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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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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지키스탄

키르키즈스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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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오스

베트남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호주

뉴질랜드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브라질

파라과이

볼리비아

칠레

페루

에콰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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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살바도르

과테말라

멕시코

미국

캐나다

 


GPS 정보


2019
January
N 이동경로 소요시간 이동거리 누적시간 누적거리

30

인천공항-상하이 푸동

0

0

0

0

31

상하이 푸동

0

0

0

0

 
February
N 이동경로 소요시간 이동거리 누적시간 누적거리

1

상하이 푸동-상하이 예원

3:40

37

3:40

37

2

예원-임시정부-쿤산시

6:06

83

9:46

120

3

쿤산시-쑤저우시

6:32

82

16:18

202

4

쑤저우시-후저우시

5:03

63

21:21

265

5

후저우시-광더현

5:21

81

26:42

346

6

쉬안청시 광더현-하오촌

7:59

105

34:41

451

7

하오촌-난닝시-황산

7:27

96

42:08

547

8

황산 트레킹

7:41

28

49:49

575

9

황산-치먼현

6:07

77

55:56

652

10

치먼현

0

0

55:56

652

11

치먼현-싼리젠

3:45

46

59:41

698

12

싼리젠-징더젠

5:24

80

65:05

778

13

징더젠-위간현

7:06

107

72:11

885

14

위간현-난창현

7:37

107

79:48

992

15

난청현-장수이시

5:17

76

85:05

1,068

16

장수이시

0

0

85:05

1,068

17

장수이시

0

0

85:05

1,068

18

장수이시-지수이현

7:15

108

92:20

1,176

19

지수시현-융신현

7:19

118

99:39

1,294

20

융신현-차링현

6:52

93

106:31

1,387

21

차링현

0

0

106:31

1,387

22

차링현-레이양시

7:29

95

114:00

1,482

23

레이양시-창닝시

4:20

54

118:20

1,536

24

칭닝시-링링구

7:05

92

125:25

1,628

25

링링구-싱안현

7:56

134

138:15

1,798

26

싱안현-구이린시

4:44

68

142:59

1,866

27

구이린시

5:20

18

148:19

1,884

28

구이린시-롱지전

6:05

79

154:24

1,963

March
N 이동경로 소요시간 이동거리 누적시간 누적거리

1

롱지전-룽성 각족

4:56

38

159:20

2,001

2

룽성 각족-퉁다오 둥족

7:40

85

167:00

2,086

3

퉁다오 둥족-먀오족

5:10

79

172:10

2,165

4

퉁다오 먀오족-홍지앙시

7:05

98

179:15

2,263

5

홍지앙시-마양 마오족

7:22

99

186:37

2,362

6

마양 먀오족-샹시 투자족

6:39

84

193:16

2,446

7

샹시 투자족-푸롱진

7:30

79

200:46

2,525

8

푸롱진-장자제시

6:18

83

207:04

2,608

9

장자제시

6:23

38

213:27

2,646

10

장자제시-츠리현

8:10

116

221:37

2,762

11

츠리현-푸싱창젠

7:40

109

229:17

2,871

12

푸싱창젠-징저우시

5:35

90

234:52

2,961

13

징저우시-징먼시

6:50

87

241:42

3,048

14

징먼시-상양시

8:17

128

249:59

3,176

15

상양시-난양시

8:45

130

258:44

3,306

16

난양시-셰현

6:48

114

265:32

3,420

17

셰현-정저우시

8:32

143

274:04

3,563

18

정저우시-신샹현

4:56

77

279:00

3,640

19

신샹현-안양시

5:53

113

284:53

3,753

20

안양시-싱타이시

7:16

113

292:09

3,866

21

싱타이시-위안스현

6:17

90

298:26

3,956

22

위안스현-딩저우시

6:34

111

305:00

4,067

23

딩저우시-바오딩시

4:08

67

309:08

4,134

24

바오딩시-팡산구

6:00

117

315:08

4,251

25

팡산구-베이징시

5:17

51

320:25

4,302

26

베이징시

2:12

10

322:37

4,312

27

베이징시

4:37

15

327:14

4,327

28

베이징시

6:42

82

333:56

4,409

29

베이징시

7:20

15

341:16

4,424

30

베이징시

4:50

82

346:06

4,506

31

베이징시-창핑구

3:59

44

350:05

4,550

 
April
N 이동경로 소요시간 이동거리 누적시간 누적거리

1

창핑구-엔칭현

4:07

45

354:12

4,595

2

엔칭현-샤화위안구

6:13

76

360:25

4,671

3

샤화위안구-쉬안화구

3:02

31

363:27

4,702

4

쉬안화구

0

0

363:27

4,702

5

쉬안화구-징베이현

6:49

91

370:16

4,793

6

징베이현-화더현

7:58

112

378:14

4,905

7

화더현-샹황기

4:24

49

382:38

4,954

8

샹황기-쑤니터우기

6:30

123

389:08

5,077

9

쑤니터우기

2:00

39

391:08

5,116

10

쑤니터우기

4:20

182

395:28

5,298

11

쑤니터우기-얼롄하오터

8:51

120

404:19

5,418

12

얼롄하오터

2:56

15

407:15

5,433

13

얼롄하오터

0

0

407:15

5,433

14

얼롄하오터-자민우드

1:24

15

408:39

5,448

15

자민우드

0

0

408:39

5,448

16

자민우드-고르도비

4:06

30

412:45

5,478

17

고르도비

0

0

412:45

5,478

18

고르도비-사인샨드

9:37

187

422:22

5,665

19

사인샨드-조르노크

7:24

100

429:46

5,765

20

조르노크

0

0

429:46

5,765

21

조르노크

0

0

429:46

5,765

22

조르노크-달랑자르갈랑

6:42

56

436:28

5,821

23

달랑자르갈랑-처이르

6:02

78

442:30

5,899

24

처이르

0

0

442:30

5,899

25

처이르-보로

6:07

103

448:37

6,002

26

보로-울란바토르

9:23

126

458:00

6,128

27

울란바토르

0

0

458:00

6,128

28

울란바토르

0

0

458:00

6,128

29

울란바토르

0

0

458:00

6,128

30

울란바토르-차민바즈

6:52

48

464:52

6,176

May

N 이동경로 소요시간 이동거리 누적시간 누적거리

1

차민바즈-하라콜룸

7:29

326

472:21

6,502

2

하라콜룸-체체를렉

7:12

111

479:33

6,613

3

체체를렉

0

0

479:33

6,613

4

체체를렉

0

0

479:33

6,613

5

체체를렉

0

0

479:33

6,613

6

체체를렉

0

0

479:33

6,613

7

체체를렉-동궈이

7:34

78

487:07

6,691

8

동궈이-초도트쏨

5:56

57

493:03

6,748

9

초도트쏨-호르고

5:56

33

498:59

6,781

10

호르고

0

0

498:59

6,781

11

호르고

0

0

498:59

6,781

12

호르고

0

0

498:59

6,781

13

호르고-아브갈대

6:51

62

505:50

6,843

14

아브갈래-이흐울

8:08

94

513:58

6,937

15

이흐울-토승쳉겔

3:34

43

517:41

6,980

16

토승쳉겔

0

0

517:41

6,980

17

토승쳉겔

0

0

517:41

6,980

18

토승쳉겔

0

0

517:41

6,980

19

토승쳉겔-텔먼

6:08

69

523:49

7,049

20

텔먼-울리아스타이

9:16

103

533:05

7,152

21

울리아스타이

3:00

24

536:05

7,176

22

울리아스타이

0

0

536:05

7,176

23

울리아스타이

0

0

536:05

7,176

24

울리아스타이-차간헤르항

7:11

46

543:16

7,222

25

차간헤르항-알타이

5:15

157

548:31

7,379

26

알타이

0

0

548:31

7,379

27

알타이-울란티그

6:59

102

555:30

7,481

28

울란티그-불간

8:32

83

564:02

7,564

29

불간-네루

4:32

51

568:34

7,615

30

네루-지르크

4:57

70

573:31

7,685

31

지르크-터그럭

6:56

68

580:27

7,753

 

June

N 이동경로 소요시간 이동거리 누적시간 누적거리

1

티그럭

0

0

580:27

7,753

2

티그럭-카르어스 호수-헙드

7:15

79

588:12

7,832

3

헙드

0

0

588:12

7,832

4

헙드

0

0

588:12

7,832

5

헙드

0

0

588:12

7,832

6

헙드

0

0

588:12

7,832

7

헙드

0

0

588:12

7,832

8

헙드

0

0

588:12

7,832

9

헙드

0

0

588:12

7,832

10

헙드

0

0

588:12

7,832

11

헙드

0

0

588:12

7,832

12

헙드

0

0

588:12

7,832

13

헙드

0

0

588:12

7,832

14

헙드

0

0

588:12

7,832

15

헙드

0

0

588:12

7,832

16

헙드

0

0

588:12

7,832

17

헙드

0

0

588:12

7,832

18

헙드

0

0

588:12

7,832

19

헙드

0

0

588:12

7,832

20

헙드

0

0

588:12

7,832

21

헙드

0

0

588:12

7,832

22

헙드

0

0

588:12

7,832

23

헙드

0

0

588:12

7,832

24

헙드

0

0

588:12

7,832

25

헙드

0

0

588:12

7,832

26

헙드

0

0

588:12

7,832

27

헙드

0

0

588:12

7,832

28

헙드

0

0

588:12

7,832

29

헙드

0

0

588:12

7,832

30

헙드

0

0

588:12

7,832

July

N 이동경로 소요시간 이동거리 누적시간 누적거리

1

헙드

0:38

4

588:50

7,836

2

헙드-에르덴부릉

6:50

54

595:40

7,890

3

에르덴부릉-보라트

8:55

77

604:35

7,967

4

보라트-바양울기

6:41

93

611:16

8,060

5

바양울기

0

0

611:16

8,060

6

바양울기-차간누르

5:53

68

617:09

8,128

7

차간누르-울란바이신트

2:48

29

619:57

8,157

8

울란바이신트-코쉬아가츠

5:56

80

625:53

8,237

9

코쉬아가츠

0

0

625:53

8,237

10

코쉬아가츠

0

0

625:53

8,237

11

코쉬아가츠-아크타쉬

6:56

103

632:49

8,340

12

아크타쉬-인야

7:13

106

640:02

8,446

13

인야-옹구데이

6:47

74

646:49

8,520

14

옹구데이-쉐발리노

7:57

92

654:46

8,612

15

쉐발리노-만저로크

5:52

79

660:38

8,691

16

만저로크

0

0

660:38

8,691

17

만저로크

0

0

660:38

8,691

18

만저로크-고르노 알타이스크

3:21

43

663:59

8,734

19

고르노 알타이스크

4:57

60

668:56

8,794

20

고르노 알타이스크-비스크

0

0

668:56

8,794

21

비스크-고르데예브스키

5:10

105

674:06

8,899

22

고르데예브스키-바르나울

5:21

88

679:27

8,987

23

바르나울

5:02

91

684:29

9,078

24

바르나울

2:52

17

687:21

9,095

25

바르나울

2:44

25

690:05

9,120

26

바르나울

0

0

690:05

9,120

27

바르나울-알레이스크

8:17

142

698:22

9,262

28

알레이스크-포스켈리카

5:32

81

703:54

9,343

29

포스켈리카-룹촙스크

5:36

84

709:30

9,427

30

룹촙스크

0

0

709:30

9,427

31

룹촙스크-보로두리하

7:56

106

717:26

9,533

 

August

N 이동경로 소요시간 이동거리 누적시간 누적거리

1

보로두리하-세메이

6:03

85

723:29

9,618

2

세메이

0

0

723:29

9,618

3

세메이

0

0

723:29

9,618

4

세메이-세미온노브카

6:56

118

730:25

9,736

5

세미온노브카-아크큐

8:57

115

739:22

9,851

6

아크큐-파블로다르

6:33

107

745:55

9,958

7

파블로다르

3:12

15

749:07

9,973

8

파블로다르-에카바스투즈

9:00

136

758:07

10,109

9

에카바스투즈-토르트쿠두크

8:06

81

766:13

10,190

10

토르트쿠두크-투르가이

8:15

107

774:28

10,297

11

투르가이-아스타나

8:34

134

783:02

10,431

12

아스타나

4:45

32

787:47

10,463

13

아스타나

3:02

15

790:49

10,478

14

아스타나

3:57

32

794:46

10,510

15

아스타나

0

0

794:46

10,510

16

아스타나-아크콜

7:46

123

802:32

10,633

17

아크콜-부라바이

9:30

143

812:02

10,776

18

부라바이-콕셰타우

7:36

90

819:38

10,866

19

콕셰타우

0

0

819:38

10,886

20

콕셰타우-사우말콜

8:07

103

827:45

10,969

21

사우말콜-코스타나이주계

8:05

151

835:50

11,120

22

코스타나이주계-스테프노이

8:32

107

844:22

11,227

23

스테프노이-코스타나이

5:52

86

850:14

11,313

24

코스타나이

1:56

12

852:10

11,325

25

코스타나이

0

0

852:10

11,325

26

코스타나이-페도로브카

7:17

80

859:27

11,405

27

페도로브카-카예라크

7:11

98

866:38

11,503

28

카예라크-첼랴빈스크

7:59

145

874:37

11,648

29

첼랴빈스크

4:01

28

878:38

11,676

30

첼랴빈스크

0

0

878:38

11,676

31

첼랴빈스크-미아스

7:39

105

886:17

11,781

September

N 이동경로 소요시간 이동거리 누적시간 누적거리

1

미아스-브레조비모스트

8:11

83

894:28

11,864

2

브레조비모스트-바칼

3:42

42

898:10

11,906

3

바칼-심

7:11

90

905:21

11,996

4

심-벨라야강

7:30

133

912:51

12,129

5

벨라야강-우파

2:07

17

914:58

12,146

6

우파

2:36

15

917:34

12,161

7

우파-주보보

2:17

17

919:51

12,178

8

주보보-스타로쿠르마세보

6:30

85

926:21

12,263

9

스타로쿠르마세보-스타로콕토보

7:42

107

934:03

12,370

10

스타로콕토보-멘젤린스크

6:06

92

940:09

12,462

11

멘젤린스크-나베레츠니첼니

4:07

58

944:16

12,520

12

나베레츠니첼니

2:53

8

947:09

12,528

13

나베레츠니첼니

0

0

947:09

12,528

14

나베레츠니첼니

0

0

947:09

12,528

15

나베레츠니첼니

0

0

947:09

12,528

16

나베레츠니첼니

0

0

947:09

12,528

17

나베레츠니첼니-카잔

7:11

263

954:20

12,791

18

카잔

0

0

954:20

12,791

19

카잔

0

0

954:20

12,791

20

카잔-슈토너보시

6:48

108

961:08

12,899

21

스토너보시-사르미스카시

6:56

96

968:04

12,995

22

사르미스카시-바가니

5:59

79

974:03

13,074

23

바가니-라봇키

5:26

61

979:29

13,135

24

라봇키-니즈니노브고로드

7:06

63

986:35

13,198

25

니즈니노브고로드

0

0

0

0

26

니즈니노브고로드

0

0

0

0

27

니즈니노브고로드-고로호베츠

6:03

95

992:38

13,293

28

고로호베츠-보골류보보

6:38

126

999:16

13,419

29

보골류보보-포크로프

6:53

104

1,006:09

13,523

30

포크로프-모스크바

6:29

103

1,012:38

13,626

 

October

N 이동경로 소요시간 이동거리 누적시간 누적거리

1

모스크바

0

0

1,012:38

13,626

2

모스크바

2:42

17

1,015:20

13,643

3

모스크바-쿠르사코보

5:16

86

1,020:36

13,729

4

쿠르사코보-쿠즈민카

6:39

96

1,027:15

13,825

5

쿠즈민카-조리노

7:26

123

1,034:41

13,948

6

조리노-세메노브스코예

6:24

96

1,041:05

14,044

7

세메노브스코예-노보소콜니키

8:03

109

1,049:08

14,153

8

노보소콜니키-이드리사

6:11

90

1,055:19

14,243

9

이드리사-루자

6:22

77

1,061:41

14,320

10

루자-레제크네

3:03

32

1,064:44

14,352

11

레제크네

0

0

1,064:44

14,352

12

레제크네-쿠카스

6:16

83

1,071:00

14,435

13

쿠카스-드젤메스

6:39

96

1,077:39

14,531

14

드젤메스-리가

4:45

67

1,082:24

14,598

15

리가

0

0

1,082:24

14,598

16

리가-살라츠그리바

5:23

89

1,087:47

14,687

17

살라츠그리바-패르누

5:51

96

1,093:38

14,783

18

패르누-아스마에

6:10

107

1,099:48

14,890

19

아스마에-탈린

5:04

38

1,104:52

14,928

20

탈린

1:43

7

1,106:35

14,935

21

탈린-할자라

5:58

97

1,112:33

15,032

22

할자라-시니매에

6:39

104

1,119:12

15,136

23

시니매에-코르차니

6:23

88

1,125:35

15,224

24

코르차니-상트페테르부르크

5:38

97

1,131:13

15,321

25

상트페테르부르크

3:50

19

1,135:03

15,340

26

상트페테르부르크-푸시킨

5:01

85

1,140:04

15,425

27

상트페테르부르크

0

0

1,140:04

15,425

28

상트페테르부르크

2:07

11

1142:11

15,436

29

상트페테르부르크

0

0

1,142:11

15,436

30

상트페테르부르크

0

0

1,142:11

15,436

31

상트페테르부르크-상트아라쿨

3:53

56

1,146:04

15,492

November

N 이동경로 소요시간 이동거리 누적시간 누적거리

1

상트아라쿨-비보르크

6:23

92

1,152:27

15,584

2

비보르크-토르패노브카

4:23

57

1,156:50

15,641

3

토르패노브카-코트카

5:51

66

1,162:41

15,707

4

코트카-쿨로

7:00

97

1,169:41

15,804

5

쿨로-헬싱키

4:43

47

1,174:24

15,851

6

헬싱키

0

0

1,174:24

15,851

7

헬싱키-에푸스

5:19

20

1,179:43

15,871

8

에푸스-사우콜라

4:05

56

1,183:48

15,927

9

사우콜라-파이미오

4:51

69

1,188:39

15,996

10

파이미오-투르쿠

5:33

48

1,194:12

16,044

11

투르쿠-스톡홀름

5:00

20

1,199:12

16,064

12

스톡홀름

2:41

9

1,201:53

16,073

13

스톡홀름

0

0

1,201:53

16,073

14

스톡홀름-쇠데르델리에

4:24

45

1,206:17

16,118

15

쇠데르텔리에-에스킬스투나

5:21

80

1,212:08

16,198

16

에스킬스투나-외레브로

5:15

84

1,217:23

16,282

17

외레브로-칼스코가

4:57

61

1,222:20

16,343

18

칼스코가-칼스타드

5:21

67

1,227:23

16,410

19

칼스타드-프리크스타

1:55

22

1,229:36

16,432

20

프리크스타-아르비카

5:11

70

1,234:47

16,502

21

아르비카-비요르켈란겐

5:18

58

1,240:05

16,560

22

비요르켈란겐-릴레스트룀

4:59

68

1,245:04

16,628

23

릴레스트룀-오슬로

4:27

24

1,249:31

16,652

24

오슬로

0

0

1,249:31

16,652

25

-

0

0

0

0

26

-

0

0

0

0

27

-

0

0

0

0

28

-

0

0

0

0

29

-

0

0

0

0

30

-

0

0

0

0

 

December

N 이동경로 소요시간 이동거리 누적시간 누적거리

1

-

0

0

0

0

2

-

0

0

0

0

3

-

0

0

0

0

4

-

0

0

0

0

5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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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0

6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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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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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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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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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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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

0

0

0

0

29

-

0

0

0

0

30

-

0

0

0

0

31

-

0

0

0

0

 

 

2020

 

2021

 

 

 







