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48일 / 맑음 ・ 24도
정저우시-신샹현
황하강을 넘어 베이징를 향해 출발한다. 750km의 거리, 라이딩과 관광을 조율하며 천천히 달려보자.


이동거리
81Km
누적거리
6,389Km
이동시간
5시간 25분
누적시간
447시간

 
G107도로
 
G107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정저우시
 
황하강
 
신샹시
 
 
3,604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86-1173-0089

 
주숙등록을 하지 않은 숙소에서 아무런 문제 없이 하룻밤을 보내고 아침 일찍 숙소를 나온다.

오토바이에 둘러싸인 자전거는 먹다 남은 짝퉁 콜라까지 그대로 놓여있다.

황하를 넘어 75km 거리에 있는 신샹현까지 갈 생각이다.

"일찍 쉬면서 밀린 자료를 정리하고 빨래를 해야지."

언제나 중국의 도심 가로수는 너무나 마음에 들고, 엄청나게 몰려다니는 오토바이는 징그럽다.

정저우시부터 도심의 건널목에 오토바이 교통을 통제하는 사람들이 신호등마다 배치되어 있다.

정저우 이칠광장 기념관(二七广场-郑州二七纪念馆)에서 9시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린다.

이칠광장을 지나 시내를 벗어나기 위해 길을 이어간다. 큰 플라타너스 길이 너무나 아름답다.

"이런 길을 메뚜기떼 같은 오토바이들과 신경전을 하며 뒤통수만 쳐다보고 가야 하다니."

허난성의 중심지답게 정저우 시내를 빠져나오는데 1시간이 넘게 소요된다.

인도와 주차장에 늘어서 있는 오토바이를 보면 징그럽다 싶으면서도 만약 중국의 교통수단으로 오토바이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생각하니 끔찍하다.

"그래도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앞만 보고 달리는 모습은 바보스럽고 웃기다. 그리고 양보들 좀 해!"

한적해진 국도를 달리다 배가 출출해질 즘 황하강을 넘는 징저우황하공로대교(郑州黄河公路大桥)에 도착한다.

하늘을 찌를 듯 높게 세워진 대교탑을 보며 황하에 대한 기대감에 마음이 두근거린다.

강을 더 자세히 바라보기 위해 높은 경계턱 위로 자전거를 올려 인도를 따라갈 준비를 하고.

"자, 보여줘! 마음의 준비가 됐어."

턱이 높은 좁은 인도를 조심스럽게 따라가는데 황하 강변 모습이 황량하다.

"뭐, 이런 모습이야?"

사기당한 기분으로 도로로 다시 내려와 강물이 흐르는 곳까지 이동한다.

넓고 두꺼운 황토 퇴적층을 뚫고 천천히 흘러가는 누런 흙탕물의 황하.

"넓기는 한데, 가뭄인가? 유수량이 웅장하지가 않네."

잠시 서서 황하를 바라본다.

"근데, 이거 황사야? 미세먼지야?"

황하의 풍경보다 지독하게 희뿌연 하늘이 더 놀랍다.

무려 5.5km에 이르는 황하대교를 넘는 동안 황하의 강줄기는 1/5도 되지 않고, 마른 흙바닥만을 드러내고 있다.

"어쨌든 강물이 모두 차면 어마어마하겠다."

깊은 계곡의 상류나 넓은 하류가 아니라서 그런지 아주 싱겁고 싱겁게 황하를 넘어선다.

황하대교를 넘어 길 건너로 보이는 노점시장을 둘러보기 위해 들어간다. 중국은 도시의 초입에 언제나 노점 시장이 열려있다.

"딱 10분만 구경하고 가자, 길거리 식당이 있으면 좋은데."

시장의 끝까지 들어갔지만 특별한 볼거리는 없고, 조금 낡고 오래된 느낌의 분위기다.

우선 밀빵을 2위안 두 개 사고.

"오, 저번 것보다 두툼한데."

