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4일 / 구름 ・ 11도

차링현-레이양시

오랜만에 일기예보가 맞아 떨어졌다. 잠시 비가 멈춘 아침, 이틀간 머물렀던 차링현을 서둘러 떠난다. 오르막과 내리막을 무한 반복했던 S320 도로를 타고 레이양시로 향한다. "오늘은 비도 없으니 제발 무난하게 갈 수 있기를" 

이동거리

95Km

누적거리

4,267Km

이동시간

7시간 29분

누적시간

287시간


S320소도
S320소도
43Km / 2시간 54분
52Km / 4시간 35분
차링현
링관전
레이양시
 
 
1,518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일어나 제일 먼저 숙소의 커튼을 열어젖힌다. 일기 예보처럼 비가 내리지 않고 잔뜩 흐린 날씨다.


"오늘 비가 안 오는데 출발 안 하는 거야?"


리우 씬웬의 위챗이 울리고 작은 빵 하나와 초코파이 2개를 먹으며 서둘러 짐들을 정리하고 1층으로 내려간다. 리우 씬웬은 짐을 들고 내려오는 나를 보더니 웃으며 어디론가 가버린다.


"할매, 건강하게 오래 사세요."


리우 씬웬이 오기를 잠시 기다렸지만 나타나지 않아 위챗으로 간단히 메시지를 전하고 차링현을 출발한다.

 

 

20여 분 만에 복잡한 차링현의 시내를 완전히 벗어나고 두꺼운 회색 구름 사이로 수줍은 햇볕이 5분 정도 그 모습을 드러낸다.


"님 보기가 참 힘들군요."


 

조금 내달리니 금방 몸에 열기가 올라온다. 비가 오지 않으면 이곳의 기온이 얼마나 올라갈지 궁금하다.


 

다시 S320 도로를 타고 레이양시까지 95Km 정도를 달려야 한다. 중간에 위치한 도시들은 없고 작은 마을들이 간간이 이어진다. 이틀 전의 모습과 비슷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번엔 오르락내리락 거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루라도 무난하게 가자."


차량들이 정체되고 복잡하고 어수선해지더니 작은 시골마을이 나온다. 오늘이 장날인지 시장 안에 사람들이 가득 넘쳐난다.


 

중국은 대부분 밖에 옷들을 말리는데 비가 와도 걷지를 않고 그대로 두는 경우를 많이 본다. 오랜만에 비가 그쳐서인지 지나는 마을마다 옷과 이불들을 잔뜩 내놓고 말린다.


 

12시가 되어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들이 모여있는 곳에 자전거를 세운다. 비가 오지 않는 날, 90Km의 거리가 약간의 여유로움을 준다.


 

자전거를 세워놓기 좋은 첫 번째 집의 외부 테이블에 자전거를 기대어 놓으니 젊은 남자가 다가온다.


"워 꺼이 츠판마?"


식사가 된다 하여 남자의 뒤를 따라가니 식당 내부를 지나 주방으로 간다. 남자의 말을 잘 못 들었나 싶어 뒤돌아 테이블로 다시 돌아오니 젊은 남자가 다시 와서 말을 한다.


"저기 가서 메뉴를 골라야 해."


 

역시나 난감한 시추에이션. 메뉴판도 그림판도 없는 식당은 주방에서 원재료를 골라 주문을 하는 시스템이다.


 

돼지고기 조각들을 가리키며 가격을 물으니 15위안이라고 한다.


"쩌거, 츠!"


 

주방에서 조리를 하던 여자 주인이 재미있다는 듯 웃으며 자리로 돌아가라고 한다.


 

따듯한 차 한 잔을 마시는 사이 돼지고기를 파와 고추를 넣어 매콤하게 볶은 음식이 나온다. 향과 음식의 모양이 보기에도 먹음직스럽다.


 

음식을 먹는 동안 뒤쪽에서 한국인이라며 소곤거리는 소리들이 들린다.


"여기서 돌아서 그들에게 말을 붙이면 사람떼가 몰려든다. 모르는 척 밥만 먹자."


맛있게 밥을 먹는데 식당의 남자가 다가와 여행 중이냐며 묻고는 말한다.


"니 요부요 빠이주?"


얼핏 뭐가 더 필요한지를 묻는 것인데 앞에 빠이주가 뭔지를 모르겠다. 번역기를 건네주니 흰죽(白粥)을 더 주겠다는 말이다.


"요! 요!"


밥을 다 먹어갈 때쯤 정말 하얀 흰죽을 갖다 준다. 흰죽을 마시듯 먹으니 후식을 먹는 것처럼 속이 편하고 든든해진다.


 

"아, 오늘은 저녁까지 비가 안 올 것 같아!"


 

음식을 모두 비우고 남은 차를 마시고 있으니 젊은 남자와 주방에 있던 여자가 함께 다가와서 말을 건넨다.


"우리집 음식이 어땠어요?"


"하오, 헌 하오 츠!"


밝게 웃는 여자, 두 사람은 부부 같은데 모두 친절하고 편안하게 웃는 얼굴을 가졌다. 때때로 웃는 얼굴을 가진 사람들의 미소는 너무나 부럽다.


 

50Km 정도가 남은 오후의 거리, 아니나 다를까 S320 도로는 이틀 전의 라이딩을 복습이라도 하듯이 비슷한 길들로 이어진다.


"대체 무슨 길이 눈앞에서 사라졌다 저 멀리서 다시 나타나냐고!"


 

오르막이 계속 이어지더니 산들의 능선들이 눈 높이에 맞춰진다.


 

석탄 같은 검은 흙들이 쌓여있는 마을들이 이어진다. 마치 불에 타 검게 그을린 듯 낡고 검은 집들과 검은 흙물에 얼룩져있는 도로가 계속된다.


"오늘의 카테고리는 탄광촌인 거야?"