하늘밥도둑 후원 : KEB 하나은행 / 변차섭 / 415-910665-18507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유나, 걍바다,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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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Mongolia) 2019.04.14~07.08  (0) 2019.07.09
중국(China) 2019.01.30~04.14  (0) 2019.06.17
한국(Korea) 2018.10.29~11.21  (1) 2019.06.08

하늘밥도둑, 자전거 세계일주 : 중국 (Bike Trip in China)

중국 : 2019.01.30~4.14 / 5,433km

타임라인

January
N 이동경로 소요시간 이동거리 누적시간 누적거리

30

인천공항-상하이 푸동

0

0

0

0

31

상하이 푸동

0

0

0

0

 
February
N 이동경로 소요시간 이동거리 누적시간 누적거리

1

상하이 푸동-상하이 예원

3:40

37

3:40

37

2

예원-임시정부-쿤산시

6:06

83

9:46

120

3

쿤산시-쑤저우시

6:32

82

16:18

202

4

쑤저우시-후저우시

5:03

63

21:21

265

5

후저우시-광더현

5:21

81

26:42

346

6

쉬안청시 광더현-하오촌

7:59

105

34:41

451

7

하오촌-난닝시-황산

7:27

96

42:08

547

8

황산 트레킹

7:41

28

49:49

575

9

황산-치먼현

6:07

77

55:56

652

10

치먼현

0

0

55:56

652

11

치먼현-싼리젠

3:45

46

59:41

698

12

싼리젠-징더젠

5:24

80

65:05

778

13

징더젠-위간현

7:06

107

72:11

885

14

위간현-난창현

7:37

107

79:48

992

15

난청현-장수이시

5:17

76

85:05

1,068

16

장수이시

0

0

85:05

1,068

17

장수이시

0

0

85:05

1,068

18

장수이시-지수이현

7:15

108

92:20

1,176

19

지수시현-융신현

7:19

118

99:39

1,294

20

융신현-차링현

6:52

93

106:31

1,387

21

차링현

0

0

106:31

1,387

22

차링현-레이양시

7:29

95

114:00

1,482

23

레이양시-창닝시

4:20

54

118:20

1,536

24

칭닝시-링링구

7:05

92

125:25

1,628

25

링링구-싱안현

7:56

134

138:15

1,798

26

싱안현-구이린시

4:44

68

142:59

1,866

27

구이린시

5:20

18

148:19

1,884

28

구이린시-롱지전

6:05

79

154:24

1,963

March
N 이동경로 소요시간 이동거리 누적시간 누적거리

1

롱지전-룽성 각족

4:56

38

159:20

2,001

2

룽성 각족-퉁다오 둥족

7:40

85

167:00

2,086

3

퉁다오 둥족-먀오족

5:10

79

172:10

2,165

4

퉁다오 먀오족-홍지앙시

7:05

98

179:15

2,263

5

홍지앙시-마양 마오족

7:22

99

186:37

2,362

6

마양 먀오족-샹시 투자족

6:39

84

193:16

2,446

7

샹시 투자족-푸롱진

7:30

79

200:46

2,525

8

푸롱진-장자제시

6:18

83

207:04

2,608

9

장자제시

6:23

38

213:27

2,646

10

장자제시-츠리현

8:10

116

221:37

2,762

11

츠리현-푸싱창젠

7:40

109

229:17

2,871

12

푸싱창젠-징저우시

5:35

90

234:52

2,961

13

징저우시-징먼시

6:50

87

241:42

3,048

14

징먼시-상양시

8:17

128

249:59

3,176

15

상양시-난양시

8:45

130

258:44

3,306

16

난양시-셰현

6:48

114

265:32

3,420

17

셰현-정저우시

8:32

143

274:04

3,563

18

정저우시-신샹현

4:56

77

279:00

3,640

19

신샹현-안양시

5:53

113

284:53

3,753

20

안양시-싱타이시

7:16

113

292:09

3,866

21

싱타이시-위안스현

6:17

90

298:26

3,956

22

위안스현-딩저우시

6:34

111

305:00

4,067

23

딩저우시-바오딩시

4:08

67

309:08

4,134

24

바오딩시-팡산구

6:00

117

315:08

4,251

25

팡산구-베이징시

5:17

51

320:25

4,302

26

베이징시

2:12

10

322:37

4,312

27

베이징시

4:37

15

327:14

4,327

28

베이징시

6:42

82

333:56

4,409

29

베이징시

7:20

15

341:16

4,424

30

베이징시

4:50

82

346:06

4,506

31

베이징시-창핑구

3:59

44

350:05

4,550

 
April
N 이동경로 소요시간 이동거리 누적시간 누적거리

1

창핑구-엔칭현

4:07

45

354:12

4,595

2

엔칭현-샤화위안구

6:13

76

360:25

4,671

3

샤화위안구-쉬안화구

3:02

31

363:27

4,702

4

쉬안화구

0

0

363:27

4,702

5

쉬안화구-징베이현

6:49

91

370:16

4,793

6

징베이현-화더현

7:58

112

378:14

4,905

7

화더현-샹황기

4:24

49

382:38

4,954

8

샹황기-쑤니터우기

6:30

123

389:08

5,077

9

쑤니터우기

2:00

39

391:08

5,116

10

쑤니터우기

4:20

182

395:28

5,298

11

쑤니터우기-얼롄하오터

8:51

120

404:19

5,418

12

얼롄하오터

2:56

15

407:15

5,433

13

얼롄하오터

0

0

407:15

5,433

14

얼롄하오터-자민우드

1:24

15

408:39

5,448

 

 

GPS 정보

 

 

하늘밥도둑 후원 : KEB 하나은행 / 변차섭 / 415-910665-18507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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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16일 / 맑음 ・ 12도
차간아르칸-알타이
150km가 남은 알타이까지의 산길, 간쑤크의 도움을 받아 차량으로 이동하기로 한다. 도저히 자전거로 갈 수 없는 험한 산길이다.


이동거리
157Km
누적거리
10,128Km
이동시간
5시간 15분
누적시간
716시간

산넘고물건너
비포장길
112Km / 4시간 02분
45Km / 1시간 13분
차간느
타이시르
알타이
 
 
1,946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아침 일찍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는 간쑤크의 가족들, 침대에 누워 게으름을 피우는 동안 아이들이 서로 장난을 치며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간쑤크와 바야르는 소의 젖을 짜느라 바쁘다. 어미의 젖을 물고 있는 송아지를 떼어내고 부드러운 손동작으로 양동이에 젖을 짜는 바야르.

초원의 소들은 건강한 것인지 쇠똥의 크기가 두꺼운 밀가루 반죽 같다.

양치를 하기 위해 자전거에 놓아둔 생수를 꺼내니 물이 얼어있다. 5월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여전히 바람이 차고 밤의 기온이 낮다.

게르 옆에 놓인 채찍을 보고 자전거 스탠드로 사용할 막대기가 생각난다.

"쓸만한 나무가 없네."

바야르가 우유차를 내어주고.

조금 전 짜낸 소의 젖을 채에 거른 후 화로 위에 올려놓는다.

간쑤크에게 자전거를 세울 긴 막대기가 필요하다 말하니 장대처럼 긴 채찍을 주고, 톱으로 필요한 만큼 잘라 쓰라고 한다.

Y자 모양이면 더 좋겠지만 자전거를 세우는데 문제는 없다.

"됐다. 자전거 스탠드 겸 못된 개들의 응징용 작대기."

포터 트럭으로 알타이까지 갈 것이라 생각했는데 간쑤크는 게르에 놀러 왔던 남자의 SUV에 자전거를 실으라며 제스처를 한다.

남자는 자전거를 가져오며 몇 차례 타보려고 하지만 좌우로 흔들리는 자전거를 주체하지 못한다.

"말 타는 것보다 어렵지?"

패니어를 떼어내고 간쑤크에게 타보라고 하니 아이처럼 이리저리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닌다.

패니어들을 차량에 싣고.

앞 바퀴를 탈착한 자전거를 승용차에 넣는다.

"알타이까지 가는 것만 남았네."

바야르는 양고기의 살코기와 비계를 썰어 끓이고.

사람들이 이야기를 하는 동안 밀가루 반죽으로 면을 만든다.

양고기 국물에 면을 넣고.

몽골에서 초이완과 함께 주식으로 먹는 양고기 국수.

케찹을 뿌려서 먹기도 하는데 나는 그냥 먹는 것이 더 단백하고 좋다.

바야르가 자꾸 더 먹으라며 권해서 세 그릇을 비운다.

소의 뿔로 만든 젖병이다. 모유를 먹이는 몽골에서 아이에게 쓸 일은 없고, 어린 가축에게 젖을 먹일 때 사용할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

뿔의 안쪽을 긁어내고 끝부분에 젖꼭지를 달아 만든 것이 기발하다.

식사가 끝나자 간쑤크는 알타이로 가자며 서두른다. 150km의 흙길이니 자동차로 간다 해도 꽤 거리가 멀다.

나를 데려다주고 차간느까지 돌아오면 300km가 훌쩍 넘는 거리이니,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는 것이다.

짐들을 챙기고 짧은 시간이지만 여러모로 신경을 써준 바야르와 사진을 찍고, 게르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과 인사를 한다.

간쑤크와 둘이 알타이로 갈 것이라 생각했는데 간쑤크는 뒷자리에 타고 남자가 운전을 한다.

"간쑤크, 네가 앞에 앉아. 네가 크잖아."

덩치가 좋은 간쑤크에게 조수석을 양보했지만, 자전거 핸들이 뒷자리의 반을 차지하고 있는 비좁은 자리에 큰 덩치를 구겨 넣는다.

간쑤크의 게르를 떠난 승용차는 생각했던 대로 모래 바닥의 흙길을 이리저리 피해 가며 알타이로 향한다.

언덕들과 강물을 위아래 좌우로 요동을 치며 지나가고.

자갈과 돌들을 피해 달리지만 시속 30km의 속도가 나질 않는다.

"산악자전거라면 모를까 패니어를 단 자전거로는 도저히 갈 수 없는 길이네."

여러 갈래의 길 중에서 나름 괜찮은 길을 골라 승용차를 몰고, 가끔씩 차량을 세우고 망원경을 꺼내어 말들이 있는 곳을 관찰하며 간쑤크와 남자는 무언가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 말을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만나 반갑게 대화를 주고받으며 쉬기도 한다.

수킬로미터씩 떨어져 지내는 사람들이라 반갑게 인사를 하며 대화를 하는 것이 편하고 즐거워 보인다.

간쑤크와 남자는 교대로 운전을 하며 흙길을 따라간다.

쉴 새 없이 핸들을 조작하고 브레이크와 악셀을 밟아야 하니 운전이 피곤하기도 할 것 같다.

"근데, 몽골에는 운전면허 같은 것이 있나?"

신호등도 교차로도 없는, 심지어 길도 없는 몽골에서 운전면허를 어떻게 따는지 궁금해진다.

산들을 하나씩 넘어가며 멀리 보이는 다음 산까지 구불구불 휘어진 흙길을 느릿느릿 달려간다.

바람이 강하게 불어오는 날에 볼 수 있는 구름떼들만이 둥실거리며 하늘을 떠다니고.

햇볕을 받아 더워지는 차 안의 온도와 달리 제법 거센 찬바람이 불고 있는 날씨다.

한참을 달리던 승용차는 다시 사람들을 만나 정차를 하고, 간쑤크는 사람들과 인사를 하고 짧은 대화들을 나눈다.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하는 한국인에 대해 설명을 했는지 한 남자가 다가와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농담의 제스처를 한다.

남자는 말의 뒤쪽을 두드리며 말을 타고 가자며 웃는다.

도로조차 없어 사람의 통행이 빈번하지 않으니 사람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이 많다. 아마도 이런 모습이 유목민족 몽골인의 참 모습이 아닐까 생각된다.

멀리 떨어져 지내는 사람은 물론이고 낯선 사람에게조차 안부를 묻고 스스럼없이 대화를 하는 사람들.

언제나 사람의 얼굴과 목소리를 그리워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산들을 넘고 넓은 평원이 이어지는 동안 하늘의 구름은 솜뭉치를 펼쳐놓은 것처럼 빼곡하게 하늘을 채우고 있다.

가끔씩 몽골의 비현실적인 구름의 풍경을 보면 가슴이 뭉클해질 정도이다.

"정말 어떻게 해야 널 담아 갈 수 있을까?"

11시에 차간느를 출발하여 두 시간 동안 50km를 이동한다. 몇 채의 게르를 제외하고 아무것도 없는 초원의 흙길.

"정말 세상에서 가장 무의미한 이정표 중에 하나일 거다."

뒷자리에서 누워 잠을 자던 남자와 간쑤크는 다시 운전을 교대하고.

간쑤크에 비해 와일드한 운전을 하던 남자가 돌멩이가 차체를 튕기는 소리와 함께 승용차를 세운다.

뭔가 분주한 느낌이 들어 차에서 내려 들여다보니 앞바퀴가 펑크가 났다.

"어, 너네 스페어타이어는 있는 거야?"

차량의 화물칸 밑부분에서 스페어타이어를 꺼내고 타이어를 교체하는 것을 도와준다.

타이어를 장착하던 간쑤크의 모자가 바람에 날려 날아간다. 모자를 쫓아 50미터 정도를 죽어라 뜀박질을 하고 간쑤크에게 모자를 돌려준다.

산의 능산을 타고 달리던 차량은 2시 30분이 되어 작은 마을에 도착한다.

하라콜룸, 체체를렉, 울리아스타이로 이어지던 푸르고 아름답던 몽골 중부의 마을과 달리 황량한 사막의 풍경이 느껴지는 마을이다.

"다시 남부의 사막지대로 왔구나."

간쑤크를 따라 작은 슈퍼로 들어가 빵과 음료수를 사들고 계산을 한다.

"내가 살게!"

간쑤크가 집어 든 작은 카스테라 빵. 빵을 먹으며 엄지와 새끼손가락을 펴고 맛을 물어보는 간쑤크에게 엄지를 들어 '샌'이라고 말하지만 몽골의 빵은 정말 너무 달다.

"모! 모! 난 중국 빵이 더 좋아!"

남자가 고른 것은 보리식빵과 생선 통조림이다. 처이르에서 오초르가 챙겨주던 점심식사 메뉴다. 그냥 빵에 얹어서 함께 먹으면 비리지 않고 단맛이 난다.

아직도 알타이까지 50km나 남았다. 작은 마을 타이시르를 지나면서 사라졌던 비포장도로가 이틀 만에 모습을 드러낸다.

하지만 간쑤크와 남자는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 대신 옆으로 나있는 초원의 흙길을 따라 승용차를 운전한다.

몽골의 비포장도로는 정말 최악의 길이다.

알타이에 가까워지며 아스팔트 포장을 위해 준비를 하는지 비포장도로가 매끈하게 이어진다.

돌들이 잘게 분쇄되고 평탄하게 작업된 비포장도로가 몽골 남부의 포장도로를 만나며 300km 넘게 이어지던 흙길과 비포장도로가 드디어 끝이 난다.

"아! 얼마 만에 아스팔트 길이냐!"

몽골의 도로는 울란바토르에서 국경이 있는 울기까지 남부와 북부의 포장도로(하이웨이)가 동서로 이어져있다. 울란바토르, 바양홍고르, 알타이, 헙드로 이어지는 남부 도로와 볼강, 므릉, 울란곰, 헙드로 이어지는 북부 도로이다.

북부 도로를 타고 울기로 향하던 길을 김병남 선교사님을 만나며 중부의 하라콜룸, 체체를렉, 호르고, 토승쳉겔을 따라 이동했고 중부의 포장도로는 끝이 났다.

북쪽의 울란곰과 남쪽의 알타이 중 몽골인의 '아스팔트'라는 잘못된 설명으로 울리아스타이와 알타이까지 이어지는 산길과 흙길을 넘어온 것이다.

"아스팔트!"

비단길을 미끄러지듯 내달려 알타이에 도착한다. 차간느를 출발하여 5시간 만에 도착한 것이다.

알타이도 제법 큰 마을이지만 중부의 마을들보다는 처이르나 사인샨드의 모습에 가깝게 느껴진다.

눈이 쌓인 높은 산을 배경으로 사막과 같은 푸석한 초원의 모습이다.

알타이 중심으로 들어와 칸뱅크에 들러 간쑤크에게 20만 투그릭을 찾아준다.

일주일 정도의 생활비지만 하루 종일 달려온 끔찍한 초원의 길을 생각하면 적당하다 생각한다. 자전거로 이동했다면 최소 일주일 정도 소요되고, 무엇보다 몸과 자전거가 만신창이가 되었을 것이다.

은행 앞에서 자전거와 짐들을 꺼내어 정리를 하는데 자전거의 프론트 렉을 고정하는 볼트들이 모두 느슨하게 풀어져있다.

3일 동안 비포장도로와 산길을 달리며 요동치는 흔들거림과 충격으로 조금씩 풀어져 버린 것이다.

육각렌치를 꺼내어 볼트들을 다시 조이고, 패니어를 장착한다.

"간쑤크, 밥 먹고 가! 나랑 밥 먹고 집에 가!"

알타이에 와서 지인들에게 통화를 하는지 바쁜 두 사람에게 밥을 먹고 가라며 주변의 식당을 검색하여 이동한다.

첫 번째 레스토랑은 폐업을 했는지, 영업을 끝냈는지 문이 닫혀있다. 그사이 간쑤크의 지인으로 보이는 남자를 만나고, 그가 알려주는 식당으로 들어간다.

친절하게 대해주는 여자 주인과 주변 사람들과 달리 간쑤크의 지인인 남자는 뭔가 불만에 찬 표정으로 나를 대한다.

간쑤크와 밥을 먹으며 마지막으로 고마운 마음들을 전달하며 이야기하고 싶은데, 자꾸 끼어들며 철자도 똑바로 쓰지 못하면서 핸드폰을 달라고 한다.

핸드폰을 주면 엉뚱한 단어를 써놓거나 쓰는 것을 포기하고 다른 앱들을 눌러대는 남자.

"도시가 그렇게 힘들면 욕심내지 말고 다시 초원으로 돌아가. 촤식아!"

불만 가득 불쾌한 표정으로 쳐다보던 남자는 핸드폰을 달라고 하더니 '가라', '집에 가라' 등의 단어를 적어놓고 헙드로 바로 가라며 보기 싫은 표정으로 말과 제스처를 해댄다.

"술 먹었나? 네가 뭔데 가라 마라야!"

간쑤크와 함께 운전을 하고 온 남자와의 헤어짐이 아쉬웠지만 정말 마주하고 싶지 않은 얼굴의 남자다.

간쑤크의 게르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하루 종일 차를 타고 오면서도 늘 웃고, 장난스러운 제스처를 하며 소통을 하던 사람들의 표정이 좋질 않고 빨리 서두르는 모양이다.

간쑤크와 남자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헤어진다.

간쑤크 일행이 떠나고, 상냥한 식당 아주머니 그리고 옆 가게의 아주머니와 웃으며 이야기를 하고 나니 찝찝했던 기분이 전환된다.

식당의 아주머니와 옆 가게의 아주머니에게 하룻밤 신세를 져볼까 생각하다 포기하고 숙소를 검색한다.

제법 깨끗한 호텔이 25,000원 정도의 숙박료를 받는 것 같다.

"편하게 이틀만 쉬고 울기까지 가자."

찾아간 호텔은 깨끗한 건물에 레스토랑을 함께 운영하는 곳이다. 숙박비를 내고 자전거는 1층에 있는 큰 연회장 같은 곳에 넣어준다.

샤워를 하고 호텔 뒤편에 있는 라마교 사원처럼 생긴 공원에 올라간다.

알타이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지만 자연의 일부처럼 느껴지던 중부의 마을들과 달리 별 감흥이 없다.

"그냥 황량하네."

슈퍼에 들러 먹을 것들을 사 오고.

과일이 정말 귀하지만 부실하다.

"딱 봐도 중국 과일이네."

숙소로 돌아와 레스토랑이 몇 시까지 하는지 알아보니 12시까지 영업을 한다고 한다.

"좋아!"

그럼, 일단 너부터.

