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66일 / 맑음 
옹구데이-쉐발리노
갑작스럽게 더워진 날씨, 러시아의 첫 번째 도시 고르노 알타이스크를 향해 달려간다. 알타이 지역의 자연이 너무나 마음에 든다.


이동거리
93Km
누적거리
11,361Km
이동시간
7시간 57분
누적시간
822시간

 
P256도로
 
P256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옹구데이
 
토푸차야
 
쉐발리노
 
 
455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0기가, 7,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495)783-2727

 
아침에 깨어나 옹구데이에서 하루를 더 머물지를 고민한다. 네트워크도 괜찮고, 무엇보다 조용하고 좋은 곳이다.

텐트 옆에 놓인 테이블에서 여행 자료를 정리하는 동안 젊은 부부의 남자가 차와 간식거리를 건네주고 간다.

어제와 오늘까지 너무나 많은 것을 챙겨주는 부부이다.

잠시 후 젊은 부부의 옆집에서 캠핑을 하던 아주머니가 보라색 그릇을 들고 찾아와 물고기가 들어있은 수프를 건네주고 돌아간다.

감자를 넣고 맑게 끓인 국물인데 제법 시원하다.

"이건 이렇게 먹는 거구나."

식사를 끝낸 후 젊은 여자가 다가와 인사를 하며 사진을 찍자고 한다.

"응, 너의 인스타그램을 봤어. 고마워."

사진을 찍고 그녀의 이름을 물어본다.

"다나. 러시아 풀 네임은 어려워."

"다나, 고마워. 음식은 너무 잘 먹었어."

그녀의 본명은 코소바 타티아나(Kosova Tatiana)인 것 같다. 5~6세 정도의 귀여운 딸을 갖은 젊은 부부이다.

여행을 잘 하라는 당부와 함께 그녀의 가족은 캠핑장을 떠나고, 캠핑장의 입구에서 그들을 배웅하며 손인사를 건넸다.

물고기 수프를 챙겨준 아주머니의 가족도 캠핑장을 떠나고, 나도 짐들을 챙겨 캠핑장을 빠져나온다.

자전거를 끌고 도로변으로 빠져나오자 옹구데이의 경계를 알리는 구조물이 있다.

"오늘은 어디까지 가 볼까?"

90km 거리에 쉐발리노라는 마을이 검색된다.

길게 이어지는 어제와 같은 도로와.

비슷한 느낌의 마을들을 지난다.

알타이 공화국의 나무집들은 매력적이다.

자연과 어우러진 오래된 나무집, 파스텔톤의 창문과 하얀 커튼 그리고 풀들이 자란 크고 작은 마당에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놓여있어 소박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타티아나의 가족과 물고기 수프를 챙겨준 아주머니 덕분에 오전의 라이딩이 가볍다.

조금씩 기온이 오르고 출출함이 찾아들 때쯤.

도로변에 작은 음식점이 나온다.

"밥 먹고 가자."

식당은 깨끗하고 가족단위의 여행객들이 점심을 먹고 있다.

카운터에 글자로만 적혀있는 메뉴판이 난감하지만 이젠 이런 문제에 익숙하다.

몽골의 보츠처럼 보이는 넓적한 튀김 만두를 두 개 주문하고 커피와 수프를 달라고 한다.

메뉴를 모를 땐 메뉴판의 가장 첫 번째 메뉴를 선택하거나 적당한 가격의 첫 번째 메뉴를 선택한다.

뜨거운 물을 따라준 커피잔에 믹스커피를 타고, 수프가 나오는 동안 튀김 만두를 먹는다.

곧바로 나온 수프는 고기와 감자, 토마토 소스에 면이 들어있는 음식이었다. 토마토 향이 듬뿍 나는 달콤한 맛의 수프.

"모두 해서 203루블이면 훌륭한데."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물놀이를 하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길을 따라간다. 점심 식사 후의 도로는 계곡이 사라지고 산을 향해 오르는 기분이다.

"아..."

도로변의 언덕들에는 파스텔톤의 꽃들이 알록달록한 각자의 색으로 산 전체를 뒤덮고 있다.

자극적이지 않고 매력적이지 않지만, 흔한 들꽃들의 군락과 은은한 풀냄새가 온 마음을 사로잡는다.

"저기 한가운데 눕고 싶네."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과 색감이다.

