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53일 / 맑음
런던
자전거 도난으로 인한 상실감, 이제 마음을 추스려야 한다. "이미 지나간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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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마신 소주 때문에 머리가 지끈거린다.

"어, 소주 두 병에 숙취가 오는 거야?"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으로 친구들의 많은 걱정과 위로의 메시지들을 받는다. 월터의 도움으로 런던의 도난 자전거 커뮤니티에 도난 정보를 올리고, 페이스북을 통해 도움 요청의 메시지도 보낸다.

한국의 발신번호로 전화가 온다. 카카오톡의 고객센터, 화도 나지않고 덤덤하게 몇 가지의 본인 확인을 하고 임시제한 조치를 풀 수 있도록 조치를 하겠다는 답변이다.

"꼬박 한 달이 걸린 거야."

임시제한 조치를 풀고 비번을 변경하은 것에도 여러 차례의 인증 절차를 거친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정말 비효율적인 시스템이다.

"능력 없는 2위 전략도 감당이 안되나 보다."

오전의 시간이 빠르게 흘러간다.

"바람 좀 쐬고 올까?"

원래대로라면 대영박물관을 관람할 계획이었지만 멀리 걸어갈 기운이 없다. 숙소 앞에 있는 세인트 폴 대성당에서 시간을 보내며 마음을 가라앉히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숙소에서 할인을 받아 티켓을 구매하고 영수증을 들고 성당으로 걸어간다.

"정말 크다."

계단 입구에서 가방과 소지품들을 점검하고, 성당의 내부로 들어가 티켓 판매소에서 영수증으로 입장권을 발급받는다.

커다란 성당의 내부는 복잡하지 않고 조용하다. 입구에서 한국어의 오디오북를 대여하고, 입장료가 비싸서 인지 오디오북은 공짜로 대여해 준다.

1층의 내부의 분위기를 스캔하듯 둘러보고 바로 둠의 꼭대기에 있는 전망대로 올라간다. 좁은 회전 계단은 상층으로 올라갈수록 좁아지고 경사가 가파르다.

돔의 하단부의 넓은 전망대를 지나 상단부의 전망대로 올라가고, 철제로 된 회전 계단이 복잡하게 하늘을 향해 이어진다.

성인 남성이 통과하기엔 좁은 통로를 지나고, 다시 이어지는 철제 계단을 오르니 전망대의 좁은 문이 나온다.

"아고, 힘드네."

강하게 불어오는 바람 속에 런던 시내의 전경이 펼쳐진다. 전망대의 좁은 통로와 80미터 높이의 풍경은 아찔하다.

"시원하다."

화려한 조명들이 켜질 야경의 모습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런던의 전체적인 풍경은 그리 멋있거나 아름답지는 않다. 

시원한 바람이 마음의 시름을 조금은 날려주는 것 같다.

"괜찮아?"

"괜찮지!"

 

좁은 통로를 거꾸로 돌아내려 온다. 빙빙 돌아가는 회전 계단에 현기증이 일어나는 것 같다. 

"머리 조심!"

 

성당의 돔과 내부를 천천히 둘러본다.

흑백톤으로 그려진 천장의 그림들과 4개의 기둥의 이루어진 하단의 모자이크 그림들, 화려하지만 차분한 느낌이 드는 공간의 구성이다.

 

자리에 앉아 시간을 보낸다. 세계에게 두 번째로 큰 대성당, 영국 런던의 전통적 랜드마크지만 자리에 앉아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 더 마음에 든다.

"조금 지쳤어. 하지만 더 가고 싶어."

"가야 해!"

1층의 예배당과 돔 그리고 지하의 묘지, 세인트 폴 대성당은 크게 3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조금은 어두운 조명의 지하로 내려가니 많은 석관들과 기념비들이 놓여있다.

"여기서 결혼식을 했구나."

둠의 정중앙 지하에는 영국의 해군제독 넬슨의 관이 놓여있고.

그 옆에는 워털루 전투의 영웅 월링턴의 관이 놓여있다.

그 사이의 벽에는 백의의 천사라는 나이팅게일의 기념비가 있다.

전쟁의 시대, 전쟁의 삶들. 누군가는 영웅이 되고 이름 없는 수많은 이들은 슬픔 속에 의미 없이 사라져 갔다. 러시아의 마을마다 들어서 있는 전쟁 공원에서는 존경의 의미보다 더 큰 슬픔의 무게가 느껴졌다.

