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55일 / 맑음 ・ 23도
베이징 팡산구-천안문
중국의 랜드마크, 베이징의 중심으로 이동하여 천안문을 지날 것이다. 


이동거리
51Km
누적거리
4,302Km
이동시간
5시간 17분
누적시간
320시간 20분

S317
전문서대로
35Km / 2시간 58분
16Km / 2시간 19분
팡산구
천안문
화평촌F구
 
 
4,302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천안문 광장까지 30km 거리가 남아있어 게으름을 피운다. 천안문까지 얼마 되지 않은 거리와 제공되지 않는 조식으로 일찍 일어날 이유가 없다.

"조식이 없어. 조식이."

9시가 넘도록 애정 결핍자처럼 침대 시트만을 칭칭 둘러감고 일어나기를 뭉그적거린다.

패니어에 넣어둔 면도기를 꺼내어 수염들을 정리하고 나니 뭔가 더 늙어 보이고.

"너무 귀티 나면 중국 사람들이 다가오기 어려울 텐데."

바람이 조금씩 빠지는 타이어에 바람을 넣고 10시가 넘어 체크아웃을 한다.

"정비를 하면 될 텐데, 천성의 귀차니즘이란."

따듯한 기운이 느껴지는 거리의 풍경과 달리 제법 바람이 불어오는 날씨다. 백 년만의 남동풍은 사라지고 언제나처럼 맞바람이 분다.

"바람이 불면 라이딩이 힘들고, 바람이 없으면 뿌연 공기가 힘들어."

바쁠 것 없는 일정 탓에 천천히 길을 따라가는데 심한 허기가 밀려온다.

페달링도 귀찮아지고 힘이 없다.

쓸데없이 예쁘기만 한 길도 눈에 안 들어 오고.

마땅한 식당은커녕 아무것도 없는 길만 계속되고.

시골의 작은 마을들을 지나며 먹었던 저렴하고 맛있던 면요리들이 생각난다.

먹지 못한 조식으로 인한 의욕 부진, 1시간 반 동안 겨우 15km 정도만을 이동한다.

본격적으로 베이징 시내에 들어서기 전 도로 건너편의 할배네 치킨을 발견하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차량들의 행렬을 뚫고 길을 건너간다.

"Just, set No.1!"

세트의 가격이 올랐는지 주문을 받는 아주머니가 메뉴판의 36을 가리키며 '치, 치'를 반복한다.

"알아요. 37위안."

맛나게 햄버거를 해치우고 그대로 두어도 되는 쓰레기를 치운다. 그런데 아무 생각 없이 통째로 쓰레기통에 쏟아버린 후, 문을 나오며 파이와 치킨을 담았던 플라스틱 접시가 따로 있었던 것이 생각난다.

"미안. 난 도와주려고 했지."

햄버거를 먹고 나니 어제의 예약 실수를 잊을 만큼 기분이 살짝 좋아진다.

용띵허(永定河)를 넘어 시작되는 베이징의 시내, 용띵허 근처의 완핑성(宛平城)에 잠시 들린다.

바깥 성곽을 지나 안쪽으로 2층의 누각이 올라가 있는 성의 정문이 보인다.

성의 안쪽으로 상가들이 늘어선 길이 이어지고.

옛 성들과 거리를 보면 지금 중국의 도로나 거리의 형태들이 유사하다는 것을 많이 느낀다.

예전의 모습을 현대적으로 복원을 한 것인지, 현재의 모습이 예전의 형태를 유지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완핑성의 모습을 감상하며 사진을 찍고 있는데 어색한 한국말이 들린다.

중년의 중국인이 나를 보며 한국 사람인지 물으며 한국말을 한다.

"워 쓰 한궈렌."

어디서 배웠는지 짧은 한국말을 하며 자신이 더 즐거워한다.

"일본 사람한테 한국말을 배웠나?"

중국어는 사성이 있어서 인지 중국인들의 한국 발음은 일본 사람의 발음과 차이가 나는데, 아저씨는 일본인처럼 한국말을 한다.

