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91일 / 맑음 ・ 28도
파블로다르-에키바스투즈
파블로다르를 떠나 아스타나로 향한다. 450km의 여정, 카자흐스탄의 수도가 궁금하다.

이동거리
136Km
누적거리
12,858Km
이동시간
9시간 00분
누적시간
926시간

A17
A17
72Km / 4시간 30분
64Km / 4시간 30분
파블로다
도르투크
에키바스
 
 
682Km

・국가정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러시아어, 텡게(1텡게=3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무제한, 9,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3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705-757-9922

 

1시간의 시차가 생기며 딱히 달라진 것은 없지만 괜한 게으름이 시작된다.

"딱 한 시간 만큼의 게으름."

밖에 나가 날씨를 확인하고, 어젯밤 마른 하늘에 천둥과 번개가 요란하더니 선선한 자람이 불며 날씨가 좋다.

출발을 준비해야 하는데, 무심결에 틀어놓은 유시민 작가의 유튜브 강연에 빠져 한 시간을 시청했다.

패니어를 정리하고, 어제 냉동실에 얼려놓은 물을 꺼내려고 하니 냉동실에 있어야 할 물병이 사라졌다.

"에잇, 방심했네."

숙소에 사람들이 많지 않아 신경을 덜 썼더니 누군가가 들고 간 모양이다. 기분이 조금 상한다.

500원 정도의 1.5리터 생수의 가격은 차치하고, 더위를 식히기 위한 회심의 아이템이었는데 말이다.

새로 바뀐 숙소의 여자에게 물어보기도 귀찮고 바로 숙소를 나온다.

얼음물 때문에 말을 걸어오는 사람들에게도 별 흥이 안 나고.

파블로다르를 벗어나기 전, 근처에 있는 정교회를 구경하기 위해 길을 돌아간다.

오늘의 목적지 에키바스투즈까지 는 145km 정도의 거리라 부담스럽지만 큰 상관은 없다.

얼음물 때문에 빈정이 상해 있는 터라 오늘 하루는 아무렇게나 삐뚤어질 것이다.

"삐뚤어질 테야!"

"뉘신지? 1,700년대 사람이라니."

파블로다르의 우거진 나무들 때문에 교회의 전경이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안을 들어갈까, 말까?"

조용하게 교회로 들어가 신부님이 보는 앞에서 과감하게 사진을 찍는다.

"삐뚤어질 거야."

러시아, 카자흐스탄의 정교회는 정숙하고 조용한 분위기가 참 마음에 들고.

벽에 걸려있는 많은 액자와 장식물 등을 구경하는 것도 흥미롭다.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기도를 하는 사람들의 행동, 움직임에서 느껴지는 믿음에 대한 간절함 같은 것.

정말 정성스럽고 바람에 대한 애틋함이 느껴진다.

맹목적으로 아멘만을 외쳐대는 한국의 개신교에서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다.

"대머리 큰목사, 빤스목사 따위에게 아멘이라니."

교회를 나와 아르티시 강변의 산책로를 따라가고.

어제부터 궁금했던 아르티시 강을 가로지르는 철교를 보기 위해 찾아간다.

"정말 구닥다리 철교네."

철교의 근처는 버스들의 종점처럼 보인다. 슈퍼에 들어가 물과 미니 피자처럼 생긴 빵만을 사 든다.

"밥은 가다가 식당에서 해결하지 뭐."

파블로다르를 빠져나오며 도로변에 있는 식당처럼 보리는 곳에 들어갔지만 SM그룹이 운영하는 슈퍼마켓 체인이다.

"도로변에 식당 하나쯤 더 있겠지."

인터체인지를 돌아 아스타나로 향하는 도로에는 아무것도 없다. 왕복 4차선으로 만들어진 도로에는 속도를 내어 달리는 승용차와 화물차만이 바쁘게 지나칠 뿐 아무것도 없다.

도로변에 마련된 공동묘지는 마치 모스크를 줄여놓은 미니어처들처럼 보인다.

정교회를 믿는 사람들의 공간도 함께 있는데, 무슬림의 화려한 무덤에 비해 작은 공간에 소박한 묘비만이 놓여있는 것이 다르다.

한 시간을 달려 도로변의 식당을 발견했지만 영업을 하지 않는 곳이다.

매끈하던 아스팔트 도로는 시멘트 도로로 바뀌며 도로면이 좋지는 않고, 서서히 바람이 강해지기 시작한다.

"글렀어."

슈퍼에서 산 피자 모양의 빵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어떠한 풍경의 변화도 없이 똑같은 도로를 소처럼 달려간다.

두 번째 휴식, 45km를 달렸다. 남은 거리는 100km, 날씨마저 조금씩 더워지기 시작한다.

화물차의 통행이 많고 갓길이 거의 없는 도로여서 너무 시끄럽다.

끝없는 직선 도로가 사방을 둘러봐도 똑같은 초원 위로 길게 이어지고.

가도가도 똑같은 풍경이다.

"에쒸, 물도 떨어져 가네."

몸을 씻고 취사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숙소에서 수돗물을 1.5리터 정도 받아왔지만, 식수용 생수는 슈퍼에서 딱 한 통만을 사 왔다.

지금까지 카자흐스탄의 도로에 드문드문 마을이 있었기 때문에 식당이나 슈퍼 정도는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탓이다.

20분 정도를 달려 도로변에서 조금 떨어진 작은 마을이 보였지만 들어가기가 귀찮다.

"그냥 가자, 주유소라도 하나쯤 나오겠지."

하지만 주유소 같은 헛된 바람은 일찍 버렸어야 했다.

도로는 자꾸만 공사를 하는 느낌으로 변해가고.

"왠지 모르게 불안하다."

멀리 인터체인지를 만드는 공사 구간에서 작업자들이 차량들을 흙길로 우회시키는 모습이 보인다.

"에잇, 정말! 어라, 식당?"

공사장 근처의 도로 건너편으로 작은 식당이 보인다.

작은 식당의 카운터에는 보란 듯이 닭고기 바베큐가 매혹적인 자태를 뽐내고 있다.

"이거, 이거!"

번역기를 사용할 정신도 없고, 손가락질을 하며 고기와 계산기를 번갈아 가며 가리킨다.

"1,000."

300, 500 단위의 도로변 식당의 음식을 먹어온 터라 닭꼬치의 가격에 살짝 당황했지만 비장한 합리화로 정신승리를 한다.

"좋은 고기니까 조금 더 비싼 거겠지."

빵이 얼마나 필요한지 묻는 질문에 두 팔을 들어 엑스자를 만드니 여직원이 이상한 듯 빤히 쳐다본다.

"왜? 난 고기 먹을 때 빵 같은 건 안 먹어."

잠시 후, 아주 성의 있게 접시에 담은 고기를 성의 없이 던져주듯 테이블에 올려놓은 여직원에게 포크를 달라며 귀찮게 하고.

3,000원짜리 닭고기 4조각을 해치운다. 당연히 아쉽고 부족하다.

식당을 나서며 물과 함께 닭고기를 포장한다. 자세히 보니 빵 두 조각을 함께 놓어준다.

아무래도 닭고기 바베큐에 빵이 세트로 나오는가 싶다.

"진작에 빵은 공짜라고 말을 했어야지."

인터체인지 공사를 하는 짧은 우회로를 돌아 도로는 다시 이어진다.

지금까지와 달리 이번에는 가는 방향의 차로를 막고 건너편 차로를 임시 도로로 열어놓아 혼자서 도로를 독차지하고 편안하게 달린다.

마치 중국의 넓은 자전거 도로를 달리는 기분이다. 다시 생각해도 중국의 자전거 도로는 정말 환상적이다.

"심심할 때는 쓸데없는 셀카짓."

도로의 시멘트면을 일정한 간격으로 잘라내어 틈을 만드는 작업과 도로의 주변에 철조망을 쳐서 초원과 분리를 하는 작업으로 사람들이 바쁘지만.

공사 구간으로 막아놓은 도로를 라이딩 한다고 제재하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손을 흔들거나 작업을 멈추고 달려와 사진을 찍자며 반가워한다. 카자흐스탄 사람들은 대부분 일본 사람인지를 묻는다.

한국보다 일본에 대한 인식이 더 높은 것 같다. 일본말로 인사를 하는 경우도 많지만 한국인이라고 하면 잘 알아듣는 것이 우리에 대한 인식도 그리 나쁘지는 않는 것 같다.

아주 멀리에서부터 보이던 공장의 굴뚝과 연기가 조금씩 가까워진다.

"아무래도 저기가 에키바스투즈 근처인가 본데."

에키바스투즈로 들어가는 교차로는 15km 정도의 거리가 남아있고, 에키바스투즈는 교차로에서 10km 정도를 더 들어가야 한다.

중국의 모든 도로는 도시와 연결되지만 러시아, 카자흐스탄의 도로는 도시들과 5~10km 정도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평평한 초원에서 도로를 도시와 연결하지 않은 이유는 잘 모르겠다. 교통의 흐름 때문이라면 도시의 외곽으로 이어놓아도 충분할 것 같은데 말이다.

에키바스투즈로 들어가는 교차로 근처에 식당 하나를 발견하고 그곳으로 목적지를 잡는다.