길을 따라 펼쳐지는 들꽃들을 모습에 반해 페달링의 힘겨움을 잊는다.

"근데 왜 자꾸 올라가는 거지?"

이유 없이 하늘을 향해 올라가는 길이다.

구름이 가까워지고 주변의 산등성이가 눈높이에 맞춰지기 시작한다.

점심을 먹은 후 4시간 동안 부지런히 페달을 밟으며 오르막길을 올랐지만 쉐발리노까지의 거리가 줄어들지를 않는다.

"뭐지? 얼마나 올라온 거야? 1,600미터!!"

5시가 가까워져 오는데 쉐발리노까지 아직도 50km가 남아있다.

주변의 산등성이와 구름의 위치로 보아 정상에 다다른듯하고, 페달링이 무거워지며 골반과 허리가 당겨온다.

"저기가 끝인 것 같은데."

산의 정상처럼 보이는 하늘길을 확인하고 출발하려는 순간 뒷바퀴가 이상하다.

"아, 왜 또!"

뒷바퀴의 바람이 반쯤 남아 물컹거린다. 좁은 갓길에 최대한 안쪽으로 자전거를 눕히고 튜브를 탈착한다.

차량 통행의 소음과 바람 소리 탓에 펑크가 난 자리를 찾기가 힘들다. 작은 실구멍이라면 펌프질을 해가며 갈 수 있을까 싶어 튜브를 넣고 공기를 채워놓으니 이내 바람이 빠져버린다.

"에쒸."

다시 튜브를 탈착하고 바람이 빠지는 속도보다 빠르게 공기를 넣어 겨우 펑크가 난 자리를 찾는다.

"찾았다. 요놈아!"

펑크 수리를 하는 동안 건장한 남자가 다가와 도와줄 일이 없는지 묻는다. 자신도 자전거를 탄다는 남자에게 명함을 건네주니 혼자서 여행을 하냐며 웃는다.

"유 아 크레이지!"

"그래, 안 그래도 지금부터 미칠 것 같아."

예비 튜브도 없고 튜브패치도 떨어져간다. 지난번 사용한 튜브패치를 재활용해서 정비를 했지만 1차 시도 실패, 다시 로드용 패치를 재활용해서 겨우 정비를 마친다.

타이어를 4번이나 탈착하는 동안 한 시간 반이 지나버린다.

마지막 남은 담배 한 개비를 달콤하고 태우고 마지막 업힐을 끝낸다.

"산 정상에 마을이 있는 거야? 변태스럽게."

산의 정상에는 마을이 아닌 기념품 가게들이 길게 들어서 있다.

"러시아는 이런 느낌이군."

몽골의 산 정상에는 어김없이 어붜가 쌓여져 있고, 러시아의 산 정상에는 기념품 가게들이 들어선 모양새다.

기념탑 같은 곳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바람막이를 걸쳐 입은 후 바로 출발을 한다. 7시가 가까워지고 있었고 쉐발리노까지 여전히 40km 가까이 남아있다.

산의 정상에서 시작되는 내리막의 경사로, 브레이크를 풀고 시원하게 내달렸다. 적당히 맞바람이 불며 속도를 제어해 주었고, 하루 종일 힘겹게 오른 업힐에 대한 보상이다.

그리고 이틀 전 우중 라이딩 이후 브레이크의 제동력은 거의 느슨해져 있었던 터이다.

"달릴 거야!"

순식간에 10km의 거리가 삭제되고 급경사는 끝이 난다.

"조금 아쉬운데."

나지막하게 떨어지는 내리막길을 오랜만에 언더바를 잡고 신나게 질주한다.

나에게 있어 자전거 여행의 즐거움은 새로운 것들을 보고 경험하는 것과 세계의 도로를 마음껏 달려보는 것이다.

몽골 여행이 답답하고 힘들었던 이유 중 하나는 바람과 도로의 환경으로 경쾌한 라이딩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험한 오지를 자전거로 탐험하며 경이로운 자연을 마주하는 것보다 다양한 길과 풍경을 지나치며 페달을 밟아가는 라이딩이 더 즐겁다. 지금의 여행은 그렇다.

빠르게 알타이의 풍경들을 지나치며, 마을의 사람들과 바이커 그리고 손인사를 하는 운전자들과 인사를 하며 달려간다.

산과 들에 피어오른 이름 모를 들꽃들을 바라보며 내달리는 라이딩의 즐거움이 너무나 좋다.