빵을 사고 있는데 뒤에서 중학생 또래의 남자애가 머리가 산발이 된 채 태극기를 만지며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웃고 있다.

호기심 가득한 웃는 얼굴을 난 너무 좋아한다.

"어디 출신이냐?"

한국인이라 말하니 마치 연예인을 만난 듯 환한 미소를 보인다.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는 녀석에게 시크하게 안녕의 인사를 하고 떠난다.

"브로, 남자는 쿨해야 해!"

오는 길에 봐둔 튀김집으로 가서 손바닥만 한 만두를 두 개 산다.

밀빵과 만두, 4위안의 점심 쇼핑을 마치고 비닐봉지 두 개를 핸들바에 매달고 시장의 초입으로 되돌아 나온다.

"디져트?"

망고와 수박, 오렌지 등을 파는 과일 가게에서 잠시 망설이다 포기한다.

흙먼지가 흩날리는 도로변에서 밥을 먹을 수는 없고, 조금 이동하여 주유소에 적당한 자리를 잡는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중국은 흔하게 그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사진이 걸려있다. 아침, 저녁으로 가게 앞이나 공터에 모여 구호 같은 것을 외치기도 하고, 광고물을 들고 거리를 단체로 걷기도 한다.

"구호만 외치지 말고, 환하게 웃어봐!"

손바닥만 한 만두를 크게 한 입, 바삭하게 구워지지 않았지만 제법 먹을만하다. 두 개를 먹고 나니 밀빵에 대한 식욕이 사라진다.

"170원 이라.."

베이징을 안내하는 이정표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수로를 따라 이어지는 멋진 도로를 달린다.

조금씩 신샹현의 모습이 나타나고.

도심으로 들어갈수록 하나, 둘 늘어나는 오토바이 부대들.

2시가 되기 전에 신샹시에 도착한다. 어제 150km 가까이 달리다 보니 75km는 그냥 휙 지나온 느낌이다.

신샹시 공원에서 트립닷컴으로 숙소를 검색한다.

"오늘은 편하게 가자. 3성급!"

조식을 제공하는 숙소를 선택하고 예약은 하지 않고 숙소로 이동한다.

숙소 근처에서 조그마한 전기차를 주차하느라 길을 막고 요리조리 애만 쓰는 차량을 한참 서서 기다리고.

"가로로 넣어도 되겠는데."

첫 번째 도착한 3성급 주점은 방이 없다고 한다.

"중국은 건물은 엄청 큰데, 왜 방 한 칸이 없는 거야?"

두 번째 숙소를 검색하고 이번에는 예약 결제를 마친 후 숙소로 찾아간다. 오늘도 느낌이 이상한 날이다.

바깥쪽의 오토바이를 한 번쯤 건드려 넘어뜨리면 재미있을 것 같은 오토바이 주차장을 지나.

멋들어진 신들의 석상이 세워진 광장을 지난다.

"정말 석상 하나는 예술로 만든다!"

두 번째로 도착한 숙소의 앞이 도로 공사 중이고 계단이 무려 다섯 개나 된다.

계단 앞에서 잠시 한숨을 쉬고 있으니 옆에 있던 할아버지가 무언가 자꾸 말을 한다.

"틴부동, 한궈렌. 부훠이쑤어 중웬."

아무리 말해도 계속 참견이다. 핸드폰으로 번역기를 줘도 발음이 안 좋아 오번역만 계속된다.

무시하고 건물로 들어가니 숙소가 2층에 있다.

"젠장, 오늘도 만만치 않겠다."

그럴싸한 숙소에 들어가 체크인을 하고, 밖에 두었던 자전거를 끌고 들어와 복잡하게 구성된 내부 계단들을 어렵게 오르내리고 방 안에 자전거를 넣어둔다.

"내일 아침에 나갈 때는 또 어떻게 하나. 일단 씻자. 쫓겨날지도 모르니."

일단 샤워만을 하고 간단히 밥을 먹으러 나가며 프런트에 와이파이 사용법을 문의하기 위해 들린다.