넬슨, 월링턴, 나이팅게일, 처칠. 이름만으로도 알 수 있는 역사적 인물들이지만 커다란 감흥은 없다.

"어쨌든 역사가 남겨지는 것은 부럽네."

3시간 남짓 성당에서 시간을 보내고 밖으로 나온다.

 

세인트 폴 대성당은 영국의 모든 것을 간직한 역사의 상징물처럼 느껴진다. 캔터베리 대성당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고, 고딕양식과 바로크 양식의 차이점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사비, 어떻게 됐어?"

오늘 하루 월터가 가장 많이 보낸 메세지다.

"이제 어떤 것부터 시작할까?"

"내가 보내준 한나에게 메세지를 보내 봐. 그녀가 스폰서를 구해줄 수도 있어."

월터가 보내준 페이스북이나 소셜네트워크로 쉐어링을 하는 한나에게 메시지를 보내보라고 한다. 그녀가 내 이야기를 공유하면 기업이나 사람들이 도와줄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그래, 해 볼게."

한나에게 메세지를 작성하여 보내고, 어제 도움을 줬던 호스텔의 여직원에게 도움을 청한다.

"경찰서에서 연락이 없는데, 어떻게 하지?"

"어제 경찰서에 가서 CCTV에 대해 말했어?"

"아니, 영어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여직원은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이고, 10분 후에 자신과 함께 길 건너편의 호텔로 CCTV를 확인하러 가자고 한다.

건너편 호텔의 CCTV에서는 범인의 모습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 여직원은 자신이 설명을 하겠다며 함께 경찰서로 가자고 한다.

함께 경찰서로 걸어가며 한나에게 보낸 메시지의 문법이 맞는지 물어보고, 런던에서 가야 할 5곳도 추천해 달라고 부탁한다.

"음, 샤드빌딩, 런던타워, 타워브리지.. 그리고 뮤지컬을 꼭 봐."

"뮤지컬?"

"응, 런던에는 다양한 뮤지컬들이 있어. 꼭 봐."

"뮤지컬이라.. 알았어."

경찰서에 가서 어제의 할머니 경찰과 대화를 하고, 101에 전화를 하며 번역기로 설명을 해준다.

"메일 보냈다고 하는데."

"안 왔는데."

"스팸함을 열어봐."

그녀의 말처럼 경찰서에서 보낸 메일은 스팸함에 수신되어 있다. 경찰의 리포트를 읽으며 다시 설명을 해준다.

"경찰들은 2시간 동안의 CCTV만을 확인했데, 더 조사를 하고 연락을 주겠다고 하네."

운이 좋다면 자전거를 찾을 수도 있겠지만 포기하는 것이 편할 것 같다.

퇴근을 하는 그녀와 헤어지고 숙소로 돌아온다. 하루 종일 핸드폰의 알람을 울리게 했던 친구들의 메시지에 답변을 하고 하루를 정리한다.

"저 늪은 건널 수 없다고 내게 말한다면, 나는 내가 건너려 하면 건널 수 있다고 말해 주겠습니다." - 매리앤느 무어 '할 수 있고, 하고 싶고, 해야 한다.' 

"If you will tell me why the fen appears impassable, I then will tell you why I think that I can get across it if I try." -Marianne Moore 'I May, I Might, I Must.'


I'm Xavi, a Korean bicycle traveler. I left South Korea in January 2019 and came to Britain after Mongolia, Russia and Northern Europe. There were many difficulties during my journey over 20,000km, but it was a great happiness for me to see the stories of people I met on the road, the many cities and natural scenery. I have been comforted by people and hoped my trip will be a little comfort to them. But when I arrived in London, my bicycle was stolen. I can't travel any more. The reason why I traveled is because of my father's death. Born in a small country in South Korea, he had a hard life but has never left his small town. I wanted to see him and the world through my eyes instead of him who has lived so hard all his life. The trip, which began with my little wish, contains the wishes of the people I met during the trip. Dreams of 300 young Korean students who died in 2014 in the sinking of the ship, Li Zhui of China and Ochor of Mongolia who want to see the world, Isabel of Russia who watches my trip in order not to give up her dreams, Leoni's family of France who gave me Piero made by Marie hoping for Marie's health and... Many friends wishes are traveling with me. So I don't want to stop this trip. Can never stop. I'll go... As long as I can go!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352일 / 맑음
런던
화창한 날씨의 런던, 자전거를 타고 런던을 둘러볼 생각이다. "그냥 산책을 할까?"


