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7일 : 2018.11.04 / 봄같은 날씨・19도

포항 영일대-송도해변-경주역-대릉원-첨성대-불국사-울산-바이크하우스

포항을 출발하여 울산의 바이크하우스로 향하는 길, 호미곶과 구룡포를 이어타는 해안길은 8년전 전국일주에서 지나왔기에 이번에는 경주를 경유하는 코스를 선택하였다.

이동거리

91.57Km

누적거리

1,134.29Km

이동시간

7시간 20분

누적시간

55시간 57분


형산강자전거길
동천강자전거길
44Km/3시간 32분
48Km/3시간 48분
포항
경주
울산
 
 
1,134Km

 

밤늦게까지 이어지던 폭죽소리가 사라지고 귀을 간지럽히는 잔잔한 파도소리가 너무나 좋았다. 너무나 가깝게 들리는 파도소리에 두어번 잠이깨어 혹여 밀물이 들어와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해야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울산으로 이동하는 경로를 호미곶의 해안도로가 아닌 강을 따라 자전거 도로를 이용해 경주를 경유하기로 결정하였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지만 경주가 궁금하였다.   


 

나는 타자의 삶에 무관심하며 게으르다. 나에게 그들은 그저 보이는대로 관찰되어질 뿐, 나에게 어떤 특별함이나 어떤 의미같은 것은 없다. 그러므로 나의 삶에 개입되지 않은 채 놓여있는 존재에 대해 타자로서의 의미없는 시선조차 두질않는다. 게으름이다.


 

2002년 여름, 동네 꽃집에서 사온 3개의 허브화분은 반년이 지나기도전에 미친듯 부풀어올라 작은 방안 가득 향기로운 허브향을 채워놓았다. 정성스레 화분을 가꾸는 동안 가지를 잘라 여러곳에 놓아두고, 몇잎을 떼내어 우러낸 은은한 향의 차를 마시고, 가끔씩 간지럽히듯 쓰다듬는 손길로 단순하게 반복되던 일상의 지루함을 달래였다. 졸업후 3년 가까이 이어지던 시험 공부중이였다.  


준비중이던 시험의 2차를 앞두고 화분을 햇볕이 잘드는 야외에 옮겨두고 장흥으로 내려갔다. 2년 또는 3년만의 귀향길, 2차 시험에 실패하더라도 1차가 면제되는 후년까지 공부를 이어가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2~3일정도 머무를 생각이였다.


도착한 집에는 작은 화단처럼 못보던 꽃과 나무들이 현관옆 좁은 공간에 빼곡히 심어져있었고, 집안 곳곳에 화분들이 놓여져 계절에 맞는 꽃망울들을 터트리고 있었다. 생경스럽고 의외의 모습이 놀랍고 이해할 수 없었다.

 

한평생 지겹도록 농사를 지어온 분이 이유없이 풀같은 것들을 정성스레 가꾸시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평생 파며 고추며 감자 같은 것을 심고 키웠는데 지겹지도 않으신가?"


2~3일 머무르려던 계획은 그해 월드컵이 끝나도록 늦춰졌다. 리플레이로 반복되는 골장면에 "워매. 또 넣었네"를 반복하시는 그들과 함께 축구를 보았고, 도움이 되지않은 일손을 거들며 논두렁에 피어오른 커다란 네잎클로버를 찾았고, 어릴적 뛰어놀던 산속을 거닐며 시간을 보내었다.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산에 올라 어린시절 겹겹히 가로막힌 산너머 무엇이 있을지에 대해 상상하며 즐거웠던 무언가을 확인하고 싶었다. 산정상의 바위에 앉아 멀리 바라보이는 장흥의 바다를 처음으로 보았다.


바다가 있다는 것보다 가까이 바다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30년이 가깝도록 그것을 확인해보려 하지않았다는 것이 더 놀라웠다. 그곳에 올라 내가 확인한 것은 바다가 있었다는 것 뿐, 내가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이였는지 그때는 몰랐었다.  


내려오는 길에 보랏빛 제비꽃을 꺾어 아끼는 책속에 꽂아두었고, 부모님께 하고자했던 말은 끝내 하지못하고 10여일이 지나서 서울로 돌아왔다.


서울에 돌아왔을 때 무성했던 허브들은 모두 말라 죽어있었다. 바람이 잘드는 그늘에 두었더라면, 시골에 가기전 누이에게 잘 관리해줄 것을 부탁하였더라면, 그전에 그들의 빠른 성장에 맞춰 조금더 큰 화분에 분갈이를 해주었더라면, 아니 애초부터 죽어버릴지도 모를 꽃같은 것을 키우지 않았더라면 하는 후회들이 밀려왔다.


몹쓸 꽃이였다. 나의 관심밖을 벗어나면 한시도 살수없는 이내 죽어버릴지도 모를 안쓰럽고 딱하기 그지없는 그 몹쓸 꽃. 말라 비틀어진 허브들을 바라보며 집안 곳곳 꽃을 기르는 그녀가 조금은 이해되었다. "그 몹쓸 꽃이 나였구나."  


나는 그녀의 삶을 알지도 이해하지도 못하였다. 지금껏 단지 부모로서의 존재외에, 여자 또는 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존재로서의 그녀는 아무것도 인식되지 않았다.


