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4일 : 2018.11.01 / 화창함・18도

강릉항-울릉도 저동항-울릉도 도동항-독도-울릉도 도동항-사동리

강릉항에서 울릉도에 들어간다. 굳이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곳을 왜 가느냐고 물어본다면 "그저, 가보고 싶었다"고 말하겠다.

이동거리

416.55Km

누적거리

732.64Km

이동시간

9시간 46분

누적시간

31시간 55분


울릉 저동항
울릉 도동항
297Km/6시간 14분
120Km/3시간 32분
강릉항
독도
사동리
 
 
734Km

 

30분 간격으로 촘촘하게 맞춰놓은 알람이 울리기 전 잠에서 깨었다. 울릉도를 향하는 배편을 구하지 못할까 하는 조바심이 이른 아침 자연스럽게 몸을 일으켜 세운 것이다.


시원하게 들려오는 파도소리와 모래사장의 푹신함에 첫 번째 와일드 캠핑은 그럭저럭 만족스러웠다. 아직은 익숙지 않은 침낭과 텐트를 정리하느라 꽤 애를 먹었지만 붉게 피어오르는 동해의 일출을 만끽하며 하루를 시작하였다.


 

6시 반, 이른 시각 한산한 강릉 여객터미널에 도착하였을 때 여행의 즐거움을 서두르는 한두 명의 여행객들이 빈 터미널 안을 서성거리고 있었다. 머지않아 터미널의 직원들이 출근하여 여행객들의 간단한 질문들에 친절하게 답해주었다.


날씨가 좋아 독도까지 가려는 한 여행객의 독도행 여객선을 예매하는 것을 보고 잠시 고민하였다. "독도..?"


울릉도에서 독도까지 꽤 거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 시간의 소요에 대한 망설임이었다. "잠깐 내렸다 오는 건데 갈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매표소 옆에 위치한 작은 터미널 매점에 들러 멀미약과 커피 한 잔을 사서 마셔 두었다. 내가 뱃멀미를 하는지는 모르겠다. 간간이 짧은 거리를 가는 여객선은 타봤지만 3시간 가까이 배를 타본 것은 처음이었다.


뱃멀미를 할 것 같지는 않았지만 모를 일이니 미리 마셔둔다. 감기약 드링크제처럼 마시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맛이었다.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일들에 대해 게으른 나는 대부분 안 하는 쪽을 택한다. 하지만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는 일에 대해서는 해놓는 쪽을 택하는 편이다.  무엇이 다른지는 모르겠지만 경험적 확신에 대해서는 게으른 선택을 하지만, 미경험의 불확실에 대해서는 예상치 않은 상황의 돌발성을 끔찍이 싫어하는 것 같다. 


 

7시가 되었을 때 터미널 안은 울릉도를 여행하는 단체 관광객들로 가득 채워졌다. 한산했던 터미널이 5일 장날의 번잡스러움으로 바뀌면서 여객선의 잔여석이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여유분의 표가 얼마나 있는지 알려주지 않는 여객터미널의 응대에 조금 불만이었고, 20분이 다가왔을 때 미리 대기줄의 첫 번째에 서서 기다렸다.


몇 석 정도의 잔여석이 남아있는지 정도는 알려줄 수 있는 것 아닌가 투덜거렸다.


 

첫 번째로 울릉도행 표를 사들고서야 마음이 편안해졌다. 승선까지 20여 분의 자투리 시간, 작은 터미널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딱히 없었다. 잠시 기다리던 사이 울릉도를 향할 씨스타 5호가 항으로 들어섰다.


 

 

 

"울릉도에 가는데, 독도도 가봐야 하는 것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독도에 대한 특별한 생각은 없지만 상징성이라는 것이 호기심을 자극하였다. 매표소 옆 안내소 문틀에 기대어 독도행 배편의 잔여석이 있는지 문의하여 임시 예매를 해두었다.


"1시 출발입니다. 12시 반까지 도동항에 도착하셔서 수속 절차를 하셔야 합니다." 울릉도에 도착하는 저동항에서 도동항까지 차로 15분 정도 거리에 있다는 안내에 1시간 정도의 시간적 여유가 자전거로 충분히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시간이 늦어 갈 수 없다면 어쩔 수 없지만 일단 독도행 예약을 해두었다. 잔여석은 겨우 5석 정도 남아있는 상태였다.


 

 

밖에 묶어두었던 자전거를 미리 승선을 할 위치에 옮겨놓았을 때, 자전거를 유심히 살피던 배낭 여행객이 말을 걸어왔다. 큰 배낭을 지고 전국을 걸어 다니며 여행을 하는 중이었다. 


 

8시 20분 울릉도행 여객선에 승선 시작, 자전거나 화물을 따라 싣는 이동로는 없었고 일반객과 함께 객실로 이동 후 직원의 안내에 따라 배의 후미 쪽 화물칸에 자전거와 함께 패니어를 넣어두었다.


 

 

자리를 잡고 앉은 사이, 커다란 겨울용 이불 백을 든 현지인처럼 보이는 아주머니께서 옆자리에 자리하였다. 좌석 통로에 놓아둔 이불 백을 치워달라는 여행객의 요청에 "자리가 텅텅 빌 텐데, 아무곳에나 앉으면 되는데.."하며 불만을 표시하였다.