이동거리
16Km
누적거리
21,769Km
이동시간
4시간 08분
누적시간
1,637시간

 
타워브리지
 
맙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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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런던
 
런던
 
 
313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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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뚱한 아저씨의 대단한 코골음에 몇 차례 잠에서 깨고 잠들기를 반복한다.

"대단하다."

며칠 동안 지독히 힘들게 만들던 안개비가 사라지고 맑은 하늘이 열린다.

"런던, 어디서부터 시작해 볼까?"

구글맵을 열고 런던 시내의 관광지들을 검색하고, 오늘은 산책을 하며 템즈강변을 돌아 타워브릿지를 다녀올 생각이다.

어제부터 삐걱거리던 자전거의 허브와 체인을 점검한다. 허브의 라쳇이 망가진 것인지 회전의 느낌이 이상한데, 체인의 오일이 건조해지며 일어나는 일시적 트러블이었으면 좋겠다.

체인에 오일링 작업을 하고 다시 자전거를 묶어둔다.

"그냥 오늘은 걸어서 산책을 하자."

방을 옮기느라 아침부터 진이 빠진다. 6개의 문을 지나 숙소의 안쪽에 위치한 방으로 이동을 하고, 한숨을 돌린 후 밖으로 나간다.

숙소 바로 앞에 있는 세인트 폴 대성당은 큰 돔과 첨탑의 바로크 양식의 건물인데, 성당의 크기가 대단하다.

"20파운드? 와 너무 비싸다."

성당의 외부를 구경하는 것도 목이 아플만큼 높고 크다.

"일단, 오늘은 패쓰."

밀레니엄교를 건너 템즈강으로 간다. 흙탕물빛의 템즈강은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있는 모습이다.

"한강은 그래도 괜찮은 도시의 강이야."

강변을 따라 타워브리지 방향으로 걸어간다.

오래된 성당의 모습도 보이고, 강변을 따라 작은 카페들이 들어서 있지만 매력적이지는 않고 평범하다.

"누가 롯데타워를 여기다 옮겨놨냐?"

샤드빌딩의 주변을 돌자 템즈강의 타워브릿지가 보인다.

"조금 실망스러운데."

계절의 문제인지, 평범한 템즈강의 풍경때문인지 타워브릿지의 모습은 생각했던 모습에 비해 아쉬움이 느껴진다.

다리를 지나쳐 다른 각도에서도 바라보고.

골목 사이로 공중다리가 설치된 건물들의 이색적인 모습이 더 흥미롭다.

"그래도 참 독특해."

"왜 굳이 이렇게 만들었을까?"

템즈강의 풍경은 바라볼수록 너무나 아쉽다.

"사진 찍기용?"

왠지 모르겠지만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겠다.

템즈강을 걷는 동안 느껴지는 익숙한 느낌의 도시적 분위기가 낯설지 않은 친숙함이 더 이상하게 생각된다.

"뭐지? 이 낯설지 않은 도시의 분위기는."

런던의 모습은 내 생각과는 조금 다르다. 뭔가 답답하고, 시끄럽고, 복잡할 것 같았던 런던은 매료될 만큼의 아름다움은 없지만 불편하지는 않다.

"시내 중심의 관광자들의 코스라 그런가?"

불편한 대도시에 살아야 한다면 런던의 삶은 어떨지 궁금해진다.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궁금하네."

런던타워는 러시아의 성들에 비해 크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비싼 입장료는 부담스러울 정도다.

"근데 여기에 왜 성을 쌓은 거야?"

가벼운 산책의 걸음이 좋다.

고팍한 공간의 KFC 매장도 재미있고.

세련된 현대식 건물들과 과거의 건물들의 어울림도 좋고.

복잡하면서도 시끄럽지 않은 거리의 풍경도 마음에 든다.

"재미있는 도시네. 불편하지 않은 느낌이 뭘까?"

도시의 안정감, 북유럽의 편안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시간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도시의 풍경도 아니지만 불편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밥값은 불편하군. 정말 쎄다."

"그나저나 빌딩들 이쁘네."

빼곡하게 들어선 서울의 중심과는 달리 공간의 여유가 느껴지는 건물들의 조화가 참 모던하고 좋다.