산너머의 바다도, 나의 어머니인 그녀도 나의 인식과는 상관없이 존재하고 있었다. 너무나 당연할 것 같은 것들을 당연하다 치부한 채 게으름을 피웠던 것이고, 관계로 규정지어 놓은 자신의 틀안에 이해라는 오해의 변명들, 감정의 자기 확신과 그것을 확인하려는 이기적인 편협함이 존재로서의 그녀를 부정하거나 가둬두려 했던 것이다. 


"스스로의 삶을 만들어 가고싶다. 그리고 더는 누군가의 몹쓸 꽃이 되고싶지 않아."


그해가 가고 공부중이던 모든 책들을 버렸다. 다시는 시험을 보지않았으며, 화분같은 것도 키우지 않았다. 그리고 부모로서의 엄마가 아닌 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존재로서의 그녀를 바라보게 되었다.



2018년 겨울. 이제는 평범한 대화조차 길게 이어가기 힘든 그녀를 바라보며 "엄마, 화단에 뭐할려고 꽃을 심었어?" 물으면 "내가 산에서 캐다 심었다. (어쨌든) 심어놓으면 이쁘다." 하신다.


깊은 뜻이 있는 말인지, 지난일의 평범함 소회인지 모르겠으나 그말의 뜻을 이해하려 하지않는다. 그저 그녀와 함께 그녀의 꽃에대해 얘기하고 웃을 수 있으면 그만이다.


"그래, 그 꽃이 이쁜게 아니구 엄마가 심어 놓으니까 이쁜거네."


지금도 나는 여전히 그녀에 대해 알아가는 중이고, 사랑하며 무엇보다 그녀의 삶을 존중한다.


 

불현듯 아주 오래전의 일들이 머리속을 스쳐지나 갔다. 관계에 있어 나는 있는 그대로의 존재로써 인식되기를 바란다. 또한 타인을 바라보는 나의 인식도 마찬가지이다.


"그때도 지금도, 난 그저 나일 뿐이다. 나는 여전히 너를 사랑하며 너의 삶을 존중하고 응원한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송도해수욕장을 지나 시작되는 형산강 자전거길을 따라 포항시를 벗어난다. 지난밤 영일대의 수평선을 대신하던 포항제철의 공업단지는 강의 건너편 너머로 거대한 모습을 드러내었다.


 

익숙치않은 공업도시의 풍경이 낯설고 삭막하게 느껴졌다. "저렇게 큰 공장들은 어떻게 관리가 되는 것일까?" 궁금하였다.



형산강의 자전거길은 조금 투박스러웠지만 형산강을 따라 정비되어 길게 이어졌다.


 

유강대교를 지나 끊어진 것 같은 자전거도로는 철길과 도로를 건너 도로를 따라 경주와의 경계면까지 이어졌다. 경주에 들어서자 자전거길은 다시 형산강을 따라 시멘트 포장길로 이어졌다. 


 

강동대교를 넘어 7번 국도를 이어타야 했지만 무심하게 자전거길을 따라 이동하다보니 지나쳐버리고 말았다. 제법되는 거리를 되돌아와 강동대교 넘고 충분히 넓게 확보되어 있는 7번 국도를 따라 경주 시내로 이동하였다.


잠시 쉬기위해 멈춘 호명리 근처의 주유소옆 작은 휴게소. 어제 저녁의 먹다만 치킨때문인지 약간의 허기가 일찍 찾아왔다. 휴게소 옆 손짜장이라 간판을 내건 중국집에 들어가 짬뽕밥을 주문하였다. 


 

카다란 그릇 가득 담겨진 짬뽕과 넉넉히 눌러담은 밥그릇이 마음에 들었다. 갖은 야채들과 꽃게, 해산물 그리고 돼지고기 같은 것이 채워져 있는 자극적이지 않고 채수의 부드러움이 가득한 맛이였다. 


불맛같은 맛의 특별함은 없었지만 한끼의 든든한 밥을 먹은 것 같은 따듯한 식사였다. "마치 오랜만에 먹는 집밥같네."


 

뜻하지 않은 곳에서 행운같은 좋은 식사를 하였다. 국물까지 싹싹 비웠을 때, 다른 손님의 주문받고 수타면을 뽑기위해 면을 쳐대기 시작하였다. 면을 좋아하지 않지만 어떤 음식이 만들어질지 예상할 수 있었다.


 

지도 크게 보기

호명리 강동고속주유소에 위치한 휴게소 손짜장.


농기계들의 이동로로 겸용되어 사용되는 경주방향 7번국도의 넉넉한 갓길은 편안하고 한가롭기까지 하였다. 자전거로 이동하며 어쩔 수 없이 이동하게 되는 국도변들이 이렇게 정비되어 있다면 좋겠다 생각하였다. 


 

경주시내에 들어서자 지붕에 기와를 얻은 건물들이 눈에 띄었다. 기와지붕의 엔젤리너스를 보며 뭔가 이상한데 이 도시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였다. "기와지붕은 인테리어 별도인가?"



경주역에 도착하여 역전 관광안내소에서 경주관광지도를 챙겨나왔다. 3시간정도의 여유로 경주를 구경할 수 있는 동선을 생각하는 사이 길 건너편 경주빵집의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경주는 빵이 유명한가보네."


서울로 전학을 온 후, 중학교 졸업을 앞두고 이곳에 수학여행을 왔던 기억과 8년전 전국일주를 하며 지나쳤던 동해쪽의 해안길이 경주에 대한 기억의 전부이다. 