 

중국에서 쉽게 만나게 되는 아이들의 모습도 보이질 않고 생기를 찾아볼 수 없는 죽어있는 동네들처럼 보인다. 아주 오래된 폐가들과 새로 집을 지으려는지 벽돌들을 모아둔 집들이 자주 보인다.


검은 마을들이 이어지던 중 이번엔 색다른 모양과 색깔의 풍선 아치가 보인다. 축하를 하는 일에는 붉은색과 황금색을 주로 쓰는 중국인데 검은색의 풍선 아치에 적힌 한자들이 너무 어렵다.


"분위기가 상갓집인데."


초상을 치르는 상갓집으로 생각하며 조심스레 사진을 찍고 있는데 멀리서 경극의 얇은 고음이 들리며 경쾌한 음악소리가 들린다.


"상갓집이 아닌가?"


 

조금 더 달리다 보니 이번에도 같은 풍선 아치가 있고 경쾌한 음악이 계속해서 울려 퍼진다.


"무엇을 하는 거지?"


 

 

 

계속되는 오래된 폐가들과 폐가와 같은 검은 집에 사는 사람들이 보인다. 가끔씩 오래된 집의 벽면에 도시 아파트의 분양 광고 같은 것이 걸려있다.


"평당 2,488위안이면 얼마지? 40만원~50만원 정도 되는가."


 

 

달리다 보니 수로 교각에 부딪쳐 완전히 타버린 차량이 버려져있다. 형태로 보아 최근에 사고가 난 것처럼 보이는데 중국은 왜 저런 것을 치우지 않고 방치해 놓는지 이해할 수 없다.


 

조금씩 내리막이 시작되고 또다시 등장한 풍선 아치. 이번엔 길을 따라 풍선 기둥들이 아주 길게 늘어서 있다. 역시나 경쾌한 음악소리가 들리고 폭죽 소리까지 우렁차게 들린다.


궁금증이 폭발할 지경에 이르러 미칠 것 같고 지적 허기가 쓰나미처럼 밀려온다.


 

조금 더 지나 똑같은 풍선 아치를 하나 더 보았으나 이번에는 그냥 지나친다. 지적 허기를 채우지 못하는 것에 대한 의식적인 회피다.


"너무 궁금한데."


 

삭막하고 을씨년스럽기까지한 마을들이 계속 이어지고 검은 마을들의 정적을 깨뜨려 놓는 폭죽과 경쾌한 음악소리들. 다섯 번째 집을 발견하고 더는 허기진 지적 배고픔을 참을 수 없다.


마침 클래식 밴드의 경쾌한 연주 소리가 들려오는 집이 도로에서 그리 머지않아 들어가 보기로 마음먹는다.


 

길가에 길게 놓은 막대풍선들에는 풍선마다 자손들의 이름이 적혀있다.


 

그리고 큰 글씨로 메시지들이 적혀있는데 아무리 봐도 내용들이 축하의 문구들은 아니다.


 

"초상집이 맞는데, 저 날아갈 듯 경쾌한 밴드 연주는 대체 뭐냐고?"


 

"가 보자! 까짓것 얻어맞기밖에 더 하겠어."


 

초입에서 엄청나게 많은 폭죽 상자를 정리하는 사람에게 무엇인지를 물었지만 약간 모자란 사람처럼 허허 웃기만 한다.


 

 

 

마침 행사를 하고 있는 언덕 집의 아랫집에 한 청년이 나와 있어 자전거를 끌고 가며 눈을 마주치고, 손을 들어 용건이 있음을 알리니 자신의 뒤를 돌아보며 누구에게 손짓을 하는지를 살피며 어리둥절해한다.


"한국사람인데요. 저기서 무엇을 하는 거죠?"


"사람이 죽었어요."


"아, 노인이 죽어서 상을 치르는 거예요?"


"네."


아직은 어려 보이는 얼굴인데 씹는 담배 같은 것을 질겅거리며 재미있다는 듯이 대답한다.



생경한 중국의 장례문화를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으니 청년이 말을 건다.


"보고 싶으세요?"


"가도 되나요?"


"네. 따라오세요"


남의 초상집에 그것도 타국의 외지객이 불쑥 찾아들어 간다는 것이 어렵지만 장례식 모습이 궁금하고 보고 싶다.


 

앞서가던 청년이 흰 면포를 머리에 둘러쓴 사람에게 한국사람이 구경하러 왔다며 알려주고, 면포를 둘러쓴 사람과 가볍게 인사를 하고 장례식을 치르고 있는 집으로 올라간다.


 

화환들이 보이고 문제의 밴드가 경쾌한 음악을 계속해서 연주하고 있다.


"..."


 

청년은 상주로 보이는 남자에게 다시 나를 소개한다. 환하게 웃으며 한국인인지 물으며 거실로 데려가 의자에 앉으라 권하더니 따듯한 차를 건네준다.


"부모님이 돌아가셨다."


순식간에 좁은 거실이 흰 면포를 쓴 사람들로 북적인다. 나에게 질문을 하기 위해 서로 몇 마디씩을 하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다.


밥을 먹었는지 묻는 상주의 질문에 밥은 먹었다 대답하고 나니 이번에는 여자들이 다가와 밥과 음식을 줄 테니 먹으라고 권한다.


"이 사람들 왜 이렇게 밝고 즐겁지?"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에 어리둥절 두리번거리니 남자들이 하나둘 다가와 담배를 계속 건넨다. 담뱃갑 통째로 그리고 한 개비씩 계속 건네주어 양손을 모아 담배를 받아들고 있는 모양이 되어버린다.


위패를 모셔둔 곳이 보이지 않아 밖으로 나오려 하자 조금 전 나에게 음식을 권하던 여자가 밥은 한가득 담은 그릇을 들고 먹으라고 한다. 다행히 상주가 밥은 먹었다고 알려준다.


상갓집의 식사는 어떤 것이 나오는지 알고 싶었지만 밥을 먹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거실 옆 공간에 우리의 상여꽃 같은 종이꽃들로 장식이 되고 안쪽에 위패 같은 것이 모셔져 있는데, 제의 의식을 치르면서도 두 형제가 담배를 물고 있다.