비구름이 내려앉은 쉐발리노를 향해 달려간다.

도로변의 산에는 눈꽃이 내려앉은 듯 하얀 들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4시간 동안 올라갔던 30km의 오르막 그리고 쉐발리노까지 30km의 내리막을 한 시간 만에 도착한다.

도로의 아래로 쉐발리노의 풍경이 펼쳐진다.

마을 뒤편의 산을 배경으로 강을 따라 이어지는 쉐발리노, 예쁘고 평화롭다.

하루 종일 길을 안내한 다양한 들꽃들.

길을 따라 작은 언덕을 넘어가니.

더 큰 마을이 펼쳐진다. 쉐발리노는 지금까지 지나쳤던 마을들에 비해 굉장히 넓고 큰 느낌이다.

"일단은 슈퍼를 찾아 캠핑 음식을 마련하자."

구글맵을 검색하여 도로변에 있는 슈퍼를 확인했지만 찾을 수가 없다. 마을을 벗어나기 전, 슈퍼를 찾기 위해 마을의 중심으로 들어간다.

첫 번째 도착한 슈퍼, 문을 열고 들어가려 하자 젊은 여자가 황급하게 문을 닫으며 영업이 끝났다는 제스처를 한다.

"아니, 뭘 이리 야박하게."

다시 길을 따라 마을 안쪽으로 이동한다. 아직 해가 남아있는 시간임에도 거리는 너무나 한산하고 적막하다.

관공서처럼 보이는 건물 주변에서 슈퍼를 발견하고 들어간다.

동양인의 방문에 어리둥절한 주인 여자에게 아침부터 연습한 러시아 인사를 건네본다.

"즈드랏스 뿌이쩨."

여전히 어색한 행동의 여주인 웃음이 없다. 빵과 요거트, 음료 등을 사들고 계산을 하니 가게 안에 있던 사람에게 무언가를 묻고는 그제서야 '땡큐'라 말하며 엷은 미소를 짓는다.

비가 내릴 듯 흐려지는 날씨에 해가 떨어지고, 서둘러 마을을 벗어나 야영을 할 장소를 찾아야 한다.

오래된 고목의 가로수 길을 끝으로 쉐발리노를 벗어난다.

"어디가 좋을까? 이왕이면 강가의 들꽃들 속이면 좋겠는데."

야영지를 찾으며 도로를 따라가는 순간 통신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아, 네트워크!"

핸드폰을 열어보니 데이터의 안테나가 하나가 남아있다. 온라인을 열어 통신이 되는지 확인하고 주변을 둘러본다.

"저기가 좋겠다."

하천 방면 언덕의 수풀 속을 헤집고 들어가 적당한 자리를 잡고,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져 서둘러 텐트를 치고 저녁 준비를 한다.

"좋네. 들꽃들 한가운데."

타티아나 가족이 챙겨준 음식으로 어제 먹지 못했던 닭고기 통조림을 꺼낸다.

"일단은."

"끓이자."

슈퍼에서 사온 빵을.

요거트와 함께.

닭고기 수프에 찍어서 저녁을 해결한다.

우리나라의 닭고기 제품보다는 못하지만 그럭저럭 괜찮은 저녁이다.

"엊그제가 초복이던데, 러시아 닭을 먹어보네."

조용하게 텐트를 두드리던 빗방울이 멈추고, 꽃과 풀내음은 더욱 짙어진다.

"산을 오르는 것이 힘들었지만 괜찮은 하루였어."

계곡의 물소리, 들꽃들의 풀내음.. 그리고 깊이 잠들었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65일 / 맑음 ・ 22도
인야-옹구데이
아름다운 카툰강을 따라 옹구데이로 향한다. 너무나 아름다운 알타이 공화국의 자연이다.


이동거리
74Km
누적거리
11,269Km
이동시간
6시간 47분
누적시간
815시간

P256
P256
32Km / 2시간 37분
42Km / 4시간 10분
인야
쿠푸쳉겐
옹구데이
 
 
363Km

・국가정보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러시아어, 루블(1루블=18.5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무제한, 8,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60일/180일내 최대 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495)783-2727

 

일찍 잠에서 깨었다. 게무진의 아버지는 이른 아침부터 오토바이의 체인으로 만들고 있던 용의 날개를 붙이기 위해 작업을 하고 있다.