 

 

역앞의 광장에 흉상 하나가 세워져 있었다. 볼쌍스런 사람의 흉상이 것이라 짐작하며 가까이 가보니 생각과 달리 이기태 경감을 추모하기 위해 세워진 추모흉상이였다.


철로에 누워있는 장애인을 구하려다 열차와 충돌하여 순직하셨다 하였다. 생활하는 주변 가까이 이런 것들을 쉽게 볼 수 있고 그것들을 통해 기억되어 잊혀지지 않기를 바라였다. 의미를 알 수 없는 구조물과 설치물들 그리고 근본을 알 수 없는 인위적인 테마거리의 컨텐츠들 보다 얼마나 값지고 많은 영감을 주는지 비교할 수 조차 없다.


 

대릉원을 시작으로 첨성대와 안압지, 선덕여왕 신종의 경주국립박물관을 구경하고 울산방향의 불국사에 들리는 경로를 선택하였다. "우선 맛있다는 빵부터 사보자."


경주역 가까이 좌측으로 늘어선 팔우정 해장국거리 뒷편으로 높은 능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우측으로 황남빵, 경주빵을 파는 대형 가게들이 연이어 들어서 있었다.


어렵지 않게 찾은 황남빵의 본점에 들어서자 주차장 가득히 엉켜있는 차량들과 북적이는 사람들의 번잡스러움이 느껴졌다. 넓은 황남빵의 매장에 번호표를 받고 대기하는 사람들이 가득하였고, 주문 대기 1시간을 알리는 안내소리가 들려왔다.


"와.. 1시간!! 기다리는 사람들이 더 대단하네." 온라인 주문을 걸어놓고 그 곳을 빠져나왔다. 


 

늦은 봄날처럼 따듯한 날씨, 대릉원 일대는 사람들과 차량들로 혼잡하였다. 대원릉을 들어가는 것은 어려울 것 같아 건너편 노동리 고분군을 보는 것으로 만족하였다.



황남동과 대릉원의 사이 좁은 담길은 주차된 차량사이로 통행차량들과 사람들로 가득차 이동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차량들로 인해 짜증스러움이 한꺼번에 밀려들었다.


옛도시의 한가로운 한때를 생각했던 바람은 완전히 빗나가버렸다. 경주에 가봤다 것외에 아무런 특별함도 기억나지 않는 어린시절 수학여행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았다.


"어릴적 수학여행으로 경주에 가봤어. 천마총, 첨성대, 석굴암, 불국사, 안압지도 가본 것 같은데 뭐가 좋았는지 모르겠네. 하여튼 가봤어." 


 

눈에 보이는 이상복 경주빵에 들어갔다. 경주빵, 계피빵, 찰보리빵 세가지를 판매하고 있었다. "택배를 보내려고 하는데 먹어볼 수 있나요?"


잠깐 망설이며 주춤하더니 세가지의 빵을 반씩 잘라내어 가져다 주었다. 한입정도 크기에 팥앙금이 들어간 경주빵은 부드럽고 달달하여 밀가루나 빵에 대한 호불호와 상관없이 누구나 좋아할만한 맛이였다. 


두 곳에 택배를 보내고 나니 찰보리빵 2개를 건내주었다. 대략 개당 천원씩에 판매되 것이니 싸다고만은 할 수 없는 가격이었다.


  

짧은 거리의 좁은 담길을 벗어나는데 한참의 시간이 걸렸다. 나가려는 차량과 진입하려는 차량이 서로 차머리를 맞대고 성질에 못이긴 크락션을 울려대고 있었고, 그 사이사이를 핸드폰을 들고, 연인의 손을잡고 움직이는 사람들로 난장판이였다.


넓게 퍼진 경주의 관광지를 구경하기에 차량의 이동이 편리하겠지만, 그렇다하더라도 이렇게까지 자가 차량의 이용에 집착할 필요가 있는지 한심스럽게 느껴졌다.


 

첨성대가 위치한 월성지구에도 사람들이 한가득이였고 비단벌레 차들이 왔다갔다 정신이 없었다. 멀리서 첨성대만을 확인하고 경주를 벗어나야겠다 생각하였다.


 

월성지구를 빠져나와 안압지의 매표 주차장에서 물한모금을 마셨다. 여전히 따사로운 볕이 내리는 하늘을 보며 소란스러운 이 도시를 빠져나가고 싶은 생각뿐이였다.


대릉원과 첨성대의 상황과 다르지않을 안압지와 경주박물관의 관람을 포기하고 울산으로 향하는 국도를 타고 이동하였다. 불국사역을 2Km정도 남겨두고 승용차와 관광버스가 정체되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불국사로 들어가는 불국사 삼거리. 짧은 좌회전 신호를 받기위해 1Km 넘게 정체되는 있는 차량들을 보며 잠시 고민에 빠졌다. 


"저 차들을 봐. 소란스러울 뿐일텐데 불국사에 들러야 할까." 사람들로 붐비더라도 사찰안으로 차량이 들어올 일은 없을테고 경주까지 왔는데 불국사는 둘러보고 싶었다.


나즈막히 이어지는 불국사의 오르막길을 좌회전 신호에 맞춰 줄줄히 이어오는 차량들과 함께 올랐다. 


 

차량들로 빼곡히 차있는 불이문 매표소에 도착하여 자전거를 묶어두고 불국사 안으로 들어갔다.  


 

불국사로 들어가는 매표소는 천황문이 있는 정문과 불이문 두 곳이 있었다.


