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2일 / 비 ・ 13도
룽성 각족 자치현-퉁다오 둥족 자치현
퉁다오현까지 80km, 하지만 지도에 나오는 길들이 구불구불 수상하다. 험난한 하루가 예상되는 하루다.


이동거리
85Km
누적거리
4,835Km
이동시간
7시간 40분
누적시간
335시간

 
G321도로
 
G321도로
 
 
 
 
 
 
 
44Km / 3시간 35분
 
0Km / 0시간 00분
 
각족자치현
 
간시시앙
 
둥족자치현
 
 
2,050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86-1173-0089

 
창문 밖으로 강한 바람이 불어오는지 길가 가로수의 나뭇가지가 이리저리 휘청인다.

"하필이면 가야 할 방향의 역풍이야."

심상치 않은 바람에 일기예보를 보니 의미를 알 수 없는 번개 아이콘이 가득이다.

"하다 하다 이제 번개 세트냐."

체크아웃을 하고 자전거를 보니 설마 했던 펑크가 나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펑크가 나니 여행 전 여행용 슈발베 타이어로 교체하지 않은 것이 후회가 될 정도다.

타이어 내부를 여러 차례 훑어보아도 타이어에 박힌 이물질은 없는데 어찌도 이리 부지런히 펑크가 나는지 모르겠다.

펑크패치를 붙이고 정비를 한 후 잠시 기다려 패니어를 올리니 그때서야 다시 바람이 빠져버린다.

"아, 정말!"

계림에서 정비해 놓은 예비 튜브를 꺼내어 교체하고 기도하는 심정으로 바람을 넣고 기다린다.

"중국의 빵구 귀신이 붙은 게 틀림없어."

다행히 바람이 빠지지 않는 타이어. 한 시간을 알뜰하게 날려버리고 10시가 가까워서야 출발을 한다.

어두운 하늘, 강한 바람과 함께 멀리 산으로부터 비구름이 내려앉는다.

오늘따라 가벼운 느낌의 페달링 하지만 불어오는 맞바람은 자전거를 그대로 멈춰 세워버린다.

앞서가는 우산을 단 오토바이는 날개가 달린 듯 펄럭거리며 하늘로 날아오를 기세다.

"비, 바람 그리고 산길. 번개까지 치면 완벽하겠네."

빈강(滨江)을 따라 퉁다오 둥족 자치현으로 길을 향한다.

고덕지도가 안내하던 G321번 국도를 벗어나 문제의 구불구불한 산길로 이어지는 삼거리가 나온다.

아무리 봐도 시멘트 포장의 고된 산길이 될 것 같다. 잠시 망설임의 시간이 가고 페달을 밟는다.

"바람이 불어오는 국도와 고됨이 예상되는 산길, 이런 불운한 선택의 딜레마가 다 있나. 못 먹어도 고다!"

하지만 산길의 초입부터 가파른 경사가 시작되고 채 5분을 가지 못하고 포기한다.

"아니 되오, 아니 되오! 이 길만은 안되겠어. 좀 돌아가더라도 국도를 타고 가자."

초입 삼거리에서 우회전을 하며 벽돌들을 쏟아낸 트럭이 아직도 뒤처리를 하고 있다.

중국의 작은 트럭들은 종종 화물들을 떨어뜨리고 다녀서 절대 뒤를 따라가면 안되는 것 같다.

청록빛의 빈강을 따라 이어지는 G321번 국도 역시 구불구불하지만 큰 오르막 없이 이어진다.

차가운 바람에 이어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고, 순간순간 변하는 날씨라서 우의를 챙겨 입지 않고 조금 더 가보기로 한다.

펑크로 인해 아침 식사의 시간을 고스란히 날려버린 뱃속에서 허기짐의 울부짖음이 들려온다. 식당은커녕 작은 슈퍼라도 있을지 모르겠다.

"역시 저녁밥은 세 공기쯤은 먹어야 아침에도 든든한 건데."

새 집을 많이 지어 올리는 중국의 시골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골재를 혼합하는 믹서기다.

마을조차 없는 길을 달리다 길가의 작은 슈퍼를 만난다.

간단하게 빵과 콜라를 6위안에 사서 출출함을 달래고.

재미있는 슈퍼의 추 저울. 간단한 것들은 가격 정찰제를 하면 편할 텐데 중국은 무엇이든 저울에 올려서 판다.

롱지에서부터 사람들은 대나무 작대기를 어깨에 메고 짐바구니를 달고 다니는 방법이 아닌 커다란 대나무 바구니를 메고 다닌다.

중국에서 마음에 드는 아이템들 중 하나인 의자들은 크기도, 만든 소재도, 모양도 다양하다. 조그마한 의자에 앉으면 사람을 겸손하게 만들어 버린다.

이곳의 집들은 독특하게 옛 목조 건물들을 이층과 삼층에 올려 지은 것들이 많이 보인다. 이상한 창고처럼 보이는 최근의 벽돌집보다 멋있고 보기가 좋다.

빵을 먹고 얼마 안 가서 작은 시골 마을이 나온다. 어제 2시간 정도 라이딩 시간이 남았던 오후에 도착하려고 했던 피아오리전(瓢里镇)이다.

도로를 따라 돼지고기나 채소 등을 파는 노점들이 이어진다. 길가의 식당들에서 밥을 먹을까 하다 조금 전 먹어둔 빵의 열량으로 충분하여 쉼 없이 지나친다.

"꼭 뭘 하고 나면 그 뒤에 필요했던 것이 나오더라. 뒤에 있을까 싶어 지나치면 아무것도 없고."

중국의 강들에서 강을 건널 수 있는 다리를 찾아보기 꽤 어렵다. 생각보다 강을 건너는 다리들이 그렇게 많이 놓여있지 않아서 시골에는 나무로 만든 출렁다리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운치는 있는데 말이지."

