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16일 / 맑음 ・ 12도
차간아르칸-알타이
150km가 남은 알타이까지의 산길, 간쑤크의 도움을 받아 차량으로 이동하기로 한다. 도저히 자전거로 갈 수 없는 험한 산길이다.


이동거리
157Km
누적거리
10,128Km
이동시간
5시간 15분
누적시간
716시간

산넘고물건너
비포장길
112Km / 4시간 02분
45Km / 1시간 13분
차간느
타이시르
알타이
 
 
1,946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아침 일찍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는 간쑤크의 가족들, 침대에 누워 게으름을 피우는 동안 아이들이 서로 장난을 치며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간쑤크와 바야르는 소의 젖을 짜느라 바쁘다. 어미의 젖을 물고 있는 송아지를 떼어내고 부드러운 손동작으로 양동이에 젖을 짜는 바야르.

초원의 소들은 건강한 것인지 쇠똥의 크기가 두꺼운 밀가루 반죽 같다.

양치를 하기 위해 자전거에 놓아둔 생수를 꺼내니 물이 얼어있다. 5월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여전히 바람이 차고 밤의 기온이 낮다.

게르 옆에 놓인 채찍을 보고 자전거 스탠드로 사용할 막대기가 생각난다.

"쓸만한 나무가 없네."

바야르가 우유차를 내어주고.

조금 전 짜낸 소의 젖을 채에 거른 후 화로 위에 올려놓는다.

간쑤크에게 자전거를 세울 긴 막대기가 필요하다 말하니 장대처럼 긴 채찍을 주고, 톱으로 필요한 만큼 잘라 쓰라고 한다.

Y자 모양이면 더 좋겠지만 자전거를 세우는데 문제는 없다.

"됐다. 자전거 스탠드 겸 못된 개들의 응징용 작대기."

포터 트럭으로 알타이까지 갈 것이라 생각했는데 간쑤크는 게르에 놀러 왔던 남자의 SUV에 자전거를 실으라며 제스처를 한다.

남자는 자전거를 가져오며 몇 차례 타보려고 하지만 좌우로 흔들리는 자전거를 주체하지 못한다.

"말 타는 것보다 어렵지?"

패니어를 떼어내고 간쑤크에게 타보라고 하니 아이처럼 이리저리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닌다.

패니어들을 차량에 싣고.

앞 바퀴를 탈착한 자전거를 승용차에 넣는다.

"알타이까지 가는 것만 남았네."

바야르는 양고기의 살코기와 비계를 썰어 끓이고.

사람들이 이야기를 하는 동안 밀가루 반죽으로 면을 만든다.

양고기 국물에 면을 넣고.

몽골에서 초이완과 함께 주식으로 먹는 양고기 국수.

케찹을 뿌려서 먹기도 하는데 나는 그냥 먹는 것이 더 단백하고 좋다.

바야르가 자꾸 더 먹으라며 권해서 세 그릇을 비운다.

소의 뿔로 만든 젖병이다. 모유를 먹이는 몽골에서 아이에게 쓸 일은 없고, 어린 가축에게 젖을 먹일 때 사용할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

뿔의 안쪽을 긁어내고 끝부분에 젖꼭지를 달아 만든 것이 기발하다.

식사가 끝나자 간쑤크는 알타이로 가자며 서두른다. 150km의 흙길이니 자동차로 간다 해도 꽤 거리가 멀다.

나를 데려다주고 차간느까지 돌아오면 300km가 훌쩍 넘는 거리이니,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는 것이다.

짐들을 챙기고 짧은 시간이지만 여러모로 신경을 써준 바야르와 사진을 찍고, 게르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과 인사를 한다.

간쑤크와 둘이 알타이로 갈 것이라 생각했는데 간쑤크는 뒷자리에 타고 남자가 운전을 한다.

"간쑤크, 네가 앞에 앉아. 네가 크잖아."

덩치가 좋은 간쑤크에게 조수석을 양보했지만, 자전거 핸들이 뒷자리의 반을 차지하고 있는 비좁은 자리에 큰 덩치를 구겨 넣는다.

간쑤크의 게르를 떠난 승용차는 생각했던 대로 모래 바닥의 흙길을 이리저리 피해 가며 알타이로 향한다.

언덕들과 강물을 위아래 좌우로 요동을 치며 지나가고.

자갈과 돌들을 피해 달리지만 시속 30km의 속도가 나질 않는다.

"산악자전거라면 모를까 패니어를 단 자전거로는 도저히 갈 수 없는 길이네."

여러 갈래의 길 중에서 나름 괜찮은 길을 골라 승용차를 몰고, 가끔씩 차량을 세우고 망원경을 꺼내어 말들이 있는 곳을 관찰하며 간쑤크와 남자는 무언가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 말을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만나 반갑게 대화를 주고받으며 쉬기도 한다.

수킬로미터씩 떨어져 지내는 사람들이라 반갑게 인사를 하며 대화를 하는 것이 편하고 즐거워 보인다.

간쑤크와 남자는 교대로 운전을 하며 흙길을 따라간다.

쉴 새 없이 핸들을 조작하고 브레이크와 악셀을 밟아야 하니 운전이 피곤하기도 할 것 같다.

"근데, 몽골에는 운전면허 같은 것이 있나?"

신호등도 교차로도 없는, 심지어 길도 없는 몽골에서 운전면허를 어떻게 따는지 궁금해진다.

산들을 하나씩 넘어가며 멀리 보이는 다음 산까지 구불구불 휘어진 흙길을 느릿느릿 달려간다.

바람이 강하게 불어오는 날에 볼 수 있는 구름떼들만이 둥실거리며 하늘을 떠다니고.

햇볕을 받아 더워지는 차 안의 온도와 달리 제법 거센 찬바람이 불고 있는 날씨다.

한참을 달리던 승용차는 다시 사람들을 만나 정차를 하고, 간쑤크는 사람들과 인사를 하고 짧은 대화들을 나눈다.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하는 한국인에 대해 설명을 했는지 한 남자가 다가와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농담의 제스처를 한다.

남자는 말의 뒤쪽을 두드리며 말을 타고 가자며 웃는다.

도로조차 없어 사람의 통행이 빈번하지 않으니 사람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이 많다. 아마도 이런 모습이 유목민족 몽골인의 참 모습이 아닐까 생각된다.

멀리 떨어져 지내는 사람은 물론이고 낯선 사람에게조차 안부를 묻고 스스럼없이 대화를 하는 사람들.

언제나 사람의 얼굴과 목소리를 그리워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산들을 넘고 넓은 평원이 이어지는 동안 하늘의 구름은 솜뭉치를 펼쳐놓은 것처럼 빼곡하게 하늘을 채우고 있다.

가끔씩 몽골의 비현실적인 구름의 풍경을 보면 가슴이 뭉클해질 정도이다.

"정말 어떻게 해야 널 담아 갈 수 있을까?"

11시에 차간느를 출발하여 두 시간 동안 50km를 이동한다. 몇 채의 게르를 제외하고 아무것도 없는 초원의 흙길.

"정말 세상에서 가장 무의미한 이정표 중에 하나일 거다."

뒷자리에서 누워 잠을 자던 남자와 간쑤크는 다시 운전을 교대하고.

간쑤크에 비해 와일드한 운전을 하던 남자가 돌멩이가 차체를 튕기는 소리와 함께 승용차를 세운다.

뭔가 분주한 느낌이 들어 차에서 내려 들여다보니 앞바퀴가 펑크가 났다.

"어, 너네 스페어타이어는 있는 거야?"

차량의 화물칸 밑부분에서 스페어타이어를 꺼내고 타이어를 교체하는 것을 도와준다.

타이어를 장착하던 간쑤크의 모자가 바람에 날려 날아간다. 모자를 쫓아 50미터 정도를 죽어라 뜀박질을 하고 간쑤크에게 모자를 돌려준다.

산의 능산을 타고 달리던 차량은 2시 30분이 되어 작은 마을에 도착한다.

하라콜룸, 체체를렉, 울리아스타이로 이어지던 푸르고 아름답던 몽골 중부의 마을과 달리 황량한 사막의 풍경이 느껴지는 마을이다.

"다시 남부의 사막지대로 왔구나."

간쑤크를 따라 작은 슈퍼로 들어가 빵과 음료수를 사들고 계산을 한다.

"내가 살게!"

간쑤크가 집어 든 작은 카스테라 빵. 빵을 먹으며 엄지와 새끼손가락을 펴고 맛을 물어보는 간쑤크에게 엄지를 들어 '샌'이라고 말하지만 몽골의 빵은 정말 너무 달다.

"모! 모! 난 중국 빵이 더 좋아!"

남자가 고른 것은 보리식빵과 생선 통조림이다. 처이르에서 오초르가 챙겨주던 점심식사 메뉴다. 그냥 빵에 얹어서 함께 먹으면 비리지 않고 단맛이 난다.

아직도 알타이까지 50km나 남았다. 작은 마을 타이시르를 지나면서 사라졌던 비포장도로가 이틀 만에 모습을 드러낸다.

하지만 간쑤크와 남자는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 대신 옆으로 나있는 초원의 흙길을 따라 승용차를 운전한다.

몽골의 비포장도로는 정말 최악의 길이다.

알타이에 가까워지며 아스팔트 포장을 위해 준비를 하는지 비포장도로가 매끈하게 이어진다.

돌들이 잘게 분쇄되고 평탄하게 작업된 비포장도로가 몽골 남부의 포장도로를 만나며 300km 넘게 이어지던 흙길과 비포장도로가 드디어 끝이 난다.

"아! 얼마 만에 아스팔트 길이냐!"

몽골의 도로는 울란바토르에서 국경이 있는 울기까지 남부와 북부의 포장도로(하이웨이)가 동서로 이어져있다. 울란바토르, 바양홍고르, 알타이, 헙드로 이어지는 남부 도로와 볼강, 므릉, 울란곰, 헙드로 이어지는 북부 도로이다.