여객선은 깔끔하였고 아주머니의 말처럼 많은 자리들이 공석으로 비어있었다. 어제 저녁부터 매표를 하기까지 조바심을 내었던 마음이 허탈하게 느껴졌다. "잔여석 정도만 알려주었어도 불필요한 걱정 따위는 안 했을텐데" 생각하였다.


 

강릉에서 울릉도까지 2시간 40여분 정도 소요된다는 안내와 함께 천천히 배는 출항하였다. 큰 출렁거림 없이 어느새 푸른빛의 바다만이 눈에 들어왔고 3일간의 여행의 사진들과 글을 정리하는 사이 11시가 조금 넘어 배는 울릉도의 주변을 돌고 있었다.


 

저동항에 입항하기 전, 옆자리에 계시던 아주머니께서 말을 걸어왔다. 몸이 불편하여 이곳에서 요양을 하는 중이라 말하며 "이곳이 처음이냐? 생각보다 울릉도가 꽤 크죠?" 하였다. 관음도의 전망에 대해, 일주터널이 뚫려 곧 개통된다는 설명들과 함께 좋은 것들을 많이 구경하라 알려주었다.


"울릉도에는 세 가지가 없어요. 뱀이 없고, 멧돼지 등 산짐승도 없고, 공해도 없고, 도둑이 없어서 여자 혼자 살기에도 무섭지가 않아요."


 

저동항에 입항하여 다시 패니어를 장착한 후 더운 날씨에 옷가지들을 갖춰 입고 나니 11시 30분이 되었다. 독도행 여객선을 타기 위해 도동항까지 이동하기에 여유가 없었다.



순식간에 많은 여행객들이 빠져나간 저동항에서 바라본 하늘과 구름은 이색적이었고 육지의 분위기와 사뭇 다른 느낌의 것이었다.



서둘러 소박한 저동항의 여객터미널을 지나칠 때 갑작스레 풍겨오는 오징어 냄새. "울릉도에 왔나보다"


작은 어촌의 복잡한 길처럼 꼬여있는 저동항의 입구에서 도동항으로 가는 길을 묻고 이동을 시작하였다. 출발과 함께 시작되는 고갯길, 구불길로 이어진 저동재를 넘는 사이 뜨거운 땀방울이 고글을 타고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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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의 저동항과 도동항 사이의 고갯길 저동재



 

시간에 쫓기듯 저동재를 넘어 차량과 사람들로 복잡한 좁을 길을 따라 내려오니 작은 항구가 보였다. 여행객들과 호객을 하는 상인들의 틈 사이를 지나 저동항의 안쪽 여객선 터미널에 12시 30분을 얼마 남기지 않고 도착하였다.


2층에 위치한 터미널을 찾아 계단을 오르는 동안 무거워진 허벅지의 근육이 "왜 하필 2층이냐"며 따져 묻는듯하였다.


예매한 표를 구매하고 독도행 여객선에는 자전거를 실을 수 없다는 안내를 받았다. 승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자전거를 묶어둘 곳을 찾아야 했다.


 

지도 크게 보기

도동항 여객선터미널은 도동항의 안쪽 선착장의 2층에 위치해있다.


 

패니어들과 침구류들을 모두 제거하고 자전거는 여객터미널 주변에 묶어두었다. 그때서야 다시 한번 독도행 시간에 늦지 않았음을 안도하였고, 울릉도의 색다른 하늘과 구름이 눈에 들어왔다.


청명한 하늘 아래 내 눈 가까이 솜털처럼 가볍게 떠다니는 구름떼들.


 

 

 


목과 어깨, 양손에 패니어와 침구류들을 메고 들고 많은 사람들의 틈 사이에 끼어 독도행 배에 승선하였다. 배의 입구에 짐들을 놓을 수 있는 선반이 갖춰져 있었다. 


노트북만을 챙겨들고 짐들을 선반 위에 올려놓고, 매점에 들려 맥주 한 캔과 빵을 사들고 우등석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갔다. 이른 아침부터 지금까지 아무것도 먹지 못한 상태였다. 


일반석보다 조금 넓은 우등석은 그것 이외에는 별다른 것이 없었다. 울릉도행 여객선의 선내와 달리 독도행 선내는 굉장히 시끄러웠다. 단체로 여행을 온 것 같은 학생들과 나이 지긋한 여행객들의 수다와 잡음 소리들.


열심히 핸드폰 게임을 하는 여학생과 지정석을 벗어나 직원들의 지적을 받는 어르신들의 실랑이 속에서 하고 싶은 것들을 다 할 수 있게 되었음에 대한 만족과 밀려오는 배고픔의 허기짐을 캔맥주의 시원함으로 달래였다.


 

독도로 항하는 길, 잠깐의 단잠에 빠져들었다. 독도 입항 30여 분을 남기고 잠에서 깨어났다. 깊고 고요한 단잠 속을 벗어나 여전히 시끄러운 소음과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어르신들의 움직임들은 살짝 짜증스러웠다.


