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4일 / 구름 ・ 8도

상하이 예원-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쿤산시

여전히 피곤함이 있는 아침이다. 조금씩 여행의 일정에 맞춰 몸이 적응할 것이라 걱정은 없다. 예원의 관람은 포기하기로 했다. 어제 본 그 많은 사람들이 예원에 들어가 있다면 그저 사람들의 기차놀이에 불과할 것 같았다.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들리고 쑤저우시로 향하는 경로를 선택하였다. "이제부터 대륙을 달린다!" 

이동거리

83Km

누적거리

2,905Km

이동시간

6시간 06분

누적시간

182시간


상하이시
자딩구
2.7Km / 20분
79.8Km / 5시간 46분
예원
임시정부
쿤산시
 
 
120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비가 내릴 듯 흐릿한 날씨, 한국 10월의 날씨처럼 조금 쌀쌀한 정도의 기온이지만 차가운 바람과 흐린 날씨의 습한 기운이 체감온도를 떨어뜨려 기온에 비해 춥게 느껴지는 상하이의 날씨다. 


아침나절 예원 근처의 모습은 축제가 끝난 뒤의 황량함처럼 텅 빈 느낌이 든다. 


어제의 보증금 110위안을 돌려받은 후 체크아웃을 하고 자전거는 어제의 모습으로 그대로 놓여있다. 일단은 안심이다 싶지만 생각해보면 지금의 중국인들은 자전거에 별 관심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상하이 시내를 달리면서 인도에 방치되어 있는 공공 자전거들은 많이 보았지만 실제로 자전거 도로를 달리는 자전거의 수는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 전기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고 가끔씩 짐을 실은 오래된 자전거나 공공 자전거가 한두 대씩 지나갈 뿐이다.   

 

 

"어찌 됐든 잘 있어줘서 고맙다!"


다음 목적지인 쑤저우시를 가기 전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들리기 위해 맵스미를 켜고 출발한다. 심상치 않은 바람이 불어온다. 


 

예원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까지는 예원에서 15분 정도 걸리는 멀지 않은 거리에 있다. 길은 맵스미 덕분에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작은 2차선 도로 옆에 위치하고 있어 바로 앞에 두고서 여러 차례 두리번 거려야만 할 정도로 쉽게 보이지 않는다. 한글로 된 안내판이 없었다면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건물 입구의 오른 편에 위치한 사무실에 들어가 입장료가 얼마인지 묻자 한국말을 못 알아듣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여기가 아닌가 싶어 미안하다 말하고 나와 서너 명의 한국인으로 보이는 관람객이 나오는 입구로 자전거를 끌고 들어간다. 임시정부 건물의 입구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중국인 남자 안내원에게 티켓이 필요한지 물으니 조금 전의 그 사무실을 가리킨다.


"뭐야. 그 사무실이 맞잖아! 중국에 있어도 우리나라 기념관인데 한국말 정도는 하는 사람을 채용해야 하는 거 아닌가." 


 

자전거를 자물쇠로 잠그고 소지품들을 챙기는 사이, 한 중국 남자가 다가와 한국 사람인지를 묻는다. 


"한국 사람이냐! 대단하다. 멋지다. 이쁘다" 


남자는쉴 새 없이 중국어를 하면서 엄지를 치켜세운다. 


임시정부 안내자와 친숙하게 대화를 하는 것으로 보아 이 근처에 사는 사람인 것 같다.



"뚸 샤오 치엔?"


다시 사무실로 들어가 조금 전의 여성에게 이번에는 임시정부 방향을 가리키며 입장료의 가격을 물어본다.


"한 분이세요? 20위안입니다!"


처음 한국어로 했을 때 못 알아듣는 듯하여 이번엔 중국어로 물어봤더니 한국어로 대답한다. 완전히 바보가 된 기분이다. 


"허허허, 한국말 하시네요. 잘.." 


 

입장권을 들고 임시정부의 현관으로 들어서니 사진을 촬영하지 말라는 듯 제스처를 취하고 비닐로 된 덧신을 신으라고 안내한다. 

 

 

 

임시 정부의 건물은 3층으로 이루어진 작은 가정집과 같다. 1층은 부엌과 거실, 2층은 김구 선생의 집무실과 회의실, 3층은 침대가 놓인 숙소가 있다. 좁고 삐걱거리는 계단을 오르며 좌우로 한눈에 들어오는 좁은 건물 내부를 관람하며 안내 화살표를 따라 나오니 이번에는 덧신을 벗으라는 안내를 한다.


 

 

그곳은 임시정부와 관련된 사진들과 문서 자료들이 전시되고 있어 핸드폰으로 사진을 몇 장 찍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방명록에 감사의 글을 남기고 20위안을 후원하고 나온다. 


"가난한 여행자라 죄송합니다!"


 

 

20여 분 정도 임시정부 기념관을 관람, 저 시대를 지나쳐왔다면 나는 어떤 삶의 선택을 했을지, 그들과 같은 삶을 선택할 수 있을지 자문해 본다.


올해가 임시정부 수립, 건국 100주년이 되는 해다. 수많은 좌절과 역경을 감내하며 투쟁했던 그들의 바람과 달리 아직까지 하나의 조국으로 살아가지 못하고 있지만 그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게 올해는 더 좋은 일들이 남과 북 사이에 일어났으면 좋겠다 싶다.


"이번 여행의 마지막은 북한을 내달려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어쩌면 5년 후 정도면 가능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지 않더라도 내 다음의 여행자들은 언제든 북한을 통해 대륙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싶다. 


단절. 섬나라가 아닌 섬나라로 살고 있는 우리의 현재는 단절과 왜곡이다. 정치, 경제, 문화, 이데올로기 등 우리를 가로막고 있는 단절의 역사는 그 모든 복잡한 것들을 차치하고, 무엇보다 시대의 상상이나 바람 같은 생각의 넓이를 가로막고 있고, 왜곡되고 변질된 가치관으로 여전히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 아쉽다.



 

임시정부의 관람을 마치고 호수의 도시 쑤저우로 향한다. 상하이 시내의 자전거길은 아주 잘 되어 있어 라이딩을 하기에 편하지만 신호등을 만나면 정신이 없을 정도로 복잡하다. 


좌회전 신호가 별도로 없는 곳이 않아 직진 차량과 좌우회전 차량, 신호를 건너는 사람들과 자전거와 오토바이가 뒤섞여 자동차의 크락션 소리가 요란하게 올려댄다.


길을 잠시 잃고 전기 레일로 움직이는 버스를 따라 자전거 도로가 없는 길을 이동하여 신호등 앞에 멈춘다. 복잡한 사거리를 통제하던 경찰이 나를 보더니 다가와 다그치듯 중국어를 내뱉는다. 자전거가 다닐 수 없는 도로인가 보다. 


