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609~610일 / 비, 흐림 ・ 28도
포항
태풍 장미가 지나가고 긴 장마가 끝나가는 느낌이다. 다시 자전거를 타고 떠난다.


이동거리
6Km
누적거리
27,244Km
이동시간
1시간 25분
누적시간
2,073시간

 
휴식
 
시내구경
 
 
 
 
 
 
 
0Km / 0시간 00분
 
6Km / 1시간 25분
 
포항
 
계류장
 
송정
 
 
875Km
 

 

태풍 장미가 북상하여 태풍의 영향권으로 들어간다는 예보다.

후덥지근한 폭염으로 시작된 하루는.

짙은 먹구름의 하늘로 바뀌고 빗방울을 떨어뜨린다.

어제의 피곤함으로 긴 낮잠에 빠져들고.

저녁으로 고등어를 굽기 위해 죽도 시장으로 간다.

다섯 마리에 5만원이던 고등가 이틀 사이에 6만원으로 올랐다.

뭔가 불친절한 시장의 할머니들과 흥정을 하고 고등어를 사서 돌아온다.

신선하고 두툼한 고등어를 구워 막걸리와 함께 저녁을 한다.

요란스럽게 태풍을 걱정하던 방송 뉴스와 달리 태풍은 적은 빗줄기만을 뿌리고 소멸한다.

"왜 이렇게 피곤하고 힘이 없지?"



여전히 폭우가 쏟아지는 중부지방과 달리 포항을 비롯한 남부지방은 태풍과 함께 장마가 끝났는지 폭염이 시작된다.

"아, 숨 막힌다. 비가 내리는 것이 차라리 좋겠어."

아침을 먹고 천천히 짐과 패니어를 정리한다.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막혀오는 날씨다.

영선 형님은 부산으로 가는 친구와 만나고, 형님과 헤어진다.

더위를 피하기 위해 근처의 편의점 카페에서 시간을 보낸다.

"오늘 쉬어야겠어! 몹시."

한국에 돌아와 편하게 쉬어본 기억이 없다. 편안한 침대와 쾌적한 공간 그리고 자고 싶다.

한참을 고민을 하다 주변의 저렴하고 평가가 좋은 모텔을 예약한다.

4시의 체크인 시간을 맞추기 위해 송도해변에서 시간을 보내고.

"시간은 편하네. 그저 흘려보낸다."

3시가 조금 넘어 모텔로 향하고, 다이소에 들러 세면 용품과 수건을 구매한다.

"이제 잃어버리지 말자."

에어컨을 틀고, 샤워를 한 후 침대에 누워 기절을 한다.

"이 정도면 그럭저럭 편안하고 쾌적하다."

경주를 경유할까 생각하다 더운 날씨라 호미곶을 지나 해안을 따라 울산으로 가야겠다.

 

 

GPS 정보

 

 후원 : KEB 하나은행/변차섭/415-910665-18507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608일 / 맑음 ・ 32도
포항 영일만
비가 멈춘 하늘, 요트를 타고 영일만을 둘러보기로 한다. 처음 타보는 요트의 항해가 궁금하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27,238Km
이동시간
0시간 0분
누적시간
2,072시간

 
요트
 
영일만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포항
 
영일만
 
포항
 
 
869Km
 

 

어젯밤부터 비는 멈추고, 바람의 방향도 바뀌었다. 오랜만에 보는 깨끗한 날씨다.

하지만 밤새도록 모기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며 편하게 잠들지 못한 피곤함이 묵직하다.

"너무 피곤하다. 잠이 떨어지지가 않아."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고 11시에 출항을 하기로 한다.

세일을 장착하고 요트 내부에 있던 불필요한 짐들을 꺼내어 정리를 하는 사이 영선 형님의 친구분 커플이 도착한다.

형님은 해경에 전화를 걸어 출항 정보를 보고하고, 구명조끼를 입고 드디어 출항.

모터의 동력을 이용해 천천히 항구의 계류장을 빠져나간다.

