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57일 / 맑음 ・ 23 도
베이징 자금성
휴식 이틀째, 천안문 광장으로 나가 자금성을 관광할 것이다.

이동거리
15Km
누적거리
7,076Km
이동시간
4시간 37분
누적시간
495시간

천안문
신무문
11Km / 4시간 07분
4Km / 30분
숙소
자금성
숙소
 
 
4,327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아침 9시, 부시시 일어나 쪼리를 끌며 밖으로 나온다. 따듯한 햇볕이 아파트 단지 사이로 내려앉아 봄날의 기분 좋은 아침을 안겨준다. 광합성을 하는 식물들처럼 햇볕을 쬐며 멍하니 앉아 있으니 이유 모를 편안함이 찾아든다.

"아, 편안해."

어제 저녁 숙소로 돌아가던 길에 보아두었던 미용실은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숙소로 돌아가 잠시 뒹굴거리다 10시 30분에 다시 들리니 어젯밤 친절하게 웃던 아주머니가 들어오라며 손짓을 한다. 헤어컷을 하는 자리와 샴푸를 하는 자리가 하나씩 놓인 작은 가게.

딱히 우리의 미용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실내와 미장원의 냄새, 약간 이용원과 미장원이 섞여 있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잠시 자리에 앉아 길게 자란 구레나룻을 가리키며 여행 중인데 머리카락이 많이 자랐다 제스처를 하니 느낌으로 알아듣는다. 어떻게 잘라주면 되는지 묻길래 앞머리카락을 내려 눈썹 위 정도에 손가락으로 집었더니 알았다고 한다.

"수염도 잘랐는데 머리도 잘라야지."

가위로 머리숱을 정리하고, 전기 헤어커터로 머리카락의 길이를 맞추고 정리한다. 미용기술은 모두가 똑같은가 보다.

구레나룻을 전기 헤어커터로 깨끗하게 정리해 주고 다시 한번 이용원에서 쓰는 면도기로 깔끔하게 정리를 해준다. 깔끔하게 샴푸도 해주고 헤어드라이기를 가리키며 말려준다는 것을 다른 손님이 기다리고 있어 괜찮다고 한다.

딱히 앞머리의 길이 정도만을 얘기했는데 머리 스타일을 보고 한국에서와 차이 없이 자연스럽게 헤어컷을 해준다. 20위안을 내고 감사의 인사를 한 후 식당으로 간다.

"다시 이뻐졌네. 감사합니다."

중국 전체에서 실행되는 것인지 이 미용실에서만 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75세 노인의 이발이 무료라는 안내판이 붙어있다. 중국을 여행하며 중국의 미용실에는 남자 미용사가 많다는 것과 도로변이나 마을 앞 길가에서 이발을 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알았지만.

식당으로 들어가 골라 먹는 3가지 메뉴로 아침 식사를 하고.

자금성으로 가는 버스를 탄다.

2위안의 중국 버스, 정말 공공요금이 저렴하다.

자금성 부근의 정류장에 내려 대로변에 있는 첫 번째 검문소를 통과한다.

등소평의 커다란 초상화가 걸려있는 처 번째 천안문(天安門)을 지나고.

두 번째 단문(端門)을 지나.

넓은 광장에 사람들의 움직임이 북적인다.

"중국에서 그것도 자금성에서 이 정도의 관광객이면 없는 거나 다름없지."

자금성으로 들어가는 출입구로 사용되는 세 번째 오문(午門)의 모습이 보인다. 입장권을 사기 위해 오문의 주변을 둘러보고.

사람들이 모여있는 측면의 매표소로 갔지만 그곳은 중산공원으로 들어가는 매표소다.

다시 정면의 광장으로 돌아와 측면에 있는 자금성의 매표소를 발견한다.

여권과 입장료를 주고 간단하게 입장권을 받는다.

복잡했던 다른 관광지들의 여행 상품과 달리 자금성 관람의 단일 입장권만을 팔고 있으니 심플하고 편하다.

자금성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이 다시 신분증 같은 것을 제출하고 입장을 한다.

여권을 보여주고 오문(午門)으로 들어간다.

다시 엑스레이 검문소에서 소지품을 검열하고, 패니어에 들어있던 맥가이버칼 때문에 작은 문제가 발생한다.

검열을 하던 여자 검열관이 다가와 뭔가를 말하더니 패니어를 헤집으며 떠들어댄다. 너무나 무례하고 황당한 행동이 당황스럽고 어이가 없어서 쳐다보니 맥가이버칼을 집어 들고 다시 중국어로 쉴 새 없이 떠들어댄다.

"What are you doing? I'm Korean. what's the problem?"

무례하게 미친 사람처럼 떠들며 맥가이버칼을 흔들어대던 여자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할 말을 잃은 사람처럼 계면쩍은 얼굴로 쳐다보고 있다.

"워 쓰 한궈렌!"

