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7일 / 비 ・ 8도

난청현-펑청시-장수시

여행의 자료들을 정리하느라 2시가 넘어서야 잠이 든다. 비가 내리는 탓에 라이딩 속도가 느려지고 체력이 소진되다 보니 정리해야 할 것들이 쌓여만 간다. 오늘은 80Km 정도만 라이딩을 하고 여행 자료들을 정리해야겠다. 

이동거리

76Km

누적거리

3,853Km

이동시간

5시간 17분

누적시간

285시간


G105국도
G105국도
52Km / 3시간 30분
24Km / 1시간 47분
난창현
펑청시
장수시
 
 
1,104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새벽에 잠든 탓인지 아침의 컨디션이 묵직하다. 하늘을 보니 오늘도 틀렸나 싶은 것이 마음을 비우고 시작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로울 것 같다.


9시 반, 짐들을 정리하고 오늘의 길을 출발한다. 오늘의 목적지는 80km 정도 떨어진 도시 장수시다.


어제 봐두었던 G105 도로를 따라 장수시까지 이어가는 심플한 경로다.



G302 도로와 나누어지는 인터체인지를 지나고.



이곳의 겨울은 따듯한 기온 탓인지, 겨울에서 습기가 많은 날씨 탓인지 2월이라는 계절과 어울리지 않게 짙푸르고 싱그럽다.



도로변의 작은 슈퍼마켓에서 간식거리를 골라 담고 잠시 쉬어간다.



"저리 가 녀석아."



"이제 없어. 다 떨어졌어."



슈퍼마켓의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며 먹을 것을 강요하는 강아지와 시간을 보내고 길을 이어간다.



"유채꽃일까?"


어제 재미있는 구조의 집에서 보았던 유채꽃 같은 노란 배추꽃의 색감이 좋다.



"이게 동물복지는 아닐 텐데."


넓은 웅덩이를 차지하고 있는 오리들은 자유로워 보이지만 역한 냄새가 주변에 진동을 한다.



2시간의 라이딩으로 펑청시의 경계에 들어선다. 중국의 행정구역은 시(市), 현(县), 镇(전), 乡(향), 村(촌)으로 구분되는 것 같은데, 워낙 인구가 많아서인지 수없이 많은 작은 시(市)의 규모도 우리의 도시에 비해 커 보인다.



길을 따라가다 오성홍기가 걸린 붉은 건물에서 요란한 폭죽이 터진다.


"춘절이 아직도 끝나지 않은 거야?"



마당 한편에 꽃장식이 달린 승용차를 발견하고 결혼식장임을 깨닫는다.


"구경가자."



"설마 중국의 결혼식장은 아닐 테고."



마을 회관처럼 보이는 건물로 천천히 걸어들어 간다.



신혼부부가 타고 갈 꽃장식의 세단도 보이고.




빠질 수 없는 붉은 초.




그리고 체육관처럼 높고 넓은 공간의 안쪽에는 결혼 음식을 먹고 있는 하객들이 보인다.



"이번에도 신혼부부의 모습은 볼 수가 없네."



"실패!"



"인마! 거기서 오줌을 싸면 어떡해."



아쉬운 결혼식장을 나온 도로에는 차량들이 정체가 된다. 중국 도로의 차량 흐름을 보면 딱히 정체가 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고, 도로가 막히는 것은 공사 구간이거나 교통사고 둘 중에 하나다.



"박았네!"



"렉서스가 폭스바겐을 추돌한 거야."



"렉카인가?"



사고 현장은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이지만 뭔가 조용한 느낌이다.



"유치원도 비슷하고."



"이 빨간 풍선은 생일 풍선?"



어린아이의 생일잔치를 한 모양이다.


"햄버거, 케이크.. 가정집의 제단.. 뭔가 재미있고 이상한 조합들이야."





펑청시의 외곽의 분위기는 마치 우리의 한우촌과 같은 분위기다. 도로변의 양쪽으로 들어선 정육점에는 크고 작은 소고기의 부위들이 걸려있다. 소가 특산물인 지역인가 보다.






도로를 따라가며 소고기를 파는 식당들을 살펴보고 저렴해 보이는 식당 앞에 자전거를 세운다.


"아니 먹어보고 갈 수는 없다."



주방에서는 남자 요리사들의 움직임이 바쁘고, 자전거를 기대어 놓고 식당으로 들어간다.


"워 커이 취판 마?"


