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4일 / 구름 ・ 8도

상하이 예원-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쿤산시

여전히 피곤함이 있는 아침이다. 조금씩 여행의 일정에 맞춰 몸이 적응할 것이라 걱정은 없다. 예원의 관람은 포기하기로 했다. 어제 본 그 많은 사람들이 예원에 들어가 있다면 그저 사람들의 기차놀이에 불과할 것 같았다.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들리고 쑤저우시로 향하는 경로를 선택하였다. "이제부터 대륙을 달린다!" 

이동거리

83Km

누적거리

2,905Km

이동시간

6시간 06분

누적시간

182시간


상하이시
자딩구
2.7Km / 20분
79.8Km / 5시간 46분
예원
임시정부
쿤산시
 
 
120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비가 내릴 듯 흐릿한 날씨, 한국 10월의 날씨처럼 조금 쌀쌀한 정도의 기온이지만 차가운 바람과 흐린 날씨의 습한 기운이 체감온도를 떨어뜨려 기온에 비해 춥게 느껴지는 상하이의 날씨다. 


아침나절 예원 근처의 모습은 축제가 끝난 뒤의 황량함처럼 텅 빈 느낌이 든다. 


어제의 보증금 110위안을 돌려받은 후 체크아웃을 하고 자전거는 어제의 모습으로 그대로 놓여있다. 일단은 안심이다 싶지만 생각해보면 지금의 중국인들은 자전거에 별 관심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상하이 시내를 달리면서 인도에 방치되어 있는 공공 자전거들은 많이 보았지만 실제로 자전거 도로를 달리는 자전거의 수는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 전기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고 가끔씩 짐을 실은 오래된 자전거나 공공 자전거가 한두 대씩 지나갈 뿐이다.   

 

 

"어찌 됐든 잘 있어줘서 고맙다!"


다음 목적지인 쑤저우시를 가기 전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들리기 위해 맵스미를 켜고 출발한다. 심상치 않은 바람이 불어온다. 


 

예원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까지는 예원에서 15분 정도 걸리는 멀지 않은 거리에 있다. 길은 맵스미 덕분에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작은 2차선 도로 옆에 위치하고 있어 바로 앞에 두고서 여러 차례 두리번 거려야만 할 정도로 쉽게 보이지 않는다. 한글로 된 안내판이 없었다면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건물 입구의 오른 편에 위치한 사무실에 들어가 입장료가 얼마인지 묻자 한국말을 못 알아듣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여기가 아닌가 싶어 미안하다 말하고 나와 서너 명의 한국인으로 보이는 관람객이 나오는 입구로 자전거를 끌고 들어간다. 임시정부 건물의 입구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중국인 남자 안내원에게 티켓이 필요한지 물으니 조금 전의 그 사무실을 가리킨다.


"뭐야. 그 사무실이 맞잖아! 중국에 있어도 우리나라 기념관인데 한국말 정도는 하는 사람을 채용해야 하는 거 아닌가." 


 

자전거를 자물쇠로 잠그고 소지품들을 챙기는 사이, 한 중국 남자가 다가와 한국 사람인지를 묻는다. 


"한국 사람이냐! 대단하다. 멋지다. 이쁘다" 


남자는쉴 새 없이 중국어를 하면서 엄지를 치켜세운다. 


임시정부 안내자와 친숙하게 대화를 하는 것으로 보아 이 근처에 사는 사람인 것 같다.



"뚸 샤오 치엔?"


다시 사무실로 들어가 조금 전의 여성에게 이번에는 임시정부 방향을 가리키며 입장료의 가격을 물어본다.


"한 분이세요? 20위안입니다!"


처음 한국어로 했을 때 못 알아듣는 듯하여 이번엔 중국어로 물어봤더니 한국어로 대답한다. 완전히 바보가 된 기분이다. 


"허허허, 한국말 하시네요. 잘.." 


 

입장권을 들고 임시정부의 현관으로 들어서니 사진을 촬영하지 말라는 듯 제스처를 취하고 비닐로 된 덧신을 신으라고 안내한다. 

 

 

 

임시 정부의 건물은 3층으로 이루어진 작은 가정집과 같다. 1층은 부엌과 거실, 2층은 김구 선생의 집무실과 회의실, 3층은 침대가 놓인 숙소가 있다. 좁고 삐걱거리는 계단을 오르며 좌우로 한눈에 들어오는 좁은 건물 내부를 관람하며 안내 화살표를 따라 나오니 이번에는 덧신을 벗으라는 안내를 한다.


 

 

그곳은 임시정부와 관련된 사진들과 문서 자료들이 전시되고 있어 핸드폰으로 사진을 몇 장 찍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방명록에 감사의 글을 남기고 20위안을 후원하고 나온다. 


"가난한 여행자라 죄송합니다!"


 

 

20여 분 정도 임시정부 기념관을 관람, 저 시대를 지나쳐왔다면 나는 어떤 삶의 선택을 했을지, 그들과 같은 삶을 선택할 수 있을지 자문해 본다.


올해가 임시정부 수립, 건국 100주년이 되는 해다. 수많은 좌절과 역경을 감내하며 투쟁했던 그들의 바람과 달리 아직까지 하나의 조국으로 살아가지 못하고 있지만 그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게 올해는 더 좋은 일들이 남과 북 사이에 일어났으면 좋겠다 싶다.


"이번 여행의 마지막은 북한을 내달려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어쩌면 5년 후 정도면 가능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지 않더라도 내 다음의 여행자들은 언제든 북한을 통해 대륙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싶다. 


단절. 섬나라가 아닌 섬나라로 살고 있는 우리의 현재는 단절과 왜곡이다. 정치, 경제, 문화, 이데올로기 등 우리를 가로막고 있는 단절의 역사는 그 모든 복잡한 것들을 차치하고, 무엇보다 시대의 상상이나 바람 같은 생각의 넓이를 가로막고 있고, 왜곡되고 변질된 가치관으로 여전히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 아쉽다.



 

임시정부의 관람을 마치고 호수의 도시 쑤저우로 향한다. 상하이 시내의 자전거길은 아주 잘 되어 있어 라이딩을 하기에 편하지만 신호등을 만나면 정신이 없을 정도로 복잡하다. 


좌회전 신호가 별도로 없는 곳이 않아 직진 차량과 좌우회전 차량, 신호를 건너는 사람들과 자전거와 오토바이가 뒤섞여 자동차의 크락션 소리가 요란하게 올려댄다.


길을 잠시 잃고 전기 레일로 움직이는 버스를 따라 자전거 도로가 없는 길을 이동하여 신호등 앞에 멈춘다. 복잡한 사거리를 통제하던 경찰이 나를 보더니 다가와 다그치듯 중국어를 내뱉는다. 자전거가 다닐 수 없는 도로인가 보다. 


손가락으로 큰 길을 가리키며 그곳으로 가라고 알려준다. 시내 한 바퀴를 크게 빙 돌아 겨우 쑤저우 방향의 길에 들어선다.


"아, 중국 도로 어렵다."


 

 

큰 기암괴석이 붙어있는 아파트, 암석에 아파트를 올린 것인지 아니면 아파트에 암석을 붙인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기괴하다. 


도로를 달리다 자전거 통행금지 안내판과 자전거도로 안내판이 동시에 보인다. 


"어쩌라는 거야?" 


속도를 늦추고 가까이 가서 확인을 하니 다행히 출퇴근 시간만 자전거 통행이 금지되는가 보다. 


 

 

 

중국의 도로는 자전거길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거나 간이 펜스나 분리선 같은 것으로 구분되어 있다. 오토바이와 자전거가 다니는 도로이고 일단 차량이 없어 라이딩 하기가 편하지만 주로 오토바이가 함께 주행하기 때문에 전방 주의를 잘 해야 한다.


중국의 오토바이는 대부분 소리가 나지 않는다. 옆을 지나치는 오토바이에 몇 차례 놀란 후 오토바이를 자세히 보니 배기통이 없고 소리가 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전기 오토바이를 타는 것 같다.



대부분 아이나 사람 그리고 짐 같은 것을 싣고 달리다 보니 빠른 속도로 다니지는 않지만 뒤에서 다가오는 소리가 느껴지지 않으니 주의해야 한다. 그리고 도로가 넓다 보니 역주행해서 다가오는 오토바이나 자전거들이 많아 절대 한눈을 팔면 안 된다.   


 

중국의 신호등은 큰 사거리가 아니면 녹색등과 적색등 두 개만 있고 가운데 숫자가 카운트되며 신호이 시간을 알려준다. 좌회전 신호가 따로 없다 보니 신호의 길이가 제법 길고, 길게는 한 신호가 70~90초까지 이어진다. 


3초가 남으면 카운트는 붉은색으로 변하는데 이때부터 자동차를 제외한 사람들과 자전거, 오토바이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중국인들도 몹시 급하다.


 

큰 사거리에는 좌회전 신호가 별도로 있는데 각각의 신호 시간이 길다 보니 사람들이 그것을 기다리지 못하는 것 같다. 자전거든 오토바이든 사람이든 눈치를 보지 않고 자기 갈 길을 가기 때문에 내 눈에는 무질서해 보인다.


 

시내를 벗어나 잠시 폐촌 같은 곳으로 맵스미는 길을 안내한다. 큰 도로와 도로를 잇기 위해 가끔씩 외진 도로나 마을길로 맴스미는 길을 안내한다.


 

길을 건너 전 만난 딸기 아저씨, 그냥 지나치려다 계속 이어지는 외진 길에 식당이 있을까 싶어 딸기로 우선 허기를 채운다. 얼마인지를 묻자 처음에는 18위안이라며 노트에 적어 보여준다.


딸기 바구니를 가리키며 달라고 하고 패니어에서 돈을 꺼내어 주려고 하자 52위안을 달라고 한다.


"응? 52위안? 18위안이라며!"


나는 한국말, 아저씨는 중국 말로 서로 손사래를 치며 알아듣지 못하는 흥정을 하다 20위안을 주고 딸기를 달라고 하니 그제서야 서로의 의견이 통한다.


"타이~~ 헌 타이! 워 헌 어!" 


바구니에서 딸기를 덜어내어 저울에 올려놓고 무언가 계속 말하는 아저씨에게 배고프다고 하니 크게 웃으며 몇 개를 더 담아 준다.


 

딸기는 무르지 않고 단단하니 신선하지만 우리나라의 것보다 당도가 조금 떨어지는 것 같다. 딸기 아저씨의 의자를 차지하고 딸기를 먹는다. 


"중국은 딸기가 비싼 과일인가?"


 

 

겨울철이라 모두들 오토바이 앞에 형형색색의 저런 가림막을 하고 다닌다. 겨울철 핫 아이템인가 보다. 가끔 무표정한 얼굴로 소리 없이 역주행을 해오는 오토바이를 보면 불쑥불쑥 다가오는 것이 꼭 예전 홍콩 영화의 강시처럼 느껴진다.


 

중국 거리의 건물들은 연이어 붙어있고 2층에 상가가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리고 저 긴 건조대에 갖가지 것들이 어지럽게 걸려있다. 



중국 도시의 도로길은 참 예쁘다. 도로와 자전거길의 경계면과 자전거길과 인도의 경계면에 가로수가 우거져 있어 아늑한 느낌이 들고 잘 정비된 포장도로는 언제나 깨끗하다. 가로수의 은은한 향기가 바람 사이로 전해지고 새들의 지저귐이 귀를 간지럽힌다.


도로마다 차량의 통행이 많음에도 차량들이 길게 정체되어 있는 것을 보기가 어렵고, 갓길은 자전거 도로로 주정차된 차량이 없어 혼잡하지 않고, 우거진 가로수들로 인해 도로의 전체가 쾌적한 느낌을 준다.  