 

 

불이문매표소에서 이어지는 이동로를 따라 조금 오르니 불국사의 측면 칠보교와 백운교가 나타났다. 오래된 고목으로 아늑하게 조성되어 있는 앞마당을 보며 "불국사앞 너른 마당은 조금 황량하지 않았었나." 생각하였다.


 

 

 

 

만추의 계절속에 깊숙히 들어온 듯이 아늑하다 느껴졌다. 많은 사람들의 소란스러움은 자연이 내보인 풍경속에서 음소거된 듯 들려오지 않았다.


 

 

대웅전 경내를 가득메운 사람들 사이로 삼층석탑과 다보탑을 구경하였다. "이렇게 작고 좁았었나?"


 

 

 

 

 

햇볕을 받아 은은한 대리석의 빛을 발하는 다보탑과 삼층석탑은 아름다웠다. 


 

 

 

 

 

 

 

 

 

 

 

 

 

천왕문을 보기위해 불국사의 정문으로 향하였다. 사천왕의 모습이 무섭게 느껴지지 않는걸 보니 살며 큰죄를 짓고 살아온 것 같지는 않다.


 

 

 

 

 

천왕문 우측에 자리한 비파를 들고 있는 북방의 다문천왕,  칼을 들고 있는 동방의 지국천왕. 


 

 

천왕문의 좌측에 위치한 용을 들고 있는 남방 증장천왕, 창과 보탑을 들고있는 서방의 광목천왕을 찍기위해 중국 관광객과 한참을 마주서 줄다리기를 하였다.


 

 

 

불국사의 정문과 천왕문 사이에 위치한 반야연지의 가을은 서둘러 돌아가려던 걸음을 그대로 멈춰 세웠다.


 

 


 

 

 

 

 

만추에 물든 불국사는 잊을 수 없을만큼 화려하였고 아름다웠다. 뭐라 표현하기 아까운 풍경들을 바라보며 시간을 내어 불국사에 들렸음을 스스로 칭찬하였다.


 

언젠가 다시 가을이 오면 또한번 이곳을 여행하리라 생각하였다. "그때는 좀더 느긋하게 거닐어 볼 것이야."



불국사를 빠져나와 울산으로 향하는 7번국도는 밀려드는 차량으로 정체되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였다. 정체되어있는 차량들의 옆을 유유히 지나치며 즐거운 페달링을 내질렀다. "뭐, 조금은 샘통이네."


 

울산에 가까워질수록 차량의 정체는 더욱 심해지고 있었다. 메아리학교 앞에서 7번 국도를 벗어나 이화제일아파트 방향으로 내려갔다. 마을길을 조금 돌아나오니 동천강 자전거도로의 시작점이 나타났다.


지도 크게 보기

동천강 자전거길이 시작되는 메아리학교앞 이화제일아파트



 

여기서 시작되는 동천강 자전거길은 울산시의 태화강과 만나 이어지게 된다. 잘 정비되어 있는 자전거길은 시내의 넓은 수변공원이 나오기까지 우측의 도로와 좌측의 둑방사이로 길게 이어졌다.


자전거길은 소나무나 사철나무등이 양옆으로 감싸고 있었고, 자연스럽게 자라난 수풀들과 낙엽이 깔려있는 길들은 인위적이지 않은 내츄럴함의 멋이 느껴졌다. 잘 정비되고 관리되어 있는 멋진 자전거 도로였다. 자전거 생활에 대한 인식이 높은 도시임을 느낄 수 있었다.  


 

동천강의 자전거길을 달리는 동안 어둠이 찾아들었다. 한강의 자전거길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동천강의 자전거길을 익숙한 사람처럼 라이딩 하였다.


억새길로 멋을 낸 태화강의 자전거길를 지나 오늘의 목적지인 울산 바이크하우스에 도착하였다. 8년만에 다시 찾은 삼산동은 크게 변한 것 같지 않았다. 


바이크하우스가 위치해있던 낯익은 거리에 들어섰음에도 샵이 눈에 보이지 않아다. 좌우로 두어번을 지나치고서야 불이 꺼진 바이크하우스를 찾을 수 있었다. "아, 일요일이구나."


삼일전 선화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정도 도착할 것이라고 미리 알려두었지만 일요일이라는 것을 깜빡한 것이다. 두어번의 전화연결이 되지않고 간단하게 카톡을 남겨놓고 샵의 외부의자에 앉아 숙소와 저녁을 해결한 음식점을 찾았다.


10여분이 지난 후 선화와 통화가 이루어졌다. 상가집을 조문중이라는 선화에게 숙소와 음식점을 물었다. 꼼꼼하게 지도맵에 손메모까지 하여 주변의 위치들을 알려주었다.


 

바이크하우스 주변, 평소에 자주 찾는 다는 가마추어탕 집을 알려주었다. "형님, 거기서 김치찌개를 드세요. 바이크하우스에서 왔다고하면 잘해줄겁니다." 하였다.


"바이크하우스에서 왔다고하면 잘해준다고 하던데요." 하였더니 가게 사장님이 웃으며 "말소리를 들으니 여기 사람이 아니네요." 하였다. 여행중이고 동생네 가게에 들렸다 말해주었다.


돼지 생고기가 들어간 김치찌개는 깔끔하였다.  


 

든든하게 저녁을 하고 주변의 모텔이 모여있는 곳으로 이동하여 숙소를 잡았다. 울산의 삼산동은 서울의 여느곳과 비슷한 느낌이 드는 번화가다. 


