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9일 / 연이틀 장대비 ・ 5도

장수시-신간현-지수이현

비로인해 이틀동안 장수시에 멈춰섰다. 약간의 감기증상으로 컨디션이 좋지못하여 일찍 잠이든 어제, 자정경 잠시 잠이 깨었다 이내 잠들어 6시에 일찍 눈이 떠진다. 여전히 장대비가 내리는 날씨, 하지만 오늘은 출발해야 한다. "할 수 있다면 비구름의 끝까지 달려 벗어나고 싶다."

이동거리

108Km

누적거리

1,212Km

이동시간

7시간 15분

누적시간

97시간 04분


G105국도
G105국도
44Km / 2시간 54분
64Km / 4시간 21분
장수시
신간현
지수이현
 
 
1,212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어제 일찍 잠든 덕에 6시 첫 번째 알람이 울리 전에 일어난다. 12시간 넘게 푹 자고 일어나서 인지 컨디션은 조금 나아졌지만 약간이 훌쩍거림이 있다.


창문 밖으로 여전히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다.


"별 기대 안 했어. 오늘은 완전무장하고 떠날 거야!"


어제 타이레놀을 하나를 먹었는데 종합 감기약은 다른가 싶어 타이레놀 콜드를 패니어에서 꺼내어 한 알 먹는다.


꺼져있는 노트북을 확인하니 어제 오후 비몽사몽간 써놓은 여행기는 날아가 버렸다.


"설마, 꿈속에서 여행기를 적은 것인가? 오탈자 검수까지 다 했었는데 이상하네."


조식이 시작되는 7시까지 시간의 여유가 있어 패니어들을 정리하고 자전거에 장착을 해두고 조식을 먹기 위해 3층으로 내려간다.

 

 

3일 연속 같은 메뉴들이다.


"108위안 숙소에서 조식까지 제공되는데 더 바라는 건 욕심이지."


미음 같은 죽과 찐빵, 계란을 든든하게 먹고 돌아와 빗속을 달리기 위한 완전무장에 들어간다.


 

레인팬츠를 입고 상의에 땡땡이 우의까지 더한다. 그리고 비장의 비닐봉지로 발을 감싸고 출정준비 완료.


 

7시 30분, 보증금 92위안을 돌려받으며 체크아웃을 하고 밖으로 나오니 출근시간인지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는 거리가 혼잡스럽다. 위아래로 우의를 입어서 추위는 느껴지지 않는다.


 

30여 분, 이틀을 머물렀던 장수시내를 완전히 벗어나 105번 국도를 타고 145Km 거리의 안푸현을 향해 달려간다. 이틀의 휴식으로 가지 못한 거리를 갈 수 있으면 멀리 가고 싶다.


레인 팬츠과 땡땡이 우의로 빗물은 차단되는데 칠부 길이의 땡땡이 우의 밑부분과 장갑이 젖어 차갑게 느껴지고 신발은 바퀴에서 뿌려지는 흙탕물로 금세 물바다가 된다.


"역시 비닐봉지로는 어림없네."


손마디가 찌릿찌릿 전기가 오는 것 같다. 오토바이를 탄 사람들이 쓰고 다니는 판초 우의 같은 것이 필요하겠다 생각한다.


"다음 슈퍼에서 판초 우의를 파는지 물어봐야지."


 

9시, 잠시 쉬어갈 겸 길가의 슈퍼로 들어간다.


"유이!"


가게의 남자에게 "雨衣"의 한자를 보여주며 애프터스쿨의 유이를 계속해서 찾으니 잠깐 머뭇하던 남자는 우의가 있는 곳을 알려준다.


어제 호텔에서 친절한 여직원에게 발음을 배웠는데 발음이 어려워 '유이'가 돼버렸다.


 

어두운 가게 안의 가장 안쪽으로 걸어가 가게 주인이 알려준 곳을 보니 중국의 오토바이를 탄 사람들이 쓰는 우의가 맞는데 2인용 특대호다. 몇 개를 더 뒤적여 봐도 2인용 우의밖에 없다.


"이거 생각보다 꽤 무겁네."


중국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오토바이의 가림막은 색과 디자인만 다를 뿐 형태는 거의 똑같다. 그런데 우의는 천차만별의 여러 가지 우의를 쓰고 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 1인용, 2인용뿐만 아니라 일반 우의 같은 모양도 있고 백미러까지 넣을 수 있게 공간이 있는 것도 있다.


"이것도 백미러 공간이 있네. 중국인은 백미러가 필요 없는 것 같던데."


 

그 옆에 놓인 얇디얇지만 긴팔로 무릎까지 내려오는 일반 우의를 사려다 손만 대면 찢어져 버릴 것 같은 우의는 포기하고 비닐장갑 같은 것이 있나 찾아본다.


장갑 위에 비닐장갑이라도 씌우면 나을 것 같은데 그 옆에 고무장갑 같은 것이 있다. 장갑을 끼고 고무장갑을 낄 수 있을까 하고 손을 넣어본 순간


"띵호아! 이거야!"


팔꿈치까지 오는 비닐장갑은 손이 들어가는 부분에 면이 덧대어졌는지 따듯하다. 아마도 찬물을 쓰는 중국이라 고무장갑의 손 부분이 조금 두껍고 면 같은 것이 안쪽에 덧대어진 것 같다.


끝부분이 고무줄로 되어있는 것과 통이 넓게 되어 있는 것 두 종류가 있다. 비가 와서 그렇지 기온은 상온이라 이 정도면 손이 시리지는 않을 것 같다.


 

뜻밖의 레어템 고무장갑을 찾고 약간 흥분하여 기념샷을 찍고 있으니 젊은 여자가 와서 '여기서 무엇을 하냐'라는 어투의 중국어로 계속 잔소리를 해댄다. 말이 안 통하니 무시하고 계산대로 가는데도 따라오며 계속 떠들어 댄다.


"아우, 쫌!"