 

독도에 내려 관람할 수 있는 시간은 30여 분 남짓이었다. 패니어에서 빼낸 노트북을 다시 넣어두기 위해 1층 입구로 내려갔다. 독도에 들어가는 흥분감에 이미 나와 하선을 기다리는 몇몇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패니어에 노트북을 집어넣는 사이 독도 정박을 앞둔 배의 입구는 사람들로 가득 채워졌다.


"모두들 독도에 가는 것이 흥분되는가 보다." 생각하는 사이, 배의 정박과 함께 문이 열렸다. 순간, 하선을 하려는 사람들이 일시에 입구로 향하며 2초간 사람들이 문에 끼어 멈춤 상태가 되는 것을 보았다.


독도에 내려 아무데도 갈 수 없고, 좁은 공간에서 30여 분의 시간은 주변을 둘러보기에 너무나 충분한 시간이었다. "이 사람들과 혹여 무슨 사고라도 나면 큰일이겠다" 생각하였다. 


 

 

독도라고 해서 상징적인 의미 외에 특별한 감회 같은 것은 없었다. 360도 몸을 한바퀴 돌리면 모든 것이 눈에 들어오는 작은 섬이었다. 화산분출로 만들어진 섬답게 독특한 형질과 형상의 섬모양이 인상적이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쏟아져 나온 탓에 차분하게 독도를 구경하기에는 무리였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 만세를 부르는 단체객들 사이를 분주하게 이동하며 최대한 방해받지 않기 위해 움직였다.


 

 

 

 

30여 분의 짧지 않은 시간 독도를 둘러보고 남들보다 서둘러 승선하여 휴식을 취하였다. 승선을 알리는 안내와 함께 여행객들이 하나, 둘 승선하여 선내는 다시 시끄러운 시장 바닥이 되었다.


 

 

 

 

 

 

 

 

 

 

 

 

 

독도 관람에 대한 자신들의 소회를 나름의 방식대로 떠드는 동안 다시 짧은 단잠에 빠져들었다.


 

 

 

5시 30분. 일몰이 시작되는 시간 여객선은 도동항에 도착하였다. 여전히 배의 정박을 앞둔 여객선의 입구를 향해 서둘러 몰려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그들이 모두 빠져나가기를 기다렸다.


"무엇이 저리도 바쁘고 급할까? 이 작은 섬에서 딱히 서둘러 할 무엇도 없을 것 같은데.."


 

자전거를 놓아두었던 곳에서 패니어와 침구류들을 다시 장착하고, 붉게 떨어지고 있는 울릉도의 일몰을 감상하였다. 구름과 하늘이 참 인상적인 곳이다.


 

 

 

낚시객의 행위 하나하나에 민첩하게 반응하던 검은 냥이들. "너희들을 줄 것 같지는 않은데.."


해가 떨어지기 전에 어딘가로 이동하여야 했다. 좁은 도동항 주변에 마땅히 야영을 할 곳이 없었고, 복잡한 여행객들 사이에서 저녁을 해결하고 싶지 않았다.


울릉도에 도착하기 전에 야영지로 생각해두었던 사동해수욕장으로 이동하기 위해 다시 고갯길을 넘어가야 했다. 좁은 골목길을 오르며 도동항 주변이 울릉도의 군청 소재지가 있는 중심지라는 것에 조금 의아해했다. 생각보다 협소했다. 


 

사동리로 가기 위해 힘들게 오르막을 오르고 울릉터미널을 지날 때쯤 해는 완전히 떨어져 육지보다 더 짙은 어둠이 찾아왔고, 울릉도의 도로의 상태는 좋지가 못했다. 시멘트 포장길은 여기저기 파여있었고 비가 내린 것처럼 젖어있었다.


조심스레 내리막길을 내려와 사동리해수욕장을 찾았다. 여러번 지도앱을 확인하며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내가 생각하는 해변이나 해수욕장처럼 보이는 장소는 없었다. 다시 한번 좁은 마을길을 돌아 해수욕장을 찾았을 때 내가 생각했던 해수욕장의 풍경과는 전혀 다른 모양의 장소가 보였다.


해수욕장이라는 작은 안내간판이 없었다면 그저 작은 마을앞 해안가 정도라 생각했을 것이다. 몽돌들이 깔려있는 곳에 바닷물이 출렁이는 작은 해안가 정도. 주변에 아무것도 없었고 몽돌을 깔고 누워 잠을 잘 수는 없다.


마을을 돌아 나와 중국집과 홍합밥을 파는 음식점에서 저녁을 해결할까 생각하다 좀 더 이동을 해보기로 하였다. 식사보다 야영을 할 곳을 찾는 것이 더 우선이었다. 식사를 하고 주변에 야영을 할만한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하였다.


 

조금 더 길을 따라 이동하였으나 오히려 도로 주변의 빛들은 더 어둡게 변하였다. "이게 아닌가 본데.. 돌아가야 하나?"


길 주변 어둠 속 환한 불빛의 음식점을 찾았다. "아, 돼지국밥.." 음식점 앞 낮은 곳에 넓은 주차장을 갖추고 있다는 것만을 확인하고 좀 더 이동해보았다. 하루의 허기를 그것도 처음 찾은 울릉도의 첫 끼를 돼지국밥을 먹고 싶지 않았다.