샤워를 하고 숙소에서 쉬는동안 조문중이던 선화가 숙소주변에 도착하여 전화를 하였다. 주변의 커피숍에 들려 일상의 친숙함처럼 편안하게 즐거운 대화들을 나누었다.


자전거 대회를 즐기던 선화는 언제부터인지 철인 삼종의 아이언맨이 되어있다. 자신의 방법으로 멋진 삶을 살아가는 그가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을 나는 가지고 있다. "지금처럼 멋지게 살아라. 응원한다."


이른 아침 서울에 일이있어 KTX를 타야한다는 선화와 아쉬운 만남을 뒤로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GPS 정보

 


D+6일 : 2018.11.03 / 맑음・18도

후포해변-축산항-강구항-월포해변-칠포해변-영일만-영일대해수욕장

너무나 화창한 날씨, 후포항을 떠나 포항으로 향한다. 동해안 자전거 도로와 7번국도를 번갈이 이동하며 동해안의 풍경속에 한가로운 한때를 보내였다.

이동거리

88.14Km

누적거리

1,042.72Km

이동시간

7시간 27분

누적시간

48시간 37분


축산항
월포해변
45Km/4시간 23분
43Km/3시간 04분
후포
강구항
포항
 
 
1,043Km

 

이른 아침, 후포해수욕장의 운동기구를 사용하는 아주머니들의 움직임 소리에 잠이 깨었다. 조금은 차갑고 거센 바람이 부는 아침 멀리 수평선을 따라 아침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오늘도 좋은 아침이네."


왼쪽 발목쪽이 신경이 쓰일정도로 시큰거렸다. 라이딩을 하는동안 몸의 이상현상은 왼쪽 세끼손가락이 저린 것과 왼쪽 발목 접히는 부분이 시큰거리는 것이였다. 


 

여행 출발전, 패니어의 무게가 부담스러워 조향을 위해 안장의 높이를 낮추고, 전후위치를 앞으로 당겨놓았다. 좀더 편하게 무거운 자전거를 다루기위해 세팅을 바꾸어 놓았는데 그것이 문제인 것 같다.


왼쪽 발목만이 시큰거리고 부은느낌이 드는 것은 아마도 내리막길에서 윗쪽으로 위치하는 왼쪽페달이 낮아 발목이 많이 꺾이여서 그런 것 같았다. "어둠속에 미시령을 내려오며 어쩔 수 없이 몸에 힘이 많이 들어갔나?" 생각했다.


패니어를 장착한 무거운 자전거는 내리막의 길에서도 안장에 앉아 조향을 해야했다. 안장에서 일어서면 앞의 핸들과 뒤의 움직임이 심한 철렁임일 일으켰다. 


또한 자전거의 출발시 오른쪽 페달을 밟고 힘이 들어가는 첫번째 페달링이 높은 위치에서의 왼쪽페달이므로 똑같은 발목의 꺾임에 무리가 온 것으로 생각되었다.   


안장을 높이고 뒤로 밀어둬야지 생각하면서도 조금지나면 나아지겠지 하며 게으름을 피우고 있는 것이다.


 

후포를 지나 영덕으로 가는 자전거도로는 짧게 끝이났다. 해볕을 받는 해안면이라 기온이 올라가며 덥다는 생각을 하였다.


 

 

 

 

해안 이면의 구도로를 따라 이어지던 조금은 지루했던 도로는 칠보산휴게소를 앞두고 잠깐 7번국로 이어진다.


 

아침을 해결하기 위해 한마음 대게수산의 사장이 추천해 주었던 칠보산 휴게소에 들렸다. 이른시간임에도 관광버스가 즐비하게 정차되어 있었다.


휴게소 편의점에서 한식뷔페의 식사권을 구매하고(대인 9,000원) 안쪽에 위치한 뷔페식당에 들어섰다. 넉넉한 크기의 테이블에는 아침식사를 하는 관광객들로 가득차 있었다.


 

식사를 하는 테이블과 음식의 배식장은 분리되어 깔끔하였고 조리된 음식도 정갈하게 보였다. 기본의 밑반찬 몇가지와 불고기를 잔뜩담아 첫번째 접시를 비우고 두번째 접시마저 깨끗히 비운후 든든해진 윗배를 두드렸다.


 

첫번째 접시를 비울때쯤 한무리의 관광객들이 빠져나간 식당안은 조금은 여유러워졌다. 한마음 대게수산의 사장님 말처럼 깔끔하고 제법 맛있는 음식맛이였다.


하지만 나와달리 가벼운 아침식사를 하는 관광객들에게 9,000원의 식사권이 저렴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생각했다. "단체객에게는 별도의 디스카운트가 있나?"


 

 

 

 

 

 

 

 


두번째 접시를 비운 후, 계산대에 다가가 추가요금을 지불하고 음식을 조금 담아갈 수 있는지를 물었다.


"자전거 여행중인데요. 죄송하지만 추가요금을 내고 조그마한 찬통에 음식을 싸갈수 있을까요?"


식권을 구매할 때 젊은 남자분이 아닌 식당의 주인장쯤으로 보이는 어르신께서는 바쁜듯 음식의 외부반출은 안된다며 단호하게 거절하였다. 


 

한식 찬들이 기본인 음식에 특별한 레시피가 있을 것 같지는 않았지만 식당의 규정이라니 어쩔 수 없었다. "인심이 조금 박하네." 생각하고 말았다.