자전거 유라시아 횡단을 하고 있는 위너님과 카톡으로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시간을 보낸다.

블라디보스토크를 출발하여 연변과 길림을 거쳐 북경으로 향하고 있는 위너님은 내몽골과 몽골의 경로가 나와 비슷하다.

그에게 몽골 여행에 대한 정보들을 주고, 청춘의 도전과 여행을 응원해 주었다.

그보다 일찍 여행을 시작하고, 더 긴 여행을 계획하고 있지만 언제나 그들의 선택과 행동이 부럽다.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해야 하는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하고 싶은 것과 포기해야 하는 것 등등을 가늠하며 답이 없는 고민 속에 허우적거리다 그것을 핑계 삼아 모든 것들을 미뤄두던 시절이었다.

그때는 남들처럼.

하지만 지금은 알고 있다. 누구나 그때의 시간들이 그러하지만, 그렇다고 누구나처럼 그때의 시간을 보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그리고 현재의 지금이 또 다른 그때라는 것을.

지금은 나처럼.

"세상의 모든 것들을 바라고 행하길 바란다. 할 수 있는 것과 하지 못할 것을 잘 구분하는 사람이길 원하지 않는다. 너의 삶을 규정할 수 있는 존재나 시스템은 그 어디에도 없다. 너 자신조차도.

할 수 없다 생각한 것에 대해 스스로 왜 그것을 할 수 없다 생각하는지 의문하고, 할 수 있다 생각하면 할 수 없는 것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에 놀라게 될 것이다. 그 모든 것은 진심을 다하여 간절히 바라며 행하였을 때 비로소 시작된다." -삼촌이 정현에게

10시가 넘어 식당으로 내려갔다. 한국 음식의 메뉴가 있지만 당연히 패쓰.

"네가 제일 잘 만드는 메뉴?"

이것저것 모르는 메뉴들을 고민하는 것보다 가장 잘 하는 메뉴가 무엇인지 묻는 것이 빠르다.

생글하게 웃는 여직원은 파인애플 치킨과 고기 메뉴 같은 것을 가리킨다.

"몽골 호텔 레스토랑에는 정해진 매뉴얼이라도 있는 거야?"

울리아스타이에서부터 입맛을 돋우던 치킨을 주문한다. 자민우드, 울리아스타이 그리고 알타이. 이곳의 음식 솜씨가 가장 좋은 것 같다. 12,900투그릭.

"내일까지 고기만 먹을 거야."

데이터 만수르가 되어 오랜만에 다스뵈이다를 몰아 보며 시시덕거리다 보니 몽골 마을의 야경을 다 구경하게 된다.

"울란바토르 말고 야경은 처음이네."

멀고 험난한 길을 빙빙 돌아왔지만 하라콜룸, 체체를렉, 호르고, 토승쳉겔 마지막으로 울리아스타이까지 아름다웠던 몽골 중부의 마을들을 지날 수 있어서 만족한다.

"힘들었지만 멋지고 아름다웠다. 그리고 아쓰발..트 너 그러면 안 돼!"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15일 / 맑음 ・ 6도
울리아스타이-차간느아르칸
이틀 동안 편하게 쉬었던 울리아스타이에서 출발하여 알타이로 향한다. 200km의 흙길과 산길을 넘어가야 하는 험난한 일정이다.

이동거리
46Km
누적거리
9,9711Km
이동시간
7시간 11분
누적시간
711시간

산길
모래길
23Km / 3시간 58분
23Km / 3시간 13분
울리아
시계
차간느
 
 
1,789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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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아침이다. 알타이로 가기 위해 200km 정도의 흙길을 따라 해발 2,000미터가 훌쩍 넘어가는 산들을 넘어가야만 한다.

울리아스타이에서 쉬며 많은 고기들을 섭취했기 때문에 컨디션이 조금은 괜찮지만 비포장도로의 산길에서 얼마나 버틸지 모르겠다.

"뭐. 가다가 할 수 없으면 알타이까지 가는 트럭이라도 빌려 타 보자."

무료로 제공되는 조식을 입가심으로 해결하고 패니어들을 하나둘씩 1층으로 옮겨놓는다.

어제 비가 내리고 날씨가 다시 차가워지며 쌀쌀한 바람이 불어오는 날씨다. 자전거에 패니어를 장착하고 있으니 주방의 여직원이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떠날 채비를 하고 있는 나를 계속 지켜봐 준다.

"며칠 봤다고 아쉬운 모양이네."

짐들을 모두 장착하고 2층의 프런트로 올라가 직원들과 사진을 찍는다.

"서롱고스 간다. 잘 있어라!"

아침을 먹기 위해 피쉬아이 카페에 들어가 파인애플 치킨을 주문한다. 양과 쇠고기만을 먹다 보니 오랜만에 먹어 본 닭고기의 기름맛이 입맛을 당긴다.

"언제 또 먹을지 모르니 있을 때 먹고 가자."

주문을 하고 자전거가 보이는 창가 자리에 앉으려고 할 때 식당 입구에 도착한 자전거 여행자를 발견한다. 그를 보고 카페의 입구로 나가니 그도 내 자전거를 보고 카페로 들어오고 있다.

처음 보는 사람이지만 너무나 반갑게 인사를 주고받고 포옹을 한다. 자전거를 타고 쓸데없이 세상을 돌아다니는 철없는 사람들의 동질감 같은 것.

"헤이, 어디서 오는 거야?"

아르헨티나 출신의 루시아노 안드레스는 스페인에 살고 있고, 몽골을 돌아 중국의 서북부 신장지역, 키르기스스탄, 타자키스탄, 터키를 거쳐 집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바람이 심하게 불어오는 거리에서 처음 만난 자전거 여행자에 대한 반가움에 흥분되어 정신이 없다. 몽골의 여행 경로를 살펴보니 나와 비슷한 루트로 울리아스타이까지 왔던 것이다. 여행 루트를 보여주려고 하는데 필요할 때는 언제나 말썽을 일으키는 네트워크 탓에 보여주지 못하고 네임카드를 건네며 여행의 경로를 설명한다.

"나는 오늘 여기를 떠날 거야."

이제 막 울리아스타이로 들어온 루시아노는 주변에 호텔이 있는지 물어보고 가격을 물어본다.

"여기 호텔들은 비싸! 60,000투그릭!"

"저렴한 호텔이 어딘지 알아?"

"몰라!"

60,000투그릭의 숙박료를 말하자 루시아노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으면서 난감해한다.

"하루만 더 일찍 오지 그랬어!"

함께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처음 만난 루시아노는 일정도, 여행 루트도 모두 다르다. 

무엇보다 추시아노는 남자다! 세상에서 제일 귀찮은 것이 말이 통하지 않는 남자와 함께 있는 시간의 지루함이 아닐까 싶다.

"행운을 빌어!"

서로의 어깨를 만져주며 포옹을 하고 악수를 하고, 누가 보면 동난시절 떨어져 잃어버린 형제가 만난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루시아노를 호텔을 함께 운영하는 식당으로 안내를 해주고 자리에 잠시 앉아있는 동안 루시아노는 바람처럼 사라져 버린다. 어수선하고 정신이 없던 시간이 지나고 나니 녀석에게 밥이라도 사주면서 이야기를 나눌 것을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뭐가 이렇게 급해? 할 것이라고는 자전거 타는 것 밖에 없는 녀석이."

루시아노와 페이스북을 연결하고 기념 촬영을 한 사진을 확인하니 이상한 사진이 찍혀있다. 셀카모드로 사진을 찍었는데 정신이 없다 보니 버튼이 잘못 눌러져 외부 카메라로 찍혔던 모양이다.

"루시아노, 너랑은 인연이 아닌가 보다."

파인애플 치킨을 흡입하듯 먹으며 배를 채우고.

슈퍼에 들러 맥주 한 캔과 음료수를 사들고 울리아스타이를 떠난다.

"왜 갈려고 하니까 바람이 불고 그래!"

강을 건너는 두 개의 다리를 넘고 거리를 청소하는 울리아스타이의 사람을 지나치며 넘어가야 할 산을 향해 페달을 밟는다. 중국에서는 외진 산골의 도로에서도 청소를 하는 청소 직원들을 쉽게 볼 수 있었는데 몽골에서 주민들이 단체로 나와 청소를 하는 모습을 보니 조금 어색하다.

"나름 깨끗하고 다른 마을들과 달리 분위기가 다른 이유가 있구나."

딱 마을의 경계까지만 포장이 된 도로는 멀리 보이는 산을 향해서 비포장도로가 이어진다.

알타이까지 185km를 알리는 이정표와 제멋대로 그려진 자동차의 타이어 자국을 보면서 긴 한숨을 쉬어 보고, 마을의 외곽까지 나와 쓰레기를 줍는 알리아스타이의 사람들과 인사를 나눈다.

"자, 서롱고스! 감사합니다!"

멀리 산으로 휘어져 들어가는 길을 보며 잠시 자전거를 세우고 쉬어간다.

"루시아노와 울리아스타이에 머물며 함께 여행을 할 것을 그랬나? 너무 정신이 없었네."

처음으로 만난, 그것도 몽골에서, 더욱이 사람들이 오지 않는 울리아스타이에서 만난 루시아노를 여유 없이 그냥 보낸 것이 못내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야! 귀찮을 거야. 혼자 다니는 것이 편하고 좋지! 더욱이 같은 거지꼴인데 그놈은 왠지 간지가 나잖아. 내 미모가 죽을 거야!"

길은 산의 정상을 향해 S자로 휘어지며 길을 훤히 들러내놓고 올라간다.

"시작부터 그냥 대놓고 죽어보라는 거지?"

정상이 가까워질수록 바람은 거세지고 경사도도 급해진다. 자전거를 끌다 타기를 반복하는 동안 2시간 전에 떠난 울리아스타이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오고.

불어오는 맞바람에 자전거의 태극기는 오늘도 정신없이 춤을 춘다.

추위와 한기가 밀려드는 가운데 하늘을 향해 구름들이 모아지고.

산을 타고 넘어가는 거센 바람 탓에 정상에서 사진을 찍기도 힘들다.

"대체 길이 어떻게 이어지는 거야?"

어붜가 쌓여있던 정산에서 길은 아래로 떨어지지 않고 산의 반대편을 빙 돌아 다시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다행히 바람은 잦아들었지만 제멋대로 파이고 자갈들이 널브러져 있는 산길은 오르기가 쉽지 않다.

산의 능선을 따라 이어지던 오르막길을 힘들게 이어갈 때쯤 정차되어 있는 승용차와 오토바이에서 한 무리의 남자들이 나와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2미터쯤 돼 보이는 덩치가 커다란 남자와 함께 다섯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자가 다가오며 악수를 청한다. 사람들의 얼굴과 눈을 보면 그 사람의 분위기를 쉽게 알 수 있다. 몽골 여행 한 달이 넘어가며 차츰 그들이 사람을 대하는 문화나 특징에도 익숙해져 간다.

"사람에 대한 관심, 특히 이방인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몽골의 사람들이다."

짧은 영어와 몽골어를 하는 사람들의 말을 눈치껏 알아듣고 여행에 대해서 설명하며 짧은 만남의 시간을 즐긴다.

"조금만 올라가면 계속 내리막길이야!"

"응. 고마워!"

네임카드를 한 장씩 건네주고 서로의 핸드폰에 사진을 찍고 응원과 함께 안전한 여행을 하라며 당부의 말들을 건네며 헤어진다.

건장한 남자 5명이서 소형 도요타 차량에 동승하고 울퉁불퉁한 산길을 다니는 것이 불편하지 않는지도 궁금하지만 굳이 이렇게 몰려다니는 이유가 무엇인지도 궁금하다.

사람들과 즐거운 만남으로 기분이 가벼워지고 2,476미터 산의 정상에 도착한다. 4시간 만에 20km 정도의 산길을 따라 해발 800미터를 올라온 것이다.

바람을 피해 시계를 알리는 구조물에 몸을 숨기고 주저앉아 눈 높이에서 변화하며 떠다니는 구름들을 올려다본다.

4시간 전에 출발했던 울리아스타이의 모습이 저 멀리 눈에 들어오고.

"엄청 추운데, 이 하늘은 정말 치명적인 중독이다!"

하늘을 가득 메운 구름의 모양들이 동서남북이 방향으로 모두가 다른 모습들이다.

내려가야 할 남쪽의 하늘에서는 수증기가 하늘로 올라가듯 거대한 구름이 만들어지고 있고.

울리아스타이 쪽의 하늘은 뭉쳐진 구름들이 둥실거리며 바람을 타고 빠르게 이동을 한다.

하늘을 카메라에 담는 동안 손이 차갑게 시려오며 얼어붙는 느낌이다. 겨울용 방한 장갑을 꺼내어 착용하고 겨울용 자켓을 꺼내 입고 내리막길을 타고 산을 내려간다.

어디가 내리막의 끝인지 보이지도 않는 길과 순간순간 변화하는 구름의 움직임.

S자의 내리막도 모자라 마치 8자로 무한 반복되는 것처럼 보이는 길이 이어지고.

길의 방향에 따라 앞뒤 좌우에서 정신없이 바람이 불어온다.

울퉁불퉁 자갈길이 나왔다가.

조금 괜찮아지나 싶어지면.

어김없이 난감한 그 자체의 길이 나오고.

심하게 요동을 치며 덜컹거리는 비포장도로는 어느 순간 흔적조차 없이 사라져버린다.

"정말 너무하네. 이정표도 없는데 이게 뭐야!"

구글지도를 확인하고 여기저기 제멋대로 그려진 초원의 흙길을 따라 길을 이어간다. 이정표도 없는 제멋대로의 그려진 자동차 바퀴자국이지만 딱딱한 흙바닥은 오히려 흔들림이 덜하고 좋다.

좋은 길들을 찾아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한참을 달려 내려간 후 바람을 피할 수 있는 언덕에서 자전거를 눕히고 쉬어간다. 비상식으로 사놓은 빵과 음료수를 마시며 지나온 거리를 확인해 보지만 가야 할 길이 멀다.

두꺼운 구름에 해가 가려지며 쌀쌀한 한기마저 느껴지고.

구글맵의 이동 경로를 확인하며 강을 넘는다.

그리고 시작된 흙길은 모래가 두껍게 쌓인 사막의 길과 비슷하다.

모래에 자전거의 바퀴가 파묻히며 움직이질 않는 길을 끌고 가기를 반복한다.

마치 눈 위에서 자전거를 타는 듯 미끄러지고 뒤틀리며 스키딩을 한다.

"에이쉬, 하다 하다 별짓을 다하게 만드네."

도저히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없는 모래바닥의 길은 차량이나 오토바이가 다닌 흔적조차 찾기가 힘들고, 간간이 강의 건너편으로 흙먼지를 날리며 지나가는 트럭의 움직임들이 눈에 들어온다.

"저쪽이 길인가 보네."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 것을 포기하고 푹푹 빠져들어가는 모래바닥 위를 끌며 강 건너편으로 보이는 마을을 향해 이동한다.

"다리가 안 보이는데 어떻게 건너 가지?"

마을을 향해 무작정 자전거를 끌고 들어가도 강을 건너는 다리가 보이질 않는다.

가까운 곳에 세워져 있는 게르를 향해 자전거를 끌고 들어간다. 때마침 게르에서 나오던 차량이 있어 마을로 건너갈 수 있는 방법을 물어보니 멀리 돌아서 가는 길을 알려준다.

"아, 의미 없다!"

게르의 주변에서 야영을 하기로 결정하고 게르를 향해 계속 이동하니 개들이 짖어대며 나에게 다가온다. 개 짖는 소리에 사람들이 나와 나를 확인하더니 사납게 짖어대는 개들을 잡아주며 나에게 손짓을 한다.

"샌 베노!"

자전거를 세우고 인사를 하자 게르의 주인은 게르 안으로 들어가자며 안내를 하고, 이내 우유차와 빵들을 내어준다.

게르 옆에 텐트를 쳤던 사진을 보여주며 잠을 자는 제스처를 하니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하라고 대답을 한다. 마치 오래된 지인이나 옆집에 사는 사람이 놀러 온 것처럼 별다른 질문도 없고, 그냥 일상적인 모습 그대로 편하게 대하는 사람들이다.

"타니 네르 캔 베?"

우유차와 빵을 먹으며 이름들과 게르 안에 있는 사람들의 관계를 파악하며 짧은 대화들을 이어간다.

차간느아르칸에서 유목을 하는 간쑤크와 그의 아내 바야르의 게르다. 부부 사이에는 딸과 아들이 한 명씩 있고, 딸의 또래인 여자아이가 함께 있는데 누구의 아이인지는 모르겠다. 잠시 후 부부로 보이는 남자와 여자가 작은 아이를 데리고 게르로 들어와 아이에게 양고기를 잘라 먹이며 이야기를 한다.

처음 몽골의 게르에 방문했을 때는 여러 가족 또는 친구들이 뒤섞여 있어 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힘들었는데, 자주 접하다 보니 유목 민족의 독특한 문화를 엿볼 수 있어서 재미가 있다.

잠시 게르를 빠져나와 핸들 가방과 헬멧을 챙기며 간쑤크의 포터 트럭을 보니 알타이 방향으로 짧게나마 이동을 시켜줄 수 있을까 하는 바람이 생긴다.

"한 20km만이라도 실어다 주면 그게 어디냐!"

김병남 선교사님께 전화를 걸어 내일 알타이 방향으로 자전거를 싣고 태워다 줄 수 있는지 물어봐 달라 부탁을 한다. 간쑤크는 선교사님과 오랫동안 통화를 하며 사람들과 뭔가 대화를 주고받더니 나에게 전화기를 되돌려 준다.

"뭐래요?"

"자기한테 화물차 같은 것이 있어서 알타이까지 태워다 줄 수 있데요."

"돈 같은 것은 얼마나 줘야 해요?"

"150km로 흙길이라서 알타이까지 데려다주고 다시 돌아와야 하니까. 20만 투그릭, 한국돈으로 10만원 정도 달라고 하네요."

"아. 10만원 정도요."

왕복 300km 정도의 초원의 흙길을 달려 알타이까지 데려다주는데 20만 투그릭이면 비싼 금액은 아니다 생각된다. 150km가 남은 알타이까지 모래바닥과 돌, 자갈 그리고 이정표조차 없는 산길을 가려면 자전거를 끌다시피 걸어가며 최소 5~6일 정도는 소요될 것 같다.

물론 그동안 몸과 자전거는 만신창이가 될 것이 자명한 일이다.

20만 투그릭이면 5~6일 정도의 생활비라 작은 돈은 아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래, 돈도 중요하지만 시간과 몸도 돈이잖아!"

간쑤크와 선교사님이 통화를 하고 트럭으로 알타이까지 데려다주기로 한다. 몽골인이 알려준 '아스팔트!'로 인해 시작된 몽골 초원의 비포장도로와 흙길의 산길 라이딩을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여러 명의 사람들이 간쑤크의 게르를 방문하여 이야기를 하고 음식을 먹는 사이 바야르는 어린 양을 삶아 고기를 내어준다.

양의 머리 부위와 갈비 그리고 발목 등을 삶은 양고기다.

간쑤크가 알려주는 대로 고기를 썰어 맛을 보니 그 맛이 일품이 아닐 수 없다.

살코기의 수육 부위도 먹어 보고.

갈비도 뜯어보고.

머리와 턱 부위의 고기도 먹어 보고.

한 점, 두 점 먹다 보니 뭔가가 아쉽다.

"맥주!"

갈증을 해소하려고 아침에 사놓은 맥주 한 캔이 생각난다. 패니어에서 맥주를 꺼내와 간쑤크에게 한 잔을 따라주고 나머지 맥주를 마시며 양고기를 맛있게 먹는다.

간쑤는 맥주를 한 입 마시고 옆에 놀러 온 남자에게 잔을 준다. 그리고 잔을 받은 남자가 한 입을 마신 후 다시 간쑤크에게 잔을 되돌려 준다. 간쑤그는 다시 한 입을 마시고는 나를 향해 잔을 든다.