저녁을 해결하고 식료품들을 보충한 후 적당한 야영지를 찾아봐야겠다.

페달링의 속도가 많이 떨어지면서 도착 시간이 많이 늦어진다.

8시가 넘어가며 붉은 태양은 초원의 지평선을 향해 천천히 내려앉는다.

"멋지네."

여행 전 초원의 라이딩을 생각하며 머릿속으로 그려보던 라이딩의 모습, 지평선으로 붉게 떨어지는 석양의 풍경 속을 달린다.

중국의 내몽골, 몽골의 초원에서 쉽게 할 수 없었던 늦은 시간의 라이딩이다.

"하루 종일 볼거리가 전혀 없더니, 이거면 충분하네."

8시 40분, 도로변의 식당에 도착했지만 야영지를 찾아 갓길이 없는 도로를 더 달릴 수는 없을 것 같다.

"식당 주변에 텐트를 쳐야겠다."

깔끔하게 정리된 식당의 내부.

여전히 난감한 메뉴판.

젊은 여자의 추천으로 카자흐스탄 음식이라는 메뉴를 주문하고, 주변에 텐트를 칠 수 있는지 물으니 흔쾌하게 수락을 한다.

잠시 후 식당의 뒤편에 있는 숙소에서 자라며 1,500 텡게라고 알려준다.

"1,500? 4,500원? 왠지 끌린다."

밥을 먹고 식당의 숙소에 짐을 푼다. 그리고 식당의 아주머니에게 물을 얼려줄 수 있는지 물으니 이미 얼어있는 생수병을 보여준다.

"오, 대박!"

자료를 정리하다 출출해져 포장해온 닭고기를 야식으로 먹는다.

오늘 먹기는 아깝지만 날씨가 더우니 빨리 해치우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언제부터 생양파가 나왔지? 비스크?"

바베큐나 고기에 함께 나오는 양파의 식감과 매운맛이 좋다. 보통 소스를 뿌려 먹는 것 같은데, 생양파를 그대로 주는 식당도 많다.

"그래도 양파는 쌈장이지."

아스타나까지 300km 정도가 남았고, 길은 오늘과 같은 초원이 계속될 것 같다.

왜 사람들이 카자흐스탄 여행에서 알마티 지역으로 경로를 잡는지 알 것 같다.

"난 러시아로 가야 해."


Trak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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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90일 / 맑음 ・ 32도
파블로다르
바람이 불어오는 날, 파블로다르에서 하루를 머물기로 한다.


이동거리
15Km
누적거리
12,722Km
이동시간
3시간 12분
누적시간
917시간

아르티시강
뒹굴뒹굴
15Km / 3시간 12분
0Km / 0시간 00분
숙소
산책
숙소
 
 
546Km

・국가정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러시아어, 텡게(1텡게=3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무제한, 9,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3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705-757-9922

 

바람이 많이 불어오는 날이다. 어제 마셨던 약간의 보드카는 피곤한 몸을 완전히 넉다운 시켜버렸다.

9시에 잠이 깨고 바로 숙소를 연장한다.

"산책이나 가 볼까?"

구글맵으로 확인한 파블로다르에는 특별한 관광지가 없다. 작은 박물관과 정교회, 모스크, 도시 곳곳에 있는 작은 공원들 그리고 아르티시 강변 등이 전부다.

자전거를 챙기고 나가려고 하니 60대 정도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차와 커피를 마시고 가라고 한다.

어제 숙소에 있던 아주머니 보다 훨씬 친절해 보이는 아주머니는 젊었을 때 예쁘다는 소리를 제법 들었을법하다.

"야속한 세월이네. 뭐, 지금도 많이 예뻐요."

32도의 기온과 24km/h의 바람이 예보된 하루, 강한 바람에 자작나무들의 흔들림이 요란하다.

차량의 통행은 많지만 경적을 울리거나 크게 불편함을 주는 운전자들은 아니다.

작은 도시인데 곳곳에 공원들과 산책로가 정말 많다.

이곳의 조각상들은 왠지 감성적이다. 강렬한 느낌의 중국, 강인한 느낌의 몽골, 러시아의 상징적 조각들과는 달리 서정적이고 애잔한 느낌이 들 정도이다.

도로변의 인도들은 울창한 가로수에 싸여 아늑하고 시원하다.

곳곳에 예쁜 카페들도 보이고.

현대식 건물들조차 높고 웅장하기보다는 작은 도시의 한 부분처럼 어울림이 좋다.

어디를 가든 길은 작은 공원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곳에는 작은 나무 벤치들이 놓여있다.

"영원한 기억."

큰 기대없이 도착한 아르티시 강변은 생소한 풍경이다. 잘 정비된 산책로와 자전거길 그리고 작은 모래사장에는 수영복을 입은 사람들이 일광욕을 즐기거나 수영을 하고 있다.

야외 수업을 하는 듯 한 무리의 학생들이 백사장에서 운동을 하고 있고.

백사장에는 나무로 만든 파라솔이 설치되어 있고.

마치 동해안의 작은 해변처럼 느껴진다.

신발을 벗고 백사장을 거닐며 잠시 강물에 발을 담근다.

작은 물고기들이 발을 간지럽히고.

강가의 돌 위에 앉아 시간을 보낸다.

"수영복이 하나쯤 필요하겠어."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는 강변의 공원에서.

냉커피 한 잔으로 속을 달랜다.

러시아의 광장도 마찬가지였지만 공원에 울려퍼지는 클래식 연주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 같다.

파블로다르의 지도를 검색하다 공원 주변에 있는 버거킹을 발견하고.

"카자흐스탄의 햄버거도 먹어봐야지."

시원한 매장은 한가롭고, 메뉴판에서 간단한 버거세트를 주문한다.

직원은 이름을 묻더니 영수증에 이름을 적어놓는다.

"오호, 이런 시스템."

가끔씩 방송으로 고객의 이름을 부르는 안내 멘트가 나오고, 싸비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1,700텡게면 우리 돈으로 얼마지?"

시원하고 한적한 매장에서 시간을 보내고, 노트북을 가져왔다면 좋았겠다 싶다.

다른 곳을 둘러보기 위해 밖으로 나온다. 30도를 알려주는 커다란 온도계를 지나.

예쁜 목조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1897이라는 숫자가 지붕 위에 세워진 박물관처럼 보이는 목조 건물이다.

자주빛 짙은 색에 하얀 창틀과 문양이 조각된 목조 건물이 정말 예쁘다.

"정말 걷고 싶게 만드는 골목들이네."

작은 골목길들을 따라가며 시내를 구경하고.

은행에서 비상금도 조금 보충하고.

현대식 건물들도 참 예쁘게 짓는다.

대리석의 탑이 세워진 곳은 2차 세계대전의 추모공원이다.

탑 아래로 횃불이 타오르고 공원에는 참전 군인들의 조각상이 세워져 있다.

인도와 산책로, 골목과 도로가 울창한 가로수 사이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다.

"도시 전체가 공원처럼 느껴지네."

골목과 작은 이면 도로를 따라오다 보니 숙소 근처로 되돌아온다.

"모스크를 구경하러 가 볼까."

예쁜 상점들도 많고.

골목길을 따라가며 호기심 가득한 즐거움이 느껴진다.

이리저리 모스크의 방향으로 길들을 따라간다.

"숙소 근처의 맛집인가 보다."

햄버거를 파는 노점에 젊은이들이 서서 기다리고 있다.

"24시 오픈이면, 저녁에 와 볼까."

거미줄처럼 이어지는 아파트 단지의 골목길을 따라가고.

어제 보았던 모스크에 도착한다.

"어, 반바지 출입금지네."

이슬람의 모스크 내부를 본 적이 없어 그 모습이 궁금한데 복장이 문제다.

"들어가 보자. 안되면 나오고."

모스크 안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가니 입구의 안내 데스크처럼 보이는 곳에서 인상 좋은 아저씨가 잠시 당황을 한다.

"신발을 벗어야 해."

신발을 벗자 아저씨와 한 중년의 여자가 맨발을 보더니 난감한 듯 양말를 신어야 한다며 제스처를 한다.

아주머니가 자신의 부츠를 벗어 양말을 보여주려고 하는데 자신도 맨발이다.

아저씨는 미소를 짓더니 잠깐 구경을 하라며 예배당의 방향을 알려준다.

원형으로 만들어진 넓은 예배당에는 서너 사람이 벽을 향해 기도를 올리고 있고, 예배당의 천장과 벽은 화려하진 않지만 공간의 웅장함이 느껴진다.

잠시 구경을 하고 안내 데스크로 나오니 아저씨는 어디서 왔는지를 묻고서, 긴바지와 양말를 신고, 모자를 써야한다고 알려준다.

"아쉽지만 다음에 복장을 갖춰 모스크 내부를 자세히 구경하는 것으로 하고."

다시 골목길을 따라 숙소로 돌아온다.

오래된 아파트 단지 내에 놀이터를 지나고.

작은 학교도 지나고.

재미있는 사진의 생맥주 가게도 지나며 구불구불 연결되어 있는 골목길들이 재미를 준다.

슈퍼에서 음료수와 물, 요거트를 사 들고 숙소로 돌아오니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분이 숙소를 지키고 있다.

"세탁기를 사용할 수 있어요?"

"500텡게."