가끔씩 중국 숙소의 와이파이는 핸드폰 번호를 요구하고 인증을 받은 후 사용하는 것들이 있다.

"혹시, 온라인 업체에서 전화가 왔나요?"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부커이 수이지아오?"

오늘도 여지없이 험난한 숙소 찾기가 시작된 느낌이다. 트립닷컴의 채팅상담으로 문제를 알린 후 다음으로 예약할 숙소를 알려주고 숙박이 되는지 먼저 확인한다.

일찍 도착하여 시간이 여유롭고, 며칠째 반복되는 일이라 짜증을 내는 것조차 아깝다.

"여긴 취소됐다."

숙박 취소를 확인하고 세 번째 숙소를 예약하고 있으니 지금껏 친절했던 여직원이 무전기 연락을 받은 후 보증금에서 청소비를 청구하겠다고 한다..

"샤워로 수건을 사용했고 방이 더러워졌다. 30위안의 청소비를 내야 한다."

"노!"

단호하게 여직원에게 말했더니 불만스러운 얼굴로 비용을 받지 않겠다고 한다.

확실하게 하기 위해 트립닷컴에 총소비용의 요구를 알려주니 프런트의 여직원과 전화 통화를 한다.

"따로 샤워 요금을 받지 않겠다는 답변 받았습니다."

국내에서 여행할 때도 가능하면 최대한 깨끗하게 숙소를 이용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불결한 느낌으로 사용을 기피하는 것이 아니라 쓸데없이 타인에게 피해 주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 탓이다.

중국의 형편없는 숙소를 다니면서도 한국 사람이나 자전거 여행자에 대한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웬만한 것에 대해서는 웃고 넘어가려고 노력한다.

중국을 여행하며 자전거를 씻어낸 흙들로 샤워실이 더럽혀지면 깨끗하게 청소까지 해가며 다녔기에 80~150위안 숙소들의 청소 상태까지 낱낱이 잘 알고 있는 터이다.

짐도 풀지 않고 낡은 샤워타월 한 장과 허접한 칫솔세트를 사용한 것이 전부인데 방을 더럽혔다는 안내에 열이 살짝 올라온다.

"똥도 안 싸고 침대에 엉덩이도 못 붙였다."

자전거와 짐들을 챙겨 낑낑거리며 계단을 오르고 보증금을 되돌려 받으려고 하니 고객센터와 통화를 했는지 다시 내게 묻는다.

"노!"

"방이 더러워져서 청소 언니가 10위안이라도 받아야 한다고 한다."

"처음부터 10위안을 달라고 하지 그랬어. 노!"

무난하게 숙박은 못하게 됐지만 감사의 인사를 하고 떠나려던 마음마저 한순간 사라져 버리고 평상시의 화난 표정으로 변해버린다.

프런트의 여직원은 무전을 한 번 더 하더니 재차 10위안을 요구한다.

"욕하기 전에 그만해라. 노!"

트립닷컴에 다시 연락을 취하고 나지막하게 짧은 대답은 하니 여직원은 청소 비용을 포기하고 여권과 100위안 보증금을 돌려준다.

찬바람을 일으키며 숙소를 나와 숙소의 입구 계단에 서서 잠시 화를 다스리고 있으니 조금 전의 할아버지가 다시 참견을 한다.

"쫌, 그만해!"

약간 소리를 높여 말했더니 함께 있던 할머니가 할아버지에게 뭔가를 말하고 노부부는 아무런 말 없이 뒤돌아간다.

'한궈렌, 틴부동' 같은 말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보아 할머니가 할아버지에게 못 알아들으니 그만하라는 말을 하는 것 같다.

엿 같은 기분으로 4km나 떨어진 세 번째 숙소로 이동하는데 트립닷컴에서 연락이 온다.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호텔에 연락하여 확인하니 샤워비용을 요청하는 것이 아니고 고객님께서 방금 호텔방을 지저분하게 만들어서 청소비용을 요청하는 겁니다. 지금 고객님께 아무 비용을 청구하지 않고 고객님께서 가셨다고 합니다."