"뭐? 건배하자고?"

맥주캔을 들어 간쑤크의 잔에 건배를 하니 간쑤크가 생뚱맞다는 표정으로 쳐다보고, 그 관경을 보고 있던 바야르가 깔깔거리며 웃는다.

"왜? 왜 뭔데?"

그때서야 동궈이 바른자야의 게르에서 사람들이 나를 위해 한 모금씩 입을 대고 맥주잔을 건네주었던 행동들이 생각난다.

"아, 그런 거였어? 뭐, 어때. 건배했으면 된 거지!"

바야르는 양을 삶았던 육수 국물에 밥을 말아 주고, 고기와 함께 밥을 세 그릇이나 담아 준다.

저녁이 가까워지면서 바야르는 양들을 몰기 위해 오토바이를 타고 바쁘게 움직이고.

간쑤크는 자전거를 타는 사진을 찍어달라며 자전거를 타보겠다고 한다.

"이거 많이 흔들거려서 힘들어."

자전거를 타보던 간쑤크는 1미터도 가지 못하고 중심을 잃고 넘어진다. 그 모습에 간쑤크와 함께 깔깔거리며 웃고 떠들고 있으니 어린 아들이 와서 자전거를 태워달라고 조르고.

안장에 올려놓으니 좋다고 웃는 녀석. 4~5살 정도로 보이는데 간쑤크를 닮아서인지 덩치가 크게 자랄 모양이다.

간쑤크가 가축들을 관리하는 사이 바야르는 따듯한 게르 안에서 잠을 자라며 한쪽 면에 놓인 침대를 가리킨다.

9시가 넘으며 천천히 해가 떨어지고 피로와 함께 잠이 쏟아진다.

침대를 가리키며 누워 잠을 자라는 제스처를 하는 바야르.

10시 10분. 산 너머로 여전히 환하게 석양의 빛이 밝게 빛나는 몽골의 밤이다.

바야르는 아이들과 자신들의 잠자리를 침대와 바닥에 마련하며, 침대에 누워있는 나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두꺼운 간쑤크의 몽골 의상을 이불 위로 한 번 더 덮어준다.

몽골의 옷은 무게가 꽤 나가는지 몸을 누르는 무게가 묵직하게 느껴진다.

가축들을 관리하던 간쑤크가 돌아와 다른 몽골 사람들처럼 옷을 벗고 가족들과 나란히 누워 나긋나긋 무언가를 속삭이며 대화를 한다.

가끔씩 칭얼대는 그의 아들과 새근거리며 잠을 자는 여자아이들 그리고 간쑤크와 바야르의 대화 소리를 들으며 잠에 빠져든다.

서롱고스, 무지개 나라의 사람. 왜 한국을 그렇게 부르는지 모르겠지만 참 마음에 드는 호칭이다.

막연했던 몽골의 여행도 조금씩 적응이 되어 편안해진다. 뭔가 허기져 보이는 도시의 사람들과 달리 유목을 하는 초원의 사람들은 자연의 모습을 닮아있다. 더 좋은 음식들과 더 달콤한 잠자리가 필요 없는,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처럼 느껴진다.

낯선 이방인에게 스스럼없이 음식과 잠자리를 내어주고, 가족들과 함께 바닥에 누워 살을 비비며 잠이 드는 사람들.

가족, 친구 그리고 사람들을 사랑하는 그들에게, 그것보다 소중한 가치가 무엇이 있을까 싶다.


"정말 많은 것을 갖은 부유한 사람들이다!"




Trak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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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00일 / 지독한 바람 ・ 8도
초도트쏨-호르고
30km가 남아있는 휴화산의 호르고로 간다. 처음 보게 될 화산의 모습이 궁금하다.


이동거리
33Km
누적거리
9,930Km
이동시간
5시간 56분
누적시간
667시간

A0603
A0603
21Km / 3시간 31분
12Km / 2시간 25분
초도트쏨
울고싶다
호르고
 
 
1,348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밤새 사람들이 오가며 부릉거리는 오토바이와 승용차 소리에 잠을 여러 번 깨었다. 이곳 사람들은 밤을 즐긴다는 것보다 할 일이 없어 싸돌아다닌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체체를렉에서도 느꼈지만 몽골 사람들은 밤과 낮의 모습이 너무나 다르게 느껴진다. 평온해 보이는 낮과 달리 밤의 모습은 왠지 불완전하고 위험해 보인다. 어쩌면 밤에 노느라 낮에는 힘이 없는지도 모르겠다.

편하게 깊은 잠을 자지 못하고 피곤한 아침이다. 초원을 바라보며 시원하게 굿모닝을 알릴 수 있는 것이 몽골 여행의 색다른 즐거움일지 모른다.

제법 강한 바람이 불어와 텐트를 정리하는데 꽤 애를 먹었다.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서둘러 길을 나선다.

30km 정도 떨어져 있는 호르고에 되도록 일찍 도착해서 쉬고 싶은 마음이다.

가볍게 라이딩하여 12시 전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던 생각은 출발과 함께 멀리 사라진다.

귀를 시끄럽게 울려대는 바람 소리와 함께 엄청난 맞바람이 0도의 비껴남도 없이 좌우 정면에서 정신없이 불어온다.

자전거를 멈춰 세워버리는 바람 앞에 20분도 지나지 않아 모든 것이 너덜너덜 해진다.

"정말 징그럽게도 불어온다."

끝이 없는 직선 도로와 페달을 밟을 수 없는 지독한 맞바람을 맞으며 한 시간 동안 겨우 5km 남짓을 이동한다.

선택의 여지가 아무것도 없다. 호르고까지 어떻게든 가야만 한다.

평지를 지나 길게 이어지는 오르막길이 나오고 채 몇 미터를 오르지 못하고 자전거에서 내리고 만다.

"씨** 몽골 너무하네. 끌고 간다. 끌고 가!"

불어오는 바람을 서서 견디며 끌며 오르막을 오른다.

가다 서기를 반복하고, 신발을 질질 끌며 걷기도 힘든 상황의 연속. 갑자기 승용차 한 대가 뒤쪽으로 붙으며 정차를 한다.

창문을 내리는 사람은 식당의 여자이다. 식당을 출발하며 인사를 못하고 떠난 마음에 반가운 인사를 하니 약간 주저하는 듯 멈칫거리더니 뭔가를 반복해서 떠들어 댄다.

느낌상 돈의 단위를 말하는 숫자처럼 들려 핸드폰으로 적어달라 하니 식당의 남자가 2G폰을 조작하며 16,000을 적어 보여준다.

어제 저녁으로 먹었던 츠이완의 값을 달라는 것 같은데 터무니없는 금액이다.

"그래, 먹고 떨어져라. 다툴 정신도 없다."

어제 먹은 달달한 한국 소주 값이다 생각하며 돈을 주고, 차를 타라는 제스처를 하는 남자에게 주먹 감자를 먹여주고 싶었지만 참는다.

조금씩 몽골 사람들에게 적응이 되고 친숙해지려던 참이데 아직 멀었나 보다.

"몽골인들은 사람을 잘 속인다. 많은 물건값을 요구하니 최대한 깎아라."

수니터우기에서 지아오강강이 해주었던 조언이 생각난다.

바람 탓에 기진맥진 해지고, 무엇보다 식당 여자의 마지막 모습 때문에 기분이 순식간에 나빠진다.

"에잇 **! 똥 밟았네."

기운이 빠진 탓에 움직이기도, 쉬기도 귀찮아지고 여행의 피로만이 밀려온다.

마치 중국 여행에서 방이 더러워졌다며 청소비를 달라던 호텔을 빠져나올 때의 기분과 비슷하다.

힘든 여정의 피로와 환경들 보다 사람들에게 지치는 것이 훨씬 더 힘든 것 같다. 공통된 것은 모두가 잔돈푼의 욕심을 얼굴에 붙이고 사는 사람들이다. 그런 얼굴들을 마주하면 구역질이 난다.

평지에서조차 자전거를 끌며 1미터, 2미터를 이동하고 쉬기를 반복한다.

1시, 호르고까지 12km가 남았다. 평속 5km 정도의 속도이니 2시간은 더 가야만 한다.

바람으로 인해 눈은 충혈되고 조금씩 시야가 흐려진다.

"아까 욕해서 죄송해요. 몽골 너무 좋아요."

지독한 바람이 불어오는데 하늘은 왜 이리도 멋지고 좋은지 모르겠다.

정말 가혹하리만큼 힘든 몽골의 여행 환경인데 몽골이 품고 있는 자연은 너무나 매력적이다.

좋은 하늘을 감상할 여유조차 주질 않는 바람이지만 흙바닥에 주저앉아 하늘을 올려다본다.

"뭐, 어쨌든 두 시간이면 충분하잖아."

지나가는 트럭이라도 있으면 잡고 싶은 심정으로 1미터씩, 1미터씩 끌며 걸어간다.

12, 11, 10, 9, 8. 호르고를 앞두고 강을 건너는 작은 다리의 밑으로 족히 1미터가 넘을 것 같은 두께의 얼음이 얼어있다.

자전거를 세우고 사진을 찍으려는 순간 바람에 밀려 무거운 자전거가 넘어지려 한다.

퍼드득 거리며 날아갈 듯한 태극기에서 이상한 쇠의 마찰음이 나는 것 같다.

흔들리는 자전거를 잡고 사진을 찍기도 힘들어지고, 끝없이 올라가는 언덕의 끝으로 호르고 초입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아무리 걸어도 가까워지지 않는 마을을 향해 무겁고 더디게 걸음을 옮겨간다.

드문드문 이어지는 도로변의 집들을 지나며 마을의 중심이 나오기를 바랐지만 아무것도 나오질 않는다.

자전거를 세우고 지도를 확인해도 근처에 있어야 할 진입 도로가 보이질 않고.

마지못해 도로변의 호텔과 식당을 순서대로 들어가 봐도 너무나 허름하고 구색조차 갖춰지질 않았다.

"그래도 몽골의 관광 랜드마크는 될 텐데, 너무 없잖아?"

마을 초입에 있었던 게스트하우스 겸 레스토랑으로 길을 돌아갔지만 폐업을 했는지 출입구마다 합판이 덧대어져 막혀있다.

"없다. 없어도 너무 없어! 배고파! 쉬고 싶다고!"

다시 길을 돌아가 들어가 보았던 호텔과 식당을 다시 찾아가 보았지만 휴식을 취하거나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

이제는 제대로 앞이도 보이질 않을 만큼 시야가 흐려지고 구글맵이 가리키는 안내를 따라 흙길을 따라간다.

"이게 마을의 중심으로 들어가는 길이야?"

멀리 마을의 나무판자 담들이 보이고, 넓은 공터에서는 사람들이 가축의 똥을 모아 담고 있다.

좌우로 나눠진 골목들을 따라 집들이 이어져 있고, 슈퍼처럼 보이는 곳의 문을 열고 무작정 들어간다.

이제 무엇을 하는 곳인지 알 수 없는 문이 닫힌 몽골의 가게는 무작정 열어보고 확인한다. 생각대로 작은 슈퍼다.

"일단, 맥주 하나 주세요."

맥주를 마시며 빤히 내 얼굴을 쳐다보고 있는 여자와 어디서부터 대화를 시작할까 고민을 한다.

"잠! 식당!"

잠 자는 시늉과 음식을 먹는 제스처를 해도 그저 빤히 쳐다보기만 하는 여자는 핸드폰으로 주변에 호텔이 있는지 물어도 대답을 하지 않는다. 가게에서 놀고 있는 초등학생 정도의 아이들에게 구글 지도를 보여주며 호텔과 레스토랑이 있는지 물어보니 손가락을 가리키며 호텔이 있는 장소를 알려준다.

"역시 어린애들이 영특하군."

일단 호텔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아이들과 장난을 치다 가게로 들어오는 젊은 남자와 눈이 마주친다.

"샌 베노!"

남자에게 인사를 하고 악수를 청하니 웃으면서 인사를 한다.

"난 싸비. 넌 이름이 뭐야? 타니 네르?"

이름을 알려주는 남자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자 남자는 자신의 신분증을 보여준다.

뱀바(Бямбаа), 1975년생의 생글생글 잘 웃는 남자이다.

뱀바와 웃으면서 얘기를 나누는 동안 호텔이 아닌 그의 집에서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선교사님과 툴가에게 전화를 했지만 통화가 되지 않고 할 수 없이 감바에게 전화를 걸어 내용을 설명했지만 그동안 한국어 실력이 다시 줄어버렸는지 잘 이해를 하지 못한다.

남자에게 전화를 주고 감바와 통화를 하게 해주었더니 한참 동안 심각하게 통화를 한다.

"감바, 뭐라고 했어?"

텐트를 치고 자는 것을 잘 모르는 감바는 뱀바에게 게르에서 잘 수 있게 도와주고 식사도 제공해 주라고 얘기를 한 모양이다. 말이 많은 감바의 성향으로 뱀바에게 여러 가지 설교를 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뱀바와 슈퍼를 나와 그의 오토바이를 따라 골목으로 들어간다. 그의 집은 마당에 한 채의 게르가 설치되어 있는 집이다.

게르 안에는 중학생 정도의 애들과 여러 명의 사람들이 있다. 각자에게 인사를 하고 컵라면을 먹는 동안 뱀바를 보드카 술병을 들고 신이 난 듯 웃으며 돌아다니고.

여러 명의 사람들이 차례대로 뱀바의 게르에 찾아 들어와 정신이 하나도 없다. 뱀바의 친구들과 예쁘장한 꼬마를 데리고 온 노부부 그리고 잘 생긴 고등학생 정도의 아이들까지 뱀바의 게르가 북적이며 정신이 없다.

"아이고, 정신이야. 너희들 관계가 어떻게 되는 거야?"

예쁜 여자아이를 데리고 온 노부부는 50세와 46세의 부부고, 손녀로 보았던 아이는 그들의 딸이다.

"헉, 46세라고?"

"뱀바, 저 여자 정말 46세야? 그럼 친구잖아!"

"응, 군복을 입은 애는 44살, 여자의 엄마는 46살. 내 친구들이야!"

오토바이를 타다 넘어져서 다리가 부러졌다는 남자는 목발을 짚으며 술병을 가지고 다니며 술을 마신다. 뱀바의 친구인데 손가락을 까닥거리며 자꾸만 귀찮게 불러대는 남자.

"형 힘들다. 부르지 말어! 너 술 먹으면 뼈 안 붙어!"

조금 후에 목발을 한 남자의 형이자 여자아이 아빠의 친구인 오도덕(49)이 37세의 부인과 게르 안으로 들어와 다시 난장 법석이 되고.

어렵게 어렵게 그들의 관계도를 파악할 수 있었다.

마뜨가(50)와 그의 아내(46) 그리고 예쁜 여자이이, 오도덕(49)과 그의 아내(37) 그리고 동생(44), 그리고 뱀바의 친구들.

술에 취한 듯 힘이 없는 마뜨가는 핸드폰의 번역기에 이상한 글자들만을 적어주며 보여주고, 안쪽 주머니에서 술병을 꺼내어 사람들에게 술잔을 따라주는 오도덕은 나를 향해 연신 OK만을 외쳐댄다.

마뜨가는 나를 보며 자꾸만 자신의 집으로 가자고 제스처를 하고, 뱀바는 어딘가 정신없이 사라졌다 새 술병을 들고 생글생글 웃으며 나타난다. 이유를 알 수 없어 김병남 선교사님께 전화를 걸어 고마움을 전하고 이유를 설명 받는다.

뱀바가 아이를 낳아서 와이프가 있는 병원으로 내일 가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마뜨가의 집에서 잠을 재워 달라며 나를 부탁했던 것이고, 그 소식을 들은 마뜨가의 친구인 오도덕의 가족들이 구경을 하러 온 것이다.

예쁜 여자아이와 친구라고 생각하기엔 존댓말이 절로 나오는 마뜨가의 아내, 힘없이 느릿느릿 말을 하고 행동하는 마뜨가와 그의 친구 오도덕, 오도덕의 젊은 아내와 뱀바가 마뜨가의 집으로 이동을 한다.

마뜨가의 집은 단층의 벽돌집이다. 집의 현관인 창고에 넣어두고 작은 침대를 나에게 내어준다.

그리고 마뜨가와 오도덕, 뱀바는 또 어디서 사 왔는지 새 보드카를 꺼내어 술을 마시고 있다. 느릿느릿 술잔을 따라 상대방에게 건네주고 무언가 대화를 하며 술잔을 받아 아무런 안주도 없이 술을 마신다.

그 사이 마뜨가의 아내는 장작불을 피우고 밀가루 반죽으로 저녁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침대에 앉아 꼬마 아이와 놀고 있는 사이 술잔을 주고받으며 이야기를 하던 곳에서 소란이 일어난다.

오도덕의 아내에게 술을 권하는 뱀바와 술잔을 거부하며 피해 다니는 오도덕의 아내가 이리저리 방안을 돌아다니느라 시끄럽다. 마지못해 술잔을 받아들고 약간을 마신 후 술잔을 내려놓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오도덕의 아내.

그런데 갑자기 그 모습을 본 오도덕이 화를 내며 술병을 집어던져 깨뜨리고 뱀바에게 주먹을 날린다. 그리고 그의 아내에게 주먹질을 하는 것이다.

"헉, 너네들 뭐 하는 거야?"

한순간 집안이 아수라장이 되고, 주먹으로 얼굴을 맞았던 뱀바가 천천히 일어나며 오도덕에게 주먹을 날리며 무언가를 떠들어 댄다. 마뜨가의 아내와 오도덕의 아내가 어렵게 두 사람을 뜯어말리고, 두 사람의 몸싸움에 얼굴을 맞았는지 마뜨가의 코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다.

오도덕과 뱀바 그리고 오도덕의 아내가 집 밖으로 나가고 마뜨가의 코피를 지혈하며 깨진 술병의 유리조각을 치우는 동안 오도덕과 뱀바는 밖에서 서로 멱살을 잡고 주먹을 교환하고 있다.

"야, 이 사람들 답이 없는 사람들이네!"

한참 후에 오도덕과 뱀바는 어깨동무를 하고 집으로 들어온다. 얼굴에 상처가 난 뱀바와 주먹에 상처가 난 오도덕은 서로 뭔가를 말하며 화해를 한 모양이다. 그리고 이유 없이 맞아 코피가 난 마뜨가는 휴지로 코를 막고 소파에 앉아 있다.

"너희들, 너희들 정체가 무엇이냐?"

마뜨가와 오도덕 그리고 뱀바는 자리를 잡고 술을 따라 나긋하게 대화들을 하며 다시 술을 마신다. 계속 술을 권하는 오도덕을 피해 다니다 분위기를 바꿔주기 위해 그들과 자리를 함께 한다.

그 사이 저녁을 준비하던 마뜨가의 아내가 양고기 국수를 내어주고.

"깡술을 마시면 안 돼! 아니 이렇게 좋은 안주가 있는데 같이 먹어야지!"

자리를 잡고 그들과 앉아 대화를 하는 사이 분위기는 좋아지고, 농담을 하며 제스처와 스킨쉽으로 웃고 떠든다.

"툴가야, 몽골 사람들은 대체 이해할 수가 없다."

툴가에게 문자를 보내고, 다시 술을 사러 나가는 뱀바를 잡아 계속 깡술을 먹는 사람들에게 무언가 안주가 될만한 것을 사주려고 뱀바를 따라간다.

오토바이를 타고 꿀렁꿀렁 흙길을 달려 문이 열린 슈퍼를 찾아 마을의 이곳저곳을 들렸지만 열려있는 슈퍼가 없다.

"무슨 동네에 슈퍼가 이렇게 많아!"

슈퍼를 찾아온 동네를 돌아다니던 뱀바는 도로변의 식당으로 들어가고, 술을 사려는 뱀바 대신해 술과 몽골식 만두를 주문하고 돈을 낸다.

"내가 살게. 근데 술 마실 거면 만두랑 같이 먹어라."