여행으로 인해 조금 추레한 복장을 하고 있으니 중국인으로 생각한 모양이다. 여자의 요란스러운 행동으로 주변에 있던 다른 검열관들이 모여들고 자금성 안으로 맥가이버칼을 소지하고 들어갈 수 없다며 시끄럽게 안내를 한다.

영어로 말을 하다 도저히 소통이 안되어 번역기를 들고 자전거 여행자라서 다용도칼이 중요하다고 설명을 하고 양해를 구하니 알아듣는 눈치지만 젊은 남자 검열관은 다용도칼을 들고 자신에게 칼을 주고 가라며 농담을 하듯 빈정거린다.

"죽을래?"

처음 소란을 피우며 일을 벌였던 여자는 자신의 행동이 미안했는지 젊은 남자에게 다용도칼을 돌라주라는 제스처를 하고, 계속되는 여자의 채근에 남자는 못 이기는 척 다용도칼을 돌려준다.

"어이가 없네. 설령 내가 중국인이라 해도 너희들은 중국의 인민들을 어떻게 생각하길래 이 따위 무례한 행동을 하냐?"

아무런 생각 없이 들고 나온 다용도칼 때문에 발생한 소란이지만 만약에 다용도칼을 돌려받지 않았다면 자금성의 관람을 포기하고 다용도칼을 선택했을 것이다.

작은 소란을 뒤로하고 오문(午門)을 지나.

이제는 어린 황제도, 늙은 환관도, 무소불위의 권력자들도 사라지고 헛된 욕망의 흔적처럼 남아있는 자금성으로 걸어간다.

금수교(金水桥)을 넘어.

넓은 광장의 끝에 청동 사자상이 세워진 태화문(太和門)이 보인다.

태화문을 지나 다시 넓은 광장과 함께 태화전(太和殿).

그리고 중화전(中和殿)과 보화전(保和殿).

천하를 얻었을지는 모르겠지만 거대한 감옥처럼 느껴지는 궁궐에서 배설되는 인간의 욕망들을 대면했을 황제의 삶도 그리 행복했을 것 같지 않다.

겹겹으로 높은 성을 쌓고 넓고 넓은 궁궐을 지어 화려한 대리석과 금빛으로 물들였지만 그들은 모두 죽고 누구 하나 남아있지를 않다.

"부질없고 의미 없다. 어쨌든 모두 죽어버렸잖아!"

내 안에 이런 성 하나를 부지런히 쌓아가며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는 모르겠다. 화려하지만 외롭고 공허한, 타인의 시선에 대한 갈망과 두려움 그리고 집착 따위들을 켜켜이 쌓아놓고 부질없는 덧칠만을 반복하는 의미 없는 껍데기 같은 것을 말이다.

의미 모를 자금성의 관람을 포기하고 중화전의 외부 벤치에 앉아 봄날의 시간을 보낸다. 그저 따듯하게 느껴지는 봄날의 기운과 바람만이 좋다.

후궁으로 들어가는 건청문(乾淸門)을 지나 건청궁(乾淸宮).

후궁을 지나 후원의 어화원(御花園).

자금성의 북문인 신무문(神武門)으로 자금성을 빠져나온다.

너무나 넓은 자금성을 하루 만에 구경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것 같다.

신무문을 빠져나와 다시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간다. 베이징의 버스에는 보안요원 같은 건장한 남자들이 동승하고 있는데 승객들을 대하는 거만하고 위압적인 행동들이 꼴 보기 싫다.

숙소로 돌아와 식당에서 샌드위치와 같은 것들을 포장하고.

침대에 쓰러진다.

"오늘은 일찍 잠들어야 해. 그래야 내일이 빨리 오지!"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56일 / 맑음 ・ 20도
베이징 천단공원
6일간 베이징에서 보낼 생각이다. 장가계를 출발할때의 걱정과 달리 너무 일찍 베이징에 도착하여 시간의 여유가 생겼다.

이동거리
10Km
누적거리
4,312Km
이동시간
2시간 12분
누적시간
322시간 37분

버스
버스
7Km / 1시간 47분
3Km / 25분
숙소
천단공원
숙소
 
 
4,312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라이딩이 없어 느릿하게 아침을 시작한다. 10시가 넘도록 늦잠을 자고 일어난다.


"오늘 뭘 해야 하지. 숙소를 연장하고, 자전거 정비를 할까?"

숙소를 연장하려 트립닷컴에 접속하니 숙소에 방이 없다. 하루를 보내고 만족스러우면 이틀을 연장하려고 했는데 단체 손님이 들어왔는지 7만원이 넘는 방을 제외하고 아무것도 검색되질 않는다.

"아, 몰라. 프런트에서 해결하자."

아침을 먹기 위해 밖으로 나와 자전거가 잘 있는지 확인하고, 볼수록 깨끗하게 세차를 하고 정비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 빨리 뒤돌아서 식당으로 향한다.

"햇볕이 좋은 아침이다."

아침을 하는 곳의 메뉴판을 한 번 째려보고 번역기로 메뉴들의 정체를 파악하느라 시간이 좀 걸린다.