검색을 해두었던 한식당은 브레이크 타임이라 닫혀있다.

"햄버거 그만 먹고 싶은데."

숙소가 있는 세인트 폴 대성당으로 걸어간다.

"자꾸 눈에 들어오네."

"내일 구경해 볼까."

비싼 입장료가 부담스럽지만 여행카드나 할인권을 사면 조금 저렴하게 입장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것이다.

"정말 너무 비싸다."

구글맵으로 KFC를 찾아 걸어간다. 햄버거보다 치킨세트를 포장해서 먹는 것이 좋을 것 같다.

KFC에서 치킨세트를 포장하고,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거리를 걸어 숙소로 돌아간다.

좁은 레스토랑 거리를 지나 숙소에 도착하여 첫 번째로 자전거의 상태를 확인하는데 숙소의 입구 바로 옆에 묶어둔 자전거가 보이질 않는다.

빠른 걸음으로 자전거를 묶어놨던 자리에 가서 확인하니 땅바닥에 잘린 자물쇠들만이 덩그러니 놓여있다.

"아, #_#₩&&##&4&++&&_&+-__-+-&'"

런던의 한복판, 사람들의 움직임이 끊이지 않는 곳에서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진다.

"훔쳐갈 것이 그렇게 없나?"

"I have a big Problem, my bike is gone."

숙소의 여직원에게 자전거를 도난당했다 말하니 직원들도 당황을 한다.

숙소의 외부 카메라는 쓸데없는 곳을 향해 고정되어 도둑의 모습을 볼 수가 없고, 중년의 여직원은 숙소의 옆가게에 가서 CVTV를 확인하라 안내한다.

영어 전달이 어렵다고 말하니 여직원은 외투를 챙겨 함께 밖으로 나가자 한다. 식당에는 숙소의 주변을 가리키는 외부 카메라가 없다.

외부 카메라가 있는 숙소 건너편 호텔에 함께 들어가 도움을 요청하고, 여직원은 경찰서에 신고를 하겠다고 한다.

잠시후 여직원은 경찰서에 가서 레포트를 제출하라고 하며 경찰서의 주소를 적어준다.

예테보리에서 핸드폰을 분실했을 때도 그랬지만 자전거는 찾을 수 없을 것 같다. 신원 정보가 있는 핸드폰 도둑도 잡질 못하는데, CCTV에 도둑의 모습이 촬영되었다한들 백주대낮에 자전거를 훔쳐가는 과감한 도둑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

"월터, 자전거를 잃어버렸어. 여행을 그만 할가봐. 너무 지친다."

놀라기는 월터도 마찬가지다. 자전거를 구할 수 있다고 위로를 하지만 자전거를 구하는 어려움의 문제가 아니다.

 

정말 지겹고 지친다. 유럽을 여행하며 무엇을 도난 당하지 않을까 노심초사 하며 사람들을 의심해야 하는 것이 너무나 지겹고, 감정이 소진되어 사람들을 보며 웃을 수조차 없다. 유럽의 도시가 너무 싫고 염증이 난다.

경찰서로 걸어가는 발걸음이 무겁고 힘이 없다.

"뭐가 불만이냐? 거지처럼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는 것조차 못봐주겠어!"

경찰서의 사건신고는 온라인으로 작성을 한다. 굳이 경찰서를 방문하지 않아도 되는 시스템인 것 같다. 많은 질문 항목들을 작성하느라 힘이들고, 도움을 주던 할머니 경찰관도 조금씩 짜증을 내기 시작한다.

"도둑을 잘도 잡아주겠다!"

신고에 대한 사항은 내일 전화로 주겠다고 한다. 전화가 안될 수 있으니 숙소로 전화해달라 부탁해도 듣는둥 마는둥이다.

"스웨덴 경찰은 친절하기라도 하던데. 썅!"

"어떻게 할까. 되돌아갈 곳도 없는데, 그만 돌아갈까."

망연자실 숙소로 돌아와 방으로 들어가니 젊은 한국 남자가 있다.

"영어 잘 해요?"

일산에서 교환학생으로 영국에 왔다는 친구와 실없는 농담을 주고받지만 위로는 되질않는다.

"내가 지금 웃고 있으면 미친 놈인데, 웃음밖에 안 나오네."

