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75, 76일 / 눈 ・ 8도
체체를렉
조용한 도시 체체를렉에서 휴식을 취하며 시간을 보낸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9,326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647시간

라마교사원
식당
0Km / 00분
0Km / 00분
숙소
숙소
숙소
 
 
1,180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눈이 내리며 기온이 떨어진 체체를렉, 진눈깨비처럼 눈이 내리더니 하늘이 어둡다. 체체를렉을 둘러싸고 있는 산들은 모두가 하얗게 변해있다.

아침으로 먹을 것은 일명 풀 일글리쉬 블랙퍼스트.

"빵 식사에 적응을 해야 해."

게스트하우스는 러시아 사람들이 빠져나간 이후로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다. 3인실의 방을 혼자 독차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페어필드 전체를 독차지하고 있는 기분이다.

산책을 하기 위해 패니어에 들어있던 방풍 재킷을 다시 꺼내어 입고 불교사원을 둘러본다.

게르 형태로 지어진 작은 라마교의 불교 사원을 문을 열고 들어간다.

동그란 게르의 정면에 부처로 보이는 상들이 모셔진 제단이 있고, 천장으로 달라이 라마의 사진과 스님으로 보이는 모르는 사람의 사진도 커다랗게 걸려있다.

양쪽으로 나누어진 책상에 각각 세 명의 스님들이 앉아 있고 사람들이 마주 보며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입구 쪽에 놓아진 작은 의자에 네 명의 사람이 순서를 기다리며 앉아있어 조용히 그 옆에 앉는다.

옆에 있는 여자에게 사진을 찍어도 되는지 물어보니 안된다며 엷은 미소를 보인다.

스님들은 작은 쪽지 같은 것을 넘기며 불경 같은 것을 계속 읊조리며 종을 울리거나 통에 든 주사위를 굴리거나 부적 같은 것을 적어 사람들에게 건네준다.

사람들은 스님들의 앞에 앉아 두 손을 모으고 기도를 하거나 수첩에 무언가를 받아 적는 등 모두 제각각이다. 아이와 함께 온 사람, 부부처럼 보이는 사람, 중년의 아주머니, 부녀처럼 보이는 사람 등등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앉아있다.

마치 우리의 점집이나 신당에 와있는 기분이 든다. 사람들의 모습이 사뭇 진지하고 경건한 모습들이다.

낮은 중저음의 불경 소리가 편안하여 오랫동안 그들의 모습을 구경하다 숙소로 돌아온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몽골도 토템신앙을 기본으로 티벳불교의 문화가 복잡하게 섞여있는 것처럼 보인다.

학교 옆에 있는 공원이 조각상. 중국의 조각상들이 정교하다면 몽골의 조각상들은 모두가 강렬하다.

주변의 몽골리안 식당이 있는지 물어봤지만 토요일이라 대부분 문을 열지 않는다며 안내를 해준다. 딱히 먹고 싶은 음식도 생각나지 않고 숙소에 있는 피자를 시켜 먹어본다.

10,000투그릭, 4,500원 정도의 피자인데 부드럽고 편안한 맛이다.

저녁 무렵 랜드로버를 타고 여행을 하는 독일인 커플이 게스트하우스에 들어온다. 러시아를 통해 몽골로 들어온 그들과 가볍게 인사를 하고, 컴퓨터로 무언가를 정리하는 남자가 짧게 대화를 하며 여행자 명함을 건네준다.

남자는 바로 인스타그램으로 친구 등록을 하며 'long long journey'라며 친근하게 웃는다. 조금씩 영어가 들리기 시작하지만 여전히 말하는 것이 어렵다.

여행하며 아무 말이나 내뱉고 다니다 보니 외국인에 대한 낯선 거부감이나 언어 사용에 대한 부끄러움 같은 것이 전혀 없다.

"뭐 아무 말이나 던져 놓으면 지들이 알아듣겠지. 못 알아들으면 번역기 쓰고!"

함께 자전거를 타며 여행하는 외국 친구가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이 든다. 대충 나보다는 나이가 어릴 테니 언어도 배우고 일도 부려먹을 수 있게 말이다.

몽골의 게르나 집에서는 연료로 석탄을 태워 사용하기 때문에 마을은 언제나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은 연기로 가득하고, 연탄 냄새 같은 것이 난다.



새벽까지 진눈깨비가 날리더니 여전히 아침이 흐리다. 10시쯤 게스트하우스를 나서는 독일 커플과 인사를 나눈다. 마치 페어필드의 호스트가 된 기분이다. 남자는 나의 인스타그램으로 소식을 보겠다며 인사를 하고, 잘 생겨서 예쁜 여자는 좋은 여행을 하라며 악수를 청하며 웃는다.

"개미 손톱만큼 부럽기는 하다!"

숙소에서 아침을 먹고 하루 종일 자료들을 정리하며 시간을 보낸다. 점심 무렵 외국인 커플이 게스트하우스에 들어왔지만 숙소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바로 나가버린다.

이후로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다.

나를 싱가폴 사람으로 생각했다는 여직원 자이카와 인사를 나눈다.

"싱가폴 사람보다는 내가 귀티가 날 텐데."

복도의 테이블에 앉아 컴퓨터 자판을 두들기고, 소파에 기대어 핸드폰의 자판을 두들긴다.

저녁 8시가 되어 출출함이 느껴져 자니카에게 근처에 테이크 아웃 식당이 있는지 물으니 길 건너편의 식당과 숙소 바로 옆에 있는 호텔에 식당이 있다고 알려준다.

"저게 식당이었어?"

자니카에게 저녁을 어떻게 먹는지 물어보니 집에 가서 먹는다고 한다.

"나 밥 먹으러 갈 건데, 같이 안 갈래?"

언제나 웃는 얼굴의 자니카가 조금 주저하길래 같이 가자며 반강제적으로 소원을 한다.

불고기 같은 한국 음식을 판다는 길 건너편 식당은 불이 켜진 채 문이 닫혀있어, 숙소 옆에 있는 호텔의 식당으로 들어간다. 가라오케가 운영되는 묘한 컨셉의 호텔 식당에서 메뉴들을 주문했지만 요리가 안된다고 하여 간단한 것들을 시켜 먹는다.

"우리 게스트하우스에도 한국 음식이 있어."

"앙? 페어필드에 한국 음식이 있다고?"

"응."

왜 나는 쓸데없이 빵 식사에 적응을 한다며 굳이 양에 차지도 않는 빵과 베이컨 같은 것을 먹고 있었을까 싶다.

체체를렉에서 태어난 27살의 자니카는 7살의 딸이 있고, 남자 친구와 살고 있는데 아버지가 결혼을 반대해서 결혼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맞는지는 모르겠다.