사람들이 식판에 두 가지 또는 세 가지의 찬을 놓고 식사를 하는 것으로 보아 여러 가지 반찬 중에서 몇 가지를 선택하여 주문을 하는 것 같다.

两荤一素, 一荤两素.

"고기요리 둘 그리고 뭐지? 오케이, 이해했어. 고기반찬 두 개, 풀반찬 하나"

계산대로 가니 어제 봤던 어린 여자 직원이 나를 보고 또 왔냐는 듯 빙긋이 웃는다.

两荤一素를 주문하고 배식을 하는 주방에 주문표를 준다.

식판에 큼지막하게 밥을 퍼주는 아주머니를 바라보며 여러 반찬 중 육해공을 하나씩 선택한다.

언제나 푸짐한 중국의 밥 인심.

중국의 생선은 잔가시가 많아 먹기가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다. 잔가시를 뱉어내며 먹고 있으니 동네 할아버지 한 분이 앞자리에 앉더니 물고기 이름을 알려준다.

크게 관심이 없어 예의상 한 번 더 물어보고 흘려듣는다.

"역시 생선은 구워야 맛있는데."

밥을 먹는 사이 식당에 사람들이 붐빈다. 11시가 넘으니 다들 점심을 먹으러 오는가 싶다.

아침을 먹고 나니 움직이기가 싫어진다.

"오늘은 그냥 침대에서 뒹굴뒹굴해야겠다."

프런트에 숙박연장을 하고 싶다 얘기를 하니 방이 없다며 조금 기다려 달라고 한다.

"지금은 방이 없어요. 방이 나면 옮길 수 있도록 해드릴게요."

숙박하고 있는 방은 다른 예약이 있어 방을 옮겨야 한다고 안내를 해준다. 체크아웃 시간이라 매우 바쁜 직원에게 준비가 되면 연락을 해달라 부탁하고 방으로 돌아온다.

숙박비를 내기 위해 현금을 찾으러 고덕지도를 검색해 주변에 있는 공상은행으로 걸어간다.

한국어 서비스도 지원하는 신형 ATM 기기에서 1,000위안을 찾아 돌아온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노점에서 파는 한라봉처럼 보이는 큰 귤 세 개를 담아 10위안에 사든다.

숙소 프런트의 여직원은 여전히 바쁘다. 잠시 프런트 앞 소파에 앉아 기다리다 방으로 들어온다.

30분쯤 후, 전화벨이 울리고 여직원은 몇 마디 중국어를 하고 말을 이어가질 못하겠다.

"I will get down. 아니, 워 시아."

'我下' 했더니 알아들은 듯 OK 하며 대답한다.

여직원은 열심히 핸드폰을 두드려 방들을 안내한다. 표준 방, 큰 방, 창문이 없는 방이 있고 지금 묵고 있는 방은 없다고 한다.

"뭐 일단 방이 있으면 됐다. 얼마?"

238, 438, 238위안. 방들을 보고 결정을 하라 안내를 한다. 1층과 2층에 있는 방을 보니 지금 묵고 있는 방에 비해 작고 급이 낮다.

"2박 3일로 예약을 하지 않은 내 탓이니 어쩔 수 없지 뭐."

1층의 표준 방으로 결정을 하고 숙박비를 결제한다.

"I'll stay two more days. How much is it?"

계속 난감해하지만 친절하고 상냥한 여직원이다.

"아냐. 내가 잘못했어. 뚸 샤오 치엔?"

웃으면서 계산기로 238를 적어 보여준다. 그냥 암산으로 더하면 될 것을, 그것도 귀찮아서 다시 여직원에게 물어본다.

"얼티엔."

못 알아듣는 여직원.

"이틀이 중국어로 뭐야?"

그제서야 번역기로 两天을 보여주니 '아' 하며 방긋 웃는다.

처음부터 번역기를 사용하면 편하지만 여행을 하다 보니 몸짓으로 표현하고, 이것저것 아는 말들을 내뱉고, 그리고 소통이 안되면 번역기를 사용하게 된다.

타인에게 나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고 이해시키는 것, 또 타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이해하려 한다는 것이 얼마나 정성스럽고 애틋한 행위인지를 여행을 통해서 배우고 있는 중이다.

"한 번 더 귀 기울여 들어줬더라면, 한 번 더 바라봐 주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고작 밥 한 끼, 하룻밤 잠자리에 이렇게 정성인데 말이야."

결제를 하고 고생스럽게 응대를 한 여직원에게 한라봉 하나를 건네주니 다이아 반지라도 받은 것처럼 좋은 웃음을 지어준다.

"방을 청소하고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20분 후, 여직원의 연락을 받고 짐들을 정리해 4층 방을 나선다. 건너편 방을 청소하는 직원에게 인사를 하고 한라봉 하나를 건네다.

청소 직원도 너무나 좋아하며 감사의 인사를 한다.

"이거 한라봉 때문이 아니라 내가 귀티 나서 그런 거 아냐?"