밖에 세워둔 자전거를 구경하던 남자 주인이 들어와 나를 가리키며 한국이라고 소개하자 그제서야 계면쩍은 듯 말소리가 줄어든다. 아마도 거지처럼 생긴 사람이 물건을 들고 이상한 짓을 하고 있으니 도둑인가 싶었나 보다.


"딱 보면 몰라? 한국 사람. 귀티 나잖아. 귀티!"


남자에게 고무장갑의 가격을 물으니 남자는 다시 여자에게 얼마인지를 묻는다. 조금 전 자신의 행동이 무안했는지 뜯어진 고무장갑의 포장지를 뒤집어 놓으며 남자에게 6위안이라고 말한다.


"메이요?"


너무 만족해하는 나를 재미있다는 듯 쳐다보는 남자에게 발을 들어 신발을 가리키며 묻자 '엉뚱한 사람이 다 있나'하는 표정으로 없다며 손사래를 친다.


 

 

고무장갑은 젖어있던 팔과 손을 따듯하게 해준다. 한여름의 장대비같이 쏟아지는 빗속을 달려 신간현에 도착한다. 여느 중국의 도시들처럼 불현듯 나타나는 도심은 깨끗하고 도로변에 열대 식물들이 가로수로 싶어져 있다.


비가 많이 내려서 그런지 다른 도시보다 빨간색 3륜 오토바이가 많이 다닌다. 사람도 태우고, 짐도 싣고 다니지만 가끔 보면 빨간색 오토바이들은 손님을 태우고 요금을 받는 것 같다. 도로 주변에 사람이 서있으면 그곳에서 서서 탈 것인지를 묻는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배도 출출해지고 소변도 급하여 근처의 주유소에 들어간다. 중국 도로에는 버스 정류장 같은 곳이 가끔씩 있지만 대부분 그것마저 없거나 있더라도 의자가 없는 곳이 많다. 그리고 중국의 집들이나 가게들도 처마 같은 것이 없어 잠시 비를 피할 곳이 마땅치 않다.


"의자에 앉는 걸 그리 좋아하면서도 참 자리 인심이 없는 동네다. 잠시 쉬어갈 의자 하나 찾기가 이리도 힘들다."


 


빵과 초코바 2개를 8위안에 사서 배를 채운다다. 초코바를 깨물고 레어템 고무장갑을 흐뭇하게 쳐다보니 오른쪽 장갑의 팔꿈치 부분이 찢어져 있다.


"하여튼 제대로 된 것이 없다."


 

중국은 어딜 가나 아이들이 많아서 활기가 넘친다. 여동생을 놀리는지 주유기 주변을 빙빙 돌며 도망 다니자 여동생이 삐친 모양이다.


"한국에 아이들은 저 나이에 티비를 보던가 컴퓨터나 핸드폰 게임만 하고 있을 텐데. 아니면 학원에 갔으려나."


 

 

목적지인 안푸현까지는 85Km가 남아있다. 무리를 한다면 갈 수도 있겠지만 안푸현까지 이르는 길에는 규모가 되는 현(县)이나 전(镇)이 없이 촌들이 이어진다.


샤장현의 갈림길에서 오른쪽이 안푸현 그리고 직진하여 남쪽으로 더 내려가면 지안시가 나온다. 목적지를 지안시로 바꾼다. 지안시의 초입 지수안현까지 45Km가 남아있다.


"빗속에 무리하는 것보다는 지수안현에 3시쯤 도착해서 쉬는 것이 좋겠어. 여행할 날들이 많으니까."


 

비가 오는데도 중국의 도로는 쓸데없이 예쁘다. 노란색 유채꽃 같은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자연스러운 들녘과 함께 비구름이 어우러져 있는 풍경은 정말 매력적이다.


 

 

빗속에 페달링이 무거워질 때쯤 길가에 위치해 있던 모택동 기념비가 있는 공원이 나온다.


"현재의 중국, 건국의 상징적인 인물일 텐데 기념비가 좀 작은가? "


중국의 여러 곳에 있을법한데 여행하는 동안 처음 보는 것 같다.


 

 

 

이곳의 정취는 벼농사를 짓는 논들이 있어서 한국의 여느 농촌의 풍경과 흡사한 느낌이 난다. 노란색 꽃이 피어있는 길을 달리다 보면 마치 제주도의 어딘가를 달리고 있지는 않은가 생각이 든다.


 

 

지안시를 알리는 안내판과 함께 멀리서부터 보이던 산 위의 높은 목조건물이 무엇일까 궁금했는데, 가까이 오니 산 위의 목조건물을 중심으로 양완리공원(扬万里公園)이 넓게 조성되어 있다.


 

모르는 사람인데 중국에서 유명한 사상가 아니면 문인인가 싶다.


 

 

 

 

중국에 와서 처음으로 제대로 된 공공 자전거 거치대를 본다.


"그래, 얼마나 좋아? 대륙아!"


 

목적지인 지수안현에 도착하여 트립닷컴으로 숙소를 검색하지만 마땅한 곳이 없다. 이젠 트립닷컴이 없더라도 괜찮다. 조금 번거롭지만 고덕지도를 검색하여 주변의 빈관들을 알아본 후 가격이 저렴하고 가까운 곳을 선택하면 된다.


빈관에 들어가 숙박이 가능한지를 묻고 가격을 물어본다.


"이빠이 이쓰 빠"


118위안을 표시하며 검지와 중지를 펴고 '이', '이' 그리고 엄지와 검지를 펴서 '빠'를 한다.


"원 원 투?"


내가 손가락을 따라 하며 농담을 하니 웃으면서 엄지와 검지를 피며 '빠!'라고 한다. 중국에서 손가락으로 숫자를 셀 때 8은 엄지와 검지를 펴서 표시하는가 보다. 우리의 가위바위보의 가위 모양이다.


"중국의 8은 한국의 2야!"


 

엘리베이터가 없는 2층으로 자전거를 들고 올라가라며 배려해 주는 주점의 아저씨와 아주머니다.