중국의 담배 문화의 끝은 어디인지 알 수가 없다.


 

 

밴드의 연주가 잠깐 쉬는 사이 경극의 노래 같은 중국의 노래가 중국 악기들의 운율을 타고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진다.


"징징징징! 야~~ 오~~~ 이~~~"


 

 

간간이 한두 명 정도의 조문객이 왔다 갈 뿐, 집에는 대부분은 흰 면포를 쓴 고인의 가족과 자식들이다.



상갓집을 떠나려고 상주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니 와 주셔서 감사하는 말을 건네며 인사를 한다.


집의 옆, 천막을 두른 임시 공간이 음식을 준비하는 곳인가 보다.


 

 

 

 

그리고 집으로 올라가는 초입과 도로로 나가는 길에서 계속해서 폭죽을 터트린다. 엄청나게 쌓인 폭죽 상자들이 보인다.

 

 

"누군가는 축제라 했던가."


형식이나 모습들이 조금 다를 뿐, 가족을 떠나보내는 마음이 어찌 다르겠는가 싶다.


 

검은 집과 검은 도로, 낡고 허름한 것들 너머로 도시의 실루엣이 천천히 다가온다. 중국은 언제나 여기서부터 도시라는 듯 선을 그어놓은 것처럼 큰 도시가 나타난다.


 

 

도시의 초입에서 사진을 찍는 동안 한 남자가 바쁘게 도로를 가로질러 나에게도 다가와 말을 건넨다.


"한국 사람이냐?"


그렇다고 답변을 하고 크게 웃으며 대하였으나 느닷없이 나타난 남자를 약간 경계한다. 씹는 담배를 많이 하는지 누런 이와 거친 손 그리고 순간순간 느껴지는 특이한 몸짓들이 예사롭지 않다 생각이 든다.


"나는 한국사람을 싫어하지만 자전거를 타고 중국을 여행하는 너는 존경스럽다."


밑도 끝도 없이 한국과 미국 그리고 중국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남자의 곁으로 다시 한 중년의 남자가 붙어 나에게 관심을 갖는다.


"우리는 가까이 붙어있는 이웃 나라이니 공통된 언어를 써야 한다."


중년의 남자 역시 밑도 끝도 없는 이야기를 해가며 쉽사리 떠나가지 않을 눈치다. 그들의 말에 크게 호응을 해주며 위챗으로 친구 등록을 하고 메시지를 보내라 인사하고 자리를 떠난다.


"성질 같아선 자리에 앉혀놓고 한 6시간쯤 잘근잘근 씹어서 철 지난 중화사상 따위 지하 깊숙이 내려놓게 해주고 싶다만 참는 거야!"


 

"웃어 짜샤! 허황된 쿵후 영화만 보지 말고 UFC도 좀 보고!"


 

 

 

오는 동안 다른 곳과는 달리 호남인(湖南人)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자는 취지의 벽화들을 자주 본다. 레이양시에 들어서며 다른 도시와는 조금 다른 보수적인 도시인가 싶은 느낌을 받는다.


유별나게 반짝이고 시끄러운 다른 도시들과 달리 조금은 무겁게 느껴지는 건물들과 분위기다.



레이양시의 정부청사 앞에서 한 컷. 그리고 주변의 숙소를 검색하고 가까이에 위치한 주점으로 이동한다.


 

여권을 건네고 몇 가지 짧은 영어 질문에 쑥스러운 듯 밝게 웃으며 응대하는 숙소의 직원들. 모두가 친절하고 웃음들이 많아 즐겁다.


위챗 친구 등록을 해달라는 어린 여직원과 편안한 웃음을 보이며 이것저것을 챙겨주는 매니저 그리고 자전거와 나를 보고 좋은 웃음을 보여주는 매점의 아주머니까지 함께 깔깔거리며 농담을 하고 웃으며 체크인을 마친다.


프런트를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한국인이라며 웃으며 소개를 한다.


자전거는 직원들의 사무실 옆에 위치한 창고에 넣어두고 방으로 들어가 샤워를 하는 동안 위챗 친구 등록을 했던 어린 여직원이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메시지로 알려준다.


"침대 테이블 옆에 커다랗게 붙어있던데.."


 

샤워를 끝내고 주변의 식당을 물어보니 한참을 여기저기 설명하더니 무엇이 먹고 싶냐고 물어보는 여직원이다.


루이 씬웬과 먹었던 매콤한 고기덮밥 사진을 보여 주자 그 메뉴를 알고 있다는 듯 크게 말하더니.


"하지만 호남의 음식도 맛이 좋다!"


"그래, 그래서 어딘데?"


어린 여직원은 숙소 밖으로 나와 손가락으로 길 건너편 식당과 몇몇 식당을 가리키더니 갑자기 생각이 난 듯 숙소 바로 옆에 있는 식당을 가라고 한다.


여직원이 알려준 식당으로 들어가니 그동안의 식당들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고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이 친절하게 응대를 한다. 중국에 와서 여러 식당을 들어갔지만 어서 오라며 인사하는 곳은 처음이다.


"얘가 어딜 알려준 거야? 비싼데 아닌가?"


환한 조명과 따듯한 실내, 넓고 조용하며 케니지의 색소폰 음악이 흘러나오는 제법 모양이 나는 유리 테이블에 앉아 메뉴판을 받는다. 15위안부터 시작되는 메뉴들은 그리 비싸지 않다.


돼지고기가 들어간 32위안 메뉴를 시키고 있으니 제복의 점원이 다시 다가와 차를 마실 거냐고 물어본다.


"세상에 따듯한 차까지 내어주는 집은 처음이야."


밝게 웃는 직원들은 응대 교육을 받은 듯 조용하고 친절하게 주문을 받고 안내를 해준다.


 

그리고 나온 5,000원짜리 돼지고기 요리. 삼겹살을 튀겨서 조리한 매콤한 맛이 나는 음식이다.