패니어 두 개를 덥석 들어 엘리베이터까지 옮겨주며 인사를 하고, 안내를 위해 4층까지 올라와 기다리던 다른 프런트 직원에게 패니어를 인계한다.

"你是韩国人吗?"

눈을 마주치며 호감 있게 웃는 여직원은 방문까지 패니어를 옮겨주고 환영의 인사를 하고 돌아간다.

"欢迎来到中国."

"아놔, 왜 중국어가 자꾸 들리지."

방을 옮기고 베이징 시내의 관광지들을 검색하다 공원에 나가 바람을 쐬며 산책을 하고 싶어진다.

고덕지도에 천안문과 함께 아이콘으로 표시된 탑모양의 공원이 눈에 들어온다.

"천단공원(天坛公园), 한 번 가볼까?"

숙소에서 버스로 4정거장 거리에 있어 부담도 없고 산책 겸 천단공원으로 간다.

베이징 시내의 버스 정류장에는 바닥에 버스가 정차하는 지역이 표시되어 있다.

2위안짜리 기다란 버스를 타고.

천단공원 동문으로 가니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중국 기준으로)

일단 공원의 대략적인 모양과 입장료를 확인하고.

비수기와 성수기 요금이 다른 것 같은데 11~3월까지는 비수기에 해당되나 보다. 공원입장료가 10위안, 기년전과 회음벽, 원구까지 들어갈 수 있는 입장료가 28위안이다.

잠시 입장료를 살피는 사이 한가하던 매표소에 사람들로 가득하다.

"방심했네. 여기는 중국."

중국 사람들이 표를 사며 신분증을 제시하길래 나도 여권을 꺼내어 보여주고 28위안 표를 구매한다.

"천국의 사원이라, 그럼 들어가 볼까."

향나무가 들어선 긴 산책로가 이어지고.

탑으로 향하는 길에 건물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공원 입구의 우측으로 체육시설 같은 것이 놓여있고 중국 사람들이 가득하다. 그리고 기년전으로 가는 통로에 사람들이 앉아 카드놀이를 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공짜인가?"

길게 이어진 통로에 사람들이 빼곡하게 앉아 남녀노소 섞인 채 카드게임을 하고 있다.

너무나 많이 봐왔던 모습이라 그러려니 하며 지나치고 기년전으로 들어가는 게이트를 통과한다.

넓은 광장 위로 뾰족 솟은 원뿔 모양의 천단의 기년전.

진청색의 기와와 처마들, 붉은 문과 기둥이 강렬한 느낌을 준다.

천단(天坛)
천단은 제천의식, 즉 오곡풍양(五穀豊穰)을 위한 기우제와 풍년제 등을 올리기 위해 1420년 명대의 영락제가 건설한 제단이다. 자금성을 중심으로 남쪽에는 천단(天坛), 북쪽에는 지단(地坛), 동쪽에는 일단(日坛), 서쪽에는 월단(月坛)이 있어 각각 하늘, 땅, 해, 달에 제사를 지냈는데 천단은 황실 최대의 제단이었다. 이후 낙뢰로 소실되었다가 1896년에 재건되었으며 황제의 상징인 용보다 황후의 상징인 봉황이 더 크게 조각된 것은 당시 서태후의 권력이 반영된 것이라고 한다. (지식백과)

붉고 화려한 기둥, 은은하지만 강렬한 색의 처마들과 황금빛 용 문양들이 검은 제단과 함께 웅장하게 느껴진다.

기년전(祈年殿)
명대에서 청대까지(1368~1911) 황제가 풍년을 기원하던 축전(祝殿)으로 베이징(北京) 천단(天坛)에서 가장 먼저 건립된 건축물이며 1420년 착공되었다.(지식백과)

"화려하다. 그런데 무언가 재미가 없다."

뒷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감동은 없었지만 이색적인 아름다움이 있다.

"옛 중국 관료들의 모자 같기도 하고."

천단의 뒤편으로 황첸덴(皇乾殿, 황건전)이 들어서 있다. 왠지 모르게 작게 느껴진다.

안쪽에 검은 제단이 놓여있고 천장의 무늬들이 독특하고 화려하다.

기년전으로 들어가는 기년문을 지나 단비차오(丹陛桥, 단폐교)를 걸어 원구가 있는 성정문으로 향한다.

단폐교 위로 관광객들이 붐볐지만 400미터 가까운 길이의 넓은 공간이 여유 있게 보인다.

단폐교(丹陛桥)
길이가 360m이며, 지면에서 4m 높이에 있고, 폭은 30m이다. 가운데에 돌이 깔린 길을 '선루[神路]'라고 하여, 천제(天帝)만이 다니는 길로 정하였다. 동쪽의 벽돌이 깔린 길은 '위루[御路]'라고 하며, 황제(皇帝) 전용으로 사용되었으며, 왕공대신(王公大臣)은 서쪽에 있는 '왕루[王路]'로만 다닐 수 있었다. (두산백과)

단체 관광객들의 가이드들이 용꼬리 같은 깃발들을 들고 단체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기다린다.