가끔씩 기와지붕이 올려진 중국의 독특한 다리들. 중국의 옛 건축물들, 다리나 집, 수로들을 보면 나름의 특색이 있고 자연과의 어울림이 좋아 감탄스럽다. 하지만 요즘 건축물은 그냥 우스꽝스럽다.

산골이라 그런지 옛 목조 가옥들이 많다. 이층 또는 삼층으로 지어진 목조 가옥들은 자연의 일부처럼 자연스럽고 독특한 멋이 느껴진다.

"이게 유채꽃이지!"

석물(石物)이라는 비석이나 기념석으로 사용하는 멋들어진 돌들이 많이 놓여있고, 수석 같은 공예점이 많다. 돌이 유명한 동네인가 보다.

중국은 마을마다 대나무 마을, 돌 마을, 나무공예 마을 등등 컨셉이 확실하다. 

돌 마을을 지나 계림 여행을 안내했던 G321번 국도를 벗어난다.

"고맙다. 멋진 광시성, 매력적인 계림이었다."

"중국의 집들은 한 일이 년에 걸쳐 짓는 것일까?" 

온돌을 까는 것도 아니고 난방 시설도 없고, 상하수도나 전기배선이 복잡하지도 않을 것 같은데 짓다 만 집들이 많이 보인다. 주로 대나무와 향나무 같은 것을 짓는 집의 받침대로 사용하는 것 같다.

좋은 풍경으로 길을 이어준 빈강도 한 컷.

할머니가 그녀보다 더 늙은 할머니와 길을 걷는다. 

"부녀지간 아니면 고부지간일까."

G321번 국도를 벗어나 장가계까지 길을 이어줄 G209 국도의 산길이 시작된다.

조금씩 경사를 더하며 오르고 광시성을 벗어나 다시 후난성의 경계에 들어선다.

마을의 멋진 초입을 지나 길게 이어지는 오르막이 계속되고 반대편의 코너를 돌아 사이클을 탄 남자가 내려온다.

"짜요!"

잠깐 눈이 마주친 남자가 응원의 말을 던지고 지나간다. 넓은 중국에서 두 번째로 만난 라이더다.

남자가 내려온 코너를 돌자 검은 개가 자전거의 길을 막고 사납게 짖어댄다.

길을 막고 따라 올라오며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 짖어대더니 서둘러 속도를 내는 더욱 거세게 따라붙으며 리어 패니어를 물어뜯으려고 한다.

"저리 안 가. 광견병 접종은 안 했단 말야!"

개의 눈을 계속 바라보며 오르막에서 속도를 내어 있는 힘껏 페달을 밟으니 20미터쯤 쫓아오다 돌아간다.

"빌어먹을 개새끼!"

오르막에서 힘을 쓰다 보니 순식간에 기진맥진이다.

중국의 개들은 못 먹어인지 삐쩍 마른 것들이 늑대처럼 날카로운 눈빛을 가지고 있다. 도로를 가로막고 차들이 크락션을 울려도 쉬 피하지도 않고 중국 사람들처럼 제멋대로다.

별일 없었음을 안도하며 길을 오르는데 이번에도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 길에서 30미터쯤 떨어진 집에서 누런개가 무서운 기세로 나를 향해 달려온다.

"썅! 오지 마!"

측면에서 달려드는 개의 기세가 대단하고 위험하다. 다시 개의 눈을 보며 속도를 내며 겨우 뿌리친다.

무섭게 달려드는 사나운 개들을 피하느라 완전히 녹초가 돼버렸다.

"아, 된장을 발라도 시원치 않을 개새끼들!"

개들을 피해 산길을 오르고, 달려드는 개보다 더 살벌한 중국의 안내판이 보인다.

가끔 산을 통째로 깎아내는 중국의 산들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중국의 많은 인구를 생각하면 얼마나 많은 자원의 소모가 필요할지 가늠도 안된다.

오르막 안내판 4종 세트가 길을 안내한다. 

"급회전, 급경사, 위험, 지그재그."

돌고 오르고 돌고를 반복하다 내리막이 시작되고, 벗어놓은 장갑을 끼고 자켓의 지퍼를 올린 후 내리막의 보상을 받기 위해 출발했지만 그것이 무색하리만큼 짧은 내리막은 바로 끝나버린다.

"..."

다시 이어지는 오르막을 투덜거리며 오랫동안 오르고.

다시 만난 내리막 810미터임을 알리는 안내판이 보인다.

"야! 뭔가 계산이 틀리잖아. 올라온 거리가 얼만데 겨우 810이야."

고개의 정상에서 쓸데없이 내려가면 더 한 오르막이 기다리고 있다.

이런 산골에도 목재 가옥이 사라지고 그 형태만을 그대로 본뜬듯한 모양 없는 벽돌 가옥들이 들어선다.

언젠가 사라져버릴 그것들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긴 오르막이 끝나고 꼴랑 1,200미터 정도를 내려간다. 내려간 거리에 알파를 더해 다시 오르라는 안내와 다를 바 없다.

소수민족 자치구에 들어선 롱지에서부터 이 모양의 건물이 자주 보인다. 확실히 롱지전을 지나면서 부터는 풍경도, 사람도, 건물들도 모두 이색적인 모습이다.

오르막에서 만난 중국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경운기는 미니멀한 사이즈다. 척박한 산자락의 꼭대기에서도 삶의 노력들은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하늘이 보이는 고개의 끝을 마주한다.

"이번에는 정말 마지막인가? 분위기가 마지막 고개 같은데!"

2km쯤 내려가던 길은 그것으로 끝이 나고.

마을을 오르던 중 한 아저씨가 웃으며 엄지를 치켜세워 주고, 두 명의 어린 여자아이들이 '할로우'하며 인사를 한다. 중국에서 쉽게 받을 수 없는 환대의 인사에 즐거운 인사로 답을 한다.

차가운 바람과 안개비가 시작되는 마지막 고개에 도착한다. 퉁다오현까지 45km를 남기고 들어선 G209 국도는 아직도 26km가 남아있다.