양만두가 나오는 동안 한 잔씩의 술잔을 비우자 그곳에 있는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마뜨가와 오도덕이 포터 트럭을 몰고 식당으로 들어온다.

"정말 너희들의 정체가 무엇이냐?"

마침 주문한 만두가 나와서 마뜨가의 집으로 다시 돌아온다.

꿀렁꿀렁거리는 오토바이를 타고 돌아오며 바람에 모자가 날아가 버리고, 마뜨가의 집으로 돌아와 몇 잔의 술을 마시며 떠들며 웃는다.

"뱀바! 내 모자가 날아가 버렸어. 내일 찾아와! 노란 모자야."

피곤함 때문에 침대에 누워 먼저 잠이 들고, 잠든 지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지만 뱀바는 잠자는 나를 깨워 모자를 씌워준다. 잠결에 뱀바를 안고 고맙다고 중얼거리며 다시 잠이 든다.

생각해 보니 조명도 없는 그 어두운 곳에서 바람에 날아간 모자를 어떻게 찾아왔는지 궁금하다.


술을 마시며 느닷없이 주먹질을 하고, 이내 화끈하게 화해를 하는 이상한 몽골의 사람들 그리고 바람에 날아간 이방인의 모자를 찾아주려 어두운 동네를 뒤적이며 돌아다녔을 친철한 몽골의 사람들.


"야! 너네들 정체가 뭐야?"



Trak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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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90일 / 맑음 ・ 16도
울란바토르
하루 더 울란바토르에서 쉬기로 한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8,877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626시간

뒹굴뒹굴
데구르르
0Km / 00분
0Km / 00분
숙소
숙소
수라
 
 
695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이게 무슨 뜻이야?"

오드바야르가 쉴 새 없이 '모, 모' 거리며 손가락으로 표현했던 동작을 툴가에게 물어보니 '모 모'라는 표현은 생각했던 대로 나쁘다는 표현이다.

"손가락은 애들이랑 약속 같은 걸 할 때 쓰는 건데요."

선물을 주겠다며 찾아온 툴가는 초콜릿과 몽골 게르 모양의 작은 모형을 건네준다.

"툴가 고마워! 근데 이게 뭐야?"

"이 안에 가축들의 발목뼈가 들어있어요. 양, 소, 말 그리고 뿔이 길쭉한 뭐였더라.."

예쁜 게르 모형 안에는 우유빛의 뼈들이 들어있고, 몽골에서는 네 개의 뼈를 던져 제각각의 모양이 나오면 운이 좋다는 뜻이라고 한다.

영어 수업이 있는 툴가에게 저녁을 먹자며 수업이 끝나면 호텔로 오라고 말한다.

"이 예쁜 것을 어떻게 안 구기고 돌아다닐 수 있을까?"

호텔에서 자료들을 정리하는 동안 하루의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다.

티스토리 블로그의 글들을 네이버로 옮기는 작업이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티스토리의 본 글을 복사하여 붙여넣기로 끝나면 좋을 것 같은데 호환이 잘 안되어 일일이 다시 작업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네이버, 정말 실망스럽다!"

중국 여행을 했던 자료들로 여행의 동영상을 편집하다 보니 여행 기간 동안의 느낌들이 아련하게 전해진다.

"정말 즐거웠다. 땡큐! 차이나."

9시 30분이 되어 조금 늦게 호텔로 찾아온 툴가와 울란바토르 호텔에서 가까운 한국 음식점 수라를 찾아간다.

"검색해 보니까 여기가 11시까지 영업을 하더라."

울란바트로에는 대학들이 여기저기 많다고 한다. 종합대학은 아니고 단과대학의 형태로 운영되는 것 같다.

"저기도 학교에요."

호텔 건너편의 오래된 석조 건물이 학교라고 알려주고, 컴퍼스가 있는지 물으니 울란바토르의 대학들은 건물만 있다고 한다.

"정말? 재미없네!"

호텔 근처에 한 블록씩의 간격을 두고 여러 개의 대학들이 들어서 있다.

영업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한국 레스토랑 수라에 들어가 삼겹살을 주문한다. 내일부터 다시 시작되는 라이딩이라 고기로 든든하게 배를 채워두고 싶다.

소파에 앉아 삼겹살을 구워 먹을 생각을 하니 정말 어색하고 그렇다. 툴가가 종업원에게 삼겹살을 주문하니 영업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마지막으로 주문을 받는다고 한다.

"몽골 식당들은 왜 이렇게 사람을 조급하게 만드니, 한국은 손님이 나갈 때까지가 영업시간인데. 그치?"

"맞아요!"

삼겹살 3인분을 주문하니 테이블에서 직접 구울 것인지, 주방에서 구워서 가져다줄 것인지를 묻는다.

"삼겹살을 직접 구워야 제맛인데. 귀찮으니까 구워 달라고 하자."

술을 잘 먹지 않는다는 툴가지만 울란바트로에서 먹는 마지막 저녁이라 함께 소주를 마시기로 한다.

"중국에서 먹던 소주는 왠지 이상한 느낌이었는데 몽골은 어떨까?"

몽골의 주류에는 병뚜껑 부분에 미개봉 제품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인지 별도의 라벨이 부착되어 있는 것이 재미있다.

삼겹살이 나오기까지 조금 시간이 걸린 탓에 본 식사도 하기 전인데 소주의 주문을 마지막으로 받겠다고 한다.

"두 병, 아니 세 병 시키자. 남으면 가져가면 되지."

그리고 세 접시에 나눠 담긴 삼겹살이 나온다.

"비주얼을 제법 그럴싸 한데. 일단 야무지게 한 쌈을 해 볼까!"

"고기를 넣고, 쌈장을 조금 넣고 그리고..."

양상추에 고기와 쌈장을 얻으니 더 넣어야 할 무언가가 아무것도 없어 굉장히 어색하다.

"고추나 마늘 같은 것이 있을까?"

툴가가 종업원에게 마늘과 고추가 있는지 물어보니 잠시 후 조금 말라있는 듯 상태가 좋지 않은 마늘이 얇게 썰어져 나온다.

"몽골은 고추를 안 먹어요."

몽골에 있는 한국 사람들이나 한국 관광객들이 주고객이 아닐 테니 너무나 당연한 상차림이다 생각된다. 현지의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변화시키면서, 기본적인 맛을 얼마나 유지시키느냐가 중요한 포인트일 것이다.

툴가와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고 남은 소주 한 병은 아버지에게 드리라고 했다.

"한국분이세요? 오늘 직원들 회식이 있어서 식당이 조금 시끄럽습니다. 죄송합니다."

식사가 끝나갈 때쯤 한국어를 하시는 분이 양해를 구하며 정중히 인사를 한다. 식당의 매니저로 생각했는데 식당을 나가며 명함을 교환하며 인사를 나눈다.

"궁금한 것이나 필요한 것이 있으시면 연락을 주세요."

"조금 일찍 왔으면 좋았을 것을 그랬네요. 잘 먹었습니다."

90일 만에 먹은 삼겹살의 기름맛이 좋다. 툴가와 헤어지고 숙소로 돌아와 그대로 잠이 든다.


"내일부터 홉스굴을 향해서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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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85일 / 맑음 ・ 8도
처이르
지난 밤 강풍이 휘몰아치더니 날씨가 영하로 떨어지며 쌀쌀해졌다. 바람의 방향은 알 수 없고 울란바토르를 향해서 길을 떠난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8,648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610시간

게르구경
감바탁구장
0Km / 00분
0Km / 00분
처이르
처이르
처이르
 
 
466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강풍으로 정전이 되었던 처이르의 다시 전기가 들어와 있다. 거센 바람이 불어오는데 창문 밖을 쳐다봐도 바람의 방향을 알 수가 없다.

바람의 방향을 알아보려 숙소 밖으로 나오니 쌀쌀한 겨울의 한기가 느껴진다.

"뭐가 이렇게 추워?"

슘베르의 날씨를 보니 영하의 기온에 찬바람이 불어 체감온도가 -6~-10도 적혀있다.

옷을 다시 챙겨 입고 처이르 초입에 세워진 커다란 석상이 있는 공터로 나간다.

"대체 어디서 불어오는 거야?"

동풍, 울란바토르의 방향으로 측면에서 강한 바람이 불어온다.

220km가 남아있는 울란바토르, 처이르를 벗어나 숙소나 음식점이 있는 곳까지는 100km 정도가 떨어져 있다.

"120, 130km. 갈 수 있을까?"

여유를 두고 바람이 잦아들기를 기다릴지, 조금이라도 울란바토르의 거리를 줄여놓을지 고민하다 매일 이어지고 있는 거센 바람을 예측하기 어려워 그냥 출발하기로 결정한다.

"일단 출발하고 갈 수 없으면 돌아오지 뭐."

처이르를 빠져나가기 전 슈퍼에 들러 빵과 물 등을 사두어야 한다.

몽골 슈퍼에는 이상하게 낱개로 포장된 빵이 없고, 모두 무게가 나가는 대용량 빵들뿐이다.

"한국에서 보름달이나 단팥빵 같은 것도 가져다 놓지."

매장을 두 바퀴나 돌며 적당한 빵을 찾아도 보이질 않고 그럭저럭 간단히 요기할 수 있는 빵을 두 개 골라 든다. 간의 포장된 빵이라 빨리 먹지 않으면 변질돼서 버려야 할 것이다.

"한국 사람이세요?"

한국에서 5년 정도 일했다며 자신을 소개한 남자는 서툰 억양이지만 정확한 한국어를 구사한다.

"울란바토르에 가고 있어요."

어디를 가는지 묻는 질문에 답하고 반갑다며 짧은 인사를 주고받았다. 계산을 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으니 이미 계산을 마친 남자는 무언가 할 말이 있는 사람처럼 기다리고 있다.

김치 컵라면과 믹스커피를 낱개로 사들고 있던 남자는 슈퍼의 근처에서 탁구장을 운영한다며 시간이 되면 컵라면을 먹고 가라며 제안을 한다.

남자를 따라 아파트 단지 내에 위치한 그의 탁구장으로 따라간다. 슈퍼의 건물에 있을 줄 알았던 그의 탁구장은 아파트 지하를 개조하여 운영되고 있다.

자전거를 묶어두고 지하에 있는 그의 사무실로 들어간다. 낡고 오래된 아파트의 지하는 한국의 오래된 빌라들의 지하와 비슷한 느낌이다.

책상과 소파가 놓은 작은 사무실에는 탁구 대회의 입상 사진들과 우승 상금으로 주어졌을 몽골 화폐 모양의 트로피들이 곳곳에 붙어있다.

"탁구 선수이신가? 탁구를 잘 치시나 봐요."

감바(Гамбаа), 52세의 남자는 몽골 처이르에서 경찰 근무를 하며 탁구장과 당구장을 운영하고 있다.

"나는 10년 전에 한국에서 5년 정도 일을 했었다. 나 한국말 잘 못해."

한국에서 5년 정도 일을 하다 불법 체류로 추방되었다는 감바와는 한국어로 대화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와, 탁구 대회에서 우승을 많이 했네요. 근데 우승 상금이 되게 적네."

이틀 동안 휴무라는 감바는 어제 저녁 친구들과 술을 마셔서 해장을 하기 위해 김치찌개 컵라면을 사러 슈퍼에 들렀던 것이다.

감바의 컵라면을 먹고 얘기를 나누는 사이 처이르에서 하루를 머물고 싶은 생각이 들어 감바에게 말했더니 자신의 집에서 하루를 보내고 출발하라고 한다.

"전에 다른 외국인들도 우리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갔어."

감바는 처이르에서 경찰 근무를 하고 있고, 그의 부인이 탁구장을 운영한다고 한다. 탁구장은 어린이들이나 동네 주민들을 가르치는 레슨반 같은 것이 있고, 감바 챔피언스 탁구 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낡은 지하실을 개조하여 4개의 구역으로 나뉜 감바의 탁구장은 포켓볼을 칠 수 있는 당구장과 아이들의 레슨구역 그리고 성인들이 이용하는 탁구장으로 되어 있다.

아파트 지하실의 낡고 허름한 시설이지만 규모가 제법 되는 감바의 탁구장이다.

어제 생각했던 대로 오래된 아파트의 1층을 개조하여 은행과 슈퍼 같은 공간이 들어서 있다.

간단한 생필품을 파는 가게가 아파트의 1층을 개조해 들어서 있다는 것이 재미있다.

1960년대 러시아에 의해 지어졌다는 감바의 아파트로 간다.

한 층에 세 가구가 입주해 있는 오래된 아파트는 외부에서 보는 것보다 더 낡고 허름하다.

집을 사며 은행의 대출을 받았던 감바는 3개의 방이 있는 건너편 아파트에서 최근에 2개의 방이 있는 이곳으로 이사를 하며 은행의 대출을 상환한다고 한다.

2천만원 정도 하는 감바의 아파트는 욕실과 부엌, 거실 그리고 안방으로 심플하게 나눠진 구조이다. 며칠 전 이사를 하며 집안은 정리가 되지 않은 짐들이 펼쳐져 있다.

"아내가 집 정리를 하라며 울란바토르에 갔는데, 오면 잔소리를 할 거야."

"오늘 쓰레기를 치워도 내일이면 다시 바람에 날려와 의미가 없어."

동네의 곳곳에 널브러져 있는 비닐봉지와 페트병들을 보며 감바가 말한다. 아파트 단지 내에 쓰레기 분리수거함을 와이프와 함께 자비로 만들었다며 설명을 해준다.

아내와 통화를 하던 감바는 아내의 여동생이 병원에 입원을 했다며 함께 가자고 한다. 도로변에서 지나가는 차를 잡아 무언가를 말하더니 무작정 타라고 한다.

단지 앞에 택시들이 서는 정류장이 있지만 공공버스가 없는 처이르에서 동네를 다니는 차들을 잡아 목적지로 이동하는 것이다. 병원이 있는 건너편 산동네로 이동한다.

감바의 아파트 단지와는 달리 나무판자의 담들에 게르와 단층 집들이 어지럽게 들어선 동네이다.

"예전에 이곳이 게르들이 모여있던 동네이고, 내가 사는 곳은 러시아 애들이 아파트를 지어놓은 동네야."

작은 단층 건물과 2층 건물들로 이루어진 처이르의 병원. 아내의 여동생이 어디가 아픈지 정확히 모르고 있던 감바는 산부인과 병동에서 자신을 부르는 아내를 보고서야 산부인과 병동으로 들어간다.

2층 건물의 산부인과 병동은 입구를 들어서자 접견실 같은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어 병실의 안쪽으로는 들어갈 수 없다.

아내의 여동생, 처제가 셋째를 가져 제왕절개를 통해 아이를 낳아야 해서 울란바토르에 갔던 아내가 급하게 간병을 하러 돌아온 것이다. 접견실에서 잠시 아내와 이야기를 하던 감바는 옆에 있던 남자와 전화를 주고받더니 가자고 한다.

"아는 사람이에요? 여동생 남편?"

"아니 모르는 사람이야. 내가 전화기가 안돼서 무슨 일이 생기면 나한테 전화해 달라고 했어."

통신 요금을 내지 않았는지 전화를 걸 수 없는 감바가 산부인과에서 처음 만난 남자에게 자신의 전화번호를 알려주고 전화해달라고 한 것이다.

"뭐. 이 동네의 대인관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지?"

몽골을 여행하며 히치하이킹을 하듯 지나가는 차량을 잡고 스스럼없이 합승을 하고, 처음 보는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무언가를 부탁하고 받는 것이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시간 나면 집 정리를 하라고 잔소리를 하네."

병원을 나온 감바는 다시 지나가는 승용차를 잡더니 뭔가를 얘기하고 타라고 한다.

흙바닥 길의 골목을 돌아 작은 마트 앞에서 내린다.

작은 슈퍼에는 생필품보다 술들이 더 많이 진열되어 있다. 감바의 형이 운영하는 작은 슈퍼에서 맥주 한 캔씩을 마시고 집으로는 걸어가자고 한다.

"여기 있네. 징기스!"

"게르가 보고 싶은데."

나무판자로 된 다른 사람의 집의 문을 열고 골목을 가로질러 가던 감바에게 게르가 보고 싶다고 말하니 모두 아는 사람들의 집이라며 게르에 가보자고 한다.

넓은 마당에 게르 한 채가 지어진 집.

양철로 지어놓은 현관을 지나 게르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동그란 게르의 내부는 가구들과 화로, 식탁, 침대 등이 놓여있다. 다섯 명 정도의 가족들이 따듯한 게르 안에서 이방인의 방문을 신기해하며 반갑게 맞이해 준다.

따듯한 우유차를 한 잔 내어주고.

기도를 올리는 곳 같은 작은 공간도 있고.

간단한 조리 기구가 있는 작은 식탁.

그리고 가축의 똥을 말려 연료로 사용하는 화로가 가운데에 놓여있다.

나를 위해 몽골의 음식을 만들어 주겠다며 말린 가축의 똥을 집어넣고 화로의 화력을 높인다.

말린 가축의 똥은 가볍고 냄새가 전혀 나질 않는다.

"초원의 좋은 풀만 먹고 자라서 냄새가 나질 않아."

"아니, 김종훈씨가 여기에서."

멋진 가죽 부추를 신은 아저씨는 한국의 예비군 군복을 입고 있다. 아마도 한국에서 수거되는 한 옷들이 몽골에 넘어오는 모양이다.

가축의 똥을 넣은 화로는 이내 화력이 높아지고.

큰 냄비에 약간의 물과 소금을 뿌린다.

얇게 썰어놓은 양고기와 적당량의 물을 넣고 끓이면 끝.

소변을 보러 넓은 길가에 나와 시원하게 해결을 하고.

군복을 입은 아저씨는 식수를 길러와 집들에 배달을 해주며 조금의 배달비를 받는다고 한다.

나에게 관심이 많은 게르 주인의 동생과 한 컷.

게르의 주인인 형은 오토바이를 수리하느라 바쁘고.

쇼바가 높은 몽골의 오토바이에는 푸른 천들이 묶여 있다.

소변을 보고 온 사이 양고기를 넣은 음식은 팔팔 끓어가고.

작은 그릇에 한 그릇을 가득 담아주고.

몽골의 김치라며 작은 병을 건네준다.

모양으로 보아 소금 같은 것으로 절여놓은 것인데, 국물에 조금 넣고 먹으니 짭조름하고 향긋한 향이 난다.

육수 국물에 빵을 적셔 먹기도 하고.

소금 이외에 아무런 양념이 들어가지 않는 양고기 요리는 마치 쇠고기 뭇국 같은 시원한 맛이 났다. 진한 국물이 속을 따듯하게 해주고 편안하게 해준다.

"야. 이건 완전히 해장용이야."

많이 먹으라며 계속 담아주는 양고기 국물을 세 그릇을 비우고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한국에서는 어떤 일을 했어요?"

"서울에서도 있고, 강원도에서 있고. 공장에서도 일하고 건설 현장에서도 일하고 했어."

10년 전, 감바는 관광비자를 가지고 불법체류를 하면서 5년 정도 전국을 돌아다니며 일을 했다고 한다.

"강원도에서 일할 때는 마음이 아프고 하면 바다에 가서 앉아있고 술도 마시고 했어."

강원도의 공장에서 일하며 3개월치의 임금을 받지 못했다는 감바는 여러 가지 힘든 일들을 겪었음에도 다시 한국에 가서 일을 하고 싶어 한다.

불법 체류로 추방되어 비자가 나오지 않는 감바는 6월 초에 결정되는 비자 신청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감바는 처이르의 체육행사가 있는지 회의를 하기 위해 잠시 가게를 비우고, 사무실에 앉아 7시에 돌아온다는 감바를 기다린다.

그 사이 어린 친구들이 탁구장으로 들어와 돌아가며 탁구를 치고.

두 번째에 서이는 감바의 첫째 딸은 탁구를 잘 치는지 몽골의 동급생 중 두 번째의 실력이라고 한다.

"감바, 제법 멋진데."

사무실에 앉아 자료들을 정리하는 나에게 탁구장의 아이들이 몰려든다.