"용꼬리야? 붕어꼬리야? 귀엽네."

공원입장 시 한 번, 천단 입장 시 한 번. 게이트를 지날 때마다 구멍이 하나씩 뚫린다.

"길긴 길다. 걷다가 지치네."

성정문을 지나니 오래된 향나무 사이로 원형의 돌담이 나온다.

아주 오래된 향나무가 공원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원구를 가기 위해 마지막 게이트를 통과하고.

"대체 뭐가 있길래?"

원형의 돌담, 회음벽 안으로 중앙에 원형의 사당과 좌우 양편에 직사각형의 사당이 놓여있다.

회음벽(回音壁)
황충위[皇穹宇]의 담장으로, 돌을 간 다음 쌓아 만들었으며, 담장 위에는 남색 유리기와를 얹었다. 두 사람이 둥[东], 시페이뎬[西配殿] 뒤편에 나누어 선 다음, 벽에 기대어 서서 벽 가까이에 대고 북쪽을 향해 말하면, 소리가 담벼락을 타고 전해져 200m 떨어진 곳에서도 들을 수 있다.(두산백과)

좌측이 서배전(西配殿), 우측이 동배전(配殿)인데, 그곳에 서서 천단 방향으로 말을 하면 벽을 타고 반대편에서 소리가 들린다 하여 회음벽이란다.

"싱겁기는, 누가 있어야 팩트체크를 해보지."

회음벽 중앙에 원형의 환충위(皇穹宇, 황궁우)가 위치해 있다. 기년전의 미니미처럼 모양과 색이 비슷하다.

동배전 내부에 제단이 놓여있고, 천장과 기둥 그리고 문살이 독특하고 예쁘다.

기년전을 축소해 놓은듯한 황궁우.

회음벽 건너편의 원구로 넘어간다.

원구의 문이 조이고.

넓은 광장에 놓인 3단의 석조단인데 사당이나 누각 같은 것이 없고 하늘이 열려있다.

원구(圜丘)
한백옥(汉白玉)으로 된 3층의 기단(基坛)으로 황제가 제사를 올리던 곳이다. 제사를 올릴 때 기단 북쪽의 황궁우에 선대 황제의 위패를 안치했다. 원구의 계단과 포석, 난간의 수는 9의 배수로 되어 있다.

용들이 지천에 깔려있다.

원구에 오르니 사람들이 정중앙에 놓인 돌 위에 서서 기도를 하거나 기념촬영을 한다.

천심석(天心石), 원구 중앙에 놓인 돌로 하늘을 상징한다고 한다.

넓고 넓은 천단공원을 구경했는데 버스가 있는 동문까지 다시 걸어갈 생각을 하니 다리가 무겁다.

원구의 게이트를 빠져나와 단폐교를 걷지 않고 향나무들이 빼곡하게 심어진 산책로를 따라 동문 방향으로 걸어갔다.

이곳 주민이라면 매일처럼 산책을 하고 싶은 길이다.

어깨 높이로 내려온 향나무 가지들을 천천히 걸으니 깊은 숲속에 들어온 듯 비밀스럽고 좋다.

관광객들이 거의 없는 조용한 길이라 더욱 마음에 든다.

대각선으로 이어지던 길은 천단으로 들어섰던 곳으로 이어진다.

오랜 세월 인간의 헛된 욕망들을 지켜봤을 향나무.

동문을 빠져나오기 전 사람들이 모여 운동을 하던 곳으로 걸어간다.

지난 과거의 유물보다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더 궁금하다.

체육 시설이 놓여있고 여기저기에서 제기를 차느라 바쁘고 즐겁다.

"아놔, 이 귀여운 중국인들."

열심히 제기를 차며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제시를 확인하고 싶어진다. 제기를 차는 사람들의 흐림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호기심만을 증폭시키며 기다렸지만 제기차기가 끝나질 않는다.

한참 후 자리를 털고 일어서는데 뒤편 난간에 제기가 꽂혀있는 쇠줄이 눈에 들어온다.

배드민턴 공처럼 철사를 꼬아 제기 보관틀을 만들었다.

"아이디어, 완성도, 편리성 최고!"

네 갈래의 큰 깃털로 날개를 만들고.

밑 머리는 고무.

그리고 중간에 딱지 같은 양철 조각을 넣어 맛깔스러운 소리가 나도록 만들었다.

제기를 차는 소리가 묵직하여 적당히 무게감이 있을 줄 알았은데 생각보다 가볍다.

겹으로 분배해 놓은 고무와 양철 조각이 묵직한 타격음을 만들 뿐 제기를 차며 발등이 아플 일은 없을 것 같다.

하얀 깃털 사이로 작고 부드러운 갈색 깃털을 추가하여 모양을 낸 것도 있다.

제기를 구경하고 동문으로 걸어가다 소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알록달록한 제기를 들고 있는 것을 보인다.

할머니와 공원을 산책 후 돌아가는 길인듯.