항구의 등대를 빠져나가 모터를 정지한 후 요트의 세일을 올리자 바람을 맞는 세일이 힘차게 펴진다.

영일만으로 진입한 요트는 천천히 속도가 오르고.

요트가 파도를 가르며 출렁거리기 시작한다.

집세일을 올리고.

 

본격적으로 바람을 타고 가는 요트.

메인 시트를 잡은 영선 형님의 손길이 바람에 따라 바빠진다.

좌우로 기울어진 채 바람에 밀려 나가는 요트.

바다 위의 내려앉은 백조와 같은 우화함은 없다.

"뭔가 분주하고 터프하다."

조용한 영일만의 앞바다, 해변 가까이 다가간 후.

크게 회전을 하여 포항 신항이 있는 곳까지 가보기로 한다.

순조로운 바람을 따라 요트는 순항을 하고, 요트에 앉아 간식으로 김밥을 나눠 먹는다.

어느새 멀어지는 영일대 해변.

서핑보드를 타는 사람들의 움직임과 속도가 꽤나 빠르다.

"우리 잘 가고 있는 거죠?"

닻을 내리고 정박해 있는 대형 화물선 사이를 유유히 빠져나가는 요트.

포항 신항의 근처에서 방향을 틀어 되돌아 간다.

요트가 역풍을 맞으며 되돌아 가는 방법은 45도의 각도를 유지하며 좌우로 지그재그로 운항을 하는 것이다.

역풍을 속에서 각도를 유지하며 영일대를 향해 가는 요트, 요트 뱃머리 부근에 앉아 기울어진 채 솟아오르는 요트의 중심을 몸으로 눌러주며 순조롭게 나가던 요트를 해경선이 다가와 멈추라며 확성기로 안내를 한다.

"왜?"

세일들을 내려 바람의 저항을 없애고, 모터를 이용해 해경선으로 다가간다.

"이 수역은 레저활동 지역이 아닙니다. 돌아가세요."

뭔가 부자연스러운 해경의 안내가 이어지고.

"위험하게 해상에서 요트를 세우면 어떻게 합니까?"

역풍 속에서 목적지로 돌아가는 요트의 항해법, 해경은 먼바다나 위험지역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착각을 한 것인지 아니면 과잉반응을 보이는 것인지 지시와 같은 안내를 하는 모양새가 어정쩡하다.

해경선이 떠나고, 다시 세일을 올려 바람을 맞으려 하니 메인 세일의 하단 부위가 찢어져 있다.

영선 형님은 능숙하게 세일의 찢어지지 않은 부위까지만 메인 세일을 올리고 운항을 한다.

우측의 영일대를 향해 운항을 하고, 다시 방향을 바꿔 포스코를 향해 길게 나아가기를 반복하며 지그재그 운항이 이어진다.

"오늘 안에 돌아갈 수 있는 거예요?"

각도를 잡으며 좌우 왕복을 하던 요트는 항구의 입구에 도착한다.

"참 신기하네."

 

항구에 들어서 세일을 내리고.

작은 모터를 이용해 천천히 계류장으로 돌아간다.

첫 번째 요트 항해, 정적으로 보이던 요트 항해는 생각과 달리 꽤나 거칠고 익스트림하다.

"나랑은 안 맞아요."

요트에서 좌우로 움직이며 무게를 맞추는 일만 했는데도 온몸이 뻐근한 것 같다.

식당에서 시원한 콩국수로 허기를 달래고, 짧은 요트의 항해였지만 허벅지와 팔 그리고 얼굴이 매우 따갑게 느껴진다.

"팬더 같아요."

따가운 바다 위의 햇볕에 벌겋게 익어버렸다.

"어쨌든 재미있는 경험이었어!"

여기저기 물폭탄을 쏟아부은 폭우가 끝나기도 전에 태풍 장미가 북상하고 있다고 한다.

"요트 여행은 어렵겠어요."

끝을 알 수 없는 장마와 난데없는 태풍 그리고 이어질 폭염으로 남해안 섬들의 요트 여행은 어려울 것 같다.

