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9일 : 2018.11.06 / 여전히 맑음・19도

봉화-진영읍-창원-마산-고성 동해면-거류면-통영 광도면-통영-통영항

이른아침 자욱히 피어오른 봉화의 아침을 맞이하고 노대통령님의 묘역을 참배하였다. 뭉클한 무언가가 아래로부터 울렁거렸다. 소박한 김해의 작은 마을. "감사합니다!" 

이동거리

101.56Km

누적거리

1,338.70Km

이동시간

6시간 44분

누적시간

69시간 15분


창원
고성
27Km/1시간 42분
74Km/5시간 02분
봉화
마산
통영
 
 
1,339Km

 

안개가 내려앉은 봉화마을은 여느 시골의 아침처럼 고요했다. 서리가 내려서인지 결로현상처럼 텐트과 이너텐트 사이에 이슬이 맺혀있었다. 


무심하게 툭툭 텐트를 몇번 쳐보고 텐트를 정리하지 않은 채 마을을 한바퀴 둘러보았다. 봉화마을은 마을의 입구에서 대통령님의 묘역까지는 300미터가 안되는 정말 작은 동네였다. 마을의 초입에 주차장과 안내소가 있고, 중간쯤 둥지휴게소와 봉화장터 그리고 마을의 우측에 생가터와 뒷편의 사저, 묘역으로 이어졌다.


 

 

떠오르는 아침해를 바라보며 큰 기지개를 펴보았다. 시골의 아침은 언제나 하루에 대한 설레임을 불러일으킨다.


 

새벽 잠결에 뭔가 뽀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는데 텐트를 나오니 이쁜 냥이 두녀석이 앉아있었다. 마치 싱거운 다툼을 벌일 후의 연인처럼 보였다. "너희들이였구나!"


 

길을 따라 세곳정도에 헌화를 위한 국화가 무인 판매대위에 놓여져 있다. 


 

 

 

길옆으로 작은 초가집으로 복원된 생가가 보인다.


 

 

 

부엌과 방 2칸짜리 본체와 화장실과 헛간의 별체. 시골에서 자라 익숙한 집모양과 분위기였다.


 

 

 

대통령님 나오세요! 생가터 옆 돌담위 공간. 퇴임 후 이 곳에 나와 방문객들과 짧은 대화들을 나누는던 장소이다. 지금은 대나무가 심어져 있어 사저를 감싸고 있었다. 가끔 유튜브로 보았던 장면들이 머리속에 생각이 났다. 


 

돌담 앞으로 여러개의 의자와 대통령님의 영상이 돌아가는 스크린이 놓여져있었다. 길건너 추모의 집이 보수중이라 이곳에 임시로 마련해 놓았다.


 

사저가 공개되어 관람할 수 있다는 것을 인터넷을 통해 알았다. 아무도 없는 봉화마을에서 현장접수 1번은 할 수 있는데 월, 화요일은 휴관이였다. "어, 오늘이 몇요일이지?"


울산에서도 그렇듯 여행을 하는동안 날짜나 요일개념이 없어졌다. 할 일 없이 핸드폰을 만지는 일도 없고, 뉴스나 최신 정보들을 서핑하지도 않고, 저녁시간의 헛헛함을 채울 누군가를 찾을일도 없어졌다. 그저 오늘은 어디를 갈지, 날씨는 어떤지, 무엇을 먹을건지 하는 단순함밖에 없다.


 

핸드폰의 날짜를 확인하고 오늘이 정기휴일인 화요일임에 아쉬워했다. "아쉽다. 쉽게 할 수 없는 1번인데."


 

 

 

대통령님의 묘역. 방명록을 남기는 곳에 따듯한 아침햇살을 즐기는 잘생긴 냥이 한녀석이 앉아있었다. 


 

 

 

 

 

 

 

 

 

몇걸음 옮기면 모두 볼 수 있는 작은 마을. 마을회관으로 돌아와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세면을 한 후 물기가 남아있는 텐트를 닦아내고 정리하였다. 


 

국화 두송이를 집어들고 헌화를 하기위해 다시 묘역으로 향하였다. 방명록에 짧은 감사의 글을 적고 국화 두송이를 헌화하며 긴 감사의 묵념을 하였다.


 

 

 

 

 

 

 

여전히 잘생김을 뽑내며 앉아있던 녀석, 결국엔 근무를 시작하던 경호원에게 쫓겨났다.


 

 

 

추모의 집앞 익숙한 대통령님의 모습으로 포토존이 있었다. "대통령님, 제 자전거랑 한장 찍으세요!"