"겨우 내려가려니 기다렸다는 듯이 비가 오네."


몇 분이 안돼 5km가 삭제되고, 자켓은 순식간에 젖어버린다. 롱청전(陇城镇)에 들어선다.

제법 규모가 되는 마을의 식당들이 모여있는 곳에서 자전거를 세운다.

마침 먼저 있던 손님들의 메뉴가 나가는 것을 보고 똑같은 것을 달라고 요청한다. 얼마인지 물으니 15위안이라 한다.

"쓰우콰이!"

물론 돼지고기가 들어간 메뉴다.

남편은 요리를 하고 아내는 국을 끓인다.

잠시 후 나온 음식은 돼지고기볶음과 배춧국. 우선 선지가 들어간 배춧국은 부드럽고 향긋한 배추향이 좋고 국물이 시원하다.

"완전 해장용인데."

메인 메뉴로 나온 돼지고기볶음은 시래기 같은 건조한 채소를 잘게 썰어 돼지고기와 말린 고추 등을 넣어 볶은 것으로 먹는 순간 짧은 감탄이 나온다.

"와우, 최곤데!"

중국에서 먹은 음식 중 가장 맛있고 입맛에 맞는 음식이다.

따듯하고 편안한 배춧국이 언 몸을 녹이고 시래기 돼지고기와 머슴밥으로 허기짐을 채운다.

식당의 테이블 아래 전기난로가 놓여 정말 따듯하다. 식사가 끝났음에도 선뜻 일어나지 못하는 한없이 나약하고 가벼운 마음이다.

거실이나 가게 같은 곳에 내부 난방을 하지 않는 중국에서는 이렇게 테이블 밑에 난로를 두고 자기들만 앉아 있는 경우가 많다. 손님의 테이블마다 난로를 둔 곳은 처음 본다.

"페이창 하오 츠!"

'내가 중국에서 먹은 음식 중 최고의 맛이다'했더니 '그렇냐'며 좋아한다.

밥을 먹고 나니 4시가 되고, 앞으로 내리막길일 테니 21km 거리의 퉁다오까지 5시 반 정도면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비와 함께 맞바람이 불어오지만 내리막의 가속도가 붙은 무거운 자전거를 방해하지는 못하고, 30분 만에 10km가 사라진다.

산길을 내려가는 동안 소수민족의 독특한 옷차림과 복장을 한 사람들을 자주 지나친다.

조금씩 도로의 상태가 나빠지더니 퉁다오를 10km 정도를 남기고 지옥문이 열린다. 도로포장을 다시 하는지 길들이 파여있고 곳곳이 시멘트 흙탕물로 엉망이다.

웅덩이를 지날 때마다 털털거리며 좌우로 미끄러지는 바퀴들 그리고 대형 트럭들의 통행이 많아지기 시작한다.

수없이 많고 불규칙하게 파여있는 흙탕물 웅덩이를 지나며 매너 없는 운전자가 지나가면 큰일이겠다 싶었는데 때마침 그때 그분이 지나간다.

블랙코드의 복장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감사하게도 시멘트 흙탕물로 회색빛 무늬들을 흩뿌려 밋밋했던 복장을 화려하게 수놓아 준다.

"고맙다. *&^*#*#&$&$^*#&$^!"

어디에나 그런 사람들은 있으니 중국인을 뭐라 할 수는 없고, 인구의 1%만 저러해도 매너없는 사람이 1,500만 명이나 된다는 것이 문제겠지 싶다.

순식간에 엉망진창이 돼버린 자전거와 옷들이다.

중심을 잡느라 손아귀가 아파오고 그 와중에 길은 오르막이 이어진다.

"대체 얼마나 파헤쳐 놓은 거야?"

무려 6km에 이르는 지옥을 경험하고 심신이 너덜너덜거리며 6시가 되어서야 퉁다오의 시내로 들어선다.

초입부터 오묘한 산들이 우뚝 솟은 퉁다오현.

하지만 머릿속은 온통 시멘트 흙이 마르기 전에 자전거를 세척해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첫 번째 주유소를 들렀지만 세차를 하는 차량들이 있어 되돌아 나오고, 두 번째 주유소에 들렀지만 세차 시설이 없다.

주유소 세차를 포기하고 신호등을 건너 좌회전하려는데 주유소에서 검은 요크셔 같은 작은 개가 나와 길을 막고 따라오며 짖는 바람에 좌회전 신호를 놓쳐버린다.

"아, 오늘 개새끼들이 왜 이래!"

가장 가까운 곳의 주점으로 들어가 자전거를 세차하고, 시멘트로 엉망이 된 옷들을 씻어낸다.

"오늘 저녁은 건너뛰자. 먹는 것도 귀찮고 힘들다."

저녁이 되니 화려한 조명이 들어오는 퉁다오현이다.

"야경이 알록달록 이쁘네."

아침나절 펑크로 시작하여 비와 바람, 오르락내리락 산길과 사나운 개들 그리고 시멘트 흙탕물까지 뒤집어쓴 이상한 날이다.

"맛있는 음식도 먹었고, 예쁜 야경도 봤으니 그럭저럭 퉁치자."

아침에 예보되었던 번개 세트가 빠졌다고 생각했더니 자료를 정리하는 동안 비가 내리고 요란한 번개가 번쩍번쩍 거린다.

"참나, 이상하고 요상한 날이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31일 / 비 ・ 14도
롱지전-용척제전-룽성 각족 자치현
늦어진 아침, 9km에 위치한 계단식 논밭 용척제전을 보러갈 것인지를 수없이 망설인다. 짙은 안개비가 자욱한 룽지전. "가자!"


이동거리
38Km
누적거리
4,750Km
이동시간
4시간 56분
누적시간
327시간

 
산길
 
G321도로
 
 
 
 
 
 
 
12Km / 2시간 40분
 
26Km / 2시간 16분
 
롱지전
 
롱지촌
 
룽성
 
 
1,965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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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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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4G, 22,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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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정보 
사전비자30~9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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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연락처 
+86-186-1173-0089

 

한 시간 늦잠으로 9시에 겨우 일어난다. 나처럼 게으른 여행자가 또 있을까 싶다.