"오우, 500?"

세탁기를 사용하는 비용에 놀라니 지긋이 웃더니 '너는 공짜야'라고 하신다.

세탁물을 세탁기에 올려놓고 샤워를 하고 방에 들어가 쉰다. 몇 시간 후에 세탁기를 돌리려고 나가니 아주머니가 이미 세탁을 하여 건조대에 옷들을 널어놓았다.

"감사합니다."

인사를 했더니 나이를 묻고는 '너보다 24살이 많아. 괜찮아'라고 하신다.

속옷까지 세탁을 한 것을 괜찮다고 하신건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 더 인사를 드린다.

카자흐스탄은 다민족 국가이다 보니 동양인처럼 보이는 사람도 많이 보인다. 워낙 친절한 사람들이라 불편한 것도 없지만 외모상으로 특별히 두드러져 보이지도 않아 아주 편안하다.

물론, 말 한 마디만 하면 바로 티나지만..

저녁 6시가 넘어도 햇볕이 강렬하다. 카자흐스탄의 여름은 우리와 비슷한 느낌이다.

숙소 건너편의 식당에 꼬치구이 현수막에 정신이 팔리고.

식당으로 들어가 사진을 보여주며 주문을 했지만 돼지나 소가 아닌 닭이 나온다.

"이건 사실관계가 다른데."

어쨌든 고기니까, 6,500원 정도로 시원한 맥주 한 잔까지 할 수 있으니 그만이다.

9시 45분, 열시가 되어가는데 밖이 너무나 환하다.

"이상한데."

숙소 전광판의 시계는 한 시간이 느리다.

"언제 변한 거지?"

숙소의 아주머니에게 한 번 더 확인하니 1시간 느린 것이 맞다고 한다.

"얼떨결에 한 시간이 생겨버렸네."

"어쩐지 요즘 피곤하더라. 시차때문이었어."

내일 가야 할 에스크바스투즈는 145km 정도의 거리, 라이딩을 하며 목적지를 결정해야겠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89일 / 맑음 ・ 26도
아크큐-파블로다르
카자흐스탄의 두 번째 도시, 파블로다르로 향한다.


이동거리
107Km
누적거리
12,707Km
이동시간
6시간 33분
누적시간
914시간

M38
M38
52Km / 2시간 53분
55Km / 3시간 40분
아크큐
야미쉐보
파블로다
 
 
531Km

・국가정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러시아어, 텡게(1텡게=3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무제한,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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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증30일
・대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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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햇볕이 따갑다.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잠을 깨보니 오늘은 소들이 자연의 알람음을 울린다.

"저리 가. 임마!"

카자흐스탄의 초원에도 시원한 굿모닝을 알리고, 텐트를 정리하고 도로변의 쉼터로 나간다.

파블로다르가 가까워지며 도로에는 15km 정도의 일정한 간격으로 쉼터가 만들어져 있다.

빵과 사과로 아침을 해결하고, 도로변의 식당에서 이른 점심을 먹을 생각이다.

파블로다르까지 100km 정도의 거리, 빠른 이동과 휴식을 반복하며 더위 속을 달려갈 것이다.

한 시간을 달리고 버스정류장에서 자전거를 세운다.

양치로 기분 전환을 하고.

다시 한 시간을 달려 이번에는 버스정류장의 화장실을 체험한다.

"심플한데, 뭔가 어색한 구조는 뭘까? 구멍이 너무 작잖아!"

카자흐스탄의 도로변 버스정류장에는 이런 화장실이 하나씩 갖춰져있다.

잠시 후 사람들과 사진을 찍고.

도로변의 브로들과도 찍고.

몇몇의 마을을 지나쳤지만 도로와 떨어진 곳에 있어 슈퍼나 식당을 찾지 못하고 1시가 되어간다.

첫 번째 만난 작은 식당으로 들어가.

식당 안을 둘러보고 작은 냉장고를 살피다 테이블에 올려진 묘한 색깔의 콜라를 발견한다.

차갑게 냉장이 된 콜라병 속의 내용물을 궁금해하다 냄새를 맡아보기 위해 뚜껑을 돌리니 피식하며 탄산가스가 올라온다.

"이거 콜라인데."

카운터 위에 올려진 음식들 중 계란지단으로 만든 음식을 가리키니 아주머니는 계산기를 들고 300+300을 한다.

콜라를 마시려고 하니 아주머니는 유리잔을 주려고 한다. 유리잔을 사양하고 병째 마시려니 콜라가 안 나온다.

"아하, 얼려놨구나. 센스쟁이."

아주머니가 피식 웃으며 유리잔을 건네준다.

시원한 콜라와 함께 계란지단 안에 고기와 야채를 다져 넣은 이름 모를 음식을 맛있게 먹고.

"하나만 더 주세요!"

"하나 더 주세요!"

카운터에 올려진 세 개의 계란지단을 모두 먹어버린다.

"50km 남았네. 가 볼까."

도로에서 자전거를 세워 태워주겠다는 멋쟁이 할아버지를 만나고.

"할아버지, 카메라를 봐야죠."

언더바를 잡고 50분 동안 21km를 이동한다.

"덥다. 빨리 끝내자."

버스정류장에서 가족들을 만나 즐겁게 사진을 찍고.

"웃어야지. 보이!"

한 시간 라이딩 후 충분히 휴식을 하며 글과 사진을 업로드한다. 더위에 방법이 없다. 빨리 달리고 충분히 휴식을 하며 피해 갈 수밖에.

3시, 29km 정도만이 남았다.

공장의 희뿌연 연기와 함께 도시의 실루엣이 보이기 시작한다.

"왔다!"

매끈해진 시내의 도로를 따라.

커다란 회전 교차로를 건너고.

파블로다르의 시내가 시작된다.

트램의 마지막 종착점인 것 같은 정차를 하고 있는 트램들을 지나고.

"하나 쪼개서 시원하게 먹고 싶다."

역시나 파블로다르의 시내길도 평평하다.

도로의 좌우로 푸른 가로수들이 울창하고.

트램의 철로는 도로의 정중앙에 완전히 분리되어 있다.

도로변을 따라 산책로와 공원들이 잘 조성되어 있고.

뭔가 여유롭고 편안한 분위기의 도시다. 어수선했던 세메이와는 다른 느낌이다.

러시아의 알타이 지역, 몽골의 도시와는 달리 잘 정비가 된 가로수와 도로들.

울창한 나무들을 잘 정비해 놓으니 도시 자체가 생기있고 깨끗하다.

파스텔톤의 알록달록한 아파트들.

어디를 가나 여름철 분수대는 인기 만점.

시내의 정중앙, 공원 내에 있는 모스크를 구경하기 위해 도로를 건넌다. 차로와 완전히 분리된 트램의 철로를 지나고.

공원의 하늘 위로 모스크의 첨탑들이 솟아있다.

"꽤 크네."

아직 모스크의 내부를 본 적이 없어서 내일 파블로다르에서 하루를 머문다면 구경해 보고 싶다.

"다스베이더 같기도 하고."

숙소 방향으로 러시아의 전쟁공원 같은 것이 있다.

광장의 비둘기는 나는 법을 잊었나 보다.

커다란 카자흐스탄 국기의 뒤편으로.

공원이 조성되어 있고, 산책로를 따라 전쟁 전사자들에 대한 정보들이 적혀있다.

쾌적하고 시원한 공원의 벤치에는 가족과 연인 그리고 연세가 든 어르신들이 앉아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내 앞에서 뽀뽀만 하지 말아라."

공원의 끝에 기념 조각상이 세워져있고.

용맹스러운 군인의 모습도, 헤어짐의 슬픔을 담은 조각상도 아닌 주저앉아 있는 군인의 조각상에서 왠지 모를 슬픔이 느껴진다.

전쟁이란 참으로 가혹한 것이다.

5~6km 정도의 시내를 가로질러 외곽에 위치한 숙소를 찾아간다.

트램의 철로를 건너 구글맵이 가리키는 곳에 도착했지만 숙소는 보이질 않고.

주변을 빙빙돌며 방황을 하다 고르노 알타이스크의 게스트하우스가 생각이 난다.

"설마 아파트 지하?"

생각대로 건물 안쪽 측면에 숙소로 보이는 간판이 보인다.

제법 깨끗하고 넓은 프런트 공간을 두리번거리고 있으니 중년의 아주머니가 나온다.

어렵지 않게 체크인을 하고, 자전거는 안쪽에 보관해 둔다.

큰 소파를 개조해서 만든 간의 침대인데, 나름 푹신하고 좋다.

"슈퍼 어디에 있어요?"

샤워보다 시원한 물과 음료수가 더 급하다.

도로 건너 작은 슈퍼에서 물과 음료수를 사서 드링킹, 속이 다 시원하다.

도시 전체를 연결하는 트램은 느리지만 클래식한 매력이 있다.

"내일 타 볼까?"

더위 속에서 엄청나게 많은 물과 음료를 마시고 온몸을 적시며 버티고 있다.

"몽골이 아닌 게 어디냐!"

숙소로 돌아와 공용 샤워실에서 샤워를 한다.

"여긴 하녀가 없어서 알아서 씻어야 해. 문 잘 닫고, 내가 훔쳐보지는 않을 거야."

아주머니가 웃으며 농담을 한다.

