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614일 / 맑음 ・ 34도
울산-언양
울산에서 휴식을 끝내고 선화가 알려준 언양의 작천정 계곡으로 간다. "바다 대신 이제는 계곡이라고!"


이동거리
34Km
누적거리
27,369Km
이동시간
3시간 10분
누적시간
2,084시간

 
태화강길
 
태화강길
 
 
 
 
 
 
 
29Km / 2시간 15분
 
5Km / 0시간 55분
 
울산
 
언양
 
작청정
 
 
970Km
 

 

쾌적한 숙소의 생활도 이틀째가 되면 뭔가 불편하고 답답해진다.

찌뿌둥한 컨디션, 메이저리그를 시청하다 12시가 가까워져 숙소를 나온다. 숨이 턱 막히는 더운 공기가 끔찍하다.

광복절과 함께 연휴를 맞은 바이크하우스의 남자, 똥개라는 이름을 자전거에 적어놓은 유쾌한 남자가 점심을 사준다.

비빔 칼국수, 처음 먹어보는 음식인데 꽤 매력 있다. 칼국수의 면 그리고 물회와 같은 소스와 야채의 조합, 쫄면과 비슷한 맛이 난다.

커피를 마시고 바이크하우스로 돌아와 한낮의 더위가 사그라들기를 기다린다.

"오늘은 언양까지만."

울산에서 서남쪽으로 30km 정도 떨어진 언양, 언양 불고기와 언양시장의 소머리 국밥이 유명한 곳으로 호기심과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묘한 동네이다.

점심을 먹으며 선화는 언양에 있는 작천정 계곡에서 캠핑을 하라며 알려준다. 영남 알프스로 불리는 가지산과 신불산 자락의 계곡이다.

"오늘은 언양의 계곡에서 캠핑을."

한낮의 더위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며 핸들 패니아의 자석 부분을 다시 접착시키고, 하나둘 모여든 사림들로 조용했던 바이크하우스에 활기가 느껴진다.

천천히 출발 준비를 하는 동안 젊은 남자가 나의 인스타그램의 포스트를 보여주며 말을 걸어온다.

"여행하시는 것 잘 보고 있었습니다."

자전거 여행을 꿈꾼다는 남자와 즐거운 대화가 이어진다. 여행, 책 그리고 닫혀있지 않은 가치관, 무언가를 열망하며 꿈꾸는 사람의 설렘과 의지가 전해지는 남자다.

한 시간 정도 대화가 이어지고 시간이 아쉽게 느껴진다.

로드바이크를 타는 부부가 찾아와 스페셜라이즈드의 신모델 타막으로 자전거를 업그레이드 한다.

섹시한 타막의 새 주인이 나타났다. 피팅을 맞춰주느라 바빠진 선화의 모습을 지켜보고.

"선화야, 형 갈게."

5시, 샵에 있던 사람들의 배웅을 받으며 언양으로 출발한다. 한낮의 더위는 사그라들었지만 후끈한 열기가 남아있는 여름날의 오후다.

태화강변의 자전거길에 들어서고, 이제부터 서울까지는 석양이 떨어지는 강변의 풍경이 계속 이어질 것이다.

"벌써부터 바다가 그리워진다."

십리대밭으로 가는 다리를 넘고.

울산 태화강의 명소, 십리대밭을 지나간다.

강변에 자리잡은 풍성한 대나무 숲.

대나무 숲 사이로 이어지는 조용한 산책로.

너무나 마음에 드는 대나무 숲이지만.

그 규모가 좀 더 길었으면 좋겠다 싶다.

"그래도 참 멋진 공간이다."

담양의 죽녹원에 가고 싶지만 담양까지 가야 할 경로들이 탐탁지 않아 포기한 마음을 이곳에서 대신한다.

"그러고 보면."

"울산은 꽤나 괜찮은 도시다."

바다와 산, 강과 계곡을 모두 품고 있는 울산.

내가 고양시를 좋아하는 이유와 같은 것들을 모두 가지고 있는 도시다.

"심지어 바다도 있어!"