손가락으로 큰 길을 가리키며 그곳으로 가라고 알려준다. 시내 한 바퀴를 크게 빙 돌아 겨우 쑤저우 방향의 길에 들어선다.


"아, 중국 도로 어렵다."


 

 

큰 기암괴석이 붙어있는 아파트, 암석에 아파트를 올린 것인지 아니면 아파트에 암석을 붙인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기괴하다. 


도로를 달리다 자전거 통행금지 안내판과 자전거도로 안내판이 동시에 보인다. 


"어쩌라는 거야?" 


속도를 늦추고 가까이 가서 확인을 하니 다행히 출퇴근 시간만 자전거 통행이 금지되는가 보다. 


 

 

 

중국의 도로는 자전거길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거나 간이 펜스나 분리선 같은 것으로 구분되어 있다. 오토바이와 자전거가 다니는 도로이고 일단 차량이 없어 라이딩 하기가 편하지만 주로 오토바이가 함께 주행하기 때문에 전방 주의를 잘 해야 한다.


중국의 오토바이는 대부분 소리가 나지 않는다. 옆을 지나치는 오토바이에 몇 차례 놀란 후 오토바이를 자세히 보니 배기통이 없고 소리가 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전기 오토바이를 타는 것 같다.



대부분 아이나 사람 그리고 짐 같은 것을 싣고 달리다 보니 빠른 속도로 다니지는 않지만 뒤에서 다가오는 소리가 느껴지지 않으니 주의해야 한다. 그리고 도로가 넓다 보니 역주행해서 다가오는 오토바이나 자전거들이 많아 절대 한눈을 팔면 안 된다.   


 

중국의 신호등은 큰 사거리가 아니면 녹색등과 적색등 두 개만 있고 가운데 숫자가 카운트되며 신호이 시간을 알려준다. 좌회전 신호가 따로 없다 보니 신호의 길이가 제법 길고, 길게는 한 신호가 70~90초까지 이어진다. 


3초가 남으면 카운트는 붉은색으로 변하는데 이때부터 자동차를 제외한 사람들과 자전거, 오토바이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중국인들도 몹시 급하다.


 

큰 사거리에는 좌회전 신호가 별도로 있는데 각각의 신호 시간이 길다 보니 사람들이 그것을 기다리지 못하는 것 같다. 자전거든 오토바이든 사람이든 눈치를 보지 않고 자기 갈 길을 가기 때문에 내 눈에는 무질서해 보인다.


 

시내를 벗어나 잠시 폐촌 같은 곳으로 맵스미는 길을 안내한다. 큰 도로와 도로를 잇기 위해 가끔씩 외진 도로나 마을길로 맴스미는 길을 안내한다.


 

길을 건너 전 만난 딸기 아저씨, 그냥 지나치려다 계속 이어지는 외진 길에 식당이 있을까 싶어 딸기로 우선 허기를 채운다. 얼마인지를 묻자 처음에는 18위안이라며 노트에 적어 보여준다.


딸기 바구니를 가리키며 달라고 하고 패니어에서 돈을 꺼내어 주려고 하자 52위안을 달라고 한다.


"응? 52위안? 18위안이라며!"


나는 한국말, 아저씨는 중국 말로 서로 손사래를 치며 알아듣지 못하는 흥정을 하다 20위안을 주고 딸기를 달라고 하니 그제서야 서로의 의견이 통한다.


"타이~~ 헌 타이! 워 헌 어!" 


바구니에서 딸기를 덜어내어 저울에 올려놓고 무언가 계속 말하는 아저씨에게 배고프다고 하니 크게 웃으며 몇 개를 더 담아 준다.


 

딸기는 무르지 않고 단단하니 신선하지만 우리나라의 것보다 당도가 조금 떨어지는 것 같다. 딸기 아저씨의 의자를 차지하고 딸기를 먹는다. 


"중국은 딸기가 비싼 과일인가?"


 

 

겨울철이라 모두들 오토바이 앞에 형형색색의 저런 가림막을 하고 다닌다. 겨울철 핫 아이템인가 보다. 가끔 무표정한 얼굴로 소리 없이 역주행을 해오는 오토바이를 보면 불쑥불쑥 다가오는 것이 꼭 예전 홍콩 영화의 강시처럼 느껴진다.


 

중국 거리의 건물들은 연이어 붙어있고 2층에 상가가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리고 저 긴 건조대에 갖가지 것들이 어지럽게 걸려있다. 



중국 도시의 도로길은 참 예쁘다. 도로와 자전거길의 경계면과 자전거길과 인도의 경계면에 가로수가 우거져 있어 아늑한 느낌이 들고 잘 정비된 포장도로는 언제나 깨끗하다. 가로수의 은은한 향기가 바람 사이로 전해지고 새들의 지저귐이 귀를 간지럽힌다.


도로마다 차량의 통행이 많음에도 차량들이 길게 정체되어 있는 것을 보기가 어렵고, 갓길은 자전거 도로로 주정차된 차량이 없어 혼잡하지 않고, 우거진 가로수들로 인해 도로의 전체가 쾌적한 느낌을 준다.  


 

사원 같은 곳의 입구에 버젓이 자전거와 차량의 통행금지 안내판이 있음에도 사람들을 자전거를 타고 거리낌 없이 지나쳐 간다. 초입에 관리 사무소처럼 보이는 곳에 관리자가 있음에도 어떤 제재도 하지 않는다.


"중국은 참 할 수 없는 것도, 못 할 것도 없는 나라구나."


 

 

길을 이어가던 중 시장으로 보이는 상가가 즐비하던 도로에서 파란색 자켓의 아주머니와 노란색 가림막의 여자가 접촉 사고가 났는지 어수선하다. 라면머리 뽀글 파마를 한 아주머니가 넘어져서 엄청나게 빠른 말로 떠들고 있었고 노란색 가림막 여자는 내 잘 못 아니라는 듯이 대응하는 것 같다.


노란색 가림막 여자의 오토바이를 보면 역주행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잠깐 중국 도로를 달려본 바로는 중국인들은 양보를 전혀 안 하는 것 같다. 차량이나 오토바이를 보면 상호 간의 수신호도 없고 감사나 미안함을 전하는 신호들도 없이 그저 크락션만 울려댄다.


 

 

자전거 도로가 이차선으로 만들어져 끝없이 직선으로 뻗어있다. 


"아, 이 직선 성애자들!"


자전거를 세우고 잠시 쉬며 셀카 놀이에 빠진다. 여행 전 사놓은 샤오미 삼각대 블루투스 셀카봉의 사용법도 알아볼 겸 요리조리 위치를 바꿔가며 연습 삼아 가지고 논다. 동행자가 있으면 좋은 여행 사진을 많이 찍을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쑤저우에 가까워질수록 작은 수로길을 넘는 횟수가 많아진다. 우리와 달리 천변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지 않은 것이 조금 아쉽게 느껴진다.