"좀 더 가보고 없으면 돌아와서 돼지국밥으로 저녁을 해결하고, 양해를 구해 주차장에서 야영을 할 수 있는지 물어보자"


 

사동항을 지나칠 때까지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고 사동항 앞 사동 관광호텔만 덩그러니 서있었다. 다시 몽돌식당으로 돌아와 식당 문을 열었다. 


 

몇몇 주민들로 보이는 이들이 오리고기와 함께 반주를 하고 있었다. 늦은 밤 7시,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의 외지 여행객이 만들어낸 공간의 이질감은 나마저도 어색하게 만들었다.


따듯한 방 안에서 마을의 일들에 대해 얘기하는 그들 사이에서 저녁을 먹은 후, 주인에게 주차장에서 텐트를 치고 하룻밤 보낼 수 있는지를 물었다.


고갯길의 시작점에 위치한 식당의 주차장은 언덕의 아래쪽 도로와 식당의 가운데에 위치해서 바람이 심하게 불고, 시끄럽다고 말하며, 사동항쪽으로 조금 이동하여 오른쪽으로 작은 길을 따라 오르면 작은 공원이 있다고 알려주었다.


"여기는 바람이 많이 불어서 추워요. 저기 동네 사람들이 운동도 하고 하는 공원이 있는데 잔디밭에 정자도 있고 해서 여기보다 좋을 거예요."


 

사동 관광호텔 뒤편의 길을 오르니 마을길 사이로 농업센터 건물과 식물원 같은 곳이 나왔다. 정자를 찾았지만 어둠 속에서 찾기가 쉽지 않았고 식물원 한구석 커다란 편백나무 아래 자리를 잡았다.


식물원을 정비하는 것인지 곳곳에 땅을 고르는 작업의 흔적들이 있었다. 마을 안쪽에 위치하여 조용했고 바람 또한 없어 아늑하고 그만이었다.



내일 울릉도를 일주할 경로들을 확인하고, 후포항으로 나가는 여객선의 배편을 확인하였다. 후포항으로 나가는 배는 다행히 사동항에서 출발하였다. 저동항에서 출발하였다면 그곳으로 가기 위해 다시 넘어야할 사동리의 고개와 저동재가 끔찍하였다.


"내일 아침 사동항에 들려 배편을 예약하고 일주를 시작하면 되겠다. 하루종일 배편 때문에 시간에 쫓기였는데.. 나가는 것도 이렇구나. 그래도 하고 싶은 것은 어쨌든 다했네. 다행이야. 그거면 된 거지.."





GPS 정보

 


D+5일 : 2018.11.02 / 너무나 맑은날・18도

울릉도 사동항-남양항-태하항-현포항-추산항-천부항-관음도-역복귀-사동항-후포항

본격적인 울릉도 일주여행. 해안도로를 따라 관음도까지 왕복하는 라이딩. 관음도의 해안터널이 뚫였지만 전기시설들의 마무리 공사로 인해 개통이 되지않아 아쉬웠고, 관음도에서 리턴하여 사동항에 도착 울릉도의 여행을 마무리하고 후포항에 도착하였다.

이동거리

221.94Km

누적거리

954.58Km

이동시간

9시간 15분

누적시간

41시간 10분


관음도
사동항-후포항
62Km/5시간 58분
160Km/3시간 17분
사동항
사동항
후포항
 
 
955Km

 

새벽녘을 알리는 장닭의 울음탓이였을까 붉은 여명이 시작되기전에 잠에서 깨였다. 편백나무의 진한 내음이 머리속을 상쾌하게 만들어 놓은듯 개운한 아침이였다. 


아무런 마음의 복잡함없이 해가 떠오르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가볍다. 아무것도 아닌 것에, 아무도 없는 곳에서.. 불구하고 너무나 마음이 가볍다."


 

 

아른 아침, 마을길을 청소하기 위해 나오신 어르신들의 낯선 시선을 받으며 길을 내려와 사동항 여객터미널에 들렸다. 후포항으로 들어가는 여객선은 오후 4시 30분 출발. 텅 비어있는 여객선 터미널은 저동항이나 도동항의 터미널보다는 넓고 최적해보여고 한껏 멋을낸 건물외관을 통해서 최근에 지어진 것임을 알 수 있었다.


현장매표는 오후 3시부터 시작된다는 안내문을 확인하고, 고객센터 번호를 핸드폰에 저장하였다. 여객선의 예매 시스템에 대해 약간의 아쉬운 점들이 있었지만 나름의 사정들이 있어 현시스템으로 운영하게 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여행을 떠나기위해 해외에서 사용할 수 이는 다이렉트 페리스와 국내의 가고싶은 섬 어플에서 여객선의 정보를 얻는다. 가고싶은 섬의 어플을 통해 온라인 예약을 할 수 있지만 3일후 일정에 대해서만 예약을 할 수 있어, 정해진 일정없이 움직이는 나에게는 어려운 제약이였다.



일단 사동항터미널을 빠져나오며 관음도까지의 울릉도 일주 거리와 소요될 시간을 생각하였다. 일주터널을 지날 수 없다면 관음도에서 리턴하여 돌아오는 거리 왕복 60여Km. 넉넉히 5시간정도 시간이 소요될 것 같았다. 