영선 형님은 제천으로 돌아간 뒤 가을에 다시 요트 여행을 할 생각인가 보다.

"어디로 갈까? 경주, 울산, 통영?"

일단 울산에 내려가 선화를 만나야겠다.

 

 

 

 후원 : KEB 하나은행/변차섭/415-910665-18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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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607일 / 비 ・ 24도
포항
폭우와 계속되는 비, 하루 종일 내린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27,238Km
이동시간
0시간 0분
누적시간
2,072시간

 
요트
 
요트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포항
 
포항
 
포항
 
 
869Km
 

 

비가 내리는 아침, 12시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잠을 자기로 한다.

요트에서 자료들을 정리하며 하루를 보낸다.

비예보가 없는 내일은 영일만 일대에서 첫 번째 항해를 하기로 한다.

"내일 11시에 항해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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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605일 / 비 ・ 23도
포항
요트 여행을 떠나기 위해 오랫동안 계류해 놓은 요트를 점검하고 정리하기로 한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27,234Km
이동시간
0시간 0분
누적시간
2,070시간

 
요트점검
 
삼겹살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계류장
 
계류장
 
계류장
 
 
865Km
 

 

물결을 따라 흔들리는 작은 요트는 편안한 요람처럼 아늑하다.

푹 잠든 것과는 관계없는 묵직한 피곤함, 온몸이 나른하고 힘이 없다.

12시, 근처 기사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요트 내부에 들어있는 장비들을 꺼내어 정리를 하고, 사용할 세일(돛)을 점검한 후 불필요한 짐들은 승용차에 넣어둔다.

자전거와 패니어 그리고 온갖 짐들이 끊임없이 영선 형님의 차박용 승용차에 들어간다.

잠시 낮잠에 빠져든다.

2시, 비가 그쳤다며 잠을 깨운다. 눈꺼플이 무거워 눈을 뜨기가 쉽지 않다.

"어, 맥이 완전히 풀려버린 것 같은 이 느낌은 뭐지?"

오랫동안 계류를 해놓은 요트의 하단에는 작은 따개비들이 잔뜩 붙어있다.

"양식장이네."

스쿠버 장비를 꺼내어 착용을 하고.

따개비를 뜯어내기 위해 풍덩, 요트나 바닷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스쿠버는 필수적으로 할 수 있어야겠다 싶다.

하지만 스쿠버를 배우고 싶은 마음이 여러 가지 장비를 착용하는 번잡함에 사라져 버린다.

"역시 성격과 맞지 않는 레포츠야. 낚시가 딱이네."

형님은 물속에 들어가 요트에 붙은 따개비들을 떼어내고.

"정말 힘이 없네."

사용하지 않던 모터를 점검하고 오늘의 일과, 항해 준비가 끝난다.

"내일 영일만으로 시험 운항을 해 보자."

작업을 마친 후 저녁으로 삼겹살을 구워 먹는다.

남은 피데기도 굽고, 삼겹살 기름에 구으니 훨씬 맛이 좋다.

가까운 영일만에서 시험 운항을 하려던 계획은 내일의 흐린 날씨와 약한 풍속으로 어려울 것 같다.

 "비가 오면 죽도시장 구경이나.."

이런저런 얘기 끝에 자정이 넘어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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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604일 / 맑음 ・ 28도
후포-울진-포항
조용했던 후포해변의 아침이 시끄럽다. 포항까지 가기 위해 여러 많은 고개들을 넘어가야 한다.


이동거리
93Km
누적거리
27,234Km
이동시간
7시간 42분
누적시간
2,070시간

 
동해안길
 
동해안길
 
 
 
 
 
 
 
44Km / 3시간 42분
 
49Km / 4시간 00분
 
후포항
 
강구항
 
포항
 
 
865Km
 

 

할머니들이 말다툼을 하는 소리에 잠에서 깬다. 억양이 강하고 빠른 속도의 경상도 사투리가 너무나 시끄럽다.