배는 고픈데, 졸음이 쏟아진다. 어제의 바람과 3일 동안의 무더위에 피곤했나 보다.

"밥을 먹어? 말어?"

"일단, 나가자!"

아주머니에게 메뉴를 물어보니 자신은 식당에 가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 질문이 아니잖아요!"

숙소 건너편에서 스테이크 그림이 좋은 레스토랑을 발견하고 들어간다.

가급적 늦은 시간에 술을 파는 곳은 가고 싶지 않지만 오늘은 피곤하니 보드카 한 잔을 해야겠다.

흥겨운 음악이 나오는 간접조명 만땅의 레스토랑에서 칵테일과 주스를 만드느라 바쁜 잘 생긴 남자와 번역기를 들고 토론을 하고.

"잘 생긴 놈이 친절하기까지 하니까 매력적이군."

나쁜 놈들 제외하고 카자흐스탄 사람들의 기본 성향은 정말 순하고 친절한 것 같다. 급하지 않고 나긋하면서도 밝은 기운이 전이되는 것처럼 편하다.

"이쯤 되면 나쁜 놈 좀 만나보고 싶네."

부드럽고 두툼한 스테이크는 맛이 좋고, 몽골에서 마지막으로 마시고 처음 마시는 보드카는 달달하다.

약간의 보드카가 취기를 불러온다.

쓸데없는 감정의 무게가 느껴진다. 쓸쓸함 같은 것.

숙소에 돌아와 기절한다.

"내일은 좋아질 거야."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88일 / 맑음 ・ 28도
세미온노브카-아크큐
파블로다르를 향해서 달려간다. 아침부터 불어오는 쌀쌀한 바람이 심상치 않다.

이동거리
115Km
누적거리
12,600Km
이동시간
8시간 57분
누적시간
907시간

M38
M38
66Km / 5시간 35분
49Km / 3시간 22분
세미온
쉐르바크
아크큐
 
 
424Km

・국가정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러시아어, 텡게(1텡게=3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무제한, 9,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3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705-757-9922

 

아침부터 찬바람이 불어온다. 바람결에 흔들리는 자작 나뭇잎 소리가 너무나 좋다.

쌀쌀한 기운 탓에 침낭 속을 벗어나기가 싫다.

"자연의 알람이라니?"

한 무리의 말들이 먼지를 휘날리며 뛰어가는 통에 화들짝 놀라 일어난다.

아침으로 예브게니 아저씨가 준 전투식량 중 메밀죽을 선택하고.

메밀죽과 장조림은 메밀밥과 야채 통조림이다. 고르노 알타이스크에서 러시아의 전투식량들의 내용물을 안드레가 알려줬는데 약간 차이가 있다. 번역기의 오류겠지 싶다.

전투 식량들이 하나같이 맛이 좋다. 러시아 장교들은 전쟁이 나도 굶어 죽지는 않겠다 싶다.

텐트를 정리하고 출발을 준비한다. 파블로다르까지 210km 정도가 남았고, 오늘 가급적이면 많은 거리를 줄여놓고 내일 파블로다르에 일찍 도착하고 싶다.

여행을 하다 보니 혼잡하고 숙박비가 비싼 도시는 일찍 들어가 숙소를 잡은 후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게 좋은 것 같다.

오늘도 평평한 카자흐스탄의 초원을 달려야 한다. 맞바람으로 불어오는 바람의 강도가 심상치 않아 바람막이를 꺼내어 입고 출발을 한다.

"바람이라면 이제 이골이 난다."

이번 이정표에는 누르술탄이 아니고 아스타나로 적혀있다. 645km.

한 시간을 달리고 소나무 그늘에 앉아 잠시 쉬며 어제 세메이에서 사놓은 빵으로 부지런히 먹어둔다.

"오늘 꽤나 힘든 라이딩이 될 것 같아."

빵을 먹는 동안 작은 나비가 손등을 타고 내려앉는다.

"어디서 온 거니?"

바람이 힘들다. 그리고 30도를 향해 오르는 기온은 불어오는 바람으로도 더위를 식히지 못한다.

"하나만 해. 하나만!"

기분 탓인지 아니면 바람 탓인지 계속 오르막을 올라가는 기분이다.

멀리 높은 송신탑이 보이고.

작은 식당이 하나 있다.

"시원한 물!"

식당으로 들어가기도 전에 한 부부에게 붙잡혀 이리저리 사진을 찍히고.

겨우 식당으로 들어가 카운터의 아주머니에게 10,000텡게를 보여주니 고개를 가로 젖는다. 주머니 속에 잔돈은 500텡게 밖에 없는데 밥값은 800텡게.

카자흐스탄의 작은 슈퍼나 음식점에서 10,000텡게를 쪼개는 것이 어렵다. 잔돈들을 모았지만 세메이의 숙소에서 10,000텡게를 받고 되돌려줄 잔돈이 없다고 해서 모아둔 잔돈을 모두 써버렸다.

"밥 못 먹는 거야?"

조금 전 정신없이 사진을 찍던 남자가 그 모습을 보더니 지갑에서 5,000텡게 두 장을 꺼내어 돈을 교환해 준다.

5,000텡게를 흔들며 웃으니 아주머니도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다. 그것을 보고 남자는 5,000텡게도 쪼개주겠다며 2,000텡게와 1,000텡게로 나눠 교환해 준다.

메뉴 중, 느낌대로 아무거나 주문을 하니 감자와 고기가 들어간 면요리가 나온다.

특별한 맛은 아니지만 오늘의 컨셉은 부지런히 먹고 바람과 한 판 부대껴보는 것이다.

밥을 먹는 동안 아주머니가 자전거를 안쪽으로 들여놓으라고 한다.

"허허벌판에 누가 있다고?"

밖으로 나가니 십여 명의 가족들이 모여 사진을 찍고 있고, 그들에게 붙잡혀 온갖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힌다.

"아, 이 귀여운 사람들을 어떻게 하냐."

네트워크가 연결되는 곳에서 사진들을 업로드하고.

"초원의 바람은 정말 답이 없다."

몽골이 2,000미터의 초원 지대라면 카자흐스탄은 100미터 이내의 초원이다. 하늘과 구름의 색과 모양이 다를 뿐 주변의 풍경은 거의 흡사하다.

잠시 공사 중인 도로를 만나 당황했지만.

우회하는 비포장도로는 짧게 끝이 난다.

"놀랐다야."

새로 아스팔트가 깔리고 버스 정류장이 만들어지고 있는 곳에서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쉬고.

바람과 더위 속에 전혀 변하지 않는 풍경 속을 한 시간 반 동안 달린다.

"그늘도 없어!"

오르막의 끝에 다다르고 적당한 소나무 그늘을 찾으며 힘들게 이동을 하던 중.

도로변의 식당이 눈에 들어온다.

자전거를 내던지듯 세워놓고 가게 안으로 직행한다.

콜라를 집어 드는 할머니에게 연신 손사래를 치며, 어제 젊은 남자들이 주었던 음료를 달라고 손가락질을 한다.

문 앞에 있는 세면대에서 세수를 하고 머리와 온몸에 물을 적시고.

그늘에 앉아 음료수를 드링킹.

"아, 살 것 같다."

불어오는 바람에 열기가 사그라들고, 식당에서 점심을 먹던 화물차의 운전자가 나와 자전거와 나에게 관심을 갖는다.

말을 붙이기가 무섭게 인사를 하더니 인스타그램을 등록하고 영상을 찍는다. 아마도 인스타그램의 스토리를 올리는 모양이다.

처음 찍은 영상이 마음에 안 드는지 다시 영상을 찍으며 나에게 인사말을 강요하고.

"하이, 아임 싸비. 트레.."

인사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뭔가를 중얼거리며 자기말을 하더니 촬영을 종료한다.

물을 가리키며 뭔가를 말하고 화물차에서 물 두 통을 가져와 패니어에 끼워 넣는다.

"야, 찬물을 줘야지. 그건 짐이야!"

주는 것을 사양할 수도 없고, 졸지에 미지근한 물 부자가 돼버렸다.

"고맙다. 발 씻을 때 쓸게."

구름 한 점 없던 하늘에 어느새 솜뭉치 같은 구름이 가득하고.

다시 40여 분을 달리고 도로변에 있는 식당으로 이끌리듯 들어간다.

"그늘!"

식당에는 슈퍼를 겸하고 있어 카운터로 걸어가 음료수를 달라 애원한다.

"아니, 저기 레몬! 레몬!"

동전을 많이 사용하다 보니 아주머니의 동전통이 가득하다.

아주머니는 웃으며 밥은 안 먹는지를 묻는다. 알 수 없는 메뉴 중 양고기가 들어간다는 수프를 주문하고.

큼지막한 양고기가 들어간 야채수프와 빵, 그리고 아주머니가 미소를 지으며 건네준 카바스와 같은 시원 음료로 식사를 한다.

꽤 괜찮은 맛이고, 오늘 저녁은 먹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다.

6시가 넘어가며 조금씩 바람의 강도도 약해져 가고.

도로에 정차시킨 세 대의 차량에서 가족들이 내리며 반갑게 인사를 한다.

가족들과 정신없이 사진을 찍고, 갑자기 차의 트렁크를 열더니 음식들을 비닐봉지에 담아준다.