 

사원 같은 곳의 입구에 버젓이 자전거와 차량의 통행금지 안내판이 있음에도 사람들을 자전거를 타고 거리낌 없이 지나쳐 간다. 초입에 관리 사무소처럼 보이는 곳에 관리자가 있음에도 어떤 제재도 하지 않는다.


"중국은 참 할 수 없는 것도, 못 할 것도 없는 나라구나."


 

 

길을 이어가던 중 시장으로 보이는 상가가 즐비하던 도로에서 파란색 자켓의 아주머니와 노란색 가림막의 여자가 접촉 사고가 났는지 어수선하다. 라면머리 뽀글 파마를 한 아주머니가 넘어져서 엄청나게 빠른 말로 떠들고 있었고 노란색 가림막 여자는 내 잘 못 아니라는 듯이 대응하는 것 같다.


노란색 가림막 여자의 오토바이를 보면 역주행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잠깐 중국 도로를 달려본 바로는 중국인들은 양보를 전혀 안 하는 것 같다. 차량이나 오토바이를 보면 상호 간의 수신호도 없고 감사나 미안함을 전하는 신호들도 없이 그저 크락션만 울려댄다.


 

 

자전거 도로가 이차선으로 만들어져 끝없이 직선으로 뻗어있다. 


"아, 이 직선 성애자들!"


자전거를 세우고 잠시 쉬며 셀카 놀이에 빠진다. 여행 전 사놓은 샤오미 삼각대 블루투스 셀카봉의 사용법도 알아볼 겸 요리조리 위치를 바꿔가며 연습 삼아 가지고 논다. 동행자가 있으면 좋은 여행 사진을 많이 찍을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쑤저우에 가까워질수록 작은 수로길을 넘는 횟수가 많아진다. 우리와 달리 천변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지 않은 것이 조금 아쉽게 느껴진다.


 

 

이번에는 차량과 오토바이가 충돌했나 보다. 절대로 양보 같은 건 하지 않는 사람들이니 작은 접촉 사고들이 얼마나 흔하게 발생할지 어림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사고 난 위치를 보면 어떻게 저기에서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추돌을 할 수 있을까 궁금하다.


 

오후가 넘어가며 약간의 허기짐으로 지쳐가던 중 콜라의 단맛이 당기어 길가의 슈퍼에 들어간다. 냉장고를 열어 콜라를 집어 들었으나 손에 잡힌 콜라의 온도가 시원하지 않다.


이상하여 냉장고를 확인하니 냉장고는 코드가 뽑혀있는지 꺼져있다. 칼칼하게 목을 타고 넘어가는 콜라의 단맛을 원했는데 미지근한 콜라를 마시게 된 것이다. 중국은 참으로 이상한 동네이다.


 

자리에 앉아 미지근한 콜라를 마시는 동안 작은 새들의 울림이 들려온다. 혹시 주변에 새를 키우는 곳이 있나 둘러보았으나 그런 곳은 없다. 가로수가 울창한 중국의 도로에서 만끽할 수 있는 좋은 느낌이다.


 

중국에 와 처음으로 햇볕이 든다. 일몰을 앞두고 잠깐 얼굴을 보인 태양빛이 따사롭게 느껴진다.


 

쑤저우로 가는 길에 깨끗하게 조성돼 맑은 새소리가 끊이지 않는 썬린공원(森林公园)을 지나친다. 녹푸른 공원과 청아한 새들의 지저귐이 눈과 귀를 간지럽다. 한국이라면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하거나 산책을 즐길 텐데 좋은 공원에 인적감은 그리 많지 않다.


 

일몰이 시작되기 전, 썬린공원(森林公园)을 지나 잠시 쉬며 트립닷컴으로 주점을 검색한다. 


"근처에 저렴한 데가 어딘가?"


검색을 하다 보니 숙소의 위차가 지나왔던 길로 6Km 정도를 되돌아가는 길이다. 어쩔 수 없이 썬린공원을 다시 지나쳐 쿤탄시에 위치한 주점으로 이동한다. 

 

 

중국의 도시들은 온통 공사장과 다름없다. 높고 웅장한 건물들이 하늘 높이 올라가느라 바쁘다. 


 

 

주점에 가기 위해 조금은 외져 보이는 길을 따라가던 중 차오후아 씨티 프라자 앞에서 주차장을 가득 채우고 있는 오토바이들을 본다. 


지상의 넓은 주차장은 오로지 오토바이뿐이고 차들은 지하 주차장으로 이동하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조금은 오래된 중국의 주점에 도착한다. 체크인을 한 후 자전거를 주점의 입구에 묶어 두어도 되는지 묻자 쿨하게 안으로 가져와 넣으라고 위치를 알려준다. 주점의 규모가 크다 보니 장소에 대해 연연하는 것이 없어 보인다.


 

샤워를 하고 저녁을 먹기 위해 많은 수의 오토바이들이 주차장을 가득 채운 차오후아 씨티 프라자에 들어간다. 고덕지도의 맛집을 검색하니 프라자 내부에 여러 가게가 있다.


  

 

1층 정면 에스컬레이터의 사이에 놓인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시설을 보며 있을 법 하다 생각하는 사이 내 뒤편으로 느닷없이 기차 같은 것이 지나가 깜짝 놀란다.   


 

먼저 식당들을 찾아본다. 검색을 통해 알아보았던 식당 한 곳은 면 종류를 파는 곳이라 패쓰, 그리고 가고 싶었던 음식점을 찾아 들어가려는 순간 식당은 뷔페식처럼 여러 가지 메뉴들이 길게 놓여 있다. 여러 가지 메뉴들을 선택하고 주문하는 그런 곳 같다.


"저것들을 어떻게 주문하고 먹는지 하나씩 물어보다가는 하룻밤이 걸려도 모자를 거야."



다행히 입구 초입에 KFC가 있어 그곳으로 갔다.


"아, 다 중국어다!" 


 

KFC 매장에 들어가 잠시 중국어로 된 메뉴판을 보고, 그림판을 본다는 것이 맞는 표현이다. 잠시 걱정이 앞선다. 한국에서도 맥도날드나 롯데리아에 가면 이것저것 추가 메뉴들을 알려주는 점원의 말이 안 들리고 귀찮아서 힘들었는데 여기라고 다를까 싶다.


주문대 앞에서 잠시 주춤하며 메뉴를 고른다. 버거와 치킨 조각, 파이, 콜라가 든 세트 3번을 선택하고 젊은 중국인 남자가 주문 하는 것을 지켜본다.


중국 남자도 처음엔 3번 세트를 주문하였으나 역시나 점원이 무언가 추가 메뉴들을 설명하자 55위안 세트로 변경하여 주문을 한다. 그리고 카드나 현금으로 결제를 하지 않고 핸드폰을 꺼내어 계산대 앞에 놓은 바코드에 핸드폰을 갖다 댄다.


중국에서의 첫날, 호텔 앞 부침개 케밥을 팔던 허름한 노점상에서도 중국 남자는 핸드폰으로 바코드에 갖다 댄 후 그냥 가버렸다. 아마도 중국의 젊은이들은 스마트폰 결제가 보편화되어 있는 것 같다.


 

"세트 넘버 3!"


약간 놀란 점원은 습관적으로 추가 메뉴들을 설명하려다 포기하고 39위안이라고 알려주며 웃는다. 잠시 후 나온 버거세트는 특별히 다른 것은 없고 단지 콜라가 약간 작은 사이즈다.


 

약간 중국 향신료 맛이 나는 것 같기도 하지만 허기진 탓에 지금껏 먹어본 햄버거 중 가장 맛있는 것처럼 만족스러움을 준다. 


가끔씩 스타벅스들이 보이기도 하지만 중국 시내에서 맥도날드와 KFC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식사를 하고 공항에서 빼앗긴 본드와 필요한 것들 몇 가지를 사기 위해 2층으로 올라간다. 대형마트 같은 곳으로 들어간 순간 넓고 끝없는 마트 내부에 사람들로 인산인해다. 


"이곳은 뭐지?" 


엄청나게 넓은 규모의 매장은 가전, 의류, 생활용품, 식료품 등으로 쭉 이어지고, 모든 카테고리가 한 층에 있으니 어마하게 넓을 수밖에 없다.  


 

 

 

한구석의 자이언트 자전거 코너. 매장 내 유일하게 사람이 없는 코너에는 펑크 패치용 본드는 아쉽게도 없다.


 

 

50위안 운동화, 9,000원이 안되는 운동화를 들어보니 값비싼 런닝화에 비해 조금 무거웠지만 괜찮은 품질로 보인다.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다기보다 깔려있다 아니 쌓여있다.


 

 

사람들 틈 사이로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매장. 그만 돌아갈까 하다 내친김에 다 둘러보기로 한다.


 

매장의 끝부분에 위치한 생선 코너까지 돌아보려니 다리가 아프다.


 

 

 

 

"뜨악!"


생선코너의 끝자락 부분에 놓인 황소개구리를 보고 놀란다. 


 

 

"허걱!"


그리고 자라. 그런데 가격이 두 배쯤 차이가 난다.


 

미꾸라지 같은데 크기가 장어만큼 큰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갖가지 밑반찬 중 우리의 김치도 한 접시 놓여있다.



 

 

 

우리는 치킨, 중국은 오리. 


"한 팩 사가서 소주 한잔했으면 좋겠네."


 

 

우리 대형 마트처럼 셀프 계산대도 있다.



프라자를 나오며 중국의 건물들이 비현실적으로 거대하고 모양 없이 지어놓는지 알 것 같다. 수없이 많은 가게들과 시설들이 있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은 그런 사이즈가 아니고서는 사람들을 감당하기가 힘들 것 같다. 


 

숙소로 돌아와 로비에 있는 커피 자판기, 믹스커피 한 잔이 먹고 싶어 가보니 메뉴가 중국어다. 모르면 눈치껏 찍으면 된다. 아마도 첫 번째 咖啡라고 적힌 것이 커피가 아닐까 싶다. 


"맞다에 500원!"


버튼을 눌러보았지만 나오지 않는다.


"됐다. 방에 가서 김태희 커피 먹을 거다."


 

숙소에 돌아와 내일의 경로 등을 확인하고 잠이 든다. 커다란 타이호와 주변의 크고 작은 많은 호수들이 궁금하다.




Tip1. 중국 시내에는 자전거가 다닐 수 없는 길이 있다. (오토바이가 다니는 길을 따라가라.)

Tip2. 중국에는 좌회전 신호가 별도로 없는 곳이 많다. 차들을 조심하라.  

Tip3. 중국인은 길에서 절대 양보하지 않는다. 멈출 것이라 생각지 말고 피해 가라.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3일 / 맑음 ・ 8도

상하이 푸동-상하이 예원

본격적으로 자전거 여행이 시작된다. 푸동 공항에서 좌절된 중국의 도로 라이딩의 난감함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것도 예상하지 못하게 만들어 버렸다. "한 번의 경험이면 충분하겠지. 달려보자!"

이동거리

37Km

누적거리

2,822Km

이동시간

3시간 40분

누적시간

176시간


세기공원
황푸강페리
31Km / 3시간 10분
6Km / 30분
푸동
황푸강
예원
 
 
37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두 개의 알람을 흘려보내고 SKT의 핸드폰 해지 전화에 잠이 깬다. 피곤하고 잠이 덜 깨어 상담원이 말하는 것을 정확히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메일로 해지 서류를 보낼 테니 출력하여 서명을 한 후 주민등록증 사본과 함께 첨부하여 리턴을 해달라는 것이다.


출력이라는 단어가 귀에 거슬린다.


"출력해서 서명한 후에 스캔을 해서 메일로 첨부하라는 건가요?"