북부 도로를 타고 울기로 향하던 길을 김병남 선교사님을 만나며 중부의 하라콜룸, 체체를렉, 호르고, 토승쳉겔을 따라 이동했고 중부의 포장도로는 끝이 났다.

북쪽의 울란곰과 남쪽의 알타이 중 몽골인의 '아스팔트'라는 잘못된 설명으로 울리아스타이와 알타이까지 이어지는 산길과 흙길을 넘어온 것이다.

"아스팔트!"

비단길을 미끄러지듯 내달려 알타이에 도착한다. 차간느를 출발하여 5시간 만에 도착한 것이다.

알타이도 제법 큰 마을이지만 중부의 마을들보다는 처이르나 사인샨드의 모습에 가깝게 느껴진다.

눈이 쌓인 높은 산을 배경으로 사막과 같은 푸석한 초원의 모습이다.

알타이 중심으로 들어와 칸뱅크에 들러 간쑤크에게 20만 투그릭을 찾아준다.

일주일 정도의 생활비지만 하루 종일 달려온 끔찍한 초원의 길을 생각하면 적당하다 생각한다. 자전거로 이동했다면 최소 일주일 정도 소요되고, 무엇보다 몸과 자전거가 만신창이가 되었을 것이다.

은행 앞에서 자전거와 짐들을 꺼내어 정리를 하는데 자전거의 프론트 렉을 고정하는 볼트들이 모두 느슨하게 풀어져있다.

3일 동안 비포장도로와 산길을 달리며 요동치는 흔들거림과 충격으로 조금씩 풀어져 버린 것이다.

육각렌치를 꺼내어 볼트들을 다시 조이고, 패니어를 장착한다.

"간쑤크, 밥 먹고 가! 나랑 밥 먹고 집에 가!"

알타이에 와서 지인들에게 통화를 하는지 바쁜 두 사람에게 밥을 먹고 가라며 주변의 식당을 검색하여 이동한다.

첫 번째 레스토랑은 폐업을 했는지, 영업을 끝냈는지 문이 닫혀있다. 그사이 간쑤크의 지인으로 보이는 남자를 만나고, 그가 알려주는 식당으로 들어간다.

친절하게 대해주는 여자 주인과 주변 사람들과 달리 간쑤크의 지인인 남자는 뭔가 불만에 찬 표정으로 나를 대한다.

간쑤크와 밥을 먹으며 마지막으로 고마운 마음들을 전달하며 이야기하고 싶은데, 자꾸 끼어들며 철자도 똑바로 쓰지 못하면서 핸드폰을 달라고 한다.

핸드폰을 주면 엉뚱한 단어를 써놓거나 쓰는 것을 포기하고 다른 앱들을 눌러대는 남자.

"도시가 그렇게 힘들면 욕심내지 말고 다시 초원으로 돌아가. 촤식아!"

불만 가득 불쾌한 표정으로 쳐다보던 남자는 핸드폰을 달라고 하더니 '가라', '집에 가라' 등의 단어를 적어놓고 헙드로 바로 가라며 보기 싫은 표정으로 말과 제스처를 해댄다.

"술 먹었나? 네가 뭔데 가라 마라야!"

간쑤크와 함께 운전을 하고 온 남자와의 헤어짐이 아쉬웠지만 정말 마주하고 싶지 않은 얼굴의 남자다.

간쑤크의 게르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하루 종일 차를 타고 오면서도 늘 웃고, 장난스러운 제스처를 하며 소통을 하던 사람들의 표정이 좋질 않고 빨리 서두르는 모양이다.

간쑤크와 남자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헤어진다.

간쑤크 일행이 떠나고, 상냥한 식당 아주머니 그리고 옆 가게의 아주머니와 웃으며 이야기를 하고 나니 찝찝했던 기분이 전환된다.

식당의 아주머니와 옆 가게의 아주머니에게 하룻밤 신세를 져볼까 생각하다 포기하고 숙소를 검색한다.

제법 깨끗한 호텔이 25,000원 정도의 숙박료를 받는 것 같다.

"편하게 이틀만 쉬고 울기까지 가자."

찾아간 호텔은 깨끗한 건물에 레스토랑을 함께 운영하는 곳이다. 숙박비를 내고 자전거는 1층에 있는 큰 연회장 같은 곳에 넣어준다.

샤워를 하고 호텔 뒤편에 있는 라마교 사원처럼 생긴 공원에 올라간다.

알타이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지만 자연의 일부처럼 느껴지던 중부의 마을들과 달리 별 감흥이 없다.

"그냥 황량하네."

슈퍼에 들러 먹을 것들을 사 오고.

과일이 정말 귀하지만 부실하다.

"딱 봐도 중국 과일이네."

숙소로 돌아와 레스토랑이 몇 시까지 하는지 알아보니 12시까지 영업을 한다고 한다.

"좋아!"

그럼, 일단 너부터.

자전거 유라시아 횡단을 하고 있는 위너님과 카톡으로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시간을 보낸다.

블라디보스토크를 출발하여 연변과 길림을 거쳐 북경으로 향하고 있는 위너님은 내몽골과 몽골의 경로가 나와 비슷하다.

그에게 몽골 여행에 대한 정보들을 주고, 청춘의 도전과 여행을 응원해 주었다.

그보다 일찍 여행을 시작하고, 더 긴 여행을 계획하고 있지만 언제나 그들의 선택과 행동이 부럽다.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해야 하는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하고 싶은 것과 포기해야 하는 것 등등을 가늠하며 답이 없는 고민 속에 허우적거리다 그것을 핑계 삼아 모든 것들을 미뤄두던 시절이었다.

그때는 남들처럼.

하지만 지금은 알고 있다. 누구나 그때의 시간들이 그러하지만, 그렇다고 누구나처럼 그때의 시간을 보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그리고 현재의 지금이 또 다른 그때라는 것을.

지금은 나처럼.

"세상의 모든 것들을 바라고 행하길 바란다. 할 수 있는 것과 하지 못할 것을 잘 구분하는 사람이길 원하지 않는다. 너의 삶을 규정할 수 있는 존재나 시스템은 그 어디에도 없다. 너 자신조차도.

할 수 없다 생각한 것에 대해 스스로 왜 그것을 할 수 없다 생각하는지 의문하고, 할 수 있다 생각하면 할 수 없는 것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에 놀라게 될 것이다. 그 모든 것은 진심을 다하여 간절히 바라며 행하였을 때 비로소 시작된다." -삼촌이 정현에게

10시가 넘어 식당으로 내려갔다. 한국 음식의 메뉴가 있지만 당연히 패쓰.

"네가 제일 잘 만드는 메뉴?"

이것저것 모르는 메뉴들을 고민하는 것보다 가장 잘 하는 메뉴가 무엇인지 묻는 것이 빠르다.

생글하게 웃는 여직원은 파인애플 치킨과 고기 메뉴 같은 것을 가리킨다.

"몽골 호텔 레스토랑에는 정해진 매뉴얼이라도 있는 거야?"

울리아스타이에서부터 입맛을 돋우던 치킨을 주문한다. 자민우드, 울리아스타이 그리고 알타이. 이곳의 음식 솜씨가 가장 좋은 것 같다. 12,900투그릭.

"내일까지 고기만 먹을 거야."

데이터 만수르가 되어 오랜만에 다스뵈이다를 몰아 보며 시시덕거리다 보니 몽골 마을의 야경을 다 구경하게 된다.

"울란바토르 말고 야경은 처음이네."

멀고 험난한 길을 빙빙 돌아왔지만 하라콜룸, 체체를렉, 호르고, 토승쳉겔 마지막으로 울리아스타이까지 아름다웠던 몽골 중부의 마을들을 지날 수 있어서 만족한다.

"힘들었지만 멋지고 아름다웠다. 그리고 아쓰발..트 너 그러면 안 돼!"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15일 / 맑음 ・ 6도
울리아스타이-차간느아르칸
이틀 동안 편하게 쉬었던 울리아스타이에서 출발하여 알타이로 향한다. 200km의 흙길과 산길을 넘어가야 하는 험난한 일정이다.

이동거리
46Km
누적거리
9,9711Km
이동시간
7시간 11분
누적시간
711시간

산길
모래길
23Km / 3시간 58분
23Km / 3시간 13분
울리아
시계
차간느
 
 
1,789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좋은 아침이다. 알타이로 가기 위해 200km 정도의 흙길을 따라 해발 2,000미터가 훌쩍 넘어가는 산들을 넘어가야만 한다.

울리아스타이에서 쉬며 많은 고기들을 섭취했기 때문에 컨디션이 조금은 괜찮지만 비포장도로의 산길에서 얼마나 버틸지 모르겠다.

"뭐. 가다가 할 수 없으면 알타이까지 가는 트럭이라도 빌려 타 보자."

무료로 제공되는 조식을 입가심으로 해결하고 패니어들을 하나둘씩 1층으로 옮겨놓는다.

어제 비가 내리고 날씨가 다시 차가워지며 쌀쌀한 바람이 불어오는 날씨다. 자전거에 패니어를 장착하고 있으니 주방의 여직원이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떠날 채비를 하고 있는 나를 계속 지켜봐 준다.

"며칠 봤다고 아쉬운 모양이네."

짐들을 모두 장착하고 2층의 프런트로 올라가 직원들과 사진을 찍는다.

"서롱고스 간다. 잘 있어라!"

아침을 먹기 위해 피쉬아이 카페에 들어가 파인애플 치킨을 주문한다. 양과 쇠고기만을 먹다 보니 오랜만에 먹어 본 닭고기의 기름맛이 입맛을 당긴다.

"언제 또 먹을지 모르니 있을 때 먹고 가자."

주문을 하고 자전거가 보이는 창가 자리에 앉으려고 할 때 식당 입구에 도착한 자전거 여행자를 발견한다. 그를 보고 카페의 입구로 나가니 그도 내 자전거를 보고 카페로 들어오고 있다.