차갑게 보관을 한 피자처럼 좋은 냄새가 나는 빵도 넣어주고.

사진을 찍는 동안 음식을 넣은 비닐봉지는 자전거의 후미에 매달아 놓았다.

"음, 미학적 관점에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고맙고, 오늘 저녁 걱정이 없네."

봉지에 담긴 우유로 갈증을 달래고.

7시가 되면서 하루 종일 괴롭히던 바람은 페달링을 하는데 방해가 되지 않을 만큼 줄어든다.

"좀 달려 볼까."

지평선을 향해 떨어지는 해를 두고 멀리 오늘의 목적지 아크큐의 실루엣이 보인다.

"10km는 족히 넘겠는데."

구불구불 이어지는 아르티시 강을 따라 15km 정도를 달려 아크큐에 도착한다.

양을 몰고 집으로 돌아가는 아저씨의 모습은 몽골의 목동들과는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마을의 초입 버스 정류장에서 구글맵으로 야영지를 찾는 동안 승용차에서 내린 젊은 남자의 가족이 반갑게 인사를 한다.

예르젠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남자는 사진을 찍은 후, 바쁘게 차량 안을 뒤적이더니 500텡게와 동전을 주고 웃으며 떠난다.

카자흐스탄으로 와서 낯선 여행자에 대한 경계의 눈빛이나 몸짓, 불온한 시선 같은 것은 느끼지 못했다.

하나같이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하고 밝게 웃어준다. 정말 정이 많고 편안한 사람들이다.

8시 50분, 하루 종일 불어온 맞바람 때문에 생각했던 시간보다 많이 늦어졌다. 캠핑을 할 장소를 찾으며 도로를 따라가지만 정말 아무것도 없는 초원이 이어진다.

아르티시 강이 도로와 근접해지는 지점에서 강변에 텐트를 치려고 했지만 강은 하천과 비슷할 만큼 작고, 시야에 완전히 오픈되어 있다.

강의 건너편 초원과의 경계에 작은 나무 군락지로 들어간다.

서둘러 텐트를 치고, 식당에서 화물차 남자에게 받은 물로 팔과 다리를 씻어낸다.

지평선으로 빠르게 해가 떨어진다.

"힘든 하루였다."

마지막 가족이 비닐봉지에 넣어준 사과와 오이 그리고 피자 같은 빵으로 저녁을 해결하고 바로 잠자리에 든다.

완전히 어둠이 내려앉고, 잠시 소변을 보기 위해 밖으로 나가니 까만 하늘에 별들이 빼곡하게 박혀있다.

"쏟아져 내릴 것만 같다!"

은하수로 보이는 별의 무리들이 하늘 위로 가로질러 이어지는 밤하늘이 아름답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87일 / 맑음 ・ 34도
세메이-세미온노브카
하루 휴식을 마치고 파블로다르로 향해 간다. 한여름의 무더위, 힘든 라이딩이 될 것 같다.


이동거리
118Km
누적거리
12,485Km
이동시간
6시간 56분
누적시간
898시간

M38
M38
80Km / 4시간 16분
38Km / 2시간 40분
세미이
베스카라
세미온
 
 
309Km

・국가정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러시아어, 텡게(1텡게=3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무제한, 9,000원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3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7-705-757-9922

 

9시가 되어서야 잠에서 깨었다. 편한 잠자리인데 마음이 뒤숭숭하다.

바람이 불어오는 것 같은데, 오늘의 기온도 34도를 예보하고 있고 벌써 29도를 찍고 있다.

짐들을 정리하는 동안 어제 숙소에 들어왔던 바이크 여행자가 인사를 한다. 일본인 바이커와 인사를 하고 명함을 주려는데 패니어가 방안에 있다.

핸들 패니어와 헬멧을 챙기고 내려오니 일본 친구는 사라지고 나탈리나가 배웅을 나온다.

나탈리나는 자신의 핸드폰을 들고 사진을 찍자고 한다.

"같이 찍자!"

나탈리나는 환하게 웃으며 묶고 있던 머리를 풀어헤친다.

"뭐, 여성성 강조 같은 거야?"

"파블로다르로 가 볼까!"

10시 45분, 늦은 출발이지만 아침을 먹기 위해 어제의 식당으로 갔지만 영업 전이고, 슈퍼를 찾아 도로에서 벗어나 시내의 골목으로 들어간다.

슈퍼에서 물과 요거트, 빵을 사서 패니어에 넣고, 사람들에게 식당을 물으니 조금 멀리 있다.

"시내 외곽에 식당 하나쯤 있겠지. 출발!"

10분 정도 파블로다르로 향하는 도로를 따라가는 사이 세메이의 시내가 끝나버린다. 

"힝, 이게 아닌데."

아침을 포기하고 길을 따라가는 동안 지나가는 차량들에서 반가운 인사들을 건넨다.

조금 전에 지나간 빨간 소형차가 멀리서 정차를 하고, 할아버지가 차에서 내려 자전거를 세운다.

가볍게 악수를 청하더니 무어라 말하며 1,000텡게를 건네준다.

"스바시바!"

별말씀도, 질문도 하지 않고 웃으면서 인사를 하고 쿨하게 떠나신다.

"카자흐스탄 사람들은 정말!"

할아버지와 만났던 곳에서 멀지 않게 작은 식당이 도로변에 있다.

생각할 것도 없이 카페로 들어가.

현수막에 그려진 메뉴를 주문하고 빵과 차를 묻는 질문에 차가운 것을 달라고 하니 러시아의 카바스 같은 음료를 냉장고에서 꺼내어 따라준다.

호텔을 출발하여 40분 정도밖에 안 움직였지만 시원한 음료 한 잔에 밀려든 갈증이 내려앉는다.

잠시 후 면에 소고기가 올라간 음식이 나오고, 800텡게 요리인데 카자흐스탄은 음식값이 싸지만 대신 양이 조금 적은 편이다.

식사를 끝내고 계산을 할 때까지 약간 무표정했던 주인 여자가 나를 따라나와 자전거를 보더니 유리문을 두드리고 방긋 웃으며 엄지를 치켜세운다.

"오, 츤데레!"

파블로다르로 향하는 길은 소나무 숲을 가로지르고.

앞서가던 자동차가 서더니 밝게 웃는 아저씨가 손을 흔든다.

"코리안?"

차에서 중년의 남자와 젊은 여자가 내리며 환하게 웃으며 사진을 찍자고 한다. 젊은 여자는 한국의 아이돌이라도 만난 것처럼 좋아한다.

여자에게 명함을 주니 작은 환호성까지 지른다.

"이러다 오늘 내 목적지를 갈 수 있을까?"

여전히 도로의 상태가 아쉬운 세메이 외곽의 소나무 숲을 따라가고, 숙소에서 만났던 일본인 오토바이가 지나가며 손을 흔들며 지나친다.

잠시 후 주유소에서 기다리는 일본인 일행에게 인사를 하며 자전거를 세운다.

일본인 둘과 인도인, 일본 친구들은 유럽으로 그리고 인도 친구는 인도로 가기 위해 오늘 파블로다르로 이동한다고 한다.

각자의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고, 행운을 빌며 인사를 한다.

주유소를 지나고, 지금까지 못내 아쉬웠던 도로가 매끈한 아스팔트로 변한다.

이정표는 파블로다르까지 357km를 알려주고.

"이틀 반나절이면 되려나."

왜 이곳에 소나무 군락지가 생겨났는지 모르겠지만 울창한 소나무 숲은 꽤 매력적이다. 소나무 외 다른 종류의 나무는 전혀 보이질 않고 빼곡하게 자란 소나무 숲에선 솔내음이 은은하게 퍼진다.

차즘 소나무가 사라지며 평지의 초원으로 변하는가 싶더니.

다시 소나무 숲이 이어진다.

소나무 그늘에서 햇볕을 피하며 잠시 쉬고.

길을 이어가지만 더위에 쉽게 지쳐가고, 갈증에 목이 탄다. 아침에 산 물은 뜨거워져 마실 수도 없다.

그늘조차 없는 길이 계속 이어지고, 머릿속에는 온통 시원한 냉수 한 모금뿐이다.

페달링이 느려지고 목이 따끔거리며 갈증이 올라올 때쯤 마을의 초입을 알리는 구조물이 나온다.

구조물에 새겨진 조각상이 특이하다. 유목 농경민을 상징하듯 남과 여 그리고 밀의 모양이 조각되어 있다.

도로를 따라 작은 마을이 이어지고.

도로변에는 꿀과 반야에 사용하는 나뭇가지들을 파는 노점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손님을 기다린다.

도로변의 슈퍼를 찾았지만 문이 닫혀있고.

길을 가는 아이들에게 슈퍼의 위치를 물어 다음 슈퍼를 찾아간다. 요염한 사자상이 세워진 슈퍼다.

에어컨이 나오는 슈퍼에서 콜라를 집어 들고, 냉장고를 가리키며 '녯가즈'를 외치니 주인 여자가 웃으며 뭔가를 말한다.

카자흐스탄에서는 녯가즈가 아니고 다른 말로 부르는지, 어쨌든 말을 알아들은 아주머니가 물을 골라 준다.

"작은 슈퍼에서도 유심카드를 다 파네."