서류에 자필 서명이 들어가야 한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언제나 가입은 쉽게 해지는 어렵게라고 했던가. 시대가 변하는데 굳이 대리점에 직접 가야 하는지, 자필 서명을 한 종이 쪼가리를 받아야 하는지 의문이다. 그것을 대체할 수단들이 차고 넘치는 시대에 말이다.


문서를 작성한 후 서명란은 그림판을 열어 PNG 파일로 붙여넣기 하고 주민등록증과 함께 첨부하여 리턴한다. 잠시 후 문서가 작성되지 않았다는 메일을 다시 받고, 이번에는 JPG 파일로 첨부하고 5시 이후에 해지 해달라 메시지를 남긴다.


20년간 사용하던 핸드폰의 번호가 사라지는 순간이고 더는 금융기관이나 온라인 서비스를 받기 위한 핸드폰 인증은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나를 상징했던 무언가가 사라진다는 것이 묘한 느낌을 준다.

마저 자리를 털고 일어나 상하이로 가기 위한 준비를 한다. 자전거에 패니어를 걸고 이틀간 친절하게 응대해 준 직원에게 감사의 인사를 한 후 생수 하나를 달라고 했더니 2개를 가져와 건네준다.


상하이의 예원으로 가야 한다. 상하이를 가고 싶은 것은 와이탄이나 예원, 디즈니랜드 같은 곳을 보기 위한 것보다 대한민국의 임시정부 기념관을 찾아가고 싶어서고, 예원은 와이탄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가운데 위치한 곳으로 모든 것을 다 찾아보기 쉬운 장소다.


예원으로 가기 위해 맵스미를 켜고 출발한다. 푸동공항에서 고덕지도에 크게 당한 후 맵스미를 믿고 라이딩을 할 것이다.


"나 뒤끝 있다. 고덕양!"


맵스미 어플은 오프라인 지도다. 필요한 곳의 지도를 다운로드해 쓰기 때문에 온라인이 끊기더라도 사용할 수 있는 지도앱이다. 여행 전 가야 할 나라들의 지도를 모두 다운로드해 두었다. 구글 오프라인 지도에 비하면 용량이 작고 나라별로 맵을 다운로드하기가 쉬운 것이 장점이지만 가끔 없는 길을 안내한다고 한다.


예원까지 대략 35Km 정도의 거리, 3시간이면 넉넉하게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부터 바라보게 될 세상은 그 모든 것들이 처음이다.


"그럼 출발이다!"


조금은 긴장되고 설레는 여행의 첫 번째 라이딩이 시작된다. 아직은 흔들거리는 핸들바의 조향이 어색하지만 하루 이틀이면 이 또한 적응을 할 것이다. 지난 10월 24일간의 전국 일주를 마치고 돌아와 다시 산악자전거를 탔을 때 가벼워진 핸들바의 조향이 어색하고 어려웠던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얼마 가지 않아 눈에 들어온 한국 식당.


"저녁이었다면 숯불갈비에 소주 한잔했으면 좋겠다."


차도와 완전히 분리된 중국의 자전거 도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에게는 이것보다 좋은 환경이 있을까 싶다. 의외로 잘 정비되고 깨끗한 중국의 길이다.


우리 전혀 다른 색다른 풍경들 속에서 페달링의 즐거움이 찾아든다. 장대만 한 길이의 빨래 건조대, 기다란 건조대에 어떻게 빨래를 널고 거두는지 궁금하고 그다지 날씨가 좋지 않은 환경에서 굳이 저렇게 건조를 시키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상하이 시내에 가까워지면서 마주하게 되는 거대한, 거대하다는 표현밖에는 어찌 설명할 수 없는 건물들이다. 묘한 감각의 소유자들이다.


시내에 접어들며 익숙한 로고가 눈에 들어온다. 무게 추가 달리 저울로 무게를 재고 물건을 옮겨주는 자전거, 자전거만큼이나 오래됐을법한 이 서비스가 여전히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그 이유가 알고 싶어진다.


상하이 시내에서 볼 수 있는 자전거들. 우리의 공공 자전거처럼 보이는데 도로 곳곳의 인도에 세워져있는 자전거보다 버려지듯 쓰러져있는 자전거를 흔하게 볼 수 있다. 우리와 달리 인도에 자전거 거치대가 없고 자전거 모양의 주차공간이 프린트되어 있다. 비교적 좁게 느껴지는 인도에 쓰러져 있는 자전거들을 치울 법도 한데라고 생각하던 찰나 대형 트럭에 자전거들을 집어던지 듯 싣고 있는 작업자들을 발견한다.


자전거에서 오토바이, 오토바이에서 자동차로 변화하고, 급속하게 발전하고 거대해지는 환경과 달리 문화 지체 현상 같은 의식의 부족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물론 우리나라의 생활 자전거 문화도 만만치 않으니 이것을 흠잡을 것은 없지만 명동 한복판에 이런 흉물스러운 풍경이 널브러져 있다면 우리는 어떻게 했을까. 이해하기가 힘들고 상하이라는 제법 알려진 세계적인 도시의 모습이 조금은 아쉽다.


흉물스러운 자전거 더미 건너편에 위치한 대형 백화점과 수많은 사람들의 거리. 거대한 현대 건물과 시스템 그리고 낡은 주택과 정체된 의식이 뒤섞여 존재하는 중국이 흥미롭다.


백화점을 지나며 잠시 자전거 도로가 사라진다.


"누나가 거기서 왜 나와? 결혼했을 때부터 미워했던 거 미안해. 여기서 보니 좋네."


백화점을 지나 조금 이동하니 문제의 그곳 황푸강 페리 선착장이 나온다. 황푸강을 건너는 지도앱들은 하나같이 배를 타고 건너는 방법을 안내해 준다.



"아니 넓지도 않은 강에 멀쩡한 다리들이 있는데 왜 배를 타라는 거야?"


모든 지도앱을 뒤적이며 여러 경로를 검색해 봐도 곳곳에 있는 선착장을 통해 배로 이동하는 경로만을 안내한다.


"유람선에 자전거를 싣고 간다는 거야?" 정말 그 시스템이 궁금하고 한편 걱정이다.


황푸강을 건너는 방법은 대략 세 가지가 있는 것 같다. 차량을 통해 다리나 해저터널을 지나는 방법, 황푸강 페리를 타고 건너는 방법 그리고 중국인답게 해저터널을 마주잡이로 걸어가는 방법.


"안 되는 것이 없는 중국인데, 또 다른 방법으로 강을 건너는 사람이 있을지 누가 알아. 가령 세숫대야 같은 것으로 넘는다든지."


하여튼 황푸강 페리 선착장 중 양찌아두(杨家渡渡口) 페리 선착장에 도착한다. 생각보다 아주 작은 선착장이다. 이곳에서 예원 방향의 푸씽동루(复兴东路渡口)로 넘어가면 된다.


매표소를 중심으로 오른쪽이 입구, 왼쪽이 출구이다. 마침 배가 도착하여 출구가 열리고 오토바이와 자전거를 탄 사람들이 줄을 이어 몰려나온다.



매표소에 들려 지도앱을 보여주며 푸씽동루를 가리키자 그렇다고 한다. 가격을 물으니 안내판의 2위안을 가리키고 2위안을 내자 주황색 동전을 주며 입구를 알려준다.


오토바이를 탄 중국 사람들을 지하철을 타듯이 개찰구에 스마트폰을 대고 자연스럽게 지나간다.


그들을 따라 입구로 가니 개찰구 옆으로 동전을 넣는 통이 보여 여기에 넣는지를 묻는 제스처를 하자 개찰구를 지키는 관리자가 맞다고 한다. 주황색 동전을 통에 집어넣고 개찰구를 통과하자 관리자가 무어라 중국말을 빠르게 해대며 손에 들고 있던 금속 탐지기 같은 것으로 자전거의 패니어들을 쭉 훑어내린다.


"뭐야. 왜 나만 특별 관리하는 거야. 그거 작동은 하는 거야?"


선착장으로 나가니 조그마한 배 한 척이 승선을 기다리고 있다.


"페리라? 그냥 조그마한 낚싯배네."


앞서 승선을 했던 오토바이들이 반대편 방향을 보고 대기하고 있다.


"저쪽으로 내리나 보다."


적당한 자리에 자리를 잡고 신기하고 재미있는 시스템이다. 오토바이를 많이 타는 중국 사람들인데 출퇴근 시간에는 어떤 풍경일까 궁금해진다.


출항을 하고 10분이 안되어 반대편에 있는 푸씽동루에 도착. 많은 기대, 걱정과 달리 굉장히 싱겁게 끝나버린 황푸강 페리 넘기 미션이다.


반대편의 푸씽동루의 선착장을 양찌아두 선착장보다 크고 세련돼 보인다.


푸씽동루 선착장 앞의 사거리. 보행 건널목이 없고 동그랗게 육교로 이어져 있는 참신한 시스템이다. 하지만 가끔 저 넓은 사거리의 대로를 아무렇지 않게 도보로 건너가는 중국인을 볼 수 있다는 것이 함정이다.


보통 서울 시내나 지방의 중소 도시를 가더라도 도변의 풍경은 큰 대형 건물 뒤편에 옛 골목이나 허름한 건물들이 숨어있는데 중국은 반대의 경우가 많다.


3시가 되어서야 예원에 도착한다. 맵스미가 알려주는 많은 길을 따라 많은 수로들과 작은 마을들을 지나오느라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늦어졌다. 짧은 거리지만 여행의 첫 번째 라이딩으로 만족스럽다.


예원의 입구에서 길을 따라 이동하여 만난 막다른 삼거리, 관광지만의 특별한 흥분감 같은 것이 느껴진다.


우선 도착 인증샷을 찍고, 주변을 돌아보기 전 숙소를 예약하려고 핸드폰을 검색을 하는 순간 전화번호가 해지되어 로밍이 끊겨있다.


"5시 이후에 해지해 달라고 부탁했는데."


핸드폰의 유심칩 박스를 열어 미리 구매해 둔 차이나 유니콤의 유심칩으로 교체한다.


"안되면 절대 안 된다."


여행을 오기 전 샤오미 홍미노트5를 구매했다. 3년 넘게 사용하던 갤럭시 S6의 성능과 배터리가 약정 기간이 지난 이후 귀신처럼 그때에 맞춰 나빠졌다. 홍미노트5는 주로 내비게이션이나 어플 같은 온라인용으로 사용하고, 갤럭시 S5는 나들이(산들샘)의 GPS 저장과 MP3 그리고 이동 중 카메라 용도로 사용한다.


샤오미 홍미노트5를 선택한 이유는 가격이 저렴하고 배터리 성능이 좋다. 그리고 듀얼 유심칩을 사용할 수 있고 나처럼 메모리 카드+유심칩을 사용할 수 있다. 오프라인 지도들과 구글 번역기에 사용되는 언어들을 다운로드해 놓기 위해 64G 메모리칩을 넣어 사용하고 있다.


여행 중 가장 골치가 아픈 것이 전자기기들의 배터리 충전이다. 핸드폰, 카메라, 노트북, 라이트, 보조배터리 그리고 블루투스 기기들까지. 지금 중국에서는 캠핑을 할 수 없고 가급적이면 저렴한 숙소를 찾아 숙박을 하기 때문에 배터리의 충전에 큰 문제는 없지만 3~4일 정도 연이어 캠핑을 한다면 배터리들의 충전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여행 전 비상용으로 털보네에서 YOLK의 솔라페이퍼 2장을 구매하여 준비했지만 핸드폰 정도 충전할 수 있는 정도이다. YOLK에 협찬을 문의했지만 거절당했다. 우리나라 회사들의 후원 문화는 참 아쉬운 것이 많다.