"5,000원짜리 음식에 무슨 짓을 한 거니. 쓸데없이 고급 지게 양이 너무 적잖아!"


딱 우리의 삼겹살 크기만큼 한 돼지고기 요리는 맛이 좋다. 그런데 밥을 먹다 보니 이 양으로는 부족할 것 같아 직원을 불러 메뉴판을 달라고 한다.


 

그리고 서브 메뉴를 고르는데 17위안 하는 몇몇 요리들 중 두부가 들어간 메뉴를 가리키며 무엇인지를 묻자.


"도우푸(豆腐, 두부)!"


두부로 간장조림을 했거나 야채 같은 것과 함께 나오겠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조금 후에 조용히 나온 음식은 깍두기만 한 사이즈로 튀겨진 두부가 한 접시 가득 나왔다.


"뜨헉, 진짜 두부만 나왔네."


 

예쁜 빛으로 튀겨진 두부는 은은한 간장맛이 나면서 매콤하니 부드러웠고 한 입 베어 물면 기름맛이 돌면서 아주 맛있다. 하지만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은 두부튀김은 밥통에 있던 5~6공기 정도의 밥을 다 먹고서야 그 바닥을 드러낸다.


'허니, 허니.' 애칭을 부르며 저녁을 먹는 어린 남녀 커플이 둘만의 대화를 하며 가끔씩 나를 쳐다보는 것 같다.


"허니들, 나 신경 쓰지 말고 그대들 하던 거 해. 한국 사람들 이렇게 많이 안 먹는다. 그냥 내가 컨디션이 안 좋아서 약 먹는 거야. 약!"


배부름과 함께 귀가 닳도록 끊임없이 반복 재생되는 케니지의 Going Home 색소폰 연주가 현기증을 불러일으킨다.


"밥 먹었으면 집에 가라는 건가."


숙소로 돌아오니 매점의 아주머니께서 저녁을 잘 먹었는지 웃으며 물어본다. 맛있게 먹었다 대답하고 콜라를 하나 사들고 방으로 돌아온다.


"밥을 잔뜩 먹었으니 감기가 떨어지겠지!"


식곤증인지 피곤함인지 잠이 쏟아진다. 피식 웃고 사라져버린 루이 씬웬, 웃는 얼굴을 갖은 식당의 젊은 부부, 어머니를 떠나보낸 상주의 뜻밖의 웃는 얼굴 그리고 숙소의 경쾌하고 밝은 웃음들과 식당의 가지런한 응대의 미소까지 많은 웃는 얼굴을 바라본 날이다.


"좋았어!"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3일 / 비 ・ 6도

차링현

아침에 일어나니 몸살에 걸린 듯 몸이 무겁고 머리가 먹먹하다. 밤새 들리던 빗줄기 소리는 아침까지 여전하다. "컨디션이 좋지않은데 어떻게 할까"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4,172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279시간


휴식
0Km / 00분
0Km / 00분
야진빈관
열사묘지
야진빈관
 
 
1,423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7시 30분 연이은 알람에 잠이 깬다. 온몸을 얻어맞은 듯 묵직하고, 콧물 탓인지 머리가 먹먹한 것이 감기 기운이 심해지는 듯싶다.


커튼을 열지 않고도 우렁차게 창문을 두드리는 빗방울 소리에 날씨를 짐작한다. 좋지 않은 컨디션에 차가운 빗속을 다시 달리려니 조금은 싫은 마음이 생겨난다.


"아침밥 먹을 거니?"


리우 씬웬에게 위챗의 메시지가 들어온다. 패니어들을 정리해두고 아침을 먹으면 9시에는 출발할 수 있을 것 같다.



리우 씬웬과 어제의 식당으로 간다. 묻지도 않고 리우 씬웬이 메뉴를 고르고 음식이 나온다. 고수향이 나는 얼큰한 면요리, 감기 기운으로 몸이 으슬으슬하던 차에 따듯하고 얼큰한 국물을 마시니 조금은 좋아지는 것 같다.



식사를 하면서 버너의 휘발유를 사기 위해 리우 씬웬에게 물어보니 자신이 안내해 주겠다고 한다.


"주유소 말고 다른 곳이 있나?"



중국은 카드결제 보다 스마트폰 결제를 한다. 스마트폰으로 바코드를 찍고 결제를 하는데 편리해 보인다. 10위안짜리라며 이번에도 자신이 밥을 사겠다고 한다.



숙소에 돌아오니 9시가 되어간다. 멈출 생각이 없는 비를 바라보고 하루를 쉬기로 결정한다.


할머니, 리우 씨웬과 차를 마시는 사이 리우 위지에가 학교에서 돌아온다. 소학교 3학년이라는 리우 위지에는 꼭 그 나이만큼 개구지고 엉뚱한 질문들을 쉴 새 없이 해댄다.


리우 위지에의 아빠는 건장하고 남자답게 생겼는데 늘 바쁜지 나를 볼 때마다 말없이 담배 한 개비를 건네며 지나간다.


리우 씬웬 모자와 함께 휘발유를 사기 위해 주변의 오토바이 수리점 같은 곳을 갔으나 팔지 않는다고 한다.



돌아오는 길 자전거 수리점이 보여 본드를 사기 위해 들러본다. 아주 오래된 자전거포처럼 보인다.



가게에 버려져 있는 펑크 패치가 붙어있는 폐튜브를 들고 어렵사리 본드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시킨다.



"어디서 이것을 살 수 있어요?"


어디서 본드를 살 수 있는지 묻자 휴대용 펑크 패치와 본드 튜브를 보여준다. 이것은 가지고 있다며 큰 것이 필요하다고 말하니 자신이 쓰고 있는 본드를 보여준다.


낡은 페트병에 들어있는 본드. 뚜껑을 열어 냄새를 맡아보니 본드가 맞다.