너무 많은 질문들을 하는 아이들에게 중국 여행의 동영상과 한국의 영상들을 보여주니 호기심 가득 지켜본다. 옆자리에 앉아 핸드폰의 영상을 관심 있게 보며 수줍게 질문을 건네는 분홍색 여자아이에게 명함을 주니 너무나 좋아하며 친구들에게 자랑을 한다.

남자아이가 나에게 포켓볼을 치자며 제안을 한다. 어떤 포켓볼의 룰로 게임을 하는지 몰라 아무것이나 집어넣고 아이들의 반응을 보니 로우, 하이 볼을 집어넣는 게임을 하는 것이다.

"알았어. 내가 높은 숫자를 넣으면 되는 거지?"

분홍색 옷을 입은 여자아이의 밝은 치어리딩을 받으며 가볍게 게임을 정리해 주고, 포켓볼 게임을 제안했던 남자아이에게 잘 쳤다며 악수를 해주니 멍하게 서있다.

"내가 요즘 술을 안 먹어서 손떨림이 없다. 임자 잘 못 만났어 너."

꼬마 아이들과 장난을 치며 노는 사이 회의를 마친 감바가 돌아온다.

"감바, 애들이 뭐라고 하는 거예요?"

"자기들에게도 명함을 달라고 하는데."

아이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며 명함을 한 장씩 나눠주고서야 어수선했던 사무실이 조용해진다.

"아내의 엄마가 저녁을 줄 거야. 집으로 가자."

감바의 장모의 집으로 저녁을 먹으러 간다. 감바의 장모님은 같은 아파트 단지에서 살고 있다.

양고기 국물로 끓인 국수와 빵으로 저녁을 먹고.

"감바, 저녁에 맥주 한잔할까요? 내가 슈퍼에서 맥주를 사서 들어갈게요."

"좋지."

10시까지 영업을 해야 하는 감바는 탁구장으로 들어가고, 슈퍼에 들러 몽골의 큰 페트병에 담긴 맥주 두 통을 사들고 감바의 집으로 간다.

아무리 열쇠를 돌려도 잘 열리지 않는 감바의 현관문. 10분 정도를 낑낑거리며 이리저리 열쇠를 돌리다 어떻게 열린 것인지 모르게 철커덕 문이 열린다.

현관 문을 열자 바로 거실문이 이중 문처럼 붙어있다.

냉장고가 없어 작은 베란다에 맥주를 놓아두고 거실에 앉아 핸드폰으로 자료들을 정리하고 있으니 감바가 집으로 돌아온다.

"벌써 끝난 거예요?"

"아니, 오늘 여기에서 못 잘 것 같아. 아내의 작은 아버지 식구들이 울란바토르에서 와서 집에서 자야한데."

처제의 출산을 앞두고 울란바토르에서 가족들이 내려왔는지 가게의 사무실에서 자야 한다고 한다.

"아, 괜찮아요. 그럼 가게로 가요."

다시 돌아온 탁구장은 감바 탁구회의 동호회 사람들이 게임을 하고 있다. 동호회 사람들과 함께 탁구를 치는 감바의 공과 라켓을 다루는 실력이 애사롭지 않다.

남자와 여자의 팀으로 나누어 내기 게임을 하며 탁구를 치는 모습들을 구경한다. 제법 실력들이 좋고 즐겁게 떠들면서 운동을 한다.

"한국 사람도 구경만 하지 말고 같이 치자고 하는데?"

"탁구 못 쳐요. 그냥 구경할게요."

다들 실력들이 좋아서 게임이 안될 것도 같고 무엇보다 오른쪽 어깨가 좋지 않아 스윙이 불가능하여 탁구를 칠 수 없다.

핸드폰의 충전기를 가져오기 위해 사무실의 열쇠를 달라고 하니 구석기 시대에 사용했을 법한 열쇠를 건네준다.

"이런 열쇠 지금은 없어."

남자와 여자팀으로 나눠 5,000투그릭의 첫 번째 게임은 여자팀이 이겼고, 이후 7,000투그릭의 두 게임은 남자팀이 이기며 게임이 끝났다.

맥주를 마시며 탁구를 지켜보던 나에게 여자의 팀이 내기에서 진 금액으로 맥주를 추가로 사다 준다.

"이 아저씨는 몽골 씨름을 하는 사람이야."

키가 크지는 않지만 건장한 몸을 가진 남자를 가리키며 감바가 소개를 시켜준다.

간져, 30대 초반의 몽골 씨름을 하며 중고차를 수입해서 판매하는 밝게 웃는 얼굴이 귀여운 남자다.

감바, 간져와 맥주를 마시며 밤늦도록 이야기를 나눈다. 통역이 되는 감바가 있으니 너무나 편하고 좋다.

"내일 가기 전에 양고기만두를 해줄게."

간져는 양고기만두를 해주겠다며 아침에 집으로 나를 초대한다.

맥주를 마시고 헤어지던 간져는 당구장에서 포켓볼을 치는 남자들에게 당구 큐를 넘겨받더니 게임을 정리한다.

"오, 간져. 운동 신경이 좋은데."

몽골 씨름을 하는 사람에 대한 존경의 마음이 있는 것인지, 간져의 등치가 좋아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간져의 스스럼없는 행동에 비해 다른 사람들의 표정들은 조금 부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아침을 초대해 준 간져와 악수를 하고 사무실로 들어온다. 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감바는 계속 남은 맥주를 비우자며 술을 권한다.

"오늘 하루 일해서 11,000투그릭을 벌었어. 이건 돈이 아니야."

"그래 감바, 비자가 다시 나왔으면 좋겠다."

"이번에도 나오지 않으면 다시 몇 년을 기다려야 해."

"혹시 비자가 나와 한국에 들어가게 되면 연락을 줘. 도움을 줄 수는 없지만 어려운 일이 생기면 도와줄 사람을 소개해 줄게."

"다른 것은 필요 없어. 일자리 센터 같은 곳에 함께 가서 이야기만 해주면 돼."

"그래, 한국 사람이 같이 가서 말해주면 못되게는 안 할 건데."

처이르에서 경찰 근무를 하는 감바는 한 달에 60만원 정도의 급여를 받는다고 한다. 몽골의 생활 물가가 중국과 비슷한 것을 감안하면 너무나 적은 월급이다.

한국과 몽골의 환율은 2:1. 한국에 들어가 이삿짐센터나 막노동을 하면 벌 수 있는 300~400만원이면 몽골의 6개월의 급여이다. 90일의 몽골 여행비자로 불법 취업하여 일을 하고 돌아오면 집을 한 채 정도 살 수 있는 금액이니 모두들 한국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것이다.

자민우드, 조르노크 그리고 처이르에서 만난 바트보르드, 오드바야르, 간볼트, 감바까지 모두들 한국에 가서 일을 하고 싶다는 말을 한다.

중국 여행이 사람들과의 스킨쉽에 흥미롭고 즐거웠다면 몽골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마음을 무겁고 안타깝게 만든다.

"감바, 이제 그만 마셔. 나 내일 자전거 타고 가야 해."

약간의 취기가 오른 감바를 어렵게 집으로 돌려보내고, 남은 맥주통을 들고 감바는 장모의 집으로 돌아간다.

"밖에서 문을 잠그고 갈 거야. 무서워하지 말고 자."

"응. 지금은 감바가 제일 무서워. 하하하."

날씨가 쌀쌀해지지만 며칠 동안 남동풍이나 남풍이 불어온다.

"내일은 조금 편안한 라이딩이었으면 좋겠다."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84일 / 맑음 ・ 12도
달랑자르갈랑-처이르
연일 계속되는 맞바람의 라이딩으로 지쳐간다. 처이르까지 80km 정도를 남겨두고 있다. "아, 울란바토르가 정말 멀게 느껴진다."

이동거리
78Km
누적거리
8,648Km
이동시간
6시간 20분
누적시간
610시간

AH3
AH3
40Km / 2시간 48분
38Km / 3시간 32분
달랑자르
주계
처이르
 
 
466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중국 남부를 여행하며 매일처럼 쏟아지는 비 때문에 하늘을 쳐다보는 것이 하루의 시작이었다면, 몽골의 아침은 창문을 열고 팔을 내밀어 바람이 부는 방향을 알아보는 것이다.

창문을 열고 손을 내밀어 바람의 방향을 느껴보니 서향의 창문으로 바람이 들이치지 않고 남풍처럼 느껴진다.

"남풍인가? 남풍이야, 동풍이야?"

밖으로 나와 바람을 확인하니 간절히 생각했던 남풍은 아니고 동쪽에서 바람이 불어온다.

"뭐 그럭저럭 이것도 괜찮아. 서북풍만 아니면 돼."

자전거에 패니어들을 모두 장착하고 바로 출발하려다 아침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들어가 메뉴를 주문한다. 8,000투그릭의 양고기 야채볶음과 밥.

오늘 80km 정도가 남은 처이르까지 갈 것인지, 처이르를 지나 100km 정도를 이동해 울란바토르로 가는 거리를 조금이나마 줄여놓을 것인지를 고민한다.

"바람, 바람이 문제인데. 맞바람만 아니면 100km 정도 이동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

식사를 하고 냉장고에 들어있는 생수를 하나 집어 들어 계산을 하려니 1,500투그릭을 달라고 한다. 몽골의 물가가 중국에 비해 그리 싸지 않고 비슷하게 느껴진다.

제대로 된 도시를 가보지 못해 일반 음식점의 음식을 먹어보지 못했지만 호텔들의 음식들은 쓸데없이 모양을 내느라 양이 적고 값이 비싸다는 느낌이다.

오랜만에 타이어에 바람도 넣어보고. 몽골의 거센 바람이 좋은 점은 도로변에 아무것도 남지 않게 깨끗이 날려버린다는 것이다. 덕분에 펑크날 일이 없어 좋다.

8시 30분, 일찍 깨어나 준비를 한 덕분에 아침을 먹고도 평소보다 일찍 라이딩을 시작한다. 몽골의 아침은 바람으로 인해 꽤 쌀쌀하게 느껴진다. 해가 하늘로 올라가는 9시 정도부터 조금씩 기온이 오르기 시작하는 4월의 날씨이다.

"하악, 오늘도 끝이 없다."

도로의 바람은 북동풍에 가까워 우측 측면의 뒤쪽으로 불어온다. 주행에 저항을 주지 않을 만큼의 바람을 타고 1시간을 달려 보니 20km 남짓의 이동거리가 찍힌다.

"15km씩만 이동할 수 있어도 감지덕지다."

어제 이동하지 못했던 거리를 만회해보려 속도를 붙여볼 생각이었지만 길은 산길의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된다. 사인샤드에서 아라크까지의 평평했던 초원의 길이 끝나고 처이르로 향하는 길은 산을 오르는 길인가 싶다.

고르도비를 넘어오던 지형들을 복사해 놓은 듯한 산들의 모양이 이어지고 오르막과 짧은 내리막 그리고 오르막이 계속 반복된다.

"길이 좋은 날은 바람이 문제고, 바람이 좋은 날은 길이 힘들게 하는구나. 몽골 너!"

작은 언덕처럼 보이는 초원의 오르막이 모굴처럼 계속 이어진다. 부드러운 능선이 보이는 초원의 산들은 보기와 달리 경사도가 있어 사람을 은근히 지치게 한다.

하나를 넘으면 다음의 능선이 기다리고 있고, 올라가는 거리와 달리 내리막길은 아주 짧게 이어진다.

"중국 황산을 가며 나도 모르게 길들여지던 산길들과 똑같네. 다 알고 있다! 고도를 높여가며 계속 올라가고 있다는 것을."

산 위의 초원에는 한 무리의 양떼들이 초원과 도로를 점령하고 있고.

많은 새끼 양들이 올망졸망 어미들을 따라다니거나 젖을 빨고 있다.

"양, 비켜 인마!"

여기저기서 울어대는 양떼들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잠시 쉬어간다.

"사람은 없고 맨날 소, 말, 낙타, 양들하고 대화를 해야 하다니."

양들과의 대화를 끝내고 져지와 장갑을 벗고 길을 출발한다. 한번 시작되면 하루 종일 바뀌지 않던 풍향이 조금씩 정면으로 향하며 오르막길의 경사와 함께 페달링을 무겁게 만든다.

"젠장, 오늘도 시작되었구나!"

도로의 방향과 주변 환경에 따라 좌우로 바뀌며 정면을 향해 바람은 거칠게 불어오고, 이동속도는 시속 10km, 8km로 떨어지기 시작한다.

계속되어 이어지는 오르막 능선들 너머로 정말 오랜만에 보는 뾰족한 봉우리의 산이 멀리서 모습을 드러낸다. 길은 산의 주변을 크게 돌아가며 자민우드에서 시작된 고르도비의 경계를 넘어 도비숨베르로 넘어간다.

AH3 도로의 삼거리 또는 사거리의 교차로는 초원으로 들어가는 초입에만 짧은 포장이 되어있고, 초원의 흙길에는 여러 방향으로 지나간 자동차의 흔적들이 어지럽게 만들어져 있다.

"그냥 내가 가는 길이 길이여!"

방향을 잡고 초원을 가로질러 목적지로 향하는 것도 신기하지만 변변한 시멘트 포장길조차 없는 것도 신기하다.

고르도비와 고비숨베르의 경계에 놓인 경찰 초소에서 잠시 쉬어간다. 가끔은 실제로 단속을 해야 경찰 모형을 세운 효과가 나타날 것 같은데 몽골의 도로를 달리며 임의의 장소에서 경찰이 검문을 하거나 단속을 하는 것을 본 적은 없다.

초코파이를 꺼내어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짙은 구름으로 해가 가려지며 쌀쌀해져 벗었던 져지와 장갑을 다시 꺼내어 끼고 출발을 한다.

중국 내몽골의 장베이에서 시작된 초원의 라이딩이 20일째가 넘어가고 있다. 바람, 언덕, 붉은 흙산들과 황금빛 초원 그리고 바람, 바람, 바람이다.

맞바람이 불어오는 초원의 도로에서 가장 힘든 것은 저기 멀리 지평선까지 도로의 선들이 보이는데 좀처럼 그 거리가 가까워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르락내리락 사라졌다 보이는 길들의 끝에 검은 도로의 선이 하늘로 올라가 있다.

"바람만 없으면 신나게 질주를 하며 업다운을 즐길 수 있을 텐데."

바람이 불어오면 몇 개의 고개를 넘고 자전거를 눕히기 바쁘다.

"아, 진짜 너무하네!"

평탄한 도로가 이어지다 앳지있게 짧은 언덕을 오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한참을 오르고 올라야 한다.

"빌어먹을 바람!"

정면에서 불어오는 바람으로 눈이 아파오고 시야가 조금씩 흐려진다. 그리고 어깨는 다시 시큰거리기 시작한다.

핸드폰의 네트워크가 끊긴지는 오래고 비상식으로 넣어두었던 보리빵 같은 것을 꺼내어 먹는다. 자민우드에서 사서 조금 남아있던 베리잼을 찍어 먹는데도 맛이 형편이 없다.

"중국 슈퍼에서 골라 먹던 3위안짜리 빵들이 그립다."

푸석 푸석한 빵을 먹는 듯 버리는 듯 대충 먹고 나머지는 초원에 뿌려버린다.

"그나저나 자전거를 세우는 막대기라도 하나 만들어 볼까."

몇 개의 언덕을 땅만 보며 페달을 밟고, 네트워크가 끊겨 남은 거리를 알 수 없던 처이르가 모습을 드러냈다. 도로를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들어서 있는 처이르는 생각했던 것보다 커 보인다.

"아파트 단지도 있네!"

판자촌의 모습을 생각했는데 처이르의 초입에는 길게 낮은 아파트의 단지들이 눈에 들어온다.

달랑자르갈랑을 출발하며 1시쯤이면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처이르를 3시 30분이 넘어서야 도착한 것이다.

"쉴 거야. 나 쉴 거야! 못 가!"

도로 양편으로 마을이 갈라져 있는 처이르의 초입에서 어느 쪽으로 들어갈 것인지 결정을 해야 한다. 구글지도로 호텔을 검색해 보니 양쪽에 사이좋게 하나씩 검색이 된다.

"오른쪽에는 아파트 단지들만 있는 것 같고, 왼쪽은 판자촌인데 병원도 있고 축구장도 있고. 왼쪽이 시의 중심인가?"

툴가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하려다 쓸데없는 것으로 귀찮게 하는 것 같아 도로변에 보이는 슈퍼에 들어간다.

우리의 편의점처럼 구색이 제대로 갖추어진 작은 슈퍼이다.

"샌 베노!"

문을 열고 들어가 인사를 하고 카운터의 맞은편에 놓인 의자에 앉아 흐릿해진 눈을 비비벼 한숨을 내쉰다.

잠시 가게를 둘러보며 핸드폰을 꺼내어 주변에 호텔이 있는지 물으니 아파트 단지 쪽을 가리키며 고개를 끄덕인다.

"이쪽 뒤편에도 있는데?"

맞다며 고개를 끄덕이는 점원에게 어느 곳이 괜찮은지 물으려고 하니 피곤해진다. 다시 의자에 앉아 쉬면서 눈을 비비며 마사지를 해준다.

"오츠랄래, 저기 따뜻한..."

따뜻한 물 한 잔을 달라고 부탁하려는데 점원이 믹스커피를 들고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킨다.

"오, 한국 커피! 나 주는 거야?"

너무 피곤해하며 힘들어하니 안쓰러웠는지 믹스커피를 꺼내어 타준다. 종이컵 가득 물을 담을 믹스커피, 차를 마시는 중국이나 몽골 사람들은 믹스커피에 물을 많이 넣어 묽게 타 마시는 것 같다.

콧물과 함께 목이 건조하여 콜라가 당기지 않고 매장에 다른 음료수가 있는지 찾는 도중 파란색 레츠비를 발견한다.

"유레카! 나의 사랑 레츠비!"

가게의 점원에게 '좋은 호텔'을 번역하여 구글지도로 양쪽의 호텔을 보여주니 아파트 쪽의 호텔을 가리킨다. 그리고 'ATM'을 적어 보여주니 두 사람이 뭔가 얘기를 주고받더니 호텔 쪽에 은행이 있다고 알려준다.

슈퍼의 점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도로를 따라 아파트 단지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였다. 4층 구조의 아파트에는 호텔이나 은행 그리고 알 수 없는 간판들이 붙어있다.

아파트 1층에 영업을 하는 사무실들이 입주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광고판처럼 보이기도 하고 그렇다.

아파트 초입의 은행에서 현금을 인출하고 구글맵을 따라 호텔로 이동하였다. 몽골에서는 비자나 마스터, 유니온의 신용카드로 결제를 하는 것 같지만 몽골의 물가를 무시하고 자민우드에서 현금을 조금만 찾아 쓴 탓에 비상금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아파트 단지 내에 승용차들의 통행이 빈번하고 슈퍼마켓이나 다른 건물들도 많이 보인다. 운동을 하는 아이들과 단지 내를 걷는 사람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젊은 여자에게 호텔의 위치를 묻고 아파트 단지의 끝에 위치한 단층의 작은 건물을 보며 긴가민가 생각하며 길을 따라 들어가니 나를 보던 어떤 여자가 정문을 가리키며 오라고 손짓을 한다.

2, 3층의 호텔 건물을 생각했는데 게스트 하우스처럼 보이는 빨간 벽돌의 단층 건물이다.

마당 한편에는 용도를 알 수 없는 게르가 설치되어 있고.

문을 열고 들어가니 구색을 갖춘 프런트가 있고 아주머니가 밝게 웃으며 맞이해준다.

"하룻밤에 얼마예요?"

번역기를 돌려 가격을 물으니 계산기에 30,000을 쳐서 보여준다. 40,000투그릭 정도를 생각했는데 의외로 저렴하다. 달랑자르갈랑의 숙소에서 세면시설이 없어 불편했던 기억이 떠올라 방을 볼 수 있는지 제스처를 하자 방으로 안내를 해준다.