유심칩을 교체하고 별다른 작업 없이 재부팅이 이루어진 후 데이터 연결이 된다. 별도의 네트워크 설정이 있었다면 조금은 번거로웠을 텐데 말이다.


예약과 취소를 두 번이나 했던 Ibis 상하이점으로 이동하여 입구에 앉아 트립닷컴으로 예약을 한다. 예약을 하는 동안 체크인 시간이 되어 많은 외국인들이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다.


바로 온라인 예약 확정이 이루어져 프런트로 가서 체크인을 한다. 호텔 바우처와 여권을 제시하고 결제를 하는데 110위안을 더 달라고 한다.


"뭐? 190위안이잖아!"


외국인을 많이 상대하는 곳이라 영어로 안내를 해주지만 기본적으로 중국인들의 말이 빠르고 발음이 이상하다.


'결코 내가 잉글리시 막귀라서 그러는 게 아니야. 니 발음이 겁나 이상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Why is it 300?"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순진무구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뭐라고 말하며 다시 300위안이라고 답변하길래 이번에는 '나 바보 아니다!'라는 듯 째려보니 자신의 핸드폰으로 번역기를 돌려 보여준다.


"너는 보증금으로 100위안이 필요해."


"오호. 알았어. 지도 중국말을 한국어로 번역했네."


체크아웃을 할 때 보증금을 반환하는지 한 번 더 확인을 하니 그렇다고 한다.


"꼭 갚어. 짜샤!"


한국 숙박업체를 다니면서 보증금이라는 것을 내본 적이 없어서 보증금이라는 것이 생소하다.


체크인을 끝내고 호텔 앞 자전거 거치대에 자전거를 묶어 둔다. 여행을 하며 정말 하고 싶지 않은 것이 자전거와 분리되어 생활하는 것이다. 다른 것은 없어져도 상관없지만 자전거 자체가 도난당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여행의 끝을 알리는 것이다.


U자형 락까지 4개를 묶어 놓고도 왜 이리 안심이 안되는지.


"여기 중국인데. 이거 불안해서 잠이나 잘 수 있으려나."


자물쇠를 잠그는데 자꾸만 한 녀석이 자전거와 나를 번갈아 보며 관심을 갖는다.


"훠이~ 저리 가라. 쫌!"


한참을 구경하던 녀석은 바로 옆에 놓여있던 화려하게 튜닝된 하이브리드 자전거의 사슬 자물쇠를 풀고 떠날 준비를 한다. 이 때다 싶어 그에게 말을 건넨다.


"Your bike? Wow! Your bike is very good! It's fantastic!"


너의 자전거가 훨씬 좋으니까 내 것에는 관심을 꺼달라는 칭찬에 별것 아니라는 듯 크게 웃으며 으쓱해하던 녀석은 기분 좋게 자리를 떠난다.


"Good. So Goooooooooooooooood!!"


나중에 알고 보니 녀석은 예원 근처의 주차단속을 하거나 주차비를 받는 업무를 하는 사람 같다.


"오해해서 미안하다. 그래도 네 자전거가 멋져!"


간단히 샤워를 마치고 예원을 둘러보기 위해 나선다. 예원 입구에 가기 전 첫 번째로 시선을 사로잡은 도교사원 성황묘(城隍廟).


그냥 지나치려다 시간도 넉넉하고 해서 들어가 보기로 한다. 입장료 10위안.


입구에서 표를 확인하고 긴 향초 3개를 건네준다.


입구를 지나 마당으로 들어서자 정중앙과 좌우로 신들을 모시는 공간들이 보인다. 불교와 달리 민간 신들을 모시기 때문에 이색적인 느낌이다. 위압적이거나 절대적인 느낌보다는 친근한 느낌 같은 것이다.


사람들은 향을 들고 세 방향을 향해 허리를 숙여 세 번씩 절을 하며 소원을 빈다. 그들의 진지한 모습에서 이곳의 의미가 어떤 것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마도 언제든 찾아와 자신들의 소박한 바람들을 진심으로 담고 소원하는 곳이라 여겨진다.


각 사당에는 무릎 아래 높이의 의자 같은 것이 있는데 그곳에 무릎을 꿇고 손을 모아 기도를 한 후 허리를 숙여 절을 세 번 하는 것이다. 아마도 각각의 신마다 관장하는 분야가 따로 있는 듯하다.


향을 들고 중앙의 사당으로 들어가려다 관리자에게 제재당한다. 향을 들고 사당에 못 들어 간다는 제스처다.


"그럼, 소원을 빌어볼까?"


향불을 붙이기 위해 두리번거리다 모기향처럼 생긴 항아리에 향초를 갖다 대는 사람들을 보고 따라한다. 그리고 마당의 가운데에 서서 세 방향을 향해 세 번씩 절을 한다.


"여행을 건강하게 다닐 수 있게 해주세요. 그리고..."


그리고 들어간 중앙 사당, 가운데에 있는 분이 옥황상제이고 그 옆이 관우라고 한다.


"도교라.. 노자, 장자, 옥황상제, 염라대왕, 무위자연, 불로장생 이런 건가? 불로장생은 아닌가!"



중앙 사당을 지나면 신들 앞에 붉은 리본을 달아 자신들의 소원을 비는 곳이 있다.

각각의 신들마다 모양이 다르고 표정이 다르고 흥미로워 한자를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 싶다.


가장 안쪽에 위치한 사당, 포스가 느껴지는 분이 모셔져 있다.


"노자?"


사람들을 따라 절을 하며 기도를 올리고 2위안을 기도함에 넣고 나온다.


그냥 지나쳤으면 후회했을 것이다. 성황묘는 관광지라기보다 이곳 사람들의 삶이 녹아있는 그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좋은 곳이다. 그리고 예원은 원래 성황묘의 정원 중 일부분이었다고 한다.


성황묘를 나와 예원의 입구를 찾기 위해 예원의 담길을 따라 한 바퀴를 돌고 만다. 입구가 보이질 않는다.



담길을 돌아 나오자 2019년의 새해를 화려하게 장식한 건물의 입구가 보인다.


"철 지난 크리스마스트리도 아니고. 2월인데 아직도 해피 뉴 이어야."


무심코 생각하던 찰나 곧 음력 설날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춘절이구나!"


사람들이 몰려들어가는 것을 보고 멋모르고 따라 들어간 곳은 예원의 예원상청(豫园商城)이다. 열빈루(悅賓樓), 백령루(百靈樓), 화풍루(和豊樓), 천유루(天裕樓), 화보루(華寶樓), 경용루(景容樓) 그리고 경유루(景裕樓) 등 7개의 옛 형태를 갖춘 상점들의 거대한 집합체.


길에서 보지 못한 사람들이 이 안에 모두 들어와 있는 듯 걸어가기 힘들 정도로 북적인다.


역시나 사람들의 기차놀이에 어쩔 수 없이 이끌려 간 곳은 구곡교와 호심정. 사람들의 뒤통수만 보느라 무엇이 좋은지 알 수가 없다.


구곡교와 호심정을 돌아 나오면 보이는 예원의 입구. 하지만 문이 굳게 닫혀있다. 동절기에는 폐관 시간이 16:00시라는 말도 안 되는 관람시간이다.


"예원의 야경이 그렇게 좋다며.."


내일 오전에 다시 와야겠다 생각하고 숙소로 돌아가려는데 공간감이 떨어지는 것인지 수많은 인파 속에 멍해진 것인지 길을 찾기가 힘들다.


어찌하다 보니 나온 붉은 홍등들이 길게 이어진 상하이의 옛 거리로 나온다.


"밤이 되면 참 예쁠 것 같네. 잠시 쉬었다 나와봐야겠어."



저녁을 먹기 위해 화보루(华宝楼) 앞 상가의 식당으로 들어간다. 메뉴 그림판이 없으니 난감하여 눈에 들어오는 우육면을 골라 주문을 하니 이상한 번호판을 건네준다.


손님이 많아서인지 한참을 기다려도 음식이 나오질 않는다.


"주문을 위해 무언가 액션이 더 필요한가?"


정말 이상하고 쓸데없는 고민하다 좀 더 기다려 보기로 한다.


"설마 자동으로 주문이 들어갔겠지!"


조금 있으니 주방에서 우육면이 나온다. 처음 대만에 갔을 때 우육면조차 먹기가 힘들었는데 왜 이리 국물이 시원하고 고수 향이 좋은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식사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와 잠시 쉬기로 한다. 호텔 엘리베이터, 처음 체크인을 하고 패니어들을 온몸에 들쳐매고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5층의 버튼을 아무리 눌러도 불이 안 켜지는 것이다.


누군가 6층에서 엘리베이터를 눌렀는지 6층까지 강제 소환된 후 엘리베이터가 고장 난 것으로 알고 다른 엘리베이터를 탔지만 그곳에서도 버튼은 눌러지지 않고 다시 1층까지 내려왔야 했다.


1층에서 5층 버튼을 째려보고 있는데 마침 호텔 직원이 엘리베이터에 탔다. 온몸과 양손에 패니어를 든 나를 보더니 "엇!" 하며 서비스 정신을 발휘, 늦게 봐서 미안하다는 듯 룸의 층수를 묻는 것이다.


단지 양손에 짐이 있어 버튼을 누르지 못하고 있었다는 듯이 태연하게 층수를 말하니 층들의 버튼 위 단말기에 룸키를 갖다 댄 후 층의 버튼을 누르는 것이었다.


"크게 좀 써놓지! 대륙아!"


숙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다 게으름이 찾아든다.


"뻔한 도시의 야경 같은 거 볼 필요가 있을까."


그래도 사진으로 보아왔던 못생긴 동방 타워의 야경 그리고 상하이의 밤거리가 궁금하여 게으른 몸을 일으킨다.


예원상청과 상하이 옛 거리는 붉은등의 조명으로 이색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야경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거리를 가득 채우고 있다.


예원상청을 지나 와이탄과 동방 타워의 야경을 보기 위해 도보로 이동한다. 날이 흐리고 쌀쌀해서인지 와이탄으로 향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는 않다.


도로를 따라 어두운 길을 조금 걷자 황푸강 건너편 고층 건물들의 화려한 불빛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동방 타워와 함께 황푸강 건너 고층 건물들의 화려한 조명과 광고들 그리고 뒤편 와이탄 지역의 석조 건물들에 반사되는 빛들이 화려하고 인상적이다.


"못생긴 동방 타워를 보러 왔다. 실제로 봐도 못생겼다!"


상하이의 밤거리는 예상외로 어둡고 날씨 탓인지 길들은 음산하게 느껴질 정도다. 그 어둠 때문에 더 화려하게 빛나 보이는지도 모르겠다 생각한다. 와이탄의 야경은 화려하고 매우 유혹적이었지만 마음을 사로잡거나 감명을 주지는 않는다. 그저 상하이의 야경을 봤다는 소회 정도다.


고층 건물들의 화려한 불빛들이 쏟아지는 어두운 상하이의 거리를 걷는다.


"누구나 손을 맞잡고 이야기하며 걷는 여수의 밤바다가 훨씬 매력적이야. 그곳엔 사람이 있고, 길과 공간이 있고, 삶의 이야기가 있었어."


숙소 근처로 돌아와 출출해진 배를 달래기 위해 볶음밥을 주문한다. 넓은 접시에 성의 없이 담긴 듯한 모양과 젓가락 한 벌에 당황스럽다. 짜장이 없는 볶음밥은 아직은 정말 어색하다.


"그래도 숟가락 정도는 줘야지!"


유명한 관광지임에도 식당들의 서비스가 그리 좋지만은 않다. 우선 중국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젓가락질부터 다시 배워야겠다.