아저씨에게 먼저 자전거를 씻어야 한다고 하니 빈관 밖의 자리를 알려준 후 양동이에 물을 담아다 주며 물걸레와 수세미까지 갖다 준다. 그렇게 4차례나 물을 담아다 주고 2층까지 짐들을 함께 옮겨준다.


중국 사람들은 무뚝뚝하고 경계심이 많아 보이지만 언제나 그렇듯 그것은 사람 개개인의 성향에 불과한 것 같다. 친절한 사람들은 웃음도 많고 사람을 편하게 대해준다.


 

샤워를 하며 자전거와 패니어들을 씻어낸다. 매번 반복되지만 몸을 씻는 시간보다 자전거를 씻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


오늘은 레인팬츠와 땡땡이 우의가 완벽하게 비를 막아준 덕에 바지와 상의를 빨 필요가 없고 신발을 벗자 흙이 잔뜩 묻은 비닐봉지 안쪽의 양말은 흥건하게 젖어 있다.


"황산에 오를 때, 사람들이 신발 위에 씌웠던 비닐 덧신 같은 것이 있었는데."


 

 

옷, 신발을 난방기 앞에 걸어놓고 저녁을 먹으러 나간다. 빈관 바로 옆에 붙어있는 식당에 들어가 여전히 그 맛들을 짐작할 수 없는 그림판을 보고 가격들을 물어본 후 가지볶음을 주문한다.


여기서도 내 쪼리를 보더니 무어라 중국어로 말한다.


"내 사랑 쪼리!"


 

"매일 돼지고기만 먹을 수 없지. 이번엔 가지요리다."


 

현지인들은 그림판을 안 보고 재료들을 보면서 주문을 한다.


 

 

호박씨 같은 이 맛없는 주전부리도 주고.


 

 

그릇을 데울 뜨거운 물도 주고.


 

 

한참 후 자줏빛의 가지요리가 나온다.


"빠이판!"


맛이 좋은 가지 요리를 몇 점 맛보고 있으니 큰 양푼에 밥이 나오고.


"참, 밥 인심은 좋아!"


 

중국 식당은 아직도 모르겠다. 식기나 밥의 요금을 별도로 받는 곳도 있고 아닌 곳도 있다. 보통 친절한 아주머니가 있는 곳은 다 공짜로 주는 것 같다.


세공기 반의 밥을 먹으니 가지볶음이 없어진다.


"아, 밥이 아직 남았는데 아쉽다."


38위안짜리 메뉴인데 양이 많다. 중국 음식점에서 다른 사람들을 보면 두 사람이 와 세 가지 메뉴 정도를 시켜서 나눠 먹는 것을 자주 본다. 나도 동행이 있다면 야채가 들어간 서브 메뉴도 함께 먹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계림은 참 멀다. 뜻하지 않는 비 때문에 왜 계림에 가는지조차 모르겠네."




 

Trak 정보

트랙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9일 / 장대비 ・ 4도

장수시

갈수록 비가 많이 내린다. 아침 일찍 일어나 출발 준비를 하고 비 내리는 하늘을 쳐다보며 세차례나 출발을 하려했으나 잠시 멈췄던 비는 그때마다 기다렸다는 듯이 강한 빗줄기로 변한다. "하아, 하루 더 쉬어야 하나."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1,104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88시간 49분


자전거정비잠
0Km / 00분
0Km / 00분
OYO
OYO
OYO
 
 
1,104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숙박정보


・위치
중국 장수시
・상호
OYO호텔

・전화
+86 0795 7032888・가격
1박 108위안

 

비가 멈출 줄 모르는 날씨의 연속이다. 8시가 되기 전 피곤한 몸을 일으켜 창문을 열어보니 에어컨의 실외기를 때리는 빗소리가 우렁차다. 어제 한국 식당에 다녀온 뒤로 목이 칼칼하더니 콧물이 훌쩍거릴 만큼 컨디션도 좋지 않다.


"일단 아침 조식을 먹고 잠시 기다려 보자."



9시가 넘어 빗줄기는 조금 가늘어진다. 출발을 위해 브레이크가 전혀 들지 않던 앞, 뒤 캘리퍼를 분해하여 브레이크 패드의 상태를 점검한다.




예상했던 대로 브레이크 패드가 다 닳아 겨우 패드핀이 걸쳐있을 만큼만 남아 있다. 자전거를 구매하고 전국일주 2,700Km를 달린 후 중국여행을 시작한지 15일 정도 지났는데 벌써 패드가 이 모양이라니.



무거운 자전거의 무게를 감안하더라도 너무 빨리 소모된 것 같은 느낌이다. 계속되는 우중 라이딩에 이물질이 들어가며 더 많이 갈려나간 듯싶다.



여행 전 구형 데오레 브레이크 패드를 6개를 준비해 두었다. 6개의 브레이크 패드 무게도 만만치 않다.



교체된 브레이크 패드는 비상용으로 패니어에 넣어 둔다. 


"널 쓸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만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일단 킵!"


정비는 하는 동안 방 청소를 하겠다며 직원이 문을 두드린다. 곧 출발할 것이니 필요 없다고 말하고 창문을 열어 하늘을 보니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한다. 


"좀 더 기다려보자."



저렴한 가격에 가벼워 여행 며칠 전 사두었던 레인 팬츠를 꺼낸다. 


"동남아시아에서나 쓸 줄 알았는데 이렇게 빨리 널 꺼낼 줄이야."



신발이 젖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빗물에 젖어가는 양말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비상책으로 비닐봉지를 이용해 본다. 


"물이 안 들어 올려나?"



10시 30분, 복장을 모두 갖추고 패니어들을 장착하고 출발 준비를 한다. 자전거를 끌고 나가려는데 실외기와 창문을 때리는 빗방울 소리가 우렁차게 울려댄다. 


"아, 젠장할!"



자전거를 놓고 밖으로 나와 하늘을 보니 시커먼 하늘에서 끊임없이 굵은 빗줄기가 내린다. 조용히 프런트로 다가가니 첫날의 친절했던 직원이 나와있다.


"1 more day."