비가 내리고 다음 목적지까지 90km의 거리, 지도에 보이는 경로가 구불구불 거린다.

"산길들인가?"

늦은 출발시간, 비와 안개, 숙소가 없는 산길 그리고 보고 싶은 용척제전의 풍경이 일정의 선택을 어렵게 만든다.

안개 때문에 용척제전에 가더라도 그 풍경들을 볼 수 없을 거라 생각하고 일정대로 퉁다오 둥족 자치현으로 갈 생각이다.

짐들을 정리하고 체크인을 한 후, 다시 한번 망설임이 이어진다.

"그래도 이대로 그냥 갈 수는 없잖아!"

고덕지도를 롱지에 위치한 용척고장채제전관경구(龙脊古壮寨梯田观景区)로 목적지 설정을 하고 출발한다.

롱지전의 용척제전으로 가는 길은 2개가 있다. 9km 거리의 용척고장채제전관경구와 17km 거리의 평안장족제전관경구(平安壮族梯田观景区).

10시 40분, 숙소에서 가까운 용척고장채으로 가기 위해 땡땡이 우위와 고무장갑을 착용한다.

"9km 산길, 딱 속초에서 넘어가는 미시령 사이즈네."

초입을 지나자 나지막이 시작된 오르막은 구비져 이어지며 조금씩 경사도를 더해간다.

천천히 밀려 내려오던 안개비가 짙어지더니 주변의 모든 것들을 비밀스럽게 감춰버린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길, 거친 숨을 몰아쉴 때쯤 좁은 산길로 버스가 지나간다.

"버스, 버스가 있었어!"

숙소에서 아무리 검색을 해도 나오지 않던 대중교통 노선이었는데 어디서 출발한 것인지 미니버스에 사람들을 가득 태우고 내 곁을 지나간다.

지나쳐간 버스는 안개가 감싸인 조용한 산길 어디선가 크락션을 울려댄다. 구불구불 이어진 산길이라 그 소리가 어디서 울리는지조차 가늠하기가 어렵다.

계속되는 산길 너머로 인가들이 조금씩 보이고 작은 산바람과 함께 순식간에 안개가 걷힌다.

덥혀진 온몸의 열기에 우의의 단추들과 자켓의 지퍼가 내려지고 고무장갑은 벗어버린 채 핸들을 잡은 맨손은 전혀 춥지가 않다.

첫 번째 마주한 몇몇의 집들 하지만 가야 할 길은 아직 4km가 더 남아있다.

어느새 안개구름들이 시선 아래 위치하고 산을 타고 넘는 안개구름의 변화무쌍한 흐름에 감탄이 절로 새어 나온다.

"혼자 보기에 너무 아깝다. 사진으로 대신할게."

2km를 남기고 이전보다는 조금 편안한 길이 이어지나 싶더니 이내 급격한 오르막으로 대미를 장식한다.

다시 짙어진 안개와 안개비가 축축하게 몸을 적시고 있다.

"그냥, 희뿌연 안갯속에서 사진으로 봤던 풍경을 마음속에 그리다 오는 것은 아닌지 몰라."

그렇게 1시간 20분 만에 도착한 용척고장채 입구, 자전거로 오르는 나를 보더니 모두들 환한 미소로 맞이해준다.

"빠쓰?"

100위안을 주니 잔돈과 입장권을 내주고 영어 팜플렛이라며 관광 안내서를 밝게 웃으며 건네준다.

"근데 얼마나 올라온 거야?"

산들샘을 켜고 고도를 확인하니 입구까지 670m 정도 높이다.

안개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주차장에서 잠시 쉬며 용척고장채의 관광 지도를 보고 있으니 한 아주머니가 다가와 밥을 먹을 것인지 묻는다.

마침 허기가 밀려와 가게 이름을 번역기에 메모하고 지도를 가리키며 가게의 위치를 물어보니 입구 가까운 곳을 가리킨다.

"응 알았어. 구경하고 밥 먹으러 갈게."

잠시 쉬고 싶은데 내 주변을 떠나지 않는 여자는 계속 무언가를 말한다.

"중국어 사투린가?"

말을 해도 전혀 의사소통이 안되고 할 수 없이 내가 쉬는 것을 포기한다.

"그래, 갑시다! 취! 취!"

입구에서 조금 걸어 올라가니 숙소들과 기념품 가게 그리고 단체 관광객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식사를 하는 음식점이 나온다.

여기가 식당인지 묻자 여자는 안개에 감싸인 산을 향해 손가락을 가리킨다.

"판티엔 나리? 멀어? 머냐고?"

알아들었는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대체 너는 누구냐?"

헛웃음을 크게 지으니 저기를 보라며 손가락으로 전망대 같은 곳을 알려준다.

갑자기 안개가 걷히며 모습을 드러낸 계단식 논밭들이다.

"와우~!"

감탄을 자아내니 아주머니가 따라하며 예쁘냐고 물어본다.

"쩌리 쓰 피아오량! 피아오량!"

순식간에 나타난 풍경을 놓칠까 서둘러 핸드폰과 카메라를 꺼내어 바쁘게 셔터들을 눌러댄다.

경이로운 삶의 노력들이 자연의 다채로운 변화 속에 어우러져 눈에 담기에도 아까울 지경이다.

사진을 찍는 사이 다 보았으면 가라는 듯 다시 안개가 빠르게 밀려든다.

다시 식당을 가기 위해 길을 따라 자전거를 끌고 오른다. 여자가 있어 자전거를 타고 갈 수도 없다.

용척고장채의 관광로는 나무테크로 예쁘게 이어지고 곳곳에 전망대처럼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빠르게 안개에 둘러싸이고 안개비가 시작된다.

산책을 하던 남성이 다가와 악수를 청하며 사진을 찍자고 한다.