 

서운한 마음에 한 접시 더 먹고 나갈까 생각하다 충분히 든든해진 배를 두드리며 식혜음료 한잔을 마시는 것으로 대신하였다. "어쨌든 잘 먹었다."


 

 

다시 평탄한 해안의 구도를 따라 이동하였다. 더워진 날씨에 져지와 바람막이를 벗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라이딩을 이어갔지만 동해의 햇볕을 바라보며 달리는 라이딩은 든든한 식후 나른함과 함께 게으른 페달링을 만들어냈다. 


 

 

고래불해변을 지나 쭉뻗어있는 도로를 달리다 잠시 쉬기로 했다. 잠시 쉬며 한마음 대게수산에 전화를 걸었다. 대게를 주문해 놓으면서 생물로 보내달라는 메세지를 남기지 않은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다.


한두차례 전화 대기음이 울리고 "어머, ***님의 남편 사장님. 안녕하세요?"하며 여사장님께서 전화를 받으셨다. 야, 너, 이것, 저것 아무렇게나 불려왔지만 누구의 남편이라는 칭호는 처음이였다. 어색하고 낯선,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불리움에 잠시 먹먹함 같은 것이 느껴졌다. 


"누군가의 남편이라니."


 

여전히 친절한 목소리로 어제 만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과 안부등을 전하고 나서야 대게 주문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사장님과 통화를 하면 웃는 사람의 모습이 떠올라 기분을 좋게 만들어준다.


"이틀후에 배가 들어올 것 같아요. 그때 좋은 물건이 들어오면 택배로 보내드리는게 좋을 것 같아요."


급한건 아니니 알아서 해달라 전하고 한번더 만나뵙지 못한 아쉬움을 전하였다.


 

고래불대교를 넘어 이어지는 해안도로는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며 이어지며 라이딩의 속도를 줄여놓았다. 항구와 마을을 지나치며 볼수있는 대게와 홍게를 판매하는 광고물들은 어느새 오징어와 피데기를 판매하는 광고들고 바뀌어 있었다.


 

도로변을 따라 2미터정도의 봉들을 줄로 이어 세워놓거나 비슷한 구조의 신식 건조대 같은 것들이 이어졌다. 무엇을 하는 것인지 궁금해 하던중 오징어를 말리는 것을 보고서야 그 용도를 알게되었다. "오징어가 이렇게 많이 잡히나?" 생각하였다.


 

반건조 오징어 6마리 만원으로 시작된 길가의 직판장은 대게를 파는 영덕에 가까워졌을 때 4마리에 만원으로 바뀌었다. 한봉지 사서 맥주 한캔을 하고 싶었지만 잇몸과 치아가 좋지않아 씹는 음식에 대한 불편함이 있는 나는 그저 마음뿐이다.


"부드러울 것 같았는데 한마리만 사서 먹어볼 것을."  


 

포항까지 이동하는 100Km가 안되는 거리에 조금 마음을 놓고 여유를 부린 것인지, 지루하게 이어지는 오르막과 내리막의 길에 지친 것인지 좀처럼 라이딩 속도가 나지않았다.


축산항에서 잠시 쉬며 남은 거리를 보았다. "아, 겨우 1/3 온거야?"


 

축산항을 지나 마주한 20번 지방도로 역시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었다. 오르막의 끝에 잠시 낚시를하는 사람들의 한가로움을 구경하였다. 


무언가 취미가 있어야 한다면 낚시를 배워보고 싶었다. MTB를 타며 낚시에 대해 조금 잊고 살지만 언젠가는 꼭 저들처럼 바다낚시를 하며 하루쯤 시간을 보내보고 싶다.  


물고기를 잡는 손맛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별관심은 없다. 잡거나 못잡거나 그만인 일일뿐이지만 바다와 하늘 그리고 바람과 파도소리에 묻혀 시간의 망중한을 사치해보고 싶은 바람이다.


 

영덕의 해맞이 공원을 앞두고 예상했던 긴 오르막이 시작되었다. 오르막의 힘겨움보다 페달링에 힘이 가해지며 신경을 건드리는 것 같은 왼쪽 발목의 통증이 전기자극처럼 반복적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상부근의 풍력발전기의 날개위치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앞으로 가야할 방향의 반대편을 향해 날개가 향하고 있다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맞바람을 예고하는 것이다.


"꼭 힘든 곳에는 저 바람개비가 하나씩 있더라. 인제 용대리, 울릉도 현포령 이번엔 여기라니?"


 

시야를 방해하는 아무런 것이 없는 확트인 공간이였다. "저 멀리 수평선에서 해가뜨는 것을 보면 장관이긴 하겠다."


 

 

해맞이 공원으 내리막길 끝에 위치한 영덕 해양환경 체험관의 조형물이 갈길이 바쁜 자전거를 세웠다. 


"강남 코엑스 센터의 강남스타일 조형물과 비슷한 느낌이네. 대게집 인테리어라면 이해라도 하겠다만.."


 

해맞이 공원을 끝으로 오르막길은 이어지지 않았다. 약간의 허기가 느껴져 지나치려던 길을 멈춰세우고 작은 슈퍼에 들렸다. 창포리 대부슈퍼.


낚시를 하는 사람들의 민박과 함께 식료품을 파는 곳이였다. 맥주 한캔을 하고 싶다며 안주거리가 뭐가 있을지 물었다. 아무래도 지나온길의 반건조 오징어를 사먹어보지 못한 아쉬움이 남아있었던 모양이다.