"지금이 7시니까, 왕복해서 천천히 돌아와도 오후 1시쯤이면 오늘 4시 30분 배를 타고 후포로 가는것도 좋겠는데"


특별히 마음을 사로잡는 무언가가 없다면 하루일정을 당겨 후포로 이동할 생각이였고, 주말의 많은 여행객틈의 번잡스러움이 생각나 가능하면 오늘 떠나고 싶어졌다.


"일단 가보자! 늦어지면 하루쯤 더 머물러도 상관없잖아.." 


 

이른아침 해안도로는 차량의 통행이 없어 편안했고 시멘트 포장의 그리 좋지만은 않은 도로의 상태는 무거운 자전거의 요란한 덜컹거림을 만들어냈다. 울릉도의 독특하고 인상적인 형질의 해안면들을 구경하며 천천히 페달을 밟는사이 통구미해변의 거북바위가 눈을 사로잡았다.


 

 

 

"왜 거북이지?" 생각하며 한참을 거북이를 찾아 바라보았다. "정말 거북이처럼 보이네"


 

평지의 해안로를 따라 이동하는 중 간간히 마주치던 공사차량들은 조심스레 지나쳐주었다. 일주도로를 새로 정비하는 것으로 2차선의 터널과 새로운 해안도로를 만드느라 분주하였다.


첫번째 1차선의 터널을 지날때 앞서던 차량을 따라 이동하던 중 터널의 맞은편에서 대기하던 차량들을 보았다. 서로간의 통행을 통제하는 사람이 없었는데 어떻게 알았을까 의문하던중 터널의 신호등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몇몇개의 터널을 통과할 때는 터널앞 신호등에 맞춰 이동하였다. 재미있다 생각하였다. 남양항 주변의 마을은 관광지의 편의시설이나 유흥시설같은 것을 찾아볼 수 없는 작은 마을의 풍경이였다.  


옅은 보라빛의 소국처럼 보이는 꽃들이 피어있는 도로를 따라 느긋한 라이딩을 즐기던 중 곰바위터널을 지나 원형의 형태로 이어지는 교각의 다리가 보였다. 수층교, 잠시 자리에 멈춰쉬며 수층교를 오르는 차량을 지켜보았다.


"제발, 나타나지마" 오른쪽 회전후 사라졌던 차량은 한참후 다시 나타나 왼쪽회전을 하며 다리를 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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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해안일주에는 저동항의 저동재, 사동터널 그리고 수층교부터 시작되는 고갯길을 넘어야 한다.



바람처럼 되는 일이 많겠는가. 골뱅이모양으로 크게 회전을 하며 올라야하는 오르막길이였다. 섬이니, 하나쯤 큰 고갯길이 있을것이라 생각했지만 무거운 자전거는 여전히 힘에 겨웠고 미시령을 넘은이후 왼쪽 발목이 조금씩 시큰거리는 것이 부자연스런 페달링으로 힘들게 만들었다.


지속되는 업힐에 수층터널과 삼막터널로 연이어지는 오르막길. 삼막터널을 빠져나와 잠시 갓길에 자전거를 세우고 초코바를 깨물며 쉬었다.


"이제 끝이겠지" 오른쪽으로 굽어지며 사라진 도로를 바라보며 오르막의 끝이기를 다시한번 바라였다.


역시 바람처럼 되는 일은 많지않다. 도로를 따라 오른쪽 코너를 돌자 떡하니 이어지는 오르막길, 아침햇살을 듬뿍받은 도로가 반짝반짝 빛을 발하며 쌤통이라는 듯 아주 못된 미소를 보내는 것 같았다.


그러고보니 고갯길의 정상을 알리는 하늘을 보지못했다. 이어지는 오르막길에 결국 자전거에서 내려 천천히 정상을 향해 자전거를 끌었다. 40여분 끝에 고갯길의 정상에 서서 딱 그만큼의 내리막 보상이 주어지길 바라였다.


 

땀을 식히는 5~6분의 내리막의 끝에 S자로 휘어지는 오르막길이 보였다. "아, 아닐거야." 나도 모르게 오르막을 앞둔 삼거리에서 내리막이 이어지는 마을길로 핸들을 틀었다. "마을길을 따라 평탄한 해안길이 이어질거야. 그래야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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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의 네번째 고갯길 현포령의 시작을 알리는 S자 커브길.


들어선 태하항의 구불한 골목길을 돌았을 때, 관광용 모노레일과 절경의 절벽으로 놓여있는 나무테크의 등산로가 보였다. 


"절벽이구나. 참으로 절경이다. 그런데 눈에 안들어온다야."


다시 마을을 빠져나와 오르막이 있는 삼거리로 다시 돌아왔다. 태하천의 경계석에 앉아 고갯길을 오르는 공사 덤프트럭을 바라보았다. 요란한 배기음 소리와는 괴리되어 차량은 슬로우모션이 걸린 것처럼 힘겹게 오르고,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계속 반복하였다.


"대체 몇번을 꼬아놓은거야?"하며 지도앱을 켜보았다. 7번의 회전길 현포령의 시작이였다.



20여분을 오른끝에 7번째 회전을 하였지만 오르막길은 끝을 보이지 않았다. 마침 내뒤를 이어 지나가던 덤프트럭이 회전을 끝으로 사라졌으나 멀어지며 들려오는 차량의 무거운 배기음은 앞으로도 계속 오르막길이 이어지고 있음을 알려주어였다.