"웨이, Show me this."

할머니가 웃으며 보여주라고 하니 의아해하며 제기를 전해준다.

"알록달록한 게 이쁘네."

예쁜 모양의 제기는 어른들이 차던 제기와 달리 기성품으로 만들어진 제품 같다.

"시에 시에, 고마워, 땡큐!"

여전히 이 사람은 뭔가 싶은 얼굴로 쳐다보는 아이에게 할머니가 '할로'를 하라며 웃는다.

동문에 도착하니 땅끝으로 석양이 시작된다. 가볍게 산책을 나와서 급 피곤해진 오후다.

버스를 타기 전 할배네 햄버거를 사 가려고 들린다. 베이징이라 외국인들이 가게 안에 많이 있다.

어제 베이징 시내의 초입에도 주문을 아주머니가 받아 소통이 어려웠는데 여기도 아주머니가 주문을 받는다.

말없이 주문대 위에 놓인 그림을 가리키며 37위안을 꺼내어 준다.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오고.

식당에 들러 메뉴판을 째려본 뒤.

토마토 계란 볶음 덮밥을 시켜 먹었다. 토마토와 케찹맛이 전부였다.

"자전거도 안 타는데, 너무 많이 먹는가."

식당과 숙소 사이에 작은 미용실이 있다. 미용실인지 다시 한번 확인하고 있는데 들어오라며 손짓을 한다.

"워쓰 한궈렌, 밍티엔."

손가락 가위 모양으로 머리카락을 자르는 제스처를 하니 맞다며 하며 웃는다.

심심한데 내일 이발이나 해야겠다.

숙소에 돌아와 사진들을 업로드하는데 와이파이가 너무 느리고 접속이 자주 끊긴다.

"방이 조금 안 좋아졌다고 와이파이까지 차별할 필요는 없잖아."

몇 분이면 될 업로드를 하느라 프런트를 왔다 갔다 하며 신호를 잡는다.

밤늦게 출출해져서 포장해온 할배네 햄버거 세트를 경건한 의식을 치르듯 순서대로 꺼내어 먹는다.

"치즈파이, 치킨 3조각 그리고 하이라이트 햄.. 버. 이건 뭐냐?"

두툼한 치킨버거는 없고 무슨 밀가루 전병 같은 것이 들어있다.

"소고기 오방? 넌 뭐니!"

멘붕이 밀려드는 소리가 들려온다.

주문할 때 찍어놓은 메뉴판 사진을 핸드폰으로 다시 확인하니 이것을 주문한 것이 맞다.

세트 넘버 1을 말하는 게 귀찮아 언뜻 보이는 메뉴판을 가리켰는데 햄버거가 아니고 생전 처음 보는 음식이다.

"제발, 이상한 향신료 맛만 나지 말아라."

다행히 그럭저럭 먹을만했지만 치킨버거의 행복감을 대신해 주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조식도 빼먹고, 숙소예약도 꼬이고, 햄버거까지 날려먹다니. 느슨해진 거야, 정신 똑바로 차리자."

내일은 자금성을 둘러보며 시간을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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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55일 / 맑음 ・ 23도
베이징 팡산구-천안문
중국의 랜드마크, 베이징의 중심으로 이동하여 천안문을 지날 것이다. 


이동거리
51Km
누적거리
4,302Km
이동시간
5시간 17분
누적시간
320시간 20분

S317
전문서대로
35Km / 2시간 58분
16Km / 2시간 19분
팡산구
천안문
화평촌F구
 
 
4,302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천안문 광장까지 30km 거리가 남아있어 게으름을 피운다. 천안문까지 얼마 되지 않은 거리와 제공되지 않는 조식으로 일찍 일어날 이유가 없다.

"조식이 없어. 조식이."

9시가 넘도록 애정 결핍자처럼 침대 시트만을 칭칭 둘러감고 일어나기를 뭉그적거린다.

패니어에 넣어둔 면도기를 꺼내어 수염들을 정리하고 나니 뭔가 더 늙어 보이고.

"너무 귀티 나면 중국 사람들이 다가오기 어려울 텐데."

바람이 조금씩 빠지는 타이어에 바람을 넣고 10시가 넘어 체크아웃을 한다.

"정비를 하면 될 텐데, 천성의 귀차니즘이란."

따듯한 기운이 느껴지는 거리의 풍경과 달리 제법 바람이 불어오는 날씨다. 백 년만의 남동풍은 사라지고 언제나처럼 맞바람이 분다.

"바람이 불면 라이딩이 힘들고, 바람이 없으면 뿌연 공기가 힘들어."

바쁠 것 없는 일정 탓에 천천히 길을 따라가는데 심한 허기가 밀려온다.

페달링도 귀찮아지고 힘이 없다.

쓸데없이 예쁘기만 한 길도 눈에 안 들어 오고.

마땅한 식당은커녕 아무것도 없는 길만 계속되고.

시골의 작은 마을들을 지나며 먹었던 저렴하고 맛있던 면요리들이 생각난다.