패니어를 장착하고 게무진의 집을 나선다.

아침을 해결하기 위해 어제의 음식점에 들렀지만 영업 전이고, 비상식을 사기 위해 슈퍼에 들렀지만 문이 닫혀있다.

"난감하네. 좀 기다렸다 갈까?"

9시가 넘으면 가게들의 문이 열릴 수도 있겠지만 뭔가 귀찮다. 구글을 검색하니 30km 거리에 마을이 검색된다.

"30km, 가자! 식당 하나쯤 있겠지."

인야를 벗어나 거북손 모양의 산을 바라보며 패니어에 들어있던 바나나와 웨하스로 아침을 대신한다.

"웨하스는 러시아지."

그럭저럭 아쉬운 대로 출출함을 달래고 길을 떠난다.

아무것도 없었던 강변의 작은 마을을 지나.

절대로 길을 비켜주지 않는 소들을 지나니.

카툰강으로 흘러가는 작은 하천 주변으로 캠핑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좋은 곳이 여기에 있었네. 아쉽다."

강을 따라 오르내리는 길은 여전히 계속되고, 날씨는 더워져 간다.

폭이 좁은 러시아의 도로는 몽골의 도로와 비슷한 느낌이다. 도로의 폭과 상태, 이정표까지 몽골의 도로들이 러시아의 형태를 따라 했거나 러시아에 의해 건설되었을 것 같다.

다른 점이 있다면 몽골 도로의 갓길에 세워진 동물의 통로를 알려주는 볼링핀 모양의 안내석이 없다는 것뿐이다.

사람들이 자동차를 정차하고 사진을 찍으며 휴식을 취하고 있는 넓은 공터가 나온다.

자전거를 세우고 잠시 바닥에 앉아 쉬어간다.

나의 주변을 살피던 젊은 여자가 다가와 인사를 한다. 통신이 끊겨 번역기를 사용할 수은 없었지만 명함과 여행 경로를 보여주며 짧게 인사를 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함께 사진을 찍자고 하여 각자의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고 헤어진다.

주말이라 그런지 아니면 러시아의 휴가철인지 카툰강을 따라 캠핑을 하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들의 자연스럽고 여유로운 모습에서 야영에 대한 스트레스가 사라진다. 중국과 몽골을 지나며 잠자리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먹거리만 해결된다면 편안한 곳에 텐트를 쳐도 문제가 없겠네."

11:30분, 아침에 검색되었던 마을에 도착한다.

"아휴, 배고파."

어제부터 달려온 도로는 9~10%의 경사도의 짧은 오르막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

안내판들에 위너님의 말처럼 총알구멍 같은 것이 뚫려있다.

"총알 구멍일 리는 없고 뭐지?"

힘들게 업힐을 하고 나타난 마을에는 슈퍼나 음식점이 보이질 않는다.

"식당이 어디에 있는 거야?"

러시아의 마을마다 1940, 1945년이 적혀있는 작은 추모공원 같은 것이 하나씩 있다. 아마도 2차 세계대전 때 사망한 군인들을 추모하는 공원인 것 같다.

버스 정류장 근처의 작은 슈퍼에서 시원한 콜라를 사 마시고, 앞쪽으로 보이는 도로변에 음식점으로 보이는 현수막 간판의 그림들이 보인다.

음식점으로 보이던 곳은 슈퍼다. 슈퍼에 들어가 주변에 식당이 있는지 물어보니 없다고 한다.

"망했다."

슈퍼를 둘러봐도 딱히 요기를 할만한 것이 눈에 들어오지 않고, 담배를 사던 중 코쉬아가츠에서 사 먹었던 크림빵 한 봉지가 눈에 들어온다.

"이런 산골에서의 삶은 어떤 것일까?"

조용하고 너무 조용한 곳의 생활은 어떨지 생각해 본다. 욕심 없는 자연의 삶일까, 무료한 일상의 반복일까.

달콤한 크림빵을 하나씩 비워가는 동안 마을에 사는 아저씨가 다가와 뭔가를 말하며 박력 있게 악수를 청한다.

돈이나 물건 같은 것을 요구하던 몽골 사람들의 대면이 불편했다면 러시아 사람들은 호기심을 갖은 인사처럼 편안하다.

도로변의 수돗가에서 물을 채우는 사람들이 보인다.

"오, 저렇게도 식수를 수급하는구나."