처음 보는 사람이지만 너무나 반갑게 인사를 주고받고 포옹을 한다. 자전거를 타고 쓸데없이 세상을 돌아다니는 철없는 사람들의 동질감 같은 것.

"헤이, 어디서 오는 거야?"

아르헨티나 출신의 루시아노 안드레스는 스페인에 살고 있고, 몽골을 돌아 중국의 서북부 신장지역, 키르기스스탄, 타자키스탄, 터키를 거쳐 집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바람이 심하게 불어오는 거리에서 처음 만난 자전거 여행자에 대한 반가움에 흥분되어 정신이 없다. 몽골의 여행 경로를 살펴보니 나와 비슷한 루트로 울리아스타이까지 왔던 것이다. 여행 루트를 보여주려고 하는데 필요할 때는 언제나 말썽을 일으키는 네트워크 탓에 보여주지 못하고 네임카드를 건네며 여행의 경로를 설명한다.

"나는 오늘 여기를 떠날 거야."

이제 막 울리아스타이로 들어온 루시아노는 주변에 호텔이 있는지 물어보고 가격을 물어본다.

"여기 호텔들은 비싸! 60,000투그릭!"

"저렴한 호텔이 어딘지 알아?"

"몰라!"

60,000투그릭의 숙박료를 말하자 루시아노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으면서 난감해한다.

"하루만 더 일찍 오지 그랬어!"

함께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처음 만난 루시아노는 일정도, 여행 루트도 모두 다르다. 

무엇보다 추시아노는 남자다! 세상에서 제일 귀찮은 것이 말이 통하지 않는 남자와 함께 있는 시간의 지루함이 아닐까 싶다.

"행운을 빌어!"

서로의 어깨를 만져주며 포옹을 하고 악수를 하고, 누가 보면 동난시절 떨어져 잃어버린 형제가 만난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루시아노를 호텔을 함께 운영하는 식당으로 안내를 해주고 자리에 잠시 앉아있는 동안 루시아노는 바람처럼 사라져 버린다. 어수선하고 정신이 없던 시간이 지나고 나니 녀석에게 밥이라도 사주면서 이야기를 나눌 것을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뭐가 이렇게 급해? 할 것이라고는 자전거 타는 것 밖에 없는 녀석이."

루시아노와 페이스북을 연결하고 기념 촬영을 한 사진을 확인하니 이상한 사진이 찍혀있다. 셀카모드로 사진을 찍었는데 정신이 없다 보니 버튼이 잘못 눌러져 외부 카메라로 찍혔던 모양이다.

"루시아노, 너랑은 인연이 아닌가 보다."

파인애플 치킨을 흡입하듯 먹으며 배를 채우고.

슈퍼에 들러 맥주 한 캔과 음료수를 사들고 울리아스타이를 떠난다.

"왜 갈려고 하니까 바람이 불고 그래!"

강을 건너는 두 개의 다리를 넘고 거리를 청소하는 울리아스타이의 사람을 지나치며 넘어가야 할 산을 향해 페달을 밟는다. 중국에서는 외진 산골의 도로에서도 청소를 하는 청소 직원들을 쉽게 볼 수 있었는데 몽골에서 주민들이 단체로 나와 청소를 하는 모습을 보니 조금 어색하다.

"나름 깨끗하고 다른 마을들과 달리 분위기가 다른 이유가 있구나."

딱 마을의 경계까지만 포장이 된 도로는 멀리 보이는 산을 향해서 비포장도로가 이어진다.

알타이까지 185km를 알리는 이정표와 제멋대로 그려진 자동차의 타이어 자국을 보면서 긴 한숨을 쉬어 보고, 마을의 외곽까지 나와 쓰레기를 줍는 알리아스타이의 사람들과 인사를 나눈다.

"자, 서롱고스! 감사합니다!"

멀리 산으로 휘어져 들어가는 길을 보며 잠시 자전거를 세우고 쉬어간다.

"루시아노와 울리아스타이에 머물며 함께 여행을 할 것을 그랬나? 너무 정신이 없었네."

처음으로 만난, 그것도 몽골에서, 더욱이 사람들이 오지 않는 울리아스타이에서 만난 루시아노를 여유 없이 그냥 보낸 것이 못내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야! 귀찮을 거야. 혼자 다니는 것이 편하고 좋지! 더욱이 같은 거지꼴인데 그놈은 왠지 간지가 나잖아. 내 미모가 죽을 거야!"

길은 산의 정상을 향해 S자로 휘어지며 길을 훤히 들러내놓고 올라간다.

"시작부터 그냥 대놓고 죽어보라는 거지?"

정상이 가까워질수록 바람은 거세지고 경사도도 급해진다. 자전거를 끌다 타기를 반복하는 동안 2시간 전에 떠난 울리아스타이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오고.

불어오는 맞바람에 자전거의 태극기는 오늘도 정신없이 춤을 춘다.

추위와 한기가 밀려드는 가운데 하늘을 향해 구름들이 모아지고.

산을 타고 넘어가는 거센 바람 탓에 정상에서 사진을 찍기도 힘들다.

"대체 길이 어떻게 이어지는 거야?"

어붜가 쌓여있던 정산에서 길은 아래로 떨어지지 않고 산의 반대편을 빙 돌아 다시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다행히 바람은 잦아들었지만 제멋대로 파이고 자갈들이 널브러져 있는 산길은 오르기가 쉽지 않다.

산의 능선을 따라 이어지던 오르막길을 힘들게 이어갈 때쯤 정차되어 있는 승용차와 오토바이에서 한 무리의 남자들이 나와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2미터쯤 돼 보이는 덩치가 커다란 남자와 함께 다섯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자가 다가오며 악수를 청한다. 사람들의 얼굴과 눈을 보면 그 사람의 분위기를 쉽게 알 수 있다. 몽골 여행 한 달이 넘어가며 차츰 그들이 사람을 대하는 문화나 특징에도 익숙해져 간다.

"사람에 대한 관심, 특히 이방인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몽골의 사람들이다."

짧은 영어와 몽골어를 하는 사람들의 말을 눈치껏 알아듣고 여행에 대해서 설명하며 짧은 만남의 시간을 즐긴다.

"조금만 올라가면 계속 내리막길이야!"

"응. 고마워!"

네임카드를 한 장씩 건네주고 서로의 핸드폰에 사진을 찍고 응원과 함께 안전한 여행을 하라며 당부의 말들을 건네며 헤어진다.

건장한 남자 5명이서 소형 도요타 차량에 동승하고 울퉁불퉁한 산길을 다니는 것이 불편하지 않는지도 궁금하지만 굳이 이렇게 몰려다니는 이유가 무엇인지도 궁금하다.

사람들과 즐거운 만남으로 기분이 가벼워지고 2,476미터 산의 정상에 도착한다. 4시간 만에 20km 정도의 산길을 따라 해발 800미터를 올라온 것이다.

바람을 피해 시계를 알리는 구조물에 몸을 숨기고 주저앉아 눈 높이에서 변화하며 떠다니는 구름들을 올려다본다.

4시간 전에 출발했던 울리아스타이의 모습이 저 멀리 눈에 들어오고.

"엄청 추운데, 이 하늘은 정말 치명적인 중독이다!"

하늘을 가득 메운 구름의 모양들이 동서남북이 방향으로 모두가 다른 모습들이다.

내려가야 할 남쪽의 하늘에서는 수증기가 하늘로 올라가듯 거대한 구름이 만들어지고 있고.

울리아스타이 쪽의 하늘은 뭉쳐진 구름들이 둥실거리며 바람을 타고 빠르게 이동을 한다.

하늘을 카메라에 담는 동안 손이 차갑게 시려오며 얼어붙는 느낌이다. 겨울용 방한 장갑을 꺼내어 착용하고 겨울용 자켓을 꺼내 입고 내리막길을 타고 산을 내려간다.

어디가 내리막의 끝인지 보이지도 않는 길과 순간순간 변화하는 구름의 움직임.

S자의 내리막도 모자라 마치 8자로 무한 반복되는 것처럼 보이는 길이 이어지고.

길의 방향에 따라 앞뒤 좌우에서 정신없이 바람이 불어온다.

울퉁불퉁 자갈길이 나왔다가.

조금 괜찮아지나 싶어지면.

어김없이 난감한 그 자체의 길이 나오고.

심하게 요동을 치며 덜컹거리는 비포장도로는 어느 순간 흔적조차 없이 사라져버린다.

"정말 너무하네. 이정표도 없는데 이게 뭐야!"

구글지도를 확인하고 여기저기 제멋대로 그려진 초원의 흙길을 따라 길을 이어간다. 이정표도 없는 제멋대로의 그려진 자동차 바퀴자국이지만 딱딱한 흙바닥은 오히려 흔들림이 덜하고 좋다.

좋은 길들을 찾아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한참을 달려 내려간 후 바람을 피할 수 있는 언덕에서 자전거를 눕히고 쉬어간다. 비상식으로 사놓은 빵과 음료수를 마시며 지나온 거리를 확인해 보지만 가야 할 길이 멀다.

두꺼운 구름에 해가 가려지며 쌀쌀한 한기마저 느껴지고.

구글맵의 이동 경로를 확인하며 강을 넘는다.

그리고 시작된 흙길은 모래가 두껍게 쌓인 사막의 길과 비슷하다.

모래에 자전거의 바퀴가 파묻히며 움직이질 않는 길을 끌고 가기를 반복한다.

마치 눈 위에서 자전거를 타는 듯 미끄러지고 뒤틀리며 스키딩을 한다.

"에이쉬, 하다 하다 별짓을 다하게 만드네."

도저히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없는 모래바닥의 길은 차량이나 오토바이가 다닌 흔적조차 찾기가 힘들고, 간간이 강의 건너편으로 흙먼지를 날리며 지나가는 트럭의 움직임들이 눈에 들어온다.