단층의 긴 복도에 방들이 나누어져 있고, 작고 오래된 방이지만 나름 깨끗하게 청소가 되어있는 방과 욕실을 보고 체크인을 한다.

"이거 또 온몸을 사용해서 말해야겠네."

오번역이 되어 의사전달을 할 수 없는 번역기를 포기하고 자전거 사진을 보여주며 방에 넣어둘 수 있는지 제스처 하니 방에는 넣을 수 없다며 엑스자를 표시하고 자전거를 보자며 밖으로 나가더니 호텔의 현관에 놓아두라고 한다.

좁은 현관에 자전거를 끌고 들어가 자리는 잡는데 아주머니의 아들로 보이는 젊은 남자가 '룸'이라고 하며 자전거를 방에 넣으라고 한다.

"오호. 땡큐!"

간만에 방으로 들어온 자전거, 쑤니터우이치에서 지아오강강이 깨끗하게 물걸레질을 하여 그나마 덜 미안하다.

자전거를 들여놓는 것을 도와주던 아주머니는 먼저 씻으라며 욕실의 온수기를 켜주고 방의 열쇠를 건네주며 나간다.

"아, 간만에 씻어볼까!"

중국제 온수기는 작동이 되는 것 같은데 찬물만 계속 나온다. 온수통에서 미지근한 물들이 새어 나오는 고장 난 온수기로 찬물 샤워를 하고 속옷과 양말을 빨아 라지에이터 위에 말려둔다.

룸이라는 짧은 단어를 말했던 남자에게 영어를 하는지 물으니 못한다고 한다. 밥을 먹는 제스처를 하고 구글지도를 보여주니 조금 생각한 후에 '드림'이라며 숙소를 물어봤던 슈퍼 건너편의 식당을 알려준다.

"걸어가는 거야?"

당연한 것을 묻느냐는 표정으로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많이 걸어가야 하는데. 어쨌든 밥 먹고 올게요."

도로가 아닌 흙길을 가로질러 가기 위해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오고.

외관과는 달리 아파트의 출입문과 통로들은 낡은 모습을 하고 있다.

운동장 같은 경기장을 돌아서.

슈퍼마켓과 식당이 있는 곳으로 찾아간다. 처이르의 초입 도로변에는 이런 식당이 3곳이 있는 것 같다.

깔끔하게 인테리어 되어있는 식당에서.

웨이터 복장을 차려입은 남자에게 메뉴판을 건네받아 메뉴들을 구경하고.

쇠고기와 감자 구이 그리고 밥이 들어간 메뉴를 주문한다.

그리고 웨이터에게 'Амтат'를 보여주며 보드카 메뉴를 보여주니 메뉴판에서 보드카를 추천해 준다.

"50ml?"

보트카의 양을 물어보니 손가락 눈금으로 조금이라고 알려주며 핸드폰으로 숫자 100를 써서 보여준다.

"100ml? 아, 잔 술로 파는구나! Ok!"

잠시 후 예쁜 보드카 병과 술잔을 가져와 보여주고 병을 들어 올려 멋들어지게 한 잔을 따라준다.

"칭기스!"

아주 독하지 않고 은은한 향이 좋은 보드카다.

"한 38도 정도 되는가? 맛 좋네! 기억해 주겠어."

밥과 함께 나온 쇠고기 감자 구이는 제법 맛이 좋았지만 조그만 그릇에 담겨 나온 밥의 양이 문제다.

"중국의 밥 인심이 그립구나. 이 정도로는 부족해!"

16,800투그릭, 한화 8,000원 정도의 양고기 스테이크를 하나 더 주문하고 신호의 강도가 활기찬 식당의 와이파이를 사용하여 오드바야르와 페이스북 메신저 통화를 한다.

라이딩 도중 세 번씩이나 영상통화가 울렸지만 네트워크가 불안정하고 라이딩에 힘이 들어 받지를 못했다. 말이 통하지 않는 오드바야르 그리고 그의 아내와 영상통화를 한다.

"오드바야르, 니 처이르! 안녕! 빨리 자! 이제 끊어!"

저녁이 되면서 손님이들이 하나둘 밀려들어온 탓인지 조금 늦게 나온 양고기 스테이크는 너무 많이 익혀진 것 같다.

하지만 레어, 미듐, 웰던 같은 것은 나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고기는 단지 고기일 뿐.

갖은 야채들과 채소들의 과즙과 소스들을 조금씩 찍어, 한국에서도 하지 않던 나이프와 포크질을 부지런히 해가며 맛있게 먹는다.

"바람 탓에 컨디션이 엉망이야. 고기 먹고 힘내야지!"

저녁 시간의 식당은 외식을 하는 가족단위의 손님들로 자리가 가득 찼다.

식사를 하는 동안 업로드를 걸어두었던 사진들이 블로그에 올라가는 동안 통통해진 배를 튕기며 기다리고 있는데, 식당을 배회하던 한 남자가 내 앞자리에 앉더니 접시 위에 남아있는 동그란 양뼈들을 뜯으며 조금 남아있는 소스를 포크로 퍼먹는다.

"이건 또 무슨 시추에이션이야? 넌 누구냐?"

가만히 그의 행동을 지켜보니 무언가를 중얼거리며 걸신이 들린 사람처럼 아무것도 남지 않은 음식들을 핥아먹는 것이다.

조용한 음악이 흐르고 가족 단위의 사람들이 테이블마다 자리를 잡고 앉아 저녁식사를 하는 깨끗한 식당에서 벌어지는 황당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바쁘게 서빙을 하며 움직이는 많은 직원들 중 아무도 그의 행동을 제재하는 사람이 없다.

손을 들어 직원들을 불러 보아도 아무도 응답을 하지 않고 애써 외면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넌 뭐 하는 놈이길래 사람들이 다 피하며 방치하는 거냐?"

큰 소리를 내어 직원들을 부르니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모두 내 쪽을 쳐다보지만 이내 시선들을 피하며 식사를 한다. 재차 직원을 불러 남자를 가리키자 여직원이 마지못해 다가와 남자를 몇 차례 쿡쿡 찌르며 윽박을 하지만 남자는 듣는 시늉도 하지 않고 그릇째 핥아먹을 기세다.

여직원은 포기한 듯이 카운터로 돌아가버리고 남자는 남은 소스를 모두 핥아먹고 다른 가족들이 식사를 하는 자리로 이동한다.

"뭐야? 무소불위의 주인집 아들이라도 되는 거야?"

다른 가족이 있는 식탁에서 식사를 방해하던 남자는 손님들이 먹고 남은 음식 그릇을 비어있는 테이블에 여직원이 갖다 놓으니 그곳에 앉아 남은 음식을 먹으며 술 주정을 하듯 중얼거린다.

"인구가 400배 많은 중국에서도 찾아볼 수 없던 것을 이곳에서 보네. 아이고 몽골아!"

현금이 있지만 중국에서는 할 수 없었던 카드 결제를 해보고 보드카를 추천해 준 남자 직원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식당을 나온다.

호텔로 돌아오니 아주머니가 눈을 마주치며 식사를 잘 하고 왔는지 묻는 듯 쳐다본다.

"Энэ нь амттай байсан. 잘 먹었습니다."

커피 믹스 두 개를 꺼내어 뜨거운 물을 끓여달라 부탁을 하고 하나는 아주머니에게 건네준다.

20일 가까이 거센 바람의 초원을 달리며 컨디션이 많이 떨어져 있는 것 같다. 200km가 남은 울란바토르가 너무나 멀게 느껴진다.

자료를 정리하는 동안 거센 바람 소리가 윙윙거리며 창문 틈을 파고든다.

"남풍, 제발 남동풍이 불어줘!"

숙소의 전기가 거센 바람에 정전이 되더니 다시 들어오지 않는다. 전기도, 난방도, 통신도 모두 끊겨버렸다. 거센 서북풍이 불어오면 하루 정도 이곳에 머물러야겠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83일 / 맑음 ・ 18도
조르노크-아라크-달랑자르갈랑
조르노크의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아쉬움 가득 작별을 한다. 여행에서 만남 사람들과 보낸 시간의 즐거움만큼 작별의 아쉬움이 언제나 비례하는 것 같다.


이동거리
56Km
누적거리
8,570Km
이동시간
6시간 42분
누적시간
604시간

AH3
AH3
28Km / 2시간 50분
28Km / 3시간 52분
조르노크
아라크
달랑자르
 
 
388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조르노크에서 보낸 이틀의 시간이 너무나 좋았다. 많은 것이 열악하고 부족하지만 함께 하는 좋은 사람들이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6시 30분의 알람에 잠이 깨어 모든 알람들을 해제시키고 다시 잠이 든다.

"이런 시간은 조금 더디게 지나가도 좋을 텐데."

내가 일어나기를 기다린 것처럼 침낭을 벗어나는 인기척에 오초르가 얼굴을 내밀고 인사를 한다.

홍차와 웨하스 과자를 내놓아 그와 함께 아침을 먹는다. 다른 집들과 달리 아내와 떨어져 사는 오초르의 식탁은 전형적인 홀아비들의 식사이다.

침낭과 패니어들을 정리하고 있는 동안 정체불명의 화장품을 맡겨두었던 오드바야르의 아내가 찾아온다.

"이거 아침에 바른 다음 화장을 해 그리고 저녁에 깨끗이 씻어."

화장품의 사용법을 번역기와 제스처로 설명을 해주고 알아들었는지 물으니 알았다며 웃으며 돌아간다.

"에르덴오초르, 나 이제 가야 해! 사진 찍자."

핸드폰 삼각대를 설치하고 오초르의 집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다.

"둘이 찍고."

"셋이서 찍고."

짐을 싸는 동안 인사를 하기 위해 나온 간볼트의 젊은 아내와도 함께 사진을 찍고 울란바토르에 가면 간볼트에게 전화를 하겠다고 말해둔다.

이틀 동안 점심과 저녁을 대접해 준 고마운 간볼트의 식구들이다.

자전거 앞에서 태극기를 들고 사진을 찍어달라는 오초르.

"사진 찍는 거 은근히 좋아하네."

오초르와 마지막 인사를 하고, 다른 사람들이 있는지 둘러보았지만 모두들 작업을 나갔는지 보이질 않는다.

"조르노크, 안녕!"

오늘 가야 할 처이르는 자민우드, 사인샨드, 처이르, 울란바토르로 이어지는 AH3 도로에 있는 도시 중 하나다. 아직 울란바토르의 모습을 보지 못하여 몽골 도시의 모습이 어떠한지 잘 모르겠지만 사인샨드의 모습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조르노크에서 130km 떨어진 처이르. 바람의 방향에 따라 오늘 내 도착할 수도 있고 이틀의 라이딩으로 가야 할지도 모른다.

"어디, 바람이 어떻게 불어오나?"

북서풍. 조르노크의 북서쪽에 위치한 울란바토르.

"피해 갈 틈 없는 정면 바람이군! 오늘도 완전히 틀렸다."

조르노크에서 보낸 이틀 동안 불지 않던 바람이 라이딩의 시작과 함께 맞바람으로 맞이해준다. 초속 15미터가 넘는 바람들을 맞으며 달려온 탓에 초속 6~7미터의 바람은 산들바람처럼 느껴지지만 정면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영향은 어쩔 수가 없다.

1시간을 달려 속도를 확인해 보니 겨우 10km를 이동할 수 있는 라이딩이다.

"오늘 처이르까지는 절대로 못 가겠네. 80? 70km 정도 이동할 수 있으려나?"

처이르까지 가는 동안 작은 마을 두 곳을 지나쳐야 한다. 이틀 전 오초르와 마트를 가기 위해 들렀던 아라크와 달랑자르갈랑이다. 도시라기보다는 작은 면소재지의 시골 마을에 가깝지만 몽골의 초원에서는 제법 규모가 큰 마을이다.

"달랑자르갈랑이 60km 정도니까, 거기를 지나서 캠핑을 하면 되겠군."

아라크로 향하는 길은 간간이 오르막의 언덕들이 이어지고 12시가 되었을 때 아라크의 검문소를 통과한다.

이틀 전 오초르와 왔을 때 통행료 같은 것을 받지 않은 것으로 보아 톨게이트는 아닌데 정확히 무엇을 검문하는지 모르겠다. 차단기가 내려져있고 차량들이 무언가를 확인받은 후 통과를 한다.

검문소를 통과하면 도로의 좌측으로 아라크의 모습이 보인다.

"점심도 해결할 겸 아라크로 들어가자."

이틀 전 오초르와 왔을 때 그에게 담배라도 몇 갑 사줄 것을 하는 후회가 들어 오초르의 담배를 사고 간단한 점심과 캠핑 음식을 마련하기 위해 마을로 들어간다.

모래밭길의 마을길에 자전거의 바퀴가 빠져 제대로 타고 갈 수가 없다. 자전거를 끌고 오초르와 첫 번째 들렸던 작은 슈퍼를 찾았지만 보이질 않는다.

"어디였지? 시야가 확 트인 곳에서 오줌을 쌌는데."

마을을 한 바퀴 돌고서 초입에 있는 작은 슈퍼를 찾았다.

가게 앞에 RV 차량이 한 대 정차해 있어 가게문이 열려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문이 열쇠로 잠겨있다.

"아, 나는 왜 이런 일에는 꼭 머피가 될까?"

아쉬운 마음에 애꿎은 가게문을 만져보고 나와 초코파이 두 개를 꺼내어 점심을 대신한다.

"오초르에게 담배 한 갑이라도 사주고 싶은데."

초코파이를 먹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출발을 하려고 하는데 모자와 검은 마스크를 한 여자가 가게 앞에서 나를 쳐다본다.

"어. 저기 저번에 오초르.."

버프를 내려 얼굴을 보여주니 금세 알아보며 가게로 들어가자고 한다.

"샌배노!"

대량 포장된 비스킷처럼 딱딱한 빵들을 만지며 배가 고프다는 제스처를 하니 가게 모퉁이의 냉장고에서 소시지들을 보여준다.

"이거 하나도 팔아요?"

냉장고 위의 저울을 가리키더니 소시지 하나를 올려놓고 저울에 적힌 금액을 계산기로 쳐서 다시 보여주는 아주머니.

"중국하고 똑같네. 소시지도 저울에 달아서 파네."

소시지, 콜라 그리고 컵라면을 사들고 오초르에게 줄 담배를 달라고 제스처를 한다. 이틀 전처럼 테이블 밑에서 담배들이 든 가방을 꺼내어 보여준다. 오초르가 좋아하는 몽골 담배 3갑을 달라고 하니 가방을 뒤적이더니 2갑밖에 없다며 웃는다.

담배 가방을 뒤집어 담배들을 테이블에 모두 펼쳐놓고 보아도 오초르가 피던 몽골 담배는 2갑밖에 없다.

오초르가 '몽골'을 외치며 엄지를 세웠던 2,500투그릭의 담배 두 갑까지 합하여 계산을 하고 봉지가 필요한지 묻는 아주머니에게 핸드폰에 있는 오초르의 사진을 보여준다.

"에르덴 오초르, 오초르 알죠?"

오초르의 사진을 보며 생글생글 웃는 아주머니. 아무래도 커피를 들고 있는 오초르의 컨셉 사진이 재미있는 모양이다.

담배 두 갑을 들고 오초르의 사진을 가리키며 오초르에게 전해달라는 제스처를 두어 번 연속으로 하자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방긋 웃는다.

"응. 오초르가 여기 오면 이거 오초르한테 주세요!"

가게 아주머니와 담배, 오초르의 사진을 가리키며 의사를 전달하는 사이 아주머니는 전화기를 꺼내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건다. 전화기에서 오초르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아주머니는 스피커폰으로 전환하여 전화기를 건네준다.

"오초르, 나 싸비야!"

"오호, 싸비!"

알아듣지 못하는 몽골어로 여전히 많은 말을 하는 오초르에게 아주머니가 상황을 설명해 주는 것 같다.

"오초르 빠이! 담배 맡겨놨어. 찾아서 피워!"

나도 오초르처럼 그가 알아듣지 못하는 한국어로 떠들며 말해준다. 그 광경이 재미있는지 계속 웃기만 하던 아주머니는 자기가 잠을 자고 오초르에게 가져다주겠다는 제스처를 한다.

"어. 내일 오초르한테 전해 준다고."

자신이 오초르에게 갖다 준다는 것인지, 오초르가 내일 와서 찾아간다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담배는 오초르에게 전해질 것이다. 아마도 담배를 보며 '싸비, 몽골'하며 담배를 피우지 않을까 싶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하고 싶었던 것을 해결하면 마음이 참 좋고, 왜 그런 것들은 항상 뒤늦게 생각이 나는지 도통 모르겠다.

마을을 빠져나와 다시 AH3 도로에 들어서니 도로변의 초원에서 풀을 뜯던 낙타들이 멀뚱하게 나를 쳐다보고 있다. 소, 말, 양, 사슴 이번에는 낙타의 등장이다.

낙타를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그 생김새가 참 신기하면서도 못돼먹은 얼굴을 하고 있는 것 같아 재미있는 동물이다.

"야 몽골 낙타! 나 한국 사람이야."

아라크에서 처이르와 울란바토르까지의 거리를 알리는 이정표가 보이고.

아라크의 초입에는 크지는 않지만 물이 고여있는 곳이 있어 마을이 생겨난 이유를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듯하다.

아라크를 들렸다 나오느라 40분 정도의 시간을 소비했지만 오초르에게 담배 한 갑이라도 선물해 주고 올 수 있어서 다행이다 싶다.

오후 들어 바람의 방향이 우측으로 살짝 바뀌더니 바람의 세기가 더해간다. 시속 10km 정도를 이동했던 오전과 달리 8km, 5km의 속도로 진행이 느려지고 아라크를 벗어난 도로는 낮은 산들을 여러 차례 넘어가는 길로 바뀐다.

"힘들어. 쉬자."

초원의 풀밭에는 돌아다니는 작은 도마뱀은 보호색에 대한 자신감인지 잘 도망을 가지 않는다. 요리조리 재빠르게 움직이지만 도망치는 거리가 거기서 거기다.

"형 배고프다. 잡아먹기 전에 도망가라."

따듯한 바람이 불어오는 초원에 앉아있으면 눕고 싶은 생각이 들어 쉬는 것이 더 힘들다. 핸드폰을 켜봐도 네트워크는 E자를 보이며 끊겨있고.

20여 분을 쉬고 다시 출발해 보지만 계속 거세지는 바람과 오르막의 산길들이 페달링을 무겁게 한다. 바람을 이기며 조향을 하느라 어깨는 다시 쑤셔오고.

캠핑을 해도 괜찮을 듯한 언덕들과 바위들이 놓인 공간들을 지나자 풍경들은 다시 완전 평면의 평평함을 보여준다.

도로변에서 빠져나와 자전거를 눕히고 패니어를 등지고 눕는다.

"오초르와 차로 달릴 때 보니까 도로 외에는 아무것도 안 보이던데. 저기 멀리에 텐트를 쳐도 괜찮겠어."

바람만 거세게 불지 않는다면 도로변에서 조금 멀리 떨어져 텐트를 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마른 건초들 사이로 새싹들이 자라고 있다.

"아무래도 오늘은 달랑자르갈랑을 조금 지나서 캠핑을 해야겠다."

17km가 남아있는 달랑자르갈랑을 지나 적당한 위치에 캠핑을 하고 내일 바람의 방향을 봐가며 처이르에 머무를 것인지, 지나칠 것인지 결정할 생각이다.

조금씩 거세지던 바람은 돌풍에 가까운 바람으로 급변하고, 구름이 떠있던 하늘은 희뿌연 모래바람이 지면에서 일어나 온 사방을 뒤덮기 시작한다.

시속 5km가 나오지 않는 무거운 페달링과 휘청거리며 요동치는 핸들바를 지탱하며 얼마 남지 않은 달랑자르갈랑의 거리를 줄이기 위해 꾸역꾸역 길을 이어간다.

어쩌면 급작스레 밀려오던 조르노크의 모래폭풍. 그 바람의 시작점에 들어와 있는지도 모르겠다.