"태화강의 소박한 풍경과 참 어울리는 좋은 도시야."

울산은 속초에서 부산까지 이어지는 동해안의 도시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도시다.

울산 시내에서 이어지는 자전거 도로가 끝나고, 언양으로 향하는 자전거 도로가 시작된다.

해가 떨어지며 서쪽 하늘이 석양빛으로 물든다.

하늘과 구름 그리고 빛이 좋은 날이다.

언양읍의 모습이 천천히 눈에 들어올 때쯤 뜨겁게 한여름의 대지를 달구던 태양이 산 너머로 떨어진다.

파스텔톤의 은은한 석양의 빛, 한국의 하늘도 제법 매력적이다.

작천정 계곡으로 들어가려면 언양 시장 주변의 소머리 국밥과 주먹 불고기는 못 먹을 것 같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고, 시간이 되면 언양 읍내로 다시 나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

작천정 계곡을 가려면 언양 시장에서 양산시 방향으로 조금 내려가야 한다. 작은 언덕의 오르막을 오르자 작천정 계곡으로 들어가는 교차로가 나온다.

계곡을 따라 들어선 작천정 길은 평탄한 편이다. 계곡의 넓적 바위들 위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과 아이들이 즐거운 비명소리가 시원하게 흘러내리는 계곡물을 따라 울려 퍼진다.

야영 장소로 너무나 괜찮을 것 같은 넓적 바위의 계곡은 자전거를 끌고 진입하기가 어렵다. 아쉽지만 계곡의 상류로 더 올라간다.

편의점과 음식점이 들어선 계곡의 삼거리에서 자전거로 진입할 수 있는 장소를 찾았다. 하류의 계곡과 달리 햇볕을 막아줄 소나무 그늘은 없지만 사람들로 붐비지 않는 한적함이 마음에 드는 장소다.

산책로의 가로등 불빛이 있어 텐트를 펼치는데 어려움은 없다.

텐트를 펴고, 낮은 계곡물에 누워 몸을 담근다. 생각보다 차갑지 않은 물의 온도가 적당하게 시원하다.

흐르는 계곡물소리 그리고 수줍게 반짝이는 작은 별들, 조용한 밤이다.

"이렇게 좋은데 아무것도 보여줄 수가 없네."

계곡에서 하루를 더 보내고 양산으로 가야겠다.




 

 

GPS 정보

 

 후원 : KEB 하나은행/변차섭/415-910665-18507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613일 / 맑음 ・ 36도
울산
울산에서 하루를 휴식한다. 뜨거운 한여름의 더위에 숨이 막힌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27,335Km
이동시간
0시간 0분
누적시간
2,081시간

 
더워더워
 
덥다고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울산
 
바하
 
울산
 
 
936Km
 

 

12시에 선화와 점심을 먹기로 한 약속이 생각나 깜짝 놀라며 잠에서 깨어난다.

"몇 시야?"

새벽까지 잠들지 못했던 피곤함이 느껴진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폭염의 날씨다. 선화와 함께 시원한 콩국수로 점심을 하고.

내일 장흥으로 휴가를 가는 누나의 일정에 맞춰 버스를 타고 여수로 이동한 후 장흥으로 가려던 계획을 포기한다.

여수는 그냥 지나쳐 가기엔 너무 매력적인 도시다. 여수에서 하루를 보내고 장흥으로 이동하면 누나와의 일정이 맞질 않는다.

"차라리 안 간다면 모르겠지만."

자료들을 정리하며 시원한 매장에서 시간을 보낸다.

전동 시스템으로 바뀌는 변속계와 싱글 시스템으로 바뀐 구동계의 부품들이 많다 보니 새로 배워야 할 정비 기술이 필요한 모양이다.

선화는 시마노 제품의 전동 드레일러와 허브의 분해정비 스킬을 교육받는다.

마모가 된 브레이크 패드를 교환한다.

브레이크 패드 고정나사의 육각 헤드가 물러져 육각렌치가 헛바퀴를 돈다.

"선화야!"

선화에게 패드 교환을 떠넘기고.