요염한 사자상 옆에서 콜라와 물을 없애는 동안 지나가는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고, 차량 한 대가 정차한 후 인사를 하고 물을 가리키며 뭔가 제스처를 하더니 슈퍼로 들어간다.

잠시 후 슈퍼에서 나온 남자들은 큰 생수와 해바라기씨 봉지를 건네준다.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으니 와츠앱으로 사진을 보내달라며 친구를 맺자고 한다.

"뭐가 이렇게 유쾌해."

해바라기씨와 물들을 정리하는 동안 자신들의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고, 아이를 자전거에 앉혀 사진을 찍고는 깔깔거리며 웃는다.

여기저기에서 친절과 환대, 밝은 웃음을 무차별 폭격 당하고 있다.

"다름 마을이 25km 정도에 있으니 거기에서 요기를 해야겠다."

마을을 벗어날 때쯤 하늘이 흐려지며 따가운 햇볕이 구름 뒤로 숨는다.

작은 바람이 불어와 자전거의 속도를 줄여놓았지만 더위와 갈증이 사라진다.

"비라도 내렸으면 좋겠네."

길쭉하게 하늘로 솟은 소나무 숲을 지나고.

작은 마을을 지나.

다시 소나무 숲이 이어진다.

"거의 온 것 같은데, 당 떨어진다."

넓은 갓길에 자전거를 세우고 비상식으로 허기를 채운다.

"어라. 요거트가 아니고 우유네. 망했어!"

우유에 시리얼을 넣고, 빵과 함께 먹는다.

"다시 고고싱!"

소나무 숲을 지나 멀지 않은 거리에 마을이 나온다.

"어떻게 읽는 거야. 베스카라가이?"

하늘색 창문의 나무집들과 흙길의 골목과 나무 전봇대들이 어지럽게 들어선 시골 마을이다.

집 안에 있는 텃밭을 제외하면 80년대 초반의 우리네 시골과 비슷한 느낌이 난다. 카자흐스탄 마을의 특이한 점은 마을 가까운 곳에 공동 묘지가 조성되어 있다.

이곳은 마을의 도로 건너편에 공동 묘지의 모습이 보인다.

마을이 끝나는 곳에 파블로다르와 누르술탄의 거리를 알려주는 이정표가 있다. 누르술탄은 카자흐스탄의 수도 아스타나의 또 다른 지명이다.

"아스타나까지 685km! 일주일 만에 가겠어!"

5시, 오늘의 목적지 세미온노브카까지 30km 정도가 남았다. 늦게 출발했지만 생각보다 일찍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름도 어려운 마을을 벗어나자 난데없이 강풍이 불어오고 하늘빛이 수상해진다.

"뭐야? 불안하게."

강풍은 거세지고 모래가 날리며 종아리를 따갑게 때려댄다. 휘청거리는 자전거, 마주 오는 화물차의 역풍은 좌우로 자전거를 휘청거리게 만들고, 지나치는 화물차는 자전거를 빨고 들어간다.

"뭔가 익숙한, 너무나 잘 아는 이 느낌."

바람이라면 몽골에서 졸업을 한 것 같은데, 카자흐스탄의 초원에서 불어오는 돌풍의 상황도 몽골과 똑같은 모양새다.

이곳저곳에서 모래 먼지가 날리며 돌풍이 불어온다.

잠시 도로변의 카페에 자전거를 세우고 바람을 피한다.

"어이가 없네."

앞쪽으로 버스 정류장이 보여 자전거를 끌고 이동한다.

바람이 잦아들기를 기다리고.

6시, 조금씩 하늘이 밝아진다.

여전히 바람이 불어 8km 정도의 이동 속도를 만들어 놓지만 앞쪽의 하늘은 맑아지기 시작한다.

약간의 오르막을 오르고.

전방으로 펼쳐진 풍경은 깨끗한 평면의 초원이고, 하늘에서 빗방울이 하나둘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몽골이냐!"

비가 내리려고 요란스럽게 바람이 불었나 싶다.

하늘빛은 한두 방울 떨어지다 말 것 같고, 비가 내린다 해도 괜찮을 것 같다.

밝게 변하는 하늘을 보며 열심히 페달링을 하던 중 앞쪽에 SV 차량이 정차하고 세 명의 남자가 인사를 한다.

손 인사를 하며 지나치니 잠시 후 나를 지나치며 음료수 병을 들고 흔들어 댄다.

다시 앞쪽에 정차를 한 남자들과 인사를 하고 정중하게 음료수를 받아든다. 냉기가 완벽한 시원한 음료는 천국의 선물이다.

남자들과 사진을 찍고 악수를 나눈 후 헤어진다.

"웰 컴 투, 카자흐스탄!"

손을 흔들며 떠나는 멋진 남자들.

시원한 음료수를 정신없이 들이마시고 도로변의 해바라기와 잠시 대화를 나눈다.

"야, 카자흐스탄 사람들이 널 닮았다!"

마치 몽골처럼 카자흐스탄의 초원에서도 구름과 빛의 조화가 시선을 빼앗는다.

하늘이 열리며 빛이 쏟아져 내리고.

여느날처럼 맑은 하늘이 열린다.

도로변 좌측으로 높은 통신탑이 세워져있고 마을의 실루엣이 나무숲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다.

7시 40분, 갑작스러운 바람으로 속도가 줄어 늦게 세미온노브카에 도착할 것 같다.

도로에서 멀리 떨어진 마을을 지나며 버스 정류장에서 잠시 쉬어간다.

"야, 이놈이 마음에 드는데. 카자흐스탄 음료는 너로 결정했다."

천천히 해가 떨어지고, 목적지까지 남은 거리를 확인하기 위해 구글맵을 켜니 도로 멀리 들어가 있던 곳이 세미온노브카다.

"잉? 지나온 겨?"

마을의 초입에 적혀있는 지명이 달라 세미온노브카로 가는 중의 작은 마을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미 길을 지나친 후다.

"8시, 아직 날이 밝은데 더 갈까?"

적당한 캠핑 장소를 찾으며 길을 따라가고.

해바라기 밭 주변의 나무들이 눈에 들어온다.

"네트워크도 약하지만 잡히고, 나무들 사이가 좋은데. 오늘은 그만 가자."

도로에서 조금 떨어져 있고, 나무에 가려 안성맞춤이다.

"이러다 수납의 달인이 되겠어."

텐트를 치고.

해가 지기 전에 저녁부터.

월터에게 배운 대로.

그리고 예브게니 아저씨의 전투식량 중 쇠고기를 선택.

물을 끓여 라면에 붓고, 전투식량은 고체연료를 태워 데운다.

"오호, 굿!"

쇠고기 육수를 라면에 넣으니 웬만한 육개장 국물보다 진하고 좋다.

"배도 부르고."

"노을도 이쁘고."

"다 좋은데."

"연락은 닿지를 않고."

"..."

카자흐스탄의 여행 전 카자흐스탄에 대해 알고 있던 것은 G.G.G와 넓은 땅 그리고 하늘색의 국기가 전부였다.

오랜 세월 러시아의 지배로 유목 농경을 하던 민족의 독특한 문화유산은 사라졌을지 몰라도, 어쩌면 카자흐스탄의 위대한 유산은 카자흐스탄의 사람들일지도 모르겠다 싶다.


Trak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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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86일 / 맑음 ・ 32도
세메이
세메이에서 휴식을 취하며 자료들을 정리한다. 더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12,367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891시간

셀프이발
양꼬치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숙소
식당
숙소
 
 
191Km

・국가정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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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가 넘어 잠이 깬다. 나른한 게으름이 시작된다.

어제보다는 덜하지만 여전히 덥다. 정비를 한 튜브를 장착하고 출발을 준비하다 그냥 쉬기로 한다.

"음, 뭔가 프레쉬한 것이 필요해."

면도를 하고 머리를 자른다. 셀프치고는 나름 괜찮다.

"월터, 어때?"

"음, 이제 러시아 여자가 웃을 거야!"

아침을 간단히 해결하고.

밀린 빨래를 하고.

"햇볕이 좋은데."

이틀 만에 출근한 마리나에게 식당을 물어본다.

"바베큐, 맥주!"

숙소 근처의 식당으로 자전거를 타고.

셀프 이발로 아낀 이발비로 점심을 푸짐하게 먹는다.

1,800텡게 양고기 케밥 이라나.

"5,500원 치고는 과하게 고급지고 양이 많군. 그럼, 두 꼬치!"

10시가 되어서야 해가 떨어지고, 밤에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이제, 아스타나로 가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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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85일 / 맑음 ・ 38도
세메이
아침부터 숨막히는 무더위가 찾아든다. 세메이에서 하루를 머물며 휴식을 취한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12,367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891시간

식당
펑크수리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세메이
정교회
세메이
 
 
191Km

・국가정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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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유의・자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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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어, 텡게(1텡게=3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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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자마자 핸드폰을 들고 뉴스를 확인하니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에서 우리를 제외했다고 한다.

"잘 됐네."

이번 기회에 지난 시대의 낡은 것들에서 벗어나고, 썩은 것들을 도려냈으면 좋겠다.

아침부터 숨이 꽉 막히는 더위다. 세메이에 하루를 머물기로 했다.