나처럼 여행을 하고 싶은데 가족, 돈, 일 등등으로 갈 수 없다고 말하고, 한국에 가보고 싶은데 비자를 받는 것이 어려워 갈 수 없다고 한다.

김병남 선교사님이 말하기를 몽골에서 한국에 가려면 500만투르크 정도를 보증금으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한다. 비행기표 값이나 여행경비 등등을 고려하면 보통의 몽골인들이 한국을 여행하기란 쉽지가 않을 것 같다.

나보다 영어를 잘하는 자니카와 어쩌면 삶의 고민거리일지도 모를 이야기가 오가다 보니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든다.

"아, 나는 왜 사람들과 이야기만 하면 주제들이 이렇지."

자니카와 페이스북을 연결하고 식당에서 나와 숙소로 돌아온다. 밥을 잘 먹었다며 웃으며 인사하는 자니카.

"같이 먹어줘서 내가 더 고맙지."


"I don,t know whether to stay another day or leave."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94일 / 흐림 ・ 8도
체체를렉
흐리고 쌀쌀해진 날씨, 하늘에서 싸리눈이 하나둘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이동거리
00Km
누적거리
9,362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647시간

뒹굴뒹굴
뒹굴뒹굴
0Km / 00분
0Km / 00분
숙소
수도원
숙소
 
 
1,180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해발 1,600미터의 도시 체체를렉, 쌀쌀해진 아침이다. 어두워진 하늘에서 하나둘씩 진눈깨비가 떨어져 내린다.

"눈이 내리려나 보네."

1층에 있는 카페 겸 식당으로 들어간다. 친철한 웃음을 갖은 어제의 여직원이 방긋 인사를 건넨다.

단품으로 적혀있는 메뉴들을 고르며 배가 많이 고프다고 하니 아침 세트 메뉴를 추천해 준다.

"아마도 오늘 눈이 내릴 거예요. 날씨가 추워요."

하늘을 보고 있는 나에게 여직원이 친절하게 날씨를 알려주며 음식을 가져다준다. 빵을 잘 먹지 않는 나에게 팬케잌과 빵, 베이컨 등의 아침 식사는 어색하고 성에 차지 않는다.

"빵으로 먹는 식사에도 익숙해져야지."

게스트하우스답게 이곳저곳에 여러 나라의 소개 자료 같은 것들이 걸려있고.

"이곳에 산악자전거 투어 같은 것이 있나?"

바위가 있는 산악지역이라 MTB 코스가 있는지 궁금해진다.

"오후에 시간을 봐서 한 번 가볼까. 체체를렉의 싱글 코스를 타보고 싶네."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던 여행객들이 하나둘 짐들을 들고 빠져나가고, 여행 자료를 정리하다 산책을 하기 위해 밖으로 나간다.

숙소 뒤편의 바위산에 사찰 같은 것이 있어 올라가 보고 싶어진다.

"저기 올라가면 체체를렉이 한눈에 들어오겠네. 가보자."

학교가 있는 작은 공원에 불상으로 보이는 석상이 놓여있는데 그 모습이 이색적이다.

공원 뒤편에 있는 기와지붕의 오래된 건물이 보인다.

"이곳이 사찰인가?"

자전거를 공원의 난간에 묶어두고 건물로 들어가며 안내 간판을 살펴보니 사찰이 아니고 박물관이다.

몽골의 사자상의 입 부분에는 무엇을 묻히는지 모두가 시커먼 기름 같은 것이 묻어있다.

5,000투그릭 입장권을 사들고.

작은 박물관 안으로 들어갔는데, 뭔가 휑하니 그렇다.

몽골은 알록달록 원색을 많이 사용하고, 문양이나 조각상들의 형상이 강렬하다.

옛 게르의 모형을 봐도 지금의 게르와 별반 다른 것이 없다.

옛 건축물을 전혀 볼 수 없던 몽골에서 유적처럼 남겨진 건물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운 같다.

박물관 안에는 과거의 생활 유물들과 종교 관련 유물들 그리고 근현대의 역사 정보들이 3개의 구역으로 나눠져 전시되어 있다.

라마교의 부처상은 느낌이 사뭇 다르고, 종교 관련 조각상들의 마치 악마나 사탄의 형상을 표현한 것처럼 강렬하고 이색적이다.

"마르코 폴로가 서방에 몽골을 알려주기 전, 사람들은 우리는 야만인으로 생각했데요."

울란바토르에 세워진 마르코 폴로의 석상에 대해 물었을 때 툴가가 대답했던 말들이 떠올른다. 토템 신앙을 뿌리에 두고 있는 몽골의 독특하고 이색적인 문화를 엿볼 수 있다.

60년대 체체를렉의 모습을 그린 그림도 보이고, 박물관이 있는 건물과 뒤편의 사원을 제외하고 모두가 사라지고 없는 것 같다.

원나라의 성쇠기 100년간 원나라의 속국으로 지배를 받았던 고려시대의 지도도 보인다.

"외세에 많이도 치이면서 살아온 민족이야. 지금도 여전히 그러하니 짠하다 짠해!"

거대한 대륙을 정복했던 몽골이 자신들의 글자를 잃어버리고 산다는 것도 아이러니하다.

칭기스칸 광장에 있던 조각상의 모형도 보이고.

관람객이 아무도 없는 박물관을 혼자서 구경하고.

박물관의 뒤편의 사원으로 올라간다.

돌산을 배경으로 부처상이 보이는 많은 계단이 보이고.

"무엇을 묻혀놓은 거지. 궁금해지는데."

가족단위의 사람들이 보이고.

계단의 중앙으로 12간지의 동물들상이 순서대로 놓여있고, 호랑이 조각상 밑에 돌을 하나 올려놓고 계단을 올라간다.

정상의 사원 앞에 커다란 부처상이 세워져 있는데 왠지 우리의 부처상과 너무나 똑같다.

체체를렉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수도원의 주변을 둘러보고 부처상의 오른 편에 놓여있는 종을 보기 위해 가까이 가보니 이것은 한국의 종이다.

"세계인류평화 기원의 종. 설마 저 부처상도 한국에서 세워놓은 것인가?"

시내 중심의 좌우 언덕으로 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붙어있는 체체를렉의 풍경이 소박하고 아름답다.

산악 초원에도 꽃들이 피기 시작하고, 초원의 능선에 들어서 있는 몽골의 집들에도 익숙해져 간다.

"Are you tourist?"

수도원을 내려오던 중 산 길에서 걸어 내려오던 외국인과 눈이 마주치자 관광객인지를 물어본다. 러시아에서 워킹 여행을 왔다는 그와 인사를 나누고 여행자 명함을 주며 대화를 나눈다.