"이건 아니야!"

패셔너블 한 고급진 고글이 나에게 적응을 거부한다.

"왜?"

"모두 다."

"이상한 거야!"

샵에 자전거를 놓아두고 예약해둔 숙소로 간다.

푹 잠들지 못한 피곤에 일찍 쉬고 싶은 마음이다.

"이제 서울로 돌아갈까."

긴 여행의 끝이 다가오는 느낌이다.

어떤 선택들과 결정들을 하게 될지 나조차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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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612일 / 맑음 ・ 36도
감포-경주-울산
동해안 여행을 마치고 울산으로 향한다. "바다가 그리워질 거야."


이동거리
45Km
누적거리
27,335Km
이동시간
4시간 11분
누적시간
2,081시간

 
동해안길
 
무룡산길
 
 
 
 
 
 
 
25Km / 2시간 15분
 
20Km / 1시간 56분
 
감포
 
관성
 
울산
 
 
966Km
 

 

급작스레 더워지는 텐트, 뜨거운 아침 기온에 화들짝 놀라 잠에서 깨어난다.

"뭐야? 겨우 8시인데."

뜨거운 태양을 피해 그늘이 있는 곳으로 자리를 옮기고, 지난 자료를 정리하며 여유가 생긴 아침을 즐긴다.

울산까지 40km 정도의 거리, 넉넉한 시간의 여유다.

"맘껏 게을러져야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클래식 음악, 이런 아침이라면 피곤하게 깨어나도 좋을 것 같다.

나정 해변의 조약돌들은 유난히 둥글고 예쁘다. 하지만 신발을 벗고 발을 디디면 이상하게 아프다.

속초에서부터 많은 해변의 시간을 보냈지만 여전히 뭔가가 아쉽다.

"바다.. 시간.."

12시가 되어 천천히 짐들을 정리하고 울산으로 출발한다. 나정 해변의 근처, 어제 검색을 해두었던 뷔페식당으로 찾아간다.

넉넉하게 그릇을 채우고, 두 접시를 비운다.

"너무 비정상적인 식사인가?"

품위있는 식사까지는 아니더라도 가끔은 일차원적으로 배를 채우는 모습이 스스로 이상하다 생각이 든다.

배가 부르다 못해 터질 것 같은 포만감으로 고개를 넘고 마주한 첫 번째 해변에서 잠시 쉬어간다.

"배가 너무 부르다. 미련한 것 같아!"

작은 고개들이 이어지고, 더운 날씨는 메마른 갈증을 불러일으킨다.

"시원한 음료수가 필요해."

한적한 조약돌 해변을 지나고.

울산으로 들어서기 전 마지막 해수욕장에서 시원한 환타 한 병을 사든다.

"선화야, 여기 관성 솔밭 해변인데 어디로 가는 것이 편해? 중간에 산이 있는데!"

"산 없는데요."

울산시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450미터의 무룡산을 넘어가야 한다.

"산 있는데!"

"아, 그냥 언덕이죠! 별거 아닙니다."

무룡산 고개를 피할 수 있는 길은 해안을 따라 멀리 돌아가는 길뿐이가 보다.

일단 마지막 동해안 바다인 해변에 발을 담근다. 뜨거운 한낮의 기온과 달리 어느새 무릎에 와 닿는 바닷물이 차갑게 느껴진다.

살결을 간지럽히는 부드러운 거품처럼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의 움직임이 좋다.

밀려가고.

부서진다.

"잘 있어라. 바다!"

해안을 따라 천천히 울산시 외곽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높은 고층 아파트들이 들어선 울산 북구를 지나고, 자동차 전용도로로 바뀐 31번 국도를 벗어나 무룡산을 넘어가는 옛길로 들어선다.

로드바이크와 엠티비를 타는 사람들의 경쾌한 질주를 부러워하며 무룡산 고개를 오른다. 높지 않은 경사로 길게 이어지는 고개 그리고 30도를 훌쩍 넘어간 한낮의 무더위가 페달링을 무겁게 만든다.