5km, 3km. 거리가 줄어들지 않는 애꿎은 구글맵만을 반복해서 쳐다보지만 달랑자르갈랑의 모습은 보이질 않는다.

뿌연 모래 먼지 사이로 흐릿하게 달랑자르갈랑의 모습이 보이고 도로변에 커라란 물 웅덩이가 있다. 물웅덩이 주변으로 동물들의 발자국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고.

재미있는 사진 놀이도 거칠게 불어오는 바람 탓에 그다지 재미가 없고.

골재 공장 같은 건물을 중심으로 들어선 마을로 들어가기가 힘들어 보인다.

"여기가 달랑자르갈랑인가?"

진입할 수 없는 흙길을 포기하고 도로를 따라 조금 이동하니 도로변으로 달랑자르갈랑의 모습이 나타난다.

"에휴, 다행이다."

"처이르는 멀었네. 언제 가나."

여전히 적응이 잘 안되는 몽골의 작은 마을의 초입에서 자전거를 세우고 잠시 숨을 고른다.

"어디부터 가서 숙소나 잠잘 곳을 찾아야 하지?"

길 건너편에 위치한 주유소에 들러 숙소가 있는지 물어보고, 숙소가 없다면 주유소 주변에 텐트를 칠 수 있도록 양해를 구해볼 생각이다.

자전거를 끌고 주유소로 향하던 중 거친 바람을 등지고 소변을 보던 남자가 나를 부른다. 이번에도 술을 마신 것 같은 취객의 느낌이 난다.

"부르지 마라. 힘들다!"

몇 차례 나를 향해 소리를 치더니 모르는 척 지나가니 별 반응이 없다.

문이 닫힌 주유소의 문을 열고 들어가 번역기로 주변에 호텔이 있는지 물으니 바로 길 건너편을 향해 손가락을 가리킨다.

"아, 저게 호텔이었어?"

화물 차들이 정차를 하거나 떠나는 건물을 음식점으로 생각했는데 숙박도 가능한 모양이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프런트와 같은 데스크는 없고 바로 식당의 카운터가 보인다. 식당 안을 두리번거리며 호텔이 맞는지 묻자 카운터의 여직원이 자기에게 말하면 된다는 듯 제스처를 한다.

계산기에 40,000을 찍어서 보여주며 여권을 달라고 한다. 자민우드의 호텔에서도 그랬는데 몽골에서는 여권을 프런트에 보관을 한다.

여권을 받아들고 살펴보더니 새침한 여직원이 놀라는 듯한 이상한 표정과 제스처를 한다.

"왜? 오빠가 아니라서 섭섭해?"

자전거를 실내에 두기 위해 설명을 해야 하는데 난감하다. 호기심이나 적극성이 별로 없어 보이는 여직원과 어렵게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옆에서 갑자기 한국어가 들린다.

"한국인이세요?"

식당에서 서빙을 하는 다른 여직원이 다가와 한국말을 한다.

"한국말을 할 줄 알아?"

"네, 조금 할 줄 알아요."

프런트의 여직원과 달리 친절하고 상냥하다. 한국어를 하는 여직원에게 자전거를 안으로 들여놓고 싶다고 말하니 고개를 끄덕이며 한국어를 잘 못한다고 다시 한번 말한다.

"아니야. 이 정도면 정말 잘하는 거야."

자전거를 식당의 입구에 세워두고 청소를 하는 아주머니를 따라 2층으로 올라간다. 열쇠 뭉치를 주머니에서 꺼내더니 방의 문을 열고 안내를 해준다.

침대가 두 개 놓은 방은 제법 청소가 잘 되어 있어 괜찮다 싶었는데 방의 느낌이 왠지 낯설다.

"욕실, 욕실이 없잖아."

조르노크에서 생활하며 제대로 씻지 못하고 양치만을 하며 생활한 터라 따듯한 물에 샤워가 하고 싶다.

머리를 감는 제스처를 하며 욕실이 없는지 물으니 아주머니가 웃으며 손을 가로젓고 자신을 따라오라고 한다.

"공용 욕실이라도 있는 거야?"

방 건너편의 화장실 문을 열어 주었지만 화장실과 세면대만이 놓여있다. 아주머니가 부지런한 것인지 방과 복도처럼 화장실도 깨끗하게 청소가 되어있다.

"없네. 샤워 못하는 거야! 샤워!"

아주머니는 웃으면서 방의 열쇠를 건네주고 계단을 내려가 버린다.

식당으로 내려가니 저녁 시간이라 사람들이 제법 모여든다.

"고기, 고기를 먹어야 해."

고기가 들어간 그림을 가리키며 어느 것이 맛있는지 한국말을 하는 여직원에게 물어본다.

갈비찜 같은 음식과 함께 추가로 주문한 조그만 공깃밥이 나오고.

큼지막한 덩어리의 갈비찜을 크게 썰어 부지런히 먹는다. 조금 질긴 느낌이지만 입속을 가득 채우는 고기의 양이 마음에 든다.

"근데 몽골 사람들이 왜 한국말을 조금씩 하는 거지?"

식사를 하고 식당의 문 앞에 놓아두었던 자전거를 2층으로 오르는 계단의 난간에 묶어두고 방으로 올라왔다. 세면도구를 챙겨 간단히 얼굴과 발을 씻는 것으로 만족하고.

와이파이도 없는 숙소에서 하루를 정리하는데 오초르의 아내가 페이스북 메신저로 영상통화를 걸어온다.

"헤이, 싸비. 처이르?"

아내가 있는 집으로 간 것인지 오초르는 방에 누워서 통화를 하고, 그의 아내는 마스크 팩을 하고 인사를 한다.

"오초르, 집에 간 거야? 나 달랑자르갈랑이야!"

달랑자르갈랑의 발음을 계속 반복하니 오초르가 알아듣는 눈치고, 내가 처이르까지 잘 갔는지 궁금했던 모양이다.

"어. 이제 자야지. 빨리 끊어! 빠이 빠이!"

말도 안 통하는데 오초르와 그의 아내는 계속 웃으며 몽골말로 무어라 말을 한다.

"알았어! 빨리 자. 하하하"


바람이 계속된다면 80km 정도 남은 처이르까지의 여정도 꽤나 힘이 들 것 같다.

"아무리 이 계절에 북서풍이 어쩔 수 없다 해도 이건 너무 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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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82일 / 맑음 ・ 18도
조르노크
우연히 만나게 된 조르노크의 사람들과 보낸 시간은 너무나 편안하고 즐겁다. 바쁘지 않은 몽골의 여행 일정이 하루를 더 머물며 그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라 한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8,514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597시간

페인트칠
카드놀이
0Km / 00분
0Km / 00분
조르노크
조르노크
조르노크
 
 
332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

아침에 일어나 오초르에게 하루 더 머무를 것이라 말하니 좋다며 웃는다. 일을 나가는 오초르를 배웅해 주고 집으로 들어와 자료들을 정리하며 휴식한다.

오늘도 여자들은 페인트칠을 하느라 바쁘다.

도로변의 초원에 나가 따듯한 햇볕을 받으며 앉아 시간을 보낸다. 작은 도마뱀 같은 것이 마른 수풀 사이로 빠르게 움직이며 돌아다니고.

"헤이, 싸비!"

멀리 철도변의 창고 지붕에서 도색을 하던 여자들이 손을 흔들며 나를 부른다.

창고 지붕의 처마를 진한 파스텔톤의 붉은색으로 칠하느라 요란하다.

지붕으로 올라가 바닥에 누워 깔깔거리며 수다를 떠는 여자들과 시간을 보내고.

색깔들도 다양하게 이쁘게도 칠한다.

남자들은 무엇을 하는지 어제부터 창고에서 떠나질 않고.

다시 집으로 들어와 쉬고 있으니 오드바야르의 아내 서열러가 들어와 밖으로 나오라고 한다.

"너 이제부터 오빠라고 해. 싸비오빠."

페이스북에 1981년생으로 소개되어 있는 그녀의 프로필을 보여주며 1974를 적어 보여준다.

"싸비 오빠!"

고개를 끄덕이더며 호칭을 따라 하더니 뭐라고 궁시렁거리며 웃는다.

밖으로 나가니 사우나장의 지붕에 사다리를 걸쳐놓고 나보고 페인트칠을 해달라고 한다.

"야, 너는 싸비 오빠라고 하랬지."

싸비 오빠를 부르며 다시 궁시렁거리고, 옆에서 지켜보던 오드바야르의 동생은 웃느라 바쁘다.

"저 위를 칠해달라고?"

고개를 끄덕이며 빨리 올라가라며 사다리를 붙잡는다.

"그래, 너네 둘이 울라 가면 사다리가 휘어지겠다."

사다리에 올라가니 초록색 페인트 통과 장갑을 건네주고 여기저기를 칠하라며 잔소리들을 해대며 웃는다.

"알았어. 사다리 꼭 잡고 있어. 오빠 다치면 안 된다."

지붕의 한 면을 다 칠할 때쯤 점심을 먹기 위해 돌아온 오초르가 나를 부르며 무엇을 하고 있냐는 듯 외치며 빨리 내려오라고 소리친다.

"오초르, 얘네들이 일을 시켜! 혼내줘."

페인트를 칠하고 내려오니 두 명이 지붕을 쳐다보며 '모~, 모~' 거린다.

"모~ 모~"

'아니야'라는 부정적인 뜻 같은데 오드바야르가 쉴 새 없이 쓰는 표현이다.

"모~? 에이 Ok 해줘. 오케이!"

여전히 '모모' 하면서 손가락을 흔들더니 마지못해 Ok를 해주며 웃는다.

점심을 먹자며 오초르는 간볼트의 집으로 들어간다.

페이스북의 친구 등록이 된 오초르의 아내가 함께 있는 사진을 보내달라고 하여 사진을 찍는데 역시나 오초르는 개구진 장난을 친다.

"오초르, 이게 뭐야! 하하하."

간볼트의 아내는 몽골의 우유차에 만두와 밥을 넣은 음식을 내어준다. 약간 짠듯하지만 부드럽고 편안하게 먹을 수 있는 한 끼다.

자전거를 타지 않아 배고픔이 없는데 한 그릇을 더 먹으라며 권하여 두 그릇을 맛있게 먹는다.

라면을 더 먹겠느냐는 간볼트의 질문에 시간을 확인하고 4시에 와서 라면을 끓여주겠다고 대답하고 오초르의 집으로 돌아온다.

자료들을 정리하며 쉬는 동안 4시가 되어 패니어에 들어있던 짜장라면을 하나 들고 간볼트의 집으로 간다.

특별한 취사도구가 없이 전기를 이용해 음식을 하는 조르노크의 집들이다.

필요한 것이 없는지 묻는 간볼트의 아내에게 김치라면 하나만을 달라고 요청한다. 양파와 당근 같은 재료들이 있었지만 괜히 일이 커질 것 같아 그냥 라면만 끓여 먹는 것이 낫겠다 싶다.

물을 끓이는 동안 간볼트의 아내는 고기와 야채들을 썰며 무언가를 준비하느라 바쁘고, 간볼트는 물을 길어오느라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라면 끓이는 법을 배워야지!"

딱히 라면을 끓이는 법에 대해 관심이 없어 보여 물을 끓이고 스프와 라면을 넣으라고만 알려주었다. 스프를 넣은 라면이 끓는 동안 여기저기서 재채기를 하느라 바쁘다.

세 달 가까이 매운 음식을 먹지 않은 탓인지 라면의 냄새가 아주 맵게 느껴진다.

라면을 끓여 간볼트와 아이들에게 조금씩 덜어주니 아이들은 제법 잘 먹는데 간볼트는 별 흥미가 없어 보인다.

"간볼트, 혼자 한국에서 생활하려면 라면을 많이 먹어야 해."

바로 이어 짜장라면을 끓여주며 스프의 용도를 알려주려는데 짜장라면은 생소한지 이번에도 별 관심이 없다.

짜장 라면을 끓여 다시 두 그릇에 담아 주고 먹어보라고 하니 검은색의 짜장라면이 이상한지 냄새부터 맡아보고 면발을 조금 먹어보는 간볼트.

달콤한 짜장라면의 맛이 괜찮았는지 아내에게 먹어보라고 권해주지만 그의 아내는 낯설어 한다. 이번에도 짜장라면의 대부분은 아이들이 맛있게 먹어 치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라면이다!"

라면을 끓이는 동안 무언가를 준비하던 간볼트의 아내는 밥과 함께 카레 같은 음식을 내놓는다.

"라면이 아니고 즉석 카레가 있었으면 더 좋았었겠네."

오초르의 집으로 돌아와 이야기를 하는 사이 어디를 나가는지 서열러와 오드바야르의 동생이 옷을 갖춰 입고 놀러 왔다. 오드바야르의 셋째가 아들인 줄 알았는데 치마를 입고 있어서 잠깐 놀랜다.

페이스북을 보며 서열러에게 장난을 치고 있는데 오초르가 한국 로션 팩을 하나 주면서 사용하라고 한다.

"이게 뭐야? 핸드크림? 오초르 나 핸드크림 많아!"

오초르에게 다시 로션 팩을 건네주니 정중하게 선물을 하는 듯 허리를 숙여가며 받아달라고 장난을 친다.

"알았어! 고맙게 쓸게. 근데 이거 핸드크림이 아니고 발에 바르는 로션인데!"

사용 중이던 같은 모양의 로션 팩을 보니 핸드크림이고, 나에게 준 미사용 제품은 발에 바르는 로션이다. 아마도 두 개가 세트인 모양인데 사용하지 않은 것을 선물하려다 보니 발에 바르는 로션을 건네준 것이다.

얼굴이 아니고 발이라며 핀잔을 주며 장난을 치고, 오초르는 그냥 얼굴에 바르라며 개구진 표정을 지어가며 웃고 떠든다.

잠시 후 오드바야르의 아내 서열러가 이상한 크림을 들고 와서 오드바야르와 함께 제품에 대해 물어본다.

"충국?"

"아니 한국 제품인데. 이게 뭐야? 여성용 제품인데."

종이 포장 안에는 A와 C가 적힌 작은 크림로션이 들어있다. 남성용 로션이나 향수도 잘 쓰지 않는 나에게 여성용 화장품을 가져와 사용법을 물어보니 난감할 수밖에 없다.

"보습용인지, 클렌징인지는 모르겠는데 색깔이 원래 이런가?"

브랜드를 검색해도 회사나 제품이 나오질 않고, 사용 설명서는 번역기를 돌린 것인지 사용법을 이해할 수가 없다.

어디서 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는 오드바야르와 그의 아내에게 알 수 없는 제품이니 사용하지 말라고 말해주기도 미안한 분위기다.

"내가 알아보고 나중에 알려줄게."

한국의 화장품 회사에 납품하기 위해 연구하고 제조했다는 정체 모를 화장품은 아무리 검색을 해도 사용법을 찾을 수 없다. 이해할 수 없게 쓰여있는 제품 설명서를 성분들까지 살펴보며 안티에이징 제품이 아닌가 생각된다.

"정말 난감하네. 쓰라고 할 수도 없고 쓰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A, B, C 그리고 클렌징이 세트로 되어있는 제품인데 오드바야르는 A와 C만 들어있는 제품을 구했나 보다. 의심스러운 분홍색의 로션을 살짝 찍어 손등에 발라 문지르고 피부 트러블이 일어나는지 확인한다.

오드바야르 부부가 외출을 하는지 크림을 맡겨두고 나가자 오초르가 커피를 마시자고 한다.

"한국 커피? 오초르가 믹스커피 맛을 알아버렸네!"

물을 끓이고 커피를 타 놓으니 커피는 마시지 않고 갑자기 핸드폰을 가리키며 사진을 찍어 달라는 제스처를 한다.

"사진을 찍어 달라고?"

번역기와 함께 이리저리 온몸을 써가며 오초르의 의사를 확인한다. 이유는 어제 만들어준 인스타그램의 프로필 사진이 마음에 안 든다며 멋있게 찍어서 바꿔 달라는 것이다.

"하하하. 알았어. 커피잔 들고 멋있게 마셔봐."

이렇게 찍어보고, 저렇게 찍어보고.

컨셉으로 커피를 마시는 척만 하고 자세를 잡아야 하는데 진짜로 커피를 마시면서 찍는 오초르.

"오초르, 이번에는 저기 창문 쪽에 서서 찍자."

"커피를 마시지 말라고!"

프로필 사진을 찍으며 오초르와 놀고 있으니 간볼트의 아내가 와서 카드게임을 하자고 한다.

간볼트의 아내도 붙잡아서 한 컷을 찍고.

간볼트의 집으로 건너가니 오드바야르의 처남과 처음 보는 이웃 남자가 함께 있다. 방에 앉아 룰도 모르는 몽골의 카드게임을 하는데 카드게임을 하는 모습을 찍고 구경하려던 나까지 게임에 참여시킨다.

"뭐. 어떻게 하는 건데?"

다섯 장씩 나눠들고 시작하는 게임인데 도무지 게임의 줄거리를 알 수가 없다. 다음 사람에게 한 장 또는 여러 장의 카드를 내놓으며 공격과 방어를 하는 것 같은데 족보 같은 것이 있는지 일정한 규칙을 찾기가 힘들다.

툴가에게 문자를 넣어 카드게임의 룰을 물어보니 어떤 게임이냐고 물어본다.

"다섯 장을 주고 시작하는데 알 수가 없다. 바보가 된 기분이야."

"다섯 장으로 하는 카드게임이 많아요. 모식이나 후주르 아니에요?"

간볼트에게 후주르냐고 물어보니 맞다고 한다. 툴가에게 후주르라고 알려주니 간단한 게임의 설명을 해주다 룰이 복잡해서 한 번에 배울 수 없다고 한다.

"아, 그럼 포기!"

한 시간 정도 게임을 하더니 두 남자가 집으로 돌아가고 오초르와 간볼트 부부만이 남는다.

"포커, 포커게임할 줄 알아?"

네 명이 세븐 포커 게임을 하는 동안 오초르는 후주르의 룰처럼 한꺼번에 자신의 패를 바닥에 펼쳐 보이며 뭔가를 외치는 바람에 연신 웃음바다를 만들어 내고.

30분 정도 레이스도 없는 포커 게임을 하다 오초르에게 그만 집으로 가자고 한다. 내일 조르노크를 떠나기 전에 오초르와 맥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고 싶다.

오초르의 집으로 돌아와 어제 사놓은 맥주를 마시며 항상 몽골 철자를 틀리게 적어서 이상한 번역을 전달하는 오초르와 떠들며 웃는다.

"이거 봐. 또 틀리게 적었잖아!"

"오호! 허허허허."

오초르에게 아내의 페이스북 메신저로 연락을 하라며 메시지를 보내는 방법을 설명하고, 그의 아내에게 간단한 메시지와 음성 메시지를 보낸다.

"샌 배노!"

메시지를 받은 오초르의 아내가 갑자기 영상통화를 걸어와 당황하며 전화를 받자 전화는 꺼져버린다. 오초르가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물으니 옷을 갖춰 입어야 한다며 전화를 끊었다고 한다.

"아놔, 옷을 왜 입어? 하하하."

오초르는 종이와 볼펜을 꺼내어 자신의 아내가 1973년생이라고 알려준다.

오초르 아내와 영상통화로 인사를 하고, 그녀는 오초르에게 내가 어디서 잤는지, 무엇을 덮고 잤는지, 어떤 것을 먹었는지 등을 묻는 것 같다. 느낌상으로 오초르에게 손님 대접을 못했다고 잔소리를 하는 것이다.

오랫동안 영상 통화와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셋이서 웃으며 시간을 보낸다.

"오초르, 와이프가 같이 있는 사진을 찍어서 보내달래."

"오홍!"

"이번에는 이상한 표정 하지 마!"

술을 많이 마시지 않는 오초르와 약간의 맥주만을 마시고 남은 맥주는 냉장고에 넣어둔다.

"이제 자자. 오초르!"


삼일 동안 오초르, 조르노크의 사람들과 보낸 즐겁고 소중한 시간이다.

"또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선물해 주는구나. 여행이란 참 좋다!"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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