타이완에서 왔다며 소개하고 한국인이지 묻더니 엄지를 치켜세운다.

계속해서 산길을 올라가며 무엇이 즐거운지 여자는 알아듣지 못하는 말을 계속 중얼거린다.

"근데 니 더 밍즈?"

윈웬밍이라고 말하는데 사용하는 중국어가 사투리인지 발음을 알아듣기가 힘들다. 그냥 부르고 싶은 대로 부르면 그만이다.

가다 보니 논밭의 논두렁을 따라 가지런히 무언가가 세워져있다. 아마도 밤에 불을 밝히는 조명 같다.

용척제전의 야경을 보면 논두렁을 따라 조명을 켜둔 사진들이 있었다.

논밭 사이사이 흙계단이나 돌계단들이 정성스레 만들어져 있다.

"얼마나 많은 노력들을 했을까?"

시골의 볼품없는 가랑이 논자락들, 삐뚤한 논두렁에 반듯반듯하게 돌들을 쌓아올리려 무던히도 애를 쓰던 아버지의 모습이 생각난다.

"무엇이든 당신 마음에 들 때까지 고집스러웠지."

디자인 공부를 시작할 무렵, 반듯한 선 하나를 긋기 위해 밤을 새는 고집스러움에서 그를 닮았다는 것을 깨달았었다.

"고작 1픽셀짜리 그레이 선 하나 때문에 말야."

20여 분, 무거운 자전거를 끌고 산길을 오르고서 윈웬밍의 식당에 도착한다. 여기저기서 마주치는 사람마다 저 사람은 누구인지를 묻는 것 같다.

"다 왔어? 여기야? 쩌리 니더 판띠엔?"

질문에 맞다고 그러더니 갑자기 옆에 건물을 가리키며 잠자는데 42위안이라고 알려준다.

"알았어. 쭈띠엔 42카이. 일단 밥줘! 츠판, 워 헌어!"

식당은 예상외로 깔끔하고 우리의 일반 음식점처럼 인테리어도 세련되고 괜찮다.

하지만 원재료를 보면서 주문하기란 여전히 어렵다. 돼지고기를 골라 얼마냐고 물으니 아들처럼 보이는 주방장과 뭔가를 얘기하더니 50위안이라고 한다.

"뭐가 이렇게 비싸! 나 조금만 먹으면 돼."

소통불가, 밖에 나와 조리대에 붙어있는 돼지고기가 들어간 사진을 가리키며 얼마인지 물으니 30위안이라며 삶아 놓은 면을 보여주며 괜찮은지 물어본다.

"그래, 면 줘! 쓰, 쓰, 미엔"

어렵게 주문을 마치고 윈웬밍이 낑깡 같은 것을 따듯한 물과 함께 내어준다.

그리고 젊은 주방장은 고추와 방울토마토를 보여주며 넣을 건지 묻는다.

오는 동안 땀으로 축축하게 젖어든 옷들에서 한기가 느껴진다.

그리고 나온 음식은 퓨전 음식처럼 심플하고 맛과 향이 너무 좋다.

"와, 맛있는데 양이 부족하겠다."

순간 사라져 버린 맛있는 면요리. 맛있다 말하자 젊은 주방장이 좋아하고 잠시 후 들어온 윈웬밍도 맛이 어떤지 물어본다.

"하오, 하오 츠!"

점심을 먹고 윈웬밍에게 감사의 인사를 한 후 마을의 위쪽 가장 높은 전망대를 올라가기 위해 출발한다.

조금 오르자 길은 급경사로 이어져 자전거를 끌 수밖에 없다. 힘들게 자전거를 끌고 있으니 조금 전 인사한 윈웬밍이 뒤에서 따라온다.

자전거를 끌며 헉헉거리면 따라서 하고, 가다 서다를 반복하면 핸들바를 끌어준다.

"근데 너 왜 나를 따라와?"

계속 길을 따라다니는 윈웬밍에게 물어본다.

"너는 길을 모른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길을 안내해 주려고 나를 따라온 것 같은데, 하나밖에 없는 산길에서 길을 잃어버릴 일은 없을 것 같다.

그렇게 30여 분을 오르고 길은 한층 더 경사가 지고 노면은 나빠진다. 계속되는 안개비에 정상을 100미터쯤 남기고 포기한다.

"저기 가면 다시 이리로 내려와야 해?"

온갖 몸짓으로 물어보니 길이 없다고 한다.

"부쓰, 부쓰! 안되겠다. 아래로 가자. 취! 취!"

마을을 가리키며 내려가자고 하니 윈웬밍이 박장대소를 한다.

빗물에 젖은 급경사를 내려오는 것은 더 힘들다. 무거운 무게에 밀리는 브레이크를 잡느라 손아귀가 아파온다.

조심스레 천천히 경사면들을 내려와 다시 윈웬밍의 가게 앞에서 캘리퍼의 유격을 조정하여 브레이크를 정비하고 마지막으로 윈웬밍과 인사를 한다.

함께 사진을 찍고 가볍게 포옹을 하며 감사의 마음을 표시한다.

"짜이 지엔. 윈웬밍! 시에 시에."

출발을 하려는 나에게 마지막까지 잠을 자라고 하는 윈웬밍을 뒤로하고 용척고장채를 떠나기 위해 출발한다.

잠시 안개가 걷히며 다시 모습을 드러낸 용척제전의 풍경들이다.

용척고장채의 첫 번째 전망대로 돌아오니 그동안 계속해서 마을 내에 울려 퍼지던 폭죽과 악기 소리는 장례식을 하는 것인가 보다.

전망대 바로 밑, 논밭의 최상단에 다른 묘들이 있던 곳에 붉은 천의 관과 마을 사람들이 보인다.

다시 안개가 밀려들어 마을을 감싼다. 마지막 풍경이 못내 아쉬워 셀카와 동영상을 찍고 계속해서 변하는 용척제전의 풍경을 잠시 바라본다.