 

그렇게 10여분을 더 오르고서야 고갯길의 정상을 알리는 북면의 경계석이 보였다. "이제 그만 오르고싶다"


천천히 이어지는 구불길의 내리막으로 현포항을 중심으로 울릉도 북면의 시원한 해안이 한눈에 들어왔고, 한편으로 돌아가는길에 지나온 두 고갯길을 다시 넘어야 한다는 것이 현기증을 불러일으키는 듯 아찔하였다.


 

현포항은 남양항이나 태하리에 비해 조금더 큰 마을이였지만 관광지의 활기같은 것은 느낄 수 없었다.


 

현포항 주변의 노인바위와 코끼리바위. 추산항을 지날때쯤 나리분지 관광을 알리는 안내문들을 자주 볼 수 있어 나리분지에 오르는 등산로가 이곳에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천부항을 지나 이어지는 해안도로의 상태는 더 나빠졌다. 덤프트럭의 통행이 빈번해졌고 새로운 터널을 뚫는 공사구간들이 이어졌다.


 

"찾았다!"


울릉도 여행을 하고싶었던 이유는 이 곳을 찾아보고 싶어서였다. 매일 마주하여 눈에 박힌듯 각인되어 있는 울릉도의 사진 한장속 구도의 장소. 


이른아침부터 시작된 라이딩내 내 머리속에는 "오른편 시멘트벽처럼 밋밋한 결의 해면절벽과 평평한 회색 시멘트길과 하얀 도로선표시 그리고 왼편의 뭉툭한 모양의 바위섬"을 갖춘 장소였다.


 

나오지 않을 것 같던 장소가 관음도를 얼마남겨 놓지않은 곳에서 갑작스레 나타났다. 생각했던 장소가 맞는지 생각하는 사이 조금 지나쳐 버렸지만 잠깐 뒤를 돌아 바라본 풍경이 사진속 구도임을 확신하게 만들었다. 딴바위.


잠시 자전거를 멈추고 그자리에 서서 지나온 길을 뒤돌아 보았다. "찾았다! 와보고 싶었는데 할 수 있어서 다행이야. 됐다."


 

관음도의 주변으로 일선암과 삼선바위 등의 기암괴석이 바다가운데 우뚝 솟아있었다.


 

배에서 만난 아주머니가 말해주었던 관음도, 저동항 입항시 첫번째 보았던 울릉도의 섬이였다. 관음도를 잇는 연도교를 건너 풍경이 좋다는 관음도의 전망을 보고 싶었지만 엘리베이터를 오르고 관음도의 전망대까지 오르는 시간의 소요가 부담되었다.


 

관음도옆 관선터널. 관선터널을 시작으로 저동항에 이르는 일주터널 작업이 마무리 작업주이였다. 2019년 초 개통을 앞두고 마무리 작업이 진행중이라 하였고 이르면 올해내에 개통이 될지도 모른다고 하였다.


이왕이면 자전거로 통행할 수 있는 터널이였으면 좋겠다 생각하였다.


 

 



 

10시 30분, 막혀있는 길이고 이제는 돌아가야 한다. 잠시 쉬는사이 사동항의 제이에이치페리의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4시 30분 출발하는 배의 티켓을 문의하였다.


4시부터 출발 승선이 시작되니 적어도 3시까지는 사동항에 도착해야 했고, 4시간정도면 되돌아가기에 충분한 시간이였다.


 

잠시 하루를 더 머물며 나리분지에 올라볼까 고민하다 독도를 구경한 것으로 충분하다 생각하였다. 특별히 등산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아마도  계룡산 자락을 전투구보로 오르고, 행군의 첫머리와 마지막을 늘 계룡산을 넘는 것으로 시작했던 군대시절의 기억때문에 산을 타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관음도 앞 푸드트럭에 들려 허기를 채웠다. 홍합전같은 것이 있었지만 재료가 준비되지 않아 딱히 요기할 것이 없었다. 따듯한 국물의 어묵과 맥주 한캔의 시원함으로 배고픔을 달래였다.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어묵과 캔맥주. "간에 기별이 안가요"하며 컵라면 하나를 더 사서 국물까지 깨끗하게 비운 후 사동항으로 출발하였다.


 

오전에 지나쳐온 길이라 가는길은 조금 편안했다. 낯선 길조차도 익숙해지면 편안해진다는 것이 묘한 느낌을 주었다. 


언제나 초행인 삶의 길에 대면하게되는 익숙하지 않은 것들과 낯설기만한 것들에 애써 익숙해지려는 억지부림이 슬프다 생각하였다. 지나온 길의 덜컹거림처럼 낯설고 익숙치않은 것들에 대해 있는 그대로 낯설어하며 어설프고 아플지라도 부끄러움없이 살아가는게 나의 삶이였으면 좋겠다.


"삶을 사는데 있어 타인들처럼 살아야 하거나 스페셜하게 살아갈 필요가 있을까? 삶에 프로페셔널리티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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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포전망대, 태하의 절경에서 현포항까지의 시원한 전망이 일품이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천상병 - 귀천



암울한 시절, 국가폭력으로 쓰라린 삶을 살아온 천상병 시인은 아름다웠다고 말했다. 그의 싯구가 입속을 맴돌았다. 