 

 

이번에는 차량과 오토바이가 충돌했나 보다. 절대로 양보 같은 건 하지 않는 사람들이니 작은 접촉 사고들이 얼마나 흔하게 발생할지 어림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사고 난 위치를 보면 어떻게 저기에서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추돌을 할 수 있을까 궁금하다.


 

오후가 넘어가며 약간의 허기짐으로 지쳐가던 중 콜라의 단맛이 당기어 길가의 슈퍼에 들어간다. 냉장고를 열어 콜라를 집어 들었으나 손에 잡힌 콜라의 온도가 시원하지 않다.


이상하여 냉장고를 확인하니 냉장고는 코드가 뽑혀있는지 꺼져있다. 칼칼하게 목을 타고 넘어가는 콜라의 단맛을 원했는데 미지근한 콜라를 마시게 된 것이다. 중국은 참으로 이상한 동네이다.


 

자리에 앉아 미지근한 콜라를 마시는 동안 작은 새들의 울림이 들려온다. 혹시 주변에 새를 키우는 곳이 있나 둘러보았으나 그런 곳은 없다. 가로수가 울창한 중국의 도로에서 만끽할 수 있는 좋은 느낌이다.


 

중국에 와 처음으로 햇볕이 든다. 일몰을 앞두고 잠깐 얼굴을 보인 태양빛이 따사롭게 느껴진다.


 

쑤저우로 가는 길에 깨끗하게 조성돼 맑은 새소리가 끊이지 않는 썬린공원(森林公园)을 지나친다. 녹푸른 공원과 청아한 새들의 지저귐이 눈과 귀를 간지럽다. 한국이라면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하거나 산책을 즐길 텐데 좋은 공원에 인적감은 그리 많지 않다.


 

일몰이 시작되기 전, 썬린공원(森林公园)을 지나 잠시 쉬며 트립닷컴으로 주점을 검색한다. 


"근처에 저렴한 데가 어딘가?"


검색을 하다 보니 숙소의 위차가 지나왔던 길로 6Km 정도를 되돌아가는 길이다. 어쩔 수 없이 썬린공원을 다시 지나쳐 쿤탄시에 위치한 주점으로 이동한다. 

 

 

중국의 도시들은 온통 공사장과 다름없다. 높고 웅장한 건물들이 하늘 높이 올라가느라 바쁘다. 


 

 

주점에 가기 위해 조금은 외져 보이는 길을 따라가던 중 차오후아 씨티 프라자 앞에서 주차장을 가득 채우고 있는 오토바이들을 본다. 


지상의 넓은 주차장은 오로지 오토바이뿐이고 차들은 지하 주차장으로 이동하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조금은 오래된 중국의 주점에 도착한다. 체크인을 한 후 자전거를 주점의 입구에 묶어 두어도 되는지 묻자 쿨하게 안으로 가져와 넣으라고 위치를 알려준다. 주점의 규모가 크다 보니 장소에 대해 연연하는 것이 없어 보인다.


 

샤워를 하고 저녁을 먹기 위해 많은 수의 오토바이들이 주차장을 가득 채운 차오후아 씨티 프라자에 들어간다. 고덕지도의 맛집을 검색하니 프라자 내부에 여러 가게가 있다.


  

 

1층 정면 에스컬레이터의 사이에 놓인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시설을 보며 있을 법 하다 생각하는 사이 내 뒤편으로 느닷없이 기차 같은 것이 지나가 깜짝 놀란다.   


 

먼저 식당들을 찾아본다. 검색을 통해 알아보았던 식당 한 곳은 면 종류를 파는 곳이라 패쓰, 그리고 가고 싶었던 음식점을 찾아 들어가려는 순간 식당은 뷔페식처럼 여러 가지 메뉴들이 길게 놓여 있다. 여러 가지 메뉴들을 선택하고 주문하는 그런 곳 같다.


"저것들을 어떻게 주문하고 먹는지 하나씩 물어보다가는 하룻밤이 걸려도 모자를 거야."



다행히 입구 초입에 KFC가 있어 그곳으로 갔다.


"아, 다 중국어다!" 


 

KFC 매장에 들어가 잠시 중국어로 된 메뉴판을 보고, 그림판을 본다는 것이 맞는 표현이다. 잠시 걱정이 앞선다. 한국에서도 맥도날드나 롯데리아에 가면 이것저것 추가 메뉴들을 알려주는 점원의 말이 안 들리고 귀찮아서 힘들었는데 여기라고 다를까 싶다.


주문대 앞에서 잠시 주춤하며 메뉴를 고른다. 버거와 치킨 조각, 파이, 콜라가 든 세트 3번을 선택하고 젊은 중국인 남자가 주문 하는 것을 지켜본다.


중국 남자도 처음엔 3번 세트를 주문하였으나 역시나 점원이 무언가 추가 메뉴들을 설명하자 55위안 세트로 변경하여 주문을 한다. 그리고 카드나 현금으로 결제를 하지 않고 핸드폰을 꺼내어 계산대 앞에 놓은 바코드에 핸드폰을 갖다 댄다.


중국에서의 첫날, 호텔 앞 부침개 케밥을 팔던 허름한 노점상에서도 중국 남자는 핸드폰으로 바코드에 갖다 댄 후 그냥 가버렸다. 아마도 중국의 젊은이들은 스마트폰 결제가 보편화되어 있는 것 같다.


 

"세트 넘버 3!"


약간 놀란 점원은 습관적으로 추가 메뉴들을 설명하려다 포기하고 39위안이라고 알려주며 웃는다. 잠시 후 나온 버거세트는 특별히 다른 것은 없고 단지 콜라가 약간 작은 사이즈다.


 

약간 중국 향신료 맛이 나는 것 같기도 하지만 허기진 탓에 지금껏 먹어본 햄버거 중 가장 맛있는 것처럼 만족스러움을 준다. 


가끔씩 스타벅스들이 보이기도 하지만 중국 시내에서 맥도날드와 KFC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식사를 하고 공항에서 빼앗긴 본드와 필요한 것들 몇 가지를 사기 위해 2층으로 올라간다. 대형마트 같은 곳으로 들어간 순간 넓고 끝없는 마트 내부에 사람들로 인산인해다. 


"이곳은 뭐지?" 


엄청나게 넓은 규모의 매장은 가전, 의류, 생활용품, 식료품 등으로 쭉 이어지고, 모든 카테고리가 한 층에 있으니 어마하게 넓을 수밖에 없다.  


 

 

 

한구석의 자이언트 자전거 코너. 매장 내 유일하게 사람이 없는 코너에는 펑크 패치용 본드는 아쉽게도 없다.