"가는 걸음이 잘 안 떨어지네."

내려오는 길, 이곳을 오르며 안개 속에 숨어있어 보지 못했던 반대편의 마을과 논밭들이 살포시 그 모습을 보여준다.

든든해진 브레이크로 내리막을 내려오는 동안 순간순간 변하는 풍경들이 가는 길의 발목을 붙잡는다.

오전엔 보지 못하고 오르기만 했던 뾰족한 산봉우리들도 보이고, 구불구불한 이 길을 어떻게 올라왔나 싶기도 하고 그렇다.

숙소가 있는 롱지전으로 되돌아오니 3시가 조금 지난 시각이다. 오늘 라이딩을 할 수 있는 시간이 3시간 정도 남아있다.

"자, 이제 어디까지 가볼까."

우선 10km 거리의 룽성 각족 자치현으로 목적지를 잡고 바로 출발한다.

"어제 산길의 오르막으로 벌어 놓은 게 있으니 룽성현까지는 내리막길이겠지. 설마!"

룽성현까지는 생각대로 나지막한 내리막이 계속된다.

다른 현들에 비해 좁고 작게 느껴지는 룽성현에 도착하고, 은행에 들러 현금을 찾으니 4시가 되어간다.

30km 정도는 라이딩 할 수 있었지만 오늘은 이곳에서 마무리하기로 하고 트립닷컴으로 숙소를 검색하여 근처 빈관을 선택한다.

"간만에 트립닷컴을 쓰네. 하지만 예약은 빈관에 가서 가격을 물어본 다음에."

트립닷컴과 고덕지도를 써서 주점을 찾다 보니 요령이 붙었다. 어떤 곳은 온라인이 저렴하고, 어떤 곳은 직접 결제하는 것이 저렴하다.

그래서 일단 숙소를 검색해 찾아간 다음, 가격을 문의하고 1,700원 환율로 따져 저렴한 결제를 선택하는 것이다.

좁은 도로변으로 많은 사람들이 걸어 다니고 소수족의 자치현이라 그런지 다른 도시들과는 분위가 약간은 다르게 느껴진다.

처음 선택한 빈관을 가려다 도시 자체가 작다는 것을 깨닫고 도심의 외곽에 있는 평점이 좋았던 주점으로 방향을 바꾼다.

외곽이라 해봐야 1.5km 거리밖에 안된다.

숙소에 도착하니 프런트에 있는 여자 직원이 영어가 된다. 가격을 물으니 벽면에 표시된 가격표를 가리키며 149위안이라 한다.

트립닷컴에 수수료 포함 14,770원에 올려진 것보다 한참 비싸다.

"고뤠, 그렇다면 트립닷컴으로 온라인 결제!"

영어가 되니 편하다. 농담도 하고 여행에 대해 짧게 얘기도 하고, 롱지의 용척제전을 보고 왔다 말하니 자신의 고향이 롱지라며 논밭의 사진들을 보여준다.

깨끗하고 따듯한 숙소, 프런트 옆에 자전거를 놓아두려니 뒷바퀴가 바람이 살짝 빠져있다.

"설마, 아니겠지. 아닐 거야!"

저녁을 먹기 위해 나가면서 뒷바퀴에 바람을 채워 넣고 숙소의 옆에 붙어있는 식당으로 들어간다.

벽면에 붙어있는 메뉴 사진을 가리키며 달라고 하니 식당의 여자는 사진을 나보다 더 자세히 들여다본다 .

"..."

아마도 메뉴 사진이 아니고 인테리어 사진인가 보다.

그림을 확인하고 글자로만 쓰인 메뉴판에서 15위안 메뉴를 가리키며 알려준다. 친절하고 정이 많은 웃음을 갖은 사람처럼 보인다.

주문을 받은 뒤 뭔가를 물어보는데 번역기가 오번역을 계속한다. 여주인이 주방을 향해 뭔가를 달라는 제스처를 하는 사이 여주인의 발음을 따라 번역기에 말하니 '칠리'라는 단어가 뜬다.

"칠리? 쓰!"

맵게 해줄 것인지 묻는 질문으로 짐작하고 그렇게 해달라 말하니 주방에서 고추 하나를 들고 나와 보여준다.

"쓰, 쓰!"

흔쾌하고 당연하다는 듯 대답하니 주방에 있던 직원들과 함께 크게 웃으며 한국인이 '어쩌구 저쩌구'라며 말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매운 음식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 고추를 넣어주나 싶다.

잠시 후 나온 음식은 돼지고기 피망 볶음과 계란국. 음식이 담긴 그릇과 모양이 예쁘고 정갈하다.

대나무 그릇에 담겨 나온 음식은 우리네 음식과 거의 흡사하고 맛이 좋고, 중국에서 가끔 밥과 함께 주던 국물들은 모두 고수나 향신료 맛이 강하게 느껴졌는데 이곳은 맑은 계란국이다.

중국집의 계란국 보다 단맛이 덜했지만 편하고 순한 국물이다.

한 그릇 정도 더 먹을까 싶다가 내일 아침에 혹시 문을 열면 먹어야겠다 생각하고 식당을 나온다.

"하오 츠, 시에 시에!"

역시나 정감 가는 웃음으로 인사를 해준다.

중국의 여러 지역을 가로질러 오다 보니 지역마다 사람들의 성향과 특색이 다르다는 것을 많이 느낀다.

용척제전을 보기 위해 장가계로 향하는 80km를 포기하고 맞바꾼 하루지만 놀라웠고, 즐거웠고,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것이면 충분하다. 부족한 것은 다음에 채우면 돼."



Trak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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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30일 / 비 ・ 10도
계림시-룽지전
흐린 날씨, 계림을 출발하여 650km 떨어진 장가계로 향한다. 계림의 계단식 논밭 용척제전을 오를까?


