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573일 / 맑음 ・ 28도
청평-강촌-춘천
어쨌든 여행을 떠나오니 답답했던 마음이 조금은 가라앉는다.


이동거리
42Km
누적거리
26,537Km
이동시간
4시간 0분
누적시간
1,989시간

 
북한강자전거길
 
의암물레길
 
 
 
 
 
 
 
18Km / 1시간 30분
 
24Km / 2시간 30분
 
청평
 
강촌
 
춘천
 
 
137Km
 

 

햇볕과 바람, 날이 밝아오는 아침의 느낌이 좋다. 춘천까지 멀지 않은 거리, 청평에서 하루를 더 있어도 괜찮고 춘천 방향으로 천천히 이동을 해도 괜찮을 것 같다.

 

"어디까지 가 볼까?"

 

강으로 나가 세수와 양치를 하고, 물이 참 맑다. 여행을 출발하며 답답했던 기분이 조금은 가벼워진 기분이다.

빠르게 올라가는 기온의 텁텁함이 느껴진다. 이내 뙤약볕으로 변할 캠핑 자리를 정리하고 청평 시장을 아침을 먹으러 간다.

5일 장의 청평 시장은 장날리 아니라 아쉽다. 썰렁한 시장 골목에 아침 식사가 되는 식당으로 들어간다.

시골 재래시장에서 맛볼 수 있는 그런 특별함은 없다. 든든하게 배를 채운 것으로 만족한다.

강변을 따라 이어지던 자전거 도로는 가평에 이르기까지 꽤나 지루한 느낌이다.

지방 도로와 농로, 하천길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가평에 들어서고.

가평 대교를 넘으며 넓은 경기도의 경계를 벗어난다.

강촌을 향해서 간다. 여전히 지루한 풍경과 더 지루한 자전거길이 이어진다.

대성리, 청평, 가평, 강촌으로 이어지는 대학 MT의 장소들, 봄과 가을이면 이곳으로 MT를 왔지만 이제는 알아볼 수 있는 것들이 없다.

강변을 따라 스상 스키나 바나나보트 같은 레저 펜션만이 줄지어 들어서 있다.

"요즘 대학생들도 MT를 가나?"

그 때에 비하면 교통수단이나 도로의 환경이 좋아져 속초나 강릉, 제주도 같은 바다로 갈 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 구석기시대의 문화처럼 사라졌을 것도 같기도 하고 그렇다.

생각해보면 청량리역이나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낡은 새마을호와 버스를 갈아타며 사람, 시간, 교통체증에 녹초가 되도록 지쳐가며 이곳까지 왔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고작 밤새 술을 마시고, 널부러진 빈 병들과 담배꽁초 사이에 제멋대로 뒤엉켜 잠들고, 쓰린 속을 달래려 남은 음식들을 섞어 라면을 끓여먹는 것이 전부인 하루였는데 말이다.

오래전 추억의 아련함보다 20대 시절의 알 수 없는 눅눅함이 먼저 떠오른다.

"돌아가고 싶지 않은 스무 살, 그때인가 봐."

아무것도 알아볼 수 없는 강촌,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B급 분위기의 거북한 이질감 같은 것이다.

점심을 먹기 위해 메뉴들을 고르다 즐비하게 들어선 막국수집 대신 짬뽕집을 선택한다. 꽤나 만족스러운 맛이지만 수북하게 쌓아 올린 홍합 껍데기를 고르는 것이 귀찮다.

현기님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내일 춘천에 도착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춘천까지 멀지않은 거리, 더운 날씨에 강촌에서 캠핑을 하려고 했지만 생각해 두었던 다리 밑 강변의 공터는 뙤약볕이 쏟아지는 장소다. 그늘막을 치고 쉬고있는 바이크족과 차박 캠핑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 장소는 조용할 것 같지가 않다.

다리를 건너 춘천으로 향하며 적당한 장소를 찾기로 하고, 두 번째로 검색해둔 장소는 시원하지만 너무 외지고 음산하다.

