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44일 / 맑음 ・ 18도
징먼시-샹양시
8층 숙소의 창문으로 밝은 햇살이 들어온다. 기분좋게 시작된 하루다. "오늘은 제발 상큼하게!"


이동거리
128Km
누적거리
5,925Km
이동시간
8시간 17분
누적시간
418시간

 
G207도로
 
G207도로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징먼시
 
이청시
 
샹양시
 
 
3,140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86-1173-0089

 

날이 맑아 기분이 좋아지는 아침이다. 빌딩 너머로 희뿌연 하늘은 마치 서울 어느 곳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날씨가 좋은 날의 아침에는 뭔가 마음이 바빠진다.

"중국의 날씨에 길들여졌나 봐."

짐들을 정리하고 출발을 서두른다. 오늘의 목적지는 130km 떨어진 샹양시다.

숙소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아침을 해결한다.

"호떡같이 생겼네."

인상이 좋은 식당의 부부에게 면국수를 주문하고, 이제는 물도 없고, 반찬도 없는 중국의 음식에 익숙해져 편안하다.

"한국에 가면 설마 생각나는 거 아냐?"

길들여진 것은 날씨만이 아닌가 보다.

희뿌연 도시의 하늘과 흙먼지가 가라앉은 도로를 따라 시내를 벗어난다.

단지 비가 내리지 않는 날씨 외에 어제의 도로 환경과 딱히 달라진 것은 없어 보인다.

시의 외곽으로 멀어질수록 하늘은 조금씩 파랗게 변해가지만 그만큼씩 흙먼지가 내려앉은 도로와 주변의 모습들은 회색빛으로 변해간다.

"그냥 지옥 같던 어제의 맑은 날 버전이네."

그저 무난하지 않더라도 너무 힘든 상황이 없었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뿐이다.

"짙푸르던 싱그러운 가로수들은 다 어디로 사라진 거지?"

두껍게 내려앉은 흙먼지들이 노란 유채꽃의 색감과 대비되어 더욱 황량하게 느껴진다.

잠시 도로변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도로의 이정표에 낙서를 한다.

"하늘밥도둑 왔다 감!"

길게 뻗어있는 회색빛 도로를 따라 샹양시로 향한다.

대형 트럭이 통행이 빈번해서 그런지 도로의 상태가 갈수록 나빠지나 싶더니.

거북껍질처럼 변해간다. 덜덜거리는 자전거의 승차감이 형편없다.

속도를 맞춰 옆에서 따라오던 아저씨와 사진을 찍고.

고장이 난 버스를 지나치고.

여전히 알 수 없는 병원의 광고판을 지나.

50km 정도 상태가 좋지 않은 흙먼지 도로와 하늘을 바라보며 무감각하게 지나치고.

12시 반, 후지전(胡集镇)에 도착한다.

출출함이 찾아드는 시간이지만 샹양시까지 가야 할 길이 멀고.

별다른 특색도 업이 희뿌연 회색빛의 도시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지도앱을 켜고 도로와 거리를 확인하는 사이 도로변의 가게에서 젊은 남녀가 반갑게 다가와 말을 건넨다. 대부분 무신경하게 살펴보는 중국인들이지만 젊은 친구들은 확실히 호기심이 많고, 특히나 젊은 여자들은 한국에 대한 인식이 좋은 것 같다.

"그나저나 이곳의 공기는 왜 이런 거야?"

후지전을 벗어나자 도로는 다시 엉망으로 패어있고.

중국의 소도로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대형트럭들이지만 지나치는 트럭들이 유난히 많게 느껴지는 이유는 뿌옇게 흩날리며 다가오는 흙먼지 때문이다.

역풍이 불어오는 날씨에 화물차들이 지나칠 때마다 숨쉬기조차 힘든 먼지들이 날아든다.

버프를 하고 고개를 숙이며 지나치지만 숨을 쉬기가 힘들 정도다.

자전거를 세우고 차량들이 지나치고 흙먼지가 줄어들면 다시 출발하기를 반복한다.

"공사구간이 있는 것도 아닌데 대체 뭘까?"

흙먼지와 진흙탕의 갓길 사이에서 크락션을 울려대며 지나치는 대형트럭들과 함께 길을 이어간다.

"어제의 다른 버전이다. 정말 중국 왜 이래?"

노란 유채꽃이 만발한 주변은 풍경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엉망이 된 도로와 도로를 벗어나기 위해 길을 따라갈 뿐이다.