"Good luck!"

봄과 가을에 짧은 기간 여행을 즐긴다는 러시아 남자와 이야기를 나누며 자전거를 세워둔 박물관 앞까지 함께 걸어온다. 러시아 남자는 그의 빠른 영어 발음이 부담스러워질 때쯤 짧은 인사와 악수를 건네고 시크하게 바쁜 걸음으로 걸어가버린다.

"오, 브로. 뭘 좀 아는 녀석이군."

자전거를 타고 체체를렉의 시내를 잠깐 구경하고 몽골 씨름 선수의 석상이 세워진 사거리에서 사진을 찍고 있으니 자전거를 탄 초등학생 정도의 꼬마가 인사를 한다.

"안녕. 너 한국 자전거 타는구나."

알톤 자전거를 타고 있는 꼬마에게 자전거 가게가 어디에 있는지 물어봤지만 모른다고 한다. 숙소에 보았던 트렉 자전거 샵을 찾아보려고 했지만 보이질 않아 숙소로 돌아온다.

숙소의 카페에 걸려있는 트렉 자전거 매장의 약도를 가리키며 어디에 있는지 직원에게 물어보니 한참 동안 포스터를 살펴보더니 울란바토르에 있는 가게라고 알려준다.

"Not here? 아쉽네. 산악코스가 있으면 MTB로 달려보고 싶었는데."

동네 곳곳에 소들이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는 체체를렉.

마땅한 음식점을 찾지 못하고 호텔에 있는 음식점으로 들어간다.

높은 테이블과 낮은 소파가 음식을 먹기에 불편한데 내몽골에서부터 이런 구조의 음식점들이 많다.

"내가 짧은 거겠지."

영어를 잘 구사하는 남자는 몽골어로 되어있는 메뉴판 대신 영어 메뉴판이 있다며 책상을 뒤적거린다. 괜찮다며 몽골어 메뉴판을 가지고 와 펼쳐보는 순간 영어 메뉴판이 왜 필요한지 알게 되었다.

도무지 알아볼 수 없는 메뉴들 속에서 김치찌개백반 같은 것이 보이고 제육볶음 같은 메뉴가 보인다.

"난 소고기나 양고기가 먹고 싶은데."

남자에게 메뉴판을 가리키며 돼지고기인지를 묻자 그렇다고 대답하며 매운 양념으로 볶은 음식이라며 소개를 한다.

"제육볶음이네. 이걸로 주세요."

10분 정도가 지나 제육볶음이 나오고, 밥이 없느냐는 질문에 숟가락과 젓가락을 가져다주며 두 공기의 밥과 함께 약간의 반찬을 내어주었다. 아마도 2인분의 메뉴인가 싶다.

맵다는 주인 남자의 설명과 달리 내 입에는 아주 달달하게 맛있는 정도다. 국물 떡볶이 정도의 느낌이랄까.

한국에서 이런 음식을 주면 형편없다고 말하겠지만 외국인들이 먹기에는 아주 적절한 맛의 제육볶음이다. 김병남 선교사와 먹었던 김치찌개도 그랬지만 한국 음식의 맛이 조금은 느껴지면서 현지인들이 먹기 편한 게 만들어지는 음식들이다.

중국의 한국 음식점에서 판매되는 한국 음식들이 아주 이상한 형태의 맛이라면, 몽골에서 판매되는 한국 음식들은 고개가 끄덕여지고 이해가 되는 그런 맛이다.

"아주 맛있게 잘 먹었다. 좋은 음식이다."

식당의 남자와 여행에 대해 짧은 이야기를 하며 여행자 명함을 건네주고 나온다. 저녁을 먹는 사이 비가 내렸는지 도로와 땅들이 젖어있다.

슈퍼에 들러 숙소에서 주전부리로 먹을 것들을 골라 담고, 독수리 타법으로 POS기를 사용하는 아주머니 탓에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참 느긋하단 말야."

서툰 업무인지 계산을 하기 위한 줄이 길어지지만 짜증을 내는 사람도 없고, 빠르게 계산을 처리해 주려고 허둥거리지도 않는다. 한국에서 이런 상황이라면 귀까지 빨갛게 변하여 어쩔 줄을 모르고 땀을 뻘뻘 흘리고 있을 텐데, 카운터의 여자는 너무나 태연하고 느리다.

해발이 높아지면서 진공 포장되어 있는 제품들이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다.

아침에는 눈이 내리고 오후 들어 맑아지더니, 저녁에는 잠시 비가 내리고 이내 비현실적인 구름들이 저녁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이 소들을 주인이 있는 거야?"

조용하고 아름다운 마을 체체를렉이 마음에 든다.

문제라면, 이런 좋은 곳에서는 많은 생각들이 낡은 영사기의 파노라마처럼 찌그덕거리며 돌아간다는 것이다.

그때는 미처, 그때는 그저, 아마도, 어쩌면, 그래서.. 그러했는지 모르겠다 등등의 유효 기간도 없이, 순서도 없이 무례하게 파고드는 낡은 감정들.

툭.. 툭.. 툭. 이제는 괜찮은지 묻는 듯 감정의 끝을 건드려 놓고, 이번엔 어떻게 할 것인지 지켜보는 것처럼 빈 시간을 놓아둡니다.


"이번엔 네가 틀렸어. 널 이곳에 놓아두려고 온 거야! 꽤나 힘들 거야. 다시 나를 찾으려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93일 / 맑음 ・ 20도
카라코룸-코톤트-알탄유브-체체를렉
카라코룸에서의 야영을 마치고 체체를렉으로 향한다. 남부의 사막 초원과는 다른 몽골 중부의 푸른 산악 초원을 달린다.

이동거리
111Km
누적거리
9,362Km
이동시간
7시간 12분
누적시간
647시간

에르덴산트
A0602
85Km / 5시간 08분
36Km / 2시간 04분
카라코룸
알탄유브
체체를렉
 
 
1,180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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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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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6-9911-4119

 

새벽 몽골 초원의 날씨는 생각만큼 쌀쌀하고 추웠고, 깊은 잠에 빠져들지 못하고 가수면에 가까운 잠자리로 새벽까지 뒤척였다. 겹겹이 옷을 껴입고 여름 침낭을 덮었지만 조금씩 한기가 밀려들어 불편한 잠자리를 뒤척이게 만들었다.

새벽 5시가 되어서야 피곤함에 못 이겨 잠에 빠져들고 해가 떠오르며 따듯해진 텐트 안에서 피곤함을 달래며 게으름을 피웠다. 거세게 불던 바람은 사라지고 밤새 귀를 간지럽히는 새들의 지저귐이 즐겁다.