먹지 못한 조식으로 인한 의욕 부진, 1시간 반 동안 겨우 15km 정도만을 이동한다.

본격적으로 베이징 시내에 들어서기 전 도로 건너편의 할배네 치킨을 발견하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차량들의 행렬을 뚫고 길을 건너간다.

"Just, set No.1!"

세트의 가격이 올랐는지 주문을 받는 아주머니가 메뉴판의 36을 가리키며 '치, 치'를 반복한다.

"알아요. 37위안."

맛나게 햄버거를 해치우고 그대로 두어도 되는 쓰레기를 치운다. 그런데 아무 생각 없이 통째로 쓰레기통에 쏟아버린 후, 문을 나오며 파이와 치킨을 담았던 플라스틱 접시가 따로 있었던 것이 생각난다.

"미안. 난 도와주려고 했지."

햄버거를 먹고 나니 어제의 예약 실수를 잊을 만큼 기분이 살짝 좋아진다.

용띵허(永定河)를 넘어 시작되는 베이징의 시내, 용띵허 근처의 완핑성(宛平城)에 잠시 들린다.

바깥 성곽을 지나 안쪽으로 2층의 누각이 올라가 있는 성의 정문이 보인다.

성의 안쪽으로 상가들이 늘어선 길이 이어지고.

옛 성들과 거리를 보면 지금 중국의 도로나 거리의 형태들이 유사하다는 것을 많이 느낀다.

예전의 모습을 현대적으로 복원을 한 것인지, 현재의 모습이 예전의 형태를 유지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완핑성의 모습을 감상하며 사진을 찍고 있는데 어색한 한국말이 들린다.

중년의 중국인이 나를 보며 한국 사람인지 물으며 한국말을 한다.

"워 쓰 한궈렌."

어디서 배웠는지 짧은 한국말을 하며 자신이 더 즐거워한다.

"일본 사람한테 한국말을 배웠나?"

중국어는 사성이 있어서 인지 중국인들의 한국 발음은 일본 사람의 발음과 차이가 나는데, 아저씨는 일본인처럼 한국말을 한다.

'시에 시에' 인사를 하니 '감사합니다'하며 이웃집 아저씨 같은 넉넉한 웃음을 보이며 인사를 한다.

베이징 시내로 접어들어 도로를 따라 한참을 이동하는데도 거리는 허름하고 낡은 풍경의 연속이다.

천안문까지 거리가 15km도 안되어 도시의 외곽이라 보기에도 그렇고, 중국의 모든 도시가 그렇듯 수도인 베이징도 느닷없이 나타날 모양이다.

가끔은 어떻게 짐을 싣는지 확인하고 싶어진다.

쾌적하고 깨끗한 도로가 갑자기 나타나고.

풍성한 가로수가 이어진 후.

거대한 건물군이 나타난다.

코너를 돌아 5km를 직진하면 천안문이 나온다. 잠시 쉬며 마음의 준비를 한다.

"난 준비됐어. 네 모습을 보여줘."

한적하고 넓은 도로가 이어지더니.

비현실적으로 넓고 깨끗한 도로가 직선으로 이어진다.

"직선 성애의 끝판왕인가?"

차도보다 두 배는 넓은 자전거 도로를 혼자 달려간다.

왕복 10차선, 넓은 자전거 도로가 양쪽으로 이어지는 길에는 시야를 방해하는 어떤 건물도 보이질 않는다.

"넓다 아니 광활하다."

사거리마다 교통 공안들이 신호를 따라 안전하게 통제를 하고.

남해 공원이 시작되며 사거리마저 사라진다.

도로변 곳곳에 공안들과 특수차량들이 배치되어 있고.

천안문과 천안문 광장이 나타난다. 사람들이 제법 붐비는데 워낙 모든 것이 넓다 보니 한적해 보인다.

잠시 자전거를 세우고 사진을 찍고 있으니 검은 제복을 입은 사내들이 다가와 빨리 진행 방향으로 가라며 강경하게 안내를 한다.

"알았어. 몇 장만 찍고."

자꾸 재촉을 하는 바람에 자전거 인증샷도, 빙글빙글 동영상도 못 찍고 광장을 지나친다.

먼 길을 돌아 신호등으로 길을 건너고 천안문으로 되돌아간다.

천안문으로 가는 관광객들이 검문대 같은 곳을 줄을 서서 통과한다.

천안문 앞에 도착해서 사진을 찍으려 자전거를 세우자 어디선가 검은 제복의 사내가 나타나 어서 지나가라며 손가락으로 지시를 한다.

"뭐가 이리도 부자유스럽고 딱딱해!"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불편하고 불쾌한 기분이 든다.

"우리는 너무나 많은 자유를 누리며 사는구나."

경직된 분위기 탓에 천안문과 베이징에 대한 흥미가 떨어진다.

천안문과 남해 공원을 다시 지나치고 넓은 도로를 건널 수 있는 사거리에서 숙소를 잡기 위해 잠시 쉬어간다.