1층의 테이블은 비어있는 자리가 몇몇 있지만 서빙을 하는 여자의 움직임은 너무나 바쁘다. 다시 한번 식사가 가능한지 물어도 쟁반을 들고 왔다 갔다 하느라 바쁜 여자는 거들떠보지를 않는다. 밥 먹는 제스처를 하며 바쁜 여자의 눈을 마주치며 물어보니 점심시간이라 너무 바빠서 불가능하다는 답변과 제스처를 한다.


"에쉬, 똥!"



소고기를 먹지 못한 허탈함에 조용했던 출출함이 급속하게 느껴진다. 펑청시를 가로지르며 적당한 음식점을 찾아보지만 넓은 도로변에는 마땅한 음식점들이 보이질 않는다.


도로변에서 작은 파인애플을 트럭에 싣고 팔고 있는 노점 앞에 자전거를 세운다.



"뚸샤오 치엔?"


"얼쓰!"


중국 식당의 한 끼 밥값이지만 출출함을 달래기 위해 파인애플을 사 먹어 본다.



능숙하게 나선형으로 파인애플의 껍질을 깎고.



시큼한 과즙의 맛이 상큼하고 좋다.



"헌 하오!"


파인애플 트럭에 서성이는 중국인에게 파인애플이 '정말 맛있다'며 엄치를 치켜세워 평가를 하니 아저씨도 엄치를 치켜세운다.


"헌 뚜오..."


많이 팔라는 덕담을 하고 떠나려니 '팔다'라는 중국어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헌 뚜어'의 말과 파인애플을 만지작거리는 손님을 가리키며 팔라는 제스처로 대신한다.


"팔 매(賣)자를 쓰나?"




펑청시를 벗어난 도로는 공사 구간으로 변한다. 임시 도로로 안내하는 공사용 펜스를 따라 길을 이어가니 이윽고 파헤쳐져 있는 흙길이 나온다.



내리는 비로 젖어있는 흙길은 엉망진창이다. 이리저리 상태가 괜찮은 곳을 따라가며 길을 이어가도 의미가 없다.



20여 분의 라이딩으로 자전거도 몸도 엉망으로 지쳐버리고.


"아니 얘들아, 공사는 반반으로 하면 안 될까."




진흙탕 길의 공사구간을 겨우 벗어나고 너덜해지기 일보 직전인 나와는 상관없이 마을의 들밭에 핀 노란색 배추꽃은 싱그럽기만 하다.



힘들게 들어선 마을은 폐광촌처럼 어둡고 음침하다. 사람의 인기척도 찾아보기 힘든 활기를 읽어버린 동네처럼 보인다.



"이 동네는 뭐지? 완전히 길을 잘못 들어왔네."



어두운 동네를 벗어나 빠르게 G105 도로로 돌아가기 위해 내비게이션을 계속 확인하며 길을 따라가던 중 결혼식의 빨간 풍선이 놓인 집을 지나친다.



"애기, 애기 하네."


중국은 결혼 연령이 빠른 것인지 예복을 차려입은 신혼부부의 얼굴이 앳돼 보인다.



식이 끝난 것을 아쉬워하며 주변을 둘러보고 있으니 중년의 남자가 말을 걸어온다.


"어디서 왔어?"


"한국에서 왔어요."


자전거와 나를 번갈아 보며 중국어로 무언가를 말하던 남자는 담배 하나를 꺼내어 건네준다. 중국 사람들은 이유 없이 담배를 꺼내어 선물을 한다.


"담배 인심이 좋은 나라군."


결혼식을 한 부부의 부모처럼 느껴지는 남자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지만 '취판'이라는 단어들이 들어간 말들을 하며 문이 열린 집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아 밥을 먹고 가라는 제스처인가 싶다.


장수시로 향하는 길이라 밥을 먹으며 시간을 보낼 여유는 없고, 잠시 잔칫집의 분위기를 살펴보기 위해 안으로 들어간다.



"일반적인 가정집의 1층이고."



거실의 한편에서 열심히 마작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놀라며 쳐다본다.


"왜 놀래?"


일반적으로 중국인들은 낯선 외지인을 처음 대할 때 무심한 듯 엿보며 경계의 시선과 몸짓을 취하는가 싶다. 중국 영화에서 많이 보이는 장면인데 그릇을 들고 밥을 먹으면서 좌우로 시선을 돌리며 주변의 사람들을 경계하는 몸짓과 비슷한 느낌이다.


물론 대화가 섞이기 시작하면 세상없이 호방하고 과장된 목소리와 몸짓이 친근한 사람들이다.


"나 무림의 고수 아냐. 놀라지 마!"



중년 남자의 호의에 감사를 표하고 장수시를 향해서 출발한다.