이동거리
79Km
누적거리
4,712Km
이동시간
6시간 05분
누적시간
322시간

 
G321도로
 
G321도로
 
 
 
 
 
 
 
70Km / 5시간 30분
 
9Km / 0시간 35분
 
계림시
 
산길정상
 
룽지전
 
 
1,927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86-1173-0089

 
회색빛 흐린 하늘이지만 비는 내리지 않는 날씨다. 매일의 날씨에 영향을 받는 자전거 여행자이지만 중국 남부의 축축한 겨울비는 너무나 힘들다.

90일 체류기간의 중국여행, 예상하지 못한 겨울 날씨에 속도가 느려져 계획했던 쿤밍시와 남서부의 여행을 포기하고 베이징을 향하여 중국 중부를 가로지를 생각이다.

"겨울비에서 벗어나고 싶다."

다음 목적지는 후난성의 장지아지에, 영화 아바타에 나오는 나비족의 판도라 행성의 모티브가 된 장가계다. 아마도 중국 남부의 소수민족들이 사는 지역들 지나가는 여행이 될 것 같다.

오늘의 목적지는 다랑이 논으로 유명한 계림의 용척제전이 있는 곳이다. 해발 1,000미터 까지 올라가야 하는 산악지대의 경로가 부담스럽지만 조금 고생하면 그만이다 싶다.

용척제전을 볼 수 있는 몇몇 지점 중 길을 이어가기 편한 롱지전의 포인트(용척고장채제전관경구)를 선택하고 길을 출발한다.

구이린을 벗어나기 위해 오토바이 행렬에 섞여 큰 어려움 없이 시내를 빠져나간다. 소리 없이 다가와 부담스럽던 중국의 오토바이와도 어느새 친숙해진 모양이다.

G321 도로를 따라 룽지전으로 향한다. 구이린을 둘러싸고 있는 오묘한 돌산들이 도로를 따라 하나둘씩 그 모습을 드러낸다.

뾰족하게 솟아오른 산봉오리들이 보면 볼수록 신기하다.

돌산에 가까이 다가가면 웅장한 돌산의 규모에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그냥 경이롭다."

마치 열대 우림의 나무들처럼 구이린의 가로수들은 울창하고 풍성하다.

겨울 시즌인데 여름의 모습은 어떨지 궁금해진다.

의자가 있는 슈퍼에서 간식거리를 챙기고 경로를 확인하며 잠시 쉬어간다.

길은 천천히 산을 향해 올라간다.

이곳의 특산물은 꿀과 커다랗고 노란 한라봉처럼 생긴 과일인가 보다.

"이름이 뭐지? 정말 크다!"

다시 한 시간을 달리고 작은 마을의 오래된 나무 밑에서 점심을 해결할 겸 쉬어간다.

"450살."

구이린에서 사놓은 햄버거로 점심을 해결한다.

흐리지만 그런대로 괜찮았던 하늘에서 안개비가 내려앉기 시작한다.

"그래 웬일인가 싶었다."

시골의 마을들을 지나치다 붉은 폭죽들의 잔해가 깔려있는 길 위로 사람들이 모여있는 모습을 발견한다.

"장례식이네."

잠시 후 백의에 붉은 천을 어깨 위로 두른 상주로 보이는 남자가 지나가고, 붉은 예복을 차려입은 중년의 남자가 지나간다.

땅이 넓고 문화가 다양한 민족들이 살다 보니 장례문화도 조금씩 다른 모양이다.

"인구가 많긴 많은가 보다. 하루가 멀다 하고 결혼식과 장례식을 보게 되네."

2시, 본격적인 오르막의 산길이 시작되며 페달링의 속도를 떨어뜨려 놓는다.

"비가 오는데 왜 갈증이 나냐?"

고개를 오르고 관광지의 안내석이 놓인 곳의 화장실에 잠시 들린다.

중국의 공공화장실, 산길의 중턱에 만들어놓은 휴게용 화장실인데 깨끗한 편이다.

"낯설게 왜 이래."

사람들의 사용이 빈번하지 않아서인지 화장실이 나름 깨끗하다.

산이 깊어질수록 한동안 보이지 않았던 대나무 숲이 계속 이어진다. 대나무가 쌓여있는 곳에는 숲에서 대나무를 잘라 도로변으로 옮긴 흔적들이 나있다.

도로에서 대나무를 화물차에 싣고 있는 부부를 만난다.

"니 하오. 워 쓰 한궈렌."

무슨 일인가 싶은 표정으로 부부는 쳐다보던 부부는 한국인이라는 말에 호기심의 웃음을 보여준다.

대나무의 밑둥 부분이 아주 굵은 대나무들이다.

"이런 건 어디다 사용하는 거지? 공사장이나 집을 지을 때 사용하나?"

중국어를 할 수 있으면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고 싶은데 많이 아쉽다. 톱으로 대나무를 자르지 않는지 잘린 대나무의 밑둥이 뭉툭하다.

산을 올라갈수록 안개비는 짙어지고, 산을 오르는 더운 호흡도 거칠어진다.

오르막을 알리는 안내판의 애꿎은 화살표에 의미 없는 푸념만을 하며 페달을 밟아갈 뿐, 간간이 지나치는 차량 이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다.

"다 올라왔나?"

롱지전까지 아직 거리가 남아있는데 하늘이 열린 고개에서 헛된 바람을 염원해보고.

최최에 논을 갈았던 사람은 첩첩산중 오지 산골에 무슨 꿈을 꾸며 들어왔으려나 싶다.

"피난? 도망? 밀월을 나누던 사랑꾼들이었다면 삶이 척박하지만은 않았을 텐데."

내려간 만큼 다시 올라가야 할 것 같은 짧은 내리막길은 반갑지가 않다.

쓸데없는 내리막은 다시 산을 올라가야 하는 수고스러움을 안겨준다. 오르막의 화살표도 모자라 지그재그의 번개표시가 된 산길을 하염없이 올라간다.

안개비는 더욱 짙어지고, 비와 땀으로 범벅이 되어간다.