어렵게 15km 정도를 겨우 이동하고 도로변에 있는 주유소에 흙먼지를 뒤집어쓴 얼굴을 씻어내고 있으니 중년의 남자가 다가온다.

"시쳐?"

자전거와 수돗가를 번갈아 가리키며 자전거를 씻을 수 있는지 물어보니 남자는 매정하게 안된다고 한다.

주유소의 한편에 앉아 허기를 채우고, 미지근한 콜라 한 모금이 칼칼한 목을 타고 시원하게 넘어간다.

마을을 지나며 뒤편에서 윙윙거리며 다가오는 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도로에 물을 뿌리는 차량이 다가온다.

"야! 안 돼!"

어떻게 피할 시간도 없이 물을 뿌리고 지나쳐간다.

"세차를 해주려던 거지? 그런 거지?"

"좀 씻어냈으면 좋겠는데."

이청시로 향하는 도는 이전의 도로 상태와 180도 달라진다. 간간이 도로에 물을 뿌리며 지나가는 차량들이 있어서 흩날리는 흙먼지의 양도 많이 줄어든다.

"하늘빛이 왜 이래?"

이청시 외곽의 도로 곳곳에는 세차를 하는 집들이 계속 나타난다. 마지막으로 보이는 집에 들어가 할아버지에게 세차를 할 수 있는지 물으며 자전거에 물을 뿌리는 제스처를 하니 안된다고 한다.

"뚸 샤오첸?"

가격을 물어 요금을 지불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해도 손을 가로저으며 심드렁하게 안된다는 제스처를 한다.

"산골에는 사는 남부 사람들에 비해 인심들이 야박하네."

3시 이청시를 가로지른다. 아직도 샹양시까지는 50km가 넘게 남아있다.

자전거 도로에 차량들이 들어오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는데 징저우시와 이청시에서 얌체족들을 간간이 보게 된다.

"비가 내리려는 하늘은 아닌데. 정말 하늘 색이 더럽네."

매일 비가 내리던 남부에서 맑은 하늘을 보기가 힘들더니 중부로 올라오니 흙먼지 때문에 맑은 하늘을 보기가 힘들다.

이청시를 벗어나고 도로변에서 파인애플을 팔고 있는 트럭을 발견한고 출출함이 찾아들어 자전거를 세운다.

"예쁘게도 깎았네."

장수시로 가는 길에 만났던 나선형으로 파인애플을 깎던 아저씨와 달리 벌집처럼 파인애플을 다듬는다.

파인애플을 사서 갈증과 출출함을 달래본다.

시원한 파인애플을 먹으며 부부의 트럭을 살펴본다.

"넌 사탕수수!"

"넌 아직도 모르겠다."

3시 반, 파인애플 부부의 곁에 앉아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여전히 40km가 남아있는 샹양시를 향해 출발한다.

흙먼지가 내려앉은 도로를 벗어나려는 듯 거칠게 페달을 밟아가며 거리를 삭제한다.

"벗어날 거야!"

한 시간 반을 쉼 없이 달리고 샹양시의 초입에 들어선다. 혼잡하게 막혀있는 공사구간을 지나고.

한쑤이강을 건너 짙푸른 도시의 가로수길을 마주한다.

갑자기 변하는 중국의 도시들은 언제나 생경하고 재미있다.

사람들이 산책을 하고 있는 공원으로 자전거를 끌고 들어간다.

수로의 건너편으로 샹양성의 모습이 보인다.

"아고, 좋네!"

평화로운 공원에 앉아 있으니 하루의 노곤함이 내려앉는 기분이다.

자전거를 끌고 공원을 걸으며 산책을 하고.

"완전 봄이네."

샹양성공원에서 빈관을 예약하고 숙소로 간다.

"정말 반짝이는 거 좋아해!"

숙소에 들어가 체크인을 하고 빈관 근처의 식당으로 들어가 저녁을 한다.

"이거 똥집 요리인데."

식당의 발랄한 꼬마 아가씨는 발목에 동그란 야광 고리를 걸고 돌아다닌다. 한국이나 중국이나 손주들을 대하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애틋함은 비슷한 것 같다.

저녁을 하고 숙소에 들어가 쉬고 있으니 친절했던 숙소의 여자가 올라와 주숙등록이 안돼서 숙박을 할 수 없다고 한다.

"..."