"저쪽이 길인가 보네."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 것을 포기하고 푹푹 빠져들어가는 모래바닥 위를 끌며 강 건너편으로 보이는 마을을 향해 이동한다.

"다리가 안 보이는데 어떻게 건너 가지?"

마을을 향해 무작정 자전거를 끌고 들어가도 강을 건너는 다리가 보이질 않는다.

가까운 곳에 세워져 있는 게르를 향해 자전거를 끌고 들어간다. 때마침 게르에서 나오던 차량이 있어 마을로 건너갈 수 있는 방법을 물어보니 멀리 돌아서 가는 길을 알려준다.

"아, 의미 없다!"

게르의 주변에서 야영을 하기로 결정하고 게르를 향해 계속 이동하니 개들이 짖어대며 나에게 다가온다. 개 짖는 소리에 사람들이 나와 나를 확인하더니 사납게 짖어대는 개들을 잡아주며 나에게 손짓을 한다.

"샌 베노!"

자전거를 세우고 인사를 하자 게르의 주인은 게르 안으로 들어가자며 안내를 하고, 이내 우유차와 빵들을 내어준다.

게르 옆에 텐트를 쳤던 사진을 보여주며 잠을 자는 제스처를 하니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하라고 대답을 한다. 마치 오래된 지인이나 옆집에 사는 사람이 놀러 온 것처럼 별다른 질문도 없고, 그냥 일상적인 모습 그대로 편하게 대하는 사람들이다.

"타니 네르 캔 베?"

우유차와 빵을 먹으며 이름들과 게르 안에 있는 사람들의 관계를 파악하며 짧은 대화들을 이어간다.

차간느아르칸에서 유목을 하는 간쑤크와 그의 아내 바야르의 게르다. 부부 사이에는 딸과 아들이 한 명씩 있고, 딸의 또래인 여자아이가 함께 있는데 누구의 아이인지는 모르겠다. 잠시 후 부부로 보이는 남자와 여자가 작은 아이를 데리고 게르로 들어와 아이에게 양고기를 잘라 먹이며 이야기를 한다.

처음 몽골의 게르에 방문했을 때는 여러 가족 또는 친구들이 뒤섞여 있어 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힘들었는데, 자주 접하다 보니 유목 민족의 독특한 문화를 엿볼 수 있어서 재미가 있다.

잠시 게르를 빠져나와 핸들 가방과 헬멧을 챙기며 간쑤크의 포터 트럭을 보니 알타이 방향으로 짧게나마 이동을 시켜줄 수 있을까 하는 바람이 생긴다.

"한 20km만이라도 실어다 주면 그게 어디냐!"

김병남 선교사님께 전화를 걸어 내일 알타이 방향으로 자전거를 싣고 태워다 줄 수 있는지 물어봐 달라 부탁을 한다. 간쑤크는 선교사님과 오랫동안 통화를 하며 사람들과 뭔가 대화를 주고받더니 나에게 전화기를 되돌려 준다.

"뭐래요?"

"자기한테 화물차 같은 것이 있어서 알타이까지 태워다 줄 수 있데요."

"돈 같은 것은 얼마나 줘야 해요?"

"150km로 흙길이라서 알타이까지 데려다주고 다시 돌아와야 하니까. 20만 투그릭, 한국돈으로 10만원 정도 달라고 하네요."

"아. 10만원 정도요."

왕복 300km 정도의 초원의 흙길을 달려 알타이까지 데려다주는데 20만 투그릭이면 비싼 금액은 아니다 생각된다. 150km가 남은 알타이까지 모래바닥과 돌, 자갈 그리고 이정표조차 없는 산길을 가려면 자전거를 끌다시피 걸어가며 최소 5~6일 정도는 소요될 것 같다.

물론 그동안 몸과 자전거는 만신창이가 될 것이 자명한 일이다.

20만 투그릭이면 5~6일 정도의 생활비라 작은 돈은 아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래, 돈도 중요하지만 시간과 몸도 돈이잖아!"

간쑤크와 선교사님이 통화를 하고 트럭으로 알타이까지 데려다주기로 한다. 몽골인이 알려준 '아스팔트!'로 인해 시작된 몽골 초원의 비포장도로와 흙길의 산길 라이딩을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여러 명의 사람들이 간쑤크의 게르를 방문하여 이야기를 하고 음식을 먹는 사이 바야르는 어린 양을 삶아 고기를 내어준다.

양의 머리 부위와 갈비 그리고 발목 등을 삶은 양고기다.

간쑤크가 알려주는 대로 고기를 썰어 맛을 보니 그 맛이 일품이 아닐 수 없다.

살코기의 수육 부위도 먹어 보고.

갈비도 뜯어보고.

머리와 턱 부위의 고기도 먹어 보고.

한 점, 두 점 먹다 보니 뭔가가 아쉽다.

"맥주!"

갈증을 해소하려고 아침에 사놓은 맥주 한 캔이 생각난다. 패니어에서 맥주를 꺼내와 간쑤크에게 한 잔을 따라주고 나머지 맥주를 마시며 양고기를 맛있게 먹는다.

간쑤는 맥주를 한 입 마시고 옆에 놀러 온 남자에게 잔을 준다. 그리고 잔을 받은 남자가 한 입을 마신 후 다시 간쑤크에게 잔을 되돌려 준다. 간쑤그는 다시 한 입을 마시고는 나를 향해 잔을 든다.

"뭐? 건배하자고?"

맥주캔을 들어 간쑤크의 잔에 건배를 하니 간쑤크가 생뚱맞다는 표정으로 쳐다보고, 그 관경을 보고 있던 바야르가 깔깔거리며 웃는다.

"왜? 왜 뭔데?"

그때서야 동궈이 바른자야의 게르에서 사람들이 나를 위해 한 모금씩 입을 대고 맥주잔을 건네주었던 행동들이 생각난다.

"아, 그런 거였어? 뭐, 어때. 건배했으면 된 거지!"

바야르는 양을 삶았던 육수 국물에 밥을 말아 주고, 고기와 함께 밥을 세 그릇이나 담아 준다.

저녁이 가까워지면서 바야르는 양들을 몰기 위해 오토바이를 타고 바쁘게 움직이고.

간쑤크는 자전거를 타는 사진을 찍어달라며 자전거를 타보겠다고 한다.

"이거 많이 흔들거려서 힘들어."

자전거를 타보던 간쑤크는 1미터도 가지 못하고 중심을 잃고 넘어진다. 그 모습에 간쑤크와 함께 깔깔거리며 웃고 떠들고 있으니 어린 아들이 와서 자전거를 태워달라고 조르고.

안장에 올려놓으니 좋다고 웃는 녀석. 4~5살 정도로 보이는데 간쑤크를 닮아서인지 덩치가 크게 자랄 모양이다.

간쑤크가 가축들을 관리하는 사이 바야르는 따듯한 게르 안에서 잠을 자라며 한쪽 면에 놓인 침대를 가리킨다.

9시가 넘으며 천천히 해가 떨어지고 피로와 함께 잠이 쏟아진다.

침대를 가리키며 누워 잠을 자라는 제스처를 하는 바야르.

10시 10분. 산 너머로 여전히 환하게 석양의 빛이 밝게 빛나는 몽골의 밤이다.

바야르는 아이들과 자신들의 잠자리를 침대와 바닥에 마련하며, 침대에 누워있는 나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두꺼운 간쑤크의 몽골 의상을 이불 위로 한 번 더 덮어준다.

몽골의 옷은 무게가 꽤 나가는지 몸을 누르는 무게가 묵직하게 느껴진다.

가축들을 관리하던 간쑤크가 돌아와 다른 몽골 사람들처럼 옷을 벗고 가족들과 나란히 누워 나긋나긋 무언가를 속삭이며 대화를 한다.

가끔씩 칭얼대는 그의 아들과 새근거리며 잠을 자는 여자아이들 그리고 간쑤크와 바야르의 대화 소리를 들으며 잠에 빠져든다.

서롱고스, 무지개 나라의 사람. 왜 한국을 그렇게 부르는지 모르겠지만 참 마음에 드는 호칭이다.

막연했던 몽골의 여행도 조금씩 적응이 되어 편안해진다. 뭔가 허기져 보이는 도시의 사람들과 달리 유목을 하는 초원의 사람들은 자연의 모습을 닮아있다. 더 좋은 음식들과 더 달콤한 잠자리가 필요 없는,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처럼 느껴진다.

낯선 이방인에게 스스럼없이 음식과 잠자리를 내어주고, 가족들과 함께 바닥에 누워 살을 비비며 잠이 드는 사람들.

가족, 친구 그리고 사람들을 사랑하는 그들에게, 그것보다 소중한 가치가 무엇이 있을까 싶다.


"정말 많은 것을 갖은 부유한 사람들이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13, 114일 / 맑음, 비 ・ 10도
울리아스타이
깨끗하게 맑은 날씨 그리고 비가 내리며 다시 바람이 분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9,925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704시간

뒹굴뒹굴
고기고기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숙소
숙소
숙소
 
 
1,743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피곤함이 묵직하게 몸을 짓누른다. 계단을 오르는 허벅지가 뻐근한 것이 오늘 떠나기엔 무리다.

호텔의 조식은 빵과 계란 후라이 그리고 소시지 몇 개가 전부다. 간단하게 먹기 좋은 메뉴지만 순식간에 사라진 아침을 먹고 나니 더 배가 고파진다.

"툴가에게 전화했어?"

생글생글 잘 웃던 주방 직원은 조금 어두운 낯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가지 마! 여기가 좋아. 한국 생활은 어려워. 여기가 샌이야!"

툴가가 어떤 얘기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보증금과 비행기표 등에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내일 여행을 위해 교차로의 큰 슈퍼에 들러 식량들과 음료들을 준비한다.

최소 3일 분의 비상식으로 컵라면과 컵밥 그리고 봉지 육개장, 스팸 등을 사두었다. 큰 슈퍼라 한국의 제품들이 제법 진열되어 있다.

