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43일 / 비 ・ 10도
징저우시-징먼시
비가 올 것 같은 하늘이다. 좋은 날이 하루를 못 간다.


이동거리
89Km
누적거리
5,797Km
이동시간
6시간 50분
누적시간
409시간

 
도로
 
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징저우시
 
쓰리푸전
 
징먼시
 
 
3,012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86-1173-0089

 
피곤함이 조금 남아있는 아침이다. 징저우시에서 하루를 더 머물고 싶지만 베이징으로 가는 일정이 불확실하여 아쉽지만 떠나기로 한다.

프런트로 내려가 자전거와 짐들을 정리하는데 리즈훼이는 아직 출근 전인지 보이질 않는다.

감사의 인사를 하고 싶은 마음에 조금 더 기다렸지만 오지 않아서 프런트 동료에게 네임카드를 건네주며 리즈훼이에게 전해달라 부탁을 한다.

하늘을 뒤덮은 먹구름은 금방이라도 빗방울을 떨어뜨릴 것 같고, 찬 바람이 불어 조금 쌀쌀하게 느껴지는 날씨다.

어제 리즈훼이가 장강변에서 알려준 징저우 고성을 둘러보고 징먼시로 향할 생각이다. 징먼시까지는 89km 정도의 거리다.

"한 시간 정도 고성을 둘러보고 떠나도 충분하겠어."

고성으로 가는 사거리, 출근길 복잡한 도로에서 자전거 도로를 막고 끼어들기를 하는 차량이 있다.

"어딜 가나 존재하는 그런 부류들."

고성입구 사거리까지 오는 동안 맥도날드와 할배치킨을 보며 어렵게 지나쳐 왔는데, 이번에는 못 참겠다.

"햄버거가 당기네. 과소비 한 번 정도는 괜찮지 뭐."

"어라, 메뉴가 왜 이래? 햄버거 세트 어디로 갔어. 다른 컨셉트 매장인가?

햄버거 메뉴가 없고 브런치 메뉴 같은 것들만 보인다. 할 수 없이 세트들을 살펴보니 테이크아웃 커피가 보인다.

도로의 먼지들 때문인지 이틀 전부터 아메리카노 한 잔이 먹고 싶었다.

"오, 아메리카노!"

세트 1번을 주문하며 아메리카노인지를 두 번이나 확인한다. 포스기에 18위안만 찍혀 있어서 이상하다 생각하고 있으니 종업원도 왜 저러나 싶게 쳐다본다.

"18, 16. 34위안 아닌가?"

잠깐 눈이 마주친 종업원이 무언가를 추가할 것인지를 물어보는데 잘 모르겠다.

"뭐?"

종업원이 큰 그림의 두유 같은 것을 보여준다.

"No. I wanna have some coffee!"

알았다는 듯 직원은 18위안이 적힌 포스를 가리킨다. 빵과 커피가 세트고 두유 같은 것이 16위안인가 보다.

뭔가 아쉬워 4위안 텐더 같은 것을 추가로 주문한다.

"이런 걸 먹어서는 간에 기별도 안 가."

순식간에 빵과 텐더는 사라져 버리고, 43일 만에 마시는 아메리카노는 꿀맛이다.

빵을 해치우고 매장을 둘러보니 메뉴판이 달라진다.

"뭐냐? 아침 메뉴였어!"

아침 해장국집에는 샐 수 없이 다녀봤지만 아침 햄버거를 먹어본 적이 없으니 오전의 시스템을 알 리가 없다.

"됐다. 아메리카노에 만족한다."

커피를 마시며 리즈훼이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니 중국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라며 건네받은 명함 사진과 한국어로 음성 메시지를 보내준다.

"감사합니다."

제대로 된 조카 한 명 있으면 소개해 주고 싶은데 정말 아쉽다.

"내 조카들은 분명히 리즈훼이가 싫어할 거야."

반쯤 남은 커피를 물통 케이지에 꽂아 넣고 사거리를 건너 징저우 고성으로 간다.

우선 눈에 보이는 용들이 꼬리를 물고 올라가는 원기둥 조각탑이 보이고.

"커다란 인감도장 같네."

조금 길을 따라가면 성문 사이로 차들이 지나다닌다.

중국에는 거대한 성들이 많아서 그러는지 일반적인 성문들은 차나 사람들이 다니는 길로 사용되는 것 같다.

과거의 길을 그 용도에 맞게 그대로 사용한다는 것이 꽤 괜찮아 보인다. 말이나 수레가 다니던 길을 차량과 오토바이가 지나다닌다.

성문의 도로를 지나 오른 편으로 들어가면 고성의 정문이 나온다. 우리의 성문들과 비슷한 느낌이다.

성문 건너편 매표소가 있어 입장료를 받는지 확인하러 간다. 자세히 살펴봐도 고성에 대한 사항은 없고 주변 관광지들의 관람권을 판매하고 있다.

성문을 살펴봐도 딱히 입장권을 확인하는 곳도 없고, 사람들도 자유롭게 드나드는 것으로 보인다.