"마른 풀과 새롭게 새싹들이 자라나는 초원의 냄새 그리고 새들의 노랫소리."

"선교사님, 여행 다니며 누구라도 만나려면 침낭이 하나 더 필요하겠어요."

커피를 끓이고 선교사님과 앉아 몽골에 대한 궁금증과 유목 민족의 몽골인들의 이야기로 초원의 아침을 보냈다.

몽골의 초원에서 쑥처럼 자라는 풀은 독초처럼 만지면 쓰라리고 아파서 동물들조차 먹지를 않는다고 한다.

카라코룸(Хархорин)에서 체체를렉(Цэцэрлэг)까지는 120km 정도의 거리이다. 김병남 선교사는 체체를렉으로 가는 길의 초입까지 배웅을 해준다. 체체를렉 100km의 거리를 알리는 이정표에서 차량을 세우고 자전거를 꺼내어 패니어들을 장착한다.

고생스러운 잠자리였지만 함께 추억을 만들어준 선교사님과 포옹을 하며 인사를 하고 체체를렉으로 향한다.

파릇파릇 풀들이 자란 몽골 중부의 초원은 남부의 사막 초원과는 달리 생동감이 느껴진다.

한 시간 정도를 달려 작은 마을 호턴트(Khoton, Хотонт)에 도착한다.

카라코룸에서 이어지는 작은 강줄기가 마을을 돌아가고.

"말이나 양들은 자기 소유를 어떻게 확인하죠?"

넓은 초원을 돌아다니는 가축들의 소유를 어떻게 확인하는지 물었을 때 선교사님은 유목민의 고유 인장이나 인식표를 찍고, 뿔 같은 곳에 각자의 색으로 표시를 한다고 알려주었다.

염소들의 양쪽 뿔에 초록색 페인트가 칠해져있고, 양들은 엉덩이에 초록색 페인트가 칠해져있다.

마을의 초입에도 풀을 뜯는 양들이 가득하고.

"이놈들은 노란색과 초록색 페인트가 칠해져있네."

도로변에 있는 작은 슈퍼에서 물과 오렌지 음료수를 산다. 중국에서 매일처럼 먹었던 콜라가 지겹기도 하고 목이 칼칼하여 콜라보다는 과일음료가 낫겠다 싶다.

계산을 하며 밥을 먹는 제스처를 하며 식당이 어디에 있는지 물어보고 손가락을 가리켜 알려주는 길 건너편의 식당을 확인한다.

슈퍼에서 나와 잠시 쉬고 있으니 조그마한 초등학생이 다가오며 인사를 한다.

"Hi, My name is Sutan!"

수탄과 인사를 하고 가볍게 악수를 청하니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슈퍼의 여주인이 우리들을 지켜보며 재미있다는 듯이 웃는다. 인사를 하고 지나가는 수탄을 다시 불러 사진을 찍는다.

슈퍼의 주인이 알려준 식당은 작은 호텔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이다. 자전거를 묶어두고 케니지의 음악이 흘러나오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한때 우리나라의 경양식집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던 케니지의 색소폰 연주는 몽골의 레스토랑에서 가장 흔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이다.

제복을 입은 여직원이 메뉴판을 건네주고, 소고기와 볶음밥이 함께 있는 9,900투그릭의 음식을 주문한다.

"4,500원 정도 하는가? 아주 소고기가 가득가득하네!"

지금껏 몽골에서 먹어 본 소고기들은 마블링 같은 기름 부위가 전혀 없는 살코기들이다. 짭조름한 밥과 소고기 볶음은 탄산음료나 주스와 함께 먹으면 괜찮을 것 같다.

점심을 먹고 배가 차오르니 게으름과 함께 나른함이 찾아든다.

"여기서 하루 머물다 갈까?"

잠자리의 불편함으로 피곤함이 남아있던 터라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여직원을 불러 숙소의 숙박비를 물어보니 핸드폰에 9,900을 입력한다. 잠자는 제스처를 하며 호텔 쪽을 가리키니 이해했다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100,000을 입력하여 보여준다.

"헐! 시골 호텔에 뭐가 있길래 50,000원씩이나 하는 거야?"

체체를렉으로 좀 더 이동하여 적당한 곳에 텐트를 치고 시간을 보낼 생각으로 길을 나선다. 게으른 페달링으로 속도가 나질 않고 길을 산악 초원의 오르막이 계속 이어진다.

고개를 넘으면 다시 고개가 이어지는 전형적인 산악 초원의 길, 한 시간씩 라이딩과 휴식을 반복하며 지나치는 양들과 소, 말들에게 인사를 하고.

헤드라이트를 깜박이거나 크게 손을 들어 인사하는 운전자들 그리고 유목민의 복장을 하고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사람들에게 손인사를 하며 지루함을 달랜다.

터널이 없는 몽골의 산악 초원은 크게 회전을 하며 하늘을 향해 올라가야만 한다. 오후가 들어서며 바람이 사라지고, 길게 이어지며 반복되는 오르막길은 나지막이 떨어지는 내리막길로 힘든 업힐의 보상을 한다.

업힐과 다운힐의 질주, 푸르게 변해가는 산악 초원과 하늘의 구름을 보며 조금씩 라이딩의 즐거움이 찾아든다.

"정말 오랜만에 바람 없이 달려보네."

"일단 바람막이를 벗고 달려 볼까?"

"뭔가 허전하군."

"저걸.."

"야! 심심한데."

"뛰자!"

초원 한가운데에서 쓸데없는 제자리 뜀박질을 세 차례 정도 하니 다리에 힘이 없다.

"괜히 했어!"

핸들바의 언더를 잡고 내리막과 오르막의 길을 신나게 달리다 보니 초원에서 말을 타고 말들을 몰던 목동이 나를 보며 손을 흔든다. 자전거를 눕히고 초원으로 걸어 들어가니 앳된 얼굴의 목동이 인사를 한다.

풀밭에 덥석 주저 않아 말들을 주시하며 나를 보더니 말의 고삐를 건네주며 뭐라고 말한다.

"말을 타보라고? 나 말 못 타!"

짧은 새싹의 풀들을 뜯어먹느라 건강한 치아를 드러내며 바쁜 말, 몽골의 말들은 크기가 그렇게 커 보이지 않는다.

"너 이름이 뭐야? 난 싸비야."

손가락을 가리키며 내 이름을 말하고, 목동을 가리키며 이름을 물어보는데 자꾸만 내 발음을 따라 하면서 웃기만 할 뿐 자기의 이름을 말하지 않는다. 구글 번역기는 네트워크가 오프라인이 되면서 작동을 하지 않고.