"숙소도 근본이 없지만, 트립닷컴 너도 틀렸어!"

결제가 이루어지고 체크인이 된 상태에서 숙소의 업무 착오로 발생된 사항이라면 먼저 '불편을 드려서 죄송하다' 양해의 안내가 먼저이고, 설령 형편없는 중국의 시스템은 이해하며 넘어간다 하더라도 한국의 트립닷컴은 주숙등록 불가에 의한 투숙거부의 클레임에 대해 안내를 하고 보완을 해야 하는 것이다.

설령 방이 더럽혀졌다 하더라도 트립닷컴 불완전한 시스템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를 사용자에게 돌리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근본적인 문제의 원인은 외국인 숙박에 한해 주숙등록이라는 불편함을 갖은 중국의 숙박업체와 그런 중국의 숙박업체들과 제휴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트립닷컴의 불완전한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것이지 소비자가 한국인이고 서비스 제공지가 중국이라는 것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그만하자. 트립닷컴에 취직할 것도 아니고."

아무리 가난한 여행자이고 긴 여정이 남아있지만 중국의 남은 일정 동안 이런 것을 더 경험하고 싶지 않다. 숙소를 찾는 시간이 아깝고 형편없는 중국의 서비스 마인드를 더는 대면하고 싶지가 않다.

"시간과 마음이 돈보다 더 중요해. 그것이 가치야!"

살랑이는 바람과 따스한 햇살에 기분을 식히며 세 번째 숙소에 도착한다.

30,000원 숙박료의 주점, 친절하게 미소로 시작되는 응대와 안내 그리고 파트별 분장된 업무들이 진행된다.

조식 시간과 무료 제공되는 것들까지 능숙하게 안내를 한다. 역시 서비스는 돈으로 사야 하는 것인가 싶기도 하고 한편으로 씁쓸한 기분도 든다.

자전거를 방안으로 가져가라는 안내를 받고 자전거 앞에서 씁쓸하게 서있으니 여직원이 다가와 방까지 안내를 하겠다며 기다린다.

편하게 쉬라는 인사를 받고 들어선 방을 둘러보고 중국을 여행하며 가장 비싼 숙소에 왔다는 것이 느껴진다.

공기 청정기까지 놓여있고.

"그래, 중국에선 무조건 있어야 해."

깨끗한 침대에.

중국에서 본 가장 큰 TV, 심지어 TV가 켜진다.

샤워실과 화장실이 분리되어 있는데, 샤워실과 화장실을 닫을 수 있는 문이 밀창 방식으로 하나뿐이다.

"두 명이 샤워실과 화장실을 동시에 사용하면 어디를 닫아야 하는 거야?"

한국의 최저가 모텔의 비용 정도인데, 시설은 조금 부족할지 몰라도 전통적 호텔 서비스처럼 응대를 해주니 돈이 뭔지 싶기도 하다.

간단히 요기를 하고 싶은데 주변에 식당이 안 보여서 슈퍼에 들러 콜라와 초콜릿 과자만을 사 온다.

어제 사놓은 맥도널드 햄버거로 저녁을 대신하고.

무료라고 알려준 커피도 오랜만에 마셔본다.

프런트와 룸 사이에 위치한 식당을 둘러보니 그 모양이 제대로다.

"내일 2만원어치 먹어 주겠어!"

중국은 힘들지만 재미있는 나라가 틀림없다. 사는 것이 부족하고 먹는 것이 좋지 않더라도 하물며 먼지 구덩이에서 매일을 살아간다 하더라도 현재의 중국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은 흥미롭고 즐거운 경험이다.

"돈, 돈, 돈."

값싼 자본의 천박함은 한국에도 넘치도록 흔하다. 굳이 중국까지 여행을 와서 대면할 필요가 없는 경험이다.