변변하게 선택한 물건이 갖추어지지 않은 슈퍼의 아주머니께서는 딱히 추천해 줄것이 없어서인지 초코바 같은 것이 어떠냐며 물으셨다. 커다란 양파과자를 고르고 "양이 너무 많지 않을까요?" 하니 맥주를 두개를 마시면 어떠냐고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두개를 먹어도 남을 것 같다고 하니 그래도 남으면 갈매기들을 주라고 하셨다. 


"여기 갈매기들은 동네 사람을 알아봐요. 먹을 것을 주면 알아서 날아온다니까요."


 

맥주를 사들고 근처의 방파제로 향하였다. 조그만 항구앞 정자에서 먹을까 생각하다 햇볕이 잘 들어오는 방파제에 앉아 먹는 것이 좋겠다 느껴졌다.


그물을 정리하는 어머니들을 구경하는 사이 마을주민이 놓아준 먹이를 먹기위해 몰려드는 갈매기떼를 보았다. "갑자기 어디서 날아온거지?"


 


 

낚시를 하는 몇몇 사람들을 구경하며 방파제에 앉아 시원한 맥주 한모금을 마셨다. 멀리 해맞이공원 방향으로 풍력발전기의 날개들이 보였고 조금전 갑자기 몰려든 갈매기들은 방파제 건너편 테트라포드에 무리지어 앉아 있었다.


 

봄날의 어느날 한가롭기 그지없는 더딘 시간처럼 느리고 따듯함이 느껴지는 풍경이였다. 제법 오랜시간을 따듯한 햇볕이 달구는 방파제에 앉아 시간을 보내였다. 


오징어와 피데기를 판매하는 광고는 다시 대게를 판매하는 광고들로 바뀌었다. 오전의 느린 이동과 창포리에서 보낸 시간들로 포항으로 향하는 페달링이 바빠질 때쯤 강구항에 이르렀다.


항구의 사장거리 정도로 생각하며 차량들과 사람들로 복잡해진 오른쪽 코너를 돌았을 때 뭔가 비현실적인 거리모습이 갑작스레 나타났다.


거대한 증기로 가득한 거리에 사람들과 차량들이 가득하였다. 


 

갑작스레 나타난 많은 사람들과 차량들이 뒤섞이는 복잡함이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자전거를 세우고 거리의 상황을 살핀후에야 여기가 영덕의 대게거리임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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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구항 주변 대게로를 따라 길게 이어진 영덕대게마을


후포의 소박한 대게시장의 정겨움과는 달리 거대한 방직공장의 증기기관처럼 하얀 연기를 뿜어내는 거리는 살풍경스럽다 생각들었다. 대게를 삶은 냄새가 진동하였고 가게마다 한명씩 사람이 나와 지나가는 차량들을 향해 주차와 식사권유의 호객을 외치고 있었다.


 

지루하리만큼 조용했던 라이딩중에 느닷없이 마주한 풍경이라 그런 것인지 거부감이 먼저 밀려들었다. 시장의 모습에 놀란면도 있지만 지역내 시장 수요만으로 마켓이 유지가 되는지 궁금하였고 생경한 관경속에 아쉬운 것들이 느껴졌다. 


"차량들과 호객의 복잡함이 아니라 저 거리를 사람들에게 돌려주면 좋을텐데. 판매 경쟁의 거리가 아닌 컨텐츠를 담은 길을 만들어 놓으면 편하게 거닐며 구경하고, 마음 편히 좋은 서비스 찾아갈 수 있으면 더 좋을텐데" 


강구대교를 건너 조금전 지나쳤던 대게거리의 반대편은 사뭇 다른 느낌의 거리풍경이 이어졌다. 구도시로 보이는 거리는 건너편의 모습과는 다르게 생기마저 잃어버린 거리였다. 


뭔가 슬프다는 느낌이였다. 항구를 두고 마주하며 상권을 잃어버린 늙은 거리와 상권을 두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생존의 거리. 이미 낡아버린 과거와 머지않아 과거가 되어버릴 현재를 보는 것 같았다.


죽어가는 도시처럼 느껴졌다. 활기차 보이는 건너편 대게시장의 모습도 머지않아 여기처럼 생기를 잃어버리지 않을까 생각하였다. 아무리 보아도 젊거나 어린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컨텐츠는 아무것도 없어보였다.


 

강구항을 지나 23번 지방도로는 7번국도로 이어져 장사리의 부흥교를 건너 포항에 들어섰다. 심플한 텍스트의 CI가 모던한 느낌을 주었다. 


7번 국도의 갓길은 자전거로 이동하기에 넉넉하였지만 되도록이면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한참을 내달려 오션힐스CC가 있는 화진사거리에서 국도를 빠져나왔다.


 

소박한 시골길과 구불하고 복잡한 마을길을 돌아나오자 답답했던 국도의 라이딩을 잊게해주는 시원한 풍경이 나타났다. 후포에서 포항으로 향하는 영덕의 언덕길길과 구도로 그리고 국도 라이딩이 지루함이 해갈되는 것 같았다.


 

방파제 사이 계단을 통해 파도가 밀려오는 너른 갯바위로 내려갈 수 있었다. 강원도 해안의 모레사변과 다른 느낌의 풍경이였지만 마음의 무게를 덜거나 위로받기에 또는 즐거운 바람들을 그리거나 이어가기에 충분한 곳이라 생각하였다.