'시에 시에' 인사를 하니 '감사합니다'하며 이웃집 아저씨 같은 넉넉한 웃음을 보이며 인사를 한다.

베이징 시내로 접어들어 도로를 따라 한참을 이동하는데도 거리는 허름하고 낡은 풍경의 연속이다.

천안문까지 거리가 15km도 안되어 도시의 외곽이라 보기에도 그렇고, 중국의 모든 도시가 그렇듯 수도인 베이징도 느닷없이 나타날 모양이다.

가끔은 어떻게 짐을 싣는지 확인하고 싶어진다.

쾌적하고 깨끗한 도로가 갑자기 나타나고.

풍성한 가로수가 이어진 후.

거대한 건물군이 나타난다.

코너를 돌아 5km를 직진하면 천안문이 나온다. 잠시 쉬며 마음의 준비를 한다.

"난 준비됐어. 네 모습을 보여줘."

한적하고 넓은 도로가 이어지더니.

비현실적으로 넓고 깨끗한 도로가 직선으로 이어진다.

"직선 성애의 끝판왕인가?"

차도보다 두 배는 넓은 자전거 도로를 혼자 달려간다.

왕복 10차선, 넓은 자전거 도로가 양쪽으로 이어지는 길에는 시야를 방해하는 어떤 건물도 보이질 않는다.

"넓다 아니 광활하다."

사거리마다 교통 공안들이 신호를 따라 안전하게 통제를 하고.

남해 공원이 시작되며 사거리마저 사라진다.

도로변 곳곳에 공안들과 특수차량들이 배치되어 있고.

천안문과 천안문 광장이 나타난다. 사람들이 제법 붐비는데 워낙 모든 것이 넓다 보니 한적해 보인다.

잠시 자전거를 세우고 사진을 찍고 있으니 검은 제복을 입은 사내들이 다가와 빨리 진행 방향으로 가라며 강경하게 안내를 한다.

"알았어. 몇 장만 찍고."

자꾸 재촉을 하는 바람에 자전거 인증샷도, 빙글빙글 동영상도 못 찍고 광장을 지나친다.

먼 길을 돌아 신호등으로 길을 건너고 천안문으로 되돌아간다.

천안문으로 가는 관광객들이 검문대 같은 곳을 줄을 서서 통과한다.

천안문 앞에 도착해서 사진을 찍으려 자전거를 세우자 어디선가 검은 제복의 사내가 나타나 어서 지나가라며 손가락으로 지시를 한다.

"뭐가 이리도 부자유스럽고 딱딱해!"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불편하고 불쾌한 기분이 든다.

"우리는 너무나 많은 자유를 누리며 사는구나."

경직된 분위기 탓에 천안문과 베이징에 대한 흥미가 떨어진다.

천안문과 남해 공원을 다시 지나치고 넓은 도로를 건널 수 있는 사거리에서 숙소를 잡기 위해 잠시 쉬어간다.

보통 4~6만원 정도의 숙소들이 서울의 중하급 모텔 정도의 수준으로 보이니 꽤 비싼 편이다.

15,000원 정도 하는 도미토리에 가볼까 생각하다 중국의 열악한 환경을 생각하니 썩 내키지도 않고, 외국의 여행객들을 만날 수 있는 것도 아니라 패쓰.

어렵게 천안문에서 4km 정도 떨어진 곳에 평점이 좋은 숙소가 있어 트립닷컴에 문의를 한다.

"외국인 투숙 가능 여부와 자전거 보관 유무를 알고 싶어요."

첫 번째 상담자는 빠르게 2성급 숙소라 외국인 투숙이 불가하니 3성급 이상으로 가라고 안내한다.

"숙소에 확인하고 답변한 건가요?"

지금까지 상담을 해주던 Bebe 상담원을 보면 호텔과 통화 후 안내를 하느라 4~5분 정도 응답 시간이 걸렸는데 너무 빠르고 쉽게 대답이 온 것이다.