자신이 쓰는 것을 담아주겠다며 작은 페트병에 1/3만큼 따르더니 2위안을 달라고 한다. 급한대로 이것이라도 가지고 다녀야겠다 싶어 2위안을 꺼내니 2위안에 아니고 20위안을 달라는 것이다.


"헐, 20위안이라고? 부 요, 부 요!"


그렇게 휘발유도 본드도 구매하지 못하고 숙소로 돌아온다. 리우 씬웬은 필요하면 자신의 오토바이에서 휘발유를 조금 꺼내어 담아주겠다고 했지만 웃으면서 거절한다.


"중국은 참 어렵다!"


중국 여행은 여러 가지 어려운 것이 많다고 얘기를 했더니 리우 씬웬이 잘 못 이해했는지 자신의 한 달 월급이 1,600위안이라며 그것으로는 생활이 힘들다고 한다.


"30만원이 안되는 돈이니 어려운 것이 많겠다. 생각해보면 중국의 물가가 그리 싼 것만은 아닌데.'


숙소 프론트에서 리우 씬웬과 리우 위지에와 함께 잠깐 대화를 하다 보니 11시가 되어간다. 피곤함이 밀려와 방으로 들어가 다시 침낭을 꺼내어 잠이 든다.



3시 40분, 푹 자고 일어나니 한결 몸이 가볍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니 믹스 커피가 간절하다.


고덕지도를 켜고 한국을 검색하니 주변에 한국 물건을 수입해서 파는 가게가 있다. 거리가 가까워서 커피를 구할 수 있을까 싶은 마음에 산책도 할 겸 밖으로 나간다.



숙소 옆에 눈에 익은 빈관이 있다. 사실은 이 빈관을 찾으려다 헷갈려서 지금의 야진빈관에 들어간 것이다.



가는 길 우리의 천냥 마켓처럼 2위안 마켓도 있다.


"돌아오는 길에 잠깐 들려서 필요한 물건이 있나 봐야지."



한국 가게와 숙소 사이에 공원이 있어 공원을 가로질러 간다.



도심 속 공원인데도 나무들이 울창하다.



학생들이 내려가는 공원의 쪽문으로 따라 내려가니 체육시설 같은 넓은 운동장이 나온다.



운동장 전체에 커다란 조립식 천막을 치고 행사 같은 것을 하는지 사람들이 많고 스피커를 통해 시끄러운 음악이 울려 퍼진다. 가까이 가보니 물건을 팔거나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니고 사람들이 즉석 복권 같은 것은 한 줄씩 사서 긁고 있다.



"이건 또 무슨 시추에이션이냐?"



생경한 관경에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구경을 하고 있으니 나에게도 해보라며 판매를 권한다. 즉석복권 같은 것인데 행사장에서 시끌벅적하게 진행을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저거 당첨 번호가 있기는 한 거야? 참 이해가 어렵다."


한 장에 5위안이면 싼 것도 아닌데 사람들이 한 줄씩 한꺼번에 사서 긁고, 파는 사람도 긁고 있다. 복권 사진을 찍어도 되는지 묻자 복권을 들고 포즈를 취하는 판매원.



공원을 빠져나온 반대편의 거리는 아이들의 옷들과 중국의 집집마다 거실에 놓여있는 저것을 파는 가게들이 많다.



한국 물건을 파는 가게는 없어지고 신발가게만 있다. 거리를 돌아 공원의 정문으로 걸어간다. 처음 들어섰던 허름한 문과 달리 정문은 웅장한 느낌이고, 넓고 높게 이어지는 계단 위로 높은 기념탑이 세워져 있다.



중국 혁명 당시 사망했던 사람들을 추모하는 기념탑.




기념탑을 지나 직선으로 거닐면 처음 들어섰던 공원의 입구가 나온다.



기념탑 뒤편으로 전사자들의 묘역이 울창한 나무숲 사이로 조성이 잘 되어 있다. 아마도 이곳 차링현 출신 전사자들의 묘역들인 것 가다.



우리의 현충원도 좋지만 이렇게 자신들의 고향에 묘역을 정성스레 가꾸어 놓으니 괜찮아 보인다. 경주역 앞에 놓인 이기태 경감의 흉상처럼 이런 기념물이나 추모의 공간은 생활 속 가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산책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어제 만났던 데이비스와 위챗으로 채팅을 한다. 화이트 가솔린을 어디에서 살 수 있는지 물었으나 그도, 그의 친구도 알지 못한다.


우리나라의 결제시스템으로 유명한 다날의 베이징 지사에서 근무를 했다는 데이비스는 다날이 중국에서 철수를 하며 퇴사를 한 것 같다. 30여 분 넘게 채팅으로 여러 이야기를 나눈 후 중국 여행 중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 물어보겠다고 하고 채팅을 마친다.


5시가 넘어 리우 씬웬이 위챗의 메시지로 저녁을 안 먹는지 묻는다. 아침식사 후 저녁은 내가 사겠다고 말했었다.


숙박요금 80위안을 결제하고, 리우 위지에도 같이 가도 되는지 묻는 리우 씬웬에게 그렇다고 하니 굉장히 좋아한다.


어제 먹었던 고기덮밥이 먹고 싶어 리우 위지에와 함께 그 식당으로 다시 간다.



여전히 사람들로 북적이는 식당은 밥 종류는 안된다고 하여 리우 씬웬은 다른 가게로 가자고 한다. 가게를 나서려는데 이미 리우 위지에는 그 가게의 꼬치메뉴 앞에서 정신줄을 놓고 있다.


꼬치메뉴들을 바라보는 리우 위지에, 이유를 묻자 리우 씬웬은 아이가 이것을 먹고 싶어한다고 한다.


"먹어! 쩌거 츠! 여기서 먹자."



꼬치를 고르는 리우 씬웬에게 할배네 치킨처럼 물결모양 피가 잘 입혀진 치킨도 같이 넣으라고 말하고 가게로 들어간다.


"쩌리 빠이판 메이요? 미엔, OK!"


