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57일 / 맑음 ・ 23 도
베이징 자금성
휴식 이틀째, 천안문 광장으로 나가 자금성을 관광할 것이다.

이동거리
15Km
누적거리
7,076Km
이동시간
4시간 37분
누적시간
495시간

천안문
신무문
11Km / 4시간 07분
4Km / 30분
숙소
자금성
숙소
 
 
4,327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아침 9시, 부시시 일어나 쪼리를 끌며 밖으로 나온다. 따듯한 햇볕이 아파트 단지 사이로 내려앉아 봄날의 기분 좋은 아침을 안겨준다. 광합성을 하는 식물들처럼 햇볕을 쬐며 멍하니 앉아 있으니 이유 모를 편안함이 찾아든다.

"아, 편안해."

어제 저녁 숙소로 돌아가던 길에 보아두었던 미용실은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숙소로 돌아가 잠시 뒹굴거리다 10시 30분에 다시 들리니 어젯밤 친절하게 웃던 아주머니가 들어오라며 손짓을 한다. 헤어컷을 하는 자리와 샴푸를 하는 자리가 하나씩 놓인 작은 가게.

딱히 우리의 미용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실내와 미장원의 냄새, 약간 이용원과 미장원이 섞여 있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잠시 자리에 앉아 길게 자란 구레나룻을 가리키며 여행 중인데 머리카락이 많이 자랐다 제스처를 하니 느낌으로 알아듣는다. 어떻게 잘라주면 되는지 묻길래 앞머리카락을 내려 눈썹 위 정도에 손가락으로 집었더니 알았다고 한다.

"수염도 잘랐는데 머리도 잘라야지."

가위로 머리숱을 정리하고, 전기 헤어커터로 머리카락의 길이를 맞추고 정리한다. 미용기술은 모두가 똑같은가 보다.

구레나룻을 전기 헤어커터로 깨끗하게 정리해 주고 다시 한번 이용원에서 쓰는 면도기로 깔끔하게 정리를 해준다. 깔끔하게 샴푸도 해주고 헤어드라이기를 가리키며 말려준다는 것을 다른 손님이 기다리고 있어 괜찮다고 한다.

딱히 앞머리의 길이 정도만을 얘기했는데 머리 스타일을 보고 한국에서와 차이 없이 자연스럽게 헤어컷을 해준다. 20위안을 내고 감사의 인사를 한 후 식당으로 간다.

"다시 이뻐졌네. 감사합니다."

중국 전체에서 실행되는 것인지 이 미용실에서만 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75세 노인의 이발이 무료라는 안내판이 붙어있다. 중국을 여행하며 중국의 미용실에는 남자 미용사가 많다는 것과 도로변이나 마을 앞 길가에서 이발을 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알았지만.

식당으로 들어가 골라 먹는 3가지 메뉴로 아침 식사를 하고.

자금성으로 가는 버스를 탄다.

2위안의 중국 버스, 정말 공공요금이 저렴하다.

자금성 부근의 정류장에 내려 대로변에 있는 첫 번째 검문소를 통과한다.

등소평의 커다란 초상화가 걸려있는 처 번째 천안문(天安門)을 지나고.

두 번째 단문(端門)을 지나.

넓은 광장에 사람들의 움직임이 북적인다.

"중국에서 그것도 자금성에서 이 정도의 관광객이면 없는 거나 다름없지."

자금성으로 들어가는 출입구로 사용되는 세 번째 오문(午門)의 모습이 보인다. 입장권을 사기 위해 오문의 주변을 둘러보고.

사람들이 모여있는 측면의 매표소로 갔지만 그곳은 중산공원으로 들어가는 매표소다.

다시 정면의 광장으로 돌아와 측면에 있는 자금성의 매표소를 발견한다.

여권과 입장료를 주고 간단하게 입장권을 받는다.

복잡했던 다른 관광지들의 여행 상품과 달리 자금성 관람의 단일 입장권만을 팔고 있으니 심플하고 편하다.

자금성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이 다시 신분증 같은 것을 제출하고 입장을 한다.

여권을 보여주고 오문(午門)으로 들어간다.

다시 엑스레이 검문소에서 소지품을 검열하고, 패니어에 들어있던 맥가이버칼 때문에 작은 문제가 발생한다.