"그만, 제발요!"

피곤함에 다시 잠을 청하고 10시가 되어 일어난다. 새벽까지 잠들지 못하는 며칠간의 피로가 뭉쳐 있는 기분이다.

"꽤나 후덥지근 하겠다."

짐들을 정리하고 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동안 길 건너편의 슈퍼마켓이 소란스럽다. 어르신 한 분이 중년의 남자에게 계속해서 소리를 치고 있고, 중년의 여자는 소리를 지르는 할아버지를 말리느라 정신이 없다.

"화가 많은 동네인가?"

10시 40분, 포항을 향해 출발한다. 영일대까지 90km 정도의 거리지만 해돋이 공원들이 있는 고개들을 넘어가는 코스가 쉽지만은 않다.

"저녁때쯤 도착하겠네."

지난 여행 때 들려 아침을 해결했던 칠보산 휴게소의 한식 뷔페까지 7번 국도를 타고 다이렉트로 도착한다.

발열체크, 방문 기록지, 테이블마다 설치된 투명 아크릴 칸막이 그리고 마스크가 없는 사람들에게 마스크까지 나눠주는 식당의 운영 마인드가 좋다.

비빔밥으로 크게 한 그릇을 담고, 불고기와 밑반찬들을 접시에 별도로 담아 든든하게 배를 채운다.

"부산까지도 가겠다."

식사 후 고래불 해변으로 이어지는 자전거길을 따라간다.

지난 여행 때의 지루하고 힘들었던 기억들이 남아있지만 오늘은 그런대로 수월한 느낌이다.

솔밭으로 넓은 캠핑장이 잘 조성된 고래불 해변의 남쪽 해안을 지나고.

작은 고개와 해안도로를 달리고, 피데기를 판매하는 마지막 고개에서 반건조 오징어를 사 든다.

"한 번쯤 먹어보고 싶었다."

축산항에 도착한다.

편의점의 시원한 얼음 커피로 갈증을 달래고.

"작은 건물에 있을 건 다 있네."

이유는 모르겠지만 축산항은 여행을 할 때마다 잠시 쉬어가게 되는 장소이다. 관광지 항구들의 번잡스러움이나 작은 항구들의 적막감과는 다른 묘한 매력이 있는 곳, 항구의 다방에 들어가 달달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싶은 곳이다.

넓은 농기계 전용도로를 따라가다 경정항으로 들어가는 고개를 넘는다.

"이제부터 시작이구나."

축산항에서 포항시의 경계까지 해안의 고개들을 넘으면서 가야 한다.

"BTS 뮤직비디오 촬영지도 관광지가 되는가?"

붉은빛이 감도는 넓은 갯바위의 풍경이 제법 괜찮은 장소다.

경정항을 지나 다시 고개들은 시작되고.

 

언제나 바다와 항구 그리고 언덕 위 마을의 풍경이 좋은 노물리 고개에 앉아 시간을 보낸다.

"저기 언덕 위에 집을 짓고 살면 좋을까?"

노물리 고개의 휴식의 달콤함도 잠시 뿐. 영덕 해맞이공원으로 이어지는 고갯길이 시작된다.

"너 오랜만이다."

등을 돌리고 서 있는 해맞이공원의 풍력발전기는 언제 봐도 얄미운 느낌이다.

해맞이공원에서 잠시 숨을 돌리고.

강구항을 향해서 달려간다.

지난 여행, 갈매기들이 마을 사람들을 알아본다던 대부리의 해안가를 지나고.

어촌 마을들의 정겨운 민박집들과 작은 어촌 집들의 풍경은 조금씩 요란한 펜션들과 대게식당이 연이어지며 번잡함으로 변해간다.

요란스러운 강구항 대게거리, 지나가는 차량들을 향해 배꼽인사를 하며 호객을 하는 사람들과 정신없이 붙어있는 광고 현수막들은 언제나 볼썽사납다.