"일단 가보지 뭐. 잡으면 그때 표를 사고."

성 안쪽으로 작은 호수가 성벽을 따라 이어지고 산책로에는 목련나무가, 호수변에는 오래된 수양버들 나무가 길게 들어서 있다.

꽃잎이 떨어지기 시작한 목련의 진한 꽃내음이 가득 퍼져 향기롭게 느껴진다.

성벽을 따라가다 커다란 인물상이 세워진 건너편 공원으로 건너간다.


屈原(굴원).
중국 전국시대의 정치가이자 비극시인. 학식이 뛰어나 초나라 회왕(懷王)의 좌도(左徒:左相)의 중책을 맡아, 내정·외교에서 활약하기도 했다. 작품은 한부(漢賦)에 영향을 주었고, 문학사에서 뿐만 아니라 오늘날에도 높이 평가된다. 주요 작품에는 《어부사(漁父辭)》등이 있다. (두산백과)

"어부사? 들어본 것 같은데."

"어쨌든 선생님 반갑습니다."

이곳을 추천해 준 리즈훼이에게 인증샷을 보낸다. 손가락으로 굴원의 조각상을 가리키고 있으니 누구인지 물어보는 줄 알았나 보다.

"屈原, 중국의 단오절은 그를 기념하는 날이에요."

굴원이 멱라수에 투신하여 죽은 날이 음력 5월 5일 단오날인데 중국에서는 이날을 문학의 날로 기린다. 특히 단오날에 댓잎에 싸서 먹는 쫑쯔(粽子)는 굴원을 기리기 위한 음식으로 유래되었는데 쫑쯔를 강물에 던져 물고기들이 굴원의 시신을 뜯어먹지 못하게 했다는 풍속이 전해진다. (두산백과)

그냥 여기 왔다 것을 알린 것인데 역사 공부를 시켜준다.

"시에 시에."

공원의 산책로를 천천히 따라가며 고덕지도의 목적지를 징먼시로 설정하고 공원을 빠져나기는 길을 찾는다.

일반적으로 중국의 공원에는 자전거를 못 가지고 들어가는 것 같고, 대부분 출입구에 기둥들을 촘촘하게 세워두어 들어가기도 힘들다.

공원을 나가려고 보니 출구로 향하는 다리들이 5개가 넘는 계단을 올라서 이어진다. 마침 '한국인이냐'며 관심을 보인 아저씨가 계단을 오르는 것을 도와준다.

그런데 문제는 다리를 건너니 출구 쪽에 기역자 모양의 통제 기둥이 빼곡하게 박혀있어 지나갈 수가 없다는 것이다.

"야, 이건 도저히 못 넘어가겠다."

다리 위에서 망설이고 있으니 조금 전의 아저씨가 뒤따라와 무거운 자전거를 함께 들어 올려 간신히 통제 기둥을 넘어온다.

"역시 중국에서는 못하는 것은 있어도 안 되는 것은 없어!"

아침부터 이리저리 어수선한 것이 심상치가 않다.

공원을 나와 아파트 공사가 한창인 엉망인 도로를 지나간다. 조금씩 빗방울이 떨어지고, 힘겹게 파헤쳐진 도로를 지나 비단길 같은 도로로 겨우 접어든다.

"아휴, 이제 살았네."

새로 지어진 아파트의 신작로는 얼마 가지 못하고 막다른 길로 이어지고 흙길의 외진길로 들어선다.

"고덕양, 네가 그렇지 뭐."

빗방울이 굵어지며 옷들이 젖어든다. 우의를 챙겨 입고 길을 재차 확인하고 출발한다.

갈림길, 다시 한번 지도를 확대해가며 확인하고. 오늘도 고덕지도의 안내를 무시하며 달린다.

G207 국도는 내리는 빗줄기에 조금씩 노면이 젖어들더니 진흙밭으로 변해가고, 도로를 타고 올라오는 비린 흙냄새가 진동을 한다.

"이런 환경이라면 비가 오는 게 나을까? 앞이 보이지 않는 흙먼지가 날리는 것이 나을까?"

"정말 얘들은 만리장성을 수십 개도 쌓을 수 있을 민족 같다."

어떻게 이런 적재 기술을 습득했을까 싶다.

도로의 상태가 너무 안 좋다. 움푹 패거나 바닥을 드러낸 도로가 거침없는 중국의 운전자들마저 온순하게 만들어 버린다.

좋은 곳을 골라 운행을 하느라 느릿느릿한 거북이 운행들을 한다. 문제는 역주행을 서슴지 않고 하기 때문에 나에게 달려들지 않을까 온 신경이 곤두세워야 하는 것이다.

"그냥 천천히 가라. 그 길이 그 길이다."

후베이성에는 무덤에 꽂아두는 조화들을 슈퍼에서 흔하게 판매한다. 가계들마다 종류가 다르지만 색들이 화려하고 길쭉하다.

도로는 비로 인해 내려앉은 흙먼지와 도로에 엉겨 붙어 있던 흙들로 세라믹 코팅이 된 듯 반질반질한 진흙밭이다.