빵을 먹는 동안 태극기를 붙인 오토바이를 보고 손을 들었지만 손인사의 답례를 하며 그냥 지나쳐 간다. 자전거에 달린 태극기를 보고 바이커 역시도 놀란 몸짓이다.

"오토바이인데, 잠시 쉬었다 가지."

마을을 지나 길은 조금씩 오르막이 계속되고, 계곡은 반대편 방향으로 흘러내린다.

"다시 올라가는 건가?"

조금씩 경사가 가팔라질 때쯤 반대편 방향에서 자전거를 탄 세 명의 여행자가 내려온다.

"하이"

자전거를 멈추고 세우는 동안 나에게 다가와 인사를 하며 말을 건넨다.

스페인의 알바와 프랑스의 토마스는 연인 사이처럼 보이고, 러시아 친구는 어제 라이딩을 하면서 만났다고 한다.

알바와 토마스는 유럽에서부터 11개월 동안 여행을 하고 있고, 러시아의 친구는 러시아를 종주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쾌활한 성격의 알바는 내게 러시아 비자 기간을 묻더니 자신들은 10일 동안의 비자라 하루에 100km가 넘게 라이딩을 하며 몽골로 가고 있다고 한다.

"이쪽으로 가면 업힐 후에 내리막이야."

"그래? 너희들은 국경까지 계속 업힐이야. 2,000미터까지 올라가야 해."

"500km 정도 거리에 한국 사람이 자전거를 타고 가고 있어. 카자흐스탄을 지나 러시아로 갈 거래."

"500km 앞에?"

각자의 명함을 주고받으며 사진을 찍고 바쁜 알바 일행과 헤어진다.

지금까지 만난 자전거 여행자들의 최종 목적지는 모두 중국이다. 이럴 땐 남북이 분단되어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아쉽게 느껴진다. 육로를 통해 한국에 갈 수 있다면 그들의 최종 목적지는 분명 중국이 아닌 한국이 아니었을까 싶다.

내가 유럽의 여행 경로에서 섬나라인 영국을 경유할 것인지 고민하는 것처럼 그들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궁금하지만 건너가기 귀찮은 섬나라, 비싼 물가 그리고 좁은 땅.

"한국 좋은데."

씩씩한 알바가 앞장을 서며 길을 떠나고.

나의 길은 알바의 말처럼 산을 향해 오르막이 이어진다.

"아무래도 너를 넘어가야 하나보다. 딱, 미시령 사이즈 같은데."

"이 정도면 논스톱 원킬 후 시원한 맥주 한 캔이다."

S자를 그리며 휘어지는 오르막을 소처럼 페달을 밟고.

40분 만에 산의 정상에 도착한다.

"뭐야, 전망이 뭐 이래. 아무것도 없잖아."

맥주 한 캔을 마시기 위해 고개의 건너편으로 넘어가자 차량들이 정차되어 있다.

산의 정상으로 기념품을 판매하는 가게들이 들어선 골목이 나오고.

주차장 한편에서 숯불구이의 고기 냄새가 나를 유혹한다.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혼미한 정신으로 귀신에 홀린 사람처럼 꼬치집으로 다가가 자전거를 던졌버린다.

"얼마야?"

"250루블"

"빨리 줘! 어서!"

두툼한 고기를 접시에 담고 오이와 양파를 얻어주는 동안 패니어에 들어있던 캔맥주를 부들부들 거리며 꺼낸다.

"와우!"

캔 맥주를 따자 꼬치를 굽던 젊은 남자가 소리를 지른다.

"와우! 죽인다!"

비록 미지근한 맥주지만 그 맛이 끝내주고 부드러운 고기 맛이 일품이다.

"상의는 온통 땀에 전 소금밭이지만 무슨 상관이냐. 지금이 천국이지."

순식간에 맥주와 고기를 비우고, 부족한 고기의 양에 입맛이 다셔지지만 250루블이 비싸게 느껴진다.

과거 탄광촌이거나 도로를 건설했던 곳을 기념하기 위한 공간인 듯싶다.

산을 넘어 길게 이어지는 내리막길을 내달린다.

다시 강을 따라 길은 이어지고 태양빛은 뜨겁기만 하다.

산길을 오르며 탱탱해진 허벅지의 뻐근함을 느끼며.

작은 갈림길을 지나 오늘의 도착지 옹구데이에 도착한다.