"몰라, 쉬었다 가자."

다리밑 그늘에 슬립핑 매트를 깔고 자리에 누워 해가 떨어지기를 기다린다. 한 시간 정도 지나 의암댐을 건너고 춘천으로 간다.

청평이나 강촌의 강변을 생각하며 적당한 야영지가 많을 것으로 여겼는데, 의암댐으로 막혀있는 춘천은 강변이 아니고 커다란 호수다.

"망했어!"

생뚱맞게 세워진 인어공주 조각상을 지나 작은 언덕을 오른다.

언덕 정상에 마련된 쉼터에서 잠시 숨을 고르는 동안 도로의 내리막길 반대편 호수 방향으로 묘한 나무테크길이 눈에 들어온다.

"뭐지?"

지도앱을 실행시켜 길의 경로를 검색하고 있으니 자전거를 탄 부녀가 나무테크 길로 들어간다.

"오, 호수 둘레길!"

의암호의 가장자리를 따라 만들어진 둘레길인 의암호의 물레길, '타닥타닥' 밟아가는 소리가 좋은 나무테크 길을 따라가니 대규모의 체육 시설들이 들어선 공원이 나온다.

깔끔하게 정비된 공원의 잔디밭과 정자들 그리고 깨끗한 화장실도 마련되어 있다.

공원에서 그늘막을 치고 피크닉을 즐기고 있는 한 가족의 모습이 보인다.

"아, 오늘도 삼겹살 냄새. 그런데 공원에 캠핑이 가능한가?"

일단 화장실에서 물을 받아 다리와 팔을 씻고 넓은 정자에 누워 해가 지기를 기다린다.

공원은 한적한 편이지만 가끔씩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과 산책을 나온 사람들, 자동차들이 지나다닌다.

"캠핑이 가능해?"

어디나 마찬가지지만 공원 시설 내에서 취사와 야영을 금한다는 현수막들이 보인다.

"좋긴 한데 굳이 하지 말라는 것은 하고 싶지 않네."

해는 떨어졌지만 공원에서 야영을 할 계획을 바꾸고 다시 야영 장소를 찾아 춘천 방향으로 들어간다.

다시 의암호의 물레길을 따라가고, 한 중년의 남자가 자전거를 타며 다가와 말을 건넨다.

천천히 페달을 밟으며 남자와 여행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남자는 조금만 더 가면 괜찮은 공원이 있다고 한다.

"캠핑해도 돼요?"

"아마도, 화장실도 있고 괜찮아요."

남자와 대화를 하던 중 캠핑카들과 대형텐트가 설치된 커다란 공터가 나타난다.

"여기 캠핑장인가요? 무료예요?"

"아니요. 케이블카 공사장인데 공터에 캠핑을 하는 거예요."

"여기서 캠핑할게요."

"조금만 더 가면 좋은 곳이 있는데. 화장실도 있고."

"괜찮아요."

남자가 말하는 공원이 어떤 곳인지 알 수 없고, 어둠이 내려앉았고, 캠핑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 장소를 발견한 터라 그냥 공사장의 공터에서 캠핑을 하기로 한다.

주변의 캠핑카에서 통기타 소리와 함께 오래된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가요와 올드 팝송을 연이어 부르는 중저음의 목소리, 남자의 연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 같다.

공터의 풀밭에 텐트를 펼치고 간단히 저녁을 해결한다.

"끈적해. 샤워가 하고싶다."

내일 일찍 현기님 집으로 찾아가야겠다.

 

 

GPS 정보

 

 후원 : KEB 하나은행/변차섭/415-910665-18507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572일 / 맑음 ・ 27도
양평-청평
춘천으로 향한다. 웜샤워의 호스트 현기님의 일정에 맞춰 천천히 북한강 자전거길을 따라 간다.