룸키와 108위안을 여직원에게 내민다.


"여기는 매일 이렇게 비만 내리는 거야? 


"그렇다. 많이 내린다. 겨울에 중국 북방은 맑지만 남방에는 비가 많이 내린다."


"비 때문에 계속 머무르는 거야?" 


"응."


"음, 그러면 앞으로 한 달 정도는 머물러야 할 거야!"


친절한 미소의 여자는 농담을 하며 다시 웃는다.


"안돼! 내일은 반드시 여기를 떠날 거야!"



출발을 위해 어제의 조식 때 보다 많이 먹어 두었는데 오후가 되니 출출한 허기가 밀려온다. 


"역시 미음 같은 죽으로는 어림도 없어."



길 건너편 공공화장실, 중국의 공공 화장실은 구조도 참 다양하지만 시설은 공통되게 안 좋다. 


"공공시설물에 투자 좀 해라. 대륙아!"



첫날 식사를 했던 식당을 찾아갔지만 영업 전이라 다른 가게를 가야한다.



중국 사람들은 카드놀이를 정말 좋아하나 보다. 단순한 원카드 같은 것을 하는 것 같은데 표정들이 어찌나 진지한지 사진을 찍어도 관심이 없다.



바로 옆에 있던 가게가 열려있어 들어간다. 보통의 중식 음식점들과는 조금은 현대적인 인테리어다. 다른 테이블에서 먹고 있는 메뉴들을 살펴본다.



옆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는 남녀의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니 먹는 양이 적은 젊은 남녀는 3가지의 요리를 시켜서 식사를 하고 있고, 새로 들어온 남자들도 몇 개의 요리를 선택하여 주문을 한다.


아무래도 중국인들은 두세 가지의 메뉴를 선택해서 식사를 하는 모양이다.



각자의 핸드폰을 쳐다보며 밥을 먹는 남녀의 테이블에 놓인 돼지고기 요리를 가리키켜 같은 것을 달라고 주문을 한다.



주점들의 와이파이 비밀번호가 대부분 '12345678'이거나 '88888888'이듯 여기도 비밀번호는 88888888. 아마도 중국에서 와이파이가 탐색되면 둘 중에 하나를 치면 80%는 연결되지 않을까 싶다.




한참을 기다려도 나오지 않은 음식, 혹시나 전 손님의 먹던 세 개의 메뉴를 전부 주는 건 아니겠지 하는 걱정스러움이 밀려온다. 중국에 와서 '일반적 상식'이라는 것을 포기한지 오래다. 그것이 중국이다.


유리창 넘어 오픈되어 있는 주방에서는 커다란 웍을 들고 불을 붙여 분주하게 조리를 하고 있고, 그 옆에 남자는 담배를 물고 뭔가를 자르고 있다. 중국의 담배 문화는 조리실에서도 예외가 없는 모양이다.



조금 후에 조리되어 나온 오늘의 점심 메뉴. 돼지고기에 고추와 마늘이 들어가 약간 매콤하니 괜찮은 맛이 난다.



밥을 달라고 하자 여기도 작은 맥주통 같은 곳에 담겨서 나온다. 작은 중국 밥그릇으로 4~5그릇 정도 나오는 양이다.



물론 주는 밥은 남김없이 잘 먹는다. 더욱이 컨디션이 좋지 않으니 더 열심히 먹는다.


"밥하고 고기만 먹으면 다 나아!"


밥과 요리를 모두 먹고 가격을 물으니 주방에서 나온 남자가 38원을 달라고 한다. 조금 비싸네 생각하고 있는데 카운터에 앉아 있었던 여자가 오더니 내 테이블을 가리키며 뭐라고 하자 42원을 달라며 담배를 물고 카운터 위에 돈들을 던지듯 올려놓는다.


"정말 중국은 서비스 정신이라는 것을 찾아볼 수가 없다."


가끔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살 때도 거스름돈을 던지듯 계산대 위로 올려놓는 사람들을 봤기에 낯선 모습은 아니지만 뭔가 기분이 좋지 않은 이상한 중국의 모습이다.


"예의가 없어. 예의가! 공자의 나라에서 말이야."



컨디션 탓에 말을 붙이고 싶지 않아 잔돈을 들고 나온다.


숙소로 돌아와 자료를 정리하다 식후 졸음인지, 컨디션 탓인지 아니면 그동안의 피로인지 졸음이 밀려온다. 꾸벅거리며 노트북을 두르리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노트북을 덮고 이불을 끌어당겨 그대로 잠이 든다.


"이른 새벽에만 깨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일에는 꼭 출발해야지!"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8일 / 비 ・ 4도

장수시

비가 내릴 확률 100%, 여지없이 아침부터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며칠간의 빗속 라이딩으로 조금은 지쳐있던 터라 하루를 머물며 여행 자료를 정리하기로 한다. "비, 내가 비 내리는 것을 좋아했던가?"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3,853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258시간


ATM 현금인출
여행자료정리
0Km / 00분
00Km / 00분
OYO
한국식당
OYO
 
 
1,104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저녁이 되면 툭툭 숙소의 창문을 때리는 빗소리가 이제는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알람들과의 전쟁을 치르고 겨우 일어선 아침, 창문을 열자 추적추적 겨울비가 내린다. 


"오늘 하루는 쉬어야겠다."


계속되는 빗속 라이딩에 조금은 지쳐있다. 그 차가운 느낌과 온몸에 질척거리며 엉겨 붙는 흙탕물의 너저분함이 생각나 몸서리가 쳐지는 것 같다.


호텔에서 제공하는 조식을 먹기 위해 3층으로 내려간다. 108위안 주점에 조식까지 제공하니 가난한 여행자에게 이보다 좋을 수가 없다.



큰 기대 같은 건 하지 않았다. 휭하고 볼품없는 주점의 식당을 들어서자 입구에서 관자리로 보이는 아저씨가 숫자들을 메모해 둔 낡은 노트를 앞에 두고 무어라 말을 한다.