리우 씬웬이 알아서 면 요리를 시키고 기다린다.



고기 육수에 고수와 땅콩 그리고 여러 가지 소스들이 들어간 누들면. 역시나 얼큰하고 맛과 향이 좋다.



잠시 후 주문해 놓았던 치킨과 꼬치들이 튀겨져 나온다.



중국 길거리에서 흔하게 파는 꼬치들은데 사람들은 저것을 손에 들고 다니며 먹거나 수북이 쌓아놓고 즐겨 먹는다. 튀기지 않은 원재료들을 보면 조금은 거북스럽게 느껴졌는데 자세히 보니 그냥 오징어튀김이다.



편의점에서 파는 맥주 안주 오징어 다리 같은 맛이 난다. KFC 치킨처럼 모양 좋게 밀가루 옷이 입혀졌던 치킨은 바싹하게 튀겨져 그 좋았던 모양새를 잃어버렸다.


중국의 향신료 맛이 나는 치킨도 따듯하고 맛있다.


치킨보다 꼬치를 더 잘 먹는 리우 위지에게 많이 먹으라며 한 접시를 더 주문해 달라고 하니 리우 씬웬은 치킨을 가리키며 하나에 7위안이라고 한다. 음식값들에 비하면 치킨의 값이 비싸다는 말이다.


"괜찮아. 메이 콴시! 츠! 츠!"


그렇게 식사를 하고 리우 위지에게 100위안을 주니 돈을 받아 계산을 하고 잔돈 27.1위안을 받아 온다. 10,000정도의 값으로 셋이서 맛있게 저녁을 먹었으니 이보다 더 값진 돈이 어디 있을까 싶다.


"쑤쑤, 시에! 땅큐!"


어제부터 리우 위지에는 나를 쑤쑤(叔叔), 삼촌이라고 부른다.



숙소에 돌아온 리우 씬웬은 기분이 좋았는지 어머니에게 신나게 뭔가를 떠든다. 따듯한 물을 달라고 하여 들고 방으로 들어온다.


"짜이지엔 리우 위지에!"


다시 따듯한 침낭 속으로 기어들어 간다.


"예보처럼 내일은 비가 없기를, 내일은 여기를 떠나야 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22일 / 비 ・ 11도

융신현-차링현

검은 비구름이 다시 내려앉는다. 계림을 향하는 길, 오늘 가야할 차링현까지는 큰 도시가 없이 작은 촌들이 이어진다. 빗속에 90km 이상을 가야하는 날. "비오는 날이 하루, 이틀도 아니구. 가 보자!"  

이동거리

93Km

누적거리

4,172Km

이동시간

6시간 52분

누적시간

279시간


S320소도
S320소도
56Km / 3시간 45분
37Km / 3시간 17분
융신현
가오롱전
차링현
 
 
1,423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건물의 안쪽에 위치한 숙소의 방이라 밤새 비가 내리는 것을 느끼지 못하였다. 패니어를 정리하여 1층으로 내려가니 비가 내리는 듯 거리가 뿌옇다.

 

"어떻게 1,000Km를 넘게 내려왔는데 똑같은 날씨들의 연속일까."

 

주섬주섬 레인 팬츠와 땡땡이 우의를 꺼내어 챙겨 입고 차링현으로 출발한다.

 

 

9시 30분 조금 늦은 출발인데 융신현의 아침은 혼잡하고, 융신현으로 이어지는 S320 소도로 역시 시내로 들어가기 위한 차량들과 오토바이들이 길게 정체되어 있다.

 

우리의 바쁜 아침 출근 때가 7~8시라면 이곳은 8~9시 정도인가 보다.

 

 

20여 분 만에 융신현의 시내를 완전히 벗어난다. 검은 구름들이 하늘을 덮고 있지만 아직 비는 내리지는 않고 밤새 내린 비로 인해 젖어있는 노면을 달리느라 자전거와 레인 팬츠는 금세 엉망이 되어버린다.

 

 

 

중국 학교의 모습이 궁금했는데, 지나가는 길에 작은 촌의 소학교가 보여 잠시 쉬어간다. 방학 기간인지 중국의 학교들은 모두 문이 닫혀있다. 시골의 작은 촌마을 학교라 그런지 규모도 작고 심플하다. 특이한 것이 있다면 운동장 측면에 탁구대가 4대 정도 놓여있다.

 

"국기가 탁구라더니 역시 다르구나."

 

 

 

11시가 조금 넘어 길가의 작은 슈퍼에 들러 빵과 콜라를 10위안에 사든다. 중국의 빵들은 맛이 좋다. 여러 가지를 골라 무게를 재어 가격을 정하는 빵들은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빵을 먹는 동안 서너 살쯤의 아이를 안고 있는 젊은 여자와 인사를 나누고 슈퍼에 들르던 다른 남자도 태극기를 보더니 한국인이냐며 말을 건다. 엄지를 추켜세우는 젊은 남자와 짧은 대화를 하는 도중 아이를 안은 여자가 영어를 할 줄 아는지 묻는다.

 

좋은 영어 발음을 갖고 있는 여자에게 놀란다.

 

"이건 춘장 발음이 아닌데!"

 

명함을 건네주고 여자와 영어로 대화를 나누며 그동안 궁금했던 길가에 심어져 있는 가로수의 이름이 무엇인지 물어본다.

 

"I don't know how to call it in English. In China, Guihuashu!"

 

중국의 가로수로 심어져 은은한 향이 좋았던, 풍성하게 우거져 자전거 길을 너무나 예쁘게 만들었던 나무의 이름은 계수화(桂花树)다.

 

 

더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대화를 하는 사이 빗줄기가 시작되어 서둘러 떠나야 한다. 비가 오지 않아 슈퍼에서 벗어놓은 땡땡이 우의를 다시 입고, 고무장갑도 꺼내어 낀다.

 

이틀 전 사용하고 난방기 밑에 말려두었지만 고무장갑의 안쪽이 축축하게 느껴진다.