이동거리
29Km
누적거리
26,494Km
이동시간
2시간 23분
누적시간
1,985시간

 
북한강자전거길
 
북한강자전거길
 
 
 
 
 
 
 
20Km / 1시간 33분
 
9Km / 50분
 
양평
 
대성리
 
청평
 
 
95Km
 

 

빠르게 올라가는 텐트의 온도, 여름을 알리는 화창한 날씨다.

 

월요일에 집이 비는 현기님의 일정, 아주 천천히 춘천으로 가야 한다.

"뭔가 흥도 안 나고, 청평까지만 가자."

그동안 비가 내리며 선선했던 날씨는 여름날의 무더위를 향해 가파르게 기온이 올라간다.

쉼터 이외에 딱히 그늘이 없는 자전거 도로의 라이딩이 뜨겁다.

"얼음 커피가 최고네."

뜨끈하게 달궈진 안장에 오르는 기분은 정말 최악이다. 그럼에도 햇볕을 피해 그늘에 자전거를 놓아두지 않는 게으름은 바뀌지가 않는다.

정말 아무런 생각 없이 페달을 밟는 사이 대성리에 도착한다.

대성리 초입, 낚시꾼들이 만들어 놓은 강변의 야영지에서 캠핑을 할까 고민을 한다.

"물이 깊어서 마음에 안 든다. 가자!"

강변으로 힘들게 끌고 내려간 자전거를 다시 끌고 올라온다.

생각없이 다시 페달을 밟고 청평읍에 가까워지며 강은 작은 하천처럼 낮아진다. 자전거 도로를 따라가는 라이딩은 편하지만 특별한 재미가 없다.

다리 밑 그늘에서 삼겹살을 굽고 있는 중년의 여자들이 보인다.

"흠, 삼겹살 냄새."

사람들을 지나치고, 청평대교 밑에도 여러 개의 텐트와 함께 강변에 사람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다.

"여기는 뭔가 복잡해서 싫다."

슈퍼에 들러 맥주와 쥐포, 음료수 등을 사서 사람들이 삼겹살을 굽고 있던 다리 밑으로 되돌아 온다.

강가에서 다슬기를 잡아놓고 고기를 구워 먹는 여자들의 끝없는 수다가 이어진다.

식욕을 돋우는 삼겹살 냄새가 조금은 고통스럽지만 모임 자리가 끝나면 다리 밑의 공간을 혼자서 독차지할 수 있으니 참아야 한다.

해의 기울어짐에 따라 그늘이 움직이는 시각, 자리를 옮겨가며 그늘에 슬립핑 매트만을 깔고 누워 해가 지기를 그리고 삼겹살 모임이 끝나기를 기다린다.

멀리 강가에서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는 아저씨를 발견하고.

"다슬기를 잡나?"

슈퍼마켓에서 사 온 맥주와 음료수는 물속에 넣어둔다.

"아저씨 뭐하세요?"

줄낚시를 이용해 작은 물고기를 잡고 있는 남자는 오전에 잡아 말려둔 물고기를 고양이들이 모두 물고 갔다며 투덜거린다. 

"물이 참 맑다."

삼겹살 모임이 끝나고 이쁜이라 불리던 막내 아줌마를 비롯하여 모두가 다리 밑을 떠나고 평온한 평화가 찾아든다.

다리가 만든 그늘은 어느새 주변의 산들이 만드는 넓은 그늘로 바뀐다.

텐트를 펼치고 자리에 누워 시원한 맥주를 마신다.

"오늘 저녁은 감자라면!"

라이딩 거리가 짧아 오는 동안 점심을 거른 탓인지 감자라면 두 개와 햇반 하나를 비우고서 저녁식사가 끝이 난다.

뜨락 누나가 챙겨준 오이소박이가 있어서 제법 맛있는 저녁이다.

"내일 여기서 하루 더 있을까, 강촌까지 갈까?"

춘천까지 가까운 거리라 라이딩에 대한 부담이 없어서 좋다.


 

 

GPS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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