 

 

50위안 운동화, 9,000원이 안되는 운동화를 들어보니 값비싼 런닝화에 비해 조금 무거웠지만 괜찮은 품질로 보인다.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다기보다 깔려있다 아니 쌓여있다.


 

 

사람들 틈 사이로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매장. 그만 돌아갈까 하다 내친김에 다 둘러보기로 한다.


 

매장의 끝부분에 위치한 생선 코너까지 돌아보려니 다리가 아프다.


 

 

 

 

"뜨악!"


생선코너의 끝자락 부분에 놓인 황소개구리를 보고 놀란다. 


 

 

"허걱!"


그리고 자라. 그런데 가격이 두 배쯤 차이가 난다.


 

미꾸라지 같은데 크기가 장어만큼 큰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갖가지 밑반찬 중 우리의 김치도 한 접시 놓여있다.



 

 

 

우리는 치킨, 중국은 오리. 


"한 팩 사가서 소주 한잔했으면 좋겠네."


 

 

우리 대형 마트처럼 셀프 계산대도 있다.



프라자를 나오며 중국의 건물들이 비현실적으로 거대하고 모양 없이 지어놓는지 알 것 같다. 수없이 많은 가게들과 시설들이 있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은 그런 사이즈가 아니고서는 사람들을 감당하기가 힘들 것 같다. 


 

숙소로 돌아와 로비에 있는 커피 자판기, 믹스커피 한 잔이 먹고 싶어 가보니 메뉴가 중국어다. 모르면 눈치껏 찍으면 된다. 아마도 첫 번째 咖啡라고 적힌 것이 커피가 아닐까 싶다. 


"맞다에 500원!"


버튼을 눌러보았지만 나오지 않는다.


"됐다. 방에 가서 김태희 커피 먹을 거다."


 

숙소에 돌아와 내일의 경로 등을 확인하고 잠이 든다. 커다란 타이호와 주변의 크고 작은 많은 호수들이 궁금하다.




Tip1. 중국 시내에는 자전거가 다닐 수 없는 길이 있다. (오토바이가 다니는 길을 따라가라.)

Tip2. 중국에는 좌회전 신호가 별도로 없는 곳이 많다. 차들을 조심하라.  

Tip3. 중국인은 길에서 절대 양보하지 않는다. 멈출 것이라 생각지 말고 피해 가라.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4일 : 2018.11.01 / 화창함・18도

강릉항-울릉도 저동항-울릉도 도동항-독도-울릉도 도동항-사동리

강릉항에서 울릉도에 들어간다. 굳이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곳을 왜 가느냐고 물어본다면 "그저, 가보고 싶었다"고 말하겠다.

이동거리

416.55Km

누적거리

732.64Km

이동시간

9시간 46분

누적시간

31시간 55분


울릉 저동항
울릉 도동항
297Km/6시간 14분
120Km/3시간 32분
강릉항
독도
사동리
 
 
734Km

 

30분 간격으로 촘촘하게 맞춰놓은 알람이 울리기 전 잠에서 깨었다. 울릉도를 향하는 배편을 구하지 못할까 하는 조바심이 이른 아침 자연스럽게 몸을 일으켜 세운 것이다.


시원하게 들려오는 파도소리와 모래사장의 푹신함에 첫 번째 와일드 캠핑은 그럭저럭 만족스러웠다. 아직은 익숙지 않은 침낭과 텐트를 정리하느라 꽤 애를 먹었지만 붉게 피어오르는 동해의 일출을 만끽하며 하루를 시작하였다.


 

6시 반, 이른 시각 한산한 강릉 여객터미널에 도착하였을 때 여행의 즐거움을 서두르는 한두 명의 여행객들이 빈 터미널 안을 서성거리고 있었다. 머지않아 터미널의 직원들이 출근하여 여행객들의 간단한 질문들에 친절하게 답해주었다.


날씨가 좋아 독도까지 가려는 한 여행객의 독도행 여객선을 예매하는 것을 보고 잠시 고민하였다. "독도..?"


울릉도에서 독도까지 꽤 거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 시간의 소요에 대한 망설임이었다. "잠깐 내렸다 오는 건데 갈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매표소 옆에 위치한 작은 터미널 매점에 들러 멀미약과 커피 한 잔을 사서 마셔 두었다. 내가 뱃멀미를 하는지는 모르겠다. 간간이 짧은 거리를 가는 여객선은 타봤지만 3시간 가까이 배를 타본 것은 처음이었다.


뱃멀미를 할 것 같지는 않았지만 모를 일이니 미리 마셔둔다. 감기약 드링크제처럼 마시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맛이었다.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일들에 대해 게으른 나는 대부분 안 하는 쪽을 택한다. 하지만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는 일에 대해서는 해놓는 쪽을 택하는 편이다.  무엇이 다른지는 모르겠지만 경험적 확신에 대해서는 게으른 선택을 하지만, 미경험의 불확실에 대해서는 예상치 않은 상황의 돌발성을 끔찍이 싫어하는 것 같다. 


 

7시가 되었을 때 터미널 안은 울릉도를 여행하는 단체 관광객들로 가득 채워졌다. 한산했던 터미널이 5일 장날의 번잡스러움으로 바뀌면서 여객선의 잔여석이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여유분의 표가 얼마나 있는지 알려주지 않는 여객터미널의 응대에 조금 불만이었고, 20분이 다가왔을 때 미리 대기줄의 첫 번째에 서서 기다렸다.


몇 석 정도의 잔여석이 남아있는지 정도는 알려줄 수 있는 것 아닌가 투덜거렸다.


 

첫 번째로 울릉도행 표를 사들고서야 마음이 편안해졌다. 승선까지 20여 분의 자투리 시간, 작은 터미널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딱히 없었다. 잠시 기다리던 사이 울릉도를 향할 씨스타 5호가 항으로 들어섰다.


 

 

 

"울릉도에 가는데, 독도도 가봐야 하는 것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독도에 대한 특별한 생각은 없지만 상징성이라는 것이 호기심을 자극하였다. 매표소 옆 안내소 문틀에 기대어 독도행 배편의 잔여석이 있는지 문의하여 임시 예매를 해두었다.


"1시 출발입니다. 12시 반까지 도동항에 도착하셔서 수속 절차를 하셔야 합니다." 울릉도에 도착하는 저동항에서 도동항까지 차로 15분 정도 거리에 있다는 안내에 1시간 정도의 시간적 여유가 자전거로 충분히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시간이 늦어 갈 수 없다면 어쩔 수 없지만 일단 독도행 예약을 해두었다. 잔여석은 겨우 5석 정도 남아있는 상태였다.


 

 

밖에 묶어두었던 자전거를 미리 승선을 할 위치에 옮겨놓았을 때, 자전거를 유심히 살피던 배낭 여행객이 말을 걸어왔다. 큰 배낭을 지고 전국을 걸어 다니며 여행을 하는 중이었다. 