 

"뒤집어서 말려야 했는데. 괜찮아 조금 있으면 땀이 찰 테니까."

 

 

몇 십초 만에 신발의 안쪽은 저벅저벅한 느낌이 들 정도로 완전히 젖어버린다.

 

 

길은 오르막과 평지가 이어지며 산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다. 비안개가 산을 타고 넘어가며 잠시 소강상태가 이어진다.

 

 

S320 소도로에는 덤프트럭 같은 대형 차량들의 통행이 많다. 잘 정비된 성도에서는 대형 화물 차량을 전혀 볼 수 없어 의아했는데 중국의 화물 차량들은 소도로를 이용하여 운행하는 것인가 싶다.

 

오르막과 평지 그리고 다시 오르막과 짧은 내리막이 계속되는 동안 산들의 봉우리가 낮아져 가는 것이 이상하다 싶었는데 이윽고 산장들이 길가에서 보이기 시작한다.

 

"뭔지 모르겠지만 자꾸만 올라가는 기분이다."

 

 

산장들을 지나 내리막길을 내려오는 동안 천둥과 함께 굵은 빗줄기가 쏟아져 내린다.

 

 

마침 버스 정류장에 의자가 있어 잠시 비를 피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 굵고 거칠어지는 빗줄기다.

 

 

눈앞을 가리는 빗줄기 속에 도로는 순식간에 물바다가 되어 버린다. 도로의 경사면을 타고 흘러넘치듯 내려오는 흙탕물을 가로지르며 여전히 오르막과 평지가 이어지는 길을 달려간다.

 

화물 차량이 대형 분무기를 뿌리듯 물방울들을 흩날리며 자전거를 지나치고, 속도를 줄이지 않는 매너 없는 중국의 운전자들은 물웅덩이를 지나치며 흙탕물을 시원하게 선사한다.

 

"힘드냐고요? 아주 즐겁습니다!"

 

하굣길 갑자기 내리는 소나기에 온몸을 적시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흙탕물 속에서 장난을 치는 아이처럼 달리는 동안 시원함 같은 것이 느껴진다.

 

 

언덕길을 올라 작은 마을에 이르니 석상이 멋들어지게 서있다. 이동양, 물론 모르는 사람이다.

 

"중국 명대(明代)의 시인. 비현실적인 창화응수시(唱和應酬詩)가 명의 영락(永樂)·성화(成化)의 시단을 침체하게 했는데 홀로 성당(盛唐)의 시풍을 추구하는 당시(唐詩) 부흥운동의 선구적 존재가 되었다. 주요 저서에는 《회록당집(悔麓堂集)》등이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이동양 [李東陽] (두산백과)"

 

 

"아무리 비가 와도 할 것은 하고."

 

 

 

검색을 해보니 동상과 초상화가 좀 많이 다르다.

 

 

 

이동양의 동상이 있던 마을을 돌아 내려오니 장대비는 이내 멈추고 하늘이 맑아진다. 멀리 구름들 사이로 희미하게 드러낸 빛의 실루엣, 태양을 본지가 언제인지 모르겠다.

 

 

하루 종일 지나왔던 길들이 모두 이렇다. 평지와 오르막 그리고 평지 같은 오르막 짧은 내리막이 반복된다.

 

 

 

 

"이것을 배추라고 해야 하는지 배추 나무라고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내리는 비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무작정 길을 따라오다 보니 언제부터인지 하늘이 가깝게 느껴지고 내 위치보다 높은 봉우리가 사라져간다.

 

 

 

"정상에 다 왔을까? 저 코너를 돌면 시원한 내리막의 보상이 주어지겠지!"

 

하지만 이번에는 내리막과 평지 그리고 오르막이 몇 십 미터 간격을 두고 계속 이어진다. 뭔지 모르겠지만 느낌상 내려가는 것 같은데 롤러코스터나 모굴을 타는 듯 꿀렁꿀렁 넘어가는 길들이 너무나 힘들다.

 

"S320 소도로, 이상하게 그리고 기분 나쁘게 길들여지는 기분이야."

 

 

빗물을 모아둔 둔 곳에 이런 표지판이 많이 보인다. 생활용수나 농업용수 이외에 그 물을 팔기도 하나 보다.

 

 

오르막과 평지 그리고 내리막과 오르막이 반복되는 이상한 길을 60Km나 달리고 목적지인 차링현을 겨우 5Km 남기고 평지가 나타난다. 하루 종일 첨벙대던 신발 속 발가락 끝이 찌릿하게 아려온다.

 

차링시로 들어가기 전 길가에 멋들어지게 세워진 석상이 눈길을 끈다. 2시간여를 쉬지 않고 달려왔던 터라 잠시 쉬고 싶다.

 

 

"谭思聪,革命烈士,湖南茶陵人。1932年1月3日在江西永新钱市街猪嬖岭战斗中牺牲。1926年秋加入中国共产党。井冈山斗争时期,任茶陵县委书记、特委委员、特委常委。后任赣西南特委委员,湘东独立师政委等。

 

담사총, 혁명열사, 호남다릉인.1932년 1월 3일 강서영 신전시거리 저승령 전투에서 전사했다. 1926년 가을에 중국 공산당에 입당했다.이오카산 투쟁 시기에는 다링현 당서기, 특위 위원, 특위 상무위원을 지냈다.이후 赣서남특위 위원, 샹둥독립사정위 등을 지냈다. [바이두 사전]"

 

 

"누군지는 모르지만 26살에 생을 마쳤으니 아까운 삶이네."

 

담사총의 동상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으니 한 중국 남자가 주변을 서성이더니 내게 다가와서 한국인이냐며 묻는다. 그렇다고 답변을 하고 인사를 나눈 후 중국어를 못 알아들으니 영어로 대화를 한다.

 

중국 베이징에서 일을 했다는 Davis다. 짧은 대화를 하고 있으니 몸에 한기가 밀려온다.