부지런히 먹어 두어야 한다. 호텔보다 음식 맛이 좋았던 피쉬아이 카페에서 어제 먹었던 쇠고기 메뉴를 시키고, 약간의 잡내와 느끼함을 없애려 맥주를 시킨다.

몽골은 맥주가 정말 싸다. 큰 맥주캔이 900~1,000원 정도의 가격이다.

여전히 앙증맞은 밥 한 덩어리를 주는 식당. 쇠고기를 먹으면서 툴가가 했던 말이 떠올라 피식 웃고 만다.

"몽골 사람들은 좋은 고기를 많이 먹는데 빨리 죽어요."

야채라고는 감자와 당근만을 주로 먹는 몽골 사람들, 최근 들어 샐러드나 야채를 조금씩 먹는다지만 아주 많이 먹어야 할 듯싶다.

숙소로 돌아와 낮잠을 늦게까지 자고 호텔의 식당에서 계란 후라이를 덮은 쇠고기를 다시 먹고.

주방 직원에게 계산을 하며 징기스의 초상과 100투그릭의 초상이 누군지 물어보니 징기스라고 한다.

"징기스? 무슨 돈을 청년 징기스, 장년 징기스 이렇게 그려서 넣냐?"

징기스가 맞다는 주방 직원의 말이 이상하여 프런트 직원에게 물어보니 다른 사람의 이름을 알려준다.

"그렇지? 하여튼 뭘 물어보기가 무섭다."

몽골 여행 전 지아오강강은 몽골 사람들은 사람을 잘 속인다며 조심하라 알려주었는데, 생각해보면 사람을 속인다는 것보다 틀린 내용을 잘 알려준다는 쪽에 가까운 것 같다.

"그냥 모른다고 해 줘!"


자료들을 정리하며 잠이 들었지만 하루 정도 더 쉬며 체력을 보충해야 할 것 같다.




어제 저녁부터 짙은 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더니 아침에 약간의 비가 내린다. 11시가 가까워지며 프런트 직원이 방문을 두드리며 무언가를 말한다.

호텔의 프런트 직원이 몇 명인지 날마다 얼굴이 바뀐다. 변장을 한 것이 아니라면 하루 근무를 하고 이틀을 쉬는 모양이다.

이틀치의 숙박료를 주고 번역기로 '어제, 오늘'을 적어 보여주니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다.

"참 잘 웃는 사람들인데."

"5월 23일이네. 부끄럽지 않게 살자!"

자전거를 꺼내어 다리의 상태를 체크할 겸 마을을 돌아다니며 구경을 한다. 제법 피로가 많이 풀린 것 같다.

마을의 시장에 들러 구경을 했지만 차량의 트렁크에 물건을 담아 파는 노점상들이 많고 특별히 색다른 것이 없다.

"역시 시장 구경은 중국이야."

피쉬아이 카페에서 큰맘 먹고 6,000원 짜리 쇠고기 스테이크를 시키니 안된다고 한다.

계속 먹어왔던 쇠고기보다 다른 것이 먹고 싶다.

"이건 닭고기인가?"

자민우드에서 먹었던 파인애플 치킨 같은 것이 있어 메뉴에 적힌 글자를 입력해 보니 닭고기 넓적다리라고 뜬다.

"뭔 닭고기가 쇠고기 보다 비싸냐?"

구워진 닭고기의 비주얼에 피식 웃음이 나왔지만 부드럽고 좋다.

"내일 한 번 더 먹고 출발할까?"

오랜만에 먹은 닭고기가 입맛을 돋운다.

돌아오며 슈퍼에서 아이스크림 두 개를 사서 프런트와 주방 직원에게 주니 환하게 웃는다.

"500원 짜린데. 난 250원 짜리야!"

8시가 되어 식당으로 내려간다. 프런트 직원도, 주방 직원도 아이스크림의 효과만큼 밝게 눈웃음을 짓는다.

"네가 제일 잘 만드는 음식?"

쇠고기 대신 가장 자신 있는 메뉴를 달라고 하니 잠시 고민을 하더니 8,000투그릭의 메뉴를 가리키며 자신 있는 표정을 짓는다.

"좋아!"

"맵게 해줄까?"

"좋아!"

주방에서 부지런히 뭔가를 만들더니 오이향이 향긋하게 풍기는 묘한 메뉴를 가져온다.

"오! 비주얼 좋고, 냄새 좋고!"

쌍엄지를 치켜세워 주니 생글 웃으며 어깨가 올라간다.

소고기 덮밥 같은 것인데 잡내도 적고 괜찮다.

"오호, 좀 하는데!"

여직원은 생글생글 웃으며 주방으로 들어간다.

따듯한 물의 욕조에 몸을 푹 담가보려 했는데 뜨거운 물은 욕조가 차기 전에 끊겨 버린다.

전기온수기라 용량에 한계가 있나 보다. 반신욕으로 만족하며 다리의 근육들을 풀어준다.

"출발 준비는 된 것 같고, 힘든 여정이겠지만 알타이까지 가 볼까."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12일 / 맑음 ・ 14도
울리아스타이
비포장도로의 산길을 따라 해발 2,400미터를 오르고 울리아스타이로 향한다.

이동거리
24Km
누적거리
9,925Km
이동시간
3시간 00분
누적시간
704시간

강가에서
라마교사원
15Km / 1시간 41분
9Km / 1시간 19분
게르
시계
울리아
 
 
1,743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온몸이 쑤신다. 따듯하게 온도가 올라가는 텐트 안에서 비비적거리며 몸을 일으킨다.

텐트 밖으로 나오니 소의 젖을 짜는 디미르의 가족들이 인사를 한다. 따듯한 햇볕을 쬐며 앉아 있으니 디미르의 아버지가 다가와 손 세정제와 물을 가져다준다.

"울리아스타이 22km!"

울리아스타이가 22km이고, 알타이가 200km가 떨어져 있다는 것을 알려준 남자는 식사를 하자며 제스처를 한다.

식빵을 내어주고.

직접 만든 치즈를 얇게 썰어 주고.

빵에 올려 함께 먹으라 알려준다.

그리고 직접 만든 요거트와 백설탕을 주며 비벼서 먹으라 알려준다.

부드러운 요거트는 너무나 신선하고 맛이 좋다.

바구니에서 작은 사과도 하나를 건네준 그와 번역기 없이 사진들과 제스처로 어렵게 대화를 이어간다.

디미르의 아버지는 유머가 있는 유쾌한 남자다. 익살스런 표정으로 장난스러운 농담들을 하는 그와 여행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안 디미르와 그의 아내가 게르 안으로 들어온다.

"몇 살이야?"

"나스? 내 나이?"

나이를 묻는 몇 번의 질문을 받고 핸드폰에 나이를 적어 보여주니 모두가 깜짝 놀라며 손사래를 친다.

"맞아! 1974."

생년을 적어주니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이더니 핸드폰을 가져가 1970을 적으며 손가락 네 개를 펴 보인다.

"50? 형이네!"

남자는 자기는 못한다는 듯 손사래를 치며 엄지를 치켜세운다. 아무것도 아닌 서로의 나이를 알려주며 그의 가족들과 웃으며 시간을 보낸다.

"아무래도 몽골에서는 열 살 정도 줄여야겠어!"

밖으로 나간 가족들은 양과 염소를 몰아가는데, 채찍을 이용해 새끼들만을 따로 분리한다.

"새끼들에게 표시를 하려고 하나? 아직 뿔이 없는데."

어린 새끼들만이 분리되어 바위산에 남아있고 어미들과 다른 양들은 '음메' 소리를 내며 건너편 산을 지나 천천히 이동을 한다.

남자는 새끼 한 마리를 안고 와서 게르 옆에 묶어 둔다.

"네가 오늘의 볼모구나!"

양과 염소들이 집으로 돌아오게 하려고 하는 것인지, 새끼들이 초원에서 떨어져 죽을까 봐 관리를 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양을 치기 위해 준비를 하던 남자는 오토바이의 뒤에 자전거를 묶고 가자며 농담을 하고, 말을 끌고 오더니 안장에 올라가 보라며 말을 잡고 웃는다.

"노, 노!"

말을 타본 적이 없어 괜찮다는 사양을 하니 재차 말을 타보라며 손을 이끈다.

몽골의 말은 서양의 말에 비해 조금 작지만 안장에 올라간 높이는 제법 높게 느껴지고, 살아있는 동물의 등에 올라가 있으니 미안한 생각이 먼저 든다.

디미르는 핸드폰을 달라고 하더니 말을 타고 있는 사진을 찍어주고, 고삐를 끌어 게르 한 바퀴를 돌게 도와준다.

디미르의 아버지는 경쾌하게 인사를 하고 멀리 떨어진 양들을 향해 신나게 말을 타고 사라진다. 곧이어 디미르도 오토바이에 뭔가를 준비하고 아버지처럼 경쾌한 인사를 하고 멀리 사라진다.



볼모로 잡힌 새끼 염소의 친구들이 바위산을 내려와 함께 게르 주변에 모여들고.

텐트에 들어가 잠시 누워 잠을 더 잘까 고민하다 침낭과 텐트를 정리한다.

"어차피 갈 길, 울리아스타이에 가서 쉬자."

네트워크가 끊겨있어 울리아스타이의 숙소나 식당들이 어느 정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지도상에 펼쳐진 마을의 규모가 체체를렉보다 큰 마을인 것 같다.

텐트를 정리하는 동안 디미르의 엄마가 나와 울리아스타이에 가서 쉬라는 듯 잠을 자는 제스처를 하며 웃는다.

그녀도 유쾌하게 인사를 전하며 손을 흔든다. 성격이 정말 유쾌한 가족들이다.

도로, 흙바닥의 비포장도로로 나와 잠시 이동을 하니 도로변에서 디미르의 아버지가 그곳에서 양들을 살피고 있다.

