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8일 / 비 ・ 4도

장수시

비가 내릴 확률 100%, 여지없이 아침부터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며칠간의 빗속 라이딩으로 조금은 지쳐있던 터라 하루를 머물며 여행 자료를 정리하기로 한다. "비, 내가 비 내리는 것을 좋아했던가?"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3,853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258시간


ATM 현금인출
여행자료정리
0Km / 00분
00Km / 00분
OYO
한국식당
OYO
 
 
1,104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저녁이 되면 툭툭 숙소의 창문을 때리는 빗소리가 이제는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알람들과의 전쟁을 치르고 겨우 일어선 아침, 창문을 열자 추적추적 겨울비가 내린다. 


"오늘 하루는 쉬어야겠다."


계속되는 빗속 라이딩에 조금은 지쳐있다. 그 차가운 느낌과 온몸에 질척거리며 엉겨 붙는 흙탕물의 너저분함이 생각나 몸서리가 쳐지는 것 같다.


호텔에서 제공하는 조식을 먹기 위해 3층으로 내려간다. 108위안 주점에 조식까지 제공하니 가난한 여행자에게 이보다 좋을 수가 없다.



큰 기대 같은 건 하지 않았다. 휭하고 볼품없는 주점의 식당을 들어서자 입구에서 관자리로 보이는 아저씨가 숫자들을 메모해 둔 낡은 노트를 앞에 두고 무어라 말을 한다.


확인 절차이겠거니 생각하고 룸키를 보여줬더니 한 명이냐고 물어본다.





주점의 조식 메뉴는 삶은 계란, 빵, 찐만두, 죽, 면 그리고 밑반찬으로 보이는 4가지의 무엇이다.








청여요의 집에서도 그랬지만 중국에서는 아침으로 미음 같은 흰죽을 먹는가 보다. 죽을 두 그릇을 비우고 찐만두 두 개를 먹는다. 찐만두 속에 달콤한 내용물이 들어있어 맛이 좋다. 괜찮은 아침이다.


아침을 먹고 숙박을 연장해야 하는데 인천 공항에서 환전해 온 현금은 200위안과 동전들만이 남아있는 상태다.


"현금이 필요하겠네. 돈을 찾아볼까."


고덕지도를 켜고 가까운 은행을 검색한 후 숙소에서 3분 거리에 있는 중국건설은행에 들어간다. 처음으로 외국에서 현금을 인출하는 것이다.





중국어와 영문으로 서비스되는 중국의 ATM 기기는 우리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여행 전 해외에서 현금 인출 시 수수료가 적다고 하여 부랴부랴 새로 만든 KEB 하나은행 VIVA G 카드다.



일단 체크카드를 먼저 ATM 기기에 넣은 후 잠시 대기.



안전 문구 같은 것이 뜨고 우측 하단의 계속 버튼을 누른다.



카드의 비밀번호를 입력하라고 한다. 중국의 카드 번호는 6자로 알고 있었는데 4자리를 입력하니 끝이다.




우측 하단의 WITHDRAWAL 인출을 누른다.



찾을 현금의 액수를 중국의 위안으로 입력하거나 좌우의 해당 버튼을 누른다. 2,000위안.




"뭐야, 일일 한도가 초과?" 


카드를 만들고 처음 써보는 것이라 일일한도와 월한도가 얼마로 설정을 해놓았는지 모르겠다.


다시 우측 하단의 계속 버튼을 누르고.



이번에는 1,000위안을 눌러본다. 


"제발!"



"드르륵" 


언제 들어도 기분 좋은 현금이 세어지는 소리가 나고 잠시 후 내 피 같은 돈을 토해낸다. 


"다행이다."



마지막으로 좌측 하단의 EXIT를 누르면 체크카드가 반납된다. 우리나라는 카드를 먼저 받고 현금이 나오지만 중국은 현금을 받고 카드를 반납 받아야 한다.