독한 술이 생각난다. 점심에 갔었던 한국식당으로 걸어간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식당에 들어가 무제한 고기부페 메뉴를 주문하니, 한 사람은 안된다고 한다. 한국처럼 밑반찬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2인 이상이어야 주문이 가능한지 이해할 수가 없다.

곱창과 함께 비싼 소주를 주문한다.

"씨&₩&, 졸&_₩& 비싸네."

일 년 동안 한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욕설이 내볕어진다.

안주가 나오기 전 쓴 소주 한 잔을 들이킨다.

 

"졸라, 쓰다!"

몇 달만에 마셔보는 소주 한 잔이 어지럽게 느껴진다.

"마시자. 오늘은 나도 모르겠다."

한국 손님이 왔다는 말에 쿨한 웃음의 남자 사장이 다가와 인사를 한다.

"한국에서 자전거 타고 왔는데 오늘 자전거를 도난당했네요. 그래서 비싼 소주 먹으러 왔습니다."

쿨한 성격으로 보이는 남자는 잊어버리라며 고추와 마늘을 내어주고,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을 하라며 명함을 건내준다.

월터는 런던의 도난 자전거와 관련된 정보들을 보내준다.

"월터, 나는 쿨해져야 해. 근데 지금은 조금 힘들다. 꿈이 깨지는 기분이야."

"알아. 나라도 그럴거야. 하지만 내가 도와줄게."

"고마워. 난 취했다. 역시 소주가 좋네. 오늘만 이럴거야! 오늘밤 영국놈들은 나를 조심해야 해."

"아마도 영국 여자들이 조심해야겠네."

"빌어먹을 놈들!"

 

 

Trak 정보

GPS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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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51일 / 비, 맑음
메이드스톤-런던
영국의 날씨는 정말 괴팍하고 축축하다. 캔터베리를 출발하여 단 하루만에 모든 것들이 엉망으로 젖어있다. "런던으로 가자!"


이동거리
61Km
누적거리
21,753Km
이동시간
5시간 53분
누적시간
1,633시간

 
A20도로
 
그리니치공원
 
 
 
 
 
 
 
38Km / 3시간 10분
 
23Km / 2시간 43분
 
메드스톤
 
시드컵
 
런던
 
 
297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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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늘한 기운에 잠이 깬 아침, 비는 계속해서 내린다.

"축축하고 춥고. 참 싫다."

눅눅한 침낭이지만 벗어나기가 싫고, 비를 맞으며 달려온 피곤함은 가시지 않고 남아있다.

카카오톡의 답변은 계속해서 통화연결이 안 된다는 답변이다. 통화가능 시간을 적어 다시 상담문의 글을 남기고 짐들을 정리한다.

"통화가 필요하면 왜 서류는 받은 거야. 끝까지 가 보자!"

스위스 은행 계좌를 열어보는 것보다 더 어려울 것 같은 대단한 카카오톡이다.

런던까지 60km의 거리, 영국의 라이딩 환경을 생각하니 답답함이 밀려온다.

"그냥 도버로 돌아갈까 보다!"

질척거리며 내리는 비, 바람, 갓길도 없는 좁은 도로, 거친 운전자 그리고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좌측의 진행방향, 모두 어제와 같은 최악의 상황이다.

영국의 지형은 평탄하지 않고 오르내리막으로 이어진다. 작은 타운이나 소도시에 들어서면 자전거 도로가 만들어져 있지만 얼마 가지 않아 끊기고 사라지는 도로들이다.

 
"정말 최악이야!"

신발도, 장갑도 축축하게 젖어들고 냉냉하게 찾아드는 한기는 정말 익숙해지고 싶지 않은 불편한 느낌이다.

"밥이나 먹자. 힘들다."

어젯밤 메이드스톤에서 사놓은 햄버거를 꺼내 먹는다.

"현실적인 햄버거의 모양이네."

"32마일이나 남았네. 젠장 10km 달리기가 이렇게 힘들다."

도로가 위험하여 도로변의 인도를 따라가 보지만 비바람에 부러진 굵은 나뭇가지들이 떨어져 있어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로쓰햄을 지나며 산을 넘어가는 긴 오르막이 이어지고, 차량들을 신경 쓰며 페달을 밟는 것이 불편하고 어렵기만 하다.

다행히 오후들어 하늘이 맑아진다. 내리막의 도로가 이어지지만 위험한 도로에서 시원하게 달릴 수도 없다.