"너, 취니 네르? 타니인가? 타니 네르? 취니, 타니 네르?"

"타르마!"

다섯 번을 타니, 취니 하면서 이름을 물으니 그제서야 이해한 듯 작은 목소리로 자신의 이름을 말해준다.

"다르마? 타르마?"

아무리 들어도 몽골의 발음을 알아들을 수 없으니 그냥 타르마라고 부른다.

"타니 게르..?"

게르가 어디인지를 묻고 게르 주변에 텐트를 치고 잘 수 있는지 물어보고 싶은데 잘 번역이 되지 않는 구글 번역기가 오프라인으로 완전히 죽어있다.

"이럴 때 꼭 데이터가 떨어지거나 네트워크가 끊기더라."

혼자서 중얼거리며 게르가 어디인지를 물어볼 방법을 찾는 동안 타르마의 말에서 '바이시떼'라는 말이 들려온다.

"엉. 간다고?"

급하게 엉덩이를 털고 일어나니 타르마는 이미 말에 올라 멀리 흩어져 있는 말들을 향해 소리를 치며 달려고 한다.

"타르마, 바이시떼!"

손을 흔들고 떠난 타르마는 멀리까지 흩어져있던 말들을 몰고 와서 도로 건너편으로 말들을 몰아 이동시킨다.

"소들은 시간이 되면 자기들 스스로 집을 찾아오는데 말들은 그냥 아무 데나 이동을 해버려서 목동들이 관리를 해야만 한다."

김병남 선교사의 말처럼 조금 전에 눈앞에서 풀을 뜯고 있던 말들이 타르마와 잠깐 얘기를 나누는 동안 아주 멀리까지 나가있다.

도로 건너편으로 말들을 몰아놓고 타르마 천천히 나를 보며 다가오더니 담배를 달라는 제스처를 한다.

"엉, 담배를 달라고?"

중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앳된 얼굴의 타르마는 손과 얼굴이 거칠게 변해있다.

"그래, 이거 펴!"

담배 한 개비를 꺼내어 건네주고 얇은 웃음을 짓는 타르마에게 라이터로 불을 붙여주려 하니 아니라는 듯 담배를 안쪽 주머니에 넣는다.

"지금 안 핀다고? 그래, 그래!"

잠시 머뭇거리던 타르마가 검지 손가락을 펴서 한 개비를 더 달라는 제스처를 한다.

"아, 그래. 하나 더 가져가!"

담배 두 개비를 건네받고 수줍게 웃으며 인사를 하더니 이번에는 양들이 있는 곳으로 말을 몰고 멀리 멀어져 간다.

체체를렉까지 가지 않고 중간에 적당한 장소를 찾아 야영을 할 생각으로 느긋하게 가다 보니 체체를렉의 거리가 여전히 45km가 남아있다.

"체체를렉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마을이 있던데, 거기까지만 갈까."

오늘의 목적지를 정확히 정하지 않은 게르나 주유소가 있는 적당한 곳까지 갈 생각으로 이동하던 중 김병남 선교사에게 전화가 온다.

"어디까지 가셨어요?"

"체체를렉이 한 45km 정도 남았습니다."

"체체를렉에 가면 외국인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가 있는데, 그곳에 가보세요. 비싸지 않고 괜찮습니다."

"게스트하우스?"

여행 경비가 많이 소요될 유럽을 여행하는 동안은 저렴한 도미토리나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해야 한다. 중국을 여행하는 동안은 도미토리의 환경이 너무나 열악하고 저렴한 빈관들이 많아 굳이 이용을 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도미토리의 생활도 경험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게스트하우스가 체체를렉 어디에 있는데요?"

"체체를렉에 도착해서 가다 보면 간판이 나와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알 거예요."

외국인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가 있다는 말을 듣고 오늘 체체를렉까지 이동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열심히 달리면 일몰 전에는 도착할 수 있겠는데. 근데 구글지도로 주소라도 찍어주시지 몽골 도시가 아무리 작다고 해도."

여전히 이어지는 끝없는 평지와 하늘로 향하는 오르막 그리고 내리막을 이어가며 빠르게 체체를렉을 향해 페달을 밟는다.

멀리 초원 위로 나무들이 자라 이어지는 실루엣이 보인다. 몽골의 초원에서 나무를 본 것은 처음이다.

체체를렉 이전의 작은 마을 알탄유브(Altan-Ovoo, Алтан-Овоо)의 입구가 나오고.

작은 마을의 뒤편으로 오래된 나무들이 울창하게 들어서 있다.

"참 신기하네."

나무들이 들어선 숲의 뒤로 제법 크기가 크고 맑은 물이 흐르는 큰 강이다.

"강이 있어서 나무들이 강을 따라 이어지고 있는 거구나."

강을 넘는 작은 다리를 지나 초원의 모습도 변한다. 올록볼록 엠보싱처럼 물기를 잔뜩 먹은 듯 보이는 초원의 모습이 색다르다.

콜라와 물을 마시며 쉬는 동안 지나치는 차량들은 나를 향해 손을 흔들거나 경례 같은 제스처를 하며 인사를 해준다.

5시 50분, 22km 정도가 남은 체체를렉까지 1시간에서 1시간 30분이면 넉넉하게 도착할 것 같다.

해가 떨어지는 체체를렉의 방향으로 오묘한 구름 한 덩어리가 보인다. 지면을 향해 무언가를 흩뿌리며 지나가는 거대한 우주선처럼 보인다.

점점 구름에 가까워지고 부드러운 능선을 이어가던 초원의 산등성이들도 오묘한 모양으로 바뀌어 간다.

거대한 기암괴석의 산의 모양을 따라 돌아가는 도로.

바위산을 크게 돌아 나오자 체체를렉의 시계를 알리는 듯한 표지석이 맑은 강물 주변에 설치되어 있다.

"바위와 산, 초원과 물이 만나니 정말 풍경이 예술이네."

차량을 세우고 쉬고 있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체체를렉을 향하는 길을 서두른다.

바위산을 지나 원을 그리듯 크게 돌아가는 도로에는 갑자기 거센 맞바람이 불어 대기 시작하고 비인지 눈인지 모를 무언가가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끝일 났다. 18km 정도는 남았을 텐데."

오후 들어 바람 한 점 없이 조용했던 날씨가 요동을 치며 거센 바람을 안겨준다. 앞으로 전진하기가 너무나 버거운 페달링의 무게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끝없는 고갯길들이 이어진다.

"왜 항상 마무리는 이렇냐고!"