 

8시 20분 울릉도행 여객선에 승선 시작, 자전거나 화물을 따라 싣는 이동로는 없었고 일반객과 함께 객실로 이동 후 직원의 안내에 따라 배의 후미 쪽 화물칸에 자전거와 함께 패니어를 넣어두었다.


 

 

자리를 잡고 앉은 사이, 커다란 겨울용 이불 백을 든 현지인처럼 보이는 아주머니께서 옆자리에 자리하였다. 좌석 통로에 놓아둔 이불 백을 치워달라는 여행객의 요청에 "자리가 텅텅 빌 텐데, 아무곳에나 앉으면 되는데.."하며 불만을 표시하였다.


여객선은 깔끔하였고 아주머니의 말처럼 많은 자리들이 공석으로 비어있었다. 어제 저녁부터 매표를 하기까지 조바심을 내었던 마음이 허탈하게 느껴졌다. "잔여석 정도만 알려주었어도 불필요한 걱정 따위는 안 했을텐데" 생각하였다.


 

강릉에서 울릉도까지 2시간 40여분 정도 소요된다는 안내와 함께 천천히 배는 출항하였다. 큰 출렁거림 없이 어느새 푸른빛의 바다만이 눈에 들어왔고 3일간의 여행의 사진들과 글을 정리하는 사이 11시가 조금 넘어 배는 울릉도의 주변을 돌고 있었다.


 

저동항에 입항하기 전, 옆자리에 계시던 아주머니께서 말을 걸어왔다. 몸이 불편하여 이곳에서 요양을 하는 중이라 말하며 "이곳이 처음이냐? 생각보다 울릉도가 꽤 크죠?" 하였다. 관음도의 전망에 대해, 일주터널이 뚫려 곧 개통된다는 설명들과 함께 좋은 것들을 많이 구경하라 알려주었다.


"울릉도에는 세 가지가 없어요. 뱀이 없고, 멧돼지 등 산짐승도 없고, 공해도 없고, 도둑이 없어서 여자 혼자 살기에도 무섭지가 않아요."


 

저동항에 입항하여 다시 패니어를 장착한 후 더운 날씨에 옷가지들을 갖춰 입고 나니 11시 30분이 되었다. 독도행 여객선을 타기 위해 도동항까지 이동하기에 여유가 없었다.



순식간에 많은 여행객들이 빠져나간 저동항에서 바라본 하늘과 구름은 이색적이었고 육지의 분위기와 사뭇 다른 느낌의 것이었다.



서둘러 소박한 저동항의 여객터미널을 지나칠 때 갑작스레 풍겨오는 오징어 냄새. "울릉도에 왔나보다"


작은 어촌의 복잡한 길처럼 꼬여있는 저동항의 입구에서 도동항으로 가는 길을 묻고 이동을 시작하였다. 출발과 함께 시작되는 고갯길, 구불길로 이어진 저동재를 넘는 사이 뜨거운 땀방울이 고글을 타고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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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의 저동항과 도동항 사이의 고갯길 저동재



 

시간에 쫓기듯 저동재를 넘어 차량과 사람들로 복잡한 좁을 길을 따라 내려오니 작은 항구가 보였다. 여행객들과 호객을 하는 상인들의 틈 사이를 지나 저동항의 안쪽 여객선 터미널에 12시 30분을 얼마 남기지 않고 도착하였다.


2층에 위치한 터미널을 찾아 계단을 오르는 동안 무거워진 허벅지의 근육이 "왜 하필 2층이냐"며 따져 묻는듯하였다.


예매한 표를 구매하고 독도행 여객선에는 자전거를 실을 수 없다는 안내를 받았다. 승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자전거를 묶어둘 곳을 찾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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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동항 여객선터미널은 도동항의 안쪽 선착장의 2층에 위치해있다.


 

패니어들과 침구류들을 모두 제거하고 자전거는 여객터미널 주변에 묶어두었다. 그때서야 다시 한번 독도행 시간에 늦지 않았음을 안도하였고, 울릉도의 색다른 하늘과 구름이 눈에 들어왔다.


청명한 하늘 아래 내 눈 가까이 솜털처럼 가볍게 떠다니는 구름떼들.


 

 

 


목과 어깨, 양손에 패니어와 침구류들을 메고 들고 많은 사람들의 틈 사이에 끼어 독도행 배에 승선하였다. 배의 입구에 짐들을 놓을 수 있는 선반이 갖춰져 있었다. 


노트북만을 챙겨들고 짐들을 선반 위에 올려놓고, 매점에 들려 맥주 한 캔과 빵을 사들고 우등석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갔다. 이른 아침부터 지금까지 아무것도 먹지 못한 상태였다. 


일반석보다 조금 넓은 우등석은 그것 이외에는 별다른 것이 없었다. 울릉도행 여객선의 선내와 달리 독도행 선내는 굉장히 시끄러웠다. 단체로 여행을 온 것 같은 학생들과 나이 지긋한 여행객들의 수다와 잡음 소리들.


열심히 핸드폰 게임을 하는 여학생과 지정석을 벗어나 직원들의 지적을 받는 어르신들의 실랑이 속에서 하고 싶은 것들을 다 할 수 있게 되었음에 대한 만족과 밀려오는 배고픔의 허기짐을 캔맥주의 시원함으로 달래였다.


 

독도로 항하는 길, 잠깐의 단잠에 빠져들었다. 독도 입항 30여 분을 남기고 잠에서 깨어났다. 깊고 고요한 단잠 속을 벗어나 여전히 시끄러운 소음과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어르신들의 움직임들은 살짝 짜증스러웠다.


 

독도에 내려 관람할 수 있는 시간은 30여 분 남짓이었다. 패니어에서 빼낸 노트북을 다시 넣어두기 위해 1층 입구로 내려갔다. 독도에 들어가는 흥분감에 이미 나와 하선을 기다리는 몇몇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패니어에 노트북을 집어넣는 사이 독도 정박을 앞둔 배의 입구는 사람들로 가득 채워졌다.


"모두들 독도에 가는 것이 흥분되는가 보다." 생각하는 사이, 배의 정박과 함께 문이 열렸다. 순간, 하선을 하려는 사람들이 일시에 입구로 향하며 2초간 사람들이 문에 끼어 멈춤 상태가 되는 것을 보았다.


독도에 내려 아무데도 갈 수 없고, 좁은 공간에서 30여 분의 시간은 주변을 둘러보기에 너무나 충분한 시간이었다. "이 사람들과 혹여 무슨 사고라도 나면 큰일이겠다" 생각하였다. 