강을 따라 길게 들어서 있는 옹구데이.

말들과 양들도 한낮의 더위를 피해 그늘을 찾아 들어가고.

도로 건너편 강을 따라 넓게 펼쳐진 옹구데이의 모습이 소박하다.

"일단 슈퍼를 찾아야 하는데."

도로변에는 식료품 가게가 검색이 되질 않고 강 건너의 마을 중심으로 들어가야 한다.

자전거를 끌고 언덕 밑의 마을을 향해 들어갔다.

보드카가 엄청나게 진열된 슈퍼에서 탄산수를 사 목을 축이고.

그늘에 기대어 앉아 더위를 가라앉힌다.

한참 동안 땀을 식힌 후, 슈퍼에 들어가 빵과 맥주, 물과 음료 그리고 닭고기 그림이 그려진 통조림 캔을 사든다.

마을 앞의 강물에서는 어른과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며 더위를 즐기고 있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모습이 평화롭기까지 하다.

차도를 점령한 소들을 피해서 야영을 할 장소를 찾으며 길을 따라간다.

잠시 후 강변을 향해 차량들이 들어가는 흙길을 따라 들어간다.

강변의 근처 우거진 나무들 사이로 캠핑장처럼 보이는 곳이 나오고, 가족 단위의 사람들이 작은 나무집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숲에서 산책을 하며 거닐고 있다.

캠핑장 입구의 관리 사무실의 할머니에게 텐트를 칠 수 있는지, 가격이 얼마인지를 물어본다.

"300루블."

밖에 세워두었던 자전거를 캠핑장으로 끌고 들어오자 젊은 러시아 부부가 다가와 무엇을 원하는지를 묻는다.

"여기에 텐트를 치고 자고 싶어."

영어를 하는 금발의 여자는 할머니에게 이야기를 하고 300루블이라며 알려준다.

"응. 알아."

"어디서 왔어?"

"한국, 자전거 여행 중이야."

명함을 꺼내어 건네주니 놀란 표정을 하며 무언가를 할머니에게 말하며 대화를 한다. 할머니에게 주머니의 돈을 꺼내어 보여주니 젊은 여자는 돈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지만 할머니는 잠시 주저하더니 300루블을 가져간다.

"그녀가 돈을 받지 않겠다고 했는데, 네가 돈을 꺼내니 요금을 받아버렸어. 편한 곳에 텐트를 치면 된다고 해."

"괜찮아. 고마워."

아마도 그녀는 여행을 하고 있으니 요금을 받지 말라고 할머니에게 부탁을 했던 모양이다.

적당한 자리에 텐트를 치고 있으니 예쁜 꼬마와 함께 샌드위치와 차를 들고 그녀가 찾아온다.

"오, 땡큐."

빠르게 텐트를 치고.

강으로 내려간다.

시원한 강물로 땀을 씻어낸 후 발을 담그고 자리에 앉아 쉰다.

배고프고 힘들었던 하루의 피로가 풀어지는 것 같다.

"할매, 웃어봐!"

캠핑장 곳곳에 간이 세면대가 나무에 꼽혀있다.

저녁으로 젊은 여자가 건네준 샌드위치를 먹는다. 빵에 치즈 같은 것을 바르고 햄을 올려놓았을 뿐인데 썩 괜찮다.

"오호, 이렇게 먹으면 되는구나."

아무것도 하지 않고 텐트에 누워 쉰다.

알바가 준 명함의 블로그를 구경하고 있으니 젊은 여자의 남편이 다가와 '똑똑' 소리를 낸다.

그는 큼지막하게 썰어낸 수박을 들고 와 건네주고 돌아간다.

노을이 지는 동안 잠시 캠핑장과 강가를 산책하고.

라디오를 켜고 다시 자리에 누워 시간을 보낸다.

10시 30분쯤, 두 젊은 부부가 텐트로 찾아와 샐러드와 고기 그리고 여러 가지 과자를 건네준다.

"어, 잠깐만."

몽골에서 사두었던 게르 모양의 냉장고 자석을 꺼내어 부부에게 선물을 한다.

"몽골 여행 중에 산 거야."

아이와 놀고 있던 부부 가족의 모습은 행복해 보이고, 그것을 지켜보며 시간의 흐름이 편안하게 느껴진다.

이제부터 러시아의 여행이 시작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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