바람을 맞으며 오르막을 오르는 1시간 동안 모든 체력이 소진되고, 마치 콧노래를 부르며 살랑거리던 하루가 너덜너덜해진 느낌이다. 체체를렉의 초입을 알리는 입구에서 사진을 찍는 동안 자전거는 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철퍼덕 넘어지고야 만다.

작은 언덕을 넘어 오른쪽으로 휘어지는 도로를 따라가고.

언덕의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체체를렉의 집들이 눈에 들어온다.

사인샨드의 모습과 크게 다를 것이 없는 마을의 풍경인데, 푸른 초원과 마을의 배경으로 들어선 멋진 산의 모양 그리고 멀리 이어지는 강의 실루엣들이 어우러지며 서정적인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일단 체체를렉에 왔는데, 김서방을 어떻게 찾지?"

"주유소가 있는 로터리를 지나서 오른쪽으로 200미터 정도 가면 있어요."

김병남 선교사에게 전화를 걸어 게스트하우스의 정확한 위치를 물어보았지만 여전히 막연하다.

"주유소는 보이는데 로터리는 없고, 오른쪽에는 능선을 따라 집들밖에 없어 보이는데."

마을의 입구에 도착하여 작은 슈퍼에 자전거를 세우고 구글 지도를 검색하니 언덕 너머에 체체를렉의 시내가 들어서 있고, 선교사님이 알려준 게스트하우스가 좋은 리뷰 평점으로 검색이 된다.

"Fair Field Guesthouse."

외국의 자전거 여행자들이 머물렀던 게스트하우스였는지 패니어를 단 자전거 여행자들의 사진도 검색된다.

작은 고개를 넘어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좌우의 언덕으로 집들이 들어서 있고, 왼쪽으로 체체를렉의 시가지들의 모습을 들어낸다.

김병남 선교사가 알려주었던 주유소가 있는 회전 교차로가 보이고.

몇몇 작은 호텔들이 있는 골목을 따라가니 심플한 간판을 걸어놓은 페어필드 게스트하우스가 나타난다.

자전거를 세워두고 체크인을 하려고 2층에 있는 프런트로 올라갔다. 직원들 모두가 영어를 할 수 있어서 짧은 영어로도 간단하게 체크인을 한다.

얼마 정도 머무를 것인지 묻길래 모르겠다며 2~3일 정도라고 하니 그냥 웃으면서 체크인 서류에 이름을 적고 체크인이 끝난다.

게스트하우스에는 마지막으로 3인실 방이 하나 남아 있다. 49,500투그릭의 숙박 요금이라 게스트하우스 치고는 비싸다 생각이 들지만 몽골의 터무니없는 호텔 요금을 생각하면 괜찮게 느껴진다.

자전거를 게스트하우스의 측면에 있는 뒷마당 같은 곳에 묶어 둔다. 여행이 길어지니 이곳저곳이 부러지고 끊어지고 고장이 나기 시작한다.

잘 꾸며지고 정성스럽게 관리하는 게스트하우스처럼 느껴진다.

창가 침대에 자리를 잡고.

공용욕실에서 샤워를 마치고 식당으로 내려갔지만 빵을 주로 판매하는 곳이라 딱히 먹을만한 것이 없다.

숙소를 나와 주변을 둘러봐도 마땅한 식당이 없고 다시 숙소의 식당으로 들어가 메뉴판을 들고 햄버거를 어렵게 선택한다. 주문을 하려고 여직원에게 다가가니 9시에 영업이 종료라고 하며 안타까운 미소를 보인다.

"안돼! 나 배고파!"

방으로 돌아와 비상식으로 사두었던 작은 빵들을 먹으며 하루를 정리한다.

"배고프다고!"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92일 / 맑음 ・ 16도
차민바즈-룽-카라콜룸
에르딘의 게르 옆에서 편한하게 보낸 야영이였다. 홉스굴까지의 1,000km의 여정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이동거리
326Km
누적거리
9,251Km
이동시간
7시간 29분
누적시간
640시간

A0301
엘슨타사르하이
85Km / 4시간 00분
241Km / 3시간 29분
차민바즈
카라콜룸
 
 
1,069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새들의 지저귐을 들으며 기분 좋게 깨인 아침이다. 따듯하게 온도가 올라가는 텐트의 침낭 속에서 게으름을 피우는 여유까지 즐겨본다.

텐트를 정리하는 나에게 에르딘이 양치와 세수를 하라며 게르를 가리킨다.

패니어 정리를 마치고 게르로 들어가니 머리를 감는 에르딘에게 그의 어머니가 따듯한 물을 부어준다.

간의 세면대에서 세안을 끝내자 에르딘의 어머니가 테이블에 놓인 빵을 가리킨다.

몽골 사람들은 빵과 우유차로 아침을 간단히 먹는 모양이다.

몸을 따듯하게 해주는 우유차를 에르딘 가족에게 한 잔씩 받다 보니 세 잔이나 마시게 된다.

식사를 마치고 에르딘과 짧은 인사를 하고 홉스굴로 향하는 길을 출발한다.

주유소에 트럭이 들어와 크락션을 여러 차례 울리는데도 에르딘의 아버지는 뛰어나오지 않고 천천히 주유소로 나와 사무실로 들어간다.

몽골 사람들이 느긋한 것인지, 서비스 마인드가 없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사무실에서 나오는 에르딘의 아버지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하니 젊은 여자가 조수석에 타고 있는 트럭의 운전자가 '헤이'하며 소리를 지른다.

"오해하지 마! 네 부인한테 손 흔든 거 아냐."

고개를 올라가자 도로변의 어붜를 돌며 무언가를 뿌리고 있는 사람이 보인다.

몽골의 언덕이나 산의 정상에 쌓여있는 어붜.

몽골 사람들은 어붜를 돌며 소원을 빈다고 한다.

말의 머리와 술병, 돈 등 여러 가지 물건들이 돌과 함께 쌓여있다.

언덕을 넘자 작은 마을 나타난다. 지도상에 나타나지 않는 몽골의 마을들.

구글맵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면 이곳에서 쉬었을 텐데. 하지만 에르딘의 주유소도 좋았으니 가볍게 패쓰.

조금씩 바람이 일기 시작하는 도로를 따라 달리고 있는데 승용차 한 대가 도로 한가운데 정차를 하고 나를 기다리는 모양새다.

가까워진 차량을 지나치고 무거워지는 페달링을 이어가는데 정차되어 있던 승용차가 천천히 내 곁으로 다가온다.

"한국분이시네요?"

창문을 내리고 반갑게 인사를 하는 사람은 울란바토르에서 선교 활동을 하고 있는 김병남 선교사이다.

자전거를 세워 눕히고 선교사와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홉스굴에 가고 있어요."