습관적으로 현금을 받은 후 그냥 가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 여전히 하늘에서 비가 내린다. OYO 호텔은 1박에 108위안인데 건물 자체는 의리의리하다. 


"숙소 내부에 좀 더 신경을 쓰지."



한국에서 가져온 20팩의 커피믹스가 다 떨어졌다. 모든 패니어를 뒤적거렸지만 나온 것은 율무차 한 팩이다.



오후 2시가 넘어 자료를 정리던 중 출출한 느낌이 든다. 


"비도 오고 그렇고 해서."


쓴 소주도 그립고 삼겹살의 기름맛과 마늘의 알싸한 맛이 그립다.


"제법 큰 도시인데 한국식당 하나쯤은 있겠지."


고덕지도를 켜고 '韓國'을 검색하니 한국 요리를 하는 몇몇 식당이 검색된다. 가장 가까운, 가깝다기 보다는 장수시내에서는 유일하게 한 곳의 한국요리 식당을 보니 별점이 형편없다.


"뭐 중국 사람 입맛에 안 맞으니 별점이 낮겠지" 


하지만 평점과 함께 올라온 메뉴 그림들을 봐도 그 모양새가 영 각이 잡혀있지 않다. 그래도 삼겹살이 먹고 싶다.


"중국에 돼지고기가 이렇게 흔한데 두툼한 돼지고기를 많이 주겠지."


숙소에서 가게까지 거리는 2.2Km. 걸어가기에는 조금 먼 거리라 자전거를 끌로 내려가 비가 내리는 거리를 고덕지도를 따라 이동한다.


"비가 오는데 중국 길들은 참 이쁘다." 


후두둑 후두둑 가로수에서 떨어지는 굵은 물방울을 맞는 것이 재미있고 즐겁지만 양쪽 브레이크가 전혀 말을 듣지 않는다. 빗속 라이딩에서 묻은 자갈들이 패드를 빠르게 소모시켰나 보다. 숙소로 돌아가면 정비를 해야겠다.



찾아간 무궁화 한국요리 식당은 왠지 모르게 중국스러운 한국식당이다.




자리에 앉으니 메뉴들이 적혀있는 주문서와 볼펜 한 자루를 건네준다. 


"체크를 하라는 말이지."


한참을 들여다봐도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 고기 메뉴들. 26위안의 돼지고기를 주문하자 남자는 한 사람인지를 묻더니 계속 옆에 서있다. 


"먹으면서 더 주문할게요."


남자는 알았다는 듯이 되돌아간다.




"앗! 이것은." 


벼락같은 하늘의 축복이다. 


"소주? 소주에요?"


한국 청주라고 쓰여있는 메뉴판을 가리키며 물으니 맞다고 한다. 고민할 것도 없이. 


"소주도 한 병 주세요!"



잠시 기다리는 사이 나온 구이용 돼지고기를 보고 내 눈을 의심한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 보아왔던 중국의 돼지고기들, 큼지막한 덩어리로 먹음직스러운 자태를 뽐내던 그 고기는 어디로 가고, 한없이 얇디 얇아 보이는 고기가 테이블에 놓여진다.


"이건 26위안의 가격 문제가 아닌데. 100위안을 시켜도 저 고기가 많아질 뿐 달라지지는 않을 거야."



두툼한 주먹고기 정도를 생각했던 나의 바람은 망상에 가까운 것이었나 보다. 


"그래, 그냥 돼지고기의 기름맛이라도 보는 게 어디냐. 그런데 저 정체를 알 수 없는 기름종이는 또 무엇이지?"


분명히 가게의 사장은 한국의 삼겹살을 먹어 보지 않았거나 먹어 보았다면 대단히 저렴한 대패 삼겹살 집을 갔다가 왔을지 모르겠다.


"도대체 한국에서 무엇을 먹었길래 이런 메뉴가 생겨났을까?"



마음속 깊은 통곡에 가까운 절규들이 갈 곳을 찾지 못하고 떠돌아다니는 동안 처음처럼 한 병이 나온다. 