 

 

 

 

생가터 옆에 위치한 기념품 가게에 들렸다. 작은 내부에 아기자기한 여러가지 기념품들이 전시되고 판매되었다. 


 

 

여행중 사용할 간편한 티셔츠, 캡모자, 작은 수건, 손노트 그리고 카메라에 달아줄 노무현재단의 로고줄을 구매했다. "여행중이신데 무게가 더 늘었네요. 택배로 보내줄 수 있어요. 그럴까요?" 기념샵을 관리하던 여성분이 방긋 웃으며 말하였다.


"그럴까요!" 하며 바로 사용할 물건을 빼보니 티셔츠 한장이 남았다. "하하, 보낼게 없네요."   


 

패니어에 기념품들을 집어넣는 사이 조금전의 관리인분이 말을 걸어왔다. "일산 어디에서 오셨어요?" 고양에서 왔다 대답하니 "그러니까 고양 어디에서.. 일산도 고양이잖아요?" 하였다.


"아, 행신동에서 왔어요." 자신은 가라뫼에서 살다 남편을 따라 내렸왔다며 반가워했다. 믹스커피 밖에 없다며 따듯한 커피 한잔을 내어주었다. 


"믹스커피가 정말 먹고싶었어요. 감사합니다." 


여행에 대해 짧은 대화를 나누고 봉화마을을 떠나 통영으로 향하였다. 아침을 먹고싶었지만 모두가 영업을 하기전이였다.


 

이번 여행중에 꼭 들려보고 싶은 곳은 울릉도, 경주, 통영, 여수, 목포, 군산이였다. 울릉도에서 시간을 아껴 일찍 빠져나온 이유중에 하나는 통영을 일주하는데 시간이 필요해서였다.


봉화마을에서 통영으로 가기위해서는 내륙의 국도를 타고 이동하여야 했다. 꽤 지루한 라이딩이 될 것 같았다.


읍단위의 도시라기에는 제법 크고 복잡한 진영읍에서 첫번째 길헤매임으로 30분이 넘는 시간을 허비하고 말았다. 봉화마을에서 여유있는 시간을 충분히 보낸터이라 통영까지의 이동시간이 촉박하게 느껴졌다.



단감을 파는 직판장들이 줄이어있던 진영읍을 벗어나 창원으로 향하는 14번 국도를 타고 라이딩 하였다. 창원과 마산지역은 처음와본 도시이다. 차량 통행이 많아 복잡한 도로는 버스와 택시, 신호등과 교차로 등을 신경쓰느라 힘들었다. 


도로변의 인도는 좁게 느껴지고 변변한 자전거길조차 없었다. 큰 도시들의 시내를 관통하는 라이딩은 정말 피곤하고 피하고싶다 생각하였다. 


 

창원역과 멀지않은 마산역을 지나 도로변의 다이소를 보고 자전거를 세웠다. 여행중 에어매트를 대신할 저렴한 매트가 필요했다. 좀더 날씨가 추워지면 바닥의 냉기가 그대로 전해질 것 같았다.


일반적인 매트는 부피가 너무컸고, 등산용 매트는 겨우 엉덩이만 깔고 앉을 수 있는 크기였다. 셀카봉과 카메라 삼각다리를 사들고 쵸코바를 먹으며 30여분을 쉬었다. 


생각해보니 언양시장에서 점심이후 변변한 식사를 못한 것이다. "이래저래 지칠만 하네.."


 

혼잡한 마산시내를 벗어나자 바로 밤밭고갯길과 동전고갯길이 연이어 힘들게 하였다.  동전고개의 큰커브를 돌자 멀리 터널같은 것이 보였다. 설마라는 짧은 탄식과 함께 자전거를 세우고 말았다.


세워둔 자전거의 기울기가 이상하였다. "어, 원래 이렇게 기울어져 있었나." 킥스탠드를 안쪽으로 밀어넣고 자전거을 다시 세우자 툭하고 킥스탠드가 부러져 버렸다. 


 

"튼튼하다고 했는데.. 이게뭐야." 그 자리에 앉아 공구로 킥스탠드를 제거하고 공구를 꺼낸김에 안장의 높이도 조금더 올려 놓았다. 그리고 지난번 안장조절 후 계속 삐걱소리를 내던 안장의 볼트들도 마저 조여놓았다.


"참 게으르다. 공구 하나 꺼내기가 그렇게 싫어서.."


 

동전터널을 지나 2번국도와 합쳐진 도로는 진북터널을 앞두고 자동차전용도로로 변하였다. 10여미터를 거꾸러 끌고와 국도옆으로 난 구도로로 이동하였다. 진영읍의 길헤매임부터 시작되어 뭔가가 자꾸 꼬이는 날이였다.