"아, 이쪽 방향에 칭기스칸이 군대를 모았던 하라쿨룸이라는 옛 수도가 있어요. 그곳을 가보는 것도 좋은데."

70km 정도 떨어진 룽에서 약속이 있다는 김병남 선교사는 카라콜룸과 체체를렉의 경로를 추천하며 룽에서 하룻밤 보낼 수 있는 게르를 소개해 주겠다고 한다.

"카라콜룸과 체체를렉이 첫 번째 여행 경로였는데, 사람들이 홉스굴이 좋다고 해서요."

"홉스굴도 좋긴 한데 호불호가 있더라고요. 여기 사람들은 바다라고 부르는데 우리 동해안에 비하면 그냥 큰 호수에 불과하죠."

홉스굴과 카라콜룸은 자전거로 동시에 지나가기 어려운 동선이다. 몽골 중부의 카라콜룸과 북부의 홉스굴을 잇는 도로가 비포장이거나 엄청난 거리를 돌아가야만 한다.

김병남 선교사가 말하는 룽은 홉스굴로 가는 도로를 30km 정도 지나쳐 가야 한다.

"일단 룽으로 가서 결정을 하자."

4시 정도에 룽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라 말하니 그곳에서 미팅을 하고 기다리겠다며 김병남 선교사는 먼저 출발을 한다.

"부지런히 가야겠네. 원근감 놀이는 제대로 해야겠네. 포커스가 안 맞잖아. 실패!"

조금씩 강해지던 바람이 서풍으로 바뀌며 페달링을 무겁게 만들고, 몽골 산악 지대의 초원은 산을 넘는 오르막길로 이어진다.

지겹도록 긴 업힐을 끝내고 어붜가 쌓인 곳에서 잠시 쉬어간다.

어제 먹다 남겨놓은 할배네 치킨 세트의 감자 튀김과 치킨 조각으로 점심을 한다.

"가격도 싼데 두 세트를 사 올걸."

치킨을 먹는 동안 승용차 한 대가 정차하고 건장한 남성 두 명이 내리며 '안녕하세요' 인사를 건넨다.

발음이 너무나 정확해서 한국 사람인가 생각하는데 영어로 다음 대화들을 이어간다.

여행을 한다며 알려주고 명함을 주니 대단하다며 엄지를 치켜세운다. 그리고 차에서 내려 어붜를 돌던 젊은 남녀에게 뭔가를 설명해 준다.

이내 밝게 웃으며 악수를 청하는 일본인 친구들이다.

명함을 주고 짧은 영어로 유쾌한 대화를 나눈다. 성격이 굉장히 낙천적이고 쾌활한 친구들이다.

두 일본인 친구들이 초원을 향해 프리덤을 외치듯 뛰어가고, 덩치가 좋은 두 남자가 맥주를 한 캔 건네준다.

"재팬, 몽골, 코리아!"

몽골 사람으로 보이는 남자가 이곳에서 세 국가의 사람이 만났다며 호쾌하게 웃는다.

초원으로 뛰어갔던 두 친구가 돌아오고 차례차례 인사를 하며 헤어진다.

"Be careful. I'll see your Instagram."

많은 여행을 하고 사람들과 어울려본 사람의 친근한 대화법이다. 상큼한 기운을 갖은 일본의 두 친구가 부럽게 느껴진다.

"오렌지 같은 친구들이네."

아무리 지지고 볶으며 싸워도 가장 가깝고 이해하기 쉬운 나라가 일본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것 같다.

세계일주의 경로에 일본은 빠져있다. 딱히 일본에 대한 흥미가 없다기보다 만약, 여행이 끝나고 함께 자전거 여행을 할 수 있다면 일본이 좋겠다 싶어 남겨둔 것이다.

멀지 않고, 위험하지 않고, 불편하지 않고, 어렵지 않은 일본이라면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다.

너무나 좋은 하늘을 보고, 점심을 먹고, 일본인 친구들과 얘기하는 사이 한 시간이 지나버린다.

만만치 않은 룽까지의 거리와 불어오는 바람에 대한 부담으로 서둘러 자전거를 출발시키는데 이상한 잡음 소리가 들린다.

"아, 밧줄."

할배네 치킨을 꺼내며 다시 묶어두지 않았던 고무 밧줄을 생각하던 찰나 툭하고 밧줄이 끊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스포크에 밧줄의 갈고리가 걸리며 허브에 감긴 줄이 끊어져 버린다.

다행히 스포크에 무리가 가지 않은 것 같다. 여분의 밧줄이 있어 큰 문제는 아니지만 어째 폼이 떨어진다.

바람이 거세지는 도로를 달려 어제 도착하려 했던 주유소를 지나치며 자전거를 세운다.

"아놔, 더럽게 힘드네."

시원하게 오줌을 싸고 시멘트 바닥에 철퍼덕 앉아 있으니 주유소에서 제복을 입은 아저씨가 천천히 다가온다.

똑같이 자리에 앉더니 입담배를 꺼내어 돌돌 마는 아저씨에게 라이터를 빌려주고 알아듣지도 못할 푸념을 해댄다.

"몽골 바람, 쒸 쒸. 아이고, 아이고."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 아저씨에게 중국 여행의 영상들도 보여주고 앉아서 쉰다.

몇 개의 고개를 넘으며 주변의 풍경은 더욱 황량하게 변하고 돌풍의 회오리바람이 흙먼지를 날리며 도로와 초원을 휩쓸고 다닌다.

크기도 제각각인 회오리 바람들이 이곳저곳에서 순서도 없이 불규칙적으로 하늘을 향해 올라가는 풍경이 장관이다.

"카메라에 잡힐까? 힘든데 멋지기는 하네."

돌풍과 회오리바람을 이기며 룽까지의 거리를 가늠하던 중 김병남 선교사의 승용차가 유턴을 해서 다가온다.

"아이고, 변차섭씨."

룽에서 미팅을 마치고 기다리던 중 여행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하여 나에게 돌아온 것이다.

"제가 하라콜룸까지 차로 데려다 드리면 어떨까요. 거기에서 함께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요."

여행하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한다는 김병남 선교사는 하루의 시간이 있어 나와 함께 이야기를 하며 캠핑을 하고 싶다고 한다.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며 나에게 차를 몰고 달려왔을지 그 마음이 헤아려진다.

"그럴까요.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더 좋으니까."

체체를렉을 포기하고 홉스굴로 향하던 일정인데, 양쪽을 모두 여행할 수도 있을 것 같아 나쁘지 않다 생각한다.

패니아들을 떼어내고 앞뒤 바퀴를 분리하여 뒷좌석에 자전거를 구겨 넣고 카라콜룸으로 출발한다.