친절하게 응대를 하던 숙소의 여자에게 괜찮다며 인사를 하고, 트립닷컴으로 주변의 빈관을 다시 예약한다.

예약 승인이 나고 두 번째 빈관으로 찾아가니 리셉션의 젊은 여자는 주숙등록이 안된다며 다른 빈관으로 가라고 한다.

"..."

결제가 승인된 예약의 취소가 이루어지는지조차 확인할 수가 없다. 트립닷컴의 고객센터에 문의를 해보려고 해도 전혀 연결이 되지를 않는다. 주숙등록의 문제로 여러 차례 채팅 상담을 통해 숙박거부에 대한 클레임 상담을 했지만 로봇과 다를 바 없는 상담원의 기계적인 답변에 짜증이 올라온다. 언제나 무성의한 답변만을 반복하는 담당자의 평가에 마이너스 별점을 줄 수 없는 것이 억울할 지경이다.

"트립닷컴! 이 (*&(^&%&^^%$^%&*&^^."

어렵게 한국의 고객센터와 연결을 하고 숙박거부에 대한 자료들을 이메일로 보내주면 추가 보상을 해주겠다는 답변을 받는다.

"그 잘 난 어플에 클레임에 대한 서비스 메뉴는 없는 거야?"

빈관의 여자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주숙등록이 되는 주점을 소개해 주겠다며 빈관 주변에 있는 커다란 주점으로 데려간다.

"뚸 샤오첸?"

"600위안!"

주점으로 안내한 후 후련한 듯이 떠나는 빈관 여자의 뒷모습이 너무나 얄밉게 느껴진다.

"아휴. 저 공감 능력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지지배!"

털레털레 자전거를 끌고 화려한 주점을 나선다. 여행경비를 아껴야 하는 가난한 여행자의 씁쓸함이 느껴진다.

"여기가 버스터미널인가?"

우연히 지나간 터미널 근처의 어두운 골목에는 허름한 빈관들이 들어서 있다.

"참나. 숙소가 이렇게 많은데 들어갈 곳이 없다."

거리에 서서 호객을 하는 할머니들과 농담을 하며 60위안을 외치는 빈관으로 들어간다.

"할매. 이쁘네. 근데 나 한국사람인데!"

할머니들에게 한국사람인데 잠을 잘 수 있냐고 물어보니 그제서야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를 묻더니 웃으면서 안된다고 한다.

"하하하하. 거 봐. 안되잖아! 사진이나 찍어요."

자전거를 끌고 몇 걸음 더 옮기고 다시 호객을 하는 아저씨에게 붙잡힌다.

"워 쓰 한궈렌. 워 커이 수이지아마?"

호탕하게 웃으며 대답을 하는 남자에게는 숱한 경험에서 축적된 능글능글함이 전해진다.

"커이. 커이!"

주숙등록이 되어도 그만, 안되어도 그만이다. 4~5만원 정도의 금액이면 주숙등록이 되는 주점이나 빈관들은 너무나 많다.

숙소의 여자가 내어준 따듯한 차를 마시고 있으니 제복을 입은 공안이 빈관으로 들어온다.

"뭥미?"

공안들은 한국사람인지를 묻고는 숙소의 남자와 설왕설래 언쟁을 하듯 목소리를 높여간다.

아마도 터미널 근처의 허름한 빈관들은 주숙등록을 하는 시스템이 없는 것 같다. 뭔가 부정적인 제스처를 하는 공안에게 푸념을 하듯 거세게 말하는 남자의 모습이 중국영화에서 많이 들어본 것 같은 억양이다.

잠시 후 공안은 아무런 말 없이 빈관을 나가고, 숙소의 남자는 괜찮다며 방으로 들어가라고 한다. 숙소의 가격을 물으니 90위안이라고 한다.

"오홍, 비싸네."

피곤한 하루다. 자전거를 끌고 밤거리를 더 돌아다니고 싶지 않아 허름한 터미널의 빈관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한다.

시골의 40위안 빈관보다 더 허름한 방이다. 첫 번째 빈관에서 샤워를 한 터라 낡은 침대에 누워 잠이 들기를 기다린다.

이상한 일이지만 베이징이 가까워질수록 뭔가 각박해지고 숙소를 찾는 것이 오히려 더 어려워지는 중국이다.

"주숙등록. 아 빌어먹을 주숙등록!"






경비내역
식비:28위안 / 식료품:8위안 / 숙박:90위안 / 합계:126위안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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