"지금까지 경험으로도 충분해."



경비내역
식비:4위안 / 식료품:19위안 / 숙박: 30,350원 / 합계:23위안, 30,350원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47일 / 맑음 ・ 20도
셰현-샹청현-위저우시-신정시-정저우시
황하강을 품은 정저우로 향하는 마지막 여정이다. "가자, 황하로!"


이동거리
143Km
누적거리
6,312Km
이동시간
8시간 32분
누적시간
442시간

 
S103도로
 
S103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예현
 
신정시
 
정저우시
 
 
3,527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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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가계에서 시작되어 정저우로 향하던 길이 140km만이 남아있다.

"정저우까지 하루에 달려버릴까."

정저우에 가기 전, 소림사를 구경할까 싶다가 이틀을 보내기엔 별 매력을 못 느낀다.

숙소 조식을 먹기 위해 8시에 식당으로 내려간다. 

"만원어치은 먹어야 한다."

전날 왕푸주점에 비해 빈약하게 느껴지는 메뉴들과 식당의 시설들이다.

"4천원의 차이인가. 왕푸가 이상했던 거야."

"요거 핫 아이템인가?"

약밥처럼 달콤한 맛이 나는 쫀득한 밥.

우선 입가심으로 간단히 일차를 끝내고.

죽순의 식감이 아삭하니 참 좋다.

그리고 본격적인 2차전 돌입. 달콤한 검은 밥은 중국인들이 잘 안 먹나 보다. 유독 그것만 많이 남아있어 전부 가져오고 싶은 마음을 겨우 참는다.

든든하게 아침을 먹고 9시가 넘어 길을 출발한다. 150km를 달려야하지만 날이 좋고 하니 괜스레 여유가 생긴다.

역시나 대도시로 향하는 도로라 길들이 잘생김의 연속이다.

별난 오토바이 사용법들을 보지만 늘 새롭고 기예적이다.

"저게 중심이 잡히나?"

"이것은 자전거 도로입니다."

좋은 도로를 생각 없이 달리다 순간 방심했다. 갑자기 좁은 노점들이 들어선 길로 안내하는 고덕지도다.

넓은 국도를 건너온 뒤라 다시 도로를 건너 가기도 귀찮고 해서 억지 춘향격으로 고덕지도의 안내를 따라간다.

"방심한 놈이 잘못한 놈이지."

역시나 좁고 이상한 골목이 이어지고.

그런데 집들의 대문 위에 붉은 춘련으로 복(福)이나 희(喜), 길(吉) 같은 문구들이 붙어있을 곳에 이상한 문자들이 쓰여있다.

"이건 아랍어 같은데."

어제부터 간간이 보이던 모습 중에 하나가, 연한 핑크색의 보자기를 머리와 얼굴에 둘러쓰고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여자들이 보였다.

흙먼지가 워낙 많이 날리니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혹시 히잡 같은 것이 아닌가 싶다.

"징저우, 무역, 실크로드, 아랍상인..."

연상 단어들이 쭉 머릿속을 스쳐지나 간다. 생각해보니 이곳 사람들 중에 생김새가 조금 이국적인 사람들이 많다.

허름한 골목 사이로 낡은 가게들과 아랍어들이 계속 눈에 보이고.

갑자기 나타난 흥미로운 분위기의 거리에 중국의 관광객들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보이고.

120km를 더 달려야 하는 갈 길 바쁜 자전거를 붙잡는다.

옛 방식의 2층 건물 구조들이 늘어선 거리가 나타난다.

골목길을 오면서 이슬람 모자를 쓴 남자들을 몇 명 지나쳤는데, 초입에 모자를 쓰고 빵을 만드는 남자가 보인다.

싱글싱글 웃으며 이방인 여행객을 친절하게 대해준 남자.

밀가루 반죽에 내용물을 넣고 화덕에 굽는다.

7위안의 빵을 하나 사드니 묻지도 않았는데 빵의 이름을 알려준다.