"나의 삶은 아름다웠는가? 고작 말캉거리는 현실의 알량한 고민들로 아픔이라 스스로 짐지워 놓고 나를 좀 봐달라 징징거리는 꼴이지 않은가. 누가 나에게 이렇게 살라 강요한 것도 아닌데 말이지."


 

지나왔던 길들을 뒤돌아 간다. 오전의 라이딩을 힘들게 만들었던 현포령을 넘어 마주한 태화리의 풍경이 감탄을 불러왔다. 섬이 아닌 마치 이제갓 단풍이 찾아든 강원도의 한 고갯길 앞에 있는 듯 고즈넉하고 아름다운 풍경이였다. 


 

돌아오지 않았다면 보지못할 풍경. 오전에 이곳을 지나치며 나는 현포령의 구불한 오르막길만을 바라보며 힘들다 짜증하였다. 현포령을 넘기전 쉬는사이 느긋한 마음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면 아마도 그때 이 관경에 좋았다 했을것을 말이다.


 

삼막터널과 수층터널에 이르기전 만물상 전망대 휴게소 민박에 들려 풍경을 감상하였다. 판매중이던 호박쑥빵이 궁금하여 들렸다가 펜션옆 전망대에서 뜻하지않은 풍경을 맞이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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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전망대는 민박집 안쪽에 설치되어 있다.


낯선 여행객의 전망대 구경에 아무런 거부감도 표시하지 않는 민박집의 넉넉함에 작은 감사의 마음이 들었다.  




 

두 고개를 넘으며 오전 라이딩의 피로와 달리 이유모를 경쾌함이 있었다. 갑자기 떠오른 귀천의 한 구절이 마음의 무게를 가볍게 만들어 놓은듯 하였다.


 

 

1시 40분. 3시간 30여분이 소요되었던 오전라이딩의 거리를 2시간 30여분만에 되돌아왔다. 경쾌하고 즐거운 라이딩이였다.


 


사동항 여객터미널에 들려 후포항으로 가는 여객선의 표를 구매하고, 매점에 들러 맥주와 오징어 한마리를 구워달라 주문하였다.


"울릉도에 왔는데 오징어는 먹어봐야지"


전기 콘센트가 있는 자리를 찾아 노트북과 보조배터리를 충전하며 넉넉하게 남은 승선시간을 기다렸다. 시원한 맥주맛과 부드럽고 짠맛이 나지않는 오징어 맛은 좋았다. 


 

 

 

4시가 가까워지자 터미널은 단체여행을 온 학생들과 여행객들로 가득하였다. 미리 자전거를 승선 출입문쪽에 옮겨놓고 만원이 된 터미널안에서 패이어와 짐들을 지켜주던 학생에게 콜라 한캔을 사다주었다.


 

 

씨플러워호 역시 깨끗하고 편안했다. 큰 출렁임없이 배가 후포를 향하는 사이 지난 사진들과 여행 기록들을 정리하였다.


 

 

7시 10분. 후포항에 도착하여 노트북들 패이어에 집어놓고 자켓을 찾아 입는동안 울릉도를 여행하고 온 여행객이 말을 걸어왔다.


"어머, 내가 이렇게 울릉도를 여행하고 싶었는데. 자전거타고 텐트도 치고.. 멋지시네요."


후포항 주변에 위치한 어시장의 한마음대게수산을 찾았다. 어시장은 항구를 벗어나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었다.


 

울릉도에서 볼 수 없었던 환한 불빛들과 대게를 삶는 맛있는 냄새들. 생각했던 것보다 큰 규모는 아니였지만 옹기종기 모여있는 대게집들이 정겹게 느껴졌다. 


식사를 권하는 몇몇집을 지나쳐 한마음대게수산의 간판을 찾아내었다.


 

후포에 위치한 한마음 대게수산에서 홍게를 주문하여 먹은지 5~6년정도 되는 것 같다. 먹기위해 손이 많이가는 음식을 그다지 좋아하진 않는다. 


해산물을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온라인의 여러 대게집들을 검색하고, 네이버 블러그를 통해 알게된 한마음 대게수산이였다. 대게를 택배를 통해 구매해 본적이 없어 주문을 하기전, 주문을 하고서도 여러차례 문자를 통해 문의를 했고 친절하신 사장님은 전화를 통해 여러가지 설명을 해주었다.


 

아이스박스에 담겨져 여전히 꿈틀거리는 싱싱한 대게를 삶고, 대게를 삶는 방법에 대해, 껍데기를 벗기는 방법, 먹기좋게 손질하는 방법 그리고 맛있게 먹는 방법들을 얘기하며 즐겼던 맛있는 저녁식사였다.


잘먹었다는 감사의 문자이후에 한마음 대게수산과는 그렇게 좋은 인연이 되었다. 


 

그 이후, 즐겨보던 프로그램의 남박사네편에 방송되는 것을 보고 더욱 반가웠던 기억이 있다.


 

"서울에서 주문만 하다 여행중이라 직접 먹을려고 왔어요" 하였다. 늦은 시간 8시, 한적한 식당안은 나이외에는 손님이 없었다. 강릉에서, 울릉도에서 느꼈지만 서울과 지방의 저녁이라는 시간대의 체감범위가 다르다.


