 않고 잘 따르는 이상한 몽골 개와 협곡으로 산책을 나간다.

협곡의 주변에는 동물의 뼈들이 잔뜩 흩어져 있다.

"늑대가 먹은 거 아냐?"

"쫓아오는 개들을 때리려면 이거라도 들고 다녀볼까."

한가롭게 풀을 뜯는 소들을 보니 언젠가부터 소의 생김새가 야크처럼 생겼다.

"할미꽃인가?"

게르와 조금 떨어진 곳에 화장실이 설치되어 있고, 몽골 초원의 화장실을 보면 바람이 주로 어디에서 불어오는지 알 수 있는 것 같다.

해가 지기 시작하여 길 건너편 돌바위가 있는 작은 산에 올라간다.

멀리 협곡의 모습이 보이고.

내일 지나가야 할 서쪽으로 길게 뻗은 도로도 보인다.

그리고 초원의 일몰이 시작된다.

"초원의 아름다운 석양을.."

"내 손에 담아.."

"너에게 줄 수 있으면 좋겠다!"

찬 바람과 함께 구름 사이로 떨어지는 아름다운 석양빛이다.

찬 바람이 불어오는 산을 내려와 불리해지면 벌러덩 누워버리는 개와 장난을 치며 시간을 보내고.

초저녁 무렵 빠르게 잠이 들었다. 그리고 우렁차게 짖어대는 개들의 소리와 텐트 가까지 지나가는 소들의 움직임 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깬다.

요란하게 지나다니는 오토바이 소리와 게르에서 떠드는 사람들의 소리는 밤늦게까지 계속되고, 하늘에는 별들이 빼곡하게 박혀있다. 핸드폰 카메라를 들어 사진을 찍어보지만 블랙 화면만이 찍힌다.

카메라를 꺼내어 별을 찍는 연습을 하고 싶지만 너무 추워서 귀찮다.

자정이 넘어 다시 잠이 든다. 호르고까지 30km 정도가 남아있어, 아침 일찍 출발하면 점심 이전에 도착하여 편안하게 쉴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왜 밤늦게까지 싸돌아다니는 거야? 딱히 할 것도 없는 이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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