느려진 페달링으로 1시간 정도의 업힐을 끝내자 고개의 정상에 작은 쉼터가 보인다.

"선화, 이놈의 촤식!"

땀으로 범벅이 된 몸에서는 온몸에 물을 끼얹은 것처럼 땀이 흘러내린다.

"밀크커피, 세상 맛있는 맛이다."

쉼터의 노점에서 파는 밀크커피의 맛이 꽤나 매력적이다. 밀크커피를 만드는 비율이 궁금해진다.

정자에 앉아 땀을 식히고, 긴 내리막을 달려 울산 시내로 접어든다. 태화강의 잘 생긴 자전거 도로를 따라 바이크하우스 매장이 있는 삼산동으로 향한다.

태화강을 건너고.

"덥다. 더워."

선화가 운영하는 바이크하우스에 도착한다.

"형님, 오셨어요!"

"죽겠다. 시원한 것 아무거나 줘."

반갑게 맞이하는 선화와 시원한 매장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땀과 피로를 식힌다.

손님을 응대하는 동안 한가롭게 매장을 어슬렁거린다.

"멋진가?"

자전거 샵을 오픈한 지 10년,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자리를 잡고 샵을 운영해온 선화가 대견하다.

최근에 스페셜라이즈드 취급점이 된 바이크하우스, 2년 사이 새롭게 변화된 자전거들을 시스템을 구경한다. 전동 시스템으로 바뀐 쉬프터와 변속기 그리고 싱글 크랭크와 함께 장착된 쟁반만 한 크기의 52T의 체인링들이 새롭다.

"자전거는 클래식한 맛이 있어야지. 너무 편해진다."

 

8시, 선화와 함께 저녁을 먹고.

"경상도의 소주도 먹어봐야지."

꽤나 입맛에 맞는 고깃집, 물론 고기라면 입맛에 안 맞는 것이 없다.

더위는 그 열기가 식지 않는 열대야로 이어진다.

선화는 작은 호텔의 프런트에 무조건 좋은 방을 달라며 핸드폰으로 결제를 한다.

"이런 좋은 숙소는 필요 없는데."

"푹 쉬세요. 형님."

시원한 샤워를 하고, 넓고 쾌적한 침대에 쓰러진다. 아침 일찍 깨어난 날의 피곤함에도 쉽게 잠들지 못하는 불면이 찾아든다.

"쾌적한 방, 시원한 에어컨, 편안함 침대, 뽀송해진 몸인데, 뭐가 문제냐?"

새벽 6시가 가까워지며 겨우 기절을 한다.


 

 

GPS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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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611일 / 맑음 ・ 32도
포항-구룡포-감포
울산으로 가는 길, 습도 가득한 더위가 시작된다. 천천히 바다를 바라보며 울산으로 간다.


이동거리
46Km
누적거리
27,290Km
이동시간
4시간 0분
누적시간
2,077시간

 
동해안길
 
동해안길
 
 
 
 
 
 
 
29Km / 2시간 30분
 
17Km / 1시간 30분
 
포항
 
신창
 
감포
 
 
921Km
 

 

꿈속의 시간, 자꾸 뭔가를 잃어버리는 불안정한 꿈을 꾼다.

"무엇을 잃어버린 거야 아니면 아직 무언가를 찾지 못한 거야?"

불쾌감에 놀라 깨어난 시각 11시, 체크아웃 시간을 1시간 남기고 깨어난다. 어지러운 꿈과 달리 며칠간 계속되던 피곤함은 사라졌다.

짐들을 정리하는 사이 모텔의 주인이 다가와 인사를 한다. 같은 성씨를 쓰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작은 호의와 호감을 보여주는 남자다.

얼려놓은 얼음물을 선물로 건네준 남자는 좋은 여행을 하라며 웃는 얼굴로 인사를 한다.

"감포까지만 가자."

울산까지 하루면 갈 수 있는 거리지만 해안가에서 캠핑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싶다. 부산으로 가지 않는 이상 울산을 지나면 더는 동해 바다를 볼 수 없다.