확인 절차이겠거니 생각하고 룸키를 보여줬더니 한 명이냐고 물어본다.





주점의 조식 메뉴는 삶은 계란, 빵, 찐만두, 죽, 면 그리고 밑반찬으로 보이는 4가지의 무엇이다.








청여요의 집에서도 그랬지만 중국에서는 아침으로 미음 같은 흰죽을 먹는가 보다. 죽을 두 그릇을 비우고 찐만두 두 개를 먹는다. 찐만두 속에 달콤한 내용물이 들어있어 맛이 좋다. 괜찮은 아침이다.


아침을 먹고 숙박을 연장해야 하는데 인천 공항에서 환전해 온 현금은 200위안과 동전들만이 남아있는 상태다.


"현금이 필요하겠네. 돈을 찾아볼까."


고덕지도를 켜고 가까운 은행을 검색한 후 숙소에서 3분 거리에 있는 중국건설은행에 들어간다. 처음으로 외국에서 현금을 인출하는 것이다.





중국어와 영문으로 서비스되는 중국의 ATM 기기는 우리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여행 전 해외에서 현금 인출 시 수수료가 적다고 하여 부랴부랴 새로 만든 KEB 하나은행 VIVA G 카드다.



일단 체크카드를 먼저 ATM 기기에 넣은 후 잠시 대기.



안전 문구 같은 것이 뜨고 우측 하단의 계속 버튼을 누른다.



카드의 비밀번호를 입력하라고 한다. 중국의 카드 번호는 6자로 알고 있었는데 4자리를 입력하니 끝이다.




우측 하단의 WITHDRAWAL 인출을 누른다.



찾을 현금의 액수를 중국의 위안으로 입력하거나 좌우의 해당 버튼을 누른다. 2,000위안.




"뭐야, 일일 한도가 초과?" 


카드를 만들고 처음 써보는 것이라 일일한도와 월한도가 얼마로 설정을 해놓았는지 모르겠다.


다시 우측 하단의 계속 버튼을 누르고.



이번에는 1,000위안을 눌러본다. 


"제발!"



"드르륵" 


언제 들어도 기분 좋은 현금이 세어지는 소리가 나고 잠시 후 내 피 같은 돈을 토해낸다. 


"다행이다."



마지막으로 좌측 하단의 EXIT를 누르면 체크카드가 반납된다. 우리나라는 카드를 먼저 받고 현금이 나오지만 중국은 현금을 받고 카드를 반납 받아야 한다.


습관적으로 현금을 받은 후 그냥 가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 여전히 하늘에서 비가 내린다. OYO 호텔은 1박에 108위안인데 건물 자체는 의리의리하다. 


"숙소 내부에 좀 더 신경을 쓰지."



한국에서 가져온 20팩의 커피믹스가 다 떨어졌다. 모든 패니어를 뒤적거렸지만 나온 것은 율무차 한 팩이다.



오후 2시가 넘어 자료를 정리던 중 출출한 느낌이 든다. 


"비도 오고 그렇고 해서."


쓴 소주도 그립고 삼겹살의 기름맛과 마늘의 알싸한 맛이 그립다.


"제법 큰 도시인데 한국식당 하나쯤은 있겠지."


고덕지도를 켜고 '韓國'을 검색하니 한국 요리를 하는 몇몇 식당이 검색된다. 가장 가까운, 가깝다기 보다는 장수시내에서는 유일하게 한 곳의 한국요리 식당을 보니 별점이 형편없다.


"뭐 중국 사람 입맛에 안 맞으니 별점이 낮겠지" 


하지만 평점과 함께 올라온 메뉴 그림들을 봐도 그 모양새가 영 각이 잡혀있지 않다. 그래도 삼겹살이 먹고 싶다.


"중국에 돼지고기가 이렇게 흔한데 두툼한 돼지고기를 많이 주겠지."


숙소에서 가게까지 거리는 2.2Km. 걸어가기에는 조금 먼 거리라 자전거를 끌로 내려가 비가 내리는 거리를 고덕지도를 따라 이동한다.


"비가 오는데 중국 길들은 참 이쁘다." 


후두둑 후두둑 가로수에서 떨어지는 굵은 물방울을 맞는 것이 재미있고 즐겁지만 양쪽 브레이크가 전혀 말을 듣지 않는다. 빗속 라이딩에서 묻은 자갈들이 패드를 빠르게 소모시켰나 보다. 숙소로 돌아가면 정비를 해야겠다.



찾아간 무궁화 한국요리 식당은 왠지 모르게 중국스러운 한국식당이다.




자리에 앉으니 메뉴들이 적혀있는 주문서와 볼펜 한 자루를 건네준다. 


"체크를 하라는 말이지."


한참을 들여다봐도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 고기 메뉴들. 26위안의 돼지고기를 주문하자 남자는 한 사람인지를 묻더니 계속 옆에 서있다. 


"먹으면서 더 주문할게요."


남자는 알았다는 듯이 되돌아간다.




"앗! 이것은." 


벼락같은 하늘의 축복이다. 


"소주? 소주에요?"


한국 청주라고 쓰여있는 메뉴판을 가리키며 물으니 맞다고 한다. 고민할 것도 없이. 


"소주도 한 병 주세요!"



잠시 기다리는 사이 나온 구이용 돼지고기를 보고 내 눈을 의심한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 보아왔던 중국의 돼지고기들, 큼지막한 덩어리로 먹음직스러운 자태를 뽐내던 그 고기는 어디로 가고, 한없이 얇디 얇아 보이는 고기가 테이블에 놓여진다.


"이건 26위안의 가격 문제가 아닌데. 100위안을 시켜도 저 고기가 많아질 뿐 달라지지는 않을 거야."



두툼한 주먹고기 정도를 생각했던 나의 바람은 망상에 가까운 것이었나 보다. 


"그래, 그냥 돼지고기의 기름맛이라도 보는 게 어디냐. 그런데 저 정체를 알 수 없는 기름종이는 또 무엇이지?"