"형! 사진 찍자."

고맙다는 인사와 악수를 나누니 핸드폰을 장 챙기라는 제스처를 하며 웃는다.

"바에르사! 바이시떼!"

덜컹거리는 도로를 천천히 따라가지만 흔들거리는 머리와 엉덩이가 아프다.

오토바이 한 대가 천천히 나의 속도에 맞추더니 젊은 남자가 함께 가자며 웃는다.

"암 슬로!"

비포장도로에서 벗어나 초원의 흙길로 빠져나와 따라가 본다.

"사람들이 멀쩡한 도로를 두고 흙길을 왜 달리는지 알겠네."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와 달리 이리저리 기울어진 길이지만 덜컹거리지 않고 좋다.

13km를 달리고 넓게 펼쳐진 강줄기를 만나 자전거를 세운다. 어제 넘었던 산의 작은 계곡이 울리아스타이에 가까워지며 넓은 하천으로 변한다.

따듯한 햇살, 살랑거리며 불어오는 바람과 시원한 물소리, 푸른 하늘과 초원의 높은 산들.

강물에 얼굴과 손을 씻어내고.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네."

자전거에 기대어 오랫동안 시간을 보낸다.



몽골의 어려운 여행 환경에 지쳐있을 때면 언제나 이렇게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운 풍경과 넉넉한 시간을 내어준다.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울리아스타이의 경계를 알리는 언덕을 오른다.

8km 정도가 남은 울리아스타이의 모습이 멀리 보이기 시작한다.

강과 산으로 둘러싸인 모습이 체체를렉만큼 소박하고 아름답게 보인다.

길을 달려 울리아스타이의 톨게이트를 지나고.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는 울리아스타이.

"아스팔트네!"

마을에 들어서며 이어진 포장도로, 마치 고급 리무진을 타고 있는 것처럼 편안하고 조용하다.

몽골의 다른 마을들처럼 길게 이어진 골목을 집들이 이어지고.

"다 왔다."

구글맵을 보며 버스 정류장에 앉아 쉬었다. 지나왔던 다른 마을과는 분위기가 다르게 느껴진다.

작은 산 위로 라마교의 사원이 보이고.

산을 돌아 마주한 회전 교차로.

차량들과 사람들의 이동이 많은 교차로에서 음식점과 숙소를 검색한다.

"마을이 제법 큰데, 있겠지?"

크게 네 개의 구역으로 나눠진 울리아스타이의 중심지는 회전 교차로가 있는 부근인 것 같다.

슈퍼와 시장, 호텔과 레스토랑이 교차로의 우측으로 들어서 있다.

"별점이 있나?"

몇 곳의 레스토랑 중에서 리뷰가 가장 많은 식당 피쉬아이 카페로 들어간다.

제법 구색이 갖춰진 레스토랑에 들어가 메뉴판을 우선 집어 들고.

"고기를 줘!"

8,900투그릭 하는 소고기 메뉴를 주문하고.

앙증맞게 접시에 올려진 밥을 추가로 주문하니 주변의 사람들이 나를 쳐다본다.

"밥보다 소고기가 더 싸냐."

2층에 호텔을 같이 하는 식당에서 계산을 하며 숙박비를 물어본다.

"60,000투그릭."

몽골은 이상하게 호텔의 숙박료가 비싸다. 화장실이 있는지 물어보고 방을 볼 수 있는지 물어보니 여권을 달라고 한다.

"방을 보여줘!"

계속해서 여권을 달라는 눈치 없는 여직원과 답답해하고 있으니 짧은 영어를 하는 다른 여직원이 다가와 안내를 해준다.

두 개의 침대와 화장실이 있는 방을 확인하고, 근처에 새로 생긴 호텔을 보고 오겠다 말하고 식당을 나온다.

구글맵을 따라 허름한 아파트 단지로 들어간 곳에는 새로 지어진 호텔 모양의 건물이 보이질 않고, 주위를 빙빙 돌다 길가에 서있던 남자에게 길을 물어본다.

"자브칸 호텔?"

남자는 잠시 구글맵을 확인하더니 라마교 사원이 있는 곳으로 가라고 한다. 두어 차례 자브칸 호텔이 맞는지 물어도 맞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20미터쯤 남자가 알려준 방향으로 이동하니 구글맵의 호텔 위치와 반대 방향으로 멀어진다.

다시 길을 가는 여자에게 호텔의 위치를 물어보니 남자를 만났던 곳을 가리킨다.

"아, 정말!"

몽골 사람들은 이상하게 길을 물어보면 모두 맞다고 알려주는 것이 문제다. 차라리 모른다고 하면 편할 것 같은데.

아파트 건물에 붙어 지어진 건물에 호텔의 간판이 걸려있는데 러시아어 표기라 읽을 수가 없다.

지나가는 남학생을 붙잡고 간판을 가리키며 자브칸인지 물어보니 맞다고 한다.

"아, 이건 설마 예상 못 했다."

새로 지어 깨끗하고 조요한 호텔, 입구에서 마주친 직원들과 얘기를 하고 방을 확인한다.

60,000투그릭의 숙박비가 너무 부담스럽지만 일단 지친 몸을 추스르고 싶다.

안쪽 현관에 놓아두라던 자전거는 여행을 설명하니 지하에 있는 창고에 넣어준다.

그리고 세 명의 여직원들과 짐을 나눠들고 방으로 올라간다. 세 명의 직원은 이 호텔의 전 직원이다. 카운터, 식당 그리고 세탁 담당자.

샤워도 미루고 먹을 수 있는 요깃거리를 찾아 아파트 슈퍼로 간다.

아파트 1층으로 들어가 마트의 현관을 찾아도 모두 문이 잠겨있고, 두 차례 아파트 입구를 들락거리며 확인을 해도 문이 안 보인다.

"슈퍼마켓?"

계단을 내려오는 남자에게 슈퍼마켓을 물어봐도 생뚱맞게 쳐다보기만 할 뿐이다.

"한국인이세요?"

한국말로 물어보는 남자와 아파트를 나와 1층 벽에 붙은 슈퍼마켓의 간판을 가리키니 아파트 지하의 계단을 가리킨다.

"아. 할 말 없다."

싱겁다는 듯 웃으며 가는 남자.

"슈퍼마켓 정도의 영어는 알아 들어야지!"

작은 슈퍼에서 음료수와 과자, 빵 등을 사들고.

일단 너부터.

호텔에 돌아오니 식사를 언제 할 것인지 자꾸 물어본다. 시계를 보여주며 8시를 가리키니 고개를 흔들며 7시 내려오라고 안내를 한다.

"알았어!"

따듯한 물에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눕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거야!"

가만히 침대에 누워 있으니 산 위에 있던 라마교 사원이 궁금해진다.

"아무것도 안 할 건데. 궁금하다!"

핸드폰만 챙겨들고 사원이 있는 산 자브흘란트 톨고이(жавхлант толгой)로 걸어간다.

따듯한 오후의 햇볕과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울리아스타이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오는 라마교 사원에 올른다.

바위산 위로 들어선 라마교 사원.

고승들의 사리탑 같은 것이 세워져 있고.

라마교의 부처상, 조각상들은 정말 강렬하다.

라마교와 토템 사상의 영향을 받는 몽골은, 공산화 과정에서 사원들을 철폐시키며 문화유산들이 많이 남아있질 않다.

개방 이후 라마교의 사원들이 새로 정비되어 관리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게르나 몽골인들의 집에는 기도를 올리는 작은 공간들이 마련되어 있다. 중국의 도교사상이 중국인들의 생활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것처럼, 몽골의 라마교 역시 몽골인들 삶의 밑바탕인 듯싶다.

"이런 자연과 함께 살던 사람들이 자본의 허기짐에 매일 술만 먹고 있으니."

울리아스타이는 사원과 강을 중심으로 북쪽의 마을과.

남쪽의 마을이 나눠져 있다.

산 위의 전경을 구경하고 내려가려던 순간 산 위 정자의 난간에 기대어 하늘을 보고 있는 소년이 보인다.

소년은 하늘을 바라보고, 나는 소년을 바라본다.

"오초르(пүрэв очир), 11살의 소년은 어떤 세상을 바라보고, 어떤 꿈을 꿀까?"

그와 함께 바람이 불어오는 산의 정상에서 하늘과 울리아스타이를 바라보며 시간을 보낸다.

"겹겹이 둘러싸인 산들을 바라보았다. 어린 시절 호기심 가득 바라보았던, 미래에 대한 막연함은 그 산들 너머의 무엇이었다. 하나둘 그 산들을 오르며 어른이 되었음을 자랑삼는 동안, 단 한 번도 그 산들을 오르거나 넘기를 시도하지 않았다.

사실 인식에 대한 실망 또는 확인된 사실의 부재에 대한 허무함 같은 것들이 두려웠는지 모르겠다. 어찌 됐든 그 산들을 오르지 않음으로써 여전히 유지되는 막연한 상상들은 즐거움이었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 산들을 넘을 것이다 바라였다."

나는 지금 그 산들 너머의 무엇을 확인하기 위해 길 위에 서있다.

오초르와 함께 하늘을 보며 시간을 보내는 동안 그는 어느새 떠나버리고, 중년의 검은 남자가 바위에 앉아 오랜 시간을 보낸다.

"아직 그 산들을 넘어가질 못했나? 아니면 산 너머에 무언가를 잃어버린 건가?"

오초르와 남자, 남자와 오초르.

나와 나, 그리고 나와 나.

"오초르, 언젠가 산 너머의 무언가를 확인하길 바라."

오랜 시간을 보내고 산을 내려온다.

울리아스타이는 유난히 분위기가 밝고 시간의 흐름이 느리게 느껴질 만큼 여유롭다.

특별히 세련된 마을도 아니며.

부유하지도 않지만 몽골의 여느 마을들과는 다른 느낌이다.