바로 상담창을 닫고 평점 1점을 날려준다.

두 번째 상담자에게 외국인 숙박은 가능하지만 자전거를 룸에 넣을 수 없다는 답변을 받고 숙소를 예약한다.

숙소의 외부 사진으로 직원들의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놓아두는 별도의 공간이 있음을 확인한 터라 그곳에 보관하면 될 것 같다.

"2박 3일을 보내야 하는데, 하루 머물고 괜찮으면 연장하자."

천안문 광장의 뒤편으로 이어진 도로를 선택하고 숙소로 향한다.


천안문 광장 뒤편의 웅장한 쩡앙먼(正阳门)과 치엔먼(前门)이 보인다. 공안이나 경비대가 없어 여유 있게 구경을 하고.

중국 철도 박물관(中国铁道博物馆)을 지나 허물어진 성곽이 길게 이어지는 밍청공원(北京明城墙遗址公园)을 지나친다.

따듯한 햇살에 공원을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다.

중국의 고가도로나 큰 다리들은 자전거로 진입할 수가 없고 그 밑으로 복잡하게 자전거 도로가 이어진다.

고가도로 밑의 회전도로에서 차량들과 오토바이를 신경 쓰다 보면 방향감을 잃어버리기 십상이다.

어렵지 않게 숙소를 찾아 체크인을 하고. 리모델링을 했는지 외관과 달리 비교적 깨끗하다.

베이징 시내는 베이징 올림픽을 즈음해서 지붕이 있는 실내에서는 금연을 하게 했다. 물론 담배 냄새가 조금씩 풍기지만 다른 곳에 비하면 청정지역이나 다름없다.

"중국인의 담배 사랑이란 참."

직원들의 오토바이 주차장에 자전거를 잘 묶어두고.

프런트 로비에 놓인 커피 자판기에서 블랙커피 한 잔, 역시나 맛이 별로다.

아파트 지역이라 마땅한 식당이 없고 숙소 근처에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식당이 있어 들어간다. 우리의 김밥천국 같은 곳이다.

양고기 덮밥과 야채볶음을 주문하고 조리실에 표를 주니 먹고 갈 것인지, 포장할 것인지 묻는다.

"비주얼은 그럴듯한데."

주문한 양고기 덮밥과 숙주나물을 볶은 요리가 나온다. 덮밥 22위안, 야채볶음 18위안.

양고기 덮밥은 약간의 잡내가 있지만 그런대로 먹을만하고, 숙주나물을 계란과 야채를 섞어 볶은 요리가 맛이 좋다.

거리에 의자가 놓인 것은 처음 본다.

벤치에 앉아 선선하게 불어오면 바람을 느끼며 편하게 시간을 보낸다.

"실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한가로움, 시간을 흘려보낸다."

나를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과 의식, 공허한 일상의 억지스러운 감정들, 그 모든 것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 동떨어진 느낌. 쓸데없는 감정의 포만감이 찾아든다.

"좋네."

숙소에 들어가다 슈퍼에서 수박을 조금 산다. 냉장고가 없어 시원한 맛을 느낄 수는 없지만 달달한 과일즙이면 충분하다.

숙소의 유자차 같은 것과 커피 쿠키고 챙겨들고.

당도가 높진 않지만 맛이 괜찮고 양도 제법 많다.

"12위안이면 비싼 건가?"

중국여행도 몽골로 가는 700km의 여정만이 남아있다.

90일의 체류기간과 몽골의 비자 만료일이 한정되어 있어, 조금 더 넓게 돌아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

생각 같아선 다시 S자로 턴을 해서 시안과 청도, 쿤밍시로 향하고 싶다.

"뭐, 또 다른 기회가 있겠지."

"반짝이는 거 무지 좋아해요."

중국의 밤은 어두워서 그런지 조명이나 불빛들이 유독 멋지게 보인다. 골목들은 불빛 하나 없이 죄다 컴컴한데.

"그나저나 내일은 무엇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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