분명히 가게의 사장은 한국의 삼겹살을 먹어 보지 않았거나 먹어 보았다면 대단히 저렴한 대패 삼겹살 집을 갔다가 왔을지 모르겠다.


"도대체 한국에서 무엇을 먹었길래 이런 메뉴가 생겨났을까?"



마음속 깊은 통곡에 가까운 절규들이 갈 곳을 찾지 못하고 떠돌아다니는 동안 처음처럼 한 병이 나온다. 


"할렐루야!"


그런데 상표 로고를 제외하고 다 중국어로 되어있다. 


"설마, 짝퉁은 아니겠지?"




한없이 초라해 보이는 돼지고기 두 점. 어느 부위인지는 모르겠으나 이것은 얼핏 봐도 구이용이 아니라 샤브샤브용이다.



오로지 두 점의 고기만이 기름종이 위에서 지글거리고 있을 때 양념장을 내어준다. 


"..."


왼쪽은 우리가 양꼬치 집에서 흔히 먹는 양념 그리고 오른쪽은 돈가스 소스처럼 달짝지근한 그런 양념이다.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쌈장은 어딨어요."



모든 것을 체념하고 샤브샤브 고기를 한 젓가락에 한 점씩 입에 넣는 동안 언제 갖다 놓았는지 테이블 위에 양상추로 보이는 것이 수줍게 올려져 있다.


"그래, 같이 싸먹을 것이 있어야지."


양상추에 처음보다 더 얇게 쭈그러든 고기를 얹어 한 쌈을 하고 소주 한 잔을 마신다. 오랜만에 마신 소주라 약간 독하게 느껴지지만 좋다. 그리고 양상추도 신선하고 아삭아삭하다.


"역시 소주에는 양상추지."




메뉴판이 나올 때부터 테이블에 올려져 있던 작은 상자,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모르겠지만 2위안이라고 적혀있어 그대로 두었지만 자꾸만 호기심을 자극한다.



"김치찌개 있어요?" 


남자는 무어라 중국어로 대답을 하고, 다시 한번 또박또박 김치찌개를 발음하니 알았따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간다.


잠시 후 남자는 김치와 돌솥비빔밥을 내어준다.


"..."



오히려 비빔밥이 나온 게 다행이다 싶다. 김치는 김밥천국 같은 곳의 김치맛이고 비빕밤은 고추장 맛이다.


"더운 쌀밥에 고추장 넣고 계란 후라이에 비비면 다 맛있지 뭐. 간만에 고추장과 김치맛을 봤으니 그럼 됐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날, 외국에서 이상한 한국 음식과 함께 소주 몇 잔을 하니 묘한 기분이 든다. 잠시 동안 비 내리는 길거리의 풍경을 바라보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작은 가게 안에 중국인 커플로 보이는 남녀가 의자에 나란히 앉아 여러 메뉴들을 가득 시켜놓고 데이트를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나에게는 형편없는 음식이지만 그들에게는 특별한 한 끼의 식사겠구나 싶다.


"주어진 모든 것들에 감사해야지!" 


또 한 번 작은 것으로부터 불필요한 마음의 무게를 내려놓는다.



계산대에 가서 가격을 묻자 71위안이 나온다. 영수증을 확인해 보니 작은 상자에 들어있던 정체 모를 것의 2위안이 더해져 있다.


"이거 사용 안 했어요."


남자는 알았다며 2위안을 빼준다. 계산대 옆에 쌓여있는 박스를 보고 식사 내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던 그 박스를 가리키며 물어본다.


"쩌 쓰 썬머?"


남자는 계산대의 한편에 뜯어져 있는 박스를 보여준다. 냅킨이다.


"하하하하하."


자기의 삼촌이 한국인이라는 것을 알려 준 주인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가게를 나온다.


"삼촌이 많이 잘못했네."



여행 자료들을 정리하고 잠자리에 들기 전, 가게에서 남겨 온 소주 반 병을 어제 사두었던 파인애플을 안주 삼아 마저 마신다. 따듯하게 몸의 열기가 올라오는 것이 좋다.


오늘 아침 카카오페이로 보내 준 부침이의 후원금 10,000원으로 중국에서 삼겹살과 비빔밥 그리고 김치를 맛본 하루다.


"부침아, 잘 먹었다! 쌩유!"




Tip1. 중국 ATM 기기에서는 현금을 인출한 후 꼭 카드를 반납 받아야 한다.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7일 / 비 ・ 8도

난청현-펑청시-장수시

여행의 자료들을 정리하느라 2시가 넘어서야 잠이 든다. 비가 내리는 탓에 라이딩 속도가 느려지고 체력이 소진되다 보니 정리해야 할 것들이 쌓여만 간다. 오늘은 80Km 정도만 라이딩을 하고 여행 자료들을 정리해야겠다. 

이동거리

76Km

누적거리

3,853Km

이동시간

5시간 17분

누적시간

285시간


G105국도
G105국도
52Km / 3시간 30분
24Km / 1시간 47분
난창현
펑청시
장수시
 
 
1,104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새벽에 잠든 탓인지 아침의 컨디션이 묵직하다. 하늘을 보니 오늘도 틀렸나 싶은 것이 마음을 비우고 시작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로울 것 같다.


9시 반, 짐들을 정리하고 오늘의 길을 출발한다. 오늘의 목적지는 80km 정도 떨어진 도시 장수시다.


어제 봐두었던 G105 도로를 따라 장수시까지 이어가는 심플한 경로다.



G302 도로와 나누어지는 인터체인지를 지나고.



이곳의 겨울은 따듯한 기온 탓인지, 겨울에서 습기가 많은 날씨 탓인지 2월이라는 계절과 어울리지 않게 짙푸르고 싱그럽다.



도로변의 작은 슈퍼마켓에서 간식거리를 골라 담고 잠시 쉬어간다.



"저리 가 녀석아."



"이제 없어. 다 떨어졌어."



슈퍼마켓의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며 먹을 것을 강요하는 강아지와 시간을 보내고 길을 이어간다.



"유채꽃일까?"