잔잔한 내리막길이니 다행이다 생각하며 임곡삼거리를 지나 한적한 도로변의 해물칼국수 간판의 식당에서 멈추었다. 오후 2시가 넘은시간 허기졌고 조금 지쳐있었다.

    

 

작은 식당안에서 된장찌개로 보이는 식사를 맛있는 하는 사람을 보고 "저도, 저걸루 주세요." 하였다. 괜찮은 식사였다.


점심을 해결한 후 통영으로 이동하기위해 지도앱을 켜고 지도를 확인했을 때 77번 국도의 교차로를 2Km정도 지나쳐 왔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식후의 든든함탓에 덜하였지만 조금 기운이 빠졌다.


"오늘은 정말 운이 없는 날이네. 어쨌든 밥은 먹었으니 그것으로 됐다."


 

암아교차로로 되돌아와 77번 국도를 조금 이동하자 진해만의 바다가 펼쳐졌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이라는 이정표를 보며 내심 포항에서부터 시작된 내륙의 이동과 오늘하루 계속되었던 국도라이딩의 지루함음 달래줄 것이라 기대하였다.


 

잔잔한 진해만의 바다위에 양식장의 부표들이 줄을맞춰 가지런히 떠있었다. 감탄을 불러일으킬만한 특별함은 없었지만 오랜만에 마주한 해안의 고즈넉한 풍경이 좋았다.  


 

창포리의 짧은 해안길이 끝나고 고갯길을 마주하였다. 이제 고갯길을 앞두면 자연스레 자전거를 세우게 된다.


 

창포리의 고개를 넘어 바로 이어진 동진교를 넘어 고성으로 들어섰다. 


 


창포리의 해안면을 복사, 붙여넣기 한듯이 짧은 해안면과 고갯길이 이어졌다. 고갯길 끝에 동해면의 해맞이공원에서 남해의 풍경을 잠시 바라보았다.


 

지도 크게 보기

고성군 동해면의 해맞이공원


 

해맞이공원을 지나자 다시 시작된 고갯길을 넘었다. 연이어 고갯길을 넘는사이 피곤해져갈 때 길가의 오래된 고목들이 잠시 쉬어가라는 듯이 자신들의 품을 내주었다.


 


오래된 고목들이 무리지어 서있는 공간, 지난 오랜세월 마을사람들의 희노애락이 묻여있는 듯 하였다. 고목에 기대어 귀를 기울이면 마치 지난일들의 이야기들을 소곤소곤 들려줄 것만 같았다.


 

지도 크게 보기

터줏대감 고목들이 서있는 전도마을회관


 

큰 호수와 같은 느낌의 동해면의 안쪽 해안을 돌아, 넓은 평야지대를 가로지르는 거류로를 따라 이동하였다. 4:30분, 통영과는 거리는 아직 20Km가 남았다. 


고성군청과 통영으로 향하는 길이 나뉘어지는 거류면의 당동삼거리에서 편의점에들려 쉬며 일몰까지의 한시간정도 남아있는 시간동안 부지런히 달리면 어둠이 내려앉기전 통영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였다. 


두개의 큰 고갯길을 더 넘으며 통영으로 향하는 77번 국도는 조금씩 차량이 늘어나기 시작하였고, 50여분을 달려 노산삼거리에서 14번 국도와 합쳐졌다. 조금 더 넉넉해진 14번 국도의 갓길을 달리는 동안 천천히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했다.


 

속도를 내어 달리던 자전거는 통영관광 안내소에서부터 시작되는 원문고개를 만났다. 통영과 거제로 향하는 차량들이 정체되어 붉은 브레이크등이 어지럽게 이어지는 원문고개 1Km 거리를 10여분만에 힘겹게 올랐다.


원문고개를 오르며 약간 풀린듯한 다리는 눈앞에 펼쳐진 통영의 바다와 야경의 감상은 뒤로하고 어여 내려가서 쉬자며 재촉하였다.     


 

다른 도시의 중심지에 비해 협소한 통영시의 무전사거리와 북신사거리를 지나며 크락션을 울려대는 차량들의 틈사이에서 불쾌감이 들었다. 통영항으로 향하는 작은 언덕길을 앞두고 지쳐있던 몸은 자전거를 세우고 신호등 건널목의 한켠에 털석 주저앉았다. 


"일단, 더는 오르고 싶지않다. 시청부근에서 저녁을 해결하고 생각해보자."