조금씩 측면으로 가까워지던 G105 도로와 어떻게 이어질지 궁금했는데 작은 굴다리를 지나 도로에 오르자.


"느닷없다."


갑작스럽게 변한 도로변의 풍경이 어두운 마을을 지나쳐온 탓인지 놀랍도록 생경하게 느껴진다.



풍성한 가로수길을 달려 장수시의 시내로 들어간다.



오래된 철로를 지나치자 길게 뻗은 대로를 따라 장수시의 풍경이 펼쳐진다.




"중국의 도시는 항상 활기차구나."


빌딩이 들어서 있고 많은 차량들이 바쁘게 돌아다니는 환경은 한국의 도시와 별반 다르지 않지만 중국 지방 도시의 느낌은 회색빛의 무미건조함보다는 생동감이 느껴진다.



"오늘도 완전히 젖어버렸다."



시내 중심으로 들어갈수록 교통은 혼잡해지고, 회전 교차로에 있는 중국 프랜차이즈 주점인 OYO 주점으로 들어간다.



어제 주숙등록이 안된다며 나와야 했던 OYO 주점이라 조심스럽게 주숙등록이 되는지를 묻자 여자 직원은 흔쾌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아마도 OYO는 직영점과 프랜차이즈 네임만을 사용하는 지점이 따로 있는 모양이다.


약간의 영어가 되는 직원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법도 능숙하여 체크인을 하는 과정이 조금은 수월하다.


"자전거를 세차해야 하는데."


여자는 자전거를 살펴보더니 중년의 남자를 불러오고, 친절한 얼굴의 아저씨는 비에 젖은 모습을 쳐다보며 뭔가 서두르는 모습이다. 비에 젖고 모래로 엉망이 된 자전거를 끌고 넓은 리셉션을 지나가게 되어 더럽혀진 바닥을 가리키자 괜찮다며 손을 가로젓는다.


아저씨는 주점 안마당의 수도가를 안내하고 빨리 씻고 방으로 올라가라며 세숫대야를 가져온다.


"춥다. 빨리 씻고 올라가서 쉬어라."


따듯한 녹차 한 잔을 가져다주며 한국에서 왔다며 사람들에게 나를 소개한다.



숙소를 찾아 밤거리를 헤맨 어제의 경험과 전혀 다른 로또를 맞은 기분이 상쾌하고 좋다.



"에잇!"



세숫대야로 자전거에 묻은 흙먼지들을 씻어내고.



아저씨의 도움을 받아 방으로 올라온다.



샤워와 빨래를 하고 옷들을 난방기에 걸어놓은 후 밥을 먹기 위해 밖으로 나간다.



가로수가 울창한 호텔 주변의 작은 골목들을 구경하고 여러 식당 중 그림 메뉴판이 걸려있는 식당으로 들어간다. 인상좋은 중년의 아주머니가 반갑게 맞이한다.



친절하고 살가운 아주머니와 농담을 하며 메뉴를 고르고.


"워 헌 어!"



아주머니는 배고프다며 조르는 모습에 재미있다는 듯이 웃으며 뜨거운 물과 식기들을 내어준다.


"이건 배웠지!"



주문한 음식이 나오는 동안 식당을 구경한다.




한참 후 매콤하게 조리가 된 고기 메뉴가 나온다.


"역시 고기지. 늘 고기지만 이거 하나면 충분해!"


양이 조금 적다는 생각이 들지만 지금까지 먹은 비슷한 고기메뉴들에 비해 음식맛이 좋아서 만족한다. 중국에 처음 들어와 푸동 공항의 호텔 주변에서 먹었던 같은 메뉴의 음식은 정말 맛이 형편없었나 싶다.


"대충 이런 맛의 요리군."



"빠이 판?"


생뚱맞게 고기 메뉴만이 놓인 테이블을 가리키며 밥을 달라고 하자 생맥주통 같은 냄비에 밥이 나온다.


"오호. 정말 마음에 든다."


중국의 쌀밥은 이상하게 배가 금방 꺼지는 기분인데, 커다란 밥통에 밥이 나오니 부자가 된 기분이다. 밥그릇에 밥을 덜어 먹으니 4~5 공기쯤 되는 양이다.


고기가 약간 모자란 감이 있지만 배가 부르게 저녁을 해결하고 나니 세상이 평화롭다.


"워 헌 하오 취."


친절한 식당의 아주머니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부른 배를 튕기며 숙소로 돌아온다.



편안한 숙소에서 자료를 정리하면 시간을 보낸다. 나른한 피곤함이 밀려든다.


"가도 가도 계림은 가까워지지가 않는구나."





Trak 정보


GPS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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