알고있던 여사장님을 한번 만나뵐 수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자리에 없어 아쉬웠다. 여러종류의 대게를 추천해주는 남자 사장님께 늘먹던 홍게를 먹고 싶다고 말했다.


두곳에 택배를 보내달라 요청하고, 저녁으로 먹을 홍게는 조금 큰녀석 한마리에 중간크기의 대게 한마리를 더 추가하여 저렴하게 해주었다.  


 

 

화려하지 않은 식당의 내부를 둘러보는 사이 택배로 보낼 곳의 주소를 메모지에 각각 적어 건네주었다. "싱싱한 것으로 잘 보내주세요"


 

 

 

대게가 삶아지는 동안 작은 접시에 큰 소라 한개를 담아 내어주셨다. 한입가득 채워지는 고소하고 쫀득한 맛이 일품이였다.


 

먹기좋게 손질되어 나온 대게. 껍데기 하나는 볶음밥과 탕으로 나와서 빼두었다고 했다. 껍데기의 내장으로 입맛을 돋구고 토실하게 살이오른 몸통과 다리살을 발라 특유의 짠맛과 달달함을 맛보았다.


이 먹기 귀찮은 음식을 언젠가부터 좋아하게 된것이다. 


"닮아가는 거야. 함께하는 시간만큼 먹는 것도, 좋아하는 것도, 바라보는 것들도 모르는 사이 비슷해져 가는거야. 그 사람이 좋아해서가 아니라 좋아하는 그 사람을 닮고싶은 바람들이 변해가는 자신의 모습에 수긍하며 아무런 거부감없이 내가 되어버린 거겠지."


 

 

저녁식사를 하시던 사장님이 자신들의 저녁메뉴였던 막회를 작은접시에 담아주셨다. 작은 접시지만 맛보기라기에는 꽤 양이 많았다. 쫄깃하고 씹으면 단맛이 많이 신선한 회의 맛이였다.


첫 직장에 들어갔을 때 해보고 싶었던 일들중 하나는 내가 번 돈으로 마음껏 삼겹살과 회를 먹는 것이였다. 그리고 그시절 대부분의 술안주는 둘중에 하나였고, 메뉴를 결정하는데 있어 첫번째는 언제나 회였다.


지금은 회를 잘 먹지않는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회의 맛을 잃어버린 것처럼 밋밋하게 느껴지고, 먹기에 간편하고 과식의 부담이 없다는 것외에는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허기때문인지 모르겠으나 정말 오랜만에 맛보는 회의 맛이였다. "이게 무슨회에요?" 물었다. 자연산 쥐치와 3가지 종류가 섞여있다고 말씀해주셨다. "쥐치. 처음 먹어보는 거네. 다음에 찾아먹어 봐야겠다."


 

 

무와 대파가 큼지막하게 들어간 꽃게탕, 단순히 시원하겠지라고 미리 짐작했던 생각을 비웃듯 먹는순간 짧은 탄성이 나왔다. "와....맛있다"


특별하지 않은 재료들인데, 게를 먹은 후 남아있던 입안의 비릿한 느낌을 완벽하게 잡아주는 개운함이였다. 시원하고 약간 매콤하면서 속이 편안해지는 그런 느낌이였다.


 

"꽃게탕에 매료되었어요. 택배상자에 게 삶는법을 넣어주실게 아니라 탕을 끓이는 법을 알려주셔야 될 것 같은데요" 하였다.


식당의 이모님께 말을 전하던 사장님은 "우리 이모님의 영업비밀이에요. 알려줄 수가 없어요. 직접 오셔야만 맛볼 수 있습니다." 하며 웃으셨다.


 

야영을 할 수 있는 곳을 물어보았다. 후포항 근처의 근린공원에 야영을 할려고 생각하였으나 사장님은 후포해수욕장을 추천해주었다.


"후포해수욕장에 가서 솔밭에 텐트를 치면 좋을거에요. 화장실도 있고 조용하고 텐트치기 좋게 만들어져 있어요."


대게 경매나 어시장이 열리는 시간을 물어보았지만 내일은 대게잡이 배가 없어 경매가 열리지 않는다고 하였다. 다른 어선들이 있어서 4시쯤 가면 시장은 구경할 수 있을 것이다 말해주었다. 그리고 내일 아침은 칠보산 휴게소에서 한식뷔페를 먹으라 강력하게 추천해주었다. 


 

엄지척! 따듯하게 내어준 믹스커피 한잔을 마시며 떠날 준비를 하는 나에게, 퇴근을 하던 사장님 내외분이 "정말 멋있어요.." 응원해주며 손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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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포항 근처 후포어시장내 한마음대게수산 



 

도로를 따라 조금 이동하니 아담한 후포해변이 나왔다. 솔밭에 야영장 화장실 근처에 텐트를 치고, 해수욕장의 모레를 씻어내는 곳에서 간단하게 머리와 발을 씻고 양치를 하였다. 차가운물이였지만 3일만에 감는 머리는 시원하고 상쾌했다.


도로변와 멀리않은 거리였지만 차량의 통행이 많지않아 조용했고 아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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