숙소로 돌아와 사진들을 정리하고 내일의 일정들을 계획한다. 그런데 중국의 주점(호텔)들은 방이 참 좁고 춥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7일 / 비 ・ 8도

난청현-펑청시-장수시

여행의 자료들을 정리하느라 2시가 넘어서야 잠이 든다. 비가 내리는 탓에 라이딩 속도가 느려지고 체력이 소진되다 보니 정리해야 할 것들이 쌓여만 간다. 오늘은 80Km 정도만 라이딩을 하고 여행 자료들을 정리해야겠다. 

이동거리

76Km

누적거리

3,853Km

이동시간

5시간 17분

누적시간

285시간


G105국도
G105국도
52Km / 3시간 30분
24Km / 1시간 47분
난창현
펑청시
장수시
 
 
1,104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새벽에 잠든 탓인지 아침의 컨디션이 묵직하다. 하늘을 보니 오늘도 틀렸나 싶은 것이 마음을 비우고 시작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로울 것 같다.


9시 반, 짐들을 정리하고 오늘의 길을 출발한다. 오늘의 목적지는 80km 정도 떨어진 도시 장수시다.


어제 봐두었던 G105 도로를 따라 장수시까지 이어가는 심플한 경로다.



G302 도로와 나누어지는 인터체인지를 지나고.



이곳의 겨울은 따듯한 기온 탓인지, 겨울에서 습기가 많은 날씨 탓인지 2월이라는 계절과 어울리지 않게 짙푸르고 싱그럽다.



도로변의 작은 슈퍼마켓에서 간식거리를 골라 담고 잠시 쉬어간다.



"저리 가 녀석아."



"이제 없어. 다 떨어졌어."



슈퍼마켓의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며 먹을 것을 강요하는 강아지와 시간을 보내고 길을 이어간다.



"유채꽃일까?"


어제 재미있는 구조의 집에서 보았던 유채꽃 같은 노란 배추꽃의 색감이 좋다.



"이게 동물복지는 아닐 텐데."


넓은 웅덩이를 차지하고 있는 오리들은 자유로워 보이지만 역한 냄새가 주변에 진동을 한다.



2시간의 라이딩으로 펑청시의 경계에 들어선다. 중국의 행정구역은 시(市), 현(县), 镇(전), 乡(향), 村(촌)으로 구분되는 것 같은데, 워낙 인구가 많아서인지 수없이 많은 작은 시(市)의 규모도 우리의 도시에 비해 커 보인다.



길을 따라가다 오성홍기가 걸린 붉은 건물에서 요란한 폭죽이 터진다.


"춘절이 아직도 끝나지 않은 거야?"



마당 한편에 꽃장식이 달린 승용차를 발견하고 결혼식장임을 깨닫는다.


"구경가자."



"설마 중국의 결혼식장은 아닐 테고."



마을 회관처럼 보이는 건물로 천천히 걸어들어 간다.



신혼부부가 타고 갈 꽃장식의 세단도 보이고.




빠질 수 없는 붉은 초.




그리고 체육관처럼 높고 넓은 공간의 안쪽에는 결혼 음식을 먹고 있는 하객들이 보인다.



"이번에도 신혼부부의 모습은 볼 수가 없네."



"실패!"



"인마! 거기서 오줌을 싸면 어떡해."



아쉬운 결혼식장을 나온 도로에는 차량들이 정체가 된다. 중국 도로의 차량 흐름을 보면 딱히 정체가 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고, 도로가 막히는 것은 공사 구간이거나 교통사고 둘 중에 하나다.



"박았네!"



"렉서스가 폭스바겐을 추돌한 거야."



"렉카인가?"



사고 현장은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이지만 뭔가 조용한 느낌이다.



"유치원도 비슷하고."



"이 빨간 풍선은 생일 풍선?"



어린아이의 생일잔치를 한 모양이다.


"햄버거, 케이크.. 가정집의 제단.. 뭔가 재미있고 이상한 조합들이야."





펑청시의 외곽의 분위기는 마치 우리의 한우촌과 같은 분위기다. 도로변의 양쪽으로 들어선 정육점에는 크고 작은 소고기의 부위들이 걸려있다. 소가 특산물인 지역인가 보다.






도로를 따라가며 소고기를 파는 식당들을 살펴보고 저렴해 보이는 식당 앞에 자전거를 세운다.


"아니 먹어보고 갈 수는 없다."



주방에서는 남자 요리사들의 움직임이 바쁘고, 자전거를 기대어 놓고 식당으로 들어간다.


"워 커이 취판 마?"


1층의 테이블은 비어있는 자리가 몇몇 있지만 서빙을 하는 여자의 움직임은 너무나 바쁘다. 다시 한번 식사가 가능한지 물어도 쟁반을 들고 왔다 갔다 하느라 바쁜 여자는 거들떠보지를 않는다. 밥 먹는 제스처를 하며 바쁜 여자의 눈을 마주치며 물어보니 점심시간이라 너무 바빠서 불가능하다는 답변과 제스처를 한다.


"에쉬, 똥!"



소고기를 먹지 못한 허탈함에 조용했던 출출함이 급속하게 느껴진다. 펑청시를 가로지르며 적당한 음식점을 찾아보지만 넓은 도로변에는 마땅한 음식점들이 보이질 않는다.


도로변에서 작은 파인애플을 트럭에 싣고 팔고 있는 노점 앞에 자전거를 세운다.



"뚸샤오 치엔?"


"얼쓰!"


중국 식당의 한 끼 밥값이지만 출출함을 달래기 위해 파인애플을 사 먹어 본다.



능숙하게 나선형으로 파인애플의 껍질을 깎고.



시큼한 과즙의 맛이 상큼하고 좋다.



"헌 하오!"


파인애플 트럭에 서성이는 중국인에게 파인애플이 '정말 맛있다'며 엄치를 치켜세워 평가를 하니 아저씨도 엄치를 치켜세운다.


"헌 뚜오..."


많이 팔라는 덕담을 하고 떠나려니 '팔다'라는 중국어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헌 뚜어'의 말과 파인애플을 만지작거리는 손님을 가리키며 팔라는 제스처로 대신한다.


"팔 매(賣)자를 쓰나?"




펑청시를 벗어난 도로는 공사 구간으로 변한다. 임시 도로로 안내하는 공사용 펜스를 따라 길을 이어가니 이윽고 파헤쳐져 있는 흙길이 나온다.



내리는 비로 젖어있는 흙길은 엉망진창이다. 이리저리 상태가 괜찮은 곳을 따라가며 길을 이어가도 의미가 없다.



20여 분의 라이딩으로 자전거도 몸도 엉망으로 지쳐버리고.


"아니 얘들아, 공사는 반반으로 하면 안 될까."




진흙탕 길의 공사구간을 겨우 벗어나고 너덜해지기 일보 직전인 나와는 상관없이 마을의 들밭에 핀 노란색 배추꽃은 싱그럽기만 하다.



힘들게 들어선 마을은 폐광촌처럼 어둡고 음침하다. 사람의 인기척도 찾아보기 힘든 활기를 읽어버린 동네처럼 보인다.



"이 동네는 뭐지? 완전히 길을 잘못 들어왔네."



어두운 동네를 벗어나 빠르게 G105 도로로 돌아가기 위해 내비게이션을 계속 확인하며 길을 따라가던 중 결혼식의 빨간 풍선이 놓인 집을 지나친다.



"애기, 애기 하네."


중국은 결혼 연령이 빠른 것인지 예복을 차려입은 신혼부부의 얼굴이 앳돼 보인다.



식이 끝난 것을 아쉬워하며 주변을 둘러보고 있으니 중년의 남자가 말을 걸어온다.


"어디서 왔어?"


"한국에서 왔어요."


자전거와 나를 번갈아 보며 중국어로 무언가를 말하던 남자는 담배 하나를 꺼내어 건네준다. 중국 사람들은 이유 없이 담배를 꺼내어 선물을 한다.


"담배 인심이 좋은 나라군."


결혼식을 한 부부의 부모처럼 느껴지는 남자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지만 '취판'이라는 단어들이 들어간 말들을 하며 문이 열린 집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아 밥을 먹고 가라는 제스처인가 싶다.


장수시로 향하는 길이라 밥을 먹으며 시간을 보낼 여유는 없고, 잠시 잔칫집의 분위기를 살펴보기 위해 안으로 들어간다.



"일반적인 가정집의 1층이고."



거실의 한편에서 열심히 마작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놀라며 쳐다본다.


"왜 놀래?"


일반적으로 중국인들은 낯선 외지인을 처음 대할 때 무심한 듯 엿보며 경계의 시선과 몸짓을 취하는가 싶다. 중국 영화에서 많이 보이는 장면인데 그릇을 들고 밥을 먹으면서 좌우로 시선을 돌리며 주변의 사람들을 경계하는 몸짓과 비슷한 느낌이다.


물론 대화가 섞이기 시작하면 세상없이 호방하고 과장된 목소리와 몸짓이 친근한 사람들이다.


"나 무림의 고수 아냐. 놀라지 마!"



중년 남자의 호의에 감사를 표하고 장수시를 향해서 출발한다.




조금씩 측면으로 가까워지던 G105 도로와 어떻게 이어질지 궁금했는데 작은 굴다리를 지나 도로에 오르자.


"느닷없다."


갑작스럽게 변한 도로변의 풍경이 어두운 마을을 지나쳐온 탓인지 놀랍도록 생경하게 느껴진다.



풍성한 가로수길을 달려 장수시의 시내로 들어간다.



오래된 철로를 지나치자 길게 뻗은 대로를 따라 장수시의 풍경이 펼쳐진다.




"중국의 도시는 항상 활기차구나."


빌딩이 들어서 있고 많은 차량들이 바쁘게 돌아다니는 환경은 한국의 도시와 별반 다르지 않지만 중국 지방 도시의 느낌은 회색빛의 무미건조함보다는 생동감이 느껴진다.



"오늘도 완전히 젖어버렸다."



시내 중심으로 들어갈수록 교통은 혼잡해지고, 회전 교차로에 있는 중국 프랜차이즈 주점인 OYO 주점으로 들어간다.



어제 주숙등록이 안된다며 나와야 했던 OYO 주점이라 조심스럽게 주숙등록이 되는지를 묻자 여자 직원은 흔쾌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아마도 OYO는 직영점과 프랜차이즈 네임만을 사용하는 지점이 따로 있는 모양이다.


약간의 영어가 되는 직원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법도 능숙하여 체크인을 하는 과정이 조금은 수월하다.


"자전거를 세차해야 하는데."


여자는 자전거를 살펴보더니 중년의 남자를 불러오고, 친절한 얼굴의 아저씨는 비에 젖은 모습을 쳐다보며 뭔가 서두르는 모습이다. 비에 젖고 모래로 엉망이 된 자전거를 끌고 넓은 리셉션을 지나가게 되어 더럽혀진 바닥을 가리키자 괜찮다며 손을 가로젓는다.


아저씨는 주점 안마당의 수도가를 안내하고 빨리 씻고 방으로 올라가라며 세숫대야를 가져온다.


"춥다. 빨리 씻고 올라가서 쉬어라."


따듯한 녹차 한 잔을 가져다주며 한국에서 왔다며 사람들에게 나를 소개한다.



숙소를 찾아 밤거리를 헤맨 어제의 경험과 전혀 다른 로또를 맞은 기분이 상쾌하고 좋다.



"에잇!"



세숫대야로 자전거에 묻은 흙먼지들을 씻어내고.



아저씨의 도움을 받아 방으로 올라온다.



샤워와 빨래를 하고 옷들을 난방기에 걸어놓은 후 밥을 먹기 위해 밖으로 나간다.