작은 타운 스완리에 도착하여 잠시 쉬며 런던으로 들어가는 경로를 결정한다.

"그리니치 천문대, 런던타워, 런던교로 해서 숙소로 가자."

세인트 폴 대성당 근처에 있는 숙소로 가기 전 근처의 관광지들을 구경하고 갈 생각이다.

"에쉬, 오늘도 엉망이네."

출출함이 느껴져 도로변의 맥도널드에서 허기를 달래고 그리니치 천문대로 향한다.

런던의 외곽이지만 시내로 들어갈수록 밀려있는 차량들이 길을 막고.

"그래, 내가 졌다. 다른 유럽 국가들이 이상한 거야!"

자전거 도로가 잘 갖춰진 국가들을 여행하다 영국으로 들어오니 도로를 따라가는 것이 지치고 힘들다. 자전거 도로가 가장 좋지 않았던 독일도 영국에 비하면 천국이나 다름없다.

"왜 계속 올라가는 거야? 런던이 산동네인가?"

그리니치 천문대가 있는 그리니치 공원에 도착하고, 넓고 깨끗한 공원에서 길을 헤맨다.

공원의 언덕 위에 들어선 그리니치 천문대에 도착하자 템즈강변을 따라 들어선 도시의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런던이냐?"

작은 그리니치 천문대보다 도시의 풍경이 펼쳐진 전망대가 더 인상적이다.

 

"당신은 뉘신지?"

"근데 어떤게 천문대야?"

"별 것 없네!"

복잡하고 혼잡한 런던의 시내를 가로질러 런던타워로 향한다. 서울 시내에서의 라이딩이 익숙하여 차라리 차량들로 혼잡한 시내의 도로가 갓길이 없는 일반 도로보다 더 편하게 느껴진다.

"유럽에 살면 자전거 딜리버리 정도는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도로와 인도를 넘나들며 능숙하게 도심의 도로를 지나치고 타워브리지에 도착한다.

 

"생각보다 되게 못생겼네."

 

브릿지타워는 생각했던 모습보다 육중하고 거대한 건축물로 보인다.

 

"대단하긴 하네."

 

"롯데타워를 누가 옮겨놨어?"

 

런던탑의 모습을 잠시 구경하고.

 

런던교로 향한다.

 

런던교의 사고이후 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다리의 인도에는 차량이 진입할 수 없도록 커다란 경계봉과 경계석들이 세워져 있다.

 

숙소가 있는 세인트 폴 대성당으로 간다. 모던한 빌딩 숲과 조화롭게 들어선 석조건물들 그리고 붉은색의 2층 버스를 지나치며 달리니 런던에 도착했음이 실감이 난다.

 

내가 생각했던 런던은 타워브릿지나 런던탑과 같은 관광의 상징물이 아닌 도시의 색과 분위기 같은 이미지가 아닌가 싶다. 나에게 도시라는 공간의 이미지는 뉴욕의 맨하튼보다 런던이라는 도시, 그 자체일지도 모르겠다.

 

회색빛 거대하고 반듯한 세인트 폴 대성당이 모습을 드러낸다.

 

세인트 폴 대성당의 건너편 호스텔을 찾고 체크인을 한다.

 

"호스텔 입구에 자전거를 놓아도 괜찮아요?"

 

호스텔의 여직원은 그렇다는 듯 긍정의 답변을 하며 내일 다른 방으로 옮겨야 한다는 안내를 한다. 어디서나 그렇지만 도시의 미소는 친절하지만 상냥함이나 정감은 없다.

 

"안전하지?"

 

여직원은 이번에도 상관없다는 듯이 대답을 한다. 

 

호스텔 창문에 자전거를 묶어두고.

 

패니어와 짐들을 2층의 방으로 옮기고 서둘러 비에 젖은 몸을 씻어낸다. 

 

주변의 저렴한 음식점들과 한국 음식점들을 검색하여 찾았지만 멀리 걸어가기엔 피곤한 몸이 귀찮다.

 

"맛있는 것은 내일 먹자!"

 

여행자 식당에서 간단하게 햄버거로 저녁을 해결하고.

 

숙소로 돌아온다. 런던의 중심에 위치한 세인트 폴 대성당 주변은 쾌적하고 조용하다.

 

"런던도 생각보다 나름 괜찮네."

 

지도를 확인하며 런던의 관광지들을 검색하며 내일의 경로를 생각하다 일찍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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