 

 

독도라고 해서 상징적인 의미 외에 특별한 감회 같은 것은 없었다. 360도 몸을 한바퀴 돌리면 모든 것이 눈에 들어오는 작은 섬이었다. 화산분출로 만들어진 섬답게 독특한 형질과 형상의 섬모양이 인상적이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쏟아져 나온 탓에 차분하게 독도를 구경하기에는 무리였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 만세를 부르는 단체객들 사이를 분주하게 이동하며 최대한 방해받지 않기 위해 움직였다.


 

 

 

 

30여 분의 짧지 않은 시간 독도를 둘러보고 남들보다 서둘러 승선하여 휴식을 취하였다. 승선을 알리는 안내와 함께 여행객들이 하나, 둘 승선하여 선내는 다시 시끄러운 시장 바닥이 되었다.


 

 

 

 

 

 

 

 

 

 

 

 

 

독도 관람에 대한 자신들의 소회를 나름의 방식대로 떠드는 동안 다시 짧은 단잠에 빠져들었다.


 

 

 

5시 30분. 일몰이 시작되는 시간 여객선은 도동항에 도착하였다. 여전히 배의 정박을 앞둔 여객선의 입구를 향해 서둘러 몰려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그들이 모두 빠져나가기를 기다렸다.


"무엇이 저리도 바쁘고 급할까? 이 작은 섬에서 딱히 서둘러 할 무엇도 없을 것 같은데.."


 

자전거를 놓아두었던 곳에서 패니어와 침구류들을 다시 장착하고, 붉게 떨어지고 있는 울릉도의 일몰을 감상하였다. 구름과 하늘이 참 인상적인 곳이다.


 

 

 

낚시객의 행위 하나하나에 민첩하게 반응하던 검은 냥이들. "너희들을 줄 것 같지는 않은데.."


해가 떨어지기 전에 어딘가로 이동하여야 했다. 좁은 도동항 주변에 마땅히 야영을 할 곳이 없었고, 복잡한 여행객들 사이에서 저녁을 해결하고 싶지 않았다.


울릉도에 도착하기 전에 야영지로 생각해두었던 사동해수욕장으로 이동하기 위해 다시 고갯길을 넘어가야 했다. 좁은 골목길을 오르며 도동항 주변이 울릉도의 군청 소재지가 있는 중심지라는 것에 조금 의아해했다. 생각보다 협소했다. 


 

사동리로 가기 위해 힘들게 오르막을 오르고 울릉터미널을 지날 때쯤 해는 완전히 떨어져 육지보다 더 짙은 어둠이 찾아왔고, 울릉도의 도로의 상태는 좋지가 못했다. 시멘트 포장길은 여기저기 파여있었고 비가 내린 것처럼 젖어있었다.


조심스레 내리막길을 내려와 사동리해수욕장을 찾았다. 여러번 지도앱을 확인하며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내가 생각하는 해변이나 해수욕장처럼 보이는 장소는 없었다. 다시 한번 좁은 마을길을 돌아 해수욕장을 찾았을 때 내가 생각했던 해수욕장의 풍경과는 전혀 다른 모양의 장소가 보였다.


해수욕장이라는 작은 안내간판이 없었다면 그저 작은 마을앞 해안가 정도라 생각했을 것이다. 몽돌들이 깔려있는 곳에 바닷물이 출렁이는 작은 해안가 정도. 주변에 아무것도 없었고 몽돌을 깔고 누워 잠을 잘 수는 없다.


마을을 돌아 나와 중국집과 홍합밥을 파는 음식점에서 저녁을 해결할까 생각하다 좀 더 이동을 해보기로 하였다. 식사보다 야영을 할 곳을 찾는 것이 더 우선이었다. 식사를 하고 주변에 야영을 할만한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하였다.


 

조금 더 길을 따라 이동하였으나 오히려 도로 주변의 빛들은 더 어둡게 변하였다. "이게 아닌가 본데.. 돌아가야 하나?"


길 주변 어둠 속 환한 불빛의 음식점을 찾았다. "아, 돼지국밥.." 음식점 앞 낮은 곳에 넓은 주차장을 갖추고 있다는 것만을 확인하고 좀 더 이동해보았다. 하루의 허기를 그것도 처음 찾은 울릉도의 첫 끼를 돼지국밥을 먹고 싶지 않았다.


"좀 더 가보고 없으면 돌아와서 돼지국밥으로 저녁을 해결하고, 양해를 구해 주차장에서 야영을 할 수 있는지 물어보자"


 

사동항을 지나칠 때까지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고 사동항 앞 사동 관광호텔만 덩그러니 서있었다. 다시 몽돌식당으로 돌아와 식당 문을 열었다. 


 

몇몇 주민들로 보이는 이들이 오리고기와 함께 반주를 하고 있었다. 늦은 밤 7시,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의 외지 여행객이 만들어낸 공간의 이질감은 나마저도 어색하게 만들었다.


따듯한 방 안에서 마을의 일들에 대해 얘기하는 그들 사이에서 저녁을 먹은 후, 주인에게 주차장에서 텐트를 치고 하룻밤 보낼 수 있는지를 물었다.


고갯길의 시작점에 위치한 식당의 주차장은 언덕의 아래쪽 도로와 식당의 가운데에 위치해서 바람이 심하게 불고, 시끄럽다고 말하며, 사동항쪽으로 조금 이동하여 오른쪽으로 작은 길을 따라 오르면 작은 공원이 있다고 알려주었다.


"여기는 바람이 많이 불어서 추워요. 저기 동네 사람들이 운동도 하고 하는 공원이 있는데 잔디밭에 정자도 있고 해서 여기보다 좋을 거예요."


 

사동 관광호텔 뒤편의 길을 오르니 마을길 사이로 농업센터 건물과 식물원 같은 곳이 나왔다. 정자를 찾았지만 어둠 속에서 찾기가 쉽지 않았고 식물원 한구석 커다란 편백나무 아래 자리를 잡았다.


식물원을 정비하는 것인지 곳곳에 땅을 고르는 작업의 흔적들이 있었다. 마을 안쪽에 위치하여 조용했고 바람 또한 없어 아늑하고 그만이었다.



내일 울릉도를 일주할 경로들을 확인하고, 후포항으로 나가는 여객선의 배편을 확인하였다. 후포항으로 나가는 배는 다행히 사동항에서 출발하였다. 저동항에서 출발하였다면 그곳으로 가기 위해 다시 넘어야할 사동리의 고개와 저동재가 끔찍하였다.


"내일 아침 사동항에 들려 배편을 예약하고 일주를 시작하면 되겠다. 하루종일 배편 때문에 시간에 쫓기였는데.. 나가는 것도 이렇구나. 그래도 하고 싶은 것은 어쨌든 다했네. 다행이야. 그거면 된 거지.."