어제 재미있는 구조의 집에서 보았던 유채꽃 같은 노란 배추꽃의 색감이 좋다.



"이게 동물복지는 아닐 텐데."


넓은 웅덩이를 차지하고 있는 오리들은 자유로워 보이지만 역한 냄새가 주변에 진동을 한다.



2시간의 라이딩으로 펑청시의 경계에 들어선다. 중국의 행정구역은 시(市), 현(县), 镇(전), 乡(향), 村(촌)으로 구분되는 것 같은데, 워낙 인구가 많아서인지 수없이 많은 작은 시(市)의 규모도 우리의 도시에 비해 커 보인다.



길을 따라가다 오성홍기가 걸린 붉은 건물에서 요란한 폭죽이 터진다.


"춘절이 아직도 끝나지 않은 거야?"



마당 한편에 꽃장식이 달린 승용차를 발견하고 결혼식장임을 깨닫는다.


"구경가자."



"설마 중국의 결혼식장은 아닐 테고."



마을 회관처럼 보이는 건물로 천천히 걸어들어 간다.



신혼부부가 타고 갈 꽃장식의 세단도 보이고.




빠질 수 없는 붉은 초.




그리고 체육관처럼 높고 넓은 공간의 안쪽에는 결혼 음식을 먹고 있는 하객들이 보인다.



"이번에도 신혼부부의 모습은 볼 수가 없네."



"실패!"



"인마! 거기서 오줌을 싸면 어떡해."



아쉬운 결혼식장을 나온 도로에는 차량들이 정체가 된다. 중국 도로의 차량 흐름을 보면 딱히 정체가 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고, 도로가 막히는 것은 공사 구간이거나 교통사고 둘 중에 하나다.



"박았네!"



"렉서스가 폭스바겐을 추돌한 거야."



"렉카인가?"



사고 현장은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이지만 뭔가 조용한 느낌이다.



"유치원도 비슷하고."



"이 빨간 풍선은 생일 풍선?"



어린아이의 생일잔치를 한 모양이다.


"햄버거, 케이크.. 가정집의 제단.. 뭔가 재미있고 이상한 조합들이야."





펑청시의 외곽의 분위기는 마치 우리의 한우촌과 같은 분위기다. 도로변의 양쪽으로 들어선 정육점에는 크고 작은 소고기의 부위들이 걸려있다. 소가 특산물인 지역인가 보다.






도로를 따라가며 소고기를 파는 식당들을 살펴보고 저렴해 보이는 식당 앞에 자전거를 세운다.


"아니 먹어보고 갈 수는 없다."



주방에서는 남자 요리사들의 움직임이 바쁘고, 자전거를 기대어 놓고 식당으로 들어간다.


"워 커이 취판 마?"


1층의 테이블은 비어있는 자리가 몇몇 있지만 서빙을 하는 여자의 움직임은 너무나 바쁘다. 다시 한번 식사가 가능한지 물어도 쟁반을 들고 왔다 갔다 하느라 바쁜 여자는 거들떠보지를 않는다. 밥 먹는 제스처를 하며 바쁜 여자의 눈을 마주치며 물어보니 점심시간이라 너무 바빠서 불가능하다는 답변과 제스처를 한다.


"에쉬, 똥!"



소고기를 먹지 못한 허탈함에 조용했던 출출함이 급속하게 느껴진다. 펑청시를 가로지르며 적당한 음식점을 찾아보지만 넓은 도로변에는 마땅한 음식점들이 보이질 않는다.


도로변에서 작은 파인애플을 트럭에 싣고 팔고 있는 노점 앞에 자전거를 세운다.



"뚸샤오 치엔?"


"얼쓰!"


중국 식당의 한 끼 밥값이지만 출출함을 달래기 위해 파인애플을 사 먹어 본다.



능숙하게 나선형으로 파인애플의 껍질을 깎고.



시큼한 과즙의 맛이 상큼하고 좋다.



"헌 하오!"


파인애플 트럭에 서성이는 중국인에게 파인애플이 '정말 맛있다'며 엄치를 치켜세워 평가를 하니 아저씨도 엄치를 치켜세운다.


"헌 뚜오..."


많이 팔라는 덕담을 하고 떠나려니 '팔다'라는 중국어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헌 뚜어'의 말과 파인애플을 만지작거리는 손님을 가리키며 팔라는 제스처로 대신한다.


"팔 매(賣)자를 쓰나?"




펑청시를 벗어난 도로는 공사 구간으로 변한다. 임시 도로로 안내하는 공사용 펜스를 따라 길을 이어가니 이윽고 파헤쳐져 있는 흙길이 나온다.



내리는 비로 젖어있는 흙길은 엉망진창이다. 이리저리 상태가 괜찮은 곳을 따라가며 길을 이어가도 의미가 없다.



20여 분의 라이딩으로 자전거도 몸도 엉망으로 지쳐버리고.


"아니 얘들아, 공사는 반반으로 하면 안 될까."




진흙탕 길의 공사구간을 겨우 벗어나고 너덜해지기 일보 직전인 나와는 상관없이 마을의 들밭에 핀 노란색 배추꽃은 싱그럽기만 하다.



힘들게 들어선 마을은 폐광촌처럼 어둡고 음침하다. 사람의 인기척도 찾아보기 힘든 활기를 읽어버린 동네처럼 보인다.



"이 동네는 뭐지? 완전히 길을 잘못 들어왔네."



어두운 동네를 벗어나 빠르게 G105 도로로 돌아가기 위해 내비게이션을 계속 확인하며 길을 따라가던 중 결혼식의 빨간 풍선이 놓인 집을 지나친다.



"애기, 애기 하네."


중국은 결혼 연령이 빠른 것인지 예복을 차려입은 신혼부부의 얼굴이 앳돼 보인다.



식이 끝난 것을 아쉬워하며 주변을 둘러보고 있으니 중년의 남자가 말을 걸어온다.


"어디서 왔어?"


"한국에서 왔어요."