완전히 시야를 가려버리는 안개비다. 초행길인 산길의 끝이 어디인지 알 수도 없고, 단지 간간이 산을 내려오는 차들의 엔진음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조심스럽게 산을 올라간다.

4시, 도로변에 버려진 낡은 건물과 넓은 공간 그리고 조금씩 경사도가 줄어들던 길의 변화에 롱지전으로 가는 고개의 끝에 도착했음을 짐작하고 자전거를 세운다.

"소처럼 올라왔는데 아무것도 안 보여!"

안개비 때문에 아무것도 볼 수 없는 풍경, 힘든 업힐에 대한 보상이 없다는 아쉬움보다 짙은 안개비를 뚫고 내려가야 할 상황이 더 크게 느껴진다. 도로를 지나가는 차량들이 많지 않아 다행이다.

비에 젖어 삑삑거리는 브레이크 마찰음을 요란스럽게 울리며 산을 내려간다. 조금씩 주변의 풍경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멀리 집과 논들의 모습도 나타난다.

"꽃들만 봄이네."

대나무 숲에 둘러싸인 중국의 나무집들이 보이고, 그동안 길 위에서 수없이 보았던 셔터가 달린 이상한 집들이 왜 그러한지를 짐작한다. 2층 구조의 전통집들과 비슷한 형태로 벽돌을 쌓아올려 짓다 보니 멋도 없는 웃긴 모양의 집이 되었나 보다.

"기와가 올려진 나무집들은 예쁘구나."

수북하게 쌓인 대나무를 어떻게 산에서 옮겼는지가 궁금하다. 기계가 들어갈 수 없는 공간임을 감안하면 한 그루씩 끌어서 내린 것 같은 느낌이다.

시원하게 내려가는 도로의 다운을 즐기며 1,000미터 정도에 위치한 용척제전의 높이가 떠오른다.

"야! 그만 내려가! 그만!"

1층의 외벽을 벽돌로 보강을 한 것인지 아니면 1층의 벽돌구조에 나무집을 올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셔터가 달린 우스꽝스러운 집들보다는 훨씬 좋아 보인다.

"춥지는 않은가?"

온돌의 난방을 하지 않는 중국의 2층 목조주택은 방한을 어떻게 하는지가 궁금해진다. 남방부에 위치한 지역이라 겨울 한파의 추위는 없을 것 같지만 어쨌든 여름에는 무척 시원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두 채씩 들어서 있는 산길을 내려오니 멀리 마을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아고, 오늘 밥값을 했네."

4시 반, 용척제전으로 가는 갈림길의 이정표가 나온다. 우회전을 하여 작은 강을 따라 15km 정도를 이동하면 평안채제전(平安寨梯田)이 나오고 이곳에서 산을 오르면 용척제전이 나온다.

중국의 비슷비슷한 목재건물이지만 룽지전의 초입에서 본 목재건물은 조금 특이하고 이색적이다.

예약해 두었던 룽지전의 주점으로 찾아간다. 음식점과 숙박업을 함께 하고 있는 주점의 할머니는 꽤나 친절하고 살갑다.

"수이 지아."

할머니에게 바우처를 보여주며 잠자는 제스처를 하니 숙박을 하는 사람인 것을 눈치채고 주방에 있는 중년의 여자를 불러낸다. 할머니의 딸이나 며느리로 보이는 중년의 여자는 늘상 대하는 외지의 관광객을 응대하듯 자연스럽게 안내를 한다.

어려움 없이 체크인이 끝나고 자전거는 넓은 1층의 비어있는 공간에 잠가둔다. 방으로 패니어들을 하나씩 옮기고 샤워를 한 후 밥을 먹기 위해 식당이 있는 1층으로 내려온다.

중년의 여자는 식당의 테이블에 앉아 카드게임 같은 것을 하고 있다. 며칠 전 산골의 작은 슈퍼에서 보았던 카드게임과 같은 종류인 것 같다. 심드렁하게 물건값을 받고 바로 카드게임에 빠져들던 그때의 여자처럼 이곳의 사람들도 게임을 하느라 정신이 없다.

"정말 너네들은 돈놀이 게임을 좋아하는구나."

한 게임이 끝나고 숙소의 여자는 식당의 내부를 둘러보는 나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물어본다.

"워 헌 어."

여자에게 그동안 먹었던 고기 메뉴의 사진을 보여주며 비슷한 메뉴를 달라고 주문하고 식당에 놓여있는 소품들을 구경한다.

"오늘 용척제전에 갈 수 있어?"

조금 이른 도착 시간으로 해가 지는 시간까지 여유가 있어 택시나 버스를 타고 용척제전에 다녀올까 싶은 생각으로 숙소의 여자에게 질문을 한다.

"지금은 못 가!"

"왜?"

"차가 없다. 내일 가!"

"어!"

겨우 7km 떨어진 거리인데 갈 수 없다는 것이 이해가 어렵지만 현지의 사람이 그렇다면 그런 것이다.

내일 아침 자전거를 타고 올라가던지 아니면 교통수단을 이용해서 올라가든지 하면 될 것 같다.

"미판!"

언제나 단일 메뉴에 쌀밥을 주문해서 머슴밥을 먹는다. 비슷하게 말린 돼지고기를 사용할 텐데 주점의 돼지고기는 좀 더 부드럽게 느껴진다.

산골 룽지전의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하지만 하루 종일 괴롭히며 내려앉던 안개비는 운치 있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산속의 분위기라 역시 다르네."

"내일 용척제전을 올라갈 수 있나? 그냥 내려갈까?"

비가 내리는 흐린 날씨 탓에 경로를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장가계로 향하는 산길들과 베이징을 지나 몽골의 국경으로 가야 하는 일정들을 계획하기가 쉽지 않다.

쿤밍시를 지나 청두와 시안을 경유하는 경로를 포기했음에도 베이징으로 가는 일정이 빡빡하게 느껴진다.

"몰라. 일단 장가계의 산을 넘으면 막 달려. 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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