"38도. 근데 저 뒷바퀴는 어떻게 해야 하나."

자료들을 정리하며 오전 시간을 보내고, 3시가 되어 출출해진다.

"어디 식당이 맛있어요?"

숙소의 여직원이 시내에 있는 식당을 추천해 준다.

"세메이의 어디를 가봐야 하나요?"

여직원은 숙소 근처의 교회를 가리킨다.

펑크가 난 자전거에 바람을 살짝 넣고, 숨이 막히는 뙤약볕의 시내로 나간다.

식당의 어지러운 메모판, 어린 여직원은 번역기를 사용해 하나하나 주문을 차분하게 받는다.

"고기는 돼지고기와 소고기가 있습니다."

"소고기!"

"토핑은 토마토와 버섯이 있습니다."

"토마토!"

"밥과 빵이 있습니다."

"밥!"

"커피, 차, 냉수가 있습니다."

"커피!"

"커피는 헤이즐럿, 아메리카노.."

"고만해!"

숙소의 여직원이 어떤 식당을 추천했는지 모르겠지만 다름부터는 젊은 여자에게 식당 추천은 받지 말아야겠다.

6천원이 조금 넘는 식사인데 먹는 시간보다 주문을 받는 시간이 훨씬 오래 걸린다.

숙소 근처에 있는 교회로 이동했다. 여직원은 모스크라고 했는데 정교회의 십자가가 첨탑에 세워져있다.

러시아처럼 교회의 입구에는 구걸을 하는 여자들이 모여있다.

바르나울의 수녀원과 건물의 색이 다를 뿐 비슷한 느낌이 난다.

내부로 들어가.

많은 장식들과 액자들 속의 사진들을 구경하고.

본당으로 들어가 의자에 앉아 시간을 보낸다.

한참 후 조용한 교회 안에 낮고 굵은 중저음으로 성경을 읽는 소리가 이어지고 사람들이 일어나 연신 성호를 그리며 허리를 굽혀 절을 한다.

그리고 황금빛 사제복을 입은 사제가 나와 기도를 올리자 맑은 찬송가 소리가 교회 안에 울려 퍼진다.

기도를 올리는 모습들을 구경하고 돌아온다.

숙소로 돌아오며 손톱만 한 슈퍼에 들러 작은 콜라를 사들고 가격을 물어보니 170텡게.

1,000텡게를 주었더니 잔돈이 없다고 한다. 510텡게 담배를 달라고 하고 다시 묻자 여전히 잔돈이 없다고 한다.

"그럼 이것도 하나."

310텡게의 아이스크림을 마저 사고 10텡게를 돌려받는다.

"3,000원 쓰기가 정말 힘들구나."

아주머니는 미안한 웃음을 보이며 스바시바라며 인사를 한다.

숙소로 돌아와 쉬고.

튜브들을 정비한다.

스트커형 튜브패치는 무쓸모다.

새 펑크패치 툴을 꺼내어.

정비를 했지만 못이 박히며 튜브를 관통했던 튜브는 살리지 못한다.

"젠장, 딱 세 시간 쓰고 버려야 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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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84일 / 맑음 ・ 34도
보로둘리하-세메이
러시아에서 카자흐스탄으로 들어오는 국경을 무사히 넘고, 보로둘리하에서 자넬을 만나 유심카드도 쉽게 구매했다. 카자흐스탄의 첫 번째 도시 세메이를 향해 여행을 시작한다.


이동거리
85Km
누적거리
12,367Km
이동시간
6시간 02분
누적시간
891시간

A11
A11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보로둘리
시계
세메이
 
 
191Km

・국가정보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언어/통화
러시아어, 텡게(1텡게=3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무제한,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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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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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늦게 잠들었지만 7시가 넘으며 텐트 안이 더워지며 강제로 일어날 수밖에 없다.

8시가 되기도 전에 강렬한 햇볕이 따갑고, 숨이 턱 막히게 하는 날씨다.

공원에서는 아침부터 꽃과 나무에 물을 주느라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물 호스를 빌려 세수와 함께 온몸을 닦아내고 싶었지만 왠지 한가로운 짓 같다.

어제 공원의 관리인과 자넬에게서 느꼈지만 공원은 이곳 사람들에게 중요한 공간인 것 같다. 이른 아침부터 공원을 관리하는 사람들의 애정 어린 손길들이 느껴진다.

텐트를 정리하기 전 자전거를 살펴보니 타이어가 주저앉아 있다.

"아이고."

짐들을 정리하고 텐트를 말리며 타이어에 바람을 넣는 동안 한 남자가 다가와 인사를 하며 말을 건넨다. 무뚝뚝한 러시아, 관심이 부담스러운 몽골인에 비해 카자흐스탄 사람들은 편안하고 다정다감하다.

"비상식을 사고, 자넬이 소개해 준 식당에 가서 밥을 먹고 출발하자."

세메이까지 70km의 거리, 천천히 이동을 해도 이른 시간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카우치서핑이나 해 볼까?"

물을 사기 위해 카드 카드 결제가 되는 슈퍼로 들어가니 시원한 에어컨이 켜져있다. 슈퍼를 둘러보는데 인상 좋은 아주머니가 반갑게 인사를 하며 웃는 얼굴로 무어라 계속 말을 한다.

생수를 들고 흔들어 보고 있으니 재미있다는 듯 계속 말을 한다. 모르면 괜찮지만 알고 있으면 써먹어야 한다. 어젯밤 위너님이 알려준 대로 '녯가즈'라고 말하니 탄산수들 가운데 생수를 골라 준다.

"스바시바!"

요거트와 콜라를 사들고 계산을 할 때까지 무엇이 그렇게 반갑고 좋은지 살가운 웃음으로 말들을 이어간다.

"어디로 가니?"

슈퍼를 나와 시원한 콜라를 마시고 있으니 조금 전의 아주머니와 그녀의 남편으로 보리는 남자가 질문을 한다.

명함을 건네주고 여행에 대해 설명을 하니 번갈아가며 사진을 찍고 슈퍼로 들어간다.

그 모습을 옆에서 보고 있던 동네의 꼬마들이 자신들의 핸드폰을 들고 망설이더니, 물과 요거트를 패니어에 집어넣자 수줍게 다가와 사진을 찍자고 한다.

"그래, 이리 와."

각자의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더니 인사를 하며 돌아간다.

식당으로 출발을 하려는데 아주머니가 바쁘게 나오더니 돔브라 모양의 열쇠고리를 선물로 준다.

마을 초입에 있는 식당으로 찾아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종업원으로 보이는 중년의 여자가 좋은 얼굴로 응대를 한다.

"카드로 결제가 돼요?"

약간 뚱뚱한 카운터의 여자는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가로 젖고, 친절한 종업원이 '방크'라며 은행이 있는 방향을 알려준다.

"방크에 갔다 올게."

마을로 다시 들어가 은행을 찾아도 은행 비슷한 것도 없고 길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은 손인사를 한다.

자넬을 만났던 곳까지 이동을 했지만 은행은 없다. 길 건너편에서 중년의 여자가 손짓으로 나를 부르더니 웃는 얼굴로 인사를 한다.

"은행이 어디에 있어요?"

손짓으로 은행의 방향을 알려주는데 공원 근처 어딘가에 있는 것 같다.

그녀가 알려준 대로 집들 사이의 골목을 따라 공원의 입구까지 다시 갔지만 아무리 봐도 은행이 있을법한 장소가 아니다.

다시 길을 돌아와 주위를 두리번거리니 우체국 앞에 있던 아저씨가 인사를 한다.

"아저씨, 은행이 어디 있어요?"

아저씨가 다가와 구글맵을 보며 은행이 있는 위치를 알려주고, 맵을 확인하는 동안 계속해서 몸짓으로 길을 안내한다.


공원 뒤쪽의 길을 따라 이동하여 마을의 외진 곳에 있는 은행을 찾았다.

"아니, 은행이 왜 여기에 있어?"

은행 앞의 그늘진 곳의 벤치에 앉아있던 할아버지가 인상 좋게 웃으며 인사를 하고.

그의 옆에 앉아 은행의 이름을 검색하니 카자흐스탄의 최대 은행 Halyk Bank다.

여행 경비 50,000텡게를 찾고 할아버지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식당으로 갔다.

아침부터 은행을 찾기 위해 보로둘리하의 온 동네를 휘졌고 다녔지만 피곤하고 힘들기 보다 사람들의 반가운 환대에 즐거움이 가득하다.

식당에 도착하여 먼저 펑크를 정비한다.

어제 스티커형 펑크패치를 붙인 곳이 떨어져 있다.

"간편해서 좋았는데, 딱 그것만이군."

본드칠을 하여 정성스럽게 펑크패치를 다시 붙였지만 펑크패치의 팽창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

펑크 수리를 하는 동안 고기를 굽던 남자가 커피를 타서 건네준다.

어쨌든 펑크 수리를 했지만 오늘 하루만 버텨줬으면 좋겠다. 이틀 전부터 너덜거리던 바테잎도 전기 테이프로 단단히 고정을 하고 식당으로 들어간다.

종업원 여자가 다시 반갑게 맞이해주고, 식당에는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테이블에 앉아있다.