 

 

데이비스와 위챗 아이디를 교환하고 메시지를 하겠다며 말하고 헤어진다. 오늘 중국에서 영어로 소통이 되는 두 명을 만나 궁금했던 것들을 물어볼 수 있어서 좋다.

 

 

4Km 정도를 남기고 차링현으로 들어가는 도로를 만난다.

 

 

여느 중국의 도시와 같이 복잡하고 자동차의 크락션 소리가 끊이지 않는 차링시다. 트립닷컴과 고덕지도를 이용해 저렴한 숙소를 고르고 가까이에 있는 숙소로 이동했지만 고덕지도는 막다른 골목으로 안내한 후 자동으로 안내를 종료해 버린다.

 

"분명, 이 근처가 맞는데. 어디에 있는 거야?"

 

20여 분을 그렇게 근처에 있는 빈관을 찾기 위해 헤매다 허름한 골목 가운데 위치한 빈관을 겨우 찾는다.

 

빈관에 들어가니 어두운 내부에 70대 정도로 보이는 할머니 한 분이 프런트에 앉아있어 몸짓으로 잠을 자겠다는 표시를 하니 알아듣는 눈치다. 가격을 물으니 80위안이고 100위안을 주자 20위안은 내일 가져가라고 한다.

 

"야진?"

 

고개를 끄덕이며 야진하며 따라 한다. 체크인을 한 후 자전거를 가리키며 할머니에게 자전거를 씻는 시늉을 하며 온몸으로 말한다.

 

"할매, 쑤이, 쑤이! 치~~~~~~~!"

 

뭔가를 알아들은 할머니는 밖에 있는 수도가를 알려주며 빗자루를 건네준다.

 

"할매, 하오! 하우!"

 

 

할머니에게 수도꼭지의 열쇠를 달라 하니 열쇠와 바가지를 준다. 패니어와 자전거에 묻은 흙들을 씻어내고 엘리베이터가 없는 좁은 계단을 올라 방으로 들어간다.

 

 

가끔씩 중국의 외부에 있는 수도에는 꼭지가 없고 이렇게 열쇠처럼 생긴 꼭지를 가지고 돌려서 쓴다.

 

 

샤워를 하는 동안 젊은 여자가 방문을 두드리고 주숙등록을 위해 신분증을 달라 요청한다. 비를 맞아 얼어버린 몸을 따듯한 온수로 녹인다. 차가워진 피부를 따갑게 파고들던 샤워기의 물줄기가 천천히 따듯함으로 온몸을 적신다.

 

"아, 좋다!"

 

좌변기가 아닌 화장실의 변기 속으로 자연스럽게 흙물들이 쓸려 내려간다.

 

"이거 괜찮은 시스템이네. 하수구가 막힐 일도 없고."

 

 

주숙등록을 하려던 젊은 여자는 컴퓨터에 익숙지 않은지 등록을 하지 못한다. 밥을 먹어야 하는지 묻더니 무엇을 먹고 싶냐며 묻는다.

 

"肉! 고기!"

 

매운맛이 괜찮냐고 묻고 자기가 식당까지 안내를 하고 밥을 사겠다고 한다.

 

"그래, 일단 가! 취! 취!"

 

역시나 식당에 가는 동안 여자는 내 쪼리에 관심을 두며 춥지 않냐고 물어본다. 나를 본 중국인들은 한결같이 쪼리에 관심이 많다.

 

큰 사거리를 건너 사람들이 북적이는 식당으로 들어간다. 전통적인 식당은 아니고 젊은 사람들이 많이 앉아 누들면과 국수 같은 것을 먹는 식당이고, 식당 안의 바닥에는 냅킨과 포장 비닐들이 여기저기 어지럽게 버려져 있다.

 

"작은 휴지통 같은 걸 놓아두면 될 텐데. 중국은 참 특이해."

 

 

매콤하게 고기를 볶은 밥이 나온다. 20위안짜리라는데 맛이 전혀 느끼하지 않고 깔끔하고 좋다.

 

밥을 먹는 동안 여자의 이름(리우 씬웬, 刘新文)를 묻고 나이를 물으니 동갑내기다.

 

"워먼 쓰 펑이요!"

 

번역기로 여러 가지 짧은 대화를 하고, 노란 배추꽃을 보여주며 무슨 꽃이냐고 물어보니 유채꽃이라고 한다. 입들이 크고 꽃망울이 다른데 이상하다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아닌데. 유채꽃!"

 

식사를 마치니 정말로 리우 씬웬이 계산을 해버린다. 식사비를 주려는 제스처를 하자 숙소에 가서 자기에게 달라고 한다.

 

"뭐냐?"

 

숙소에 돌아오니 따듯한 차를 마시며 프런트 앞 작은 테이블에 리우 씬웬의 가족들이 모여있다.

 

"기념으로 한국 돈을 줘!"

 

밥값 대신 기념으로 한국 돈을 달라는 리우 씬웬. 만원, 오천원, 천원을 꺼내놓고 고르라고 하니 자기는 돈의 가치를 몰라서 고르지 못하겠다고 한다.

 

"그럼, 마음에 드는 남자를 골라!"

 

모르겠다며 손사래를 치는 그녀에게 만원을 건네준다.

 

"이 사람이 한국말을 만든 사람이야, 세종대왕!"


리우 씬웬 가족들의 많은 질문을 받는 사이 조그만 꼬마가 들어온다. 자기의 아들이라며 9살짜리 리우 위지에(刘奕杰)를 소개한다.


리우 위지에의 많은 질문을 받고 답느라 2시간이 금방 지나가버린다. 9시가 넘어서야 방으로 돌아왔지만 3시간 넘게 난방기가 돌아간 방안은 여전히 냉랭하다.


침낭을 꺼내어 몸을 집어넣고 하루를 정리한다. 콧물로 시작된 감기 기운이 조금 더 심해진 것 같다.


"정말이지 내일만은 비가 안 왔으면 좋겠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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