8시가 다 되어 숙소로 돌아와 저녁을 먹었다. 이번엔 계란 후라이를 덮은 쇠고기다. 점심에 먹었던 식당에 비해 잡내가 조금 진하게 난다.

"고기면 돼!"

밥을 모두 먹자 프런트 직원이 다가와 아침을 언제 먹을지 물어본다. 조식이 제공되는 모양이다.

중국의 숙소라면 조식에 대한 궁금증이 조금이나마 있을 텐데 식문화가 빈약한 몽골에서는 별 기대가 없다.

"9시!"

프런트 직원과 식당직원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핸드폰을 달라고 한다. 그리고 한국에 가고 싶다고 말한다. 조르노크와 처이르에서 듣고 오랜만에 듣는 말이다.

잘 모르겠다고 말하려다 날 쳐다보고 있는 두 명의 눈빛을 보니 안쓰럽기까지 하다.

"툴가야, 잘 설명해줘!"

툴가에게 부탁을 하고, 전화번호를 받은 여직원은 오드바야르처럼 흥분하며 좋아한다.

"툴가가 좋은 얘기 안 해줄 것 같은데."

9시가 넘어도 해가 떨어지지 않고.

쑤니터우이치의 우장징, 대구 아저씨와 위챗으로 소식을 주고받는다. 대구 아저씨는 얼마 전 얼롄하오터까지 자전거로 라이딩을 했는지 GPS 기록을 보여줬고, 우장징은 전에 말했던 일본 여행을 갔고, 지아오강강은 사람들과 초원에 잔디를 심는 행사에 다녀왔다 한다.

9시 30분이 넘어서 일몰이 시작된다. 이러다 몽골 국경인 울기에 가면 10시에 일몰이 시작되는 건 아닐까 싶다.

충분히 휴식을 취하며 몽골을 지나왔지만 추위와 바람, 산길 그리고 부족했던 음식 등으로 체력이 많이 떨어졌나 보다.

"쉬었다 가자."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11일 / 맑음 ・ 12도
텔먼-울리아스타이
울란곰으로 향하는 길, 초원의 흙길을 피해 텔먼으로 돌아온 길 50km 정도를 돌아 넘루그로 가야한다.


이동거리
103Km
누적거리
9,901Km
이동시간
9시간 16분
누적시간
701시간

A0603
비포장길
44Km / 2시간 45분
59Km / 6시간 31분
텔먼
2,400
울리아
 
 
1,719Km

・국가정보
몽골, 울란바토르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몽골어, 투그릭(1투그릭=0.4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50G, 25,000원
・전력전압
▪3구22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976-9911-4119

 

담요 한 장으로 조금 쌀쌀했지만 불편함이 없는 잠자리다.

넘루그까지 거리가 100km 정도지만 해가 지는 9시까지 시간이 많아 게으름을 피워본다.

토승쳉겔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하며 시간을 보냈지만 먹는 것이 부실한 탓인지, 그동안 바람을 이기며 온 체력이 떨어진 것인지 몸이 무겁게 느껴진다.

식당의 주인 남자는 손재주가 제법 있는 모양이다.

어제 먹었던 음식을 다시 주문하고, 러시아와의 국경이 있는 울기까지의 경로를 확인한다.

처음의 경로였던 울란곰을 거쳐 울기로 가는 길은 850km 정도이지만 비포장도로라고 한다.

울란곰에서 헙드로 내려가 울기로 가는 길은 1,000km의 거리, 울리아스타이와 알타이를 거쳐 헙드와 울기로 이어지는 길도 대략 1,000km의 거리이다.

"일단 울란곰으로 가서 울기로 향하는 도로의 상태를 다시 알아보고 결정하자."

어느 쪽을 선택하든 국경까지 15일 정도는 소요될 것 같다.

"알타이 쪽으로 가 볼까?"


크고 작은 마을들이 일정하게 들어선 알타이를 지나는 몽골 동남부의 도로도 괜찮을 것 같다. 먹는 것에 대한 부족함이 조금 돌아가는 길이지만 잠시 고민을 하게 만든다.

식당 아주머니의 음식이 입맛에 맞는 이유가 고춧가루를 넣어 매운맛이 나고, 고기를 기름에 볶아서 주기 때문인 것 같다. 아마도 부산에서 살고 있는 시누이의 영향이 아닐까 싶다.

아침을 먹고 출발하기 위해 슈퍼에 넣어둔 자전거를 꺼내며 기분이 약간 상한다. 열쇠로 감긴 슈퍼에 넣어둔 자전거의 가방들이 뒤적거려진 흔적이 느껴진다.

아마도 호기심이 많았던 주인 남자가 핸드폰 가방 등을 조금 뒤적거려 본 것 같다. 그냥 아무렇지 않은 듯이 지퍼를 잠그고 패니어에 들어있던 노트북을 확인하고 자전거를 꺼낸다.

중국과 몽골의 차이점 중에 하나는 몽골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물건에 손을 댄다는 것이다. 자전거나 여행 물품에 대한 분실을 걱정했던 중국은 길거리에 자전거를 놓아두어도 전혀 만지질 않는다. 그리고 패니어를 단 자전거에 대한 호기심이 많지만 주변에 서서 구경만 할 뿐, 들어 보라 하여도 좀처럼 만지거나 하질 않는다.

그에 비해 몽골은 자전거에 넣어둔 먹다 남은 물병 같은 것도 빼서 가져가 버린다. 자민우드의 첫날, 밖에 세워둔 자전거에서 아무 필요도 없는 액션 카메라의 브라켓이 사라졌고, 토승쳉겔에서는 숙소 안에 넣어두었던 자전거의 물병이 사라졌다. 몽골을 여행하며 카메라는 패니어에 넣어두고 사용하지 않은지 오래다.

선교사님은 몽골 유목민족의 독특한 공유 문화 때문에 남의 물건을 가져가는 것에 대한 죄의식이 없다고 했지만 내 생각에는 그저 현대 사회에 맞는 사회적 규범이나 제도적 장치 같은 것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싶다.

몽골을 여행하며 가장 좋은 날씨인 것 같다. 바람이 조금 불어오지만 따듯해진 날씨에 땀을 식혀주는 정도의 시원한 바람이다. 토승쳉겔을 떠나 2,000미터의 산을 넘을 뒤로 계속 이어지는 평지의 길이지만 페달링에 힘이 들어가질 않는다.

"체력이 많이 떨어졌나 보네."

라이딩 중 울렸던 핸드폰은 오초르의 전화다. 한 시간을 달리고 쉬는 동안 오초르에게 전화를 걸어 통화를 한다. 오초르와 싸비, 울란바토르, 울란곰 등의 말뿐이지만 웃으며 안부를 전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이 좋다.

"오초르, 이제 끊어! 페이스북 메신저! 알지?"

오초르의 와이프에게 메신저로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고 다시 길을 출발한다.

조금씩 더워지는 날씨 속에 평탄한 초원의 길은 눈이 덮인 산들을 향해 이어진다.

"아무래도 저 산들을 넘기 전에 넘루그로 회전을 하나 보다."

전혀 풍경의 변화가 없는 길을 달리고 패니어에 넣어둔 카스테라 빵을 꺼내어 먹는다. 아침밥을 먹은 지 두 시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입이 심심하게 느껴졌다. 몽골의 빵은 정말 달다.

"중국의 3위안짜리 골라 먹는 빵이 먹고 싶다."

넘루그로 향하는 오른쪽의 길을 놓치지 않기 위해 천천히 속도를 낮추며 길을 확인을 하지만 나타나야 할 우측 교차로의 길이 보이질 않는다. 앞쪽으로 보이는 우회전의 길이 넓게 회전을 하는 도로인가 생각하며 길을 따라간다.

2km를 이동하고 구글맵을 확인하니 넘루그로 가는 교차로를 이미 지나쳐 있다.

"대체 이 황당한 시추에이션은 뭐야?"

긴가민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조금 더 앞으로 나가니 삼거리처럼 보이는 곳에 식당으로 보이는 작은 집이 있다.

"저기가 삼거리 교차로인가?"

자전거를 끌고 올라간 언덕에는 새로 집을 짓는 사람들이 바닥 공사를 하고 있고, 넘루그로 가는 도로 같은 것은 보이질 않는다. 자전거를 눕히고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한 후 핸드폰을 보여주며 넘루그로 가는 길을 물어본다.

"3km, 78km!"

남자는 내가 지나온 방향의 흙길을 가리키며 3km를 가서 작은 집이 나오면 우측 길을 따라서 70km를 가라고 알려준다.

"포장된 도로야? 아스팔트?"

일을 하던 세 사람이 동시에 아니라며 흙바닥을 가리킨다.

"망했네!"

어제 지나쳤던 토승쳉겔에서 넘루그까지의 흙길, 그리고 이곳의 교차로에서 이어지는 길도 흙길이다. 결론은 토승쳉겔에서 넘루그까지 가는 모든 길은 초원의 흙길인 것이다. 자동차가 지나다니며 만들어진 초원의 흙길은 딱딱하게 좋은 길들도 있지만 흙모래가 덮여 자전거로 지나다니기 힘들 길도 있어 피하고 싶다.

"이정표도 없는 흙길을 따라서 어떻게 따라가라는 말이야!"

허탈하게 웃고 있으니 남자는 내가 따라왔던 포장도로를 가리키며 '아스팔트'라고 알려준다.

"울리아스타이, 알타이 아스팔트?"

남자는 알타이를 말하며 다시 바닥에 280km를 적고, 울리아스타이를 말하며 80km를 적는다. 구글맵에는 울리아스타이까지 작은 길로 이어지지만 도로의 표시는 아니다.

"울리아스타이, 아스팔트?"

울라이스타이까지 포장도로인지 재차 물어보니 고개를 끄덕이며 넘루그로 가는 흙길을 가리키며 손으로 X자 표시를 한다. 넘루그까지 흙길 그리고 울란곰까지의 도로도 확인이 안되니, 차라리 200km를 돌아가더라도 알타이로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래! 울란곰의 큰 호수를 못 보는 것은 아쉽지만 몽골의 서남부 쪽을 여행하는 것도 괜찮잖아!"