"아무런 말없이 이 곳에 앉아 밀려오는 파도의 수평선을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힐링이 되겠어. 마음을 안아해주는 넉넉함으로 때로는 어깨를 토닥이며 응원해주는 청량함으로 말이지."



 

짙푸른 남색의 바다색이 아니였다면 마치 제주도의 어느 해변에 있는 듯 착각을 불러일으킬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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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른 갯바위와 짙푸른 바다의 풍경-포항 북구 화진리의 해안길


 

 

 

평탄하게 이어지는 해안도로는 월포해수욕장까지 이어졌다. 토사가 쌓인 경계를 사이에 두고 청하천의 민물, 월포해변의 바다 그리고 가을 하늘의 각기다른 색과 움직임들이 대비되어 인상적이였다.


 

월포해수욕장을 끝으로 해안도로는 20번 지방도로와 간간히 이어지는 해안도로를 따라 이어졌다. 포항까지 20여Km의 거리를 알리는 이정표는 해안도로를 거쳐 다시 20번 지방도로 돌아오면 그 거리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칠포교를 넘으며 변화된 풍경은 포항시내에 들어섰음을 알 수 있었다. 좀처럼 줄지않던 20Km는 한시간정도의 라이딩 거리를 남겨두었다.


 

 

 

현대중공업 공장의 거대한 작업장과 직선으로 쭉뻗은 영일만의 대로변에 앉아 잠시 쉬었다. 눈에 보이는 모든것들이 크고 넓직하였다. 


 

80Km 정도의 여유롭게 생각했던 라이딩은 90Km 넘어 영일대 해수욕장에 도착하였다. 해안길을 따라 이동하는 거리가 10Km정도 돌아오는 길이였나보다.


 

일몰이 막시작되는 시점에 도착하게 되었음을 안도하였다. 영일대해변은 푹신한 모레가 가득한 동해의 여느해변들과는 달리 딱딱한 흙바닥과 같았다. 호수처럼 잔잔한 파도가 일정하게 밀려오는 해안가는 아늑하면서도 이색적인 느낌이 들었다. 


바다건너 멀리보이는 거대한 크레인과 포항제철 공업단지의 실루엣이 수평선을 대신하고 있었다. 


 

도심의 뒷편으로 떨어지는 멋진 일몰을 바라보며 낯선 도심의 밤의 풍경이 궁금하였다. 야영을 할 곳을 찾아 해수욕장을 따라 이어지는 산책로을 걸었다.


포항 외곽의 조용한 해변일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산책과 운동을 하는 사람들고 제법 붐비는 거리였다. 산책로 한가운데 크게 음악을 틀어놓고 리드미컬한 그루브를 타며 즐기던 7명정도의 어린 여학생들을 보며 포항이라는 도시가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시끄럽거나 요란스럽지 않은 여유와 생동감이 동시에 느껴지는 도시였다. 동해안의 너른 백사장을 품은 해변에 비하면 볼품없이 내추럴해보이는 영일대 해변은 관광지가 아닌 공업도시의 평범한 자연공간으로서 사랑받는 장소임을 알 수 있었다.


"그 어떤 욕망의 찌꺼기들이 배설되고 모여지는 도심의 핫플레이스가 아니라 마치 평범한 일상의 추억들이 하나, 둘 쌓이고 만들어지는 동네의 앞마당같아." 


 


 

"일상적인 소소함들이 자연스럽고 편안하다 해야할지, 이렇게라도 익숙해진 것들이 서글프다 해야할지 모르겠다. 저 거대한 포항제철의 삭막한 실루엣탓일까." 


 

저녁식사로 치킨이 먹고싶어 졌다. 영일대 해변의 건너편으로 길게 들어선 가게들중 치킨집을 찾아 들어갔다. 인기있는 메뉴를 묻고 매콤한 양념치킨과 갈릭소스의 치킨을 반반 주문하였다.


 

칠보산 휴게소의 한식뷔페이후 아무것도 먹지않아 허기졌음에도 불구하고 치킨맛은 별로였다. 과한 소스들 탓인지 전체적으로 눅눅하게 느껴졌고, 특히 갈릭치킨은 마늘맛이 너무 강하게 느껴져 토핑되어있는 마늘을 걷어내고 먹어야하는 수고스러움이 있었다.


"내가 마늘을 얼마나 좋아하는데.. 이건 아니지. 평범하게 프라이드를 먹을걸 그랬나?" 


 

치킨을 먹는동안 바다건너 포항제철의 화려한 조명이 불을 밝히며 공업도시의 삭막해보이던 실루엣이 화려한 밤의 풍경을 연출하였다.


형편없는 저녁식사를 하는사이 날카로운 칼에 베이듯 아픔이 찾아든다. "아무것도 하기싫다."


반이상이 남은 치킨을 포장하여 급하게 가게를 빠져나와 눈에보이는 해안가의 구조물 앞편에 아무렇게나 텐트를 쳐댔다.  



조금씩 가까워지는 것처럼 속삭이듯 출렁이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멍하니 누워 아무것도 하지않았다.


"하나 둘 철썩. 하나 둘 철썩. 하나 둘 버리지말자. 하나 둘 지나가는거야. 하나, 둘."


간간히 해변을 걷는 연인들의 산책소리와 요란하지않게 줄이어 터지는 폭죽소리, 웃음소리들이 나즈막히 밀려드는 파도소리와 함께 마음을 가라앉혀 주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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