가로수가 울창한 호텔 주변의 작은 골목들을 구경하고 여러 식당 중 그림 메뉴판이 걸려있는 식당으로 들어간다. 인상좋은 중년의 아주머니가 반갑게 맞이한다.



친절하고 살가운 아주머니와 농담을 하며 메뉴를 고르고.


"워 헌 어!"



아주머니는 배고프다며 조르는 모습에 재미있다는 듯이 웃으며 뜨거운 물과 식기들을 내어준다.


"이건 배웠지!"



주문한 음식이 나오는 동안 식당을 구경한다.




한참 후 매콤하게 조리가 된 고기 메뉴가 나온다.


"역시 고기지. 늘 고기지만 이거 하나면 충분해!"


양이 조금 적다는 생각이 들지만 지금까지 먹은 비슷한 고기메뉴들에 비해 음식맛이 좋아서 만족한다. 중국에 처음 들어와 푸동 공항의 호텔 주변에서 먹었던 같은 메뉴의 음식은 정말 맛이 형편없었나 싶다.


"대충 이런 맛의 요리군."



"빠이 판?"


생뚱맞게 고기 메뉴만이 놓인 테이블을 가리키며 밥을 달라고 하자 생맥주통 같은 냄비에 밥이 나온다.


"오호. 정말 마음에 든다."


중국의 쌀밥은 이상하게 배가 금방 꺼지는 기분인데, 커다란 밥통에 밥이 나오니 부자가 된 기분이다. 밥그릇에 밥을 덜어 먹으니 4~5 공기쯤 되는 양이다.


고기가 약간 모자란 감이 있지만 배가 부르게 저녁을 해결하고 나니 세상이 평화롭다.


"워 헌 하오 취."


친절한 식당의 아주머니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부른 배를 튕기며 숙소로 돌아온다.



편안한 숙소에서 자료를 정리하면 시간을 보낸다. 나른한 피곤함이 밀려든다.


"가도 가도 계림은 가까워지지가 않는구나."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6일 / 오랜만에 구름 ・ 10도

위간현-포양호-난창시-난창현

밤새 강하게 내리던 비는 하루의 양을 다 쏟아낸듯 아침이 되어서야 멈춘다. 오랜만에 만난 비가 없는 하루의 시작이다. 타이호와 비슷한 크기의 장강과 마주하는 포양호를 넘어 난창시로 향한다. 

이동거리

107Km

누적거리

3,777Km

이동시간

7시간 37분

누적시간

252시간


S102국도
S101국도
46Km / 2시간 50분
61Km / 4시간 47분
위간현
푸양호
난창현
 
 
1,028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쌀쌀함이 느껴진 새벽 침낭을 꺼내어 덮어야만 했다.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주점이다.



다행히 어렵게 구식 난방기 주변에 걸쳐놓은 옷가지들은 다시 입기에 문제없이 말라있다. 문제의 신발 역시 조금 눅눅한 기운이 남아있지만 이 정도면 나이스한 것이다.



"매일처럼 이게 뭐니?"



9시, 비가 멈춘 아침 평소보다 조금 서둘러 짐들을 정리하고 출발한다. 1시간의 첫 번째 라이딩을 마치고 사람들이 모여있는 도로변에서 잠시 쉬어간다.


"어딜 가나 길거리 음식이 제일 맛이 있지."



작은 슈퍼마켓이 사람들로 북적이고 소란스럽다. 무엇을 하는지 다가가 보니 역시나 카드놀이를 하고 있고 주변의 구경꾼들이 훈수와 잡답으로 왁자지껄한 분위기다.



슈퍼에 들어가 간식거리들을 집어 들고, 젊은 슈퍼의 여자는 낯선 한국인 손님에게 친절하게 웃음을 보인다.



계산을 마치니 작은 귤 세 개를 먹어보라며 선물한다. 간간이 도로변의 노점에서 팔고 있는 한 번쯤 먹어보고 싶었던 작고 주황빛이 선명한 귤이다.


"씨에 씨에."



"넌 왜 울고 있어?"



카드놀이를 하는 주변에서 울고 있는 아이에게 한 남자가 장난스럽게 타박을 한다. 중국 특유의 음률이 있는 말이 재미있다.



도로변에서 돼지고기를 팔고 있는 아저씨에게 커다란 덩어리의 돼지고기가 얼마인지 물어보니 웃으며 200위안이라고 한다.


"200위안. 돼지고기가 싸구나."



옆 골목의 집에서도 사람들이 카드놀이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


"얘네는 이걸 참 좋아하네."


우리 명절의 화투판도 그렇지만 별거 아닌 놀이에 즐겁고 미묘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결혼식이 치뤄진듯한 집도 지나고, 이번에도 시간이 맞지 않아 식을 올리는 모습을 보지 못해 아쉽다.



한국의 농촌 풍경과 별반 다를 것 없는 풍경을 지나치고.



늦은 오르막이 이어지는 마을의 정자에서 잠시 쉬어간다.



"중국의 빵들이 맛이 좋네."


슈퍼에서 골라 담는 작은 빵들인데 제법 맛이 좋고 종류가 다양해서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오랜만에 하늘이 열리려나?"


뭔가 찌뿌둥한 하늘이지만 비가 내리지 않으니 라이딩도 수월하고 무엇보다 옷이 젖지 않아서 좋다.



포양호를 지나 대도시인 난창시와 난창시의 외곽에 있는 난창현의 경로를 보며 어디로 향할지 고민하는 사이 두 명의 어르신이 자전거에 대해 관심을 보인다.



할아버지들에게 잡히기 전에 서둘러 길을 출발한다. 이곳 도로변에는 처음 보는 가로수가 심어져 있다. 가정집의 마당에도 심어져 있는 나무인데 주먹보다 큰 노란색 열매가 열려있다.



"자몽인가?"



길바닥에 떨어진 열매를 살펴봐도 어떤 과일인지 알 수가 없다.



12시, 답답했던 시야가 열리고 넓은 포양호가 모습을 드러낸다.



도로변의 바로 옆에 오래된 고택이 있어 잠시 둘러보기 위해 내려갔지만 문이 잠겨있어 내부를 살펴볼 수가 없다.


아쉬운 대로 고택의 앞에 있는 오래된 나루터를 구경한다. TV 다큐멘터리 프로에서 보았을법한 오래된 나무배들이 정박해 있다.



멀리 포양호의 주변 모습들이 펼쳐진다. 동그란 모양의 타이호와 달리 불꽃처럼 사방으로 흩어지는 포양호의 물줄기 때문인지 넓은 퇴적층의 습지대가 대부분이다.




포양호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 소도로를 따라 멀리 돌아가면 되겠지만 바다가 아닌 호수에는 큰 관심이 없거니와 캠핑을 즐길 수 있는 중국의 환경도 아니기에 그냥 도로를 따라가며 바라보는 풍경만으로 만족한다.



호수와 호수를 잇는 도로를 따라 시원하게 펼쳐진 도로를 달려간다.



도로의 주변에는 가끔씩 민물게를 판매하거나 민물게 요리를 하는 음식점들이 들어서 있다.





"넓긴 넓다."



포양호의 작은 일부분이지만 워낙 커다란 호수라 각각의 이름들이 따로 있다. 포양호의 가장 남쪽에 위치한 준산호, 포양호의 1/10도 안되는 호수인데 호수의 수평선이 보이질 않는다.



짧았지만 포양호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을 만큼의 풍경을 바라본 것으로 만족하고 평탄한 도로를 따라 길을 이어간다.



간만에 만난 의자가 놓인 버스 정류장인데 계단의 턱이 있다.



자전거를 잘 세워놓고.



"이번에는 어떤 것으로 먹어볼까."



슈퍼의 여자가 선물한 작은 귤은 제법 맛이 좋다. 우리의 밀감보다는 당도가 떨어지지만 탱탱한 식감과 과즙이 풍부해서 시원하다.


"나중에 많이 사 먹어 봐야지."



"그나저나 비가 안 오니까 좋네."



가끔씩 중국의 집들을 보면 기괴한 느낌이 든다. 텅 빈 1층을 거실로 사용하는 것도 생경하지만 대부분 불이 켜져 있지 않은 음침한 분위기가 낯설고, 빨래나 장작, 건조하고 음식들 등 사람들이 살고 있는 생활 흔적들은 보면 의아스럽기도 하다.



쌍둥이 집처럼 지어진 요상한 집의 마당으로 들어가 잠시 쉬어간다. 마치 다른 그림 찾기를 하라는 것처럼 조금씩 대비되는 재미있는 집이다.



풀이 난 집의 마당 한편에 노란색 배추꽃이 피어있다.


"유채꽃인가? 근데 벌써 꽃이 피나?"



두 집을 가로지르는 낮은 담벼락에 앉아 중국의 미니 소시지를 먹어본다.



혹시나 중국의 이상한 향신료 맛이 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무난하게 맛이 좋다.



흐린 날씨의 축축한 느낌 없이 한가롭게 페달을 밟다 보니 난창시의 경계에 들어선다.



"일단 난창시에 왔는데. 결정을 해야지."


난창시로 들어가 중국의 지방 도시를 구경할지 아니면 조금은 조용한 난창현으로 가서 편하게 쉴지를 결정해야 한다.


"편하게 조용하게 난창현으로 가자."


번잡스러울 것 같은 도시보다는 외곽에 있는 난창현으로 가서 조금 쉬고 싶은 생각이 앞선다.



난창시의 외곽을 돌아가는 길을 따라가다 주택의 바로 옆에 쌓아올린 이상한 흙무덤을 지나친다. 계속해서 도로를 따라 여러 개의 흙무덤들이 보이고 고깔 모양의 흙무덤에는 하나같이 종이꽃 같은 것들이 알록달록 세워져있다.



"무덤인데!"



도로의 우측으로 난창시의 흉물스러운 실루엣이 펼쳐지고.



새로 만든 넓은 도로의 더 넓은 자전거 길을 혼자서 독차지하고 난창현으로 향한다.


"자전거 도로야? 차도인가?"



차량이 다니지 않는 새도로를 경쾌하게 달리던 중 '공사 중'이라는 안내판을 보고 길을 바꿔 작은 마을길로 들어선다.



마을 초입에서 만난 불교사원이 자전거를 세운다.














그리고 낡은 삼륜 오토바이를 정비하고 있는 사람들도 자전거를 세운다.



내비게이션을 계속 확인하며 낡은 마을길을 구불구불 돌아 도착한 곳은 '공사 중'이라던 도로의 끝부분이다.


"에쉬, 그냥 왔으면 편했는데."



마을길을 따라 난창현으로 달려간다.



도로변의 가까이 계속해서 나타나는 무덤이 끝내 호기심을 자극한다. 자전거를 끌고 가까이 다가가 무덤을 살펴본다.



"확실히 무덤이네. 근데 무덤을 집 주변에 쌓아놓지?"


알록달록한 조화들을 꽂아놓은 것도, 고깔 모양의 봉분도 신기하지만 주택가의 바로 옆에 무덤이 줄지어 있다는 것이 더 신기하다.



천천히 난창현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고, 내일 길을 따라가야 할 G105 도로의 모습도 보인다.


"다 왔다. 오늘은 좀 편하게 푹 쉬자!"



난창시의 외곽 난창현의 모습도 새로운 빌딩들이 하늘 높이 올라가느라 바쁘다.




예약을 해두었던 첫 번째 주점으로 찾아가 여권과 예약 바우처를 보여주며 체크인을 하려니 숙소의 여직원은 한참 후에 '방이 없다'는 대답만을 하며 응대를 끝낸다.


"어이가 없네."


다시 예약 승인이 난 바우처를 보여주며 확인을 해도 똑같은 답변과 제스처만 보여준다.