포스코를 지나 지루한 포항 시내를 벗어난다.

호미곶으로 가려던 경로를 변경하고 동해면을 가로질러 모포항으로 간다.

31번 국도를 따라 동해면에서 모포항에 이르는 작은 고개들을 넘고 신창리의 간이해변에 도착한다.

작은 조약돌이 깔려있는 한적한 어촌의 해변이다.

 

"여기 좋다. 너무 조용하고."

조약돌의 해변으로 시원한 파도가 밀려든다.

"쉬었다 가자. 이런 곳에서는 시간이 느려!"

해변에 앉아 시간을 보내다 출출함이 느껴져 점심을 먹으러 간다. 변변한 편의시설이나 편의점도 없는 마을, 민박을 하는 작은집에 콩국수를 한다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편안하고 여유가 느껴지는 중년의 부부, 큰 기대 없이 들어간 민박집의 간의 식당의 저렴한 콩국수와 김치는 꽤나 맛이 좋다.

든든하게 허기를 채우고, 여주인이 내어준 믹스커피를 들고 해변으로 돌아온다.

"여기서 캠핑을 할까?"

야영을 하고 싶은 편안한 느낌의 공간이지만 울산까지 가야 할 내일의 일정이 있어 아쉽다.

작은 조약돌의 해변에 앉아 돌들을 골라본다.

한 움큼 집어 든 작은 돌들 중 모가 나거나 뒤틀린 돌들을 골라내면 파도와 바람에 서로 부딪혀 둥글둥글 다듬어진 작은 돌들만이 남는다.

"다른 이들처럼 둥글둥글하게 살았으면 지금 행복하다 생각하고 있었을까?"

"모르겠다. 알 필요도 없고."

"그저 다른 이에게 예쁘다는 소리 정도는 들었겠지."

"내가 지금 모난 것들을 골라내는 것처럼."

"나는 그때로부터 얼마나 둥글어졌을까? 아니면 그럼에도 버려진 것일까?"

3시간 가까이 해변에 앉아 시간을 보내는 사이 5시가 되어간다.

 

아쉬움을 털어내며 자리에서 일아나 감포로 향한다.

15km, 한 시간 정도의 라이딩으로 고개를 넘고 작은 시골 읍내 감포항에 도착한다.

산으로 둘러싸인 작은 항구다.

"마음에 드는 동네네."

저녁 낚시를 즐기기 위해 항구의 방파제로 나오는 사람들, 조용하고 편안한 분위기에 항구의 주차장에 텐트를 펼치고 싶은 충동이 일었지만 참는다.

오랜만에 메시지가 온 리즈훼이와 문자를 하고 감포항을 떠난다.

"파도 소리가 듣고 싶다."

감포항을 떠나 작은 고개를 넘자 나정 해변이 나온다. 나정고운모래 해변은 이름과 달리 조약돌이 깔려있는 해변이다.

홀로 해변에 앉아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는 여자의 실루엣이 왠지 허전하다.

"어깨 톡톡, 머리 쓰담쓰담."

그저 말없이 곁에 앉아 머리를 기대어도 스스럼없이 마음과 시간을 필요한 만큼 내어줄 것만 같다.

"내가, 네가 아니면 누군가."

차박 캠핑족이 길게 들어선 해변을 따라가다 적당한 장소에 자전거를 세운다.

"오늘은 여기네."

식수대와 화장실이 근처에 있는 해안가 솔밭에 텐트를 펼친다.

선선한 바람이 시작되는 해변의 저녁이다.

"왜 하필 내 앞에서 염장을 지르시는지요?"

식수대에서 물을 받아 간단히 몸을 씻고, 해변의 식당에서 저녁으로 물회를 포장해 온다.

오늘도 여지없이 밤이 되니 해변에는 폭죽이 터진다.

이곳저곳의 폭죽으로 해변은 순식간에 매캐한 화약 냄새와 연기로 가득하다.

"거대한 모기향이군."

 

맥주를 마시며 파도 소리에 시간을 흘려보낸다.

 "여전히 둥글지 못한 모난 나는 그러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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