몽골에서 무용지물이 된 구글맵이 지금처럼 계속 틀렸기를 바라며 포장된 도로의 거리 이정표를 확인하며 울리아스타이로 길을 향한다. 78km 정도의 거리이니 5시 정도면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5km를 조금 지나 약간의 언덕길을 오르던 길은 정면으로 높은 산들을 앞에 두고, 멀리 보이는 아스팔트의 모양이 심상치 않다.

"왜 멀쩡한 길을 놔두고 차들이 흙먼지를 날리며 다가오는 거지?"

산이 시작되는 곳에서 포장도로는 공사 중으로 끊겨있고, 도로의 옆으로 차들이 다니며 만들어 놓은 초원의 흙길이 어지럽게 그려져 있다.

"설마? 아니겠지!"

도로 공사로 인해 잠시 길이 끊겨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방향만 같을 뿐 이리저리 마구잡이로 그려진 초원의 흙길을 따라간다. 그리고 난감하기 그지없는 작은 개울을 만난다.

작은 돌들을 밟아가며 한 걸음, 한 걸음을 옮기며 자전거를 억지스레 끌고 개울을 넘는다.

"괜찮아, 곧 좋은 길이 나올 거야!"

한가롭게 풀을 뜯는 말들을 낑낑거리며 지나치고.

멀리 도로를 향해 빠져나가는 승용차의 뒷모습이 모습이 보이고, 어지럽게 그려진 초원의 길들이 도로를 향해 모아진다.

"살았다. 끝났나 보다!"

초원의 흙길을 벗어난 곳에는 공사를 알리는 표지판이 서있고, 울리아스타이로 가는 길은 언덕을 향해 비포장길이 길게 이어진다.

"아, 이런 아쓰발...트!"

초원을 향해 말과 오토바이를 타고 아무렇게나 달리는 몽골 사람들에게 비포장도로는 좋은 길일지도 모르겠다. 몽골 사람들을 만나 가는 곳의 목적지를 말하면 그들은 먼저 그곳까지의 거리와 방향을 알려준다. 예전의 시골 어르신들이 옆 마을까지의 거리와 길을 꿰뚫고 있는 것과 같은 모습이다.

그 길로 얼마를 가라고 알려주지만 자전거로 갈 수 있는 길인지는 고려하지 않고 알려주는 것이다.

"이런 길로 70km를 가야 한다는 말이지!"

울퉁불퉁 상태가 좋지 않은 비포장길은 오전내 바라보며 달려왔던 눈이 덮인 산을 향해 올라간다. 간간이 지나가는 차량들이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고 차량 한 대가 천천히 지나가며 차량을 세운다.

건장한 세 명의 남자들이 동시에 내리면서 인사를 하고, 각자의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자고 한다. 술이 취하지 않는 몽골인들은 그냥 사람에게 호감이 많은 사람들로 보인다.

"Do you drink?"

영어를 할 수 있는지 묻던 남자가 마실 것을 주려는지 묻길래 맥주가 있느냐고 물으니 웃으면서 자기는 술을 안 먹는다고 한다. 그리고는 커다란 생수병을 건네주고 인사를 하며 가버린다.

"고맙긴 한데. 이건 짐이야!"

2~30분에 한 대 정도 지나치는 차량들은 나를 향해 인사를 하거나 속도를 줄이고 구경을 하며 지나간다. 자전거로 몽골을 달리는 사람도 보기 힘들겠지만 비포장의 산길을 패니어를 잔뜩 달고 오르고 있으니 신기하기도 할 것이다.

"날 죽여라. 몽골아!"

"아무래도 저 눈 덮인 산을 기어이 오르고야 끝이 나겠어! 오늘의 2,000미터는 너란 말이지!"

조금씩 허기가 지고 힘이 떨어지는데 패니어에 든 카스테라 빵을 먹고 싶지 않다.

"맥주 한 캔만 시원하게 먹었으면 좋겠다."

끝없이 이어지며 겹겹으로 싸여있던 산들이 사라지고 눈 덮인 하나의 산만이 남아있다. 큰 고갯길을 넘는 곳에 정차하고 서있던 화물차량의 운전기사가 한국말로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어디 가?"

"울리아스타이!"

"몽골에 언제 왔어?"

"1월에, 중국에서 몽골로 왔어!"

남자는 힘들어하는 나를 보며 웃더니 화물차에 자전거를 싣고 가자는 제스처를 하며 웃는다.

"울리아스타이 멀어! 여기서 60km는 가야 돼!"

"60km? 길은?"

"똑같아! 알타이까지 똑같아!"

"뭐? 알타이까지?"

구글맵을 보면 울리아스타이는 제법 큰 마을처럼 지도가 넓게 나타난다. 산을 넘으면 큰 마을의 울리아스타이 그리고 알타이까지 포장도로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완전히 예상을 빗나간다.

"완전 망했어! 하하하하"

산의 계곡을 따라 크게 회전을 하며 돌던 길은 하늘을 열어놓고.

S자로 휘어지며 올라간다.

"야! 그만해!"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더욱 가팔라지고 자전거를 끌며 가다 서기를 반복한다.

산의 꼭대기에서 느리게 내려오는 차량들이 하나둘 곁을 지나치고.

비포장길이 시작된 지 3시간 30분 만에 20km를 낑낑거리며 2,400미터가 넘는 산의 정상에 오른다.

산의 정상에 쌓여있는 커다란 어붜를 돌며 차들은 크락션을 울리며 지나간다.

저녁 6시, 해가 지려면 3시간의 여유가 있지만 서둘러 산을 내려가야만 한다.

"정말 힘든데, 이 이유 모를 성취감과 만족감은 도대체 뭐야!"

울리아스타이까지 이어질 산길을 바라보며 시원하게 오줌을 싸주고.

덜컹거리며 요란한 소리는 내는 자전거를 타고 길을 따라 내려간다.

계곡을 따라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며 산길은 끝없이 내려가고.

족히 1미터가 넘어 보이는 두께의 얼음들이 무너지며 녹아내리기 시작하는 계곡길을 따라간다.

휘어지고 휘어지는 산길은 내려가는 것조차 쉽지가 않다.

산을 오르며 힘이 빠진 다리로 페달을 지탱하는 것조차 쉽지 않고, 덜컹거리는 자전거에 흔들거리는 머리가 지끈거리며 아파온다.

"야! 내장까지 흔들거려서 아프다. 고만해라!"

8시가 넘어가며 구글맵상에 도로로 표시된 곳까지 내려왔지만 화물 기사의 말처럼 계속되는 비포장도로의 흙자갈길이다.

"구글맵, 넌 이 길이 도로로 보이니?"

여전히 울리아스타이까지의 거리는 많이 남아있어 적당한 곳에서 야영을 해야만 한다. 오른쪽은 높은 산들로 막혀있고 왼쪽은 계곡이 흘러가는 곳이라 눈에 보이는 게르들은 도로와 너무나 많이 떨어진 곳에 있다.

작은 언덕조차 자전거를 타고 오르지 못할 만큼 다리에 힘이 떨어진다.

"더는 못 가! 안 가!"

해가 지는 산의 언덕 위로 물끄러미 쳐다보는 말들에게 괜스레 시비를 걸어보고.

"뭘 봐! 자전거 타는 사람 처음 봐?"

주위를 둘러보던 중 멀리 산의 중턱에 게르 한 채가 눈에 들어온다.

자전거를 끌고 게르가 있는 곳으로 들어간다.

밤이 되어 양과 염소들이 집으로 모여들고.

자전거를 세워두고 사람을 불러봐도 인기척이 없다. 살짝 게르의 문을 열고 들여다보니 게르 안에는 아무도 없고, 지금껏 봐왔던 마을의 게르들과 달리 어수선하고 정리가 되어있지 않은 모양새다.

게르의 주인이 나타날 때까지 텐트를 칠 수도 없어 자전거에 기대어 쉰다. 9시가 되며 천천히 한기가 느껴지기 시작한다.

"어딜 간 거야? 설마 울리아스타이에 술 먹으러 나간 것은 아니겠지?"

10여 분 정도가 흐르고 말과 소들이 게르로 돌아오고, 멀리에서 소를 모는 소리와 함께 오토바이 소리가 들려온다. 게르 가까이 소를 몰고 오던 남자는 오토바이를 몰고 게르가 있는 곳으로 다가온다.

검붉게 탄 얼굴이지만 20대 초중반의 앳돼 보이는 얼굴의 남자이다.

"샌 베노. 비 서롱고스!"

남자에게 인사를 하고 게르 옆에 텐트를 쳤던 사진을 보여주니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다. 게르로 들어가자며 안내를 하고 우유차와 함께 몽골의 작은 빵은 내어준다.

양과 소를 치는 게르에는 마을의 게르들과 달리 가구들이나 침대가 없이 여기저기 물건들이 놓여있다.

무언가를 해겠다며 말하고 나간 남자는 소들의 무리에서 새끼들을 잡아 울타리 안의 줄에 묶어두느라 소들과 술래잡기를 하고 있다.

새끼들을 묶어두어 어미들이 멀리 가지 못하게 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통신이 되지 않으니 물어볼 방법이 없다.

해가 져서 어둠이 찾아오는 동안에도 남자는 소와 양들을 관리하느라 바쁘게 움직인다. 남자와 함께 라면을 끓여 먹고 싶지만 산길을 넘어오느라 피곤하여 텐트를 치고 안으로 들어가 눕는다.

배가 고프지만 온몸이 쑤셔대니 잠을 자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아이고, 정말 험난하다. 험난해!"

알타이까지 어떻게 갈까 생각을 하다 깊은 잠에 골아 떨어진다.

"뭐, 그냥 가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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