자전거와 나를 번갈아 보며 중국어로 무언가를 말하던 남자는 담배 하나를 꺼내어 건네준다. 중국 사람들은 이유 없이 담배를 꺼내어 선물을 한다.


"담배 인심이 좋은 나라군."


결혼식을 한 부부의 부모처럼 느껴지는 남자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지만 '취판'이라는 단어들이 들어간 말들을 하며 문이 열린 집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아 밥을 먹고 가라는 제스처인가 싶다.


장수시로 향하는 길이라 밥을 먹으며 시간을 보낼 여유는 없고, 잠시 잔칫집의 분위기를 살펴보기 위해 안으로 들어간다.



"일반적인 가정집의 1층이고."



거실의 한편에서 열심히 마작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놀라며 쳐다본다.


"왜 놀래?"


일반적으로 중국인들은 낯선 외지인을 처음 대할 때 무심한 듯 엿보며 경계의 시선과 몸짓을 취하는가 싶다. 중국 영화에서 많이 보이는 장면인데 그릇을 들고 밥을 먹으면서 좌우로 시선을 돌리며 주변의 사람들을 경계하는 몸짓과 비슷한 느낌이다.


물론 대화가 섞이기 시작하면 세상없이 호방하고 과장된 목소리와 몸짓이 친근한 사람들이다.


"나 무림의 고수 아냐. 놀라지 마!"



중년 남자의 호의에 감사를 표하고 장수시를 향해서 출발한다.




조금씩 측면으로 가까워지던 G105 도로와 어떻게 이어질지 궁금했는데 작은 굴다리를 지나 도로에 오르자.


"느닷없다."


갑작스럽게 변한 도로변의 풍경이 어두운 마을을 지나쳐온 탓인지 놀랍도록 생경하게 느껴진다.



풍성한 가로수길을 달려 장수시의 시내로 들어간다.



오래된 철로를 지나치자 길게 뻗은 대로를 따라 장수시의 풍경이 펼쳐진다.




"중국의 도시는 항상 활기차구나."


빌딩이 들어서 있고 많은 차량들이 바쁘게 돌아다니는 환경은 한국의 도시와 별반 다르지 않지만 중국 지방 도시의 느낌은 회색빛의 무미건조함보다는 생동감이 느껴진다.



"오늘도 완전히 젖어버렸다."



시내 중심으로 들어갈수록 교통은 혼잡해지고, 회전 교차로에 있는 중국 프랜차이즈 주점인 OYO 주점으로 들어간다.



어제 주숙등록이 안된다며 나와야 했던 OYO 주점이라 조심스럽게 주숙등록이 되는지를 묻자 여자 직원은 흔쾌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아마도 OYO는 직영점과 프랜차이즈 네임만을 사용하는 지점이 따로 있는 모양이다.


약간의 영어가 되는 직원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법도 능숙하여 체크인을 하는 과정이 조금은 수월하다.


"자전거를 세차해야 하는데."


여자는 자전거를 살펴보더니 중년의 남자를 불러오고, 친절한 얼굴의 아저씨는 비에 젖은 모습을 쳐다보며 뭔가 서두르는 모습이다. 비에 젖고 모래로 엉망이 된 자전거를 끌고 넓은 리셉션을 지나가게 되어 더럽혀진 바닥을 가리키자 괜찮다며 손을 가로젓는다.


아저씨는 주점 안마당의 수도가를 안내하고 빨리 씻고 방으로 올라가라며 세숫대야를 가져온다.


"춥다. 빨리 씻고 올라가서 쉬어라."


따듯한 녹차 한 잔을 가져다주며 한국에서 왔다며 사람들에게 나를 소개한다.



숙소를 찾아 밤거리를 헤맨 어제의 경험과 전혀 다른 로또를 맞은 기분이 상쾌하고 좋다.



"에잇!"



세숫대야로 자전거에 묻은 흙먼지들을 씻어내고.



아저씨의 도움을 받아 방으로 올라온다.



샤워와 빨래를 하고 옷들을 난방기에 걸어놓은 후 밥을 먹기 위해 밖으로 나간다.



가로수가 울창한 호텔 주변의 작은 골목들을 구경하고 여러 식당 중 그림 메뉴판이 걸려있는 식당으로 들어간다. 인상좋은 중년의 아주머니가 반갑게 맞이한다.



친절하고 살가운 아주머니와 농담을 하며 메뉴를 고르고.


"워 헌 어!"



아주머니는 배고프다며 조르는 모습에 재미있다는 듯이 웃으며 뜨거운 물과 식기들을 내어준다.


"이건 배웠지!"



주문한 음식이 나오는 동안 식당을 구경한다.




한참 후 매콤하게 조리가 된 고기 메뉴가 나온다.


"역시 고기지. 늘 고기지만 이거 하나면 충분해!"


양이 조금 적다는 생각이 들지만 지금까지 먹은 비슷한 고기메뉴들에 비해 음식맛이 좋아서 만족한다. 중국에 처음 들어와 푸동 공항의 호텔 주변에서 먹었던 같은 메뉴의 음식은 정말 맛이 형편없었나 싶다.


"대충 이런 맛의 요리군."



"빠이 판?"


생뚱맞게 고기 메뉴만이 놓인 테이블을 가리키며 밥을 달라고 하자 생맥주통 같은 냄비에 밥이 나온다.


"오호. 정말 마음에 든다."


중국의 쌀밥은 이상하게 배가 금방 꺼지는 기분인데, 커다란 밥통에 밥이 나오니 부자가 된 기분이다. 밥그릇에 밥을 덜어 먹으니 4~5 공기쯤 되는 양이다.


고기가 약간 모자란 감이 있지만 배가 부르게 저녁을 해결하고 나니 세상이 평화롭다.


"워 헌 하오 취."


친절한 식당의 아주머니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부른 배를 튕기며 숙소로 돌아온다.



편안한 숙소에서 자료를 정리하면 시간을 보낸다. 나른한 피곤함이 밀려든다.


"가도 가도 계림은 가까워지지가 않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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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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