"방이 없으면 너네가 방을 만들어서라도 줘야지."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만을 가로젓는 주점의 직원을 보고 있으니 헛웃음만 나온다. 예약 승인이 난 호텔에 방이 없다는 것도 이해가 가질 않지만 혹여 예약 업무를 착각하여 다른 사람에게 방을 이미 제공했다면 다른 방이라도 마련해 주어야 하는 것이 상식적인 것인 것이고 하다못해 죄송하다는 표현 정도는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 여기는 중국이다."


피곤하고 더러워진 기분으로 다른 주점을 검색하고 밖으로 나온다.


두 번째 도착한 숙소는 중국의 프랜차이즈 주점이다. 첫 번째 들렸던 숙소와 달리 깨끗하고 밝은 조명 그리고 친절하게 응대하는 직원들이 웃으며 안내를 한다.


"한국인인데 잠을 잘 수 있지요?"


"커이!"


한국인 그리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여행자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한 직원들은 무엇이 재미있는지 싱글벙글 안내를 한다. 중년의 남자 매니저까지 리셉션으로 나와 자전거를 싣고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을 도와주고 방까지 정성스레 안내를 한다.


"더러워진 기분이 싹 가셨네."


따듯한 물에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워 저녁을 먹을 식당을 검색하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리셉션에 있던 여자의 목소리인데 무엇을 안내하는지 중국어로 계속 말을 한다.


"나 중국말 못 해. 내가 내려갈게요."


옷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가려는 찰나 벨이 울리고, 방을 안내했던 남자 매니저가 난감한 얼굴로 무언가를 안내한다.


"중국말 못 한다니까!"


번역기를 남자에게 건네주니 무언가를 열심히 적어서 보여준다.


"숙박 등록을 할 수가 없어서 다른 주점으로 가야 한다."


"헐.. 주수 등록 가능하다며!"


남자는 연신 미안하다는 사과를 하며 난처한 얼굴을 하고 있다. 리셉션의 여직원들과 남자 매니저의 친절한 웃음을 잘 알고 있기에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다 생각한다.


"괜찮아요. 짐을 챙겨서 내려갈게요."


남자는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비싸지는 않지만 중국의 프랜차이즈 주점인데 주수 등록이 안된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지만 중국의 이상한 숙박 시스템을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뭐. 내국인만 받는 호텔도 따로 있는 중국인데."


자전거를 끌고 어둠이 내려앉은 밤거리로 나온다. 편하게 쉬고 싶어 일부러 난창시를 거르고 조용한 난창현으로 들어온 것인데 숙박문제로 하루가 꼬이고 있다.



조숙 등록이 가능한 숙소를 찾아 이리저리 알록달록 조명들이 반짝이는 길거리를 돌아다니고 주수 등록이 안된다는 답변만을 들으며 1시간이 지나간다.


거의 포기 상태로 들어간 다섯 번째 주점, 주수 등록이 되는지를 묻자 중년의 여자는 당연하다는 느긋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워 쓰 한궈렌. 워 커이 수이지아오 마?"


한 번 더 확인은 하니 인상 좋은 얼굴을 하며 웃는다.


"커이!"


체크인을 하고 저녁을 먹기 위해 밖으로 나와 근처에 불이 켜진 식당으로 들어간다.


"글자 메뉴판 싫은데. 물고기 빼고, 두부 빼고.."


한자를 보며 메뉴를 고르다 포기하고 번역기를 들고 스캔을 한 후 돼지고기 메뉴를 선택한다.



"이게 무슨 차지?"


"유자차인가? 달달하니 맛있네."



든든하게 저녁을 먹으며 주수 등록으로 받은 스트레스를 날려버린다.



숙소로 돌아가 자료를 정리하며 시간을 보낸다.


"뭐 어쨌든 좋은 하루였잖아!"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5일 / 비 ・ 4도

징더진-러펑시-위간현

황산에서 계림까지 1,000km의 여정, 중국이 넓긴 넓다. 계속되는 흐린 날씨속에 오늘은 비 내림의 양의 심상치 않다. "그래도 달린다. 계림으로.."

이동거리

107Km

누적거리

3,670Km

이동시간

7시간 06분

누적시간

245시간


G206성도
G206성도
47Km / 3시간 05분
60Km / 4시간 01분
징더진
러핑시
위간현
 
 
921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중국의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내리는 비의 양이 갈수록 많아진다.


"아, 오늘도 망했어!"



아침에 일어나 제일 먼저 하늘을 쳐다봐도 흐린 회색빛 하늘은 언제나 변함이 없다. 도로변에 묶어놓은 자전거를 내려다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



"햄버거는 점심으로 먹고, 일단 이 녀석부터."



간단하게 아침을 해결하고 패니어들을 들고 밖으로 나온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이상한 건물의 구조가 아침부터 힘들게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중국 사람들은 이제 자전거에 관심이 없어."



어제 세차를 하지 못한 자전거에서는 서걱서걱 거리는 소리가 난다. 9시, 호텔의 맞은편 징더전 성의 측면으로 자리 잡은 옛 골목을 둘러보고 서둘러 길을 출발한다.



한 시간 정도의 첫 번째 라이딩을 끝내고 잠시 쉬어가려는 찰나 도로 건너편으로 재래시장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심심한데 구경이나 하고 가자."



자전거를 끌고 시장으로 들어간다.






"민물고기일 텐데, 크기가 엄청 크네."







조금은 어둡고 음침한 작은 시장의 끝에 정육코너가 보인다. 묵직한 칼을 들고 숨겨둔 무술 실력으로 달려들 것 같은 남자들을 향해 걸어간다.


"중국 영화를 너무 많이 봤나."




"니 하오."


시선이 마주치고 포스가 느껴지는 정육점 남자들과 딱 봐도 중국인 같지 않은 이방인의 등장에 멈칫 놀라기는 서로 마찬가지다.



"워 쓰 한궈렌."


한국인라고 소개를 하고 주변을 둘러보니 굳은 표정들이 순식간에 밝게 변한다. 어디로 가는지, 중국이 어떤지 등등의 질문을 계속하며 관심을 드러내는 남자들이 귀엽기만 하다.


"중궈 헌 하오!"


어느 나라, 어느 도시든 자기가 살고 있는 곳을 좋다고 하는데 싫어할 사람이 있을까. 쌍엄지를 치켜세우며 중국이 마음에 든다고 하니 덩달아 '너도 대단하다'며 쌍엄지를 치켜세운다.




유난히 볼이 빨간 중국의 아이들은 너무나 예쁘고 귀엽다.



정육점 코너의 남자들과 한바탕 어수선한 웃음으로 떠들고 나니 시장 사람들의 시선이 한층 부드럽다.



"너네는 아무리 봐도 적응이 안 된다."




짧은 시간 재래시장을 구경하고 길을 이어간다. 후저우시를 떠난 후 산골의 사람들과 황산의 아저씨, 청여요 가족, 징더전시 주점의 직원들 그리고 재래시장의 사람들과 스킨십을 갖다보니 중국의 사람들도 친숙해지고 익숙해진다.


"저건 뭘까?"


하늘 높이 거대하게 올라간 기둥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천천히 거대한 기둥으로 다가서니 엄청난 너비의 굴뚝이다.


"화력 발전소인가?"



거대한 굴뚝이 무엇인지 궁금해하는 사이 길은 굴뚝이 솟아있는 넓은 건물을 돌아.



난데없이 산길로 이어진다. 지도를 켜고 멀지 않은 곳에서 G206 도로로 이어지는 것을 확인하고 길을 따라간다.



"아니. 이건 아니지!"



흙탕물과 물웅덩이가 펼쳐진 흙길을 방열 공장에서 출발한 듯한 덤프트럭들과 함께 달려간다.


다행히 흙길은 10여 분 만에 끝이 나고 매끈한 G206 도로에 접어든다.


"이런 거 하지 마. 축축하게 내리는 비로도 충분하잖아."



12시, 러핑시에 도착한다.




"갈수록 대책이 없어진다."



풍성한 가로수의 시내를 지나간다. 깨끗하고 조용한 징더전시의 풍경과는 완전히 상반된 어수선하고 복잡하지만 활기가 넘치는 중국 도시 특유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메인 도로를 따라가다 작은 수로 건너편으로 들어선 길고 긴 목조 건물이 눈에 들어와 자전거의 방향을 틀어 들어간다.


"아주 길다."


사람들의 움직임이 활발한 긴 목조건물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강한 호기심이 생겨나지만 자전거를 끌고 안으로 들어갈 엄두는 나질 않는다.



수로를 따라 긴 건물의 끝으로 돌아가고 펼쳐진 풍경에 궁금했던 건물이 무엇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시장이네. 재래시장!"



지도를 켜고 메인도로의 방향을 확인한 후 시장을 가로질러 구경을 하기로 결정한다.


























시장의 한 골목만을 가로질러 왔지만 엄청나게 큰 시장이다. 재래시장에서 느낄 수 있는 생동감과 활기 그리고 왠지 모르게 바가지를 쓸 것 같은 불안감은 한국과 비슷하다.




시장이 끝나고 메인도로로 돌아왔지만 세상에 바퀴 달린 모든 것들이 굴러다니는 것처럼 요란스럽고 혼잡하다.


"징더전시가 이상한 거지. 이런 게 중국이지!"





30분을 달려 러핑시를 빠져나오니 도로의 풍경은 조금 한적하게 변한다.



중국의 도로는 언제나 마을의 중심을 관통하고 도로변으로 길게 들어서 있는 집들의 모습이 색다르게 느껴진다.







버스 정류장이나 앉아서 쉬어갈 공간이 없는 중국의 도로, 셔터가 내려진 집의 짧은 처마 밑에서 잠시 쉬어간다.



어제 사 놓은 햄버거로 늦은 점심을 하고.



"시장에서 따듯한 면이라도 먹을 것을 그랬나."


아직은 뭔가 낯설고 어색한 면이 있는 여행자다. 



다시 축축한 빗속으로 들어간다.



"근데 마을의 대문들은 왜 이렇게 크게 짓는 거야?"




작은 마을의 도로를 따라가던 중 도로변에 모여 우산을 들고 춤을 추는 것 같은 여자들을 발견한다.



음악에 맞춰 우산을 들고 뭔가를 하는데 이해하기는 힘들다. 별스럽지 않는 동작들을 하며 깔깔거리며 웃는 모습들이 마냥 즐거워 보일뿐이다.



"마을 행사 같은 것이 있나?"



세차장이 있는 도로변의 주유소를 보고 들어간다.



자동차에 물을 뿌리고 있는 세차장의 직원에게 물호수를 사용해도 괜찮은지 물으니 사용하라는 제스처를 한다.



자전거를 눕히고.



"의미는 없어도 너 좀 씻자."



이틀 동안 묵어있던 모래들을 씻어내니 마음만은 시원하다.



갈수록 비 내림의 기세가 더해진다.



"에쉬, 완전히 젖어버렸네."



안개비처럼 내리던 비가 날이 갈수록 계절을 역행하듯 강하게 내린다.



딱히 쉬어갈 공간이 없는 중국의 도로는 비와 함께 계속 이어지고.



어쩔 수 없이 자전거를 끌고 문이 닫힌 가정집의 처마 밑으로 들어간다.



"앉고 싶은데."


앙증맞은 중국의 의자에 앉아 쉬고 싶은데, 인기척이 없는 집에서는 사람의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저건 어떤 컨셉일까?"


표현하는 감각들이 이상하게 느껴지지만 묘한 즐거움을 주는 중국의 풍경들이다.



위간현으로 들어가는 씬지앙강을 건너고.



도로변의 주점을 보고 자전거를 세운다. 완전히 젖어버린 하루의 피곤함에 오늘의 여정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한국 사람인데 잠을 잘 수 있나요?"


어린 여자 직원을 시큰둥하게 그렇다며 답변을 한다.