"할렐루야!"


그런데 상표 로고를 제외하고 다 중국어로 되어있다. 


"설마, 짝퉁은 아니겠지?"




한없이 초라해 보이는 돼지고기 두 점. 어느 부위인지는 모르겠으나 이것은 얼핏 봐도 구이용이 아니라 샤브샤브용이다.



오로지 두 점의 고기만이 기름종이 위에서 지글거리고 있을 때 양념장을 내어준다. 


"..."


왼쪽은 우리가 양꼬치 집에서 흔히 먹는 양념 그리고 오른쪽은 돈가스 소스처럼 달짝지근한 그런 양념이다.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쌈장은 어딨어요."



모든 것을 체념하고 샤브샤브 고기를 한 젓가락에 한 점씩 입에 넣는 동안 언제 갖다 놓았는지 테이블 위에 양상추로 보이는 것이 수줍게 올려져 있다.


"그래, 같이 싸먹을 것이 있어야지."


양상추에 처음보다 더 얇게 쭈그러든 고기를 얹어 한 쌈을 하고 소주 한 잔을 마신다. 오랜만에 마신 소주라 약간 독하게 느껴지지만 좋다. 그리고 양상추도 신선하고 아삭아삭하다.


"역시 소주에는 양상추지."




메뉴판이 나올 때부터 테이블에 올려져 있던 작은 상자,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모르겠지만 2위안이라고 적혀있어 그대로 두었지만 자꾸만 호기심을 자극한다.



"김치찌개 있어요?" 


남자는 무어라 중국어로 대답을 하고, 다시 한번 또박또박 김치찌개를 발음하니 알았따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간다.


잠시 후 남자는 김치와 돌솥비빔밥을 내어준다.


"..."



오히려 비빔밥이 나온 게 다행이다 싶다. 김치는 김밥천국 같은 곳의 김치맛이고 비빕밤은 고추장 맛이다.


"더운 쌀밥에 고추장 넣고 계란 후라이에 비비면 다 맛있지 뭐. 간만에 고추장과 김치맛을 봤으니 그럼 됐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날, 외국에서 이상한 한국 음식과 함께 소주 몇 잔을 하니 묘한 기분이 든다. 잠시 동안 비 내리는 길거리의 풍경을 바라보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작은 가게 안에 중국인 커플로 보이는 남녀가 의자에 나란히 앉아 여러 메뉴들을 가득 시켜놓고 데이트를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나에게는 형편없는 음식이지만 그들에게는 특별한 한 끼의 식사겠구나 싶다.


"주어진 모든 것들에 감사해야지!" 


또 한 번 작은 것으로부터 불필요한 마음의 무게를 내려놓는다.



계산대에 가서 가격을 묻자 71위안이 나온다. 영수증을 확인해 보니 작은 상자에 들어있던 정체 모를 것의 2위안이 더해져 있다.


"이거 사용 안 했어요."


남자는 알았다며 2위안을 빼준다. 계산대 옆에 쌓여있는 박스를 보고 식사 내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던 그 박스를 가리키며 물어본다.


"쩌 쓰 썬머?"


남자는 계산대의 한편에 뜯어져 있는 박스를 보여준다. 냅킨이다.


"하하하하하."


자기의 삼촌이 한국인이라는 것을 알려 준 주인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가게를 나온다.


"삼촌이 많이 잘못했네."



여행 자료들을 정리하고 잠자리에 들기 전, 가게에서 남겨 온 소주 반 병을 어제 사두었던 파인애플을 안주 삼아 마저 마신다. 따듯하게 몸의 열기가 올라오는 것이 좋다.


오늘 아침 카카오페이로 보내 준 부침이의 후원금 10,000원으로 중국에서 삼겹살과 비빔밥 그리고 김치를 맛본 하루다.


"부침아, 잘 먹었다! 쌩유!"




Tip1. 중국 ATM 기기에서는 현금을 인출한 후 꼭 카드를 반납 받아야 한다.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