친절한 미소의 인사와 '잘해주겠다'는 흥정의 인사말은 어린 시절 불편하게 지나쳐 가야만 했던 홍등가 골목길, 욕망의 유혹보다 천박하다.

무례하고 불쾌한 시선이 투영된 후 들려오는 흥정의 가격은 어쩌면 그들이 매기는 나의 몸값일런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오늘은 얼마야?"

정말 변화가 없는 동네다. 한정된 손님에 대한 쟁탈전이 아니라 찾아오는 사람들의 수를 확장하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제발, 건강한 콘텐츠를 만들어 보라고!"

강구항을 지나 길은 해안도로와 7번 국도를 번갈아 가며 이어진다. 고개들을 넘느라 지친 여행자에게 꽤나 지루한 코스다.

국도변을 따라 이어지던 자전거 길은 작은 어촌 마을을 짧게 통과하고 다시 국도로 이어지기를 계속 반복한다.

"뭔가 놀림당하는 기분이야."

"포항이다."

포항의 경계를 지났지만 영일대가 있는 시내까지는 30km 정도를 더 가야 한다.

지난 여행, 마치 제주도의 어느 해변처럼 이국적인 풍경이 펼쳐졌던 화진리 해안가는 폭우가 지나간 후 황량함만이 남아있다.

"아쉽다!"

헛헛한 실망감에 괜한 시골집들의 모습을 담장 너머로 들여다 보고.

"진짜 오래된 집이네."

이제는 헛간이나 창고로 사용되고 있는 옛집의 모습이 쓸쓸하게 느껴진다.

고갯길은 더 이상 나오지 않지만 이미 지쳐있는 페달링은 무겁기만 하다.

갈증을 달래려 멈춰 선 월포 해변의 모습은 마치 시간이 멈춰버린 30년 전의 풍경처럼 느껴진다.

마을 번영회에 의해 운영되는 것 같은 해변의 음식점들과 해변의 노점들, 평상과 파라솔 자리를 대여하는 난잡한 해변의 모습에 짧은 탄식이 흘러나온다.

강릉의 감성 돋는 해변의 파라솔 공간, 여수 낭만 포차 거리 등 많은 투자나 특별한 기획 없이도 충분하게 매력적인 공간으로 변화시킨 곳들이 많다.

"다른 지역들의 성공 모델들을 조금만 벤치마킹해도 좋으련만."

강릉에서부터 많은 해변을 지나쳐왔지만 월포해변의 모습은 유난스럽게 난잡하다.

강구항과 월포해변. 치이로의 행방불명, 돼지로 변해가는 게걸스러운 부모들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현대식 펜션들이 들어서는 해안가를 달리고.

주차된 차량 사이로 유아들이 마구 뛰쳐나오는 정신 사나운 해변을 지난다.

"유독 이 동네가 그런가 보다."

"정서적으로 안 맞는 동네야."

포항 시내로 들어서는 길, 석양이 저물어 간다.

라이딩을 하는 어린 친구들과 함께 포항 시내로 향하고.

영일만 산업단지의 지루한 도로변을 지나 영일대에 들어선다.

멀리 포스코 공단의 실루엣이 보이고.

"왔다."

"너덜너덜하다."

영선 형님에게 도착 전화를 하고, 시원한 아메리카노 한 잔으로 하루의 피곤함을 가라앉힌다.

포항의 요트 계류장을 찾아간다.

계류장 앞에서 영선 형님이 기다리고 있다.

자전거와 패니어들은 승용차에 넣어두고, 작은 요트 시그너스에 승선한다.

아담한 사이즈의 요트, 내부로 들어가니 두 사람이 생활하기에 충분한 공간이다.

저녁을 하기 위해 식당으로 갔지만 영업이 끝난 상황, 다시 요트로 돌아와 스파게티로 저녁을 하고 울진에서 사 온 반건조 오징어를 구워 반주를 한다.

온몸이 뻐근하고 피곤하다. 작은 요트에 누워 잠이 든다. 피곤하고 힘든 하루다.


 

 

GPS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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