메뉴판에서 600텡게 볶음밥과 350텡게의 고기 메뉴 같은 것을 주문하고 10,000텡게를 주자 뚱뚱한 카운터의 여자가 잔돈이 없다는 제스처를 하며 안 된다고 한다.

"없어? 안 돼?"

어이가 없으니 웃음만 나온다.

"돈이 있어도 밥을 먹을 수 없다니."

한국돈 30,000원 정도의 금액인데 바꿔줄 잔돈이 없어서 밥을 못 먹다니.

식사를 포기하고 빈 테이블에 앉아서 세메이로 가는 도로를 확인하고 있으니, 잠시 후 여자 종업원이 나를 부른다.

손님들에게 받은 음식값들을 더하고, 자신들의 지갑을 털어 카자흐스탄의 모든 지폐와 동전들을 하나씩 카운터 위에 올려놓는다.

"뭔 종류가 이렇게 많아."

무표정했던 뚱뚱한 카운터의 여자도 끝내 웃음을 터트린다.

그림과는 많이 다른 메뉴가 나왔지만 든든하게 배를 채운다. 은행을 찾느라 거리를 헤매고 마주치는 사람들과 인사를 하느라 늦은 아침의 식사가 점심 식사가 돼버렸지만 사람들로 인해 마음이 넉넉해진다.

식당의 주차장에서 7~8명의 남자들이 인사를 하며 악수를 청하고 이것저것들을 묻는다.

즐거운 농담과 웃음들이 오가고 보로둘리하를 떠난다.

여행을 하며 많은 친절한 사람들을 만났지만 마을 전체에서 마주한 모든 사람들이 친절한 웃음과 환대를 해주는 곳은 처음이다.

어제 보로둘리하에 도착하며 규모가 작은 올드 타운의 모습에 약간 경계의 마음을 가졌었다.

자연, 울창한 소나무 숲에 둘러싸인 보로둘리하의 사람들에게서는 은은한 솔향기가 느껴진다. 그들과의 만남은 카자흐스탄 여행의 첫 번째 선물처럼 생각된다.

"고마워. 보로둘리하!"

작은 다리를 건너 어제 지나왔던 소나무 숲을 가로질러 디미트리에브카로 돌아온다.

오르막길이 돼버린 도로를 올라오느라 갈증이 난다. 사거리의 작은 슈퍼에 들어간다.

"물, 시원한 물!"

카자흐스탄의 작은 슈퍼에도 핸드폰 데이터를 충전하는 기기가 놓여있다.

슈퍼를 들어가기 전부터 말을 건네던 아저씨가 사진을 찍자고 하고.

시원한 냉수를 마시며 쉬고 있으니 길을 가던 남자가 다가와 어떤 말을 하더니 못 알아 들으니 시크하게 빵 한 봉지를 건네주고 간다.

2시, 슈퍼 앞에서 충분히 휴식을 하고 세메이로 출발한다.

더워지는 날씨, 여전히 평평한 도로를 언더바를 잡고 질주한다.

넓은 평야에는 수풀들을 동그랗게 말아놓은 커다란 짚단들이 여기저기 놓여있고.

빠르게 빠르게 세메이로 향하지만 도로의 상태가 조금 아쉽다.

한 시간 정도를 달려 남은 세메이까지 남은 거리는 30km.

쉬지 않고 계속해서 페달을 밟아가고, 27km를 남기고 철도 건널목을 건넌다.

작은 식당들이 모여있는데 쉴 그늘이 없다.

도로변 식당 앞에 주차되어 있는 화물차의 그늘에서 첫 번째 휴식을 취한다.

식당에서 채운 물로 목덜미와 팔뚝에 물을 부으니 뜨거운 기운이 느껴져 깜짝 놀란다. 잠시 후 불어오는 바람에 물에 젖은 부분이 시원해진다.

여러 차례 온몸에 물을 부어가며 더위를 식히고, 미지근한 물을 마셔보지만 숨이 막히는 무더위다.

화물차가 만든 그늘에서 쪼그려앉아 카우치서핑으로 호스트를 찾는데, 식사를 마친 화물차가 출발을 해버린다.

"으, 더워. 좋았는데."

어쩔 수 없이 다시 출발을 하고, 길은 소나무 숲을 향해 길게 이어진다.

세메이와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조금씩 페달링이 느려지고.

더위에 지쳐간다.

겨우 도로변의 그늘을 찾아 햇볕을 피하고.

"돔브라를 어디에 달아 볼까?"

아침에 보로둘리하의 슈퍼에서 선물 받은 열쇠고리는 핸들 패니어에 달아둔다.

세메이로 향하는 도로는 내리막길이 이어지지만 쉽게 내려가지 않고 회전을 반복한다.

세메이를 알리는 이정표가 보이고.

시내의 외곽에서부터 도로의 상태가 매끈하게 변한다. 초입에 들어선 음식점에서 바베큐 냄새들이 유혹을 하지만 지금은 고기보다 시원한 음료가 마시고 싶다.

슈퍼를 찾으며 도로를 따라가지만 쉽게 찾을 수가 없다. 몽골과 러시아에서는 슈퍼를 쉽게 구분할 수 있었는데 카자흐스탄에서는 구별이 쉽지 않다.

세메이 중심으로 들어가는 Y자 갈림길이 나온다. 오른쪽은 숙소로 알아보았던 호텔의 방향이고, 왼쪽은 시내 중심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어느 쪽이든 상관은 없지만 시내를 보고 숙소로 가기 위해 왼쪽의 도로로 진입한다.

단층의 목조 주택들을 지나며 차량의 통행은 급속도로 복잡해진다.

하지만 운전 매너가 좋은 카자흐스탄의 운전자들이라 어렵지는 않고, 여기저기에서 손인사들을 전한다.

차량을 세우고 기다리며 사진을 찍자며 정중히 요청하는 사람들도 많고 다들 즐거워한다.

카자흐스탄으로 들어와 이틀 동안 정말 많은 사진을 찍는다.

가로수와 수풀이 무성한 시내길을 지나 빌딩과 상가가 들어선 시내 중심에 도착한다.

"왔다!"

박물관 앞에서 자전거를 세우고.

"슈퍼는 어디에 있는 거야?"

"아이스크림이라도 먹어야지."

아이스크림 가게에서는 콘에 아이스크림을 올리고 저울에 달아 가격을 알려준다.

"왠지 합리적인 것 같으면서도 비효율적이네."

바닐라와 멜론 맛의 아이스크림을 선택하고.

작은 아이스크림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날씨가 덥다 보니 아이스크림은 겨우 아이스한 정도이다.

그늘에서 카우치서핑을 확인하고, 저렴한 숙소들을 검색하다 더위에 지쳐버린다.

"에쒸, 왜 이렇게 더워. 몇 도야?"

32도, 몽골에 비해 기온이 높지만 따가운 햇볕의 몽골은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하지만 카자흐스탄으로 넘어오면서 바람마저 후덥지근한 바람으로 변하여 숨이 막혀온다. 물론 덥기는 몽골이나 카자흐스탄이나 마찬가지다.

부킹닷컴으로 저렴한 숙소를 예약한다. 침대가 있는 호텔은 몽골의 울기가 마지막이었으니 한 달 만인가 보다.

"그래, 오랜만에 편하게 에어컨 바람도 쐬어보고 자료도 정리하자."

고급진 6,000텡게(18,000원)짜리 호텔은 시내 외곽에 위치해 있다.

아르티시강을 따라 시내를 구경하고.

강변의 산책로를 둘러보고.

강변을 산책하는 사람들과 사진도 찍고.

외곽에 있는 숙소에 도착했다. 2층 건물의 가정집 같은데 단층의 목조 건물들 사이에 있으니 고급진 호텔로 보인다.

프런트에 들어가자 시원한 에어컨이 틀어져 있다.

"물, 코크!"

냉장고에 있는 물과 콜라를 집어 드는데 미지근하다. '왜?'라는 표정으로 여직원을 쳐다보니 웃으면서 냉장고의 코드를 찾아 콘센트에 꽂는다.

체크인을 하고.

에어컨이 빵빵하게 나오는 방은 천국과 다름없다.

졸졸거리며 새어 나오는 샤워기로 샤워를 하고 알몸으로 누운 채 천국을 만끽한다.

"아, 저 에어컨 떼어가고 싶다."

해가 저물어 가고, 숙소의 냉장고 속 음료들은 여전히 만족스러울 만큼 시원하지가 않다.

"주변에 식당 없어?"

"2km 정도 걸어가면 돼."

"안 갈래. 슈퍼는?"

"큰 슈퍼는 없어."

"왓?"

"길 건너편에 손톱만 한 가게는 있어."

손톱만 한 가게에서 콜라와 카자흐스탄 컵라면을 사들고 돌아온다.

더위에 지친 탓인지 배는 고프지만 심하게 음식이 당기지는 않는다.

모기에 물리고, 상처가 나고, 이상하게 간지럽고, 얼룩덜룩 제각각의 색으로 변해간다.

큰 용량의 컵라면인데 엄청 싸다. 600원 정도.

"무슨 맛일까?"

카레맛이 나는데 국물이 시원하고 좋다. 하지만 면발은 영 별로다.

일기를 써야 하는데 졸리다.

"아, 모르겠다. 천국에선 일기 같은 것은 안 쓸 거야. 매일이 좋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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