보통 4~6만원 정도의 숙소들이 서울의 중하급 모텔 정도의 수준으로 보이니 꽤 비싼 편이다.

15,000원 정도 하는 도미토리에 가볼까 생각하다 중국의 열악한 환경을 생각하니 썩 내키지도 않고, 외국의 여행객들을 만날 수 있는 것도 아니라 패쓰.

어렵게 천안문에서 4km 정도 떨어진 곳에 평점이 좋은 숙소가 있어 트립닷컴에 문의를 한다.

"외국인 투숙 가능 여부와 자전거 보관 유무를 알고 싶어요."

첫 번째 상담자는 빠르게 2성급 숙소라 외국인 투숙이 불가하니 3성급 이상으로 가라고 안내한다.

"숙소에 확인하고 답변한 건가요?"

지금까지 상담을 해주던 Bebe 상담원을 보면 호텔과 통화 후 안내를 하느라 4~5분 정도 응답 시간이 걸렸는데 너무 빠르고 쉽게 대답이 온 것이다.

바로 상담창을 닫고 평점 1점을 날려준다.

두 번째 상담자에게 외국인 숙박은 가능하지만 자전거를 룸에 넣을 수 없다는 답변을 받고 숙소를 예약한다.

숙소의 외부 사진으로 직원들의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놓아두는 별도의 공간이 있음을 확인한 터라 그곳에 보관하면 될 것 같다.

"2박 3일을 보내야 하는데, 하루 머물고 괜찮으면 연장하자."

천안문 광장의 뒤편으로 이어진 도로를 선택하고 숙소로 향한다.


천안문 광장 뒤편의 웅장한 쩡앙먼(正阳门)과 치엔먼(前门)이 보인다. 공안이나 경비대가 없어 여유 있게 구경을 하고.

중국 철도 박물관(中国铁道博物馆)을 지나 허물어진 성곽이 길게 이어지는 밍청공원(北京明城墙遗址公园)을 지나친다.

따듯한 햇살에 공원을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다.

중국의 고가도로나 큰 다리들은 자전거로 진입할 수가 없고 그 밑으로 복잡하게 자전거 도로가 이어진다.

고가도로 밑의 회전도로에서 차량들과 오토바이를 신경 쓰다 보면 방향감을 잃어버리기 십상이다.

어렵지 않게 숙소를 찾아 체크인을 하고. 리모델링을 했는지 외관과 달리 비교적 깨끗하다.

베이징 시내는 베이징 올림픽을 즈음해서 지붕이 있는 실내에서는 금연을 하게 했다. 물론 담배 냄새가 조금씩 풍기지만 다른 곳에 비하면 청정지역이나 다름없다.

"중국인의 담배 사랑이란 참."

직원들의 오토바이 주차장에 자전거를 잘 묶어두고.

프런트 로비에 놓인 커피 자판기에서 블랙커피 한 잔, 역시나 맛이 별로다.

아파트 지역이라 마땅한 식당이 없고 숙소 근처에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식당이 있어 들어간다. 우리의 김밥천국 같은 곳이다.

양고기 덮밥과 야채볶음을 주문하고 조리실에 표를 주니 먹고 갈 것인지, 포장할 것인지 묻는다.

"비주얼은 그럴듯한데."

주문한 양고기 덮밥과 숙주나물을 볶은 요리가 나온다. 덮밥 22위안, 야채볶음 18위안.

양고기 덮밥은 약간의 잡내가 있지만 그런대로 먹을만하고, 숙주나물을 계란과 야채를 섞어 볶은 요리가 맛이 좋다.

거리에 의자가 놓인 것은 처음 본다.

벤치에 앉아 선선하게 불어오면 바람을 느끼며 편하게 시간을 보낸다.

"실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한가로움, 시간을 흘려보낸다."

나를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과 의식, 공허한 일상의 억지스러운 감정들, 그 모든 것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 동떨어진 느낌. 쓸데없는 감정의 포만감이 찾아든다.

"좋네."

숙소에 들어가다 슈퍼에서 수박을 조금 산다. 냉장고가 없어 시원한 맛을 느낄 수는 없지만 달달한 과일즙이면 충분하다.

숙소의 유자차 같은 것과 커피 쿠키고 챙겨들고.

당도가 높진 않지만 맛이 괜찮고 양도 제법 많다.

"12위안이면 비싼 건가?"

중국여행도 몽골로 가는 700km의 여정만이 남아있다.

90일의 체류기간과 몽골의 비자 만료일이 한정되어 있어, 조금 더 넓게 돌아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

생각 같아선 다시 S자로 턴을 해서 시안과 청도, 쿤밍시로 향하고 싶다.

"뭐, 또 다른 기회가 있겠지."

"반짝이는 거 무지 좋아해요."

중국의 밤은 어두워서 그런지 조명이나 불빛들이 유독 멋지게 보인다. 골목들은 불빛 하나 없이 죄다 컴컴한데.

"그나저나 내일은 무엇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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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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