끊임없이 지나치는 다양한 종류의 화물차들과 진흙밭으로 파헤쳐진 도로가 이어지는 끔찍한 라이딩이다.

빗방울은 멈췄지만 비바람처럼 차갑고 거친 바람이 나를 향해 불어온다. 화물 차량들이 흩날리는 진흙 먼지들이 온전히 나에게 날아든다.

"지옥이 따로 없구나. 이런 곳에서 매일처럼 어떻게 살까?"

회색분을 뿌려놓은 듯 보이는 모든 것들이 흙먼지투성이다. 돌아가고 싶을 만큼 모든 것이 끔찍하다.

며칠 전에 사놓은 빵과 아침의 커피로 잠시 쉬어간다.

태극기는 이내 찢어질 듯 휘날리고.

"이건 거의 머드팩 수준인데!"

2시, 찬바람에 못 이겨 뒤늦게 버프를 꺼내 뒤집어쓰고 다시 진흙밭으로 들어간다.

속도가 나질 않아 아직도 가야 할 거리가 60km가 넘게 남아있다.

지옥길을 달리는 나와는 상관없이 들녘의 풍경은 너무나 예쁘다.

조금씩 바람이 잦아드나 싶더니 후드득 빗줄기기 쏟아져 내린다.

아스팔트 길을 달리고 있지만 진흙밭에서 뒹구는 기분이다. 흙먼지로 코팅이 되어 반들반들 윤기가 나며 질척거리는 도로를 달려간다.

고통스러운 길도 언젠가는 끝이 난다. 어쩌면 더 힘들 길과 상황이 나타날 수도 있지만 그 길 또한 언젠가는 끝이 날 것이다. 그러니 할 수 있는 것은 알 수 없는 그 마지막을 향해 무던히도 꿋꿋하게 걸어가는 것뿐이다.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 괜찮질 것이니 모두 잊으라 말하지만 단지 시간이 지나서 괜찮아지는 것은 세상에 없다.

"매일 아침 눈을 뜨는 것이 두렵다. 남들과 다르지 않는 삶을 살아가며 포기하는 삶에 익숙해져가는 것이 매일매일이 두렵고 슬프다."

징먼시의 외곽에 들어서며 흙먼지의 도로는 깨끗하게 바뀌어가고, 내리는 비의 양도 여름날의 소나기처럼 늘어간다. 징저우시를 벗어나며 시작된 힘들었던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듯 징먼시의 중심을 향해 힘차게 달려간다.

유난히 한적한 징먼시의 도로는 중심에 가까워질수록 조금씩 혼잡스러워진다.

남은 20km의 거리를 1시간에 삭제를 하고.

징먼시내에 들어서 자전거의 속도를 줄인다.

여름날의 소나기처럼 내리는 빗줄기 속에서도 열기가 오른 몸에서는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난다. 사거리의 네모난 육교 아래에 자전거를 세우고 가까이 위치한 숙소를 트립닷컴으로 검색을 하고 예약한다.

5시, 지옥 같은 도로와 궂은 날씨 속에서 힘들었던 하루의 라이딩에 비하면 생각보다 이른 시간에 도착한 것 같다.

"정말 엉망이네!"

"잘 도착했으니 됐다."

반질반질 빛이 나는 대리석 바닥의 주점으로 들어가 여권과 바우처를 제시하니 아주 쉽게 체크인이 된다.

흙탕물이 떨어지는 자전거를 끌고 들어오기가 조금은 미안한 주점에 자전거를 방으로 가져갈 수 있는지를 묻자 리셉션 측면의 넓은 공간에 자전거를 세워두라며 안내를 한다.

엘리베이터가 있어 패니어들을 옮기는데 수월하고, 리셉션 측면의 넓은 공간이라 분실의 위험도 전혀 없어 괜찮지만 깨끗한 주점의 한편에 더러운 자전거를 놓아두려니 조금은 미안한 생각도 든다.

샤워만을 하고 저녁을 먹기 위해 밖으로 나온다. 퇴근시간이 되었는지 도로 위는 차량들로 가득하다.

속소 맞은편 심플하고 모던해 보이는 작은 음식점으로 들어간다. 융신현에서 젊은 남자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모던하게 만들어진 중국음식의 만족스러운 저녁이 생각나 젊은 남자가 운영하는 식당을 선택한 것이다.

"뭔가 모양이 이상하네."

왠지 허전하고 이상한 음식에 메뉴판을 보고 닭다리 하나를 더 주문한다. 개방된 주방에서 젊은 남자는 비닐팩을 뜯고 닭다리 하나를 냄비에 담아 열을 가한다.

"조리 식품이냐? 너에게는 백선생이 필요하겠다."

허기를 채운 것만으로 만족하고 숙소로 돌아와 젖은 옷들을 세탁한다. 입구 천장에 설치되어 있는 붙박이 난방기에 요령껏 세탁물들을 걸어놓고.

하루를 마무리 한다.

"정말 힘든 하루였어."





경비내역
식비:45위안 / 식료품:17.5위안 / 숙박:15,364원 / 합계:62.5위안, 15,364원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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