"里边的, 리비엔더"

남자에게 아랍어를 가리키며 궁금한 것에 대해 물어본다.

"저쓰 썬머?"

처음에는 가게 이름을 말하더니 이내 무엇을 묻는 것인지 이해한 듯 이슬람이라 한다.

"여기가 예전에 무슬림이 살던 곳이야?"

남자가 주방으로 들어간 사이 그의 아내가 머리를 가로저으며 내가 왔던 골목 쪽을 가리킨다.

"중국의 한복판 징저우에 무슬림의 후손들이 사는구나."

세대를 넘어 이어지는 삶의 연속성이 경이롭다 느껴진다.

"하찮고 가볍게만 보이는 삶이란 것이 점점으로 이어져 다시 삶을 만들어 가는구나."

골목을 따라 십이간지로 보이는 조각 기둥들이 세워져 있고.

마치 옛 인사동 골목을 걷는 것처럼 다양한 것들이 판매되고 있다.

거리의 끝에 웅장한 성문이 나온다.

"이쪽이 안쪽이면, 성문으로 들어서면 이어지는 상점거리였나 보네."

襄城(상성, 샹청),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성문을 드나들며 각자의 삶을 지나쳐 갔을까 생각한다.

평지로 들어선 중국의 동북지역을 지나다 보니 도시들의 공통점이 있다.

도시 진입 전 큰 사거리의 회전 교차로를 지나게 되고, 시 중심을 가운데 두고 우리의 외곽 순환도로처럼 동그란 도로가 겹으로 둘러싸고 있다. 아마도 예전의 성을 중심으로 형성된 도로의 형태가 지금까지 이어진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생각지도 않은 샹청성을 구경하느라 12시가 다가오는데 110km가 넘게 남아있다.

"너무 여유 부렸나?"

복사와 붙이기를 해 놓은 것 같은 똑같은 풍경의 연속이다.

"이 너른 평지를 차지하기 위해 징그럽게 싸울만 하네!"

샹청성을 구경하느라 보내버린 1시간을 만회하기 위해 부지런히 앞만 보고 달린다.

13시, 위저우시의 초입까지 땀이 나도록 달려 81km가 남아있다.

"제법 줄었네. 좀 더 달리면 샹청성의 시간은 만회되겠다."

오는 동안 핸들 패니어에서 맛있는 냄새를 풍기던 리비엔더를 꺼내어 점심으로 먹는다.

썩 괜찮은 맛이 나는 리비엔더 반쪽을 먹고 잠시 고민을 하다 나머지 반쪽도 해치운다. 제법 많은 양이라 배가 든든해진다.

바쁘게 오느라 콜라를 사 오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게 느껴진다. 

"콜라랑 조합이 딱인데. 아쉽다!"

위저우시로 들어가는 멋진 회전 교차로를 지나 시의 외곽을 따라 이동한다.

오전의 경쾌했던 라이딩과 달리, 아침과 리비엔더로 배를 채운 탓인지 식후 졸음처럼 나른해지고 페달링이 느려진다.

"톡 쏘는 콜라가 필요해."

14시, 간절하게 콜라를 생각하며 달리는 동안 마땅한 슈퍼를 찾지 못하고 겨우 10km 남짓 이동을 한다.

"아, 졸려! 콜라가 필요하다고!"

작은 마을을 지나며 첫 번째로 보이는 슈퍼에 들어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콜라와 물을 집어든다.

무언가를 말하는 슈퍼 할머니와 눈웃음을 주고받으며 콜라를 따서 시원하게 한 모금 마셨지만 맛이 이상하고 요상하다.

"뭐야? 짝퉁이잖아! 아놔."

톡 쏘는 상쾌함은 전혀 없고 뭔가 비릿하고 거북한 향이 나는 요물이다.

"흐엉, 내 3위안."