순식간에 룽을 지나치고, 오랜만에 빠른 승용차의 앞자리에 앉으니 현기증이 밀려온다.

에르딘산트를 지나며 산악 초원의 풍경은 남부 사막 초원의 풍경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파릇파릇 풀들이 자라나고 뾰족하고 기묘한 산봉우리들이 주변을 감싸고 있는 생기 있는 초원의 모습으로 변한다.

자전거로 힘들게 넘어야 하는 굴곡이 심한 오르막과 내리막을 달리는 동안 선교사님과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잠깐 쉬었다 갈까요?"

알록달록 색들이 칠해진 집들이 모여있는 마을에서 물과 몽골 아이스크림을 먹고.


자전거로 푸른 초원을 달려보고 싶은 마음에 빠른 속도로 지나치는 길들이 너무나 아깝게 느껴진다.

"바람이 불어 죽을 듯 힘든 길인데, 그냥 지나 치려니 너무나 아쉽네."

많이 보고 눈에 담아 가라는 선교사님의 말이 이해가 되지만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을 혼자서 보기가 아깝다.

"몽골의 풍경은 카메라에 잘 잡히질 않아요. 내가 보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어서 너무나 아쉬워요."

"이 근처에 사막이 있는데 한 번 가볼래요?"

중국 내몽골의 사막은 둥근 능선 형태의 딱딱한 지반이었는데 몽골의 사막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진다.

뾰족한 산봉우리의 산들을 지나고 푸른 초원이 잠깐 끊겨있는 곳에 황금빛의 언덕이 정면으로 나타난다.

"남쪽 고비들처럼 넓지는 않지만 울란바토르에서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막이라 관광철에 사람들이 많이 다녀가요."

사막 언덕의 밑까지 차를 몰고 갈 수 있어 쉽게 사막의 언덕을 오를 수 있다.

높은 산과 초원의 언덕 사이에 만들어진 작은 사막이지만 그 모양이 제대로 된 사막의 풍경이다.

밀가루처럼 부드러운 사막의 모래가 바람에 흩날리며 이동을 하고.

부드러운 모래밭으로 깊숙하게 신발이 들어간다. 엘슨 타사르하이(Элсэн тасархай, Elsen Tasarkhai)

초원을 따라 사막화가 진행되는 것은 안타깝지만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 속에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사막의 아름다운 능선 너머로 병풍처럼 솟아오른 높은 산과 푸른 초원의 부드러운 곡선들 그리고 하늘과 구름.

"저기 보이는 언덕에 조금 있으면 라벤더가 산을 덮고 피어나요. 그 안에 들어가면 라벤더의 향기에 취할 정도야."

"얼마나 아름다울까? 보라색 라벤더의 물결이라니."

사막을 둘러보고 카라콜룸으로 향하는 초원은 거대한 밀밭이 경작되는 평평한 초원이다.

끝이 없는 초원의 밀밭 평야. 20센티가 넘게 자란 중국의 밀밭과는 달리 몽골의 밀밭은 이제 밭을 고르고 파종을 하려는 시기인 것 같다.

"전체를 다 경작을 못하고 일 년씩 번갈아 가며 밀을 심어."

한쪽 편의 평야만이 파종을 위해 준비되어 있고, 한쪽 편의 평야는 초원처럼 방치되어 있는 모양새다.

"아깝게 이 좋은 땅을 놀려요. 너무 넓어서 경작 능력이 없나?"

"러시아가 있을 때는 전체를 경작했는데 지금은 못하는 거지. 아마 씨앗 값이 없어서라도 못할 거야."

"그렇겠네요. 이 넓은 곳에 뿌리려면 씨앗 값도 어마어마하겠다."

끝이 없는 초원의 평야, 칭기스칸의 군대가 집결했다는 카라콜룸의 모습을 그려본다. 웅장하고 두려웠을 야만족으로 불리던 용맹한 군대.

해가 저물기 시작할 무렵 카라콜룸의 시내에 들어선다.

한국 음식 비슷하게 맛이 난다는 식당에 들어가 김치찌개와 소고기 메뉴를 주문하는 선교사님.

선교사님의 말 그대로 비슷한 맛만 나는 묘한 김치찌개다.

한국의 음식을 현지인들의 입맛에 맞게 변형시킨 음식들이다. 제법 그럴듯하게 고개가 끄덕여지는 그런 맛이랄까.

"해가 지기 전에 서둘러 갑시다."

"맥주 한잔해야죠!"

텐트를 치고 맥주를 한잔하며 이야기를 하고 싶어 슈퍼에 들러 큰 페트병의 맥주와 안주를 사가지고 간다.

뭔가 서두르는 선교사님은 텐트를 치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여러 번 물어본다. 아들과 텐트를 치며 고생한 기억이 있어 해가 지기 전에 서둘러 야영을 하려고 하는 것이다.

"금방 쳐요. 한 5분 정도."

체체를렉 방향의 도로를 따라가며 적당한 장소를 찾는다.

"저기가 겨울집 같은데, 한 번 가봅시다."

유목민들이 사용하는 집, 가축들을 집어넣는 축사가 겨울용과 여름용이 따로 있다고 한다.

계절에 따라 이동하는 유목민의 특성으로 겨울 축사는 비어있는 시기인 것이다.

몽골을 여행하며 게르가 설치되었던 흔적의 빈터들은 모두 겨울용 집이었던 것이다.

바람을 막을 수 있는 축사의 뒤편으로 텐트를 설치하고 맥주를 마시며 밤늦도록 이야기를 나눈다.

"선교사님이 침낭을 덮으시고, 제가 여름 침낭을 쓸게요."

겨울 바지와 자켓을 껴입고 얇은 여름용 내피를 덮으면 나름 괜찮겠다 생각한다.

"근데 별이 있나?"

담배를 피우기 위해 텐트를 열고 밤하늘을 쳐다보니 하늘 가득 촘촘하게 별들이 박혀있다.

"아... 늘 저렇게 떠있는데 못 보고 산다는 게 억울하네."

한참 동안 남자 둘이서 하늘을 쳐다보며 감상에 빠져든다.

새벽으로 넘어가며 움직임이 없는 몸에서 열기가 빠져나가고 한기가 밀려온다.

깊은 잠에 들지 못하고 뒤척거리다 겉옷을 한 겹 더 입고, 침낭을 펼쳐 함께 덮자는 선교사님에게 괜찮다 말하고 잠이 든다.

"몽골이 춥긴 춥네."

고생스러운 잠자리지만 이것 또한 추억이겠지 싶고, 함께 해준 선교사님 덕에 초원에서의 캠핑을 맘편히 할 수 있으니 그럼 됐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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