검열을 하던 여자 검열관이 다가와 뭔가를 말하더니 패니어를 헤집으며 떠들어댄다. 너무나 무례하고 황당한 행동이 당황스럽고 어이가 없어서 쳐다보니 맥가이버칼을 집어 들고 다시 중국어로 쉴 새 없이 떠들어댄다.

"What are you doing? I'm Korean. what's the problem?"

무례하게 미친 사람처럼 떠들며 맥가이버칼을 흔들어대던 여자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할 말을 잃은 사람처럼 계면쩍은 얼굴로 쳐다보고 있다.

"워 쓰 한궈렌!"

여행으로 인해 조금 추레한 복장을 하고 있으니 중국인으로 생각한 모양이다. 여자의 요란스러운 행동으로 주변에 있던 다른 검열관들이 모여들고 자금성 안으로 맥가이버칼을 소지하고 들어갈 수 없다며 시끄럽게 안내를 한다.

영어로 말을 하다 도저히 소통이 안되어 번역기를 들고 자전거 여행자라서 다용도칼이 중요하다고 설명을 하고 양해를 구하니 알아듣는 눈치지만 젊은 남자 검열관은 다용도칼을 들고 자신에게 칼을 주고 가라며 농담을 하듯 빈정거린다.

"죽을래?"

처음 소란을 피우며 일을 벌였던 여자는 자신의 행동이 미안했는지 젊은 남자에게 다용도칼을 돌라주라는 제스처를 하고, 계속되는 여자의 채근에 남자는 못 이기는 척 다용도칼을 돌려준다.

"어이가 없네. 설령 내가 중국인이라 해도 너희들은 중국의 인민들을 어떻게 생각하길래 이 따위 무례한 행동을 하냐?"

아무런 생각 없이 들고 나온 다용도칼 때문에 발생한 소란이지만 만약에 다용도칼을 돌려받지 않았다면 자금성의 관람을 포기하고 다용도칼을 선택했을 것이다.

작은 소란을 뒤로하고 오문(午門)을 지나.

이제는 어린 황제도, 늙은 환관도, 무소불위의 권력자들도 사라지고 헛된 욕망의 흔적처럼 남아있는 자금성으로 걸어간다.

금수교(金水桥)을 넘어.

넓은 광장의 끝에 청동 사자상이 세워진 태화문(太和門)이 보인다.

태화문을 지나 다시 넓은 광장과 함께 태화전(太和殿).

그리고 중화전(中和殿)과 보화전(保和殿).

천하를 얻었을지는 모르겠지만 거대한 감옥처럼 느껴지는 궁궐에서 배설되는 인간의 욕망들을 대면했을 황제의 삶도 그리 행복했을 것 같지 않다.

겹겹으로 높은 성을 쌓고 넓고 넓은 궁궐을 지어 화려한 대리석과 금빛으로 물들였지만 그들은 모두 죽고 누구 하나 남아있지를 않다.

"부질없고 의미 없다. 어쨌든 모두 죽어버렸잖아!"

내 안에 이런 성 하나를 부지런히 쌓아가며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는 모르겠다. 화려하지만 외롭고 공허한, 타인의 시선에 대한 갈망과 두려움 그리고 집착 따위들을 켜켜이 쌓아놓고 부질없는 덧칠만을 반복하는 의미 없는 껍데기 같은 것을 말이다.

의미 모를 자금성의 관람을 포기하고 중화전의 외부 벤치에 앉아 봄날의 시간을 보낸다. 그저 따듯하게 느껴지는 봄날의 기운과 바람만이 좋다.

후궁으로 들어가는 건청문(乾淸門)을 지나 건청궁(乾淸宮).

후궁을 지나 후원의 어화원(御花園).

자금성의 북문인 신무문(神武門)으로 자금성을 빠져나온다.

너무나 넓은 자금성을 하루 만에 구경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것 같다.

신무문을 빠져나와 다시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간다. 베이징의 버스에는 보안요원 같은 건장한 남자들이 동승하고 있는데 승객들을 대하는 거만하고 위압적인 행동들이 꼴 보기 싫다.

숙소로 돌아와 식당에서 샌드위치와 같은 것들을 포장하고.

침대에 쓰러진다.

"오늘은 일찍 잠들어야 해. 그래야 내일이 빨리 오지!"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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