탄산의 시원함으로 소화도 시키코, 지루한 나른함도 깨고 싶었던 바람은 짝퉁 콜라의 비린 역겨움으로 비슷한 결과를 가져온다.

어쨌든 나른함이 사라지고 컨디션이 돌아와 경쾌하게 시원한 도로를 내달린다.

30여 분을 달리던 중, 전방이 차량들로 정체되어 뒤엉켜 있다.

공사 중인가 생각하며 가까이 다가서니 도로변으로 어수선한 분위기의 사람들이 모여있고, 도로는 오토바이와 경차로 막아 놓았다.

"중국에서 님비(NIMBY)로 지역민들이 시위를 할 일은 없을 테고, 뭐야?"

반대편 차로는 화물차들이 막고 서있고 그 틈을 빠져나가려는 차량들로 복잡하고, 도로변은 많은 사람들이 모여 굉장히 어수선하다.

지금까지와 사뭇 다른 무겁고 어두운 분위가 심상치 않다. 오토바이와 차량으로 막아놓은 곳을 지나가니 도로 앞쪽에 관처럼 보이는 것이 놓여있고 도로에 부서진 파편들이 여기저기 널려져 있다.

"오 마이 갓, 사고가 난 거잖아."

인명사고다. 사고가 발생한지 제법 시간이 지난 것 같은데 앰뷸런스나 구급차, 공안 같은 구조나 수습을 담당하는 기관의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아무리 땅덩어리가 넓다 해도 사람들이 이렇게 모여있고, 관을 갖다 놓을 정도의 시간이 지났는데 이게 뭐야."

중국에 흔한 것이 장례용품을 파는 곳이라 앰뷸런스보다 관이 먼저 왔나 생각되어 헛웃음이 나온다.

안타깝다. 중국의 오토바이는 동승자가 많아 어린아이가 아니길 바라며 빠르게 길을 지나쳐간다.

체감상으로 중국의 도로는 우리의 도로보다 위험하지는 않다. 도로의 폭이 넓고 자전거나 오토바이가 다니는 공간까지 확보되어 있어 좋은 길들이다.

문제는 무조건 들이밀고 자기 마음대로 하는 이상한 중국 사람들의 경향 때문이다.

전방에 차량이 뻔히 달려오는데도 자기가 먼저 회전을 하면 그만이고 그것을 보며 달려오는 차량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크락션만 울리면서 피해 간다.

중국의 일반도로에는 신호등이나 건널목이 따로 없다 보니 차로를 건널 때는 유턴을 해야 하는데 그것이 귀찮으니 그냥 역주행을 하거나 무작정 가로질러 버린다.

그것도 차량들의 흐름을 살피고 하면 양반인데, 그냥 자기 마음대로 한다. 양보도 안 하고 눈치도 안 보니 사고가 안나는 것이 신기한 것이다.

사고 현장을 벗어나 길을 따라가는데 3륜 오토바이 2대가 길을 막고 떠들어 댄다.

사람이든, 자동차든, 오토바이든 항상 이렇게 아무데나 서면 그만이다. 뒤에서 한참 동안 서서 기다려도 눈치도 안 보고 자기들 말만 한다.

"할배들, 할 이야기가 있으면 저쪽 구석에 달구지를 세우고."

20여 분쯤 달리니 화물 차량을 검문하는 곳에 교통 공안들이 제복 같은 딱딱한 표정으로 화물 운전자들과 실랑이를 하고 있다.

차량으로 가면 사고 현장까지 몇 분이면 갈 거리다.

"니들이 있어야 할 곳이 여기가 아닌 것 같은데. 한심한 중국!"

15시, 50km가 남아있다. 기분도 전환할 겸 간만에 보이는 정자에 자리를 잡고 쉬어간다.

내가 오는 것을 빤히 쳐다보고 웃으며 인사를 하니 고개를 돌리는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모습이 귀엽게 느껴진다.

핸드폰을 하고 있으니 또 빤히 쳐다보고, 내가 얼굴을 쳐다보면 시선을 피한다.