GPS 정보

 


D+3일:2018.10.31 / 맑음・16도

속초해변-대포항-양양 낙산사-하조대-남애항-주문진-경포대-안목해변-강릉항

7시 알람을 뒤로하고 따듯한 침대에 누워 늦잠을 청하였으나 8시가 조금넘어 깨고말았다. 화사한 햇살이 큰 유리창 너머로 넓은 방안을 눈부시게 비추고 있었다. 오늘은 천천히 동해해변길을 달리며 바다의 소리를 들어야지.

이동거리

71.55Km

누적거리

316.72Km

이동시간

5시간 29분

누적시간

22시간 09분


양양
주문진
42Km/3시간 05분
30Km/2시간 24분
속초
남애항
강릉항
 
 
317Km

 

물을 먹은 스펀지처럼 온몸이 무거웠고, 허벅지와 종아리의 뻐근함으로 묵직하였다. 상급 모텔의 따듯한 방과 적당히 내 몸을 덥히고 있는 전기장판의 온도, 바스락거리는 깨끗한 이불에 파묻혀 커튼 사이로 스며드는 아침햇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매일 이런 아침을 맞이할 수 있다면 좋겠다 생각하였다.


 

지난 저녁 보지 못한 바다의 풍경을 보기 위해 속초해변으로 나갔다. 따듯한 햇살과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속초해변, 동해안의 여러 해변 중 나는 이곳을 가장 좋아한다. 언제 오든 마음속 무게를 순간의 가벼움으로 날려버리는 상쾌함이 좋다.


그 마법 같은 해답을 바라며 지난시절 이유 없이, 계획 없이, 동행 없이 이곳을 향하곤 했었다.  


 


 

"언제나처럼 응어리진 나의 마음을 달래줄 수 있겠니? 다음 너를 마주하면 네가 덜어내어준 지난 모든 것들이 지나갔음을 확인하며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오랜 후에 다시 보자."


 


오늘 이동거리는 독도로 들어가는 여객선이 있는 강릉항까지 80Km 정도. 동해안 해안 자전거도를 따라 이동하면 된다. 예전 해안도로가 주문진에서 끊기어 양양을 거쳐 속초로 향하는 7번 국도를 타고 이동해야 했었다. 최근의 해안도로는 자전거 도로로 정비되어 고성까지 연결이 되어있는 모양이다.


어제의 미시령을 넘는 조금 무리한 라이딩은 약간의 시간의 여유로움을 갖게 해주었다. 살며 수많은 선택을 하여야 한다. 어제의 미시령을 넘을지에 대한 선택또한 그러한 선택 중에 하나였다. 


나는 어떠한 삶의 선택에도 잘못된 선택 또는 잘한 선택 같은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저 자신의 선택에 의해 뒤따르는 과정에 충실하면 된다. 그것이 아무리 고단하고 아플지라도 삶에 있어 그때의 선택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선택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만약이라는 가정이 담겨있는 나약한 현실 부정과 다를 바 없고, 공허한 후회라는 감정만을 남겨놓는다. 결국 어떤 선택에 의한 결과는 선택의 순간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선택 이후 그 결과에 이르는 과정의 문제일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의 놓여진 현실에서 또 다른 선택을 하고, 그 선택에 따른 과정에 다시 충실하면 되는 것이다. 


 

제법 익숙하게 패니어의 무게들을 균등하게 만들고, 자전거의 장착에 시간이 줄어들었다. 겨울의 초입이라 생각하기 어려운 따듯하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동해의 여행을 시작한다.



속초해변에서 설악해변까지의 해안 자전거도로는 한적한 해안길과 국도변 나무 테크로 전용도로를 만들어 바다 가까이 풍경과 함께 달릴 수 있었다. 아름다운 동해의 바다와 파도소리가 그 어떤 잡념의 개입을 가로막았다. 



7번 국도와 잠깐의 조우 후 낙산사에서부터 시작되는 양양의 도로는 해변 이면의 2차선 구도로로 이어지고 있었다. 몇 개의 업힐이 이어지고 아침해를 정면에 두고 달리는 라이딩은 약간의 지겨움을 느끼게 하였다. 


 


 

하조대를 지나 7번 국도를 타고 이동한다. 자전거를 타기에 넉넉한 갓길을 확보하고 있지만 언제나 통행량이 많은 이 길이 유쾌하지는 않다. 동해해변의 풍경에 심취해서 그리고 양양을 넘은 구도로의 나른함에 시간을 지체한 것을 국도를 달리는 시간에 줄이고자 속도를 내었다. 


왼쪽 새끼손가락이 어제부터 저리기 시작하더니 찌릿찌릿 신경을 건드린다. 


 

남애항 삼거리에 이르러 다시 해안도로를 타기위해 7번 국도를 빠져나왔다. 이곳의 등대횟집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 오후 2시가 넘도록 밥을 먹지 않았다. 남애항의 안내판을 보는 순간 지난 오래전의 기억들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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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애항 삼거리. 남애항에서부터 강릉까지 이어지는 자전거도로를 즐길수 있다.


 

 

오래전 짱구형과 함께 강릉에서 여름휴가를 보냈었다. 강릉 경포대에서 한나절을 보내고 또다른 날 이곳 남애항까지 초등학교를 다니던 짱구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와 점심을 먹었었다. 이모님이 운영하시는 음식점 등대횟집, 8년전 전국일주 때에도 잠시들려 식사를 하고 갔었다. 


어딘가 낯선 곳이 이런 인연들이 하나, 둘 있다면 좋겠다 생각하였다. 집앞 단골집에도 인연을 만들지 못하는 나의 게으름으로는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언제나 소박하고 조용한 남애항. 근처 조그마한 남애해수욕장이 있어 휴가철 북적이는 유명 해안보다 이런 곳이 가족끼리 조용히 보내기에 좋은 것 같다. 


 

방긋이 맞이하는 이모님, 나를 몰라보지만 어쩔 수 없는 일. 물회를 주문하고 아무것도 변한 게 없는 것 같은 식당의 내부를 눈여겨본다. "어디 달라진 데가 없나?"


 

회가 따로 담겨 나오는 물회. 매콤 새콤한 그 맛있는 맛이 그대로였다. 늦은 점심의 허기로 순식간에 큰 그릇을 비우고 자리를 일어서자 믹스커피 한 잔을 내어 주셨다. "이모님, 건강하시네요. 저 예전에 윤기랑 자전거 타고 왔었잖아요." 하였다.


"윤기, 오윤기. 그래 오윤기" 하셨다. "네, 잘 먹었습니다. 이모님, 건강하세요!" 인사를 드리고, 남애항의 든든한 점심의 만족감과 함께 강릉으로 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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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애항 등대횟집. 맛있는 회따로 물회를 먹을 수 있다.