에릭스형에게 통영의 맛집을 추천해 달라하였다. 시청방향의 바다장어집과 중앙시장의 쫄복매운탕을 추천하여 가까운 시청부근의 바다 장어집으로 결정하고 시청을 돌아 무전사거리로 향하였다. 


"왜, 외진 언덕빼기에 시청이 있는거야?" 


 

통영항으로 가는 작은 언덕길을 피하려다 더 높은 고갯길의 시청을 찍은 것이다. 불빛조차 희미한 언덕마을을 내려가 제2청사 주변의 곰장어집 유람선을 찾았다. 


몇몇의 곰장어집을 지나쳤지만 유람선의 간판은 보이지 않아 위치를 묻기위해 전화를 걸었다. 손님이 많아 바쁘다는 여자주인은 몇명인지를 묻고, 어디에 있는지를 묻고, 위치를 알려주며 언제 올건지를 물었다.


길가의 좌측코너를 돌자 바로 유람선이 보였다. 산곰장어를 파는 실내 포장마차처럼 보였고 식당 테이블에 몇몇의 손님들이 들어차 있었다. 가게앞에서 불을피워 살아 움직이는 산곰장어를 굽는 남자에게 자전거를 두어도 되는지를 물었다.


모른다며 알아서 하라는 퉁명스런 대답이 돌아왔고, 식사를 할 수 있는냐는 질문에 못알아 들을 사투리 억양으로 안된다는 대답을 다시 퉁명스럽게 하였다.


그런사이 조금전 통화를 했던 여자 사장님이 나오며 자신과 통화를 한 사람이 맞는지를 묻고 가게안으로 안내를 하려하자 남자의 투덜거림이 거세졌다. 계속 불을피워 곰장어를 굽고있다는 불만같은 것을 토해내며 퉁명스런 말투를 이어갔다.


잠시 두 사람이 다투는 것을 보고 순간 민망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제가 조금전에 전화한 사람이 맞아요. 됐습니다. 다음에 올게요." 하였다.   


자신의 불만을 토해내는 남자에게서 나는 나의 모습을 보았다.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아닌 작은 감정의 불만이나 고민들을 가볍게 웃어넘기지 못하고 볼쌍스런 표정으로 이기적인 감정의 불필요함들을 배설하였던가. 


"그런 모습으로는 아무것도 해소되지 않아. 오히려 내 자신을 어지럽히고 타인에게 상처만을 남길 뿐." 


 

곰장어구이가 먹고 싶어졌다. 유람선의 남자사내가 붉게 피어로은 숯불에 굽고 있던 살아있는 곰장어가 머리속을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한편 외면당한 무안함이 반감의 고집처럼 생겨난 것인지도 모르겠다.


몇몇 바다장어집을 어플을 통해 검색을 하고 통영항의 맛집 두군데를 선택하였다. "결국 통영항을 가야하는구나." 


작은 언덕길을 넘어 중앙시장과 서호시장를 지나는 사이 거리의 분위기는 어둡고 음산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통영항 주변의 첫번째 식당은 2층에 위치하고 있어 패쓰하고 윤이상공원의 두번째 식당으로 이동하였다.


먼저 야영을 할 수 있는지 공원을 둘러보고 길 건너편 장어구이집으로 가자 영업이 끝난 것인지 문이 닫혀있었다. 어두운 항구길을 따라 이동하며 항구 건너편 불을 밝힌 몇몇의 간판들외 딱히 아무것도 없었다. 


 

보이는 식당에서 간단하게 성게비빔밥으로 저녁을 해결하였다. 쌉싸름한 성게비빔밥 한그릇은 매력적이였지만 친절함은 느낄 수 없었다. 


 

통영대교의 예쁜 야경과 달리 인적이 없는 어둡고 침침한 도시였다. 통영의 첫느낌은 뭔가 불편하고 불쾌하고 신경질적이며 우울한 느낌이였다. "동양의 나폴리라던데.."


 

야영을 하려다 낯선 도시의 음산한 기운에 눌려 숙소를 잡고 하룻밤 지내기로 했다. 내일 통영일주전 동피랑 벽화마을을 먼저 둘러보기 위해 통영항 부근의 숙소를 선택했다.


"통영. 밝은 하늘색 같은 청량함, 이온음료 포카리스웨트 광고에 나오는 라라라라라라~라라 CM송이 생각나는 도시였는데. 완전 회색빛의 다크한 고담시같잖아."  

 

아침나절 진영읍에서부터 꼬이던 일들이 아주 많았던 고된 하루였다. "내일을 기대할께.."


 

GPS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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