너무 귀여워 두어 번 장난을 치다 사진을 찍으려니 또 먼 산을 쳐다본다. 주변에 산도 없는데.

"호호, 할매. 궁금하면 어디서 오셨소하고 물어보면 되지."

쉼 없이 1시간 반을 달려 정저우시의 외곽에 들어선다.

복잡하게 이어지는 교량의 하부 도로를 자전거를 타고 가는 남녀의 뒤를 따라 손쉽게 빠져나간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남녀가 아니었다면 미로처럼 느껴지는 복잡한 도로의 구조 속에서 한참을 헤매었을 것 같다.

"난감하네."

자동차 전용도로처럼 보이는 진입로 앞에서 길을 잃고 망설인다.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아파트 공사장의 측면 도로는 가로막혀 있다. 지도를 보며 우회하는 경로를 찾고 있으니 오토바이 몇 대가 지나가며 아무렇지 않게 도로로 진입하여 올라간다.

"이럴 땐 그냥 따라가야 해!"

어느 도시를 가나 어마어마한 빌딩들이 올라가고 있다.

5시 40분, 조금씩 혼잡해지는 도로를 따라 정저우시에 들어선다.

베이징에 가까워질수록 도시의 규모가 엄청나게 커지고 있다.

사람들로 가득한 버스터미널을 지나고.

정저우시의 기차역에 도착한다. 주숙등록의 문제로 며칠 동안 고생을 한 탓에 빈관들이 많이 모여있는 기차역 주변으로 온 것이다.

"너무 배고프다."

맥도널드에 들어가 140km를 달려온 허기를 채워보지만 역시나 부족하다.

바로 도로변의 식당으로 찾아가 메뉴를 고르고.

"왠지 실패한 느낌은 뭐지? 이 푸르뎅뎅한 것들은 뭔가 뒤바뀐 느낌이잖아."

"뭐지?"

아삭아삭거리는 피망과 돼지고기의 기름맛이 예상외로 맛이 좋다.

밥을 먹으며 주변의 빈관들을 여러 군데 검색해 둔다. 기차역의 주변이라 작은 빈관들이 많아서 오늘은 크게 어려울 것 같지 않지만 모르는 일이다.

도로변에 있는 깨끗한 빈관으로 들어간다. 프런트에 앉아있는 젊은 여자는 상냥하게 웃으며 응대를 한다.

"워 쓰 한궈렌, 워 커이 수이지아오마?"

빈관의 여자는 뭔가를 살펴보더니 주숙등록을 할 수 없다고 하며 안타까운 미소를 보인다.

"자이 중궈 수이지아오 헌난! 헌난!"

리셉션의 의자에 앉아 푸념을 하듯 여자를 바라보며 웃으니 빈관의 여자도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헌난!"

다른 빈관을 검색하며 구시렁거리며 웃고 있으니 빈관의 여자가 멋진 아이디어라도 생각이 난 듯 웃으며 체크인을 하라고 한다.

"커이?"

여자는 웃으며 핸드폰의 번역기에 중국어를 적어 보여준다.

"혹시 공안이 오면 쫓겨날 수도 있다. 하지만 큰 문제가 없으면 공안들이 오지는 않는다. 괜찮을 것이다."

"시에 시에!"

숙소를 찾지 못하고 있는 여행자가 애처로웠는지 주숙등록을 하지 않고 투숙을 하라며 배려를 해준다. 가격도 저렴한 100위안의 깨끗한 빈관이다.

자전거를 넣어둘 수 있는 공간이 없는 빈관이라 도로변에 자전거를 묶어두고 패니어들을 옮긴다.

"편하게 숙소를 해결했는데. 이 정도쯤이야!"

샤워를 마치고 바로 침대에 쓰러진다.



경비내역
식비:50위안 / 식료품:27위안 / 숙박:100위안 / 합계:177위안



하늘밥도둑 후원 : KEB 하나은행 / 변차섭 / 415-910665-18507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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