 

남애항에서 강릉까지는 여러 해수욕장을 따라 해안길이 이어진다. 관광객들이 북적이는 주문진의 비린 짠내음을 지나 해변가 해송의 솔향기가 은은하게 이어지는 연곡해변, 사천해변 그리고 강릉의 경포대로 이어지는 길. 지난 그때 체력이 지친 짱구가 투덜거리며 페달을 밟던 기억이 떠올라 피식하였다.


생각해보면 한가롭고 여유롭던 시절이었다. "언젠가는 꼭 한번 같이 갔으면 한다." 그의 마음을 받는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다시 함께 즐겁게 여행할 날이 왔으면 좋겠다.


 

그때와 달라진 것이 있다면 해안길 촘촘히 자전거길의 안내가 도로에 프린트되어있고, 자전거 전용길이 도로변 옆으로 2미터 정도 넉넉히 확보되어 있었다. 


 


다섯시가 넘어서야 경포대에 도착하였다. 속초 해변에서의 한가로움이 생각보다 늦은 라이딩 시간을 갖게 하였다. 충분히 아름다웠고, 마음속 시원함이 작은 행복감을 주었다. 



속초해변과 경포해변을 보면 놀랍다. 끝이 보이지 않는 모래사장의 규모와 너무나 경쾌한 파도의 소리와 바다 빛. 조금더 머물고 싶지만 마저 가야 할 길이 있다.


 

어둠이 내려앉는 시간, 약간은 외져 보이는 도로 길을 달려 GPS는 강릉항을 가리켰다. 좁은 골목을 돌아서야 눈에 들어오는 등대. 넓은 주차장을 돌며 터미널을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다시 주차장을 빠져나와 오른쪽으로 향했을 때 생각지 못한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잠시 의아해하는 순간 해변과 도로길을 따라 커피숍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오, 카페거리..!" 


일몰을 보기위해 방파제로 향하는 사람들 사이로 여객선 터미널을 찾았지만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두어 번 제자리를 돌고서야 강릉항 여객터미널을 알리는 길 안내판을 발견하고 주차장과 해변 사이의 작은 소로를 따라 들어갔다. 등대의 방파제 밑 너무나 작은 여객터미널.


배의 승선을 기다리는 사람들, 표를 예매하는 사람들, 시간과 사람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터미널의 안은 사람 한 명 보이지않고 텅 비어 있었다. 예상치 못한 어색한 상황에 잠시 멍하게 블라인드가 내려진 매표소를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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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항 여객터미널은 방파제와 주차장 사이의 길을 따라 안쪽에 위치해있다.


"독도행 8시 20분 정상 출항, 발권 7시 20분부터" 안내 문구를 보며 불안감이 밀려들었다. "표가 없으면 난감한데."


 

내일 새벽 일찍 와서 대기할 생각으로 터미널을 빠져나왔다. 미미한 석양빛이 남아있는 해변에서 젊은 청춘들이 셀카봉과 삼각대 그리고 갖가지의 모양들로 그들의 시간을 남기고 있었다. 


약간은 후미진 길가의 뒤편에 이런 화려한 거리와 생동감이 있을 줄 생각지 못하였다. 그들의 웃음이 경쾌하게 느껴졌고 강릉의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플레이스임을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첫 번째 야영을 할 장소가 필요하였다. 첫날의 우중 라이딩으로, 둘째날의 찬바람을 맞은 피로로 핑계하며 야영을 하지 않았다. 생에 첫 번째 와일드 캠핑이라 조금은 시간적 여유를 두고 했으면 하는 우려의 심정이었다.


어둠이 찾아오는 해변가에서 조급함이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카페거리의 끝자락, 해변가의 사람들이 오지 않는 모레 사장 위를 선택하였다. 바다와 가까이 위치해 있었지만 언덕처럼 높게 위치하여 파도가 밀려올 걱정도 없었다. "여기로 정했어!"


 

텐트를 칠 장소를 결정해 놓으니 마음이 편안해졌는지 급격한 허기가 밀려들었다. 남애항의 물회 한 그릇이 오늘 식사의 전부였다. 


 

간단히 요기할 식당을 찾았지만 횟집 한두 곳을 제외하고 온통 커피숍뿐이였다. 해변가를 한 바퀴 돌고서 오늘은 편의점표 식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그나저나 해변이 참 좋네"


 

근처 GS 편의점에 들렸다. 머릿속에 짭조름한 스팸 한조각과 따듯한 햇반이 떠다녔다. 햇반과 컵라면, 스팸 작은 것 하나를 골라들고 가격을 보는 순간 "어. 이거 식당밥 한끼 보다 더 비싼데.."


8평 남짓의 작은 편의점을 결정 장애가 있는 사람처럼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진열된 상품을 집었다 넣어다를 반복하였다. 부스터를 켜고 음식을 조리하고 싶지 않은 게으름. 결국 삼겹살 도시락과 닭다리 하나를 사들고 전자렌즈에 데운 후 편의점을 나왔다.


 

여행을 위해 텐트를 구매하고 처음 설치를 하는 것이다. 새로운 제품을 접하면 요리조리 제품의 설명서를 꼼꼼히 체크하고 때론 인터넷의 제품 사용기를 완전히 섭렵하는 사람들과 달리 나는 이처럼 게으른다. 


새로운 것을 구매하거나 생기더라도 그것을 사용하기 전까지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별로 없고, 없던 물건처럼 내버려 둔다.   


 

텐트는 설치하기에 그리 어렵지 않았다. 처음이라 조금 탐색의 시간이 필요한 정도였다. 텐트를 설치하고 약간의 설렘과 뿌듯함이 느껴졌다. 텐트를 잘 설치해서가 아닌 첫 번째 와일드 캠핑에 대한 즐거움이었다. 


"드디어, 바닷가에서 텐트를 치고 파도소리를 들으며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구.."


 

텐트 안은 어릴 적 뛰어놀던 숲속의 비밀 아지트처럼 아늑하고 비밀스럽게 느껴졌고, 오리털 침낭은 따듯했다. 군대 이후 이런 개인용 텐트에서 자보는 것은 처음이다. "그런데, 이 발냄새는 어쩔 거야."


야영을 준비하느라 편의점에서 데워온 도시락과 치킨 한 조각은 식어있었다. 뭐 그런 것에 연연하는 성격이 아니니 식은대로 나름 잘 먹으면 그만인 것. 



울릉도로 들어가는 배편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며 표를 구하는데 어려움이 없었으면 하였고, 한 좌석 정도는 있을 테니 일찍 일어나 일순번으로 대기해야겠다 생각하였다.


바로 옆에서 밀려드는 것 같은 파도소리를 들으며 하루의 땀을 씻어내지 못한 끈적임의 불편함, 간간이 지나가는 사람의 인기척에 긴장하며 모르는 사이 잠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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