"얼마?"


여자 직원은 150의 숫자를 적어 보여준다. 크고 넓은 리셉션의 공간이 있는 전형적인 중국의 오래된 주점인데 가격이 너무 비싸다.


"너무 비싸. 깎아줘!"


조금 어이가 없다는 눈빛으로 쳐다보는 여자에게 중국 영화에서 본 것 같은 과장된 목소리로 비싸다는 제스처를 다시 한번 보여주니 이번에는 어리둥절 당황스러워한다.


잠시 후 중년의 여성이 다가와 상황을 파악하더니 120위안을 내라고 한다.


"씨에 씨에!"


처음부터 시큰둥한 표정을 하고 있던 어린 여자 직원에게 이름을 묻자 끝내 배시시 웃고 만다.


"그래, 웃어!"



자전거를 방에 넣어도 되는지를 묻자 아무렇지 않다는 듯 그렇게 하라는 제스처를 한다.


"역시 중국의 오래된 주점은 자전거 보관이 좋아!"


간단히 샤워만을 하고, 여자 직원에게 음식점이 어디에 있는지 물어보고 근처의 식당으로 찾아간다.


"그림판 너무 좋아!"



"오늘은 고기 느낌이 아니다."


그림 메뉴판은 메뉴를 선택하기가 편하지만 너무나 많은 음식들이 결정 장애의 면면을 되살려 놓는 단점이 있는 것 같다.


손님이 없는 식당에 낯선 한국인의 방문이 재미있는지 식당의 여자는 친절하게 응대를 한다. 두부요리를 선택하고 테이블에 자리를 잡는다.



볶은 호박씨 같은 것과 함께 테이블에 뜨거운 물이 담긴 주전자와 포장된 식기 그리고 커다란 그릇 하나를 올려놓는다.


"손 씻는 거야?"



주문한 메뉴를 조리하는 동안 식탁에 올려진 난감한 것들을 가리키며 어떻게 사용하는지 모른다는 제스처를 하니 서빙을 하는 아주머니가 가다 와 웃으며 식기들을 큰 그릇에 넣고 뜨거운 물을 붓는다.


"오호. 소독하는 거야? 따듯하게 만드는 거야?"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재미있는 시스템이다.



주문한 두부 요리가 나오고 역시나 말려서 사용하는 것 같은 두부의 쫄깃한 식감이 좋다.



한두 점 밥과 함께 먹고 있으니 아주머니는 미나리를 듬뿍 올려준다. 겨우 13위안의 메뉴 하나를 주문하고 머슴밥을 먹고 있는 한국 사람이 재미있는 모양이다.


"씨에 씨에."



숙소로 돌아와 하루 일과의 마무리 같은 빨래를 하고, 난방기 주변에 옷과 양말들을 요령껏 걸어놓고 잠이 든다.


내일은 타이호만큼 큰 포양호를 지나 대도시 난창시로 들어갈 생각이다.


"몹시 지친 하루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1일 / 비 ・ 3도

황산-치먼현

저녁이 되면 여지없이 비가 내린다. 계림으로 가기 위한 여러 루트를 고민한다. 베이징까지 다시 올라가기 위한 시간들과 몽골의 국경까지 이동하는 시간 등을 고려해야 한다. 비는 잠시 멈췄지만 오늘은 비와 눈까지 내리는 일기예보다. "가자.. 계림으로!" 

이동거리

77Km

누적거리

3,437Km

이동시간

6시간 07분

누적시간

229시간


S103성도
S326성도
41Km / 2시간 27분
36Km / 2시간 40분
황산
이시안
치먼현
 
 
652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6시 30분부터 30분 단위로 설정해 놓은 알람 4개의 알람 해지를 하지 못했다는 메시지가 떠있다. 수많은 인파의 행렬 속의 황산 트레킹은 오히려 몸을 더 묵직하게 만들어 놓았다.



9시에 잠에서 깨어 바로 출발을 준비하고 패니어와 짐들을 정리하니 10시가 되어간다. 숙소의 아저씨에게 인사를 하고 숙소를 나선다.



어제 아침을 먹었던 식당은 아직 영업 전이다. 슈퍼에서 콜라 하나만을 집어 들고 길을 출발한다.



흐린 날씨, 따듯한 중국 남부의 날씨를 기대했지만 어쩐 일인지 남쪽으로 향할수록 날씨가 나빠지는 느낌이다. 영상의 기온이지만 비가 내리고 흐린 날씨는 제법 쌀쌀하다.



"자전거를 싣고 가고 싶네."


다음 목적지인 계림(桂林市)까지 1,200km가 넘는 긴 여정이다. 다양한 경로를 놓고 고민을 하다 난창시(南昌市)를 지나가는 패스를 선택한다.



황산으로 오기 위해 산들을 넘고 올라왔으니 오늘은 내리막의 길이 아닐까 싶지만 언제나 예상은 빗나간다.



"출발부터 터널이야."



터널을 빠져나오고 작은 강을 따라 이어지는 산길의 주변은 온통 짙푸른 차밭들이다.



도로변의 오래된 목조 건물이 자전거를 세운다.



"녹광."



오래된 나무 현판에 쓰인 이름으로 보아 차를 파는 곳 같기도 하고, 음식점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과거의 빈관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싶다.


아주 오래된 시간의 냄새가 나는 것 같다.



보성의 녹차밭처럼 잘 정비되고 평탄한 모양은 아니지만 산등성이로 넓게 펼쳐진 불규칙적인 차밭의 모습도 굉장히 매력적이다.



얼룩이의 점박이처럼 예쁘게 자리 잡은 차밭을 지나치며 길을 내려간다.



흐린 날씨에 지붕에 기와를 올리고 있는 부부가 보인다. 사진을 찍고 있으니 손을 흔들어 웃으며 무어라 말을 한다.



황산시로 향하는 G205 도로를 벗어나 S326 성도로 가기 위해 작을 마을 지나친다.



황산을 출발하며 이곳에서 아침 식사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아주 작은 마을에는 식당이 보이질 않는다.



철물점의 낡은 소파에 앉아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하늘을 바라본다.


"뭔가 춥고 배고픈 하루가 될 것 같아. 불길해!"



S326 성도로 이어지는 작은 소도로에 들어선다. 14km 정도의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소도의 상태가 어떨지는 모르겠다. 비포장의 흙길만 아니면 괜찮을 텐데.





도로에 대한 약간의 걱정과는 달리 길은 나쁘지 않게 이어지고.



작고 조용한 강줄기를 따라 이어진다.




13시 반, S326 성도에 들어서고.



30km 정도가 남은 치먼현에서 오늘의 라이딩을 정리하기로 한다.



"날씨가 왜 이러는 걸까?"



"배고프다."



작은 면사무소처럼 생긴 건물의 벽보가 재미있다.



"그래 신시대인데 벽보는 왜 구시대의 스타일이야?"



"오늘도 너는 엉망이구나."



비에 젖고 약간의 허기짐으로 페달링의 속도가 느려져 가고, 중국 시골 동네의 한적한 풍경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온 느낌이다.




2시, 치먼현의 경계에 들어서고.



길게 이어지는 멋진 가로수길을 달린다.



중국 도로의 가로수들은 정말 마음에 드는 포인트들 중에 하나다.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산골의 집들과는 다른 집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화장실을 이용하고, 아직도 사지 못한 휘발유에 물어보기 위해 도로변의 주유소로 들어간다.



"일단 급한 것부터."




"..."


악명 높은 중국 화장실에 대해 모르는 바도 아니지만 뭔가 어색하고 이상하고 그렇다. 소심하게 작은 것만 해결하고 바로 나온다.



빈관들이 모여있는 도로변의 목적지를 향하여 느린 속도로 길을 따라간다.



한 시간여를 달려 치먼현의 중심에 도착한다.


"완전히 젖었어."



첫 번째 커다란 주점에 들어가 가격을 물어보니 너무 비싸다. 지방에 있는 숙박 시설들이 도시보다 더 비싼 것처럼 중국도 비슷한 모양이다.


작은 빈관들을 찾아 나선다. 한국이라면 숙박비에 맞춰 알맞은 숙소에 들어가면 그만이지만, 중국에서는 외국인의 숙박에 대해 주숙등록이라는 신고를 해야 한다.


어려움은 숙박업소마다 주숙등록이 가능한 곳과 불가능한 곳이 있다는 것이다. 숙소에 들어가면 우선 '얼마예요?'가 아닌 '한국인인데, 잠을 잘 수 있나요?'를 먼저 물어봐야 한다.



작은 빈관에 들어가 주숙등록이 가능한지를 물으니 인상 좋은 아주머니가 긍정의 제스처를 한다. 도시의 주점들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지 않은 빈관의 요금이지만 이 지역의 시세라고 생각하고 만다.


"자전거를 보관할 곳이 없어요?"


아주머니는 밖에 세워둔 자전거를 보더니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듯이 빙긋 웃고는 아저씨를 부르더니 빈관 옆에 있는 창고를 열어준다.



"일단 너부터 좀 씻자."



관절락으로 잠가두려고 하니 모래 같은 것들이 열쇠구멍으로 들어갔는지 키가 들어가지를 않는다.


"둥이가 선물 한 아이템인데. 문제네."


열쇠를 들고 고민을 하고 있으니 아저씨는 셔터를 내리는 동작을 하며 자물쇠를 잠그지 않아도 괜찮다며 웃는다.



아주머니가 내어준 따듯한 차를 마시며 몸을 녹이고 있으니 빈관으로 제복을 입은 경찰들이 찾아온다.


"잉?"


여권을 들고 한국인인지를 묻고는 빈관의 컴퓨터에 앉아 뭔가 토론을 하는 모양새다. 주숙등록을 온라인으로 등록하는 모양인데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는 아주머니가 경찰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 같다.



간단히 샤워를 하고 빈관 옆에 있는 식당으로 들어간다.


"밥 먹을 수 있어요?"


식당의 젊은 여자는 나를 데리고 입구에 있는 커다란 냉장고로 가서 재료들을 가리키며 중국어로 설명을 한다.


"어? 고르라고?"



식당에는 메뉴판이 없고 냉장고에서 식재료를 선택한 후 음식을 주문하는 시스템인가 보다.



"눈으로 보니 편하기는 한데. 이것으로 어떤 요리가 되는지 알 수가 있나."



"뭐가 많기는 한데. 이 난감함은 뭐라지?"





"이게 더 끌리는데."




정확히 어떤 요리가 나오는지는 모르겠지만 버섯이라는 설명에 메뉴를 고르고.



테이블에 앉아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주변을 둘러보고 있으니 테이블에 앉아있던 할머니 한 분이 다가와 말을 건넨다.


할머니는 한국에서 자전거를 타고 왔다는 대답에 태우고 있던 담배 한 개비를 꺼내어 건네준다.



한참 후에 주문한 음식이 나온다.



커다란 냄비 가득 검은 버섯이 가득 들어가 있는 오묘한 색깔의 전골 요리다.



"닭고기 버섯전골이네."



말린 버섯의 식감이 좋고 국물은 부드럽다.




"버섯이 그냥 가득하네."



뻣뻣한 닭고기보다 쫄깃한 식감의 버섯이 너무나 맛이 좋다. 세 공기의 밥을 비우고.



식사가 끝나고 녹차로 입가심을 하고 빈관으로 돌아온다.



"안녕. 네가 처음 보는 한국인이야."



패니어들과 비에 젖은 옷들을 세탁하고 난방기 근처에 걸어놓는다.



겨울철의 추위를 걱정하며 결정한 중국 남부로의 여행은 생각지 못한 흐린 날씨의 연속이다.


"추울까봐 남쪽으로 내려왔더니 비가 내리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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